강의평가에서 비교적 좋은 평가를 받는 편인데

이번 학기 여성과 의학은 작년, 재작년의 강의를 훨씬 업그레이드한 야심작이라고 스스로 생각했다.

뭐, 대부분이 좋은 말을 써줬고-아직 평점은 올라오지 않았다만 4.3은 넘지 않을까 싶다-

개선할 점도 별로 없다고 해줬다.

[학생들과 눈을 마주치면서 수업을 해주셨으면 좋겠다] 같은 건 내 수줍음 탓이기도 하지만

슬라이드만 읽으면서 수업을 하는 스타일상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내년부터는 일방적인 강의 말고 학생들과 대화도 좀 하면서 강의를 하자는 생각을 해본다.

 

 

 

<---내가 쌍꺼풀을 했다면 이런 얼굴이란다. 이 정도만 생겼다면 자신있게 학생들과 눈을 마주쳤을 텐데.

 

 

 

그런데 다음 말을 보자.

[피피티가 너무 성의없었다. 여학생들이 많은 수업이고 해당 교수님이 어수룩해서 귀엽다고 많은 여학생들이 좋아하는 것 같은데, 냉정하게 평가하자면 교수님의 수업은 좀 성의가 없었고 일방적이었다. 물론 많은 참고자료를 조사해서 준비하신 것 같긴 하지만, 조사한 참고자료를 바탕으로 해서 피피티를 좀 더 성의있게 만들었으면 좋았을 것 같다. 그리고 시험 문제가 너무 쫀쫀해서 이게 정말 실효성이 있고 시험문제로써 적당한 문제인지 믿음이 안 갔다. 차라리 과제를 내주고 시험문제를 대폭 줄여서 정말 시험문제로써 적당한 문제들을 냈으면 한다. 좀 놀림을 당한 기분이 들었다. ]

 

이 지적에 대해 십분 공감한다.

1) 내가 수업준비를 열심히 한다는 환상을 심어주는 건, 슬라이드 장수가 많기 때문이지 슬라이드를 잘 만들었기 때문은 아니다.

좀 더 완성도 높은 슬라이드를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을 해본다.

2) 시험문제에 대한 지적에도 전적으로 동의한다. 모름지기 대학에서 시행되는 시험문제라면

주관식도 좀 있어야 하는데

난 객관식 50문제의 신화 때문에 정말 말도 안되는 문제를 만들어서 시험문제를 낸다.

과연 이런 방식을 계속해야 하는지 회의가 들었는데,

이게 성적 낼 땐 유리하긴 하지만 깊이있는 지식을보단 단편적인 암기만을 요구한다는 점에서 문제가 있다.

 

교양강좌를 강의할 때 좋은 점은 바로 이런 거다.

의대생들이 위계질서 때문에 하지 못하는 말을 거침없이 할 수 있다는 것.

가끔씩 내가 강의를 잘한다,는 착각에 빠질 때가 있는데

이 강의평가 덕분에 스스로를 채찍질하게 됐으니,

누군지 모르는 그 학생에게 감사드려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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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드 2011-12-20 19: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궁금. 의대생들은 위계질서 때문에 그런 말 못해요? 딴 얘긴데, 롯대현이 롯데에서 잘해줄까요? 대호도 민한신도 없는 롯데라 내년부터 진짜 야구 볼까 말까 싶긴 하지만요.

부리 2011-12-20 22:34   좋아요 0 | URL
아무래도 그렇죠. 강의평가를 익명으로 하는데도 불구하고 좋은 말만 하더라구요. 개선할 점에다 "교수님 최고"라고 쓴답니다. 글구...팬이란 건 아무리 팀이 어려워도 어쩔 수 없이 그 팀을 응원하는 존재더군요. 힘내시구요, 야구는 포기하지 마세요.

stella.K 2011-12-21 10: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좀 딴 얘기지만, 언제고 부리님 강의를 청강해 보고 싶다는 생각이
물큰 들었습니다.ㅋㅋㅋ

부리 2011-12-26 20:41   좋아요 0 | URL
뒤늦게 메리 크리스마스! 근데 실제로 제 강의, 그닥 재미 없어요 앞으로 "됐다" 싶으면 초대할게요

얼룩말 2011-12-22 10: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재밌으신데다가 훌륭하시기까지 ^^ 그리고.. 언제나 감동

부리 2011-12-26 20:42   좋아요 0 | URL
원래 제가 말을 좋아하는데요 앞으론 가장 좋아하는 동물을 물으면 얼룩말이라고 하겠습니다!!

BRINY 2011-12-22 12: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흐흠..그렇군요. 저는 교사평가결과가 나와도, 모든 학생을 100%만족시킬수는 없다는 신조로 좋은 코멘트만 봅니다 ^^;; 마태님은 교육자의 거울이시군요.

부리 2011-12-26 20:43   좋아요 0 | URL
평소 제가 느끼던 걸 예리하게 지적한 글이라, 반성이되더라구요. 여성학이 제 전문분야가 아닌 거라 더더욱 그런 거겠죠^^

... 2011-12-22 12: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이렇게 강의 평가 열심히 읽고 반성하시는 교수님이, 계시긴 계시는 거였군요... 새삼 감동했습니다.

부리 2011-12-26 20:43   좋아요 0 | URL
어맛 강의평가라는 게 원래 반성하라고 있는 건데요 뭐. 다른 분들도 다 그렇지 않을까요???

마법천자문 2011-12-22 15: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음 중 `산부인과`의 올바른 발음은?
1. 산부인꽈 2. 산부인까 3. 산부인과

설마 이런 문제를 내신 건 아니겠죠?

부리 2011-12-26 20:44   좋아요 0 | URL
그런 문제는 안냈습니다만, 객관식 50문제를 내려면 좀 지엽적인 걸 낼 수밖에 없었어요. 이메일 적어주시면 제가 문제지를 보내드리겠습니다 그나저나 마법천자문님 넘 반갑습니다.!!! 그간 안녕하셨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