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과대별로 '콜로키움'이란 과목이 생겼다.
당시 학과장이었던지라 의대에선 그 과목을 내가 맡아야 했는데
도대체 뭘 가르쳐야 하는지 당췌 모르겠는거다.
그건 다른 단과대학들도 마찬가지여서
'콜로세움 아니냐'는 바보같은 질문들을 서로 하곤 했다.
그래서 학교 측은 세차례에 걸쳐, 그것도 한번에 서너시간 동안
콜로키움 설명회를 개최했는데
희한한 것은 들을수록 뭐가 뭔지 모르겠다는 거다.
뭘 어떻게 가르치라 이런 말을 하는 게 아니라
21세기에 요구되는 인간상 이딴 얘기만 구름 잡듯이 했으니 모를 수밖에.
그래서 난, 내 마음대로 여성학을 가르치기로 했다.
내게 희망을 준 학생들이 없었던 건 아니지만
전에도 말했듯이 젊은 남학생들의 보수성은 정말 대단했고
여성학을 가르치기엔 나의 전문성이 턱없이 부족했다.
운영비로 나오는 40만원을 이용해 외부강사를 두번쯤 부르고 싶었지만
그렇게는 절대 쓰지 말라고, 오직 자료 복사비로만 쓰라는 명령이 하달되었는지 그럴 수도 없었다.
그 40만원이 결국엔 음주운전 특강비와 학생들 탕수육값으로 쓰이긴 했지만 말이다.
그럭저럭 강의를 한 뒤 생각했다.
"내년에 이 과목을 맡는다 해도 여성학은 하지 말자. 난 부족한 게 너무도 많다."
성적입력을 위해 들어가 본 웹 사이트에는 이 강의에 대한 학생들의 의견이 나열되어 있었다.
기절할 뻔했다.
좋았던 점- 헐.. 서민 교수님 완전 사랑해요 >ㅁ< 이런 강의를 의대에서 들을 수 있을 거라고는 꿈에도 생각치 못했다. 정말 독특하고 굉장했다. 교수님께서 여자들을 대변해서 논리적으로 여성주의 관점에서 얘기해주실때 나의 영혼이 떨리는 느낌마저 받았다. 발표를 하면서 나의 주장을 말할 수 있었던 점도 정말 영광스럽게 생각한다. 그리고 이 수업을 통하여 그동안 남자중심의 과학고, 의대에서 나름대로 상처받고 움츠러들었던 나 자신을 치유하는 계기가 되지 않았나 생각한다. 정말 최고였다.
좋았던 점- 재밌었고 발표를 통해 학생들의 지적수준을 향상시켰다.
좋았던 점- 교수님의 철저한 준비~~;; 감사합니다ㅋㅋ
좋았던 점- 여성학이란 주제 자체가 너무도 신선하고 좋았습니다.
좋았던 점- 여성학이라는 신선하고 재밌는 과목을 배웠다. 우리 사회 내에서 여성성의 위치와 역할 그리고 앞으로 나아가여 할 방향에 대하여 많은 것을 깨달았다.
좋았던 점- 부담없이들을수있는과목. 여성학에대해서 새롭게 생각해보았다.
좋았던 점- 학생들이 직접 자신의 생각을 말할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좋았던 점- 여성주의에 대해 제대로 배울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다른 학생들의 생각도 알아볼 수 있었구요, 어떤 아이가 여성주의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는지 조금은 파악이 됐던 강의 같습니다. 이런 강의를 통해서 많은 남자들의 생각에 변화가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개선할 점- 학생들의 참여가 좀 더 활발하길.
개선할 점- 특별히 개선할 점이 없다.
개선할 점- 시험을 분반을 해서 봤음 좋겠습니다. 주위에 컨닝하는 애들을 많이 봐서 좀 보고 언짢았습니다. 예1이라도 열심히 공부한 애들을 위해서 철저히 시험을 봤으면 좋겠습니다.
개선할 점- 이 강의에서는 전부 다 좋았던거 같아요!
개선할 점- 출석
개선할 점- 수업 자체보다는 아예 귀닫고 마음닫은 우리 과 동기 남학생들 몇명의 태도야말로 개선점이라고 생각되었다.
시험 때 컨닝 감독을 제대로 하지 못한 건 반성할 부분이다.
노골적으로 하는 애들한테 그러지 말라고 하긴 했지만
무섭게 안하니 여기저기서 계속 컨닝을 한 것 같다.
다음부터는 꼭 분반을 해서 시험을 봐야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좋은 반응은 예상치 못했는데
기분이 좋았다.
한번 가르쳐봤으니 내년엔 더 잘 가르칠 수 있다는 점으로 보아
올해 했던 시행착오를 보완한다면 더 좋은 강의가 될 수 있지 않을까.
난 앞으로, 여성학 선생이다^^
* 이 강의에 도움을 주신 산사춘님께 정말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