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 출장다녀온 너구리님을 만났다.

화사한 민소매 차림이었다.

미모가 너무 눈이 부셔 시선이 자연스럽게 어깨 부근으로 갔는데

직선적인 성격 탓인지 나도 모르게 이런 말이 나왔다.

"팔이 굵으시네요."

내 말에 너구리님은 배시시 웃음으로써 동의를 표했다.

순간 난 팥빙수를 먹던 숟가락을 바닥에 떨어뜨렸다.

25년 전, 그 일이 생각나서였다.

난 중 3이었고, 나름대로 청운의 뜻을 품고 하루하루를 살고 있었다.

지나가는 여학생 떼를 보면 "저들 중에 내 배우자가 있지 않을까" 생각하기도 했고

내가 좀 더 자라면 눈이 작은 스타일이 인기를 끌지 않을까 하는 말도 안되는 기대를 하기도 했다

어느 하교길, 말 인형에 시선이 끌려 골동품 가게로 들어갔는데

주인 아저씨가 갑자기 가게 문을 걸어잠군다.

무서워서 도망치려 했지만 불가항력이었다.

아저씨는 웃으면서 내게 다가왔다.

"난 나쁜 사람이 아니야. 너에게 해줄 말이 있거든"

"무, 무슨 말을...저 아세요?"

아저씨는 내게 이렇게 말했다.

"팔이 굵은 너구리를 찾으렴. 그 너구리가 바로 네 운명의 여인이야.

네가 그를 지켜줘야 해."

"네? 너구리가 왜 팔이 굵어요?"

아저씨가 다시금 문을 열어 줬을 때, 난 이제 살았다 싶어 집까지 한걸음에 달려갔다.

세상엔 이상한 사람이 많다 싶었지만

그래도 여운이 남아 다음날 하교길에 그 가게에 들렀을 때,

난 그 가게가 철거되는 광경밖에 볼 수 없었다.

 

그 뒤 25년간 한 순간도 그 아저씨 생각을 한 적이 없었는데...

"괜찮으세요?"

정신을 차려보니 너구리가 내가 떨어뜨린 숟가락을 들고 있었다.

"아, 네... 감사합니다."

너구리는 그 숟가락을 내 팥빙수에 꽂았다.

"마저 드세요. 다 녹겠어요."

묵묵히 팥빙수를 먹다가 말했다.

"너구리님, 제가 님을 만난 건 어쩌면 운명일지도 몰라요."

막 팥빙수 한숟갈을 입에 넣던 너구리는 내 말에 놀라 사래가 들렸다.

"흥, 전 운명 같은 건 안믿어요. 제게 운명이라고 말했던 남자들,

죄다 제 미모에 반해 어떻게 해보려고 수작거는 거라고요.

부리님도 다를 바 없어요."

난 쓸쓸한 눈으로 너구리를 바라봤다.

그리고 말했다.

"지금은 믿기 힘드실지 몰라도, 결국엔 믿게 될 겁니다.

기다려 주세요, 너구리님."

내 표정에서 내 말이 거짓이 아니라는 걸 느꼈는지

너구리님은 팥빙수값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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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세뇌의 시작
    from Love Conquers All 2007-08-09 23:15 
      일본에 도착, 마중나오신 분이 조카에게 전해준 음료 및 과자 봉투안에는 바로 이 크레용신짱, 짱구가 들어있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묘한 기분을 느끼면서 먹으려하나 조카의 저지로 겨우 하나 집어먹고서, 요 스티커 (제가 좀 스티커에 집착합니다)를 달라고 달라고 조카를 꼬셔봐도 절대 주지 않더군요. 왜이리 이 스티커가 가지고 싶었는지 모르겠습니다. 조카는 게다가 부리부리 춤을 추지않나, 사진을 찍을라치면 엉덩이를 들추고 아주
 
 
비로그인 2007-08-09 14: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신랑:부리
신부:너구리
이렇게 되는건가요?
그럼 자식 이름도 '리'로 끝나나요? 개구리,오리,보따리,유리,항아리...

아무리 좋아도 그렇지 떨어뜨린 숟가락을 바로 팥빙수에 꽂으면 어떡해요?
너구리님의 위생상태 너무 아니다~

무스탕 2007-08-09 15:02   좋아요 0 | URL
자식 이름은 너부리지요!
(응? 엄마성을 따랐네? 데릴사윈가?? *_*)

부리 2007-08-10 07:47   좋아요 0 | URL
민서님, 중요한 건 숟가락에 묻은 먼지가 아니라 숟가락을 줏어주는 그 마음이죠^^

비연 2007-08-09 14: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이게 현실이길..^^ 실제 상황 맞는 거죠, 부리니? 넘 낭만적이심..

다락방 2007-08-09 14: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으흐흐흐

마늘빵 2007-08-09 22: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흠. 소설이 끝날 때쯤이면 야클님처럼 저 결혼해요, 이렇게 나오시는거 아닙니까? -_-

프레이야 2007-08-09 23: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중요한 건 빙수값을 팔 굵은 너구리님이 냈다는 사실..^^

비로그인 2007-08-09 23: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1) 일본출장이 아니라니까요! 관광이었어요!
2) 누구랑 같이 갔는지도 헤매시면서! 너구리글도 제대로 안읽으시잖아요~~!
3) 저 팔안굵어요! 여러분 저 팔안굵어요!
4) 민서님, 저 모르시는 사이에 제가 수저 딲았어요.
5) 혜경님, 빙수가 비쌌거든요.
6) 아프님, 그럴일 없어요. 아니다. 부리가 결혼해도 옆에 너구리는 없을터이니..여하간, 눈도 더 큰 아프님이 있는데, 상냥하고 귀여운 정아무개님도 있는데, 이 너구리가 왜 부리님을!!!

부리 2007-08-10 07: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아무개님/어 정말요? 전 칭찬에 아주 약해서 자꾸 그러시면 정아무개님 너무 좋아하게 될지도 모르는데...호호홋.
너구리님/여기 오셔서 이러시면 의혹만 깊어질 뿐입니다 호홋. 일본 관광이든 출장이든 중요한 건 일본에 간다는 걸 저만 알고 있었다는 거죠!! 그리고 아프님 제가 만나뵜는데 눈 별로 안커요. 정아무개님이라면 제가 물러날 수밖에 없겠지만....호호홋.
혜경님/맞습니다 절 좋아하지 않는다면 하기 힘든 숭고한 행동이죠!
아프락사스님/음, 야클님은 이런 사전작업이 전혀 없이 결혼을 발표하셨는데요 -.-
다락방님/지금 울고 계신 거 맞죠? 흑, 어떡해요 제 몸은 하나인데..
비연님/오호홋. 오묘한 미소로 답을 대신하겠습니다^^
 


하나.

내가 몸담았던 써클에서는 소식지를 만들 때마다 내게 글을 청탁한다. 내가 글 거절을 안하는 게 가장 큰 이유일텐데, 인터넷에 신변잡기는 쉽게 쓰지만 후배들이 볼 글을 쓰는 건 여간 어려운 게 아니다. 뭔가 귀감이 되고픈 글을 써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글의 흐름을 방해하기 때문. 그래도 지금까진 어찌어찌 위기를 넘겨가며 글을 건내줬다.


이번 여름 강원도로 써클 모임을 따라갈 때, 휴게소에서 후배 하나가 내게 다가오더니 글 얘기를 꺼낸다.

“글 정말 잘 읽었어요. 제게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그때만 해도 난 그게 의례적 인사라고 생각했기에, “고마워요”라는, 정말 의례적인 답을 했다. 그가 다시금 입을 연다.

“제가 여자랑 헤어진 지 얼마 안되서 형 글을 봤어요. 많이 공감이 가더라고요. 안그래도 그 여자가 저랑 헤어지면서 ‘오빠는 여자 마음을 너무 몰라!’라고 했거든요. 그러고 며칠 동안 계속 형 글이 생각났어요.”

내가 쓴 글이 뭐였는지는 잊어버린 지 오래지만, 그 말을 듣는 순간 내가 거기다 글을 썼다는 게 얼마나 보람 있었는지 모른다. 메일로 글을 보낼 때만 해도 “어휴, 이딴 글을 왜 썼지?” 하는 마음이었는데, 내 글이 누군가의 마음을 각성시킬 수도 있다니 얼마나 신기한가. 한 사람의 관객만 있어도 연극을 공연하겠다는 어느 배우의 말이 떠오르고, 내가 뭐라도 된 듯한 느낌도 들고. 그것만으로도 써클 모임에 따라간 보람은 충분했다.


둘.

환자 청탁 문제로 대전에서 이비인후과를 하는 친구와 통화를 하게 됐다. 용건이 끝나자 그가 갑자기 묻는다.

“너 엊그제 뉴스 봤니?”

평소 9시 뉴스를 거의 안보지만, 친구가 말한 뉴스는 희한하게도 봤다. 아마 그때쯤 내가 저녁을 먹고 있었기 때문인데, 뉴스에서는 한 꼭지를 ‘선풍기 죽음은 없다’에 할애하고 있었다. 지원자를 모아 실험을 해본 결과 선풍기를 틀고 자도 산소분압이 낮아지지도 않았고-질식설은 배제됨-체온이 낮아지지도 않았다는 것. 법의학교실의 이윤성 교수가 나와 말한다.

“선풍기 때문에 죽는 게 아니라 원래 죽을 사람이 죽었는데 선풍기가 돌아가고 있었던 거죠.”


친구가 말한다.

“넌 학생 때부터 선풍기 틀고자면 죽는다는 게 거짓말이라고 했지. 그때 난 네가 워낙 황당하니 그런 소리를 한다고 생각했어. 너 작년에 신문에 그 주제로 글 쓴 적 있었지? 그 글이 우리 이비인후과 사이트에 퍼올러져 논란을 일으켰어. 대부분의 의사들은 ‘이런 황당한 생각을 하는 사람이 있구나’였는데, 네가 옳았어.”

한겨레에 쓴 글 중 유일하게 네이버 메인에 떠서 수백개의 댓글이 달린 그 글을 내가 어찌 잊어버리겠는가. 그 댓글의 대부분이 “알지도 못하는 놈이 무책임한 글을 쓰고 있다”였고, 어느 인터넷 신문에서도 “허황된 얘기를 써서 네티즌들의 분노를 사고 있다”는 기사를 실은 바 있다. 하지만 내가 글에서 썼던대로 선풍기 때문에 죽는다고 믿는 사람들은 오직 한국사람들 뿐이며, 그게 비웃음의 소재가 된 지는 꽤 오래 된 일이었다.


친구의 말은 이어졌다.

“법의학 이윤성 선생님 말이야, 마치 오래 전부터 잘 알았다는 듯이 이야기하시대? 그랬으면 미리 좀 말해주지!”



전화를 끊고 나서 기분이 좋았다. 나를 그저 재밌고 황당한 애로만 보던 친구한테서 “네가 옳았어”라는 말을 들었으니 말이다. 이런 게 글을 쓰는 보람이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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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사춘 2007-08-07 05: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초등학교 2학년때 해봤어요. 죽지도 않는데 잠도 안왔어요.
근데 전 왜 죽으려고 했을까요? (분위기 파악못하는 게 춘의 매력)

해적오리 2007-08-07 08: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거 예전에 수사반장에선가 봐서 제 뇌리에 콱 박혀있었죠. 아직도 그 드라마에서 선풍기 살인이 저질러졌던 방의 모습이 생각나요. (아~ 오싹해라..)
(칫, 뭔 댓글이 이래?)

비로그인 2007-08-07 08: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뿌듯하시겠어요.

다락방 2007-08-07 08: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부리님, 정말 멋져요!!

2007-08-07 09:08   URL
비밀 댓글입니다.

레와 2007-08-07 09: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부리님 만세~!!!!

비로그인 2007-08-07 10: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맛, 죄송해요. 전번에 웃어서..그날 마침 비가 왔죠...하하하;;;;;;

2007-08-07 12:51   URL
비밀 댓글입니다.

마늘빵 2007-08-07 16: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진심은 통하게 되어있어요. 진실은 밝혀지게 되어있어요. :)

네꼬 2007-08-07 16: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부러워라. 멋져요, 부리님!

마법천자문 2007-08-07 18: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에어컨 회사에서 퍼뜨린 헛소문 아니었을까요? 선풍기의 이미지를 나쁘게 해서 에어컨을 많이 팔려는..

심술 2007-08-07 18: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선풍기 틀고 자면 질식사한다'란 말이 과학적 근거가 있는 거냐고 옛날에 딴지일보에서 '영화 속의 비과학적인 구라'라는 꼭지를 연재하시던 필명 구라돌이님께 이메일로 여쭌 적이 있는데 구라돌이님 답은 '갓난아기일 경우 저체온으로 죽을 수도 있지만 질식사할 염려는 없다' 였지요. 그 멜 보낸 지가 벌써 몇 해 전인지 기억도 안 나네요.

프레이야 2007-08-07 18: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부리님, 보람 느끼셨으니 좋은일이에요^^
참, 선풍기 틀고 자면 질식사는 모르겠고 목감기 걸려요..

이매지 2007-08-07 19: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안그래도 그 뉴스보면서 부리님 생각했어요 ㅎㅎㅎ

2007-08-09 11:44   URL
비밀 댓글입니다.

부리 2007-08-09 14: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속삭님/인형은 원래 사드리기로 했잖아요. 글구 주소, 찾으려면 찾는데 당장 좀 어려웠어요 회의준비 때문에...
이매지님/오옷 저도 방금 이매지님 생각하고 있었어요!^^
혜경님/흐음 목감기라... 전 지금도 3번으로 얼굴에 향하도록 틀고 잡니다^^
심술님/아 님도 의문을 품었었군요!! 반갑습니다
KJ님/에어콘이 대중화되기 전부터 있는 믿음이었던 것 같은데요^^
네꼬님/네?? 부러울 것 까지야...^^
아프님/안그런 것도 있겠지만 하여간 다행입니다 호호호/
속삭님/그게...집에 있어서 말입니다...
정아무개님/음, 귀염이 제 컨셉이죠 호호호
너구리님/제맘 아시죠?^^
레와님/만세씩이나... 레와님도 만세이!
다락방님/멋질 것까지 있나요... 부끄럽습니다
민서님/뿌듯할 것까지 있나요...부끄럽습니다
해적님/선풍기 죽음도 구라인데 선풍기 살인까지..선풍기로 때려죽인 건가요
산사춘님/어맛 오랜만이어요!! 방가방가.


twinpix 2007-08-11 12: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선풍기! 얼마전에 친구에게 주장했다가 친구가 다시 뉴스를 봤다면서 반박해서 침울해 있었는데, 이 글을 읽으니 다시 기운이 납니다. 친구에게 보여줘야겠어요!!
 

친구와 야구장에 갔다.

날씨는 더웠고, 바람 한점 없었다.

난 미녀한테서 선물받은 부채를 열심히 부쳤다.

바로 이 부채

친구가 부채를 빌려달라기에 난 부치던 부채를 주고

길거리에서 받은, '팁3만원'이라고 쓰여 있는 유흥업소 부채를 꺼냈다.

그런다 문득 친구를 봤는데

정말 가관이었다.

친구는 부치라고 준 부채로 이를 쑤시고 있었다.

하도 기가 막혀 수시로 관찰했더니

부채를 접어 코에 갖다대기도 하고,

심지어 팔의 때를 미는 데 사용하는 거였다.

 

그냥 너 가져,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사연이 있는 부채인지라 그러지 못하고 가방에 담았고

집에 와서 엄청나게 열심히 닦았다.

다음날 그걸로 바람을 냈더니 왠지 바람에서 냄새가 나는 듯했고

기분도 영 찝찝하고 시원한 것도 전보다 덜해서

구별을 위해 손잡이를 분리한 뒤 가방에 넣어 두었다.

그리고 난 지금 다른 부채로 부채질을 한다.

이것 역시 그 미녀가 준 것이며

어느 학생의 말에 의하면 "짱 귀여운" 부채다.

바로 이거...

 

앞으로는 함부러 부채를 빌려주지 말아야겠다.

정 그래야 할 사정이 생긴다면 팁 3만원이 적힌 부채를 빌려주리라.

이 세상에는 부채를 부채질에 쓰지 않는 사람이 존재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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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07-08-06 17: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팁3만원 부채, 힛트치겠어요. 하하

해적오리 2007-08-06 18: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혹시 그 친구 분 인간이 아니신가요?
어케 그 부채로 이를 쑤실 수 있어요? 코평수가 얼마나 되길래 부채를 접어 코에 갖다댈 수 있나요? 팔의 때가 저 부채로 밀려요?

앗 근디 진짜 궁금한건 혹시 저게 지난 토욜 이전에 벌어진 일인가요???

가시장미 2007-08-06 19: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ㅋ 부채를 전 책받침으로 사용한 적이 있었는데.. 그건 귀여운거네. 그치? -_-;
근데. 짱 귀여운 부채..! 나도 있는데, 형꺼보다 더 귀여울 것 같은데? 으흐
나 오늘 결석깨려고 쇄석술 받았는데.... 맥주 많이 먹어야한데...
형도 참이슬만 먹지말고, 비어도 많이 마셔. 그래야 나처럼 고생안하지. ㅋㅋ

Mephistopheles 2007-08-06 19: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거참 신기한 분이시군요....
냅두면 화장실 갈때 두루마리 대신 들고 갈 기세입니다..

비연 2007-08-06 20: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푸하하. 부채를 소재로 이런 재밌는 이야기가!^^

푸른신기루 2007-08-06 20: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부채를 그런 엉뚱한 데 쓰시다니..;;;;

nada 2007-08-06 21: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좀 구린 페이퍼긴 하지만 재미있어요.^^
저도 부채로 때 미는 사람 봤어요. 아마 제가 빌려 준 부채로 그랬으면 목을 졸라버렸을지도..후.

부리 2007-08-06 23: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꽃양배추님/좀이 아니라 많이 구리죠 호호. 저도 목을 조를 걸 그랬어요^^
푸른신기루님/안녕하세요 부리라고 합니다 세상엔 많은 사람이 있지요^^
비연님/재밌으셨다니 기뻐요
메피님/으음, 부채로 화장실 뒤처리를....생각만 해도 소름이 쫘악.
정아무개님/아앗 님두? 저렇게 예쁜 부채라면 생각이 달라지겠지요?^^
가시장미님/부채는 원래 훌륭한 책받침이 될 수 있소. 글구 전 비어 마시면 배나와서 안되요되요
해적님/사실은...한 열흘 된 이야기입니다 다만 여건이 허락지 않아 글을 못썼을 뿐이죠
다락방님/호호 히트까지야...부끄럽습니다.

2007-08-07 08:35   URL
비밀 댓글입니다.

부리 2007-08-09 14: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해적님/그건...다른 버젼의 부채였습니다!
 
오늘의 거짓말
정이현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0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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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들은 왜 결혼을 할까. 결혼이란, 여자가 자기 앞가림 뿐 아니라 남자와 아이까지 건사해야 되는 건데. 사랑에 대해, 그리고 결혼에 대해 회의를 갖고 난 뒤부터 가졌던 의문이다. 물론 사랑 때문에 결혼하는 경우도 적지 않겠지만, 적당한 남자만 있다면 하겠다는 여자들을 보면서 고개를 갸우뚱해왔다. 그 의문을 풀어준 게 바로 정이현 작가, 전작인 <달콤한 나의 도시>의 은수를 통해서 난 여자들이 결혼하는 이유를 알 수 있었다. 미래에 대한 불안, 내가 깨달은 정답은 그거였다. 20대 여성 몇 명에게 “정년이 보장되는 직장이 있다면 결혼하겠느냐”고 물었을 때, 사랑의 영원불멸을 이미 믿지 않게 된 그네들은 아니라고 고개를 흔들었다. 그러니까 일부 여자들에게 결혼은 사랑의 완성이 아닌, 좀 더 안정되게 사는 방편일 수도 있으리라.


정이현 작가의 세 번째 책인 <오늘의 거짓말>은 그간 썼던 단편들을 모은 작품집이다. 베스트셀러 작가가 낸 단편집이 잘 팔리는 게 새삼스러운 일은 아니고, 장편이었던 <달콤한>도 무지하게 재미있었지만, 내가 보기에 정이현 작가는 단편에 더 재능이 있는 게 아닌가 싶다. 데뷔작인 <낭만적 사랑과 사회>가 내게 신선한 충격이었던 것처럼, 이번 책 역시 다채로운 재미를 내게 선사해 줬다. 내 문학적 내공이 워낙 빈약하다 보니 소설에 어떤 의미가 있는지 모르겠지만, 소설은 재미있어야 한다는 조건을 이 책은 훌륭하게 충족시켜주고 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새삼 깨달은 게 내가 여성작가의 책을 훨씬 더 좋아한다는 거였다. 여성 작가이기에 가능한 세심한 심리묘사를 읽는 일은 참으로 즐거운 일이다. 그러고보니 내가 좋아하는 소설가도 죄다 여성, 그래서 어떤 이는 내게 “혹시 동방불패를 익혔냐?”고 묻기도 한다. 하지만 난 한창 자라나는 다른 남자들에게 여성적 감수성을 지니라고 말해주고 싶다. 여성의 심리를 잘 알지 못하면 그네들한테 어필할 수 없으니 말이다. 그리고 여성의 심리를 잘 배울 수 있는 방법 중 하나는 여성 작가의 책을 읽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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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연 2007-08-05 23: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부리님..리뷰가 많이 올라왔네요. 넘 반가와서..^^

2007-08-06 00:51   URL
비밀 댓글입니다.

비로그인 2007-08-06 08: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달콤한 나의 도시는 저도 재미있게 읽었어요.
그책보다 더 재미있다면 기대해볼만 하겠네요.

프레이야 2007-08-06 10: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부리님은 페미니스트, 이렇게 불러도 되는걸거야!

해적오리 2007-08-06 15: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이현 님이 미인이라서 좋아하시는 건 아닌지 몰러~ :b

부리 2007-08-06 23: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해적님/쉿 비밀이어요!
혜경님/아니요... 그런 소중한 칭호를 저같은 사람에게... 전 제가 남자임을 다행으로 생각하고 즐기기까지 한답니다. 그러니 아니죠
민서님/음, 잼없으면 제가 에이에스 해드리겠습니다 꾸벅
속삭님/원고 때문에 스트레스 많으시죠? 막상 다 쓰고 나면 얼마나 뿌듯하고 보람있는데요. 아 그 뒤엔 책 왜 안나오나 기다리느라 초조할 듯.... 님이 앞에 한 말씀에 전적으로 공감.
비연님/님의 댓글이 유난히 반갑네요
 
나는 폭력의 세기를 고발한다 - 박노자의 한국적 근대 만들기
박노자 지음 / 인물과사상사 / 2005년 7월
평점 :
품절



황우석 때도 그랬고 이번 <디워> 때도 그랬지만, 이따금씩 발휘되는 우리나라 사람들의 국가주의는 그 뿌리가 참 깊어 보인다. 나라고 해서 예외는 아닌데, 그래서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국가주의의 유전자가 있는 건 아닌지 헷갈릴 때가 많다. 그렇지 않다면 박정희 치하에서 벗어난지 이십여년이 지났는데 왜 아직도 이러고 있느냔 말이다.


<나는 폭력의 세기를 고발한다>는 박노자의 책은 우리나라의 국가주의가 박정희 때 시작된 게 아니라 근대 초, 그러니까 세계 열강이 우리나라를 먹으려고 싸움질을 하던 그 시절부터라고 말한다. 우리가 과거를 알아야 하는 건 바로 이런 연유에서고, 근.현대를 대충 건너뛴 국사책을 배웠던 나같은 사람에겐 이런 책들이 또 다른 스승이었다.


박노자의 다른 책들처럼 이 책도 날 많은 배움과 성찰로 이끌며, 특히 한국 기독교의 엄청난 배타주의의 기원이 어디서부터 비롯되었는지도 자세히 알려준다. 고구려를 둘러싼 한국과 중국의 갈등에 대해서도 저자는 내게 새로운 시각을 갖게 해주는데, 지금의 우리 입장에서는 당연히 고구려가 우리나라의 하나지만, 그게 늘 그랬던 건 아니란다. 삼국이 치열하게 싸우던 시대는 물론이고 그 이후에도 고구려는 별반 관심의 대상이 아니었다는데, 그러다가 갑자기 고구려가 관심의 대상이 된 건 우리의 힘이 약했던 개화기에 계몽주의자들이 고구려의 대중국 항쟁사를 집중 조명했기 때문이란다. 그러고보면 세상일에 절대적인 진리란 게 과연 있을까 싶지만 말이다.


가끔씩 그가 외치는 정의와 비폭력이 공허하게 느껴질 때가 있긴 하지만, 세상 사람들이 모두 힘의 논리에 경도된 현실을 생각하면 그의 존재는 참으로 귀하다. 책을 덮으며 진정한 좌파 자유주의자 박노자에게 감사의 뜻을 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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멜기세덱 2007-08-05 23: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리뷰 잘 읽었습니다. 저도 부리님과 더불어 "진정한 좌파 자유주의자 박노자에게" 항상 감사하는 사람입니다. 저는 이 사회가 박노자의 말에 보다 귀기울이고, 공론의 장에서 담론화되어야 하지 않을까 합니다. 그렇게되기까지 더욱 박노자에게 응원을 보내야겠죠? ㅎㅎ

부리 2007-08-06 23: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멜기세덱님/징병제부터 시작해서 우리 사회의 산적한 문제들의 대부분은 박노자님의 말씀을 따르는 것만으로 풀릴 수 있을 것만 같습니다 그분의 책이 좀 더 많이 팔린다면 힘이 실릴텐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