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리의 일기

8월 15일(수)

날씨: 흐리다 한때 소나기

지하철을 타고 어디 멀리 가고 있는 중이었다.

내 맞은편에 늘씬한 미녀가 앉았다.

책을 읽는 척하면서 수시로 그녀를 쳐다봤다.

그때 옆에 서있던 남자가 내 앞을 막고 선다.

난 더이상 그녀를 볼 수 없었다.

"이거, 비키라고 할 수도 없고...왜 저 인간은 하필 내 앞에 서는거야?"

속으로 궁시렁거리는데 그가 갑자기 허리를 굽히고 손을 땅으로 향하게 한다.

웬 퍼포먼스인가 싶어 사람들의 시선이 죄다 그쪽으로 쏠렸다.

그가 나를 보는 순간 난 그게 내게 보내는 메시지임임을 깨달았다.

그가 만든 건 'ㅁ'이었고

그 글자는 "나 메피스토펠레스야!"란 뜻이었다.

말로만 듣던 메피스토님을 처음 봐서 그런지 겁나게 반가웠다.

난 밝게 웃으며 손을 흔들었다.

생각보단 배가 많이 나왔는데, 그래서 번개에 일체 참여하지 않으신 듯했다.

그가 잠시 당황한 표정을 짓더니 다리를 쭉 펴고 바닥에 앉는다.

'ㄴ'자구나,라고 난 생각했다.

그리고 난 그 메시지의 뜻도 금방 알아챘다.

"너구리에게 충실하라!"

너구리와 사귀는 걸 공표하고 난 뒤부터 감시의 눈길이 거미줄처럼 뻗어 있는 걸 느끼던 차였다.

"과연 너구리그룹의 정보력은 대단해! 다른 미녀 보는 것도 간섭하다니!"

난 알았다고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그러자 메피님은 양팔과 양다리를 쫙 벌린 뒤 고개를 숙였다.

배가 나와서 그렇지 전형적인 'ㅈ'자였다.

앞의 두 메시지를 성공적으로 읽어냈듯이 난 이번에도 그 문자의 의미를 알아냈다.

"지켜보겠다!"

약간의 두려움을 갖게 된 난 그러마고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메피님은 만족한 듯 웃으며 다음 역에서 내렸다.

사람들이 수군대는 소리가 들렸다.

"맛이 갔나 봐." "그러게 말야."

이제 사람들의 시선은 나를 향했다.

더 이상 앉아있기 뭐해서 다음 역에서 내렸다.

내 운명은 너구리님한테로 정해져 있다는 걸 상기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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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서의 일기

8월 15일(수)

날씨: 습하고 더움. 소나기 와서 좋았음

지하철을 타고 어디론가 가는데 앞자리 남자가 날 빤히 쳐다본다.

평소 미모가 뛰어나 시선을 많이 받긴 하지만

저렇게 노골적으로 바라보는 건 싫다.

다행히 한 남자가 그와 나 사이를 막아서는 바람에

해방될 수 있었다.

근데 그 남자가 온갖 이상한 동작을 취하는 거다.

남자들 중엔 왜 이렇게 이상한 사람이 많은 걸까.

다음 역에서 내려버렸다.

가급적이면 2호선은 안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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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J의 일기

8월 15일(수)

날씨: 비, 가끔 해

지하철을 타고 새처럼너구리를 만나러 가는데

왠 반반한 남자가 넋을 잃고 앞자리 미녀를 바라보고 있다.

그런 걸 보면 난 참을 수가 없다.

미녀는 우리 사회가 경배해야 할 대상이지 저렇게 불쾌감을 주는 시선을 던지다니.

난 그의 앞을 막아섰다.

그가 불만에 찬 눈으로 날 바라본다.

입모양으로 보아 "너 왜 내 즐거움을 방해하냐?"고 궁시렁대는 것 같다.

그에게 경고의 메시지를 보내야겠다 싶어 'ㅁ'자 모양을 만들었다.

의미는 간단했다. "많이 봤냐?"

그는 그 의미를 금방 알아듣는 듯, 웃으며 손까지 흔들었다.

생긴 걸로 보아 머리가 나쁠 줄 알았는데 의외다.

내친김에 'ㄴ'자를 만들어 봤다.

"눈 빠지겠다"는 뜻이었는데 그는 이번에도 알아듣고 짙은 미소를 지었다.

기특하단 생각이 들었다.

마지막으로 난 'ㅊ'을 만들어 보였다.

"침 닦어!"란 뜻이었다.

근데 문제가 생겼다.

다리를 쫙 벌리는데 "북" 소리가 나면서 바지 가운데가 뜯어진 거다.

놀라서 고래를 숙이고 아래를 봤는데

그렇게 티는 안났다.

그 남자를 보니까 두려움에 찬 얼굴로 고개를 끄덕인다.

임무를 다 했다고 생각해 다음 역에서 내리는데

그가 여전히 침을 안닦고 있다.

갑자기 회의감이 몰려왔다.

"저 인간, 지금까지 내 메시지는 다 알아들은 거야?"

이래서 시험이 필요한 거라고 생각했다.

아무튼 보람있는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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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15편 : 괴리의 시작
    from Love Conquers All 2007-08-17 11:38 
    8월 16일, KJ님의 12편 : 음모의 시작(http://blog.aladdin.co.kr/refugees/1501757) 8월 17일 메피님의 13편 ; 또다른 진실의 시작 (http://blog.aladdin.co.kr/mephisto/1502259) 8월 17일 부리님의 14편 : 감시의 시작 (http://blog.aladdin.co.kr/federer/1502812) ===============   새초롬너구리는
 
 
가시장미 2007-08-17 10: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니, 이 일기는 메피님 페이퍼와 연결이 안 되네요? ㅋㅋ 여쨌든, 재미있어요!
근데.. 민서씨가 누구예요? 알라디너신지.. 아니면 뉴페이스? ^-^;

향기로운 2007-08-17 10: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민서님이라고 서재를 갖고 계시는 분이신거 같은데요^^ http://blog.aladdin.co.kr/minseo 아마도요..^^;;

책읽는나무 2007-08-17 10: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세 분 지금 경쟁 정통멜로소설 출시작인가요?
누가 누가 더 재미나게 소설을 출간할 것인가를 놓고 대결을 하시는군요.
이무더운 여름 아주 흥미진진한 경쟁구도를 볼 수 있어 좋군요.^^

비로그인 2007-08-17 11: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가시장미님, 저 여깄어요.
제 미모에 부리님이 넘어가셨네요.
이를 어쩌나,저 안 예쁜데...룰루랄라..

시비돌이 2007-08-17 11: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이렇게 웃길 수가... ㅠ.ㅠ

Mephistopheles 2007-08-17 12: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낄낄낄..원래 드라마가 잘될려면 변수를 작용시키는 변외편이 많이 나와야 합니다..^^

미즈행복 2007-08-17 12: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역시 제 심사를 달래는 데는 여기가 최고군요!!!
님의 행보를 주목하겠습니다^^

nada 2007-08-17 15: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 넘후 귀여워요.

비자림 2007-08-17 16: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하하
은행 일 보며 땀을 삐질삐질 흘리다 왔는데 더위가 싹 가시네요.
 

 

학교 앞 버스 정류장에서 누군가를 만나기로 했는데

비가 추적추적 내린다

내일 열리기로 한 테니스 대회는 아무래도 취소될 것 같다.

“이놈의 비, 정말 지긋지긋해” 이러고 있는데

할머니 한분이 뭔가를 들고 지붕 밑으로 들어오시더니

비에 대한 불평을 늘어놓으신다.

“이놈의 비 때문에 뭘 할 수가 없네!”




요약을 하자면 비가 와서 옥수수를 따고 파는 데 엄청난 지장이 생겼다는 소리,

테니스는 못쳐도 배가 좀 나오면 그만이지만

그 할머니는 생계가 달려있는 문제리라.

마음이 아파서 옥수수를 좀 달라고 했고

사는 김에 한봉지 더 샀다.




감동적인 반전.

난 과일 같은 것도 일체 안먹지만

옥수수도 절대 안먹는 음식 중 하나다.

쓰다보니 가슴이 뭉클해진다

내 마음은 왜이리 따스한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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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7-08-14 15: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지막 줄만 아니었으면 '정말 마음이 따스하시네요!'했을텐데...

다락방 2007-08-14 15: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그러니깐 맨 마지막 줄 때문에 댓글을 못달겠다는 ^^;;
하하
그래도 부리님 최고 :)

antitheme 2007-08-14 15: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맨 마지막줄은 글자색이나 바탕색을 바꿔 가려주세요...
아뭏든 멋지십니다.

Mephistopheles 2007-08-14 15: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또 다른 반전..
"하지만 그녀는 옥수수를 좋아한다."

비로그인 2007-08-14 15: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젠장"

어머, 새초롬너구리 예쁜 (^^;;;;) 입에서 나올 소리가 아닌데, 저도 모르게..
맨마지막 줄에서 전 정말 뭔가 던지고 싶었어요.
님때문에 식욕이 떨어져서ㅡ.,ㅡ*

"그만 헤어져욧!"
(푸하하하 -.,-)


stella.K 2007-08-14 16: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ㅎ 웃겨요. 근데 그 옥수수 어떻게 하셨습니까? 몸에 좋은 건데...저는 없어서 못 먹습니다.^^

비연 2007-08-14 18: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ㅋ 재밌군요^^ 그래도 멋진 부리님이세요!

마늘빵 2007-08-14 18: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옥수수 이미 너구리님이 드셨죠?

kleinsusun 2007-08-14 21: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래서...옥수수는 너구리님한테 선물하셨어요? 호홋

가시장미 2007-08-15 08: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형.. 나는 왜 따스한거야? 를 파스한거야?로 잘못 봤을까? ㅋㅋ
파스를 붙였다는줄 알았네 -_-;;
솔직히 그래. 형한테 서운해! 형 가슴 하나도 안따스한 것 같아. 흥=3
(가시장미가 삐진 이유는? ㅋㅋ)

프레이야 2007-08-15 11: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팬더양이 옥수수를 좋아해요, 부리님^^

nada 2007-08-15 16: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언젠가 경춘가도에서 옥수수 팔아보고 싶은 꿈이 있어요. 와서 많이 사주세요.

마노아 2007-08-16 01: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지막줄까지 포함해서 부리님은 마음이 따스해요^^ㅎㅎㅎ

미즈행복 2007-08-16 11: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래 못들려 죄송~
시부모님이 오셔서 열흘간 놀러갔었거든요.
돌아오니 이렇게 재미난 글이 좌악!!!
마음도 따스하시고 유머가 넘치시는 부리님!!!
옥수수는 맛난 음식이니 편식습관을 고치시와요~

부리 2007-08-17 10: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미즈행복님/아아 시부모님이...애 많이 쓰셨겠군요! 님이 정 그리 부탁하신다면 옥수수에 도전해 볼까요^^
마노아님/어마 따스한 댓글!
꽃양배추님/저 믿죠?^^
혜경님/아 네 그렇군요 옥수수를 필히 먹어야겠네요
가시장미님/매우 독창적인 시각, 제가 그래서 가시장미님을 높이 평가합니다^^
수선님/그건 ....비밀입니다 호호홋
아프락사스님/비밀이라니깐요!!!
비연님/아, 저는 뭘 해도 멋있다니까요!^^
스텔라님/필요한 사람에겐 옥수수가 없고 저한텐 있고, 이게 삶의 아이러니죠....^^
돌아오셨군요 환영합니다
너구리님/우린 이제... 말 한마디로 헤어질 사이가 아니게 되었습니다^^
메피님/아아 역시 님은.... 멋지십니다. 그런 반전이...
안티테마님/마지막줄을 안가리고도 이런 찬사를 받는 이는 부리밖에 없다는...^^
다락방님/님두 최고!!
민서님/댓글 다시 다세요!
 


“우리 영화보러 가요!”

예나 지금이나 영화는 가장 만만한 데이트 코스, 어두운 곳에 나란히 앉아 같은 걸 보고 있노라면 보다 친밀해지는 듯한 느낌이다.

“리턴 어때요? 평이 좋던데...”

내가 공포영화를 고른 건 무서운 와중에 손이라도 잡아볼까 하는 사악한 마음이었다. 사실 공포영화를 보는 남녀 중 그런 마음이 없는 사람이 얼마나 되겠는가? 일본의 심리학자인 마쓰이 히데키에 의하면 여자끼리 공포영화를 봤을 때 여자가 놀라는 횟수보다 남녀가 봤을 때 여자가 놀라는 횟수가 4.7배 더 많다고 한다. 마쓰이 씨는 이 결과를 토대로 “남녀가 껴안을 수 있는 공포영화 100선”이란 책을 저술하기도 했는데, 그가 <리턴>을 봤다면 아마도 ‘101선’으로 제목을 고쳐 달았을 거다.


한국에서 공포영화는 안된다고 생각했었다. 여고괴담 1, 2 등 일부 성공작이 없지는 않지만, 우리나라 공포영화는 대개가 관객들보단 배우들만 놀라는 이상한 것들이었다. 하지만 <리턴>은 달랐다. 잔인한 장면이 많이 나와서가 아니라 사건이 벌어지기 전의 긴장감이 시종 내 새가슴을 압도했다.


하지만 난 영화에 제대로 집중하지 못했다. 언제 어떻게 손을 잡아보나 너구리님의 하얀 손만 훔쳐봤을 뿐이었다. 별로 무섭지도 않은데 덥석 손을 잡아 버리면 내가 치한이 되버릴테고, 내가 먼저 잡는 것도 바람직한 건 아니었기에 난 제발 좀 무서운 장면이 나오기를 기대했다. 영화 시작 후 22분만에 ‘그것’이 왔다.

“꺄악!” 소프라노의 비명소리가 들리는 동시에 너구리님이 내 팔에 매달렸다. 너구리님의 아로마향에 잠시 당황했지만, 이내 정신을 차린 나는 살짝 그쪽으로 몸을 기댐으로써 그의 기대에 부응했다.


뭐든지 처음 한번이 어렵다. 남녀관계에서는 특히 그렇다. 어영부영이지만 팔짱을 한번 끼고 나자 너구리님과 나는 막역한 사이가 되었다. 너구리님은 수시로 내 팔짱을 꼈고, 나중에 난 별 장면도 아닌데 “으아!” 소리를 지름으로써 괜한 팔짱을 끼게 만들기도 했다. 숨막히는 공포가 이어지는 마지막 15분, 너구리님은 시종 내 팔에 매달려 있음으로써 날 흐뭇하게 만들었다. 엔딩크레딧이 올라가고 관객들이 자리를 뜰 즈음에도 난 너구리님과 팔짱을 끼고 있었다.


“어머!”

너구리님이 갑자기 팔을 뺀 건 불이 켜지고 몇 초가량 지났을 때였다. 너구리님은 “다음엔 뭐 볼까요?”라고 딴전을 피웠지만, 적당히 살이 오른 내 팔에 만족하는 듯했다. 지금까진 소극적이었지만 이제부턴 적극성이 필요할 때, 메가박스를 나가는 에스컬레이터에서 난 슬그머니 너구리님의 손을 잡았다. 너구리님은 아무 일 없는 듯 하던 얘기를 계속했다.

“미스터 빈의 홀리데이도 보고 싶고요, 아 참 만남의 광장도 괜찮을 것 같아요. 전 다섯글자로 된 영화를 아주 좋아하거든요. ‘우아한 세계’ ‘댄서의 순정’ ‘화려한 휴가’ ‘록키 발보아’....

영화를 무섭게 만들어준 <리턴> 관계자분에 감사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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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착각의 시작
    from Love Conquers All 2007-08-12 20:58 
    지난주 어느날 핸드폰이 울렸다. '부리리리~부리리리~' 어디서 많이 본 듯한 전화번호. "여보세요?" "아, 여보세요? 너구리님이시죠? 저 부립니다!" 이런, 받지말았어야 했는데. "네, 안녕하세요" "아, 제가 영화제작사로부터 영화표를 받아서 같이 갈까 해서 전화를 했습니다" "아니, 뭐. 친구도 많으신데요 뭘 저에게까지 전화를 주시고..." &qu
  2. 위기의 시작
    from 지구온난화방지위원회 2007-08-13 20:08 
    영화관람 이후 부리와 너구리는 급속도로 가까워졌다. 불과 한 달 뒤, 두 사람은 어느덧 하루라도 얼굴을 안 보면 견딜 수 없는 정도까지 진전된 것이다. 전화통화는 아침, 점심, 저녁으로 30통 넘게 이어져 각자 업무에 지장을 줄 정도였다. 두 사람은 오늘도 잠자리에 들기 전에 통화를 하고 있었다. "근데 부리씨, 의대 교수면은 엄청 바쁠텐데 가만 보면 시간이 너무 많은 것 같애. 혹시 땡땡이 치는 거 아니야? 호호호.&qu
 
 
Mephistopheles 2007-08-12 17: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마쓰이 심리학자는 일본인임에도 불구하고 미국 뉴욕에서 논문을 발표하고 연구한다고 하긴 하죠...그나저나 너구리님과 함께 식사라도 해보심이 어떠실지요..분명 모든 음식을 두 팔로 씻어서 드실 것 같은데 말이죠...^^

프레이야 2007-08-12 17: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부리님, 여인의 향기도 다섯자에요. 너굴님이 아마 좋아하실듯.. ㅋㅋ
사실 어제 이거 또 봤거든요..
리턴! 재미난가봐요. 보고싶어요^^

Kitty 2007-08-12 18: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진짜 실사판 로맨틱 코미디같아요. 너무 재미있게 읽고있어요~~~~ㅋㅋㅋ

Mephistopheles 2007-08-12 18:25   좋아요 0 | URL
아 이런 지독한 난독증...실사판 로맨틱을 "살사판 로맨틱"으로 잘못 읽고 너구리님과 반짝반짝 댄스복을 입고 화려하게 "살사"를 추는 부리님을 상상했지 뭡니까....(그런데...제법 재미있는 그림이 나와요 우히히히)

nada 2007-08-12 21:51   좋아요 0 | URL
ㅉㅉ 이젠 노안이 오시는구랴.=3=3

근데 "적당히 살이 오른 내 팔에 만족"이라니.
다음 호에선 부리님 팔이 뜯기는 건가요? >.<

2007-08-12 20:2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7-08-12 21:54   URL
비밀 댓글입니다.

마늘빵 2007-08-12 23: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험... 이거 이거 뭔가 냄새가 나는데... 소설 끝날 때까지 기다리려니... 근질근질

비로그인 2007-08-13 08: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적당히 살이 오른 내팔"에서
닭다리를 상상했습니다.

2007-08-13 16:4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7-08-13 16:48   URL
비밀 댓글입니다.

부리 2007-08-17 10: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속삭님/감사드려요 제가 더 잘해야 할텐데... 그리 멀리 이사가셨다니 갑자기 서운... 미녀들은 왜 다 제게서 멀어지는 걸까요...^^
민서님/많이 배고프시군요
아프님/130부 중 겨우 10편 정도가 연재되었을 뿐...앞으로 많이 남았습니다^^
속삭님/저얼대 아니죠
꽃양배추님/살이 오른 팔은 경배의 대상이지 뜯어먹기 위함이 아니옵니다^^
메피님/님은 난독증 맞아요! 에로 버젼으로!^^
키티님/더 좋은 글을 위해 더 좋은 연애를 하겠다는 저의 멋진 포부...^^
혜경님/원래 울나라 영화제목은 다섯글자가 많답니다 '의'를 가운데 넣고 뭐뭐의 뭐뭐, 이러면 안정감이 있어 보인다나요... 리턴 그래도 볼만했어요
메피님/너구리님과 식사를 하면 가슴이 벅차서 고기한점 집어먹을 수가 없답니다^^ 마쓰이 학자를 아시는 걸 보니 님도 철학이 전공?
 

지난 토요일, 어둠의 경로로 산 CD로 <못말리는 결혼>을 봤다. 김수미의 원맨쇼가 빛나는 예고편을 보고 볼까 싶었는데 시간이 안맞아서 못본 영화. 웬일로 어머니가 집에 계셔서 "엄마 좋아하는 김수미 나온다"고 꼬셔서 같이 봤다.

결론부터 말하면 극장서 안보기를 정말 잘했다. 결말이 뻔히 보일만큼 스토리는 허섭했고, 간간이 나오는 유머는 스토리와 따로 놀았다. 이걸 영화라고 만들었는지, 개그가 되는 김수미 하나로 어떻게 해보려는 건 너무 관객을 만만히 보는 행위였다. 혹시 한국영화는 한국인이 봐줘야 한다고 애국심에 호소하려 했을까.

하지만 내가 이 영화에 고마워한 건, 어머니가 이걸 너무도 재미있게 보셨기 떄문이다. 어머니는 김수미만 나오면 그냥 웃으셨고, 다 보신 뒤에는 나 덕분에 "진짜 재미있는 영화를 봤다"며 좋아하셨다. 친구들을 만나서 자랑까지 했다니, 정말 감동하셨나보다.

예전에 <아폴로 13호>를 본 적이 있다. 그 후 그 영화가 재미있다고 권한 사람을 미워하게 되었지만, 사실 그 영화를 재미있게 본 사람은 적지 않다. 톰 행크스가 나온 영화 중 흥행 몇위안에 들어갈만큼 인기를 끌었다나. 영화를 보고 난 뒤의 느낌은 이렇듯 사람마다 다르기 마련이고, <못말리는 결혼>을 재미있게 봤다고 해서 그 사람의 수준이 떨어지는 건 아니다. 영화에서 어떤 면을 중시하느냐는 사람마다 다르니까.

<디 워>도 사실 그렇게 논란이 될 게 없는 영화였다. 히치콕 등 유명 감독의 영화를 보며 공부를 한 평론가들의 눈에 <디 워>가 좋아 보이지 않는 건 지극히 당연한 일, 그네들에게 "왜 별점을 낮게 줬냐?"고 따져 물을 필요는 없었다. 언제부터 우리가 평론가가 매긴 별점을 따라 영화를 봤는가. 반면 충무로 분들은 네티즌들이 디워에 열광하는 걸 불편해할 이유가 전혀 없었다. 그네들이 애국심으로 영화를 보든, 아니면 돈이 남아서 영화를 보든 무슨 상관이 있는가? 스크린쿼터를 찬성하고 한국 영화의 점유율이 높아지는 걸 바란다면 <디워>가 거기에 보탬을 준다고 해서 해로울 게 뭐가 있을까?

공부를 많이 한 평론가들에게는 좋은 영화와 나쁜 영화가 분명히 존재한다. 하지만 영화가 직업이 아닌, 취미로 영화를 보는 관객들에겐 재미있는 영화가 좋은 영화다. 그리고 그 기준은 사람마다 다르다. 언론의 자유가 보장된 마당에 누구든지 디워가 재미있다고, 혹은 쓰레기라고 말할 권리가 있다. 거기에 대해 "왜 너는 그렇게 말도 안되는 주장을 하느냐?"고 다그치는 일은 타인의 권리를 침해하는 월권행위다.

영화가 보고싶거나 심형래가 잘되길 바라는 사람은 그냥 디워를 보면 된다. 안봐도 뻔하다는 사람은 안보면 된다. 그리고 본 사람의 소감에 대해서는 제발 왈가왈부하지 말자. 주관적 느낌은 제아무리 100분 토론을 한다고 해서 결론이 날 성질의 것이 아니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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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리 2007-08-11 14: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예상되는 댓글
-너구리님: 부리님 멋져요! 제가 이래서 부리님을 좋아하는 거예요!
-아프락사스님: 부리님의 생각에 전적으로 동의합니다. 한가지 질문이 있는데요 D-war가 원래 The War였는데 'ㅇ'이 앞에 오기 때문에 '디 워'가 된 건가요?

라로 2007-08-11 14: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ㅋ
재밌는 분이시군요~.

부리 2007-08-11 14: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아무개님: 언제 부리님과 같이 영화 한번 봐요. 저 귀걸이 하고 나갈께요.
-다락방님: 앗 저 부리님이랑 이 영화 보려고 했는데...
-배혜경님: 아폴로 13호 저도 봤어요 그거 보고나서 아폴로 눈병 걸렸었다는...ㅠㅠ

부리 2007-08-11 14: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해적님; 갑자기 짐 캐리가 생각나는 이유는?
-시비돌이님: 언제 부리님과 끝장 인터뷰를 하고 싶군요
-마노아님: 놀라운 좌충우돌이었어요^^
-주드님: 부리님이 너구리님과 잘되었으면 좋겠어요 결혼했더니 좋더라고요

부리 2007-08-11 14: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울보님: 전 디워 보고 나서 울었는데 이 글 보니까 또 울음이 나오려고 해요 엉엉
-twinpix님: 좋은 영화 나쁜 영화라, 철학적인 제목이군요. 아리스토텔레스가 시학 편에서 이런 제목으로 장문의 끝말잇기를 한 적이 있죠.

부리 2007-08-11 14: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나비님! 언제 오셨나요? 반갑습니다. 님의 힘을 빌어 화제의 글에 한번 가보렵니다!

무스탕 2007-08-11 14: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으.. 댓글에서 계속 엉덩이 춤추고 있는 부리 다섯이 정신없어요.. @_@

라주미힌 2007-08-11 16: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태우스님은 어디로 가셨데요...

마늘빵 2007-08-11 16: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ㅋㅋ 저도 나란히 똑같이 무대에서 춤추는 부리 백댄서 때문에 정신이 없어요. 다섯녀석이 다 각자 춤추며 딴 소리 하는거 같아요.

Mephistopheles 2007-08-11 23: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디워는 보셨나요?? 아님 보실 예정이신가요..??

프레이야 2007-08-12 00: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머낫 미안해요 부리님^^
제가 냉큼 달려와 댓글 달아야하는데 밍기적거리고 있었더니 부리님이 스스로...ㅎㅎ
예상대로에요, 자리 까세요, 부리니~임 ^^


비로그인 2007-08-12 00: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부리님 멋져요! 제가 이래서 부리님을 좋아하는 거예요!

마노아 2007-08-12 02: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대단한 좌충우돌이었다구요^^ㅎㅎ 멋쟁이 부리님!

로쟈 2007-08-12 11: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혹시 '부리'가 '야부리'에서 나온 건가요, 대단한 부리님?^^

다락방 2007-08-12 11: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저 부리님이랑 이 영화 보려고 했는데...

다락방 2007-08-12 11: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하. 부리님 너무 재미있어요. 그런데 전 디 워를 이미 봤답니다. 부리님의 결론에 끄덕이고 갑니다. 그럼요, 볼 사람은 보면 되고, 안볼사람은 안보면 되죠 :)

비로그인 2007-08-12 16: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화질은 어때요? 용산에서 사신거죵?

twinpix 2007-08-15 22: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헉, 깜짝 놀랐어요. 'ㅁ'; 내용에 공감합니다. 저도 수많은 글들을 보며 비슷한 생각을 했었어요.
 


기차를 타고 출근을 하는데 묘한 광채가 나서 그쪽을 바라보니, 내 자리에서 45도 오른쪽에 있는 의자 옆으로 늘씬한 팔이 하나 보인다. 민소매 차림의 얼굴도 이름도 모를 그 여인을 향해 합장을 한 뒤 다시금 책을 읽었다. 하지만 집중이 잘 안됐다. 책을 읽는 틈틈이 그 팔을 바라보며 얼굴을 상상했다. 미녀일까. 아니면 팔만 늘씬한 걸까.


천안에 도착했을 때 난 그녀가 있는 방향으로 내렸다. 그녀를 지나치며 슬쩍 얼굴을 본 나는 너무 당황해서 어쩔 줄을 몰랐는데, 그 이유는 그 사람이 남자였기 때문이었다. 민소매와 늘씬한 팔을 근거로 무턱대고 여자로 단정한 나 자신이 어찌나 한심하던지. 다시 보니 팔도 그렇게 가는 게 아니었다. 남자의 팔을 힐끗힐끗 보면서 혼자 좋아했던 꼴이라니.


어느 책에서 이런 글을 읽은 적이 있다. 몇 명이서 미국 관광을 갔는데, 들른 곳 중 하나가 바로 백악관이었단다.

“저기가 백악관이네. 정말 하얗다.”

“와, 사진에서 보던 곳과 똑같네.”

그네들은 그 앞에서 사진을 여러 장 찍었다. 근데 나중에 알고보니 그들이 들렀던 곳은 백악관이 아니라 전혀 다른 건물이었단다. 글의 저자는 “새로운 곳을 경험하는 대신 원래 잘 알던 걸 눈으로 직접 확인하는 게 과연 여행인가?”고 개탄했지만, 난 백악관을 잘못 알았다 하더라도 자신들이 그렇게 믿고 좋아한다면 그 건물이 백악관이 될 수도 있지 않을까,고 생각했다.


그때의 각성을 어제 일에 대입시켜 보자. 늘씬한 팔을 보고 혼자 좋아했다면, 그 실체가 어떻든간에 그 팔은 내게 기쁨을 준 것이다. 나중에 그가 남자인 걸 알고 실망을 했다지만, 그렇다고 해서 기차를 타고 가던 중 얻은 기쁨이 헛된 건 아니다. 남자면 어떤가. 내가 여자라고 생각하면 되는 거지.


결론: 내가 점점 이상해지고 있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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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7-08-10 08: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여자라고 생각하면 기분이 좋아지십니까? 책에 집중을 못할만큼?
이런이런이런이런....

해적오리 2007-08-10 08: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ㅍㅎㅎㅎㅎ...우피 골드버그가 생각나는 이유는? ^^

마늘빵 2007-08-10 08: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상하지 않아요. :) 근데 다음 소설은 언제쯤?

Mephistopheles 2007-08-10 09: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성 정체성에 심각한 갈등을 겪고 계신 겁니다.

무스탕 2007-08-10 10: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미녀에 이어 미남도 좋아지고 계신듯... =3=3=3

비로그인 2007-08-10 10: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이상해지고 있으신거 맞아요.

울보 2007-08-10 11: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호호 내려서 얼굴 빨개지신것 아닌가요,

비로그인 2007-08-10 12: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리스 조각 중 남녀추니의 조각이 떠오르는 반전!
기대어 엎드린 여인의 뒷모습에 설레어하며 앞을 보았더니 남자였던 조각이었어요. 그나저나 전 왜 한---참 전의 `브로크백 마운틴으로 오세요'라던 메피스토펠레스님의 댓글들이 기억나는지 모르겠습니다. 우히힛

시비돌이 2007-08-10 16: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상하긴요. 단지 성정체성을 찾아가는 것 뿐일지도 모르는거잖아요. ㅋㅋ

프레이야 2007-08-10 21: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드뎌 부리님이 이상해지신게야. ㅎㅎ

마노아 2007-08-10 22: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놀라운 삼단논법이었어요^^ㅎㅎㅎ

2007-08-10 23:3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7-08-11 01:21   URL
비밀 댓글입니다.

twinpix 2007-08-11 12: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미지와 실체. 왠지 철학적인 생각 거리인듯?^^ 'ㅁ' 제가 있었더라도 늘씬한 팔에 집중이 안 되었을 듯해요. 하핫.^^

부리 2007-08-11 13: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튄픽스님/안녕하세요 그 제목으로 제가 글 여러번 썼었죠 아마. 왠지 멋진 제목 같지요^^
속삭님/아닙니다
속삭님/아 네...
마노아님/호호 삼단논법이라니 갑자기 제 글이 대단해 보이는데요^^
혜경님/혼자만 저 이상하다고 하시다니!! 삐짐!
시비돌이님/아앗... 그, 그게 그렇게 되나요?&&
정아무개님/호오 님도 경험담이...?
주드님/브로크백엔 의외에 인물이 있더군요 누군지 불면 여러사람 다치니....호홋
울보님/그렇게까지야.... 코가 빨개졌어요^^
너구리님/제겐 님밖에 없습니다!
무스탕님/미남 아니구요 팔만 미녀였어요!
메피님/사실은 님이 점점 더 좋아져요^^
아프님/너구리님이 협조를 안해주시는 바람에 난항을 겪고 있습니다. 마치 꼭 소설같잖아요...실환데..
해적님/골드버그는 어떤 스토리가 있지요??
민서님/집중이 안되는 건 아니구요 그냥 가끔씩 봤다는 거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