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의 아침이 밝았다. 아침 일찍 차례를 지내러 본가에 가는데, 양화대교에는 수많은 차들이 주차를 해놓고 떠오르는 태양을 보려고 난리가 아니었다. 매일 보는 태양, 새해가 되면 좀 달리 보일까? 해의 모습이 달라졌다기보단 해를 본 걸 계기로 자신을 추스르며 새로운 희망을 가져 보자는 일종의 의식이리라.
알라딘에선 지난 한해 여러 논쟁들이 있어왔고, 올해 역시 그럴 것이다. 알라딘에서 활약하는 논쟁의 대가들을 소개해 본다.
가시장미님
보기드문 미녀 논쟁가로, 학생들에게 논리를 가르치다 깨달음을 얻어 논쟁계에 뛰어들었다. 서재에서 활동한 기간이 긴 건 아니지만, 여러 건의 대첩에 참여한 경험이 있다.
장점: 어려운 말도 쉽게 풀어써줌으로써 내공이 약한 관전자들에게 인기가 있다. 그러다보니 글이 무지하게 길어져, 상대방이 글 분량에 놀라 포기하게 된다.
단점: 상대방을 비판하면 마음이 아파 며칠간 잠도 못자고 일도 손에 잡히지 않을 정도다.
예)
상대방: 그건 아니잖아?
가시장미: 아냐. 그게 맞아. 그게 왜 맞냐면....... 그러니까 그게 맞는 이유는..............이야. 알겠니? 너 말야, 그렇게 살지 마!
상대방: (글 분량에 놀라) 그,그래. 맞는 것 같아.
가시장미: 내가 좀 심했던 게 아닐까? ‘그렇게 살지 마’보단 ‘좀 다른 방법으로 사는 건 어때?’라고 했으면 좋았을 것을. 아냐, 그것도 좀 상처주는 말이야. ‘네 삶도 충분히 훌륭해. 하지만 좀 더 나은 삶도 살 수 있을 거야’라는 건 어떨까. 에이, 괜히 그런 말을 해가지고...
마태우스님
유머있는 페이퍼로 한때 서재계의 정상권에 군림했으며, 수많은 논쟁에 참여했다.
장점: 지지층이 두터워 글만 썼다면 추천이 붙는다. 논쟁의 상대방은 추천수에 놀라 “내가 졌구나!”라고 착각을 하기 마련.
단점: 어릴 적 책을 안읽고 생각을 해본 경험도 일천해, 논리가 빈약하다. 논점일탈과 동문서답이 주특기인데, 그나마도 황우석의 논문이 조작으로 밝혀진 이후 논쟁 참여를 꺼리고 있다.
예)
상대: 그러니까 내 말은 정반합이론에 비춰봤을 때 니 말이 오류라는 거야.
마태: 너, 밥은 먹고 다니냐?
상대: 윽, 추천이 무려 43개라니! 내가 졌구나.
아프락사스
현재 알라딘의 리더로, 원치 않아도 발언을 해야 할 경우가 많은 리더의 숙명상 여러 건의 논쟁에 참여했다.
장점: 성실성이 가장 큰 장점이다. 누가, 아무리 허접한 논리로 시비를 걸어도 매우 성실하게 응대해 주며, 서로 다른 의견 사이에서 접점을 찾으려 노력하는 모습이 감동을 준다. 자신의 잘못에 대해선 흔쾌히 사과하기도 한다.
단점: 닉네임이 길고 끊어읽기도 뭐하다. ‘아프락사스’를 ‘사스님’이라고 부를 수도 없고, ‘아프님’이라고 하면 ‘아프냐’고 묻는 것 같아 영 꺼림직하다. 그렇다고 다섯글자를 다 써서 “아프락사스님이....”라고 하자니 영 귀찮아 상대방이 패배를 자인하는 경우가 많다.
예)
아프락사스: 그러니까 그건 회귀이론에 비춰봤을 때 명백한 오류지.
상대방: 그건 전에 악플악사스, 아, 오타났네. 아프램새스, 이것도 오타. 아프랑사슴....에이 몰라. 내가 졌소!
바람구두님
풍부한 학식과 뛰어난 글재주로 추천을 쓸어가는 바람구두님은 알라디너 118명 중 86명이 ‘논쟁의 달인’으로 꼽을만큼 뛰어난 선수다.
장점: 논리로 점철된 글에는 감동이 없게 마련인데, 바람구두님의 글은 명쾌한 논리와 더불어 감성마저 갖춰 읽는 사람으로 하여금 저절로 추천을 하게 만든다.
단점: 도전자가 없어 은퇴를 했던 헤비급복서 로키 마르시아노처럼, 남들이 그와 논쟁하는 걸 두려워한 나머지 이렇다할 논쟁에 참여한 적이 드물다. 한마디로 ‘전설의 논쟁왕’으로 남아 있다. 하지만 그가 한번 날개를 펴면 날개짓 한번에 천리를 날고, 울음소리는 2천리에 뻗칠 것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예)
상대1: 바람구두님하고 논쟁을 해야겠는데, 난 논리가 딸리니 니가 좀 해라.
상대2: 야, 난 안돼. 무슨 망신을 당하라고? 미친 척하고 니가 해라.
상대1: 야, 그냥 하지 말자.
상대2: 어, 그게 좋겠다.
신지님
최근 떠오르는 논쟁가로 2009년이 기대되는 유망주.
장점: 꺼진 불씨도 다시 살리는 재주가 있다. 자신의 주장 중 중요 포인트에 밑줄을 그어줌으로써 무슨 말을 하는지 알아보기 쉽다.
단점: “그만 하겠다”고 했다가 다시금 상대를 공격하는 기술은 상대를 지치게 만드는 데는 좋지만, 관전자들을 식상하게 만들 우려가 있다.
예)
상대방: 그건 그게 아니라고 생각진 않아.
신지: 알았어. 너랑 의견이 틀린 걸 알았으니 이제 그만하자.
상대방: 어, 그래.
이틀 후.
신지: 야 이 바보야!
상대방: 너 왜 또 하는데?
신지: 네가 바보라는 건 새로 밝혀진 사실이잖아!
메피스토펠레스
뒤늦게 서재계에 입문, ‘마당쇠의 생활백서’ 시리즈로 단숨에 정상권에 진입했다.
장점: 건축을 논쟁에 응용함으로써 논쟁의 차원을 한단계 높게 끌어올렸다는 평을 듣고 있다.
단점: 전형적인 공처가로 자신이 옳다고 생각해도 마님이 옳지 않다고 한마디 하면 그것으로 상황 끝이다.
예)
메피‘ 에펠탑의 원리인 H빔 공법에 의하면 네 주장은 전혀 사실에 근거하고 있지 않은 허구의 이론임이 밝혀지잖아.
상대방: 에펠탑에 의하면 그렇지만 63빌딩에 의하면...궁시렁궁시렁.
마님: 메피, 그냥 졌다고 하고 그만두지 그래?
메피: 네, 마님.
메피: 야야, 네 말이 맞아. 그러니까 그만하자. 내가 졌다.
상대방: 열라 밀리고 있었는데 이게 웬 떡이냐? 이겼다!
푸하님
알라디너 31명이 ‘최고의 논쟁가’로 꼽을만큼 뛰어난 논쟁가로, “논쟁은 이렇게 하는 것”임을 몇 건의 논쟁을 통해 여실히 보여줬다.
장점: 계룡산에서 7년간 논리를 공부하다 하산한 데서 알 수 있듯이, 명징한 논리와 더불어 상대에게 빈틈을 주지 않는 것으로 유명하다. 어떤 경우에도 예의바르고 상대를 설득할 수 있다는 희망을 포기하지 않는다. 다들 “저런 사람과는 말을 섞지 말자”고 생각했던 ‘위x가’와 중복리뷰 논쟁을 벌인 게 대표적이다.
단점: 논쟁에 참여하느라 서재 꾸미기에 소홀해, 활동기간에 비해 서재가 빈약하다. 리뷰가 다섯편, 페이퍼는 42편에 불과하다. 푸하님, 님 글 자주 보고 싶어요!
예)
푸하: 그렇게도 한번 생각해 주세요.
상대방: 내가 왜 그래야 돼지?
푸하: 저는 그럴 수 없다는 님의 주장에 동의합니다. 하지만 제가 그렇게 요구하는 이유는 님이 잘되는 걸 봐야 제 마음이 편하기 때문입니다....
상대방: 알겠소. 님을 봐서 그렇게 생각하리다 (희한하네. 지고도 이긴 것 같네...)
이밖에 상대가 무슨 말을 하든 자기 할말만 하는 위x가란 사람이 있지만, 알라딘에서 활동을 거의 안하는지라 소개하진 않는다.
사람들은 논쟁이 일어나면 “또냐” “이제 그만해라” 등등의 반응을 보이지만, 사람 사는 곳에 논쟁이 없을 수는 없다. 2009년 알라딘을 빛내줄 논쟁가들의 활약을 지켜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