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르바티님이 쓰신 '진보와 도덕적 보수주의'라는 글을 읽고 감명을 받았다.
내용에 동의하는지 여부를 떠나
자신이 말하고자 하는 바를 그토록 명쾌하게 풀어낼 수 있다는 건 대단한 능력이라 생각했다.
그전까지만 해도 파르바티님의 매력은 뛰어난 유머감각이라고 여겼었는데
파르바티님의 이번 글을 보고나니 고급유머는 역시 내공의 뒷받침이 있어야 한다는 걸 깨달았다.
맨날 변기 막은 거 가지고 사람을 웃기려 드는 나는 얼마나 찌질한가.
(그 말이 나온김에 얘기하자면
지난 목요일 모 술집에서 통산 22번째로 변기를 막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난 파르바티님에 대한 의문이 있다.
그것도 아주 강한 의문점이.
1. 왜 그리 닉네임을 자주 바꾸시는지?
내가 파르바티님을 처음 안 것은 그분이 '불멸의 나애리'였을 때였다.
(어쩌면 '씩씩하니'가 더 먼저였을지도 모른다.)
그 후 그분은 KJ가 되셨고, 어느 순간 파르바티로 우리 앞에 나타났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닉네임을 놔두고 이미지만 변경시키는데
파르바티님은 이미지는 놔두고 닉네임만 바꾼다.
이미지가 워낙 인상적이라 못알아볼 염려는 없지만
궁금하긴 하다.
닉네임을 자주 바꾸는 게 혹시 유머의 일환일까?
만일 웃기려 그랬다면 파르바티님의 유머가 부리보다 그리 높지 않은 게 되고
'소프라노의 유래'라는 글을 보면 그런 것도 같고...(이 유머의 원조는 시비돌이님인데^^)
2. 지구 온난화는 구호에 불과한가?
언젠가 엘 고어가 지구온난화에 지대한 관심을 보여
제법이다 싶은 적이 있었다.
더위를 무지하게 타는지라
나 역시 지구온난화가 우리가 꼭 풀어야 할 숙제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신기하게도 나애리님, 아니 파르바티님이
'지구온난화 방지'라는 구호를 서재 대문에 걸어놓으신 거다.
내가 파바티님을 존경하게 된 건 그때부터인데
그 후 그분 서재를 아무리 들락거려도
지구온난화에 대한 고심의 흔적이 전혀 없다.
조금 쉽게 얘기하면, 속은 느낌이다!
과연 파르바티님은 지구 온난화를 이용해 나같이 더위 타는 사람을 유혹한 것일까.
3. 파르바티님은 남자인가 여자인가?
많은 분들이 파르바티님을 남자 분으로 알고 있다.
하지만 명징한 논리와 태산같은 유머감각을 갖추었다고
무조건 남자로 생각한다는 건 도무지 말이 안되는 거다.
하지만 파르바티님은 한번도 자신의 성에 대한 언급을 하지 않았다.
터진 주머니는 송곳을 드러내기 마련,
아무리 철저히 숨기려해도 덜컥 진실을 말해버리는 일이 있다.
파르바티님의 서재를 이잡듯이 뒤진 이유는 그 실수의 편린을 찾고자 함이었다.
찾았다.
파르바티님이 2005년 12월에 쓴 '내 성별 나도몰라'라는 글을 보면
"그이가 나한테..."라는 구절이 있다.
보통은 "그가"라고 하지 "그이"라고 하지는 않는다.
남녀가 쓰는 말의 미묘한 뉘양스 차이를 안다면 이건 결정적인 증거가 된다고 하겠다.
실제로 '성별전문연구가' 르브론 제임스 박사는 '그이'라는 단어를 썼을 때
여자일 가능성이 83%라고 밝힌 바 있다.
문제는 그렇게 간단하지 않아 2003년 9월의 어느날 작성한
"붉은 도마뱀의 꼬리를 잘라라"라는 글을 보면 이런 대목이 나온다.
"내 고등학교 동창 녀석의 제의로 도마뱀을 잡으러 갔다"
르브론 제임스 박사의 책에 보면
'녀석'은 글쓴이가 남자일 확률을 88%까지 높여 준다고 되어 있다.
그리고 여자들은 동창끼리 도마뱀 같은 걸 잡으러 잘 안간다는 걸 감안하면
남성일 확률은 더 높아진다.
물론 남녀공학을 나왔을 수도 있지만 그것 역시 2006년 4월에 쓴
"꼬리가 잘린 도마뱀을 만나다"에 의해 배제된다.
그 글 세번째 줄에 보면 "특정 성만 존재하는 학교를 다녔는지라"라고 되어 있으니까.
내가 왜 그렇게 파르바티님의 성별에 집착하느냐고?
알면서----
여자분이면 작업을 아니 유머 강습도 받고 그러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