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나운 애착 비비언 고닉 선집 1
비비언 고닉 지음, 노지양 옮김 / 글항아리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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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비언 고닉은 수많은 작가에게 '작가들의 작가'로 불린다는데, 아무튼 나의 작가는 아니다. 

다른 글이었다면 모를까, 에세이의 비비언 고닉은, 삶과 관계의 통찰이 곳곳에서 튀어나오곤 하지만, 내 타입 아님. 

"진짜 사랑하는지 어떻게 아냐고? 그냥 아는 거야."
엄마는 말하곤 했다.
"사랑하는지 안 하는지 잘 모르겠으면 사랑하지 않는다는 뜻이야."
이 문장은 시나이 문자처럼 엄마에게서 내게로 계승되었다. - P38

시티칼리지가 지성의 산실이라는 명성을 얻은 건 교수들이 아니라 학생인 우리 덕분이었다. 그건 우리의 지성이 특출났기 때문이 아니다. 전혀 그렇지 않았다. 지성에 굶주린 우리의 에너지가 그 공간에 활력을 불어넣었다. 지적인 삶이라는 개념이 우리 안에서 불길같이 일어났다. 우리는 사상이나 개념을 하나씩 배우면서 그제야 자기가 누구이고 타인이 누구인지 알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 드디어 세상이 이해되기 시작했고, 발 딛고 설 땅을 찾았으며 우주에 설 자리가 생겼다. 시티칼리지에서 우리는 내면의 사색과 정신의 명료함을 가장 중요한 가치로 의식했다. - P164

침묵. 예상치 못한 긴 침묵이다. 메릴린은 한숨 쉰다. "넌 여전히 너희 엄마랑 똑같구나." 그가 말한다.
"뭐?" 나는 숨을 들이쉰다. "무슨 말이야?"
"딱히 대단할 것도 없는 남자를 골라, 그런 다음 엄청나게 이상화를 해. 그다음엔 그 사람이 더 다가오지 않는다는 걸 믿을 수 없어 해. 어떻게 그럴 수 있냐면서 충격을 받아. 그 사람들이 모를 것 같니? 자기가 아니라 네가 먼저 헤어지자고 말할 거라는 걸? 그다음부턴 네가 무조건 우월하다고 생각하고 사람들을 내려다보지."
"그게 어떻게 우리 엄마랑 닮았다는 거야."
"너희 어머닌 결혼 자체를 너무 이상화하셨잖아, 그리고 그 결혼이 끝나버리니까 …… 넌 그러지 마라. 공허감은 스스로 채울 수 있는 거야." - P193

"몇 달 전의 너희 엄마 만났는데." 엄마는 말을 이었다. "너 연락 없다고 뭐라 하시더라. 자식들이란 애들이 하나같이 왜ㅡㄹ 그러니!" 나는 거의 경외심을 담아 엄마를 바라본다. 엄마는 20년 만에 만난 매디슨 사피로 앞에서도 당신 내키는 대로 말하고 행동한다…….
매디는 웃음을 터뜨리더니 지하철로 향하는 길을 막아선 우리를 못마땅하게 흘겨보거나 툭툭치고 지나가는 사람들 사이에서 엄마를 꽉 안았다.
"어머니들이야말로 하나같이 왜들 그러세요." 그는 애정을 담아 대답했다. 나는 그를 바라본다. 만약 샤피로 아줌마가 아들에게 이렇게 말했다면 그의 얼굴은 분노와 고통으로 어두워졌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 엄마 입에서 이 말들이 나왔을 땐 인정 넘치게 지독하고, 후덕하게 짜증스럽다. 가끔 이렇게 한발 떨어져서 보는 순간에 우리 인생도 하나의 이야기가 되는 건 아닐까 생각한다. - P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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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수하 2023-03-15 14:3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작가의 표현이나 문장은 좋은데... 그게 하나의 이야기로 모아지지 않는 느낌이라고 해야하나.
그래서 뭘 써야할지 모르겠더라고요.

<사나운 애착> 읽고 <짝 없는 여자와 도시>를 더 읽으니 <사나운 애착>이 조금 더 이해가 되기는 했습니다 ^^
(연결되는 이야기가 있어서)

다락방 2023-03-15 15:55   좋아요 1 | URL
저도 리뷰를 뭐라고 써야할지 감도 안잡혔고요 무엇보다 비비언 고닉이 음.. 저랑 잘 안맞는 사람인것 같단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 며칠전에 < 짝없는 여자와 도시>제목에 끌려 사려고 했는데 <사나운 애착> 읽고 안사도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ㅎㅎ

수이 2023-03-15 15:1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ㅋㅋㅋㅋㅋㅋ 태그 보고 또 한참 웃고 갑니다. 귀여운 사람이야 암튼. 저는 이 책은 아니고 다른 책 읽었는데 잘 맞으리라 여겼다가 아이쿠나 하고 읽다가 반납했어요. 제목은 좋아요, 사나운 애착. 으르렁거리고 싶어진다 으르렁.

다락방 2023-03-15 15:58   좋아요 1 | URL
<사나운 애착>도 제목 좋고 <짝 없는 여자와 도시>도 제목 좋은데, 저는 비비언 고닉이 제가 별로 안좋아하는 유형의 사람인것 같더라고요. 저는 비비언 고닉이 좀 음.. 에너지 뱀파이어 느낌이었어요 ;;

저는 위 인용문중 193 페이지의 ‘메릴린‘ 이 제 타입입니다 ㅎㅎ

잠자냥 2023-03-15 16:2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에너지 뱀파이어ㅋㅋㅋㅋㅋㅋㅋㅋㅋ 태그로 추가해요. ㅋㅋㅋㅋㅋ

다락방 2023-03-15 17:26   좋아요 0 | URL
그건 너무 저의 지극히 주관적인 감정이라 비비언 고닉 좋아하시는 분들 노여워하실까봐 ㅋㅋㅋㅋㅋㅋㅋ 제가 현실에서 별로 안 좋아하는 류의 타입인 것 같습니다. 흠흠.

독서괭 2023-03-15 18:45   좋아요 0 | URL
에너지 뱀파이어라니 ㅋㅋㅋㅋ 뭔지 궁금하네여 ㅋㅋㅋ

다락방 2023-03-15 21:39   좋아요 2 | URL
쉽게 말하면 ‘친하게 지내면 기빨릴 것 같다’ 가 될 것 같네요? 껄껄..

잠자냥 2023-03-16 10:04   좋아요 1 | URL
공감…. 친구는 하기 싫음 ㅋㅋㅋㅋㅋ

다락방 2023-03-16 13:42   좋아요 0 | URL
저도 친구하기 싫은 타입이에요. 친구하면 저 스트레스 받을 것 같아요. ㅋㅋㅋㅋㅋ

잠자냥 2023-03-15 16:3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나의 작가도 아니긴 해요. 내가 작가가 아니라서 그런가 봅니다. ㅋㅋㅋㅋㅋㅋ 수잔 손택하고 비교하고는 하던데, 읽을수록 손택하고는 좀 많이 다른 사람 같아요

다락방 2023-03-15 17:29   좋아요 0 | URL
저는 역시 에세이를 읽기에 적합하지 않은 인간인 것 같다는 생각을 했어요. 비비언 고닉이 쓴 에세이 아닌 다른 책을 읽어보는 게 저한테는 나을 것 같아요. 너무.. 인간이 보였어요. 하핫;;

난티나무 2023-03-15 20: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에너지 뱀파이어!!!!! ㅋㅋㅋㅋㅋㅋ 듣고 보니 그럴 듯 한데요? ㅎㅎㅎ

다락방 2023-03-15 21:39   좋아요 0 | URL
고닉은 제 타입 아니라 고닉 읽기는 일단 멈춤 입니다 ㅋㅋㅋㅋㅋ

시에나 2023-03-16 10:0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무도 지켜보지 않지만~> 이 책도 읽어보셨어요? 저는 이 책에서 에세이 몇 개는 무지 좋았는데 나랑 안 맞는다고 하신 그 느낌이 뭔지 살짝 알 거 같기도 해요. 저는 은유와 자기 해석이 많이 들어가는 에세이를 선호하지 않고 건조한 문장을 좋아하는데, 고닉은 제 기준에선 전자였거든요. 오히려 조앤 디디온 처럼 팩트만 건조하고 시크하게 다소 냉정하게 쓰고 독자에게 그 해석과 정서를 맡기는 문장이 좀 더 제 타입이긴 합니다. 고닉의 책은 한 권 읽고 나머지 읽으려고 사두었는데.. 기본적으로 이 사람은 외로움 많이 타고 사람하고 가까이 찰싹 붙어있는 거 좋아하는 타입인 거 같고 그게 마음처럼 안 되는 걸 미친듯이 성찰하면서 절절하고 고독한 느낌의 글이 나오는 거 같았어요.저는 사람하고 붙어있는 거 자체를 원래 안 좋아하다보니..아..문장은 너무나 아름답고 멋진데....이게 그렇게까지 간절할 일인가?? 뭐 이런 생각도 조금 했고요 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23-03-16 13:51   좋아요 2 | URL
저 비비언 고닉은 이 책이 처음이었어요. 그리고 이 책 읽으면서 다른 에세이는 읽고 싶은 생각이 안들더라고요. 에세이는 특성상 작가가 너무 잘 드러나는데, 시에나 님이 말씀하신 것처럼 너무 절절하고 들러붙고 집착하고 그런 면들이 싫어서요. 어쩜 지점에서 자신이 부족하다는 걸 너무 잘 인지하고 그래서 표현도 심하게 과잉되고 그런 느낌이라 에세이 한 권 읽는 것도 힘들더라고요 ㅠㅠ
저는 조앤 디디온의 <푸른 밤> 읽었는데 이것도 되게 힘겹게 읽었어요. 제가 에세이를 잘 못읽는 것 같아요. 저란 사람이요. 뭐랄까, 에세이를 읽으면 이렇게까지 이 사람을 잘 알고 싶지 않은데 너무 잘 알게 되는 느낌이라고 해야 할까요. 그런 지점이 절 멀어지게 합니다.. 으...

잠자냥 2023-03-16 15:06   좋아요 1 | URL
다락방님은 에세이를 쓰는 사람 ㅋㅋㅋㅋㅋㅋ
근데 어디선가 다락방님 에세이 보면서 아, 이 인간이 너무 느껴진다. 이 사람하고 친구하면 밥 먹고 술마실 때 기빨려서 친구하기 싫다 이러고 있는 독자 있을지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p

다락방 2023-03-16 15:46   좋아요 1 | URL
잠자냥 님, 정말 그런 후기 읽었습니다. 어떤 남성 독자였는데 ‘소개팅으로 만나며 애프터 신청을 하지 않을 것이다‘ 라고 후기를 썼더라고요? 껄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 세상에 글을 내놓았다면(말도 다르지 않지만) 어딘가의 누군가는 싫어하거나 반박할 수도 있다는 것은 감당해야 하는 것 같습니다. 그것이 인생....................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시에나 2023-03-16 16:04   좋아요 1 | URL
으하하 잠자냥님, 제가 다락방님 댓글 읽고... 딱 쓰려던 말이었습니다. 사실 저도 에세이를 잘 못 읽는 독자인데, 저는 에세이(진짜 기 제대로 빨리는 에세이)를 쓴다면서요. ㅋㅋㅋㅋㅋㅋㅋ 몇년전부터 진짜 자주 하던 말이었고 이러니 그만쓰고 때려치우자며...(하면서 계속 쓴다....)

저도 소설보다 에세이가 더 노골적인 거 같고, 작가의 자아가 너무 크게 느껴지면 읽기 힘들어요. (그러면서 나는 그런 글 쓰고 있다.ㅋ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23-03-16 16:05   좋아요 3 | URL
시에나 님, 찌찌뽕 입니다. 저는 에세이를 쓰면서 에세이 읽기를 싫어합니다. 저는 소설에서 작가가 보이는 것도 싫은데 에세이는 대놓고 너무 작가가 드러나고 독자와의 거리가 확 좁아지잖아요. 그게 저랑 잘 안맞는 것 같아요. 그래서 소설을 훨씬 더 좋아하는데 소설은 제가 쓰지를 못하는 사람이더라고요? 하아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 저는 에세이를 쓰려던 게 아니라 어릴때부터 소설을 쓰고 싶었는데, 그런데 소설은 쓸 수 없고 에세이만 쓰는 사람이 되었어요. 인생은 왜 계획한대로 바라는대로 흘러가지 않을까요?

시에나 2023-03-16 16:08   좋아요 2 | URL
악 너무 웃겨요.ㅋㅋㅋㅋㅋㅋㅋㅋ 이거시 인생.ㅋㅋㅋㅋㅋ
저는 인문서를 쓰고 싶었는데 쓰다보면 사생활 에세이가 됩니다. 아흑.........왜 이럴까........

난티나무 2023-03-17 00:33   좋아요 1 | URL
댓글 늠 재밌어요 ㅋㅋㅋㅋㅋ

- 2023-03-17 06:59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역시 사람 도사 다락방 ㅋㅋㅋㅋ 사람이 보여버려 ㅋㅋㅋㅋ 저는 다락방님이 선물해주신 <아무도...>를 읽었으며 2물결 페미니즘 이후의 페미니스트들이 어떻게 흩어지고 다시 자신에게서 페미니즘을 굳혔는지..... 부분을 집중해서 읽으면서 매우 감명을 받았다고 합니다. (제가 그랬거든욬ㅋㅋㅋ 페미니즘 과몰입에서 빠져나와야 하는 시기?!?ㅋ) 세차례의 로맨스 상실. 사랑, 공동체, 일이라는 세번의 로맨스(페미니즘 안에도 로맨스가 있었던 거죠~)를 끝내고 그녀는 *읽고 쓰고 도시를 걷는 사람*이 되었어요. 그리고 말하죠. 물론 처음의 그 페미니즘의 열정은 아니지만 페미니즘은 내 안에 살아있다고. 안읽으신다고 하셔서 소개하고 갑니다. ㅋㅋㅋ

다락방 2023-03-17 14:48   좋아요 0 | URL
저는 저라는 인간에 있어서도 그런것 같아요. 처음 페미니즘을 읽어볼까 하다가 읽게 되고 또 바로 습득하면서(안할수가 없지요, 대한민국의 여성들이라면) 온 몸으로 흡수했었고 그걸로 무장했었는데 이제는 좀 유연해진 것 같아요. 중심을 잘 잡고 있으면 유연해질 수도 있는 것 같아요. 누구나 무언가를 받아들일 때 그런 식으로 흐르지 않을까 싶어요. 흡수하고 뻗뻗하다가 힘을 좀 빼고 유연해지는 과정이요.

아무튼 저는 고닉은 당분간 안녕..
 
Josh and Hazel's Guide to Not Dating : the perfect laugh out loud, friends to lovers romcom from the author of The Unhoneymooners (Paperback)
크리스티나 로런 / Little, Brown Book Group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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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티나 로런, 이게 최선입니까? 2019년 나온 책에 정상가족 정형화는 좀 후지잖아요? 시크릿가든이야 뭐야..

그래도 조쉬와 헤이즐이 행복하다니, 됐지 뭐. 그래, 행복해라 여러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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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이 2023-03-15 15:1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ㅋㅋㅋㅋㅋ 제가 쓴 100자평인줄

다락방 2023-03-15 15:31   좋아요 1 | URL
저 아이셋에 깜짝 놀랐어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잠자냥 2023-03-15 16:3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에 정말 아이셋?!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부장님 리뷰로 이 책 읽은 느낌....

다락방 2023-03-15 17:25   좋아요 0 | URL
아이 둘 낳고 한 아이는 뱃속에....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 진짜 깜짝 놀랐습니다.

난티나무 2023-03-15 20: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 셋 ㅠㅠㅠㅠ

다락방 2023-03-15 21:38   좋아요 0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일단 어이없죠? ㅋㅋㅋㅋㅋㅋㅋㅋ 그간의 책 내용 다 날아가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어제 정희진 오디오 매거진 중 <한 문장의 세계>코너를 들었다. 정찬, 발터 벤야민, 임화 와 그들의 작품들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다. 코너 중 정희진 쌤은 그런 말씀을 하셨다. 소설가는 이야기를 하는 사람이 아니라고, 그들은 사상가라고. 사상가와 문장을 가져서 소설가인 거라고 하시는 거다. 와- 그 때 뒤통수를 확 때리는 깨달음이 왔다. 바로 그거였어. 내가 이렇게 적절한 단어와 문장으로 정리하지 못했지만 내 나름대로 소설을 읽으면서 '이들의 작품은 한두권 읽으면 더 안읽어도 되겠다'라고 생각하고 밀어두는 작가들이 있는데, 그들이 하는 건 '그저 이야기'였기 때문이었다. 반면 내가 계속 찾아 읽게 되고 읽었던 거 또 읽기도 하는 작가는 그들이 자신의 '사상'을 문장으로 풀어내기 때문이었던 거다. 물론, 이야기라는 형식을 통해서! 내가 이야기를 좋아한다고 생각하면서도 그런데 이야기로 가득한 소설인데 왜 싫지? 하고 갸웃할 뿐 그 이유를 몰랐는데, 내가 원하는 이야기는 사상을 담은 이야기였어. 뭐 굳이 얘기하자면 내가 몇 번 얘기한 적 있지만, 기욤 뮈소, 마르크 레비, 더글라스 케네디... 이 세명이 대표적으로 한 두권 읽으면 더 안읽어도 되는, 그런데 영화로 만들어지기에는 아주 적합한 이야기를 쓰는 그런 작가들 되시겠다. 물론 제 기준, 저의 주관적인 기준입니다. 다른분들은 그 작가들로부터 어떤 사상을 캐치하실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지금 쓰면서 생각하게된건데, 세상의 베스트셀러 소설들은 다 이 '이야기만' 담고 있는 책들이 대부분이지 않나 싶다. 자정의 도서관이랑 꿈 디파트먼트스토어... 흠흠. 각설하고,



선생님은 정찬 작가를 언급하시며 '제 주변의 다섯명 정도는 한국에서 노벨상을 타는 작가가 있다면 그건 이승우나 정찬일 것이다' 라고 생각한다 하셨다. 그 다섯명은 서로 얼굴도 모르지만 그렇게 생각들 하고 있다고. 이 부분에 대해 들으면서 '설마... 그 다섯명 중에 내가 있나?' 했다. 왜냐하면 내가 바로 딱 그렇게 생각하기 때문이었다. 게다가 선생님과 얼굴을 본 적 없는 사이이고. 아, 나는 강연에서 몇 번 뵙긴 했지만 선생님은 나를 모르시는 부분. 그러나 내가 아닐 것이다. 왜냐하면 선생님은 나의 존재 자체를 모르시므로.. 그리고 선생님과 내가 다른게 있다면 선생님은 정찬을 그렇게 생각하시고 나는 이승우를 그렇게 생각한다는 게 되시겠다. 이쯤에서 공개하는 나의 이승우 콜렉션 ㅋㅋㅋㅋㅋㅋㅋㅋ





나는 국내작가중 이승우에 대해서만 나의 책장 한 칸을 주고 있다. 이승우 말고는 이승우만큼 좋아하는 한국 작가가 없다. 이승우 외에는 국내에 책 모으는 소설가가 없다. 이승우 책은 팔지 않는다. 그리고 이승우 책은 아껴 읽는다. 위 책들 중에서도 독, 소설가의 귓속말, 에리직톤의 초상, 이국에서 이렇게 네 권은 아직 안읽었는데, 어제 정희진쌤 매거진 듣고나니 그냥 다 읽고 또 읽고 또 읽고 하자..고 생각하고 있다. 나름 한국 소설가들 책 열심히 읽으려고 노력하는 편이긴 하지만 항상 나로 하여금 '아니, 좀 더... 좀 더....' , '아 이렇게밖에 못한다고?' 막 이렇게 되어버리는데, 이승우의 책에 대해서는 그런 생각이 들질 않고 매번 한문장 한문장 감탄하게 된다. 한국어로 쓰여진 작품을 읽는 한국사람의 순수한 기쁨을 가장 많이 주는 작가이다. 엄마한테도 이승우 책 한 권 읽으시라 드렸었는데, 엄마가 다 읽으시고는 '야 소설가 되기 되게 쉽다, 같은 문장 또 쓰고 또 쓰고 그러네?' 이래서 내가 완전 빵터진 부분. 아니야, 그게 그게 아니라고!! 같은 문장 같지만 같은 문장이 아니란 말이야!! 굳이 엄마에게 이승우 책을 읽어보라 드렸던 이유는 그 책이 성경을 재해석 했기 때문이었고, 그 얘기를 하자 엄마가 읽어보고 싶다 하셨던 거다. 《사랑이 한 일》이 그 책.


이승우의《사랑이 한 일》을 읽고 쓴 리뷰 ☞ 왜 사랑을 시험하나요?

















이승우의《캉탕》을 읽고 쓴 리뷰 ☞ 아직 항해중인 당신에게 


















나는 예전부터 생각해오고 또 말해왔지만, 이승우는 다른 모든 한국작가들과는 결이 다르다고 생각하고 한국작가를 하나의 그룹으로 봤을 때 이승우는 그 그룹과 동떨어져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 이승우가 한국작가들 다 모아놓고 강연이라도 한 번 해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 적도 있다. 이 지점이 도대체 무엇이 다르다고 해야할지를 나는 표현하지 못했었는데 정희진 쌤이 그걸 '사상과 문장'으로 얘기해주신 거다. 아, 사상과 문장! 문장임은 알고 있었지만 다른 하나를 '사상'이라고 표현할 수 없었네, 내가. 


나는 그게 이야기보다 더한 어떤 것, 그러니까 이야기에 더한 어떤것, 이야기로써 완성시키는 어떤 것 이라고 생각을 했고, 그것을 '천착'이라고 표현했던 것 같다. 나는 이승우의 책을 읽을 때마다 아버지 라는 큰 단어와 죄책감이라는 큰 단어가 이승우 작가의 뇌의 중심에 있다고 생각을 해왔다. 그리고 정희진 쌤의 추천으로 정찬을 읽으면서는 정찬의 뇌의 중심에 '폭력'이 있다고 생각해왔다. 정찬은 폭력에 대해 얘기하고 싶어한다고. 그리고 그게 나는 좀 힘들어서 정찬 읽기를 한 권 하고 그만두었던 거다.

정찬 읽기 힘들어하는 사람들 있다고 쌤도 매거진에서 말씀하셨는데, 내가 그런 사람이었다.



정찬의 《두 생애》를 읽고 쓴 리뷰 ☞ 폭력에 천착하는 작가
















그렇지만 정찬의 책을 한 권 더 주문해두었고 지금 내게로 오고 있다. 으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다음주 월요일 책탑을 기대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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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의화가 2023-03-14 09: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승우 작가에 대해서 말씀하시길래 궁금했는데 다락방님 컬렉션이 따로 자리하고 있군요^^ 문학을 많이 읽지는 않지만 한 번 읽고 마는 작가가 있는 반면 계속 궁금해하는 작가가 있는 것은 분명한 것 같아요. 정희진 선생님께서 ‘사상‘이라고 말씀하셨던 부분 저도 무릎을 탁 쳤습니다!ㅎㅎㅎ 저도 문학에서 이야기, 스토리만 건지는 것은 그 나름대로 의미야 있겠지만 독자를 오래도록 흔들 수는 없다고 생각해요. 그 속에 사상과 철학이 있어야 하는 것이겠죠^^ 컬렉션 잘 봤습니다!

다락방 2023-03-14 11:43   좋아요 1 | URL
아마 생각과 느낌 그리고 취향의 차이로 당연히 결론나겠지만, 저는 정희진 쌤은 정찬이고 나는 이승우인 이유가 뭘까에 대해 생각해봤거든요. 취향 외에 더 중요한 다른 것이 있을 것 같은데 그게 무얼까, 곰곰 생각해봐야겠어요. 당연히 삶에서 나온 것일텐데, 삶에서 나온 그것이 바로 무엇인지.. 저는 정찬 작가를 잘 모르지만 선생님이 정찬을 좋아한다는 게 진짜 너무 좋습니다. 왜 좋은지 모르겠는데 좋습니다. 으흐흐흐.

저도 정희진 선생님이 사상이라고 해주실 때 진짜 뒤통수 세게 맞는 느낌이었어요. 그래, 바로 이거야, 이거였어!! 하고 말이지요. 아, 선생님의 오디오매거진을 들을 수 있어서 너무 행복합니다! ㅠㅠ

책먼지 2023-03-14 10:10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다락방님 저는 어제 철학 공부모임에서도 비슷한 이야기 들었는데요. 철학이나 언어는 세계를 있는 그대로 보여줄 수 없다. 그저 은유일 뿐이다. 다만 삶을 살면서 부딪치는 문제들에 대한 대처 기제로 작용한다면 효용이 있다. 그런면에서 오히려 이야기가, 문학 작품이 더 철학일 수 있다. 이런 거였는데 희진쌤 말씀이랑 맥락이 딱 닿아서 어제 무릎 쳤거든요!! 거기에 다락방님의 이 페이퍼까지 읽으니 정리가 샥 되는 느낌입니다!!!

다락방 2023-03-14 11:39   좋아요 2 | URL
책먼지 님 철학 공부모임도 하십니까? 와.. 도대체 책먼지님은 누구십니까! ㅎㅎ
저는 문학을 정말 좋아해서요 문학에 대한 기대도 크고요 그리고 문학이 가진 가능성이 진짜 크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래서 제가 가장 어리석게 보는 사람들은 소설을 무시하는 사람들입니다. 인문학이나 철학을 높게 보고 소설을 그저 이야기라고 무시하는 사람들을 보노라면 제대로 소설 읽기를 못하는 사람이다, 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니가 소설 읽고 가져간 게 없다면 그건 가져갈 수 없는 너의 탓이다, 라고 생각하는 거죠. 후훗. 저는 소설이 인생에서 알아야할 모든걸 품고 있다고 생각해요. 소설만 읽어도 삶에 필요한 아주 많은 감각들을 가져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소설 만세입니다!!

책먼지 2023-03-14 12:08   좋아요 2 | URL
다락방님 말씀에 너무 공감됩니다!! 소설 읽기만큼 읽는 사람의 역량에 크게 좌우되는 독서가 또 없는 것 같은데.. 철학과 인문학이 우월하다고 생각하면서 소설을 무시하는 그런 분들은 실은 철학과 인문학도 제대로 읽어내지 못하신 분들 같아요!! 철학, 문학, 인문학은 도구고 어떤 도구를 선택했든 그것을 통해 우리가 얻게 되는 삶의 지혜 같은 것들은 결국 서로 다 통하는 것 같아서요!! 그런 의미에서 더글라스 케네디나 기욤 뮈소에게도 질리지 않고 무언갈 읽어낼 수 있는 독자는 탁월한 독자일 것 같다는 것에도 완전 동의합니다!! 철학은 앞으로의 제 기대여명을 생각했을 때 무얼하면 남은 삶을 더 잘 버텨낼 수 있을까 싶어서 손대기 시작했어요!! 저에겐 여성주의도 그러한데 앞으로 남은 수십 년을 떠올렸을 때 삶에 질려하지 않고 제가 가지고 놀 수 있는, 더 알고 싶어서 시간이 모자라다고 느껴지는 것들이 더 늘어났으면 좋겠어서요!!!

다락방 2023-03-14 12:38   좋아요 4 | URL
책먼지 님이 다 통한다고 말씀하신 것처럼 결국 학문은 이어지는 것 같아요. 문학도 여성학도 독자적으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다 연결되어져서 다른 학문을 알게 되면 내가 관심가진 학문에 대한 이해도도 더 깊어지고 말이지요. 저는 여성주의 관심이 생겨서 책 읽기 시작하노라니 언어도 종교도 궁금해지고 그러다보면 결국 나와 상관없을 것이라 여겼던 철학에도 닿을 것 같더라고요. 어느것 하나를 관심 갖고 공부하다보면 그것에만 깊어지는 게 아니라 다른 쪽으로 넓어지기도 하는 것 같아요. 저는 소설만 미친듯이 읽는 사람이었는데 혼불 읽다가 ‘아니 왜케 답답해, 페미니즘 읽어보면 이 답답함의 답을 알 수 있나?‘ 해서 여성학 읽게 되었거든요. 그래서 사람은 끊임없이 공부해야 하는가 봅니다. 물론 제가 어릴 때부터 문학을 읽었던 건 공부를 하고자 하는 의도는 전혀 아니었고요, 재미있어서 읽었어요. 시작은 재미였고 지금도 가장 큰 목적은 재미입니다. 소설 읽기가 제일 재미있어요. 제일 질리지 않고 할 수 있는게 소설 읽기인 것 같아요.

책먼지 2023-03-14 12:54   좋아요 2 | URL
각 분야를 통해 얻게 되는 통찰도 서로 통하지만 해당 부문들이 다루고 있는 학문의 내용 자체도 서로 연결된다는 말씀이시죠? 깊어지다보면 넓어지기도 하고 반대로 넓히다보면 깊어지는 것 같기도 합니다!! 저는 필요나 목적에 의해 다 커서 독서를 시작하신 분들 말고 어릴 때부터 책을 좋아했던 분들은 당연히 소설로 독서의 세계에 입문했을 것 같고 재밌어서 책을 읽었을 것 같거든요? 그리고 그 소설에 대한 사랑이 평생을 가는 것 같아요!!! (일단 저부터도 그런 사람!!) 돌고 돌았지만 역시나 소설 만세입니다!!!

잠자냥 2023-03-14 10:17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저도 소설을 미친듯이 읽고는 있지만 다부장님처럼 이야기만 있는 작가들 책은 손이 가지 않더라고요.
잘 모르는 작가라 혹시 한번 하는 생각으로 집어들어 읽었다가도 이야기만 있던 경우는 다시 찾지 않게 되고요....
‘사상‘이라고 하면 엄청난 거 같은데, 생각이 담겨 있는 이야기가 좋고 또 그 생각이 나를 일깨우거나 나와는 좀 다른 생각이라 뭔가 생각할 거리를 던져주는 이야기면 더 좋은 것 같습니다.

그나저나 이승우 찐팬이군요? 전 사실 대학 때 이후로(생의 이면, 일식에 대하여만 읽음) 이승우는 읽지 않아서 저렇게 많은 작품이 나왔는지 이번에 처음 알았어요. 다부장님 책장에 정찬 칸도 마련될지 궁금합니다. ㅎㅎㅎ

다락방 2023-03-14 11:36   좋아요 3 | URL
제가 2010년에 이승우의 <칼>을 처음 읽고 이승우를 알게 되고 좋아하게 됐어요. <칼>에 완전 반했거든요. 아니, 뭐 이런 소설이 다 있지? 하면서 그 때부터 이승우를 읽기 시작했습니다. 좋더라고요. 그 뒤로 부지런히 이승우를 읽고 썼던 것 같아요. 리뷰는 별로 쓴게 없지만 읽을 때마다 페이퍼는 썼던 것 같습니다. 전 참 좋더라고요.
‘사상‘이라고 하면 잠자냥 님 말씀처럼 뭔가 거대한 것 같고 그래서 아마도 저는 사상 까지는 생각을 못했던 것 같은데요, 그 이야기가 품고 있는 생각과 가치관 같은 것들을 보고 좋아하는 거라고 생각하면 그게 바로 사상이 아닌가 싶어요. 저도 사유의 확장을 가지고 오는 책이 좋아요. 단순히 이야기적 재미만 주는게 아니라요. 이야기적 재미만 주는 건 읽기는 쉬워도 금방 휘발되잖아요. 그래서 설사 ‘재미있다‘고 느꼈어도 그런 작가들을 또 찾아 읽진 않는 것 같습니다.

정찬은 저는 조금 힘들어서 이번에 도착할 책까지 읽고 나서 생각해봐야겠어요. 책장에 꽂을것이냐 말것이냐...

DYDADDY 2023-03-14 11: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상이 녹아있는 문장만이 이야기를 완성할 수 있겠죠. 카뮈나 카프카, 사르트르처럼요.
다만.. 리처는 예외입니다. 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23-03-14 11:31   좋아요 0 | URL
제가 대디 님의 이 댓글을 읽으면서 ‘그러네, 잭 리처는 예외인데, 그렇다면 왜 좋을까?‘ 생각해봤거든요. 아무래도 잭 리처가 좋은 이유는 그 독보적인 캐릭터에 있지 않나 합니다. 그리고 그 캐릭터가 가진 분명한 자기 기준과 자기 철학이 있어서요. 저는 잭 리처가 가진 감각을 좋아하거든요. 선과 악에 대한 감각이요. 캐릭터가 출중해서 재미있는 것 같아요. 후훗.

DYDADDY 2023-03-14 11:46   좋아요 0 | URL
다락방님의 댓글을 읽고 생각해보니 작가뿐만 아니라 주인공의 사상과 철학 또한 이야기를 완성할 수 있는 힘도 될 수 있겠다 싶어요. 결국 주인공도 작가의 창작이니 작가가 그런 사상을 가지고 있지 않다면 그런 매력적인 주인공을 만들 수 없겠죠. ㅎㅎㅎ

시에나 2023-03-14 11: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이승우가 누군지도 몰랐어요. 하하하.
사실 저에겐 한국문학을 못 읽는 병이 있습니다. ㅠㅠ 한국문학 (한남문학) 특유의 그 룸펜+루저감성. 지독한 자기 연민... 느낌(다 그런건 결코 아닙니다만....) ...이런 정서를 못견디겠는건데요.(최근 부상하는 여자 소설가들의 작품도 어떤 특유의 느낌 때문에 잘 못 읽는데요. 뭐랄까 여전히 너무..‘착하..‘달까. 그러나 다 그런 건 결코 아니고 제가 아직 소설 고르는 눈이 없어서...) 정찬과 이승우는 읽어보아야겠어요. 정찬도 읽다가 포기했는데 저도 팟캐스트 듣고 재도전해볼라고 주문했어요!


다락방 2023-03-14 11:46   좋아요 3 | URL
시에나 님, 시에나 님이 한국문학을 못 읽는다고 하시는 지점들이 제가 안읽는 지점들과 겹쳐있을 거란 생각이 듭니다. 저도 외국소설을 훨씬 더 많이 읽는데요 일단 이승우를 제외한 한국남자들의 소설은 정말 못읽겠고요-일전에 김봉곤 하도 뜨길래 읽었는데 너무 싫더라고요 으..- 그리고 여자작가들은 지금 다들 ‘페미니즘을 녹여댄 사이다 소설을 써야한다‘에 갇혀있는 것 같아서요. 사이다 서사 혹은 고발 서사로 끝나는 것 같아서 만족스럽지가 않아요. 그러나 지금은 그런 과도기인가 합니다. 그나마 황정은과 이주혜에게는 기대를 걸고 있습니다. 더 뻗어나갈 수 있지 않나 하고요.

정찬과 이승우 읽기 응원합니다, 시에나 님!!

잠자냥 2023-03-14 12:02   좋아요 4 | URL
시에나 님과 다락방 님이 말씀하신 부분들 때문에 한국문학 이제는 안 읽는 사람..... 여기 추가요...
다락방 님의 ˝여자작가들은 지금 다들 ‘페미니즘을 녹여댄 사이다 소설을 써야한다‘에 갇혀있는 것˝ 같다는 말씀에도 공감... 요즘 한국문학은 예전 한국문학의 그 낡은 정서에 반해서 정치적으로 올바른 소설을 써야 한다는 강박에 시달리고 있는 거 같아서 더 답답해요;;;; 으으... 진저리;;

다락방 2023-03-14 12:05   좋아요 4 | URL
저는 ‘페미니즘 소설을 써야 한다, 사이다 소설을 써야한다‘고 마음먹지 않아도 그저 자기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집중해 써내노라면 그 안에 다 녹여져 있을 거라고 생각하거든요. 굳이 보여주려고 애쓰지 않아도 드러나는 지점들이 분명 있고 우리는 그래서 문학을 읽는 거잖아요. 팔리는 이야기를 쓰려다보니 갇히는 것 같아요. 그래서 멀어지게 됩니다. 으으..

시에나 2023-03-14 12:56   좋아요 1 | URL
오오오 동의합니다. 정치적으로 올바른 페미니즘 소설에 갇혀 있다는 --> 제가 느낀게 바로 이거에요! 고발 또는 사이다 서사...그건 분명 필요한 과정이겠으나 사이다가 고발을 통해서만 되는 너낌적 너낌도 조금 있고요. 제가 여자 주인공들에게서 보고 싶은 건 어떤 과정을 통한 자기 변형이자 성장이거든요. 그리고 마음껏 삐뚤어지기도 했으면 좋겠고요.(자꾸 뭔가를 재는 느낌에서 벗어나..) 그건 ‘나는 페미니즘 소설 쓸테다‘ 하고 나오는게 아니겠지요!

바람돌이 2023-03-14 18:2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정희진샘이 정찬작가님 좋아하는건 알았지만 이승우 작가 좋아하는지는 이번 매거진 듣고 처음 알았어요. 그 와중에 한권도 안읽은 저는 뭘까요? 이승우 작가는 많이 들어왔지만 그분의 주제가 저랑은 좀 안 맞는듯하여 늘 손이 안갔었는데 이제 진짜 읽어야 할 타이밍이 온듯한 느낌입니다. ㅎㅎ

다락방 2023-03-15 11:09   좋아요 1 | URL
정희진 쌤 주변에 이승우의 노벨상을 짐작하는 분은 계신것 같은데 정희진 쌤이 이승우를 좋아하는건지는 잘 모르겠어요. 정찬 정찬 하시지 않습니까? 온리 정찬이신듯요 ㅎㅎㅎㅎㅎ
저는 이승우의 문장이 진짜 너무 좋아요, 너무. 되게 단순한 문장들인데 거기에 내적갈등과 심오한 마음이 다 들어있어서 너무 좋아요. 바람돌이 님도 이번 기회에 도전! 어쩌면 바람돌이 님은 정찬을 더 좋아하실지도 모르겠어요.

햇살과함께 2023-03-15 09: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다락방님도 이승우 작가 찐 팬이시군요!
저는 이동진 평론가가 이승우 작가 엄청 팬이어서 빨간책방 들을 때 지상의 노래만 읽었는데,
음.. 좀 더 읽어봐야 겠네요 ㅎㅎ

다락방 2023-03-15 11:10   좋아요 1 | URL
오, 저는 이동진에게 관심이 전혀 없는데 이동진하고 취향은 비슷한 듯 합니다. 일전에 새벽 세시 제가 엄청 사랑하고 출판사에 후속편 요청하고 막 그랬는데 이동진도 새벽 세시 엄청 좋아했다는 얘길 듣게 되었더랬어요. 그런데 이동진도 이승우의 엄청난 팬이군요! ㅎㅎ
저는 어제 이승우의 산문집을 하나 주문했습니다. ㅋ ㅑ ~
좋아하는 작가가 있다는 것은 매우 기쁩니다. 흑흑 ㅠㅠ

햇살과함께 2023-03-15 11:27   좋아요 0 | URL
맞아요! 새벽 세시..도 빨간책방에서 소개해서 읽었어요 ㅋㅋ
그렇지만 제 취향은 아닌 것으로.. 저는 취향이 다른 가 봐요 ㅋㅋ
다음 주 책탑에서 이승우 작가를 보겠네요!
저는 찐하게 좋아하는 작가가 없어서 부럽습니다~

난티나무 2023-03-15 20: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예전에 다락방님 서재에서 이승우 보고 산문집 하나 샀는데 아직도 안 읽었습니다? ^^;;;
정찬도 안 읽었…ㅠㅠ 소설 좋아한다는 말을 이제 못 하겠어요. 클클
책장 👍

다락방 2023-03-16 08:15   좋아요 0 | URL
저는 이승우의 소설을 좋아하는데요 이번에 산문집을 하나 샀어요. <사막은 샘을 품고 있다> 인데요, 산문집도 제가 한 번 읽어보겠습니다! 으하하하하
저도 예전에 비해 소설 읽는 권수가 확 줄긴 했지만 그래도 소설을 놓지 않고 계속 읽을 겁니다. 소설은 정말 짱이니까요! 으하하하하

단발머리 2023-03-16 09: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희진쌤의 오디오 매거진에서 이승우를 듣는 순간 ㅋㅋㅋㅋㅋ 다락방님을 생각했습니다. 나의 예감은 이렇게 이승우 컬렉션으로 완성되네요. 노벨상 타시기 전에 미리미리 읽어둘까 싶습니다!!

다락방 2023-03-16 13:56   좋아요 0 | URL
저는 정희진쌤 오디오매거진 들으면서 선생님이 이승우를 좋아하는건 아니어도 인정은 하시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좀 기쁘더라고요? 내가 인정받은 것도 아닌데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저도 남성특권 다 읽으면 이승우 책 좀 읽어야겠어요. 아니 세상에 읽을 책이 너무 많아서 좋으면서 싫으네요. 껄껄..

아 단발머리 님, 제가 이번주에 산 이승우 산문이 <사막은 샘을 품고 있다> 인데요, ‘신앙과 문학과 삶에 관한 사색‘ 이라고 합니다. 저도 아직 읽기 전이지만, 신앙과 문학과 삶이라니 관심이 좀 생기지 않으시나요? 후훗.
 
















리뷰대회에 참여해서 돈을 싹 가져오자! 라는 다짐으로 이 책을 읽기 시작했는데 중간까지 읽은 현재 리뷰를 쓸 수 없을 것 같은 느낌적 느낌만이.... 이게 책을 읽으면서 어떤 생각이나 충동 혹은 느낌이 뽝 휘몰아쳐서 나를 건드려야 내가 거기에서 파생되는 글을 쓸 수 있는데 이게 아직 아무것도 안주고 있는 거다. 그러니까 수시로 뭔가를 주기는 주는데 나로 하여금 키보드에 손을 올리게끔 하는 그런 걸 아직 안주고 있어. 친구에게 나는 이거 리뷰쓸게 없을 것 같아, 했더니 끝까지 읽다보면 뭐가 나오지 않을까, 해서 일단 끝까지 읽긴 할테지만 중간까지 없었는데 남은 부분에서 나올지는 잘 모르겠다. 하나만 뭐가 뽝 생기면 그 다음은 내 손이 다 알아서 하기 때문에 하나만 생기면 되는데 그게 안생기네. 그게 안생기면 내 손은 아무것도 할 수가 없다. 단 하나의 문장만 딱 생각이 나도 그 다음은 손이 다 알아서 해주건만.. 


참고로 말하자면, 내가 투비에 연재한 첫번째 소설에서 내가 쓰고자 했던 문장은 '베트남은 우기였다' 였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이런거 하나만 있으면 되는데. 그렇게 똭 던지면 그 다음은 다다다다다다다다다닥 손이 따라가는데. 하아- 사나운 애착... 적립금 나와 가까워질 수 없는 것인가. 난 역시 리뷰대회는 안되는건가봉가... 후아-




토요일은 이모로 살았다. 오랜만에 조카들 보고 싶었는데 내가 온다는 소식에 타미는 전날 전화해서 '내일 얘기하면 기니까 오늘 좀 얘기해줄게' 이러면서 자신의 3월을 얘기했다. 웃겨 ㅋㅋ 그리고 조카네 집에 갔는데 좀 많이 걷기도 했고 배도 부르고 고단해서 '이모 (낮잠) 좀 잘게' 했더니, 응 이모는 자, 나는 옆에서 얘기할게 ㅋㅋㅋㅋㅋㅋㅋ 이러면서 나 침대에 누워 눈감고 있는데 옆에서 자신이 새로 간 학교에서 일어난 일과 친구 사귄 일, 각 과목 선생님들의 특징을 조잘조잘 한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내가 아무리 자려고 해도 너무 웃겨가지고 웃으니까 "이모 왜 웃어! 자란 말이야!" 이러는거다 ㅋㅋㅋㅋㅋㅋㅋ너같으면 잠이오겟니?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아, 자야 하는데!! 자고싶은데. 쉬어야 한단 말이야! 아무튼 물 한모금 마시려고 부엌에 나가 물 마시고 있는데 여동생이 잤냐고 물어서 한 숨도 못잤어 타미가 자기 학교생활 나에게 얘기중이야, 했더니 언니 내 방에서 자, 해가지고 내가 안방에 가서 여동생 옆에 누워있었더니 잠시후 타미가 와서 


"이모, 물 마시고 온다며!" 하고 버럭한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여동생이 이모 자게 나가라고 함 ㅋㅋㅋㅋㅋㅋ아무튼 그래서 살짝 낮잠 자고 일어나서 제부랑 다같이 모여 저녁을 먹고 술도 마시고 그러는데, 우리 둘째 조카가 세상에 부동산과 임대수익, 애초에 누가 부동산의 소유자였냐부터 시작해서 자꾸 깊이 있는 질문을 하는거다. 내가 대답하는 데까지 하다가-그렇지만 조카야, 그것은 노동으로 벌어들이는 수입이 아니야, 세상은 똥이다!! 막 이럼 ㅋㅋ- 초등4 조카에게 '그걸 알게 해줄 아주 유명한 책이 있어. 어려운 책이기도 해서 이모도 아직 못읽었는데, 그걸 사줄테니까 읽어봐, 뭐냐면, 엥겔스야.' 그리고 나는 알라딘에서 검색해서 그 책을 보여주었다.
















제부는 그 어려운 책을 사주면 쟤가 어떻게 이해하냐, 지금 법전 읽으면서도 모르는 단어가 수두룩해서 한참 걸린다 하길래, 뭐 어떠냐, 자기가 다 찾아가면서 보면 되는것이고 모르겠으면 안보면 되지 않겠냐, 했다. 그래서 이 책을 조카 사줄라고 장바구니에 넣어두었다. 이거 사줄게 읽어봐 했더니 응! 한다. 나도 아직 안읽었는데 ㅋㅋ 내것도 사야겠다. 애가 참 호기심이 많아... 그리고 덧붙였다.


"조카야, 니가 똑똑한 어른이 되고 성공해서 돈도 막 많이 벌고 그렇게 되면, 그걸 기억해 이 책을 누가 사줬는지. 누가 사줬다?"

"이모!!"


이러고 놀다 왔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여동생 집에 도착하기 전에는 여동생을 먼저 만나 여동생이 찜해둔 까페를 먼저 갔다. 거기 원두를 선물 받았는데 너무 맛있더라고. 언니 한 번 가보자, 해서 졸졸 따라감. 별 생각 없이 아메리카노 주문했는데 여동생이 핸드드립 마시자고 한다. 앗 핸드 드립도 있네? 그렇게 나는 핫을 여동생은 아이스를 주문해 마셨다.




동생아, 까페에서 집까지 걸어가지 않으련, 해서 걸었고(대략 30분) 나중에 밥집은 제부 차 타고 갔지만 집에 돌아갈 때 '걸으면 53분 걸린다니까 난 걸어갈게~' 했더니 여동생도 같이 걷는다고 해서 그 때 또 걸었다. 밤에는 조카들이 '이모 한 바퀴 돌고 오자' 이래서 또 나가서 걷고. 껄껄. 


남동생을 비롯한 주변에서 나에게 '그렇게 술과 고기를 좋아하는데 아직 고지혈증 약을 먹지 않는다니, 대단하다..'고 하는데, 내심 이게 다 내가 걷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디지게 먹고 마시지만 계속 걸어서 그나마 나은게 아닌가...


아무튼 일요일은 고모로 살았다. (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가조카 와가지고 아 진짜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너무 예쁨. 어찌나 콩콩콩 거리고 뛰어다니는지. 아가 걸어다니지를 않는다. 여기서 저기로 콩콩콩콩 뛰고 또 저기서 여기로 콩콩콩콩 뛰고. 거실에 아가 조카 올거라 해서 매트를 깔아두었는데 진짜 잘한일이었어. 엄청 뛴다. 콩콩콩콩. 왜 걷지 않고 뛰어다닐까?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 너무 귀여움. 


토요일은 이모로 살고 일요일은 고모로 살고 어제 밤 열시도 되기 전에 실신해버림...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리고 책을 샀다.

















《나는 어떻게 성형미인이 되었나》는 존재를 알고 있는 책이었지만 딱히 관심은 없었는데, 얼마전에 팟빵에서 김혜리 기자의 매거진 듣다가 이 책의 저자와 이 책에 대해 나누는 대화를 듣게 됐다. 자존감이나 여성학 관점에서 접근하는 책이 아닌것 같아 궁금해져 사게 되었다.


《단단한 영어공부》는 수이 님의 서재에서 알게된 책인데, 영어를 잘하고 싶은 마음이 있는지라 영어 공부법에 대한 책도 가끔 '사곤' 한다. 읽는게 아니라 산다. 사실.. 나는 영어 공부도 다이어트와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잘하고 싶다면, 성공하고 싶다면, 어떻게 하는지 그 방법을 몰라서 성공하지 못하는게 아니라는 것. 우리는 이미 어떻게 해야 성공하는지 알고 있지만 그게 힘들어서 하지 않고, 그걸 '못'하는 걸로 생각해서 자꾸 방법을 찾으려고 하는... 내가 사두고 안읽는 이유도 여기 있는 것 같다. 모르질 않으니까. 안다. 그런데 하지 않는다. 잘하고 싶다. 이러면 책 사는 거임.... 영어 잘하고 싶으면 영어 공부에 시간을 들이고 열심히 하면 됩니다. 다이어트 잘하고 싶으면 덜 먹고 열심히 운동하면 됩니다. 근데 안함. 그게 나임.


《인생 수업》은 진짜 책 제목도 그렇고 표지도 그렇고 완전 안사고 싶은 책 아닌가. 몇해전 베스트셀러 였을 때도 나랑은 상관없어~ 이러고 지나친 책인데 세상에, 정희진 쌤이 좋은 책이라고 이 책을 추천하시는 겁니다. 네? 뭐라고요? 정희진 쌤이라니 읽어봐야지, 하면서도 그런데 차마 새 책을 사고 싶진 않은 거다. 그렇지만 중고의 상태들 다 너무 별로이고.. 계속 사지 못한채 최상 중고 기다리려다가 그냥 새 책 사버렸다.



《Life Lessons》는 인생수업의 원서이다. 다음 영어책 읽기를 이 책으로 하자고 친구들과 이야기해두었다. 왜냐하면 정희진 쌤이 '이 책 원서도 쉬워요' 라고 말씀하셨기 때문에.......그거 믿고 갑니다, 쌤............

















《자미》는 알라딘 서재에서 화제가 되길래 읽어보아야지 싶어 샀다.


《살인자와 프로파일러》는 궁금해서 샀다.


《전염병의 지리학》은 굉장히 많은 말을 해줄 수 있을 것 같아서 샀다. 그러니까 전염병을 단지 병의 현상으로 보기보다 그 전과 후를 다 짚어줄 것 같아서. 같은 전염병을 갖고 있는데 왜 어디는 백신이 남아서 버리고 어디는 백신을 구하기조차 어려운지에 대한 것도 이 '지리학'에 포함되어 있기를 바라는데, 사실 책 소개 얼핏 보니 발생쪽에서의 지리학인것 같긴 하다. 읽어봐야 알 일이다.


《리가의 개들》은 헨닝 만켈의 형사 시리즈인데 지난번에 노란책 읽고 다음 책도 읽어봐야지 생각했었다. 노란책 제목이 생각 안나는데, 그거 괜찮았어서 남동생 읽으라고 줬더니 다 읽었다고 돌려주면서 '이새끼들은 근데 왜이렇게 불륜을 저지르냐?' 라는 감상을 던져주심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빈곤 과정》은 궁금해서 샀다. 평을 보니 쓸데없이 어려운 단어들을 많이 적었다는 것도 보이는데 또 냉철한 분석이라는 평도 보여서 걍 내가 읽어보자 하고 샀다.


《희박한 공기 속으로》는 미미 님의 추천으로 알게된 책이고 여태 벼르다 지금 샀다. 일전에 암벽등반 하는 책 읽고 암벽 등반하는 장면들에서 가슴이 뻐근해지는 그 어떤 것이 있어가지고 희박한 공기 속으로 사람들 왜 가는지 내가 한 번 읽어보겠다.



이제 오늘은 또 오늘의 책을 사러 가야겠다. 엥겔스 책 나도 사서 앞장이라도 읽어야 조카에게 면이 서겠지... 엥겔스 책 사러 가겠다. 이만 총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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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조카님과의 대담.
    from 나는.. 따라쟁이 입니다. 2023-03-16 10:35 
    "이모, 미래에는 산소가 부족해질거야. 지금도 사람들이 나무를 많이 쓰고, 또 계속해서 쓰고 있잖아. 이모가 좋아하는 책도 다 나무야, 내가 좋아하는 책상도 다 나무고. 그리고 지구의 열대화가 계속 되니까, 살 수 있는 생물도 적어지고... 숲이 점점 부족해 지는 거지.. 그래서 내 생각에는 숲을 가지고 있으면 돈을 많이 벌 수 있을 것 같아. 숲에서 산소가 나오면 이제 나라에서 세금도 면제 해주고, 그 산소값을 돌려 줄 것 같거든. 우리가 전기세를
 
 
DYDADDY 2023-03-13 08: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조카분 덕에 많이 웃었습니다. 몇살인지 모르겠지만 벌써 불평등에 관심을 가지는 것을 보면 역시 다락방님의 조카구나 싶기도 해요. 마음같아서는 ‘인간 불평등 기원론‘이 더 나은 것 같지만.. 다락방님의 말씀대로 지대에 대한 내용이라면 그리고 다락방님이 조카분을 더 잘 아실테니 엥겔스의 책이 더 낫겠다 싶습니다.
전문적으로 리뷰를 올리시는 분들의 리뷰도 보는데 뭐랄까.. 정리는 잘 하셨는데 영혼이 빠져 있다고나 할까요. 마치 책을 읽는데 책을 보지 않고 다른 것을 본다는 느낌인데 다락방님은 느끼신대로 평을 해주셔서(가끔 스스로 함정에 빠지시기도 하지만 ㅋㅋㅋ) 오히려 도움이 많이 됩니다. ^^

잠자냥 2023-03-13 08:58   좋아요 2 | URL
변기의 함정

DYDADDY 2023-03-13 09:01   좋아요 1 | URL
잠자냥님 // 음.. 그거 아세요? 아직도 화장실에서 손씻을때마다 다락방님과 그 대화에 참여하셨던 분들이 생각나 세면대 거울을 보면 저도 모르게 웃고 있어요. ㅋㅋㅋㅋㅋ 다락방님을 놓아드려야 하는데.. 하아.. 자꾸 생각나서 큰일이에요.. ㅋㅋ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23-03-13 09:02   좋아요 2 | URL
대디 님/ 사실 조카가 관심을 가진 건 불평등 보다는 돈 입니다. 어떻게 돈을 버느냐, 누가 돈을 버느냐.. 돈을 많이 벌고싶다...쪽인데 제가 불평등을 거기에 끼워 넣고 있는거죠. 후훗. 불평등을 인지하기 바라는 이모의 마음 같은 것이랄까요. 엥겔스 책은 저도 아직 안읽어보아서 이참에 한 번 훑어나 보자 싶어요. 계속 꼭 읽어봐야지 벼르고 있던 책이기도 하고요. 조카에게 어려워서 조카가 첫 장 보다 포기한다 해도 저는 충분히 가치있다고 생각합니다. 일단 ‘엥겔스‘를 들어본 이름이 되게 하고 그 사람이 쓴 책이 ‘토지와 사적 소유‘에 대해 말한다는 것정도만 알아도, 나중에 ‘앗 그걸 읽어볼까?‘가 될 수 있을테니까요. 접근이 가능해지게 만드는 것만으로도 일단 좋지 않은가, 합니다. 조카는 이제 어디가서 엥겔스 라는 단어를 들어도 모르는게 아니라 ‘앗 들어봤다!‘ 하게 되겠죠? 후훗.

제가 뭔가 글을 쓰려면 그 책 속 이야기에 푹 빠져들어야 되는데 에세이는 그 글의 특성상 빠져들기가 잘 안되더라고요. 그래서 에세이 읽으면 뭐 쓸 게 별로 없고 제가 딱히 재미도 느끼지 못하는 것 같아요. 리뷰는 못쓰더라도 읽는데 의미가 있으니 읽겠습니다. 쓰지는 못해서 뭔가 저에게 영향을 미치겠죠. 화이팅!

다락방 2023-03-13 09:02   좋아요 3 | URL
대디 님한테 댓글 쓰고 등록했더니 그 사이에 또 변기 댓글이... 아, 나는 변기에 사로잡힌 몸인가봉가.....

잠자냥 2023-03-13 09:57   좋아요 2 | URL
지난 토요일에 알라딘 메일 온 거 확인하려고 10시에 냉큼 메일함 열어봤는데....
넘 섭섭했다오. 다부장님 다른 페이퍼 소개하고 있어서... 쳇 알라딘 너무 약해 ㅋㅋㅋㅋㅋㅋㅋㅋ

DYDADDY 2023-03-13 10:07   좋아요 1 | URL
잠자냥님 // 담당자는 제대로 기획을 해서 올렸으나 편집 단계에서 함정에 빠진 다락방님을 묻어버릴 수는 없기에 다른 페이퍼를 소개한 것 같아요. 그 페이퍼를 보고 공감하지 않을 사람이 누가 있었을까요? ㅋㅋㅋㅋㅋ 살면서 그런 함정 없는 사람이 누가 있겠어요. 겉으로 보이지 않을 뿐이지요. ㅎㅎㅎ

잠자냥 2023-03-13 09:5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에티오피아 시다모 아이스는 동생분이 주문한 거죠? 역시 다부장님 동생, 커피를 알아...
전 토요일에 가족 모임 있어서 조카들 만나고 와서도 기빨려서 일요일은 암것도 하기 싫어서, 집사2가 어디 가자고 하는 것도 거절하고 집에서 혼자 은둔했는데 다부장님은 고모 노릇하러 또 나가시고! 역시 체력 대단해....
<인생수업> 드디어 사셨군요. 아, 전 저놈의 표지랑 류시화 때문에 자꾸 극복이 안 되네 ㅋㅋㅋㅋㅋ

다락방 2023-03-13 10:45   좋아요 3 | URL
네, 아이스는 동생이 주문한 겁니다. 저는 아메리카노를 마시는 게 더 나았을 거란 생각을 마시면서 했습니다. ㅋㅋ(커피맛 잘 모르는 사람)
이번에 저도 이렇게 연달아 조카들을 만나게 될 일이 겹쳐서 사실 좀 걱정했거든요. 체력이.. 감당이 될까, 하고요. 동생들도 몸살나는거 아니냐고 걱정했는데, 그렇지만 씩씩하게 잘 마치고 어젯밤에야 비로소 기절했습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토요일엔 제부랑 술마시고 일요일엔 남동생이랑 술마셨지만 그래도 오늘 아침 여기에 이렇게 똭!! 작업실에서 이렇게 작업을!!! ㅋㅋㅋㅋㅋㅋㅋㅋ

저 인생수업 사고나서도 역시 아, 진짜 갖기 싫은 표지다... 했어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샀지만 어쩔 수 없었던 선택이랄까요? ㅋㅋㅋㅋㅋㅋㅋ 아무튼 제가 읽어보겠습니다. 정희진 쌤이 아니었다면......... 어쩌면 저 역시 큰 깨달음을 얻게 될지도 모르겠어요. 뭐 딱히 그럴 것 같진 않지만... 하하하하하

건수하 2023-03-13 12:34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오 인생수업을 원서로! 왠지 더 (읽을 수 있다면) 더 와닿을 것 같아요.

이모로 고모로.. 대단하십니다! 그 체력은 다 걷기로부터…. 😳

다락방 2023-03-14 08:10   좋아요 0 | URL
아무데나 딱 펼쳤는데 영어가 너무 빽빽하게 들어차있어서 겁먹고 바로 덮었습니다. ㅋㅋㅋㅋㅋ

아무튼 열심히 걸으려고 합니다. 걷는 거 참 좋지 않나요? 흐흣..

따라쟁이 2023-03-13 13: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모로 사는 삶은 어려워요. 얼마 전에 저는 조카와 개인 탄소세 부담과 산의 소유와 산에서 파생되는 산소의 소유에
대해 한참 이야기를 나누었어요. 어렵더라구요.

다락방 2023-03-14 08:10   좋아요 0 | URL
흐음... 산의 소유와 산소의 소유... 도 엥겔스의 책이 답해줄 수 있을 것 같은데 말입니다. 이참에 모든 조카들에게 엥겔스를!!

Falstaff 2023-03-13 16: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동생 만나서 차 드신 곳이 어딥니까? 전 예쁜 찻잔 보면 오, 너무 좋아해서 말입죠!

2023-03-14 08:0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3-03-14 17:41   URL
비밀 댓글입니다.

바람돌이 2023-03-13 19:2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모 고모로 주말을 왕창 보내셨군요. 보람차지만 몸은 피곤한.... ㅎㅎ 아기조카 말고는 초딩 중딩 아닙니까? 어떻게ㅜ대딩이뉴우리집 딸들보다 똑똑해요? 그게 다 훌륭한 이모덕분이었다는걸 오늘 깨닫고 저는 이놈의 여동생 하면서 멱살잡으러 갑니다. 우리 애들에게 왜 다부장님같은 이모가 못돼줬냐고요. ㅠㅠ

다락방 2023-03-14 09:19   좋아요 1 | URL
제 조카는 아가, 초딩, 중딩.. 이 있습니다. 초딩 조카가 부동산과 돈에 대해 관심을 보여 질문한건데, 이 조카가 유독 돈... 에 관심이 많습니다. 돈을 잘 버는 직업이 변호사라는 말에 법전 보면서 공부하고요. 다 돈.. 때문입니다. 아하하하하. 돈에 관심이 많은 어린이라니 어쩌나 싶으면서 그러나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필연적인가 싶고.. 뭐 그렇습니다. 아하하하하.
 















'이보 안드리치'의 《드리나 강의 다리》는 갖춘지 오래된 책이다. 2012년 그 당시 알라디너로부터 선물 받았다. 아마도 내가 읽고 싶다고 한 책을 그 분이 사주셨던 것 같다. 당시에 이 책에 대한 엄청난 호평을 보아서 읽고 싶었던 것 같다. 게다가 작가와 책의 제목 모두 이것이 대단한 문학작품일 것 같다는 느낌을 팍팍 풍기지 않는가. 막상 받아들고보니 세상 지루하게 생겨서 여태 읽기를 미뤄두었더랬다. 2012년 1월 1일에 선물 받아 2023년 3월에 읽기 시작했으니, 읽으려고 마음먹는 데 11년이 걸린거다. 와... 그나마 감사하렴, 그보다 더 오래되어도 읽히지 않은 책들도 책장에 있단다?

덕분에 책의 색이 좀 바랬다. ㅎㅎ



좀 실망스럽게도 책은 내가 기대한만큼 재미있지도 않고 크게 감동을 주지도 않는다. 어? 하면서 좀 실망감이 찾아온다. 책 제목에서 처럼 '드리나 강의 다리'가 이 책의 주인공이라 해야할까. 여하튼 드리나 강에 다리가 세워지게 되고나서부터 1910년대에 이르기까지 그 다리를 거쳐갔던 개인과 그리고 국가적인 역사를 이야기로-사는건 다 이야기가 아닌가!- 보여준다. 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학창시절 공부에도 별로 흥미도 재능도 없던 내가 그나마 세상에서 무식하지 않게 살아갈 수 있는 건 다 소설책을 많이 읽어서라는 생각을 했다. 새삼 했다. 


드리나 강의 다리 위로 전염병도 지나가고 오스트리아 군인들도 지나가고 결혼식 행렬도 지나가고 폭력도 일어나고 자살도 일어난다. 드리나 강은 그 자리에 생기고 난 후부터 다리 위에서 그리고 다리 주변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을 죄다 보고 듣고 또 경험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게 오랜 시간에 걸쳐 한 세대가 다음 세대로 또 다음 세대로 이어지면서 죽고 태어나고 자라고 사랑하고 그러다가 바야흐로 1910년쯤, 이제 드리나 강 주변의 젊은이들은 다른 나라 가서 공부도 하고 온다. 크로아티아, 오스트리아 또 어디더라. 아무튼 외국 가서 대학 다니가다 방학하면 돌아와 드리나 강의 다리 위에서 토론도 하고 연애도 하고 그러다 또 개학하면 다시 외국으로 가고...


그러노라면 자연스럽게 '나는 왜 여기 갇혀있나' 라면서 자신의 신세를 한탄하는 젊은이들도 있을 수 있고 또 나는 여기서 사는게 좋고 지금의 삶에 전혀 불만이 없는 젊은이도 있을 수 있다. 여하튼 또 방학이 되어 외국갔던 젊은이들 들어와서 다리 위에 밤마다 모여 토론 즐기고 막 그러다가 그 때 한 젊은이인 '스티코비치'가 이 마을에서 교사로 일하고 있는 '조르카'를 만나 사랑에 빠지게 된다. 아니, 이것은 조르카에게는 사랑이었으나 스티코비치는 한여름의 썸.. 같은 거라 해야하지 않을까. 조르카에게는 다른 나라로 떠나지 않고 바로 여기서 돈벌이를 하고 있는 '글라시촤닌'이란 애인이 있었었었었는데 그와 소원해진 틈에 잠깐 찾아온 스티코비치와 학교의 빈교실에서 뜨거운... 뭐 그렇게 되었던 것이다. 그 일을 알고 있던 글라시촤닌은 넘나 빡이 친다. 왜냐하면 스티코비치는 허세 가득한 새끼고 아무리 지가 외국에서 공부를 했든 뭘했든 이 새끼 머리에는 허세뿐이며 그러므로 조르카를 사랑하는게 아니라는 것도 너무 잘 알기 때문이다. 그래서 너무 빡이 쳐. 아니나다를까 개학무렵 스티코비치는 간다는 말도 없이 또 슝 떠나버리고, 조르카는 가슴이 찢어지는 거다. 천갈래 만갈래 찢어지는 가슴. 그런 그에게 엽서를 띄우고 답장도 받지만, 그 답장이라는 것이,



'나를 조이고 부러뜨리는 일들과 걱정 속에서, 나는 마치 강물이 흘러가는 소리와 눈에 보이지 않는 풀 향기가 가득한 비셰그라드의 평화로운 그 밤을 생각하듯이 너를 생각해' -p.410


'해발 2000미터의 높이에서 여러 나라의 말을 하는 여러 나라의 사람들에 둘러싸여 나는 끝없는 지평선을 바라보며 당신과의 지난 여름의 일을 생각한다.' -p.411


이런 식인거다. 조르카는 이 답장들에 매번 실망한다. 이 남자는 나를 사랑한게 아니었어. 알고 있긴했지. 불처럼 타올랐으니 금세 식을거라는 것을. 그러나 조르카는 이 남자를 사랑했기에 이 남자가 나를 사랑한 건 아니었다는 사실이 아프고 괴롭다. 앓는다. 



조르카는 창백해지고 몸이 야위는가 하면 점점 더 내성적이 되었지만 아무도 믿지 않았고 그렇게 냉정하고 간략하고 빈틈없는 문장으로 된 그의 크리스마스 카드에는 답장도 하지 않았다. 그녀는 어느 누구의 도움이나 격려도 없이 자신의 실수와 수치를 스스로 해결하고 싶었지만 이렇게 여리고, 상처받고, 어리고, 경험도 없고, 철부지인 그녀는 현실과 욕망의 헤어날 수 없는 거미줄, 자신의 생각과 그의 도무지 인해할 수 없는 이상한 행동의 거미줄에 자꾸만 끌려들어가는 것을 어쩔 수가 없었다. 만약 누군가에게 묻거나 조언을 해줄 만한 사람이 있었다면 의심할 여지없이 쉬웠을 테지만 그런 창피함이 그녀를 허락하지 않았다. 온 마을 사람들이 자신이 실연당했다는 사실을 알고 있을 거라는 생각이 종종 들었고, 시장을 지날 때마다 사람들이 비웃는 것 같았고, 악의에 찬 눈초리가 자신의 몸을 궤뚫고 지나가는 것만 같았다. 사람들에게서도 책에서도 어디에도 설명은 없었다. 하지만 스스로도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를 몰랐다. 만약 그가 지난 여름 그녀를 정말로 사랑하지 않았다면 그 모든 정열적인 사랑의 말과 사랑의 맹세는 희극(喜劇)이라도 된단 말인가? 사랑이란 말이 아니고는 합리화할 수도 변호할 수도 없고 사랑이 아니라면 참을 수 없는 모욕밖에 되지 않는 그 학교 걸상 위에서의 에피소드는 무엇이라 해석해야 하는가? 그런 장난에 쉽게 자신과 타인을 밀어넣을 만큼 자신과 타인을 그 정도밖에 존중하지 않는 사람이 있다는 것이 가능한 걸까? 사랑이 아니라면 무엇이 그들을 그곳까지 이끌고 간 것일까? 그의 불타는 듯한 눈빛, 뜨겁고도 가쁜 숨결, 정열적인 키스는 무엇이란 말인가? 사랑이 아니라면 이 모든 것들은 무엇이란 말인가? 하지만 사랑은 아니야! 그녀는 자신이 원했던 것보다 더 확실하게 그리고 정확하게 보고 있었다. 그러나 그것들로 다시 평온을 찾을 수는 없었다. -p.411-412



요즘 읽고 있는 《조쉬와 헤이즐이 절대 사귀지 않는 법》에서 헤이즐이 조쉬에게 자신의 나쁜 연애에 대해 고백하는 장면이 있다. 자신에게 다가왔고 그래서 사귀게 됐던 잘생긴 남자 '타일러'가 자신의 성격이 별나다며 6개월만에 이별을 통보했었는데, 그런 타일러가 다른 여자들을 만나면서 자신에게 감정적 육체적 위로가 필요할 때마다 헤이즐을 찾아와 또 섹스를 하게 됐던 일. 번번이 헤이즐은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게 하면 안돼, 다음부턴 이러지 마' 라고 스스로에게 다짐하지만, 어김없이 또 타일러를 받아들이고 또 받아들이면서 2년간 지지부진 타일러와 관계를 유지했던 일. 이 일은 헤이즐의 어리석은 연애였고 나쁜 관계였다. 결국 몇년후 우연히 타일러와 재회하고난 후 헤이즐은 집에 가서 엉엉 운다. 그 시절의 자신이 생각나서. 이제는 타일러가 좀 달라진 것 같지만, 그런데 자신의 그 과거가 자신 앞에 다시 보여서 운다. 그때 그 나쁜 관계가 시작된 게 헤이즐의 대학 1학년 이었다.


모든 사람이 전부다 그런다고는 할 수 없겠지만, 우리는 살면서 한번쯤, 그리고 대체적으로 나이가 어릴 때, 나쁜 사랑에 빠진다. 나쁜 사랑에 빠진 당시에는 그것을 나쁜 사랑이라 인지하지 못하고, 그러나 주변에서 '안그러는게 좋을텐데'라는 걱정을 들으면서 그럼에도 그 길로 빠져 들어간다. 그리고 그것이 '나쁜' 사랑이라는 생각보다는 나쁜 '사랑'이라는 것에 더 치중한다.

나 역시 내 인생에서 지우고 싶은 관계들이 있고 시간들이 있다. 그 중에는 당연히 나쁜, 어리석은 사랑도 있다. 그 당시에는 그것이 어리석다고 생각하지 못했는데, 그러나 그 시간이 지속되는 동안 괴롭고 내가 나를 고통에 몰아갔던 적도 있었던 바, 그것이 나쁜 것이 맞다. 나는 가끔은 내가 여기서 뭐하나, 내가 왜 이러고 있나, 라는 자각을 하면서도 동시에 그 관계를 이어갔다. 그 관계를 바꾸고 싶었는데, 내게는 바꿀 힘이 없었다. 그저 이것이 불만이라는 토로를 가끔 할 뿐이었고, 그마저도 심하게 하면 이 관계가 틀어질까봐 조심스러웠다. 나는 그 때 나를 함부로 대했다는 것을 이제는 안다.


아이러니하게도 그 관계의 끝은 상대가 말했다. 상대도 이것이 나쁘다는 자각을 늘 하고 있었고 나의 토로를 들을 때마다 상대 역시 자신에 대해 돌아보게 됐을 것이다. 결국 그는 '아니'라고 말했고 나는 갑작스런 그의 통보에 울고 괴로워하고 고통스러워했다. 다른 사람들은 이런 아픔을 어떻게 극복하며 사는지 모르겠네, 하면서 오래 괴로워했다. 그 당시에는 내가 '사랑'을 잃었다는 것에 괴로워했는데, 그 관계 때문에 나에게 어떤 벽을 치고도 있었는데, 아주 오랜 시간이 지난 후에야 그게 사랑이 아니었다는 걸 인정할 수 있었고 받아들일 수도 있었다. 그리고 내가 취약한 상태에 놓여있었다는 것도. 나는 드넓은 세상에 혼자 내던져저 살아가야 하는 사람인 것 같았다.


그 관계 이후에, 그리고 그게 사랑이 아니었구나, 결국 내 인생의 오점으로 남게 되어버렸구나.. 라는 걸 깨달으면서 그 관계를 시작하고 또 빠져들게 됐던 당시의 나에 대해 생각해보게 됐다. 나는 장점이자 단점이지만 내가 경험해야 비로소 인지하는 사람이었고, 장점이자 단점이지만 뭐든 혼자 해결하려는 성향이 있었다. 내가 강하다고 착각하고 있었다. 




조르카는 주변인들의 걱정을 들으면서 마을 축제 준비에 참여하게 되는데, 항상 거기에 참여해 준비를 같이하며 과거 연인이었던 글라시촤닌을 반복해 마주치게 된다. 그간 그를 애써 무시하곤 했었지만, 축제 준비를 하며 말을 다시 하게 되었고 그와 매번 대화를 하는 과정에서 위로를 받게 된다. 그리고 글라시촤닌은 그녀에게 극진한 애정을 쏟는다. 조르카는 점차로 회복되어 가면서 그와 다정한 관계가 되고 또 그가 정말 좋은 사람이라는 것도 알게 된다. 그러던 어느날, 글라시촤닌은 지금 나라의 형편이 점점 더 안좋아지고 계속 이렇게 살 순 없다며, 결국 우리는 이곳을 탈출해야만 한다는 답을 내렸다고 조르카에게 말한다. 마침 미국에 아는 사람이 있고 그 사람이 도와주기로 했는데, 조르카, 만약 네가 그럴 의향만 있다면, 나는 너랑 결혼해서 함께 떠나고 싶다. 너가 허락만 해준다면, 미국에 가서 자리잡는 모든 것을 내가 다 준비하겠다, 라고 말하는 거다. 이곳에서의 탈출은 앞으로 살아갈 방법임에는 조르카가 생각하기에도 마땅한 바, 그의 제안이 고맙다. 그는 좋은 사람이고 그의 제안 너무 고맙고, 그러면서 조금만 시간적 여유를 달라고 한다. 학기 끝나기 전까지 대답해줄테니 조금만 시간을 달라고. 그녀는 왜 시간을 달라고 말했을까? 다른 나라로 가 정착하는 것 자체가 인생에서는 쉽게 결정할 문제가 아니기 때문에 그런 것이었을까?



15일 후면 대학생들이 돌아올 것이다. 그때까지 그녀는 아무런 결정도 내릴 수 없을 것이다. 모든 것이 그녀를 아프게 했지만 특히 이 남자의 호의가 가장 아프게 만들었고 가슴을 갈기갈기 찢느다 해도 그녀는 승낙의 말을 할 수는 없었을 것이다. 아무런 희망도 없었지만 단지 한 번 더 '아무도 사랑할 수 없는 그 남자'를 보고 싶을 뿐이었다. 한 번만 더, 그런 다음에는 될 대로 되라지. 니콜라가 기다릴 것이라는 것을 그녀는 알고 있었다. -p.417



아아.. 그녀는 그토록 사랑했던 그러나 자신을 아프게 했던, 허세에 가득찼던, 말없이 떠나버렸던, 그 남자 스티코비치가 보름후면 돌아올 것이라는 걸 안다. 그토록 괴롭고 아팠으면서 그가 나를 사랑한 게 아니라는 걸 알면서, 그러면서도 그 남자를 한 번만 더 보고 싶다. 그리고 그 남자를 한 번 더 보기 전까지는 지금 내게 헌신적인 이 남자에게 예스를 말할 수가 없어...



아..

조르카여

조르카여...

무엇이 달라질 것이라고 생각하는가.

무엇을 기대하는가.

아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

조르카여

그런 남자를 만나지 마오.

당신을 생각한다는 것에 방점이 찍히는 게 아니라 '이런 나'에 더 취한 남자에게 기대를 걸지 마오.



아.. 

사랑은 대관절 무엇이건데 나를 아프게 하고 나를 사랑하지 않는다는걸 알면서도 그를 기다리게 하는가.

사랑이란 무엇인가

인생이란 무엇인가

왜 이렇게 어리석은 시간을 갖게 하는가.

조르카여..

사랑은 무엇이건데 나를 기다릴거란 믿음을 주는 사람에겐 그저 기다리게 하고 나는 원망스런 사람을 바라보는가.

어째서

왜때문에..


조르카여..



어쩌면 조르카에겐 시간이 좀 더 필요할지도 모른다. 그를 잊는데 걸리는 시간이 좀 더 필요할지도 모른다. 자신을 수치스러워하는 시간이 좀 더 필요할지 모른다. 지금 조르카는 1914년의 드리나강 근처에서 살고 있는데, 2023년의 대한민국의 나는 조르카에게 말해주고 싶다. 미국으로 가라고, 그런데 헌신적인 그 남자 따라가지 말고 그냥 혼자 준비해서 가라고, 한 번 해보라고. 그리고 미국가서 영어 공부하고 완전히 다른 삶을 살라고... 그러다보면 크리스토퍼 같은 남자(라고 하지만 덴마크남)가 똭- 나타날지도 모르고 어쩌면 크리스틴 스튜어트 같은 여자가 나타날지도 모르고!! 무엇보다 아무도 안나타나도 센트럴파크에서 조깅하면서 살게 될지도 모른다!!


아, 그러나 미국에서의 정착은 힘들겠지.. 그래도 성공한 삶을 살자, 조르카여. 힘내!! 



아직 뒤에 조금 남았다. 마저 읽어야지. 아 이거 읽는데 시간 디게 오래 걸리네. 읽을 책이 태산인데.. 


아무튼 금요일이고 연말정산 환급되고 그러므로 점심을 푸짐하게 먹겠다. 어제도 그제도 그랬듯이... 샤라라랑~



아 그나저나 뉴욕 또 가고 싶네.. 후-







넌 밤에 전화하지.

나는 수화기를 들지.

다 끝났어.



조르카, 다 끝났다, 다 끝났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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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냥 2023-03-10 10:1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 책 지루할 거 같아서 선뜻 손을 대지 않고 있다가.... 호평이 많아서(골드문트폴스타프!!!!! ㅋㅋㅋㅋㅋㅋ) 샀는데 지루하군요? ㅋㅋㅋㅋㅋㅋㅋㅋ 일단 다음에 읽어야지........

부장님네 회사는 매일 연말정산 환급해주나봐요?
매일 푸짐하게 먹잖아.......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23-03-10 10:35   좋아요 2 | URL
표지에서 너무 지루함이 느껴져서 십년이상 묵혔는데요 본문은 표지의 느낌처럼 지루하진 않거든요. 재미있긴한데 저는 제 기대보다는 별로였어요. 별넷. 잠자냥 님 읽으신다면 제 생각엔 잠자냥 님도 별 넷 가실것 같습니다. ㅋㅋㅋㅋㅋ 뭔가 살짝 부족합니다.

매일 연말정산 환급해주는 건 아니지만 일 년에 한 번 연말정산 환급을 생각하며 매일을 살고 있습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건수하 2023-03-10 14:21   좋아요 0 | URL
매일 일말정산...? ㅎㅎㅎ

다락방 2023-03-10 15:04   좋아요 0 | URL
어휴 오늘 점심에 과식했어요. 혼자 파티를 했네요, 아주. ㅋㅋ
다음주부터 근면하게 살자고 결심했습니다!!

단발머리 2023-03-10 11: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좋은 책 소개, 평가, 뉴욕 사진 모두 감사드리는데요 ㅋㅋㅋ 조르카 어뜩게 됐나요? 와아… 진짜 그 맘 이해하지만 그건 아니잖아요.

다락방 2023-03-10 11:50   좋아요 1 | URL
일단 제가 읽은 부분은 저기에서 끝나는데요, 아마... 저게 끝이 아닐까 합니다. 아 어떡하죠 우리의 조르카... 조르카, 힘내! ㅠㅠ 나랑 마라탕이나 먹읍시다 ㅠㅠ (점심에 마라탕 먹을예정)

그쵸, 단발머리 님, 이해하는데.. 그건 아니죠 ㅠㅠ 제 마음이 딱 그 마음. 그런데 전 순서가 바뀐것 같아요. 제 경우에는 ‘그건 아니지, 그런데 이해한다..‘ 이렇게요. 저 경험과 저 시기를 지나야 비로소 조금 더 남자 보는 눈이 생길지도요.. ㅠㅠ

건수하 2023-03-10 14:22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비비언 고닉 <사나운 애착> 읽으시면 뉴욕 더 가고 싶어지실 겁니다.

몇 번가, 지명 계속 나와서 지도 켜놓고 읽었어요...
(전 뉴욕 못 가봤어요. 너무 커서 안 땡기는데 가면 좋아질까...)

다락방 2023-03-10 15:05   좋아요 2 | URL
저도 사나운 애착 읽으려고 대기중입니다. 아니, 뉴욕에 가고 싶어진다니..
저는 어릴때부터 뉴욕 엄청 가고 싶었거든요. 뉴욕 다녀왔는데 또 가고 싶고 또 가고 싶고.. 그렇게 세번이나 다녀왔네요. 그런데 또 가고 싶어요! >.<

건수하 2023-03-10 15:08   좋아요 1 | URL
세 번이나 가셔도 또 좋다구요! 잠자냥님이 <뉴욕 라이브러리에서> 좋다고 하셔서 영화도 보고 싶은데
한 번은 가봐야겠네요 :)

다락방 2023-03-10 15:22   좋아요 2 | URL
<뉴욕 라이브러리에서> 네이버에서 무료로 준 적 있었거든요. 그 때 다운받아 앞부분 조금 보다 중단했는데 기간 끝나서 지금은 유료네요. 단돈 1,200원!! ㅋ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