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정희진 오디오 매거진 중 <한 문장의 세계>코너를 들었다. 정찬, 발터 벤야민, 임화 와 그들의 작품들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다. 코너 중 정희진 쌤은 그런 말씀을 하셨다. 소설가는 이야기를 하는 사람이 아니라고, 그들은 사상가라고. 사상가와 문장을 가져서 소설가인 거라고 하시는 거다. 와- 그 때 뒤통수를 확 때리는 깨달음이 왔다. 바로 그거였어. 내가 이렇게 적절한 단어와 문장으로 정리하지 못했지만 내 나름대로 소설을 읽으면서 '이들의 작품은 한두권 읽으면 더 안읽어도 되겠다'라고 생각하고 밀어두는 작가들이 있는데, 그들이 하는 건 '그저 이야기'였기 때문이었다. 반면 내가 계속 찾아 읽게 되고 읽었던 거 또 읽기도 하는 작가는 그들이 자신의 '사상'을 문장으로 풀어내기 때문이었던 거다. 물론, 이야기라는 형식을 통해서! 내가 이야기를 좋아한다고 생각하면서도 그런데 이야기로 가득한 소설인데 왜 싫지? 하고 갸웃할 뿐 그 이유를 몰랐는데, 내가 원하는 이야기는 사상을 담은 이야기였어. 뭐 굳이 얘기하자면 내가 몇 번 얘기한 적 있지만, 기욤 뮈소, 마르크 레비, 더글라스 케네디... 이 세명이 대표적으로 한 두권 읽으면 더 안읽어도 되는, 그런데 영화로 만들어지기에는 아주 적합한 이야기를 쓰는 그런 작가들 되시겠다. 물론 제 기준, 저의 주관적인 기준입니다. 다른분들은 그 작가들로부터 어떤 사상을 캐치하실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지금 쓰면서 생각하게된건데, 세상의 베스트셀러 소설들은 다 이 '이야기만' 담고 있는 책들이 대부분이지 않나 싶다. 자정의 도서관이랑 꿈 디파트먼트스토어... 흠흠. 각설하고,



선생님은 정찬 작가를 언급하시며 '제 주변의 다섯명 정도는 한국에서 노벨상을 타는 작가가 있다면 그건 이승우나 정찬일 것이다' 라고 생각한다 하셨다. 그 다섯명은 서로 얼굴도 모르지만 그렇게 생각들 하고 있다고. 이 부분에 대해 들으면서 '설마... 그 다섯명 중에 내가 있나?' 했다. 왜냐하면 내가 바로 딱 그렇게 생각하기 때문이었다. 게다가 선생님과 얼굴을 본 적 없는 사이이고. 아, 나는 강연에서 몇 번 뵙긴 했지만 선생님은 나를 모르시는 부분. 그러나 내가 아닐 것이다. 왜냐하면 선생님은 나의 존재 자체를 모르시므로.. 그리고 선생님과 내가 다른게 있다면 선생님은 정찬을 그렇게 생각하시고 나는 이승우를 그렇게 생각한다는 게 되시겠다. 이쯤에서 공개하는 나의 이승우 콜렉션 ㅋㅋㅋㅋㅋㅋㅋㅋ





나는 국내작가중 이승우에 대해서만 나의 책장 한 칸을 주고 있다. 이승우 말고는 이승우만큼 좋아하는 한국 작가가 없다. 이승우 외에는 국내에 책 모으는 소설가가 없다. 이승우 책은 팔지 않는다. 그리고 이승우 책은 아껴 읽는다. 위 책들 중에서도 독, 소설가의 귓속말, 에리직톤의 초상, 이국에서 이렇게 네 권은 아직 안읽었는데, 어제 정희진쌤 매거진 듣고나니 그냥 다 읽고 또 읽고 또 읽고 하자..고 생각하고 있다. 나름 한국 소설가들 책 열심히 읽으려고 노력하는 편이긴 하지만 항상 나로 하여금 '아니, 좀 더... 좀 더....' , '아 이렇게밖에 못한다고?' 막 이렇게 되어버리는데, 이승우의 책에 대해서는 그런 생각이 들질 않고 매번 한문장 한문장 감탄하게 된다. 한국어로 쓰여진 작품을 읽는 한국사람의 순수한 기쁨을 가장 많이 주는 작가이다. 엄마한테도 이승우 책 한 권 읽으시라 드렸었는데, 엄마가 다 읽으시고는 '야 소설가 되기 되게 쉽다, 같은 문장 또 쓰고 또 쓰고 그러네?' 이래서 내가 완전 빵터진 부분. 아니야, 그게 그게 아니라고!! 같은 문장 같지만 같은 문장이 아니란 말이야!! 굳이 엄마에게 이승우 책을 읽어보라 드렸던 이유는 그 책이 성경을 재해석 했기 때문이었고, 그 얘기를 하자 엄마가 읽어보고 싶다 하셨던 거다. 《사랑이 한 일》이 그 책.


이승우의《사랑이 한 일》을 읽고 쓴 리뷰 ☞ 왜 사랑을 시험하나요?

















이승우의《캉탕》을 읽고 쓴 리뷰 ☞ 아직 항해중인 당신에게 


















나는 예전부터 생각해오고 또 말해왔지만, 이승우는 다른 모든 한국작가들과는 결이 다르다고 생각하고 한국작가를 하나의 그룹으로 봤을 때 이승우는 그 그룹과 동떨어져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 이승우가 한국작가들 다 모아놓고 강연이라도 한 번 해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 적도 있다. 이 지점이 도대체 무엇이 다르다고 해야할지를 나는 표현하지 못했었는데 정희진 쌤이 그걸 '사상과 문장'으로 얘기해주신 거다. 아, 사상과 문장! 문장임은 알고 있었지만 다른 하나를 '사상'이라고 표현할 수 없었네, 내가. 


나는 그게 이야기보다 더한 어떤 것, 그러니까 이야기에 더한 어떤것, 이야기로써 완성시키는 어떤 것 이라고 생각을 했고, 그것을 '천착'이라고 표현했던 것 같다. 나는 이승우의 책을 읽을 때마다 아버지 라는 큰 단어와 죄책감이라는 큰 단어가 이승우 작가의 뇌의 중심에 있다고 생각을 해왔다. 그리고 정희진 쌤의 추천으로 정찬을 읽으면서는 정찬의 뇌의 중심에 '폭력'이 있다고 생각해왔다. 정찬은 폭력에 대해 얘기하고 싶어한다고. 그리고 그게 나는 좀 힘들어서 정찬 읽기를 한 권 하고 그만두었던 거다.

정찬 읽기 힘들어하는 사람들 있다고 쌤도 매거진에서 말씀하셨는데, 내가 그런 사람이었다.



정찬의 《두 생애》를 읽고 쓴 리뷰 ☞ 폭력에 천착하는 작가
















그렇지만 정찬의 책을 한 권 더 주문해두었고 지금 내게로 오고 있다. 으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다음주 월요일 책탑을 기대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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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의화가 2023-03-14 09: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승우 작가에 대해서 말씀하시길래 궁금했는데 다락방님 컬렉션이 따로 자리하고 있군요^^ 문학을 많이 읽지는 않지만 한 번 읽고 마는 작가가 있는 반면 계속 궁금해하는 작가가 있는 것은 분명한 것 같아요. 정희진 선생님께서 ‘사상‘이라고 말씀하셨던 부분 저도 무릎을 탁 쳤습니다!ㅎㅎㅎ 저도 문학에서 이야기, 스토리만 건지는 것은 그 나름대로 의미야 있겠지만 독자를 오래도록 흔들 수는 없다고 생각해요. 그 속에 사상과 철학이 있어야 하는 것이겠죠^^ 컬렉션 잘 봤습니다!

다락방 2023-03-14 11:43   좋아요 1 | URL
아마 생각과 느낌 그리고 취향의 차이로 당연히 결론나겠지만, 저는 정희진 쌤은 정찬이고 나는 이승우인 이유가 뭘까에 대해 생각해봤거든요. 취향 외에 더 중요한 다른 것이 있을 것 같은데 그게 무얼까, 곰곰 생각해봐야겠어요. 당연히 삶에서 나온 것일텐데, 삶에서 나온 그것이 바로 무엇인지.. 저는 정찬 작가를 잘 모르지만 선생님이 정찬을 좋아한다는 게 진짜 너무 좋습니다. 왜 좋은지 모르겠는데 좋습니다. 으흐흐흐.

저도 정희진 선생님이 사상이라고 해주실 때 진짜 뒤통수 세게 맞는 느낌이었어요. 그래, 바로 이거야, 이거였어!! 하고 말이지요. 아, 선생님의 오디오매거진을 들을 수 있어서 너무 행복합니다! ㅠㅠ

책먼지 2023-03-14 10:10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다락방님 저는 어제 철학 공부모임에서도 비슷한 이야기 들었는데요. 철학이나 언어는 세계를 있는 그대로 보여줄 수 없다. 그저 은유일 뿐이다. 다만 삶을 살면서 부딪치는 문제들에 대한 대처 기제로 작용한다면 효용이 있다. 그런면에서 오히려 이야기가, 문학 작품이 더 철학일 수 있다. 이런 거였는데 희진쌤 말씀이랑 맥락이 딱 닿아서 어제 무릎 쳤거든요!! 거기에 다락방님의 이 페이퍼까지 읽으니 정리가 샥 되는 느낌입니다!!!

다락방 2023-03-14 11:39   좋아요 2 | URL
책먼지 님 철학 공부모임도 하십니까? 와.. 도대체 책먼지님은 누구십니까! ㅎㅎ
저는 문학을 정말 좋아해서요 문학에 대한 기대도 크고요 그리고 문학이 가진 가능성이 진짜 크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래서 제가 가장 어리석게 보는 사람들은 소설을 무시하는 사람들입니다. 인문학이나 철학을 높게 보고 소설을 그저 이야기라고 무시하는 사람들을 보노라면 제대로 소설 읽기를 못하는 사람이다, 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니가 소설 읽고 가져간 게 없다면 그건 가져갈 수 없는 너의 탓이다, 라고 생각하는 거죠. 후훗. 저는 소설이 인생에서 알아야할 모든걸 품고 있다고 생각해요. 소설만 읽어도 삶에 필요한 아주 많은 감각들을 가져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소설 만세입니다!!

책먼지 2023-03-14 12:08   좋아요 2 | URL
다락방님 말씀에 너무 공감됩니다!! 소설 읽기만큼 읽는 사람의 역량에 크게 좌우되는 독서가 또 없는 것 같은데.. 철학과 인문학이 우월하다고 생각하면서 소설을 무시하는 그런 분들은 실은 철학과 인문학도 제대로 읽어내지 못하신 분들 같아요!! 철학, 문학, 인문학은 도구고 어떤 도구를 선택했든 그것을 통해 우리가 얻게 되는 삶의 지혜 같은 것들은 결국 서로 다 통하는 것 같아서요!! 그런 의미에서 더글라스 케네디나 기욤 뮈소에게도 질리지 않고 무언갈 읽어낼 수 있는 독자는 탁월한 독자일 것 같다는 것에도 완전 동의합니다!! 철학은 앞으로의 제 기대여명을 생각했을 때 무얼하면 남은 삶을 더 잘 버텨낼 수 있을까 싶어서 손대기 시작했어요!! 저에겐 여성주의도 그러한데 앞으로 남은 수십 년을 떠올렸을 때 삶에 질려하지 않고 제가 가지고 놀 수 있는, 더 알고 싶어서 시간이 모자라다고 느껴지는 것들이 더 늘어났으면 좋겠어서요!!!

다락방 2023-03-14 12:38   좋아요 4 | URL
책먼지 님이 다 통한다고 말씀하신 것처럼 결국 학문은 이어지는 것 같아요. 문학도 여성학도 독자적으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다 연결되어져서 다른 학문을 알게 되면 내가 관심가진 학문에 대한 이해도도 더 깊어지고 말이지요. 저는 여성주의 관심이 생겨서 책 읽기 시작하노라니 언어도 종교도 궁금해지고 그러다보면 결국 나와 상관없을 것이라 여겼던 철학에도 닿을 것 같더라고요. 어느것 하나를 관심 갖고 공부하다보면 그것에만 깊어지는 게 아니라 다른 쪽으로 넓어지기도 하는 것 같아요. 저는 소설만 미친듯이 읽는 사람이었는데 혼불 읽다가 ‘아니 왜케 답답해, 페미니즘 읽어보면 이 답답함의 답을 알 수 있나?‘ 해서 여성학 읽게 되었거든요. 그래서 사람은 끊임없이 공부해야 하는가 봅니다. 물론 제가 어릴 때부터 문학을 읽었던 건 공부를 하고자 하는 의도는 전혀 아니었고요, 재미있어서 읽었어요. 시작은 재미였고 지금도 가장 큰 목적은 재미입니다. 소설 읽기가 제일 재미있어요. 제일 질리지 않고 할 수 있는게 소설 읽기인 것 같아요.

책먼지 2023-03-14 12:54   좋아요 2 | URL
각 분야를 통해 얻게 되는 통찰도 서로 통하지만 해당 부문들이 다루고 있는 학문의 내용 자체도 서로 연결된다는 말씀이시죠? 깊어지다보면 넓어지기도 하고 반대로 넓히다보면 깊어지는 것 같기도 합니다!! 저는 필요나 목적에 의해 다 커서 독서를 시작하신 분들 말고 어릴 때부터 책을 좋아했던 분들은 당연히 소설로 독서의 세계에 입문했을 것 같고 재밌어서 책을 읽었을 것 같거든요? 그리고 그 소설에 대한 사랑이 평생을 가는 것 같아요!!! (일단 저부터도 그런 사람!!) 돌고 돌았지만 역시나 소설 만세입니다!!!

잠자냥 2023-03-14 10:17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저도 소설을 미친듯이 읽고는 있지만 다부장님처럼 이야기만 있는 작가들 책은 손이 가지 않더라고요.
잘 모르는 작가라 혹시 한번 하는 생각으로 집어들어 읽었다가도 이야기만 있던 경우는 다시 찾지 않게 되고요....
‘사상‘이라고 하면 엄청난 거 같은데, 생각이 담겨 있는 이야기가 좋고 또 그 생각이 나를 일깨우거나 나와는 좀 다른 생각이라 뭔가 생각할 거리를 던져주는 이야기면 더 좋은 것 같습니다.

그나저나 이승우 찐팬이군요? 전 사실 대학 때 이후로(생의 이면, 일식에 대하여만 읽음) 이승우는 읽지 않아서 저렇게 많은 작품이 나왔는지 이번에 처음 알았어요. 다부장님 책장에 정찬 칸도 마련될지 궁금합니다. ㅎㅎㅎ

다락방 2023-03-14 11:36   좋아요 3 | URL
제가 2010년에 이승우의 <칼>을 처음 읽고 이승우를 알게 되고 좋아하게 됐어요. <칼>에 완전 반했거든요. 아니, 뭐 이런 소설이 다 있지? 하면서 그 때부터 이승우를 읽기 시작했습니다. 좋더라고요. 그 뒤로 부지런히 이승우를 읽고 썼던 것 같아요. 리뷰는 별로 쓴게 없지만 읽을 때마다 페이퍼는 썼던 것 같습니다. 전 참 좋더라고요.
‘사상‘이라고 하면 잠자냥 님 말씀처럼 뭔가 거대한 것 같고 그래서 아마도 저는 사상 까지는 생각을 못했던 것 같은데요, 그 이야기가 품고 있는 생각과 가치관 같은 것들을 보고 좋아하는 거라고 생각하면 그게 바로 사상이 아닌가 싶어요. 저도 사유의 확장을 가지고 오는 책이 좋아요. 단순히 이야기적 재미만 주는게 아니라요. 이야기적 재미만 주는 건 읽기는 쉬워도 금방 휘발되잖아요. 그래서 설사 ‘재미있다‘고 느꼈어도 그런 작가들을 또 찾아 읽진 않는 것 같습니다.

정찬은 저는 조금 힘들어서 이번에 도착할 책까지 읽고 나서 생각해봐야겠어요. 책장에 꽂을것이냐 말것이냐...

DYDADDY 2023-03-14 11: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상이 녹아있는 문장만이 이야기를 완성할 수 있겠죠. 카뮈나 카프카, 사르트르처럼요.
다만.. 리처는 예외입니다. 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23-03-14 11:31   좋아요 0 | URL
제가 대디 님의 이 댓글을 읽으면서 ‘그러네, 잭 리처는 예외인데, 그렇다면 왜 좋을까?‘ 생각해봤거든요. 아무래도 잭 리처가 좋은 이유는 그 독보적인 캐릭터에 있지 않나 합니다. 그리고 그 캐릭터가 가진 분명한 자기 기준과 자기 철학이 있어서요. 저는 잭 리처가 가진 감각을 좋아하거든요. 선과 악에 대한 감각이요. 캐릭터가 출중해서 재미있는 것 같아요. 후훗.

DYDADDY 2023-03-14 11:46   좋아요 0 | URL
다락방님의 댓글을 읽고 생각해보니 작가뿐만 아니라 주인공의 사상과 철학 또한 이야기를 완성할 수 있는 힘도 될 수 있겠다 싶어요. 결국 주인공도 작가의 창작이니 작가가 그런 사상을 가지고 있지 않다면 그런 매력적인 주인공을 만들 수 없겠죠. ㅎㅎㅎ

시에나 2023-03-14 11: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이승우가 누군지도 몰랐어요. 하하하.
사실 저에겐 한국문학을 못 읽는 병이 있습니다. ㅠㅠ 한국문학 (한남문학) 특유의 그 룸펜+루저감성. 지독한 자기 연민... 느낌(다 그런건 결코 아닙니다만....) ...이런 정서를 못견디겠는건데요.(최근 부상하는 여자 소설가들의 작품도 어떤 특유의 느낌 때문에 잘 못 읽는데요. 뭐랄까 여전히 너무..‘착하..‘달까. 그러나 다 그런 건 결코 아니고 제가 아직 소설 고르는 눈이 없어서...) 정찬과 이승우는 읽어보아야겠어요. 정찬도 읽다가 포기했는데 저도 팟캐스트 듣고 재도전해볼라고 주문했어요!


다락방 2023-03-14 11:46   좋아요 3 | URL
시에나 님, 시에나 님이 한국문학을 못 읽는다고 하시는 지점들이 제가 안읽는 지점들과 겹쳐있을 거란 생각이 듭니다. 저도 외국소설을 훨씬 더 많이 읽는데요 일단 이승우를 제외한 한국남자들의 소설은 정말 못읽겠고요-일전에 김봉곤 하도 뜨길래 읽었는데 너무 싫더라고요 으..- 그리고 여자작가들은 지금 다들 ‘페미니즘을 녹여댄 사이다 소설을 써야한다‘에 갇혀있는 것 같아서요. 사이다 서사 혹은 고발 서사로 끝나는 것 같아서 만족스럽지가 않아요. 그러나 지금은 그런 과도기인가 합니다. 그나마 황정은과 이주혜에게는 기대를 걸고 있습니다. 더 뻗어나갈 수 있지 않나 하고요.

정찬과 이승우 읽기 응원합니다, 시에나 님!!

잠자냥 2023-03-14 12:02   좋아요 4 | URL
시에나 님과 다락방 님이 말씀하신 부분들 때문에 한국문학 이제는 안 읽는 사람..... 여기 추가요...
다락방 님의 ˝여자작가들은 지금 다들 ‘페미니즘을 녹여댄 사이다 소설을 써야한다‘에 갇혀있는 것˝ 같다는 말씀에도 공감... 요즘 한국문학은 예전 한국문학의 그 낡은 정서에 반해서 정치적으로 올바른 소설을 써야 한다는 강박에 시달리고 있는 거 같아서 더 답답해요;;;; 으으... 진저리;;

다락방 2023-03-14 12:05   좋아요 4 | URL
저는 ‘페미니즘 소설을 써야 한다, 사이다 소설을 써야한다‘고 마음먹지 않아도 그저 자기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집중해 써내노라면 그 안에 다 녹여져 있을 거라고 생각하거든요. 굳이 보여주려고 애쓰지 않아도 드러나는 지점들이 분명 있고 우리는 그래서 문학을 읽는 거잖아요. 팔리는 이야기를 쓰려다보니 갇히는 것 같아요. 그래서 멀어지게 됩니다. 으으..

시에나 2023-03-14 12:56   좋아요 1 | URL
오오오 동의합니다. 정치적으로 올바른 페미니즘 소설에 갇혀 있다는 --> 제가 느낀게 바로 이거에요! 고발 또는 사이다 서사...그건 분명 필요한 과정이겠으나 사이다가 고발을 통해서만 되는 너낌적 너낌도 조금 있고요. 제가 여자 주인공들에게서 보고 싶은 건 어떤 과정을 통한 자기 변형이자 성장이거든요. 그리고 마음껏 삐뚤어지기도 했으면 좋겠고요.(자꾸 뭔가를 재는 느낌에서 벗어나..) 그건 ‘나는 페미니즘 소설 쓸테다‘ 하고 나오는게 아니겠지요!

바람돌이 2023-03-14 18:2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정희진샘이 정찬작가님 좋아하는건 알았지만 이승우 작가 좋아하는지는 이번 매거진 듣고 처음 알았어요. 그 와중에 한권도 안읽은 저는 뭘까요? 이승우 작가는 많이 들어왔지만 그분의 주제가 저랑은 좀 안 맞는듯하여 늘 손이 안갔었는데 이제 진짜 읽어야 할 타이밍이 온듯한 느낌입니다. ㅎㅎ

다락방 2023-03-15 11:09   좋아요 1 | URL
정희진 쌤 주변에 이승우의 노벨상을 짐작하는 분은 계신것 같은데 정희진 쌤이 이승우를 좋아하는건지는 잘 모르겠어요. 정찬 정찬 하시지 않습니까? 온리 정찬이신듯요 ㅎㅎㅎㅎㅎ
저는 이승우의 문장이 진짜 너무 좋아요, 너무. 되게 단순한 문장들인데 거기에 내적갈등과 심오한 마음이 다 들어있어서 너무 좋아요. 바람돌이 님도 이번 기회에 도전! 어쩌면 바람돌이 님은 정찬을 더 좋아하실지도 모르겠어요.

햇살과함께 2023-03-15 09: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다락방님도 이승우 작가 찐 팬이시군요!
저는 이동진 평론가가 이승우 작가 엄청 팬이어서 빨간책방 들을 때 지상의 노래만 읽었는데,
음.. 좀 더 읽어봐야 겠네요 ㅎㅎ

다락방 2023-03-15 11:10   좋아요 1 | URL
오, 저는 이동진에게 관심이 전혀 없는데 이동진하고 취향은 비슷한 듯 합니다. 일전에 새벽 세시 제가 엄청 사랑하고 출판사에 후속편 요청하고 막 그랬는데 이동진도 새벽 세시 엄청 좋아했다는 얘길 듣게 되었더랬어요. 그런데 이동진도 이승우의 엄청난 팬이군요! ㅎㅎ
저는 어제 이승우의 산문집을 하나 주문했습니다. ㅋ ㅑ ~
좋아하는 작가가 있다는 것은 매우 기쁩니다. 흑흑 ㅠㅠ

햇살과함께 2023-03-15 11:27   좋아요 0 | URL
맞아요! 새벽 세시..도 빨간책방에서 소개해서 읽었어요 ㅋㅋ
그렇지만 제 취향은 아닌 것으로.. 저는 취향이 다른 가 봐요 ㅋㅋ
다음 주 책탑에서 이승우 작가를 보겠네요!
저는 찐하게 좋아하는 작가가 없어서 부럽습니다~

난티나무 2023-03-15 20: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예전에 다락방님 서재에서 이승우 보고 산문집 하나 샀는데 아직도 안 읽었습니다? ^^;;;
정찬도 안 읽었…ㅠㅠ 소설 좋아한다는 말을 이제 못 하겠어요. 클클
책장 👍

다락방 2023-03-16 08:15   좋아요 0 | URL
저는 이승우의 소설을 좋아하는데요 이번에 산문집을 하나 샀어요. <사막은 샘을 품고 있다> 인데요, 산문집도 제가 한 번 읽어보겠습니다! 으하하하하
저도 예전에 비해 소설 읽는 권수가 확 줄긴 했지만 그래도 소설을 놓지 않고 계속 읽을 겁니다. 소설은 정말 짱이니까요! 으하하하하

단발머리 2023-03-16 09: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희진쌤의 오디오 매거진에서 이승우를 듣는 순간 ㅋㅋㅋㅋㅋ 다락방님을 생각했습니다. 나의 예감은 이렇게 이승우 컬렉션으로 완성되네요. 노벨상 타시기 전에 미리미리 읽어둘까 싶습니다!!

다락방 2023-03-16 13:56   좋아요 0 | URL
저는 정희진쌤 오디오매거진 들으면서 선생님이 이승우를 좋아하는건 아니어도 인정은 하시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좀 기쁘더라고요? 내가 인정받은 것도 아닌데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저도 남성특권 다 읽으면 이승우 책 좀 읽어야겠어요. 아니 세상에 읽을 책이 너무 많아서 좋으면서 싫으네요. 껄껄..

아 단발머리 님, 제가 이번주에 산 이승우 산문이 <사막은 샘을 품고 있다> 인데요, ‘신앙과 문학과 삶에 관한 사색‘ 이라고 합니다. 저도 아직 읽기 전이지만, 신앙과 문학과 삶이라니 관심이 좀 생기지 않으시나요? 후훗.