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하하하하하하하하하. 이 책 재미있다. 작가 '신카와 호타테'가 24세에 사법시험을 합격한 전직 변호사라는데, 와 마작 선수로도 활동했었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이 책의 주인공인 '레이코'도 역시 대형 로펌에 소속된 잘나가는 변호사이다.

시작하자마자 남자친구로부터 프로포즈 링을 받고 자기가 기대한 것보다 저렴하다며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이런 저렴한 반지를 주냐고 화를 내는 레이코를 보면서 뭐여.. 했는데, 아, 레이코는 소설 내내 돈이 제일 중요하다, 돈이 최고다.. 막 이런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 물론 소설이 진행하면서 레이코의 생각도 좀 변하게 되지만. 어쨌든 레이코는 자신의 욕망에 솔직하고 자신을 부당하게 대하는 것을 부러 꾹 참거나 하지도 않는다. 그런 일화들이 사실 사건을 해결해가는 과정보다 재미있다.


이를테면 레이코의 아버지는 레이코의 오빠보다 더 잘난 딸을 못마땅하게 생각하고 오빠의 여자친구 앞에서 레이코를 깎아내린다. 변호사는 아무리 잘나봤자 누군가의 대리인이라며 자신과 아들같은 공무원이 됐어야 한다는 거다. 그런데 우리의 레이코는 그런 말을 듣고 참지 않긔!!


"공무원 박봉은 줘도 안 받아." (p.29) 라고 쏘아붙이는 거다. ㅋㅋㅋㅋ 거실 안의 공기가 순식간에 얼어붙었다.(p.29) 는 거짓이 아닐 것 ㅋㅋㅋㅋㅋ


너 똑똑하고 잘났다며 네 얘기 많이 들었어, 오빠 여자친구가 분위기를 무마하려 하자 아빠는 또 이런다.


"이 녀석은 이 나이 먹도록 요리도 못 해서 데려갈 남자가 없어요." (p.30)


레이코는 참지 않긔!!


"아버지랑 오빠도 요리 못하잖아. 어떻게 다행히 결혼은 했네?" (p.31)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 너무 웃겨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잘한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부모한테 무슨 말버릇이냐고 아버지가 버럭 하지만 레이코는 부모가 부모 노릇을 해야 한다고 쏘아붙인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잘한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간만에 넘나 마음에 드는 여자 캐릭터를 만났다. ㅋㅋㅋㅋㅋ




게다가 일하는 로펌에서는 이번 보너스를 줄였다. 레이코는 자기가 일을 잘했는데 왜 줄었냐 뭔가 잘못한 게 있느냐 상관에게 묻는다. 그러자 상관은 그런게 아니라 너는 앞으로 팀을 꾸려 일하게 될텐데 그런 성질머리로는 곤란하니 줄어든 액수를 장기적으로 지불해야 할 수업료로 생각하라는 거다. 레이코는 참지 않긔!!



"수업료라니, 그런 궤변은 그만두세요!"

앞에 있는 책상을 힘껏 내리쳤다.

"저는 돈 때문에 일하는 겁니다. 일한 대가로 로펌에서 돈을 받는다고요. 수업료네 뭐네 하면서 정당한 대가를 주지 않으면 못 참아요!" (p.19-20)


아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너무 좋지 않은가. 사실 현실에서 저렇게 할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라는 생각을 해보지만, 주인공 레이코는 자신의 능력을 충분히 자신하고 또한 자신이 돈을 좇는다는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맞설 수 있는 것 같다. 그런 지점이 매우 좋다. 내가 원하는 게 뭔지 알고 부당함에 대해 소리지를 수 있다는 것.


게다가 사건을 해결하면서 만나게 되는 남자들을 보며 속으로 생각하는 것들을 읽는 것도 깨알 재미.



남자들은 왜 이렇게 자신의 눈부신 과거 이야기를 늘어놓고 싶어하는 것일까. 그것도 자기가 하고 싶어서가 아니라 남이 하도 조르니까 어쩔 수 없이 해준다는 태도로 말이다. 남자들의 그런 태도는 항상 귀찮았다. (p.120)



레이코의 오빠는 레이코가 보기에 한심하기 그지없는데 분에 넘치는 여자랑 결혼을 약속하고서도 바람을 핀다. 그게 레이코에게 들키자 어쩌다보니 그런거고 자기가 사랑하는 건 약혼녀 뿐이라고 말한다.



나와 피가 섞인 형제였지만 한심해서 참을 수가 없었다.

학생 때 인기가 없던 놈들은 사회인이 된 뒤에 직함이나 지위가 생겨서 여자들이 상대해 주기 시작하면 허파에 바람이 든다고들 하던데, 그 말이 사실인 듯했다. (p.237)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뭐랄까, 상대가 상처받을까봐 자신이 해야할 말을 꾹 참거나 하지 않는 레이코의 성격은 이런 대화에서도 빛난다. 그러니까 사건 해결중에 관계자를 만나게 되는데, 그는 대기업을 일군 가족의 일원이지만 회사 경영에 참여하지 않는 거다. 그가 왜 참여하지 않은걸까 궁금해 그 이유를 묻는 장면.



"그러고 보니 긴지 씨는 왜 모리카와 제약 경영에 관여하지 않는 거죠?"

내가 순수한 궁금중을 꺼내자, 긴지는 기쁜지 얼굴이 환해졌다.

이 질문이 나오기를 내심 바란 모양이었다. 남자들이 사랑하는 '자신의 이야기'가 시작될 예감이 들었다.

"거기에는 긴 뒷이야기가 있어."

"짧게 해주세요."

나는 못을 박았지만 긴지의 이야기는 결국 길게 이어졌다. (p.277)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 너무 좋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짧게 해주세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아 이건 언젠가 써먹어야겠다. 누가 '거기에는 긴 뒷이야기가 있어' 이러면 '짧게 해' 이래야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깨알재미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거 영화나 드라마로 만들어져도 좋을 것 같다. 이 변호사는 책속에서 28살인데, 우리나라 영화로 캐스팅하면 누가 좋을까, 생각하니 제일 먼저 전지현 이 떠올랐다. 뭔가 '짧게 해주세요' 나 '아빠도 요리 못하면서 결혼 잘만했네?' 이러는 거 대사 너무 잘칠 것 같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책속에서는 재벌인 전남친이 죽으면서 자신의 재산을 자신을 죽인 범인에게 주라고 유언을 남긴다. 게다가 자신의 자잘한 재산-별장이라든가 토지라든가- 하는 것들은 자신이 은혜를 입었던 사람들을 떠올리며 나눠주라 하는데, 거기에는 '내 전여친들에게도 줘라' 면서 전여친들의 목록이 있는 거다. 사실 레이코는 그 남자와 사귄 기간이 아주 짧았는데 자신도 목록에 있는 걸 보고 놀란다. 읭? 그렇지만 얼마 안되는거라 레이코가 그걸 받을 생각을 한 건 아니었고, 그 사건에 얽혀있는 사람의 법률 대리인이 되면서 이 사건에 들어가게 되는거다. 이 부분 보면서 나는 내 전남친들을 당연하게도 떠올려 보았다. 물론 죽어가면서 전여친들까지 챙길 남자는 거의 없을 것이고, 이 소설속 캐릭터가 좀 특이한 경우지만, 설사 그렇다고 해도 내 전남친들은 모두 나눠줄 재산이 없었다. 나를 혹여라도 그리워한다거나 늘 가슴 속에 품고 있었다고 해도(뭐 그럴 일은 없겠지만) '내 별장을 내 전여친에게 나눠줘라' 를 할 수 없다는 것. 물론 모두들 나랑 헤어진 뒤 상당한 시간이 흘렀으니 그 사이에 어떤 변화가 있었을 지도 모른다. 주식을 했다던가 코인을 했다던가 해서 갑자기 큰 돈을 자기 통장에 넣게 되었을지도 모르지만, 그럴 가능성이 있을 수도 있겠지만, 그렇다해도 나눠줄만큼 큰 돈일 수는 없지 않을까. 애초에 쪼꼬미 돈으로 투자를 했으면 커져봤자 쪼꼬미... 가 아니라 대박 터졌으려나. 흐음. 그래 함부로 단정짓지 말자. 어딘가에서 큰 돈 벌고 나를 생각하고 있을지도 몰라. 죽어갈 때 나에게 그 중 일부를 남길 수도 있을테니, 나는 건강히 오래오래 살아야겠다.



책속 등장인물 중에 한 명은 젊어서 사랑한 여자를 잊지 못하고 예순이 되도록 결혼도 하지 않으면서 돈을 벌고 스포츠카를 사고 막 그러는데 나중에 그 여자랑 재회하게 된다.


"계속 독신으로 산 보람이 있었어." (p.346)


라고 말하는데, 나는 이거 왜이렇게 웃기고 좋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꼭 그여자를 다시 만나서라기 보다는 화려한 모습으로 다시 만나서 그런걸까. 나도 계속 독신으로 산 보람을 느낄 수 있도록 화려해져야겠다. 그리고 전남친들아, 화려해져라. 돈 많이 벌어라. 혹시 아니, 예순에 나랑 재회할지... 돈 벌어라, 전남친들이여!! 잔뜩 벌어라. 나는 돈 너무 좋아해. 돈이 최고다. 돈 만만세야!!!



그럼 이만.


나도 아사히에게 자기 소개를 했다. 그러고 나자 딱히 할 말이 없어서 우리는 조용히 앉아 있었다. 남자들은 전여친들끼리 만나면 싸울 것이라는 이상한 상상을 하곤 하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서로 경계하는 시선을 주고받기는 해도 모두 성인이니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 P115


댓글(16) 먼댓글(0) 좋아요(2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잠자냥 2021-07-19 11:09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남자들이 사랑하는 ‘자신의 이야기˝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소개하신 문장이 다 재미나네요. 이야기도 재미있을 것 같고, 드라마나 영화화하기 딱 좋은 소재 같네요.
그런데 1권에서 끝나는 게 아니라 2권 3권도 있어요? 전 이 책 표지만 보고 만화책인 줄 알았어요...;

다락방 2021-07-19 11:33   좋아요 4 | URL
2,3 권은 없는것 같은데 있었으면 좋겠어요! 시리즈로 나오기에 정말 제격인 책이라고 생각합니다. ㅋㅋ
그 뭣이냐, 김혜수 주연의 드라마 [하이에나] 생각도 나고요.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으하하핫.
저는 미드나잇 라이브러리 캐릭터 너무 답답해가지고 그 후에 읽은 이 책의 캐릭터가 너무 좋았습니다 ㅠㅠ

독서괭 2021-07-19 12:0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참지 않긔!!! ㅋㅋㅋㅋ
저 요즘 길티플레저인 로판읽기 그만두고 로판을 웹툰화 한 것 몇개만 보고 있는데 그중에 <신데렐라를 곱게 키웠습니다>라는 게 있거든요. 여주가 신데렐라의 엄마인데, 길에서 우연히 만난 남주가 ˝실례가 되지 않는다면...˝이라고 하자 ˝실례예요.˝라고 합니다. 그거 생각나요 ㅋㅋ
책보다는 드라마로 보고싶은 캐릭터네요. 속이 씨원~할 것 같아요.

다락방 2021-07-19 14:51   좋아요 2 | URL
실례예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저는 굳이 사이다 발언을 하는게 아니어도 뭔가 꾹 참지만 않으면 좋겠어요. 참지 않고 할 말 하면서 살았으면 좋겠는데, 이 책 속 주인공은 참 당당하고 할 말 다해서 너무 좋아요. 손님 있든 말든 아빠도 요리 못하는게 결혼 잘만 했네? 이러는 거 너무 좋음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즐겁게 읽었습니다. 으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청아 2021-07-19 12:4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미국 영화나 드라마에서 이런 식으로 적절하게 받아치는 말들 유독 눈에 띄거든요. 그래서 이런 현상을 책으로 묶은게 없나 찾아봤는데 아직까지 없는듯해요ㅠ 내가 당사자가 아닌데도 속이 다 후련한 상황들!

다락방 2021-07-19 14:51   좋아요 1 | URL
저 처음부터 되게 웃으면서 봤어요. 처음에 까르띠에 프로포즈 링을 고작 그따위 것으로 나랑 결혼할 생각이냐 여주가 막 이래가지고 아이고, 욕먹기 딱 좋은 캐릭터구만 했는데 ㅋㅋㅋㅋ 뒤에 막 이렇게 할 말 다 하는 사람이라서 너무 좋아요. 시리즈로 나왔으면 좋겠어요. ㅋㅋㅋㅋㅋ

단발머리 2021-07-19 12:5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는 특히 아빠와의 대화 속 주옥 같은 대사들이 기억에 남네요. 아주 시원 후련합니다.
실례가 안 된다면(실례에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런 재미있는 책 어떻게 발견하셨는지 궁금하네요. 전 첨 보는 작가에요^^

다락방 2021-07-19 14:54   좋아요 1 | URL
저도 아빠랑 대화하는 게 너무 좋았어요. 사실 대화..라기 보다는 다툼에 더 가까워보이지만 ㅋㅋ 뭔가 막내딸이 굴하지 않고 자기 깎아내리는 것에 대해 으르렁 거리는 거 진짜 너무 좋아요! 누구든 밝으면 꿈틀해야 하는 것입니다!!!

제가 이걸 그러니까, 아마도, 트윗에서 책의 존재를 알게 됐고, 얼른 알라딘에 와서 검색해보았고, 샀고, 읽었습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저도 처음 만나는 작가입니다. 후훗.

2021-07-19 14:2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1-07-19 14:55   URL
비밀 댓글입니다.

얄라알라 2021-07-19 23: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조르니까 어쩔 수 없이 말해준다는 식으로˝ ㅋㅋ

다락방님, 서재 드나들다 보면, 제 책 취향이 편식이었다는 걸 마구 느낍니다!^^ 추천받는 채널이 다양하신가봐요. 트윗에서도 추천받으시고, 알라딘에서도 추천받으시고. 뷔페같아요^^

다락방 2021-07-20 10:15   좋아요 1 | URL
어휴 저도 책 편식 엄청 심해요! 그렇지만 그게 잘못된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세상에 책은 너무나 많고 우리의 삶은 유한한데 좋아하는 것만 읽고 살아도 시간이 부족하지 않겠습니까! 좋아하는 거 열심히 읽으며 즐겁게 살아갑시다. 빠샤!!

얄라알라 2021-07-20 15: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락방님 말씀에 동감입니다. 커피도 편식, 사람도 편식, 에너지와 시간은 한정인지라, 선택이 불가피하다면 이왕이면 믿는 북플친구분들 추천을 따라갈게요^^

다락방 2021-07-21 08:55   좋아요 0 | URL
우린 모두 저마다의 기준으로 편향된 사람들이 아니겠습니까!
오늘도 날씨 너무 더울 것 같아요. 무더위 잘 이겨내세요, 북사랑 님!!

- 2021-07-20 16: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나도 좋은데? 읽어봐야겠어!!😤

다락방 2021-07-21 08:56   좋아요 0 | URL
도서관에 있었으면 좋겠어요! ㅋㅋㅋ 이거 엄청 금세 읽힌다. 이건 읽기 위해 뭔가 막 다른 공부 안해도 됩니다. 후훗.
 

자, 오늘은 오늘의 페이퍼를 시작하기에 앞서 《젠더 트러블》을 읽는 분들에게 도움될 페이퍼 링크를 하나 걸고 시작하겠다.


섹스는 언제나 이미 젠더였다


여성주의 책 같이읽기를 하고 계시는 친애하는 '공쟝쟝'님의 페이퍼인데, 본서에 앞서 해설서인 《쉽게 읽는 젠더 이야기》를 읽고 정리해주신 내용. 그러니 젠더 트러블 읽다 막혔던 분들은 참고하시면 좋을 것 같다. 어제도 자기 전에 젠더 트러블 읽다가 한 단락 한 단락을 몇 번이고 반복해서 읽어야했다. 마치 반복해 읽으면 이해가 샤라라랑 되는것처럼... (슬픔의 새드니스)


















어제 퇴근하는 길. 길동역에서 내려 계단을 올라갔는데 쫘라란~ 무지개가 보이는거다. 앗, 무지개가?!




웬일이니 웬일이니.. 기분이 막 좋아져서 사진을 찍었다. 그런데 어머 진짜 무슨일이야. 걷는 족족 무지개가 보이는데, 위의 사진처럼 일부만 보이는 게 아니라, 반원형 완전체도 보이는거다. 꺅  >.<




나는 되게 선명하게 컬러풀한 무지개를 봤는데 사진으로는 내가 보는대로 찍히질 않아 너무 안타깝다. 어쨌든 씐나서 사진을 찍는데 어째 사람들은 이 무지개를 보지 못하고 그냥 제 갈길을 가는 것 같다. 윽 아쉬워 아쉬워.. 여러분 무지개를 좀 봐, 소리라도 치고 싶었지만 나는 점잖은 사람이라서 소리를 치진 않고 으윽 아쉽다 아쉽다 했다.


그리고 횡단보도 앞. 더 선명한 무지개가 크게 보인다.






악. 너무 좋아. 내 옆에는 여자 아이 두 명과 그 아이들의 할머니로 보이는 사람이 같이 서있다. 아이들은 핸드폰을 보고 할머니는 그저 앞만 보고 있다. 아니, 저거 보시면 기분이 너무나 좋을텐데. 나는 낯선 자들에게 말을 걸지 말라고 내가 내게 계속 얘기했지만, 그러나 내가 나한테 이겨서(응?) 아아, 하는수없이 오지랖을 떨었다. 그 할머니에게 다가가 말을 건 것이다.


"저기 무지개 있어요."

"..네?"

"무지개요."


그러자 할머니는 고개를 돌려 내가 손가락으로 가리킨 방향을 보셨고 보자마자 어머! 하며 탄성을 지르셨다. 할머니의 반응에 고개를 돌렸던 아이 둘다 마찬가지로 환호성을 보냈다. 할머니는 아이들에게 말씀하셨다. 사진 찍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히히. 오지랖 성 to the 공!!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그리고 집을 향해 걸어가면서 이런거 하면 안되는데, 하지 말라고 잠자냥 님이 그랬는데... 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리고 아파트에 도착해 엘리베이터를 타려는데 나를 태우기 전에 저기 위로 올라가는 게 아닌가. 아니, 아빠 엄마한테도 보여줘야 하는데.. 하는수없이 마음이 급해진 나는 계단으로 다다다닥 올라가고 문을 열자마자 '너 올 때 맞춰서 에어컨 틀어놨어' 하는 부모님께 "다들 이리와봐!! 얼른!!" 하고는 베란다로 향했다. 아빠 엄마는 왜왜 이러시며 베란다로 따라 나오셨고, 나는 블라인드를 걷어 올리고 창문을 열어 저기 크게 선명한 무지개를 가리켰다. 아빠 얼른 핸드폰 가져와 사진 찍으심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이 이게 무슨 일이야. 나는 매우 기분이 좋았다. 으흐흐흐흐흐흐흐흐.




그리고 오늘 아침.

친구의 생일이라 어제부터 어떤 선물을 할까 고민하고 고민했다. 이 책은 어떨까 생각도 했었다.















어제 트윗에서 이 책의 출간 소식을 듣고는 살짝만 살펴봤는데 우왕 벽돌책이고 뭐랄까 지적 허영심을 너무 자극하는 책이 아닌가. 이 책이랑 친구가 갖고 싶은 책이랑 해서 보내줄까, 하다가, 그러나 지적 허영심은.. 나만 가진게 아닌가 싶어서 안되겠다, 친구가 원하는 책을 살 수 있도록 상품권을 선물하자, 해서 오늘 아침 알라딘상품권을 선물했다. 친구는 고마워하면서 어떤 책을 사고싶은지 얘기했고 어떤 책을 읽고 있는지 그리고 어떤 책이 좋은지도 얘기했다. 아, 나는 진짜 너무 이런 순간들이 좋아. 읽고 싶은 책에 대해 막 얘기하고 사고 싶은 책들에 대해 얘기하는 이런 순간이. 그러니까 이런 대화가 가능한 친구가 있다는 것이 너무 좋다. 일전에 회사 직원들하고 점심 시간에 밥 먹다가 도서정가제 얘기하는데 다들 무슨 소리 하냐는 눈빛으로 나를 보았어서...아 이들에겐 아무 상관없는 얘기구나, 했었는데.. 그런 멀뚱함 없이 막 얘기할 수 있는 게 진짜 큰 축복으로 여겨지는 거다. 당시 나의 친한 친구는 도서정가제 시행되기 전에 토지를 구입하겠어, 하고는 토지 전권을 구입하기도 했었다. 그래, 이런 친구들이 내 옆에 있다니깐!


오늘 푸코 읽는데 재미있어, 로맨스도 살거야, 여성주의 사야지, 신의 전쟁 지적 허영심 자극해, 이러면서 친구랑 막 얘기하는데 진짜 너무 좋아가지고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게다가 또 알라딘에서 읽게된 친애하는 알라디너의 레베카 리뷰가 너무 재미있는 거다. 내가 레베카 읽었던 당시의 기분도 막 떠오르면서, 악 읽고싶어 읽고싶어 이렇게 되는거다. 재독하자! 막 이렇게.

그러니까 옥주현이 레베카 뮤지컬에서 주연한다는 건 많은 사람들이 알지만, 책을 읽지 않은 사람들은 옥주현이 레베카 역을 맡았다고 생각하는거다. 아니야, 레베카에 레베카 안나와~~(뮤지컬은 안봐서 잘 모르지만) 했더니 친구가 깜놀했던 것 떠오르면서 으하하하하하하하하하 역시 같은 책을 읽은 사람들과의 대화는 얼마나 짜릿한가! 레베카 안읽으면 옥주현이 레베카인줄 알지? 나는 안봤지만 아닌거 알지롱~~ 막 이러면서 오늘 또 씐이난다 씐이나~ 했던 거다. 으하하하하하하하하하. 그렇지만 저는 레베카 보다 레이첼 쪽을 좀 더 좋아했습니다.



















그리고 초등학생 조카가 너무 재미있게 읽었다는 책, 너무나 유명한 '이미예'의 《달러구트 꿈백화점》을 읽었다. 조카가 아니었다면 내가 아예 관심을 가지지 않을 책인데 앞으로도 나는 조카랑 소통을 해야 하기 때문에 이 책을 읽었는데..
















하아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

몇장 읽지도 않고 '나는 이 책을 읽어야 하는가' 갈등할 수밖에 없었다. 꿈을 파는 백화점이라는 가상의 세계를 설정한 것은 작가가 가진 상상력일 것이고, 나는 상상력이 부족한 사람으로서 그런 하나의 세계를 창조하는 것에 점수를 주는 편이다. 그렇지만 내용이 너무 뻔하고 뻔하고 뻔한거다. 처음 주인공이 면접을 보기 시작하는 것부터 중간중간 개인의 사연들까지. 나미야잡화점의 기적 생각나면서 걍 딱 별로인거다. 으..


베스트셀러란 뭘까. 이 책이 50만부 기념 에디션 나왔던데, 세상에 50만부나 팔렸다니.

이 책의 장점이라면 빨리 읽어낼 수 있다는 데 있겠다. 그러니까 알라딘의 수많은 독서인들은 이 책 읽는데 시간이 별로 걸리지 않을 것이다. 진짜 무진장 팔랑팔랑 넘어가는 책이고 뭔가 골똘히 생각할 것도 없다. 문장도 별 거 없고 스토리도 특별할 거 없다. 그래서 읽는 내내 나는 몇번이나 '도대체 이 책이 왜 베스트셀러일까, 베스트셀러가 된 이유가 뭘까, 무엇이 그렇게 만든걸까'를 생각해봐야 했다. 이 책보다 더 이야기가 화려한 책, 더 문장이 좋은 책, 더 재미있는 책이 많고 많은데 그런데 왜 하필, 이 책이 베스트셀러가 되어 50만부가 팔린 걸까. 그 이유는 그 힘은 대체 어디있을까?



이 생각은 얼마전에 유퀴즈에 나온 BTS 를 보면서도 했었다.

나는 BTS 에 관심이 전혀 없어서 멤버가 몇 명인지도 모르고, 만약 내 옆자리에서 술을 마시고 있어도 알아보지 못할 것이다. 그런데 이들은 세계적으로 어마어마한 스타가 아닌가. 주말에 채널을 돌리다가 유퀴즈에 BTS 가 나와서 퀴즈를 풀고 이야기 하는 장면을 보게되었다. 연습생 시절에 고생스러웠던 것, 엄청나게 노력했던 것, 그리고 지금에 이른것까지 그들은 얘기했다. 가장 기억에 남는 멤버의 이름은 지금은 기억이 안나지만, 자신이 바랐던 것보다 더 큰 게 왔을 때 이래도 되는가 생각했다는 거였다. 여튼, 그걸 보면서 어쩌다가 저들이 이렇게 유명해진걸까, 그렇게 만든게 뭘까 생각했다.


그들이 못하다는 얘기를 하려는게 아니라, 그들을 그렇게 만든 그 무언가가 어느 지점에 있느냐에 대해 생각을 했다는 거다. BTS의 어떤 멤버는 뛰어나게 잘생겼고 또 어떤 멤버는 남들보다 더 노력했다. 그래, 그런 것들이 지금의 그들을 만들었을 것이다. 그러나 세상에는 그들보다 더 잘생기고 더 노래 잘부르고 더 똑똑하고 더 노력을 많이 한 사람들도 분명 존재한다. 그런데 다른 사람이 아닌 바로 그들이 세계적 스타가 된 데에는 어떤 힘이 작용한걸까 싶은 거다.


달러구트도 마찬가지. 더 재미있고 더 잘 쓰여진 책들이 무수히 많은데 무엇이, 어떤 힘이 작용해서 달러구트를 베스트셀러를 만들었을까. 그것은 일전에 《82년생 김지영》을 읽으면서도 한 생각이었다. 여성주의와 페미니즘에 대해서라면 이 책 말고도 다른 책들이 많은데, 그런데 도대체 어떤 힘이 82년생 김지영을 세계 각지에서 번역까지 되게 만든걸까? 그게 뭘까?



BTS 멤버들의 나이는 다양해서 가장 어린 멤버가 이제 고작 스물다섯이었다. 열다섯부터 연습생을 했다고 했다. 스물다섯에 전 세계를 돌아다니며 공연을 하고 인기를 얻고 개인 제트기를 타고 다니다니. 무엇이 그를 그렇게 만든걸까. 82년생 김지영은 과연 시기를 잘 맞춰 나온 작품이기 때문인걸까. 그런것들말고 무언가가 그것들에 더 있는 게 아닐까. 그것은 그 작가, 그 가수 개인의 힘, 그러니까 노력과 주어진 외모외에도 다른 것, 그 사람의 삶에 주어진 어떤 운명의 힘이 있는게 아닌가 싶어지는 거다.


그 개인의 인생의 흐름, 그 어느 지점에 바로 그것이 있지 않나 싶은거다. 자, 너는 지금처럼 열심히 노력한다면 스물다섯에 세계를 날아다니는 스타가 될거야, 라는 것. 네 인생의흐름 이 지점에서는 엄청난 책을 써낼거야, 같은 것. 이런것들이 그들 개인의 운명의 흐름에 있었던 거 아닐까. 그렇다면, 나는 운명론자인가?!



그게 뭘까? 를 요즘 계속 생각하고 있다. 그렇다고 딱히 내가 그걸 갖고 싶다는 게 아니라, 나는 지금의 현재에 매우 많이 만족하는 사람이므로 뭐 더한걸 바라지 않고 그저 40평대 아파트.. 정도면 되는데, 그런데 저들을 저렇게 만든 저게 뭘까 싶어지는 거다. 네 운명의 흐름 이 지점에 바로 이것이 있다, 하는 것 말고 다른 어떤 가능성이 있는걸까? 내 운명의 흐름 어느 지점에는 40평대 아파트가 있을까? 있다면, 그것은 언제일까?



아무튼 다시 내 행복으로 돌아와서, 책 얘기 나눌 수 있는 친구가 있다는 거 진짜 짜릿하고 너무 좋다. 아마 알라디너들이 알라딘을 계속하는 건 바로 그런 이유 때문이 아닐까.

여러분 나 책 샀어요.. 오늘 올거에요. 저녁 안먹은 날 하나도 없지만... 샀어요..... (도망간다)



여튼 오늘 점심은 또 2메뉴를 주문했다. 여름엔 잘 먹어야 되니까.


댓글(27) 먼댓글(0) 좋아요(35)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잠자냥 2021-07-16 11:5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앜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일단 이 댓글부텈ㅋㅋㅋㅋㅋㅋㅋ
모르는 사람한테 그만 말걸어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미쳐 친화력짱 다부장ㅋ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21-07-16 12:01   좋아요 2 | URL
하아- 저 어떡해요. 자제가 안되는데요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아니 그 무지개를 못보고 있었다니까 그 사람들이... 그걸 어떻게 지나쳐요...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Falstaff 2021-07-16 12:28   좋아요 3 | URL
횡단보도 앞에 뜬 ˝쌍무지개˝를 보고 혼자만 즐기면, 이거야말로 세계평화를 위해 마땅하지 않은 일일 겁니다.
경애하는 다락방님, 잘 하셨습니다!! ㅋㅋㅋㅋㅋ

다락방 2021-07-16 14:54   좋아요 2 | URL
맞습니다, 폴스타프 님! 무려 쌍무지개 였다고요. 살면서 이렇게나 선명한 무지개를 몇 번이나 볼 수 있다고 그걸 못보고 지나치게 그냥 두겠습니까. 저는 그럴 수 없었습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저는 그럼 잘한 걸로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폴스타프 님의 칭찬 접수!

잠자냥 2021-07-16 12:17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비타 님이 말한 앤이 다부장님 친구이기도 하군요. 그렇다면 여기 알라딘에 앤 해서웨이가 산다는 말일 텐데....? ㅋㅋ

딜러구트, bts, 82년생 김지영 제가 생각하기엔 대중의 눈높이에 잘 맞춘 것도 한몫한 거 같아요. 누가 읽고 들어도 어렵지 않다는 느낌이랄까? 거기에 한국 사람들 특유의 남들이 읽고 들으면 나도 해야 뒤쳐지지 않는다 이런 심리도 좀 기여한 것 같고요. 유행에 뒤쳐지고 싶지 않은 그런? 베스트셀러 순위에 일단 진입하면 그 이후로는 쭉~ ㅎㅎㅎㅎ

제가 아침에 늘 전철에서 만나는 남자가 있는데요, 그 사람을 주목한 건 그 사람 손에 아침마다 책이 들려 있기 때문이었어요. 그 사람이 늘 뭔가를 읽는지 주시했는데, 처음에는 신경숙 <아버지에게 갔었어>라더라고요. 그걸 참 오래도 읽더니, 그 이후로도 계속 현재 유행하는 한국 소설이 들려있더라고요. 전철에서 책 읽는 사람 참 드문데, 그런 이들의 손에조차 대부분은 베스트셀러가 들려 있어요. 뭐 그러니 출판사도 그렇고 다들 어떻게든 일단 베스트셀러 목록에 올려넣어 보려고 기를 쓰는 거게죠.

전 도서정가제 하기 전에 반값으로 현대문학 세계단편선 1~10까지 7만원인가에 샀어요! ㅋㅋㅋ
바로 이거! 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72757152

다락방 2021-07-16 12:20   좋아요 4 | URL
알라딘에 사는 앤 해서웨이가 제 친구입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잠자냥 님 책을 많이 읽으셔서 추리력이 아주 날카로우세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저도 그생각했어요. 음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잠자냥 님이 그걸 대중의 눈높이라고 설명했다면 저는 ‘직접 떠먹여줬다‘ 정도로 파악이 되더라고요. 돌려서 생각하지 않고 읽는 그대로의 활자 그대로인, 그런 책이라고 할까요. 그리고 분량이 얇았던 것도 한몫했을 테고요. 책 읽지 않는 사람들이 ‘나 그래도 책 한 권 읽었다‘ 하게끔 쉽게 넘길 수 있고 또 완독할 수도 있어서 많은 사람들이 읽을 수 있었던 거 아닌가. 왜, 샌델의 [정의란 무엇인가]는 가장 많이 팔렸지만 꽂아두고 가장 안읽는 책이라고 하잖아요. 저는 아주 재미있게 읽었습니다만. 베스트셀러 라니까 샀지만 완독하긴 어려운 책이었다면 달러구트도 김지영도 완독하기에 결코 어려운 책이 아니니까요.
맞아요. 일전에 책을 어쩌다 한 권 읽는 사람하고 얘기했는데 책을 고르는 기준이 베스트셀러 더라고요. 베스트셀러 중에서 한 권 골라 읽는다, 라고요. 베스트셀러 라는 타이틀은 가장 접근이 용이할 수도 있겠더라고요. 그래서 베스트셀러를 만들고 싶은거겠죠. 그러니까 세상에 그런 시도는 엄청날 거 아녜요. 대중의 눈높이+분량+광고+의지.. 등을 대부분 가지고 책을 만들텐데 그런데 ‘바로 그것‘이 되는 것에는 개인의 운명의 힘이 작용하지 않나..라는 생각을 해보게 됐어요.

아니, 현대문학 세계단편선 책장에 꽂아두면 완전 뽀대나겠는데요?! 또 책 좋아하는 사람들이 책 뽀대에 살지 않겠습니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독서괭 2021-07-16 13:31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ㅎㅎㅎ 다락방님의 오지랖에 박수를 보냅니다. 이런 오지랖은 너무 좋아요. 무지개 보고 좋아하는 분들 보고 얼마나 뿌듯하셨을지. 어제 남편은 퇴근길에 보고 사진 찍어 보내줬는데 저희 동네에서는 안 보이더라구요. 애들이랑 보고 싶었는데 아쉽 ㅜㅜ
달러구트는 저도 잠자냥님 말씀처럼 쉽게, 술술 읽히고 부담없이 짤막한 에피소드가 이어지고, 누구에게나 일상인 ‘꿈‘이라는 소재를 다루었다는 등의 이유로 베스트셀러가 된 것 같아요. 깊이를 원하는 사람에게는 너무 부족하지만 소소하고 가벼운 읽을거리를 원하는 사람에게는 딱 좋달까요. 그래도 전 읽고 나서 ‘나는 달러구트 꿈 백화점의 단골 손님이구나..‘하는 생각을 하며 웃기도 합니다 ㅋ

다락방 2021-07-16 14:56   좋아요 4 | URL
정말 선명하고 큰 무지개였거든요. 보는 제가 너무 기분이 좋았고 그래서 다른 사람들도 그랬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역시 저는 태생이 오지라퍼... ㅋㅋㅋㅋㅋㅋㅋㅋ 제가 무지개 떴다고 동생들하고의 톡방에도 보냈는데 여동생도 제 톡에 바깥 내다보니 무지개 보였다고 해요. 와 어제는 유독 하늘이 아름다운 날이었는가 봅니다.

맞아요, 독서괭 님. 쉽게 부담없게 읽혀서 접근성이 좋았던 것이 아주 크다고 보여져요. 저만해도 어려워서 젠더 트러블을 잘 안읽게 되니까요. 그렇지만 완독하고 말겁니다, 젠더 트러블! 그러나 완독에는 어떤 의미가 있을까요? 무슨 말인지 모르면서 활자만 보는 것은... 의미가 있을까요? (갑자게 젠더 트러블 고민 ㅋㅋ)

저는 독서괭님 댓글 읽고 나니 오랜만에 달러구트 꿈 백화점 들러서 전남친 꿈 하나 사와야겠어요. 너무 오래 안봤네. 주지훈 보느라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청아 2021-07-16 14:25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결국 언젠가 푸코를 읽어야하네요. 광기의역사랑 성의역사 1권을 사 두었었지만 계속 피하고 싶었던...ㅠ 알라딘의 앤 헤서웨이는 단발머리님이 아닐까 한 번 던져봅니다. 헤헤😉
참고로 제 친구중에도 앤 헤서웨이 닮은 꼴이 있어요. 그 친구는 앤헤서웨이 플러스 블레이크라이블리ㅋㅋㅋㅋㅋ

다락방 2021-07-16 14:59   좋아요 5 | URL
저는 광기의 역사 궁금하긴 해요. 그렇지만 성의 역사를 아주 힘들게 가까스로 글자 보기로 그쳤던 사람으로서 광기의 역사는 과연 읽을 수 있을 것인가..푸코야말로 같이 읽기 해야 읽을 수 잇는 책인 것 같아요. 그렇지만 성의 역사 같이읽기 했을 때 완독한 사람은 저 하나 였다는 슬픈 사실... 아무도 푸코를 완독하지 못했어요... 푸코는..그런 겁니다. ㅋㅋㅋㅋㅋ

아니, 블레이크 라이블리 닮은 친구가 있어요???????????????? 블레이크 라이블리 진짜 엄청나지 않아요? 미미님, 그 뭣이냐. 언더 워터 보셨어요? 와 진짜 어메이징 판타스틱 엄청 짱멋지잖아요! 최고최고입니다!! 저는 블레이크 라이블리 그 치명적 여성으로 나오는 [부탁하나만 들어줘]는 너무 싫었거든요. 이게 뭐여, 여성 주인공 쓰면 여성 서사냐.. 하면서 싫었는데 [언더 워터]는 진짜 너무 좋았어요. 두 번 봤어요. 꺅 >.< (삼천포 댓글)

청아 2021-07-16 15:09   좋아요 3 | URL
다락방님이랑 저랑 독서 수준은 상당한 차이가 있지만 (예시:푸코 사놓고 떨고 있는 저ㅋㅋㅋ)영화쪽은 통하는 면이 많아 기뻐요!(사생팬의 그것이 이런게 아닐는지😆)
본론:언더워터 엄청 좋아하구요. 후반부 막장요소가 강해지지만 블레이크 라이블리땜 가십걸도 완주 했답니다. <부탁하나만 들어줘>는 다른 배우한테 초점이 맞춰지고 그녀는 기이한 캐릭터가 됐지요ㅜ

다락방 2021-07-16 15:11   좋아요 4 | URL
푸코는 사놓고 떨만합니다 미미님. 저는 읽었으되 읽은 게 아니라니깐요? 성의 역사 딸랑..글자만 봤어요. ㅋㅋㅋㅋ 블레이크 라이블리 [아델라인] 도 엄청 좋아요! 아, 전에 미미 님과 이 얘기 했던 것 같기도 하고 ㅋㅋㅋ 저는 [피파 리의 특별한 로맨스]도 좋아했어요. 거기 키에누 리브스도 좋고.
저는 오늘 이수정,이다혜의 범죄영화 프로파일 듣다가 [존 윅] 다시 보려고요. 지난번에 1부터 다시 보기 했었는데 갑자기 키에누 리브스 멋진 거 또 보고 싶어져서 존 윅 봐야겠어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청아 2021-07-16 15:15   좋아요 3 | URL
아 ~~저도 잊을만 하면 반복중이예요. 존윅!!! 너무너무 좋죠!!ㅋㅋㅋㅋㅋ 이수정,이다혜가 인기네요?! 찾아봐야겠어요. 😉

독서괭 2021-07-16 16:26   좋아요 3 | URL
범죄영화프로파일 이거 넘 재밌어요~!

다락방 2021-07-16 16:51   좋아요 2 | URL
제가 범죄영화프로파일 듣다가 미져리 사서 바로 읽었었답니다. ㅎㅎ

그레이스 2021-07-16 16:2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어제 무지개 사진 찍어서 보내주신분들이 많았어요
여기서도 보네요^^

다락방 2021-07-16 16:51   좋아요 3 | URL
어제 무지개가 여기저기 나타났는가 봅니다. 오랜만에 선명한 무지개를 봐서 너무 좋았어요!!

그레이스 2021-07-16 16:54   좋아요 2 | URL
가장 잘 보이는 포인트는 잠실이나 미사강변에서 한강쪽 방향으로 바라보이는 지점이었던듯해요^^
그 쪽 사시는 분들이 사진을 많이 올려주셨네요^^
낚시 포인트 얘기같네요
ㅋㅋ

다락방 2021-07-16 16:57   좋아요 3 | URL
제가 강동구 사는데 진짜 선명한 무지개가 완벽한 반원의 형태로 보이더라고요. 눈으로는 그렇게나 잘 보이는데 사진을 찍으면 보이는대로 나오지 않아 아쉬웠어요. 어제 대체 무슨 날이었나요. 아 너무 기분이 좋았습니다!!

그레이스 2021-07-16 17:00   좋아요 2 | URL
기분 좋으셨던만큼 좋은 일만 있으시길요

🌈=행복

다락방 2021-07-16 17:15   좋아요 2 | URL
히히히히히 감사해요, 그레이스 님! 무지개 사진 찍어 주신 분들이 많았다니, 그레이스 님 정말 좋은 분이신 것 같아요. 좋은 사람을 옆에 많이 두실 수 있는 분.
금요일이니 한 주 마무리 잘 하세요! :)

- 2021-07-16 20:1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무지개를 나누는 그대 샤라랑 🌈🌈 우리 마음에 모두 쌍무지개 하나쯤은 있잖아요? 쌍무지개를 만날 운명은 아무나 가질 수 없는 것! 그게 바로 인생의 흐름. 운명! 크 ㅡ

다락방 2021-07-19 14:56   좋아요 0 | URL
우리 마음에 모두 쌍무지개~ 제 인생의 바로 이 지점에 쌍무지개 목격이 있었는가 봅니다. 그렇다면 쌍무지개를 만나게 한 이 운명, 이것은 저에게 무슨 말을 하고자 한것일까요? 뭘 말하기 위해 쌍무지개 보여줬을까요? 전 이제부터 그걸 생각해보겠습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붕붕툐툐 2021-07-16 20:3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와~ 저 전남친이랑 여행 갔을 때 정말 선명한 쌍무지개 끝까지 보였던 거 생각나 괜히 슬픔...이지만 다부장님의 오지랖 사랑합니다~ 길거리에서 우연히 다부장님 만나고 싶다. 뿌엥~~~

다락방 2021-07-19 14:57   좋아요 1 | URL
전남친과 선명한 쌍무지개라니. 크- 아련에 슬픔에 아오... 말씀하시니까 저는 전남친이랑 우산 하나 쓰고 빗길 걷던 생각이 나네요. 그의 한 쪽 어깨가 선명하게 젖었던 기억 같은 것들...
툐툐님, 우리 베트남에서 우연이 아니라 약속을 잡고 만나도록 해요. ㅋㅋㅋㅋㅋㅋㅋㅋ

유부만두 2021-07-17 22:5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 지금 레베카 반쯤 읽었고요, 뮤지컬 정보 검색해보니 옥주현은 댄버스 부인 역이네요?!

다락방 2021-07-19 14:57   좋아요 1 | URL
레이첼 시작하셨더라고요? 과연 유부만두님은 레베카의 손을 들어줄 것인가 레이첼의 손을 들어줄것인가! 레이첼과 레베카가 막상막하인 가운데, 제가 추측해보자면, 유부만두 님은 레베카의 손을 들어주실 것 같습니다! 저는 레이첼!!
 
달러구트 꿈 백화점 (50만 부 기념 드림 에디션) - 주문하신 꿈은 매진입니다 달러구트 꿈 백화점
이미예 지음 / 팩토리나인 / 2020년 7월
평점 :
품절


출근길 지하철 안, 가장 집중 잘되는 시간에 이걸 읽다니.. 하아- 내 슈퍼 집중력 아까운 것...


댓글(31) 먼댓글(0) 좋아요(2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다락방 2021-07-16 08:28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나 미드나잇 라이브러리 샀는데 설마 이정도인건 .. 아니겠지? 제발..

다락방 2021-07-16 08:28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으.. 출근길에 젠더 트러블 읽을 걸. 두 권 가져오기 무거워서 걍 이것만 챙겼더니 아침 시간 너무 허비했어 흑 ㅠ

유부만두 2021-07-16 08:3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전 달라구트를 열쪽 못 읽고 덮었고요, 미드나잇 라이브러리는 욕하면서 완독했어요;;;;

유부만두 2021-07-16 08:31   좋아요 2 | URL
둘다 피할 수 있다면 피하세요

다락방 2021-07-16 08:34   좋아요 2 | URL
저 달러구트 다 읽었어요. 제 조카가 좋아한다고 해서 완독했어요. 이모의 사랑이란..
미드나잇 샀는데 미치겠네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직 저한테 오지도 않았는데 이럴까봐 너무 초조합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렇게혜윰 2021-07-16 08:49   좋아요 2 | URL
전 반은 읽었는데 그것도 재밌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러나 그 이후는 굳이...ㅋ

다락방 2021-07-16 09:00   좋아요 2 | URL
끝부분에 뻔한데 눈물나는 장면 있고요 ㅋㅋㅋ 근데 읽으면서 진짜 아 뭐냐...이거 왜 베스트셀러?? 이랬어요. ㅋㅋ 별 두 개줄까 세 개 줄까 엄청 고민하다 세 개 줌요.

그렇게혜윰 2021-07-16 09:0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애들 독서모임책이었는데 애들은 좋아했어요. 소설보단 아동문학에 맞는 거 같아요.

다락방 2021-07-16 09:09   좋아요 2 | URL
초등학생 조카가 자기 인생책이라고 두 번 읽었다고 했어요. 사실 저는 읽으면서 아동문학에도 딱히 적합하단 생각은 들지 않았는데요(연애 얘기가 너무 많아서;;), 그런데 아이들이 읽기에 눈높이가 맞는 책이구나 했어요.

그렇게혜윰 2021-07-16 09:20   좋아요 2 | URL
초고 중1.2라 그랬나봐요. 아이디어가 다 했죠 ㅋ

잠자냥 2021-07-16 09:3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 어제 꿈에 다락방 님하고 폴스타프 님 나왔다능 ㅋㅋㅋㅋ 같이 술 마시고 있었다능 ㅋㅋㅋ

다락방 2021-07-16 09:38   좋아요 3 | URL
잠자냥 님 꿈 백화점 가서 좋아하는 사람들과 행복한 시간 보내는 꿈 구입하셨나봐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 근데 뭔가 상상해보니 행복해요 ㅋㅋㅋ 잠자냥 님과 폴스타프 님과 제가 술이라니.. 저는 소주 하겠습니다!!

잠자냥 2021-07-16 09:56   좋아요 2 | URL
와~ 책을 안 읽어도 내용을 다 알 수 있는 다부장님의 이 댓글 보소! ㅋㅋㅋㅋ 감사감사

유수 2021-07-16 15:2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독서모임에서 미드나잇 라이브러리 선정되어있거든요. 믿을만한 분의 서평에서 그래도 괜찮다..들었어서 경계를 살짝 풀었구요. 달러구트 다 읽어낸 이모의 사랑 찐사랑. 응원합니다. 조카님 축복받은 사람❣️

다락방 2021-07-16 15:38   좋아요 3 | URL
조카가 달러구트 너무 좋아해서 그렇다면 라이브러리도 좋아하지 않을까, 읽고 조카 줘야지~ 이러면서 샀는데 달러구트 읽고나니 라이브러리 읽기가 겁이 나네요.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그래도 읽고 조카 줘야겠어요. 사랑은... 애씀 입니다.. 애써야 해요... 하하하하하하하하하.

유수 2021-07-16 15:43   좋아요 2 | URL
언젠가 베스트셀러 공포증. 리커버포비아에 대해 얘기해요 다락방님 ㅎㅎㅎㅎ 함께 하겠습니닼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21-07-16 16:52   좋아요 3 | URL
베스트셀러 공포증!! ㅋㅋㅋ
책이 왔습니다, 책이 왔어요. 라이브러리가 도착했습니다!! 내 너를 읽어주마!! >.<

붕붕툐툐 2021-07-16 20:3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완전 공감!! 출근길이 최고의 집중력! 그때 어려운 거 다 읽어야 함!!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21-07-19 10:57   좋아요 2 | URL
맞아요!
저 스물다섯에 운전면허 1종 땄거든요. 근데 여태 차 살 생각을 안해요. 아침 출근시간 지하철 너무 집중력 포텐 터지는 거라 포기가 안돼요. 물론 차 안사는 건 그것 때문만은 아니지만. 이 시간 너무 좋아요! >.<

그레이스 2021-07-16 20:42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그래서 제 가방이 크고 무거워요^^
사람들이 항상 뭘 그렇게 많이 들고 다니냐고 집 나왔냐고 하죠!
읽으려고 가지고 나왔는데 그 한권이 실패면 지하철로 이동하는 시간이 넘 아깝고 낭패스럽죠
정말 집중 잘 돼요
2호선 타고 잘 읽혀지면 한 바퀴 돌고 싶은 마음이 들죠^^

다락방 2021-07-19 10:59   좋아요 2 | URL
저도 아빠 엄마가 제발 무겁게 가지고다니지 말라고 하시는데 오늘은 또 이런저런 이유로 책 네 권 넣고 집에서 나와서 땀났네요. 진짜 왜이러고 사는건지 원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저는 이것도 팔자구나 싶어요. 내 팔자, 책 넣은 무거운 가방 들고 다니는 팔자....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지하철안에서 집중 잘 되는 분이 저 말고도 여럿이라니 너무 반가워요! 모임 하나 결성해야 하는거 아닌가 싶어요. 만나서 지하철 타서 내내 책만 읽다 헤어지는 모임... ㅋㅋㅋㅋㅋ

그레이스 2021-07-22 17:10   좋아요 0 | URL
‘10세기 페르시아의 수상이었던 압둘 카셈 이스마엘은 여행을 할 때도 11만7천권에 달하는 책들과 헤어지기 싫어서 4백 마리나 되는 낙타들에게 알파벳 순서로 걷도록 특별 훈련을 시켜서 책을 몽땅 싣게 했다고 한다‘ - 독서의 역사

ㅎㅎ 반가운 건 왜죠?ㅋㅋ

다락방 2021-07-23 08:15   좋아요 1 | URL
저는 오늘 출근길에 제 가방에 책이 두권 들어 있었고 너무 무거워서 스스로 한심하더라고요. 아니 대체 출근했다가 퇴근할건데 책을 왜 두권씩이나 가지고 다니냐... 한 권만 가지고 가도 다 못읽는데 대체 왜 때문에... 라고 하면서도 한 권을 빼지를 못하더라고요.
그러니까, 세상에 저같은 사람이.. 많다는거죠? 흑흑.
그렇지만 무거워요 ㅠㅠ

그레이스 2021-07-23 09:54   좋아요 0 | URL
왕이 왕관의 무게를 감당하듯 독서가는 책의 무게를 감당해야 한다
^^

잠자냥 2021-07-19 09:58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와우. 이거 2권도 나왔더라고요? 조카 사줘야 하는 거 아니에요? ㅋㅋㅋㅋ

다락방 2021-07-19 10:59   좋아요 3 | URL
네??? 뭐라고요???? 2권이라고요????
일단 미드나잇 라이브러리 보내주겠습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독서괭 2021-07-19 15:5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지하철 좋죠. 저도 대학 때 왕복 두시간 지하철 통학하면서 태백산맥을 완독했던 아름다운 추억이 있습니다.. 달러구트는 머리 복잡할 때 할랑할랑 읽었어야 덜 억울하셨을텐데요 ㅜㅜ

다락방 2021-07-20 10:16   좋아요 0 | URL
지하철 진짜 너무 좋아요! 지하철 왜 집중 잘될까요? 진짜 신기해요. 그렇지만 퇴근길에는 책 잘 못읽어요. 기운 빠지고 자리 없어서 앉지도 못하고.. ㅠㅠ

독서괭 2021-07-20 11:00   좋아요 0 | URL
퇴근길은 팟캐스트죠~ㅎㅎ 오디오북이라든지!

다락방 2021-07-20 11:25   좋아요 0 | URL
저는 최근에는 퇴근길에 영국시트콤 <미란다> 봤는데, 이건 치명적 단점이 있어요. 집에 가서도 계속 본다는 거...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독서괭 2021-07-20 11:26   좋아요 0 | URL
ㅋㅋㅋ 웬만해선 끊을 수 없다!
 
브라이턴 록
그레이엄 그린 지음, 서창렬 옮김 / 현대문학 / 2021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빈곤하고 불우한 사람에겐 도처가 늪이고 악이 찾아와 문을 두드리면 면전에서 문을 닫을만큼 맞서 싸울 힘이 없다.
정의와 함께 사는 사람들 덕에 악이 더 나아가려다 멈출 수는 있지만, 그러나 이내 옆집의 문을 두드리겠지.

댓글(8) 먼댓글(0) 좋아요(29)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잠자냥 2021-07-15 14:29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이거 뭔가 100자평이 잠언스럽습니다요! 지훈이 동창생 누님!

다락방 2021-07-15 14:57   좋아요 2 | URL
지훈이는 알까요, 자신이 동창생 누나의 꿈에 나왔었다는 것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청아 2021-07-15 14:4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오?!! 너무 멋진 100자평입니다. 우리집은 젭알 두드리지 않기를! 👍

다락방 2021-07-15 14:56   좋아요 3 | URL
문단속 잘하고 살아야 합니다, 미미님!! 꼭 잠가요, 꼭!!

단발머리 2021-07-15 17:3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오홋!! 다 읽으셨네요! 100자평 느낌 좋아요!
👍🏼👍🏼👍🏼👍🏼👍🏼

다락방 2021-07-16 09:16   좋아요 0 | URL
과거는 언제나 현재의 발목을 잡고 미래에까지 손을 뻗칩니다. 그래서 우리는 매순간 최선을 다해서 후회없는 선택을 하지 않을 수 있도록 살아야 하는 것 같아요.
단발머리님, 우리 잘 살아갑시다. 뽜샤!!

붕붕툐툐 2021-07-15 20: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락방님 100자 평이라닛, 어색하면서도 좋네요.
제가 좀 전에 문을 열어준것 같은데...🤔

다락방 2021-07-16 09:17   좋아요 0 | URL
얼른 창문 열어 내보낸 뒤 문 닫아요, 얼른! ㅋㅋㅋ
혹여라도 들어왔다면 정의와 함께 사는 천사 같은 제가! 가서 막아드리겠습니다!! ㅋㅋㅋㅋㅋ
 

성경읽기는 현재 200일까지 지속되고 있고 지금 읽고 있는 부분은 구약성경의 <잠언>이다. 잠언의 지은이는 대부분 솔로몬이라고 알려져있는데 솔로몬 이란 이름에서부터 짐작 가능한것처럼 지혜에 관해 실려있다. 조언 혹은 교훈이라 해도 틀리지 않다. 살아가는데 필요한 조언, 정도라고 하면 될까.

굳이 잠언을 읽어야 삶의 교훈을 알 수 있다고 하진 않아도 되는 것이 우리가 익히 아는 내용이다. 근면하라, 선하게 행동하라, 약자를 무시하지 마라 등등. 그러나 잠언의 청자 혹은 독자로 상정되는 건 '인간 남자'구나를 금세 알 수 있다. 어떻게 살라는 지침등이 보편적 인간을 향한 것이지만, 그러나 수시로 거기에는 '음란한 여자'를 피하라고 나온다. 음란한 여자와 가까이 하면 인생 망한다고. 잠언의 청자는 인간이되 남자이고 남자이되 인간인 것이로구나. 잠언의 청자에 여자는 없다. 현재 잠언의 23장까지 읽었는데 아직까지 한 번도 '음란한 남자와 사귀지 말라', '음란한 남자를 피하라'는 구절은 나오지 않았다. '음란'이란 수식어는 단연코 여자만을 향한다. 여자는 음란할 수 있지만 남자가 음란하진 않다. 남자는 단지 음란한 여자의 꾐에 빠질 뿐. 


여자들에게만 특정되는 수식어가 있다. 음란하다는 것. 우리가 흔히 말하는 음란 마귀는 그렇다면 성별이 여자일까? 모르겠다. 어쨌든 세상 모든이들에게 전하는 이 지혜의 말들은 음란한 여자를 피하라고 한다.


음란한 여자를 피해라, 사람들이여.

도처에 깔린 게 남성에 의한 성폭력이지만, 음란한 여자를 피하라, 사람들이여.

어린 여자아이들한테도 덤벼드는 게 성인 남자들이지만, 음란한 여자를 피하라, 사람들이여.

디지털 성폭력으로 다치고 죽고 내몰리는 건 여자들이지만, 오, 음란한 여자를 피할지어다.

각설하고,


오늘 아침 읽은 잠언 22장에는 이런 구절이 나온다.


<노를 품는 자와 사귀지 말며 울분한 자와 동행하지 말지니 그의 행위를 본받아 네 영혼을 올무에 빠뜨릴까 두려움이니라 -잠언 22장 23-24>


꿈을 꿨다.

꿈에는 주지훈이 나왔다. 왜 뜬금없이 주지훈이 나온건지는 나도 잘 모르겠는데 꿈에 주지훈이 잘 나온다. 주지훈의 어떤 역할을 보고 오 좋다 한 적은 있지만 딱히 주지훈에게 팬심이 있지는 않은데. 나로 말하자면 팬심 같은 거 딱히 없고 오래 한 사람만 좋아하는 타입인데. 그런데 꿈에 주지훈이 잘 나온다. 어쨌든 오늘 꿈에도 주지훈이 나왔다. 어제 배터지게 먹고 잔 김치만두 때문일까. 여하튼 주지훈이 나왔는데, 주지훈은 꿈 속에서 내가 사는 단독주택의 맨 꼭대기층에서 가난하게 살고 있었다. 그의 부모도 가난하고 그도 가난했고, 그래서 그의 가슴 속에는 화가 많았다. 나는 주지훈과 알고 지내기는 했지만 막 친하진 않았는데, 그가 늘상 화를 내고 뭔가 나쁜 짓을 벌일 것 같아서 두려웠다. 그가 잠깐만 발을 헛디디면 범죄로 갈 것 같았다. 나는 주지훈을 불러서 얘기했다. 정신 똑바로 차리라고, 거기서 길을 잘못 들어서면 안된다고. 주지훈은 마음을 다잡는 것 같았는데 그러다가도 수시로 화가 나는 것 같았다. 가슴속에 쌓인 화가 많았는데, 그건 그가 열심히 살려고 하지만 도저히 나아지지 않는 자신의 환경 때문이었다. 나는 누군가의 구원이 될 수도 없고 또 한 개인이 다른 한 개인을 구원해주는 서사에 대해서도 심드렁한 편이며 누군가 나에게 구원을 바라는 것도 원치 않지만, 저러다가 주지훈이 잘못될까봐 너무 두려웠다. 또다시 주지훈의 화가 뿜어져 나오려고 하고 그에게서 어떤 폭력적 기미가 보이면 사람들이 와서 내게 말했다. 쟤 이러저러했어, 라고. 그러면 나는 또다시 주지훈에게 갔다. 너 그러면 안돼, 그러지말고 이렇게 해봐, 하고 말을 하는데, 주지훈은 막 화가 나서 어쩔 줄을 모르면서도 내가 말을 하면 잘 들어주었다. 그가 다시 잠잠해지는 게 마음이 안정이 되어서 나는 꿈에서 주지훈의 팔짱을 껴고 함께 걷기도 했다. 그는 자신안의 분노를 다스리기 위해서 운동도 많이 한 것 같았다. 팔짱을 꼈는데 알통이 막 뽝...


알람이 울려 꿈에서 깨고 나서는 아 알람은 왜 늘 제가 울어야 할 때를 모르는가, 조금만 더 뒀으면 어떤 일이 벌어졌을지 모르는데, 아니, 지가 여기가 어디라고 울려 울리기를... 왜 이야기의 끝을 쓰지 못하게 해. 이 이야기는 이대로 끝나면 안돼!!! 눈치 없는 알람 같으니라고.



내가 이 꿈을 꾼 건 아마도 어제 자기 전에 읽은 '그레이엄 그린'의 《브라이턴 록》때문인 것 같았다.

















이 책에 등장하는 주인공 '핑키'는 열일곱살이다. 가난하게 살았던 그는 어릴적부터 아빠엄마가 섹스하는 걸 목격했으며 그게 너무 싫어서 사제가 되고자 희망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제 부모도 없고 그를 돌봐주던 어른도 죽고 없어 그는 불량배 조직의 우두머리가 되고, 그 자리를 지키려고 계속 먹고 살던대로 하려다가 살인을 저지르게 된다. 살인은 하나로 끝나지 않는다. 이 살인 때문에 겁을 먹거나 이 살인을 알고 있는 사람들을 향한 두려움 때문에 살인은 그 다음까지 일어나고 본인 스스로도 너무 멀리 와버린 것 같지만 나는 그렇다면 다수를 죽여야 할까, 생각까지 하기에 이른다. 그는 자신의 살인을 드러나지 않게 하기 위해 다른 범죄를 저지르고 자기처럼 가난하고 보잘것 없는 여자-그러나 자신과 반대되게 매우 선한-와 결혼까지 한다. 결혼이라는 거, 남자와 여자가 함께 자야하는 행위들 너무 끔찍하지만, 어쩔 수 없다.


이 책에 대한 소개에는 '악'이라고 나오는데, 나는 이것이 악인가 싶었다. 악은 무얼까. 나는 악에서 사탄을 떠올렸는데, 이 이야기에 악은 나오지만, 그러나 악이 이 영혼을 부른 것인가, 하면 잘 모르겠다. 핑키는 악속으로, 지옥 속으로 점점 더 깊이 빠져들지만, 그러나 그에게 다른 환경이 주어졌다면 만나지 않았을 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릴 적에 좁은 공간에서 부모의 섹스를 목격하는 일이, 아이에게 일어나면 안되었다. 먹고 사는 일이 다른 사람의 것을 빼앗아서 가능해지는 환경에 그가 놓여서는 안되었다. 핑키가 보고 살았던 것이 그런것들 뿐이라, 그가 꿈꾸는 미래는 그래서 그렇게 사는 부자에 대한 것이다. 좋은 가구를 가져다 놓고 좋은 공간에서 사는 것. 그렇게 사는 과정이 다른 사람을 죽이는 것이어도 그게 가능해지는 삶을 살고 싶은 거다. 범죄와 범죄와 범죄가 일어나는 곳 정한가운데에서 어떻게 다른 꿈을 꿀 수 있는가. 다른 꿈을 꿀 수 있다면 다른 가능성을 목격해야 한다. 다른 일을 할 수 있고 다르게 살 수 있다는 것을 보아야만 비로소 아 내가 되고 싶은 건 저것이다, 할 수 있는게 아닌가.


물론 가난한 환경에 사는 모두가, 그 환경 속에 놓인 모두가, 핑키가 사는 주택에 사는 모두가 핑키처럼 생각하는 것도 아니고 핑키처럼 범죄를 저지르는 것도 아니다. 사람을 죽이는 것 까지는 안돼, 그렇게 나쁜 짓을 하면 안돼, 하고 말하는 자들이 더 많다. 그러나 악은 가난에 쉽게, 급속하게 들러붙는다. 그 가난에서 빠져나오고 싶고 다른 사람들이 나를 멸시하지 않는 세계로 이동하고 싶은데, 그것이 그 환경에서 매일매일 죽어라 일한다고 오는 것이 아니다. 참 이상하다. 아무리 근명성실하게 그리고 착하게 살아도 이 작고 낡은 집을 벗어나는 일이 왜 가능하지 않단 말인가. 부지런한 개미가 겨울에 떵떵거리면서 살 수 있는 건 그저 동화이기에 가능한 게 아닌가. 신이시여, 근면성실하면 편하게 살 수 있나요? 정말 그래요?




'크리스 햄스워스'의 자아성찰 하는 영화라는(그러나 딱히 자아성찰 하는 것 같진 않고 살인만 엄청나게 일어난다) 《익스트랙션》에도 역시 어쩔 수 없이 범죄자가 되는 아이들이 나온다. 범죄 속에서 살고 있는 아이들은 범죄의 희생자가 되거나 목격자가 되고 그래서 살기 위해서는 그 범죄 속으로 들어가야 한다. 자신의 강함을 드러내기 위해서, 자신이 이 조직에서 잘 해나갈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서 자신의 신체에 상해를 입혀 보이기도 해야하는 그런 아이들이 나온다. 앞을 봐도 뒤를 봐도 위를 봐도 범죄가 있는 곳에서 다른 꿈을 꾸는 것은 가능한가. 내가 보는 것말고 다른 것이 있다는 것, 다른 삶이 가능해질 수 있다는 걸 '알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상상력'이 필요한데, 그 상상력이라는 것도 어떤 수단이 주어져야 가능한 게 아닌가. 교육이, 문화 활동이, 다른 삶을 사는 사람들이 그런 가능성을 보여줄 수 있을 것인데, 애초에 그런게 차단되어져 있다면 어떻게 다른 삶이 가능한가. 위험에 더 쉽게 노출되고 구해줄 수 있는 어른은 없는 삶, 거기에서 어떻게 빠져나오는가. 일년전에 이 영화를 보고 '가난한 사람에겐 도처가 늪이다'고 썼던데, 그렇다. 빈곤에 내몰린 이들에겐 도처가 늪이다. 그에게 악이 찾아와 노크하는 일, 문을 열어 그 악을 들여보내는 일은 쉽다. 악의 면전에서 그 존재를 확인하고 문을 쾅 닫아 내쫓는 일은 쉽게 해낼 수 있는 일이 아니다.



브라이턴 록의 핑키의 신조는 '나는 유일한 사탄을 믿는다' (p.344) 이다. 그가 자라 놓인 환경이 그를 그렇게 만들었다. 고작 열일곱 살밖에 안됐는데.



브라이턴 록에는 그러나 유가족 하나 없이 죽어간 피해자대신 질문하는 여성 '아이다'가 나온다. 책 뒤에 아마추어 탐정이 나온다길래 너무나 자연스럽게 남자라고 생각했다가 처음에 조연처럼 등장했던 아이다가 '어? 이 사람이 죽었다고? 그 사람은 죽음을 두려워했는데 자살이라고? 아무도 묻지 않다니, 내가 질문하겠어' 라고 다시 등장하는 걸 보고 너무 깜짝 놀랐다. 앗, 아마추어 탐정이, 아이다를 말하는 거였어? 항상 정의의 편에 서고자 하는 아이다가 나온다. 불행한 결혼으로 빨려 들어가려고 하는 로즈에게 그 남자 곁을 떠나라고 말해주는 것도 아이다의 몫이다. 그러나 아아, 어리석은 여자여, 왜 그 말을 듣지 않는가.


나는 아직 이 소설을 다 읽지 못했고 그래서 이 이야기의 끝을 알지 못한다. 내 꿈처럼, 나는 이 이야기의 끝도 알지 못한다. 다만 나는 이 소설에 등장하는 악이 그러나 악 그 자체인가에 대해서는 갸웃하게 된다. 악은 거기 있었던 것도 아니고 그가 악 그 자체였던 것도 아니다. 그는, 다만 악에 문을 열어주었을 뿐이었다.




자, 남은 부분도 얼른 마저 읽고

그리고 주지훈아, 너는 내게 금기의 대상이지만 오늘 꿈에 다시 와서 우리 이야기를 마무리 짓자꾸나.

나는 나름의 룰이 있는 여자지만 오늘만은 예외로 해줄게.

너느 내게 금기의 대상이어서 꿈꾸면 안되는데, 그러니까 왜 금기의 대상이냐면, 남동생 고등학교 졸업앨범에 너는 잇을테니까, 너는 내 남동생의 동창이니까! 나는 남동생 동창과는 만나지 않겠다는 삶의 룰을 정해서 가지고 있고 여태 잘 지켜왔는데, 너를 아마도 예외로 두어야 할 것 같아. 왜냐하면..너는 모르니까. 너는 모르잖아, 내 남동생하고 동창인줄은......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내 남동생은 주지훈을 복도에서 마주쳤지만, 주지훈은 내남동생을 복도에서 마주치지 않았을것이 분명하기에.....




그럼 이만.

아무튼 주지훈, 너는 오고.

인생을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우리 한 번 잘 살아보자.



"나라면 그런 일에 말려들지 않을 거야, 아이다. 그 사람은 당신에게 아무것도 아니잖아."
"그이는 그 누구에게도 아무것도 아닌 존재였어. 그게 문제야." 아이다가 말했다. 그녀는 자신의 마음속 가장 깊은 곳에 자리 잡은 기억과 본능과 희망의 심층까지 파고 내려가, 그것들에서 자신이 지침으로 삼고 살아가는 유일한 인생철학을 꺼냈다. "나는 정정당당한 것을 좋아해." 아이다가 말했다. - P155

"걔는 널 좋아하지 않아." 아이다가 말했다. "내 말 좀 들어봐. 인간적으로 얘기하는 거니 내 얘길 믿어 줘. 나도 한창때는 한두 명의 사내 녀석을 사랑했었지. 그건 뭐 숨 쉬는 것처럼 자연스러운 거니까. 다만 거기에다 온 정신을 배앗겨선 곤란해. 그럴 만한 가치가 있는 사람은 없으니까. 그 녀석은 말할 것도 없고." - P251

소년이 지나가자 그들은 층이 진 갓돌을 발로 더듬어 찾으며 다시 가장자리로 걸음을 옮겼다.
"왜 그래, 핑키?" 댈로가 말했다. "쟤들은 장님이야."
"내가 왜 거지들 때문에 길을 비켜야 하지?" 그러나 실은 그들이 장님이라는 것을 깨닫지 못했었다. 그는 자신이 저지른 행동에 충격을 받았다. 그것은 마치 자신은 어느 정도의 거리 까지만 가려고 했으나 너무 먼 길을 와 버린 듯한 느낌과도 흡사했다. - P268

긴 도정……그러나 그는 한 걸음도 잘못 디딘 적이 없었다. 만약 그가 스노 식당에 가서 그 여자애와 얘기를 나누지 않았다면 그들은 모두 지금 피고석에 앉아 있을 것이다. 만약 그가 스파이서를 죽이지 않았다면……한 걸음도 잘못 디딘 적이 없었다. 그렇지만 한 걸음 한 걸음 내디딜 때마다 그로서는 가늠할 수도 없는 압력이 그의 발걸음을 무겁게 짓눌렀다. 꼬치꼬치 캐묻는 여자, 스파이서를 겁먹게 한 전화 내용……소년은 생각했다. 내가 그 애랑 결혼하면, 그땐 이 일이 끝나게 될까? 이 일이 어디까지 날 몰아붙일까? 그는 입을 씰룩이며 생각했다. 얼마나 더 안 좋아질까? - P307


댓글(23) 먼댓글(1) 좋아요(27)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1. 구원은 구원하지 않는다
    from 의미가 없다는 걸 확인하는 의미 2021-07-22 19:38 
    ‘학습된 무기력’이라는 말이 있다. 상황을 통제할 수 없는 상황이 반복되어 자신이 극복할 수 있는 상황에도 불구하고 자포자기하는 것을 말한다. 소설 주인공 소피를 생각하면 ‘학습된 무기력(혹은 무력감)’이 떠오른다. 선택지 같지도 않은 선택을 해야 하거나 자명한 생존의 선택 앞에 죄짓는 선택을 해야 하거나. 삶에 대한 통제권을 완전히 잃는 경험들의 반복은 그녀에게 지독한 죄책감과 학습된 무기력을 심어주었다. 고통은 그 자체로 악은 아닐 거다. 다만 고통
 
 
유수 2021-07-15 09:36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도처에 내몰린 사람한테 어떤 상상력을 요구할 수 있나 혼자 막 미간 찡그리고 보다가 나름의 룰과 반전과ㅋㅋㅋㅋ그게 깨지는 오늘과…깍깍대며 웃습니다 너무 웃깁니다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21-07-15 10:32   좋아요 3 | URL
하아 왜 주지훈은 제 남동생과 동창일까요. 주지훈, 어째서 내 남동생과 동창인건가요, 왜, 왜, 왜..
그치만 제가 제게 룰을 적용했듯이 제가 제게 예외를 적용하여서 흠흠
새로운 이야기를 써내도록 하겠습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잠자냥 2021-07-15 10:10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성경 잠언 +김치만두+핑키=주지훈 꿈-알람=못다 이룬 꿈..... 그러나 지훈아 오늘 밤 꼭 다부장님 찾아뵈라.

다락방 2021-07-15 10:33   좋아요 2 | URL
아직 막 악에 물든건 아니었으니까 천사를 만나 샤라라랑~ 하다 보면 또 아름다운 이야기 쓸 수 있는 것이니깐요.
여기서 깜짝 퀴즈. 그렇다면 천사는 누구일까요? 호호.

잠자냥 2021-07-15 11:00   좋아요 1 | URL
음란 다부장님? 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21-07-15 11:11   좋아요 1 | URL
딩동댕동~~ 네, 천사는 바로 음란 다락방 이었습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새파랑 2021-07-15 10:1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성경과 주지훈과 핑키라니 ㅋ 완전 매끄러운 연결고리네요. 저도 오늘밤 주지훈이 다락방님 꿈에 다시 나오길 바라겠습니다. 성경읽기도 책도 꿈도 아직 안끝난 거네요 😊

다락방 2021-07-15 10:34   좋아요 3 | URL
무릇 이야기란 계속되어야 하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악에 대한 이야기라면 반드시 끝나야 하는 것이지만 정의에 대한 이야기라면 계속되어야 합니다. 저는 정의의 편에 서서!! 주지훈을 선하게 만들겠습니다. 빠샤! ㅋㅋㅋㅋㅋ

Falstaff 2021-07-15 10:26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다락방님, 위에 댓글 다신 분들은 모두 아부하는 겁니다.
다락방님은 진정한 엽기 그 자체입니다. 성경과 주지훈과 김치만두와 음란과 핑키를 연결시키는 사람은 세상에 유일할 겁니다. ㅋㅋㅋㅋㅋ

다락방 2021-07-15 10:35   좋아요 2 | URL
아 빵터졌네요. 엽기라니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아 엽기라니 오랜만에 들어보는 단어입니다. 귀여운 엽기토끼 생각나네요. (응?)
저 얼른 브라이턴 록 다 읽고 싶어요. 끝에 어떻게 될지, 아이다가 승리할지 너무 궁금해요. 그런 한편 핑키는 이제 어쩌나 싶기도 하고요. 핑키의 남은 삶은 구원으로 채울 수 있을까... 재미있게 보고 있습니다.

그럼 엽기 다락방은 이만 총총.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잠자냥 2021-07-15 11:00   좋아요 2 | URL
폴스타프 님 댓글 김치만두와 음란을 음란만두로 읽음;; ㅋ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21-07-15 11:12   좋아요 2 | URL
음란만두는 먹으면 음란해지는 것입니까? 그렇다면 저는 먹을 필요가 없겠네요. 이미 음란지수 한계에 이르렀습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수이 2021-07-15 10:41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남동생 후배와 뽀뽀한 적 있는데 이런 이야기 하면 안되는데 그나저나 다락방님 글 오랜만에 읽으니 왜 이리 좋아요. 활력이 막 저절로 생기는 오늘 아침이닷!

다락방 2021-07-15 11:11   좋아요 2 | URL
꺅 >.<
남동생 후배랑 뽀뽀라니. 얼레리꼴레리~ 얼레리꼴레리~~ 비타 님은~ 남동생 후배랑~ 뽀뽀했대요~ 뽀뽀했대요~ 얼레리꼴레리~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기운내요, 비타 님! 잘 살아봅시다. 아자!!

blanca 2021-07-15 13:1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성경이 그런 면이 있어요. 남성 중심적 사고관이 군데군데...저는 그런 의미에서 옛날 내가 좋아했던 드라마를 볼 때도 불편함을 느껴요. 우리가 열광했던 드라마들에도 가부장적인 여성 하대 의식이 너무 노골적이에요. 그런 것 보면 오늘이 어제보다 더 나은 것도 같고 바이러스 보면 안 그런 것도 같고...

서사가 있는 꿈을 꾸시는군요! 완전 부러워요. 장기용 나왔으면 좋겠다 ㅋㅋㅋ

다락방 2021-07-15 14:07   좋아요 1 | URL
애시당초 여자는 남자를 돕기 위한 존재라고 만들고 뱀의 유혹에 넘어가 죄를 짓기 시작하는 존재로 만든것도 창세기에서부터 시작되잖아요. 기업(땅)을 주는 것도 남자에게만 주고요. 저는 성경 읽기 시작하면서 다시 쓰여져야 할 책이 있다면 성경이 그 제일 앞에 있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여자를 같은 인간으로 취급하질 않아서요. 대부분의 혐오도 성경에 있더라고요. 그것에 담긴 더 큰 이야기가 있고 그것은 혐오가 아니다, 라고 종교인들이 얘기할 수 있겠지만, 저는 많은 혐오의 근원을 성경에서 그 근거를 찾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막연하게 성경이 그렇다는 걸 알고만 있다가 이렇게 읽으면서 매번 보게 되니 답답하네요. 그렇지만 제가 앞으로도 계속 독서를 할것이니 성경을 읽어두는 게 여러모로 도움이 될 것 같아서 앞으로도 계속 읽으려고 합니다. 반복해 읽다보면 그 안에 숨겨진 어떤 깊은 뜻이나 혹은 다른 뜻을 깨닫게 될 수도 있겠지요.

그러게요 블랑카님. 바이러스를 보면.. 우리는 나아지고 있는 세상속에 있는 걸까요? ㅜㅜ

제 꿈은 늘 서사가 있습니다. 제가 워낙에 이야기를 좋아해서 그런가봐요. ㅋㅋ 꿈에서 항상 이야기를 써버리네요. 오늘 블라카님의 꿈에는 장기용이 나와서 아름다운 이야기를 적어나가실 수 있기를 바랍니다. 화이팅!! ㅋㅋ

- 2021-07-15 15:3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구원서사에 심드렁한 다락방님 저는 쌍방구원서사 <- 쌍방이어야 합니다. 에 아주 환장합니다. 이쪽 버전의 영화는 아주 많고, 대부분의 성장소설이 그러합니다 ㅋㅋㅋ 특히 자매애에 기반한 쌍방구원서사가 요즘 제가 눈여겨보는 장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그러므로 그리고 그러니까 쌍방구원서사의 정점에는 다크페이트가 있는 것입니다. 미래에서 온 터미네이터 맥켄지가 현재의 사령관님을 구하는 것인데요, 그 사령관님은 사실 맥켄지를 구했던 것입니다. (갑자기 또 눈물이 날 것같다) 맥켄지....... 내가 복근을 향해 달려가고 있어 기다려 맥켄지!!
그리고. 주지훈. 장기용. 말들이 많으신 데요, 전 이번엔 에디 레드메인에 감겨버렸습니다. (진짜 내 뇌를 뜯어서 왜 병약/너드 남배우한테 끌리는지 알아내고 싶다......) 이 페이퍼에 적으면 왠지 꿈에 나올거 같아서 적는다. 에디!!!!! 나와라!!!!

다락방 2021-07-15 15:47   좋아요 2 | URL
병약 너드 남배우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진짜 내가 안끌리는 쪽이다. 나는 재이슨 스태덤이라굿!! ㅋㅋ

맞아요 다크페이트는 쌍방 구원서사이며 영웅 서사잖아요. 굉장히 건강한 구원서사죠. 제가 싫어하는 구원 서사는 ‘너가 나를 좀 구원해줘‘하고 상대에게 기대는 그런거에요. 대체적으로 연인사이에서 개인이 개인에게 바라는 그런 거요. 지 살 길 지가 찾아야지 어디서 징징대 뭐 이런 마인드가 되는 것입니다. 저는 더 나은길로 이끌어주는 것도 또 구원해주는 것도 가능하다고 생각하지만, 그것을 노골적으로 바라는 것은 지양해야 한다고 봅니다. 자기가 자기 살 길 찾다보면 자연스레 다른 사람들도 그 길을 찾게 도와준다고 생각하는 편이거든요.

아무튼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복근을 만들어서 맥켄지에게 달려가는 것입니다. 달려가서 김치찜도 만들어주고 같이 배 까고 복근으로 건배도 하자!!

- 2021-07-15 16:19   좋아요 1 | URL
어디서 징징대….!!!!! ㅋㅋㅋㅋㅋㅋ 떽!!!!!! 다락방님이 이야기하는 구원서사에는 저도 별로네요. 저는 상처가 상처를 알아보는 이야기를 좋아한다고 수정해서 생각하겠습니다.

아… 나의 일관된 병약너드남배우사랑ㅋㅋㅋ (부끄럽다) 근데 저는 진짜 제이슨 스태덤 ㅋㅋ 류의 울끈불끈 남성미 철철은 좀 무섭고 안좋아하는데 현실에선 훤칠한 사람 좋아함. 정말 모르겠는 나의 취향…

다락방 2021-07-16 08:39   좋아요 1 | URL
나는 종합적으로 스스로 강하면서 강자앞에서 강한 사람을 좋아해요. 그러니까 역할의 문제이지만, 재이슨 스태덤이 그렇게 액션 잘하고 좋은 몸으로 약자를 괴롭히고 다닌다면, 막 질질 짜고 다닌다면 너무 싫겠지. 그런데 그 사람은 나쁜놈들을 응징한다!!! 너무 좋음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2021-07-16 10:04   좋아요 0 | URL
그렇게 쓰라고 준 몸이야!!! ㅋㅋㅋㅋ 그러고 보니 리처도 ㅋㅋㅋ 아이 일관된 사람 ㅋㅋ

붕붕툐툐 2021-07-15 20: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진짜 이렇게 서사가 있는 꿈이라니~ 주지훈이 화는 많지만 다부장님 말엔 고분고분하는게 저는 왤케 현실성 있게 느껴지죠? 역시 사람 잡는(?) 다부장님, 주지훈이여, 성공하려면 오늘밤 다시 꿈에 찾아오라!!

다락방 2021-07-16 08:37   좋아요 1 | URL
ㅋㅋ 툐툐님, 저도 주지훈이 화가 많아도 제가 다스릴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이거슨 저의 망! 상! ㅋㅋ 그러니 우리 후니가 누나를 믿고 의지해도 좋을텐데요. ㅋㅋㅋㅋㅋㅋㅋ 어제는 기절하듯 자는 바람에 우리 후니를 못만났네요. 후니가 왔는데 제가 아마도 꿈의 문을 안열어준게 아닐까 싶습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