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 오늘은 오늘의 페이퍼를 시작하기에 앞서 《젠더 트러블》을 읽는 분들에게 도움될 페이퍼 링크를 하나 걸고 시작하겠다.
☞ 섹스는 언제나 이미 젠더였다
여성주의 책 같이읽기를 하고 계시는 친애하는 '공쟝쟝'님의 페이퍼인데, 본서에 앞서 해설서인 《쉽게 읽는 젠더 이야기》를 읽고 정리해주신 내용. 그러니 젠더 트러블 읽다 막혔던 분들은 참고하시면 좋을 것 같다. 어제도 자기 전에 젠더 트러블 읽다가 한 단락 한 단락을 몇 번이고 반복해서 읽어야했다. 마치 반복해 읽으면 이해가 샤라라랑 되는것처럼... (슬픔의 새드니스)
어제 퇴근하는 길. 길동역에서 내려 계단을 올라갔는데 쫘라란~ 무지개가 보이는거다. 앗, 무지개가?!

웬일이니 웬일이니.. 기분이 막 좋아져서 사진을 찍었다. 그런데 어머 진짜 무슨일이야. 걷는 족족 무지개가 보이는데, 위의 사진처럼 일부만 보이는 게 아니라, 반원형 완전체도 보이는거다. 꺅 >.<

나는 되게 선명하게 컬러풀한 무지개를 봤는데 사진으로는 내가 보는대로 찍히질 않아 너무 안타깝다. 어쨌든 씐나서 사진을 찍는데 어째 사람들은 이 무지개를 보지 못하고 그냥 제 갈길을 가는 것 같다. 윽 아쉬워 아쉬워.. 여러분 무지개를 좀 봐, 소리라도 치고 싶었지만 나는 점잖은 사람이라서 소리를 치진 않고 으윽 아쉽다 아쉽다 했다.
그리고 횡단보도 앞. 더 선명한 무지개가 크게 보인다.

악. 너무 좋아. 내 옆에는 여자 아이 두 명과 그 아이들의 할머니로 보이는 사람이 같이 서있다. 아이들은 핸드폰을 보고 할머니는 그저 앞만 보고 있다. 아니, 저거 보시면 기분이 너무나 좋을텐데. 나는 낯선 자들에게 말을 걸지 말라고 내가 내게 계속 얘기했지만, 그러나 내가 나한테 이겨서(응?) 아아, 하는수없이 오지랖을 떨었다. 그 할머니에게 다가가 말을 건 것이다.
"저기 무지개 있어요."
"..네?"
"무지개요."
그러자 할머니는 고개를 돌려 내가 손가락으로 가리킨 방향을 보셨고 보자마자 어머! 하며 탄성을 지르셨다. 할머니의 반응에 고개를 돌렸던 아이 둘다 마찬가지로 환호성을 보냈다. 할머니는 아이들에게 말씀하셨다. 사진 찍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히히. 오지랖 성 to the 공!!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그리고 집을 향해 걸어가면서 이런거 하면 안되는데, 하지 말라고 잠자냥 님이 그랬는데... 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리고 아파트에 도착해 엘리베이터를 타려는데 나를 태우기 전에 저기 위로 올라가는 게 아닌가. 아니, 아빠 엄마한테도 보여줘야 하는데.. 하는수없이 마음이 급해진 나는 계단으로 다다다닥 올라가고 문을 열자마자 '너 올 때 맞춰서 에어컨 틀어놨어' 하는 부모님께 "다들 이리와봐!! 얼른!!" 하고는 베란다로 향했다. 아빠 엄마는 왜왜 이러시며 베란다로 따라 나오셨고, 나는 블라인드를 걷어 올리고 창문을 열어 저기 크게 선명한 무지개를 가리켰다. 아빠 얼른 핸드폰 가져와 사진 찍으심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이 이게 무슨 일이야. 나는 매우 기분이 좋았다. 으흐흐흐흐흐흐흐흐.
그리고 오늘 아침.
친구의 생일이라 어제부터 어떤 선물을 할까 고민하고 고민했다. 이 책은 어떨까 생각도 했었다.
어제 트윗에서 이 책의 출간 소식을 듣고는 살짝만 살펴봤는데 우왕 벽돌책이고 뭐랄까 지적 허영심을 너무 자극하는 책이 아닌가. 이 책이랑 친구가 갖고 싶은 책이랑 해서 보내줄까, 하다가, 그러나 지적 허영심은.. 나만 가진게 아닌가 싶어서 안되겠다, 친구가 원하는 책을 살 수 있도록 상품권을 선물하자, 해서 오늘 아침 알라딘상품권을 선물했다. 친구는 고마워하면서 어떤 책을 사고싶은지 얘기했고 어떤 책을 읽고 있는지 그리고 어떤 책이 좋은지도 얘기했다. 아, 나는 진짜 너무 이런 순간들이 좋아. 읽고 싶은 책에 대해 막 얘기하고 사고 싶은 책들에 대해 얘기하는 이런 순간이. 그러니까 이런 대화가 가능한 친구가 있다는 것이 너무 좋다. 일전에 회사 직원들하고 점심 시간에 밥 먹다가 도서정가제 얘기하는데 다들 무슨 소리 하냐는 눈빛으로 나를 보았어서...아 이들에겐 아무 상관없는 얘기구나, 했었는데.. 그런 멀뚱함 없이 막 얘기할 수 있는 게 진짜 큰 축복으로 여겨지는 거다. 당시 나의 친한 친구는 도서정가제 시행되기 전에 토지를 구입하겠어, 하고는 토지 전권을 구입하기도 했었다. 그래, 이런 친구들이 내 옆에 있다니깐!
오늘 푸코 읽는데 재미있어, 로맨스도 살거야, 여성주의 사야지, 신의 전쟁 지적 허영심 자극해, 이러면서 친구랑 막 얘기하는데 진짜 너무 좋아가지고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게다가 또 알라딘에서 읽게된 친애하는 알라디너의 레베카 리뷰가 너무 재미있는 거다. 내가 레베카 읽었던 당시의 기분도 막 떠오르면서, 악 읽고싶어 읽고싶어 이렇게 되는거다. 재독하자! 막 이렇게.
그러니까 옥주현이 레베카 뮤지컬에서 주연한다는 건 많은 사람들이 알지만, 책을 읽지 않은 사람들은 옥주현이 레베카 역을 맡았다고 생각하는거다. 아니야, 레베카에 레베카 안나와~~(뮤지컬은 안봐서 잘 모르지만) 했더니 친구가 깜놀했던 것 떠오르면서 으하하하하하하하하하 역시 같은 책을 읽은 사람들과의 대화는 얼마나 짜릿한가! 레베카 안읽으면 옥주현이 레베카인줄 알지? 나는 안봤지만 아닌거 알지롱~~ 막 이러면서 오늘 또 씐이난다 씐이나~ 했던 거다. 으하하하하하하하하하. 그렇지만 저는 레베카 보다 레이첼 쪽을 좀 더 좋아했습니다.
그리고 초등학생 조카가 너무 재미있게 읽었다는 책, 너무나 유명한 '이미예'의 《달러구트 꿈백화점》을 읽었다. 조카가 아니었다면 내가 아예 관심을 가지지 않을 책인데 앞으로도 나는 조카랑 소통을 해야 하기 때문에 이 책을 읽었는데..
하아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
몇장 읽지도 않고 '나는 이 책을 읽어야 하는가' 갈등할 수밖에 없었다. 꿈을 파는 백화점이라는 가상의 세계를 설정한 것은 작가가 가진 상상력일 것이고, 나는 상상력이 부족한 사람으로서 그런 하나의 세계를 창조하는 것에 점수를 주는 편이다. 그렇지만 내용이 너무 뻔하고 뻔하고 뻔한거다. 처음 주인공이 면접을 보기 시작하는 것부터 중간중간 개인의 사연들까지. 나미야잡화점의 기적 생각나면서 걍 딱 별로인거다. 으..
베스트셀러란 뭘까. 이 책이 50만부 기념 에디션 나왔던데, 세상에 50만부나 팔렸다니.
이 책의 장점이라면 빨리 읽어낼 수 있다는 데 있겠다. 그러니까 알라딘의 수많은 독서인들은 이 책 읽는데 시간이 별로 걸리지 않을 것이다. 진짜 무진장 팔랑팔랑 넘어가는 책이고 뭔가 골똘히 생각할 것도 없다. 문장도 별 거 없고 스토리도 특별할 거 없다. 그래서 읽는 내내 나는 몇번이나 '도대체 이 책이 왜 베스트셀러일까, 베스트셀러가 된 이유가 뭘까, 무엇이 그렇게 만든걸까'를 생각해봐야 했다. 이 책보다 더 이야기가 화려한 책, 더 문장이 좋은 책, 더 재미있는 책이 많고 많은데 그런데 왜 하필, 이 책이 베스트셀러가 되어 50만부가 팔린 걸까. 그 이유는 그 힘은 대체 어디있을까?
이 생각은 얼마전에 유퀴즈에 나온 BTS 를 보면서도 했었다.
나는 BTS 에 관심이 전혀 없어서 멤버가 몇 명인지도 모르고, 만약 내 옆자리에서 술을 마시고 있어도 알아보지 못할 것이다. 그런데 이들은 세계적으로 어마어마한 스타가 아닌가. 주말에 채널을 돌리다가 유퀴즈에 BTS 가 나와서 퀴즈를 풀고 이야기 하는 장면을 보게되었다. 연습생 시절에 고생스러웠던 것, 엄청나게 노력했던 것, 그리고 지금에 이른것까지 그들은 얘기했다. 가장 기억에 남는 멤버의 이름은 지금은 기억이 안나지만, 자신이 바랐던 것보다 더 큰 게 왔을 때 이래도 되는가 생각했다는 거였다. 여튼, 그걸 보면서 어쩌다가 저들이 이렇게 유명해진걸까, 그렇게 만든게 뭘까 생각했다.
그들이 못하다는 얘기를 하려는게 아니라, 그들을 그렇게 만든 그 무언가가 어느 지점에 있느냐에 대해 생각을 했다는 거다. BTS의 어떤 멤버는 뛰어나게 잘생겼고 또 어떤 멤버는 남들보다 더 노력했다. 그래, 그런 것들이 지금의 그들을 만들었을 것이다. 그러나 세상에는 그들보다 더 잘생기고 더 노래 잘부르고 더 똑똑하고 더 노력을 많이 한 사람들도 분명 존재한다. 그런데 다른 사람이 아닌 바로 그들이 세계적 스타가 된 데에는 어떤 힘이 작용한걸까 싶은 거다.
달러구트도 마찬가지. 더 재미있고 더 잘 쓰여진 책들이 무수히 많은데 무엇이, 어떤 힘이 작용해서 달러구트를 베스트셀러를 만들었을까. 그것은 일전에 《82년생 김지영》을 읽으면서도 한 생각이었다. 여성주의와 페미니즘에 대해서라면 이 책 말고도 다른 책들이 많은데, 그런데 도대체 어떤 힘이 82년생 김지영을 세계 각지에서 번역까지 되게 만든걸까? 그게 뭘까?
BTS 멤버들의 나이는 다양해서 가장 어린 멤버가 이제 고작 스물다섯이었다. 열다섯부터 연습생을 했다고 했다. 스물다섯에 전 세계를 돌아다니며 공연을 하고 인기를 얻고 개인 제트기를 타고 다니다니. 무엇이 그를 그렇게 만든걸까. 82년생 김지영은 과연 시기를 잘 맞춰 나온 작품이기 때문인걸까. 그런것들말고 무언가가 그것들에 더 있는 게 아닐까. 그것은 그 작가, 그 가수 개인의 힘, 그러니까 노력과 주어진 외모외에도 다른 것, 그 사람의 삶에 주어진 어떤 운명의 힘이 있는게 아닌가 싶어지는 거다.
그 개인의 인생의 흐름, 그 어느 지점에 바로 그것이 있지 않나 싶은거다. 자, 너는 지금처럼 열심히 노력한다면 스물다섯에 세계를 날아다니는 스타가 될거야, 라는 것. 네 인생의흐름 이 지점에서는 엄청난 책을 써낼거야, 같은 것. 이런것들이 그들 개인의 운명의 흐름에 있었던 거 아닐까. 그렇다면, 나는 운명론자인가?!
그게 뭘까? 를 요즘 계속 생각하고 있다. 그렇다고 딱히 내가 그걸 갖고 싶다는 게 아니라, 나는 지금의 현재에 매우 많이 만족하는 사람이므로 뭐 더한걸 바라지 않고 그저 40평대 아파트.. 정도면 되는데, 그런데 저들을 저렇게 만든 저게 뭘까 싶어지는 거다. 네 운명의 흐름 이 지점에 바로 이것이 있다, 하는 것 말고 다른 어떤 가능성이 있는걸까? 내 운명의 흐름 어느 지점에는 40평대 아파트가 있을까? 있다면, 그것은 언제일까?
아무튼 다시 내 행복으로 돌아와서, 책 얘기 나눌 수 있는 친구가 있다는 거 진짜 짜릿하고 너무 좋다. 아마 알라디너들이 알라딘을 계속하는 건 바로 그런 이유 때문이 아닐까.
여러분 나 책 샀어요.. 오늘 올거에요. 저녁 안먹은 날 하나도 없지만... 샀어요..... (도망간다)
여튼 오늘 점심은 또 2메뉴를 주문했다. 여름엔 잘 먹어야 되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