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하하하하하하하하하. 이 책 재미있다. 작가 '신카와 호타테'가 24세에 사법시험을 합격한 전직 변호사라는데, 와 마작 선수로도 활동했었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이 책의 주인공인 '레이코'도 역시 대형 로펌에 소속된 잘나가는 변호사이다.
시작하자마자 남자친구로부터 프로포즈 링을 받고 자기가 기대한 것보다 저렴하다며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이런 저렴한 반지를 주냐고 화를 내는 레이코를 보면서 뭐여.. 했는데, 아, 레이코는 소설 내내 돈이 제일 중요하다, 돈이 최고다.. 막 이런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 물론 소설이 진행하면서 레이코의 생각도 좀 변하게 되지만. 어쨌든 레이코는 자신의 욕망에 솔직하고 자신을 부당하게 대하는 것을 부러 꾹 참거나 하지도 않는다. 그런 일화들이 사실 사건을 해결해가는 과정보다 재미있다.
이를테면 레이코의 아버지는 레이코의 오빠보다 더 잘난 딸을 못마땅하게 생각하고 오빠의 여자친구 앞에서 레이코를 깎아내린다. 변호사는 아무리 잘나봤자 누군가의 대리인이라며 자신과 아들같은 공무원이 됐어야 한다는 거다. 그런데 우리의 레이코는 그런 말을 듣고 참지 않긔!!
"공무원 박봉은 줘도 안 받아." (p.29) 라고 쏘아붙이는 거다. ㅋㅋㅋㅋ 거실 안의 공기가 순식간에 얼어붙었다.(p.29) 는 거짓이 아닐 것 ㅋㅋㅋㅋㅋ
너 똑똑하고 잘났다며 네 얘기 많이 들었어, 오빠 여자친구가 분위기를 무마하려 하자 아빠는 또 이런다.
"이 녀석은 이 나이 먹도록 요리도 못 해서 데려갈 남자가 없어요." (p.30)
레이코는 참지 않긔!!
"아버지랑 오빠도 요리 못하잖아. 어떻게 다행히 결혼은 했네?" (p.31)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 너무 웃겨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잘한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부모한테 무슨 말버릇이냐고 아버지가 버럭 하지만 레이코는 부모가 부모 노릇을 해야 한다고 쏘아붙인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잘한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간만에 넘나 마음에 드는 여자 캐릭터를 만났다. ㅋㅋㅋㅋㅋ
게다가 일하는 로펌에서는 이번 보너스를 줄였다. 레이코는 자기가 일을 잘했는데 왜 줄었냐 뭔가 잘못한 게 있느냐 상관에게 묻는다. 그러자 상관은 그런게 아니라 너는 앞으로 팀을 꾸려 일하게 될텐데 그런 성질머리로는 곤란하니 줄어든 액수를 장기적으로 지불해야 할 수업료로 생각하라는 거다. 레이코는 참지 않긔!!
"수업료라니, 그런 궤변은 그만두세요!"
앞에 있는 책상을 힘껏 내리쳤다.
"저는 돈 때문에 일하는 겁니다. 일한 대가로 로펌에서 돈을 받는다고요. 수업료네 뭐네 하면서 정당한 대가를 주지 않으면 못 참아요!" (p.19-20)
아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너무 좋지 않은가. 사실 현실에서 저렇게 할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라는 생각을 해보지만, 주인공 레이코는 자신의 능력을 충분히 자신하고 또한 자신이 돈을 좇는다는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맞설 수 있는 것 같다. 그런 지점이 매우 좋다. 내가 원하는 게 뭔지 알고 부당함에 대해 소리지를 수 있다는 것.
게다가 사건을 해결하면서 만나게 되는 남자들을 보며 속으로 생각하는 것들을 읽는 것도 깨알 재미.
남자들은 왜 이렇게 자신의 눈부신 과거 이야기를 늘어놓고 싶어하는 것일까. 그것도 자기가 하고 싶어서가 아니라 남이 하도 조르니까 어쩔 수 없이 해준다는 태도로 말이다. 남자들의 그런 태도는 항상 귀찮았다. (p.120)
레이코의 오빠는 레이코가 보기에 한심하기 그지없는데 분에 넘치는 여자랑 결혼을 약속하고서도 바람을 핀다. 그게 레이코에게 들키자 어쩌다보니 그런거고 자기가 사랑하는 건 약혼녀 뿐이라고 말한다.
나와 피가 섞인 형제였지만 한심해서 참을 수가 없었다.
학생 때 인기가 없던 놈들은 사회인이 된 뒤에 직함이나 지위가 생겨서 여자들이 상대해 주기 시작하면 허파에 바람이 든다고들 하던데, 그 말이 사실인 듯했다. (p.237)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뭐랄까, 상대가 상처받을까봐 자신이 해야할 말을 꾹 참거나 하지 않는 레이코의 성격은 이런 대화에서도 빛난다. 그러니까 사건 해결중에 관계자를 만나게 되는데, 그는 대기업을 일군 가족의 일원이지만 회사 경영에 참여하지 않는 거다. 그가 왜 참여하지 않은걸까 궁금해 그 이유를 묻는 장면.
"그러고 보니 긴지 씨는 왜 모리카와 제약 경영에 관여하지 않는 거죠?"
내가 순수한 궁금중을 꺼내자, 긴지는 기쁜지 얼굴이 환해졌다.
이 질문이 나오기를 내심 바란 모양이었다. 남자들이 사랑하는 '자신의 이야기'가 시작될 예감이 들었다.
"거기에는 긴 뒷이야기가 있어."
"짧게 해주세요."
나는 못을 박았지만 긴지의 이야기는 결국 길게 이어졌다. (p.277)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 너무 좋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짧게 해주세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아 이건 언젠가 써먹어야겠다. 누가 '거기에는 긴 뒷이야기가 있어' 이러면 '짧게 해' 이래야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깨알재미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거 영화나 드라마로 만들어져도 좋을 것 같다. 이 변호사는 책속에서 28살인데, 우리나라 영화로 캐스팅하면 누가 좋을까, 생각하니 제일 먼저 전지현 이 떠올랐다. 뭔가 '짧게 해주세요' 나 '아빠도 요리 못하면서 결혼 잘만했네?' 이러는 거 대사 너무 잘칠 것 같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책속에서는 재벌인 전남친이 죽으면서 자신의 재산을 자신을 죽인 범인에게 주라고 유언을 남긴다. 게다가 자신의 자잘한 재산-별장이라든가 토지라든가- 하는 것들은 자신이 은혜를 입었던 사람들을 떠올리며 나눠주라 하는데, 거기에는 '내 전여친들에게도 줘라' 면서 전여친들의 목록이 있는 거다. 사실 레이코는 그 남자와 사귄 기간이 아주 짧았는데 자신도 목록에 있는 걸 보고 놀란다. 읭? 그렇지만 얼마 안되는거라 레이코가 그걸 받을 생각을 한 건 아니었고, 그 사건에 얽혀있는 사람의 법률 대리인이 되면서 이 사건에 들어가게 되는거다. 이 부분 보면서 나는 내 전남친들을 당연하게도 떠올려 보았다. 물론 죽어가면서 전여친들까지 챙길 남자는 거의 없을 것이고, 이 소설속 캐릭터가 좀 특이한 경우지만, 설사 그렇다고 해도 내 전남친들은 모두 나눠줄 재산이 없었다. 나를 혹여라도 그리워한다거나 늘 가슴 속에 품고 있었다고 해도(뭐 그럴 일은 없겠지만) '내 별장을 내 전여친에게 나눠줘라' 를 할 수 없다는 것. 물론 모두들 나랑 헤어진 뒤 상당한 시간이 흘렀으니 그 사이에 어떤 변화가 있었을 지도 모른다. 주식을 했다던가 코인을 했다던가 해서 갑자기 큰 돈을 자기 통장에 넣게 되었을지도 모르지만, 그럴 가능성이 있을 수도 있겠지만, 그렇다해도 나눠줄만큼 큰 돈일 수는 없지 않을까. 애초에 쪼꼬미 돈으로 투자를 했으면 커져봤자 쪼꼬미... 가 아니라 대박 터졌으려나. 흐음. 그래 함부로 단정짓지 말자. 어딘가에서 큰 돈 벌고 나를 생각하고 있을지도 몰라. 죽어갈 때 나에게 그 중 일부를 남길 수도 있을테니, 나는 건강히 오래오래 살아야겠다.
책속 등장인물 중에 한 명은 젊어서 사랑한 여자를 잊지 못하고 예순이 되도록 결혼도 하지 않으면서 돈을 벌고 스포츠카를 사고 막 그러는데 나중에 그 여자랑 재회하게 된다.
"계속 독신으로 산 보람이 있었어." (p.346)
라고 말하는데, 나는 이거 왜이렇게 웃기고 좋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꼭 그여자를 다시 만나서라기 보다는 화려한 모습으로 다시 만나서 그런걸까. 나도 계속 독신으로 산 보람을 느낄 수 있도록 화려해져야겠다. 그리고 전남친들아, 화려해져라. 돈 많이 벌어라. 혹시 아니, 예순에 나랑 재회할지... 돈 벌어라, 전남친들이여!! 잔뜩 벌어라. 나는 돈 너무 좋아해. 돈이 최고다. 돈 만만세야!!!
그럼 이만.
나도 아사히에게 자기 소개를 했다. 그러고 나자 딱히 할 말이 없어서 우리는 조용히 앉아 있었다. 남자들은 전여친들끼리 만나면 싸울 것이라는 이상한 상상을 하곤 하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서로 경계하는 시선을 주고받기는 해도 모두 성인이니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 P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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