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요일 밤에는 아빠가 입원한 병원의 의사쌤으로부터 전화가 걸려왔다. 세번째 수술을 최선을 다해 하기는 했지만 경과가 좋을지는 두고봐야 한다는 거였다. 가족들 모두 이 소식에 맥이 빠졌는데 게다가 아빠가 그 날 코로나 확진판정을 받았단다. 격리병동으로 옮기고 보호자가 필요하다고 해서 짐을 잔뜩 싸서 엄마를 병원에 모셔다드렸다. 병원 절차상 엄마도 코로나 검사를 해야했고 그 후에 병원 바깥의 대기실에서 결과가 나오기를 기다려야 했다. 늦은 밤이라 문을 연 까페도 없었고 대기실은 컨테이너 박스 같았다. 음성이든 양성이든 엄마는 들어갈 것이었고 그래서 나는 집으로 향했다. 컨테이너 박스 안에 엄마를 두고 나오는 발걸음이 무거웠다. 엄마도 곧 일흔이 되실텐데 누군가의 보호자로 병실에 들어가야 하다니. 나는 갑자기 닥쳐온 나쁜 상황들 때문에 무너질 것 같았는데, 그렇다고 무너져서는 안된다는 것쯤은 알았다. 눈물을 삼키고 집으로 가서는 한 숨도 자지 못했다. 

수요일 아침에는 그래도 기분이 좀 나아져 있었다. 시간이 가면 코로나는 나을 것이고 아빠의 소식도 비극적인 것만은 아니다, 병원에서는 언제나 최악의 경우를 애기하곤 하니까. 병원에 계신 엄마와 통화를 했는데 병원 밥이 아주 맛없다 하셨다. 수요일 퇴근후, 나는 엄마에게 드릴 반찬과 간식 그리고 몇가지 것들을 더 챙겨넣고 병원으로 향했다. 엄마를 만나지는 못하고 격리병동 앞에서 간호사쌤을 통해 내가 가져가 커다란 가방을 전해주고 나왔다. 잠시후 엄마는 네가 가져다준 치즈를 아빠와 하나씩 먹고 있다고 전화를 하셨다. 나는 집까지 걸으면서 좋은 것들을 생각했다. 명성교회의 화려하지만 예쁘진 않은 크리스마스 장식들을 보았고 예쁘게 설치된 공중전화 박스를 보았고 새로 생긴 백종원 피자집을 보았다. 

집에 오니 빨래가 한가득이었지만, 이건 나중에 돌리자.

목요일에는 주말만을 기다렸다. 주말이면 그제야 비로소 숨통이 트일 것 같았다. 주말이 있다는 것이 얼마나 감사한지 몰랐다. 그래, 주말을 기다리자. 그런데 목요일 퇴근후 집에 와 혼자가 되자 갑자기 침울해졌다. 혼자 있는게 무서웠다. 내가 생각한 혼자인 시간은 이런게 아니었는데, 가족들이 병원에 가있어서 맞이하게 된 혼자는 전혀 근사하지 않았다. 나를 자꾸 쪼그라들게 만들었다. 그러자, 

주말이 무서워졌다.


동생들도 친구들도 그런 나를 알고 자꾸 내게 안부를 물었다. 자기들이 거기 있음을 알렸고 또 내게 주말에 밖에 나가라고도 얘기해줬다. 그런데 나는 누구를 만난다거나 밖에 나가거나 할 아무런 의지가 생기질 않았고 아무런 의지가 생길것 같지도 않았다. 의지가 생기지 않을 내가 무서웠다. 그렇게 토요일 아침이 되었다. 너는 무너지지 않을거야, 라던 친구의 말을 억지로 계속 떠올렸다. 밀린 빨래를 돌리고 창문을 열고 환기를 시켰다. 이것들을 하는데 너무 큰 힘이 필요했다. 나가야 하는데, 나가서 좀 걷고 오면 나을텐데, 그런데 정말이지 꼼짝도 하기 싫다, 하다가 식탁 위에 놓인 책들을 보았다. 도서관에서 대출한 책들이었는데 그 책들이 식탁 위에 있는 건 반납을 까먹지 않기 위해 내가 꺼내두었기 때문이었다. 반납일이 토요일이었다. 앗! 나 저거 반납해야 해, 오늘이 반납일이다. 나는 억지로라도 나가야 했다. 도서관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나가야 했다. 그러자 다행으로 여겨졌다. 과거에 내가 저 책들을 빌려서 오늘을 반납일로 만들었다는 사실이 너무나 뿌듯했다. 과거의 내가 지금의 나를 살렸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나를 살게 하는구나.
















영화 <엘리자베스 타운>의 '드류'(올란도 블룸) 는 회사에서 일을 망치고 자살을 결심한다. 죽어야 해, 죽는게 답이다, 나는 죽어야 한다, 죽겠다. 그는 자살을 실행에 옮기려고 하는데, 막 자살하려던 그 때 전화가 울린다. 그는 이 자살을 진행할 것인가 전화를 받을 것인가 갈등을 하다가 일단 전화를 받고 죽기로 한다. 전화는 드류의 누나였다. 아버지가 돌아가셨다고 했다. 드류는 자신의 자살을 보류하고 양복을 챙겨 아버지의 장례식장으로 향한다. 그 과정에서 한 여성과 알게 되고 사랑하게 된다, 그런 흐름으로 이어지는데, 그래서 이 영화에서는 자살을 결심했으나 결국은 죽지 않는 드류를 만날 수 있게 된다.


영화의 첫장면이 내게는 아주 인상 깊었다. 그러니까 세상은 혼자가 아니라서 의도치 않았으나 우리는 누군가를 살릴 수도 있다는 것을 알았달까. 그것이 아버지의 죽음이라는 것은 비극이지만, 그러나 죽으려고 하던 사람에게 누군가 우연히 전화를 걸고 그 소식으로 인해 하던 일을 멈추고 어딘가로 이동하게 된다는 것. 이건 인간이 다른 인간과 함께 사는게 아니라면 일어나지 않을 일이었다. 물론 그가 인간세상에 살고 있지 않았다면 애초에 자살을 결심할 만큼 비극에 휩싸이지 않았을지도 모르지만, 그러나 그의 주변에는 어떤 식으로든 그와 연결된 사람이 있었고, 그것이 어떤 방식으로든 작용을 해서 그에게 삶을 더 연장시키도록 만드는 것이다. 나는 우리가 어떤 식으로든 누군가와 연결되어 있다면 삶이 더 길어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토요일의 내 경우에는 과거의 내가 지금의 나에게 영향을 미쳤다는 생각이 들었다. 과거에 도서관에 갔던 나야, 칭찬한다. 내가 내게 잘했다. 나는 그러므로 어쩔 수 없이 나가야 할것이었고, 나갔다 오면 기분은 한결 나아져있을 거야. 타인이 나를 살게 하기도 하지만, 내가 나를 살게 하기도 한다. 과거의 나야, 잘했어. 나는 다 된 빨래를 널어놓고 책을 들고 도서관으로 향했다. 가는 길에는 교보문고 바로드림으로 책도 한 권 주문해 놓았다. 도서관에 갔다가 서점에 가야지, 가서 책을 사와야지, 그러면 나는 조금 더 나아져 있을 거야. 그렇게 도서관에 가 책을 반납하고 나와서 걷기 시작했다. 서점까지 걸어가야지. 그렇게 도서관 밖으로 나와 걷는데,


앗.

배가... 배가 아프다. 아... 화..화장실..

안되겠다, 일단 집에 가자. 집에 가서 화장실을 다녀온 후에 서점을 가자. 아니 왜 하필 내도록 집에 있다 나와있을 때 이러는거야? 나는 집으로 향했다. 

앗.

이게... 강도와 속도가 좀 더 세지는데? 좀 빨리 걷자. 나는 걸음 속도를 좀 빨리해 집을 향해 걷기 시작했다.

앗.

이..이건.. 집까지 갈 수 없겠는데? 나는 근처의 지하철역으로 방향을 틀었다. 그렇게 지하철역에 가까워지는데 앗, 이런 속도로는 곤란하다. 나는 숫제 뛰기 시작했다. 그렇게 지하철역 화장실로 들어갔다.



화장실에서 나올 때는 힘이 빠져 있었다. 아.. 힘들고 피곤하다. 서점에 걸어서 못가겠다. 나는 버스정류장으로 가 버스를 탔다. 그러자 이내, 인간이란 무엇인가... 생각하게 되었다. 우울해서 바닥으로 떨어지다가 가까스로 끌어올리다가 떨어지다가 끌어올리다가 아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야 내가 나를 구한다... 같은거 생각하고 있다가 갑자기 찾아온 변의(便意) 앞에 모든걸 까맣게 잊게 되는.. 아, 이 비루함. 내게 그 당시에 우울함은 없었고 기쁨도 없었다. 그때의 나를 강하게 지배한 건 바로 변의였다. 아 이 진짜 가벼운, 비루한 인간이여. 모든 섬세한 감정이며 모든 철학적 생각들은 다 무엇이란 말인가, 한낱 똥앞에 물거품이 되는 것을.... 고작 이 따위 인간이라니... 아무리 훌륭한 척 해봤자 변의가 찾아오면 무릎꿇는 인간이란 것.... 




서점에 들러 산 책은 이것이었다.


















나는 분명히 이 책을 읽었고, 그러니까 젊은 시절에 한 번 읽고 트와일라잇의 벨라가 제일 좋아하는 책이라 해서 한 번 더 읽었다고 생각했는데, [다락방의 미친 여자]를 읽으면서 만난 폭풍의 언덕이 대부분 새로운 거다. 그래, 이 책을 다시 읽어보자 했는데 책장에 왜때문에 이 책이 없지? 민음사 고전은 내가 잘 안파는데... 타미 빌려줬나? 어쨌든 타미 빌려줬어도 당장 가져올 수 없으므로 나는 이 책을 샀고, 어제 집에 돌아와 내친김에 바로 자리 잡고 읽기 시작했다. 그전에 내가 이 책에 대해 어떤 감정들을 써놨는지 보고 싶어 내 서재를 검색했는데 으응? 이 책에 대해 뭘 써둔게 없네? 다만, 이런 글을 보게됐다.



☞  연애 소설 읽는 흙표범


흙표범 하딘은 도대체 어떤 지점에서 폭풍의 언덕을 달달 외웠을까??

하하하하하하하하하. 아무튼 다시 읽는 폭풍의 언덕 아주 새롭게 예전에는 눈여겨 보지 않았던 장면들에 밑줄을 긋게 되었다. ㅋ ㅑ - 이게 바로 고전을 읽는 맛이구나. 그런데다가 초반부퍼 풉- 하고 웃었던 장면이 있다. 아... 페이퍼 길어지니까 짧게 써야 되는데 ... 난 틀렸어...



"히스클리프 부인, 성가시게 해서 미안합니다만 당신의 미모라면 마음씨가 곱지 않을 수 없겠군요. 제가 집으로 돌아가는 길을 알 수 있게 무슨 표지가 될 만한 것을 가르쳐 주세요. 부인이 런던에 가는 길을 모르듯 저도 어떻게 집으로 돌아갈지 전혀 모르겠군요." -p.28


그러니까 이 책의 화자인 '록우드'는 스러시크로스 저택에 세를 들어 살게 되면서 집주인인 히스클리프를 만나기 위해 워더링 하이츠에 방문한다. 그러나 집으로 돌아가기 전 엄청난 눈이 내리고 그는 이 눈길에 집으로 돌아가는 길을 찾지 못할 것 같아 그 집에 살고 있는 히스클리프 부인에게 혹시 이정표가 될 것은 없는지 묻는 거다. 그런데 그의 질문에 히스클리프 부인은 이렇게 답한다.


"오신 길로 해서 가세요." -p.28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아 나 너무 웃겨가지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니 이보다 확실한 정답이 어디있나. 온 길로 가... ㅋㅋㅋㅋㅋㅋㅋ 아무튼 워더링 하이츠 에 살고 있는 사람들 모두가 성격이 아주 그냥 장난이 아니다. 어떻게든 탈출하고 싶은 분위기인데 히스클리프가 너무 무서워서 탈출도 힘든... 



그러니까 캐서린의 아버지는 외출하러 가면서 아이들에게 선물을 사가지고 오겠다고 약속하는데 집에 돌아온 그의 손에는 남매에게 줄 선물에 더해 한 아이도 있었다. 길에서 굶주리는 아이를 데려온 거라는데 이 아이가 히스클리프고 히스클리프는 또래의 캐서린과 절친, 베프가 된다. 히스클리프를 애정하던 캐시의 아버지가 죽고 그 집의 주인은 캐시의 오빠인 힌들리가 되는데 캐시와 여덟살 차이가 나는 오빠는 엄격한 가부장이 되어 캐시와 히스클리프를 구박하고 괴롭히며 폭군이 되어간다. 캐서린과 히스클리프는 이에 더 유대감을 갖게 된다. 그러던 어느날 캐서린은 스러시크로스 저택에 찾아갔다가 그 집의 개에 물리게 되고 그 집 린튼 가족으로부터 극진한 대우를 받게 되며 그 집 아들과 사랑에 빠지게 되고 결혼에 이르게 된다. 린튼 가족은 캐서린을 며느리로 맞으면서 그러나 히스클리프 만큼은 철저히 무시하는데 캐서린의 결혼 소식을 듣게된 히스클리프는 집을 나가고 삼년뒤 돈을 잔뜩 벌고 더 강한 남자가 되어 워더링 하이츠에 찾아온다. 히스클리프는 캐서린을 제외한 모두에게 복수를 하고자 한다. 그 복수는 캐서린과 힌들리의 어린 자식들에게도 향한다. 내가 어린 시절 얼마나 괴로웠는데, 니들도 당해봐, 라는 것인데, 그의 어린 시절이 혹독했고 고통스러웠다는 것은 알지만 그러나 아이들에게 대하는 그런 태도와 폭력은 정말로 참기 힘든 것이었다. 


어쨌든 캐서린은 에드거 린튼과 결혼한다. 그와 결혼한 것은 그를 사랑하기도 하고 그가 남들에게 내보일 정도로 근사한 남자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그와 결혼하면 부자가 될것이고 자신의 오빠로부터 히스클리프를 구할 수도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그러니까, 히스클리프를 너무 사랑해서 에드거랑 결혼했다는 건데, 그녀가 히스클리프에 대한 사랑을 표현할 때, 그녀는 '내가 히스클리프다' 라고 한다.



"이 세상에서 내게 큰 불행은 히스클리프의 불행이었어. 그리고 처음부터 나도 각자의 불행을 보고 느꼈어. 내가 이 세상에 살면서 무엇보다도 생각한 것은 히스클리프 자신이었단 말이야. 만약 모든 것이 없어져도 그만 남는다면 나는 역시 살아갈 거야. 그러나 모든 것이 남고 그가 없어진다면 이 우주는 아주 서먹해질 거야. 나는 그 일부분으로 생각되지도 않을 거야. 린튼에 대한 내 사랑은 숲의 잎사귀와 같아. 겨울이 돼서 나무의 모습이 달라지듯이 세월이 흐르면 그것도 달라지리라는 것을 나는 잘 알아. 그러나 히스클르프에 대하 애정은 땅 밑에 있는 영원한 바위와 같아. 눈에 보이는 기쁨의 근원은 아니더라도 없어서는 안되는거야. 넬리, 내가 바로 히스클리프야. 그는 언제까지나, 언제나 내 마음속에 있어. 나 자신이 반드시 나의 기쁨이 아닌 것처럼 그도 그저 기쁨으로서가 아니라 나 자신으로서 내 마음 속에 있는 거야. " -p.136



그건 히스클리프도 마찬가지다.



"난 한 가지만 기도하겠어. 내 혀가 굳어질 때까지 되풀이하겠어, 캐서린 언쇼! 당신이 내가 살아 있는 동안은 편히 쉬지 못하기를! 당신은 내가 당신을 죽였다고 했지. 그러면 귀신이 되어 나를 찾아오란 말이야! 죽은 사람은 죽인 사람에게 귀신이 되어 찾아온다면서? 난 유령이 지상을 돌아다닌다는 것을 알아. 언제나 나와 함께 있어 줘. 어떤 형체로든지, 차라리 나를 미치게 해 줘! 제발 당신을 볼 수 없는 이 지옥 같은 세상에 나를 버리지만 말아 줘. 아! 견딜 수 없어! 내 생명인 당신 없이는 못 산단 말이야! 내 영혼인 당신 없이는 살 수 없단 말이야!" -p.274



나는 이 정서가 이해가 안된다. '내가 바로 히스클리프야'라고 하는 이 정서. 어떻게 내가 히스클리프가 되는 걸까? 사랑이 극진하면 내가 그 사람이 되는 그런 마음이 생기는걸까? 나는 일전에 영화 <콜 미 바이 유어 네임>을 보고서도 너무 어처구니가 없어서 감상을 남긴 적이 있다.


☞  <날 네 이름으로 부르지마>




궁극적 사랑은 결국 '내가 너고 너가 나다' 의 형태로 나타나는 걸까? 한 번도 상대가 나라고 생각해본 적 없고 상대를 내 영혼이나 내 생명이라고 생각한 적 없었던 나는 사랑을 아직 모르는건가? 도무지, 도무지 이해가 안되는 정서다. 이승철이 부릅니다. 넌 또다른 나.. 읭??






글쎄. 아무리 생각해도 잘 모르겠다.
음.. 내가 한 번도 상대라고 생각해 본 적이 없어서, 결코 그렇게 될 수도 없지만 그렇게 되길 원한 적도 단 한 순간도 없다. 내가 너이길 원한 적이 없다. 그런 식으로는 생각해본 적이 없어.
음.. 나는 가끔 동굴속으로 들어간다. 그건 연애할 때도 마찬가지인데, 그럴 때는 애인조차도 나에게 말을 걸지 않고 기다려준다. 그러니까 무슨 말이냐면, 나는 정말 힘들 때는 내가 혼자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온전히 그 시간을 혼자 겪어내고 나서 동굴 밖으로 나온단 말이다. 나는 이것이 정석이라고 말하려는게 아니고, 이것이 옳다고 말하려는 게 아니다. 나란 사람이 이런 사람이라는 거다. 나는 상대와 분리되어 있고 힘들면 더 분리가 되는 거다. 이것이 누군가에게는 틀린 방법일지도 모르지만, 나는 이런 사람이다. 나는 상대와 완전히 분리되어 있는 사람이고 아무리 사랑해도 더 분리되기를 원할 때가 생기는 사람인데, 어떻게 나를 네 이름으로 불러달라고 할 수가 있고, 어떻게 나는 너야... 가 되는걸까? 어떻게 내가 너일까? 나는 나인데?? 나는 나라고!! 아아.. 나는 이런 정서를 맞닥뜨리자 온 몸으로 튕겨져 나오는 거다. 세상에 이런 사랑도 있구나, 라고 생각하기는 하지만, 아니 그런데 늬들은 왜 니가 쟤가 되고 쟤가 니가 되고.. 그러는거야? 이렇게 되어버리는... 그들의 사랑이 그런 형태라면 그래, 남들의 사랑에 내가 뭐라 할 순 없다. 내가 너무 싫어하는 게 남들 사랑에 끼어드는 거다. 너무 싫어. 그러니까 캐서린과 히스클리프가 하는 사랑이 이런 사랑이라면, 그래, 그게 늬들 사랑이라는데야 뭐.. 이러긴 하지만, 아니, 나는 혼자서 생각하는 거다. 어떻게 내가 너가 되고 너가 내가 되냐. 어떻게 나를 니 이름으로 불러달라는거야, 대체? 왜그래? 왜 나를 니 이름으로 불러??????????????????? 나는 나랑 섹스해???????????????????? 뭐 혼란의 대수렁에 빠져버리는...


네, 저는 사랑을 아직 모릅니다. 아직 사랑을 모르는 꼬꼬마 다락방 되시겠다. 한 번도 네가 되어본 적 없고 한 번도 네가 내가 되길 바란 적 없는(싫어..) 사랑을 모르는 꼬꼬마 다락방... 

넌 또다른 나 .. 의 정서는 나는 아니고요, 내 정서는 너를 만나.. 되시겠습니다.





토요일 밤에는 책을 읽다 말고 분리수거를 하고 왔다. 그리고 새벽까지 폭풍의 언덕을 다 읽었다.
햄과 치즈와 계란과 설탕과 케첩을 넣고 토스트를 만들어서 커피를 내려가지고 이제는 다락방의 미친 여자를 읽어야겠다.
읽다가, 저녁에는 스테이크를 구워서 와인하고 먹어야지. 그리고 영화 볼거다. 사랑할 땐 누구나 최악이 된다.

아, 나 그거 봤다. 노엘의 다이어리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이거 할 말 있는데 오늘 페이퍼 너무 기니까, 폭풍의 언덕의 한정된 공간과, 노엘의 다이어리와, 책탑 기타등등은 다른 페이퍼로 나눠서 쓰는 걸로.

책 너무 좋다.
책 최고다.
책 만세!!

이만총총.
샤라라랑~~


"나도 마찬가지입니다. 날이 샐 때까지 뜰을 거닐다가 돌아가지요. 다시는 찾아오지 않을 테니 걱정하실 필요 없어요. 나도 이제는 시골에서든 도시에서든 사교의 즐거움을 찾겠다는 생각은 완전히 버렸으니까요. 분별 있는 사람이라면 자기 자신과 벗하는 것으로 만족해야겠지요." - P48

"10시까지 누워 계시면 안 돼요. 그때면 벌써 아침의 가장 좋은 시간이 지나 버리니까요. 10시까지 하루 일의 반을 하지 않은 사람은 나머지 반도 못하기 일쑤지요." - P102

"확실히 저 자신을 꾸준하고 분별 있는 인간이라고 생각하고 있지만, 산골 구석에 살고 있어서 같은 얼굴과 같은 행돔만 보기 때문만은 아니고, 엄격한 수련을 쌓아서 지혜도 배운 데다 아마 주인님이 생각하시는 것보다 책을 많이 읽어서겠지요. 제가 읽고 무엇인가 배우지 않은 책은 이 서재에 한 권도 없답니다. 물론 저기 죽 꽂힌 그리스어와 라틴어 그리고 프랑스어 책은 빼고요. 하지만 그리스어인지 라틴어인지 구별할 줄은 알지요. 가난한 사람의 딸로서 그 이상 바랄 수는 없지요." - P104

"그렇지만 세상에 잘생기고 돈 많고 젊은 사람은 많아요. 어쩌면 그분보다 더 잘생기고 돈이 많은 사람이 있을지도 모르죠. 그렇다면 왜 그런 사람들은 좋아할 수 없나요?"
"그런 사람이 있다고 해도 내 눈앞에는 없잖아. 난 에드거 같은 사람은 본 적이 없거든" - P130

"넬리, 넬리는 내가 지독히 이기적인 여자애라고 생각하겠지만, 만약 내가 히스클리프와 결혼한다면 우리가 거지가 될 거라고 생각한 적 없어? 하지만 내가 린튼과 결혼한다면 히스클리프가 오빠의 손아귀에서 벗어나게 도울 수 있어." - P135

"이 세상에서 내게 큰 불행은 히스클리프의 불행이었어. 그리고 처음부터 나도 각자의 불행을 보고 느꼈어. 내가 이 세상에 살면서 무엇보다도 생각한 것은 히스클리프 자신이었단 말이야. 만약 모든 것이 없어져도 그만 남는다면 나는 역시 살아갈 거야. 그러나 모든 것이 남고 그가 없어진다면 이 우주는 아주 서먹해질 거야. 나는 그 일부분으로 생각되지도 않을 거야. 린튼에 대한 내 사랑은 숲의 잎사귀와 같아. 겨울이 돼서 나무의 모습이 달라지듯이 세월이 흐르면 그것도 달라지리라는 것을 나는 잘 알아. 그러나 히스클리프에 대하 애정은 땅 밑에 있는 영원한 바위와 같아. 눈에 보이는 기쁨의 근원은 아니더라도 없어서는 안되는거야. 넬리, 내가 바로 히스클리프야. 그는 언제까지나, 언제나 내 마음속에 있어. 나 자신이 반드시 나의 기쁨이 아닌 것처럼 그도 그저 기쁨으로서가 아니라 나 자신으로서 내 마음 속에 있는 거야. " - P136

"넬리, 아가씨가 미쳤다는 걸 납득시켜 줘. 히스클리프가 어떤 사람인지, 세련된 데라고는 없고 교양도 없는 야만인이며, 퍼즈와 현무암뿐인 메마른 들판 같은 인간이란 걸 말해 줘. 나는 아가씨에게 그를 사랑하라고 권하느니 차라리 저 어린 ㅏ나리아를 겨울 숲에 놓아주겠어! 아가씨가 그런 꿈을 꾼다는 것은 그의 성격을 한심할 정도로 모르기 때문이야. 그가 겉으로 봐서는 무서워도 마음속에는 깊은 인자함과 애정을 감추고 있다고 생각한다면 큰 잘못이야! 그는 아직 다듬지 않은 다이아몬드나 진주가 들어 있는 조개와 같은 촌뜨기가 아니라 사납고 무자비하고 늑대 같은 사내야." - P169

태양이 여름을 연상시키면서 그 잿빛 돌의 꼭대기를 노랗게 비추고 있었어요. 그런데 까닭은 모르겟지만 갑자기 어린 시절의 감회가 왈칵 가슴속에 이는 것이었어요. 이십 년 전에 힌들리 서방님과 제가 즐겨 놀던 곳이라서요. - P179

오, 내 몸이 불덩이 같아! 밖으로 나갔으면, 다시 야만에 가까운, 억세고 자유로운 여자아이가 되어 어떤 상처를 입더라도 미치거나 하지 않고 깔깔 웃을 수 있었으면! 왜 나는 이렇게 달라졌을까? 왜 조금만 뭐라고 해도 내 피는 끓어오를까? 저 언덕 무성한 히스 속에 한번 뛰어들면 틀림없이 정신이 날 텐데. 다시 창을 활짝 열어 줘, 빨리. 왜 가만히 있어?" - P206

의사는 진찰을 하고 나서 만약 주위 사람들이 아주 조용히만 해 준다면 결국에는 나을 것이라고 서방님에게 희망적으로 말했어요. 그리고 제게는 죽지는 않겠지만 영영 정신이 이상해질 위험이 있다는 듯이 말했어요. - P215

"내가 싫어하는 것은 결국 이 부서진 감옥 같은 육신이야. 이런 육신에 갇혀 있는 것이 지칠 대로 지쳤어. 나는 한시바삐 저 영광스러운 세계로 피해 가서 항상 거기에 있고 싶어. 눈물을 통해 어슴푸레하게 보고, 아픈 가슴의 벽을 사이에 두고 동경하는 것이 아니라 정말 그것과 함께 있고 그 속에 있고 싶은 거야. 넬리, 당신은 나보다 더 낫고 더 행복하다고 생각하지? 건강하고 힘이 넘치니까 내가 불쌍할 거야. 그러나 머지않아 처지가 바뀔 거야. 내가 당신을 불쌍하다고 생각하게 될 거야. 나는 당신네 있는 곳과는 비할 바 없이 멀고 높은 곳에 가 있을 거야." - P262

"난 한 가지만 기도하겠어. 내 혀가 굳어질 때까지 되풀이하겠어, 캐서린 언쇼! 당신이 내가 살아 있는 동안은 편히 쉬지 못하기를! 당신은 내가 당신을 죽였다고 했지. 그러면 귀신이 되어 나를 찾아오란 말이야! 죽은 사람은 죽인 사람에게 귀신이 되어 찾아온다면서? 난 유령이 지상을 돌아다닌다는 것을 알아. 언제나 나와 함께 있어 줘. 어떤 형체로든지, 차라리 나를 미치게 해 줘! 제발 당신을 볼 수 없는 이 지옥 같은 세상에 나를 버리지만 말아 줘. 아! 견딜 수 없어! 내 생명인 당신 없이는 못 산단 말이야! 내 영혼인 당신 없이는 살 수 없단 말이야!" - P274

조지프는 캐서린 아씨와 히스클리프가 어릴 때 그의 말대로라면 ‘몹쓸 짓‘을 해서 서방님을 화나게 하여 어쩔 수 없이 술로 위안응ㄹ 삼게 했다고 항상 그들을 비난했듯이, 이제는 헤어튼의 모든 잘못을 그의 재산을 빼앗은 히스클리프의 책임으로 돌렸던 것이지요. - P321

"나도 책이 있을 때는 늘 읽었어요. 그런데 히스클리프 씨가 책을 안 읽거든요. 그래서 내 책을 없앨 생각을 했지 뭐예요. 나는 몇 주 동안 책을 한 권도 구경하지 못했어요. 언젠가 딱 한 번 조지프의 종교 서적들을 뒤적거리다가 굉장히 혼난 일이 있지요." - P497

돈도 내겐 하찮은 물건,
사랑의 신도 내겐 비웃음 거리.
명예욕은 아침이면 자취 감추는
헛된 꿈에 지나지 않고.


만약 내가 기도한다면
나의 유일한 기도의 말은
지금의 내 심장을 그대로 두고
내게 자유를 달라는 그 말!


아무렴, 삶의 끝이 멀잖았으니
그것만이 나의 간절한 소망
살아 있든 죽어 가든 용기를 갖고
견디는 얽매이잖는 하나의 영혼.


-<늙은 금욕주의자> - P564


댓글(20) 먼댓글(1) 좋아요(36)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1. [다락방의 미친 여자] 운명
    from 마지막 키스 2022-12-12 09:05 
    여성 교육의 최종 산물을 불안한 자기 부정임을 브론테는 암시하고 있다. 캐서린, 혹은 모든 소녀들은 자기 이름을 알지 못하고, 따라서 자신이 누구이며 어떤 사람이 될 운명인지 알 수 없다는 것만을 배운다. -p.502다락방의 미친 여자 8장은 에밀리 브론테의 폭풍의 언덕을 다루고 있다. 집안에서 아빠가 돌아오길 기다리던 캐서린은 한 번도 기대한적도 예상해본적도 없는 소년을 맞닥뜨리게 된다. 아버지가 길에서 데려온 소년. 이 소년 히스클리프와 캐서린은 절
 
 
책읽는나무 2022-12-11 11: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버님의 쾌유를 빕니다^^

고전은 읽다가 저도 한 번씩 빵 터집니다.
처음엔 심각하게 읽느라 빵 터지는 대목인지 모르고, 읽었는데 요즘엔 웃어야 하는 대목이구나! 눈치 채고 웃습니다.ㅋㅋㅋ
의외로 재밌는 대목들이 많더라구요?

시간을 알차게 잘 보내셔서, 조만간 웃으면서 가족들이 좋은 시간 함께 할 수 있으시길^^

다락방 2022-12-12 08:13   좋아요 1 | URL
저 폭풍의 언덕 재미도 있지만 작가가 꽤 날카롭다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그건 다락방의 미친 여자를 읽으면서 더 그렇게 생각된 거긴 하지만, 굉장히 작가가 똑똑하게 인물을 제대로 배치했다는 생각이 들었달까요? 사실 저는 히스클리프와 캐서린의 그 미친 사랑..은 좀 이해가 안되긴 하지만, 정말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고전은 읽어보면 ‘아 이래서 고전이구나‘ 하게 되더라고요.

저는 이제 교수..를 시작했는데 언제 다 읽고 다락방의 미친 여자를 읽을 수 있을까요? 시간이 부족합니다....

책읽는나무 2022-12-12 10:02   좋아요 0 | URL
저는 이제 폭풍의 언덕을 읽고 있고, 교수를 읽어야 하고, 아그네스 그레이를 옆에 두었고, 빌레뜨 2 권을 그 옆에 두었고, 그리고 그 옆에 또....조금이라도 더 읽어야 하는 게 아닌가? 하는 이런 것이 나의 성격인 것인가? 살짝 고민이 될 정도로 다미여 언제 읽지?? 막 걱정만 하고 있는 와중에 소설이나 시는 또 재미나네요?
그래서 내린 결론은 초조한 짜릿함을 즐기는 성격인 것이라고??..ㅋㅋㅋ

아버님은 좀 괜찮으신 거죠?
어머님도 괜찮으시구요?^^

다락방 2022-12-12 10:05   좋아요 2 | URL
짜릿함을 즐기는 성격...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 빵터졌네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저는 지금 너무나 초조합니다. 교수-빌레뜨-다락방의 미친 여자를 12월 내에 완독하는 것이 목표인데 이것이 과연 가능할 것인가. 세상에, 다락방의 미친 여자 분량은 왜 이다지도 어마어마한가요? 그런데 폭풍의 언덕 읽고 바로 시작하는 다락방은 또 너무 재미있어서 교수도, 빌레뜨도 읽고 싶은데.. 너무나 혼란스럽네요. 저느 그런데 교수 아직까지 재미있어요. 아무튼 도전하는 삶을 살아보겠습니다. 교수, 빌레뜨, 다락방의 미친 여자 도전!!

아버지는 오늘밤 격리가 끝나시고요, 간호하시던 어머님께 코로나 증상이 나타나기 시작했대요. 미치고 팔짝 뛰겠지만, 시간이 지나면 또 괜찮아지겠죠. 감사해요, 책나무 님.

잠자냥 2022-12-11 11: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설사가 살리셨군요? ㅋㅋㅋㅋㅋㅋㅋ 진지한 글 읽다가 갑자기 빵 터지는 건 역시 ㅋㅋㅋㅋㅋㅋㅋ

아, 폭풍의 언덕 다시 읽어보고 싶어지네요. 왔던 길로 돌아가~~~!

오늘은 서점 나들이하세요. 약간 기분이 침체되면 역시 몸을 움직이는 게 답이더라고요.

다락방 2022-12-12 08:13   좋아요 1 | URL
인간이 이렇게 비루합니다. 설사 한 방이면 내 안의 모든 시름과 괴로움 날아가버려요. 일단 아무것도 생각할 수가 없어요. 화장실을 향해 전진해야 하는 것입니다.

잠자냥 님의 이 댓글 읽고 일요일에 서점 갔다가 백화점 갔다가 소비 여왕 되어서 카드 팍팍 긁고 왔네요? 까르르.. ㅋㅋㅋㅋㅋ

잠자냥 2022-12-11 11:4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도 가끔 너무 우울해져서 아 그만 살고 싶다…. 하다가도 아 주워 온 저것들은 어쩌나 싶어서 ㅋㅋㅋㅋㅋ 다시 맴을 고쳐먹습니나. 저 털복숭이들 건져 온 과거의 나를 칭찬해야겠지요?! ㅋㅋㅋㅋ

다락방 2022-12-12 08:15   좋아요 1 | URL
그래서 사람들은 각자의 존재만으로 누군가를 살게 하기도 하는 것 같아요. 그러니까 어떤 극진한 애정을 뿜어내고 그래서가 아니라, 그저 존재하는 것 만으로도, 존재하면서 자기 역할을 하는 것 만으로도, 다른 사람들에게 어떤 식으로 영향을 주고 삶을 연속시키는 가능성을 제공하게 되는거죠. 그래서 인간은 사회적 동물인가 봅니다. 비록 모든 인간에게 외로움은 필수적이라고 해도 말이지요.

털복숭이들 건져 온 잠자냥 님의 과거를 칭찬합니다~~

감은빛 2022-12-11 12: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버님께서 얼른 나으시길 바랍니다.

폭풍의 언닥, 저도 세번 정도 읽었던 것 같아요. 왜 여러번 읽은 책도 시간이 지나면 하나도 기억이 안 날까요?

집에 가면 이 책을 다시 들춰봐야겠어요. 사람들에게 받은 스트레스를 다시 다른 사람들과 만나 풀고 있는 요즘입니다.

다락방 2022-12-12 08:16   좋아요 0 | URL
와, 폭풍의 언덕을 세 번이나 읽으셨어요? 저는 감은빛님이 제인 오스틴을 좋아하시는 것도 너무 좋은데 폭풍의 언덕도 읽으셨군요? 후훗. 너무 좋네요. 저는 왜 이런게 좋을까요? ㅋㅋㅋ 저는 확실히 제인 오스틴이나 에밀리 브론테를 좋아하는 남자사람들에 대해서라면 호감입니다. 후훗.

맞아요, 사람들에게 받은 스트레스는 또 다른 사람들과 풀게 되죠. 그게 세상의 순환법칙인 것 같아요. 인간사의 순환법칙... 저랑도 조만간 만나 스트레스 풀어요, 감은빛 님!

감은빛 2022-12-12 18:53   좋아요 0 | URL
[오만과 편견]은 아마 10번 이상 읽었던 것 같아요. 이 책은 특히 소설 쓰겠다고 골방에 박혀 살던 시절에 매일 읽었으니까요.
[폭풍의 언덕]은 한참 시간이 지나버려서 구체적인 내용이 기억이 안 나서 다시 읽고 또 다시 읽었던 것 같아요.
다락방님과도 조만간 뵙고 싶네요. 연락 드릴게요. ^^

새파랑 2022-12-11 17: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뭔가 초반부의 진지함이 갑자기 웃으면 안되는데 변의때문에 ㅋㅋ

다락방님 아버님의 무사 퇴원을 기원하겠습니다. 그리고 <넌 또다른 나>라니 세대가 느껴집니다 ㅋ 저도 초딩때 이승철 좋아했습니다 ^^

다락방 2022-12-12 08:17   좋아요 1 | URL
변의, 너무나 사소하지만 그러나 너무나 중요하기도 하죠. 우린 그 앞에 맥없이 무릎 꿇을 뿐. 변의 앞에 어떤 반항이 소용있을까요? 없습니다..

넌 또다른 나.. 세대.. 새파랑 님, 그래도 저보다는 한참 젊은 분 아니시던가요? 넌 또다른 나를 아시다니.. ㅋㅋ 저는 이승철을 좋아한 적은 없는데 제 친구가 이승철의 팬이었습니다. 후훗. 저는 신해철 좋아했어요. 껄껄..

PersonaSchatten 2022-12-11 23: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번주보다 나은 한 주가 되시길 바라요. 부친께서도 얼른 나아지시길 바랍니다.

다락방 2022-12-12 08:17   좋아요 1 | URL
네, 저도 그러기를 바라봅니다. 시간이 흐름에 따라 상황도 나아지겠지만, 받아들이는 저도 나아지는 거겠죠. 고맙습니다.

따라쟁이 2022-12-12 10: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 넌 또다른 나는 아닙니다. 아니죠, 그렇게 생각했던 때도 있었지만 아니더라구요. 애초에 될 수도 없잖아요?

그리고 뻔한 말이지만, 쾌차를 기도해요.

다락방 2022-12-12 10:10   좋아요 0 | URL
맞아요, 따라쟁이 님. 애초에 너는 내가 될 수 없죠. 나는 나이고 너는 너일뿐..
설사 그렇게 생각한 적 있다 하더라도, 그러나 결국은 알게 되죠. 너는 내가 될 수 없다는 것을.

고마워요!

건수하 2022-12-12 12: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버님 어머님 힘드시겠다 하고 있었는데.... ....
서점은 그러니까 (힘들어서 집에 가신 줄 알았는데) 버스 타고 다녀오신 겁니까?

예전에 쓰신 콜미바이유어네임 리뷰? 페이퍼 보고 빵 터졌구요.
저도 영혼의 단짝, 나 같은 사람을 만나본 적이 없어서 엄청 공감했어요.

아버님 경과 좋으시길... 근데 어머님께 증상이... ㅠㅠ 두 분 다 호전되시길 바랍니다.

다락방 2022-12-12 14:00   좋아요 0 | URL
서점에 버스 타고 갔다가 걸어서 돌아왔습니다. 하하하하.
토요일에도 서점에 다녀오고 일요일에도 다녀왔습니다. 하하하하하.

저는 아무리 단짝을 만나고 ‘날 니 이름으로 불러줘‘ 는 안할 것 같아요. ‘나는 너야‘ 이것도 안할 것 같아요. 저는 만약 누가 저에게 ‘너는 나야‘ 이러면.. 좀 도망치고 싶어질 것 같네요. 내가 왜 너니???? 정신 똑바로 차려!! 이러면서요. 하하하하하.

네, 시간이 지나면 괜찮아지겠죠. 그리고.. 어느 정도 받아들여야 하는 것 같아요. 노화에 따른 증상들을 말이지요. 그렇지만 받아들이기 전까지 참으로 혹독하네요 ㅜㅜ

독서괭 2022-12-16 22: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이런.. 이제야 봤네요. 다락방님 힘드실 이유가 있었군요. 어머님도 결국 코로나 걸리신 건가요? 두분 모두 잘 견뎌내시길 빕니다.. 다락방님도요.
그런데 저 정말 어젯밤엔가 문득 배설에 대한 생각을 했거든요. 인간이 아무리 화려한 옷으로 치장하고 고상하고 품위있는 양 굴어도 배설 앞에서는 동물과 똑같다는. 그순간에는 정말 세상에서 그것이 가장 중요한 일이죠. 아 근데, 동물과 달리 남들 앞에서 막 싸도 괜찮지를 않으니 더 중요한 일이 되어버렸네요. 세상에 그런 위기 한번 안 겪어본 사람이 있을까요? 저는 애들 데리고 나갔다가 둘중 하나가 똥마렵다 해서 화장실 찾아 뛰어가는 일이 다반사인 요즘입니다 ㅋㅋ
콜미바이유어네임 감상 기억나요 ㅋㅋㅋ 저도 그건 이해가 도무지 ㅋㅋ 오그라들어서 어이쿠.. 그냥 소울메이트 정도 느낌으로 이해합니다. 다락방님이 동굴 들어갈 때 그걸 이해하고 기다려주는 애인도 훌륭한걸요??
아무튼 책 최고~ ^^
 
집착
아니 에르노 지음, 정혜용 옮김 / 문학동네 / 2022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아니 에르노의 적나라한 문장들 중 어떤 부분들은 분명 내것이었던 적이 있었지만, 지나치게 성애에 몰입한 글을 읽는 것은 힘들다. 타인과의 사랑과 섹스에 집착하는 걸, 어떤 사람들은 평생 졸업할 수 없는 걸까?
굿즈 머그컵은 마음에 든다.

댓글(13) 먼댓글(0) 좋아요(27)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단발머리 2022-12-09 08: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진짜 말리고 싶은 맘과 공감하는 맘으로 이 책 읽을 때 참 마음이 피폐했었다는…
머그컵 겟 축하드립니다^^

다락방 2022-12-09 08:20   좋아요 1 | URL
제가 <단순한 열정>을 참 좋아했거든요. 연애하는 여자들의 필독서라고 생각햇는데 말이죠, 지금 이 나이에 이 집착 읽으니 어휴.. 피곤하네요. 어른이 되면 사랑 구걸은 좀 졸업해야 되지 않나, 라는 마인드가 저에게 장착되어 있어서 그런거 같아요.

머그컵 인증샷은 월요일에 올리겠습니다. 샤라라랑~

수이 2022-12-09 10: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어른이 되어도 사랑 구걸은 피할 수 없다고 봐요 락방님, 오히려 더 구걸하게 되는 것도 같고, 저도 그렇고 제 주변인들도 그렇고. 다만 직설적인 방식으로만 안 하면 좋겠어요. 그럼 정말 도망치고 싶어지고 개피곤해져서..... 머그잔 때문에 엄청 갈등했으나 과감하게 패스했습니다. 다만 고양이 그려진 에코백을 포기하지 못해서 책을 질러버린.......

다락방 2022-12-09 11:09   좋아요 1 | URL
전 구걸한다고 얻어지는게 사랑은 아니라고 생각하거든요. 오히려 더 멀어지게 만들죠. 그런데 더 멀어지면 더 구걸해버리는 현상이 벌어져버리고 그것은 더 밀어내고.. 그 악순환이 너무 싫고 징그러워요. 사람마다 어떤 사람을 사랑하게 되는지는 다 다르겠지만, 제 경우에는 자기가 알아서 잘 사는 사람들을 사랑하게 되고, 말씀하신 것처럼 사랑 좀 달라고 구걸하면 뒤도 안돌아보고 도망치고 싶어요. ㅠㅠ
특히나 성애에 대해서라면 제 인생의 기준치에서 우선순위가 아니기 때문에 그것을 우선 순위로 놓고 집착하는 사람들에 대해서라면 저랑 좀 어긋나는 것 같아요. 영화나 책으로 봐도 피곤하고 현실에서 봐도 피곤하고 그렇습니다.. 으...

저도 어제 구매한 책들의 인증샷을 찍었는데 지금 민음사 고전 2만원 이상 사면 준다는 세계문학전집 캘린더 갖고 싶어서 몸이 베베 꼬이고 있네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수이 2022-12-09 11:27   좋아요 0 | URL
민음사 2만원 이상 캘린더 이런 정보는 정말 안 알려주면 좋겠어요 🙄 어딘가요? 알라딘에서 하는 거죠? 캘린더 이뻐요? 아 그냥 아예 안 봐야 안 살까요 갈등;;;;;

다락방 2022-12-09 11:29   좋아요 0 | URL
알라딘 교보 다 하더라고요? 일력입니다 ㅋㅋㅋ 저는 일력의 기능보다 메모기능으로 쓰면 좋지 않을까 싶어서 ㅋㅋㅋㅋㅋㅋㅋㅋ아 나란 여자 증맬루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수이 2022-12-09 11:33   좋아요 0 | URL
구걸해서 사랑이 더 얻어진다면 구걸을 할 수도 있다고 어린 시절에는 생각했던 거 같아요. 다만 구걸해서 얻은 사랑의 깊이는 얄팍한지라 그 사랑이 얼마든지 금방 달아난다는 걸 알고 있고 구걸해서 준 사랑 역시 사랑보다는 동정이나 인류애에 더 바탕을 두었던 게 아닌가 싶기도 해요. 알아서 주는 사랑과 알아서 받을 수 있는 사랑이 있다면 정말 세련되고 그거야말로 어른의 사랑이 아닌가 싶기도 해요. 어른들이 주고 받는 사랑, 성숙한 사랑. 나 좀 예뻐해주면 안돼? 나 지금보다 더 사랑해주면 안돼? 이것도 구걸하는 방식_ 일종이라고 여기는데 그럼 처연하면서도 그 결과가 좋지는 못한 거 같아요. 성애 역시 마찬가지인데 이거야말로 극단적으로 사랑이고 아니고_ 뭐 그런 것들을 판별하는데 적정하다고 여기는 게 좀 웃긴. 아 막 말이 나와서 이쯤에서 접고 민음사 고전 찾아보러 가야겠슴돠~

다락방 2022-12-09 11:41   좋아요 1 | URL
네, 맞아요. 저는 구걸해서 설사 사랑을 얻었다 한들, 그 사랑이 그렇다면 만족스러운가? 물었을 때 아닐 것 같거든요. 저는 그런식으로 얻어진 사랑은 sui 님 말씀처럼 금세 사그라든다고 봐요. 사랑이 아닌 것을 억지로 사랑이라고 붙들어 매어두는 것 같달까요. 저는 ‘나를 좀 사랑해줘‘ 이 정서가 너무 피곤하거든요? 그런데 이게 왜 피곤하냐 하면, 당당하지 못함이 느껴져서인것 같아요. 제 사랑은 ‘나를 사랑해줘‘ 보다는 ‘난 잘났고 난 행복하다‘ 쪽으로 향하게 되더라고요. 왜 간혹 그런 사람들 있잖아요. ‘나는 내가 보호해줘야 하는 약한 사람에게 끌린다‘는 그런 사람이요. 저는 완전히 반대예요. 스스로 단단하게 잘 서는 사람에게 끌려요. 물론 이 모든건 다 성인 대상입니다. 저는 아이들이라면 자라는 과정에서 얼마든지 사랑을 구걸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이상적인 건, 아이들이 구걸하기 전에 충분히 사랑해주는 것일테고요.

성애에 대해서라면, 제가 이제 너무 나이들어버린 건지 아주 그냥 징글징글하네요 ㅋㅋㅋㅋ 아휴 생각만 해도 피곤하다.. 이렇게 되어버려가지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아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그래서 저는 이 모든것이 시간이 한 일인가? 싶어서 시간에 대한 책을 샀습니다. 다음주 책 구매 인증샷 기대해주세요! ㅋㅋㅋㅋㅋㅋㅋㅋ


저는 민음사 책은 일단 다 담아놨고 쿠폰 사용을 위해 기타상품을 찾는 중입니다. 한겨레21을 살까 커피를 살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2022-12-09 17:2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12-09 22:5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12-10 11:1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12-10 12:1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12-11 11:17   URL
비밀 댓글입니다.
 
성덕일기 - 오세연의 필름 에세이
오세연 지음 / 이봄 / 2022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오래 사랑한 오빠를 잃었지만 이 실패한 덕후에게는 ‘나보다 더 나를 사랑하고 믿어주는‘ 친구들과 가족들이 있었다. 다정한 사람들로 인해 이 팬의 삶은 결코 실패가 아닌 것이다. 잘못은 범죄자 오빠에게 있고 자신의 지난 시간을 돌아보는 오세연에게는 무너지지 않을 찬란한 미래가 기다리고 있다.

댓글(2) 먼댓글(0) 좋아요(27)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Falstaff 2022-12-08 19: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눈에 불 켜고 다시 확인했음! 별 다섯. 눈에 뜨이기만 해봐랏! ^^

다락방 2022-12-08 19:42   좋아요 0 | URL
훌륭한 청년입니다. 아주 크게될 젊은이에요. 크-
 
마틴 에덴 2 - 추앙으로 시작된 사랑의 붕괴
잭 런던 지음, 오수연 옮김 / 녹색광선 / 2022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마틴 에덴》1권에서는 마틴과 루스의 만남이 시작된다. 항해하는 남자, 그래서 육체적으로 탄탄한 마틴이 자신과는 완전히 정반대의 세계에 살고 있는 루스를 만나 반하게되는 만남. 루스 역시 마찬가지. 부잣집에서 교양있는 가족들과 함께 대학 교육까지 받아가며 살아온 루스는 자신이 그동안 한 번도 본 적 없던 남자의 출현에 심장이 벌렁거린다. 세상에, 너같은 남자는 너가 처음이야! 루스는 그것이 사랑인지도 모르는채로, 자기에게 찾아온 감정이 뭔지도 모르는채로 속절없이 그에게 끌려간다. 매력적이야 너무 매력적이야, 그는 그녀에게 마치 동물처럼 느껴진다. 그의 뿜어져나오는 남성미는 그녀를 감싸고 돌아.. 라는 내용만으로도 사실 너무나 흥미진진하고 재미있는데, 그런 후에는 세상 짜릿한 이야기가 펼쳐진다. 이 마틴이, 자신이 흠뻑 빠져들게 된 루스의 세계로 진입해 그녀의 옆에 당당하게 서기 위해 그들과 같아지기로 결심하고 행동에 옮기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 그는 그들의 옷차림을 관찰하고 식사 예절을 관찰하고 그들의 청결을 관찰한다. 그의 생활 방식 자체가 더 나아진 것은 물론이요, 무엇보다 그는 지식을 향한 열망에 휩싸인다. 자신이 제대로 된 문장을 혹은 단어를 구사하지 못한다는 걸 알고 루스로부터도 배우지만 수많은 책들을 읽어가면서 점점 더 나은 문장을 갖게 되고 그리고 지식을 차곡차곡 쌓게된다. 누구보다 빠르게 남들과 다르게. 그는 세상에 읽을 책이 너무 많고 알아야 할 것도 너무 많아서 가족들 모두의 이름으로 대출카드를 만들어 도서관에 틀어박히고 책을 빌려오면서 읽고 또 읽는다. 그가 단순히 지적인 사람으로 '보이기 위해'서도 아니고, 네이버 지식인에 답하기 위해서도 읽은게 아닌, 그는 그 자체가 정말로 그 지식을 원해서 탐구했으므로 누구보다 더 빨리 많이 아는 사람이 되고, 예전에는 감히 무슨 말을 하는지도 모르겠던 지식인들과의 사이에서도 이제는 어떤게 엉터리인지-사실 대부분 다 엉터리-구분할 수 있게 된다. 그가 맹렬하게 지식을 탐구해가는 과정은 너무너무 짜릿했는데, 아마도 한 인간의 성장을 보고 싶은 사람들, 노력해서 무언가를 얻게 되는 과정을 얻는 걸 보는게 좋은 사람들은 마틴 에덴의 이런 부분에 끌리지 않을까 싶다.


그런 마틴이 글을 쓰고 싶다. 그래서 그는 글을 쓴다. 맹렬하게 책을 읽고 공부했듯이 맹렬하게 쓴다. 쓰고 쓰고 또 쓴다. 그가 항해하면서 모아뒀던 돈은 다 바닥났지만 그래서 그는 굶으면서도 쓴다. 자신이 쓴 에세이와 소설과 잡문을 잡지사에 보내고 또 보내고 또 보내지만 모두들 그에게 원고를 돌려보낸다. 그는 내 글이 팔리면 얼마의 돈이 들어올건지 나름 계산하며 외상도 졌었는데, 아무 원고도 채택되지 않으니 낭패도 이런 낭패가 없다. 그는 자신의 자전거를, 외투를, 정장을 전당포에 맡긴다. 그의 모습이 점점 더 빈곤에 가까워지는 것도 당연한 수순. 그러나, 그 가난에 대해 루스는 이해할 수 없고 알아채지도 못한다. 루스가 살아온 삶은 그런게 아니었으므로 마틴의 달라진 외양이 무엇을 뜻하는지에 대해서 그녀는 그 안까지 볼 순 없었다. 대신, 세 아이를 홀로 키우고 있으며 마틴에게 방을 빌려준 마리아는 그를 궤뚫어본다. 저 사람, 굶고 있구나. 가난은 가난의 흔적을 재빠르게 캐치한다. 고된 노동을 하며 벌어들이는 돈은 별로 없는 마리아이지만, 굶는 마틴을 그대로 둘 수 없어 그녀는 자신의 음식을 내어주고 그가 아파 몸져 누웠을 때는 그를 간호해준다. 마틴은 그런 마리아에게 네가 원하는 삶은 어떤 삶이냐 묻고 농장을 갖고 싶다는 그녀의 말에 네 말대로 될거라고, 당신은 이룰 수 있을 거라고 장담한다.    



마틴은 열심히 썼다. 어디서도 마틴의 원고를 실어주지 않았는데도 돌려보내기만 하는데에도 열심히 썼다. 쓰고 쓰고 또 쓰고 보내고 보내고 또 보내고 그렇게 그가 써둔 원고가 쌓여갔고, 그러다 더러 잡지에 실린 적도 있지만 잡지사는 원고료를 주지 않거나(떼먹는다) 소액만 주었다. 간신히 먹고 사는 삶을 유지하던 그를 루스가 그리고 마틴의 가족이 곱게 볼 리 없다. 루스는 제발 일자리를 가지라고 애원한다. 마틴은 자신이 쓴 글을 언제나 루스에게 읽어보라 주지만 루스는 읽고 좋은 글이지만 그런데 팔리지는 않잖아, 하며 자신의 아버지 회사에서 월급 받는 삶을 살기를 원한다. 마틴은 잠자는 시간까지 아까워하며 읽고 썼는데 마틴의 매형은 지독한 게으름뱅이라고 마틴을 욕한다. 마틴은 그 누구보다 깨어있는 시간 맹렬히 자신이 해야 한다고 생각한 일을 했지만, 다른 사람이 볼 때 그는 일자리도 마다하는 사람이었다. 루스의 가족은 처음부터 루스와 마틴의 사랑을 반대했지만 이제 더이상 두고볼 수 없다 하고 루스는 그에게 이별을 고한다.



자, 그러나 마틴의 노력은 보상받는다. 아니 그것을 보상이라 말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마틴이 원하던 때에 주지 못하는데 그것은 과연 만족할만한 보상일까. 그의 원고 하나가 책으로 나오고 초판은 1,500부 였는데 서평들이 쏟아지더니 미친듯이 팔려 재인쇄 재인쇄.. 그러다가 다른 나라에서도 막 앞다투어 번역하기 시작한다. 그의 이름은 이제 누구나 알 수 있는 이름이 되고 그의 원고를 달라고 출판사들마다 요구한다. 마틴은 이미 써둔 원고들을 슝 슝 보내고 그의 통장에 돈이 쌓인다. 그는 명실공히 엄청난 작가가 되었고 출판사에서는 그에게 줄 인세를 높이고 선인세를 주는등 마틴 모시기에 급급하다. 그의 명예가 더욱 무게를 더할수록 당연하게도 그를 찾는 사람이 많아지는데, 그를 어리석은 사회주의자라고 욕하던 판사도 그를 우리랑 다르다 무시하던 루스의 가족도 그외 다른 모든 사회 각계 인사들이 그를 정찬에 초대한다. 그를 무시하던 매형도 매제도 그를 식사에 초대한다. 일도 하지 않는 천하의 게으름뱅이이며 쓸모 없는 놈이었던 마틴은 세상 모두가 어떻게든 알고 지내고 싶어하는 사람이 되는 거다. 



마틴은 이런 일들에 혐오감을 느낀다. 나는 하나도 달라진 게 없는데, 나는 그냥 나인데. 하물며 지금 계속해서 책으로 나오고 잡지에 실리는 그 모든 글들은 뭔가 달라진 마틴이 쓴 게 아니라 게으름뱅이에 쓸모없는 놈이란 욕을 듣던 바로 그 당시에 썼던 바로 그 글들인데, 자기가 잠도 줄여가며 썼던 그 글들을 썼을 때는 세상 쓸모없는 놈이 이제는 누구나 함께 밥먹고 싶어하는 사람이 되다니. 그런걸 보는게 너무 역겹다. 나는 변한게 없는데? 왜 내가 굶주려서 그 무엇보다 식사가 하고 싶을 때는 아무도 나에게 밥을 주지 않았지? 왜 내가 내 돈주고 밥 사먹는게 충분해진 지금은 모두들 밥을 주겠다고 하지? 왜 가장 절실했을 때는 아무도 없었던거지? 그리고 왜,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밥을 먹자고 하는데 나는 외롭지?



그는 정찬 초대를 무수히 받았고 일부에 응했다. 사람들은 그를 정찬에 초대하기 위해 그와 안면을 텄다. 사소한 일이 큰일이 되어 그는 어리둥절했다. 버나드 히긴보삼이 그를 정찬에 초대했다. 그는 더욱 황당했다. 자신이 극심한 굶주림에 시달리는데 아무도 정찬에 초대하지 않던 시절이 생각났다. 그 시기는 저녁 식사가 절실하고, 식사를 하지 못해 몸이 허약해지고 현기증이 나며, 순전히 굶어서 체중이 빠지던 때였다. 역설이었다. 그가 저녁 식사를 원할 때는 아무도 주지 않았는데, 이제 수십만 번이나 외식을 할 수 있게 되어 식욕을 잃은 판국에 사방에서 저녁 식사를 들이밀었다. 그런데 왜? 이건 공정하지 않은 일이며, 그가 나아진 것도 아니었다. 그는 달라지지 않았다. 그가 한 모든 일은 그 일을 수행하던 시기에 이루어졌다.

그때 모스 부부는 마틴이 게으름뱅이에 뺀질이라고 비난하면서, 루스를 통해 사무실의 직원이 되라고 몰아쳤다. 더군다나 그들은 그가 해 놓은 일을 알고 있었다. 그의 원고는 쓰는 족족 루스의 손을 거쳐 그들에게로 넘어갔다. 그들은 그 원고들을 읽었다. 그의 이름을 모든 신문지상에 올려놓은 것은 바로 그 작품들이었는데, 그들은 그의 이름이 모든 신문지상에 올랐다는 사실 때문에 그를 초대한 것이었다.

한 가지는 분명했다. 모스 가 사람들은 그라는 사람 자체나 그의 작품 때문에 그를 만나려 한 적이 없었다. 따라서 지금 그들이 그를 원하는 이유는 그라는 사람 자체나 그의 작품 때문이 아닌, 그가 가진 명예 때문이었다. 그가 발군의 인물이고, - 왜 아니겠는가? - 또수십만 달러쯤 갖고 있기 때문이었다. 그것이 부르주아 사회가 사람을 평가하는 방식이니, 어떻게 그렇지 않기를 기대할 수 있을까? -2권, p.206~207



그는 자기에게 들어온 돈으로 자신이 은혜를 입었던 마리아에게 집을 사주고 낙농장을 마련해준다. 자신에게 돈을 바라고 접근하는 가족들에게도 원하는 만큼의 돈을 준다. 이 모든게 다 무슨 의미가 있을까. 가진 원고도 이젠 다 돈으로 받고 없겠다, 배나 타고 섬으로 가야겠다, 생각하는데 그의 과거 연인 루스가 온다. 그토록 사랑했던 그녀가 그에게 온다. 자신의 사랑은 변한게 없다고 자신은 용기를 내어 이제 마틴과 사랑하겠다고 하는거다. 



"그런 짓을 왜 전에는 저지르지 않았어?" 그는 거칠게 물었다. "내가 일자리가 없을 때는? 내가 굶고 있을 때는? 남자로서 또 예술가로서, 내가 지금과 똑같은 마틴 에덴이었던 그때, 당신은 왜 그런 짓을 하지 않았어? 숱한 날을 나는 그 질문을 나 자신에게 해 왔어…당신에 관해서만이 아니라 모든 사람에 관해서. 당신도 보다시피 나는 달라지지 않았어. 나에 대한 평가가 급상승하는 바람에 나 스스로도 내가 달라지지 않았는지를 끊임없이 확인해야 하지만 말이야.

나는 예전과 똑같은 살을 뼈에 붙이고 있고, 예전처럼 열 개의 손가락과 열 개의 발가락을 달고 있어. 나는 똑같아. 없던 능력과 장점을 새로 개발하지도 않았어. 내 뇌는 예전의 그 뇌야. 그 이후로는 문학이나 철학에 새로 덧붙인 말조차 없어. 나라는 개인의 가치는 아무도 나를 원하지 않던 예전과 똑같아. 그래서 나는 사람들이 이제 왜 나를 원하는지 영문을 모르겠어. 그들이 나 자체 때문에 나를 원하는 건 분명히 아니야. 왜냐하면 나 자체는 그들이 원하지 않던 예전의 나와 똑같으니까. 그들은 뭔가 다른 것, 내 외면의 어떤 것 때문에 나를 원하는 게 틀림없어. 무엇인가 내가 아닌 것 때문에! 그게 뭔지 당신한테 얘기해 줄까? 내가 얻어 낸 명성이야. 그 명성은 내가 아니지. 그건 다른 사람들의 마음속에 있는 거니까. 또 내가 벌었고 지금도 벌고 있는 돈 때문이야. 그런데 그 돈도 내가 아니야. 돈은 은행과 이 사람 저 사람의 호주머니 속에 있잖아. 당신이 나를 이제 원하는 것도 그것, 명성과 돈 때문인가?"

"당신은 말로 내 가슴을 후벼 파고 있어." 그녀는 흐느꼈다. "내가당신을 사랑한다는 걸, 당신을 사랑해서 내가 여기 왔다는 걸, 당신은 알잖아."

"당신은 내 말을 잘 이해하지 못하는 것 같아." 그는 부드럽게 말했다. "내 말은 이거야. 당신이 나를 사랑한다면, 어떻게 지금은 예전보다 훨씬 더 많이 나를 사랑하게 된 거야? 그때는 당신의 사랑이 나를 거부할 정도로 약했잖아." -2권, p.226-227



나는 마틴의 울분을 이해한다. 그가 이제야 비로소 알게된 사람들의 속물적인 면에 대한 경멸 역시 이해한다. 자신이 그렇게 동경했던 그 위치가 굉장히 보잘것 없다는 걸 알게 되었을 때 그의 허무를 이해한다. 또한 그가 그렇게나 책을 읽고 알고자 노력하며 결국 이전과 달라진 사람이 된 것에 대해서라면 너무 좋다. 현실에서의 내가 마틴 친구라면 그를 응원해 주었을 것이다. 굶주리는 그를 위해 가끔은 밥을 사주었을 것이다. 세상의 모든 험한 일을 겪었고 육체적 으로 탄탄하면서 이제 지식까지 갖춘 그를 좋아하지 않기란 불가능하겠지만, 그러나 나 역시 루스가 된다. 나는 루스다. 내가 상류층 여성이란 얘기가 아니라, 만약 내가 마틴의 매력에 빠져 그와 사랑하고 연애하게 되었다면, 나 역시 계속해서 돈을 벌지 않고 자신의 글이 잘 될거라는 장담만 하는 그를 기다릴 수 없었을 것이다. 그의 글을 읽고 그 글이 좋다고 감탄한다 한들, 그 글이 돈을 벌어다주지 않음에 나는 '그런데 말야, 일단 일자리를 잡아서 일을 하고 돈을 벌면서 글을 쓰면 어떨까?' 를 결국엔 말했을 것이다. 아니야, 조금만 더 기다려줘 내가 글로 돈을 벌거라고! 그가 장담한다해도 번번이 퇴짜맞아 돌아오는 원고를 앞에두고, 그러면서 굶주리는 그를 보고 나는 마냥, 계속해서, 내 사랑 뽀에벌~ 하면서 기다릴 순 없었을 것이다. 마틴은 왜 명예가 없는 내 옆에서는 떠나고 명예가 있는 내게로 돌아오냐고 루스를 원망하지만, 그 원망은 마틴으로서는 너무나 타당하고 당연한 것이었지만, 그러나 나였어도 마틴을 떠났을 것이다. 일을 하라 젊은이여, 나가서 돈을 벌어오라! 나는 그렇게 말했을 것이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 글을 쓰는 그를 보면서 결국은 고개를 젓고 돌아섰을 것이다. 내가 지금 당장 재벌이 되어 나를 호강시켜달란 말을 하는게 아니라, 매달 이백만원이라도 네 손으로 벌라는 말이야, 라고 돌아섰을 것이다. 사실 이 책 속의 루스는 그와 결혼하게 되면 그에게 경제적으로 의지해야 하므로 그의 노동이 절실했다. 너는 가족을 먹여 살려야 하잖아, 가 루스의 답답한 지점이었다. 그러나 지금 여기를 살고 있는 나는 조금 다르다. 그가 이백만원씩이라도 꼬박꼬박 번다면, 그와 내가 함께 산다고 했을 때 일상의 고단함이 조금 더 줄어들 수 있을 것이다. 그가 이백만원씩이라도 꼬박꼬박 번다면, 설사 나와 헤어졌어도 그는 자신을 챙기는 데 무리가 없을 것이다. 내가 그에게 원하는 건 돈을 벌어'오라'가 아니라, 돈을 '벌어'라는 것이다. 



루스가 마틴에게 일자리를 갖길 원하는게 잘못이었을까? 나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마틴의 생각대로 루스에게는 시야가 좁았던 지점이 있다. 루스는 가난을 모르니까. 누구나 노력하면 돈을 벌고 성공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도 순진하다. 많은 사람들이 아무리 고된 노동에 시달려도 루스의 아빠만큼은 결코 벌 수 없다. 그렇다면 마틴에게 일자리를 구하라고 말하는 나는 마틴을 사랑하는게 아니었나? 사랑했다. 사랑했지만, 내 사랑은 그런 식이었던 거다. 그러니까 내 사랑은 꼬박꼬박 이백만원을 벌고자 하는 사람에게 향하지 번번이 퇴짜맞는 글을 쓰는 사람에게 향하지 않는다. 문제는, 내가 그 글을 읽었고 그 글이 좋다는데에 있다고 할 수 있겠다. 그러나 팔리지 않는다면, 내가 볼 때 훌륭하므로 그 글이 잘될거라는 확신을 가지고 마냥 기다릴 수 있을까? 아니. 나는 그럴 수 없는 사람이다. 내가 읽고 좋았어도 지금 세상이 원하지 않아, 게다가 내가 기다리지 않았던 것도 아니야. 나는 얼마간 그를 지켜봤고 또 얼마간 그가 일하기를 바라면서 조심스럽기도 했다. 그러나 이제 더이상 못하겠다, 하고 돌아섰다면, 나는 그를 사랑하지 않았는가? 


나는 결국 사랑은 머리로 한다고 생각한다. 젊은 시절에는 '나만' 사랑을 머리로 한다고 생각했고 이것이 나의 속물된 지점이라고 생각했는데, 이제는 모든 사람들이 사랑을 머리로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다만 그것을 알거나 인정하느냐 그렇지 않느냐의 차이가 있다는 것. 그리고 상대를 사랑하는 기준이나 원인이 나랑 달랐다는 거지, 나는 사랑에는 머리가 관여한다고 생각한다. 내가 사랑하는 상대가 내가 원하는 어떤 것을 주기 때문에, 우리는 사랑한다. 내 사랑은 그렇다면 그 기준을 노동하는 삶에 둔 것일테다. 물론, 


마틴은 노동했다. 글을 맹렬하게 썼다. 그가 노동하지 않은게 아니었다. 그는 게으르지 않았다. 다른 사람들 말처럼 그렇게 일자리가 있는데 박차고 굶주림을 선택한 사람이 아니다. 마틴은 글을 쓰는 삶을 선택했다. 그에게는 다른 사람들과 삶에 대한 기준이 달랐다. 루스, 루스의 가족들, 마틴의 가족들, 마틴 주변의 많은 사람들이 세상의 기준에 맞추어 살고 그 눈높이로 보고 있을 때 마틴은 그런것과는 다른 방향을 보고 다른 삶을 살고자 했던 거다. 나는 그런 마틴의 방향성과 삶의 태도를 받아들일 수도 있고 이해할 수도 있지만, 그를 사랑하는 사람으로 내 곁에 두느냐는 완전히 다른 문제가 된다. 가끔 만나 밥을 사줄 순 있지만 그와 사랑하고 함께할 순 없다. 그는 그의 의지대로 삶을 선택한 것이고 그가 선택한 삶이 내가 선택한 삶과 다르다면 세이 굿바이 해야 하지 않겠나. 마틴 에덴의 루스에 대한 원망은 지극히 당연하지만, 그리고 그 원망 나 역시 받아 마땅하지만, 그러나 그렇다해도 나는 나의-루스의-그런 선택이 잘못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잭 런던은 마틴 에덴을 통해 계급을 드러낸다. 저기 저 멀리 신기루처럼 보이는 잘 사는 사람과 바로 여기에서 오늘 먹을 밥을 궁리하는 고된 노동의 삶. 그 격차를 과연 사랑으로 메꿀 수 있을까? 메꿀 수 있다고 맹목적으로 믿으며 아름다움을 지향하는 젊은이인 마틴 에덴을 보여줌으로써 사랑은 믿음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는 걸 보여준다. 현실의 간극은 이렇게나 크다. 나는 잭 런던이 보여주는 이 간극이 아프지만 너무 좋다. '좋다'는 표현은 이럴 때 적절한 표현이 아닌 것 같지만, 잭 런던의 마틴 에덴을 읽으면서 가난의 이쪽과 부유함의 이쪽에 있던 사람들이 만나 어쩔 수 없이 뒷걸음질 치게 만드는 모습을 보여주는 다른 작가들을 생각해본다. 샐리 루니가 그랬고 엘리자베스 스트라우트가 그랬다. 아, 진짜 자지러지게 좋다. 그런 한편 나는 현실에서 한 번도 상대와 빈부격차로 인해 괴로웠던 적이 없다는 것도 깨닫는다. 한마디로 돈 많은 남자와 연애해본 적은 없다는 거다. 아마, 내가 앞으로 연애한다고 해도 그럴 일은 없겠지.


다른 계급의 사람들이 사랑하게 되는 걸 보여주는 것만으로도 책은 재미있는데, 그 다른 계급 속으로 기어코 향하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도 뛰어난 점이다. 그러나, 그토록 맹렬히 필사적으로 자신을 불살랐던 젊은이에게 필연적으로 닥쳐올 시간은 어떤 것이었을지, 책장을 덮으며 그럴 수밖에 없었겠지, 하면서도 씁쓸해진다. 나는 이 자본주의 사회에서 돈 좋다고 살고 있고 돈이 세상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돈이 나에게 해주는 많은 것들을 생각하지만, 그러나 이 자본주의 사회에서 모두가 행복해지는 일은 분명 없을 거라고도 생각한다. 누군가는 어딘가에서 역시나 씁쓸한 결론을 맞이하게 될 수밖에 없을거라는 것도 알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자본주의를 박차고 나갈 수 없다는 것 역시도 알고 있고, 그러므로 나는 마틴 에덴을 이해하지만 루스가 될 수밖에 없다. 아, 


한가지 루스와 내가 다른게 있다면, 나는 내가 돌아선 남자가 내가 떠난 뒤 명예를 얻고 부자가 됐다고 해서, 그를 다시 찾아가지는 않을 거라는 거다. 그가 그렇게 된 뒤에 나를 찾아와 '이런 나를 받아주면 안되겠니?' 한다면, 웃으며 받아줄 순 있지만, 내가 찾아가서 '나는 너를 잊을 수 없어'라고 그의 명예 뒤에 말하지는 못할 것 같다. 그것은 나의 자존심이며 그것이 나의 인간된 도리이다.



이만 끝.



                                                                                                                                                                                                                


댓글(26) 먼댓글(0) 좋아요(4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잠자냥 2022-12-08 10:5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도 다락방님이 말씀하신 것처럼, 이 작품에서 루스가 돈을 ‘벌어‘라고 말한 것이 잘못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아요. 돈을 벌어서 ‘오라‘가 덧붙여져 있었지만 그건 그 당시 사회 상황이 여자가 돈을 벌기 어려운 구조였으니까 그랬던 것이고... 현재로 치환해 생각해보면, 돈은 벌지 않은 채 언제 채택되거나 출판될지 모르는(심지어 출판되고도 1쇄에서 끝나는 책이 부지기수인 이 마당에), 글을 계속 써대면서 나는 ‘노동‘하고 있다고 자위하는 남자나 여자가 있다면 그 사람을 떠나는 것이 현명하다고 생각해요. 사랑이라고 그 무책임을 받아준다는 것은...... 결국 이 작품에서도 마틴은 주변의 도움을 얻게 되잖아요? 요즘도 마틴 같은 사람이 있다면 결국에는 당연히 주변 사람에게 손을 벌리게 되겠죠(특히 연인에게) 오........... 그런 사람이 주변에 있다면 도망가야해요!

마틴이 꾸준히 일하면서 글을 썼다면 그것이야말로 금상첨화였을 거예요- 현재의 마틴들도 그렇고요.
남자나 여자나 일(노동)은 중요합니다.

다락방 2022-12-08 11:54   좋아요 1 | URL
제가 보기에 제 연인의 글이 아무리 대단하다고 하더라도 일단 그것이 돈벌이가 되지 않는다면 저는 정말로 다른 일을 찾아보라고 할 것입니다. 그런 제가 연인에게 야속하게 느껴질 수도 있겠지만 이것이 저이므로.. 그리하여 우리는 헤어지게 되겠죠? 하하하하하. 돈을 벌면서 쓰란 말이다!! 나 봐라, 돈 벌면서 쓰잖아! 왜냐, 글이 돈을 벌어다 주질 않아서!!

아무튼 제가 마틴 에덴 읽으면서 생각한 것이, 엉뚱하게도, 나도 투고를 하자!! 입니다. 저 이제 투고하면서 살아볼까 싶어요. 말리지마세요, 투고합니다. 그러다가 제가 투고한 글이 잠자냥 님께 닿을지도 몰라요! 그렇게 하다 보면 어느틈에 나도 마틴 에덴처럼 글로 재벌이 되는 일이....

없겠죠?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일단 회사를 열심히 다니는 걸로... (눈물을 닦고)

2022-12-08 14:2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12-08 14:3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12-08 15:00   URL
비밀 댓글입니다.

잠자냥 2022-12-08 10:5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근데 아무튼 루스 굴욕...... 돈과 명예가 생겼다고 그 남자 다시 찾아가고 그러지 마.......... 진짜 굴욕입니다. 그런 점에서는 정말 너무 싫은 여주인공........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22-12-08 11:51   좋아요 1 | URL
저는 루스가 싫지 않고요 이해가 되더라고요. 다시 돌아간 지점에 대해서도 말이죠. 그러니까 저라면 그렇게 하지는 않을 것이지만, 루스에게는 딱 그만큼의 용기가 있었던 거라고 생각해요. 가난한 남자를 내 연인이다, 그를 믿고 살아보겠다 라고 할만큼의 용기까지는 없었던 거고, 그게 너무 당연한건데, 그런데 이제 그 남자가 부자가 되었잖아요? 그러니까 이제는 다른 사람들의 손가락질도 견딜 수 있겠다! 하는 그 간극만큼의 용기가 부족했던 것 같아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헤쳐나갈 용기는 부족했지만 명예를 가진 남자에게 다시 찾아가는 굴욕을 견딜만큼의 용기는 있었던.. 저는 루스를 보면서 ‘제인 오스틴‘의 <설득> 속 여주인공 ‘앤‘이 생각났거든요. 그걸 쓰면 리뷰가 너무 엄청나게 길어져서 확 빼버리긴 했는데, 앤도 가족들이 말리는 바람에 가난한 연인과의 사랑을 끝내버려요. 그렇게 시간이 흐르고 그 남자가 부자가 되어 쨘- 나타났는데 앤은 그렇다고 그 남자에게 다시 사귀어달라고 하지는 않죠. 그러면서 다시는 자신의 사랑에 다른 사람들의 말을 듣고 선택하는 일은 없을 거라고 생각하는 앤이 있죠. 그게 앤과 루스의 차이일텐데 그 지점은 제인 오스틴과 잭 런던의 차이이기도 할 것이고요.

아무튼 저는 저런 굴욕을 감내하는 것도 루스의 어떤 용기 같은 것이다... 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그런 굴욕을 감당할 수 없으므로....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건수하 2022-12-08 11:0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삶은 현실이니까요... 그리고 자신의 이상도 좋지만 상대에 대한 책임감을 가지고 있느냐도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이상만 바라보는 남자와 헤어져본 사람으로서)

저는 오늘 <제인 에어> 에 대해 글을 썼는데 <제인 에어>에도 계급과 사랑 그리고 극복(?)이 나와서...
다락방님 글을 읽으니 왠지 조금 ‘찌찌뽕‘ 하고 싶었습니다. (수줍)

다락방 2022-12-08 11:56   좋아요 1 | URL
마틴에게 자신이 굶는 일보다 자신의 글을 써내는 일이 더 중요했고 그것이 마틴의 가치이며 마틴의 방향이었겠지만, 그렇게 사는 삶은 혼자일때에만 가능한 것 같아요. 먹고 살아가는 일은 아무래도 현실에서는 돈이 필요한 일이고 그걸 내가 하지 않는다면 나 대신 누군가가 해야하는 거겠죠. 저는 마틴이 가진 마틴의 가치관을 이해하지만 그러나 그런 마틴과는 함께할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언젠가 성공할 사람의 옆에서 함께 고생하며 인내하는 일.. 저는 반대합니다. 저는 그런 사람이 아닙니다.

오오, 저는 수하 님의 제인 에어에 대한 글을 읽으러 가도록 하겠습니다. 슝=3

단발머리 2022-12-08 11:1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다락방님 이 리뷰 너무 가슴 절절하네요. 다락방님이 나는 루스다... 하는게 너무 잘 이해되고 사실... 저도 루스입니다. 못 기다려요.

저는 ‘다른 사람들에게 갈채를 받을 때 몸을 숨겼다가 연인이 위험에 처했을 때 나타난 스웨덴 귀족 이야기‘를 읽고 있습니다.
루스와 반대죠. 연인이 잘 나갈 때는 뒤로 물러섰다가 친구들이 다 떠났을 때 곁을 지켜주는.... (저 눈물 좀 닦을게요.....)

다락방 2022-12-08 11:58   좋아요 1 | URL
저는 아무래도 현재를 사는 사람이기 땜시롱 언젠가 잘 될 그날을 위해 함께 기다리는.. 건 못할 것 같아요. 언젠가 빵터질 미래가 올거라는 믿음에 기대기 보다는 현재에 소박하게 양꼬치 먹으면서 살고 싶습니다.. 음.. 양꼬치는 소박한가 아닌가...

그나저나 연인이 위험에 처했을 때 나타난 스웨덴 귀족... 은 뭐죠? 어떤 이야기죠? 알려주세요!! 너무나 궁금하네요. 또 제가 그런거 좋아하잖아요. 위험에 처했을 때 나타나는 재이슨 스태덤... 같은 거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단발머리 2022-12-08 12:08   좋아요 0 | URL
스태덤은 아니에요. 쫌만 더 궁금하세요. 나는 울고 있어요 😭😭

독서괭 2022-12-08 11:2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다락방님 글 읽으니 마틴도 루스도 이해가 됩니다. 각자의 입장에서.. 루스가 돈 벌라고 한건 합리적인 요구이고.. 굶어가며 글 쓰는 사람을 어떻게 기다리나요 에혀 ㅠ
이책 끝까지 좋으셨군요. 내년에 읽을 소설로 찜입니다^^

다락방 2022-12-08 12:00   좋아요 1 | URL
네, 맞아요 독서괭 님. 저는 마틴 을 완전히 이해합니다. 그리고 그를 격려하고 응원하고요. 그가 잘되는 걸 보면 저도 기쁠 것 같아요. 그렇지만 그런 그랑 삶을 함께 하느냐.. 는 완전히 다른 것 같아요. 저는 그냥 제 삶을 사는 걸로.. 사실, ‘내가 언젠가 글로 재벌이 될거야‘ 를... 어떻게 믿나요? 못믿습니다...

독서괭 님, 저는 마틴 에덴 너무 좋습니다. 오늘 잭 런던의 다른 책도 한 권 구입했어요. 네, 책 샀다는 이야깁니다. 다음주 월요일의 책탑 사진을 기대해주세요. 샤라라랑~

다락방 2022-12-08 11:45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나 글 너무 잘썼다.. 나야말로 글로 돈을 쓸어담아야 되는데 세상이 내 글을 보는 눈이 없네. 마틴 에덴이 그랬듯이.. 어리석은 세상이여.....

- 2022-12-08 14:36   좋아요 1 | URL
현실을 사는 다락방은 미래가 알아볼 글을 쓴다… 🥲는 비극

다락방 2022-12-08 15:01   좋아요 2 | URL
이 세상엔 내가 너무 아까워.....

물감 2022-12-08 15: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다락방 님이 보시기에 이 작가가 저랑 맞을 것 같으신가요?
그렇다고 하시면 도전해보게요 ㅎㅎㅎ

다락방 2022-12-08 15:36   좋아요 2 | URL
저는 물감님도 마틴 에덴을 아주 재미있게 읽으실 거라고 생각합니다. 망설이지 말고 도전해보세요!!

새파랑 2022-12-08 16:5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전 마틴이 다시 돌아온 루스를 거부한게 약간 아쉽더라구요. 그렇게 좋아했었고, 루스 때문에 미친듯이 글도 쓴건데~

뭐 원하는대로 되지않은 비극적 결말이었기 때문에 더 재미있게 읽은것 같아요.

그런데 마틴은 양치질을 했던가요? ㅋ

다락방 2022-12-08 17:35   좋아요 2 | URL
마틴은 루스를 알게된 후부터 양치질을 시작합니다. 샤워도 시작합니다.

그대를 알고부터 사랑은 시작되고 사랑을 알고부터 그대만을 느꼈어요... 샤라라랑~

2023-02-08 09:2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3-02-27 09:08   URL
비밀 댓글입니다.

책식동물 2024-10-17 18: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다락방님 의견? 심정?에 진짜진짜 동의합니다... 솔직히 마틴 응원? 많이 했다... 정말 많이 했다 근데!!! 내가 남자의 벌이에 온전히 의존해야 하는데 남친이 직업은 안 찾고 쫄쫄 굶으면서 글만 쓰고 있으면 직업 구하라고 정신공격을 할듯해요!!!

다락방 2024-10-18 08:00   좋아요 1 | URL
네, 저도 루스를 이해합니다. 그것이 진정한 사랑이었느냐 아니었느냐 보다는 저에게는 사랑은 머리로 하는 것이기 땜시롱 이 사랑이 나를 가난에 놓을것이라면 그렇게 되지 않기 위해 잔소리를 할 것 같습니다. 그렇더라도 이 책은 상당히 재미있었어요. 노동과 그리고 작가가 되는 과정이 정말 흥미롭고 재미있게 읽혔어요. 전 나중에 마틴이 유명해진 뒤에 사람들의 태도가 달라지는 걸 보고 허무해하는 것도 너무 가슴에 와닿더라고요. 정말 재미있게 읽은 책입니다!

책식동물 2024-10-18 12:46   좋아요 0 | URL
맞아요 저 마틴이 작품활동하는 과정 보면서 눈물흘렸습니다ㅜㅜ.....어쩜이렇게사실적으로 썼는지 100년이 지나도 눈물... 또 마틴의 현타랑 노동자 정체성을 계속 유지한 게 인상깊었어요 여러모로 후대에 남을 작품이긴 합니다ㅋㅋ... 나중에 재독하게될것같아요
 
아워 바디
한가람 감독, 최희서 외 출연 / 인조인간 / 2020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베티 블루 보다가 아워바디 생각남. 이 캐릭터도 겁나 싫음. 영화 속에서는 주인공 자영에게 일자리도 소개시켜주는 친구 있던데, 그 친구 너무 착한 사람.. 나는 자영과 친구 끊겠습니다.

댓글(6) 먼댓글(0) 좋아요(16)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책읽는나무 2022-12-06 15: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영화는 첨 보네요??
여성 감독인가요? 여성 감독 영화들은 웬만하면 재밌던데...이 영화는 아녔군요?

다락방 2022-12-06 15:24   좋아요 1 | URL
아 주인공 너무 자기 침몰 민폐 캐릭터 너무 싫었어요 흑흑 ㅠㅠ
이 영화 개봉 당시 여성서사다, 남성은 소모품으로만 나온다 해서 나름 인기도 있었는데, 저는 캐릭터가 너무너무 싫었습니다. 이 영화 본 후에 친구 만나서 주인공 욕 엄청 했어요. ㅋㅋㅋㅋㅋ

잠자냥 2022-12-06 15: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목부터 좀 싫은 느낌;;;; 아워 바디............................

다락방 2022-12-06 15:39   좋아요 0 | URL
여주가 달리기 하면서 자기 자신을 찾아가는 영화일거라 막연히 짐작했는데 너무 자기 자신 찾느라 주변에 대한 생각 1도 없는것 같고요. 어후~ 싫어요. -.-

바람돌이 2022-12-06 16: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저기 여배우 최희서씨. 영화 박열 볼때 진짜 매력적이던데..... 주인공의 매력으로 커버가 안되었을까요? ^^

다락방 2022-12-06 16:19   좋아요 1 | URL
저는 저 배우를 이 영화에서 처음 봐서 캐릭터로 만났네요. 제가 너무 현실에서 싫어라 하는 캐릭터라서 어떻게 커버가 안되네요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