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을 꿨다. 꿈에서 그가 내게 만나기를 청했고, 나는 그래서 그가 기다리는 까페로 갔다. 그가 의자에 앉아있는 게 보였다. 그가 나를 보고 손을 흔들어 인사를 해주기를 바랐는데, 그는 나를 보면서도 무심히 고개를 돌렸다. 나는 당황했다. 그에게로 가서 그의 앞에 앉아야 할지 아니면 이대로 돌아서 나가야 할지 알 수 없었다. 그렇게 고민하고 있는데 까페안의 다른 사람들이 내게 인사를 해왔다. 나는 아는 사람이 혹은 친구라 부를 수 있는 사람이 많지 않은데 이 까페의 모든 이들이 모두 나의 아는 사람들이었다. 학교 동창들이라든가, 직장 동료라든가 하는 사람들. 그들 모두와 인사를 하는 소란스러운 중에도 그는 나를 돌아보지 않았다. 나는 분명 그의 전화를 받고 나왔는데. 나는 너무 속상해서 그 까페를 나와버렸다. 그리고 집에 가려고 했다. 집에 가려다가, 아니야, 이대로 갈 순 없어. 내가 가서 인사를 하자, 라고 생각했다. 나 왔다고, 니가 오라고 해서 나는 여기에 너를 보러 왔다고 얘기하자. 자, 이제 나는 다시 까페로 들어갈 것이고 용기를 낼 것이다, 라고 다짐하는데 꿈을 깨버렸다. 

젠장. 

 

 

 

 

 

 

 

 

 

책속에서 남자는 여자를 찾아 해변으로 간다. 그리고 서 있는 그녀를 본다. 그녀의 뒤에 선다. 그러나 그녀가 돌아보질 않는다. 

'그녀는 모르는군...... 짐작도 못 하겠지. 그녀가 내 뒤로 가까이 왔다면 난 알았을 텐데.' (p.268) 

그녀가 정말 몰랐을까? 자신이 사랑하는 남자가 바로 등 뒤에 있다는 것을 그녀는 정말 알지 못했을까? 그녀가 내 뒤로 가까이 왔다면 난 알았을텐데, 하는 그의 그 안타까움은 내가 느끼는 것과 같다. 나는 내가 사랑하는 사람에게 유독 예민해져서 별다른 힌트없이도 그에 대한걸 알아챌 수 있다. 그가 하는 모든 말들과 모든 표정들을 기억속에서 재생시킬 수 있다. 그러나 이런것들이 얼마만큼의 의미인지는,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는지는 모르겠다. 나 역시 이 책속의 남자 '아처'처럼 그는 이런 나를 짐작도 못 하겠지, 라는 생각을 하고 있기 때문에. 

나는 아처가 그녀에게 하는 말들이 좋다. 그녀, '엘렌'도 아처가 하는 말들을 모두 가슴속에 새기지 않을까. 아처는 그녀에게 이렇게 말했으니까. 

"맹세컨대 당신 얘기를 듣고 당신이 어떻게 지냈는지 알고 싶을 뿐이오. 우리가 만난 지 100년은 된 것 같아요.... 다시 만나려면 또 100년이 흘러야 할지도 모르지." (p.290)

 

사랑하는 사람을 마주한 시간은 짧게 느껴지고 보지 못하는 시간은 길고 또 길고 또 길게만 느껴진다. 다시 만나려면 100년이 또 흘러야 할지도 모른다니. 그저 한숨만 난다. 가슴속에 돌덩이가 들어가있는 것 같다. 누군가 그 돌을 꺼내어서 망치로 좀 부수어 줬으면 좋겠다.  

"불행해지면 안 돼요." 그녀가 자기 손을 빼내면서 갈라진 목소리로 말했다. 그가 대답했다. "돌아가지 말아요.... 안 돌아 갈거죠?" 그것만 아니라면 다 참고 견딜 수 있다는 듯이.
"돌아가지 않을게요." 그녀는 이렇게 말하고 몸을 돌려 문을 열고 식당으로 통하는 길로 나갔다
. (p.303) 

아, 나도 돌아가지 말라고, 가지 말라고 말할걸. 아 짜증나. 후회는, 일단 그것이 후회인 이상, 언제나 늘 늦다.

이 책속에서 나는 '메이'도 아닌 '엘렌'도 아닌 '아처' 에게 몰입한다. 왜냐하면 그는 이제 엘렌을 가슴속에 품은 채 평생을 살아가게 되니까. 

그 후로 그들 사이에 더는 연락이 없었다. 그는 자기 마음속에 일종의 성소(聖所)를 만들어 놓고 비밀스러운 생각과 열망가운데 그녀를 간직해 두었다. 그곳은 조금씩 그의 진짜 삶이자 이성이 활동하는 유일한 장이 되어 갔다. (p.324) 

누구나 마음속에 일종의 성소를 만들어 놓고 그 안에 누군가를 간직하지 않을까? 내가 만들어낸 마음속 성소에도 누군가 있는것처럼.  

"저기, 아버지, 올렌스카 부인은 어떤 분이었나요?"
아처는 아들의 뻔뻔스러운 시선에 얼굴이 확 달아올랐다. "자, 솔직히 털어놔 보세요. 아버지랑 그분은 보통 사이가 아니었지요? 그렇게 아름다운 분이었나요?"
"아름답다고? 모르겠다. 그녀는 달랐어."
"아, 바로 그거였군요! 항상 그런 식으로 사랑이 시작되는 거죠. 척 보니 다르더라. 왜 그런지는 아무도 몰라도. 제가 패니한테 바로 그런 걸 느꼈거든요."
(p.435)

 

그녀는 달랐어. 그는 달랐어. 항상 그런 식으로 사랑이 시작되는 거라는 걸, 나는 알고 있다. 항상 그런 식으로 시작되는 거다. 항상. 그가 달라서, 그리고 그녀가 달라서.  

 

  

『친구와 연인사이』(아, 제목 진짜 싫다. 나는 친구와 연인 사이라는 말 자체도 싫고 이 영화의 제목이 이런것도 싫고 친구와 연인 '사이'라는 것도 싫다. 다 싫어, 다. 친구와 연인 사이라니, 대체 그 사이가 뭐야. 친구면 친구고 연인이면 연인이지..아 짜증나.), 이 영화속에서 생리통을 앓고 있는 여자에게 남자가 컵케익을 들고 찾아온다. 그리고 생리통을 겪고 있는 그녀를 위로할 만한 음악을 구운 CD도 함께 들고서. 생리통을 앓고 있는 여자와 남자가 한 침대에 나란히 누워서 노래를 함께 부른다.  

내가 생리통을 앓고 있는걸 알고 있는 남자라면, 그 남자는 자신이 좀 '특별한' 사람이란 걸 알았으면 좋겠다. 그는 결코 나에게 '아무나'는 아닐테니까. 나는 '친구'에게는 생리통을 앓고 있다고, 맹세컨대, 단 한번도 말한적이 없다.

 

 

 

영화속에서 그가 그녀를 위해 선택한 노래, 그리고 그녀가 그를 잃었다는 상실감에 도넛츠를 입에 넣고 울면서 따라 부르는 노래는 Leona Lewis 의 Bleeding Love. 

 

 

 

이 영화, 『만추』에서 내가 가장 좋아하는 장면은 버스에 탄 여자를 남자가 보내는 장면이다. 여자는 버스안에 있고 남자는 버스 바깥에 있다. 남자는 버스 바깥에서 여자에게 손을 흔들고 인사해준다. 여자도 같이 인사한다. 그리고 여자는 앞을 본다. 잠시후 여자는 다시 돌아본다. 남자가 또다시 자기에게 손을 흔들어준다. 그녀가 볼때마다 그가 그 자리에서 손을 흔들어준다.  

나는 바로 그때, '이 남자를 사랑할 수 밖에 없어'라는 어쩔 수 없는 운명을 그녀가 느끼지 않았을까 싶다. 나라면 그랬을테니까. 내가 돌아볼때 마다 있어주는 남자를 어떻게 사랑하지 않을 수 있을까. 게다가 그는, 여자를 만나기 위해 뛰어오기까지 했다. 나를 만나기 위해 뛰어오는 남자를 대체 어떻게 사랑하지 않을 수 있을까. 그건 피할 도리가 없는 것. 

탕웨이는 기다리는 여자가 된다. 나는 그녀의 기다림이 헛되지 않을거라는 믿음을 가지고 있다. 

 

순수의 시대를 다 읽었고, 이제 이십분만 더 있으면 월요일이고, 그래서 나는 도무지 잠을 이룰수가 없고, 눈은 말똥말똥하다. 일요일과 월요일 사이에는 100년의 시간이 좀 더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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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마음속 성소(聖所)와 다락방
    from 마지막 키스 2018-10-04 09:05 
    폴은 대학에 입학했던 그 나이에 동네에 사는 오십대 여자 '수전'과 연인 사이가 되었다. 그들은 사랑의 도피까지 감행했지만, 수전은 불행했고 알콜중독에 시달렸다. 수전의 곁에서 수전을 지켜주려고 했지만 점점 지쳐갔던 폴은 다른 여자친구를 사귄다. 그러면서도 자신의 첫연애상대인 수전에 대해서 늘 신경을 쓰고 있고, 그녀의 존재와 또 자신이 그녀를 어떻게 생각하는지도 새로 사귄 또래의 여자친구 '애너'에게 말했다. '애너'는 폴의 말을 듣고 이해하며 수전에
  2. [백래시] 여자를 괴롭히는 남자들
    from 마지막 키스 2018-10-30 08:51 
    이틀전 일요일에 백래시 페이퍼를 썼으니, 앞으로 일요일에만 쓰자..라고 마음을 먹었지만, 그냥 닥치는대로 쓰겠다.그러니까 내가 어제 자기 전에 '백래시를 조금만 읽다 자자' 했는데, 읽다보니 또 딥빡이 온 것이다.'킴 베신저'는 내가 중고등학교 다닐 당시에 섹시한 여배우로 이름을 날렸었다. 내가 아마 내 페이퍼를 통해서 여러번 킴 베신저 얘기도 했던 것 같다. 그녀의 몸매가 강조되는 영화들이 주를 이루었는데, 그녀가 찍었던 영화 중에는 나도 대학시절 보
 
 
2011-02-20 23:5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2-21 09:0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2-22 00:0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2-22 13:12   URL
비밀 댓글입니다.

moonnight 2011-02-21 13: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런데, 생리통 있을 때 컵케잌이 좋은 건가요? +_+; 영화 보면서, 술 마신 다음날 라면 -_- 이런 식으로 쟤네들은 생리통에는 컵케잌. 이란 공식이 있는 건가. 하는 궁금증이 들었어요. 저는 그럴 땐 타이레놀과 따뜻한 아랫목에 드러눕는 거 외에는 생각이 안 나더라는.

다락방 2011-02-21 13:15   좋아요 0 | URL
그렇다기 보다는 그냥 컵케익을 다 좋아하니까 사온게 아닐까 싶어요. 그냥 단거? ㅎㅎ 그장면도 엄청 웃기지 않았어요? 다들 생리주기가 같아서 골골 거리는데 문 안열어주려다가 컵케익 사왔단 말에 두말않고 열어주잖아요. ㅋㅋㅋㅋㅋ 저라도 그랬을 듯. 그리고 야, 놓고 가. 했을지도. ㅋㅋㅋㅋㅋ

저는 타이레놀 패쓰. 거의 약 안먹고 침대에 실신해서 드러누워있죠. 완전 널부러진 젖은 휴지가 된달까요. 얼굴도 만신창이가 되요. 다크써클은 더 진해지죠. 표정은 썩어버려요. 하하하핫

레와 2011-02-21 15: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하하하, 나 컵케익 사줘요. 엄청 큰걸로.

다락방 2011-02-21 15:45   좋아요 0 | URL
우리 컵케익 쌓아놓고 먹을까요? 기분도 구리구리한데. 먹으면서 막 울고 울다가 노래부르고 그러다 목메면 벌컥벌컥 커피를 마시든가 맥주를 마시든가 하면. 그럼 좀 나아지지 않을까요?

아이리시스 2011-02-21 16: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일요일과 월요일 사이 100년을 만들기 위해 저는 월요일마다 늦잠을 자요.
새로운 한 주를 늘 남보다 늦게 시작하는 게 첨엔 좀 위화감이 느껴졌는데 이젠 내가 일요일을 늦게 끝내니까 괜찮다고 생각해요. 꿈섬님이 안가르쳐주셔서 다락방님한테 물었는데, 혹시 가르쳐주지 않을까 싶었는데,
두 분 다 왜 현빈이 탕웨이 만나러 못갔는지 안가르쳐줘서 저 너무 슬퍼요.ㅠㅠ

아, 저도 컵케익도 좋고, 돌아볼 때마다 손흔들어주는 남자도 좋은데..
생리통도 싫고 혼자 버스타는 건 더 싫어요, 힝.

다락방 2011-02-21 16:56   좋아요 0 | URL
아이리시스님, 월요일도 벌써 오후 다섯시가 되었어요. 어떻게 보냈는지 모르겠는데, 정말 끔찍했는데 그래도 이렇게 시간이 흘렀네요.
그리고 아이리시스님, 현빈이 탕웨이 만나러 가지 못한 이유(!)라고 까지 쓴 것만으로도 스포일러 일듯 한데, 그걸 말하면 어쩝니까! 봐야지요! 아이리시스님이 직접 봐야지요! 그리고 보고 그 속으로 퐁당 들어가야지요. 그래서 탕웨이가 느끼는 기분, 그리고 현빈이 느끼는 기분, 그거 직접 느껴야지요. 네? 전 끝까지 말씀드리지 않을거에요! 말씀 드리지 않을거라구욧!!

저는 생리통이 아주 고통스럽다고 느껴지지만 싫지는 않아요. 음...변태삘이 느껴지네요. 하핫 ;;

아이리시스 2011-02-22 00:18   좋아요 0 | URL
그러네요, 이제 묻는 것도 그만해야겠다,, 주워들었거든요, 스포일러라고 생각을 안했어요, 푸하하.
나 완전 바보다, -_-;; 고마웠어요, 일깨워줘서.ㅠㅠ

다락방 2011-02-22 13:14   좋아요 0 | URL
하하 바보라고 자책할것 까진 없구요, 아이리시스님.
직접 보는게 더 재미있을 것 같아요. 저는 누가 영화나 책의 줄거리 혹은 결말을 얘기해 달라고 하면 볼건지 안볼건지 먼저 묻거든요. 그래서 볼거라고 하면 궁금해서 미치고 팔짝뛰겠다고 말해도 얘기 안해줘요. 전 잔인하고(응?) 냉정한(응?) 여자사람이니까요.

그나저나,
점심은 드셨습니까! 후훗

따라쟁이 2011-02-25 10: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자꾸 만추의 마지막 장면과 새벽세시의 마지막 장면이 겹쳐져요. 우우웅

다락방 2011-02-25 14:06   좋아요 0 | URL
안그래도 페이퍼 봤어요. 새벽 세시랑 만추가 들어가있는 그 페이퍼.
그런데 왜 '에미'를 자꾸 '에이미' 라고 하는거에요, 응? 에미가 되보기도 했던 사람이 왜 이름을 헷갈리는거에요, 대체 왜! 이름 헷갈리지 말아요! 난 이름 헷갈리는거 싫어한단 말이에요!!!!!!!!!!!!!

따라쟁이 2011-02-25 15:07   좋아요 0 | URL
수정했어요. 저는 왜 그녀가 에이미였으면 좋겠죠? 에이미.. 가 더 좋아요. 에미는 왠지 부르다 만것 같아요. ㅠㅠ
 
친구와 연인사이 - No Strings Attached
영화
평점 :
상영종료


나는 도넛츠를 먹으면서 울고싶지 않아.그러니까 당신은 나랑 정식으로 데이트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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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해한모리군 2011-02-20 00: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별점이..
그래도 배우들은 볼만한데요.

다락방 2011-02-20 00:26   좋아요 0 | URL
재미있어요 휘모리님. 많이 웃었습니다 ㅎㅎ 별은 뭐 큰 의미 있겠습니까! 밤이 늦었어요.잘자요!

프레이야 2011-02-20 11: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나탈리 포트만이 좋아요.^^
영화는 안 봤지만요.ㅎㅎ 블랙스완도 기대되어요.

다락방 2011-02-20 22:09   좋아요 0 | URL
저도 블랙스완 엄청 기대되요, 프레이야님. 빨리 보고 싶어요! 헤헷.

moonnight 2011-02-20 11: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이 영화 보고 울었어요. ㅠ_ㅠ; (주인공들이 알흠답지 않았다면 그다지 공감하지 못했을 것 -_-;)


다락방 2011-02-20 22:10   좋아요 0 | URL
애쉬튼의 집에 갔을때 덤불에 숨잖아요. 그리고는 자신의 차 문을 열고 동생에게 전화를 하면서 나는 그를 잃었다고 울잖아요. 아, 정말 미치는 줄 알았어요. 그 장면 보면서 나는 절대로 사랑하는 남자를 잃지 않겠다고 불끈 결심했다니깐요. ㅠㅠ

L.SHIN 2011-02-20 15: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래요,정식으로 데이트해요. 뭐,다락님이 햄버거를 들고 방 창문을 넘어오는 것도 좋지만.
그래,언제 어디에서 데이트할까요? 응? ㅋㅋ

다락방 2011-02-20 22:10   좋아요 0 | URL
ㅋㅋㅋㅋ 엘신님에게는 햄버거를 들고 방 창문을 넘어가는 쪽이 더 잘어울려요. 저는 엘신님한테는 그렇게 찾아가야 할 것 같은데 말입니다. 훗.

비로그인 2011-02-20 19: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올리브 키터리지를 읽을 때도 아, 도넛츠 먹고 싶다, 생각했는데 만추를 보고 나서는 `아, 고속도로 휴게소 커피 마시고 싶다'에 이어 다시 도넛츠로....

다락방 2011-02-20 22:11   좋아요 0 | URL
쥬드님, 이 영화에서 나탈리 포트먼은 혼자 운전하면서 사랑하는 남자를 잃은 슬픔에 울면서 도넛츠를 먹으면서 노래를 불러요. 이야- 저는 앞으로 슬픔을 도넛츠를 먹으면서 극복하겠다고 생각했답니다.

Kitty 2011-02-21 17: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이 영화 봐야하는데요!!!!!! 보고싶다!!!!!!!!!!!!

다락방 2011-02-21 17:14   좋아요 0 | URL
울면서 도넛츠 먹는 나탈리 포트만에게 감정이입이 마구 되지 뭡니까!!!!!!!!!!!!!

Kir 2011-02-22 01: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뜬금없지만...
울면서 도너츠를 먹으면 사레들리지 않을까요?
아니, 삼킬 수나 있을까요? 생각만 해도 목이 메이는 것 같아요;

다락방 2011-02-22 13:15   좋아요 0 | URL
나탈리 포트만(이 이름 쓸때 자꾸 니콜 키드만하고 헷갈려요 ㅠㅠ)은 울면서 노래도 따라부르면서 잘 먹더라구요. 그런데 그 순간 그게 너무나 완벽한 치유의 방법 같아서 저도 결심했어요.

나도 앞으로 좌절할 일이 생기면 반드시 울면서 도넛츠를 먹겠어! 그렇게 극복해버리고 말겠어!! 하고 말이지요.
 

영화는 썩 훌륭하지 않았지만, 마지막 장면만큼은 정말이지 근사해서, 아마도 이 영화의 마지막 장면은 내가 앞으로도 두고두고 생각하게 되지 않을까 싶다. 게다가 여운도 길고 세다. 나는 비록 이 영화에 별은 셋 밖에 못줄망정-그러나 내가 준 별이 무슨 큰 영향을 미치겠는가!-, 계속 생각하고 떠올린다.  

이 영화를 보기전에 친구와 이런 얘길 했었다. 이 영화를 보고나서 떠오르는 연인에 대해 이야기해보자고. 그러나 아쉽게도 이 영화속의 주인공과 같았던 연인은 내게 없었고, 이 영화속 현빈은 내게 아무도 떠오르게 하지 않았다. 그러나 이것 하나만은 분명하다. 나의 연인이든 친구의 연인이든, 그리고 이 영화속의 훈(현빈)이든, '사랑할 수 밖에 없었다'는 것. 

자, 나는 내가 지은 시는 아니지만 이 영화를 보고 떠오르는 시를 적어두기로 한다. 그리고 내가 지은 시도 아니면서, 거기에 감히 『만추에 바치는 시』라는 이름을 붙이련다. 이 영화를 본 사람이라면 이 시가 뜻하는 바를 알 수 있겠지. 이 영화를 보기전이라면 이 시를 한번 읽고 가서 보시라고 말해주고 싶다.

 

 

 

너를 기다리는 동안

                                      황지우 



너를 기다리는 동안
네가 오기로 한 그 자리에
내가 미리가 너를 기다리는 동안
다가오는 모든 발자국은
내 가슴에 쿵쿵 거린다.
바스락 거리는 나뭇잎 하나도 다 내게 온다
기다려 본 적이 있는 사람은 안다
세상에서 기다리는 일처럼 가슴을 애리는 일 있을까
네가 오기로 한 그 자리 내가 미리 와 있는 이곳에서
문을 열고 들어오는 모든 사람이
너였다가
너일 것이었다가
다시 문이 닫힌다
사랑하는 이여
오지 않는 너를 기다리며
마침내 나는 너에게 간다
아주 먼데서 나는 너에게 가고
아주 오랜 세월을 다하여 너는 지금 오고 있다
아주 먼데서 천천히 오고 있는 너를
너를 기다리는 동안 나도 가고 있다
남들이 열고 들어 오는 문을 통해
내 가슴에 쿵쿵 거리는 모든 발자국 따라
너를 기다리는 동안 나는 너에게 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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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노아 2011-02-18 14: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또 찌찌뽕! 지금 읽고 있는 책에서 이 시도 나오거든요. 시가 탄생하게 된 비화(?)도 같이 얘기해 줬어요. 시가 너무 좋아요. 영화를 보지 못했지만 상상이 갈 것 같은 그리움이에요.

다락방 2011-02-20 22:12   좋아요 0 | URL
기다림은요, 마노아님.
내가 연인에게 할 수 있는 최선이자 최고의 것인듯 해요.
내가 기다리고 있다는 걸 알고 있다면, 상대도 언젠가는 돌아올거라고 믿어요.
아, 가슴 시리네요. 후..

순오기 2011-02-18 14: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황지우 시는 이렇게 다가오는데, 만추는 어떨지...
내 나이면 정동환 김혜자 주연의 만추에 더 감정이입이 될 거 같아요.^^

다락방 2011-02-20 22:12   좋아요 0 | URL
현빈과 탕웨이의 만추는 영화로는 좀 허술하지만 그럼에도 충분히 아름다운 영화에요. 게다가 탕웨이의 연기는 정말 근사해요!

레와 2011-02-18 15: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영화보고 바로 이 시를 읽을려고 위에 '시' 폰에 저장했어요. :)

다락방 2011-02-20 22:13   좋아요 0 | URL
레와님께도 만추 마지막 장면에 이 시가 어울린다는 생각이 들었을까요? 전 마지막 장면이 잊혀지지가 않아요.

메르헨 2011-02-18 17: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락방님은 늘 제게 영화를 보고프게 만드록 책을 읽고 싶게 만들죠....
아웅...황지우님의 시...다시 들춰봐야겠습니다.^^

다락방 2011-02-20 22:13   좋아요 0 | URL
이 영화를 본다면 이 시가 더 아름답게 다가올수 있을텐데요, 메르헨님!!

프레이야 2011-02-18 21: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영화부터 보고 정지우 시인의 시 읽으러 다시 올게요.^^

다락방 2011-02-20 22:13   좋아요 0 | URL
네, 프레이야님. 영화보시고 나면 꼭 다시 들러서 이 시를 한번 읽어주세요.

소나기 2011-02-19 01: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무척 좋아하는 '너를 기다리는 동안'이란 시가 떠오르는 그런 영화인가요?
영화를 좋아하진 않지만 어쩐지 보고싶어지네요! :)

다락방 2011-02-20 22:14   좋아요 0 | URL
네, 홀릭제이님. 마지막 장면의 탕웨이를 보면 이 시말고는 아무것도 떠오르질 않아요.
:)

세실 2011-02-19 10: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웅 사랑스러운 다락방님. 만추를 보고 어울리는 시를 콕 짚어주는 센스라니^*^
대부분 알아 들을 수 있는 쉬운 영어 대사라 좋았지만 무언가 아쉬움이 남는 영화였어요.
시애틀의 아름다운 풍경도 좀 보여주었더라면, 현빈의 머리도 좀 거슬리고....
마지막 장면 눈물 나더라구요. 얼마나 아릴까요. 처량하게 떠날 뒷모습 생각하니 더더욱.

다락방 2011-02-20 22:18   좋아요 0 | URL
현빈의 헤어스타일은, 영화속 훈의 캐릭터에는 아주 적절한 헤어스타일이 아니었나 싶어요. 그가 하고자 하는건 그저 여자들이 원하는 남자가 되어 돈을 받는 것 뿐이었으니까요.
마지막 장면은요, 세실님. 저는 안타깝기도 하고 또 희망적이기도 하고 그래요. 그대로 끝은 아닐거라는 믿음이 저는 있어요, 세실님.

꿈꾸는섬 2011-02-19 11: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호!! <만추에 바치는 시>라는 제목이 딱이에요. 다락방님의 센스는 정말 따라갈 수가 없어요.
추천을 안 누를 수가 없는 글이에요.^^

다락방 2011-02-20 22:18   좋아요 0 | URL
아니, 센스라뇨, 꿈꾸는섬님! 과찬이십니다. 저는 만추의 마지막 장면을 정말 잊을수 없을 것 같아요, 꿈꾸는섬님.
 
만추 - Late Autumn
영화
평점 :
상영종료


나에게 달려왔잖아요,돌아볼때마다 있었잖아요,웃게했잖아요. 이젠 내가 기다릴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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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1-02-17 22: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현빈이 제대할 때까지? 그런데 평점이... 평점이...

다락방 2011-02-18 08:41   좋아요 0 | URL
저는 군대간 남자 안기다리고 공부하는 남자 안기다립니다. 군대 다녀오고 공부 끝마친 남자, 저는 그런 남자를 원합니다. ㅎㅎ

Kir 2011-02-18 00: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오늘 보러가요! 엇, 그런데 평점이......

다락방 2011-02-18 08:41   좋아요 0 | URL
아, 이게 말이죠. 여운이 길어요. 여운이 긴데, 아무리 생각해도 별을 더 줄 수는 없어요. orz

꿈꾸는섬 2011-02-18 01: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오늘 보고 왔어요.^^ 그런데 평점이.....

다락방 2011-02-18 08:42   좋아요 0 | URL
꿈꾸는섬님의 평점은 어때요? 별이 몇개에요? 사실 별이 말해주는 건 그리 중요하지도 크지도 않아요. 그치요?

웽스북스 2011-02-18 01: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런데 평점이....... (그래도 볼끄야~)

다락방 2011-02-18 08:42   좋아요 0 | URL
그래도 봐야죠, 웬디양님.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보니 제가 시크릿 가든을 안봤어도 이 영화를 득달같이 달려가 보고왔을까 싶긴 해요.

웽스북스 2011-02-18 01: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런데 현빈은 많이 웃어요? 그럼 곤란한데. 시크해야되는데

다락방 2011-02-18 08:44   좋아요 0 | URL
아 어쩌죠. 이 영화속 현빈은 시크하지 않은데. ㅎㅎ

이거요 웬디양님, 다음날까지도 여운이 남는 그런 영화에요. 그래서 별점을 하나 더 올릴까 싶은데, 음, 그래도 별 세개. 제 생각엔 웬디양님도 보고 나면 별 세개밖에 안주실 듯. ㅎㅎ

전 이 영화의 마지막 장면이 정말 정말 아주 정말 미치도록 좋았습니다, 웬디양님. 그러니까 제 맘대로 비교를 해보자면, [아이 엠 러브]는 별 네개고 [만추]는 별 세개지만 마지막 장면은 [만추]의 압승이에요.

레와 2011-02-18 08: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별점이.. 별점이..!!
마지막장면도 미치도록 좋았다면서 별점이.....!!!

오늘 밤 나의 별점을 알려주겠어요~ ㅎ

다락방 2011-02-18 08:50   좋아요 0 | URL
꼭 알려줘요, 레와님.
그런데 레와님도 별 셋 줄것 같은데 ㅎㅎ

또치 2011-02-18 09: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오늘 보러 갑니다.
전 시크릿 가든 안 본 여자. 탕웨이 때문에 보러 갑니다 : )

다락방 2011-02-18 09:33   좋아요 0 | URL
또치님, 그러시다면 이 영화의 마지막 장면은 또치님의 가슴에 깊이 새겨질겁니다. 탕웨이를 보러 가시는거라면 말입니다.

자하(紫霞) 2011-02-18 10: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보셨군요!
탕웨이는 연기 잘하지 않습니까?
현빈을 위한 노래를 하나 올려야겠어요~~ㅋ

다락방 2011-02-18 10:58   좋아요 0 | URL
전 맨 마지막 장면의 탕웨이를 사랑하기로 했어요. 그리고 빙의했어요. 내가 탕웨이고 탕웨이가 나고.. 응? ( '')
마지막 장면이 너무 좋아서 잊혀지질 않아요.

무스탕 2011-02-18 11: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헛! 별점이..
그래도 요즘 대세인 현빈의 약발은 한동안 크게 작용할거에요 :)

다락방 2011-02-18 11:02   좋아요 0 | URL
영화가 썩 훌륭하진 않은데 여운이 길어요. 음, 그래서 별점을 하나 더줄까 말까를 아직까지 고민하고 있지만 아마도 더 주게 되지는 않을 것 같아요.
그리고 마지막 장면이 전 정말 너무 좋아서 이 영화를 완성시켜준다고 생각해요.

치니 2011-02-18 11: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현빈도 탕웨이도 아니고, 김태용 감독 땜에 보러 갈그야요. 내일!

다락방 2011-02-18 12:21   좋아요 0 | URL
그렇다면 조금은 실망하게 되시지 않을까, 뭐 그런 생각이 들어요 치니님. 어떻게 설명을 드려야 할까요. 감독은 말하고자 하는바를 제대로 전달을 잘 못하는 것 같아요. 이를테면 좀 안타깝고 애틋한 장면인데 관객들은 웃고있달까요. 몇몇 장면에 대해 말씀드리고 싶지만, 그건 스포일러가 될수도 있으니 생략할게요, 치니님. 아무쪼록 즐거운 관람을!! ㅎㅎ

Arch 2011-02-18 16:09   좋아요 0 | URL
저도 김태용이었는데, 실망은 아니고 그냥 뭐랄까. 완전 김태용스럽진 않달까.

다락방의 40자평을 다시 읽는데, 아우, 나도 막 설레고 그래요. 이게 개봉한 영화 같은 시기에 보는 재미구나~

다락방 2011-02-18 16:16   좋아요 0 | URL
저는 김태용이 뭘 찍었는지도 모르겠고 한국영화 잘 안봐서 한국 감독도 잘 모르니까 감독보고 영화를 판단은 전혀 못하겠구요, 위에 치니님의 댓글에 제가 쓴 댓글처럼 제대로 전달하는데는 무리가 있었던 것 같아요.

탕웨이가 엄마의 시신앞에 있었던 장면에서도, 그리고 포크씬에서도 관객들이 자꾸 웃게 만들었어요. 제가 보기에 그건 웃으라고 넣은 장면이 아닌데요. 탕웨이 엄마 시신은 심지어 숨까지 쉬던데요;; 포크씬에서 웃지 않은 관객은 손에 꼽는것 같더라구요. 전 그 씬이 좋았는데 말입니다. 애틋해야 할 장면을 애틋하지 못하게 표현한 것 같아요.

아치,
이제 우리 영화 같이 볼까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나 오늘 이거보니 아치도 오늘 이거봐요, 이러면서. 재밌네 이거 ㅋㅋㅋㅋㅋ

Arch 2011-02-19 21:51   좋아요 0 | URL
응, 앞으로 같이 봐요. 대신 지방이란 점을 감안해서 약간 대중적인걸로 골라야할걸요~

사람들이 웃은건, 현빈이 갑자기 포크 얘기를 해서가 아닐까요. 약간 어긋나는걸, 사람들은 웃기려고 그랬나란 의아함으로 받아들이다가 영화관까지 왔는데 설마 한번은 웃긴 장면을 넣었겠지 하면서 웃을 수 있잖아요. 저도 진지했는데 말입니다.

엄마가 숨을 쉬어요? 전 저걸 어떻게 접었을까, 이 생각 했던 것 같아요.

다락방 2011-02-19 22:59   좋아요 0 | URL
포크신 좋았어요.지금 생각해보면 사람들은 웃었을지언정 같은걸 느낀게 아닐까 싶어요. 다들 알지만 웃은거죠. 나는요 아치,탕웨이 보내는 버스 바깥에 계속 서있던 그때의 현빈을, 탕웨이 기다리는 모텔로 달려가던 현빈을 사랑해요.

아이리시스 2011-02-19 00: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공포영화 아닙니까? 시신이 심지어 숨까지 쉬는 영화는 공포영화입니다!ㅋㅋㅋ
그러니까요, 현빈이 왜 탕웨이 만나러 못갔는데요?

다락방 2011-02-19 22:55   좋아요 0 | URL
이영화는요,아이리시스님. 참 여운이 강해요. 허술한면을 짚어낼수 있지만,별을 셋밖에 안줬지만, 별 넷어나 다섯 준 영화보다 멋진 라스트신을 갖고있어요.다시 보고 싶기도해요. 시체는 숨을 쉬었지만 ㅠㅠ 현빈과 탕웨이의 스토리는 영화를 보세요ㅎㅎ

Arch 2011-02-23 16: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락방 솔직해져요. 현빈이 가만히 있어도 사랑할거잖아요.

다락방 2011-02-23 16:45   좋아요 0 | URL
누...누.....누가 그래요! ( '')
 

"이상한 동네에서 산다고 이렇게까지 말이 많은 도시는 본 적이 없어요. 어디에 살든 그게 뭐 대수라고?  여기도 괜찮은 동네라던데."
"상류층이 사는 곳은 아니죠."
"상류층이라고! 당신네들은 다들 그런 걸 노상 따지고 사나요? 왜 자기 좋을 대로 하면 안 되나요? 하지만 내가 너무 내 식대로 살아온 것 같기는 해요. 어쨌든 당신네들이 하는 대로 하고 싶어요. 나도 사랑받고 있다고 느끼고 싶고, 안전하다고 느끼고 싶어요."
(p.95) 

 

 

 

 

 

 

 

 

아직 95쪽까지 밖에 안읽어서 어떻게 진행될지 알 수 없지만, 이 여자, 왜 그런걸 따지고 살아야 하느냐, 그러나 어쨌든 사랑받고 있다고 느끼고 싶기 때문에 니네들이 하는 대로 해보겠다, 라고 하는 이 여자가, 그러나 그렇게 살 수 있을까? 내 식대로 살고 싶지만, 내 식대로 사는게 사랑받지 못하는 방법이라면 나는 어떤 절충안을 내놓아야 할까. 내 식대로 살고 사랑을 포기하거나 내 식대로 하지 않으면서 사랑을 받거나. 그러나 내 식대로 살지 않으면서 사랑을 받는다면 그건 그대로 불만족스럽지 않을까? 어쨌든 이 여자가 앞으로 어떻게 살지 그리고 주변 사람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지 궁금하다.  

백작 부인과 공작은 거의 이십 분 가까이 얘기를 나눴다. 그런 다음 백작 부인은 자리에서 일어나 홀로 넓은 거실을 가로질러 뉴랜드 아처의 옆에 앉았다.
숙녀가 한 신사와 있다가 다른 사람과 어울리려고 일어나서 걸어가 버린다는 것은 뉴욕의 거실에서는 예법에 어긋나는 일이었다. 예법대로라면 숙녀는 자신과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 하는 남자들이 옆에 와서 앉을 때까지 조각처럼 꼼짝 말고 기다려야 한다.
(p.83) 

아. 정말 화나는 일이다. 내가 저 시대에 태어나 저 예법을 따르는 여자였다면 나는 평생가야 어느 신사하고도 얘기하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나와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 하는 남자들이 옆에 와서 앉을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니! 그럼 그동안 나는 뭘하나? 벽 보고 멍때리나? 벽 보고 멍때리면서 제발 내게 와서 말을 걸어줘요, 라고 간절히 소망해야 하나? 아니면 남자들을 두리번 거리면서 제발 나를 봐 나를 봐 하고 최면이라도 걸어야 하나? 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내가 이 시대에 태어나지 않은것이 천만다행한 일이라고 생각했다. 나는 이 책 속의 여자처럼 과감히 예법을 깨고 살지는 못했을테니까. 아니야, 그랬을까? 글쎄 알수가 없다.  

지하철에서 내려 책을 가방에 넣고 출근하는 길, 나는 내가 이 시대에 태어나, 이 책 속에 드러나는 파티며 만찬에 초대받는 입장이라면 어떤 삶을 살게 됐을까를 상상해봤다. 음, 일단 나는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것 자체를 즐기지 않으니까 초대받은 만찬이며 파티에 백프로 참석하지는 않을 것 같다. 아니 거의 참석을 안하고 집에서 자수를 놓지 않았을까?(응?) 그러다가 몇몇 친한 이들이 이번엔 꼭 참석해, 라고 강요하면 마지못해 몇번 나갔을 것이다. 그리고 큰 재미를 느끼지 못하고 술만 홀짝이다가 집에 돌아오게 될 것이다. 그러다가 어느 날, 멋진 신사를 보게 되는거지. 그 뒤로 나는 내가 초대받는 모든 만찬에 참석하기로 결심한다. 단순히 그를 보겠다는 열정으로. 그러나 그 역시 번번이 참석하는 사람이 아닌지라 나는 그가 오기만을 기다리며 계속 만찬에 참석하는 것이 부질없으며 힘들다고 느껴질 것이다. 그래서 나는 파티며 만찬을 광적으로 좋아하는 여자친구를 만들것이다. 그리고 늘 그 친구에게 정보를 얻을 것이다. 이번 파티에는 누가 온대? 누가 오지 않는대? 흘러가듯 무심히 물어볼 것이다. 그리고 거기서 얻게되는 정보로 만찬 참석여부를 결정할 것이다. 그러나 시대적 분위기가 분위기인만큼 나는 동네사람들에게 험담을 듣기 시작할 것이다. 그녀는 제멋대로지, 하는 말들. 그러나 나는 그러든말든 흥! 하며 내 마음대로 할것이다. 그러던 어느날 친구가 전해준다. 그 신사는 당분간 영국에 가서 머물러야 한대. 수개월 걸린다나봐. 나는 그 말을 듣고 침통해하며 모든 만찬과 파티에 가지 않게 될것이다. 사람들은 어차피 초대해도 오지 않는걸, 해가며 서서히 나를 초대하지 않고 나는 은둔형 외톨이가 되어 집에서 자수만(응?) 놓을것이다. 그러나 시간은 흐르고 흘러 그가 돌아오고 ,그가 돌아온 후 열리는 첫 만찬에 참석할것이라는 정보를 나는 입수하게 된다. 나는 가장 좋은 드레스를 꺼내입고 가장 정성들여 화장을 하고 마차를 준비시킬 것이다. 그러다가 불현듯 깨닫는다. 나는 이 만찬에 초대받지 못했다는 사실을. 아 제기랄. 어쩌지. 난 이제 왕따인데.. 그러나 나는 가기로 결심한다. 초대를 했든말든 일단 가고 본다. 그리고 가서는 오랜만에 그를 본다. 그는 다른 숙녀와 얘기중인데 나는 초대받지 못했는데도 거기에 와있다는 사람들의 숙덕거림을 뒤로 한채로 그에게로 씩씩하게 간다. 그리고 말하는거다. 

"그거 알아요?" 

그는 오랜만에 보는 나에게 반갑다는 인사를 할 참이었는데 갑자기 던져진 질문에 당황한다. 그러나 그가 당황하든 말든 나는 계속 얘기한다. 

"나, 이 만찬에 초대받지 못했어요." 

그는 자신이 떠난 동안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지 못한다. 그래서 이 상황이 더더욱 당황스럽다. 그는 고개를 갸웃할 것이다. 나는 계속 얘기한다. 왜냐하면 여기에 오래 머무를 수는 없으니까. 어떤 누군가는 내게로 와서 당신은 초대받지 못했으니 꺼지시지요, 할지도 모를 일이니까. 나는 마음이 급할것이다. 그래서 계속 얘기할 것이다. 

"초대받지 못했는데 이 만찬에 당신이 온다잖아요. 그래서 왔어요. 당신 볼라고. 나 정말 짱이죠?" 

그는 흥미롭다는 듯 나를 주시하고 나는 서서히 내게로 모아지는 시선들을 더이상 감당할수가 없어져서 이제 집에 가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를 봤고, 할 말을 다 했으니까. 그리고 돌아서려는데 그가 묻는다. 

"초대받지 못했다고요?" 

나는 네, 라고 말한다. 그러자 그는 주변을 둘러본다. 그리고는 자신의 코트를 챙긴다. 그리고 말한다. 

"같이가요, 당신집으로." 

나는 미친년처럼 활짝 웃고 그는 내 팔을 잡고 문으로 걷는다. 나는 이 많은 사람들 사이에서 이 멋진 신사를 내가 데리고 빠져나올 수 있다는 데서 엄청난 자신감을 갖게 되고, 그 자신감 때문에 완전 초절정울트라캡숑으로 예쁘고 환하게 보인다. 우하하하.   

 

이럴 때 흐르는 노래는 Leona Lewis 의 I got you. i got you i got you~~♪
노래의 전체적인 가사는 내가 생각하는 i got you 가 아닌것 같지만 뭐 어쨌든 나한테 들린건 i got you  뿐이니까. 아이 갓 츄~

 

 

오랜만에, 정말 오랜만에 새벽에 깨지 않고 잤다. 내게는 드문일인데. 그랬더니 아침에 일어나서도 기분이 좀 괜찮아졌다. 이 역시도 오랜만이다.  

어제, 혜교의 전화번호가 필요하다는 남자에게(응?) 나는 혜교의 번호라며 내 번호를 알려줬다. 그러자 전화가 왔다. 

"혜교니?" 

나는 미안하다고 했다. ㅜㅜ 

 

회사로 걸어오며 계속 상상을 하는데 너무 기쁜 나머지 웃긴거다. 그래서 혼자 막 노래를 들으면서 웃으며 걷고 있는데 내 앞에 걷던 여자가 갑자기 뒤를 돌아 나를 본다. 앗, 나 아직 표정을 숨기지 못했는데! 그 여자는 내가 혼자 실실 쪼개는 걸 봤다. 그 여자는 다시 앞을 보고 걷더니 다시 뒤를 돌아 나를 본다. 아 어쩌지. 나 아직도 표정을 숨기지 못했는데. 그녀가 내가 자신의 뒷모습을 보고 웃었다고 생각하면 어떡하지? 아, 표정을 어떻게 금세 바꾸지? 

나는 표정을 숨기는 데 서투르다. 대부분의 다른 모든것들에 서투른 것 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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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ch 2011-02-17 10: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일빠다.

예쁜 아치니?
나는 미안하다고 했다...

다락방, 표정 바꾸지 말고 다른 방향으로 걸어가버려요. 난 다락방의 서툰 점이 좋아요. 물론 다락방은 인용과 비유의 다락방이지만.

다락방 2011-02-17 13:43   좋아요 0 | URL
예쁜 아치 ㅎㅎ 난 혜교보다 아치가 좋아요. 히히

난 그 여자가 내가 자기보고 비웃었다고 생각할까봐 걱정되지 뭐에요. 내가 웃은건 그녀와 전혀, 전혀 상관없는 일인데요!!

turnleft 2011-02-17 10: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혜교 번호를 물었던 남자는 현빈인가요? @_@

무스탕 2011-02-17 11:34   좋아요 0 | URL
이병헌인지도... =3=3=3

다락방 2011-02-17 13:46   좋아요 0 | URL
현빈과 이병헌은 이미 혜교의 번호를 알고있지 않을까요? ( '')

음....저 남자는....음......음.......바다 하리 였습니다! ㅎㅎ

잘잘라 2011-02-17 10: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혜교의 전화번호가 필요하다는 남자에게 혜교의 번호라며 내 번호를 알려줄 때,,, 내가 그런것도 아닌데 왜 내가 이렇게 떨리는지.. ㅋㅋ

다락방 2011-02-17 13:47   좋아요 0 | URL
메리포핀스님, 저는 화가 나던데요. 왜 니가 필요한 번호는 혜교의 번호냐. 왜 나의 번호가 아닌것이냐...........( '')

2011-02-17 12:0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2-17 15:22   URL
비밀 댓글입니다.

비로그인 2011-02-17 12: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더욱 견고하죠. 지금과 그때가 다를 것이 없어요. 차라리 난 순수의 시대가 낫다고 생각해요. 적어도 겉으로만 자유를 주는 척 하지는 않으니까요.

세상에서 가장 불쌍한 여자라고 생각했는데, 지금은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여자로 보입니다.

다락방 2011-02-17 15:23   좋아요 0 | URL
저 여자와 아처, 그리고 아처의 약혼녀가 어떻게 변해갈지 궁금해서 미치겠어요, 쥬드님. 그런데 저는 사무실이고 일도 많고 대체 언제 읽을 수 있으려나요. 아 빨리 읽고 싶어요.
다 읽고나면 쥬드님, 보고하겠습니다!

마노아 2011-02-17 12: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아, 좋다! 좀전까지 무지 짜증이 나서 인상 팍팍 쓰고 있었는데 다락방님 페이퍼를 다 읽고 나니 내가 활짝 웃고 있어요. 아, 마법같은 다락방님!!

다락방 2011-02-17 15:24   좋아요 0 | URL
웃어야죠, 마노아님. 이거 웃으라고 쓴건데요.
저도 상상하면서도 웃었고, 쓰면서도 웃었어요. 그러니까 읽는 사람들도 웃어야 그래야 제대로 된거에요. 히히.
마노아님을 웃게 했다니, 히융~ 좋아요!
짜증은 왜 났어요? 내가 계속계속 마노아님 웃게 해줄게요!

레와 2011-02-17 12: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배경이나 특히 의상을 [순수의 시대] 의상으로 상상하고 있는데, 말투가 지금 말투야.
'나 정말 짱이죠?!'

아놔.. 진짜 깬다, 다락방! 이 어메이징한 여자야!!!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11-02-17 15:25   좋아요 0 | URL
그니까. 어쩔거임, 나 정말 짱이죠? ㅎㅎㅎㅎㅎ 그런데 그런 여자를 따라 나오는 남자는 또 뭡니까! ㅎㅎ 아, 그건 다락방이 어메이징한 여자라 그런걸까요?
이거 읽으니까 기분 막 좋아졌죠? 그쵸? 내가 쓰고나서 이거 레와님이 읽으면 좋아하겠다 싶었어요. ㅋㅋㅋㅋㅋ

나는 어메이징한 여자 ♡

L.SHIN 2011-02-17 19: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락님의 '만찬 파티'가 재밌어요. 그 다음 이야기는 없나요? 응? 응?
주말에 시간이 된다면 만화로 그려서 올려주고 싶은 이야기에요.(웃음)

다락방 2011-02-18 08:39   좋아요 0 | URL
그 다음이야기는 에로 버전이므로 생략합니다, 엘신님. 다음 이야기는 각자의 상상에.. ( '')
ㅎㅎ

blanca 2011-02-17 23: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하하. 다락방님 저랑 비슷하군요. 저도 막 그 시대에 내가 태어났으면, 심지어 조선시대 임금의 후궁이었다면 ㅋㅋ 이런 상상까지 해봤다니까요. 그런데 저 상상 너무 실감나고 재미있어요. 근사해요. <순수의 시대> 궁금했는데 좋아요, 다락방님?

다락방 2011-02-18 08:40   좋아요 0 | URL
저는 [람세스] 읽으면서 왕의 여자가 되려면 왕비는 되지말고 첩이 되자 뭐 이런 생각을 했어요. 왕비는 진짜 힘들겠더라구요. 남자를 사랑하는 여자의 역할이라든가 자식을 사랑하는 엄마의 역할만 하는게 아니라 나라를 다스리는 사람의 조언자가 되기도 해야 하니까요. 반면 첩이 되면 굳이 정치사에 끼어들지 않아도 되고 그냥 남자랑 사랑만 하면 되니까.. ( '')
야망없는 다락방. ㅎㅎ

아직 절반정도 밖에 못읽었어요, 블랑카님. 그런데 꽤 좋아요. 이제 막 그들이 사랑한다고 속삭였거든요. 여자는 유부녀고, 남자는 여자의 친척과 약혼한 상태인데 말입니다. 아우.

자하(紫霞) 2011-02-18 11: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순수의 시대> 제가 좋아하는 소설이지 말입니다~
순전히 위노나 라이더가 나오는 영화<순수의 시대>때문이긴 하지만 말입니다=3=3
민음사 책 표지의 저 사진이 영화<순수의 시대>에 나오는 장면입니다~~


다락방 2011-02-18 11:06   좋아요 0 | URL
이 책 재미있게 읽고있어요. 지금 읽는 부분에서는 아처가 약혼녀랑 결혼을 했네요. 저도 영화 찾아 보도록 해야겠어요.

아이리시스 2011-02-19 01: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다락방님이 그냥 백수였으면 좋겠어요.
그럼 맨날 이런 글 볼꺼 아니예요, 완전 시대를 앞서가는 여자 아닙니까.

아, 괜찮아요. 나 오해 안했으니까 걱정마요.
좀 이상한 여자라고 생각하면서 걸어왔어요,ㅋㅋㅋ

다락방 2011-02-20 22:19   좋아요 0 | URL
아이리시스님이었군요! ㅎㅎㅎㅎㅎ
정말 오해한거 아니죠? 다행이에요. 전 앞에 가는 사람보면서 웃는건 잘 안해요. 대신 제가 걸으며 혼자 웃을 때는 머릿속에 나름의 바보같은 상상들을 하고 있기 때문이에요.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저도 제가 백수였으면 좋겠어요, 아이리시스님. 내일이 월요일이라는 사실이 저를 또 우울의 수렁속으로 밀어버리고 있어요.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