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메시스
필립 로스 지음, 정영목 옮김 / 문학동네 / 201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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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립 로스를 도대체 어째야할지 모르겠다. 내가 뭘 어쩔 수 있는 건 아니지만.

그러니까, 내가 좋아한다고 말하는 작가에 필립 로스는 속하지 않는다. 나는 누가 좋아하는 작가를 물을 때 필립 로스를 답한 적이 한 번도 없고 아마 앞으로도 좋아하는 작가라고 말하지는 않을 것 같다. 그가 쓴 소설을 여러권 읽었고 그중에는 진짜 기막히게 감탄이 나올만큼 좋은 작품들도 있었지만, 그러나 동시에 어떤 불편함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나는 아직도 [휴먼 스테인]이라는 그 놀라운 작품에서 그가 젊은 여자 페미니스트를 어떻게 다루었는지를 생각하면 너무 화가 난다. 그 글솜씨로 그렇게 할 수밖에 없었나 생각하면 진짜 속상하다. 후.. 그래서 어떤 미운 마음이 내게 남아 있다. 그런데, 이 책 [네메시스]를 읽으면서는 정말이지 필립 로스를 미워할 수가 없다고 체념해야 했다. 이 소설은 정말 너무, 너무, 너무 좋다. 이 사람 뭐야 진짜, 뭔데 이렇게 글을 잘 쓰는거야.



소설의 배경은 아직 '폴리오'라는 전염병에 대해 백신이 발명되기 전이다. 폴리오의 공식 명칭은 'poliomyelitis'(회백척수염) 이고 우리가 소아마비로 알고 있는 것이다. 이 병에 걸리면 열이 나고 몸에 마비가 일어나며 오랜 시간이 걸려 회복이 되기도 하지만 심한 경우 사망에 이르기도 한다. 소설에 등장하는 '버키 캔터'는 학교의 놀이터 선생님이다. 놀이터 선생님이라는 게 내가 대한민국에서 본 적이 없어 뭔지 모르겠지만 이 책을 읽노라니 체육교사와 방과후 교사를 합친듯한 느낌이었다. 그는 아이들에게 운동을 가르치고 편을 먹고 게임을 하게 한다. 그 과정에서 더 나은 동작과 바른 자세를 가르치고 또 태도를 가르친다. 그는 키가 작고 시력이 아주 나쁘지만 그러나 강인한 신체를 가지고 있고 운동을 잘하며 정직하고 용기있는 사람이라 학생들 모두가 그를 따르고 좋아한다. 그는 일찍 부모를 잃고 조부모의 손에 자랐지만 조부모로부터 사랑을 받았고 용기 있는 사람이 되는, 삶을 대하는 바른 자세를 교육 받아 무척 '바른' 사람이 되어 있었다. 폴리오라는 전염병에 대한 두려움이 이 동네를 잠식해갈 때에도 그는 어떻게 해야 아이들을 건강하게 지킬 수 있을지, 이런 상황에서 더 나은 태도는 무엇일지 끊임없이 고민하고 안전에 대해 철저하게 신경쓴다. 


이렇게나 용맹하고 정직한 청년인 캔터는 사실 참전하고 싶었다. 자신의 친구들이 그랫던것처럼 참전하고 싶었고 그게 누구보다 자기가 원하는 일이었다. 게다가 그것이 자기에게 가장 잘 어울린다는 것도 그는 알고 있었다. 그러나 시력이 너무 나빠 참전할 수 없었고, 친구들과 다른 젊은 남자들은 모두 전쟁에서 위험을 무릅쓰고 있는데 자기는 여기에 있다는 것이 그에게는 너무나 수치심이 들게 했다. 누구보다 자신의 남성성을 키워왔고 누구보다 남자답다고 스스로 생각하며 타인도 그렇게 보는데, 그런데 마을에서 보이는 참전하지 않은 몇 안되는 젊은 남성인거다. 자신 안의 그 수치심을 누르며 그는 그러나 지금 그가 할 수 있는 일을 하고자 한다. 아이들을 폴리오로부터 지키는 것, 늘 그랬듯이 건강한 생활을 하게 하는 것. 그러나 폴리오는 여지없이 이 학교 놀이터에도 찾아왔고 그가 함께 운동하는 아이들 중에서도 폴리오 전염병 환자가 생기며 사망하는 아이들도 생긴다. 캔터는 절망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남은 아이들을 지켜야한다고 생각한다. 


그런 캔터에게 여자친구인 '마샤'가 자신이 머물고 있는 여름 캠프에 와 일하라는 제안을 한다. 여기는 안전해, 여기에 오면 나랑 둘이 있을 수도 있고, 여기에는 폴리오가 찾아오지 않아. 캔터는 고민 끝에 그러겠다고 해서 그곳으로 갔고, 거기에서 자연의 아름다움과 캪프를 즐기는 건강한 아이들의 움직임을 보고 또 그들의 밝음을 느끼면서 바로 여기가 내가 있을 곳이구나, 여기가 너무 좋다, 라고 생각한다. 물론 그러는 틈틈이 그에게는 자신이 폴리오로 고통 받고 있는 아이들을 두고 왔다는 죄책감이 수시로 밀려든다. 그러다, 이 캠프, 지구상에서 가장 안전한 곳 같았던 이 캠프에도 폴리오 환자가 나타난다. 이 안전한 청정 지역에 어떻게 폴리오 환자가 생겼을까? 그건 나다, 폴리오 환자가 생겨났던 곳에 있었던 나, 내가 이곳에 폴리오를 가지고 왔다, 내가 그런 것이다, 라는 생각이 그를 괴롭히고 그래서 그는 검사를 받으러 갔다가 건강한 감염자라는 확진을 받는다. 그는 격리되고 그 후에도 48시간 동안 아무 증상이 없었지만, 이윽고 예의 증상들이 찾아와 그를 고통스럽게 만든다. 그리고 그가 자부하던, 다른 사람들 모두가 우러러보던 그의 건강한 신체는 힘없이 축 쳐지고 만다. 그는 재활훈련을 멈추지 않지만 끝내 그전의 몸으로는 돌아갈 수 없는 상황이 되었고, 그런 그의 곁을 언제나 그의 할머니가 지킨다. 


마샤. 그의 여자친구 마샤는 그를 찾아와 우리가 원래 하려고 했던 결혼을 해야 한다고 하지만 그러나 캔터는 그녀를 놓아주겠다고 한다. 아니, 너를 불구자의 아내가 되게 하지 않겠다. 좋은 집에서 밝게 자란 너에게 그런 고통을 줄 수 없다, 너는 나와 헤어져야 한다, 고 그는 말한다. 마샤는 그것이야말로 이기적인 거라고, 왜 나의 진심을 몰라주냐, 우리가 함께할 수 있다고 항변하지만 캔터는 자신이 그녀를 위하는 길은 그녀를 떠나는 것이라는 확신을 가지고 그녀를 밀어낸다. 그처럼 꼿꼿한 사람이 내릴 수 있는 최선의 결말이었을 것이다. 그리고 그 후의 그의 삶은 결국 혼자 지내는 것으로 이어진다. 이 부분에서는 나 역시 캔터의 선택이 옳았다고 보고, 그렇게 판단하는 근거는 내가 만약 캔터의 입장이었다면을 생각했을 때 같은 결정을 할거라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마샤의 반박을 읽노라니, 내 선택이 과연 상대를 위한 것이었다고 장담할 수 있을까? 라는 의문이 들었다. 


"네가 폴리오에 걸렸다고 해서 터무니없는 소리를 해도 되는 권리가 생긴 건 아니야. 너는 하느님이 뭐하는 분인지 알지도 못해! 누구도 모르고 알 수도 없어! 너는 우둔하게 굴고 있지만-사실 너는 우둔하지 않아. 너는 아주 무지한 소리를 하고 있지만-사실 너는 무지하지 않아. 너는 미친 사람처럼 굴고 있지만-사실 너는 미치지 않았어. 너는 한번도 미친 적이 없어. 너는 완벽하게 제정신이야. 제정신이고 건전하고 강하고 똑똑해. 하지만 이걸 봐! 너는 지금 너를 사랑하는 내 마음을 걷어 차고, 내 가족을 걷어차고 있어. 나는 그런 제정신이 아닌 짓을 거들지 않겠어!" -p.261



나는 일전에 내가 알츠하이머 초기가 아닐까 의심했던 적이 있다.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고 병원을 찾아가면서 혼자 생각했었다. 그때 연애중인 애인, 그는 내가 살면서 가장 좋아한 가족 아닌 남자사람이었는데, 만약 내가 알츠하이머 초기라고 병원에서 말한다면, 그에게 헤어지자고 해야겠다, 라고 생각했던 거다. 나의 육체적 고통으로 그 역시 고통스럽게 만들면 안된다는 생각이 나를 지배했다. 그렇게 병원에 가 상담을 받은 나는 닥터로부터 '너는 알츠하이머와 가장 거리가 먼 삶을 살고 있다'는 말을 들었고 안심해 병원을 나오면서 애인에게 전화했다. 이러이러했는데 아니래~ 라고. 또 머릿속에서 소설 썼다고 지청구를 들었지만, 그때의 나는 진심이었고, 그래서 캔터와 같은 결정을 내렸을것이 분명한데, 그런데 내가 하는 결정이 오히려 나를 사랑하는 상대의 마음을 걷어차게 되는 것이었을까. 상대를 위한다는 게 상대를 위한 게 아닌건 아니었을까. 그런 생각을 하게 된거다.



내 확신에 의문을 갖게 하는 것, 그게 이 책이 한 일이었다. 


그의 남성성에 대한 이상, 그렇게 남성으로 자라온 자부심, 그의 조부모에 대한 감사, 그리고 그에게 이제 롤모델이 되어주는 여자친구의 아버지가 주는 안정감까지. 그가 얼마나 한 남성으로서 잘 자라고자 했는지 그리고 그렇게 되었는지를 너무나 잘 알 수 있다. 게다가 그의 강한 신념과 자신이 더 강하지 못했다는, 지켜야 할 것을 지키지 못했다는 자책과 죄책감은 그렇기 때문에 그에게 더 강하게 찾아든다. 이 세상 모든 고통이 그의 책임이 아닐것인데, 그는 자신이 이 모든 불행의 원인인 것으로 생각한다. 도대체 신은 뭐하길래 아이들을 고통에 빠져 죽게 하는건지도 모르겠다고 신을 원망하다가, 내가 아이들에게 폴리오를 옮겨 죽게했다는 생각으로 평생을 괴로워한다. 캔터의 이 내면이 너무나 잘 드러나서 그의 기쁨도 그리고 그의 꼿꼿함과 죄책감도 생생하다. 캔터라는 인물이 전염병이 창궐하는 여기 살아숨쉬는 바로 하나의 인간인 것이다. 그가 그의 신념을 지켜나가기 위해 그리고 더 나은게 무언지 끊임없이 찾기 위해 어른을 찾아가 우리가 이 전염병에 대해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요 묻고 또 그 대답을 얻는 대화를 읽는 것도 나는 좋았다. 지금이 바로 그런 시기이기 때문에 그들의 대화가 더 절실하게 느껴진건지도 모르겠다. 내가 옳은 일을 하고 있는 걸까요? 를 묻고, 위험을 과장하지 말고 정상적으로 행동하는 게 중요하다고 그들은 대화한다. 



이 소설은 지독히 남성적이다. 지독히 남성적이지만 읽는 맛이 대단하다. 소설을 읽는 사람들이라면 가끔 좋은 소설을 만났을 때 읽으면서 으앗 좋다, 하고 흥분하게 될텐데, 이 책의 60페이지 남짓에서부터 나는 흥분했다. 이 이야기가 어떻게 진행될지도 모르면서 모든 문장들이 다 너무 좋았다. 캔터라는 한 사람에 대해 읽는 것이 좋았고 그 사람이 세상과 사람을 대하는 태도를 읽는 게 좋았다. 게다가 중간부터 갑자기 말하는 화자가 내가 생각하는 사람이 아니어서 뭐라고? 그 줄만 세번을 읽었다. 내가 지금 제대로 본 게 맞아, 그럼 뭐가 된거지?  하고 놀라워했는데, 이 책 끝에 실린 <옮긴이의 말>에서 이런 구절을 본다.


'게다가 이야기의 전달자를 나중에야 밝히는 경우도 있어, 작가에게 듣는 이야기인 줄 알고 읽어나가던 독자가 중간에 당황하여 지금까지 들은 이야기를 다시 생각해보는 일이 벌어지기도 한다' -옮긴이의 말, p.285


진짜 내가 딱 그랬다.


이 소설 너무 좋다. 지독하게 남성적이라고 툴툴 대면서도 이 소설이 너무 좋았다. 특히나 이 책의 마지막, 그의 가장 건강했던 육체적 아름다움을 읽노라면 아아, 눈앞에 생명이 살아 숨쉰다. 팔딱거린다. 그렇기에 캔터의 지금 입장이 더 혹독하게 다가오고, 어쩔 수 없이 '조조 모에스'의 [미 비포 유] 생각도 났다. 가장 강한 것, 가장 자랑스러운 것, 가장 나를 살게하는 것을 잃었을 때, 그때의 나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아 너무 좋다 진짜 좋다 이래서 소설을 읽는 거야 계속 생각했다. 얼마전에 윌리엄 트레버 읽으면서 베셀이 줬던 불만을 싹 다 씻어주었던 것처럼, 이 책이 못난 소설 읽고 짜증났던 마음 다 씻어준다. 아, 그래, 소설은 이래야지, 이래야 하는거야. 진짜 짜릿하게 읽었다. 역시 나는 소설이 좋다. 좋은 소설이 진짜 너무 좋다.



"나는 정신이 멍했어. 크나큰 행복 때문에 정신이 멍했던 거야. 너무 정신이 멍해서 수화기에 대고 소곤거렸어. '네가 정말 이렇게나 멋진 거야?' 그런 여자가 존재한다는 게 믿어지지 않았어. 나는 세상에서 가장 운이 좋은 남자였어. 게다가 무엇도 나를 막을 수 없었지. 내 말 이해하겠어? 마샤의 그런 사랑이 있는데 누가 나를 막을 수 있겠어?" -p.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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붕붕툐툐 2021-09-12 22: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 참~ 이러면 빨리 읽고 싶잖아요~ 그나저나 락방님 글만 잘 쓰면 다 용서 해주는 그런 사람이었어. 나도 글 잘 쓰고 싶게 만들다닛!!ㅎㅎㅎ

다락방 2021-09-12 22:32   좋아요 1 | URL
아닙니다 툐툐님, 글만 잘 쓰면 다 용서해주는 그런 사람 아닙니다. 그건 오해입니다. 글 잘 써도 용서 안되는 사람 엄청나요!!
근데 이 책에서의 필립 로스가 뭔가 한 인간의 내면을 너무 잘 그려서 그만 ㅠㅠ

잠자냥 2021-09-12 22:5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아 진짜, ㅋㅋㅋㅋㅋ 나 필립 로스 싫어하는데 이건 읽어야 하나요!? 그런가 봅니다. ㅎㅎㅎㅎ

다락방 2021-09-12 22:51   좋아요 2 | URL
폴스타프 님도 별로 필립 로스 안좋아하시고 게다가 이 소설은 더 안좋아하셨던 것 같거든요? 그 때 별 셋이라고 하셨던 것 같은데, 아 저는 처음부터 너무 좋아서 진짜 흥분했어요. 저는 이 사람 내면이 너무 그냥 다 이해가 되고 알 것 같고 다 좋았어요. 소설 읽는 참재미를 오랜만에 또 느꼈습니다. 흐엉-

붕붕툐툐 2021-09-12 22:58   좋아요 0 | URL
오~ 다락방파와 폴스타프파 중 어디로 갈지 궁금해서 읽어야겠네용~ 잠자냥님도 읽고 얘기해 주세용!!ㅎㅎ

그레이스 2021-09-12 23:08   좋아요 1 | URL
저는 필립로스 좋아해요!

다락방 2021-09-12 23:09   좋아요 4 | URL
참고로 저는 물감님 리뷰 덕에 읽게된건데 물감님은 별 넷을 주셨습니다.

폴스타프 님-별셋(이건 제 기억이 잘못됐을 수 있어요)
물감 님-별넷
다락방- 별다섯

별 하나 나하나 별 둘 나둘 별 다섯 나 다섯...별 일곱....(그만해!)

붕붕툐툐 2021-09-12 23:12   좋아요 3 | URL
앗! 그럼 그레이스님은 다락방파?
지금까지는 세 개파로 나뉠 수 있군요!
폴스타파(별3), 물감파(별4), 락방파(별5)!

다락방 2021-09-12 23:19   좋아요 3 | URL
이왕이면 다락방 파가 많았으면 좋겠네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21-09-13 10:03   좋아요 1 | URL
여러분, 폴스타프 님은 네메시스 안읽으셨답니다! 으하하핫 별 셋파는 없습니다! 으하하핫

단발머리 2021-09-13 08:2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필립 로스 좋아하지만, 좋아하지만, 좋아하지만.... 하는 사람으로서 다락방님의 이 절절한 ‘이 사람 왜케 잘 써?!?‘ 페이퍼에 전적으로 동의합니다. 전 읽을 때 ‘이 깨끗한 곳에 폴리오를 가져온 게 바로 나다‘라고 인식하는 순간이 특별히 기억에 남아요. 여자친구와의 대화는 기억 안 나네요. 다시 읽어야겠어요 ㅎㅎㅎ
필립 로스라는 이름만으로도 별 다섯 주는 사람으로서, 아버지와의 이야기를 다룬 자전적 이야기 <아버지의 유산>과 소설가로서의 자전 에세이이자 자기변명에 충실한 <사실들> 역시 추천드립니다. 소설만 잘 쓰지 않고 에세이도 잘 씁니다. 흐미.

다락방 2021-09-13 13:43   좋아요 1 | URL
저는 여기에 폴리오 가져온 게 나일 것이라는 의심과 확신 거기에 대한 죄책감과 자책이 너무 생생하게 이해가 되는거에요. 더불어 자신의 신체가 건강함을 믿고 그것을 무척 잘 활용하던 젊음이에게 닥친 고통도요. 저는 그래서 이 소설의 맨 마지막 페이지가 진짜 슬프도록 찬란했어요. 흑흑 진짜 울고 싶을 정도로 마지막 페이지가 정말이지 ㅠㅠ
저는 나름 필립 로스 몇 권 읽었다고 생각했는데 단발님 글 보니 안읽은 게 많아서 너무 좋네요. 아 세상에 읽을 책 많아서 좋으면서 싫고 싫으면서 좋고 그렇습니다!!

Falstaff 2021-09-13 09:3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전 <미국의 목가>를 읽고 필립 로스에게 푹 빠져 그의 작품을 집중해서 읽은 적이 있습니다. 아우, 좋잖아요, 야하고.
그런데 로스를 너무 많이 읽어나봐요.
어느 날, 로스 선생이 조금 과대포장되어 있는 건 아닌가, 의심이 들더라고요. 한 번 의심을 품으니까 계속해서 약간 비판적인 시선으로 작품을 읽게 되고, 이미 읽은 것도 저절로 다시 생각하는 단계까지 갔는데, <미국의 목가>를 제외하고는 그리 좋다는 생각이 들지 않더랍니다. 그러다가 <유령퇴장> 이전에 로스는 확실하게 은퇴를 했어야 했다, 라고 마음먹게 되었습지요.
ㅋㅋㅋㅋㅋ <네메시스>는 안 읽었습니다. 로스는 유령과 함께 퇴장해버렸거든요.

다락방 2021-09-13 10:11   좋아요 1 | URL
제가 폴스타프 님의 필립 로스에 대한 과대평가 란 평을 일전에 본 적 있거든요. 은퇴, 과대평가..라는 기억으로 마지막 작품인 네메시스를 별 셋 주셨다 라고 잘못 기억하고 있었는가 봅니다. 읽지 않으셨네요. 후훗. 저는 휴먼 스테인이 너무 놀라웠거든요. 그러면서 에이씨.. 하는 아쉬움도 있었고요. 폴스타프 님이 결국 로스는 과대평가됐다 라 평하셔도 미국의 목가는 좋다 하시니 저는 너무나 씐나요! 왜냐하면 저는 아직 미국의 목가를 읽지 않았거든요!! 으하하하. 안그래도 필립 로스 더 읽겠다 하던 참인데 당장 미국의 목가 지릅니다! 꺄울!!

그레이스 2021-09-13 10:51   좋아요 2 | URL
미국의 목가 좋았어요
사람의 마음이 걷잡을수 없이 멀어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되는...!
야하다?는 생각은 안했는데...
오히려 참담하다?는 느낌만 남았었는데...

Falstaff 2021-09-13 10:26   좋아요 2 | URL
ㅋㅋㅋㅋ <미국의 목가> 말고요, 필립 로스의 다른 책들이 야~한 걸로 또 유명하거든요!

그레이스 2021-09-13 10:32   좋아요 1 | URL
아버지의 유산도 아니었던걸로 기억하는데... 제가 그렇지 않은것만 읽었을까요? 나는 공산주의자와 결혼했다, 휴먼스테인?

Falstaff 2021-09-13 10:39   좋아요 1 | URL
<죽어가는 짐승>, <포트노이의 불평>이 확실하고요, <휴먼 스테인>은 기억이 가물가물한데 혹시 안 그런가요?
<포트노이의 불평>은 제가 2016년에 읽은 책들 가운데 ˝최우수 빨간책 상˝을 수여하기도 했답니다. ^^;;;

그레이스 2021-09-13 10:42   좋아요 1 | URL
헉! 제가 안 읽은 책들만^^
휴먼스테인은 아니었던것으로..
혹시 그런 장면이 나왔다고 하더라도 필립로스는 어둡고 비참한 느낌으로 읽게 되던데...

Falstaff 2021-09-13 10:48   좋아요 1 | URL
포트노이는 아주 경쾌한 작품입니다. ^^
거기서 나오는 야한 씬도 윤리적으로 더럽거나 하지 않고, 비교적 산뜻한 장면들입니다.
그래서 ˝최우수˝를 딸 수 있었습지요. ㅋㅋㅋㅋ

다락방 2021-09-13 13:40   좋아요 2 | URL
죽어가는 짐승과 포트노이 다 읽었는데 저는 왜 야한 기억이 없을까요?? 제가 좋아하는 에로틱이 아니었나 봅니다. 흐음.. 포트노이는 확실히 제 취향 아니었어요 ㅋㅋ

단발머리 2021-09-13 13:50   좋아요 2 | URL
제 기억엔 <죽어가는 짐승>이 젤 야하고요 ㅎㅎㅎ 야하다고 평가되는 <포트노이의 불평>은 폴스타프님 말씀처럼 산뜻합니다. 전 포트노이의 불평, 일부분 아이들에게 읽어주기도 했죠(인간이냐? 쥐냐?) <미국의 목가>가 전 어렵더라구요. 다 읽고 나서 @@ 이런 분위기요. 과대포장 말씀 일면 이해가 됩니다. 직접 읽어보는게 좋죠. 근데 읽어보면 좋아하게 되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21-09-13 14:24   좋아요 0 | URL
저 2015 년에 죽어가는 짐승을 읽고 페이퍼를 썼는데 거기에 이런 구절이 있네요.

<그래서 힘들었다. 이 책이 야해서가 아니라, 나의 야한 기억들을 불러 일으켜서. 아 정신 사나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Falstaff 2021-09-13 14:40   좋아요 0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놔, 다락방님, 진짜 못말려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요 네스뵈'의 《헤드헌터》를 읽지 않은 상태로 영화를 먼저 보았다. 영화로 나온줄 몰랐는데 친애하는 알라디너 님이 추천해주셔서 부랴부랴 네이버 다운로드 받아서 보았는데, 오 재미있어서, 게다가 나름 반전도 있어서 책을 읽어볼까 싶다. 책에서 어떤 문장들로 이 이야기를 진행할지 너무 궁금한거다. 책 사야지 눈누난나~ 그래서 난 눈누난나~


헤드헌터로 일하고 있는 '로저(엑셀 헨니)'는 헤드헌터로도 능력 있어서 돈을 잘 벌고 있기는 하지만 미술품을 훔쳐 팔아서 더 큰 돈을 벌어들인다. 월급쟁이로 살아도 충분한데 굳이 절도까지 하는 이유는 그에게 돈이 더 많이 필요해서이고 그에게 돈이 더 많이 필요한 이유는 아주 좋은 집을 얻어 그것을 유지하기 위해서이며 그가 굳이 좋은 집을 얻은 이유는 아내를 행복하게 해주기 위해서이고, 아내를 행복하기 해주기 위해서는 돈이 최고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왜냐하면 그는 키가 170도 안될뿐더러 딱히 잘생긴것도 아니기 땜시롱, 돈을 갖다 들이부어야만 이 아름답고 지적인 여성이 계속 자기 아내로 남아줄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내가 비싼 선물을 수시로 해야만, 그녀가 일하는데 돈을 보태줘야만, 이렇게 큰 집을 유지하고 살아야만 그녀가 나를 떠나지 않을것이다... 하는 생각. 그야말로 열등감에 찌들어서 여자를 인간으로 안보고 자기 머릿속에서만 여자는 이럴것이다.. 에 갇혀 있는 지구상의 숱하게 많은 남자들 중 하나 되시겠다.


그러다 아내의 불륜을 알게 되고 그림 훔치는게 발각되어 도망치는 신세가 되고 그와중에 살인도 하게 되고 그렇다. 도망치다가 그가 재래식 변소에 몸을 숨기는 장면이 있는데.. 그게 왜 그러냐면 사냥개가 그를 쫓는거야..그러니까 그가 냄새를 없애야 되고 피할 곳은 화장실 뿐이고 거기 똥더미.. 아니 그걸 뭐라고 해야해.. 그냥 똥통 속에 나를 던져... 버린 것이다. 요케요케해서 숨을 쉴수 있게한 다음에 똥통에 나를 던졌.. 는데, 살기 위해서임을 알고 아마도 나 역시도 그 상황이었다면 그러지 않았을까 싶긴 하지만, 이보세요 로저, 제가 점심 먹으면서 보고 있었단 말입니다. 로저.. 오, 마이, 갓... 똥냄새.. ㅠㅠ


아무튼 재미잇게 보았고 그래서 책을 사야겠다. 재미없게 보았어도 책을 사지 않았을까?

자, 문제는 이 영화가 아니라 어제 본 바로 이 영화다.





넷플릭스에셔 이 영화의 제목은 《내 안의 작은 사랑》이다. 세상에 이 제목 어쩔거야. 저런 제목이라니. 도대체 원제가 뭔데, 하고 봤더니 원제가 <this little love of mine> 이다. 원제 그대로 번역이네. 아니, '내 안의 작은 사랑'이라니 너무 오글거리잖아. 도대체 '내 안의 작은 사랑' 이런 제목 가진 영화를 대체 누가 본다고 만드냐.



내가 본다.

내가 봤다.

쉬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누가 지금 보는 영화 뭐냐고 물어볼까봐 쫄아서 봤다. 누가 지금 뭐봐? 이러면


"응. 내 안의 작은 사랑~"


이래야 되는데 진짜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와 너무 쫄려. 이거 보는 동안 아무도 나에게 말걸지 않기를 바라고 또 바랐다. 근데 아무도 말 안걸었다. 왜냐하면 나는 아웃사이더.. 세상의 왕따. 아니, 내가 세상을 왕따시킨다. 아무도 나 따위 관심없어!!


아니야, 거기 아니야, 그리로 가지마 돌아와..


그래 돌아와서 영화 얘기를 하자면, 아니, 내 안의 작은 사랑 같은 제목 가진 영화를 대체 왜봤을까, 무엇이 나를 이끌었을까, 충동적으로 본건데, 아마도 리조트.. 때문이 아니었나 싶다. 나는 호텔, 리조트 이런거 나오면 좀 흐물해져버리는 게 있어. 어쨌든.


'로라'는 도시에서 잘나가는 변호사이다. 변호사를 고용하기도 힘든 작은 기업들을 찾아 도와주는게 직업적 목표인데, 그러기 위해서는 이 대형 로펌의 파트너 변호사가 되어야 한다. 그런 그녀에게 '핀리' 기업에서 일을 요청한다. 핀리 기업의 손자가 이 기업의 경영자 되기를 마다하니 경영자가 되게끔 설득하고 계약서에 사인을 받아달라는 거다. 핀리 기업의 손자인 '칩'은 역시 어려운 환경에 놓인 사람들을 돕는 일을 하고 싶어서 대기업 경영자 하기 싫다며 자신이 나고 자란 섬에서 집 지으면서 또 배를 운전하면서 살고 있는 거다. 로라도 이 섬의 출신이고 칩과 로라는 어릴적 단짝 친구였다. 도시에 나와 일적으로 성공하던 로라는 이 일을 하기위해 섬으로 가고 거기에서 칩을 만나 같이 시간을 보내면서 사랑에 빠지게 되고 파트너 변호사가 되는 순간 기뻐하다가, 아 그러나 나는 사실 이 섬이 좋아.. 이러면서 대형 로펌을 그만두게 된다는거다.


참...

그래, 사람이 조용한 시골에서 살 수도 있고 섬에서 살고 싶을 수도 있고, 다른 곳에 가보니 오오 내가 원하는 건 바로 여기였어! 하게될 수도 있다. 나도 그런 사람이 될 수도 있다. 나 봐라, 베트남 갔다오고 나서 베트남에서 살아보고 싶다~ 이러잖아. 그런데 왜 로맨스 영화에서는 꼭 그런 곳에 갔다가 남자 만나고 비로소 내가 원하는 건 여기라고 깨달으면서 대기업의 승진자리 버리고 오는걸까???????????????????????????????????????? 왜??????????????????????????? 대기업에서 승진하기까지, 비로소 높은 위치에 가게 되기까지 숨도 안쉬고 달려오고 누구보다 노력했으면서, 게다가 여자라는 성별으로서 그런 위치에 가기까지는 남자들보다 더한 고난이 있었을건데, 왜 거기까지 가놓고는 '응 그런데 이제와 생각해보니 나는 소박한거 원해' 이러는걸까??????????????????????????왜 그러면서 거기서 남자랑 사랑하며 사는걸까?????????????????? 응 내 꿈이 파트너 변호사인줄 알았는데 이 섬에 와서 너 만나니까 그게 아니었어~ 이러는거.. 뭘까?????????????????? 졸라 주저앉히네 진짜...



아무튼 이 영화를 보았다는게 부끄러운 그런 영화였다. 이거 보면서 '대체 이 영화를 만든 의미가 뭘까??????????????' 생각했지만 답을 내릴 수 없었다. 이 영화 끝까지 보고 나서 생각한건데, 중학생들도 이 영화는 보다가 유치하다고 할 것 같다. 히융 부끄러워. 내 안의 작은 사랑... 하아. 제목도 이게 뭐야. 내 안의 작은 사랑.


최근에 네가 본 영화가 뭐야?

내 안의 작은 사랑.


윽-


내 안에는 큰 사랑이 있다.. 빅 럽..



아니 근데 여기 남자주인공 ㅋㅋㅋ 뭐랄까. 잘생긴 근육질의 백인남이란 말이야? 뭔가 분위기가 하버드대 나왔을 것 같은데 어째서 멍충미.. 가 나는 느껴지는걸까. 잘생기고 매력적이니까 영화배우가 됐을 것이고 로맨스 영화의 남주인공 되었을 것인데, 어째서 나는 이렇게 생긴 남자를 보면 '하버드대 나왔을 것 같은데 멍충미가 흐른다'고 생각하게 될까?





이런 특유의 남자들이 몇 있는데, 넷플리스에서 2편까지 보다가 도저히 짜증나서 3편은 십분 보다 말았던 영화 <키싱 부스> 의 남주도 딱 그렇다.



잘생기고 몸도 좋고 하버드대 다니게 생겼는데(영화속에서 하버드 대학 간걸로 나옴), 이상하게 나는 특유의 멍충미가 느껴져. 그리고 며칠전 봤던 헤드헌터에서도 그런 남자 나온다.



잘생기고 몸 좋고 하버드대 나오게 생겼고 이 남자는 심지어 카리스마까지 느껴지는데 어쩐지 멍충미가 있지 않나...



미안합니다 백남 여러분.. 이런거 느껴서 미안합니다.. 이런거.. 속으로만 생각해야 되는건데... 미안합니다...  도무지가 말이 되지가 않잖아요. 하버드대 나왔을것 같지만 멍충미.. 라니. 흠흠. 그렇습니다.



아무튼 금요일이고 월급날이고 책 살거다.

월급날 아니었을 때도 그랬던 것처럼. 샤라라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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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거서 2021-09-10 10:22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덕분에 보고 싶은 영화가 한 편 더 늘었어요 ^^

다락방 2021-09-10 10:28   좋아요 4 | URL
헤드헌터 재미있어요. 나름의 반전도 있고요. 저는 책을 보도록 하겠습니다. 후훗.

잠자냥 2021-09-10 11:14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와, 다부장님 정말 그런 사람인 줄 몰랐어요. 실망이다...

내 안의 작은 사랑........

쉬바............

다락방 2021-09-10 11:24   좋아요 6 | URL
저 내 안의 작은 사랑 보는 사람입니다. 어디서나 당당하겠습니다!! ㅋㅋㅋㅋㅋ

청아 2021-09-10 11:24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앗ㅋㅋㅋㅋㅋㅋ너무 재밌게 읽었어요! 저도 헤드헌터 책으로 만나고 싶어요👍

다락방 2021-09-10 11:26   좋아요 3 | URL
요네스뵈 변태.. 굳이 똥통에 집어넣다니 ㅜㅜ 너무해요 ㅠㅠ

청아 2021-09-10 11:28   좋아요 2 | URL
ㅋㅋㅋㅋㅋㅋ그런 역경들도 그렇고 소지섭 많이 닮아서 한번씩 섬뜩,놀람요ㅋㅋ

다락방 2021-09-10 11:49   좋아요 3 | URL
맞아요 키작은 금발의 소지섭 느낌이에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독서괭 2021-09-10 13:04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쉬바 ㅋㅋㅋㅋ 눈누난나 ㅋㅋㅋㅋ
내안의작은사랑 이라니 다락방님… 요즘 작은사랑이 필요하신 건가요 ㅜㅜ 근데 이 영화 내용 뭔가 익숙한데요..? 얼마전에 다락방님이 보신 영화 중에도 잘나가는 여주인지 남주인지가 무슨 섬에 출장가고 그런 거 있지 않았어요?🙄

다락방 2021-09-10 13:55   좋아요 3 | URL
맞아요, 독서괭 님! 그때 본 영화는 [마이 크리스마스 인] 이라는 영화였거든요. 고모님이 물려주신 유산으로 시골의 작은 호텔을 처분하러 갔다가 거기서 인생 사랑 만나는 영화였어요. 도시에서 아주 바쁘게 살고 능력 있어서 승진까지 하는데 갑자기 소박한 곳의 행복 깨닫고 도시를 포기하는..
이건 거대한 백래시인가.. 그러니까 도시에서 잘나가는게 진정한 행복이 아니야, 진정한 행복은 조용하고 한적한 곳에서 남자랑 함께 사는거야~ 이러는거 같아서 불쾌합니다. 대도시에서 잘나가지 않는 9to6 직장여성이 칼퇴하고 40평대 아파트 가서 혼술 하며 행복해하는 영화가 시급합니다. 가끔 남자 만나 원나잇도 하고 뭐 그런걸로다가..

독서괭 2021-09-10 14:29   좋아요 2 | URL
아닛 그것은 다락방님의 미래??

잠자냥 2021-09-10 14:43   좋아요 1 | URL
그런데 그 원나잇 상대는 하루는 늑대인간이고 하루는 뱀파이어고 하루는 하버드대 다니게 생긴 멍뭉미 넘치는 백인이고..... 하루는 드디어 잭 리처인데......

다락방 2021-09-10 14:51   좋아요 1 | URL
아.. 되게 피곤하네요? 한 달에 딱 한 번만 해야겠다 원나잇. 체력 딸리네요. 어휴..

독서괭 2021-09-10 14:53   좋아요 1 | URL
원나잇 아무나 하는 게 아닙니다 ㅋㅋ

다락방 2021-09-10 14:55   좋아요 2 | URL
그러게요. 머릿속에서 이미 한번씩 했더니 지쳐 나가떨어지겠어요. 오늘 꿀잠자겠다..

- 2021-09-10 14:28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아닠ㅋㅋㅋㅋ 쉬바 ㅋㅋㅋㅋ 아니야 거기 아니야 그리로 가지마 돌아와 ㅋㅋㅋㅋㅋ 진짜 ㅋㅋㅋㅋㅋ 아 다채로운 다부장님의 자아들 ㅋㅋㅋ 와플먹으면서ㅠ읽다 크림튀며 웃었다…

다락방 2021-09-10 14:55   좋아요 1 | URL
내 손에 의식이 있어가지고 손이 막 지멋대로 글을 쓴다. 내가 다시 데리고 와야 돼요. 내가 나로 살기 힘들다..

와플 천천히 먹어요. ♡

syo 2021-09-10 23:4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내 안의 작은 사랑> ㅋㅋㅋㅋㅋㅋㅋ
와, 단어 하나하나가 부끄러운데 뭉쳐놓으니까 말도 못하게 부끄러워! ㅋㅋㅋㅋ

다락방 2021-09-12 22:33   좋아요 1 | URL
그렇지만 부끄러움을 무릅쓰고 나는 용기 있게 페이퍼를 써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붕붕툐툐 2021-09-10 22: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물음표 최대 등장 리뷰가 아니었나 싶습니다. 진실을 알아버린 저는 다부장님의 월급 드립에 그저 코웃음을 칩니다. 방점은 월급날이 아니었을 때도 그랬던 것처럼에 있음을 플친님들은 모르시겠죠? 훗!

다락방 2021-09-12 22:33   좋아요 1 | URL
툐툐님, 그것은 우리만의 비밀 아닙니까. 소문내시면 안됩니다. 저 재벌의 딸인거는 진짜 비밀이에요, 비밀. 쉿! ㅋㅋㅋㅋㅋ
 
호러북클럽이 뱀파이어를 처단하는 방식
그래디 헨드릭스 지음, 강아름 옮김 / 문학동네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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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어릴때부터 뱀파이어란 존재에게 흥미를 느꼈다. 뱀파이어가 나오는 영화라면 찾아 보려고 했고 책도 그랬다. 어떤 사람들은 새로운 세계를 만들어내는 것에 흥미를 가질 수도 있을 것이고(해리포터 라든가 아바타 라든가), 어떤 사람들은 애니매이션에 흥미를 가질 수도 있을 것이다. 나는 그게 뱀파이어였다. 내가 뱀파이어가 되고 싶다고 생각하지는 않았지만, 그렇지만 뱀파이어랑 사랑하는 것은 나름 낭만적일 거라고 생각했던 적도 있었다. 내가 뱀파이어를 좋아하는 것은 나의 어떤 취향 혹은 흥미 정도로만 생각했고 거기에 대해서는 딱히 들여다볼 생각을 하지 못했다. 그런데, 이 책, '그래디 헨드릭스'의 《호러북클럽이 뱀파이어를 처단하는 방식》을 읽으면서 나는 생각해봐야 했다. 왜? 왜 뱀파이어를 좋아했던 거지? 그래도 괜찮은걸까?


물론, 뱀파이어란 존재에게 흥미를 느끼고 뱀파이어를 좋아하고 그래서 뱀파이어가 등장하는 영화를 보거나 책을 읽는 것이 나쁜 취향이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않는다. 나는 앞으로도 계속 관심을 갖고 재미있게 지켜볼 것이다. 그렇지만, 내가 왜 좋아하는지는 다시 생각해봐야 했다. 왜 뱀파이어를 좋아하지? 뱀파이어에 대해 특별한 관심을 갖지 않는 사람들조차도 뱀파이어가 사람의 피를 빨아먹고 산다는 것을 알고, 밤에만 활동한다는 것을 안다. 어둠속에서 인간의 피를 흡혈하며 생명을 유지하는 존재는 인간에게 어떻게 보아도 이롭지 않은 존재인데, 나는 왜 좋아했을까?


뱀파이어가 잘생긴 남자였다는 게 아마 가장 크지 않았나 싶다. 오늘 아침 세수를 하며 곰곰 생각해보니 내가 그동안 봤던 책과 영화에서 뚱뚱하고 못생긴 뱀파이어는 없었던 것 같은거다. 그들은 언제나 뛰어난 미모를 갖고 있었고 결코 늙지 않았으며 여자를 쉽게 유혹할만큼 치명적인 매력을 가진 존재였다. 어쩌면 그들이 흡혈을 하는 신체 부위가 목이라는 데에서 오는 관능도 한몫 했을것 같다. 왜 목일까? 왜 하필 목을 물까? 목은 생명과 직접적으로 연결되어 있으면서 게다가 대부분의 사람들의 성감대이기도 하다(아닌가? 목 성감대 아닌가요, 여러분? 목과 귀 성감대는 만인 공통 아닌가요?). 그런 목에 하필이면 이빨을 박아대는 통에, 뱀파이어들이 목을 물고 피를 빨때면 그 피해자들은 피를 빼앗기며 목을 뒤로 젖히게 된다. 피를 빨리면서도 쾌락을 느끼는 것처럼 표현된다. 의식하지 못하는 가운데에 그런 과정들이 뱀파이어에 대한 판타지를 갖게 한건 아닐까. 그리고 이런 판타지들을 갖고 있으면서도 어느 한가닥, '인간의 피를 빨아먹는 존재'라는 데에서 오는 그 어떤 '악' 이랄까 '가해'의 이미지를 조금더 부숴버릴라고 뱀파이어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작가들은 '인간의 피를 먹지 않는', '어떻게든 동물의 피로 대체하는' 혹은 '인공 피를 만들어 마시는' 뱀파이어들을 만들어낸 게 아닐까. 에드워드는 벨라에게 끌리는데 벨라가 인간이고 그런 벨라랑 사랑하는 에드워드 가족은 절대 인간의 피를 빨지 않는다. 오히려 인간의 피를 빨려는 뱀파이어들과 싸운다. 벨라는, 이 인간 여자는 뱀파이어 에드워드와 사랑에 빠지고, 이 에드워드는 뱀파이어 어둠의 존재, 밤에 잠들지 않는 존재인지라 벨라가 잠드는 동안 옆에 있어준다. 악몽을 꾸었다 눈을 떠도 애정을 갖고 나를 지켜봐주는 존재가 있다는 데에서 안도감을 주는 그런 뱀파이어가 에드워드다. 나는 꿈을 자주 꾸는데 거기에는 분명 악몽도 있다. 내가 옆에 누가 잠들기를 바랄 때에는 악몽을 꾸고난 후가 유일하다.


수키 시리즈의 뱀파이어는 어떠한가. 수키란 인간여자와 사랑하는 뱀파이어 빌과 에릭, 그러니까 수키 곁의 선한 뱀파이어들은 인공피를 마시면서 생명을 유지한다. 인간에게 직접적 피해가 가지 않고 그래서 그들은 밤이면 인간 여자와 사랑도 할 수 있다. 인간에게 해를 입히지 않는 피를 마시는 존재. 그게 낭만적인 로맨스 속의 뱀파이어였고, 나는 역시 그런 뱀파이어들을 좋아했다.


그런데 그래디 헨드릭스가 나를 혼란스럽게 했다. 내가 나에게 묻게 했다. 이것은 무엇인가. 왜 우리는 인간의 피를 빨아먹는 존재를 선하게 그리면서 어떻게든 그들과 사랑하려고 하는가. 그래디 헨드릭스가 작가의 말에서 가진건 식욕밖에 없는 존재라고 뱀파이어를 후려치는데, 그런데, 그것은 사실이 아닌가. 그래디 헨드릭스가 이 책에서 보여주는 미덕은 여러가지가 있지만, 나는 가장 큰 미덕이라고 하면 이 뱀파이어를 있는 그대로의 존재, 인간의 피를 빨아 먹어야만 살아갈 수 있는 존재임을 드러냈다는 게 아닐까 싶다. 있는 그대로의 뱀파이어, 인간 옆에 매력적으로 존재하면서 사실은 인간의 피를 빨아먹고 인간을 차츰 죽이는 존재. 그렇다면 우리는 그런 존재와 사랑에 빠질게 아니라 맞서 싸워야 하는게 아닌가. 이 당연한 사실을 그래디 헨드릭스가 얘기해주는 거다. 게다가 뱀파이어는 '남자'성별로 대표된다. 그러니까 여자 뱀파이어가 없는건 아니지만, 수많은 직업군에서도 그렇듯이 우두머리, 오야붕, 대가리는 죄다 남자다. 나는 뱀파이어를 매력적으로 그리면서 어떻게든 좀 더 선하게 포장하고 그러면서 사랑하고자 하는 게, 인간 여자가 인간 남자를 사랑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는 걸 알았다. 연애중인 혹은 결혼해 함께 생활하고 있는 남자로부터 온갖 스트레스를 받거나 폭력에 노출되어도 '그래도 ..' 혹은 '이정도면..' 하면서 어떻게든 자기 자신에게 최면을 걸어가며 그 남자를 끌어안고 사는 것과 다르지 않게 느껴지는 거다. 이 책에서의 뱀파이어는 폭력 애인, 폭력 남편, 폭력 아빠와 다름 아니다. 오, 그래디 헨드릭스여, 뼈때리셨어요. 나는 숱한 책들을 읽어가면서 역시 인간 남자는 안된다고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으면서도 그러나 뱀파이어에 대해서라면 늘 열린 마음이었는데, 이 책을 읽노라니 아니 왜, 왜 뱀파이어에게 열린 마음이어야 했는가.. 싶어지는 거다. (그렇다고 닫혔다는 건 아니다.) 



책 속의 화자 '퍼트리샤'의 옆집에 '제임스'라는 잘생기고 능력있는 남자가 이사온다. 무슨 사고로 햇볕에서는 눈이 너무 약해진다 해서 주로 어둠속에서 활동하는데 그 지역 남자들을 죄다 자기 형제로 만들어 버리고(헤이, 브로~) 게다가 퍼트리샤의 아이들에게도 부모보다 더 친근하고 의지할만한 존재가 되어준다. 그러나 퍼트리샤는 보았다. 그가 미성년자 아이의 피를 흡혈하는 것을, 그리고 아이들이 그로 인해 죽어가는 것을. 퍼트리샤는 그가 기이한 존재 그리고 해를 입히는 존재라는 건 알았으나 그것을 아무도 믿어주지 않을 것 같아 그를 마약범이라고 사람들에게 말해 어떻게든 약자에 대한 피해를 줄이려고 하지만, 그녀의 말을 믿어주는 사람들이 없고 오히려 그녀를 미친 여자 취급하며 그녀의 남편은 그녀를 정신병원에 입원시킨다. 게다가 네가 항상 이상한 범죄관련 책만 읽으니 아들도 이상해졌다고 하고.. 퍼트리샤의 남편이지만 퍼트리샤의 말을 믿는게 아니라 이웃 남자의 말을 믿는다. 동네의 모든 남자들이 이 제임스의 존재를 믿는다. 퍼트리샤는 분명 두 눈으로 보았는데, 그가 아이의 피를 빠는 걸 보았는데 아무도 퍼트리샤의 말에 귀 기울이지 않고, 제임스가 그럴리 없다고 한다. 그렇게 피해는 계속된다. 퍼트리샤는 입을 다물 수 밖에 없게 된다.



이 책은 처음부터 재미있었지만 이 부분에서 너무 큰 스트레스를 받아서 내가 또 저 밑으로 꺼지는 기분이었다. 완전 우울속으로 침잠해버려서 나는 소설 읽기를 그만두어야 하는건 아닌가를 한참 생각해야 했다. 왜, 왜 나를 사랑하고 나랑 여태 살아왔고 나를 지켜봐왔으면서, 그러면서 최근에 알게된 남자를 믿는거야. 나를 봐왔잖아, 내가 어떻게 생활했는지 봐왔잖아, 근데 왜 나를 믿지 않는거야. 너희들이 나를 미친 여자 취급하면 피해자가 더 늘어나는데, 왜 아무도 내 편을 들어주지 않는거야. 나의 남편이 왜, 나를 미친여자 취급하는거냐고. 왜, 내가 사랑한다고 생각했던 남자가 나한테 이러는거냐고. 왜 우리가 위험하다는데, 우리가 죽을지도 모른다는데 그 말에 귀를 기울이지 않는거냐고. 왜 많은 사람들 앞에서 나를 미친여자 취급해.


나는 리베카 솔닛의 책에서 읽은 구절이 떠올랐다.



신뢰성은 생존의 기본 도구다. 내가 아주 어렸을 때, 페미니즘이 무엇이고 왜 필요한지 알아가기 시작하던 시절에 사귀던 남자친구에게 핵물리학자 삼촌이 있었다. 어느 크리스마스에 그 삼촌은 우리에게 핵폭탄 연구자들이 사는 교외의 자기 동네에서 한 이웃집 부인이 한밤중에 알몸으로 집을 뛰쳐나와서는 남편이 자기를 죽이려 한다고 비명을 질러댔다는 이야기를-마치 가볍고 재미난 대화 소재인 것처럼-들려주었다. 나는 물었다. 남편이 진짜로 아내를 죽이려 한 게 아니란 걸 어떻게 아셨어요? 그는 내게 참을성 있게 설명했다. 그 사람들은 점잖은 중산층 가정이었다고, 따라서 남편이 아내를 죽이려 했다는 말은 여자가 남편이 자기를 죽이려 한다고 외치면서 집을 뛰쳐나온 데 대한 설명으로서 믿을 만하지 않다고, 오히려 여자가 정신 나간 거라고 ‥‥‥ -리베카 솔닛, 《남자들은 자꾸 나를 가르치려 든다》, p.18




그리고 계속 괴로웠다. 퍼트리샤가 자꾸만 '내 탓이야'를 해서. 결국 피해가 더 커지고 자기 앞에 오도록한건 나 때문이라고, 내 잘못이라고 생각하는 일이 반복된다. 아니다. 그녀의 말을 믿어주지 않은 다른 사람들 탓이다.


결국 퍼트리샤는 남자들의 도움 없이 이 일을 해결하기로 한다. 그들에게 도움을 청했다가는 자신은 또 미친 여자가 되어 아이들하고도 헤어질 판이다. 아니, 어차피 그들은 도움이 안돼. 그러니 그녀는 자신이 이 악의 존재를 응징하기로 한다. 동네 아이들을 다 잡아먹어 버리는 이 새끼를 죽여아 한다. 다행히도 그녀와 같은 생각을 하는 다른 여자가 있고 그리고 또 다른 여자가 있다. 결국 피해 앞에서야 그 말을 믿어주긴 했지만 또 다른 여자도 있고. 그렇게 북클럽의 여자들이 모여서 뱀파이어를 응징한다. 앞서도 말했지만, 이 책의 미덕은 여러가지다. 그동안 유명햇던 책들에 대해 비판하는 것도 그렇고, 가정주부를 후려치는 것에 대해서도 반박하고, 여성들의 연대에 대해 말하는 것도 거기에 포함된다. 그러나 가장 큰 미덕은(응? 아까도 가장 큰 미덕이었는데?) 이 뱀파이어를 응징하는데 있다. 그 응징이 뱀파이어 그 존재에게 처참하다는 것이 가장 큰 미덕이다. 변깃물에 칫솔헹구기 라든가, 커피에 설사약 타기 같은 귀염뽀짝하고 의미없는 응징이 아니다. 그들의 응징은 말 그대로 응징이다. 처참하다. 나는 이 부분에서 이 책이 영화화 되기를 바랐다. 우리가 화면으로 여자 여러명이 모여서 이 한 존재를 처참하게 응징하는 것을 본다면 얼마나 신날까! 우리의 아이들을 그리고 다른 여자들을 살해하고 폭행하는 존재에 대해 이렇게 처참하게 응징하는 것을 영화로 보고 싶다. 아무짝에도 쓸모 없는 남자들이 돈 벌어서 씐난다고 제임스를 추켜주고 그 돈으로 출장가서 성매매나 하고 있을 때, 모든 일을 마치고 피범벅된 집을 말끔하게 치우는-늘 하던 일이었다!- 여자들이 나오는 걸 영화로 본다면 너무 좋겠는거다! 가해자를 응징할 때는 제대로 응징하자!!



그러나 지금 제대로 응징했다고 해서 제대로 응징이 됐는지는 다른 문제다. 약자에 대한 폭력을 한번에 쫙 뿌리뽑을 수 없다는 것은, 조각조각 토막나서도 꿈틀거리는 뱀파이어의 생명성이 상징하는 바일 것이다. 약자에 대한 폭력은 그렇게 쉽게 죽지 않는다. 그게 바로 우리가 계속해서 위험을 감지하는 사람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하는 이유일 것이다.



나의 뱀파이어 판타지는 이로 인해 조금 사라진것 같기도 하고 무엇보다 정신이 든것 같은데, 아아, 뱀파이어를 완전히 보내지도 못했지만, 설사 보냈다해도 나에게는 아직 늑대인간 판타지가 남아있다... 으르렁-




"저 또래 아이들은 정말 밉상이지 않아요?" 사라지는 코리를 지켜보며 키티가 물었다.
"그렇다기보단 기이하죠."
"밉상이라니까. 저 까칠한 밉상들은 자루에 넣어 묶어놨다가 열여덟 살이 되면 그때 방생해야 하는데. 여기, 이거 가져왔어요."
그녀가 퍼트리샤에게 건넨 반질반질한 새 책은 『사랑의 증거』였다.
"이게 저질이라고 생각하는 거 알아요. 하지만 여기엔 열정, 사랑, 증오, 로맨스, 폭력, 흥분이 있어요. 토머스 하디랑 다를 바 없다니까요. 값싼 종이책인데다 본문 중간의 여덟 페이지에 사진들이 실렸다는 것만 빼면." - P38

"경보기가 벌써 동나고 있대." 키티가 말했다. "호스가 그러는데 경보기를 구하려고 연락한 업체마다 집으로 답사를 나오는 데만 삼 주는 걸릴 거라고 했다. 그 삼 주간 어떻게 살아남아야 할지 모르겠어. 호스는 자기한테 총이 있으니 우리는 안전하다고 말하지만, 거짓말 안 보태고, 내가 이 남자랑 비둘기 사냥을 해봤거든. 이 인간 하늘도 겨우 맞혀." - P92

"이번 달 책은 읽고 있어?" 슬리크가 물었다.
메리엘런이 육중한 갈색 안락의자를 침대 발치로 끌어왔다.
"책장도 못 열어봤어. 화성에서 온 남자? 그 인간들을 너무 과대평가하는 거 아니니."
슬리크가 콜록거리기 시작했다. 시간이 잠시 흐르고서야 퍼트리샤는 그게 웃음임을 알았다.
"나도 그랬어 ……"슬리크가 속삭이자 퍼트리샤와 메리 엘런이 귀를 바짝 세웠다. "나도 퍼트리샤한테 그만 읽으라고 그랬어."
"우리끼리 읽던 책들이 그리워. 살인 사건이 한 건이라도 나오던 책들 말이야." 메리엘런이 말했다. "요즘 북클럽의 문제는 남자가 너무 많다는 거야. 그 인간들은 제 생명 유지에 도움이 될 책들은 안중에 없고 그저 혼자 떠벌리면서 행복을 느껴. 죄다 견해들뿐이야, 주구장창."
"꼭 …… 성차별주의차처럼 말하네." 슬리크가 속삭였다.
슬리크가 마스크를 쓰지 않은 유일한 사람이었기에 가장 힘없는 그녀의 목소리가 가장 크게 들렸다.
- P512

"그 인간들의 견해에 개똥만큼의 가치라도 있다면 나도 기꺼이 들어주지 왜 아니겠어." 메리엘런이 말했다. - P512

『뉴게이트 캘린더』(18~19세기)는 강간과 살인으로 교수형에 처해진 윌리엄 듀엘 같은 범죄자들을 줄줄이 나열한 것이었다. 듀엘의 시신은 해부실습용으로 옮겨졌으나 의대생들이 해부를 시작하려는 순간 느닷없이 되살았다. 당황한 법정은 사형 대신 북미 유배로 그의 형을 감경했다. 눈길을 끄는 또 하나의 사례는 알렉산더 밸푸어다. 자기 누이의 가정교사에게 집착했던 그는 그녀가 결혼이라도 하면 남편을 죽이겠다고 알렸고, 그녀가 실제로 결혼하자 그 남편을 살애했다. 밸푸어는 참수형 집행일을 앞두고 자신의 누이로 변장해 탈옥을 감행했다. 그리고 오십 년 뒤자연사했다. - P660

『살인 발라드』:1896년 임신부 펄 브라이언이 참수당한 사건은 서로 다른 세 곡의 발라드를 탄생시켰다. 그중 어떤 것도 그녀가 치대생인 남자친구에게 낙태 수술을 받다가 실패해 사망했을 수 있고, 그녀의 잘린 머리는 시신의 신원 확인을 막으려던 남자친구의 헛된 노력의 산물이었다는 사실은 언급하지 않는다. 살인 발라드는 1930년대와 1940년대에 패치 몬타나의 <총이 장전된 줄 몰랐어>같은 인기곡으로 이어졌다. - P661

『내 곁의 이방인』(1980년) : 앤 룰은 곤란한 상황에 처한 싱글맘이었다. 앤디 스택이라는 필명을 써서 <트루 디텍티브>의 프리랜서 기고가로 일하며 번 돈으로 네 아이를 먹여 살리려 애쓰던 중에 첫 출판 계약을 맺는다. 태평양 북서부 지역에서 벌어진 일명 ‘여대생 살인‘에 대한 단편을 쓰도록 고용되었는데, 그때만 해도 룰은 이것이 현대사에서 가장 유명한 연쇄살인 사건이 된다거나 혹은 자살예방전화상담소에서 그녀와 나란히 앉아 근무하는 친구 테드 번디가 범인이리라는 생각은 꿈에도 못했다. - P6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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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부만두 2021-09-10 09:3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밑줄 첫 부분 읽다 소리 내서 웃었어요!!!! ㅎㅎㅎㅎ

다락방 2021-09-10 10:11   좋아요 1 | URL
으응? 밑줄 첫 부분이 뭐죠? 아무튼 웃으셨다니 좋습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21-09-14 20:44   좋아요 0 | URL
아, 밑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저 이제 이해했어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잠자냥 2021-09-10 09:53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아 다부장님 역시 솔직하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 뱀파이어 왜 좋아해요? 라는 질문에 ˝낯설고 다른 존재로 이해받지 못하고 고통속에 살아가는 그들에게 안타까움과 연민이 듭니다˝ 따위가 아니라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뱀파이어가 잘생긴 남자였다는 게 아마 가장 크지 않았나 싶다.˝ ˝그들이 흡혈을 하는 신체 부위가 목이라는 데에서 오는 관능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역시 솔직해요. ㅋㅋㅋㅋ 다부장지향-

- 2021-09-10 09:58   좋아요 2 | URL
저기요 다부장 지향님? 왜 제가 달고 싶은 댓글을 달고 계신가요? ㅋㅋㅋ

다락방 2021-09-10 10:21   좋아요 3 | URL
아!
‘낯설고 다른 존재로 이해받지 못하고 고통속에 살아가는 그들에게 안타까움과 연민이 듭니다‘ 로 쓸걸.. 되게 있어보이네요.. 흐미...

독서괭 2021-09-10 13:13   좋아요 1 | URL
ㅋㅋㅋㅋㅋ 전 뱀파이어 좋아하는 건 너무나 당연한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들은 먹잇감을 유혹하기 위한 모든 매력을 장착했으니까요. 이성은 그렇다 치고 본능은 끌리는 게 당연하겠죠. 근데 잠자냥님 말 너무 있어보인다.. 외워야겠습니다. 끄적끄적

다락방 2021-09-10 13:57   좋아요 1 | URL
맞아요. 치명적 매력 장착해버려가지고 ㅋㅋ 머릿속에 뱀파이어라고 하면 자동적으로 매력적이고 잘생기고 돈많은 남자 떠오르잖아요. 세상이 우리를 세뇌했어요. 우리는 세상에 맞서 싸워야 합니다!! (뭐래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무튼 잠자냥 님 말은 있어보여서 외우고 싶지만 아마 저는 또 누가 물어보면 솔직하게 튀어나올 것 같아요 ㅋㅋ

- 2021-09-10 10:0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책 제목이 이미 호러북클럽이 뱀파이어를 처단하는 거라서 어떻게 처단할 것인가 그게 여성연대이면 좋겠다 수준으로 생각하고 읽어보마 했어요. 근데 락방님의 평을 읽으면서 아, 아? 그리고 오늘은 아!!! 하게 되네요. 느무 읽고 싶다…. 그리고 늑대인간판타짘ㅋㅋㅋ 워매 ㅋㅋㅋㅋ

다락방 2021-09-10 11:07   좋아요 2 | URL
나는 늑대인간 왜케 좋을까요. 뱀파이어랑 늑대인간 너무 좋아. [트와일라잇]이 벨라라는 여자 인간이 뱀파이어와 늑대인간 사이에서 갈팡질팡 하는 거거든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그래서 제가 참 좋아했어요. 늑대인간 좋아. 늑대인간인데 사람 해치지 않고 나를 등에 태우고 달리고 막 그러면 꺅 >.< 이러면서 좋을것 같아요..

난 짐승이야..

잠자냥 2021-09-10 11:03   좋아요 2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나를 등에 태우고 달리고 막 그러면 꺅˝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다부장님 오늘 바로 그 꿈 꾸세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다부장 정말 동물적인 분이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잠자냥 2021-09-10 11:06   좋아요 1 | URL
근데 꿈에 얼굴이 늑대인간이고 몸이 뱀파이어인 존재 나온다.....

다락방 2021-09-10 11:08   좋아요 2 | URL
저는 늑대인간 등위에 올라 타서 ˝달려~ 달려~˝ 할것입니다. 그러다 침대에서 떨어지면 어떡하죠.. ㅋㅋㅋㅋㅋ
얼굴 늑대인간 몸 뱀파이어.. 혼종이 더 혼종 되어버리면 .. 욕망 1도 안생기겠어요. 하하하하하

- 2021-09-10 11:12   좋아요 1 | URL
저도 트와일라잇~시리즈 영화로 본 사람으로서 흠흠 늑대인간과 뱀파이어 둘중 하나 고르기 너무 어려웠지만 말입니다!? 등위에 올라타서 달려달려 ㅋㅋㅋ 할 수 있으니까 늑대에 확끌리네요?ㅋㅋㅋㅋㅋ

다락방 2021-09-10 11:49   좋아요 3 | URL
둘다 놓치지 않을거에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뱀파이어 늑대인간 다 갖겠다! 수키 스택하우스 시리즈 에서도 표범인간 하고 사랑하는 거 나와요. 치타인간이었나 호랑이 인간이었나 무튼.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여자 인간이 인간 남자를 사랑하자니 너무 부족해서 이렇게 초자연적인 수컷을 찾아헤맨다..

독서괭 2021-09-10 13:14   좋아요 2 | URL
전 늑대인간에 한표입니다. 트와일라잇의 뱀파이어는 체온이 차갑다는 점에서 일단 탈락했어요..ㅋㅋㅋ

- 2021-09-10 13:57   좋아요 1 | URL
구러나 저의 상상속 다락방님은 호환마마 무섭다는 비디오테이프 속 경고만화의 범을 탄 모습.. 띠로리..

다락방 2021-09-10 13:58   좋아요 2 | URL
독서괭 님/ 맞아요. 뱀파이어 차가워. 그치만 제가 뜨겁습니다. 몹시. 몹시..

공쟝쟝 님/ ‘호환마마 무섭다는 비디오테이프 속 경고만화의 범‘.. 을 알아요? 그 세대 아니지 않아요???

- 2021-09-10 14:08   좋아요 1 | URL
애석하게도! 저는 초등학교시절 비디오테이프 대여점 세대 ㅋㅋ 국민학교도 다녀본적 있습미다 ㅋㅋㅋㅋ

책읽는나무 2021-09-10 11:0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글 읽으면서도 좀 웃었는데 댓글들은 더 웃겨서 도대체 몇 번을 웃은 건지...ㅜㅜ
그나저나 제가 좋아하는 다락방님 회사 옥땅 풍경인 거죠?
오후 시간대인 건가요?
와~~아~~~풍경과 시간대의 색감 예뻐요.
해가 서산 넘어가면 딱 잘생긴 뱀파이어가 나타날 것 같군요^^

다락방 2021-09-10 11:47   좋아요 2 | URL
옥상 풍경은 아니고요, 음 제가 근무하는 사무실층입니다. 저희 회사가 사옥인데 제가 근무하는 층에 정원이 있답니다? 문 열고 정원으로 나서면 저렇게 양재천이 바로 보이고 하늘이 보내주는 바람을 온 몸으로 받으며 설 수 있어요. 크- 그리고 저 시간은 오늘 아침 이었어요. 아마 아침 일곱시경이었을 겁니다. 크- 오늘 좀 안개가 있는것 같았는데 그래서 저렇게 환상적인 풍경이 나온것 같아요.
아무튼 뱀파이어가 나오면 사이좋게 지내고 싶습니다. 피 빨리지 않으면서...

책읽는나무 2021-09-10 11:58   좋아요 1 | URL
이력서랑 자기 소개서랑 또 뭐가 필요하죠?????
정원이 딸린 그 층에 저도 서 있고 싶습니닷!!!!!!

다락방 2021-09-10 14:00   좋아요 2 | URL
정원 말고는 다른 장점이 1도 없는 회사입니다 ㅠㅠ 책나무님, 여기 오지 마시고 가까운 공원을 가시는 걸 적극 추천합니다 흑흑 ㅠㅠ 스트레스가 대박인 회사에요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새파랑 2021-09-10 11:3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다락방님의 뱀파이어 판타지라니 ㅋㅋㅋ 늑대인간은 좀 공감이 안되긴 하네요. 곳곳에 있는 39금 느낌이 🙄

다락방 2021-09-10 11:49   좋아요 3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39금 글이라면 자신 있습니다!! 빠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독서괭 2021-09-10 13:1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와 이 책 너무 재밌겠는데요. 저도 뱀파이어물 좀 좋아하긴 하는데, 트와일라잇은 그냥 그랬고, 미드 중에 <문라이트>라고 혹시 아세요? 인기가 없었는지 시즌1로 끝나버렸지만.. 제가 남주에게 흠뻑 빠졌던 뱀파이어물입니다. 늑대인간은 <틴울프>!! 너무나 좋아했어요. 저도 제가 왜 이런 존재를 좋아하는지 곰곰히 생각해봐야겠네요. 늑대인간은 아무래도 진짜 늑대나 개를 좋아하기 때문인 것 같은데, 흠.

다락방 2021-09-10 14:21   좋아요 1 | URL
문라이트는 처음 들어봐요. 제가 미드는 거의 안보거든요. ㅎㅎ
그렇지만 남주에게 흠뻑 빠졌다니, 검색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저는 국내에서 번역되다 만 책중에 ‘로렐 해밀턴‘의 애니타 시리즈 있거든요. [달콤한 죄악]이 첫번째 권인데, 이게 너무 좋은데 3권까지인가 나오다 다 중단되어 버리더라고요. 이거 너무 궁금한데요. 영어 공부 열심히 열심히 해서 원서로라도 읽어야겠어요. 여기서 애니타가 뱀파이어 헌터인데 뱀파이어가 자꾸만 ‘내 인간시종 해라‘이러면서 쫓아다녀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 보고싶다 ㅠㅠ

독서괭 2021-09-10 14:10   좋아요 1 | URL
우오 바로 검색 들어갔습니다. 다락방님 페이퍼가 있네요 ㅎㅎ 제목부터 넘 관능적. 전 수키시리즈도 미드로만 좀 보고 소설은 못 읽어봤어요. 아휴 근데 세권 내고 안 내주다니 너무하네요.. 뒤에 궁금해서 어쩌라고 ㅜㅜ 원서로는 계속 나오나봐요?

다락방 2021-09-10 14:22   좋아요 1 | URL
수키는 책이 진짜 재미있어요, 독서괭 님. 수키 성격이 아주 당차거든요. 아닌건 아니라고 바로 말하는 사람이고 자기 감정에 솔직한 사람이라서 진짜 제가 너무 사랑해마지않는 캐릭터입니다. 짱이에요. 물론 시리즈마다 남자가 바뀌긴 하지만, 이건 뭐 잭 리처도 그러잖아요? ㅋㅋㅋㅋㅋㅋㅋㅋ 수키시리즈 읽으면서 나름 머릿속에서 ‘이게 영화화된다면 수키는 제시카 알바, 빌은 폴 워커다‘ 라고 혼자 정했는데 드라마 주인공들 보고 화들짝 놀랐었지요. 저는 드라마는 시즌1의 1화인가 보다가 말았어요. 책을 워낙에 재미있게 읽어가지고 드라마에 몰입이 안되더라고요 ㅠㅠ

독서괭 2021-09-10 14:30   좋아요 1 | URL
그렇군요. 그렇다면 수키시리즈는 영어공부 하게 될 때 원서로다가.. 이러다 이거고 저거고 못 읽을 듯.. ㅋㅋ

다락방 2021-09-10 17:58   좋아요 1 | URL
제가 늘 수키 시리즈 페이퍼 한 번 써야겠다고 마음 먹고 있는데 계속 미루고만 있네요 ㅋㅋㅋ 조만간 쓸게요. 아 근데 초딩 조카가 한 권을 빌려갔어요. 흐음..

독서괭 2021-09-10 18:25   좋아요 1 | URL
오홋 페이퍼 기대할게요~!

단발머리 2021-09-11 09: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뱀파이어라면 제게는 톰 크루즈 보러 갔다가 브래드 피트에게 반했던 영화 <뱀파이어와의 인터뷰>가 떠오르네요. 잘생긴 남자 갑자기 송곳니 드러냅니다. 우아, 거기에 비하면 우리의 에드워드는 완전 순한맛이네요. 채식주의자 에드워드 ㅋㅋㅋㅋㅋㅋㅋㅋ뱀파이어가 상징하는 것에 대한 글도 재미있을 것 같아요. 뱀파이어의 특징, 뱀파이어의 매력, 뱀파이어의 함정, 뱀파이어의 한계 등등등등.
캐나다뷰 항상 애정합니다^^

다락방 2021-09-12 22:35   좋아요 0 | URL
오 저는 뱀파이어와의 인터뷰에서는 톰이 더 멋있었어요! 그 영화 보고 극장에서 실제로 자기 여자친구 가슴 깨물어서 흡혈하려고 했다던 남자 이야기를 기사로 읽었던 기억이 납니다. 아니 자기가 흡혈한다고 톰 처럼 되겠습니까? 쯧쯧...

저도 캐나다뷰 애정합니다. 그리고 단발머리님이 캐나다뷰 애정해주시는 걸 또 애정합니다. 후훗.

그레이스 2021-10-08 18: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축하합니다

새파랑 2021-10-08 18: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작가님 당선 축하드려요~!! 다부장님도 화이팅~!!

독서괭 2021-10-08 20: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축하드립니다^^ 얼마전 이 책 기대평이벤트에 장첨되어 전자책적립금을 받아서, 오늘 다락방님께 땡투하고 이책 샀습니다^^

thkang1001 2021-10-09 18: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락방님! 이 달의 당선작 선정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앞으로도 계속 좋은 작품 많이 써 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월요일에 남동생이 커피 떨어졌다고 해서 드립백 5입짜리 7개를 사서 보내줬는데 이 선물세트 뭐임 ㅜㅜ 할인도 되고 종류도 여러가지고 ㅜㅜ 내 돈 ㅠㅠ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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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yo 2021-09-09 20:42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이런 일이 왜 또 있었던 것 같지? 🤔

다락방 2021-09-09 20:54   좋아요 4 | URL
🤔🤔🤔🤔🤔🤔🤔🤔🤔🤔🤔🤔🤔🤔🤔🤔🤔🤔🤔

단발머리 2021-09-09 20:56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너무 알차서 속상하겠어요, 다락방님..... 너무 알차네요. 구성이 참 좋아 ㅠㅠㅠ

다락방 2021-09-09 21:01   좋아요 3 | URL
이런게 있는줄 진작 알지못한게 속상해요 ㅜㅜ 이게 훨씬좋은데 말입니다. 우앙 😭😭😭

Falstaff 2021-09-09 21:09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남동생 자꾸 챙겨주지 마세요. 버릇되요!!! ㅋㅋㅋ

다락방 2021-09-09 21:29   좋아요 4 | URL
폴스타프 님.. 이미 전 늦었어요… 저는 가끔 올케의 간식도 챙긴답니다..(올케랑 같은 회사) 하하하하하

scott 2021-09-09 21:14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퐐스타프님 말씀에 동감!
다락방님 부터 선물 받고 난후 주삼 333

다락방 2021-09-09 21:30   좋아요 4 | URL
제가 살면서 깨달은게 있다면 사랑은 내리사랑이라는 것입니다!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붕붕툐툐 2021-09-09 23:22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와~ 올케랑 같은 회사에서 이 회사는 가족 경영? 그렇담 다부장님은 사실 이 회사 ceo의 딸이지만, 밑바닥부터 충실히 배우기 위해 일하고 계시는 건가?🤔

잠자냥 2021-09-10 00:34   좋아요 1 | URL
그래서 내가 다부장지향이라니까요. ㅋㅋㅋㅋ

다락방 2021-09-10 05:37   좋아요 2 | URL
아.. 가난과 재채기와 사랑은 감출 수 없다더니 재벌도 그런가 봅니다. 그렇게나 소시민인척 연기하였지만 밑바닥부터 경영 수업 배우는 재벌의 딸인 거, 이렇게 티나네요. 좀 더 조심했어야 하는데.. 부디 저때문에 위화감 느끼지 마시기를 바랍니다. 전 근로자, 노동자의 편입니다!!

=3=3=3=3

잠자냥 2021-09-10 07:17   좋아요 1 | URL
부장님 이번 추석엔 알라딘 서재 이웃들에게 저 상자 하나씩 가볍게 쏘시죠~ 딸랑딸랑딸랑

다락방 2021-09-10 07:44   좋아요 1 | URL
그러면 제가 잘 사는 거 너무 티나서 곤란합니다. 저는 조용히, 없는듯 있는듯한 존재로 살고 싶어요.. 여러분께 드리고 싶은 마음은 태산과도 같으나, 조용히 살아가려면 그 마음을 넣어둬야 합니다.

그럼 이만..

붕붕툐툐 2021-09-10 07:56   좋아요 0 | URL
와~ 대반전! 어쩐지 서민이면 그렇게 책을 살 수는 없는 일이었어!!!!
40평 아파트도 사실 어디 아파트를 고를까 고민하는 거였어!!!!!!

다락방 2021-09-10 08:04   좋아요 1 | URL
툐툐님, 저는 보통의 서민들과 친하게 지내고 싶어요. 그러니 제가 재벌인건... 비밀로 해주시겠습니까? (찡긋)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syo 2021-09-10 23:47   좋아요 2 | URL
아..... 그렇게 숨기려고 노력했는데 결국 들키고 말았네. 이렇게 된 거 어쩌겠어요.

여러분, 다락방님 재벌이에요.
제가 그걸 알게 된 날, 재벌인데 책이나 한 권 사 달라고 그랬더니 아 글쎄 서점을 하나 사 주시더라구요.......
제가 뭐라고 이런 걸 다 사주시냐고 그랬더니, ˝뭐 서점 갖다 그래요, 내가 알라딘을 사 준 것도 아닌데.˝ 라고 하시더라구요......

여러분, 참지 말고, 얼른 다락방님한테 서점 하나 사달라고 하세요! 저처럼 책 사달라고 그랬다가 겨우 서점 하나 받고 땡치지 말고, 처음부터 서점 사달라고 그래요!

다락방 2021-09-12 22:35   좋아요 1 | URL
쇼님 때문에 뻥인거 다 뽀롱나게 됐잖아요. 너무 구라가 쎄잖아!!
 
사랑의 증거-교외에서의 격정적 죽음의 실화















격정적 이야기는 딱히 격정적으로 진행되지 않고 그런 책을 읽었노라 지나가면서 북클럽 멤버들 일상의 얘기, 그 동네 분위기 얘기가 나온다. 도대체 뱀파이어는 언제 나오고 어떻게 처단한다는건가 싶은데, 오오 이제 나오는 것 같다. 주인공 퍼트리샤의 옆집에 새로 살게 된 남자가 아마도 뱀파이어인 것 같다. 여차저차한 사정으로 인해서 퍼트리샤는 옆집의 새이웃 제임스와 인사하게 되고 그의 몇가지 일들을 도와주게 된다. 그리고는 책을 좋아하는 그를 자신들의 북클럽에 초대한다. 멤버들에게 의견을 묻지도 않고, 미리 양해를 구하지도 않고. 갑작스런 그의 방문에 북클럽 멤버들도 좀 당황스러워하고 다소 무례하기도 한데, 이 책에서 이게 그렇게 큰 일은 아니었지만, 나는 개인적으로 이런거 진짜 너무 싫어해서 짜증났다. a 랑 만나기로 했는데 갑자기 b 도 그 자리에 말도 없이 나와있다? 딥빡이 오는거죠.. a 까지 싫어져버림... 되게 그런거 아무렇지도 않게 생각하면서 말도 없이 친구 데리고 나오고 이러는거 진짜 너무 싫어한다. 여튼, 문제는 그게 아니고.



에인 랜드를 좋아한다는 제임스가 이번 북클럽에 새로 참가하게 되었는데, 아하하하하하하하하하, 이번 책은 그동안의 책들과 달리 분위기를 바꿔 '로버트 제임스 월러'의《매디슨 카운티의 다리》인 것이었던 것이었다. 아하하하하하하하하하. 사실 이 호러북클럽이 읽는 책들이 진짜 존재하는 책인지도 모르겠는 정도로 모르는 책들을 수두룩하게 언급하는데, 아니, 내가 읽은 책이 나오다니. 너무 씐나는 것이다. 게다가 다른 책들에 대해 그렇게 크게 의견이나 줄거리가 그동안엔 나오지 않았는데,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에 대해서는 아주 격렬한 의견이 오고가는 것이다.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에 대해서라면 나도 원작인 책을 읽고 리뷰를 쓴 적이 있다. → https://blog.aladin.co.kr/fallen77/8954224


영화가 있다는 것은 알고 있지만 부러 보지 않았다. 보고 싶지 않았다. 나는 도저히 클린트 이스트우드의 로맨스를 볼 자신이 없어.. 진짜 보고싶지 않은게 있다면 그거슨 바로 클린트 이스트우드의 로맨스..육체적 사랑... 으 .. 보고 싶지 않아.. 그래서 나는 책만 읽기로 하였는데, 저 리뷰를 보면 알겠지만, 책도 영 별로다. 별 셋짜리.. 그런데 왜때문에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는 후속작도 나오고 영화도 나오고 그토록 많은 사람이 읽었는가. 알 수 없는 노릇이다. 완전 자기 로망실현 남자문학인데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무튼, 이 호러북클럽 여성들이 그동안의 책들과는 다른 이 로맨스 소설을 읽기로 한다. 멤버중에 한 명이 원해서 ㅋㅋ 그리고 그 책을 읽은 멤버들의 감상을 우리 한 번 들어보자.



슬리크가 제임스에게 우리 나중에 다시 얘기해요 미소를 보냈다.
"자기들 전부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가 그저 너무 좋지 않았어?" 슬리크가 물었다. "지난달 책 다음에 이걸 읽으니 마음이어찌나 편하던지. 그저 훌륭하고 예스러운 남녀의 러브스토리."
"연쇄살인마인 게 분명한 남자가 나오는." 키티가 말하며 제임스를 빤히 쳐다보았다.
"내 생각에는 세상이 너무 빨리 변하니까 사람들한테 희망적인 얘기가 필요한 것 같아." 슬리크가 말했다.
"이 마을 저 마을 옮겨다니며 여자를 꾀고 죽이는 미치광이에관한." 키티가 덧붙였다.
"그게." 슬리크가 당혹스러움 속에서 수첩을 내려다보며 목청을 재차 가다듬었다. "우리가 이 책을 선택한 건 낯선 타인인 두사람 사이에 존재할 수 있었던 강력한 끌림에 대해 얘기하기 때문이잖아."
"우리가 이 책을 선택한 건 당신이 이 책 얘기 좀 그만하게 만들려고 그런 거지." 메리엘런이 말했다.
"나는 그가 연쇄살인범이라는 실질적인 증거는 전혀 없다고보는데." 슬리크가 말했다.
키티가 연분홍색 포스트잇이 빽빽이 붙은 제 책을 집어들어허공에 대고 흔들며 말했다.
"그에게는 가족관계라는 게 없어. 뿌리도 없고, 과거도 없지. 속한 교회조차 없어. 요즘 세상에 아주 의심스러운 거라고, 이번에 새로 나온 운전면허증 봤어? 작게 홀로그램이 박혀 있어. 그냥 종잇장 하나가 면허증이던 시절도 기억이 생생한데. 이제 우리 사회는 등록된 거주지도 없이 사람들을 어슬렁거리게 두지 않아. 더는 아니지."
"주인공한테 등록된 거주지가 있거든요." 슬리크의 저항에도키티가 계속했다.
"그리고 이 남자가 마을에 당당히 입성하는데, 자기들 그거 눈치챘어? 남자가 아무하고도 말 안 섞는 거? 그 대신 혼자인 프란체스카를 겨냥하지. 이런 부류들이 원래 그러니까. 유약한 여자를 찾아서 ‘우연한 만남을 연출해. 어찌나 부드럽고 매혹적으로구는지 여자는 그를 집으로 초대하고 말아. 남자가 막상 여자 집에 방문할 때는 무진장 조심하면서 아무도 못 볼 곳에 트럭을 댄다고. 그래놓고 여자를 이층으로 데려가서 며칠이고 이 짓 저 짓을 해대지."
"이건 낭만적인 얘기라고." 슬리크가 말했다.
"내 생각에 그 남자는 정신박약이야." 키티가 말했다. "로버트킨케이드는 카메라를 아령으로 쓰고 기타로 포크송을 연주해. 어렸을 때는 프랑스 카바레 클럽의 노래를 불렀고, 제 귀에 즐거운‘ 문구들로 자기 방 벽을 채웠어. 그 남자의 짠한 부모들을 떠올려봐." (p.152-153)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가 주는 교훈은, 메리엘런이 말했다.
"남자가 모든 얘기를 독차지한다는 거야. 프란체스카의 일생은고작 한 페이지로 요약이 끝나. 자식들이 있고 이탈리아에서 2차대전도 버텨낸 여자인데. 근데 이 남자가 한 거라고는 이혼이 전부야. 그리고 어쩌면 살인, 키티의 말에 따르면, 하지만 남자는매 챕터에서 제 인생 얘기를 하고 또 한다고."
"그게, 주인공이니까 그렇지." 슬리크가 말했다.
"왜 항상 남자가 주인공이어야 하지?" 메리엘런이 물었다.
"프란체스카의 삶도 그 남자 인생만큼이나 흥미로운데."
"여자들이 할말이 있거든 그냥 할 줄도 알아야 해." 슬리크가말했다. "꼭 누군가 판을 벌여주길 기다릴 필요는 없어. 로버트킨케이드한테는 숨겨진 깊이가 있잖아."

"일단 남자 속옷깨나 빨아봤으면 숨겨진 깊이에 대한 슬픈 진실을 깨닫게 되는 법인데." 키티가 말했다.
"그는……" 슬리크가 더듬거리며 할말을 찾았다. "그는 채식주의자야. 나는 채식주의자 남자는 본 적이 없는 것 같아."
블루 덕분에 퍼트리샤는 키티가 다음으로 할말을 정확히 알았다.
"히틀러도 채식주의자였거든." 이로써 키티가 자신의 논증에 마침표를 찍었다. "퍼트리샤, 자기라면 집 현관에 나타난 낯선남자랑 바람을 피우겠어? 곁에 사람이라고는 없고, 본인이 채식주의자라고 말하는 남자랑? 최소한 남자의 운전면허증이라도 먼저 확인해보고 싶을 거야, 그렇지 않아?" (p.154-155)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좋군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좋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니 근데 그렇지 않나요. 집에도 집근처에도 아무도 없는데 낯선 남자를 그냥 선뜻.. 명함이라도 달라고 해서 직장에 전화라도 해봐야 하는거 아닌가. 남자 속옷 빨아봤으면 숨겨진 깊이 따위... ㅋㅋㅋㅋㅋ

아무튼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 읽고 로버트 킨케이드 연쇄살인마 라고 하는거 너무 재미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 누가 꼭 이런 영화를 만들어줬으면 좋겠다. 아, 이 북클럽 멤버들 너무 마음에 들어버리는 것.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 책에 대한 감상 말고도 여러가지 뼈를 때리는 사실들이 툭툭 튀어나온다. 일례로, 퍼트리샤는 정신이 오락가락하는 시어머니를 모시고 있다. 이 시어머니를 돌보게 너무 힘든데 남편이 어머니로부터 극진한 보살핌을 받았던 관계이며 동시에 남편의 형제들은 시어머니를 모시지 않겠다고 해 남편의 의견을 존중해서 모시는건데, 이 시어머니는 여러가지 문제를 일으키고 이 독서모임에서도 마찬가지, 나체로 찾아와 행패를 부리는 시어머니를 제자리에 모시느라 힘이 다 빠진 상황. 그녀는 생각한다. 왜 남편은 이 자리에 없을까? 니가 모시자고 한 니네 엄만데 왜 돌보는 것은 너의 몫이 아닌거니?



카터는 왜 여기 없었나? 그의 어머니였다. 미스 메리의 이런 모습을 그도 봐야 했다. 그랬다면 이 일이 자신들만으로는 역부족임을 그 역시 이해했을지도. -p.161



게다가 늦은밤, 퍼트리샤와 아이들만 있는 집에 정체모를 남자가 기웃댄다. 지붕 위에서 움직이기도 한다. 아이들과 퍼트리샤는 두렵다. 할 수 있는 최대한의 속도로 집의 모든 문을 잠그고 아이들과 옆에 있으면서 경찰에 신고하는데, 경찰이 와서 수색했을 때는 집 근처에 낯선 남자가 없었다. 밤늦게 집에 돌아와 경찰들이 있는 걸 본 남편은 퍼트리샤에게 불만스레 얘기한다.



"근데 굳이 경찰력까지 동원해야 했어? 맙소사, 패티, 이웃들은 내가 마누라나 두들겨패는 인간이라고 생각할 거야." (p.172)


퍼트리샤의 남편은 특별히 나쁜 남편은 아니다. 자기를 잘 보살펴준 엄마를 돌보고 싶은 사람이고 가족들과도 좋은 집에서 살고 싶은 그런 평범한 남자1이다. 그런데 이 남자는 정작 자기 어머니 때문에 힘이 들 때는 언제나 그자리에 없고, 가족들이 두려움에 떨 때 역시 그 자리에 없다. 그러면서 혹시라도 남들 눈에 자기가 아내 때리는 남자로 보일까봐 짜증이 나서, 그 두려운 상황에 왜 경찰을 불렀느냐고 잔소리를 하는거다. 그런데 저런 남편은 어디가서 나쁜 남편이라고 욕먹지 않는다. 우리가 말하는 나쁜 남편 축에 그는 끼지 않는다.



나는 '최은영' 의 《밝은 밤》속 구절을 떠올렸다.





엄마는 남자와 사는 삶에 희망이 있는 것처럼 말하곤 했지만, 그 말을 가만히 들어보면 도리어 엄마야말로 남자에 대한 희망이 없는 사람 같았다. 때리지 않고 도박하지 않고 바람피우지 않는 남자만 되어도 족하다니, 인간 존재에 대한 그런 체념이 또 어디 있을까. - 《밝은 밤》, 최은영, P17






나쁜 남자 안되기, 좋은 남자 되기 참 쉽다. 때리지 않고 도박하지 않고 바람피우지 않는 남자만 되어도 내 남자는 그나마 나은 남자.. 되어버려.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그야말로 인간 존재에 대한 체념이로다.

정말 징그럽다 징그러워.





아무튼 옆집 사는 남자가 뱀파이어인것 같은데... 그런데 퍼트리샤의 삶에 점점 깊숙이 스며들고 있어서..이를 참 어쩌나 싶다. 이 이야기는 앞으로 어떻게 전개되려나.

이 책의 목차는 이들이 함께 읽을 책들의 제목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507페이지에 무려 《화성에서 온 남자, 금성에서 온 여자》가 있다. 와우- 이 책 내가 오만년전에 읽으려고 시도했다가 열장도 못읽고 던져버린 책인데, 호러북클럽이 이 책을 읽으면서는 어떤 이야기가 전개될지 너무 궁금하다. 너무 기대돼. 어서 빨리 화성남자금성여자 부분 읽고 싶다. 그렇지만 나는 아직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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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냥 2021-09-08 09:23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같이 만날 사람(들) 의견 묻지도 않고 다른 사람 떡하니 데리고 나오는 행동 저도 엄청 싫어해요. 그 사람 싫어짐. 진심으로 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21-09-08 09:29   좋아요 3 | URL
아오 정말 너무 싫어요. 그런 식으로 막 끼어들게 하거나 끼어드는 거 진짜 너무 싫음요. 그런거 아무렇지도 않게 생각하는것도 딱 질색팔색이에요. 으...

독서괭 2021-09-08 10:08   좋아요 2 | URL
저도 그런 거 싫어합니다. 민폐..!!

독서괭 2021-09-08 10:0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매디슨카운티 저는 안 읽고 안 봤지만, 그에 대한 논평이 참 재밌네요. 연쇄살인마 맞는 듯 ㅋㅋ 프로파일링 하면 연쇄살인마라고 나올 듯 ㅋㅋ
인간 존재에 대한 체념, 뼈때리는 표현이네요.
과연 퍼트리샤의 다음 행보는..?? 연속극 보는 느낌으로 기다립니다~~

다락방 2021-09-08 11:50   좋아요 1 | URL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는 딱히 재미있지도 않아요. 일생의 사랑이라는 점에서, 나흘간 함께하고 남은 평생을 그리워한다는 데에서 아마도 많은 사람들이 좋아했던게 아닐까 싶습니다.
차 끌고 혼자 다니면서 혼자 있는 여자들 공략해 죽이는 연쇄살인마로 상상하는게 너무 재미있었고 또 당연해 보여요 ㅋㅋㅋㅋㅋ

도대체 언제 뱀파이어 때려부순다는건지 궁금하네요. 백페이지 넘어가도 아직 뱀파이어 존재조차 안나왔어요! 초조하게 말입니다. ㅎㅎ

- 2021-09-08 13:2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으아 이책 너무 좋은데요? (꼴깍) 물론 또 에 또 이걸 읽으려면 다른 책들을 읽고 읽으면 더 잼 날 거 같은 생각이 들긴해서 좀 구렇지만 ㅋㅋㅋㅋㅋ 흥미진진!!!

다락방 2021-09-08 14:59   좋아요 2 | URL
이놈의 회사를 매일 다니는 통에 책 읽을 시간 없어서 미치겠네요. 저는 화성남자 부분에서 어떤 이야기가 펼쳐질지 너무 궁금해서 돌아버리겠다능 ㅋㅋㅋㅋㅋ 아무튼 제가 얼른 읽고 또 페이퍼 쓰도록 하겠습니다. 으하하핫.