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증거-교외에서의 격정적 죽음의 실화















격정적 이야기는 딱히 격정적으로 진행되지 않고 그런 책을 읽었노라 지나가면서 북클럽 멤버들 일상의 얘기, 그 동네 분위기 얘기가 나온다. 도대체 뱀파이어는 언제 나오고 어떻게 처단한다는건가 싶은데, 오오 이제 나오는 것 같다. 주인공 퍼트리샤의 옆집에 새로 살게 된 남자가 아마도 뱀파이어인 것 같다. 여차저차한 사정으로 인해서 퍼트리샤는 옆집의 새이웃 제임스와 인사하게 되고 그의 몇가지 일들을 도와주게 된다. 그리고는 책을 좋아하는 그를 자신들의 북클럽에 초대한다. 멤버들에게 의견을 묻지도 않고, 미리 양해를 구하지도 않고. 갑작스런 그의 방문에 북클럽 멤버들도 좀 당황스러워하고 다소 무례하기도 한데, 이 책에서 이게 그렇게 큰 일은 아니었지만, 나는 개인적으로 이런거 진짜 너무 싫어해서 짜증났다. a 랑 만나기로 했는데 갑자기 b 도 그 자리에 말도 없이 나와있다? 딥빡이 오는거죠.. a 까지 싫어져버림... 되게 그런거 아무렇지도 않게 생각하면서 말도 없이 친구 데리고 나오고 이러는거 진짜 너무 싫어한다. 여튼, 문제는 그게 아니고.



에인 랜드를 좋아한다는 제임스가 이번 북클럽에 새로 참가하게 되었는데, 아하하하하하하하하하, 이번 책은 그동안의 책들과 달리 분위기를 바꿔 '로버트 제임스 월러'의《매디슨 카운티의 다리》인 것이었던 것이었다. 아하하하하하하하하하. 사실 이 호러북클럽이 읽는 책들이 진짜 존재하는 책인지도 모르겠는 정도로 모르는 책들을 수두룩하게 언급하는데, 아니, 내가 읽은 책이 나오다니. 너무 씐나는 것이다. 게다가 다른 책들에 대해 그렇게 크게 의견이나 줄거리가 그동안엔 나오지 않았는데,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에 대해서는 아주 격렬한 의견이 오고가는 것이다.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에 대해서라면 나도 원작인 책을 읽고 리뷰를 쓴 적이 있다. → https://blog.aladin.co.kr/fallen77/8954224


영화가 있다는 것은 알고 있지만 부러 보지 않았다. 보고 싶지 않았다. 나는 도저히 클린트 이스트우드의 로맨스를 볼 자신이 없어.. 진짜 보고싶지 않은게 있다면 그거슨 바로 클린트 이스트우드의 로맨스..육체적 사랑... 으 .. 보고 싶지 않아.. 그래서 나는 책만 읽기로 하였는데, 저 리뷰를 보면 알겠지만, 책도 영 별로다. 별 셋짜리.. 그런데 왜때문에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는 후속작도 나오고 영화도 나오고 그토록 많은 사람이 읽었는가. 알 수 없는 노릇이다. 완전 자기 로망실현 남자문학인데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무튼, 이 호러북클럽 여성들이 그동안의 책들과는 다른 이 로맨스 소설을 읽기로 한다. 멤버중에 한 명이 원해서 ㅋㅋ 그리고 그 책을 읽은 멤버들의 감상을 우리 한 번 들어보자.



슬리크가 제임스에게 우리 나중에 다시 얘기해요 미소를 보냈다.
"자기들 전부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가 그저 너무 좋지 않았어?" 슬리크가 물었다. "지난달 책 다음에 이걸 읽으니 마음이어찌나 편하던지. 그저 훌륭하고 예스러운 남녀의 러브스토리."
"연쇄살인마인 게 분명한 남자가 나오는." 키티가 말하며 제임스를 빤히 쳐다보았다.
"내 생각에는 세상이 너무 빨리 변하니까 사람들한테 희망적인 얘기가 필요한 것 같아." 슬리크가 말했다.
"이 마을 저 마을 옮겨다니며 여자를 꾀고 죽이는 미치광이에관한." 키티가 덧붙였다.
"그게." 슬리크가 당혹스러움 속에서 수첩을 내려다보며 목청을 재차 가다듬었다. "우리가 이 책을 선택한 건 낯선 타인인 두사람 사이에 존재할 수 있었던 강력한 끌림에 대해 얘기하기 때문이잖아."
"우리가 이 책을 선택한 건 당신이 이 책 얘기 좀 그만하게 만들려고 그런 거지." 메리엘런이 말했다.
"나는 그가 연쇄살인범이라는 실질적인 증거는 전혀 없다고보는데." 슬리크가 말했다.
키티가 연분홍색 포스트잇이 빽빽이 붙은 제 책을 집어들어허공에 대고 흔들며 말했다.
"그에게는 가족관계라는 게 없어. 뿌리도 없고, 과거도 없지. 속한 교회조차 없어. 요즘 세상에 아주 의심스러운 거라고, 이번에 새로 나온 운전면허증 봤어? 작게 홀로그램이 박혀 있어. 그냥 종잇장 하나가 면허증이던 시절도 기억이 생생한데. 이제 우리 사회는 등록된 거주지도 없이 사람들을 어슬렁거리게 두지 않아. 더는 아니지."
"주인공한테 등록된 거주지가 있거든요." 슬리크의 저항에도키티가 계속했다.
"그리고 이 남자가 마을에 당당히 입성하는데, 자기들 그거 눈치챘어? 남자가 아무하고도 말 안 섞는 거? 그 대신 혼자인 프란체스카를 겨냥하지. 이런 부류들이 원래 그러니까. 유약한 여자를 찾아서 ‘우연한 만남을 연출해. 어찌나 부드럽고 매혹적으로구는지 여자는 그를 집으로 초대하고 말아. 남자가 막상 여자 집에 방문할 때는 무진장 조심하면서 아무도 못 볼 곳에 트럭을 댄다고. 그래놓고 여자를 이층으로 데려가서 며칠이고 이 짓 저 짓을 해대지."
"이건 낭만적인 얘기라고." 슬리크가 말했다.
"내 생각에 그 남자는 정신박약이야." 키티가 말했다. "로버트킨케이드는 카메라를 아령으로 쓰고 기타로 포크송을 연주해. 어렸을 때는 프랑스 카바레 클럽의 노래를 불렀고, 제 귀에 즐거운‘ 문구들로 자기 방 벽을 채웠어. 그 남자의 짠한 부모들을 떠올려봐." (p.152-153)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가 주는 교훈은, 메리엘런이 말했다.
"남자가 모든 얘기를 독차지한다는 거야. 프란체스카의 일생은고작 한 페이지로 요약이 끝나. 자식들이 있고 이탈리아에서 2차대전도 버텨낸 여자인데. 근데 이 남자가 한 거라고는 이혼이 전부야. 그리고 어쩌면 살인, 키티의 말에 따르면, 하지만 남자는매 챕터에서 제 인생 얘기를 하고 또 한다고."
"그게, 주인공이니까 그렇지." 슬리크가 말했다.
"왜 항상 남자가 주인공이어야 하지?" 메리엘런이 물었다.
"프란체스카의 삶도 그 남자 인생만큼이나 흥미로운데."
"여자들이 할말이 있거든 그냥 할 줄도 알아야 해." 슬리크가말했다. "꼭 누군가 판을 벌여주길 기다릴 필요는 없어. 로버트킨케이드한테는 숨겨진 깊이가 있잖아."

"일단 남자 속옷깨나 빨아봤으면 숨겨진 깊이에 대한 슬픈 진실을 깨닫게 되는 법인데." 키티가 말했다.
"그는……" 슬리크가 더듬거리며 할말을 찾았다. "그는 채식주의자야. 나는 채식주의자 남자는 본 적이 없는 것 같아."
블루 덕분에 퍼트리샤는 키티가 다음으로 할말을 정확히 알았다.
"히틀러도 채식주의자였거든." 이로써 키티가 자신의 논증에 마침표를 찍었다. "퍼트리샤, 자기라면 집 현관에 나타난 낯선남자랑 바람을 피우겠어? 곁에 사람이라고는 없고, 본인이 채식주의자라고 말하는 남자랑? 최소한 남자의 운전면허증이라도 먼저 확인해보고 싶을 거야, 그렇지 않아?" (p.154-155)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좋군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좋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니 근데 그렇지 않나요. 집에도 집근처에도 아무도 없는데 낯선 남자를 그냥 선뜻.. 명함이라도 달라고 해서 직장에 전화라도 해봐야 하는거 아닌가. 남자 속옷 빨아봤으면 숨겨진 깊이 따위... ㅋㅋㅋㅋㅋ

아무튼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 읽고 로버트 킨케이드 연쇄살인마 라고 하는거 너무 재미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 누가 꼭 이런 영화를 만들어줬으면 좋겠다. 아, 이 북클럽 멤버들 너무 마음에 들어버리는 것.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 책에 대한 감상 말고도 여러가지 뼈를 때리는 사실들이 툭툭 튀어나온다. 일례로, 퍼트리샤는 정신이 오락가락하는 시어머니를 모시고 있다. 이 시어머니를 돌보게 너무 힘든데 남편이 어머니로부터 극진한 보살핌을 받았던 관계이며 동시에 남편의 형제들은 시어머니를 모시지 않겠다고 해 남편의 의견을 존중해서 모시는건데, 이 시어머니는 여러가지 문제를 일으키고 이 독서모임에서도 마찬가지, 나체로 찾아와 행패를 부리는 시어머니를 제자리에 모시느라 힘이 다 빠진 상황. 그녀는 생각한다. 왜 남편은 이 자리에 없을까? 니가 모시자고 한 니네 엄만데 왜 돌보는 것은 너의 몫이 아닌거니?



카터는 왜 여기 없었나? 그의 어머니였다. 미스 메리의 이런 모습을 그도 봐야 했다. 그랬다면 이 일이 자신들만으로는 역부족임을 그 역시 이해했을지도. -p.161



게다가 늦은밤, 퍼트리샤와 아이들만 있는 집에 정체모를 남자가 기웃댄다. 지붕 위에서 움직이기도 한다. 아이들과 퍼트리샤는 두렵다. 할 수 있는 최대한의 속도로 집의 모든 문을 잠그고 아이들과 옆에 있으면서 경찰에 신고하는데, 경찰이 와서 수색했을 때는 집 근처에 낯선 남자가 없었다. 밤늦게 집에 돌아와 경찰들이 있는 걸 본 남편은 퍼트리샤에게 불만스레 얘기한다.



"근데 굳이 경찰력까지 동원해야 했어? 맙소사, 패티, 이웃들은 내가 마누라나 두들겨패는 인간이라고 생각할 거야." (p.172)


퍼트리샤의 남편은 특별히 나쁜 남편은 아니다. 자기를 잘 보살펴준 엄마를 돌보고 싶은 사람이고 가족들과도 좋은 집에서 살고 싶은 그런 평범한 남자1이다. 그런데 이 남자는 정작 자기 어머니 때문에 힘이 들 때는 언제나 그자리에 없고, 가족들이 두려움에 떨 때 역시 그 자리에 없다. 그러면서 혹시라도 남들 눈에 자기가 아내 때리는 남자로 보일까봐 짜증이 나서, 그 두려운 상황에 왜 경찰을 불렀느냐고 잔소리를 하는거다. 그런데 저런 남편은 어디가서 나쁜 남편이라고 욕먹지 않는다. 우리가 말하는 나쁜 남편 축에 그는 끼지 않는다.



나는 '최은영' 의 《밝은 밤》속 구절을 떠올렸다.





엄마는 남자와 사는 삶에 희망이 있는 것처럼 말하곤 했지만, 그 말을 가만히 들어보면 도리어 엄마야말로 남자에 대한 희망이 없는 사람 같았다. 때리지 않고 도박하지 않고 바람피우지 않는 남자만 되어도 족하다니, 인간 존재에 대한 그런 체념이 또 어디 있을까. - 《밝은 밤》, 최은영, P17






나쁜 남자 안되기, 좋은 남자 되기 참 쉽다. 때리지 않고 도박하지 않고 바람피우지 않는 남자만 되어도 내 남자는 그나마 나은 남자.. 되어버려.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그야말로 인간 존재에 대한 체념이로다.

정말 징그럽다 징그러워.





아무튼 옆집 사는 남자가 뱀파이어인것 같은데... 그런데 퍼트리샤의 삶에 점점 깊숙이 스며들고 있어서..이를 참 어쩌나 싶다. 이 이야기는 앞으로 어떻게 전개되려나.

이 책의 목차는 이들이 함께 읽을 책들의 제목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507페이지에 무려 《화성에서 온 남자, 금성에서 온 여자》가 있다. 와우- 이 책 내가 오만년전에 읽으려고 시도했다가 열장도 못읽고 던져버린 책인데, 호러북클럽이 이 책을 읽으면서는 어떤 이야기가 전개될지 너무 궁금하다. 너무 기대돼. 어서 빨리 화성남자금성여자 부분 읽고 싶다. 그렇지만 나는 아직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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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냥 2021-09-08 09:23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같이 만날 사람(들) 의견 묻지도 않고 다른 사람 떡하니 데리고 나오는 행동 저도 엄청 싫어해요. 그 사람 싫어짐. 진심으로 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21-09-08 09:29   좋아요 3 | URL
아오 정말 너무 싫어요. 그런 식으로 막 끼어들게 하거나 끼어드는 거 진짜 너무 싫음요. 그런거 아무렇지도 않게 생각하는것도 딱 질색팔색이에요. 으...

독서괭 2021-09-08 10:08   좋아요 2 | URL
저도 그런 거 싫어합니다. 민폐..!!

독서괭 2021-09-08 10:0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매디슨카운티 저는 안 읽고 안 봤지만, 그에 대한 논평이 참 재밌네요. 연쇄살인마 맞는 듯 ㅋㅋ 프로파일링 하면 연쇄살인마라고 나올 듯 ㅋㅋ
인간 존재에 대한 체념, 뼈때리는 표현이네요.
과연 퍼트리샤의 다음 행보는..?? 연속극 보는 느낌으로 기다립니다~~

다락방 2021-09-08 11:50   좋아요 1 | URL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는 딱히 재미있지도 않아요. 일생의 사랑이라는 점에서, 나흘간 함께하고 남은 평생을 그리워한다는 데에서 아마도 많은 사람들이 좋아했던게 아닐까 싶습니다.
차 끌고 혼자 다니면서 혼자 있는 여자들 공략해 죽이는 연쇄살인마로 상상하는게 너무 재미있었고 또 당연해 보여요 ㅋㅋㅋㅋㅋ

도대체 언제 뱀파이어 때려부순다는건지 궁금하네요. 백페이지 넘어가도 아직 뱀파이어 존재조차 안나왔어요! 초조하게 말입니다. ㅎㅎ

공쟝쟝 2021-09-08 13:2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으아 이책 너무 좋은데요? (꼴깍) 물론 또 에 또 이걸 읽으려면 다른 책들을 읽고 읽으면 더 잼 날 거 같은 생각이 들긴해서 좀 구렇지만 ㅋㅋㅋㅋㅋ 흥미진진!!!

다락방 2021-09-08 14:59   좋아요 2 | URL
이놈의 회사를 매일 다니는 통에 책 읽을 시간 없어서 미치겠네요. 저는 화성남자 부분에서 어떤 이야기가 펼쳐질지 너무 궁금해서 돌아버리겠다능 ㅋㅋㅋㅋㅋ 아무튼 제가 얼른 읽고 또 페이퍼 쓰도록 하겠습니다. 으하하핫.