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영화는 난해하다고 말하기엔 좋고 좋다고 말하기엔 난해하다. 어쨌든 난해한것 보다는 좋다는 쪽에 더 점수를 주고 싶긴 한데, 그렇다면 그 '좋다'는 것은 대체 어떤 종류의 단어들로 표현할 수 있을것인가 하면 대답을 할 수가 없다. 이 영화가 좋은 이유를 명확한 단어로 설명할 수가 없는것이다. 슬픈가? 아름다운가? 안타까운가? 잘 모르겠다. 그런데 좋고, 그래서 난해하다. 

우스개소리로 친구들과 지인들과 혹은 식구들과, 부자로 살기 위해서는 부자로 태어나거나 사기를 쳐야만 한다고 대화하곤 했었는데, 이건 그저 웃자고 하는 말이 아님은 틀림없다. 회사를 다니면서 월급을 받고, 그것들을 차곡차곡 모아서 집을 사고 재산을 불리고 넉넉한 돈을 쌓아두는 일이 가능할까? 아니, 그것은 가능하지 않다. 월급이 오르면 물가는 더 올라있다. 내 월급은 십년전에 비해 두배가 되었지만, 그렇다면 지금 월급에서 십년전 월급을 뺀 차액을 모으고 있는가 하면 천만의 말씀이다.  

아프리카에서도 중국에서도, 그곳의 가난한 사람들은 그 가난이 지긋지긋해서 그 삶을 피해보자고 스페인에 왔지만, 여기서도 그들은 끊임없이 가난하다. 지하실의 창고 하나에 열명도 넘는 사람이 다같이 함께 모여서 잠들고, 그들은 하루중 열여섯시간을 일한다. 그렇게 몸이 부서져라 일하는데 그들이 조금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는 돈이 모이게 될까? 아니, 그렇지 않다. 그들은 게다가 그 지하실 창고에서 자신들이 죽는지도 모르는채로 죽음을 맞게된다. 그들은 가난하게 태어났고 가난하게 살다가 가난하게 죽는다. 게다가 그 죽음에는 어떤 애도도 없었고 제대로 된 장례조차 없었다. 그들의 시신은 스페인의 파도를 맞으며 쓸쓸하게 떠 있을 뿐이다. 

이 영화속의 또 하나의 이야기는 '죽은 영혼과 대화하는' 것이 가능한가 하는것인데, 이 영화를 다 보고나서 아니, 사실은 그 전부터 나는 어떤이들에게 그것은 가능할 것이라고 믿어왔다. 누군가는 할 것 같다. 원하든 원하지 않든간에 죽은자의 영혼이 하늘로 가기전 내뱉는 말들을, 어딘가에서 누군가는 듣고 있지 않을까? 

 

 

사실 다른 책들을 읽다가 자꾸만 멈춰서, 그것들을 다 읽기전까지는 하루키를 집어들지 말자고 내심 혼자 아무도 모르는 결심 따위를 해보았는데, 어쩔수 없겠더라, 나는 일요일 오후, 조카를 집에 보내고 낮잠을 잔 후 일어나서 이 책을 펼쳤다. 그리고 조금, 아주 조금 읽었다. 

얼마전, 마노아님의 영화 [도가니] 리뷰에서, 마노아님의 친구는 (내가 제대로 기억하는게 맞다면)왜 그 소설은 영화보다 힘이 없었는가, 왜 그정도밖에 하지 못했는가 하는 뉘앙스로 얘기를 하셨다는 글을 읽은 적이 있는데, 문학의 힘은 모두를 혹은 세상을 바꾸는데서 나타나는 건 아니라고 보여진다. 각자의 매체가 가진 힘은 저마다의 위치에서 하게 되는 일이 다를텐데, [도가니]를 예로 들자면, 그 영화의 파급 효과는 분명 책보다 컸지만, 그 영화 자체가 책에서 나온 것임은 무시할 수 없는 부분이다. 독자나 관객이 그것을 접하고 받아들이는 데 무리가 없다면, 그것들은 저마다의 자리에서 제 할일을 하고 있다. 내가 제대로 설명할 수 없는 이 부분에 대해서, 내가 사랑해마지 않는 무라카미 하루키가 아주 제대로 써줬다. 역시 하루키로구나. 

 

문학은 대부분의 경우 현실적인 도움은 되지 않는다. 일례로 전쟁이나 학살이나 사기나 편견을 눈에 보이는 형태로 제지하지는 못했다. 그런 의미에서 문학은 무력하다고 말할 수도 있다. 역사적인 즉효성은 거의 없다. 그러나 적어도 문학은 전쟁이나 학살이나 사기나 편견을 만들어내지는 않았다. 거꾸로 그런 것들에 대항하는 무언가를 만들어내기 위해 지치지 않고 꾸준한 노력을 계속해왔다. 물론 거기에는 시행착오가 있고, 자기모순이 있고, 내분이 있고, 이단이나 탈선도 있었다. 그래도 전체적으로 문학은 인간 존재의 존엄의 핵을 희구해왔다. 문학이라는 것 안에는 그렇게 계속성 안에서(그 안에서만)언급되어야 할 강력한 특질이 있다.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pp.29-30) 

나는 무라카미 하루키를 좋아하고, 그의 소설 대부분을 두번 이상씩 읽었지만, 노벨문학상에 하루키가 거론될 때마다 갸웃했었다. 그의 소설이 '노벨문학상'을 받을만큼(그것의 권위가 절대적이든 아니든) 그정도의 어떤 문학성을 하루키가 가지고 있는것일까, 하는 생각을 했던 것이다. 그런것을 어떻게 명확하게 설명해야 할지 모르겠지만, 내가 그동안 읽은 책들과 그것들에 대한 느낌만으로 판단하자면 내가 보기에는 코맥 매카시는 문학상에 근접하고 하루키는 그렇지 못하다, 하는 것이었다. 그런데 하루키의 이 잡문집을 읽으면서 나는 내 생각이 잘못되있음을, 적어도 나는 내가 제대로 알지도 못하며서 나름대로 판단해왔음을 느꼈다. 하루키는 하루키대로 (왜 아니겠는가!) 문학에 대해 생각하고 고민하고 그리고 글을 쓰고 있었다. 그의 '잡문집'에서 그것을 확인하는 것은 새삼 놀랍고 또 믿음직스러웠다. 아, 물론 아직 나는 하루키의 잡문집을 50페이지도 채 읽지 않았고, 그러면서 생각한거긴 하지만. 

 

금요일에는 종로에 있는 알라딘 중고서점 앞에서 약속이 있었다. 나는 '자난 탄'의 『내 이름은 피라예』와 '티에리 종케'의 『독거미』를 들고 가서 팔았다. 꺄울. 퇴근길의 만원버스에 시달리면 책들을 들고 가는건 정말 오바이트 쏠리는 일이었지만, 그래도 내가 들고 간 책을 팔고 돈을 받는 일은 무척 신났다. 흐흐. 재미있어. 온라인으로 팔 때도 재미있었는데, 오프라인에서 바로바로 결제가 되는것도 재미있다. 게다가 『독거미』는 무려 4,900원! 움화화핫.
그리고 약속시간이 아직 조금 남아있어서 당연히 나는 또 알라딘 중고서점을 구경했는데...하다가 '크리스 클리브'의 『리틀비』와 '레베카 밀러'의 『피파 리의 특별한 로맨스』를 샀다. 앞의 것은 5,400원, 뒤의것은 무려,무려,무려,무려 2,000원이었다!!!!! 상태 완전 양호한데 단돈 2,000원!!!!!  

그걸 들고 돌아다녔기 때문인걸까, 오늘 조카를 안으려는데 팔이 너무 아팠다. ㅠㅠ 

 

 

 

 

 

 

움화화핫. 토요일 극장에서 만난 예고편. 12월 개봉이란다.

 

  

우리 재이슨의 영화가 자꾸 개봉하는구나. 이러다 너무 유명해지는건 아닐까. 너무 유명해져도 좋아하는 사람은 나 뿐이었으면 좋겠다. 아직 내 주변에 재이슨 스태덤 좋다고 말하는 사람은 나 밖에 없으니까. 훗. 

그리고 또 본 예고편 하나가 탐 크루즈 주연의 『미션 임파서블 4』였는데, 세계에서 가장 높다는 두바이의 빌딩에서 그가 대역없이 액션촬영하는 장면이었다. 아..진짜..눈돌아가..완전 멋있어. ㅠㅠ 흑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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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벌써 일요일 밤 열시야. ㅜㅜ 나는 또 초조하고 안절부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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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11-21 05:0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11-21 11:2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11-20 22:4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11-21 11:23   URL
비밀 댓글입니다.

이진 2011-11-20 22: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으아 벌써 일요일밤 열한시지말입니다 ㅠㅠㅠㅠ
무라카미 하루키는 아직 제게 안 맞는거 같아서 못 읽고있는데 저 문단 너무 좋아요 ㅠㅠ 이래서 사람들이 하루키하루키 거리는군요!

그나저나 다락방님 손이 완전 이쁘십니다 ㅎㅎㅎ

다락방 2011-11-21 11:24   좋아요 0 | URL
오옷, 지금은 벌써 월요일 오전 열한시 반입니다. 삼십분만 있으면 점심시간이라고, 그러면서 저는 기운을 내고 있어요.

제 손은, 그러니까, 제 얼굴보다 낫긴 합니다만. ( '')

이매지 2011-11-20 23: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기껏 받은 하루키 잡문집이 파본 ㅠㅠ 엉엉엉 ㅠㅠ

다락방 2011-11-21 11:24   좋아요 0 | URL
헉. 그런일이. ㅠㅠ 울지마요. ㅠㅠ

버벌 2011-11-21 02: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손가락 완존 이쁘다. 왕왕 부럽네요. 전 구석구석 살이 쪘는데. 손가락들도 그래요. 반지를 못 껴요. ㅡㅡ;;;
저는 프랭클린 캐주얼 다이어리를 구입했고, 지나가다 영풍문고에서 포켓용 다이어리도 샀는데. 그래도 또 다이어리가 가지고 싶어요. 이것도 병..입니다 "피파리의 특별한 로맨스" 는 영화로 봤는데. 책으로도 다시 한번 봐야겠네요. 최근에 전 헌책방과 하루키 두 단어를 많이 보고, 말하고, 듣고 있어요. 하루키의 책이 너덜 너덜 해질때까지 읽어라. 라는 뜻인가? ㅡㅡ?

다락방 2011-11-21 11:27   좋아요 0 | URL
근데 저 사진에서는 손가락 별로 예쁘게 나온것 같지가 않은데..완전 두껍기만 한데..그래서 사진을 세로로 좀 더 줄여볼까 뭐 이런 생각을 하다가 말았어요. 반지는요, 버벌님, 이것 저것 다 끼워보면 굵은 손가락에 어울리는 반지가 나타나더라구요. 저도 제 친구가 낀 반지 보고 너무 이뻐서 그런거 사려고 갔다가 제 굵은 손가락에 끼워진거 보고 울고 싶더라구요. 그래서 생각하지 못했던 디자인의 반지를 껴보게 됐는데, 그게 나름 괜찮았어요.
피파리의 특별한 로맨스를 버벌님도 보셨군요. 좋지 않든가요? 전 키에누 리브스가 피파 리, 하고 그녀의 이름을 불러줬을 때 완전 부러워가지고 ㅜㅜ
하루키를 읽읍시다. 훗

버벌 2011-11-22 02:57   좋아요 0 | URL
네 좋았어요. 락방님 방에서 영화 발견하고 본거에요. ^^ 전 좋았어요. ㅎㅎ

다락방 2011-11-22 09:10   좋아요 0 | URL
저도 좋았어요!! 특히 엄마랑 사이 안좋던 딸이, 엄마가 젊은 남자친구를 사귀는 걸 알고는 엄마의 편이 되어주는 게 좋았어요. 특히 자신이 그동안 지고 있던 죄책감이 빠져나가는 걸 느끼는 피파 리를 보는게 좋았어요. 물론 가장 '특히'라고 말할만한 건 위에도 썼던 것 처럼, 마트에서 키에누 리브스가 피파 리, 하고 부르는 장면이지만 말예요.

2011-11-21 05:02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다락방 2011-11-21 11:27   좋아요 0 | URL

2011-11-21 11:35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다락방 2011-11-21 11:36   좋아요 0 | URL
네 ㅎㅎㅎㅎㅎ

마늘빵 2011-11-21 09: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축복받은 남자는 누구에요?

다락방 2011-11-21 11:28   좋아요 0 | URL
저는 그를 애인이라고 부르고 있습니다만.
:)

레와 2011-11-21 09: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 이후의 얘기는 그다지 하고 싶지 않다. 별로 좋은 이야기가 아니니까. 꼬치꼬치 따지지 말았으면 좋겠다. 정말이다. 그러면 우울해지니까.' - 호밀밭의 파수꾼 중에서 -


다락방의 이 페이퍼 제목을 보곤 어젯밤에 읽은 이 책 구절이 떠올랐지요.
:)

다락방 2011-11-21 11:29   좋아요 0 | URL
어젯밤에 호밀밭의 파수꾼을 읽었어요? 어땠어요? 지금 처음 읽은거에요, 레와님? 아니면 두번째 혹은 세번째에요? 레와님은 홀든이 어땠어요? 피비는? 센트럴파크의 사라진 오리들은? 레와님이 호밀밭의 파수꾼을 읽었다니 너무 좋아요!! >.<

레와 2011-11-21 13:17   좋아요 0 | URL
작년에 처음 읽었다가 중간에 멈춤. 어젯밤엔 그냥 이 책이 읽고 싶더라고.. 아무곳이나 펼쳐들었는데, 저 구절이 있었어요. ^^

2011-11-21 13:2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11-21 16:07   URL
비밀 댓글입니다.

하루 2011-11-21 09: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루키의 저 문장은 단연 최고예요. 책을 통 틀어서.

다락방 2011-11-21 11:29   좋아요 0 | URL
하루키 정말 좋아요. 얼른 뒷부분을 읽어보고 싶어요. 그의 또다른 생각들을 알고 싶어요.

음. 2011-11-21 10: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하루키는 에세이가 갑.

다락방 2011-11-21 11:29   좋아요 0 | URL
전 그의 소설도 무척이나 사랑한답니다. 우열을 가리기가 힘들어요, 전.

2011-11-21 10:1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11-21 11:32   URL
비밀 댓글입니다.

치니 2011-11-21 10: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래요? 그럼 나도 잡문집 살까.

다락방 2011-11-21 11:33   좋아요 0 | URL
일본의 각종 문학상을 수상하고 수상연설을 써둔 부분이 있는데요 치니님, 하루키는 그 상을 받은 것에 대해 마구 감격하지도 않고 마구 고마워하지도 않아요. 뭔가 시니컬하게 이런건 처음 들어보지만, 혹은 어쨌든, 이러면서 고맙다고 해요. 전 그 점이 무척 마음에 들어요. 히히.

비로그인 2011-11-21 12: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독거미.
내겐 진짜 아픈 책이 되어버렸어요, 다락방님.

2011-11-21 12:38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다락방 2011-11-21 12:40   좋아요 0 | URL
아픈걸 곱씹으며 책장에 꽂아두느냐, 혹은 내다 팔아버리느냐. 선택은 쥬드님의 몫이네요. 언제나 그랬듯이 말입니다.

비연 2011-11-21 12: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앞에 앉아 있는 남자라...흠....부럽!

다락방 2011-11-21 12:51   좋아요 0 | URL
옆에 앉는게 좀 더 좋은것 같아요, 비연님. :)

비로그인 2011-11-21 13: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좋아하는 글을 옮겨 적어주는 손은 그 모양이 어떻든 간에 아름답게 보이는 법이에요. 제 생각은 그래요 ㅎㅎ

다락방 2011-11-21 13:59   좋아요 0 | URL
ㅎㅎㅎㅎㅎ 수다쟁이님 이 댓글 되게 귀여워요!! >.<

야클 2011-11-21 14: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대학교 다닐때 수업시작 전 저의 탁월한 과제물을 베끼던 뭇 여성들의 손이 생각나는 사진입니다. 아무튼 '애인'이라 칭할 수있는 남자사람이 생기셨다니 경하드립니다. 고기를 잘 사주시는 분인가 봅니다. ^^

다락방 2011-11-21 14:29   좋아요 0 | URL
오, 야클님. 여학생들에게 과제물을 보여주던 그런 캐릭터의 남자사람이셨습니까? 오! 멋지네요. 저는 그런 학생이 되고 싶었어요. 남학생들에게 과제물 보여주는 그런 학생. 그렇지만 죄다 여학생들 뿐이라 저도 과제를 하지 않았죠. 보여주고 싶은 사람이 없었으니까요. 공부를 잘하고 못하고의 문제는 여대냐 남녀공학이냐로 결정되어지는 것 같아요. 적어도 제게는요... ( '')

pjy 2011-11-21 17: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종로알라딘은 무겁게 가져가서 팔고, 더 무거운 책들로 들고오고^^; 실제 사례가 다들 그렇더군요~~ 그래서 전 똑똑한척? 가볍게 카드만 들고 빈손으로 가서 무겁게 들고오나봐요~~ㅋ

다락방 2011-11-21 17:10   좋아요 0 | URL
그러게나 말입니다. 전 제가 그러면서도 왜이렇게 미련스럽나 싶기도 해요. 무겁게 왔다갔다 ㅠㅠ 바보에요 바보 ㅠㅠ 지금도 팔이 아파요. 흑흑. 왜 이러고 사는걸까요? 누가 시킨것도 아닌데. ㅠㅠㅠ

Arch 2011-11-21 20: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글씨 쓰는 손도 이쁘지만 종이 넘어가지 않게 손가락으로 꼭 누르는 손은 더 예쁘네요. <--이 말 누군가 해줄 것 같아 조바심 내면서 댓글 달아요.^^

다락방 2011-11-22 09:07   좋아요 0 | URL
어머. 아치는 섬세하기도 하지. 새 수첩이라 자꾸만 페이지가 팔락팔락 넘어가더라구요. 히히

sweetrain 2011-11-21 20: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앞에서도 많은 분들이 말씀해주셨지만 다락방님 손 정말 예쁘네요.
저는 손이 워낙에 통통한 데다 양손 다 검지손가락은 좀 휘어져 있어서,
(이건 그냥 보면 모르고 손을 쫙 펴야 휘어진 게 보이긴 하지만;)
손 예쁘신 분들이 정말 부럽더라구요.

다락방 2011-11-22 09:08   좋아요 0 | URL
에..그게 그러니까..제 손은 뚱뚱해요. 사진이 잘나왔나 봐요. 저 사진도 들여다보면 손 뚱뚱한거 다 티나는데....저도 검지손가락은 휘어져 있구요 새끼손가락은 자라다 말았는걸요.

당고 2011-11-21 23: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이미 엄청나게 많은 분들이 말씀하셨지만,
얘기 안 할 수가 없군요.
손이 예쁘세요!
그리고 위에 쓰신 분 말씀처럼 종이 넘어가지 않게 누르는 손이 압권!

다락방 2011-11-22 09:09   좋아요 0 | URL
어머, 압권! 이라니 ㅎㅎㅎ 완전 좋아서 입이 찢어질것 같아요, 당고님. ㅎㅎㅎㅎㅎ 그렇지만 아마도 카메라가 좋아서가 아닐까요. 산지 얼마 안되는 최신형 스마트폰의 카메라로 찍은거라...하하하하하(겸손겸손)

마노아 2011-11-22 23: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와, 사진의 구도가 참 좋아요. 스카프랑 만년필, 반지와 팔찌가 조화롭게 보여요. 그리고 수첩에 글씨까지도요.
어제는 야곱과 맥주를 기울이며 이야기를 하다가 가위 눌린 이야기가 나왔어요. 그러다가 영혼에 대한 이야기도 나오고 귀신과 대화하는 것 등등, 요런 이야기들이 오고 갔어요. 며칠 전에 제가 무섭게 가위 눌렸거든요. 무겁드만요..;;;;

다락방 2011-11-23 15:44   좋아요 0 | URL
저도 가위 가끔 눌려요. ㅠㅠ 고통스럽죠. 싫어요. 누가 좀 깨워줬으면 좋겠는데 저는 제 방에서 문 닫고 혼자 자는 경우가 대부분이라 orz
사진은 저도 보고 만족스러웠어요. 분위기있게 나와서요. 아마도 연출된 사진이 아니기 때문인가봐요. 훗
:)
 
비우티풀 - Biutiful
영화
평점 :
상영종료


내가 당신곁을 떠나게 된다면 당신을 지켜줄 작은 돌맹이 하나를 당신손에 쥐어줄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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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11-11-20 01: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영화 40자평을 읽으며 항상 느끼는 거... 역시 다락방님다워 :>
남자 배우 눈이 꼭 소 같아요. 순한 소. 황소.

다락방 2011-11-21 11:09   좋아요 0 | URL
하비에르 바르뎀은 제가 그동안 봐온 영화에서 완벽하게 다 다른인물들이었어요.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 [내 남자의 아내도 좋아(이건 제목이 이게 맞나...)]에서도, 그리고 이 [비우티풀]에서도 그는 전혀 다른 인물이에요. 참 독특한 배우에요.

2011-11-20 22:1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11-21 11:0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11-21 16:3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11-21 16:52   URL
비밀 댓글입니다.

Arch 2011-11-21 20: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목이 생각나진 않는데 돌멩이가 나오는 영화가 있었어요. 일본 영화고 염을 하는 사람이 나오는데...

찾아봤는데, 굿바이에요.

저도 이 영화 보고 싶었는데. 이분이 그분이에요? 익숙한 얼굴인데 기억이 안 나더라구요.

다락방 2011-11-22 09:14   좋아요 0 | URL
이 영화는 아치가 봐도 아주 좋을 것 같아요. 어쩌면 내가 짚어내지 못했던 지점에 대해서 아치가 짚어줄지도 모르겠어요. 이 영화 좋아요, 아치! 기회된다면 봐요. 알았죠?
 
비상구 계단이 필요한 이유

11월의 어느 쌀쌀한 아침, 나는 지하철 2호선안에서 82퍼센트 남자아이와 엇갈린다.
솔직히 말해 그다지 잘생긴 남자아이는 아니다.
눈에 띄는데가 있는 것도 아니다. 멋진옷을 입고 있는 것도 아니다. 머리카락은 제법 길어 뒤로 묶었고 모자사이로 묶은 머리를 빠져나오게 했다. 나이도 적지 않다. 벌써 서른 살에 가까울 테니까. 엄밀히 말하자면 남자아이라고 할 수도 없으리라. 물론 남자아이가 아닌 쪽이 더 낫긴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1미터 떨어진 그의 옆에 서서 그의 모습을 관찰한다. 그는 나에게 있어 82퍼센트의 남자아이이기 때문이다.
그의 모습을 목격하는 순간부터 내 가슴은 땅울림처럼 떨리고 입안은 사막처럼 바싹 말라버린다. 아침에 양치를 하지 않고 나왔다는 사실도 아프게 떠올린다. 

어쩌면 당신에게도 좋아하는 남자아이 타입이라는 것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가령, 팔에 타조알같은 알통이 불룩 튀어나와 있다든지, 역시 가슴에 털이 났다든지, 뒤통수가 절대적으로 동그랗다든지. 잘은 모르겠지만 육회를 먹는 남자에게 끌린다든지와 같은식의. 

나에게도 물론 그런 기호가 있다. 까페에서 차를 마시다가 만화책을 보며 킬킬거리는 옆테이블에 앉은 남자아이의 두꺼운 입술에 반해 코피를 흘리기도 한다. 

그러나 82퍼센트의 남자아이를 유영화하는일은 아무도 할 수가 없다. 그의 입이 어떻게 생겼었나 하는 따위는 전혀 기억할 수가 없다. 아니, 입이 있었는지 어땠었는지조차 제대로 기억할 수가 없다.
내가 지금 기억할 수 있는 것은, 그가 그다지 미남이 아니었다는 사실뿐이다. 웬지 조금 괴상하기도 하다.  

"어제 82퍼센트의 남자아이와 지하철을 같이 탔어."
하고 나는 누군가에게 말한다.
"흠. 잘생겼어?"
라고 그녀가 묻는다.
"아니야, 그렇지 않아."
"그럼 좋아하는 타입이었어?"
"글쎄. 생각나지 않아. 기억할 수 있는건, 그는 모자를 썼고, 머리를 묶고 있었고, 큰 손으로 스마트폰을 쥐고 오바마의 연설장면을 뚫어지게 봤었다는 것 뿐이야."
"그래서, 무슨짓을 했나? 가령 전화번호를 땄다든가, 여기서 내려요 했다든가."
"하긴 뭘해. 단지 지하철을 함께 탔을 뿐이야." 

그는 나와 같은 강남역에서 내렸다. 그러나 나와 다른 출구로 나갔다.
제법 쌀쌀한 11월의 아침이다. 나는 그를 따라가고 싶었다. 무작정 따라가서 그와 30분이라도 좋으니 이야기를 하고 싶다. 그의 신상 이야기를 듣고도 싶고, 나의 신상 이야기를 털어 놓고도 싶다. 아까 보던 그 오바마의 연설은 어떤 내용이었는지도 묻고 싶다. 오바마를 좋아하느냐고 묻고 싶다. 오바마 말고는 또 다른 누구를 좋아하느냐고도 묻고 싶다. 나는 재이슨 스태덤을 좋아한다고 말하고 싶고, 존 쿳시의 모든 작품을 읽어보고 싶다고 얘기하고 싶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2011년 11월 어느 쌀쌀한 아침에, 우리가 지하철 2호선을 함께 타기에 이른 운명의 경위 같은 것을 밝혀 보고 싶다. 거기에는 틀림없이 씹는 순간 입안에 흘러 넘치는 육즙처럼, 따스하고 안락한 비밀이 가득할 것이다. 

 

- 11월 17일의 목요일 아침, 지하철2호선에서 내 옆에 서있던 젊은 청년을 생각하며 그리고 무라카미 하루키를 생각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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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니 2011-11-18 11: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이런, 질문...무척 한심한 줄은 알지만...음, (못 참고) 왜 근데 82%에요? 18%의 모자람은 왜???^-^;;;

무스탕 2011-11-18 11:25   좋아요 0 | URL
앗-! 치니님 글을 보고 갑자기 생각났어요. 혹시 키가 182cm정도 되는 남자아이일까요? ㅎㅎㅎ

다락방 2011-11-18 11:59   좋아요 0 | URL
ㅎㅎㅎㅎ 치니님, 그 남자아이는 100프로가 될 남자아이는 아니었기 때문입니다. 뭔가 분위기가 예술적 기운이 넘치는데, 저는 예술적인 남자를 백프로라고 생각할 수는 없는 여자사람인지라...게다가 다시 볼 것도 아니고 우연히 지하철을 함께 탔을 뿐인데 100프로 주면 좀...많이 아깝잖아요. ㅋㅋㅋㅋㅋ 사실 딱히 이유같은 건 없어요.

무스탕님, 아마도, 178정도였던걸로......기억은 됩니다만 잘은 모르겠네요. 잘생겼던데 ㅎㅎㅎㅎㅎ

비로그인 2011-11-18 13: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헉. 글보고 품은 낭만이 댓글 보고 현실로 되돌아왔어요.
잘 생겼냐는 질문에 '아니, 그렇지 않아'라고 한 대답, 순 엉터리 -3-...

그런데 상상이 잘 안 가요. 82%의 소년... 모자를 쓰고 묶은 머리를 뒤로 뺀... 음...

다락방 2011-11-18 13:17   좋아요 0 | URL
그러니까 ㅋㅋㅋ 글은 글이고 현실은 현실이고 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글을 조금 잘생겼던데로 고칠까 어쩔까 ㅎㅎㅎㅎㅎ
소년은 아니고 성숙한 남성이었어요. 전 머리 긴 남자를 늘 싫다고 생각해왔는데, 그 남자는 정말 괜찮더라구요. 어쩌면 오바마의 연설장면을 보고 있는 분위기에 취한걸지도 모르겠어요. 아니면 스마트폰을 쥐고 있는 큰 손이라든가. 뽀얀 피부였을지도 모르고. 뭐가 그랬는지는 모르겠어요. 그 순간에는 반했었어요.

아, 그런데 저 지금 수다쟁이님 서재 가서 츠바이크 글 보고 왔는데. 그 책 저도 읽어볼래요. 불끈!!

poptrash 2011-11-18 14: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ㅋ 82%라고 하니 어쩐지 이름으로 보는 궁합이 생각나잖아요. 다 한 락 수 방 철, 이렇게 써놓고 획 더해서 궁합 퍼센티지를 뽑아내는 신기의 과학...

다락방 2011-11-18 14:50   좋아요 0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저 완전 뿜었어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다 한 락 수 방 철 ㅋㅋㅋㅋㅋㅋ 이거 진짜 퍼센테이지 뽑아볼까요? ㅋㅋㅋㅋㅋ

2011-11-18 14:5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11-21 11:1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11-21 11:5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11-21 11:52   URL
비밀 댓글입니다.

sweetrain 2011-11-18 14: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왜 그런지 이유는 모르겠지만, 안경 쓰고, 마른 남자가 좋아요. 손가락이 길면 더 좋구요.
저도 종종 버스 안에서 80%쯤 되는 남자를 보곤 합니다. ㅋㅋㅋ

다락방 2011-11-21 11:15   좋아요 0 | URL
저는 고기와 술을 잘 사주는 남자가 좋아요. 외모는 처음순간만 중요하지, 고기와 술 앞에서는 뒷전으로 밀리더군요. 물론 저의 경우에는 말입니다. ㅎㅎ

이진 2011-11-18 19: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 잘생긴 입술을 보고 코피까지 흘리시다니, 다락방님은 이렇게 순수하신 분이셨습니까 ㅋㅋㅋㅋㅋㅋ그리고.. 육회를 먹는 남자가 끌리는 것은 혹시 다락방님?? ㅋㅋㅋ

다락방 2011-11-21 11:16   좋아요 0 | URL
저는 원래 해맑고 순수한 영혼의 소유자입니다. 아직 아무도 그사실을 모르는데, 소이진님은 이제 눈치채셨군요. ㅋㅋㅋㅋㅋ 육회를 먹는 남자에게 끌리는건, 네, 접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버벌 2011-11-19 19: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루키를 열었어요. 움. 움. 움.

다락방 2011-11-21 11:18   좋아요 0 | URL
어때요, 좀 괜찮습니까?

마태우스 2011-11-19 20: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처음에 궁합 봐주는 프로그램에서 나온 수치인 줄 알았습니다. 글을 읽고 난 느낌은요, 잘생기지 못한 그 남자에겐 님이 너무 과분합니다. 잘생기고 키도 클 뿐 아니라 책을 좋아하고 자연을 사랑하는데다 손등과 가슴에 털이 없는 남자가 아니라면, 무조건 반대할 거예요!

다락방 2011-11-21 11:19   좋아요 0 | URL
마태우스님. 저는 마태우스님 생각을 하면 언제나 든든합니다. 제가 만약 제 신변에 어떤 안좋은 일이 있거나 누군가 제게 막대하는게 느껴질때는 마태우스님 생각을 할거에요. 마태우스님이라면 내 편이 되어주실거야, 하고 말이지요. 실제로 지금도 그렇게 하고 있고 말입니다.
그런 남자를 제가 사랑한다고 하면 꼭! 반대해주세요, 마태우스님!! ㅎㅎ
 
김동률 - kimdongrYULE
김동률 노래 / Kakao Entertainment / 2011년 11월
평점 :
절판


나는 머리가 아주 길어지면 허리까지 닿게 되면 웨이브를 줄거야. 그리고 그 긴머리를 풀고 소매없는 원피스를 입고 밤 비행기를 탈거야. 밤 비행기를 타고 당신이 있는 그 먼 나라에 가는거지. 당신 앞에 서서 당신에게 안녕, 하고 인사를 하고 싶어. 당신은 아마도 놀라겠지. 어떻게 니가 여기에 있는거냐며. 내가 찾아갔을 때 당신은 무얼하고 있을까? 땀을 흘리고 있을까? 당신이 말했던대로 당신은 목수가 되어있을까?

난 요즘 가끔 딴 세상에 있지
널 떠나보낸 그 날 이후로 멍하니
마냥 널 생각했어. 한참 그러다보면
짧았던 우리 기억에 나의 바람들이 더해져
막 뒤엉켜지지
 

오늘은 아주 많이 당신 생각을 했어. 당신을 처음 만났던 여름과 그 큰 키로 햇빛을 막아주던 겨울과 그리고 우리가 또다시 헤어졌던 그 여름에 대해서. 당신이 나를 만나러 두시간동안 지하철을 타고 왔을 때, 나는 당신에게 무슨 책을 읽고왔느냐고 물었지. 당신은 호밀밭의 파수꾼을 꺼내어 내게 내밀었어. 나는 그 책을 훑어보았지. 

여기 이 밑줄은 당신이 그은거야?
아니. 누나가.
아, 그래? 나도 여기에 밑줄그었는데. 

그때 당신이 성급하게 "그 부분은 내가 그었어."라고 말했던 걸 기억해. 그래서 나는 깔깔 웃었잖아.  

그래 넌 나를 사랑했었고
난 너 못지않게 뜨거웠고
와르르 무너질까
늘 애태우다 결국엔 네 손을 
놓쳐버린 어리석은 내가 있지 

당신을 사랑했던 시절이 아직도 내겐 생생해. 나는 사람이 사람을, 남자가 여자를, 내가 타인을 그토록 사랑할 수 있는건지 당신을 만나기 전에는 미처 몰랐었지. 그래서 두려웠어. 무너질까봐 두려웠어. 내가 너무 뜨거워서 두려웠어. 내가 내가 아닌 것 같아 두려웠지. 당신을 갖는건 내게 너무 벅찬일이라 오히려 당신을 놓는쪽이 더 편안하다는걸 나는 알고 있었어. 그렇지만 나는 그때의 내가 어리석었다는 생각을 하지는 않아. 지금 또다시 당신이 내게와도 나는 아마 같은 선택을 했을거야.  

난 아직 너와 함께 살고 있지
내 눈이 닿는 어디든 너의 흔적들
지우려 애써 봐도 마구 덧칠해 봐도
더욱더 선명해져서 어느덧 너의 기억들과 살아가는
또 죽어가는 나
 

종로에서 당신을 닮은 사람을 보았다고 한 말은 거짓말이었어. 난 그저 내 눈 닿는 그 모든곳에 당신이 있기를 바랐던것 뿐이야.  

아니아니, 나는 더이상 당신을 사랑하지는 않아. 다만 비가 왔을 뿐이야, 우리가 처음 만났을 때 처럼. 처음 만났는데도 당신은 내 우산속으로 들어왔잖아. 아니아니, 나는 더이상 당신을 사랑하지는 않아. 다만 김동률의 Replay를 리플레이 했을뿐이야. 그러다보니 그저 당신생각이 났을 뿐이야. 단지 그뿐이야. 

 

Replay는 리플레이 해서 들을만큼 상념에 빠져들기에 충분한 곡이지만, 그래도 김동률이 가지고 있는 이름이 만들어내기에 이 앨범은 많이 실망스럽다. 나는 내가 앨범을 샀을 때 타이틀곡이 아닌 숨겨진 노래 두어곡 쯤이 매우 만족스런 노래이기를 바란다. 전부가 좋기는 어렵다는걸 알고 있으니까. 한, 두곡쯤은 숨겨진 명곡이로구나, 할 수 있기를 바랐는데, 김동률의 이 앨범은 하아- 타이틀곡만 좋다. 세상에. 김동률이 그러면 안되는거잖아. 나는 김동률을 그리고 김동률의 보이스를 좋아하는건 아니지만, 그래도 김동률이란 이름이 가진 가치와 기대가 있잖아. 어떻게 앨범에서 단 한곡만이 마음에 들 수 있는거니, 김동률이. 게다가 크리스마스를 겨냥하고 만든 노래들도 도무지 좋지가 않아. 김윤아의 블루 크리스마스가, 김현철의 크리스마스에는, 이 오래된 곡들보다 더 나은곡을 만드는게 김동률에게는 어렵지 않았을 것 같은데. 심지어 나는 핑클의 화이트가 듣고 싶어지더라니까. 

그렇지만 Replay가 좋아서, 그 한곡이 반복재생이 가능한 곡이라서, 그래서 내가 기꺼이 시디를 결제했다. 그 곡만큼은 어느 순간, 방안에 울려퍼지게 해놓고 싶어서. 술 한잔 하며 창밖을 보며 그렇게 듣고 싶은 곡이라서. 우리는 누구나 우리가 뜨거웠던 그 시절을 떠올리는 것으로 스스로를 다독일 수 있으니까. 오랜 시간이 흘러도 계속 예쁘고 싶고 건강하고 싶어지게 만드는 건, 과거의 그 시절을 회상하는 순간들이 있기에 가능한 거니까. 그 순간을 돌아보는데 노래만큼 좋은 친구가 없으니까. Replay는 그렇게 해주는 노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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빡빡머리스타뎀 2011-11-18 09: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비도 오고 노래도 그렇고

오늘은 그리움에 쩔어 있어요.

딴생각말고.^^

다락방 2011-11-18 12:46   좋아요 0 | URL
비가 멎었습니다. 신나요! ㅎㅎ

마노아 2011-11-18 09: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헤헷, 리뷰가 음반보다 더 좋으면 안 되는 건데...
나도 일단 타이틀곡만 박혔고 다른 곡들은 아직이에요.
어제 좀 어지러운 상태에서 한 번만 들어봐서 제대로 감상이 안 됐어요.
좀 더 들어봐야겠어요.
오늘은 마지막 수업이 있는 날인데 수업 말미에 아이들에게도 좀 들려줄까 생각중이에요.
저는 김동률의 낮고 넓고 울리는 목소리가 좋아요.

다락방 2011-11-18 12:47   좋아요 0 | URL
김동률의 목소리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많을거에요. 김동률의 감성도 그렇구요. 그런데 전 그의 목소리가 지나치게 성가대 스러워서(;;) 매력적이질 못하더라구요. 그렇지만 리플레이는 좋아요, 마노아님!! >.<

blanca 2011-11-18 09: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아, 별로군요--;; 이런 솔직한 리뷰가 좋아요. 시행착오를 줄여주잖아요. 김동률은 이런 비오는날 들으면 제격인데.정말 너무 달콤하고 아름다운 음반은 어떤 게 있을까요?

다락방 2011-11-18 12:02   좋아요 0 | URL

무스탕 2011-11-18 09: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래도 잘 듣고 있어요. 음색이 오늘 날씨랑 맞아서 BGM으로 깔아 놓으면 가사에 일일이 신경쓰지 않고 목소리랑 노래로 만족하고 있지요. 게다가 지금은 성시경이 눈을 지긋이 감고 호소하고 있네요. 나를 사랑한다고. 까아~~ >.<

다락방 2011-11-18 12:01   좋아요 0 | URL
어머. 성시경이 사랑한다고 ㅋㅋㅋㅋㅋ 전 성시경이 저 사랑해도 눈썹하나 까딱 안 할 여자. 왜냐하면 성시경은 저에게 아웃오브안중 ㅋㅋㅋㅋㅋ
무스탕님, 식사 하시고 커피 한잔 들고 그리고 리플레이를 들어보세요. 첫사랑...생각이 나실지도. ( '')

2011-11-18 09:5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11-18 12:01   URL
비밀 댓글입니다.

웽스북스 2011-11-18 12: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김동률의 음악, 그리고 전람회의 음악에 흐르던 그 전반적인 결이 많이 달라진 느낌이에요.
뭐, 나도 스무살의 내가 아니니까요. 그렇지만 아쉽긔. 에효효. ㅋㅋ

다락방 2011-11-18 12:48   좋아요 0 | URL
저도 많이 아쉽더라구요. 뭐야, 더 할수 있을것 같은데 왜 이것밖에 못했어, 하는 마음도 좀 생기고.
그렇지만 리플레이는 밤비행기와 함께라면 진짜 최고의 노래일것 같아요. ㅎㅎㅎㅎㅎ

2011-11-18 16:0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11-18 16:05   URL
비밀 댓글입니다.

비로그인 2011-11-25 15: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머 이건 사야 해! 나잖아, 나!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11-11-25 16:20   좋아요 0 | URL
아니 쥬드님, 왜이렇게 흥분을! ㅎㅎㅎㅎㅎ
 
누가 말을 죽였을까 - 이시백 연작소설집
이시백 지음 / 삶창(삶이보이는창) / 2008년 8월
평점 :
품절


어촌의 사투리가 한창훈이라면 농촌의 사투리는 이시백이 있구나 홍야~ 사투리 만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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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노아 2011-11-16 22: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걸쭉한 사투리가 아주 진국이에요. 억양 넣어서 읽느라고 오래 걸렸어요.ㅎㅎㅎ

다락방 2011-11-18 13:18   좋아요 0 | URL
한창훈의 사투리보다는 좀 덜 읽히더라구요. 매끄럽게 넘어가지지가 않아서 다시 읽은 문장들이 많아요. 그렇지만 이야기와도 잘 어울리는 사투리었어요. 이야기로서도 괜찮은 그런 소설집이었어요.
:)

poptrash 2011-11-17 00: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김종광도 있어요!

다락방 2011-11-18 13:18   좋아요 0 | URL
아직 저는 김종광을 몰라요!

감은빛 2011-11-17 13: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정말 좋아하는 작가입니다! 다락방님도 읽으셨다니 반갑네요! ^^

다락방 2011-11-18 13:18   좋아요 0 | URL
오, 감은빛님이 좋아하는 작가분이십니까? 전 처음 알게된 작가인데 말이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