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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률 - kimdongrYULE
김동률 노래 / Kakao Entertainment / 2011년 11월
평점 :
품절
나는 머리가 아주 길어지면 허리까지 닿게 되면 웨이브를 줄거야. 그리고 그 긴머리를 풀고 소매없는 원피스를 입고 밤 비행기를 탈거야. 밤 비행기를 타고 당신이 있는 그 먼 나라에 가는거지. 당신 앞에 서서 당신에게 안녕, 하고 인사를 하고 싶어. 당신은 아마도 놀라겠지. 어떻게 니가 여기에 있는거냐며. 내가 찾아갔을 때 당신은 무얼하고 있을까? 땀을 흘리고 있을까? 당신이 말했던대로 당신은 목수가 되어있을까?
난 요즘 가끔 딴 세상에 있지
널 떠나보낸 그 날 이후로 멍하니
마냥 널 생각했어. 한참 그러다보면
짧았던 우리 기억에 나의 바람들이 더해져
막 뒤엉켜지지
오늘은 아주 많이 당신 생각을 했어. 당신을 처음 만났던 여름과 그 큰 키로 햇빛을 막아주던 겨울과 그리고 우리가 또다시 헤어졌던 그 여름에 대해서. 당신이 나를 만나러 두시간동안 지하철을 타고 왔을 때, 나는 당신에게 무슨 책을 읽고왔느냐고 물었지. 당신은 호밀밭의 파수꾼을 꺼내어 내게 내밀었어. 나는 그 책을 훑어보았지.
여기 이 밑줄은 당신이 그은거야?
아니. 누나가.
아, 그래? 나도 여기에 밑줄그었는데.
그때 당신이 성급하게 "그 부분은 내가 그었어."라고 말했던 걸 기억해. 그래서 나는 깔깔 웃었잖아.
그래 넌 나를 사랑했었고
난 너 못지않게 뜨거웠고
와르르 무너질까
늘 애태우다 결국엔 네 손을
놓쳐버린 어리석은 내가 있지
당신을 사랑했던 시절이 아직도 내겐 생생해. 나는 사람이 사람을, 남자가 여자를, 내가 타인을 그토록 사랑할 수 있는건지 당신을 만나기 전에는 미처 몰랐었지. 그래서 두려웠어. 무너질까봐 두려웠어. 내가 너무 뜨거워서 두려웠어. 내가 내가 아닌 것 같아 두려웠지. 당신을 갖는건 내게 너무 벅찬일이라 오히려 당신을 놓는쪽이 더 편안하다는걸 나는 알고 있었어. 그렇지만 나는 그때의 내가 어리석었다는 생각을 하지는 않아. 지금 또다시 당신이 내게와도 나는 아마 같은 선택을 했을거야.
난 아직 너와 함께 살고 있지
내 눈이 닿는 어디든 너의 흔적들
지우려 애써 봐도 마구 덧칠해 봐도
더욱더 선명해져서 어느덧 너의 기억들과 살아가는
또 죽어가는 나
종로에서 당신을 닮은 사람을 보았다고 한 말은 거짓말이었어. 난 그저 내 눈 닿는 그 모든곳에 당신이 있기를 바랐던것 뿐이야.
아니아니, 나는 더이상 당신을 사랑하지는 않아. 다만 비가 왔을 뿐이야, 우리가 처음 만났을 때 처럼. 처음 만났는데도 당신은 내 우산속으로 들어왔잖아. 아니아니, 나는 더이상 당신을 사랑하지는 않아. 다만 김동률의 Replay를 리플레이 했을뿐이야. 그러다보니 그저 당신생각이 났을 뿐이야. 단지 그뿐이야.
Replay는 리플레이 해서 들을만큼 상념에 빠져들기에 충분한 곡이지만, 그래도 김동률이 가지고 있는 이름이 만들어내기에 이 앨범은 많이 실망스럽다. 나는 내가 앨범을 샀을 때 타이틀곡이 아닌 숨겨진 노래 두어곡 쯤이 매우 만족스런 노래이기를 바란다. 전부가 좋기는 어렵다는걸 알고 있으니까. 한, 두곡쯤은 숨겨진 명곡이로구나, 할 수 있기를 바랐는데, 김동률의 이 앨범은 하아- 타이틀곡만 좋다. 세상에. 김동률이 그러면 안되는거잖아. 나는 김동률을 그리고 김동률의 보이스를 좋아하는건 아니지만, 그래도 김동률이란 이름이 가진 가치와 기대가 있잖아. 어떻게 앨범에서 단 한곡만이 마음에 들 수 있는거니, 김동률이. 게다가 크리스마스를 겨냥하고 만든 노래들도 도무지 좋지가 않아. 김윤아의 블루 크리스마스가, 김현철의 크리스마스에는, 이 오래된 곡들보다 더 나은곡을 만드는게 김동률에게는 어렵지 않았을 것 같은데. 심지어 나는 핑클의 화이트가 듣고 싶어지더라니까.
그렇지만 Replay가 좋아서, 그 한곡이 반복재생이 가능한 곡이라서, 그래서 내가 기꺼이 시디를 결제했다. 그 곡만큼은 어느 순간, 방안에 울려퍼지게 해놓고 싶어서. 술 한잔 하며 창밖을 보며 그렇게 듣고 싶은 곡이라서. 우리는 누구나 우리가 뜨거웠던 그 시절을 떠올리는 것으로 스스로를 다독일 수 있으니까. 오랜 시간이 흘러도 계속 예쁘고 싶고 건강하고 싶어지게 만드는 건, 과거의 그 시절을 회상하는 순간들이 있기에 가능한 거니까. 그 순간을 돌아보는데 노래만큼 좋은 친구가 없으니까. Replay는 그렇게 해주는 노래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