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에는 책을 '조금' 샀다. 이렇게 네 권.

















'로널드 드워킨'의 《자유의 법》은 <시사인 749호>를 보고 구입하게 됐다. 로널드 드워킨은 그의 성과 같은 '안드레아 드워킨'과는 달리 포르노에 있어서 표현의 자유를 주장한다고 했다. 내가 포르노 관련 책을 읽고 리뷰나 페이퍼를 쓰면 어김없이 거기에 대한 태클이 달리는데, 그것은 대부분 표현의 자유에 대한 것이었다. 우에노 지즈코 의 책을 여러권 읽었는데, 우에노 지즈코도 자신의 책에서 포르노를 규제하는 것은 표현의 자유에 어긋난다고 쓰고 있었다. 그러면서 '다만 아동 포르노는 안된다'고한 것이다. 나는 '다만 이것은 안된다' 라고 하는 것에 있어서 큰 회의를 갖는 사람인데, 그렇다면 그 기준은 누가 정하느냐, 하는 것 때문에 그렇다. '아동 포르노'가 안된다는 것은 누구나 다 알고 동의할 것이다. 그렇다면, 성인이 아동 흉내를 낸 포르노는 괜찮은가? 그것은 결국 아동을 성적 대상화 하는 일이 아닌가? 


그런 생각으로 나는 포르노에 반대하고 있는데, 시사인에서는 포르노를 규제해야 한다는 '캐서린 매키넌'의 주장을 가져오고 또 그에 반대되는 '로널드 드워킨'의 주장을 가져온다.














일군의 페미니스트들이 보기에 포르노의 본질적 해악은 '호색'같은 성적 방종이 아니라 '여성을 향한 폭력'이었다. 여성단체는 '포르노 금지법'을 제안했다. 인디애나 폴리스시의회는 이 내용을 담은 조례를 통과시켰다. 조례는 여성이 △고통이나 굴욕, 성폭행을 즐기는 것처럼 묘사된 것 △고문당하거나 음란한 존재로 그려지는 것 △멍이 들거나 피 흘리는 모습으로 등장하는 것 △봉사하거나 복종하거나 전시되는 자세로 그려지는 콘테느의 생산·판매·노출·배포를 금지했다. 하지만 1985년 미국 제7연방고등법원은 이 조례를 위헌이라고 판결했다. 이 판결은 이듬해 연방대법원에서 확정되었다. 표현의 자유를 지나치게 침해한다는 이유였다.

당시 법안을 주도한 이는 캐서린 매키넌 미시간 대학 교수다. 여성주의 법학 분야의 댁로 널리 알려진 그는 2019년 한국을 방문해 "포르노 금지법을 도입하라'고 제안한 바 있다. 미국 사법부 결정에 따라 인디애나폴리스시 조례가 폐기된 뒤 매키넌 교수는 <포르노그래피에 도전한다>를 펴내고 포르노 규제의 당위를 재차 주장했다. 포르노는 남성의 언어로, 여성이 '자신에게 속하지 않은 언어'를 배우도록 강요하고, 이에 따라 여성의 자기주장(발언권)을 약화시킨다는 것이다. 예컨대 포르노는 '여성의 거부는 거부가 아닐 수 있다'는 그릇된 생각을 퍼뜨려 여성의 발언권을 훼손할 수 있다. '남성의 표현의 자유'가 '여성의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셈이다. 매키넌을 포르노 금지로 사회가 잃을 것은 '여성의 족쇄'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시사인 379, p.56-57

















자, 이제 내가 《자유의 법》을 사서 읽어보자 했던, 로널드 드워킨의 표현의 자유에 대해 들어보자.


드워킨은 이처럼 전통적 '표현의 자유'관점에서 포르노를 보호할 수 없다는 것을 분명히 한 뒤에 정반대 방향의 주장을 펼친다. "('표현의 자유'를 위해) 다리를 벌린 나체의 여자 사진을 쳐다보는 남자를 변호할 수밖에 없다."

드워킨이 자신의 이런 주장의 근거로 내세운 것은, 앞서 나온 인디애나폴리스 '포르노 금지법'에 대한 연방대법원의 위헌 판결(1986년)이다. 당시 대법원이 포르노 금지법을 위헌으로 판단한 이유는 무엇일까? 포르노 금지법이 단순히 '외설적'인 표현을 금지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 법은 특정 '내용(여성이 고통이나 굴욕을 즐기는 것으로 묘사하는 등)'을 구체적으로 적시한 뒤 이를 딱 찍어 금지했기 때문에 위헌으로 판단됭ㅆ다. 대법원은 이 같은 '내용에 기반한 규제'가 미국 수정헌법 제1조에 규정된 표현의 자유를 위배한다고 본 것이다. 드워킨 역시 정부가 '내용'을 평가해서는 안 된다고 보면서 다음과 같이 쓴다. "정부는 인민이 사상을 스스로 평가하도록 내버려두어야 한다. 노골적이든 교묘하든, 사상은 그 청중이 허락하는 한에서만 영향력을 행사하게 된다." 

연방대법원의 '포르노 금지법'위헌 판결의 정신은 '법률은 국민이 나쁜 생각을 할 수 있다는 이유로 무언가를 금할 권리가 없다'는 것이다. 그 '무언가'가 다수 대중으로부터 비난받는 위험한 생각이라도 그렇다.

드워킨은 포르노가 여성 발언권을 약화시켜 불평등을 초래한다는 매키넌의 주장에 동의하지 않았다. 오히려 규제하지 않아야 평등이 이뤄질 수 있다고 주장한다. 사람은 저마다 다른 취향과 신념을 가지고 국가와 같은 공동체에 소속되어 살아간다. 그런데 이 공동체 구성원 모두에게 영향을 미치는 '도덕적 환경'은, 과연 누가 결정할 것인가? -시사인 749, p.57



나는 드워킨 교수가 하는 말의 뜻을 너무나 분명히 잘 알겠다. 나 역시 어떤 영상 혹은 글의 '내용'을 법이 판단하게 두어서는 안된다고 생각하고 있다. 이것은 너희에게 나쁜 영향을 미쳐, 그러니까 읽지마 혹은 보지마 하는 것은, 법이 할 일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거다. 그건 보는 내가 읽고 판단할 일이다. '법률은 국민이 나쁜 생각을 할 수 있다는 이유로 무언가를 금할 권리가 없다'는 것에 나 역시 이의 없이 동의한다. 그렇다면, 포르노 역시 포르노를 제작하는 사람들 그리고 유통하는 사람들의 표현이므로 그대로 두어야 하는걸까? 어떤 규제없이 그 사상을 그저 판단하는 너희들의 몫으로 둔다, 하는 것은 그러므로 마땅한 것이 되는걸까?



다 읽으면 페이퍼를 쓸 생각이지만, 어제 읽기 시작한 소설에는 주인공의 고등학생 시절이 나온다. 남자 고등학생들이 포르노 사진을 돌려보며 낄낄대는 장면과, 그리고나서 같은 학교에 다니는 여자아이들을 점수로 평가하는 일. 벽에 기대어 서서 지나다니는 여자애들에게 남자아이들 각자 점수를 매기고 그것을 평균 내어 가장 높은 점수를 받는 여자아이에 대해 얘기한다. 그중 한 남학생 '코리'는 자신이 '좀 다르다'고 생각한 여자아이가 6점을 받는 것에 분개해 그걸 뒤집어 9점으로 만들고, 그것을 내심 뿌듯해한다. '나는 너를 구해준 영웅이야' 그리고는 그 여자 아이의 옷 안에 숨겨진 구멍들에 대해 생각한다. 저 옷 안에는 구멍이 있겠지. 여자아이들에게 있는 당연한 구멍들. 나중에 그 여자아이와 연인이 되고 나서는 '먼훗날 내가 낮은 점수에서 그녀를 구해줬음에 대해 알려줘야지' 라고 생각하게 된다. 그리고 그녀와 연인이 된 후부터는 포르노를 보지 않는다. 그러니까 포르노를 일찍 접은 셈이다.



'데릭 젠슨'은 자신의 책 《문명과 혐오》에서 포르노를 본 이후에 자신이 어떻게 달라졌었는지에 대해서 얘기했었다. 이건, 소설이 아니다.




포르노는 나의 무의식적인 공상까지 바꾸어놓고 있었다. 역사적으로 나의 판타지는 대화로 이어지는 것이었다. 즉 어떤 여성을 봤는데 관심이 간다면, 즉시 ‘저 여자에게는 어떻게 말을 걸어야 할까?‘하고 생각했다. 어떤 창조적이고 열띤 대화를 할 수 있을지를 상상하곤 했던 것이다. 그러나 최근에는 이렇게 짧은 시간 동안 포르노를 보았을 뿐인데도, 가끔 여자를 보면 저 여자의 음모는 무슨 색일까, 성기는 어떤 모양일까가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그런 건 질색이다. 나는 예전 방식으로 돌아가고 싶다. 곧 그렇게 되기를 바란다. - 데릭 젠슨, 《문명과 혐오》, P179







'게일 다인스'는 자신의 책 《포르노랜드》를 통해, 표현의 자유 운운하며 포르노를 옹호하는 사람들은 아마도 예전의 포르노에 대해서만 생각하고 있을 거라 얘기한 바 있다. 요즘의 포르노는 그런 차원을 훨씬 넘어서는 잔혹한 내용이라는 것.  게다가 디지털 성폭력이 급속하게 퍼지는 이 때에, 강연을 가면 혹여라도 강연 영상에서 자기가 당한 일이 나오지 않을까 겁먹은 여자들이 찾아온다고 하지 않았던가. 



여태껏 강연하면서, 발표가 끝난 후 내게 찾아와 공포에 질린 얼굴로, 자기가 어린 시절 당했던 강간 장면이 찍힌 사진이 분명 화면에 뜰 거라 생각했다고 말한 여자가 최소 스무 명은 있었다. 이 불안감에서 이들이 겪은 트라우마가 얼마나 깊은지가 드러난다. 나는 강연에서 아동 포르노 사진을 보여주지도 않을뿐더러, 인터넷에 떠돌아다니는 수백만 장의 사진 중에서 특정 사진을 고를 확률은 극히 낮다. 하지만 확률의 법칙은 트라우마를 겪는 개인에게는 아무런 의미가 없으며, 이들은 자기를 강간한 사람이 전능하다고 생각하고, 자기가 찍힌 사진이 의심의 여지없이 반드시 수면 위로 떠 오를 거라고 확신한다. -게일 다인스, 《포르노랜드》, P207







'로널드 드워킨'은 그렇다고 포르노의 편을 드는 것은 아니다. 그도 포르노가 비난의 대상이 되어야 한다는 것은 인지하고 있다. 그러나 법으로 규제해서는 안된다면, 로널드 드워킨이 주장하는 바는 무엇일까, 그러니까 로널드 드워킨이 생각하는 해결방법은?



'정치적 평등'이라는 이상에 적합한 답은 하나밖에 없다고 드워킨은 쓴다. 모든 구성원 각각에게 표현의 권한을 허용해서, 서로 영향을 미치도록 놔두는 것이다. "권력이 있는 사람들을 역겹게 만든다는 이유로 사적 선택, 취향, 견해가 (…)금지되어서는 안 된다." 타인의 안전과 이익을 직접 침해항지 않는 이상(가령 아동 포르노는 출연 아동이 직접 해를 입는다)이 원칙에서 예외를 둬선 안 된다는 게 드워킨의 견해다. 해로운 표현은 사법 제재가 아니라 공론장에서 퇴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혐오, 분노, 조롱으로 그들이 신뢰를 잃게 해야 한다." -시사인 749, p.57


나 역시도 드워킨의 견해에 동의한다. 무엇보다 다른 사람들을 억압하거나 혐오를 조장하는 영상을 만들고 즐기는 사람들에 대해, 분노와 조롱을 되돌려줌으로써 스스로 그런 영상들을 제작하거나 유통하지 못하게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나는 포르노를 본다 라든가 디지털 성폭력 영상을 다운 받은 적이 있다는 것에 대해서 세상 그 무엇보다 스스로에게 부끄러워지게 만드는 것이 아마도 그것을 그만두게 하는 가장 좋은 방법일 것이다. 그런데, 그 방법이 먹힐까? 그 방법이 먹히지 않으므로 법적으로 규제하자, 는 것은 나 역시도 답이 아닌 것 같다. 그 영상을 만드는 사람들은 그저 돈을 벌고자 할 뿐이고, 그 영상을 보는 사람들은 알게 모르게 자신의 성격이나 삶에 영향을 미치게 되고, 또 그 영상을 보지 않는 사람들조차도 그런 문화속에서 살아가는 바, 조롱과 분노가 그들을 배척할 수 있을까? 심지어 그것을 만들고 유통하고 시청하고 소장하는 사람들이 이토록이나 다수인데, 조롱하는 문화가 과연 가능해질까? 드러내놓고 보는 사람들과 말하지 않으면서 보는 사람들, 그리고 그들이 하나 되어 여성혐오 문화를 만들어가는데, 과연 그들을 공론장에서 퇴출하는 일이 가능할까? 이미 공론장이 그들의 것이 되어버렸는데? 그렇다면 어떤 답이 우리에게 남아 있을까?


게일 다인스도 개인의 저항을 방법으로 제시했다.


우리 문화의 포르노화를 어떻게 막을 수 있을까? 내게 마법 같은 해결책이 있다면 좋겠지만, 그런 건 없다. 우리는 거대한 경제 구조와 맞닥뜨리고 있다. 포르노 산업과 싸우려면 개인으로서, 그리고 집단적 운동으로써 저항해야 한다. 현재 대부분의 저항은 개인적 층위에서 일어나고 있는데, 이는 희망적인 시작이다. 내가 만나는 사람 중에는 포르노를 이용하는 남자와 데이트하지 않겠다는 여자 청년, 자녀에게 미디어 리터러시 능력을 길러주는 모부, 체계적인 성교육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교사, 섹슈얼리티에 미칠 영향을 우려해 포느로를 보이콧하는 남자도 있다. 더 넓은 층위의 사회적 움직임이 부재한 상태에서, 이러한 개인적 형태의 저항이 현재로서는 가장 의미 있다. -게일 다인스, 《포르노랜드》,P.320


나는 캐서린 맥키넌의 편이고 안드레아 드워킨의 편이고 게일 다인스의 편이며 포르노 자체가 혐오표현이라고 생각하지만, 로널드 드워킨의 말이 결코 틀렸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로널드 드워킨의 해결방법은 아마도 궁극적인 해결방법일 것이라고도 생각한다. 그렇지만 그것이 이미 여성들을 혐오하는 문화에 익숙해진 지금 시대에 유효한지에 대해서는 전혀 수긍되어 지지가 않는 것이다. 어쨌든, 그래서 이 책을 읽어보고 싶어 샀다.




박정자 의 책은 앞으로 박정자의 책을 모두 읽어보고 싶어 일단 샀다. 나머지 두 권은 그냥 샀다. 언제 읽을지는 알 수가 없는데, 또 이런 책들을 장바구니에 담았다. 나란 사람..
















특히나 《엄마가 죽고 나는 의학자가 되었다》라는 책은, 내용을 전혀 모르는 바, 제목만 보고서는 영화 《언더 워터》가 생각났다. 















이 영화의 유일한 주인공 '블레이크 라이블리'는 의대생이었는데 엄마가 돌아가시고 나자 의사가 되는 일에 회의를 품는다. 어차피 의학은 엄마를 살리지도 못했으니까. 그러나 고립된 바다 위에서 상어와 맞서 싸우고, 다리가 부러진 새를 치료해주고, 그리고 간신히 살아남은 그녀는 의사가 된다. 

이 영화는 영화적 재미도 상당한 바, 추천한다.



오늘 상황극 적을라 했는데 페이퍼가 너무 길어.. 상황극에 대해서는 곧 다른 페이퍼로.. 그럼 이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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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발머리 2022-02-07 09:41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문명과 혐오>는 꼭 찾아서 봐야겠어요. 전에 다락방님 페이퍼에서 봤던거 같은데, 오늘은 더 관심이 가네요.
페미니즘 주제 중에서도 ‘포르노‘는 무척이나 다루기 어려운 주제인것 같아요. 표현의 자유와 관련되서도 ‘아동 성학대‘와 관련된 부분도 그렇고요. 저도 <페이드 포>, <포르노랜드> 읽어봤지만 정말 읽기에도 어려운 텍스트라서 생각을 정리하고 글을 쓴다는 게 얼마나 힘든지 쪼금은 짐작할 수 있어요.
다락방님이 계속해서 묻고 읽고 글을 써줘서 고마워요. 저도 더 찾아보고 더 읽어봐야겠어요.
다음 페이퍼 곧 올라온다고요? ㅎㅎㅎ

다락방 2022-02-07 12:14   좋아요 1 | URL
단발머리 님. 문명과 혐오는 정말로 강력추천하는 책입니다. 읽기에 쉽지 않고 책장도 쉬이 넘어가질 않지만 너무너무 좋은 책이예요. 저자는 자신이 기득권 남성임을 인지하고 글을 씁니다. 특히나 포르노에 대한 저 솔직한 고백이 좋더라고요. 포르노는 포르노일뿐! 이라는 것을 저는 믿지 않습니다.
캐서린 맥키넌과 안드레아 드워킨의 책이 제발 좀 빨리 재출간 되었으면 좋겠어요. 여성주의 책 같이읽기 도서로 선정하여 모두와 함께 읽어보고 싶습니다. 출판사들 대체 뭐하는거예요. 맥키넌 책 좀 내줘 진짜 ㅠㅠ

다음 페이퍼까지 모두 마치고 열심히 일하고 있었습니다!

잠자냥 2022-02-07 09:4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그나저나 다부장님, 다부장님에게 ‘조금‘이란 혹시 ˝수효나 분량, 정도 따위가 일정한 기준보다 넘게˝를 의미합니까? 아, 여기 알라딘 서재에서 ˝나 오늘 책 조금 샀어˝의 ‘조금‘은 모두 이 의미 같습니다-ㅋㅋㅋㅋㅋㅋ

수이 2022-02-07 10:19   좋아요 1 | URL
동의합니다 오바

다락방 2022-02-07 12:15   좋아요 1 | URL
잠자냥 님. 왜 그런 질문을 하시는거죠? 저는 증맬루 이해할 수가 없네요? 저에게 ‘조금‘은 다른 이들의 ‘조금‘과 같은데요? 꼴랑 네 권 샀잖습니까? 정말 조금 이잖아요? 왜 그런 질문을 하시는거죠? 흥!!

독서괭 2022-02-07 10:4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포르노그래피에 대한 다락방님의 생각을 계속 들려주셔서 저도 같이 생각해보게 되어 좋아요. 표현의 자유라는 게 어디까지 허용될 수 있는지는 늘 중요하고 어려운 이슈 같아요. 아동포르노 외의 다른 포르노는 출연자들이 자발적인 동의 하에 찍는 거니까 “타인의 안전과 이익을 직접 침해하지 않는” 것에 해당한다고 드워킨은 보고 있는 것 같고 사실 법률적으로는 그렇게 해석하는 게 맞겠지만, 사회 전체가 여성의 성상품화를 주도하고 있는 상황에서 “자발성”이랄지 “안전과 이익의 침해”를 겉으로 드러난 데에만 한정해서 보는 게 타당한지는 의문이네요.
저도 제시하신 책들 모두 읽어보고 싶어요.
근데 저 상황극 페이퍼 먼저 읽고 왔는데, 오늘 상황극이 엉뚱해진 건 아마도 이런 진지한 페이퍼를 먼저 쓰셨기 때문..?ㅋㅋㅋ

다락방 2022-02-07 12:17   좋아요 4 | URL
독서괭 님, 아주 유의미한 댓글 달아주셨습니다. 말씀하신 것처럼 ‘사회 전체가 여성의 성상품화를 주도하고 있는 상황‘에서 포르노를 표현의 자유로 보고 그것의 판단을 개인에게 맡기는 것은 어느만큼의 효과를 가져올까요? 이미 매체들은 여성을 포르노화 시켜 보여주고 여성들은 본인이 인지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포르노세상을 살아가고 있는데 말예요. 그런 영상들을 찍고 보는 너희들은 정말 한심하다고 조롱하고 싶은데, 그 조롱이 과연 포르노의 수요를 줄일까요? 택도 없는 소리 같아요. 휴..

상황극을 금요일에 머릿속에 떠올랐을 때 똭- 썼어야 되는데 주말 내도록 귀찮아서 미뤘네요 ㅋㅋㅋㅋㅋㅋㅋㅋ 산에 가는 건 그러니까, 나름 반전을 넣고 싶어서 이것저것 생각해보다가 그만... 산으로 가버리고 말았어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어제 출근길부터 필리스 체슬러의 이 책을 읽고 있다. 1940년에 태어난 여성이 나이 일흔이 넘어서 이렇게 자신의 일대기를 적어 보여줄 수 있다는 것이 시작부터 좋아서, 우리가 이렇게 늙어가야 할 거라고, 적어도 나는 이렇게 늙어갈 거라고 생각했다. 읽다 보면 젊은 시절 필리스 체슬러의 일기가 인용되기도 하는데, 그럴 때면 바로 부끄러워졌다. 내 종이 일기장(다이어리)에는 필리스 체슬러의 젊은 시절 치열한 의식 같은 건 적혀있지 않으니까. 죄다 어떤 놈이 좋다 어떤 놈이 그립다 어떤 놈이 너무 싫다..이런 것 뿐인데, 언젠가 날 잡아 내 일기 다 태워버려야겠다. 부끄러워..


얼마전에 다른 분의 댓글에도 썼지만, 나 역시도 나를 응원해주는 사람들의 대부분이 여성이지만 나를 미워하는 사람들 중에도 당연히 여성이 있다. 나를 지독히 괴롭히고 고통스럽게 한 건 남성이지만, 여성때문에 오래 괴로웠던 적도 있다. 여성주의 책을 읽어오면서 나 역시도 여성에게 더 많은 걸 기대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래도 너는 여자니까 이럴 땐 여성의 편이 되어야지, 여기선 이쪽 편을 들어야지, 라고 생각했던거다. 남성이 편들지 않는다면 남자는 어쩔 수 없다니까, 하고 기대도 하지 않고 바로 돌아설 수 있었지만, 내가 생각하기에 당연한 상황에 여성이 등을 돌리면 너무 심하게 내가 상처를 받는거다. 그러면서 나를 자꾸 다독여야 했다. 

또한 내가 편들어준 여성이 내 뒤통수를 치는 일도 생긴다. 그 때의 충격이 너무 커서 그 미움은 오래 갔다. 나야말로, 여성들이 나를 실망시키지 않을거라고, 여성은 다르다고 그렇게 여성에게 더 많은 기대를 했던 것 같다. 나 스스로 늘 되뇌이는게 도덕코르셋을 벗자는 것이었으면서 다른 여성들은 더 선량하고 상냥하게 무조건 여성의 편이길 기대했던 거다. 여성도 인간인데. 나에게도 이렇게 성차별적인 시선이 있었다. 여성도 질투할 수 있고 짜증낼 수 있고 욕할 수 있고 나쁜 마음을 품을 수 있다. 실수도 하고 실패도 하고 무너지기도 하는것인데. 인간이니까, 다른 인간들이 하는 그 모든것들을 그대로 할 수 있는데.


최근에는 그래서 '우리가 같은 방향을 바라보고 있다 해도 우선순위는 다를 수 있다'는 것에 대해서 스스로에게 계속 주입시키고 있다. 그래야 내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사안에 연대하지 않는 사람들, 내 선택과 다른 선택을 하는 사람들을 대하는 일이 좀 덜 힘들어지니까. 내 우선순위가 다른 사람의 우선순위일 순 없다, 고 스스로에게 매일 속삭인다. 물론 그렇다해도 서운하거나 속상한 일이 덜어지는 건 아니지만 훈련을 하고 있달까.


필리스 체슬러는 평생 자신의 삶을 걸쳐 바로 그런 걸 깨닫게 되었던 것 같다. 본인 역시 다치고 힘들면서 그리고 다른 사람을 편들거나 혹은 원망하면서, 그러면서 우리가 비록 같은 목적으로 모였지만 우리도 인간이었다, 는 것을 알게 된 것이라 하면 될까.


그런 마음으로 반성과 깨달음을 가져가며 첫번째 꼭지를 끝냈는데, 두번째 꼭지에서 나는 갑자기 이런 내용을 맞닥뜨린다.


1964년에는 저널리스트 리사 하워드를 인터뷰했고, 10대들이 보는 잡지 《앤저뉴ingenue》에 내가 쓴 인터뷰 기사가 나갔다. 한때 배우로도 활동했던 하워드는 ABC에서 미국 최초의 뉴스 프로그램 여성 앵커가 됐다. 하워드는 흐루시초프, 케네디, 애들레이 스티븐슨, 이란의 왕 샤shah, 피델 카스트로, 체 게바라를 인터뷰했다. 미시시피 옥스퍼드에서 발생한 폭동을 보도하기도 했다.

나는 어떻게 그 모든 일을 해낼 수 있었느냐고, 소설을 쓰고, 배우가 되고, 여성단체에서 강의를 하고, 인터뷰한 인물들을 연구할수 있었느냐고 물었다. 게다가 하워드는 아이가 둘 있는 엄마이기도 했으니까. 그런 그의 대답은 다음과 같았다. "갈고닦아야 할 자질을 꼽는다면 단연 자기 절제입니다. 원하는 것이 있다면, 그 목표를 향해 나가고 어떤 경우에도 굴하지 말아야 해요. 프로임을 증명하는 건 준비, 끈기, 인내죠. 남자들보다 뛰어나야 합니다.

열심히 하고 용감해야 해요." 인터뷰 기사가 보도되자 하워드는 내게 다정한 감사 편지를 보내오기도 했다.

1965년, 하워드는 ABC 방송사에서 해고되고 유산까지 한 뒤 10개월이 지나 자살했다. 불과 서른아홉의 나이였다. 앞서1962년에는 서른여섯의 메릴린 먼로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두 사람 모두 1940년대와 1950년대에 성년이 된, 젊고 아름답고 재능 있고 독보적인 캐릭터로 성공한 여성들이었다. 그런데도 페미니즘이 확산되기 이전인 1960년대를 사는 여성에게 이런 일은 얼마든지 있을 수 있었다. - P44~45



1964년 필리스 체슬러가 이십대 중반, 그녀는 야망도 있고 매우 똑똑하고 돈도 벌어야 하고 이 일 저 일 여러가지 일에 도전해 다 해보고 있는 중인데, 그러다 인터뷰한 뛰어난 여성이 자살을 하게 된거다. 나는 갑자기 여성의 자살이 나올 줄 몰랐고, 자기 절제를 이야기했던 여성이, 어떻게 그 모든 일을 감당하느냐는 질문을 들을 수밖에 없었던 여성이, 남자보다 더 뛰어나야 한다고 답했던 여성이 자살해버렸다는 사실이 너무 가슴이 아파서 지하철에서 이 부분을 읽다가 눈물이 핑 돌았다. 왜, 왜 뛰어난 여성은 자살해야 하는가. 하워드 스스로가 말했듯이 '남자들보다 뛰어나야' 그 자리에 오를 수 있었기에 그녀는 엄청난 노력을 했을 거다. 남들보다 잠도 덜 잤을거고 남들보다 공부도 더 했을거고 치열하게 싸우는 일도 많았을거다. 그랬는데 왜, 왜 자살하는거야. 서른아홉의 하워드가 자살하고 서른여섯의 메릴린 먼로가 자살했다. 갑자기 여성들의 자살을 책에서 마주치자 너무 가슴이 아픈거다. 얼마나 힘들었을까. 세상의 입에 오르내리면서 좋은 이야기만 듣기 위해 노력했던 그들은 얼마나 힘들었을까. 자칫하면 명성이 땅에 떨어져버리는 세상을 살아가는 일은 얼마나 힘겨웠을까. 서른아홉, 서른여섯 모두 이른 나이지만, 아마 그녀들로서는 그만큼 버티기도 애써왔던 게 아닐까. 


뭐야, 갑자기 왜 이래. 나는 울고 싶었다.

그리고 자신의 이야기를 더 진행시키지 못하고 삶을 끝내버린 엘리자베스 스트라우트 소설 속 등장인물 생각도 났다.
















But he remembered where he was-right outside the main gorcery store here in town-when he found out that she had vinished Vassar and then killed herself. It was Trish Bibber who told him, a girl they had been in school with, and when Denny said, "Why?, " Trish had looked at the ground and then she said, "Denny, you guys were friendly, so I don't know if you knew. But there was sexual abuse in her house."

"What do you mean?" Dinny asked, and he asked because his mind was having trouble understanding this.

"Her father," said Trish. And she stood with him for a few momints while he took this in. She looked at tim kindly and said, "I'm sorry, Denny." He always remembered that too: Tisht's look of kindness as she told him this.

So that was the story of Dorie Paige. -p.144-145


하지만 그녀가 바사를 졸업하고 자기 목숨을 끊었다는 소식을 전해들은 장소가 어디였는지는 기억했다-타운의 큰 식료품점 바로 앞이었다. 그 소식을 전해준 사람은 같은 학교에 다녔던 트리시 비버였다. 데니가 "왜 그랬대?" 하고 물었을 때 트리시는 땅을 내려다보고 이렇게 말했다. "데니, 너희 둘이 친하게 지내서 혹 알았는지도 모르겠는데, 집에서 성적 학대가 있었대."

"무슨 뜻이야?" 데니가 물었다. 자신의 머리로는 잘 이해가 되지 않았다.

"아버지가 그랬대." 트리시가 말했다. 그리고 데니가 그 말을 이해하는 동안, 잠시 그와 함께 서 있었다. 트리시는 다정한 눈빛으로 그를 쳐다보며 말했다. "참 안됐어, 데니." 그는 그것 역시 늘 기억하고 있었다. 소식을 전할때 트리시가 보여준 다정한 얼굴.

도리 페이지의 이야기는 이것으로 끝이다. -책 속에서



짧은 시간을 살다갔는데 그것이 그녀의 이야기 전부라니 너무하지 않은가. 《다시, 올리브》를 읽었을 때에도 저 부분을 읽다가 '더 긴이야기를 쓰도록 하자'고 페이퍼를 썼었는데,

우리 더 긴 이야기를 쓰도록 하자.


필리스 체슬러 처럼 여든이 다 되어가는 나이에도 나의 태어남이 어땠는지 그리고 자라오는 과정이 어땠는지, 무수히 많은 일들이 어떤 식으로 일어났는지, 나의 인생에 후회는 무엇이고 또 기억할만한 일은 무엇이었는지, 기쁨은 무엇이었는지, 성취는 무엇이었는지, 무엇이 나를 괴롭혔는지, 그걸 어떻게 이겨냈는지, 여기까지 어떻게 버텨내고 있는지, 내게 도움을 준 사람은 누구인지, 나는 누구에게 혹은 무엇에게 힘을 실어주기 위해 노력했는지, 그런 삶의 순간순간들과 과정을, 그리하여 지금의 내가 된 모습까지를 일흔이 되어서도, 여든이 되어서도, 그리고 백살이 되어서도 쓸 수 있도록 하자. 그렇게 진행되는 책의 마무리는 '내 이야기는 여전히 진행중이다' 이도록 하자.


아니, 내 이야기는 앞으로도 계속 이어질 것이다, 가 더 좋겠다.


내 이야기는 앞으로도 계속 이어질 것이다.

당신의 이야기도 앞으로 계속 이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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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발머리 2022-02-04 09:28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하워드 이야기 저도 너무 가슴아팠어요. 훌륭한 여자도 결국은 인간이니까요. 더 뛰어나기 위해 노력하고 또 노력하지만 가끔 그 무게를 견디기 어려울 수도 있겠구요.
전, 하워드의 자기 절제 이야기에 마음이 동하더라구요. ˝원하는 것이 있다면, 그 목표를 향해 나가고 어떤 경우에도 굴하지 말아야 해요.˝ 저는 포기가 빠르고 쉬운 편이라서, 이 문장 읽는데, 결국 내게 감동을 주는 사람들은 ‘열심히 사는 사람‘이었구나 그런 생각이 드는 거에요. 이 책도 뒤로 읽어갈수록 체슬러가 얼마나 열심히 살았는지를 알 수 있거든요. 1인 6역 정도라고 할까요. 너무 쉽게 사는 제 자신을 반성하는 그런 시간이 되기도 했어요.

이 책은 앞으로도 할 말이 많을 것 같아요. 아직 쓰지 못한 이야기가 많구요. 저도 계속 쓰려고요.
다락방님의 이어지는 이야기도 기다리고 있을게요.

다락방 2022-02-04 10:23   좋아요 2 | URL
주변 사람들이나 지켜보는 입장에서는 좀 더 버텨주길 바랐겠지만(저는 지금도 바라지만) 그렇지만 당사자에게는 더이상은 못하겠다는 한계점이 왔던 거겠죠. 너무 애를 써서요. 그래서 더 가슴이 아팠어요. 늘 신문 기사에도 나오고 우리 사회에서는 보기에 어려운 일도 아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일들은 맞닥뜨릴 때마다 어김없이 아파요. 성공한 여자라는 타이틀은 쥐기 너무 힘들고 반면 바닥으로 밀어버리기는 얼마나 쉬운가요.

젊은 시절의 필리스 체슬러도 정말 열심히 살더라고요. 열심히 살고 열심히 생각도 하고요. 좀 더 일찍 제가 철이 들고 좀 더 일찍 필리스 체슬러를 만났으면 어땠을까 싶어요. 그러면 제 젊은 시절도 좀 더 열심히 살 수 있었을까요? 이제라도 좀 더 힘을 내서 열심히 살고 행동하고 생각하고 읽고 써야겠어요.

우리 계속 이어나갑시다, 단발머리 님!

잠자냥 2022-02-04 09:55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아, 이 훌륭한 페이퍼에서 저는 왜 유독 이 문장에 집착하고 있는 것일까요?
˝죄다 어떤 놈이 좋다 어떤 놈이 그립다 어떤 놈이 너무 싫다..이런 것 뿐인데, 언젠가 날 잡아 내 일기 다 태워버려야겠다. 부끄러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새파랑 2022-02-04 10:19   좋아요 3 | URL
일기 태우기 전에 각색해서 책으로 출판해주시면 바로 구매하겠습니다~!!

다락방 2022-02-04 10:20   좋아요 3 | URL
이분들 왜이러시는거예요 진짜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제가 남자를 좋아했던 사람입니다. 남자라면 대환장을 했죠.. 남자랑 술을 제가 좋아했던 시절이 꽤 길었습니다. 뭐, 지금도 ‘어떤‘ 남자들을 좋아하긴 하지만... (먼 산)

책읽는나무 2022-02-04 19:2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논쟁이 발생할 때, 뭘 어떻게 조목조목 합리적인 대화가 이어지는 건지 잘 몰라, 불의를 보고도 너무나 잘 참고,어쩌면 못본 척 넘어가는지라, 여적 상처받은 적이 좀 없었던 듯합니다. 하지만, 솔직하고 당당한 다락방님은 아무래도 상처 받으실 일이 많으셨을 것 같아 좀 맘이 아팠던 적이 종종 있었습니다.
하지만 오래 알고 지내온 사람들이라면 늘 올바르게 산다는 것이 무엇인지 고민하며 행동하는 다락방님이시란 걸 알고 있기에 뒤에서 더 큰 응원을 하고 있으니 잊지 말고, 본인의 생각을 이야기해 주세요.
그래야 읽는 사람들도 또 고민을 하게 되고, 행동을 바꾸어 보려 같이 노력하게 될테니까요^^

똑똑한 여성들이 세상에 이렇게 많았단 것을 새삼 깨닫는 요즘의 나날들입니다.
다락방님도 그 중 한 사람이시구요!!
똑똑한 사람은 똑똑한 사람을 바로 알아보잖아요?^^

다락방 2022-02-07 10:38   좋아요 2 | URL
책나무 님 댓글은 언제나 깊다고 생각하지만 이렇듯 오늘 또 깊은 댓글을 받게 되네요. 감사합니다, 책나무 님. 저 역시도 제 주변의 사람들은 저의 그동안의 행동으로 저를 판단할거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생각하는 걸 미리 짐작하시고 적어주신 댓글 같아 오늘 댓글은 특히 더 감사합니다, 책나무 님.

똑똑한 여성들의 이야기를 앞으로도 계속 공유해야겠어요. 그것이 이미 이 거친 세상을 살아온 똑똑한 여성들을 위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또 이 세상을 헤쳐나갈 앞으로의 똑똑한 여성들을 위한 것이기도 하고요.
:)

그레이스 2022-02-04 19: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예 !
우리가 같은 방향을 바라보더라도, 우선순위는 다를수 있다.
멋진 말이예요!
동의 합니다
외워야지 ^^

다락방 2022-02-07 10:38   좋아요 1 | URL
우선순위가 다르기 때문에 싸우기도 하지만 그걸 받아들이려는 노력이 필요한 것 같아요. 다만 저는 제 자리에서 제 우선순위를 생각하며 말하고 행동할 뿐이겠지요.
한 주 힘차게 시작합시다, 그레이스 님!
 

자신감이란 근거 없이 생겨나기도 하지만 금세 무너지기도 한다.

중,고등학생적에는 영어에 대한 자신감이 상당했지만 대학시절부터 처참하게 무너져버려 지금은 두려움을 갖게 됐다.

번역본 없이 잭 리처를 한 번 읽어보겠다, 하고서는 우습게도 다음 페이지를 넘길때마다 두려워하고 있다.

내가 이해하지 못하면 어떡하지? 모르는 단어가 수두룩 해 간신히 종이와 글자만 구분할 수 있다면 어떡하지? 괜찮아 그럴 땐 번역본 보면 돼, 라고 하면서도 두렵다. 두렵고 떨린다. 그래서 책을 펼치기가 다음 페이지를 펼치기가 겁이 난다. 쫄지마, 라고 하면서도 쫄고 있다. 그러다가 이런 대화가 나오기도 한다. 책이 없어 정확한 구절들은 아니고 대략 이런 대화였다. 잭 리처가 늦은 밤 기차에서 내려 근처의 모텔에 찾아가 숙박하려는 장면이다.


"오늘 하룻밤 묵어가고 싶은데"

"60달러."

"내가 그동안 모텔 많이 다녔어."

"그래서?"

"너무 비싸."

"너 여자랑 잘 거 아니야?"

"아니야 나 혼자 자."

"윗방은 다 그래."

"나는 윗방 아니어도 돼."

"그럼 1층 줄게. 40달러."

"20 달러."

"30 달러."

"20 달러."

"25 달러."

"딜."


아 진짜 눈물나게 좋지 않나. 백프로 해석됐다.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겁나 쫄아가지고 으으... 나는 이해할 수 있을까, 하고 펼쳤다가 저렇게 딜! 로 마무리 되는 대화라니. 이해하지 못할 바가 전혀 없어서 기뻐서 눈물이 났다. 흑흑 ㅜㅜ
















많은 부분들을 놓치고 가겠지만 앞부분만 읽은 지금 흐름은 파악할 수 있었고, 큰 덩치의 시체를 파묻으며 이정도면 충분히 안전하다고 생각했던 놈들이 있는 곳에 우연히 잭 리처가 내렸기 때문에 '니넨 이제 다 뽀롱났다~' 하는 기분을 느낄 수 있었다. 그러기 위해서는 그전에 번역본 잭 리처를 읽어둔 게 큰 도움이 되었다. 분위기를 파악할 수 있으니까. 방금 번역본 뒤졌더니 '본능을 관장하는 뇌와 이성을 관장하는 부위'에 대한 언급이 나오는데, 나는 이걸 이대로 해석하지 못했지만 brain 나오는 순간 눈치챘다. 잭 리처 시리즈 읽다 보면 이쪽 뇌와 저쪽 뇌가 싸우는 이야기가 종종 등장하기 때문이다. 나도 그러는데... 한쪽 뇌가 '책 사지마!' 라고 하고 다른 뇌가 '사두면 다 피가 되고 살이 돼!' 하는 것... (응?)

게다가 잭 리처 맨날 커피 마시면서 잔뜩 밥 먹는 장면 나오는 것도 내가 잭 리처 시리즈를 좋아하는 이유인 것 같다. ㅋㅋㅋ 이번에도 초반부터 에그, 베이컨, 팬케익 먹고 커피 리필 계속 먹는다. 으하하하. 많이 먹어, 잭 리처! 언젠가 만난다면 내가 밥 한끼 사줄게요. 삼겹살 먹어봤어요? 후훗.


2022년의 목표를 이 책 한 권 스스로 완독으로 잡았는데 이렇게 매일 펼치기가 두려워서야 할 수 있을까 싶지만, 뜻밖에 짧은 대화들이 나올 수도 있으니 용기를 내서 도전해봐야겠다. 한 권이 어렵지 그 다음은 좀 더 수월하겠지.


마침 어제 날 따라 잭 리처 읽겠다던 분도 있어, 언제고 한 번 해보려고 했던 잭 리처 시리즈 정리를 한 번 해볼까 한다. 나도 네이버 검색해서 누군가 정리해둔거 보고 알게된거다.






























































































































































































































































































































































우와.. 생각했던 것보다 시리즈가 더 많다. 나는 한 열권쯤 되려나 했는데 번역안된걸 포함하면 스무권이 넘네.

리 차일드는 은퇴준비중이며 그래서 2020년 출간작부터는 동생인 앤드류 차일드와 잭 리처 시리즈를 함께 쓴다고 한다. 그러다가 앤드류 차일드 혼자 쓰게 될거라고. 위의 리스트는 ONLY 리 차일드 작품. 일단 리 차일드 만의 잭 리처를 다 읽어보고 그 후에 앤드류와의 합작을 읽어봐야겠다. 


그리고, 오늘 아침의 캐나다 뷰(프롬 양재동..)




잭과 로리, 내가 잊지 않았어. 아직 이번주 분량을 다 못읽었는데 어휴 마음이 바쁘다.

오늘 트윗에 친구가 '엘리자베스 스트라우트'의 <oh william> 을 살짝 번역해 일부분 올려두었는데, 그걸 보니까 그것도 너무 읽고 싶고. 오늘 아침 퍼뜩 생각난건데, 내가 새벽 세시 바람이 부나요를 영어본으로 안읽었다는 것도 생각났다. 그것도 영어로 한 번 읽어봐야지. 와 세상에 읽을 거 왜이렇게 많아. 내 몸뚱아리는 하나고 시간은 한정되어 있는데 읽고싶은게 너무 많아서 미치겠다. 올 한해 make me 한 권을 완독 목표로 잡으면 속도가 너무 더디겠는걸? 그래도 욕심 내지 말고 천천히 천천히..


오늘 아침 출근길에 필리스 체슬러 읽었는데, 이건 따로 페이퍼 쓸거다. 


여러분, 씨 유 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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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의집 2022-02-04 09:0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ㅎㅎ 다락방님의 글은 역시 유머러스~ 만나서 직접 이야기하는 것 같은 편안함과 유머 !!! 여성학 페이퍼 읽을 때는 진지함이, 이런 가벼운 페이퍼는 유머러스해서… 아침부터 기분 좋게 시작할 수 있는 하루입니다~

단발머리 2022-02-04 09:18   좋아요 1 | URL
기억의집님의 댓글을 그대로 복사해서 댓글로 달고 싶네요^^
진지함과 유머러스를 동시에 가지기란ㅋㅋㅋㅋㅋㅋㅋ 기억의집님, 좋은 하루 되세요^^

기억의집 2022-02-04 09:47   좋아요 1 | URL
우와~ 단발머리님 덕분에 저 기분 더 업되고 있어요!!!!

다락방 2022-02-04 10:26   좋아요 2 | URL
아이고, 감사합니다, 기억의집 님 단발머리 님.
저는 다른 무엇보다 제 글이 재미있다는 칭찬을 듣는게 좋더라고요? 나름 유머를 넣으려고 하기 때문에 그 유머를 알아봐주시는 분들이 계시면 정말루 행복해집니다. 으하하하하. 앞으로도 더욱 유머러스한 글로 찾아뵙겠습니다.

필승!!

수이 2022-02-04 09:1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영어 쫄보는 영어 천재가 된다 두근두근 💞

단발머리 2022-02-04 09:18   좋아요 1 | URL
두근두근 쾅쾅, 두근두근 쾅쾅!!!

다락방 2022-02-04 10:25   좋아요 2 | URL
과연 될까요? 이렇게나 쫄보여서.. 흑흑 ㅜㅜ

거리의화가 2022-02-04 09: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세상에 읽을 거 왜이렇게 많아. 내 몸뚱아리는 하나고 시간은 한정되어 있는데 읽고싶은게 너무 많아서 미치겠다.˝ <- 너무 공감이^^; 몸이 열개였으면 좋겠어요...ㅋㅋㅋ
시리즈 한 권씩 읽을 때마다 독파하는 느낌이 들 것 같아요! 예전에 원서 읽기 시작할 때 한참 모으던 시기가 있었는데 이사하면서 다 처분하고 왔거든요. 지금 생각하니 좀 아쉽네요...ㅎㅎ
엘리자베스 스트라우트 여러 플친님들 글에서 본지라 저도 담아두었는데 하나씩 둘씩 아주 천천히 읽어보려구요.

다락방 2022-02-04 10:25   좋아요 0 | URL
저는 지금 원서를 너무 열심히 사 모으고 있는데 이러다 금세 다 처분하진 않을까 겁나네요. 아 몰라몰라 영어 몰라도 사는데 지장없어 안해안해 팔아팔아 이렇게 되진 않을지. 일단 지금은 소박하게 저 한 권만 완독을 목표로 삼겠습니다. 으하하하.

엘리자베스 스트라우트는 너무 좋아요, 거리의화가 님. 원서로 읽으면 더 좋을 작가예요. 저도 잭 리처 다 읽으면(언제가 될지..) 스트라우트 원서 읽어보려고요. 후훗.

잠자냥 2022-02-04 09:5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와, 근데 잭 리처랑 다부장님 만나서 함께 밥 먹으면 그날 식비 얼마나 나올까요? 궁금한데 어서 한번 만나보세요~

다락방 2022-02-04 10:24   좋아요 1 | URL
제가 그래서 소고기 사준다고 안하고 돼지고기 한건데.. 이것도 너무 많이 나올까요? 떡볶이랑 순대로 바꿀까요? 그렇지만.. 그건 너무 없어보이죠? 순댓국으로 할까.. 순대를 새우젓에 찍어먹는 거 알려주고 싶긴 한데.. 아, 일단 순댓국으로 배 좀 채운 다음에 삼겹살 먹으러 가야겠어요. 안그러면 삼겹살 비용이 감당 못할 정도가 될듯요 ㅋㅋ

단발머리 2022-02-04 10:34   좋아요 1 | URL
아흐 ㅋㅋㅋㅋㅋ 많이 안 나와요.
잭 리처 4인분에 다부장님 2인분… 계산 딱 나오죠? 소박합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22-02-04 14:05   좋아요 0 | URL
흐음. 잭 리처 4인분이면.. 될까요? 5인분 까지도 커버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ㅋㅋㅋ 소주도 곁들어야 하는데 소주도 많이 마시겠죠? ㅋㅋㅋㅋ 그래도 합이 삼겹살 7인분에 소주 열 병 정도면.. 저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음화화화핫. 화이팅!! 잭 리처, 컴온!!

책읽는나무 2022-02-04 19:29   좋아요 1 | URL
무한리필집으로 고고씽!!!

라파엘 2022-02-04 10:5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다락방님 말씀대로 한권만 완독해도 이전보다 원서읽기가 수월해질 뿐만 아니라, 같은 한권 내에서도 전반부만 넘기면 후반부는 훨씬 수월하게 읽힙니다. 작가의 문장에 익숙해지고 배경지식도 생기니까요. 같은 맥락에서 동일한 작가의 책을 여러 권 읽는 것도 좋은 읽기 방법입니다 ㅎㅎ 어떤 영역에서든지 학습의 과정에서 가장 큰 방해요인은 실력의 부족이 아니라 심리적 저항입니다. 불안이나 두려움 등 스트레스 요인이 학습자의 기존 수행능력도 발휘하지 못하게 하고 새로운 학습도 일어나지 못하게 하거든요. 외국도 나가보신 다락방님이 두려워하실 건 전혀 없어요. 무엇보다, 영어원서와의 관계에서 주도권은 다락방님께 있습니다!! ^^

다락방 2022-02-04 14:04   좋아요 1 | URL
그러게나 말입니다, 라파엘 님. 저는 사실 두려워하는 게 별로 없는데 왜 영어원서 페이지 넘기는 걸 두려워하는 걸까요. 쫄보.. 라파엘 님 말씀하신대로 제 주도권을 인지하고 해나가야겠어요.
한국어로 쓰여진 책 읽어도 처음엔 좀 시간 걸리잖아요. 등장인물이나 배경 파악하느라고요. 그러다 중간을 좀 넘어가면서부터 속도가 붙고요. 영어도 그렇다는 말씀이시네요. 자신감을 가지고 읽어봐야겠어요. 작가의 문장에 익숙해지고 그러다보면 파악도 더 쉽고 실력도 늘 수 있겠죠? 조언 감사드려요, 라파엘 님. 열심히 해서 영어의 왕이 되겠어요. ㅋㅋㅋㅋㅋㅋㅋㅋ 아니, 대체 영어 뭔데 이 나이가 되어도 포기를 못하고 있는걸까요? 휴우-

PersonaSchatten 2022-02-04 14:08   좋아요 1 | URL
라파엘님 말씀에 동의합니다. 저도 해리포터 시리즈 읽은 후에 원서를 즐기게 되기도 했고 지금도 어느 책이든 앞에 챕터 2개 정도는 심하면 한두달도 걸리는데 후반부는 반나절 안에 다 읽을 때도 있어요. 아는 작가면 전반부 금방 읽지만 모르는 작가나 처음대한 작가면 전반부는 많이 느리게 읽히더라고요.
잭리처로 시작하시면 금방금방 익숙해지실걸요? 파이팅입니다!!

다락방 2022-02-04 14:18   좋아요 2 | URL
으앗 감사해요 페르소나 님. 저는 쪼는 제 자신이 싫은데 쫄아가지고... 여러분의 응원과 격려에 힘입어 힘차게 도전해보겠습니다. 빠샤!!
 

식구들이 모두 돌아가고 혼자만 남은 고요한 시간. 안주를 차려두고 와인을 꺼내 텔레비젼 앞에 앉아 영화를 보았다. 무얼 볼까 이리저리 채널을 돌리다가 넷플릭스에서 로맨스 영화를 보았는데, 이 얘기는 잠시 뒤로 미루고, 이제 다 먹고 치우고 설거지를 할시간. 동생네 가족은 텔레비전에서 해주는 영화 <킬러의 보디가드2> 를 볼거라 했다. 치우는 과정에서 그 영화가 시작하길래, 앞부분만 조금 보게됐는데, 그전에 이 영화를 본 적이 없어 줄거리를 모르던 터. 한 여자가 자신의 남편과 결혼을 해야 하는 과정에서 남편이 사라졌다며 안식년을 가진 킬러 주인공(라이언 레이놀즈)을 찾아와 남편을 같이 찾아달라 하는거였다. 주인공은 안식년이라 그럴 수 없다고 했는데 여자는 니가 찾아줘야 한다며 설득했고, 이 과정에서 둘은 나란히 앉아 이야기를 하게 되었다. 근데 화면에서는 라이언 레이놀즈의 옆모습이 보이고 그 앞에 앉은 여배우의 얼굴은 제대로 보이지 않는 채로 옷 사이로 조금 드러난 가슴이 계속 보였다. 그러니까 내가 보는 화면에서는 일단 맨 앞에 여자의 가슴이 약간 보이고 그 뒤로 라이언 레이놀즈의 얼굴이 보이는거다. 그 장면이 너무 불쾌했고 싫었다. 카메라가 저렇게 찍어야만 했나? 아마 그랬을 거다. 의도하는 바가 있어 여성의 가슴을 스쳐가면서-마치 의도한 게 아니라는듯- 그 뒤에 남자를 보이게 배치했겠지. 나는 이 영화를 가족들 모두 함께볼거라는 동생네가 생각나면서 이거 나의 조카들이 보면 무슨 생각을 하고 무엇을 느끼게 될까,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알게모르게 영향을 미칠것 같아 기분이 나빴다. 이 장면이 상징하는 바를 제대로 풀어준 책이 있지 않을까 싶어서 나는 책장 앞으로 갔다. 내가 지금 느끼는 이 기분을, 그리고 저렇게 구성된 영화의 화면에 대해 분석하고 꼬집어준 책이 있을 것이다, 싶었던거다. 그렇게 책장 앞으로 가 섰는데 어떤 책이 거기에 맞는 책일지 모르겠다. 부드럽게 여성을 죽이는 방법? 이 책이 그걸 말해준걸까? 이래저래 망설이다가 내가 골라 꺼내온 책은 이것이었다. 박정자, 《시선은 권력이다》
















그렇게 식기세척기를 돌려두고 분리수거를 하고 온 뒤에 이 책을 펼쳐 책상 앞에 앉았다. 그리고 읽기 시작했는데, 내가 기대한 내용의 책은 아니었다. 아, 이건 살짝 어긋났네, 내가 원하는 내용은 아니야. 그렇지만, 이 책은 이 책대로 너무 좋았다. 이런 부분은 특히 밑줄을 긋지 않을 수가 없었다.


사르트르의 《존재와 무L Être et le néant》 (1943)에 나오는, 열쇠구멍을 통해 남의 방을 들여다보는 남자의 이야기는 수치의 존재론에 대한 탁월한 예시이다.

나는 열쇠구멍을 통해 어느 방을 몰래 들여다보고 있다. 나는 단지 그 방에서 전개되고 있는 것만을 지각할 뿐, 나 자신을 의식하지 못한다. 나는 주체(sujet, subject)이고, 방안의 장면은 대상(objet, object)이다. 나는 방안을 바라보는 주체로서만 존재할 뿐, 나 자신을 대상으로 삼지는 않는다. 나는 세계의 중심이고, 물론 수치심도 없다.

그런데 갑자기 발소리와 함께 누군가 가까이 온다. 누가 나를 바라보고 있다는 것을 느끼는 순간 나는 내 행동이 상스럽다는 사실을 깨닫고 부끄러워진다. 이때까지 자신이 어떤 모습을 하고 있는지 생각조차 하지 않았는데, 타인의 시선이 닿자마자 나는 열쇠구멍에 눈을 대고 구부정하게 숙이고 있는 추악한 내 모습을 인식한다. 혼자 있을 때 자신을 의식하지 않던 나는 타인의 존재가 나타나자마자 나를 대상(오브제)으로 의식하고, 나의 행동을 수치스러운 것으로 파악한다.

타자는 이처럼 나와 나 자신을 연결하는 필요불가결의 매개자이다.

나는 남에게 나의 부끄러운 모습을 보였을 때만 나 자신을 부끄러워한다. 남의 시선이 없다면 인간에게 수치심은 없다. 단순히 수치심만이 아니라 존재의 기초 자체가 자기 안에 있는 것이 아니라 외부에 있다고까지 우리는 유추해 볼 수 있다. -p.30



이 구절에서 생각나는 영상이 있어 검색을 이래저래 해보았는데 오래전의 영상이라서인지 그리고 내가 키워드를 제대로 넣지 못해서인지 찾아내지 못했다. 내가 몇해전 본 영상속에서는-그것은 아마도 성희롱 예방 광고였던 걸로 기억하는데- 남자들이 길에서 만나는 여자들의 신체 일부를 뚫어져라 바라본다. 그러면 상대 여자는 자신의 신체를 바라보는 그 남자에게 그대로 거울을 비춰 '저 여자를 성적으로 바라보는 나'를 보게 한다. 그러면 그 남자들은 부끄러워하는거다. 


내가 찾던 책속 구절은 아니지만 와 저 내용이 너무 좋은거다. 게다가 사르트르, 수치의 존재론.. 이런걸 어렵지 않게 바로 설명해주는게 너무 좋은 거다. 내가 기대한 여성주의적 시점에서 쓰여진 책은 아니었지만, 그런데 이 책은 그 자체로 너무 훌륭한 책이었고, 무엇보다 시선과 권력에 관해 풀어놓는데 그걸 너무 쉽게 풀어놓아서, 저자인 박정자가 계속 데려오는 푸코와 사르트르, 헤겔도 어렵지 않게 만나게 되는거다. 아, 푸코가 그랬던거구나, 아 푸코가 그래서 대단했던거구나, 를 되게 쉽게 파악하게 해준달까. 너무 좋아!


자, 우리 좀 더 살펴보자.


대상을 향해 초월적 운동을 하는 우리의 의식은 외부의 대상만을 상대하는 것이 아니라 자기 스스로를 의식의 앞에 두고 성찰할 수도 있다.

‘자기와 대면한다‘는 의미에서 이것을 대자(對自) 존재라고 부른다. 나무나 돌멩이 같이 초월성도 없고 자기와 대면하는 능력도 없으며 그저 자기 자신으로 자족해 있는 상태의 사물들은 ‘자기 자신에 머물러 있다‘라는 의미에서 즉자(卽自) 존재라고 부른다.

대자존재인 의식은 자기와 자기가 이중으로 분리되어 스스로를 성찰할 수 있지만, 속과 겉이 동일하게 단단하여 한 덩어리를 이루고 있는 즉자존재는 대상을 의식할 수도 없고 자기 자신을 성찰할 수도 없다. 스스로를 성찰하는 돌멩이는 이 세상에 없지 않은가.

자기와 자기가 이중으로 분리되어 있다는 것은 그 사이에 가느다란 틈새가 있다는 뜻이다. 틈새란 아무것도 없는 빈 공간이므로 무(無)이다. 대자는 속에 무(無)를 품고 있는 존재양식이다. 이 ‘무‘가 다름 아닌 의식이다. 의식은 자체적으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고 원래 아무것도 아니었는데 앞에 대상이 생기면 그 때에야 존재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사르트르에게서 인간의 의식은 ‘무이며, 인간은 속에 ‘무‘를 품고 있는 존재이다. 하이데거 Martin Heidegger(1889 - 1976)는 이것을 ‘벌레 먹은 사과‘로 비유했었다.

의식이 초월적 운동을 할 수 있는 것은 바로 이 ‘무‘ 덕분이다. 속이 꽉 차 있고 빈 공간이 없는 곳에서는 내적 운동이 불가능하다. 장방형의 플라스틱 판 안에서 손톱만한 조각들을 움직여 글자나 숫자를 맞추는 퍼즐 게임을 생각해 보라. 거기에는 조각 한 개분의 빈 공간이 있다. 이 공간이 있기 때문에 우리는 조각들을 이리저리 움직여 글자를 맞출 수 있다. 대자존재가 대상을 향해 초월적 운동을 할 수 있는 것은 그것이 속에 ‘무‘를 품고 있기 때문이다. - P 33~34



아아, 박정자의 이 책은 철학자와 사상가들을 만나기 이전에 읽어두면 너무 좋을 책이다. 특히나 푸코를 읽기 전에 읽는다면 완전 울트라 따봉일것이여.

아, 그리고 그러면 안되는데 저기서 자꾸 드립치고 싶어가지고.. 일전에 '너가 개구리의 입장이 되어본 적 있니? 개구리는 이 계절에 악을 쓰고 살아있을 수도 있어' 라고 공대생 애인에게 말했던 나, 그런 나는 여전히 변함없는 나이기에, 대자와 즉자.. 돌멩이 얘기 읽다가, 그렇지만... 당신은 돌멩이가 되어본 적 있나요, 돌멩이 생각을 다를 수도 있잖아요? 라고 넘나 드립치고 싶어지는 것이다. 아, 이런 드립은 누스바움 식의 시적 정의 아니련가... (닥쳐!)


아무튼 이 책 넘나 재미있는데, 와, 주인과 하인 부분에서도 최고였다.


어느 순간 사람들은 두부류로 나뉘었다. 죽음도 불사하는 도박을 통해 상대방을 노예로 만든 주인과, 죽음의 공포 속에서 자신의 자아를 희생시켜 물질적 안위를 택한 노예들이 생겨난 것이다. 주인들은 노예로 하여금 자기 대신 자연의 조야성과 대결하여 사물을 가공하도록 함으로써 자립성이 제거된 사물을 얻게 되었다. 전에는 한 사람이 향유와 노동을 동시에 했으나, 이제부터는 향유만 하는 사람, 노동만 하는 사람으로 갈리게 되었다.

사물과 자기 사이에 노예를 끼워 넣은 주인은 결국 사물의 비자립성과만 관계가 있고, 사물을 가공하는 노예는 사물의 자립성과 관계한다. 주인은 잘 다듬어져 먹기 좋고 쓰기 좋게 된 자연의 사물만을 알 뿐 날 것 그대로의 억센 자연을 알지 못한다. 그러나 노예는 인간의 가공에 저항하는 자연의 조야(粗野)한 측면을 안다. 즉 사물의 자립성을 아는 것이다.

노예는 처음에는 생명 때문에 남에게 예속된 비겁한 자였는데 나중에는 결국 자연과의 통일을 이루게 된다. 자아 대신 생명을 택한 까닭에 폭넓은 대자연과 만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러한 자연과의 합일을 통해 노예는 사회의 문화를 유지하고 발전시키는 창조자가 되었다. 이것은 주인이 도저히 도달할 수 없는 경지이다.

반면에 주인은 자연세계의 물질을 가공하여 자신의 욕구를 충족시킬 대상을 직접 생산할 줄 모른다. 대상세계와 단절되어 오로지 모든 것을 소모하기만 하는 주인의 이러한 욕구와 충족 행위는 대상세계의 실체성과 통일을 이루지 못한다. 자연에 단단히 발을 딛지 못하고 노예의 노동에 의해서만 유지되는 가상적인 생이라는 점에서 주인은 허공에 떠있는 공중인간 Luftmensch이다. 그의 인생은 현실에 발붙이지 못한 부박한 삶이다. 주인은 자신을 주인으로 인정하지만 노예를 주인으로 인정하지 않고, 노예는 자신을 노예로 인정하지만 주인을 노예로 인정하지 않는다. 다시 말하면 노예는 자신에게 행한 것을 주인에게 행하지 않고, 주인 또한 노예에게 행한 것을 자기 자신에게 행하지 않는다. 따라서 양자 간에는 상호성이 결여되어 불평등한 관계가 수립된다. 한 쪽은 노예이고 한쪽은 주인이다.

주인은 즐기기만 하고 노예는 힘든 노동만 한다. 주인은 노예를 강제하고 노예는 주인의 명령을 따른다. 자기가 하고 싶지 않은 일도 주인이 시키면 억지로 해야만 한다. 당연히 주인이 노예보다 우월하다. 그러나 다시 한 번 생각해 보면 이 관계에서 우위를 차지하고 있는 것이 반드시 주인은 아니다.

노예는 자신을 노예라고 생각하고 주인도 자신을 노예라고 인정하므로 그는 철두철미하게 노예이다. 그러나 주인이 주인인 것은 노예가 그를 주인으로 인정하기 때문이다. 만일 노예가 그를 주인으로 인정하지 않는다면, 그리고 노예의 노동이 없다면 주인은 주인의 지위를 잃을 뿐만 아니라 생명을 유지할 수조차 없다. 노예 없이 주인은 주인이 아니므로 주인의 개념은 전적으로 노예에 예속되어 있다. 자신의 존재를 노예에게 의존하고 있는 주인은 자신의 개념을 완성하자마자 노예의 노예로 전락하는 것이다. - P58~60



아니 너무 재미있지 않나. 정말 그렇지 않나. 만약 노예가 없다면 주인이 존재할까? 그러니 표면적으로 주인이 더 위에 있는듯 보이지만, 그러나 노예가 없다면 주인은 주인이 될 수 없다.

노예의 노동이 없다면, 주인은 어떻게 될까?


이 부분을 읽는데 아주 오래전에 읽었던 '로맹 가리'의 단편 <어떤 휴머니스트> 생각이 났다. 그의 단편집 《새들은 페루에 가서 죽다》에 실린 단편이다.















유대계 독일인 장난감 공장 사장은 히틀러가 아무리 압박해도 인간은 선하다는 믿음을 간직하고 있었다. 자기 주변 사람들이 피난을 가도, 인간은 결국 선하기 때문에 굳이 그럴 필요가 없다 믿고 있었는데, 그러나 전쟁은 점점 더 그를 압박하고 장난감 공장에 출근도 못하게 되었다. 그는 한참 고민을 하다 자신의 집 일을 충실히 봐주고 있는 하인 부부에게 집과 공장을 맡긴다. 그리고 자신은 지하에 공간을 만들어 숨어들고, 그곳에 자신이 좋아하던 여러 사상가들의 책을 옮겨둔다. 자신의 서재를 꽉 채웠던 그 책들을 읽었던 바, 그들은 인간이 선하다고, 결국은 선의 길로 간다고 말해오지 않았던가. 하인 부부는 그를 위해 책을 옮겨주고 매일 식사를 챙겨주고 라디오를 챙겨주었고 또 신문도 매일 갖다 주었다. 그러나 전쟁은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고 점점 더 어두운 뉴스만 찾아오는 바, 그는 이제 신문을 가져오지 말라했고 라디오도 치우라고 했다. 매일 하루의 끝자락에 남자 하인은 그에게 찾아와 그와 인간과 철학과 세상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올라간다. 여자 하인은 그에게 언제나 맛있는 식사를 차려다준다. 장난감 공장 사장은 역시 인간은 선하다고, 이들이 내게 베푸는 걸 보라고 감탄하지만, 그러나 지하에서 차려주는 밥만 먹으면서 점점 더 살이 찌고 쇠약해진다.


전쟁이 끝나고도 한참 후, 장난감 공장 사장의 친구가 그의 집에 찾아가 벨을 누른다. 하인이 문을 열어서는 자신도 주인을 본지 한참 되었다, 그가 어디로 갔는지 모르겠다고 말하고 사장의 친구를 돌려보낸다. 그러나 사장은 여전히 지하에서 전쟁이 끝나기를 기다리고 있었고 이제는 몸져 눕게 되었다. 그동안 하인 부부는 장난감 공장의 매출을 두 배로 늘렸고 여전히 지하의 주인에게 음식을 챙겨다주고 이야기 상대가 되어주고, 그 지하를 벗어나는 순간 이 집의 주인이 되며 또 장난감 공장의 주인이 된다. 지하에 있는 주인은 이렇게 오래 자신을 잘 챙겨주는 하인 부부에게 감사한다.



와 정말 재미있는 이야기가 아닌가. 게다가 주인이기 때문에 하인에게 이런 일을 부탁할 수 있었는데, 시간이 지나니 하인이 주인이 되었고 주인은 하인이 없다면 살 수 없게 되어버렸다. 당시에 이 이야기를 읽으면서 너무 놀랐고 로맹 가리를 다 읽어버리겟다 결심하게 되었는데, 어제 박정자를 읽으며 로맹 가리 생각이 난것이다. 크-



좋은 독서였다. 모두에게 읽기를 권하고 싶은데 이 책이.. 품절이지롱~ 나는 일전에 너무 읽고 싶어서 중고로 사두었다. 책은 역시 사두는게 약이다. 언제 어떻게 읽게될지 모른다니까? 없었어봐? 그럼 못읽었다. 그러니 미리미리 진작에 사둔 나를 칭찬한다. 그런데.. 이 책을 왜 읽고싶었었는지, 어떻게 알고 사게 된건지를... 모르겠네? 이거 사둔 나 정말 잘했지만, 그런데 왜 사둔거야??? 알 수 없다. 다만 그 때는 그 때의 이유가 있었을 것이다... 생각한다. 아무튼 잘했다, 나여. 뭐든 이렇게 잘해서 이걸 어쩐담? 책도 잘 사놔. 기특하다. 여러분 책 사두세요, 나중에 다 피가 되고 살이 되고 뼈가 되고 막 그래요. 사라, 사야합니다!!





참 ㅋㅋㅋㅋㅋㅋㅋ 쓰기도 챙피한데 ㅋㅋㅋㅋ '중학생도 안 볼 영화 내가 본다' 시리즈라도 만들어야 할까. ㅋㅋ 포스터만 봐도 아무도 안 볼 것 같은 영화 <크리스마스 캐슬>을 보았다. 혼자 와인 마시면서 볼 때는 이런게 좋다니깐요? 게다가 영화의 중간까지는 최근에 봤던 대부분의 영화보다 좋았다.


일단 책 속 여자가 중년의 여성인데 베스트셀러 작가이다. 그런데 그 베스트셀러 소설이 무엇이냐? 로맨스 소설이다. 그녀는 로맨스 소설을 열권 이상 낸 베스트셀러 작가라서 돈을 엄청 잘 벌었고 뉴욕에 큰 집이 있으며 그 집안에 서재도 있고 자신의 책 표지로 액자를 만들어 벽을 채워두기도 했다.



와, 나는 진짜 이 장면이 너무 좋았다. 나도 이렇게 살고 싶다. 어느 순간 내가 글 써서 번 돈으로 큰 집을 사고 한 쪽 벽면을 내가 쓴 책의 표지로 채우게 된다면.. 와우- 인생 진짜 간지작렬일텐데..


그런데 이 작가 '소피'(브룩 실즈)는 지금 안티팬들이 생겼다. 왜냐하면 그녀가 열한번째 소설에서 남주를 죽여버렸기 때문이다 ㅋㅋㅋㅋㅋㅋㅋㅋ이에 팬들이 들고 일어났다. 아무리 니가 작가라지만 그를 죽일 자격은 없어! 사람들이 막 시위를 하고, 이것을 바로잡기 위해 토크쇼에도 나가 변명을 해보지만, 토크쇼 진행자인 '드류 배리모어' 조차 '아무리 그래도 니가 남주 죽인건 좀 심했어' 라고 하는 것. 이에 소피는 폭발해버려서 '나는 그를 토막내서 죽일수도 있었고 상어 먹이로 줄 수도 있었는데 안그랬다고!' 소리질러 버린다.. 상황을 악화시켜버렸.. 그래서 그녀는 자신의 할아버지가 일했다던 성에 간다. 할아버지로부터 예전부터 이야기를 들었던 바, 아 휴가를 내가 나에게 주겠다, 하고는 스코틀랜드로 슝- 날아가버리는 거다. 크- 돈 있는 자의 여유. 역시 사람은 베스트셀러를 써야 해.. 나는 왜 못쓰는가... 



소피가 스코틀랜드로 날아가 그곳의 성에 당도하기까지의 과정을 보면서, 아 나는 이래서 영화를 보는구나 깨달았다. 나는 어릴때부터 영화를 무척 좋아했는데, 그렇다고 영화 기자들이나 평론가들처럼 그런 어떤 비평적인 시선이라든가 하는 걸 갖지도 않았고 영화에 대한 전문적 지식도 쌓지 않았다. 그렇다면 나는 영화를 그렇게까지 좋아하는 건 아니고 그냥 약간 좋아하는건가 보다, 하고 말았는데, 연휴동안 이 영화를 보면서, 아니 나도 그들만큼 영화를 좋아한다, 그러나 그들과는 다른식으로 좋아할 뿐이다, 하게 되었다.




그러니까 나는 이런게 좋은거다. 내가 한 번도 가보지 못했던 스코틀랜드의 풍경을 한 눈에 담을 수 있다는 것. 나는 이게 좋다. 내가 쓴 책의 표지로 벽면을 채울 수 있다는 것. 나는 이게 좋다. 일전에도 굉장히 가벼운 영화(아마도 올슨 자매가 나왔던 것 같은데)를 보면서도, 별 내용 없는데 맨하튼 거리가 나오는 걸 보고 심장이 뛰었던 적이 있다. 나는 이런게 좋다. 영화속에서 지금의 여기가 아닌 지금의 저기를 보여주는, 그런 장면이 좋다. 다른 사람이 살아가는 동네의 풍경, 도시이든 전원이든(도시가 더 좋지만)을 보여주는게 너무 좋다. 나는 그런게 너무 좋다. 자다 일어나서 커피를 내려 마시는 장면도 좋아하고 바깥에 나가 까페에 들러 커피를 주문하는 장면을 보는 것도 좋다. 사람들 각자가 저마다 하고 싶은 행동을 하고 그것이 나의 선택과는 다르고, 그것을 영화속에서 볼 수 있는게 너무 좋다. 그래서 나는 영화를 좋아한다. 드라마는 잘 못보면서 영화를 보는건 그동안 영화가 더 짧아서라고 생각했는데 이런 즉각적인 다른 곳의 풍경과 인생을 보여주는 건 영화라서 내가 영화를 더 좋아하는가 보다. 영화 좋다 너무 좋아. 이래서 남들이 안볼것 같은 영화도 나는 계속 보는것 같다. 아무리 허접한 영화라도 나는 그 안에서 뭔가 좋은게 있어!! 스코틀랜드를 보다니, 오래된 성의 뜰을 자전거 타고 다니는 여자를 보다니. 아니, 너무 좋잖아? 나는 이런게 진짜 너무 좋은거다.



그렇다고 이 영화가 좋은 영화는 아니다. 

하아- 일단 한숨 한번 쉬고,

넷플릭스가 추구하는 어떤 영화 타입이 있는 것 같다. 페미니즘 적당히 묻혀가면서 당당한 여주인공, 다양한 여주인공 내세우지만, 어떻게 이렇게 여자들이 하나같이 슈퍼 오지라퍼인지.. 영화속에서 소피는 자신이 머물게 된 호텔의 직원과 동네 사람들과 친해지는데 나중에 크리스마스 파티 할 때 뉴욕에서 드레스를 다 한벌씩 주문해주고(네?), 그곳을 떠날 때는 '여러분들의 빚을 내가 다 갚아줄게요' 한다.


네??

난 좀 어이가 없... 

네??


며칠전에 넷플에서 본 영화도 여주가 동네 사람 모두에게 따뜻하고 친절하고 그랬는데 이 영화에서도 그래. 나는 그것이 내 성향과 너무 안맞는 것 같아서.. 어쩜 그렇게 술집에 가도 모두 다 알고 친하고 함께하고 그럴까. 까페에서 혼자 구석에 앉고 싶은 그런 마음 같은거, 없어요? 좀 당황.


게다가 남자주인공..  여기에서 공작으로 나오고(duke!), 소피의 딸도 처음 보고는 '와우' 할정도로 잘생기게 나오는데... 나는 당황합니다. 그래요, 미에 대한 관점은 주관적이니까... 그런데 잘생겼다는 말에는 동의할 수 없습니다.


예고를 가져올게요, 여러분.






그런데 유독 외국영화에서 이혼에 대해 아무렇지도 않게 말하는 장면이 나오는게 너무 좋다. 응 일년전에 이혼했어~ 이러고 나도 결혼한 적 있어~ 이러고 말하는 거 좋다. 인생사 살다보면 그런 일도 있고 이런 일도 있지, 하는 것 같아서 좋다. 
그리고 중년 로맨스도 좋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
뭐 그렇다는 것이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음 그리고 로맨스 소설에 대해서 대한민국이랑 좀 많이 시선이 다른것 같다. 영화속에서 로맨스 소설 작가인데 베스트셀러이고 토크쇼에도 출연하며 사람들은 그녀의 소설을 읽은 것에 대해 자랑스럽게 말하고 시위도 하고 그런다. 국내에서는 로맨스 소설 읽는다고 하면 뭔가 좀 무시하는것 같은 경향이 있는것 같은데, 뭐 그래봤자 나는 잘만 읽고 잘만 보지만 ㅋㅋㅋ 잘생긴 개자식 같은거, 낯선 살냄새 같은 거 나는 대놓고 읽으니까 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리고 소피가 자신의 책 표지 진열해둔거 보니 저 책들 나도 읽어보고 싶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영어 겁나 잘해가지고 영어 로맨스 정복해버릴거얏!

그나저나 새해가 되었고 나는 친구들과 원서 읽기를 계속하고 있는 바, 혼자 도전한 책이 생겼다.















많은 책들중에 이 책을 선택한 건 첫 문장이 너무 쉬웠기 때문이다. 지금 책이 없어 가져올 수가 없지만 'Keever'같은 덩치의 사람을 옮기는 것은 쉽지 않다, 같은 문장이었던 것 같다. 오호라, 할 수 있겠는데? 하고 들고왔고 번역본도 준비되어 있었다. 그런데 이 책에 대해서 도전하면서 번역본을 가급적 나중에 펼쳐보자, 늘 먼저 봐왔지만 이번엔 그냥 부딪혀보자, 했다. 그렇게 고작 몇장 읽었고 대충 넘긴 부분도 많지만 현재까지 대략적인 줄거리 파악은 가능했다. 늦은 밤 잭 리처는 전시장 간판에 이끌려 기차에서 혼자 내렸다. 기차역에는 어떤 여자가 자신의 친구가 내리기를 기다리고 있었고, 잭 리처는 그녀에게 이 기차에서 내린 사람은 나뿐이야, 이 근처에 모텔 있니? 물었고 그 모텔에 가 주인과 가격을 흥정한 뒤 방을 하나 얻었다. 잭 리처가 기차에서 내리기 전 그곳에는 시체를 묻는 사람들이 있었고, 그리고 잭 리처가 모텔에 도착하고 잠을 자고 다음날 박물관 찾기 위해 동네를 쏘다니는 걸 동네 사람들이 서로 전한다. 후훗. 여기까지 파악한 상태인데, 나는 이 책을 번역본의 도움 없이 읽어낼 수 있을까? 한 번 도전해보겠어! 이 책을 완독하는 것이 2022년의 목표다. 천천히, 단어를 찾고 싶으면 찾아가면서 아니면 그냥 넘기면서, 가급적 번역본의 도움 없이 책을 읽어보는 걸로, 한 번 해보자! 다 읽으면 번역본 읽으면서 내가 이해한게 얼마만큼 정확한지 비교해봐야지. 이거 몇 장 읽고 아 너무 두꺼운 책 골랐네, 얇은 걸로 할걸.. 후회했지만, 뭐 한 번 해보자. 그전에 내가 잭 리처를 여러차례 읽어두었기 때문에 이 책을 그나마 이정도까지 파악할 수 있었던 것 같다. 도전!!




얼마전에 서재에 처음 오시는 분이 올해 자신의 롤모델이 다락방이라고 말씀해주셨다. 아니, 왜 저를.. 왜때문에.. 라고 생각했지만, 이상하게 힘이 났다. 좋아써!! 더 열심히 살아보는거야!! 더 멋져지는거야!! 막 이렇게 되었다. 나는 그저 나로 살아가고 있을 뿐인데 누군가 나에게서 좋은 모습을 보고 닮고 싶어한다니, 인생 진짜 개멋지게 살고 있는 것 같다.



그럼 이만.





시선은 타자와의 관계이고, 나와 세계를 맺어주는 기본적인 매체이다. 따라서 시선이 인간관계의 기본인 권력관계와 밀접한 관계를 갖는 것은 당연하다. - P6

우리의 의식은 대상 없이 자체적으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언제나어떤 대상 앞에서만 스스로 형성되는 그런 존재이다. 처음에는 투명하여 아무것도 없고, 아무것도 아닌 무(無)의 상태이다가 앞에 어떤 대상이 나타나면 그 순간에 작동을 시작하는 존재, 그것이 바로 의식이다.
그러므로 의식은 항상 ‘그 무엇인가에 대한 의식‘ 이다. 이것이 후설Edmund Husserl(1859 - 1938) 현상학의 기본 원리인 지향성(指向性)의원리이다. 사르트르의 실존주의 철학도 여기에 기초해 있다. 향일성(向日性) 식물이 언제나 해가 있는 쪽으로 줄기의 방향을 돌리듯, 의식도 언제나 대상을 향해 나아간다. 이것이 의식의 지향성이다. - P32

우리가 타자의 시선 속에서 수치심을 느끼는 것은 그의 의식 앞에서 내가 대상, 즉 사물이 되었기 때문이다. 타자에게있어서 나는 주체가 아니고 대상이다. 타인의 시선 앞에서 왠지 불편하거나 모욕감을 느끼는 이유는 내가 그의 대상이 되었기 때문이다.
내가 일방적으로 그에게 바라보임을 당할 때 나는 그의 의식의 대상이 되는데, 대상이 된다는 것은 주체인 타자가 나를 객체로 본다는 것을 뜻한다. 그것은 동시에 내가 물질성을 띠게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나도 속에 의식을 품은 어엿한 인간이건만 그 인간성이 부정되고 한갓 물건으로 전락한 것이다. 대상이란 곧 물체이기 때문이다.
- P36

나는 내 자신에 대해 여러 가지 견해와 인식을 갖고 있다. 남들이 하찮게 보고 있지만 실은 뛰어난 장점도 갖고 있고, 지금은 편의점 아르바이트로 겨우 고시원 쪽방에서 살고 있지만 앞으로 얼마든지 인생에서 성공할 수 있는 미래의 가능성도 있다. 그런데 그 많은 견해와 인식들이 타인의 시선 앞에서 되고 마는 것이다. 타자의 시선은 나의 여러 가지 실존적 가능성 가운데 하나만을 대상으로 고착시킨다. 그것은작가 김영하의 말마따나 ‘앞으로 내가 더 나은 존재가 될 것을 절대로 믿지 않는 그런 시선이다. - P36

우리가 무슨 행동을 하건 그것은 이미 타인이 존재하는 세계, 다시 말해서 내가 타인에 대해 잉여적인 존재인 그런 세계에서 이루어지는 것이다. 그리하여 ‘원죄란 우리가 사물의 한가운데에 떨어졌다는 것‘이라는정의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사르트르는 ‘원죄란, 이미 타인이 존재하는세계 속에 내가 나타났다는 사실‘ 이라고 말한다.
타인은 이처럼 나를 물체로 만드는 사람, 나를 수치스럽게 만드는 사람, 나의 생명을 위협하는 사람이고, 나의 세계를 빼앗아 가는 사람이다.
사르트르의 희곡 《밀폐된 방 Huis - clos》(1944)에서 타인의 시선에 고통스러워하며 주인공이 내뱉는 "지옥, 그것은 타인들이야" 라는 말의 의미가 바로 그것이다. 사르트르의 실존주의에서 인간들 사이의 화해는 존재론적으로 아예 배제된다. - P48

신체형의 정치경제학적 의미에서 짚어 보았듯이 인간의 몸은 직접적인 정치의 영역이다. 신체를 공격하고, 낙인을 찍고, 훈련을 시키고, 고통을 주고, 노역을 강제하고, 의식(儀式)을 강요하고, 여러 가지 기호를부여하는 등 인류 역사 이래 권력이 표적으로 삼은 것은 언제나 몸이었다. 유혈적이고 폭력적인 왕조시대의 처벌은 몸을 직접 대상으로 삼았고, 18-19세기의 감금과 교정의 온화한 방법은 몸을 간접 대상으로 삼고 있지만 여하튼 권력의 대상은 언제나 몸이었다. 인간의 역사는 육체를 파괴해 온 역사에 다름 아니다. - P123

요즘은 자유롭기 그지없지만 과거 우리의 중· 고등학교에서는 귀밑몇 센티미터로 머리 길이를 제한하고 규율 부장이 교문에서 학생들의리 길이를 자로 재던 시대가 있었다. 그것이 바로 규율이다. 귀밑머리가3센티미터가 아니고 왜 하필 2센티미터인가, 또 감옥에서 기상 시간이왜 6시 반이 아니라 꼭 6시여야 하는가, 그 자체로는 의미가 없다. 다만그것을 지키도록 만드는 과정이 사람들을 통제하는 효과적인 수단인 것이다.
미세한 규칙들은 권력이 스며들어가는 모세혈관이다. - P130

슬라보예 지젝 Slavoj Zizek 이 푸코를 비판하는 것도 바로 이런 점에서이다. 감시하는 시선을 절대시하는 푸코와 달리 그는 감시자의 시선이 항상 전능할 수 없다고 말한다. 즉 감시자는 대상을 감시하지만 동시에 그 대상이 또한 자신을 감시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불안해한다. 감시하는 자의 이런 불안은 감시당하는 자의 불안을 능가할 수도 있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Slavoj Zizek, 《Tarrying with the Negative), Durham,
North Carolina: Duke University Press.) - P195

타인의 시선 앞에서 얼어붙은 듯 꼼짝 못하게 된다는 것은 타인과 나 사이에 지배관계가 형성되어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시선은 권력의 관계이다. 타인이 우리에게 권력을 행사하고 우리를수치스럽게 만드는 것은 모두 시선을 통해서이다.
페미니즘에서 시각을 비판하는 이유도 그것 때문이다. 우리의 지각중에서 시각이라는 지각은 하나의 주체가 어떤 대상을 바라보는 행위이다. 그러므로 여기에는 바라보는 주체와 바라보이는 대상이 반드시 있어야 하고, 그 사이에는 얼마간의 거리가 있어야 한다. 그리고 바라보는주체가 대상의 모든 것을 판단하고 평가하므로 주체는 대상에 대해 우세한 지위를 점하고 있다.
그런데 남성과 여성 사이에도 이런 관계가 형성된다. 종래의 여성에대한 모든 관점은 주로 남성들이 만든 것이다. - P221

즉 주체로서의 남성이 여성을 대상으로 보고 자신의 생각에 따라 여성의 모든 것을 재단하고 평가했다는 것이다. 남성적인 시선이 여성을 대상화하고, 주체와 객체와의 거리를 벌려 놓았다. 그러나 객체인 여성도 역시 자신의 견해와 생각을 갖고 있는 주체이다. 다만 남성적인 시각에 의해 대상으로 떨어졌을뿐이다.
여권론자들이 응시(바라봄)를 남성적인 것이라고 주장하면서 모든전통적인 과학과 철학을 비판하는 이유가 그것이다. 과학, 철학 등 서양의 모든 근대학문은 관찰을 중시하고 대상과의 비판적 거리를 필수적으로 요구하는데, 이것이 바로 시각의 성격이다. 근대 사회는 시각을 강조함으로써 인간 주체가 배제된 자연과학과 철학을 만들었다는 것이다. - P222

우리의 지각 중에서 여권론자들이 새롭게 관심을 갖는 영역은 촉각이다. 촉각은 청각이나 시각 등 다른 지각과는 달리 유일하게 주체와 대상 사이의 거리가 없는, 주체와 대상이 밀착되어 있는 지각 형태이기 때문이다. 남성적인 시각 대신 여성적인 촉각을 강조하고, 주체와 객체의분리가 아닌 합일에 기초한 새로운 과학과 철학의 필요성을 그들은 주장하고 있다. 미래의 시대는 여성의 시대가 될 것이라고 말하는 미래학자들이 ‘터치‘ 라는 말을 유난히 강조하는 것이 예사롭지 않다. 하이테크의시대가 남성의 시대였다면 앞으로의 사회는 여성적 감각이 중시되는 하이터치의 시대가 될 것이라고 그들은 말하고 있다. - P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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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2-02-03 10:26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이렇게 다락방님 페이퍼에서 1년전 모두를 치떨게 한 푸코를 만나니 방갑기 그지 없군요 헤헤…🙃 당당한 여성에 슈퍼 오지라퍼는 다락방님은 싫다 하셨지만 슈퍼까진 아니라도 누구와도 친해지는 부분이 락방님 닮은 것도 같아요! (넷플릭스 여주인공 타입의 다락방)
무튼 연휴 다 지나고 락방님 페이퍼 보니 씐납니다. 역시 출근은 락방언니를 글쓰게 한다!!

다락방 2022-02-03 10:57   좋아요 6 | URL
이 책을 읽고 푸코를 읽으면 정말 도움이 될 것 같아요. 박정자 님 다른 책 뭐 더 있나 검색좀 해봐야겠어요. 이 분 너무 쉽게 써주셔서 정말 좋네요. 흑흑 ㅠㅠ 시선과 권력이라니 너무 재미있고요. 아 진짜 책은 정말 좋아요. 독서 만세!!
저도 넷플릭스 영화속 여성 쓰면서 ‘.. 난가?‘ 했네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그렇지만.. 그렇지만... 나보다 더 심하다굳!!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무튼 다음 중년의 로맨스는 주인공을 다락방으로.. 가만있자, 정신적 사랑..에 대한 이야기여야 할까요? 낯선살냄새 읽으면서 사랑은 정신적으로다가...

그만둡시다.

역시 사무실은 저의 작업실입니다! ㅋㅋㅋㅋㅋ

- 2022-02-03 11:13   좋아요 4 | URL
저도 눈익은 이름이라 누구인가 정자님.. 하였는데 맙소사💕 미셸 푸코 역자님이세요 ㅋㅋㅋ 아이 정말 너무 좋은 책이었는데 호호 고맙습니다🤗

다락방 2022-02-03 11:16   좋아요 4 | URL
저도 지금 검색했는데 아니, 제가 너무 좋아했던 책 <모든 사람은 혼자다> 역자님이기도 하시네요. 저는 지금 이 분의 책 한 권 장바구니에 넣고 지르려고 합니다. 으하하하하하하하하하

잠자냥 2022-02-03 10:53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중학생도 안 볼 영화 내가 본다‘ 시리즈 ㅋㅋㅋㅋㅋㅋ 기대합니다~

다락방 2022-02-03 10:58   좋아요 6 | URL
넷플릭스는 저런 영화 자꾸 왜 만들까요? 그것은 바로 제가 보기 때문입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PersonaSchatten 2022-02-03 11:15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저도 락방님을 본받아 잭리처를 읽겠습니다. ㅎㅎㅎ

다락방 2022-02-03 11:17   좋아요 4 | URL
페르소나 님 원서로 읽으실건가요? 원서로 읽으시면서 수시로 글 남겨주세요! 가급적이면 MAKE ME 로 읽어주시면 안될까요? (그렁그렁) ㅋㅋㅋㅋㅋ

PersonaSchatten 2022-02-03 11:34   좋아요 4 | URL
순서병 있는데 큰일이네요. 열 몇번째 아니에요? ㅋㅋㅋㅋ
옛날에 이태원 왓북에서 리차일드 책이랑 테리 프래쳇 책이랑 마이클 코넬리 책 세트로 있는 거 되게 멋있었던 거 같은데 다 읽어보진 않았었거든요. ㅎㅎㅎ

다락방 2022-02-03 11:45   좋아요 5 | URL
아아 순서병... 그러면 순서대로 읽으셔야죠. 사실 저는 이 책이 몇 번째인지 몰라요. 순서대로 언젠가 한 번 정리 좀 해봐야겠네요. 저는 순서대로 안읽고 그냥 막 읽어버려가지고.. 이제라도 순서대로 좀 읽어야 하나 싶네요. 그러기엔 너무 많이 읽었지만..
그렇다면 저는 이 책을 완독한다면, 그 후에 순서대로 원서를 도전하는 걸로 해야겠어요. 아마 십년정도 걸릴 프로젝트가 아닐까 싶네요. 하핫.

PersonaSchatten 2022-02-03 11:47   좋아요 4 | URL
순서 상관없이도 즐길 수 있나보군요? 일단 조만간 리 차일드와 리차일드 앤드류 차일드와 앤드류 차일드 버전으로 굵직하게 차이가 날 거 같긴 해요. 차이가 날지 안날지 궁금하네요. ㅎㅎㅎ
사두면 언젠간 다 읽지 않을까요? ㅋㅋㅋ

다락방 2022-02-03 12:22   좋아요 5 | URL
음.. 제가 뒤죽박죽 읽긴 했지만 어쨌든 1권을 제일 처음에 읽긴 했거든요. 절판이어서 중고로 구입해 읽었었어요. 페르소나 님은 이제 시작하실 거라면 순서대로 가는게 제일 나을것 같긴 해요.
저는.. 제가 앤드류.. 를 역시나 재미있게 읽을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가급적 뒤로 미루고 싶긴 하네요. 저는 나름 변화를 좋아하지 않는 사람이라.. 훌쩍. 일단 리 차일드 버젼 번역본과 원서를 다 읽고나서 앤드류는 그 다음에 도전하던가 해야겠어요.

수이 2022-02-03 11:19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잭 리처 읽지 않으려고 발버둥치는 제 마음을 정녕 몰라주시는 겁니까?! 어흑흑흑흑 일단 잭 리처 책이랑 박정자 샘 책 장바구니에 집어넣고 오겠습니다

다락방 2022-02-03 11:26   좋아요 4 | URL
저는요 비타 님, 잭 리처가 너무 재미있어요! 너무 좋아요. 진짜 짱인 캐릭터예요! ㅋㅋㅋㅋㅋ
잭 리처 이번 원서 읽기 도전에 성공한다면, 잭 리처는 원서로 사서 모으겠어요. 불끈! (안돼..)

박정자 쌤 책 너무 좋네요. 저는 지금 막 한 권 더 질렀습니다. 후훗. 한 권씩 모아야지.. 으하하하핫

책읽는나무 2022-02-03 11:30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아!!!! 이렇게 또 한 명 추가되신 거에요?
다락방님을 롤모델로 삼자!! 😍😍
매력 그만 흘리고 다니셔야 할텐데..큰일이네요?ㅋㅋㅋ
저도 영화나 드라마 볼때 남들이 즐겨 보지 않지만 내 눈에 들어오는 나의 취향이 조금이라도 눈에 띄면 아무리 시청률 저조해도 혼자 막 보게 되더라구요.
베스트셀러 본인 책을 벽에 걸고 쳐다 보는 소피 주인공 사진을 보면서 다락방님이 좋다고 적으신 거 보고 아하!!!! 했어요ㅋㅋㅋ
그런 볼수록 멋진 장면들이 많이 나온다면 줄거리야 뭐 그렇대도 볼만한 영화인 거죠!!
중학생들은 안보는 게 아니라 못보는 거죠!!ㅋㅋㅋ
다락방님 눈에만 보일테니까요^^
암튼 한 번씩 올려 주는 영화들 스토리는 다락방님께 들어야 재밌어 보여요^^

다락방 2022-02-03 11:42   좋아요 4 | URL
제가 제 매력이 뭔지 알아야 그만 흘리고 다닐텐데 제가 뭔지 모르기 때문에 저도 모르게 막 흘리고 다니는가 봅니다. 아이참 ㅋㅋㅋ 큰일났네. 뭔지를 모르겠어서 앞으로도 계속 흘릴것 같아요. 껄껄.
주인공 소피가 쓴 로맨스 소설 저도 읽어보고 싶어요. 저도 저 시리즈 읽었다면 ‘남주를 죽이다니 너무해!‘ 했을지도 모르겠어요. ㅋㅋ 새로운 남주는 받아들일 수 없다!! ㅋㅋㅋㅋㅋ
제가 생각하기에도 이 시리즈-중학생도 안 보는 영화 내가 본다 시리즈- 영화는 보는 것보다 저의 글로 만나는 것이 더 재미있을 듯 싶습니다.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저는 오늘은 또 어떤 영화를 볼까 골라봐야겠어요. 중학생도 안 보는 영화 내가본다!! ㅋㅋㅋㅋㅋ

그레이스 2022-02-03 11:4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 이 책 여러번 봤어요. 참고할 일이 많아서.
오래 전 <아홉켤레 구두로 남은 사내> 발제할때 처음 인용했던 것 같아요^^
기파랑이 보수적이란 말이 있어서 그렇긴 한데... 그래도 이 분 책은 여러개 볼만 했어요
참고로 너머학교의 <보여진다는 것>도 쉽고 얇지만 아주 유익한 책이었습니다^^

다락방 2022-02-03 11:43   좋아요 3 | URL
오 그레이스 님은 이미 아는 저자셨군요. 제가 이미 좋게 읽었던 책이 역자이기도 해서 반가움이 너무 컸어요. 저는 좀전에 박정자 님의 <우리가 빵을 먹을 수 있는 건 빵집 주인의 이기심 때문이다>를 주문했습니다. 후훗. 산다고 지금 당장 읽는 건 아니겠지만 품절, 절판 되기 전에 빨리 사야겠다고 생각했어요.

보여진다는 것, 뭔지 검색해볼게요, 그레이스 님.

blanca 2022-02-03 12:44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그 카메라의 시선 관련 케이트 블란쳇 비롯 여러 세대 할리우드 배우들이 토론한 영상이 유튜브에 있더라고요. 파워가 있는 여배우들은 그런 시선에 현장에서 이의를 제기하기도 하고 젊은 시절 그냥 흘려버린 것에 대해 분노도 가지고 있더라고요. 스토리의 의미 전달에 필수적이지 않은 여성의 몸에 대한 관음적 시선에 대해 비판의식을 가지고 얘기하는 거 너무 공감갔어요. 저 브룩실즈 영화 소개해주셔서 감사해요. 넷플릭스 특유의 진짜 뭔가 도식이 있죠. 스코틀랜드라니 당장 보러 갑니다.

다락방 2022-02-03 13:48   좋아요 3 | URL
오, 그런 영상이 있군요. 케이트 블란쳇은 일전에 시상식 참석할 때도 아래에서 위로 훑는 카메라기사에게 ‘너 남자도이렇게 찍니?‘라고 묻는게 영상에 잡히기도 했었어요. 어쩌면 그 토론 속 한 부분일지도 모르겠네요. 바로바로 얘기한다면 좋았겠지만 젊은 시절에는 불쾌하거나 부조리하다고 느껴도 얘기하기 쉽지 않았었죠. 어떤 일에서든 누구에게든요. 그러니 과거에 내가 그랬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는 후회와 분노를 가지게 될 수밖에 없는 것 같아요.

스코틀랜드 풍경을 보는게 좋더라고요. 그 넓은 자연의 풍경이라니. 제가 가서 살고 싶은 곳은 그런 곳이 아니지만 이렇게 다른 풍경을 보는건 너무 좋았어요. 뜻밖의 풍경이라 즐겁게 봤습니다. 후훗.

라로 2022-02-03 15:4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아니 이게 누굽니까!! 브룩실즈라니!!!! 뭔가 무척 감회가,, 그런데 중학생은 아니지만 저도 찾아 볼 것 같지는 않아요.^^;;;

다락방 2022-02-03 16:01   좋아요 2 | URL
저도 브룩실즈를 보고 너무 반가웠어요! 게다가 로맨스 소설 작가가 무척 잘 어울리더라고요.
아마도 이 영화를 보는 사람은 저랑 블랑카 님, 단 둘뿐일것 같습니다. ㅋㅋㅋㅋㅋ

blanca 2022-02-03 16:0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헉, 다락방님, 나 스코틀랜드 갈래요. 엉엉....그리고 저런 남자랑도 로맨스 쿨럭 ㅋㅋ 자전거 배울래요.

다락방 2022-02-03 16:03   좋아요 2 | URL
블랑카 님, 벌써 보고 오신거예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blanca 2022-02-03 16:04   좋아요 2 | URL
다 못 보고 반만....아, 정말 여행 가고 싶다는 마음 오랜만에 느끼네요. 일단 머리도 좀 기르고 ㅋㅋ 요가바지 입고 자전거부터 배울게요. ㅋㅋㅋㅋㅋ 브룩실즈보다는 어리잖아요. 외모는 안 되지만 ㅋㅋㅋㅋㅋ

다락방 2022-02-03 16:11   좋아요 2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블랑카 님, 그거 다 보시면 넷플릭스에서 <로열 트리트먼트>도 보세요. 이것도 주인공 넘나 오지라퍼고 남주가 별로지만 ‘라바니아‘ 라는 섬나라 왕자랑 사랑에 빠지는건데 이게 또 풍경이 기가 막혀요.. 출장 미용을 라바니아로 가버리는 바람에 크-

페넬로페 2022-02-03 16:5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다락방님, 언제나 멋지십니다~~
크리스마스 캐슬,
제 취향이 아닌 것 같은데
낚이지 말아야 하는데
왠지 클릭해서 볼 것 같아요^^

다락방 2022-02-04 09:17   좋아요 2 | URL
ㅋㅋㅋㅋㅋ 저는 밑에 노란곰 님이 말씀하신 <크리스마스 인 아프리카> 찾아보려고요. 지난번에 보려고 하다가 놓쳤는데, 스코틀랜드 봤으니 이제 아프리카 구경해야겠어요. ㅋㅋㅋㅋㅋ

멋지다고 해주시니 감사해요. 호호 ^0^

노란곰 2022-02-03 18:0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 봤어요!! ✋✋ 남주의 성을 자기가 가이드해주는거 보고 읭? 성에서 파티 여는거 보고 읭? 빚을 갚아주는건 정말 이 영화가 산으로 가는구나를 느꼈던 ㅎㅎㅎㅎㅎ 근데 저도 요즘 이런 영화만 보고 있네요~ <크리스마스 인 아프리카>, <행복이여 영원하라> <어느날 인생이 엉켰다> 다 끝이 읭? 하는 내용이었어요. 나이가 먹어 로맨스가 안맞는지. 아님 넷플이 안맞는지.. 해외에서 감성이 변했는지… 역시 제겐 피와 살이 튀는 액션이 최고인가봐요 ㅎㅎ

다락방 2022-02-04 09:19   좋아요 1 | URL
아니, 저 영화를 보신 분이 저 말고도 있다니. 반갑습니다, 노란곰 님! ㅋㅋ
저는 진짜 빚 갚아주겠다는 거 보고 완전 정신이 혼미해졌어요. 이 영화가 시방 어떻게 흘러가는겨? ㅋㅋㅋㅋㅋ 제가 퇴근길 지하철에서나 점심 먹으면서 영화를 보곤 하는데, 이렇게 건전한 영화를 보는게 마음 편하더라고요. 괜히 야한 장면 나오면 막 화면 중간에 끄고 그래야돼서 ㅋㅋㅋㅋㅋ 속 편하게 ㅋㅋㅋㅋㅋ 그리고 스코틀랜드 볼 수 있어서 너무 좋았어요. 노란곰 님 댓글 보니 지난번에 보려다 말았던 <크리스마스 인 아프리카> 봐야겠어요. 그러면 아프리카를 볼 수 있겠죠? 아 씐나요! >.<

mini74 2022-02-03 18:1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 이 책 있지롱 ㅎㅎㅎ 크리스마스 캐슬 ㅎㅎ 소피가 미저리에게 걸리지 않은게 다행인건가요. 영화는 거리나 풍경 보는 재미도 큰 거 같아요 ~~

다락방 2022-02-04 09:20   좋아요 1 | URL
오, 미니 님 이 책 가지고 계세요. 짱멋져요! 저 너무 좋아서 박정자 님 책 한 권 어제 주문했어요. 다른 책들과 같이.. 샤라라랑~ 또 지름. 에휴..
저는 영화의 풍경을 보기 위해 크리스마스 인 아프리카로 넘어갑니다. 스코틀랜드 봤으니 이제 아프리카로. ㅋㅋㅋㅋㅋ

단발머리 2022-02-04 09:3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이 페이퍼에서 제일 놀라운 문장은 여기인데요.

이 장면이 상징하는 바를 제대로 풀어준 책이 있지 않을까 싶어서 나는 책장 앞으로 갔다. 내가 지금 느끼는 이 기분을, 그리고 저렇게 구성된 영화의 화면에 대해 분석하고 꼬집어준 책이 있을 것이다, 싶었던거다. 그렇게 책장 앞으로 가 섰는데 어떤 책이 거기에 맞는 책일지 모르겠다. 부드럽게 여성을 죽이는 방법? 이 책이 그걸 말해준걸까? 이래저래 망설이다가 내가 골라 꺼내온 책은 이것이었다. 박정자, 《시선은 권력이다》

마음 속에 떠오르는 생각을 표현하고 분석한 책을... 집에서 찾을 수 있단 말이에요? 완벽하게 일치하지 않더라도 말이에요.
정말 놀라운 <꿈의 집> 아닙니까? 저, 진짜 진짜 이 문장 읽고 놀랐다니까요@@

다락방 2022-02-04 10:28   좋아요 1 | URL
사실 그게 그렇게 놀라운 일은 아니고요, 제가 너무 이 책 저 책 사다보니 ㅋㅋㅋ 어떤 상황에 대해 책을 찾을 때 내가 사둔게 뭔가 있지 않을까? 하게 되더라고요. 여성주의 책 같이읽기 도서를 선정한 뒤에도, 그렇다면 이거랑 같이 읽을 책은 뭐가 있을까? 하고 책장 들여다보면 또 어김없이 뭔가 보여요. 읽진 않았어도 잔뜩 사두었기에 가능합니다. 그래서 늘 사지말자고 하면서도 사두면 다 도움이 된다는 마음이 커서 계속 지르고 또 지르고 또 지르고... 어제도 질렀다는 소식 전해드립니다. ㅋㅋㅋㅋㅋ

단발머리 2022-02-04 09:3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새들은 페루에 가서 죽다> 읽으려고요. 세상에, 이런 소설이라니!!!

다락방 2022-02-04 10:28   좋아요 0 | URL
로맹 가리는요, 단발머리 님. 단편의 대마왕이에요. 진짜 끝내줍니다, 진짜요. 저 단편집 말고 다른 단편집도 있는데(마지막 숨결이었나..) 그것도 진짜 어마어마해요. 추천합니다!
 
아무튼, 서재 - 자기만의 책상이란 얼마나 적절한 사물인가 아무튼 시리즈 2
김윤관 지음 / 제철소 / 2017년 9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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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수라는 직업에 공부가 필수라고 말하는 처음 부분 때문에 너무 좋았는데, 딱 거기까지.
비싼 책장이나 의자를 쓰지 않는 다른 사람들에 대해 이해를 못하겠다면서 본인의 지저분한 책상에 대한 그대로의 미를 인정해야 한다는 주장은 너무 자기중심적이기만 하다. 나는 옳고 너는 별로야가 좀 심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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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는나무 2022-02-03 11:3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ㅋㅋㅋ 어뜨케요?
책값 좀 아까우셨겠어요ㅜㅜ

다락방 2022-02-03 11:38   좋아요 3 | URL
아니요 책값이 아깝진 않았어요. 처음에 공부해야 된다고 할 때는 디게 좋았거든요 진짜. 하하하하하. 그 부분만 읽고 동생도 사서 줄라고 했는데 그 다음 읽어가면서 그냥 내 책도 팔자.. 하게 되었습니다. 하핫.

그레이스 2022-02-03 11:3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장인의 자존심?! 이겠죠!

다락방 2022-02-03 11:39   좋아요 2 | URL
네, 맞아요. 그렇습니다, 그레이스 님. 장인의 자존심 그거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