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2001년에 발행되었으며 현재 품절도서다. 나는 이 책을 오래전부터 중고알림 신청해두었었는데, 며칠전에 알림문자가 오더라. 그래서 오오, 하고는 주문하려다가 책 소개를 봤는데, 100개의 프로포즈 이야기를 담은 책이란 거다. 어? 그렇다면 프로포즈만 계속 나오는건데, 내가 왜 이런 책을 알림신청해놨지? ....알 수가 없네? 왜 이게 읽고 싶은 책 목록에 있었던거지? 다른 사람들 프로포즈 얘기를 내가 알아서 뭐한담? 하고는 구매하지 않고 있었는데, 다른 중고책과 달리 이 책은 알림메세지가 오고 사흘이 지나도 안팔리고 있더라. 흐음. 그래, 한 번 보자, 싶어서 주문했다. 그리고 읽었다.


일단 오타가 많고 문장이 어색한 것도 많아 좀 서투른 책으로 보인다. 백 개의 청혼 이야기를 읽는 건 지겹고 유치할거라 생각했는데, 사실 유치하다는 생각은 별로 들지 않더라. 아마도 자신의 프로포즈 이야기를 보낸 사람들에게 그 프로포즈는 대부분 단 한 번뿐인 소중한 경험이며, 그 마음이 담겨있기 때문일거란 생각을 했다. 그렇지만, 좀 고개를 갸웃하기도 했다. 연애중인 대부분의 여자들이 너무나 간절히 다들 남자친구의 프로포즈를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었다. 이 책에는 대부분 남자가 프로포즈한 이야기가 실려있지만 여자가 프로포즈 한 이야기도 없지는 않다. 그러나 기억하기로는 한 개였나... 도대체 언제 청혼할거냐, 라고 남자에게 묻고 압박하고 기대하는 사람들이 많던데, 아니, 기다리지말고 그럼 자기가 하지....라고 생각은 하지만, 내가 사랑하는 남자로부터 같이 살자는 말을 듣고 싶어하는 마음도 또 너무나 잘 알겠다.


너무나 많은 여자들이 사람들이 많은 곳에서 공개적으로 프로포즈 받는 걸 좋아하는 걸 보고 좀 놀랐다. 공개석상에서는 거절이 더 불편할 것 같아 나는 싫은데, 음, 어쩌면 상대가 거절하지 않을 거라는 강한 확신이 있어서 공개석상에서 했을 수도 있겠다는, 그러니까 잠재적 합의 같은게 있었을 거라고도 생각한다. 



대체적으로 남자들이 프로포즈를 했는데, 하아-, 프로포즈에 대한 남자들의 그 어마어마한 노력에 일단 응원의 박수와 격려의 박수를 보낸다. 수고들이 많다. 어떻게 특별하게 할까 고민하느라 진짜 힘들었겠다. 여자친구에게 감동은 줘야겠고, 가장 특별한 순간으로 만들어야겠고... 레스토랑에 가서 직원들의 협조를 바라는 것은 기본이고, 여행가서 하겠다고 파리며 미국의 비행기 티켓을 끊는 사람도 있고, 아름다운 절벽을 찾는 사람들도 있고, 아는 사람을 총동원해 서프라이즈 이벤트를 하는 사람들도 있고, 어디가 좋을까 계속 고민하다 처음 만났던 데를 고르는 사람들도 있다. 저마다 생각에 생각을 거듭해 그런 이벤트를 했을 걸 생각하면, 어휴, 진짜 힘들겠다. 그리고 그렇게 힘들게 고민했을 게 눈에 보여서 아마도 프로포즈를 받았던 여자들을 그렇게나 감동에 젖어 울었던 것일 거다. 내 앞에 내밀어진 다이아몬드 반지보다, 그 반지를 준비해서 여기까지 왔을 그 남자의 마음, 그것이 아마도 울렸겠지.



백 개의 케이스가 실렸는데, 가장 기억에 남는 건, 변호사인 여자친구에게 법정에 죄수복을 입고 나타나 프로포즈한 남자친구였다. 이거 좀 웃긴듯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뭐랄까, 좀 별로인데 특이함. 잊혀지지 않을 것 같긴 하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가장 프로포즈 장소로 부러웠던 건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이었다. 뉴욕 시티 캔 비 쏘 프리티~ 프럼 어 벌스 아이 뷰~ 비코즈 업 데어 예 댓스 웨어~ 아이 퍼스트 키스트 유~ ♪ 내가 이 노래 너무 좋아서 스물아홉에 뉴욕에 갔고, 그렇게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까지 갔건만,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에서 아직도 키스를 못해봤네.. 비자는 만기됐고.....



익스트림 의 <when I first kissed you>


공개석상의 프로포즈도 별론데, 더 별로인 건 음식에 반지 넣는 프로포즈다. 아 제발 음식에 반지 좀 넣지마!!



18. 샌드위치 속의 약혼 반지


남자 친구와 나는 점심거리를 사러 우리가 즐겨 가는 레스토랑에 들렀다. 나는 평소대로 구운 쇠고기와 치즈, 마요네즈를 끼얹은 양상추와 토마토로 속을 채운 샌드위치를 주문했다.

우리는 음식을 가지고 근처에 있는 올케네 집으로 갔다. 나는 너무 배가 고파서 외투를 벗을 겨를도 없이 샌드위치를 덥석 베어 물었다.

하지만 나는 이내 씹는 걸 멈추고 말았다. 뭔가 아주 딱딱한 게 씹혔기 때문이다. 빵을 들어올려서 자세히 살펴봤더니 양상추 위에 약혼 반지가 올려져 있었다.

그제야 남자 친구는 활짝 웃으며 나보고 자기 아내가 돼 주겠느냐고 물었다. 나는 "물론이지" 라고 말하고 나서 엉엉 울었다. 

행복해서이기도 했지만 이빨이 너무 아팠기 때문이다. 우린 4년 전에 결혼했고, 지금도 점심 때는 그 레스토랑에서 파는 샌드위치를 즐겨 먹는다.


-뉴욕 브롱크스에 사는 셜리 모랄레스 (p.56)



이거 보니, 일전에 얼음 속에 반지를 넣어 마음을 고백했던 여자가 나오는 뮤직 비디오가 생각났다. 지금은 '린'으로 활동하고 있는 '이세진'의 <굿바이 마이 프렌드>란 노래다. 이 노래, 내가 참 좋아했더랬다.



이세진의 <굿바이 마이 프렌드>



그래도 다른 사람들의 프로포즈 이야기를 내내 읽노라니, 뭔가 마음이 말랑말랑해졌다. 작가들(기획하고 이 책을 낸 이는 세 명이다)은 뭔가 독자들이 큰 감동을 받기를 바란 것 같고 또 예상한 것 같은데 그렇게까지 큰 감동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읽다가 울컥 하기도 했다. 역시 사람들이 사랑을 하고 서로를 원하고 또 함께 다정한 걸 보는 건 좀 좋은 것 같다.


어제 친구랑 대화중에 우연찮게 영화 [어바웃 타임] 얘기가 나왔고, 우리는 결혼식 장면에 대해 얘기했었다. 여자는 좋아하지 않았지만 남자를 위해 신부 입장곡을 남자가 좋아하는 노래로 선택했던 장면에 대해서 우리는 이야기를 나눴다. 그때 여자가 입장하기 전, 손과 입모양으로 이 노래를 너 때문에 골랐다고 말하던 장면, 그 장면이 얼마나 사랑스러웠는지 얘기했다. 그러자 친구는 오늘 아침 그 장면을 링크해 보내주었다.



<어바웃 타임> 결혼장면



아, 다시 보고 다시 듣는데 너무 좋다. 어제 프로포즈 백 개를 읽었겠다, 이런 결혼식 장면까지 보고나니 아우 그냥, 마음이 막 부농부농해지는구나...핑크핑크해.......





나도 프로포즈했다 거절당한 경험이 있다. 당시 어디에서 봤는데 그 마을 전통은 결혼하면 신랑이 신부를 업고 엄청 많은 계단을 올라야 한다더라. 그래서 그거 링크해주면서, 이거 하자 그랬다가 거절당했다. 



뭐, 그렇다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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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돼지 2015-11-20 10: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멋! 저 보고 하시는 말씀인줄 알고 깜짝 놀랐어요 ^^;;;

다락방 2015-11-20 11:04   좋아요 0 | URL
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레와 2015-11-20 10: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이나몬드 반지 때문에 ˝예쓰!˝ 한거 같은데?? 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어바웃 타임> 빨간 웨딩드레스도 좋았고, 폭우 맞으면서 하는 웨딩 파티도 너무너무너무 좋았어요!
크. 이번주말엔 이 영화를 다시봐야겠네..


요즘 집에서 영화고르는거 마다 실패. ㅜ.ㅡ 감 떨어졌어요..;;


다락방 2015-11-20 11:07   좋아요 0 | URL
음, 뭐 그런 사람도 있겠지만 다이아 아니어도 뭔가 나랑 살고싶다는 말을 하기 위해 노력했다는 점에서 감동이 올듯. 청혼에 너무 애쓰는 거 보니까 어쩐지 안쓰럽기도 하고 그렇더라고요. 진짜 힘들겠다 이 사람들... 하고.

어바웃 타임 저 장면 다시 보는데 좋더라고! 맥블리 엄청 사랑스럽잖아요! >.<
뻔한듯 하면서도 참 좋은 영화였어요. 나도 다시 보고 싶네...

무해한모리군 2015-11-20 11: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공개프로포즈는 저도 부끄럽다고 생각하지만, 그 부끄러움과 수고로움에도 불구하고 분명하게 나랑 같이 있고 싶다고 말해주는 건 틀림없이 감동적일거 같아요. 나를 엄청 소중하게 대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 틀림없이 울어버릴듯.

그래도 프로포즈도 좋지만 평소에 예쁘다, 소중하다, 사랑한다 이런 말을 많이 하는 거 더 좋은거 같아요. 집앞에 갑자기 남자친구가 찾아와서 막 집에서 있는 차림으로 나갔는데 엄청 사랑스런 눈길로 `보고 싶었어. 오늘 너무 예쁘다`라고 말해주는거 같은. 나는 전혀 인식하지 못하는 순간의 나를 예쁘다고 말해주는 건 역시나 엄청 행복한거 같아요.

다락방 2015-11-20 14:10   좋아요 0 | URL
저는 공개프로포즈를 받는 입장에 대해 생각했었고요, 그럴때는 부끄러움보다 강압적인 것 때문에 거부감이 컸어요. 공개석상의 프로포즈는 어쩐지 거절해서는 안된다는 강압적 메세지를 던지는 것 같아서 말이지요. 그런데 이 책을 읽으면서 생각해보니 상대방이 거절하지 않을 거란 확신이 있었기에 그랬을 거란 생각이 들더라고요. 음, 물론 그 확신이 잘못될 수도 있겠지만요. 휘모리님 말씀처럼 부끄럽기도 하겠네요. 음.. 네, 맞아요, 부끄럽고 수줍어도 저랑 같이 있고 싶다는 걸 표현하기 위해 무릅쓰는 거네요. 프로포즈는 어떻게 해도 울어버릴 것 같아요. 심장이 벌렁벌렁 거리고 말이지요.


맞아요, 평소에 소중하게 대해주는 거. 나를 아낀다는, 나를 소중히 여긴다는, 나를 예뻐한다는, 나를 좋아한다는 마음이 계속계속 들게 하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서운하지 않게 하려는 마음이요. 그런게 좋죠. 그런데 저는 집 앞에 말없이 찾아오는 건 좀 싫어요. 예정에 없이 찾아오면 ... 역시 꼭 나가야 한다는 압박감이 느껴져서.. -_- 말하고 찾아왔으면 좋겠어요. -0-
 
사탕이 싫어 한무릎읽기
수지 모건스턴.마야 고티에 지음, 윤경 옮김, 배현정 그림 / 크레용하우스 / 2011년 3월
평점 :
절판


어제 지인과 프란세진야를 먹으러 갔다. 지인은 처음 먹어보는 거였는데 연신 맛있다며 잘 먹더라. 그러면서 대화하던 중 건강하자는 말을 했다. 우리가 계속 건강해야 이렇게 맛있는 것 먹으러 돌아다닐 수도 있고 또 맛있는 걸 맛있게 즐길 수도 있다고. 나는 술도 좋아하고 고기도 좋아하는데, 건강을 잃는다면 대체적으로 백이면 백, 술을 끊으라고 할테니까. 그러니 더없이 건강이 중요하다. 건강을 유지해서 십년 뒤에도 오십년 뒤에도 맛있는 것 먹고 술도 마시고 그렇게 살고 싶다.


그러나 어떤 것들은 나를 그저 찾아올지도 모르겠다. 내가 건강을 유지하고자 한다해도, 그것이 내 뜻과는 다르게 흘러갈 수도 있다. '조셉 고든 래빗'이 주연한 영화 [50/50]에서 남자는 건강하게 오래 살기 위해 술담배를 하지 않고 충동적인 섹스를 하지 않는다. 규칙적인 식사와 운동을 하며 신호등이 항상 초록색 불로 바뀌어야만 길을 건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암에 걸렸다. 내가 얼마나 조심하며 잘 살았는가는 단순히 확률을 낮추는 일에 불과할지도 모른다. 더 많은 부분은 운에 달려있는지도 모르겠다.


누군가는 단순히 몸이 약할 수 있고 누군가는 수술이 필요한 큰 병에 걸릴 수도 있다. 또 누군가는 수술조차 할 수 없는 희귀한 병에 걸릴 수도 있고. 만약 인간에게 아파야하는 절대적인 수가 있다면, 그래야 세상이 굴러가는 거라면, 그렇다면, 그것이 아이들에게는 찾아오지 말았으면 좋겠다. 진심으로 그렇게 바란다. 꼭 누군가가 아파야만 한다면, 그것이 아이는 아니었으면 좋겠다.




나는 나의 조카가 감기에 걸려 콜록거리기만 해도 마음이 찢어지는 것 같은데, 이 책의 주인공인 '미리암'은 당뇨병을 진단 받는다. 밤에 잠자다가도 여러차례 깨서 소변을 보고, 맛있는 걸 먹는데도 살이 빠지고, 결국 토하는 일까지 벌어져서 병원을 찾았더니 당뇨병이란다. 여기서 잠깐, 이 책에 실린 '소아당뇨'에 대해 언급하고 가야겠다.




소아 당뇨란?


우리가 음식을 먹으면 위장에서 소화되어 포도당이란 성분으로 바뀝니다. 포도당은 인슐린이라는 호르몬의 도움을 받아 세포로 전달되어 우리가 활동하는 데 필요한 에너지원이 됩니다. 즉 인슐린이 있어야 혈액 속의 포도ㅗ당이 세포로 들어가서 우리가 이용할 수 있게 되는 것입니다.

그런데 소아 당뇨는 인슐린을 분비하는 췌장에 문제가 생겨 인슐린이 거의 분비되지 않습니다. 따라서 포도당이 세포로 전달되지 못하고 혈액 소겡 남아 혈당 수치가 비정상적으로 올라가게 됩니다.

소아 당뇨는 발병하면 낫지 않는 병이며 평생 동안 인슐린으로 혈당 수치를 조절해야 합니다. 당뇨를 관리하기 위해서는 ① 적절한 식이요법 ② 규칙적인 운동 ③ 약물요법 ④ 주기적인 혈당검사와 검진 ⑤ 당뇨병 교육 등이 필요합니다. (p.6)



아직 초등학생인 미리암이 당뇨에 걸려 평생을 관리하며 살아야 한다. 밥 먹기 전에 인슐린 계산을 해야하고 또 자기 몸에 적당한 양의 인슐린을 직접 주사해야 한다. 미리암의 친구들은 미리암의 앞에서 맛있는 것을 먹는 게 어쩐지 미안해 불편해야하고. 어린 미리암은 내가 왜 이렇게 살아야할까 우울해한다. 어릴때부터 참아야하고 들여다봐야하고 관리해야 한다는 게 너무 마음이 아팠다. 한 번은 진짜 그러기 싫어서 인슐린 체크도 안하고 혈당체크도 안한 채 먹고 싶은 거 먹고 보냈더니 결국 쓰러진 거다. 그렇게 좋아하는 수영장에 갔다가도 저혈당이 올까봐 빨리 집에 가야한다고 말하는 어린 아이라니. 아니, 아이에게 당뇨라니, 너무나 가혹하지 않은가. 그런데 미리암이 입원한 병원에는 미리암보다 더 어린, 다섯살 아이인데 당뇨에 걸린 아이도 있었다. 아..세상은 왜 이따위야....너무 싫어.....


이제 당뇨에 좀 익숙해지고 받아들인 미리암은 다섯살 당뇨환자 아이와 대화한다.



"나도 당뇨 환자야. 우리에게 닥친 일이 그다지 신 나는 일은 아니지만 많이 아프거나 죽게 만들지는 않아. 단지 좀 불편하게 살아야 할 뿐이지. 굳이 친구들에게 숨길 필요도 없어. 당뇨병이 어떤 건지는 차차 알게 될 거야. 내가 널 도와줄게. 엄마가 계속 네 옆에서 널 간호할 수 없는 거지?"

"응. 엄마는 밤늦게까지 일해. 그래서 언니하고 지내라고 의사 선생님이 말했어. 근데 언니 이름은 뭐야?"

"미리암이야. 넌?"

"내 이름은 멜로디야. 다섯 살이고 이젠 깜깜한 밤도 무서워하지 않아."

"멜로디, 언니가 돌봐 줄게. 걱정하지 마." (p.120-121)



그래, 불편하다. 불편한 일이다. 어차피 이렇게 살아야 하는 거라면 그걸 절망하고 좌절하느니 조금 불편할 뿐이지, 하고 살아가는 게 나을 것이다. 그건 나도 안다. 그렇지만...그래도 아이들에게 이건 너무 가혹한 게 아닌가. 이 책이 존재하고 그래서 소아당뇨 아이와 또 그 가족들에게 읽히는 것은 의미있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이 책이 필요도 없는 세상이 더 좋았을 것 같다. 아이들은 아프지 말고 자랐으면 좋겠다. 그 작은 몸들이 고통과 불편함을 견뎌낼 생각을 하면 세상이 너무 엿 같다는 생각이 드는 거다.



이 책은 미리암의 당뇨 얘기만 하고 있지는 않다. 자살한 외삼촌이 앓고 있던 조울증과, 엄마의 우울증, 학급 아이의 좋지 못한 가정환경 등, 여러 이야기들이 저마다의 사연을 담고 흘러간다. 




"제롬 삼촌은 심각한 조울증 환자였어. 쉽게 말하면 굉장히 즐겁고 유쾌하다가도, 갑자기 자신이 아주 불행하다고 느끼고는 했지. 그런데 엄마, 아빠는 그 병을 별로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았단다. 왜냐하면 우리를 만나러 올 때마다 멀쩡해 보였고, 또 괜찮다고 말했거든."

아빠는 한숨을 쉬고 말을 이었다.

"사랑하는 사람이 자살했을 때 그 사람을 구하지 못했다는 죄의식은 말로 표현할 수 없단다."

"왜 우리에게 그 일을 말해 주지 않았어요?"

미리암이 작은 목소리로 물었다.

"엄마, 아빠도 삼촌의 병을 이해하지 못했단다. 그래서 삼촌의 갑작스런 죽음을 받아들일 수 없었어. 너희들에게도 뭐라 말해야 할지 몰랐지. 견디기 힘든 현실이었거든."

"사랑하는 사람들이 있으면 자살할 수 없을 줄 알았는데……."

"그건 그렇지. 하지만 병이 든 거였잖니. 우리가 삼촌을 사랑하듯 삼촌도 우리를 사랑했지만 마음과 뇌가 고장 나서 그 사랑이 보이지 않은 거야. 절망만 보인 거지." (p.135-136)




어린 조카가 '왜?'냐고 물을 때마다 혹은 다른 질문들을 할 때마다, 나는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몰라 어버버 거리곤 한다. 어떤 대답을 해야할지, 어떻게 해야 잘 설명할 수 있을지 잘 모르기 때문이다. 어떤 것들에 대해서는 나조차도 왜 그러는지 몰라서이기도 하고. 미리암의 아버지가 어린 딸들에게 저렇게 말할 수 있는 게 그래서 대단해 보였다. 삼촌의 자살이란 것에 대해 어린 딸들에 대해 얘기하긴 쉽지 않았을테니까. 삼촌의 죽음 그리고 자살. 그것에 대해 말한다는 게 말이다.



아이가 당뇨에 걸렸다고 해서 우울하게 흘러가는 책은 아니다. 이 책 읽고 그냥 내가 찌질한거지. 책은 오히려 십대 소녀-미리암의 언니인 넬리-의 풋풋한 사랑의 이야기, 자신이 가진 재능을 발전시키는 이야기, 우정과 농담까지 밝게 흘러간다. 어차피 바꿀 수 없다면 그 불편함을 인정하고 앞으로 닥쳐올 일들을 즐길 수 있을만큼 즐기는 게 건강한 생활태도임은 사실이다. 그리고 나 역시도 그렇게 살려고 노력할 것이다. 그렇다고 해도 아이가 아픈 게 나는 너무 아프다.






"날마다 삼촌이 보고 싶어요."
"아빠도 그렇지만 엄마는 더 심하단다. 엄마랑 제롬 삼촌은 쌍둥이였잖니. 엄마와 삼촌이 너무 가까운 사이라서 아빠도 가끔 끼어들 수 없었단다. 엄마는 삼촌 없이 사는 법을 배우고, 삼촌이 없어도 잘 살 수 있다는 걸 알아야 해." (p.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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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onnight 2015-11-13 14: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맞아요. 아이가 아픈 건 못 보겠어요. 미리암의 엄마아빠마음은 어떨까요ㅜㅜ; 가끔 조카들과 얘기해보면 아이들은 생각보다 훨씬 더 많은 걸 느끼고 이해하고 있구나 싶어요. 당뇨가 그다지 신나는 일은 아니지만 아주 나쁜 일도 아니라고 얘기하는 다섯살아이라니ㅠㅠ;

다락방 2015-11-13 14:33   좋아요 0 | URL
미리암의 엄마도 (마음이)많이 아파서 ㅠㅠ
네, 이 책을 읽어봐도 아이들이 많은 걸 생각하고 알고 있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아, 당뇨가 아주 나쁜 일도 아니라고 얘기하는 미리암은 10대 소녀에요. 언니가 열네살인데 미리암은 몇 살인진 모르겠네요. 미리암이 다섯살 당뇨병 소녀에게 얘기하는 거에요. 그게 아주 나쁜 일은 아니라고..

책이 전체적으로 슬픈 게 전혀 아닌데 저는 혼자 막 슬펐어요, 문나잇님 ㅠㅠ

moonnight 2015-11-13 14:45   좋아요 0 | URL
앗 다시 읽어보니 그렇네요. 저는 멜로디의 얘기인 줄@_@;;; 하여간에 건강이 최고입니다. 우리함께 건강히 맛있는 음식도 먹고 술도 마시고 그렇게 살아요.ㅠㅠ;

다락방 2015-11-16 09:53   좋아요 0 | URL
네, 문나잇님. 우리 건강하게 지낼 수 있도록 건강유지 잘 합시다! 오래오래 맛있는 것 먹고 마시며 살고 싶어요. 불끈!

꼼쥐 2015-11-13 15: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초등 6학년인 제 아들도 어렸을 때 딱 한 번 밤에 열이 올라 까무러치는 바람에 얼마나 놀랐던지요.밤에 병원 응급실까지 갔는데 가는 도중에 의식이 돌아오는 바람에 그냥 의사만 만나고 돌아왔지만 아이가 아픈 걸 지켜보는 건 정말 어려운 일인 듯.

마크 트웨인이 그러더군요. 배가 조난을 당했을 때 버릴 짐이라도 잇어야 그 짐을 버리고 살아날 희망을 갖는 것처럼 건강이 안 좋아졌을 때 버릴 나쁜 습관 하나쯤은 있어야 한다고. 그때를 위해서 본인은 담배를 피운다고.

다락방 2015-11-16 09:56   좋아요 0 | URL
조카가 네 살 때였나, 가와사키를 앓았어요. 열이 내리질 않고 병원에 입원해 링겔 꽂고 있는데 아, 정말 미치겠더라고요. 그 작은 몸으로 아프고 주사를 맞고 침대에 누워있고 ... 정말 진심으로 대신 아파주고 싶더라고요. 저 작은 몸이 왜 저 고통을 견뎌야하나.. 하면서요. 내가 아픈 것보다 아이가 아픈 걸 보는 게 훨씬 더 고통스러운 것 같아요, 꼼쥐님. 아이들만이라도 아프지 말고 지냈으면 좋겠어요.


제 고등학교때 문학선생님인가, 마크 트웨인과 담배에 대한 얘기를 해주셨는데, 그 당시에 해주신 말씀은 `나는 담배 끊기가 제일 쉬웠다 스무번도 넘게 끊었다` 였어요. 하하하. 마크 트웨인과 담배는 뗄레야 뗄 수 없는 사이었나 보네요. ㅎㅎ

감은빛 2015-11-13 15: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가 아프면 진짜 견디기 힘들 것 같아요.
저는 가끔 아이들이 감기나 장염 같은 것 때문에 열이 나면 막 아이가 불쌍해서 어쩔줄을 모르겠어요.
이 조그만 것이 무슨 잘못이 있다고 이렇게 아파야 하나 싶은 생각이 들어요.

다락방 2015-11-16 09:57   좋아요 0 | URL
네, 맞아요. 그 작은 몸이 고통을 견딜 생각에 진짜 마음 아프죠. 어떻게해야하나, 대신 아파주고 싶다, 그런 생각만 한가득 들어요. ㅠㅠ 제 몸 아픈 것보다 더 고통스러워요. ㅠㅠㅠ

레와 2015-11-13 17: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휴.. ㅜ_ㅜ


다락방 2015-11-16 09:57   좋아요 0 | URL
소아당뇨라니, 너무해요 ㅠㅠ

2015-11-16 09:54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다락방 2015-11-16 09:57   좋아요 0 | URL
잘 도착했군요, 다행입니다. 헤헷 :)
 

보통 자면서도 새벽에 몇 차례 깨는 편이다. 내가 깬다는 사실에 스트레스를 받지 않으므로 상관없는데, 생리기간에는 깨지않고 푹잔다. 그냥 푹 자면 좋은데, 특히 생리전에는 폭풍 졸음이 쏟아진다는 게 문제. 아, 오늘도 회사에서 존 것 밖에 한 게 없는 것 같다. 정신을 차릴라고 몇 번이나 이를 악물었지만(악-) 나의 졸음은 내 뜻대로 되지 않아.. 점심을 먹고 와서는 안되겠다 싶어 우먼스타이레놀을 한 알 먹었는데, 아직 약효가 돌기도 전부터, 그러니까 약을 먹자마자 또 졸았.....아, 나의 졸음은 어째야 하는거지? 이즈음의 나는 밥을 먹다가도 졸곤 한다. 하아- 


여튼 그렇게 졸다가 신간은 뭐 나왔나, 그냥, 습관적으로 알라딘 새책을 눌렀는데, 아니, 이게 뭐여!! 이승우가 아닌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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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성의 언어로 한국 소설의 토대를 넓힌 이승우의 <에리직톤의 초상>이 '이승우 컬렉션'의 첫 번째 작품으로 출간됐다. 작가의 데뷔작이자 대표작인 이 소설은 우리나라 관념 소설, 형이상학 소설, 종교 소설의 새 지평을 마련하여 작가와 평론가 모두에게 격찬받은 작품이다.

1981년 발표한 중편 '에리직톤의 초상'에 1990년 2부를 추가해 완성한 장편소설 <에리직톤의 초상>은 1981년 교황 저격 사건과 에리직톤 신화를 모티프로 하여 기독교적 신념을 둘러싸고 각자 다른 거리에서 다른 방식으로 관계를 맺고 있는 네 인물에 대해 이야기한다. 그들의 이야기를 통해 작가는 신과 인간, 그리고 사회의 관계를 밀도 높게 탐구하면서 인간의 의미를 치열하게 성찰하고 삶의 구원에 관한 문제로 나아간다.

작가는 <에리직톤의 초상>에 대해 "내 이십 대의 십 년을 이 소설만 쓰고 산 것은 아니지만 이 소설과 함께 산 것은 맞다. 무엇 때문인지 모르겠으나 나는 이 소설에 붙들려 있었고, 그러면서 이 소설에서 놓여나야 한다는 강박에 시달렸다"라고 고백했다. 작가가 청춘을 바쳐 애정을 쏟고 심혈을 기울인 이 소설은 이승우 문학의 출발점이자 영원한 화두로, 지금도 유효한 문제의식과 진지한 울림으로 우리의 의식을 일깨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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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은 아니지만 이승우의 데뷔작이라고 한다. 아아.... 그런데...한권뿐만이 아니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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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 만에 원제를 되찾은 이승우 장편소설 <독>이 예담에서 재출간됐다. 이 작품은 현재는 폐간된 문학 계간지 「소설과 사상」에 '독'이라는 제목으로 연재됐고 1995년 <내 안에 또 누가 있나>로 출간됐던 소설이다. 

대필작가 임순관의 일기 형식으로 전개되는 <독>은 청년 이승우가 악에 대해 야심차게 파고든 소설로, 인간 내부에 도사리고 있는 악이 나쁜 사회와 조응하여 어떻게 거대한 악의로 사람을 집어삼키는지 서늘하게 보여준다. 일련의 상징적인 사건들과 그로 인한 심리적인 변화 과정이 작가 특유의 필치로 집요하고 면밀하게 이어진다.

작가는 이 소설에서 인간의 내면 깊숙이 잠재되어 있는 악의를 '독'으로 표현한다. 임순관은 의학적으로 진단되지는 않지만 내장부터 썩게 만들어 끝내는 죽게 할 독이 자기 내부에 고여 있다는 것을 자각한다. 

그리고 하루하루 들숨을 통해 육체에 축적됐다고 생각한 그 독의 근원이 사실은 자기 자신이라는 것을, 날숨으로 세상의 대기 속에 토해져 나온 독이 다시 자기 안으로 들어와 부글부글 끓으며 더 많은 독을 증식시킨다는 것을, 인간은 독을 생산하는 거대한 공장이며 세상은 그 독이 유통되는 거대한 시장이라는 것을 깨닫는다. 그러나 이제 인간의 독과 세상의 독은 닭과 달걀처럼 그 인과관계를 따지는 것이 무의미할 만큼 긴밀하게 악영향을 주고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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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아, 잠이 깬다 잠이 깨... 잠이 확 깬다... 이승우가 두 권이나... 물론 이 소설도 이번에 새로 나온 소설은 아니고 1995년에 초판이 나온 책이란다. 아 궁금하다 궁금하다. 이승우...아 오랜만이다 이승우. 나는 이승우를 정말 좋아하는데 아직 그의 전작품을 다 읽진 못했다. 이승우를 위해서는 책장 한 칸을 따로 마련해 두었는데, 아...거기에 두 권이나 꽂을 수 있을 것 같아. 그러나!!



최근에 책구매를 자제하고 있는 나는, 그런 엄청난 노력에 힘입어 <최근 3개월간 순수구매금액 : 188,040원> 에 이르렀다. 나의 목표는 이걸 십만원 안쪽으로 낮추는건데, 이승우 책 두 권을 사면..또 언제 금액을 적게 만든단 말인가. 게다가 ㅠㅠ 이승우만 나온 게 아니야. 아니, 앤 타일러!! 당신은 또 왜 지금 이 시점에!!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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퓰리처상 수상작가 앤 타일러의 장편소설. "노란색과 초록색이 넘실대는 산들바람 부는 아름다운 오후였지." 애비 휘트생크는 1959년 7월 어느 날 레드와 사랑에 빠지게 된 이야기를 늘 이렇게 시작한다. 

휘트생크 일가는 연대감이 빛나는, 정의하기 힘든 부러운 특별함을 가진 가족이다. 하지만 모든 가족이 그렇듯 애비와 레드와 성인이 된 네 자녀는 애틋한 순간과 웃고 축하하는 순간만 쌓아온 게 아니다. 질투와 실망, 조심스럽게 감춘 비밀들이 있다. 1920년대에 볼티모어에 처음 온 레드의 부모부터 21세기에 가문의 유산을 이어가는 애비와 레드의 손주들까지 휘트생크 3대의 이야기는 늘 가족의 닻인 애정이 가득한 볼티모어의 낡은 집을 중심으로 펼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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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아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 어쩌지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궁금하다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읽고싶다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앤타일러인데 ㅠㅠㅠㅠㅠㅠㅠㅠㅠ 사실 지금 당장 읽고 싶은건 이승우보다 앤 타일러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최근 3개월 순수구매액.....연말까지 10만원 안쪽으로 만들고싶다.........이렇게 또 무너지는가....심규선의 새로운 시디도 이미 장바구니에 있는데 .........이번만 딱 한 번 사고 연말까지 이제 그만살까? 아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 이승우의 책도, 앤 타일러의 책도.. 내년에 나왔으면 좋았을텐데 우어어어어


세상일이 이렇게나 뜻대로 안되는구먼...






이승우 책은 이게 전부인가? [소설을 살다]를 내가 읽었던가? 안읽은 것 같다...아직 내가 안읽은 옛날 책들에 대해서는 예담이 다 내주려나? 이번에 나온 [에리직톤의 초상]이 '이승우컬렉션 1' 이던데... 아직 내가 안 읽은 책이 여러권 남아있군..

























앤 타일러 책은 보자, 몇 권이나 안읽었나. 그러고보니 추석때 놀러온 이모가 돌아갈 때 앤 타일러의 소설을 내가 읽으라고 줬다. 내 책장에서 빼서..포스트잇 빼곡 붙여진 책이었는데..그게 뭐였지, 근데? ... 아, 표지 보니까 알겠다. [인생]을 이모한테 줬다. 집에 가는 길에 읽으라고... 집에 [종이시계] 가 있던가??











잠이 깬다...


그런데 페이퍼 다 쓰고나면 또 졸음이 쏟아질 것 같다. 퇴근시간 두 시간 남았고, 퇴근하면 프란세진야 먹으러 갈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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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조기후 2015-11-12 17: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ㅋㅋㅋ 책값 줄이려고 발버둥치는 와중에 프란세진야는 포기하지 않는 다락방님 귀염 ㅎㅎ

다락방 2015-11-12 18:36   좋아요 0 | URL
맞네요 ㅋㅋㅋㅋㅋㅋ 프란세진야는 먹으러 가네 ㅋㅋㅋㅋㅋㅋㅋㅋㅋ

2015-11-12 19:0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11-13 08:37   URL
비밀 댓글입니다.

무해한모리군 2015-11-12 19: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파란실타래를 사야겠어요. 사야지.

다락방 2015-11-13 08:37   좋아요 0 | URL
오 사셨어요, 휘모리님? 저도 주말 지나면 사려고요. 힛.

무해한모리군 2015-11-13 12:55   좋아요 0 | URL
샀는데 배송이 월요일 ㅠ.ㅠ

다락방 2015-11-13 13:14   좋아요 0 | URL
아 Orz

transient-guest 2015-11-13 08: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알라딘을 계속 들여다보면 지갑이 가벼워집니다..ㅎㅎ 새책이 나오면 자꾸 사고 싶고, 읽고 싶고, 조바심이 나네요.

다락방 2015-11-13 08:40   좋아요 0 | URL
그러게요. 좋아하는 작가의 신간이 나오면 얄짤없죠. 사실 이승우는 신간이 아니라 개정판인데... 하하하하하.

테레사 2015-11-13 14: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17일까진 안사려고요..근데..자꾸 소설이 읽고 싶어져서...자꾸 장바구니를 들었다놨다 들었다놨다.하고 있슴다.ㅠ

다락방 2015-11-16 09:58   좋아요 0 | URL
저는 아직까진 잘 참고 있습니다만 27일에 유효기간이 다 되는 적립금이 있다네요? 아무래도 그 전에 사야할 것 같습니다. 무슨 적립금 유효기간이 한 달인지 원 ㅋㅋㅋㅋ 그래서 오늘 아침에도 부지런히 장바구니 요렇게 죠렇게 꾸려보고 있어요. ㅎㅎㅎㅎㅎ

책탐 2015-11-14 05: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3개월 순수금액 십만원은 솔직히 자신없고..한달 5권 구매로 정했는데 가득 담긴 책들과 신간을 보면 5권 구매할때 신중하게 고르느라 오랜시간을 허비하는 저를 발견하곤 합니다...

다락방 2015-11-16 09:59   좋아요 0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오랜 시간 허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렇죠. 정말 그래요. 저도 지금 한 번 사야겠다 싶어서 이렇게 저렇게 장바구니 넣었다 뺐다 하고 있어요. ㅋㅋㅋㅋㅋ 혼불 8,9,10 권도 사야하는데 이번에 다 살까, 아니면 한 권씩 살까, 아니면 사지말까.... 아하하하하. 신간을 사야하는데 혼불을 사면 신간을 못살텐데... 갈등은 참 여러군데로 피어나네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비연 2015-11-15 08: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그냥 포기요...ㅜ 횟수를 줄이려고 자제 중인데... 락방님 페이퍼가 저를 절망케 하는. 철푸닥.

다락방 2015-11-16 10:00   좋아요 0 | URL
저는 일단 앤 타일러 소설 만이라도 살까 생각중이에요. 저건 너무 궁금해요. 제목도 좋지 뭡니까. 파란 실타래.. 아아, 이렇게 3개월 순수구매액은 올라가는가...Orz
 















알리란 인물이 왜 대단한건지 몰라서 예전에 '윌 스미스'가 주연한 영화 [알리]를 극장에 가서 봤더랬다. 당시의 내게 영화는 지루했고 그래서 나는 꾸벅꾸벅 졸았다. 졸다가 정신을 차려 봤던 장면에서 챔피언이었던 알리는 군대에 안간다고 했던가 하는 이유로 사람들에게 욕을 먹었다. 그리고 나중에 다시 챔피언이 되었고. 나는 영화의 전반적 내용을 이해하지 못했고 왜 알리가 군대에 안갔는지, 왜 욕을 먹었는지, 그리고 왜 대단한지 모르는 채 지냈다. 그렇게 오랜 시간을 보냈다.















시사인에서 내가 가장 즐겨읽는 코너, 건성건성 읽어도 꼭 빠뜨리지 않는 코너가 <김형민 PD의 딸에게 들려주는 역사이야기>이다. 역사를 개뿔도 모르는 내게 참으로 유익한 코너이며 또 재미도 있다. 그런 이 코너에서 이번엔 알리에 대해 말해주더라. 오래전 영화를 봤음에도 알리를 모르던 내게, 김형민은 자세히 알려주었다. 김형민의 글을 읽노라니 아, 그때 그게 그런 장면을 뜻하는 거였구나, 싶으며 뒤늦게 영화를 이해하게 된 기분이었다.



절정의 세계 챔피언이던 시절, 그는 미국이 발을 잘못 들였던 베트남 전쟁에 공개적으로 반대하고 징병을 거부해. 그 이유는 다음과 같아. "내가 왜 베트콩과 싸우는가. 그들은 우리를 검둥이라고 부르지 않는다. 만약 내가 군대에 입대해서 베트콩과 싸워 2200만 미국 흑인의 자유와 평등을 보장할 수 있다면 미국 정보는 나를 징집할 필요도 없다. 그렇게만 된다면 내일 내 발로 입대할 테니까." -<시사인 제426호, 김형민 피디의 딸에게 들려주는 역사이야기 中



아, 그때 알리가 거부한 게 징병이었구나. 징병을 거부한 이유는 바로 이것이었구나. 아, 알리는 인종차별에 반대하는 사람이었구나. 나는 이제야 그가 왜 사람들에게 영웅 대접을 받는지 알 것 같았다. 그러나.



대가는 참혹했어. 그는 챔피언 타이틀을 박탈당했고 3년 반 동안 경기조차 참가하지 못했으니까. 프로권투 선수에게 3년 반의 공백이란 네가 3년 반 동안 글자 한 자 들여다보지 않고 대학 시험을 보는 것과 마찬가지의 큰 타격이야. 하지만 알리는 이를 이겨내고 서른두 살에 여덟 살이나 어린, 헤비급 역사상 최고의 강펀치 조지 포먼을 꺾고 다시 챔피언이 됐단다. 1981년 은퇴하면서 그는 이런 말을 남기지.

"자유와 정의, 평등을 위해 싸운 사람으로 기억되길 바란다." -<시사인 제426호, 김형민 피디의 딸에게 들려주는 역사이야기 中




김형민 피디가 이 글을 쓴 이유는 우리나라의 야구선수 최동원에 대해 얘기하기 위해서였다. 사실 나는 야구에 관심이 1도 없고, 그래서 최동원이란 선수에 대해서도 전혀 알지 못한다. 



최동원의 진가는 절정의 슈퍼스타이면서도 자기보다 못한 처지의 선수들을 잊지 않고 그 후배들을 위해 자신이 앞장서 나섰던 데에서 더 영롱하게 빛났단다. 1988년 그는 '프로야구 선수협의회' 구성에 나서. 선수들끼리 조직을 만들어서 그 권익을 지켜보자는 취지였지. 슈퍼스타 최동원이 협의회 결성에 앞장선 이유는 프로야구 2군 선수들의 아픈 현실을 알게 되면서였어.

"2군 포수가 내 공을 받아준 적이 있습니다. 수고했다고 고기를 사줬는데 얼마 만에 먹는 고기인지 모르겠다고 했습니다. 알고 보니 그 선수 연봉이 300만원(당시 2군 최저 연봉)이었습니다"(박동희 야구 전문기자 인터뷰 중). 그 돈으로 2군 선수는 자신의 장비까지 사가며 발버둥치고 있었고 구단은 이들에 대해 전혀 신경을 쓰지 않았지. 최동원은 이렇게 생각하게 돼.

"내가 최고 연봉을 받는 것도 뒤에서 고생하는 동료가 있기 때문이다. 이제 음지에 있는 동료들을 위해 내가 먼저 움직이겠다." 참 쉬워 보여도 세상에서 가장 힘든 생각 중의 하나지. 잘 나가는 이가 반대쪽 걱정을 한다는 건. -<시사인 제426호, 김형민 피디의 딸에게 들려주는 역사이야기 中



그렇다. 잘 나가는 이가 반대쪽 걱정을 한다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최동원은 단지 걱정만 했던 게 아니라, 움직이고자 했다. 그들을 위해서. 내가 이렇게 된 것도 그들이 있기 때문이다, 라는 걸 아는 사람이었던 거다. 그러나 그가 그렇게 움직이는 걸 싫어하는 사람들이 존재했다. 참 이상도 하지. 형편 나쁜 사람들을 돕는 행위가 자신의 불이익이 될 거라 생각하다니. 아니, 불이익이 아니다. 불이익이 아니라 자신의 뜻대로 되지 않는 것에 대한 우려인 것이다. 



최동원은 선수협의회 결성에 발 벗고 나섰어. 하지만 제멋대로 선수들을 부리지 못할 것을 우려한 프로야구 구단들의 '악랄한'(이 표현은 조금도 과하지 않아)방해로 뜻을 이루지는 못했지. 선수협의회를 주동했던 최동원은 평생 벗지 않을 것으로 생각했던 롯데 자이언트 유니폼을 벗어야 했고, 머지않아 은퇴해야 했단다. 한국 역사상 최고의 투수를 코치로 초빙하는 구단조차 거의 없었어. "감히 구단에 반항을 시도한 자"를 용납할 수 없었던 거지. 무하마드 알리에게 병역 기피자의 딱지를 붙였던 미국 정부처럼 말이야. -<시사인 제426호, 김형민 피디의 딸에게 들려주는 역사이야기 中




시간이 흘러 알리는 많은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다시' 금메달을 받는다. 챔피언이었지만 흑인이란 이유로 쫓겨나 화가 난 알리가 강물에 던져버렸던 과거의 금메달이다. 그걸 훗날 다시 받게 되는 것. 그러나 최동원은 구단의 사과를 받지도 못했고 병상에 누운채 숨을 거뒀다고 한다. 


부끄럽다.



우리는 누구나 실수할 수 있다. 당시에 잘못인지 모르는 채로 어떤 일을 진행시켜버리다가 치명적 결과를 맞닥뜨릴 수도 있고. 물론 처음부터 신중하게 생각하고 고민해서 가장 최상의 결과, 모두가 좋아할만한 결과를 이끌어낼 수 있다면 더할나위 없이 좋겠지만, 우리는 인간이기 때문에 그렇게 완벽한 과정으로 완벽한 길에 이르기가 어렵다. 그러나 그것이 실수였다면, 자신의 잘못임이 드러났다면, 그렇다면 사과를 하는 것이 옳다. 그리고 다음부터는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노력해야 하고. 구단은 최동원에게 사과하지 않았고, 어쩌면 자기 확신에 빠져 사과할 일을 하지 않았다고 생각할런지도 모르겠다. 부끄러운 일인데, 당사자는 부끄러운 일이라는 걸 모를까봐, 그게 더 겁난다.



그렇다면,

알리와 최동원은 왜 앞에 나섰을까? 도대체 어째서 자신의 온몸으로 그동안 자신의 성과를 부인하고 또한 멸시하는 것을 받아들여야 했나? 알리가 인종차별 반대에 앞장서지 않았다면 또 최동원이 2군 야구선수들의 이익을 위해 싸우지 않았다면 그들 개인의 삶은 평탄하게 흘러갔을 것이다. 그런데 왜, 굳이 불이익을 당해가며 그들은 행동하고 움직였을까?



얼마전에 읽은 [마션] 의 이 부분이 생각난다.



나는 그 답을 알고 있다. 어느 정도는 내가 진보와 과학, 그리고 우리가 수 세기 동안 꿈꾼 행성 간 교류의 미래를 표상하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진짜 이유는 모든 인간이 기본적으로 타인을 도우려는 본능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가끔은 그렇지 않은듯 보이기도 하지만, 사실 그렇다.
등산객이 산에서 길을 잃으면 사람들이 협력하여 수색 작업을 펼친다. 열차 사고가 나면 사람들은 줄을 서서 현혈을 한다. 한 도시가 지진으로 무너지면 세계 각지의 사람들이 구호품을 보낸다. 이것은 어떤 문화권에서든 예외 없이 찾아볼 수 있는 인간의 기본적인 특성이다. 물론 그러거나 말거나 신경 쓰지 않는 나쁜 놈들도 있다. 하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들이 훨씬 더 많다. 그리고 그렇기 때문에 수십억 명의 사람들이 내 편이 되어주었다.
멋지지 않은가? (p.597-598)






또 [개인주의자 선언]에서의 이 부분도.




길 건너 통인시장이 보였다. 집에 있는 애들 생각이 나서 복잡한 시장통을 걸어 명물 기름떡볶이를 한 움큼 샀다. 그런데 등뒤로 한 여자분이 뛰어가며 다급한 목소리로 누군가를 불렀다. "윤아, 윤아." 그러다 어느 신사분과 부딪혔나보다. "죄송합니다, 아이를 잃어버려서요. 죄송합니다." 그러곤 아이를 부르는 목소리가 점점 멀어져갔다. 나는 내 새끼 줄 떡볶이를 든 채 멍하니 서 있었다. 그때 갑자기 떠올렸다. 이 범상한 무심함 때문에 우리가 잃은 것들을 말이다.

뒤늦게 나는 시장통을 뛰어 쫓아갔다. 아이가 멀리 가지 않았기를 속으로 빌고 빌었다. 서로 원조라고 주장하는 떡볶이집들을 지나고, 도시락을 든 채 반찬을 골라 담는 사람들을 지나, 시장통이 끝나는 곳에 그 여자분이 인형같이 자그마한 여자아이를 꼭 끌어안고 앉아 있었다. 나도 모르게 말을 건넸다. "애를 찾으셨네요. 다행이에요." 여자분은 환하게 웃었다. "네, 고맙습니다."

집에 돌아가며 생각했다. 한 개인으로 자기 삶을 행복하게 사는 것만도 전쟁같이 힘든 세상이다. 학교에서 살아남기 위해, 입시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직장에서 살아남기 위해, 일하며 아이를 키우는 고통에서 살아남기 위해, 그 아이가 다시 이 험한 세상에서 살아남도록 지키기 위해. 그런 개인들이 서로를 보듬어주고 배려해주는 것은 얼마나 힘든 일인가. 또 그렇기에 얼마나 귀한 일인가. 

우리 하나하나는 이 험한 세상에서 자기 아이를 지킬 수 있을만큼 강하지 못하다. 우리는 서로의 아이를 지켜주어야 한다. 내 아이를 지키기 위해서 말이다. (p.278-279)





알리와 최동원이 행동하기는 쉽지 않았을 것이다. 그렇게 결심을 하고, 말을 하고, 행동에 옮기는 것. 이건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니까. 또한 그들 개인이 움직여봤자 세상은 변하지 않았다. 멸시만 당하고 불이익만 당했지. 그러나 그들이 그렇게 행동했던 것은 어떤 식으로든 영향을 미쳤다. 한 사람이 큰 힘을 낼 수는 없지만, 그런 한 사람 한 사람이 모여 큰 힘이 될 수는 있으니까. 시간은 오래 걸리겠지만, 가는 길은 힘들 것이고 그러다 숱한 장애를 만나겠지만, 또한 무수히 시행착오를 겪기도 하겠지만, 가지 않는 것보다는 가는 게 역시 낫다고 나는 생각한다. 문유석 판사도 자신의 글에서 그렇게 말했다.



팔짱 낀 채 `한계` `본질` `구조적인 문제` 운운 거창한 얘기만 하며 아무 행동도 하지 않는 것이야말로 아무나 할 수 있는 거라고 생각한다. 진짜 용감한 자는 자기 한계 안에서 현상이라도 일부 바꾸기 위해 자그마한 시도라도 해보는 사람이다. 어떤 통속적인 미국 드라마를 보다가 아래 대사를 듣고 그 통찰력의 깊이에 놀란 일이 있다.

냉소적으로 구는 건 누구나 할 수 있어 Anyone can be cynical.
담대하게 낙관주의자가 되라구 Dare to be an optimist.(p.268)




나는 무서운 것도 많고 쪼그라들기도 잘하는 사람이라 담대한 낙관주의자가 될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그렇지만 팔짱 낀 냉소주의자는 최소한 되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한다. 그렇지만..그럴 수 있을지 여전히 모르겠다. 그래서 어제부터는 그런 생각을 했다. 실패도 두렵고 실수도 두렵다. 그러나 실패와 실수를 맞닥뜨렸다는 건 내가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는 거다. 비틀거리고 휘청거리겠고 쓰러지고 무너지기도 하겠지만, 실패와 실수가 겁나서 제자리에 있지는 말아야겠다고. 이런 생각을 하고서는 스스로 기특해서 머리를 쓰다듬었다. 으음, 나는 자기성찰을 할 수 있는 인간이야. 내가 나를 돌아볼 수 있는 인간이지. 잘 컸어...



그나저나, 이번호 시사인에 현대가 재벌3세의 인터뷰가 실렸던데(사회적 기업을 해서 화제가 된 인물-정경선-이란다), 문득 이런 재벌들은 어디가야 만날 수 있나? 하는 생각을 했다. 그러니까 그 만난다는 게 데이트하고 싶다 이런 게 아니라, 존재의 확인이랄까. 얼마전에 내가 그 '존재를 아는' 부잣집 남자가 역시 부잣집 여자를 사귀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다. 그 부잣집 남자는 나랑 관련1도 없고, 다시 말하지만 내가 그 '존재를 아는'것에 불과한데, 대한민국에서 평범한 대학에 다녔는데, 대체 어디서 부잣집 여자사람을 만나 사귀게 되었을까? 그들에겐 내가 모르는, 내가 전혀 알 수 없는 따로 만나는 루트가 있나? 아니면 이 평범한 대학 안에서 나 부자인데 으음, 저기서 다른 부자의 냄새가 나는군, 하고 서로가 서로를 알아보나?? 신기하네. 왜 내 주변엔 부자가 없지? 사귀었던 남자들중에도 부자가 하나도 없었고, 부자가 다 뭐야, 심지어 나보다 가난한 남자들이었는데...., 친구들 중에도 부자가 없고, 알고 지내는 사람들 중에도 부자가 없어... 어쩌면 이렇게 부자가 없지? 세상엔 이렇게 나처럼 부자 아닌 사람들이 수두룩한데, 왜 세상은 부자를 위해 굴러가지? 부자는 어딨지? 설마...내 주변인들중에 부자이면서 부자가 아닌척 서민 코스프레 하는 사람이 있는걸까? 뭐, 그렇다는 거다.




다이어트를 하겠다며 아침에 밥대신 샐러드를 먹고 왔는데, 크- 이거 ... 의미없네. 출근하자마자 배가 너무 고파서 일단 사과좀 먹고 그러다 또 배가 고파서 지금 한줌견과에 물 한 잔 마셨다. 이러다 또 금세 배고파 지겠지..샐러드의 의미는...뭐양? 없는 거양? 어제도 샐러드를 아침으로 먹고서 회사 와가지고는 유통기한 이틀 지난 초콜렛에다가(그것 밖에 없었엉..) 토스트에다가 견과류에다가 ... 점심 전까지 쳐묵쳐묵 했는데...... 샐러드는.....의미가 없는거닝? 아니, 샐러드에 닭가슴살과 베이컨도 들어갔는데...어째서 그렇게 의미가 없엉???? 샐러드, 너의 존재 가치는 뭐닝??? 아아, 허기, 나의 동반자여... 나에게 부자친구는 없지만 허기는 늘 옆에 있다...돌아서면 배고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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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리미 2015-11-12 10: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ㅋㅋㅋㅋㅋㅋ `송곳`으로 시작해서 `헝거게임`으로 마무리하는 다락방님 멋져요!!!!

다락방 2015-11-12 14:56   좋아요 0 | URL
점심을 먹고 한참을 졸았네요. -0-
제가 생리전에 진짜 폭풍졸음 쏟아지거든요. 안그러려고 우먼스 타이레놀도 한 알 먹었는데 엄청 졸았네요. 아, 이놈의 잠! ㅎㅎㅎㅎ 배고프거나 졸리거나.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뽈따구 2015-11-12 10: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알리, 우리의 챔피언
허기, 나의 동반자

어째 운율이 딱딱 떨어지는데요? ㅎㅎㅎㅎㅎㅎㅎㅎ

다락방 2015-11-12 14:57   좋아요 0 | URL
ㅎㅎㅎ 운율 좋네요. ㅋㅋㅋ

이놈의 허기는 무슨 지가 제 베프인줄 알지 뭡니까! ㅎㅎㅎㅎㅎ

2015-11-12 10:0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11-12 14:58   URL
비밀 댓글입니다.

건조기후 2015-11-12 10: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침부터 눈물 나네요. 알리도 최동원도.. 인형같은 아이도.. 의미없는 샐러드도 ㅎ ㅜㅜ

다락방 2015-11-12 14:59   좋아요 0 | URL
작게는 내가 다른 사람에게 무슨 짓을 하고 있나 싶고
크게는 이 나라가 대체 국민들에게 무슨 짓을 하고 있나 싶어요...

그런데..샐러드 먹으면 살 빠지는 거 맞아요, 건조기후님?? 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테레사 2015-11-12 10: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눈물나요..요즘은 그냥 자주 격해져요..가슴이 무너지듯..격해지면서 눈물이 나네요..그런 그가 너무 일찌기 가서 마음이 아픈건가..싶기도 하고...그냥..세상이 너무 각박해서 이런 이야기가 더욱 그리운건지도..그래서 마음이 격해지고..뜨거워지고..눈물이 나는건지도..

다락방 2015-11-12 15:00   좋아요 0 | URL
가을이라 감정이 더 격해지는 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가을이란 계절이 주는 느낌이 좀 쓸쓸하지 않아요? 날도 추워지고 그러니 마음에도 스산한 바람이...

마음 잘 다잡읍시다, 테레사님. 단단해지고 강해집시다. 물론, 눈물이 날 땐 울고요. 그리워할 땐 그리워하고요.

단발머리 2015-11-12 10: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여러가지로 생각거리를 주는 페이퍼예요.
최동원씨에 대한 이야기는 어디선가 들었던 것 같은데, 자세한 이야기는 처음이예요.
정말 훌륭한 분이신데, 많이 안타깝네요.

결국은 아는 것보다 용기,라는건데, 용기가 참... 쉽지가 않아요.

일단 샐러드 말고 밥을 먹은 후에, 그 어렵다는 용기를 내보는 건 어떨까요? ㅎㅎㅎ

다락방 2015-11-12 15:02   좋아요 1 | URL
저는 몰랐는데...제가 알지 못하는 데 세상의 곳곳에서 다른 사람들을 도우려는 사람들도 있고, 나쁜 건 나쁘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고 그래요, 단발머리님. 그래서 이 세상이 유지되고 굴러가고 그러는 것 같아요. 문유석 판사가 자신의 책에서 인간을 버티게 해주는 게 인간이라고 했는데, 정말 그런 것 같아요. 우리는 결국 인간 때문에 힘들고 인간 때문에 행복하고..그런 것 같아요.


점심으로는 풍족하게 밥을 먹었더니 쿨쿨 자고 싶어요. 이놈의 회사... Orz

꼼쥐 2015-11-12 16:0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조만간에 김형민 pd의 광팬이 될 것 같은 예감이 듭니다.
다락방 님 덕분에 말이죠.
저는 매일 아침 산에 오르는데 요즘은 너무 어두워서 조금 겁이 나기도 합니다. 다이어트 목적은 아니고 그냥 산에 가면 맘이 편해져서. 출근 전에 내려와야 하니 늘 바쁘게 다니긴 하지만...

다락방 2015-11-12 16:07   좋아요 1 | URL
시사인의 저 코너 정말 좋아해요. 문제는 제가 읽고나서 그 다음엔 기억하지 못한다는 거죠. 저의 기억력은 왜이렇게 형편없을까요? 그래서 학창시절에도 암기과목을 못했던 것 같아요. ㅠㅠ

출근전에 산에 다녀오신다니..저도 그러고 싶긴한데, 저는 출근하기 위해서 집에서 육시이십분에 나와요...그 전에 산에 갔다오는 건 아무래도 무리일 것 같아요. 지금도 다섯시반에 일어나는 거 너무 싫어서 머리를 쥐어뜯고 싶은 심정이거든요. 엉엉 ㅠㅠ

transient-guest 2015-11-13 08:2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요요가 오는 소리가...-_-: ㅎㅎ 시사인을 정기구독할 수 있는건 부럽습니다. 요즘은 한국에 사는 분들이 부럽지는 않은데 말이죠.ㅎ 저도 그냥 혼자 욕이나 하지 행동으로 옮기려면 모든게 너무 복잡해지는게 아닌가 싶어요. 모든 것을 리셋한다는게 쉽지는 않죠.

다락방 2015-11-13 08:48   좋아요 1 | URL
샐러드를 먹는 게 최소한 저한테는 아무 도움이 안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 걍 생긴대로 먹고 살아야지 무슨 샐러드를 먹겠다고 아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시사인 정기구독 너무 좋아요! 저는 티븨 뉴스도 안보고 인터넷으로도 뉴스를 보지 않기 때문에 세상 돌아가는 걸 시사인으로 확인하는 게 전부이긴 해요...그렇지만 이걸 읽는 건 분명 필요한 일인 것 같다는 생각을 합니다. 부지런히 보고 있어요. 다 읽지는 못하지만.

transient-guest 2015-11-13 08:50   좋아요 1 | URL
그나저나 이번 시사인 표지의 얼굴이 자꾸 거슬리네요. 보톡스빨 장난 아니게 빵빵한 면상이 말이죠..-_-: 세월호 참사때 사라진 7시간이 사실 주사맞던 때가 아니었나 싶기도 하구요. 진지하게 프로포플 같은거 맞고 있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했거든요.

감은빛 2015-11-13 16:0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제가 고향이 부산이고, 아버지가 엄청난 야구광이라 어렸을 때 최동원 선수 경기를 여러번 봤어요.
정말 괴물이란 말이 나올 수 밖에 없는 대단한 선수예요.
롯데가 84년 우승할 당시 6경기 출전해서 4승 1패를 했는데,
이 기록은 아마 절대 갱신할 수 없을 거예요.
보통 선발 투수는 한번 등판하면 3~4경기를 쉬거든요.
마무리 투수는 투구수를 조절해가며 연속 등판이 가능하지만,
선발 투수는 한번 등판하면 7회 이상 던지기 때문에 어깨에 무리가 가죠.
당시 롯데는 한국시리즈에 최동원 선수를 매 경기 등판 시켰는데,
보통 투수는 이렇게 던지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죠.
그런데 6경기 등판해서 4승이라니!

당시 선수협 결성 때문에 롯데에서 제일 실력있는 투수와 타자가 다 삼성으로 쫓겨났죠.
최동원 선수는 마지막 순간까지도 롯데가 자신을 버리지 못할 거라고 생각했대요.
롯데를 위해 가장 헌신적으로 노력했던 선수, 가장 뛰어난 선수를 버린거죠.
롯데 팬들은 엄청나게 욕을 했죠.

또 하나 재밌는 사실은 최동원 선수는 우리나라 최초의 메이저리그 등록 선수라는 점이예요.
당시 병역 문제 때문에 결국 메이저리그에서 한 경기도 뛰지는 못했지만,
최초로 메이저리그 계약을 맺은 선수이죠.
아마 메이저리그에서 뛰었다면 롯데에서처럼 혹사 당하지 않고 오랫동안 멋진 모습을 보여줬을 거라고 믿어요.

롯데에는 참 비운의 선수가 많아요.
최동원도, 박동희도, 임수혁도
아 눈물 나네요. ㅠㅠ

다락방 2015-11-16 08:25   좋아요 1 | URL
아, 최초의 메이저리그 선수이기도 했군요. 그런데 정말로 아까운 선수를 롯데는 내쫓았네요. 가장 헌신적으로, 가장 뛰어난 선수를 말이죠. 야구 실력도 대단했지만 자신과 같은 처지에 있지 않은 사람들까지 생각할 수 있다는 게 가장 놀라워요. 사실 사람은 대부분 자기중심적이잖아요. 그런 사람인데 너무 안타깝네요..

좋은 선수, 좋은 사람들이 그렇지 못한 시스템 때문에 너무 아깝게 사라져가는 것 같아요. 그런데 시간이 지났다고해서 나아지지도 않는 것 같고요. 나쁜 시스템이 왜이렇게 오래 살아남을까요? 게다가 지금은 사실 더 나빠져가고 있잖아요.

이 나라가 참 아픕니다, 감은빛님. 너무 후졌어요. 주말 내내 이 나라가 얼마나 후진 나라인지만 실감했어요.
 

이 나라는 몇 년도를 사는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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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라디오 2015-11-11 16: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마지막 사진 너무 슬프네요.
정말 대한민국의 시간은 거꾸로 가는걸까요?

초딩 2015-11-11 16: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계속 반복 되어지는 것 같아요. 어떤 것들은 연도가 무색할만큼

blanca 2015-11-11 17: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마지막 사진.... 너무 속상해요.

무스탕 2015-11-11 18: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도대체 뭘 보고 배우라고 해야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