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탕이 싫어 한무릎읽기
수지 모건스턴.마야 고티에 지음, 윤경 옮김, 배현정 그림 / 크레용하우스 / 2011년 3월
평점 :
절판


어제 지인과 프란세진야를 먹으러 갔다. 지인은 처음 먹어보는 거였는데 연신 맛있다며 잘 먹더라. 그러면서 대화하던 중 건강하자는 말을 했다. 우리가 계속 건강해야 이렇게 맛있는 것 먹으러 돌아다닐 수도 있고 또 맛있는 걸 맛있게 즐길 수도 있다고. 나는 술도 좋아하고 고기도 좋아하는데, 건강을 잃는다면 대체적으로 백이면 백, 술을 끊으라고 할테니까. 그러니 더없이 건강이 중요하다. 건강을 유지해서 십년 뒤에도 오십년 뒤에도 맛있는 것 먹고 술도 마시고 그렇게 살고 싶다.


그러나 어떤 것들은 나를 그저 찾아올지도 모르겠다. 내가 건강을 유지하고자 한다해도, 그것이 내 뜻과는 다르게 흘러갈 수도 있다. '조셉 고든 래빗'이 주연한 영화 [50/50]에서 남자는 건강하게 오래 살기 위해 술담배를 하지 않고 충동적인 섹스를 하지 않는다. 규칙적인 식사와 운동을 하며 신호등이 항상 초록색 불로 바뀌어야만 길을 건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암에 걸렸다. 내가 얼마나 조심하며 잘 살았는가는 단순히 확률을 낮추는 일에 불과할지도 모른다. 더 많은 부분은 운에 달려있는지도 모르겠다.


누군가는 단순히 몸이 약할 수 있고 누군가는 수술이 필요한 큰 병에 걸릴 수도 있다. 또 누군가는 수술조차 할 수 없는 희귀한 병에 걸릴 수도 있고. 만약 인간에게 아파야하는 절대적인 수가 있다면, 그래야 세상이 굴러가는 거라면, 그렇다면, 그것이 아이들에게는 찾아오지 말았으면 좋겠다. 진심으로 그렇게 바란다. 꼭 누군가가 아파야만 한다면, 그것이 아이는 아니었으면 좋겠다.




나는 나의 조카가 감기에 걸려 콜록거리기만 해도 마음이 찢어지는 것 같은데, 이 책의 주인공인 '미리암'은 당뇨병을 진단 받는다. 밤에 잠자다가도 여러차례 깨서 소변을 보고, 맛있는 걸 먹는데도 살이 빠지고, 결국 토하는 일까지 벌어져서 병원을 찾았더니 당뇨병이란다. 여기서 잠깐, 이 책에 실린 '소아당뇨'에 대해 언급하고 가야겠다.




소아 당뇨란?


우리가 음식을 먹으면 위장에서 소화되어 포도당이란 성분으로 바뀝니다. 포도당은 인슐린이라는 호르몬의 도움을 받아 세포로 전달되어 우리가 활동하는 데 필요한 에너지원이 됩니다. 즉 인슐린이 있어야 혈액 속의 포도ㅗ당이 세포로 들어가서 우리가 이용할 수 있게 되는 것입니다.

그런데 소아 당뇨는 인슐린을 분비하는 췌장에 문제가 생겨 인슐린이 거의 분비되지 않습니다. 따라서 포도당이 세포로 전달되지 못하고 혈액 소겡 남아 혈당 수치가 비정상적으로 올라가게 됩니다.

소아 당뇨는 발병하면 낫지 않는 병이며 평생 동안 인슐린으로 혈당 수치를 조절해야 합니다. 당뇨를 관리하기 위해서는 ① 적절한 식이요법 ② 규칙적인 운동 ③ 약물요법 ④ 주기적인 혈당검사와 검진 ⑤ 당뇨병 교육 등이 필요합니다. (p.6)



아직 초등학생인 미리암이 당뇨에 걸려 평생을 관리하며 살아야 한다. 밥 먹기 전에 인슐린 계산을 해야하고 또 자기 몸에 적당한 양의 인슐린을 직접 주사해야 한다. 미리암의 친구들은 미리암의 앞에서 맛있는 것을 먹는 게 어쩐지 미안해 불편해야하고. 어린 미리암은 내가 왜 이렇게 살아야할까 우울해한다. 어릴때부터 참아야하고 들여다봐야하고 관리해야 한다는 게 너무 마음이 아팠다. 한 번은 진짜 그러기 싫어서 인슐린 체크도 안하고 혈당체크도 안한 채 먹고 싶은 거 먹고 보냈더니 결국 쓰러진 거다. 그렇게 좋아하는 수영장에 갔다가도 저혈당이 올까봐 빨리 집에 가야한다고 말하는 어린 아이라니. 아니, 아이에게 당뇨라니, 너무나 가혹하지 않은가. 그런데 미리암이 입원한 병원에는 미리암보다 더 어린, 다섯살 아이인데 당뇨에 걸린 아이도 있었다. 아..세상은 왜 이따위야....너무 싫어.....


이제 당뇨에 좀 익숙해지고 받아들인 미리암은 다섯살 당뇨환자 아이와 대화한다.



"나도 당뇨 환자야. 우리에게 닥친 일이 그다지 신 나는 일은 아니지만 많이 아프거나 죽게 만들지는 않아. 단지 좀 불편하게 살아야 할 뿐이지. 굳이 친구들에게 숨길 필요도 없어. 당뇨병이 어떤 건지는 차차 알게 될 거야. 내가 널 도와줄게. 엄마가 계속 네 옆에서 널 간호할 수 없는 거지?"

"응. 엄마는 밤늦게까지 일해. 그래서 언니하고 지내라고 의사 선생님이 말했어. 근데 언니 이름은 뭐야?"

"미리암이야. 넌?"

"내 이름은 멜로디야. 다섯 살이고 이젠 깜깜한 밤도 무서워하지 않아."

"멜로디, 언니가 돌봐 줄게. 걱정하지 마." (p.120-121)



그래, 불편하다. 불편한 일이다. 어차피 이렇게 살아야 하는 거라면 그걸 절망하고 좌절하느니 조금 불편할 뿐이지, 하고 살아가는 게 나을 것이다. 그건 나도 안다. 그렇지만...그래도 아이들에게 이건 너무 가혹한 게 아닌가. 이 책이 존재하고 그래서 소아당뇨 아이와 또 그 가족들에게 읽히는 것은 의미있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이 책이 필요도 없는 세상이 더 좋았을 것 같다. 아이들은 아프지 말고 자랐으면 좋겠다. 그 작은 몸들이 고통과 불편함을 견뎌낼 생각을 하면 세상이 너무 엿 같다는 생각이 드는 거다.



이 책은 미리암의 당뇨 얘기만 하고 있지는 않다. 자살한 외삼촌이 앓고 있던 조울증과, 엄마의 우울증, 학급 아이의 좋지 못한 가정환경 등, 여러 이야기들이 저마다의 사연을 담고 흘러간다. 




"제롬 삼촌은 심각한 조울증 환자였어. 쉽게 말하면 굉장히 즐겁고 유쾌하다가도, 갑자기 자신이 아주 불행하다고 느끼고는 했지. 그런데 엄마, 아빠는 그 병을 별로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았단다. 왜냐하면 우리를 만나러 올 때마다 멀쩡해 보였고, 또 괜찮다고 말했거든."

아빠는 한숨을 쉬고 말을 이었다.

"사랑하는 사람이 자살했을 때 그 사람을 구하지 못했다는 죄의식은 말로 표현할 수 없단다."

"왜 우리에게 그 일을 말해 주지 않았어요?"

미리암이 작은 목소리로 물었다.

"엄마, 아빠도 삼촌의 병을 이해하지 못했단다. 그래서 삼촌의 갑작스런 죽음을 받아들일 수 없었어. 너희들에게도 뭐라 말해야 할지 몰랐지. 견디기 힘든 현실이었거든."

"사랑하는 사람들이 있으면 자살할 수 없을 줄 알았는데……."

"그건 그렇지. 하지만 병이 든 거였잖니. 우리가 삼촌을 사랑하듯 삼촌도 우리를 사랑했지만 마음과 뇌가 고장 나서 그 사랑이 보이지 않은 거야. 절망만 보인 거지." (p.135-136)




어린 조카가 '왜?'냐고 물을 때마다 혹은 다른 질문들을 할 때마다, 나는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몰라 어버버 거리곤 한다. 어떤 대답을 해야할지, 어떻게 해야 잘 설명할 수 있을지 잘 모르기 때문이다. 어떤 것들에 대해서는 나조차도 왜 그러는지 몰라서이기도 하고. 미리암의 아버지가 어린 딸들에게 저렇게 말할 수 있는 게 그래서 대단해 보였다. 삼촌의 자살이란 것에 대해 어린 딸들에 대해 얘기하긴 쉽지 않았을테니까. 삼촌의 죽음 그리고 자살. 그것에 대해 말한다는 게 말이다.



아이가 당뇨에 걸렸다고 해서 우울하게 흘러가는 책은 아니다. 이 책 읽고 그냥 내가 찌질한거지. 책은 오히려 십대 소녀-미리암의 언니인 넬리-의 풋풋한 사랑의 이야기, 자신이 가진 재능을 발전시키는 이야기, 우정과 농담까지 밝게 흘러간다. 어차피 바꿀 수 없다면 그 불편함을 인정하고 앞으로 닥쳐올 일들을 즐길 수 있을만큼 즐기는 게 건강한 생활태도임은 사실이다. 그리고 나 역시도 그렇게 살려고 노력할 것이다. 그렇다고 해도 아이가 아픈 게 나는 너무 아프다.






"날마다 삼촌이 보고 싶어요."
"아빠도 그렇지만 엄마는 더 심하단다. 엄마랑 제롬 삼촌은 쌍둥이였잖니. 엄마와 삼촌이 너무 가까운 사이라서 아빠도 가끔 끼어들 수 없었단다. 엄마는 삼촌 없이 사는 법을 배우고, 삼촌이 없어도 잘 살 수 있다는 걸 알아야 해." (p.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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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onnight 2015-11-13 14: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맞아요. 아이가 아픈 건 못 보겠어요. 미리암의 엄마아빠마음은 어떨까요ㅜㅜ; 가끔 조카들과 얘기해보면 아이들은 생각보다 훨씬 더 많은 걸 느끼고 이해하고 있구나 싶어요. 당뇨가 그다지 신나는 일은 아니지만 아주 나쁜 일도 아니라고 얘기하는 다섯살아이라니ㅠㅠ;

다락방 2015-11-13 14:33   좋아요 0 | URL
미리암의 엄마도 (마음이)많이 아파서 ㅠㅠ
네, 이 책을 읽어봐도 아이들이 많은 걸 생각하고 알고 있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아, 당뇨가 아주 나쁜 일도 아니라고 얘기하는 미리암은 10대 소녀에요. 언니가 열네살인데 미리암은 몇 살인진 모르겠네요. 미리암이 다섯살 당뇨병 소녀에게 얘기하는 거에요. 그게 아주 나쁜 일은 아니라고..

책이 전체적으로 슬픈 게 전혀 아닌데 저는 혼자 막 슬펐어요, 문나잇님 ㅠㅠ

moonnight 2015-11-13 14:45   좋아요 0 | URL
앗 다시 읽어보니 그렇네요. 저는 멜로디의 얘기인 줄@_@;;; 하여간에 건강이 최고입니다. 우리함께 건강히 맛있는 음식도 먹고 술도 마시고 그렇게 살아요.ㅠㅠ;

다락방 2015-11-16 09:53   좋아요 0 | URL
네, 문나잇님. 우리 건강하게 지낼 수 있도록 건강유지 잘 합시다! 오래오래 맛있는 것 먹고 마시며 살고 싶어요. 불끈!

꼼쥐 2015-11-13 15: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초등 6학년인 제 아들도 어렸을 때 딱 한 번 밤에 열이 올라 까무러치는 바람에 얼마나 놀랐던지요.밤에 병원 응급실까지 갔는데 가는 도중에 의식이 돌아오는 바람에 그냥 의사만 만나고 돌아왔지만 아이가 아픈 걸 지켜보는 건 정말 어려운 일인 듯.

마크 트웨인이 그러더군요. 배가 조난을 당했을 때 버릴 짐이라도 잇어야 그 짐을 버리고 살아날 희망을 갖는 것처럼 건강이 안 좋아졌을 때 버릴 나쁜 습관 하나쯤은 있어야 한다고. 그때를 위해서 본인은 담배를 피운다고.

다락방 2015-11-16 09:56   좋아요 0 | URL
조카가 네 살 때였나, 가와사키를 앓았어요. 열이 내리질 않고 병원에 입원해 링겔 꽂고 있는데 아, 정말 미치겠더라고요. 그 작은 몸으로 아프고 주사를 맞고 침대에 누워있고 ... 정말 진심으로 대신 아파주고 싶더라고요. 저 작은 몸이 왜 저 고통을 견뎌야하나.. 하면서요. 내가 아픈 것보다 아이가 아픈 걸 보는 게 훨씬 더 고통스러운 것 같아요, 꼼쥐님. 아이들만이라도 아프지 말고 지냈으면 좋겠어요.


제 고등학교때 문학선생님인가, 마크 트웨인과 담배에 대한 얘기를 해주셨는데, 그 당시에 해주신 말씀은 `나는 담배 끊기가 제일 쉬웠다 스무번도 넘게 끊었다` 였어요. 하하하. 마크 트웨인과 담배는 뗄레야 뗄 수 없는 사이었나 보네요. ㅎㅎ

감은빛 2015-11-13 15: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가 아프면 진짜 견디기 힘들 것 같아요.
저는 가끔 아이들이 감기나 장염 같은 것 때문에 열이 나면 막 아이가 불쌍해서 어쩔줄을 모르겠어요.
이 조그만 것이 무슨 잘못이 있다고 이렇게 아파야 하나 싶은 생각이 들어요.

다락방 2015-11-16 09:57   좋아요 0 | URL
네, 맞아요. 그 작은 몸이 고통을 견딜 생각에 진짜 마음 아프죠. 어떻게해야하나, 대신 아파주고 싶다, 그런 생각만 한가득 들어요. ㅠㅠ 제 몸 아픈 것보다 더 고통스러워요. ㅠㅠㅠ

레와 2015-11-13 17: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휴.. ㅜ_ㅜ


다락방 2015-11-16 09:57   좋아요 0 | URL
소아당뇨라니, 너무해요 ㅠㅠ

2015-11-16 09:54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다락방 2015-11-16 09:57   좋아요 0 | URL
잘 도착했군요, 다행입니다. 헤헷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