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통이 트인다 - 녹색 당신의 한 수
황윤 외 지음 / 포도밭출판사 / 201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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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석이라도 국회에서 차지할 수 있다면 뜻깊을 것이라 생각했는데, 이 책을 읽고나니, 비례대표 2번인 '밀양765kV 송전탑반대대책위 사무국장'인 '이계삼'까지 꼭 당선 될 수 있다면 좋겠다.



녹색당은 당원이 7천4백여 명에 불과하지만, 당비 납부율이 모든 정당을 통틀어 가장 높습니다. 무엇보다 당원 구성에서 여성들의 비중이 높은 유일한 정당입니다. 남성 가부장들이 군사주의 전체주의적 논리로써 망가뜨린 세상을 복원할 힘은 여성적인 가치에 있다고 저는 믿습니다. 그것을 저는 밀양송전탑 투쟁 과정에서 분명히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밀양에 연대한 수많은 생협 활동가, 어린이책시민연대 엄마들, 페미니즘 연구자, 미디어·법률·인권단체에서 활동하는 여성활동가들, 밀양에 열성적으로 연대한 여성들을 보면서 여성적 가치가 어떻게 세상의 불의함을 바로잡는 동력이 될 수 있는지를 보았습니다. 무엇보다 '밀양 할매'라는 존재가 있었습니다. 10년 싸움의 과정에서 마을의 숱한 남성들이 먼저 나섰다가 포기하거나 타협해버린 싸움을 끝까지 버텨낸 분들은 아주머니, 할머니들이었습니다. 현장에서 가장 완강하게 싸우는 이들도 그분들이었습니다. 전국에서 찾아드는 수많은 연대자들을 환대하고 잠자리를 챙겨주고 이 싸움의 대의를 호소하면서 그들을 일깨워준 이들이 바로 '밀양 할매'였습니다. 녹색당은 여성적 가치가 이끌어가는 정당입니다. (이계삼, p.76)

흔히 꿈과 현실을 반대되는 것으로 생각하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역사를 보면, 꿈꿨기 때문에 변화가 있었고, 꿈이 현실로 되었습니다. 지금 우리가 누리는 민주주의나 인권도 한대는 모두 꿈같은 일이었습니다. 예를 들면, 불과 120년 전까지만 해도 보통선거권이라는 것은 꿈이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현실이 됐습니다.
꿈꾸지 않으면 변화가 없습니다. 반대로 꿈꾸면 시간이 걸리더라도 현실이 됩니다. (여는 글, p.17-18)

미세먼지 어플리케이션을 휴대전화기에 설치하고 매일 확인하지만, 솟구치는 미세먼지 수치를 보면 너무 화가 납니다. 우리는 적어도 오염되지 않은 물과 숨 쉴만한 공기, 방사능과 GMO에 오염되지 않은 음식을 먹을 권리가 있습니다. 우리 삶의 가장 기본이 되는 것들을 기업과 정부가 좌지우지 하도록 내버려두어선 안 됩니다. 막아야 할 것은 우리들의 `코와 입`이 아니라, 이윤과 권력을 위해 우리의 생존을 팔아먹는 나쁜 제도와 법입니다. (황윤, p.36)

저는 이 말도 안 되는 현실을 바꾸고 싶습니다. 살벌한 세상이 아닌, 살 만한 세상, 살기 좋은 세상으로 바꾸고 싶습니다. 어떤 것이 살기 좋은 세상일까요? 저는 제 아이뿐 아니라 이 세상 모든 아이들이 안전한 세상, 자연에서 마음껏 뛰노는 세상, 우리의 유일한 서식지인 지구를 보살피고, 동식물을 존중하고 사랑하며 이웃과 더불어 사는 세상, 그런 세상에서 아이를 키우고 싶습니다. 엄마 아빠들이 일한 만큼 정당한 대가를 받고, 과도한 노동을 강요받지 않고, 그래서 삶의 여유를 찾아서 아이들과 좀 더 많은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그런 세상 말입니다. (황윤, p.37)

`어떤 사회가 되면 좋겠냐`고 묻는다면, 그 사회의 구성원들이 최소한의 인간적인 삶을 살아갈 수 있도록 보장해주는 사회면 좋겠다고 답하겠습니다. (김주온, p.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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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3-28 08:58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다락방 2016-03-28 10:00   좋아요 1 | URL
비례대표로 뽑는 국회의원이 지금보다 훨씬 많아져야 한다고 생각해요. 이건 뭐 1위가 아니면 다른 표는 숫제 죽은 표가 되어버리니 ㅠㅠ
녹색당 후보 분에게 응원을 보냅니다!

기억의집 2016-03-28 09: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글 진짜 오래만에 쓰신 것 같아요. 한참 기다렸어요. 하도 글이 안 올라오길래 어디 아프신가 했답니다~ 독감이 유행이라, 아니면 퇴사??? 잡생각하면서 기다렸어요^^

다락방 2016-03-28 10:01   좋아요 0 | URL
헷. 기억의집님, 고맙습니다. 억지로라도 쓰지 않으면 앞으로 영영 글을 못 쓸것 같아서 오늘은 `쓰자`라고 마음 먹고 썼어요. 기다려주셨다니 고맙습니다. 누군가 내가 쓴 글을 기다려준다니, 정말 근사한 기분이에요. 큰 힘이 됩니다. 정말로요. 고맙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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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셀 서루 지음, 조영학 옮김, 무라카미 하루키 후기 / 사월의책 / 201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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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전에 읽었던 [숨통이 트인다]도 생각나고 [더 로드] 그리고 영화 [매드맥스]도 생각난다. 이 모든 걸 떠나서, 그냥, 이 책 자체 만으로도 아름답고 고요하다. 이러저러한 것들을 떠올리지 않아도 그러니까 소설, 그 자체로도 완벽한 것이다. 

글이 안써져서 더이상 덧붙이지를 못하겠고, 그러니까, 진짜 좋은 소설이란 말을 꼭 하고싶다!!


책 뒷편에 실린 무라카미 하루키의 후기를 보면 작가가 이 소설을 쓰게 된 계기에 대한 설명이 나와있다.


그는 그때 체르노빌 근교에 사는 '갈리나'라는 이름의 여성을 취재했다. 원자력 발전소 폭파 사고 현장에서 반경 30킬로미터 안쪽 지역으로는 사람의 접근을 일절 금지하는데, 그녀는 그 금지령을 무시하고 고향의 작은 마을로 돌아가 농사를 짓고 산다. 이곳에는 그런 사람들의 수가 적지 않아, 그들을 '복귀 거주자'라고 부른다. 그녀는 오십대 후반의 과부로 홀로 소와 닭을 치고, 방사능에 오염된 땅에서 양배추를 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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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에 체르노빌을 다시 방문했을 때, 나는 이런 식으로 생각하기 시작했다. 만일 사태를 되돌려보면 어떨까 하고. 현대 사회에서 갈리나는 그저 무지한 여자일지도 모른다. 그녀는 인터넷도 휴대전화도 스시 레스토랑도 모른다. 하지만 영락해버린 세게에서는, 기근과 역병과 전쟁, 혹은 체르노빌에서 일어난 것 같은 공업 사회가 불러온 재난으로 곤궁의 처지에 몰린 세계에서는 또 제임스 러브록이라는 학자의 무시무시한 예언이 묘사하듯 대변동이 일어난 세게에서는, 내가 알고 있는 전문 지식 같은 것은 아무런 가치도 가질 수 없다. 어느 버섯을 먹어도 될지 판단하는, 양배추를 재배하는, 음식을 보존하는, 이런 유의 지식을 모르면 살아남기가 매우 어렵다. 또 남성보다는 여성이 보통 오래 살므로, 이 행성에서 인류라고 하는 존재의 마지막 모습에 체르노빌 '거주 금지구역'의 원시적 생활에 가까운 것이 되는 것은 아닐지. 내 머리에 퍼뜩 이런 생각이 떠올랐다. 사람들이 떠난 땅은 다시 야생이 힘을 되찾고 있었다. 여자들은 이미 아이를 낳을 수 있는 나이가 지나버려 후대를 품지 않고, 오염된 땅에서 작물을 키우고 있었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후기, p.324-325)






봉지마다 파종 기한 날짜를 스탬프로 찍어두기는 했지만 어차피 허튼 짓이다. 씨앗은 나름대로의 힘이 있다. 서쪽 사막에는 씨앗 상태로 100년 동안 비가 오기를 기다리는 식물들도 많다. 그저 다시 꽃 피울 날만 기다리는 것이다. 직접 본 적은 없지만 비가 100년 만에 내렸는데도 바위와 모래가 온통 꽃과 식물로 뒤덮였다는 이야기를 여러 번 들었다. (p.35)

상상해보라. 3만의 도시 인구 중 이제 여자 둘과 태아 하나만 남았다. 그런데 이상한 일은, 지금이 훨씬 더 좋다는 사실이다. (p.37)

 나는 종묘상에 건너가 몇 시간씩 텃밭에 뿌릴 씨앗을 골랐는데, 갈색의 작은 봉지 씨앗들 덕분에 뭐든 미래에 대한 희망을 덤으로 얻을 수 있어 무척이나 행복했다. (p.39)

영양실조로 허약할 대로 허약해진 데다 한곳에 오랫동안 웅크리고 지낸 터라, 열 발짝을 주기로 발을 내딛기가 힘들었다. "몸이 약해 빠졌어." 사람들은 그렇게 말하곤 하지만 내 생각은 다르다. 몸은 강한데 마음이 물러터진 것이다. 다 포기하고 눈 속에 누워버리라고 부추기는 쪽은 늘 마음이다. 자기 몸이 얼마나 강한지는 오직 여자듣만이 안다. 당장은 고통으로 온몸이 산산조각 날 것 같지만 절대 그렇지 않다. (p.131)

누군가를 향한 상실감이 너무도 혹독해 그 고통에 허리를 부여잡을 때가 있다. 때로는 마치 해돋이나 창문 색깔처럼 상실감은 함께 살아가야 할 삶의 일부이기도 하다. 조상이 물려준 세상이 갑자기 끝장났을 때 우리는 저마다의 방식으로 종말과 맞서야 했다. 내게도 상징적인 일들이 있었다. 그 중 하나가 세탁이었다. 리넨 천을 빠노라면 어딘가 차분하고 일상적인 기분이 들었던 것이다. 행군 중에는 당연히 깨끗한 리넨을 볼 수가 없었다. 방식이 색다르긴 해도 줄푸가에게는 그 대상이 옛날 차였을 뿐이다. (p.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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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라디오 2016-08-30 14: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락방님의 리뷰를 보니 책을 즐겁게 읽었던 감회가 떠올라서 좋네요^^ 감사합니다ㅎ

다락방 2016-08-30 21:18   좋아요 1 | URL
저 이 책 엄청 좋아해요 , 고양이라디오님!! 고양이라디오님도 좋게 읽으셧군요. 으흣.

고양이라디오 2016-08-30 21:33   좋아요 0 | URL
하루키씨가 추천해서 읽었어요ㅎ
 

선거가 다가오면 언제나 딜레마에 빠진다. 내 소신껏 표를 행사하는 게 나을까, 그러다가 최악에 힘이 실릴텐데.. 그래서 고민하다 최악은 막자, 하는 투표를 하게 된다. 모두들 최악을 막자는 심정으로 투표해줬으면 좋겠다, 라는 생각을 했다. 그러나 사람은 저마다의 생각을 가진다. 어쨌든 어제, 아무개님의 좋은 글을 읽었다. 알리고 싶어서 링크를 건다.


http://blog.aladin.co.kr/701246196/8351232


링크의 글 발췌문 중에


'물론 정권교체는 필요합니다. 그러나 정권교페는 문제해결의 끝이 아니라 시작일 수밖에 없습니다. 노무현 대통령 시절의 경험을 보면서, 무엇을 배워야 할까요? 그것은 대한민국의 기득권 시스템이 그렇게 만만하지 않다는 것입니다. 대한민국은 대통령 한 사람을 바꾼다고 해서 획기적으로 변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닙니다.

대한민국 정치를 바꾸기 위해서는 '팀'이 필요합니다. 몇몇 인물에 의존해서는 시스템을 바꿀 수 없습니다. 팀플레이를 할 수 있는 제대로 된 팀이 필요합니다. 그것이 바로 '좋은 정당'입니다. 제대로 된 정당은 자신만의 가치와 비전을 가지고 , 수십 년이 걸리더라도 원하는 변화를 이뤄내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가지고 있어야 합니다. 흔히 권력의지를 말하지만, 정치공학적인 권력의지가 아니라 시스템을 바꾸겠다는 의지를 가진 팀이 필요합니다. 그런 팀이 존재하고 힘을 얻어야만 . 시스템 자체를 변화시키는 것이 가능합니다. p13-15


를 읽고 오래 생각했다(라고 하지만 사실 하루도 되지 않았다).


소신껏 투표하기로. 그리고 나의 한 표를 '시스템을 바꾸겠다는 의지를 가진 팀'에 주기로. 최악을 막기 위해 차악을 뽑아야 한다고 어쩔 수 없이 생각했지만, 녹색당에 힘을 실어주기로 했다. 그런데 녹색당에 내 한 표를 준다고 해서 이 작은 정당이 힘을 얻을까? 생각해보니 그럴 것 같지가 않은 거다. 다른 사람들의 한 표도 이쪽에 실려야 할 것 같은 거다. 그러기 위해서는 녹색당을 알려야 한다. 이 작은 정당이 무엇을 하려고 하는지를. 그래서 고양이 두 마리를 키우고 있는 회사의 동료에게 녹색당을 소개했다. 소개하자마자 아니나다를까, 녹색당을 지지하겠다고 했다. 



나는 녹색당에 표를 주고 힘을 실어주기로 결정하고 결심했지만, 다른 사람들에게 알리기 위해서는 나부터 녹색당을 잘 알아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자, 공부가 필요하겠다. 아, 세상은 넓고 공부할 건 많구나. 나에게는 천오백명 이상의 즐겨찾는 사람들이 있다. 천오백명 이상이 나의 공간에 와서 내 글을 들여다본다는 얘기다. 물론 자주 오는 사람은 그중에서 극히 일부겠지만, 어쨌든 누군가 와서 내 글을 읽는다면, 그리고 그 수가 결코 적지 않다면,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변함없이 글을 쓰는 일일 것이다. 내가 많이 늦었지만, 아주 많이 부족하지만, 나보다 더 늦은 사람들이 있을 수도 있으니 녹색당을 알린다.


































나의 운명은 나를 어디로 데려가려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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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개 2016-03-23 09: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한발한발 작은 걸음들이 모이고 쌓이면
언젠가는 좀 더 넓고 탄탄한 길이 만들어지겠죠?

함께 가봅시다. 그길을!


다락방 2016-03-23 09:27   좋아요 0 | URL
어깨동무!!

웽스북스 2016-03-23 09: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 주변에는 녹색당 당원들이 젤 많아요! 저는 정의당 당원이지만요. ㅎㅎ
녹색당 1석은 정말 의미 있을 것 같아요 : )

다락방 2016-03-23 09:58   좋아요 0 | URL
저도 사실 이렇게 결심하기 전까지는 정의당에 표를 줄 생각이었어요. 저는 이렇게 정의당을 떠납니다..(읭?) 저는 이제 녹색당으로...

근데 어쩐지 저는 제 스스로가 정의당에 더 잘 어울리는 것 같은 느낌이긴 해요. (이런 느낌은 무슨 느낌일까..)

웽스북스 2016-03-23 09:59   좋아요 0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정의로운 여자라 ㅋㅋㅋㅋㅋ

다락방 2016-03-23 10:01   좋아요 0 | URL
음..... 정의당으로 다시 갈까........ 어쩌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휘청휘청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무개 2016-03-23 15:07   좋아요 0 | URL
형 어디가!!

다락방 2016-03-23 15:11   좋아요 0 | URL
형이 지금 중심을 못잡고 있구나. 미안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치니 2016-03-23 10:3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녹색당 지지자입니다. 기본적으로는 환경 이슈 쪽 보다는 기본소득과 동물권 보장 등의 주장 때문에 지지하지만, 지난 선거에서도 녹색당 찍었던 이유는 제주도 특유의 개발 광풍 때문이기도 해요. 제주도의 지금 상황을 보면 여기야말로 녹색당이 선전해야 가장 좋은 곳인데! ㅠ (실상 결과를 보니 4천 표 가량 받은 듯 ㅋㅋ ㅠ)
저도 다락방 님처럼 고양이와 사는 동료에게 한 표를 권했어요. 오, 그래요? 하며 반응은 있었지만 정말 찍을지야 모르죠.
이제 전 너무 기대치가 낮아져서, 그나마 투표장에 다들 가기라도 했음 좋겠어요.ㅠ

다락방 2016-03-23 13:32   좋아요 0 | URL
이미 녹색당을 지지하시는 분들이 많군요. 뭔가 으쌰으쌰 힘이 나네요. 저는 이렇게나 느리고 무식한데 이미 관심을 갖고 행동하는 분들이 계시다는 게 참 좋으네요 ㅠㅠ 반성도 되고 ㅠㅠ
일단 가장 빠른 게 고양이와 사는 친구일 것 같아 말해본건데 즉각 효과가 나타났어요. 말해주어 고맙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저는 실제로 표를 확보!! 했어요. 으하하하. ㅠㅠ 그래봤자 얼마만큼의 소득이 있을까 싶지만 ㅠㅠ

cyrus 2016-03-23 10: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글을 감은빛님이 보신다면 엄청 좋아하실 겁니다. 그 분도 녹색당에 관련된 일을 하시는 걸로 알고 있어요. 감은빛님의 녹색당 소개를 계기로 지난 총선 때 녹색당을 투표했습니다. 이번 총선에는 좋은 결과가 나왔으면 좋겠습니다.

다락방 2016-03-23 13:33   좋아요 0 | URL
네, 알고 있습니다. 감은빛님의 글에서도 보았었고 저는 감은빛님 만나뵙기도 했었고요. 진작 더 주의깊게 관심을 가졌어야 했는데 제가 너무 늦었네요. 어쨌든 저는 늦게나마 힘을 보태보렵니다.

무해한모리군 2016-03-23 13:4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녹색당의 원내진입은 큰의미를 가질 걸로 봅니다. 녹색당이 향후 대선 총선에서 다른당들에게 적극적 정책연대를 제시해 관련 정책을 한단계 끌어올릴 것으로 기대합니다.

다락방 2016-03-23 14:15   좋아요 0 | URL
네, 굉장히 의미있을 거라고 생각돼요. 이번에는 지난 선거보다 훨씬 많이 득표해서 원내진입 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블랙겟타 2016-03-23 18:3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개인적으로 우리나라 선거제도가 가진 문제 때문에 녹생당 같은 의미 있는 원외정당 이나 정의당 같은 군소정당이 지지율에 비해 과소대표된것 같아 마음이 안좋았었어요. 그래서 헌재의 선거법 위헌 판정에 따라 선거법 개정에 조금이나마 기대를 걸었건만.. 결과는 거대양당의.. 합의로 오히려 비례대표가 줄어드는결과를 보자니 방에서 이불킥으로 나마 겨우 마음을 진정시켰었어요ㅜㅜ 근데 제 주위에도 녹색당원으로 계시는 분이 꽤 되거든요.? 여기댓글에서도 보이고... (응? 알게 모르게 많은 지지자분들 께서 곳곳에 암약하고 계시는 건가 ㅎㅎㅎㅎ) 녹색당 차원에서도 이번선거가 더더욱 힘든 선거가 되겠지만 ㅜ 꼭 유의미한 결과가 나왔으면 좋겠어요. 아 참! 그러고 보니 녹색당 비례 2번으로 나오신 이계삼사무국장님 책, `고르게 가난한 사회` 이번에 샀었거든요. 얼른 읽어봐야겠어요. 하승수 운영위원장님 책도 몇권 집에 있고.. 저도 그러고 보니 녹색당이랑 가까웠네요 ㅎㅎ

다락방 2016-03-23 18:55   좋아요 1 | URL
아 블랙겟타님 선거와 정치에 이미 관심을 갖고 계신 분이셨군요! 멋져요!! ❤️
저는 녹색당을 이름만 알았지 관심이 전혀 없었어요. 늦게 조금씩 관심을 갖기 시작했고 필리버스터로 관심이 좀 더 커져서 살펴보니 녹생당이 눈에 들어왔어요. 블랙겟타님 책 엄청 많이 사시나봐요. 저는 들어보지도 못한 책인데 이미 갖고 계시고.. 멋져..
네, 댓글을 보니 제가 너무 늦은감이 있을 정도로 이미 많은 분들이 녹색당을 지지하셔서 든든합니다. 물론 더 많은 사람이 관심을 가져야하고 또 갈 길도 멀지만요. 어쨌든 같이 가봅시다!!

블랙겟타 2016-03-23 19:41   좋아요 0 | URL
네에..^^;;; 근데 책을 사기만 하고 읽어야할 책은 쌓여만 가서. 그리고 책을 편식만 해서 큰일이네요. 그나마 다락방님덕분에 소개해주신 소설책 조금 보는 걸요 ㅎㅎ : ))) 네 같이 가봐요 ㅎ

2016-03-27 18:5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3-27 21:13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단발머리 2016-04-05 12: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락방님~~~~ <숨통이 트인다> 리뷰 쓰면서 이 글을 링크했어요.
좋은 글이라서요.^^

다락방 2016-04-05 12:18   좋아요 0 | URL
오, 네네, 얼마든지요! 좋습니다!
내 글은 좋은 글, 단발머리님은 좋은 분 ^^
 


 














여자와 남자는 고등학생 시절부터 절친한 친구였고 사랑하는 사이였다. 결혼은 그들에게 당연한 수순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여자가 이혼을 원했고 그래서 여자와 남자는 별거중이다. 여자는 남자가 직업에 대한 열의가 없는 것이 영 마음에 들질 않았다. 아이를 낳는다면 그 아이의 아빠로는 이 남자가 적절하지 않다고 생각했다. 자신은 일에서 성공적인데 남자가 그러지 못하고 있는게 싫었다. 그러나 그런 점이 싫었다해도 어쨌든 이들은 절친한 친구사이였다. 오랜 시간을 함께 지냈고 그동안 떨어져 지내 본 적도 없다. 이들은 같은 사람들을 알고 있고 둘만이 할 수 있는 장난과 농담이 있다. 별거중이지만 매일 붙어다니고 별거중이지만 사랑해, 나도, 를 말하면서 익숙하게 만나고 헤어진다. 


그러나 이 관계는 주변 다른 사람들에게 이상하게 보인다. 사람들은 그들에게 '너희들은 헤어질 준비가 되어있지 않다' 라고 말한다. 헤어질 준비가 되는 사이도 있나... 여자와 남자는 우리가 절친이라 그런건데, 그게 뭐가 이상해, 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자신들이 이별할 준비가 되어있지 않다는 사실을 받아들이지 못한다. 그러나, 그게 왔다. 이별의 순간이.


친하게 지내던 별거중인 이 남자가, 자신에게 '다른' 여자가 생겼음을 고백했다. 게다가 그 '다른 여자'가 자신의 아이를 임신하기까지 했단다. 이에 여자는 충격을 받는다. 충격과 놀라움 그리고 상처. 그녀는 애써 눈물을 삼키려고 한다. 그 다음부터는 그녀가 겪는 이별의 과정이 나온다.


남자는 그녀에게 '니가 나를 원하지 않는 줄 알았다'고 말한다. '너는 우리 사이의 아이를 원한 적도 없었다'고 말한다. 별거중이지만 친하게 지내던 이 남자와 여자가, 각자의 다른 상대를 찾아 헤매이다가, 결국은 아, 내가 올 곳은 여기로구나, 라고 생각하는 그런 내용의 영화일 줄 알고 봤다가, 이것이 결국은 이별하는 과정을 보여주는 영화라서 놀랐다. 이별을 겪어내는 영화라서 당황스러웠다. 아, 이게 내가 그냥 생각하는 이 사람과 이 사람은 어려움을 겪지만 행복하게 오래오래 둘이 잘 살았습니다, 가 아니네? 


극중에서 여자도 다른 남자들과 데이트도 해본다. 그 모두가 실망스럽다. 종국엔 괜찮은 남자를 만나 노래방을 갔는데, 그 남자가 노래방에서 함께 노래를 부르다 여자에게 키스를 하는 순간, 여자는 자신을 직시한다.



나는 이혼하는 중이에요.



그녀는 자신이 이걸 극복해내야 한다고 말한다. 혼자서. 다른 사람의 힘을 빌지 않고 혼자서 헤어지는 것을 극복해내야 한다고 말한다. 



[새벽 세시, 바람이 부나요?] 를 도대체 몇 권이나 샀는지 모르겠다. 두 권씩 가지고 있었는데도 지금 내 책장에 없다. 이 영화를 보고나서, 그리고 내가 이별을 겪고나서 이 책이 너무 많이 생각나서 다시 들춰보고 싶었는데, 그런데 이 책이 없다. 왜 사람들은 책을 빌려주면 갖다 주질 않지? 다시 사야겠네.


[새벽 세시, 바람이 부나요?]의 속편인 [일곱 번째 파도] 에서, 에미는 레오에게 자신이 이혼했다는 사실을 말하지 않는다. 그 누구보다 레오에게 그 사실을 말하고 싶었을 테지만, 그걸 말하지 않는다. 나는 영화속 에서 여자가 새로 만난 남자에게, 다시 시작할 가능성이 있는 남자에게 '이걸 혼자 극복해내야 해요', '난 이혼중이에요' 라고 말한 것이, 에미가 레오에게 이혼한 사실을 얘기하지 않은 것과 비슷한 것이라고 본다. 내가 극복해내야 하는 이 이별이, 당신을 수단으로 삼아서는 안된다. 나는, 내가 혼자 이걸 극복해서 다시 온전한 나 자신이 된 후에, 그 후에 너를 다시 만나야 한다, 라는 의미일 것이다. 











물론 누군가 도와주는 이별은 조금 더 쉽게 극복될 수 있을지도 모르지만, 그러나 나의 이별이니만큼 혼자서 오롯이 극복해내야 할 것이다. 그러면 한층 단단해져있겠지. 그 과정은 아주 길고 힘들고 고되겠지만, 많이 아프겠지만.


단단해지긴 뭐가 단단해지냐...안 헤어지는 게 답이지.. 누가 단단해지고 싶대......


아래 노래는 영화가 시작되는 처음에 나오는 노래. (동영상 어떻게 올리는거야 제기랄 ㅠㅠ)


https://youtu.be/Yg7XFVbrEFI





금요일에 이 영화를 봤다. 아, 이별을 말하는 영화구나, 했다.

토요일에 이별을 했다. 아, 이별을 말하는 영화를 봐서 나에게 이별이 왔나, 이 영화를 괜히 봤나, 자꾸 후회가 됐다.

일요일에 이 영화를 다시 봤다. 이별 전에 보았을 때와는 아주 많이 다른 것들이 보였다.

이를테면 이별을 겪어나가는 여자의 모습이랄까.

여자는,



술에 떡이 되고, 폭식을 하고, 약을 하고, 엉망이 된 채로 남자를 만나 돌아와달라고 붙잡아보고, 그게 안되자 남자에게 저주를 퍼붓는다. 여자는 하염없이 엉망이 된다. 




어제. 남동생이 거실 소파에 앉아 개그프로그램을 보는데 내가 그 옆에 앉았다. 프로그램에서는 뚱뚱한 남자가 나오고 있었다. 나는 남동생에게 물었다.



나도 백키로 찍으면 저렇게 턱 살이 출렁이겠지?



남동생은 그렇겠지, 했다. 나는 나를 위해서 뭘 해야 할까. 술에 떡이 되고, 폭식을 하고, 약을 .. 하진 못하겠구나, 내게는 영화에서처럼 약을 구해주는 남자사람 친구가 없으니까... 그래서 하염없이 엉망이 되어, 턱 살을 출렁이게 만들어볼까. 그러고나면 극복이 되어서 더 단단해져있을까. 그러고나면 쏟아지는 햇볕을, 넘치는 봄기운을 받아들일 수 있을까. 그러고나면 봄이 봄일까. 아니 나는 여름에 백키로를 찍을까. 가을이면 백키로가 완성될까. 의외로 한 달 뒤에 될 수도 있어.




여자는 친한 여자친구의 결혼식에 참석한다. 축사를 하면서 덧붙인다. 서로를 존경하라고, 그리고 인내심을 가지라고. 그게 그녀가 남자와 함께하고난 후에 깨달은 것들이다.


Be patient.


그녀는 그렇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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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3-14 11:1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3-14 11:21   URL
비밀 댓글입니다.

Eunju 2016-03-14 11: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영화 재밌게 봤어용 ㅎㅎ

무해한모리군 2016-03-14 14:0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 영화를 보겠어요.
저는 아주 오랜 단짝 친구랑 연애를 하고 헤어지고 후회를 했어요.
뭐랄까 다시 볼 수 없게 되버려서.... 아 난 왜 사랑 우정 연민 이런 것들을 다 연애로 귀결시키며 살았을까 하는 후회를 하면서요 ㅎㅎㅎ 안했으면 안한대로 후회했겠죠?

따뜻해지면 기분 좋은 일이 많이 생길거예요. 제가 예감이 좋거든요. 절 믿으세요.

moonnight 2016-03-14 14: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엉망 되었을 때가 떠오르네요. 잊자ㅠㅠ;;;

blanca 2016-03-14 18: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슬퍼요. 다락방님의 이별. 무언가 더 말을 덧붙이고 싶은데 적절한 말이 떠오르지 않아요...

2016-03-15 02:2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3-15 19:4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3-16 04:0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3-17 07:3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3-17 13:3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3-18 23:22   URL
비밀 댓글입니다.
 

오늘 알라딘에 올라온 글들 중 좋았던 글이 L 님의 글이었는데, 삼십대의 연애가 이십대의 그것과는 좀 달라졌다는 내용이었다. 어릴 적에 감정이 폭죽처럼 터지는 것 같았다면 삼십대에는 밀려오는 감정들을 익숙하게 받아들일 수 있는 것 같다고. 


요즘의 나는 여러가지 면으로 노화를 실감한다. 작년부터 보이기 시작한 새치도 그렇고 푸석해진 머릿결이 그렇다. 짧아진 생리주기와 적어진 생리양에서도 노화를 느낀다. 예전엔 샤워를 해도 피부가 언제나 촉촉했는데, 이제는 건조해져서 가끔 바디로션을 바르고 싶어진다(라고 해서 바르진 않는다). 핸드크림을 필수로 겨울에 가지고 다니게 된 것도 노화를 느껴서이다. 손을 씻고나서 손이 건조하다는 걸 이렇게 실감할 수 있다는 것, 이게 노화가 내게 가져다 준 것이다. 이런 신체적인 변화들이 많이 두렵지만, 그렇다고 해서 나이 먹는 것 자체가 싫지는 않다. 


나는 내가 여러가지 면에서 더 성숙해졌다는 걸 안다. 여전히 어린 시절처럼 고집 센 나이지만, 내가 나를 좀 더 잘 알게 된 것은 그동안의 삶이 내게 가져다준 것이다. 나이들면서 내게 좀 더 잘 맞는 사람들을 찾아 곁에 둘 수 있게 된 것 같다. 연애는 말해 무엇하랴, 내게 최상의 상대를 맞춤하게 찾아 함께할 수 있는 것도 나이 들면서 가능해진 것이다. 확실히 나이들수록 나는 점점 더 좋은 상대와 친구가 되고 아주 좋은 상대와 연애를 할 수 있게 된 것 같다. 지나간 삶에 대한 반성도 나이들면서 가능해졌고, 내가 가진 단점이 무엇인지 또 장점은 무엇인지도 나이들면서 알게 되었다. 여러모로 나는 과거의 나보다, 어린 시절의 나보다 좀 더 나은 어른이 되어 있었고, 그리고 지금의 나, 나이들고나서 내가 하는 연애가 좋다. 나는 삼십대 이후부터 내가 어떤 사람인지 알게 되었던 것 같다. 그리고 삼십대이후부터가 정말 나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지금이라서 다행이고, 이런 나라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수시로 든다. 사랑과 이별에 대해서도 처음 겪는 것이 아니므로 익숙해진 것도 사실이다. 익숙해졌다해서 이별 후에 아프지 않은 건 결코 아니지만 뭐 그렇다는 거다. 그렇지만,



삼십대를 살면서도 나의 사랑의 감정은 폭죽처럼 터진 적이 있다. 물론 늘상 그런것도 아니고 연애의 상대마다 그랬던 것도 아니다. 그렇지만 분명히, 삼십대 후반까지도 내 감정이 정말로 말 그대로 지랄요동을 쳤던 때가 있다. 돌이켜보면 그게 싫어서 언제나 안정적인 상대와 안정적인 연애를 하고자 했던건데, 그 격렬한 감정을 피하고 싶어서 조용한 연애를 선택했었던 것인데, 실상 내가 가장 행복할 수 있었던 때는 그 격렬한 감정을 맞닥뜨렸을 때였던 것 같다. 당시에는 그것이 괴로워 몸부림치지만, 그러나 나는 그런 극한의 고통을 행복으로 느꼈던 것 같다. 아아, 가장 최근에 그 격렬한 감정을 느꼈던 때가 떠오른다. 몇 해전이었는데, 아아아아아, 진짜 하루종일 그 남자 생각이 나서 정신을 차릴 수가 없는 거다. 아무것도 할 수 없고 다른 아무 생각도 할 수 없어서, 아아, 차라리 이 남자를 모르는 채로 지낼까 생각할만큼 내 감정은 지독하게 격렬했다. 너무나 혼란스럽고 격한 감정의 소용돌이에 빠져있던 나는, 아니야 안정적인 내가 되어야 해, 평안한 일상으로 돌아가자, 마음을 다스리자, 라는 생각 때문에, 그렇게 하기 위한 액션을 취하기로 한다. 나는 언제나 문제가 생기면 해결하는 사람이다. 원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자, 그럼 어쩐다? 그래서!!!!!!!!!!!!!!!!!!!!



백팔배를 했었다.



백팔배 어플을 실행시켜두고 방안에 스탠드만 하나 켜두고 그렇게 차분한 마음으로 백팔배를 했다. 아니지, 차분한 마음이 되기 위해 한거지. 이거 하면 어차피 운동도 되고 마음이 가라앉을 거야. 나는 차분해질 거야. 평안이 찾아오겠지. 어느순간 몸이 힘들어지면, 나는 그남자 생각을 잊고 내 몸에만 집중할 수 있을 거야. 그렇게 땀을 흘리고 샤워를 하면, 나는 안정적인 잠으로 빠져들 수 있을 거야. 



그러나 백팔배는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었다. 일어났다 다시 절을 하는 매 순간순간마다 그 남자 생각만 나더라. 다 끝낸 후에도 나는 계속 혼란스러웠고 감정의 폭풍에 휩쓸렸다. 



으음 이게 아니군, 이건 안되겠어, 다른 방법을 찾자. 뭐가 좋을까?


그리고 찾아낸 것이 바로 이것이었다!!!













색칠공부!!!!!!!!!!!!! 그래, 이거야, 이걸 하자! 나는 이 책이 나오자마자 사두었고 이걸 하자고 36색 색연필까지 사두지 않았는가. 그러나 사두고 색칠을 하지 않았던 것은 내가 혹여 이걸로 스트레스를 받을까봐 였다. 힐링북이라는데 힐링 되기 보다는 뭔가 칸을 메꾸고 색을 칠하는 것이 어떤 의무감으로 느껴져 스트레스를 받을 것 같아 시작하지 않고 있었더랬다. 그런 색칠공부에 나는 의존해보기로 한다. 그래서 색을 칠하기 시작했다. 자, 여길 연두색으로 칠했으니 여기는 초록색으로 칠할까, 아 이 색깔 썼으니 그렇다면 금색으로 칠해볼까, 아, 여기는 어떤 색으로 칠하지? 주황색이 좋을까? .... 하고 열심히 색을 칠하는 동안, 나는 온전히 색을 칠하는 행위에 집중할 수 있었다. 남자 생각이 1도 안났다. 내 머릿속엔 어떤 색으로 칠할까, 이것 밖에 없더라. 이것은 원래 멀티가 안되고 하나에만 집중하는 나의 성향 탓일 거다. 어쨌든 그런 영향으로 이것의 색을 칠하는 동안에는 내가 몹시 안정적인 상태가 되었던 거다. 팔이 아프게 칠을 하는 동안, 나는 오로지 색연필과 그림에만 집중했다. 그러므로 이 책은 이 책이 달고 있는 타이틀대로 '힐링북'이 되어주진 못했지만, 내게는 다른 생각을 잊게 해주는데 도움이 되어줬다. 어떤 생각을 잠시라도 '잊고' 싶다면, 이 책이 도움이 된다!!!!!



그러나 24시간 365일 내내 이 책에 색을 칠하며 지낼 수는 없다. 팔이 아파서 그만두는 시간이 찾아오고, 하다보면 또 지겨워져서 그만 두게 된다. 실상 내가 칠한 것도 이 책에서 두 장쯤 되나.... 두 장도 마저 다 칠하지도 않았어....그래서 색연필을 정리하고 책장을 덮으면 그때부터 또다시, 아, 팔아프다, 하고 주무름과 동시에 또다시!!!!!!!!




남자 생각이 난다. -0-




답이 없다. 생각나면 생각할 밖에. 이런 싯구가 있었는데...이런 비슷한 뉘앙스의 시 구절이 떠오를듯 말듯 안떠오르네? 뭐지? 찾았다!!! 아 나는 천재야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말할 수 없는 애인

 

 

물이 없어도 표류하고 싶어서

외롭거나 괴롭지 않아도 살고 있기 때문에

우리는 다른 곳으로 떠났다 돌아오거나 영 돌아오지 않겠지

가까운 곳에서 찾았어

우리는 모였지 인도 아프리카 우즈베키스탄에서 온 사람들과

대부분을 차지하는 중국인 학생들

지난해 여름부터 나는 그들에게 한국어를 가르쳤었어

불한당 청년들의 표류처럼 불규칙적이었지만

무서운 속도로 어휘와 문법을 습득하는 그들이 참 신기하더라

말이 무색해서 팔다리를 브이 자로 벌렸지

매알매일 뱃멀미가 났어

멀리서 돈 벌러 온 한 이방인에게 나는 미약했지만

그의 까만 손가락이 내 얼굴을 두드렸지

장난스럽게 단지 두드리는 시늉만 했는지 몰라

전혀 두드리지 않았는지 몰라

적절한 문장을 못 찾겠어 도무지 사랑할 수밖에

그는 자신의 긴 이야기를 음악 소리로 듣는 마을에 가서

내 갈색 귀에 다 털려버렸지 코 고는 소리도 뭔가 이상했어

외국인 남자는 어떨까 상상하지 않았다면

말 못할 관계로 가지 않았다면 나는 살아 있는 것이 아니었어

생면부지의 것들을 만나고 말이 통하지 않는 사람들과

사귀지 않는다면

위험하지 않다면 살아 있는 게 아닌 건 아니지만

끝없이 문제를 만들어야 했어

시험 문항을 만들고

혼혈의 아이들을 낳아 식탁에 둘러앉아 각자의 모국어를 섞어 말할지도 몰라

콩밥을 나누고 에이즈 환자 모임에 가야 한다 해도

사랑한다면 사랑할 수밖에

너와 헤어진 다음 날 그를 사랑했어




그래서 생각한건데, 나는 어쩐지 나이가 육십이 되고 팔십이 되어도 언제든 폭죽처럼 감정이 터지기도 할 것 같다. 나이가 들면서 그리고 노화가 진행되면서 아주 많은 것들이 서서히 달라지고 있지만, 폭죽처럼 터지는 감정의 소용돌이는 계속계속 내 안에 있으면서 나를 구성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이건 내가 뭐 어떻게 할 수가 없는, 내가 손 쓸 수가 없는, 내가 도무지 해결할 수가 없는 성질의 것인 것 같다. 터진다면 터질 수밖에. 아하하하하.


아침부터 타 블로그에서도 좋은 글을 읽고 알라딘에서도 좋은 글을 읽어서 생각이 많아졌다. 이렇게 과거 회상도 하고... 나는 이런 글들이 좋다. 공감의 글, 생각하게 하는 글. 아 난 역시 글이 좋아 ㅠㅠ 글이 좋고 책이 좋다 ㅠㅠ 여러분 글을 많이 많이 써주세요!!!




아침에는 여자저차해서, 소고기뭇국에 밥을 말아먹고 출근했음에도 불구하고!! 사무실에 와서 빵을 먹었다. 과정을 쓰자면 길어서 생략하고 결론은 내가 먹었다는 건데, 내가 먹은 빵은 이것이었다.



스타벅스의 크랜베리 아몬드 롤! 그리고 사무실에서 내린 아메리카노. 아아, 진짜 넘나 좋은 맛. 눈물 나게 맛있었다. 크렌베리 아몬드 롤과 아메리카노는 진짜 환상의 궁합이다. 이성을 마비시키는 맛이랄까. 먹으면서 맛있다고 계속 감탄하면서 울고싶었다. 좋아 ㅠㅠ 이 맛있는 빵과 커피.. 아메리카노는 맛있는 빵을 먹을 때 진짜 베프이며 절친이야. ㅠㅠㅠㅠㅠㅠㅠ 아 빵과 커피가 너무나 좋구나. 나는 동료에게 이렇게 말했다.



역시 다이어트 하지 않는 삶이 이만배쯤 더 행복해.




동료와 나는 내 말에 빵터져서 웃으며 행복하게 먹는 일을 계속했다. 

정말 그렇다. 다이어트 하지 않는 삶이 다이어트 하는 삶보다 이만배쯤 더 행복하다. 이것 역시 어쩔 수 없다. 살찐다면 살찔 수밖에. 술과 고기를 사랑하고 버터를 사랑하는 나로서는 아아, 정말이지 어쩔 수가 없는 것 같다.




오늘은 퇴근후에 강원도로 가는 기차를 탄다. 강원도에 도착해서 뭘 먹을까, 먹을 거 생각하면서 나는 또다시 행복에 잠긴다.. 행복은 멀지 않은 곳에 있어. 언제나 이렇듯 손 닿는 데 가까이 있지. 가까운 식당에, 레스토랑에, 까페에 .. 행복은 널려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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웽스북스 2016-03-11 10:2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요즘 아침마다 빵을 먹는데 확실히 빵은 뭔가 살찌는 급행열차 같다는 생각은 들지만 행복감이 드는 건 짱짱맨입니다 ㅋㅋㅋ

다락방 2016-03-11 10:32   좋아요 0 | URL
저는 빵을 딱히 좋아하지는 않는데(응?) 아메리카노랑 먹을 때 진짜 행복감이 파도를 쳐요 ㅜㅜ ㅋㅋㅋㅋㅋ

웽스북스 2016-03-11 10:33   좋아요 0 | URL
맞아요. 달달한 빵일 수록 아메리카노 필수! ㅋㅋ

다락방 2016-03-11 10:36   좋아요 1 | URL
왜 행복한데 살이 쪄야하죠? 왜죠? ㅜㅜ ㅋㅋㅋㅋㅋ

젤리곰 2016-03-11 10: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우 저 이 글 즐찾해두고 싶어요 ㅠㅠ

다락방 2016-03-11 10:36   좋아요 0 | URL
제목 옆에 별을 찜하세요! ㅎㅎㅎㅎㅎ

젤리곰 2016-03-11 11:36   좋아요 0 | URL
찜!

다락방 2016-03-11 11:42   좋아요 0 | URL
굳! (쓰담쓰담)

레와 2016-03-11 11: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강원도 먹방 사진 기대합니돠!!! 다락방~ ㅎㅎ

다락방 2016-03-11 11:42   좋아요 0 | URL
지금 목표는 소고기랑 감자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감은빛 2016-03-11 12: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침부터 몇 십분씩 전화통 붙들고 씨름하고 나서,
진이 다 빠진 상태로 오랜만에 알라딘을 들어왔는데,
다락방님의 이 글을 읽으니 일 생각은 다 날아가고,
웃음이 나네요. ^^

또 일에 시달려야겠지만, 잠시 웃을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고맙습니다!

다락방 2016-03-11 13:40   좋아요 0 | URL
아하하핫. 감은빛님께 웃음을 드릴 수 있었다니, 정말 좋은데요! 쉬엄쉬엄 하세요, 감은빛님.
조만간 소주 한 잔 합시다!

시이소오 2016-03-11 13:4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벚꽃 떨어질때면 여자 생각에 쩔쩔맨다`는 김훈의 문장이 떠오르네요. 재밌게 읽었어요. 웃다 가요^^

다락방 2016-03-11 14:05   좋아요 0 | URL
아, 김훈이 그런 문장을 썼습니까? ㅎㅎ
저는 실상 남자 생각이라기 보다는 `그 남자` 생각에 쩔쩔맸었죠. 어떤 이에 대한 애정은 가끔 통제불능이에요. 휴..

시이소오 2016-03-11 14: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 남자`님 이었군요. 행복한 남자님이네요 ^^

다락방 2016-03-11 14:27   좋아요 1 | URL
그랬어야할텐데요. 그무렵 저는 행복했는데 그는 어땠을지 잘 모르겠어요. ㅎㅎ

사소한 분노 2016-03-11 20: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재미난 글 잘 읽었습니다. 좋은 책도 여럿 소개 받았네요:)

다락방 2016-03-14 09:27   좋아요 0 | URL
재미있게 읽으셨다니 다행입니다. :)

2016-03-14 03:1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3-14 09:27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