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반 일리치의 죽음 창비세계문학 7
레프 니콜라예비치 톨스토이 지음, 이강은 옮김 / 창비 / 201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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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을 눈 앞에 두고, 혹여라도 그동안 내가 잘못 살아온거면 어떡하지, 하는 생각이 든다면, 그러면 그 때는 정말 어떡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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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phistopheles 2013-05-29 12: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살려고 버둥거리겠죠.

다락방 2013-05-29 13:10   좋아요 0 | URL
윽 끔찍해요.
 
케이트 쇼팽의 책이 번역되어 나왔으면.















오늘 아침 출근길엔 이 책을 읽겠다며 들고왔는데 지하철안에서 읽다가 웃겨서 미치는 줄 알았다. ㅠㅠ 이 책의 주인공은 전직 야구선수였는데 이제는 방에 앉아 하루종일 책을 읽으며 책 속에 야구에 대한 부분이 나오면 그걸 옮겨 적는 일을 한다. 물론 그게 돈이 되는 일이라거나 한 건 아니다. 자신이 야구에서 멀어지면서 야구에 대해 아주 많이 모른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시작하게 된 것. 어쨌든 그가 옮겨 적은 부분 중에 이런 글이 나온다.




제1장 텍사스 주 훠트워즈, 1901년 여름


부치는 안락의자에 기대어 정부인 큰 코(빅 노즈) 리리가 매니큐어를 칠하는 것을 보고 있었다. 왼손 엄지손가락에서 시작한 큰 코(빅 노즈) 리리의 매니큐어 칠하기는 겨우 오른손 검지손가락에 이른 참이었다.

"있잖아, 부치" 큰 코(빅 노즈) 리리는 코에 걸린 듯하나 아양 떠는 목소리로 말했다.

"뭐야?"

"당신 지금 무슨 생각하는 거야?"

"네가 오른손 검지손가락에 매니큐어를 칠하고 있구나 하고 생각하고 있었지."

이 사람은 언제나 이래, 하고 큰 코(빅 노즈) 리리는 생각했다. 사실은 틀림없이 내 몸에 대해서만 생각하고 있었을 거야. 어제는 오른손으로 왼쪽 젖가슴을 만지기 시작했으니까 오늘은 왼손으로 오른쪽 젖가슴을 만지기 시작해야지라든가.

"색골." 큰 코(빅 노즈) 리리는 부치에게 위읔를 하면서 말했다.

"무슨 소리야."

큰 코(빅 노즈) 리리가 매니큐어를 칠하는 것을 구경하는 것에도 싫증이 난 부치는 벽에 걸려 있는 그림을 바라보기로 했다. 그림 속에는 부치가 아직 가본 적이 없는 아프리카 초원이 있었다. 그 끝없이 펼쳐진 대초원을 분홍색 기린이 코끼리 모양의 숄더백을 메고 걷고 있었다.

"있잖아, 부치." 매니큐어를 다 칠하자 큰 코(빅 노즈) 리리는 말했다.

"뭐야?"

"지금 무슨 생각해?"

"나도." 부치는 열심히 그림을 보면서 대답했다.

"코끼리 모양의 숄더백을 가지고 싶구나 생각하고 있었어."

"거짓말쟁이."

정말은 오늘 밤 내 팬티를 어느 쪽에서부터 벗길까 하고 생각했으면서. 앞에서부터 벗길까, 오른손 엄지손가락을 팬티 끝에 걸쳐서 뒤에서부터 한꺼번에 벗길까, 아니면 두 손으로 둘둘 말아 벗겨 갈까 하고. 그렇지만 부치, 당신, 내게 허를 찔리고 말걸. 왜냐하면 난 팬티 따위는 안 입을 거니까. 큰 코(빅 노즈) 리리는 그 장면을 상상하자 몹시 흥분됐다.

"호색한."

"무슨 소리야."

큰 코(빅 노즈) 리리는 부치의 뒤편으로 돌아 양손으로 부치의 목을 감싸안았다.

"당신이란 사람은 좀처럼 본심을 얘기하지 않잖아."

"그렇지는 않아."

물론 그건 큰 코(빅 노즈) 리리가 잘못 생각한 것이었다. 부치 캐시디는 큰 코(빅 노즈) 리리가 생각하고 있는 것만큼 사려 깊지도 않았고 색골도 아니었다. 부치 캐시디는 아무 생각도 하지 않는 것으로 유명한 남자였다. (pp.31-33)



아놔ㅋㅋㅋㅋ 이여자 왜이래 ㅋㅋㅋㅋㅋㅋㅋ왜 자기 마음대로 남자가 그런 생각을 할거라고 가정하고, 응?, 왜 색골에다 호색한이라고 몰아붙이는거야, ㅋㅋㅋㅋㅋㅋㅋㅋ 이 여자 때문에 웃겨가지고 지하철안에서 졸린데 잘까, 하다가 책장을 계속 넘겼다. 그러다 더 빵터지는 부분이 나왔다.



제 2장 호텔 '흰 종마(화이트 스탤리온)' , 뺄셈


그즈음 호텔 '흰 종마(화이트 스탤리온)'의 한 방에는 선댄스 키드와 그의 애인 에타 플레이스가 침대 속에 있었다. 둘 다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알몸이었다. 바로 조금 전까지 두 사람은 사랑을 나누고 있었던 것이다.

"키드." 선댄스 키드의 가슴에 머리를 올려놓은 채 작은 목소리로 에타 플레이스는 속삭였다. 사랑을 나눈 뒤였기에 뭔가 말하고 싶어졌던 것이다.

"키드."

대답은 없었다. 에타 플레이스느느 아주 잠시 실망을 했다. 하지만 할 수 없다. 선댄스 키드는 일 년 내내 사색에 잠겨 있기로 유명한 남자였기 때문이다. 사랑을 나눌 때조차 그랬다. 조금 전만 해도 사랑을 나누면서 뺄셈만을 생각하고 있었던 것이다.

"에타." 무거운 목소리로 선댄스 키드가 말했다.

"키드, 뭐?"

"아까부터 생각하고 있었는데." 선댄스 키드는 주의 깊게, 말을 고르면서 말했다. "여덟 개의 사과에서 세 개의 사과를 빼면 남는 것은 다섯 개의 사과야. 8 빼기 3이라는 것은 그런 것이라고 옛날에 선생님이 가르쳐 주셨어. 그럼, 여덟 마리의 생쥐로부터 세 마리의 너구리를 빼면 뭐가 남을까? 요전에 부치에게 물어보았더니 부치는 '아무것도 안 남는 것 아냐? 그것보다는 내게 잼을 좀 집어 줘' 라고 하던데, 그런 일이 있을 수 있을까?"

"다른 종류의 것들은 뺄 수가 없어."

전에 교사였던 에타 플레이스는 자신 있게 대답했다.

"그럼, 세 개의 크레용에서 한 개의 크레용을 빼면 어떻게 돼?"

"두 개 남지."

"빨강과 노랑과 녹색의 크레용에서 빨간 크레용을 빼면?"

"노랑과 녹색의 크레용이 남지. 키드, 나 좋아해?"

"대답이 다르잖아!"

"빨강이든 노랑이든 녹색이든 크레용은 다 크레용이지."

"카페오레로부터 커피를 빼면 어떻게 되는 거야? 에타, 하나 빼기 하나는 영인가?"

"카페오레로부터 커피를 빼면 남는 것은 우유야. 키드, 생각은 나중에 하고 맥주라도 마시지 않을래?"

"어떻게 빼는 거야, 에타?"

선댄스 키드는 미간에 주름을 잡고 말했다.

"카페오레로부터 커피는 못 뺄 거라고 생각해. 커피에다 우유를 더해 카페오레를 만들 수는 있어도 그 반대는 무리일 거라고 생각해, 에타." (pp.33-35)



ㅋㅋㅋㅋㅋㅋㅋㅋ큐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에타가 불쌍해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저런 대화 틈 사이로 소심하게 키드, 나 좋아해? 라고 물어야만 한다니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그러니까 침대에서 왜 이런대화를 하는거야, 이 남자는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이 뒤에도 웃긴 부분이 더 있는데 힘들어서 다 못옮기겠고, 아직 40쪽까지밖에 안읽었는데 이 책 재미있다. 뒤에 어떤 이야기가 진행될지 흥미진진.




아, 그리고 케이트 쇼팽!! 그러니까 나는 알라딘 통합검색에 Kate Chopin 을 넣고 검색하고서는 좌르륵 원서들이 검색되자 번역본이 없다며 아쉬워했던 것이다. 그런데 비밀댓글로도, 트윗으로도, 공개댓글로도, 이미 그녀의 책은 번역된 작품이 있음을 알려주신 알라디너들. 짱이다. ㅎㅎ 고맙습니다!! 내가 왜 영어로 넣고 검색했지? 그래서 한글로 케이트 쇼팽이라고 검색하니 번역된 책이 쫙 뜬다. 하아- 난 도대체 왜이렇게 검색을 못하는걸까.



 


근데...이건..좀 아니지 않나? 표지가..참...읽기 싫게 생겼다;; 자극하려고 덧붙인 부제 같은데, 오히려 더 멀어지게 만든다고 할까. 아니, 이 명박한 세상을 여자가 느껴 깨칠 때, 라니. 이게 뭐야. ㅠㅠ 문학작품의 장르를 뒤바꿔버리는 제목이잖아. ㅠㅠ 누가 이걸 보고 그 각성(Awakening) 이라고 생각하겠어. ㅠㅠ











이건 표지 그림은 좋은데 제목이..여튼 아마도 사게 된다면 이 책으로 사게 될 것 같다.














이브가 깨어날 때.....라니;;

이 책은 어차피 절판이라 살 수 없지만, 아니, 이브가 깨어날 때            라니, 나는 왜 선정적인 생각만 하게 되는가. 쿨럭.













맨 위에 올린 책, '다카하시 겐이치로'의 『우아하고 감상적인 일본 야구』는 현재 품절이다. 나는 이 책을 읽고 싶어서 알라딘 중고샵을 들락날락 거리다가 드디어 알라딘판매로 등록되자마자 잽싸게 구했는데, 다른 사람들은 구하고 싶어도 구하기 힘들겠다. 이 책, 개정판으로 다시 나왔으면 좋겠다. 



그나저나 쏠랑쏠랑 병맥주나 들이켜며 한가한 까페에 앉아 슬렁슬렁 발을 흔들면서 우아하고 감상적인 일본 야구나 읽으면서 오늘 하루를 보냈으면 좋겠다. 맨날 이런 희망만 갖고 있는게 어쩐지 안쓰럽기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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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phistopheles 2013-05-29 09: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니까 결론은 책자랑.=3=3=3=3
(구하지 못한다면 다락방님이 읽어주는 수밖에 없죠. 콧소리 뿅뿅 강하게 읽어주세요)

다락방 2013-05-29 09:35   좋아요 0 | URL
아잉~ 저렇게 19금 단어 나오는데 제가 어떻게 읽어줘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저 수줍음 많은 여자에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cyrus 2013-05-29 11: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ㅎ 저도 제목이 마음에 안 들어요. 원제 그대로 '각성'이라고 제목으로 썼으면 검색이 용이할텐데 아예 제목을 바꿔서 나오니까 독자 입장에서는 번역되어 있는지 모를 수 밖에 없는거 같아요. 우스갯소리지만 '이 명박한 세상을 여자가 느껴 깨칠 때'라는 제목을 본 순간에 왜 MB가 먼저 떠오르는지... ^^;;

다락방 2013-05-29 11:20   좋아요 0 | URL
그렇게 떠오르라고 일부러 제목을 저렇게 지은 것 같은데요, 그게 오히려 더 역효과였던 것 같아요;; 저런 제목의 책..읽고 싶지 않아요. 그나마 저 셋 중에서는 [내 영혼이 깨어나는 순간]이 가장 나은 것 같아요. 하핫. 보관함에 저 책으로 넣어뒀어요.

곰곰생각하는발 2013-05-29 12: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갠이치로 제가 제일 좋아하는 일본 작가입니다. 이 사람 책 참 좋습니다. 대단한 작가예요....

전 이 명박한 세상을... 이거 한국 풍자 작가가 쓴 한국 책인 줄 알았어요.
이명박한 세상이라길래 각하 정권 비판하는 에세이인 줄 알았습니다.

다락방 2013-05-29 13:14   좋아요 0 | URL
이 책의 서문에 자기 장편이 외국에서 번역된 건 지금 한국이 처음이다, 라고 쓰여져 있었거든요. 그런데 곰발님의 댓글을 읽고 검색해보니 오, 책 많이 나왔군요! 저도 이 책 다 읽고 다른 책도 한 권 읽어봐야겠어요. 대단한 작가라고 하시니 궁금하네요. 그런데 지금 이 책도 되게 재미있더라고요. 40쪽까지밖에 안읽었긴 했지만 말예요. 히히. 그런데 이 재미있는 책이 왜 품절일까요? 계속 판매되면 좋을텐데 말이죠.

아무래도 각하 정권 비판으로 보이려고 부제를 저렇게 붙여놓은 것 같은데, 그래서 오히려 문학작품이 아니라 정권 비판 에세이로 보여서 제대로 안읽힌게 아닌가 싶어요. 전 읽고 싶은 의욕마저 떨어지더라고요, 저 제목은. -_-

감은빛 2013-05-29 13: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 명박한~'에서 각하를 떠올렸어요.
아마 대부분은 다 그럴듯 싶네요.
책 보다 제목을 저렇게 정한 사람이 누군지 더 궁금해지네요.

'쏠랑쏠랑 병맥주나 들이켜며 한가한 까페에 앉아 슬렁슬렁 발을 흔들면서~'
이 부분 읽고 나니, 일이고 뭐고 다 때려치고 집에가서 맥주 마시면서 책이나 읽고 싶어지네요.

다락방 2013-05-29 15:54   좋아요 0 | URL
그러니까요. 왜 저 문학작품에 저런 부제를 붙여가지고...아놔 orz

벌써 네 시가 다 되었어요, 감은빛님. 상사 없는 직장은 천국이라 시간이 참 빨리도 흐르네요. 저는 퇴근후에 맥주 일 병 하러 갑니다. 하하하하핫. 부러우시죠? 희희희희희
 
술이 아직 안깨서..














'케이트 쇼팽 하우스'에 대해 읽다가 그녀의 작품이 꽤 읽고 싶어졌다. 지난번에 찾아보니 번역본이 없던데.




















『각성The Awakening』은 여성의 복잡한 내면세계를 적절한 이해심을 가지고 극화한 최초의 미국 도서에 속한다. 1899년 소설이 출간되자, 그때까지 케이트 쇼팽이 한 일 가운데 가장 경멸할 만한 일로 간주되었고, 소설이 진실을 말했다는 이유로 비도덕적이고 모멸적이라는 맹렬한 비난을 받았다. (pp.100-101)



도대체 어떤 소설이길래 '가장 경멸할 만한 일'이 되었을까. 읽다가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금기를 깨려고 앞으로 나가는 것, 삶의 지루함을 표현하는 것, 그것이 왜 그렇게 어렵고 힘들어야 했을까. 진실을 말하는 일이 비난을 받는 경우가 어제오늘일은 아니지만, 진실하다는 이유로 삶이 더 힘들어지다니, 안타깝다. 어쨌든 각성이란 소설을 읽어보고 싶은데, 대체 왜 번역본이 없을까. 어느 출판사든, 이 책 번역해줄 의향 없습니까? 자, 이 책의 줄거리를 잠깐 살펴보자.



남편과 자녀들에게 싫증이 난 에드나는 젊고 잘생긴 로버트에게 푹 빠져서 내면에서 고동치는 욕망을 파악하지 못하고 갈팡질팡하며 연이어 불행한 결정을 내린다. 화가가 되기 위해 나름대로 독립적으로 생활할 희망을 품고 안락한 생활가 작별하지만, 좌절과 불행이 그녀를 쫓아다닌다. 로버트가 외국에서 돌아와 에드나를 사랑한다고 선언하지만, 그는 뒤이어 어떤 행동도 하지 못하고 "당신을 사랑하기 때문에 떠납니다"라는 글을 남기고 사라진다. 에드나는 정서적으로 '각성하고' 다른 사람들의 관습적인 기대를 저버렸지만, 자유롭게 살 방법을 찾지 못한다. (p.108)


아놔...어처구니가 없다. '당신을 사랑하기 때문에 떠납니다, 라니. 정말이지 각성을 읽으면서 로버트 욕을 한껏 하고 싶은데, 번역본이 없으니 이거야 원. 그런데 이 각성 보다 더 읽고 싶은 책이 있다. 케이트 쇼팽의 단편 「데지레의 아기Desiree's Baby」가 그것이다.


















아르망과 데지레는 첫아이를 낳은 행복한 부모다. 그런데 데지레의 어머니가 찾아와 아기를 보고 겁에 질린다. 아기의 모습에서 뭔가를 보고 겁에 질린 것이다. 데지레의 남편은 이제 그녀를 피하고, 그녀는 결국 자포자기하여 이유를 알려달라고 애원한다. "아기는 백인이 아니야. 그건 당신이 백인이 아니라는 뜻이지." 남편은 차갑게 대답한다. 그녀는 미친 듯이 어머니에게 자신을 받아들여달라고 부탁하고는 아기를 데리고 집에서 도망친다. "그녀는 깊고 느릿느릿 움직이는 늪지의 둑을 따라 무성하게 자란 갈대와 버드나무 사이로 사라졌다. 그리고 다시는 돌아오지 않았다." 몇 주 후, 아르망은 불을 크게 피워놓고 혐오감을 느끼며 아내의 드레스와 장갑, 아기 물건등 아내에 대한 기억을 모두 태운다. 그러다가 책상 서랍 뒤쪽에서 자기 어머니가 아버지에게 보낸 오래된 편지를 발견한다. "사랑하는 우리 아르망이 자신을 끔찍이 아끼는 어머니가 노예라는 이름으로 저주받는 족속의 일원임을 결코 모르고 살게 해주신 선하신 하느님께 감사드려요." 작품의 플롯이 구식으로 보일지 몰라도, 비밀스런 수치심과 사회의 잔인성을 가득 담고 있다. (pp.106-108)



전혀 구식으로 느껴지지 않는데? 다만 데지레의 아기를 보고 놀란 사람이 '데지레의 어머니'라는 부분은 좀 아리송하다. '아르망의 어머니'여야 할 것 같은데..여튼 이 책을 너무 읽어보고 싶은거다. 케이트 쇼팽의 책은 대체 언제쯤 번역되어 나올까? 내가 언제 케이트 쇼팽의 이 책들을 읽을 수 있을까?





그리고 윌리엄 포크너. 포크너에 관한 재미있는 일화라고 해야하나.











포크너는 집 안에서 라디오를 틀지 못하게 했고, 텔레비젼이 등장하자 그것도 사서 틀지 못하게 했다. 그리고 맹렬한 여름 더위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이 날씨를 피해가려 한다"고 불평하면서 에어컨 역시 금지했다. 그렇지만 오늘날 사람들은 에스텔의 침실에서 오래된 대형 에어컨을 발견한다. 구매 영수증의 날짜는 남편이 죽은 지 이틀 후였다. (p.122)



맙소사. 이건 대체 뭐라 표현해야할지. 날씨를 피해가려 한다고 불평하며 에어컨을 금지하는 포크너의 말이 이해되지만, 그런 자신의 신념을 따르기 위해 다른 식구들은 더위를 '참으며' 얼마나 힘들었을까. 아니, 얼마나 힘들었으면 남편이 죽은지 이틀 후 바로 에어컨을... 참..뭔가....가슴이 아프기도 하고;; 




마크 트웨인이 아침으로 통닭과 감자튀김을 먹었다는 얘기도 하고 싶지만 바쁘다. 이만 한다. 







위 사진은, 지난 주말 혼자 부산의 호텔방에 콕- 처박혀 침대에 앉아 책을 읽다가 그 순간이 너무 좋아서 찍은것. 난 참 애가 멋진것 같어 ㅋㅋㅋㅋㅋ 이러느라 카드값은 빵구났지만 ㅋㅋㅋㅋㅋㅋㅋㅋ 뽀대에 살고 뽀대에 죽는구나 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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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침대에선 뺄셈을 생각하지마.
    from 마지막 키스 2013-05-29 08:38 
    오늘 아침 출근길엔 이 책을 읽겠다며 들고왔는데 지하철안에서 읽다가 웃겨서 미치는 줄 알았다. ㅠㅠ 이 책의 주인공은 전직 야구선수였는데 이제는 방에 앉아 하루종일 책을 읽으며 책 속에 야구에 대한 부분이 나오면 그걸 옮겨 적는 일을 한다. 물론 그게 돈이 되는 일이라거나 한 건 아니다. 자신이 야구에서 멀어지면서 야구에 대해 아주 많이 모른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시작하게 된 것. 어쨌든 그가 옮겨 적은 부분 중에 이런 글이 나온다.제1장 텍사스 주 훠트
 
 
2013-05-28 19:3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3-05-29 09:40   URL
비밀 댓글입니다.

dreamout 2013-05-28 19: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포크너는 영화 시나리오를 각색하기도 했다는데, TV를 보지 않았나 보군요. 오호
케이트 쇼팽도 번역되어 나올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왜냐면.. 문외한인 저도 다락방님의 글 말고 다른데서 작가의 이름을 들었던 적이 있었기 때문이랄까요. 전공 영역도 아닌 사람들이 이름을 들어볼 정도면 언젠가 나오지 않겠어요? ^^

다락방 2013-05-29 09:44   좋아요 0 | URL
어이쿠, 문외한이라뇨, 드림아웃님. 겸손이십니다. 드림아웃님이야말로 도대체 뭐하는 분이실까 궁금할정도로 다채로운 책읽기, 깊은 책읽기를 하시는 분이시잖아요. 드림아웃님이 모르시는 책이 있던가요? 전 아마 별로 없을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나저나 케이트 쇼팽 번역본이 있네요. 하하하핫. 이거 원 민망해서 말이죠;; ( ")

cyrus 2013-05-28 23: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케이트 쇼팽의 <각성>은 '이브가 깨어날 때'(열림원, 품절), '각성: 이 명박한 세상을 여자가 느껴 깨칠 때'(문파랑), '내 영혼이 깨어나는 순간'(부북스). 이 세 권의 제목으로 번역되었습니다. 다락방님 페이퍼 읽으면서 저도 쇼팽의 소설을 한 번 읽어보고 싶어지네요. ^^

다락방 2013-05-29 09:45   좋아요 0 | URL
네, 있더라고요. 제가 검색에 서툴러서 제대로 하지도 못하고 혼자 생쑈를 했네요. ㅠㅠ
저는 각성 보다는 데지레의 아기 쪽을 더 읽어보고 싶은데 아직 나온건 각성 밖에 없는가봐요. 저도 어서 읽어보고 싶어요. :)

라로 2013-05-29 00: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늘 제 자신이 '폼생폼사'를 좌우명으로 삼고 사는 인간 같다고 생각했는데 웬지 동지를 만난듯~~~~^^;;;
마크 트웨인처럼 아침을 드시던 할아버지와 한 2년정도 산 적이 있어요~~ 그얘긴 페이퍼에 써봐야겠아요~~~ 아이폰이라 ;;;;
근데 저도 다락방님처럼 책을 술술 읽었으면 좋겠어요~~~~~

다락방 2013-05-29 09:46   좋아요 0 | URL
벌이는 시원찮은데 뽀대를 살리느라 허리가 휩니다, 시아님. 이젠 뽀대에 연연해하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했어요. ㅠㅠ 저 호텔에 간 저 날, 혼자 스파게티에 와인도 먹었어요. 혼자 밥 먹으며 3만원이나 결제하는.........하아- 이러니 카드값은 자꾸 빵구나고....하아-

제가 책을 술술 읽다뇨, 시아님. 저 졸면서 읽는걸요. ㅎㅎㅎ


그나저나 시아님, 다른 얘긴데, 저 아직도 영화 위대한 개츠비를 못봤어요. 아 언제보지, 너무 시간이 없어, 초조해요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오니 2015-11-03 00: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늦은 댓글이긴 하지만 전자책 <아는 사람 이야기>에 케이트 쇼팽의 단편 `실크 스타킹 한 켤레`가 수록되어 있답니다!

다락방 2015-11-03 08:18   좋아요 0 | URL
오, 유익한 정보 고맙습니다! >.<
 
우리는 언젠가 죽는다
데이비드 실즈 지음, 김명남 옮김 / 문학동네 / 201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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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의 손톱은 일주일에 1밀리미터쯤 자란다. 발톱이 자라는 속도는 손톱의 4분의 1 정도로 한 달에 1밀리미터쯤 자란다. 피아니스트나 타자를 많이 치는 사람은 보통 사람보다 손톱이 빨리 자란다. 손톱은 11월에 가장 빠르게 자라고, 7월에 가장 느리게 자라며, 밤에는 덜 자란다. 엄지와 새끼손가락의 손톱은 더 늦게 자란다. 날씨가 몹시 추울 때에도 손톱이 느리게 자란다. 30세에서 80세가 되는 동안 손톱 성장 속도는 50퍼센트 줄어든다.-31쪽

1930년대에 미국으로 수입된 유럽산 마네킹은 생식기의 크기에 따라 세 규격으로 나뉘었는데, 소형, 중형, 그리고 '미국인'이었다(다른 문화에 비해 미국 사람들은 음경이나 가슴 같은 생식기의 크기에 집착하는 성향이 강하다).-82쪽

'17세에는 불행한 연애를 하기 마련이다.' 프랑수아 사강은 제대로 알았던 게 틀림없다.-83쪽

19세기 말 사람들은 식욕 부진이 여성의 섬세함과 고상함을 증명한다고 보았다. 왕성한 식욕을 인정하는 아가씨는 '쟁기꾼처럼 먹는다'는 말을 들었고 조롱과 희롱의 대상이 되었다. 빅토리아 시대 여성들은 설령 산모라 해도 배고픈 내색을 하면 안 된다는 훈계를 들었다. 배고픔을 토로하더라도 가볍고, 달콤하고, 맛있는 것을 한 입만 갈망해야 했고, 고기는 안 되었다. 고기는 성욕을 자극한다고 여겨졌기 때문이다. 두툼한 로스트비프 덩어리를 즐기는 여성은 스스로는 잘 모르겠지만 틀림없이 저속한 성질을 지녔을 것이라고 했다-123쪽

헤링 박사가 해준 농담 하나. 결혼한 부부의 섹스에는 세 종류가 있다. 처음 결혼했을 때는 성욕이 흘러 넘쳐서 집 안의 모든 방에서 섹스를 한다. 몇 년이 지나면 열정이 좀 수그러지고, 침실로만 공간을 제한한다. 더 세월이 흐르면, 복도에서 지나치면서 서로 중지를 치켜세운다.

그녀는 친구로 지낼 수는 없느냐, 섹스는 잊으면 안 되느냐고 묻는 것이었다.
관두자. 나는 겉옷과 넥타이를 의자에서 낚아채고, 소파 밑으로 손을 넣어 신발을 꺼내고, 성난 걸음으로 문까지 간 뒤, 현관에서 최후의 독설을 날렸다. 그녀의 장난과 연극은 물리도록 보았다고 말했다. 6개월의 낙담, 6개월의 청결하고 섹스 없는 관계면 충분하다 못해 지나쳤다. 나는 즐겁고 충만한 관계의 사랑과 온기를 필요로 하고 바라며, 그녀도 같은 것을 원하는 줄 알았다고 말했다. "친구를 원한다면 개를 샀겠지." 내가 이 대사를 어디에서 들었는지, 아니면 읽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하여튼 나는 속으로 생각했다. 틀림없어, 이건 결정타다. 그 말을 들은 그녀는 말 그대로 혀가 공중에서 굳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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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작나무 2013-05-27 17: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드디어 이 책을 다락방 님이 읽고 말았군요!

다락방 2013-05-27 17:35   좋아요 0 | URL
이 책이 왜요?

자작나무 2013-05-28 10:36   좋아요 0 | URL
제가 좋아하는 책이거든요. 다락방 님이 읽으면 어떤 소감일까 궁금했어요.

다락방 2013-05-28 10:38   좋아요 0 | URL
아. ㅎㅎ
이 책 되게 재미있어요, 자작나무님!!
 
사랑의 사막 펭귄클래식 124
프랑수아 모리아크 지음, 최율리 옮김 / 펭귄클래식코리아 / 201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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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바쁘고 정신없는 일정이라도 사랑하는 사람은 늘 사랑을 위한 빈자리를 찾아낼 수 있다는 사실을 그녀는 몰랐다. 세상에서 제일 바쁜 정치가라도, 정부(情婦)를 위해서라면 세상 전체를 중단시킨다는 것도 그녀는 알지 못했다.-39-40쪽

쿠레주가의 사람들이 조금 더 예민했더라면, 생명 탄생의 신비 자체는 이해하지 못한다 해도, 밤나무의 새싹이 움트고 있는것은 관찰할 수 있었으리라. 그러나 그들은 바로 곁에서 벌어지고 있는 기적을 눈치채지 못했다. 마치 유능한 고고학자의 첫 번째 삽질에, 몇 세기 동안 컴컴한 땅 속에 묻혀 있던 아름다운 석상이 빛을 보는 것처럼, 마리아 크로스의 최초의 눈길이, 꾀죄죄하고 소심한 소년 안에 감춰져 있던 한 남자를 탄생시키는 이 신비로운 기적을. 한 여자의 뜨거운 눈길 아래서 그때까지 버려져 있던 레몽의 육체는, 고대의 숲 속 울퉁불퉁한 나무둥치에서, 잠들어 있던 한 여신이 깨어나는 것처럼 그렇게 새로운 모습을 하고 일어섰던 것이다. -66-67쪽

아! 자기에게 전혀 마음이 없는 여자에게 푹 빠진 사람, 보답받을 가능성이 전혀 없는 불행한 사랑을 선택한 사람은 얼마나 가엾은 존재인가? 그가 아무리 필사적으로 사랑한다 해도, 그녀는 그가 죽든 살든 관심이 없다‥‥‥. 우리 삶의 대부분은 이처럼 우리에게 무관심한 사람들로 가득 차 있는 법이다.-89쪽

"마리아는 정말 누구와도 같지 않은, 희한한 여자예요. 그래서 내가 집을 떠나 있을 때면, 어처구니없는 결단을 내리지 않을까 걱정이 된답니다. 종일 꿈만 꾸고, 묘지 아니면 외출도 안하고‥‥‥. 혹시 그게 다 독서의 영향이라고 생각하지 않으세요?"
"네, 책 때문일지도 모르지요."-131쪽

매일의 노동이 끈난 후 돌아와 이 여자 곁에 드러누울 수 있는 남자로 태어났더라면‥‥‥. 그러나 그때 내 곁에 누운 여자는 지금의 마리아가 아니겠지‥‥‥.아이도 몇 번이나 출산했을테고‥‥‥.몸 전체에, 나날의 하찮은 의무로 과로하고 마모된 흔적이 가득한 여자겠지‥‥‥.더 이상 욕망도 엇이 지겨운 습관만이 있을 거고‥‥‥.아, 벌써 새벽이구나.-188-189쪽

"사랑에 빠지면 고통스러워지고, 그러면 난 화가 나요. 그래서 사랑이 지나가기를 잠자코 기다리지요. 오늘은 그를 위해서 죽을 수 있을 것처럼 굴지만, 내일이 되면 모든 게 변하고 아무것도 아닌 게 될 테니까. 내게 그토록 커다란 고통을 주었던 사람이, 언젠가는 쳐다볼 가치조차 없는 대상이 될 거니까. 사랑하는 것은 끔직하게 힘든 일이지만, 더 이상 사랑하지 않는 것도 수치스런 일이지요."-221-22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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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작나무 2013-05-27 17: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랑이 지나간다는 것을 알면서도, 육체가 흙으로 돌아간다는 것을 알면서도, 사람은 참 맹목적이어라.

다락방 2013-05-28 08:45   좋아요 0 | URL
그걸 안다고 멈출 수는 없잖아요, 사랑도 삶도 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