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말은 이거야. 넌 나가게 될 거야. 그건 확실해. 그러니까 어떻게 나갈지 선택하란 말이야. 네 발로 여기서 걸어 나갈 수도 있고, 아니면 네놈 뒤에 서 있는 뚱보들이 양동이에 담아서 실어 나갈 수도 있단 말이지."
"그러셔?" (p.92)
잭 리처는 거구의 사내다. 그런 그가 살인자란 누명을 쓰고 잡히고 말았는데, 그의 누명이 벗겨질때까지 감옥에 갇혀 있어야 했다. 잠깐 사람들이 왔다가는 구치소의 층으로 가는 대신, 그는 흉악범들이 있는 곳에 머무르게 되는데, 그 때 그곳에 있던 죄수 몇몇이 다가와 잭 리처와 함께 머무르는 사람을 덮치고자 한다. 이 때, 우리의 잭 리처가 나선다. 네 발로 나갈지 실려 나갈지 선택하라면서. 으윽, 이렇게 무서운데, 게다가 그가 상대하는 죄수도 덩치가 크고 또 여럿인데 어떻게 이길라고 막 이렇게 말하나 싶었는데, 자, 이 일은 이렇게 흘러간다.
"물론. 셋을 셀 테니까, 빨리 선택하는 게 좋을 거야. 알았어?"
그가 나를 노려보았다.
"하나." 숫자를 세었다. 반응이 없었다.
"둘." 또 숫자를 세었다. 역시 반응이 없었다.
그런 다음 속임수를 썼다. 셋을 세는 대신 그놈의 얼굴을 통째로 받아버렸다. 두 다리를 거세게 뻗어 뒷발을 떼면서 머리를 홱 앞으로 들이대 그놈의 코를 박살 내버린 것이다. 멋지게 해냈다. 이마는 어느 면이나 완벽한 아치 모양이고 대단히 강하다. 앞쪽의 두개골은 아주 두껍다. 내 앞이마에는 콘크리트처럼 단단하게 솟아오른 부분이 있다. 사람의 머리는 상당히 무겁다. 온갖 목 근육과 등 근육이 머리의 균형을 잡아둔다. 볼링공으로 얼굴을 맞은 것이나 다름없다. 언제나 불시의 공격이 된다. 보통은 주먹질이나 발길질을 예상한다. 머리로 들이받는 것은 언제나 예상 밖의 일이다. 뜻밖의 일로 다가오는 것이다. (p.92)
아........멋져. 완전 멋지다. 다수의 사람을 상대로 하는 것이 무서울텐데, 단 한 명만을 상대하는 것도 대단히 긴장되는 일일텐데, 잭 리처는 멋지게 해냈다. 게다가 덩치큰 놈을 상대로 주먹질이나 발길질로는 되지도 않을 거라는 걸 짐작하고 한 방에 쓰러뜨리고자 이마로 들이받는다. 상대는 코와 광대뼈가 으스러지고 뇌가 흔들렸을거라는데, 아, 대단히 강한 남자다. 대단히 강한 남자야. 나는 정말이지 쑝갔다. 이 부분을 읽다가 멋져~ 하고 눈이 하트로 뿅뿅 ♡.♡
그는 경찰서의 여자경찰 로스코를 보고 반하게 되는데
'로스코의 윙크는 하루를 통틀어 가장 좋은 일이었다. 사실은 유일했다.' (p.80) 라고 생각한다. 아~ 이것도 멋져. ♡.♡
그가 이마로 거구의 사내를 들이받을 때 그에게 반했지만, 사실 그 전부터 그에게 반할 조짐은 있었다. 그가 잡혀간 경찰서에서 취조를 받던 중, 죽은 사내의 신발에서 전화번호가 적힌 종이가 나왔다는 걸 알게된다. 경찰들은 잭 리처에게 누구의 번호냐고 묻는다. 잭 리처는 알지 못한다고 답하고 경찰들은 대체 그게 누구의 번호인지 수사할 수 없어 답답해한다.
"좋소. 하지만 휴대전화에는 전화번호로 찾는 전화번호부도 없고 회사에서는 가르쳐주지 않을 테니 전화가 누구 것인지는 알아낼 수 없소. 그렇지 않소?"
"회사에서는 영장을 내놓으라고 하겠지."
"하지만 누구 번호인지는 알아내야 하겠지."
"영장 없이 알아낼 방법을 알고 있나?"
"어쩌면. 그냥 전화를 걸어 누가 받는지 알아보면 되지 않겠소?"
그들로서는 해본 적도 없는 생각이었다. 또다시 침묵이 이어졌다. 그들은 난처해했다. 서로 쳐다보지도 않았고 나를 쳐다보지도 않았다. 침묵이흘렀다. (p.48)
ㅎㅎㅎㅎㅎㅎㅎㅎㅎ 영장없이 전화가 누구의 소유인지 알아낼 수 없어 끙끙 앓고 있는 경찰들에게 걍 전화를 해보라고 말하는 잭 리처. 아, 너무 심플한 방법을 차마 생각하지도 못했던 경찰들로서는 당황했을 터, 나는 이 때부터 잭 리처가 급격하게 좋아지기 시작한거다!! 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좋아졌을 뿐만 아니라 이 책이 재미있다. 재미있어서 흠뻑 빠져 읽었는데, 잭 리처는 내가 좋아하기에 충분한 캐릭터였다. 물론 죽은 형이나 애인에 대한 복수라는 걸 감안하더라도 살인이 너무 쉽게 이루어지는 것 같아 썩 마음에 들지는 않지만, 그러나 그가 보호해야 하고 지켜줘야 하는 상대에 대해서는 굳은 신념을 가지고 그렇게 하려고 하기 때문에 그가 마음에 든다. 그의 주변에서 살인이 일어나지 않는다면, 그래서 그 역시 살인하지 않을 수 있다면 좋겠지만, 이건 애초에 이 소설이 존재하게 하는 이유 자체를 사라지게 하는 것이니 부질없고. 어쨌든 잭 리처, 그가 아주 좋아지고 내 마음이 아주 훈훈해졌던, 따뜻하게 몽글몽글해졌던 부분은 다음과 같다.
나는 운 같은 것은 믿은 적이 없었다. 그럴 이유가 없었다. 결코 운에 의지하지 않았다. 결코 그럴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운이 좋았다. 그것도 대단히. 36년간의 불행과 고초는 이토록 빛나는 모습을 단 한 번 흘끔 본 것반으로 사라져버렸다. 신들이 내 어깨에 올라타 환성을 지르며 나를 몰아대고 있었다. 그처럼 빛나는 모습을 단 한 번 본 것만으로 나는 내가 이겼음을 알 수 있었다. (p.515)
나는 잭 리처가 대체 어떤 장면을 보고 이토록 감탄을 하는지, 빛난다고 표현하는지 궁금했다. 그런데 그가 본 장면은 이런거였다.
아이들이 사무실 바닥에 잠들어 있었던 것이다. 허블의 아이들, 벤과 루시가. 빈 캔버스 자루 더미에 사지를 뻗은 채로. 잠자는 아이들만이 보일 수 있는 천진함으로 깊이 잠들어 있었다. 아이들은 더럽고 초라했다. 월요일에 학교에 가면서 입었던 옷을 그대로 입고 있었다. 오래전 뉴욕에서 찍은 세피아색 사진에 나오는 부랑아들 같았다. 새벽 4시. 내 행운의 시간. (p.515)
그렇다. 잭 리처와 함께 감옥에 있었던, 실제의 살인사건과 관계된 '허블'의 아내와 아이들이 납치를 당했었고, 잭 리처는 그들의 생사를 알지 못했다. 어쩌면 죽었을지도 모르고 또 어쩌면 옆에서 나쁜놈들이 협박을 하고 있을지도 모른다고, 무서움에 아이들이 벌벌 떨고 있을지도 모른다고, 그런 생각들이 그의 머릿속을 꽉 채우고 있었다. 그 아이들을 구하는 과정에서 죽게 될지도 모른다고, 그는 생각했었다. 그러나 그가 발견한건 뜻밖에도 잠들어 있는 아이들의 모습이었던거다. 그 장면이 그에게 '운'을 믿게 해줬고 '빛난다'는 생각을 하게 해준거다. 맙소사. 자신의 아이가 아닌, 그저 '아이들'이 무사히 잠들어 있는 모습만으로 그것을 자신의 '행운' 이라고 표현하는 남자라니. 이런 남자를 대체 어떻게 미워할 수가 있을까.
겁에 질린 아이들과 비명을 지르는 찰리, 그리고 커다란 이타카가 불을 뿜는 모습을 그렸다. 모두 한자리에서. 어떠한 해결책도 찾아내지 못했다. 내가 가졌던, 혹은 앞으로 가지게 될 어떠한 것이라도 바칠 수 있다면, 아이들이 다른 곳에서 자기들끼리 깊이 잠들어 있는 것에 바칠 터였다. 그런데 그렇게 된 것이었다. 그렇게 되었다. 거대한 스타디움에서 흥분한 군중이 소리를 지르듯 귓속이 의기양양함으로 윙윙 울렸다. (p.516)
어쩔 수 없다. 나는 시리즈에는 빠지지 않을거라고, 아예 시작도 하지 않을거라고 늘 생각하는데, 잭 리처는 어쩔 수 없어, 빠져줄테다. 자신이 가진 무엇이든 바쳐 아이들이 무사하기를 바랄 수 있는 남자라면, 그 남자의 이야기를 계속 들어봐도 좋지 않을까. 나는 이 남자에게 정말이지 맹목적이 될 듯하다.
나는 연기를 헤치고 한쪽 팔 밑으로는 로스코를, 다른 쪽 팔 밑으로는 찰리를 들었다. 두 사람을 홱 들어 올려 계단으로 향했다. 셔터 식 문 밑으로 산소가 강풍처럼 빨려 들어와 불길에 공급되는 것이 느껴졌다. 거대한 돈더미가 폭발하고 있었다. 나는 몸을 숙이고 계단을 향해 달리며 두 여자를 끌고 갔다. (p.524)
로스코는 납치되었던 여자경찰이고, 찰리는 허블의 아내다. 잭 리처는 그들을 양쪽 팔에 한 명씩 끼고 탈출을 돕는다. 아무리 거구의 사내라지만 여자 둘을 잠깐동안이라도 들어올리고 끌고 가고 하는 것이 힘들었을텐데.
엊그제부터 족발을 미치도록 먹고 싶었다. 마침 M 님이 알려주신 족발집은 남동생의 추천을 받기도 한 곳이었고 심지어 회사에서 걸어서 십 분이면 도착하는 곳에 있었다. 앗싸. 나는 동료와 함께 지도를 뽑아들고 그 곳을 찾아갔다. 예상대로 사람들이 줄 서서 기다리고 있었고 나와 동료는 배가 너무 고팠다. 포기하자. 우리는 포기하고 삼겹살을 먹으러 갔다. 삼겹살을 맛있게 먹었지만, 어제 내내 먹지 못한 족발 생각에 마음이 너무 쓰라렸다. 족발을 먹지 않으면 미쳐버릴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입술의 포진은 성할대로 성해져서 욱씬거리고 간지럽고 했다. 자고 싶었다. 그런데 족발을 먹는게 먼저였다. 나는 집 근처의 정육식당에 가서 족발을 포장했다. 남동생은 집 근처에서 비빔냉면을 포장해왔다. 아빠와 남동생과 나는 셋이 둘러앉아 와인과 복분자주를 따라놓고 족발과 비빔냉면을 먹었다. 세상에, 그렇게 맛있을 수가 없었다. 냉면까지 다 먹고 나는 결국 뼈를 들고 뜯기 시작했다. 남동생은 그런 나를 보고, 누나 원래 뼈 발라먹지 않았잖아? 라고 말했다. 응, 근데 오늘은 뼈에 붙은 고기까지 다 먹고 싶어서...라고 말하고 나는 뼈를 뜯었...............결국 배가 터질 것 같았다. 아홉시가 좀 넘어 족발을 다 먹었고 나는 열시부터 잤다. 오늘 아침 눈 뜨기가 힘들었다. 눈이며 얼굴이 퉁퉁 부어있었던 것. 이런 나를 보고 엄마가 니 얼굴 왜이러냐고 했다.
족발이 먹고 싶었거등. 잠도 자고 싶었고. 그래서 그렇게 했어. 족발을 먹고 바로 잤지.
엄마는 그럴때는 먹는걸 좀 참고 그냥 자라고, 얼굴이 그게 뭐냐고, 방금 애 낳은 여자처럼 붓고 푸석푸석 하다고 지청구를 늘어놓으셨다. 나는 괜찮다고, 이럴줄 알고 시작한 일이라고 했다. 그런데 오늘 한껏 뚱뚱해진채로 지하철을 탔는데, 지하철에서 저 부분을 읽은거다. 잭 리처가 두 여자를 양 팔에 하나씩 끼고 탈출하는 장면을!! 꽥!!!!!!!!!!!!!!!!!!!!!!!!!!!!! 만약 그 중에 하나가 나였다면 탈출이 가능했을까? 하아- 나는 두 손으로 들기에도 지나치게 무거운 여자인데. 새삼 내가 위험하게 느껴졌다. 아, 이대로는 안되겠구나. 납치됐을 때 탈출하기 위해서라도 이렇게 뚱뚱한채로 계속 살면 안되겠구나. 아무리 거구의 사내인 잭 리처라고 해도 나를 들었다가는 허리가 삐끗하게 될텐데, 그럴수는 없지. 이대로는 안되겠다. 오늘부터는 하고싶은대로 하고 살지 않겠다. 먹고 싶다고 다 먹지는 않겠어!! 오늘부터 막강 다이어트다!!
오늘부터 막강 다이어트다!!
오늘부터 막강 다이어트다!!
오늘부터 막강 다이어트다!!
오늘부터 막강 다이어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