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일요일엔 이 책을 다시 읽었다. 읽었다는 기억은 있는데 내용 기억이 잘 나질 않던터라 다시 한 번 읽어볼까, 하고 꺼내들었던 것. 책장을 넘기다보니 어떤 부분은 생소했고-특히 주인공 남자에게 여자친구 P 가 있다는 사실이 새로웠다-, 어떤 부분은 맞아, 그랬어! 했더랬다. 넘길수록 아 이다음은 이랬지, 하며 넘어가고 몇몇 문장들에 감탄도 하다가, 주인공이 지방에 아버지를 찾으러 내려갔다가 그 곳 서점에서 책을 샀다는 이야기는 또 이랬었나, 하고 읽었다.
그는 노벨문학상을 받은 터키 작가의 책을 샀다길래 아, 오르한 파묵이구나, 했다. 그런데 다음장에서 이내 오르한 파묵의 소설이라고 말하면서 어떤 부분에 대해 자기 생각을 밝혔다. 파묵 소설의 주인공인 '카'와 '이펙'이 서로를 안고 싶어하지만, '이펙'은 지금 아버지와 한 지붕 아래에 있으면서 그럴 수는 없다, 고 말한다는 부분이었다. 그 부분에서 자기 상황과 묘하게 맞물린다고 주인공은 밝혔는데, 나는 이 '카'와 '이펙'이 나오는 소설이 궁금해지는 거다.
내가 파묵의 소설을 읽은건 [내 이름은 빨강]이 유일했다. 그리고 그의 소설 [새로운 인생]은 읽지는 않았지만 책장에 꽂혀있다. 분명 카와 이펙 그리고 저런 내용이 내 이름은 빨강의 한 부분은 아니었다. 나는 읽지 않은 새로운 인생의 맨 뒤를 펼친다. 주인공 이름은 언급되지 않았다. 그래서 그 책을 휘리릭 넘겼지만 카 와 이펙 그 이름들 중 어떤것도 눈에 띄질 않았다. 아, 이 소설이 아닌가보다. 나는 카와 이펙이 나오는 소설이 너무 궁금해져서 검색을 해봤다. 카와 이펙이 나오는 소설은 바로 이것이었다.
너무 궁금해져서 나는 이 책을 중고알림등록 해두었다.
'이언 매큐언' 이란 이름과 '시멘트 가든' 이라는 제목에서 나는 이 책이 엄청 하드코어일 거라고 짐작은 했지만, 책장을 넘길수록 그만 읽을까 하고 여러차례 고민했을만큼 불편했다. 아직 미성년자인 주인공 4남매에게 '악의'는 없었지만, 제일 큰 딸과 아들이 그 아래 딸-그러니까 그들의 여동생-의 옷을 벗기고 성기를 만지는 장면,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어머니마저 돌아가시자, 미성년자인 자신들이 뿔뿔이 다른집으로 보내질까 두려워 어머니의 시신을 박스에 넣고 그 위에 시멘트를 바른 일, 열일곱과 열다섯의 남매가 옷을 벗고 놀다가 결국은...
나는 이 장면들에서 내가 무엇을 느끼고 무엇을 생각해야하는 지를 모르겠더라. 그런데 딱히 그들을 비난할 수도 없다. 찜찜하고 불편한 기분으로 책장을 덮었다. 그리고 생각했다. 이 책은 누구에게도 추천 혹은 선물을 할 수 없을거라고. 아마 추천이나 선물을 해서 읽게 된 상대라면 분명 이렇게 생각할 것이다.
나한테 대체 이 책을 왜 준거야?
'데이빗 크로넨버그' 감독이라서 나는 내용도 모르고 주연도 모르는채로 무작정 극장으로 달려갔다(폭력의 역사와 이스턴 프라미스는 진짜 좋으니까!!). 상영관에 들어가기 전 걸려있는 포스터에 가까이 다가가 들여다봤다. 포스터가 너무 뽀대난다고 생각하면서. 그리고 물끄러미 바라보는데 이 남자는 설마..........로버트 패틴슨? 그..런가? 주연을 확인해보니 맞다, 로버트 패틴슨이었다. 으악. 이렇게 분위기있게 찍히다니. 대박이다. 이러면서 이 영화를 본다는 흥분에 휩싸였다.
첫장면은 리무진에 타고 있는 주인공. 엄청난 재벌로 등장하는 주인공인지라 리무진이 엄청 길고 삐까뻔쩍하며 그 안에서 음주와 섹스 뭐든 가능하다. 그래, 그는 리무진안에서 사람1을 만나고 사람2를 만나고 사람3을 만나고 사람 4를 만나고....계속 리무진 안에 있다. -_- 그 안에서 나누는 대화라든가 분위기, 등을 보면서 이 영화는 엄청 좋아할 사람들이 있을거라고, 분명 어떤이들은 굉장히 똑똑한 영화라고 열광할 거라는 생각을 했지만 나는 어느순간부터 지루하고 졸리기 시작했다. 중간에 나가버릴까, 생각도 하다가 일단 끝까지 보기는 해보자 하고 앉아있었다. 그러다가 그게 무슨 의미냐 싶어 눈을 감고 잠을 청했다. 그러다 탕- 총소리가 나서 깼다. 아이쿠 깜짝이야. 그리고 끝까지 보면서 또 지루했다.
영화를 보고 나와 이 영화에 대해 검색해보니 아니나다를까 사람들이 극찬을 하기도 했고, 로버트 패틴슨이 이번에야말로 트와일라잇에서 벗어나 새로운 캐릭터의 도전에 성공했다고 했다. 아...난 어려웠어;;
원작은 돈 드릴로의 소설 코스모 폴리스. 아, 돈 드릴로 였구나. 어려운 게 당연하구나. 나는 그의 소설을 두 권 읽었지만, 하아, 그것들 중 어떤것도 쉽게 이해되지 않았어. 미간에 주름 빡- 주고 읽어야 했지. 영화도 그렇군. 흐음.
언제부턴가, 박스를 뜯어야만 내가 어떤 책을 샀는지를 알 수 있다. 꺼내면서도 생소하기도 하고. 최근 일주일 간 총 네 박스를 시켰는데, 어제 뜯은 박스에서는 이것들이 나왔다. [제 3의 여인]을 꺼내면서, 뭐야, 이거 내가 산거야? 중고로 샀나? 하다가 비닐 포장 되어있길래 새걸로 샀나보군, 했다. 그리고 [인간의 조건]을 꺼내면서는 이건 뭐지? 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좀 어처구니.
'중고알림등록서비스'가 문제다. 이게 사람을 돌게 만든다. 그러니까 중고등록됐다는 문자가 오면 나는 후다닥 그 책을 장바구니에 넣는다. 그간의 경험으로 중고는 등록되는 순간 빨리 팔린다는 걸 알고 있기 때문에. 꾸물대면 다른 사람에게 뺏긴다. 그래서 조급하다. 그런데 중고 하나만 주문하면 배송료가 나온다. 나는 다른 중고를 더 검색하거나 새 책 중에 사고 싶었던 것을 넣어서 급히 장바구니를 비워낸다. 그리고 모든 과정이 끝나고 주문이 완료됐다는 화면이 뜨면, 내가 뭐한거지..싶어진다. 책 하나 저렴하게 사겠다고 다른 책들은 막 더 사버리고..결국 돈을 아끼려다가 더 써버린게 아닌가. 이렇게 어리석어서야 원. 그래서 그 뒤로 중고 알림 문자가 와도 쿨해지기로 마음먹었다. 흔들리지 않아. 장바구니에 넣어놓기만 하고, 지르는 건 나중에. 그 때가서 판매완료된 상태라면 그 책과 나는 운명이 아닌거야, 하고. 그러나 언제나 장바구니에 넣고나면 안돼, 또 등록 안되면 비싸게 사야하잖아? 하고 부들부들 떨면서 결제를....젠장 이따위가 반복되는 바람에 네 박스나 차례차례 나에게 날아오는 사태가 발생했잖아. 방금전에도 장바구니에 책 두 권을 넣었다. 중고로. 문자가 오는 바람에. 이건...'서비스'가 아니라 '악의 충동질' 이다. orz
팔려라 팔려라 팔려버려라....내가 페이퍼 쓰는 동안에 제발 팔려버리라굿!!
아침 출근길. 양재역에서 내려 회사로 걷다보면 거의 매일 검은 새끼고양이를 마주친다. 어제 아침에도 마주쳤다. 그런데 이 새끼고양이가 나를 보고도 피하지 않고 어슬렁어슬렁 걷는다. 어디로가나 봤더니 어떤 주택앞의 쓰레기더미로 건다. 흐음. 먹을거 찾으러 가나보네, 하면서 좀 마음이 거시기해졌다.
나는 원래 고양이를 무서워하고 싫어했다. 그런데 언젠가부터 주변에 고양이를 키우고 사랑하는 사람들이 부쩍 늘어났고, 그렇게 계속 고양이의 이야기를 듣고 사진을 보고 하다보니 '싫다'는 감정은 내다버리게 된 것 같다. 물론 아직 그들처럼 고양이를 예뻐하지도 않고 앞으로 키울 생각도 없다. 그런데 쓰레기더미로 가는 새끼고양이를 보자니 참...복잡한 감정이 생겼는데, 그 때 마침 친구들이 했던 말이 생각났다. 가방안에 소세지를 사두고 있다가 길고양이를 만나면 그 소세지를 준다는. 그런 친구들이 제법 됐다. 아, 그러면 되겠다!! 그래서 나는 회사 근처의 편의점에 들렀다. 소세지를 살 생각이었다. 네 개를 사자. 고양이 몫으로 두 개, 내 몫으로 두 개. 나는 동료랑 하나씩 먹을거니까. 그리고 편의점에 들어갔는데 헐. 무슨 소세지가 하나에 1,400원씩 하는거냣!! 아무리 눈을 씻고 찾아봐도 500원짜리 맥스봉은 없다. 내 눈에 보이는 맥스봉은 죄다 1,400원!! 헐. 뭐야, 200원짜리 천하장사..는 이제 없어? 500원짜리 맥스봉도...이제 없어? 1,400원 주고 소세지 네 개를 사려니 갑자기 돈이 막 아까운거다. 소세지 하나를 천사백원 주고 사기는 아무래도 그렇잖아? 그래도 그냥 나갈 순 없지. 그래도 고양이 밥 사자고 들어왔는데, 내일 마주치면 줘야하잖아, 하고. 그렇지만 고양이것만 사면 내가 서운하잖아? 그래서 결국은 이렇게.
큰 거 두개는 내 거, 작은 거 두 개는 고양이의 몫. 킁킁. 너무..내 욕심만 차렸나? ( ") 큰 거 두개를 물론 어제 당장 동료랑 먹어치우고 작은 거 두 개를 가방에 넣어두었다.
그래서 오늘 아침 출근길이 설레었다. 앗싸. 고양이 소세지 줘야지. 나는 부러 길을 천천히 걸었다. 아침 출근길이 신날수도 있다고 막 혼자 좋아하면서. 혹시 기척을 놓칠까봐 이어폰으로 음악을 듣는 일도 하지 않았다. 고양이를 맞닥뜨렸을 때 가방안에서 소세지를 꺼내느라 시간을 허비하고 싶지 않아, 역에서 나와 걸을때부터 소세지를 꺼내서 손에 들고 갔다. 고양이를 마주치자마자 까서 내밀 생각이었다. 그러나,
회사에 도착할 때까지 고양이는 나타나지 않았다. 하아- 날도 더운데, 소세지가 가방 안에서 상하기 전에 고양이를 맞닥뜨려야 할텐데. 서운하고 허무했다. 내일이나 모레, 그 이틀 사이에는 꼭 나타나렴 새끼고양이야. 안그러면 주말동안 소세지가 상할지도 몰라, 그러면 상하기 전에 내가 먹어야하잖니. 그러니 꼭 나타나렴. 응??
오늘 점심은 순대국으로 먹으려고 잠정적으로 생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