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의 노래 - 2013년 제44회 동인문학상 수상작
이승우 지음 / 민음사 / 2012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책장을 덮고 나는 아, 잘 읽었다, 하고 생각했다. 깊은 잠을 푹 잘 자고 일어났을 때 잘잤다, 라고 절로 내뱉게 되는 딱 그것처럼. 그의 문장들을 꼼꼼히 읽는게 책을 읽는동안의 큰 기쁨이었고, 그러다가 수시로 아, 이 글이 처음부터 한글로 써졌다니 정말 다행이야, 나는 작가가 쓴 그대로를 읽는거야, 라고 생각하며 뿌듯했다. 누구나 숨기고 싶어하는 한 인간의 죄책감, 저 밑바닥까지 들어가서는, 그것을 잘 풀어 보여준다. 나는 그만, 러시아에 톨스토이가 있다면 대한민국엔 이승우가 있어, 라고도 생각했고, 이승우는 한 개인의 내면을 가장 잘 이해하는 작가가 아닐까 싶어졌다. 누가 무슨 말을 해도 그는 그것을 절대악이라고 꾸짖기 보다는 잘 들어주고 이해해줄 것 같았다. 책의 절반쯤이 남았을 때, 그리고 삼분의 일이 채 안남았을 때, 부러 책장을 덮었다. 이토록 잘 쓰여진 글을-이렇게 말하는게 꽤 건방지게 느껴진다- 천천히 읽고 싶어서, 너무 빨리 읽고 싶지 않아서였다. 그러나 이내 다시 읽고 싶어져서 또 펼쳐야 했다. 나는 더이상의 어떤 말도 할 수가 없다. 그저 표현하기엔 부족한 마음을, 이 책의 여러부분 밑줄을 옮겨와 모두에게 전하고 싶을 뿐이다.



다말은 논리적이다. 그를 사랑하지 않기 때문이다. 논리에 맞는 생각은 사랑 이전이나 이후의 것이다. 논리에 맞게 생각하고 논리에 따라 말하는 사람은 아직 사랑하지 않거나 이제 더 이상 사랑하지 않는 사람이다. 사랑에 사로잡힌 자의 맹목적 열정을 알지 못한 다말은 자기의 사려 깊은 말들이 암논의 마음을 움직일 거라는 희망을 품는다. 그러나 암논의 귀에는 다말의 말이 들리지 않는다. 그는 설득되지 않는다. 사랑의 열정에 사로잡힌 자를 설득할 논리는 없다. 설득되는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은 사랑의 열정에 충분히 사로잡히지 않았음을 스스로 고백하는 것이다.사랑의 열정에 완전히 사로잡히지 않은 자만이 이치에 맞고 사려 깊은 말에 설득된다. 암논을 보라. 그는 설득되지 않는다. 설득될 수 없다. 그는 아름답고 순결한 다말을 힘으로 범한다. 사랑이 그에게 부여한 무소불위의 힘으로 다말의 육체를 소유한다.

사랑의 열정에 사로잡히는 것이 비합리적인 것처럼 사랑의 열정에서 빠져나오는 것도 비합리적이다. 사랑에 빠지는 것을 주체할 수 없는 것처럼 사랑으로부터 빠져나오는 것도 조절할 수 없다. 걷잡을 수 없다는 것은 이런 사랑의 본질이다. 그리고 그것이 이런 사랑이 무책임하고 폭력적일 수밖에 없는 이유이다. 사랑한다는 이유로 무슨 일이든 하는 것을 정당화할 때 행사된 폭력이 사랑에서 빠져나왔으므로 이제 아무것도 할 필요가 없다는 것을 정당화하는 자리에서 다시 행사된다. 사랑하기 때문에 무엇이든 할 수 있었으므로 ("사랑한다. 그러니까 나와 자자.") 이제 사랑하지 않기 때문에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된다.("사랑하지 않는다. 그러니까 내 앞에서 사라져라.")그리하여 사랑을 이유로 무슨 일이든 하는 것과 사랑의 부재를 이유로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은 구별되지 않는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도 무슨 일이든 하는 것 속에 포함되기 때문이다. 무슨 일이든 할 수 있는 사람은 무슨 일이든 하지 않을 수 있다. (pp.106-107)




헤브론 성이 그에게 도피성인 것은, 그가 세상에서 범한 과거의 죄로부터 그를 보호해주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그가 앞으로 범할 죄로부터 그를 보호해 주기 때문에 더 그랬다. 지은 죄로부터 보호받기 위해서만이 아니라 지을 죄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서도 그는 도피성이 필요했다. (p.115)



아, 내가 위의 문장을 읽다가 받은 감탄을 대체 어떻게 말로 표현할 것인가. 도피성이 필요한 것이 지은 죄 때문이기도 하지만 앞으로 지을 죄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서라니, 이 문장에서 받은 감탄을 대체 어떻게..




오지랖이 넓고 매사에 적극적인 사람은 자기 때문에 불편해하는 사람이 있다는 걸 결코 이해하지 못하는데, 그것은 그 사람이 자신의 그런 성격을 자랑스러워하기 때문이다. (p.129)





눈은 너무 순진해서 위장할 줄 모른다는 걸, 마음에 없는 말을 할 수도 있고 마음과 다른 표정을 지을 수도 있지만 마음과 다른 눈빛을 만들 수는 없다는 걸 그는 그때 알았다. 눈빛은 위장할 수 없고 다만 감출 수 있을 뿐이라는 걸 그는 그때 알았다. 그리고 이제 그에게 그것이 필요하게 된 것은 눈빛을 감출 필요가 있기 때문이라는 것도. 그날 새벽, 한강을 건너 대한민국의 심장부로 진격해 들어가는 장교에게 필요한 것은 선글라스였다. (p.163)




습관적인 반대파들, 사회주의 혁명을 획책하는 자들, 체제 전복을 꿈꾸는 자들의 폭로였다면 대처하기가 쉬웠을 것이다. 그런 자들은 늘 있어 왔으니까. 그런 자들은 으레 그런다고 되쏘아 주면 되니까. 그러나 아주 가까이에서 오랫동안 그림자처럼 그를 보좌해 온 측근이 자기를 공격했기 때문에 장군은 타격을 입었다. 자기 치부를 먼저 보여 주는 양심선언의 형식을 빌려 비판했기 때문에 파장이 컸다. 양심선언은 통렬한 자기 반성의 형식을 띤 가장 격렬한 고발이다. 가미가제의 위력이 양심선언의 현장에 나타난다. 자기가 내놓는 자기의 치부, 자기를 찌르는 자해의 상처를 통해 고발자는 자기가 고발하는 내용의 진실성을 획득한다. 치부의 추악함만큼, 상처의 깊이만큼 호소력도 증가한다. 그러니까 스스럼없이 자기 몸에 칼끝을 겨누는 사람이야말로 위험하다. (p.171)




그는, 자기 몸속에 암세포를 집어넣고 키운 것이 분명한 하나님을 원망하지 않는 아내를 이해할 수 없었다. 독한 항생제를 맞아 머리가 빠지고 거죽만 남을 정도로 말라 가는데도 아내의 믿음은 흔들리지 않았다. 한정효는 그런 하나님도 그런 아내도 이해할 수 없었다. 자기에게 전적으로 헌신하고 온전히 의지하는 추종자의 안전조차 보호해 주지 않는 전능자의 능력이란 게 대체 뭐냐고, 전능자는 무엇이든 할 수 있는 그 힘을 어디에 쓰려고 아껴두는 거냐고, 자기에 대한 믿음 하나로 사는 사람의 생명조차 보호해주지 못하는 신을 왜 믿어야 하느냐고 윽박질렀다. 그렇게 말하면서 그는 자기가 가지고 있는 힘에 대한 생각을 은연중에 드러낸다. 그는 힘이 어떻게 쓰이며 어떻게 쓰여야 하는지 알고 있었다. (p.180)





기억들은 왜 규칙도 예고도 없이 제멋대로 출몰하는 것일까. 사라졌다가 돌아오고 죽었다가 되살아나는 기억들. 언제 어디서 나타날지 모르기 때문에 대비할 수 없고, 대비할 수 없기 때문에 이길 수 없다. 나타나면 감당해야 하고, 사라질 때까지 내버려 두어야 한다. 물고 늘어질 수는 있지만 그렇다고 기억이 지쳐 나가떨어지지는 않는다. 지쳐 나가떨어지는 쪽은 기억이 아니라 그것을 물고 늘어지느라 에너지를 소비하는 우리의 육체다. 다른 생각으로 피신하는 방법이 있지만 전적으로 안전하다고 할 수 없다. 지렁이를 피하려다 뱀을 만나는 격이 될 수 있으므로 조심해야 한다. 갑자기 떠오른 그날의 기억을 털어 내기 위해 후는 머리를 흔들었다. 물론 그런다고 털어져 나갈 리 없다는 걸 모르지 않았다. 알면서도 그렇게 하게 된다. 일종의 습관이다. (p.329)



이 문장들은 대체 어떻게 다른 나라의 언어로 번역될 수 있을까. 다른 언어로 쓰여져도 이토록 꼭꼭 씹어 읽고 싶어질까. 이토록 꽉 찬 느낌이 들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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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12-17 11:2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2-12-17 16:18   URL
비밀 댓글입니다.

이진 2012-12-17 13: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승우... 읽어야죠! 이혜경은 밑줄 그을 데가 갈수록 적어졌걸랑요ㅎㅎ

다락방 2012-12-17 16:18   좋아요 0 | URL
소이진님, 이승우라면 소이진님은 조금 더 천천히 시작해도 될 것 같아요. 제 생각엔요. :)

이진 2012-12-17 22:26   좋아요 0 | URL
오, 그런가요. 저는 벌써 이승우의 단편을 세 개나 읽었는데, 하긴 그닥 마음에 와 닿지는 않더군요.

레와 2012-12-17 13: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은 벌써(!) 선물 받았고, 레미제라블 4권은 아직 시작도 못하고..ㅠ_ㅠ


.......................................................... 이게 사는건가..? ㅋㅋ

다락방 2012-12-17 16:22   좋아요 0 | URL
ㅎㅎㅎ 사는거지, 사는거야. ㅎㅎㅎㅎ
이 책 엄청 좋아요, 레와님. 토요일 새벽에 책 질렀는데 이승우 책 안넣어서 식물들의 사생활 따로 주문할라고요. ㅎㅎㅎㅎ 앞으로 지를때마다 이승우 한 권씩 넣겠어요. 불끈!

꽃핑키 2012-12-17 17: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빨간책방을 듣다가 앗, 나는 전혀 몰랐던 작가님이신데 과연 누굴까? 너무 궁금했었는데ㅋ
다락방님은 벌써 만나보셨군요! 촘촘한 별다섯개가 아주 자랑스럽게 보입니다. ^_^ㅋ
첫번째 인용문 ㅋ 4번째줄 오타있습니다 ㅋㅋㅋ

다락방 2012-12-17 17:54   좋아요 0 | URL
우앗 핑키님~
저는 이승우의 책이 [지상의 노래]로 일곱번째에요. 아니, [황순원 문학상 작품집]은 이승우의 책이 아니니까 여섯번째라고 해야하나. 전 정말 다 좋았어요. 그래서 이 책도 좋을줄 알았지만 진짜 또 막 좋고 ㅠㅠ

빨간책방에 나온다는, 나왔다는 말 많이 들었어요. 이동진이 이승우 작가의 엄청난 팬일걸요? ㅎㅎㅎㅎㅎ

오타 완전 고마워요. 알려주셨는데도 네번째줄 몇번이나 다시 읽어야 했어요. 으응? 어디어디? ㅋㅋㅋㅋ 눈알 빠지는 줄 알았네요. 고마워요~~ 희희희희

프레이야 2012-12-17 22: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순전히 다락방님 리뷰로 이책 결심해요. 담아만 뒀는데요. ^^ 땡스투유~~

다락방 2012-12-18 08:41   좋아요 0 | URL
프레이야님도 분명 이 책을 좋아하게 되실거에요. 집중할 수 있는 책이고 집중하게 만들어요. 무엇보다 이 책을 읽는데 어떤 방해요소가 다가오면 확- 짜증이 나더라구요. 하핫.
읽어보세요, 프레이야님!

dreamout 2012-12-17 22: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말과 압살롬 이야기를 이 소설에서 본 후에,
윌리엄 포크너의 압살롬, 압살롬!도 사게 됐어요.
출판사에서 참 기가막히게 새로 냈더라구요. ㅎㅎ

다락방 2012-12-18 08:42   좋아요 0 | URL
저는 그간 관심도 없었던 성경을 읽어보고 싶어지더라구요. 그러면서 새삼 이승우가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것도, 그들의 내면에 집중하는 것도 꽤 섬세하게 해나간다는 생각이 들어서 말이지요. 앞으로 제가 읽어야할 이승우 책이 많다는 게 막 안심이 되는거 있죠!! 성경을 꺼내 사무엘하를 읽어봐야겠어요.

아무개 2012-12-18 15: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 전체에 포스트 잇이 도배되어 있어요. 이승우 작가의 책은 거의 다 그래요.
출간된 이승우 작가의 책은 제2금융권에 대출을 받아서라도 다 구매할 예정이입니다. ^^

다락방 2012-12-18 15:54   좋아요 0 | URL
물론 그럴 가치가 충분하죠! 그러나 마중물님 제2금융권 대출은 가급족 뒤로 미루고(응?) 천천히 천천히 장만하도록 합시다. 저도 이번 주문에 한 권 주문했어요. [식물들의 사생활]이요! 므흐흐흣

아무개 2012-12-18 16:50   좋아요 0 | URL
식물들의 사생활 저도 장바구니에 있어요. 얼마전 구매한 책 다 읽으면 그때 구매하려고 미루고 있답니다.
이제 퇴근이에요. 하루가 어떻게 지나가는지도 모르겠네요. 새 업무는 참.....어렵습니다아아~

다락방 2012-12-20 12:52   좋아요 0 | URL
아, 마중물님. 저는 머그컵 또 받고 싶어서 지금 해당도서 받는데 이제 더는 그 목록들중엔 갖고 싶은 책이 없어서 멘붕입니다. 어떻게 이번 책 목록은 이렇게 흥미가는게 없을까요? 컵 더 받고 싶은데 갖고 싶은 책은 없고 컵 더 받고 싶은데 그렇다고 읽고 싶지도 않은 책 억지로 주문할 수도 없고. ㅠㅠ 슬퍼요 ㅠㅠ

단발머리 2012-12-19 08: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는 어떻게 해요. 다락방님의 추천으로 인제 막 <레 미제라블> 1권 시작해서, 오십 페이지 읽었는데요. 레~~~ 다 읽고 바로 <지상의 노래> 로 넘어가야 되는데, 일단 구매하고 생각해야겠네요. T.T 넘~~~~ 좋은데, 걱정 태산ㅋㅎㅎㅎ

다락방 2012-12-20 12:51   좋아요 0 | URL
단발머리님, 레미제라블은 지금쯤 어디만큼 읽으셨을까요? 장발장 나온 부분은 지나갔을까요? 좋은책들입니다, 단발머리님. 부지런히 읽읍시다. 부지런히 읽고 부지런히 느낍시다.
 

금요일에는 퇴근후에 서점에 들르자고 마음을 먹었다. 서점에 갈거라고 생각하니 갑자기 퇴근이 무척 하고 싶어졌다. 그런데 비가 멈추지 않아서 한 손에 우산을 들어야 했다. 흐음, 가방이 무거운데 한 손에 우산을 들고 서점을 가야하나, 가지말까 싶었지만, 가지 않으면 계속 가고 싶다는 생각만 하고 있을것 같았다. 지하철을 탔는데 한 손엔 무거운 가방 한 손엔 우산이 있어 책을 읽을 수가 없었다. 그래서 그냥 멍때리며 잠실역까지 갔다. 내려서 표를 대고는 교보문고로 향했다. 교보문고로 들어가기 전, 화장실에 잠깐 들렀다. 그리고는 교보문고로 들어가 시집 코너로 향했다. 알라딘 어느 분의 서재에서 보아둔 시집이 있었던 터였다.

 

시집 코너에 들러 손가락으로 차례차례 시인의 이름을 훑다가 내가 찾는 시집을 찾아냈다. 시집을 들고 곧바로 계산대로 갈까 하다가 아쉬워서 소설 코너를 둘러 보았다. 에세이 코너도 둘러보았다. 으응, 이건 무슨책이지? 괜히 책을 들었다 놓기도 해봤다. 그리고는 시집 한 권만 사기로 한거니 한 권만 사고 가자, 싶어 계산대로 향했다. 포인트 1,200점이 있는데 사용할거냐 물었다. 나는 그렇다고 했다. 그렇게 시집을 사고 문을 열고 바깥으로 나왔다. 시집을 가방에 넣어야 겠다고 생각했는데, 가방에 넣으려다가 아뿔싸, 내 손에 우산이 들려 있지 않다는 걸 깨달았다. 으응? 어디다 뒀을까? 지하철 안에서는 내내 가지고 있었으니 이곳의 화장실이나 바로 이 서점 안일텐데..나는 잠깐 서서 고민했다. 서점과 화장실을 다시 한 번 들어갔다 나올까? 다시 들어갔다 나오는데 얼마 시간이 걸리지도 않을거였다. 그런데 자꾸만, 찾지 말라고 누가 내게 속삭이는 것 같았다. 생각해봐, 한 손에 우산을 들면, 너 그 시집 어떻게 읽을건데? 난 아마 또다시 한 손에 가방을 들고 한 손에 우산을 들고 창만 쳐다보다 지하철에서 내리겠지? 아니야, 그래도 우산을 잃어버리다니, 그것도 알면서 그런다니, 좀 그렇잖아? 그렇긴 뭐가 그래! 시집 볼래. 나는 과감히 돌아서서 지하철을 타러 갔다. 내 손에 우산은 없었다. 나는 부러 우산을 잃어버렸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잃어버리고 싶은 마음이 내면에 잠재되어 있다고 자꾸 생각이 들었는데, 아무려면 어떤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잃어버리자, 뭐 어때, 누군가 주워가겠지. 누군가에게 필요했을지도 몰라, 뭐, 좋은 우산은 아니고 일전에 편의점에서 3천원 주고 산 우산이지만, 누군가에겐 필요할 수도 있고, 어쩌면 그래서 나는 애써 찾으려 하지 않았는지도 몰랐다.

 

 

그래서 결국 나는, 지하철 안에서 시집을 펼쳐 읽을 수 있었다. 시를 잘 읽지 못한다고 생각하면서도 오랜만에 시집을 펼쳐 시를 마주치노라니 새삼 갈증이 풀리는 것 같았다. 시를 좋아하지도 않으면서 왜 이런 마음이 드는건지 모르겠다고 스스로도 갸웃했다. 내가 펼친 시집은 이것.

 

 

 

 

 

 

 

 

 

 

 

 

 

 

 

 

 

 

함박눈

 

 

눈이 와, 여긴 함박눈이야

네 목소리를 듣고

별안간 난

한 번도 함박눈을 맞아보지 못한 걸 알았어

평범한 기쁨을 떠나 있는 것 같아

엄청난 사태로부터도

 

 

늙은 시인에게서 사랑 없는 일생을 살았다는 말을 들을 때처럼 싱거운 얘기지

 

 

눈을 감고 눈을 상상해

폭설이 난무하는 언덕에 서 있어

두 팔을 벌려야 해

입을 쫙 벌린 채 눈덩이를 받아먹어

함박눈은 솜사탕만 할 거야

네게 한 번이라도 함박눈이 되었으면 좋겠어

눈발이 거세지고 조금씩 나는 파묻혀가고 있어

난 하얀 구릉이 되어 솜사탕처럼 녹아가네

눈은 죽은 비라고 루쉰이 그랬나?

 

 

네 얼굴에 내가 내리면

코가 찡하겠니?

나를 연신 핥으며 달콤해 아 달콤해 속삭일 거니?

나를 베개 하고 나를 안겠지

우린 잠시 젖은 후 흘러갈 거야

너무 싱거운 거 같아 망설인다면

삽으로 떠서 길가로 던지겠지

 

 

 

지하철안에서 이 시의 마지막 연을 읽는데, 아, 너무 좋은거다. 나는 참지 못하고 스마트폰을 꺼내어 저 마지막 연을 사진 찍었다. 지하철 안에서 찰칵, 소리가 났다. 사람들 몇이 쳐다보았다. 어쩌면 나를 찍는걸까, 라고 생각했는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그들도 보았을 것이다. 내 카메라는 내 시집을 향하고 있었던 것을. 그리고 나는 그 사진을 스맛폰의 메세지로 친구에게 보냈다. 흡족했다. 비가 멈추지 않은 금요일 저녁, 시 한 연을 전해주고 전해 받는 일이라니. 으쓱. 좀 멋지지 않나?

 

 

말할 수 없는 애인

 

 

물이 없어도 표류하고 싶어서

외롭거나 괴롭지 않아도 살고 있기 때문에

우리는 다른 곳으로 떠났다 돌아오거나 영 돌아오지 않겠지

가까운 곳에서 찾았어

우리는 모였지 인도 아프리카 우즈베키스탄에서 온 사람들과

대부분을 차지하는 중국인 학생들

지난해 여름부터 나는 그들에게 한국어를 가르쳤었어

불한당 청년들의 표류처럼 불규칙적이었지만

무서운 속도로 어휘와 문법을 습득하는 그들이 참 신기하더라

말이 무색해서 팔다리를 브이 자로 벌렸지

매알매일 뱃멀미가 났어

멀리서 돈 벌러 온 한 이방인에게 나는 미약했지만

그의 까만 손가락이 내 얼굴을 두드렸지

장난스럽게 단지 두드리는 시늉만 했는지 몰라

전혀 두드리지 않았는지 몰라

적절한 문장을 못 찾겠어 도무지 사랑할 수밖에

그는 자신의 긴 이야기를 음악 소리로 듣는 마을에 가서

내 갈색 귀에 다 털려버렸지 코 고는 소리도 뭔가 이상했어

외국인 남자는 어떨까 상상하지 않았다면

말 못할 관계로 가지 않았다면 나는 살아 있는 것이 아니었어

생면부지의 것들을 만나고 말이 통하지 않는 사람들과

사귀지 않는다면

위험하지 않다면 살아 있는 게 아닌 건 아니지만

끝없이 문제를 만들어야 했어

시험 문항을 만들고

혼혈의 아이들을 낳아 식탁에 둘러앉아 각자의 모국어를 섞어 말할지도 몰라

콩밥을 나누고 에이즈 환자 모임에 가야 한다 해도

사랑한다면 사랑할 수밖에

너와 헤어진 다음 날 그를 사랑했어

 

 

 

나는 시를 외우지 못한다. 시를 외워 읊을 수 있는 사람들은 마냥 동경의 대상으로만 생각하는데, 이 시를 읽는 순간 이 시를 외워 읊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했다. 아니, 사실 나는 이 시의 전문을 다 이해하지도 그리고 다 외우고 싶지도 않았다. 다만, 사랑한다면 사랑할 수밖에, 너와 헤어진 다음 날 그를 사랑했어, 라는 마지막 두 행의 의미를 살리려면 그 앞의 행들이 존재해야 할 것 같아 외우고 싶었다. 사랑한다면 사랑할 수밖에, 너와 헤어진 다음 날 그를 사랑했어.

 

 

 

겨울 휴관

 

 

무대에서 내려왔어 꽃을 내미네 빨간 장미 한 송이

참 예쁜 애구나 뒤에서 웃고 있는 남자 한때 무지 좋

아했던 사람 목사가 되었다 하네 이주 노동자들 모이

는 교회라지 하도 괴롭혀서 도망치더니 이렇게 되었

구나 하하하 그가 웃네 감격적인 해후야 비록 내가

낭송한 시라는 게 성직자에게 들려주긴 참 뭐한 거였

지만

 

 

우린 조금 걸었어 슬며시 그의 딸 손을 잡았네 뭐

가 이리 작고 부드러울까 장갑을 빼려다 그만두네 노

란 코트에 반짝거리는 머리띠 큰 눈동자는 내 눈을

닮았구나 이 애 엄마는 아마 모를 거야 근처 미술관

까지 차가운 저녁 바람 속을 걸어가네 휴관이라 적혀

있네 우리는 마주 보고 웃다가 헤어지려네 전화번호

라도 물어볼까 그가 나를 위해 기도할 거라 하네

 

서로를 등지고 뛰어갔던 그 길에서 여기까지밖에

못 왔구나 서로 뜻밖의 사람이 되었어 넌 내 곁을 떠

나 붉게 물든 침대보 같은 석양으로 걸어가네 다른

여자랑 잠자겠지 나는 쉬겠네 그림을 걸지 않은 작은

미술관처럼

 

 

 

오래전에 친구는 내게 자신에게 사랑을 고백한 성직자의 이야기를 들려준 적이 있다. 나는 이 시를 읽는 내내 그 친구가 생각났다. 그때 우리가 마주보고 함께 이야기를 나누던 시간이. 환한 낮에 만나 술집이 문을 닫는 시간까지 함께 있었던 그 토요일이. 서로를 등지고 뛰어갔던 그 길에서 여기까지밖에 못 왔구나, 서로 뜻밖의 사람이 되었어. 시집은 뒤로 갈수록 모호한 시들로 가득해 내가 이해할 수 있는 범위 밖으로 빙빙 돌지만, 이 앞의 시들 만큼은 자꾸 자꾸 읽고 싶어진다. 서로를 등지고 뛰어갔던 그 길에서 여기까지밖에 못 왔구나 서로 뜻밖의 사람이 되었어.

 

 

 

 

 

 

 

 

 

 

 

 

 

 

 

 

 

 

언젠가 트위터에 끊임없이 사람들의 글이 올라오는 걸 보면서, 나는 한 순간, 이 사람들 외로운가, 하는 생각을 한 적이 있다. 외로운것 같아, 혼자인 것 같아, 다들 자신이 뭘 하는지 알려주려 하고 어디있는지 알려주려고 하고 사람들의 반응을 보기를 원하고. 요즘의 사람들은 그러니까 혼자이기를 원하면서 그러나 혼자이려 하지 않고, 혼자이려 하지 않으면서 사실은 또 혼자이기를 원하는 것 같다고 생각을 한 적이 있었다. 그런데 내가 지금 무슨 말을 하고 있는거지?

 

 

모하트는 SNS 라는 이름이 정말 부적절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교를 목적으로 하는 네트워크 서비스를 자주 이용하는 사람은 오히려 비사교적이 돼버리니 말이다. (p.140)

 

 

책 속에서 여자주인공은 페이스북 때문에 쉽게 범죄에 노출된다. 놀랄일도 아니다. 우리는 어느틈에 어디에서 무얼했는지 죄다 밝히며 살고 있으니까. 그러나 죄를 저지르는데 유용했던 페이스북은, 사건을 해결하는데도 역시 단서들을 제공한다. 문제가 만들어지는 곳에서 문제를 풀 수 있는 방법도 나타나는 건 당연한 결과인가.

 

 

책은 재미있어서 손에 잡으니 책장을 휘리릭 넘기게 되는데, '좋다' 라는 느낌이 들지는 않는다. 책 뒷면의 이 책에 대한 찬사들을 보니 유독 '마이클 코넬리'의 것이 눈에 띈다.

 

"맵시 있고 최신 유행에 밝은 탁월한 작품. 난 이 책을 사랑한다." -마이클 코넬리

 

 

흐음, 마이클 코넬리님, 나는 당신의 책이 이 책보다 훨씬 좋은걸요. 이 책은, 내가 사랑할만한 책은 아니에요. 난 이 책을 사랑하지 않아요.

 

 

 

 

토요일인 어제는 1박2일로 여행 일정이 잡혀 있었다. 그러나 같이 가기로 한 동행이 새벽에 연락해왔다. 너무 아파서 밤새 화장실을 들락날락 거렸다고, 여행을 취소해야겠다고. 나는 알겠다고 했다. 다시 잠들고 아침에 눈을 뜨니 토요일 하루가 온통 비어있고, 내 것이었다. 그래서 『아스라이 스러지다』를 읽고, 시집을 마저 들춰보고, 토요일자 경향신문을 훑었다. 그 토요일이 마냥 소중했다. 아, 이렇게 하루가 텅 비어있는 토요일이라니. 앞으로는 토요일을 좀 더 자주 텅 비게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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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야 2012-12-16 18: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잉여의 토요일을 즐겼군요, 다락방님.^^ 겨울 휴관, 좋아서 세번 얽어봅니다. 저도 시를 외워서 읊는 사람들 신기하더라구요. ^^

다락방 2012-12-17 16:15   좋아요 0 | URL
네, 겨울 휴관 좋죠. 누군가가 막연히 그리워지게 하는, 그런 시에요. 헤헷.

dreamout 2012-12-16 20: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난 요리이야기 책을 읽었는데..
저녁 먹고 그 책 얘기를 써보려고 했는데.. 저녁을 너무 많이 먹었는지...
지금은 아무것도 쓰질 못하겠어요. ㅋ

다락방 2012-12-17 16:14   좋아요 0 | URL
우앗, 그 요리이야기 책은 뭐에요? 혹시 『가든 스펠스』에요? 저 읽어보고 싶어서 보관함에 넣어두고 있는 책이거든요. 그 책이에요?

dreamout 2012-12-17 22:03   좋아요 0 | URL
아! ㅎㅎ
이야기 책. 소설은 아니구요. ^^
그야말로 요리에 관한 책. 레시피도 있는.. 요나의 키친. 이라고. ㅋ

다락방 2012-12-18 08:43   좋아요 0 | URL
리뷰 봤어요. 그리고 장바구니에 쏙- ㅎㅎㅎㅎㅎ

조선인 2012-12-17 08: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하철 안에서 시집 사진을 찍는 여인이라니... 확 프로포즈 하는 남자가 없었다는 게 당최 이해가 안 갑니다.

다락방 2012-12-17 16:14   좋아요 0 | URL
아무도, 아무도, 아무도요.........orz
 
[100자평] 목사의 딸들
















로렌스의 목사의 딸들이란 단편집에 수록된 단편 「목사의 딸들」에는 결혼 할 나이가 된 두 딸이 나온다. 이 두 딸은 각자가 원하는 바가 달랐다. 큰딸 메어리는 자신에게 일정한 지위와 권위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다른 식구들이 모두들 뭐 저런 사람이 다 있지? 라고 생각했던 사람을 자신의 남편감으로 받아들인다. 그와 결혼하면 그녀는 언제나 교양있고 지위있는 여성으로 머물 수 있으니까.


메어리가 매씨 옆을 따라 올더크로스를 걸어다니는 것을 보면 사람들은 수군대곤 하였다.

"아이고, 메어리가 상대를 잡긴 잡았구먼. 그런데 어디서 저렇게 작고 형편없는 난쟁이를 골랐담!" (p.70)


그녀라고 이를 몰랐던 것은 아니다. 그녀의 동생인 루이자는 그와 다니는 걸 수치스럽게 생각하기도 했으니까. 그러나 그녀는 그와 결혼하기로 결심한다.


메어리는 매씨 씨와 결혼하면서 자신도 남편처럼 감정이나 충동이 없는 순수한 이성이 되어보려고 노력했다. 그녀는 자신을 닫아걸었다. 그녀는 처음에 닥쳐온, 수치로 인한 고뇌와 침해당하는 공포감에 대해서도 완강하게 자신을 닫아걸었다. 그녀는 결코 감정을 느끼지 않으려 했다. 그녀는 그에게 묵묵히 따른는 하나의 순수한 의지로 자처했다. 그녀는 어떤 한 종류의 운명을 선택했다. 그녀는 선해지고 순수하게 정의로우며, 자신이 이미 알던 것보다 더 높은 자유 속에서 살아가고, 세속적 근심으로부터 자유로울 것이었다. 그녀는 의(義)를 향해 가는 하나의 순수한 의지였다. 그녀는 자신을 팔아넘겼지만, 덕분에 새로운 자유를 얻었다. (p.82)



이 결혼은 그녀의 의지였다. 그녀는 어떤것을 잃는대신 또 어떤것을 얻는다는 걸 깨닫고 있었다. 남편은 결혼하고 나니 무척 잘해주었고, 아이도 둘이나 낳았다. 그러나 그녀는 간혹 견딜 수 없을것 같은 마음이 생기기도 했다. 어느날 그녀는 그에게 온 식구가 다함께 친정에 가자고 한다. 그래서 그들은 기차를 타고 간다.



"구석으로 들어앉아요." 그는 아내에게 말했다. "그리고 아기를 꼭 안아요."

아내는 그의 명령에 따라 움직이고는 창밖을 응시했다. 그가 영원히 옆에 있다는 것이 그녀에게는 자신의 뇌를 누르는 쇳덩이와 같았다. 그러나 이제 며칠 동안 그것을 다소나마 피하게 될 것이었다. (p.90)



아, 도스트예프스키가 자신의 단편인 「영원한 남편」에서 '영원한 남편같은' 남자에 대해 묘사했던게 어렴풋이 생각나면서, 이 장면이 끔찍하게 여겨졌다. 순수하게 육체적인 면으로 보자면 경멸하고 싶기까지한 남자를, 그녀는 다른식의 욕구로 버텨가며 살고 있는데, 그러다가 문득 돌아본 그 남자가 영원히 나와 함께 살게 될 남자라는 걸 자각하게 되면, 그 순간은 얼마나 끔찍할까.


언니 메어리는 동생 루이자에게 우상과도 같은 존재였다. 자신은 아무리해도 언니처럼 고결할 수 없다고 느꼈다. 그러나 언니가 그런 남자와의 결혼을 선택하는 걸 보면서 루이자는 일종의 배신감마저 느꼈다. 그녀는 자신의 결혼은 반드시 '사랑'으로 이루어질 것이라고 굳게 다짐한다.


"그들은 틀렸어-모두 틀렸어. 아무런 가치도 없는 것 때문에 자기 영혼을 갉아먹은 거야. 그들한테는 어디에도 손톱만큼의 사랑도 없어. 하지만 난 사랑을 차지할 거야. 그들은 우리가 사랑을 부정하기를 바라고 있어. 자기들은 한번도 사랑을 찾아내질 못했으니까 사랑이란 건 없다고 말하고 싶지. 하지만 난 사랑을 차지하고 말 거야. 난 사랑할거야- 이건 내가 타고난 권리야. 난 내가 결혼한 사람을 사랑할 거야-내게 중요한 것 이것뿐이야." (p.88)



루이자는 사랑하는 남자와 결혼하기로 한다. 그녀가 다짐한대로, 그녀가 마음먹은대로 된 것이다. 그러나 루이자의 식구들은 루이자가 사랑한 남자를 받아들일 수가 없다. 저렇게 아무것도 가진게 없는 형편없는 남자와 루이자가 결혼한다는 게 챙피하기도 하다. 결국 루이자와 그는 캐나다로 이민을 가기로 하고 루이자의 식구들은 그것을 현명한 선택이라고 말한다. 루이자는 사랑을 원했고, 그것을 손에 얻었지만, 가족들로부터는 인정받지 못하고 먼 곳으로 떠나서 살아야 하는 것이다.



'결혼'에 대해서 각자가 가진 생각은 모두 다르다. 조건이 맞아야 편안한 결혼생활을 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고, 사랑하는 사람과 결혼해야만 행복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우리 모두는 결국은 자신이 원하는 바대로 삶을 이끌어나가는게 아닌가 싶다. 이것 대신 저것을 선택한 건, 순간순간마다 내가 선택한대로 그 길이 열리는 거니까. 물론, 그때마다 다른 길은 닫히지만. 그 선택에 있어서 내가 무엇을 얻고 무엇을 잃게 될지는 내가 판단할 몫이고, 내가 감당해야 할 부분이다. 메어리는 사랑보다는 의를 택했고, 루이자는 다른건 다 필요없고 사랑을 택했다. 그건 모두 그녀들이 원하던 바였다. 앞으로의 날들이 어떻게 흘러가게 되든간에.




메어리가 기차안에서 이 남자와 영원히 함께 해야하다니, 하고 끔찍하게 생각할 때 이 소설이 굉장히 완벽하게 느껴졌는데, 로렌스는 이 소설에 달콤함도 잊지 않고 넣어두었다. 사랑을 차지하려는 루이자, 그녀는 자신이 사랑하는 남자가 자신을 사랑하지 않는 것 같아서, 자신을 붙들지 않아서 초조하고 애가 탄다. 이에 그녀는 자신이 먼저 입을 연다.


"날 원하지 않아요?" (p.134)


절망적으로 이 말을 꺼낸것도 루이자였고,


"당신을 사랑해요." (p.135)


라고 먼저 흐느끼는 것도 루이자다.


하아! 멋지다. 자신의 사랑에게 자신의 사랑을 당당하게 말할 수 있는 여자라니, 그렇게 결국 그토록 원하던 사랑을 차지하다니. 사람은 역시 자신이 가장 원하는 것을 차지하기 위해서라면 그게 뭐든 하는것 같다. 물론, 그토록 열과 성의를 다하지 않았다면, 두려움을 무릅쓰고 용기를 내지 않았다면, 그건, '그렇게까지' 원한건 아니어서라는 말도 되겠다. 포기하는게 더 쉬웠다는 건, 그렇게까지 원한 건 아니었다는 게 아닐까.




이 단편소설집의 다른 단편인 「국화 냄새」와 「프로이쎈 장교」도 좋지만, 뭐니뭐니해도 압권은 「당신이 날 만졌잖아요」가 되시겠다. (그런데 지금 몇시지? 내가 이러고 있으면 안되는데?)


원제가 무려 You Touched Me 인 이 소설은, 218 페이지에 이르러서는 한 페이지 전체가 그저 예술이라고밖에 표현되질 않는다.



하아- 이 한 페이지를 읽는데 정말 미춰버릴 것 같다. 그녀는 아픈 아버지의 이마에 손을 대려고 했던거다. 그런데 아버지가 거실로 옮겨가고 아버지의 방에 헤이드리언이 누워 있었던 거였다. 그 사실을 그녀가 잠깐 잊었다. 그런데 ...그런데.....헤이드리언은 자신의 이마에 얹어졌던 마틸다의 손길을 잊지 못하고 마틸다는 헤이드리언의 고운 이마가 자꾸 생각난다. 히융.


헤이드리언은 그 손길 뒤로 자꾸 마틸다와 이야기를 해보고 싶지만 마틸다는 자꾸 헤이드리언을 피하기만한다. 하아. 이게 뭔지 너무 알겠어. 그래서 강한 느낌의 터치(결코 강한 터치가 아니다, 강한 느낌의 터치다)는 사람을 피말리게 한다. 잊지는 못하겠지, 하루종일 생각나지, 일상을 쥐고 흔들지. 이게 생활이 되겠는가 말이다. 키보드 치다가 멍때리고 책을 읽다가 멍때리고 지하철 안에서 손잡이를 쥐고 있다가 휘청이고. 아, 이래서 안돼 안돼. 갑자기 다리가 스르르 풀려버리면 대체 어쩌라고. 두 발로 굳건히 버티기 위해서는 이런 망측한(!)일은 일어나서는 안되는거야. 힘들어. 힘들고 싶지 않아. 흑흑.


나는 마틸다가 되어 헤이드리언을 피하다가, 결국 맞닥뜨리고 나서는 '너의 엄마뻘' 이라고 말했다가, 그러나, '내게 어머니가 아니었어요' 라는 헤이드리언의 말앞에 그저 무릎 꿇는다. 응, 아니야, 아니지. 대체 그게 무슨 상관이람. 날 네 마음대로 해. 흑흑. 난 어쩌자고 그 때 널 만졌을까. 내가 널 만진건 신의 섭리가 아니었을까. 앞으로도 계속 이렇게 널 만져도 될까. 물론, 마틸다는 이렇게 반응하지 않았지만, 마틸다는 내가 아니고 나도 마틸다가 아니니까. 킁.



여하튼 로렌스는 최고란 말이다. 난 로렌스의 『채털리 부인의 사랑』도 재미있게 읽긴 했지만, 정말이지 「당신이 날 만졌잖아요」가 최고다. 이 얘기를 스맛폰 메신저로 친구와 나누고 있는데 친구가 로렌스의 장편도 좋다고 하는거다. 그래서 검색해봤다.













『채털리 부인의 사랑』도 그렇지만 『무지개」와 『아들과 연인』도 출판사가 여러군데다. 나는 흐음, 민음사를 선택해서 읽어보기로 해야겠다. 일단 『아들과 연인』을 읽어봐야지. 뭔가 엄청난 작품일 것 같아서 막 가슴이 뛴다. 이 안에도 삶 속에서 느끼는 비참함과 비굴함과 한숨이 다 들어있겠지, 이 책 속에도 그러나 가슴 떨리는 느낌도 들어있겠지? 아, 너무 기대 되는구나. 흑흑. 내일 질러야지. 꺄울 >.<


로렌스의 단편집은 그토록 어렵게 구매할 가치가 있었다.




회사 빌딩에서 틀어주는 난방때문에 내내 건조한 느낌이었는데 비가 내리니 안심이 된다. 좀 촉촉하게 습기를 머금을 수 있을 것 같아서. 나에겐 이게 필요했다. 비가, 습기가, 촉촉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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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개 2012-12-14 11: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때로는 몸의 기억의 머리의 기억을 압도 할때가 있어요.
저는 항상 그 사람의 검지 손가락만 잡고 다녔어요. 제가 손에 땀이 많아서 손 잡고 다니긴 좀 그랬거든요.
아...검지 손가락의 기억이여~ ㅎㅎㅎ

몸정이 더 무섭다고 누구누구가 그럽디다....

다락방 2012-12-14 13:40   좋아요 0 | URL
마중물님, 저도 알아요! 몸의 기억이 머리의 기억을 압도하는 그거요. 하아.
아, 저도 무엇이 기억난다고 구체적으로 쓰고 싶지만, 그랬다가는 남은 시간을 육체의 추억에서 허우적 거리며 빠져나오지 못할 것 같아서 꾸욱- 눌러 바깥으로 삐져나오지 못하게 하렵니다. 흑흑.

몸정이 더 무섭다고 제가 그러지 않던가요. ㅎㅎㅎㅎㅎ

레와 2012-12-14 15: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우~! ㅎㅎ

다락방 2012-12-14 16:05   좋아요 0 | URL
팔딱팔딱 거리죠, 심장이? ㅎㅎㅎㅎㅎ

댈러웨이 2012-12-14 16: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이 로렌스가 저 로렌스가 아닌 줄 알았어요. 다락방님이 읽는 로렌스는 분명히 다른 로렌스일거라고 생각... --; 또 주말이네요, 다락방님!

다락방 2012-12-14 16:06   좋아요 0 | URL
이 로렌스가 그 로렌스가 맞습니다, 댈러웨이님! 제가 요렇게 팔딱 거리는 부분만 발췌해서 그렇지 같이 실린 다른 단편 두개는 그렇지 않아요. 씁쓸합니다. 그나저나 댈러웨이님, 세상에 읽을 책이 어떻게 점점 더 많아질까요? 이건 좋아해야할지 싫어해야할지 모르겠어요. 흑흑.

여긴 지금 비가 와서 어두워요.

moonnight 2012-12-14 18: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는 사람이 미국에서 학위를 땄는데 전공이 로렌스였다고 하더군요. 다락방님이 로렌스에 대해 훨씬 더 훌륭한 논문을 쓰실 수 있을 것 같아요. ^^ 저런 남녀의 심리를 묘사할 수 있다니. 참 대단한 작가란 생각 들어요. +_+;

다락방 2012-12-16 17:33   좋아요 0 | URL
ㅎㅎ 논문이라면 전 정말 자신없습니다, 문나잇님. 저는 워낙에 논리적인 것과는 거리가 먼 인간이고 뭐랄까, 딱 꽂히는 부분에만 집중력을 발휘하기 때문에 논문을 쓴다고 생각하면 글은 딱- 멈춰지고 말거에요. ㅎㅎㅎㅎ

아, 정말 재미있게 읽었어요, 이 책을. 토요일 새벽에 일어나 책 주문 했습니다. 로렌스의 책을 포함해서요. 마냥 기다려져요. 히히히.

Mephistopheles 2012-12-14 19: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소설 속에 "당신이 날 만졌잖아요!"가 현실로 튀어 나온다면.....아 범죄겠군요.

다락방 2012-12-16 17:33   좋아요 0 | URL
그게 그러니까, 음, 범죄일수도 아닐수도 있게 되겠지요. 흠흠.

dreamout 2012-12-14 19: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두 딸들 모두.. 혼자 살 생각은 아예 안했군요. ㅋ

다락방 2012-12-16 17:34   좋아요 0 | URL
네, 저 두 딸들은 그런 생각을 하지 않았습니다. ㅎㅎ

음, 저 남자와 결혼하면 어쩐지 나중엔 좀 불행해질 것 같아요. 만져서 흥분하고 잊지 못하고 하는 것이 평생 가지는 않을테니 말예요.
 
43번지 유령 저택 1 - 옥탑방에 유령이 산다! 456 Book 클럽
케이트 클리스 지음, M. 사라 클리스 그림, 노은정 옮김 / 시공주니어 / 201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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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이야기는 유명한 어린이책 작가인 부루퉁 B. 그럼플리가 부동산업자인 다파라 세일에게 올여름 조용히 책을 쓸 만한 곳을 찾는다는 내용의 편지를 보내면서 시작된다. 부루퉁은 겁나라 시에 있는 ‘으슥한 공동묘지 길 43번지’의 유령 저택을 계약한다. -알라딘의 책 줄거리 中에서


나는 혹여라도 내가 글 쓰는 직업을 갖게 된다면 조용한 작업실을 당연히 원하지 않을까 하고 종종 생각하곤 한다. 그럴때 혼자 조용히 작업할 만한 곳을 찾는것은 찾아가는 과정에서도, 그리고 그 공간을 시간을 들여 나만의 공간으로 만든다는 것도 무척 낭만적으로 느껴지는거다. 내 공간. 그런데 이 책의 소개를 보니 어린이를 대상으로 한 책인데 조용한 저택을 찾는 작가가 나온다는 거다. 게다가 편지를 보내면서 시작하고, 유령이 나온다니. 유령이란 존재에 대해 별 흥미를 느끼지 못하는 나이지만, 으으, 이거 뭔가 괜찮을 것 같아, 하는 기대감이 생기는거다.


































그렇게 책의 표지를 여니 왼쪽에는 이 저택의 도면이 나오고 오른쪽에는 이 저택의 모습이 보인다. 옥탑방과 다락방이 무척 낭만적이고 은밀하게 느껴져서 나는 단번에 이 저택이 마음에 들었다. 내가 이 공간에 살게 된다면, 그러니까 작업실이 아니라 그냥 우리 가족이 사는 집이라도, 저 위, 옥탑방과 다락방 둘 중 한 곳을 내 방으로 차지하고 싶다고 생각했다. 그러다가 이내 생각이 바뀌었다. 부엌이 1층에 있는거다. 그렇다면 내가 배가 고플때마다 수시로 저 3층에서 1층까지 오르락내리락 해야하는가? 나는 돌아서면 배가 고픈 사람인데? 안되겠다. 옥탑방과 다락방은 무리겠어. 2층 어디쯤에 자리잡자, 라고 생각했다. 아, 그러나 이 책은 날더러 어디에 살거냐고 묻는 책이 아니다.




















이 이야기는 편지 한 통에서 비롯되었다는 이 책의 앞장을 읽는데 무척 신났다. 당연히, 누가 시키기 않아도 에미와 레오가 생각났다. 존 버거의 A가 X 에게도, 멕 케봇의 옆집 남자도, 쇼데를로 드 라클로의 위험한 관계도, 메리 앤 셰펴와 애니 배로스의 건지 아일랜드 감자껍질 파이 클럽도 모두 편지 형식으로 재미를 준 책이 아니던가. 어린이책이 편지 형식이라니, 그래, 그래야지, 하면서 막 신나는거다. 





작가의 벽에 갇혀 이십년간 더이상의 책을 쓰지 못한 작가가 출판사와 계약하여 책을 쓰기로 하고 이에 조용한 저택을 찾는 편지를 부동산에 보낸다. 그래서 부동산에서는 저택의 목록을 보내준다.





나는 오른쪽 페이지 위의 바닷가 저택이 무척 마음에 들었다. 글을 쓰다가 뭔가 잘 풀리지 않으면 바깥으로 나와 모래사장을 거닐고...그렇게 하염없이 바다를 바라보다가 파도에 떠밀려오는 외국인 청년을 발견하고 인공호흡을 하여 생명을 구해주고 몸이 회복될 때까지 내 집에 머물게 하다가 그 청년으로부터 영감을 받아 대단히 에로틱한 소설을 써내고, 그걸 출판해서 벼락부자가 되고................


는 동화책이 될 수 없으니 패쓰하고 우리의 주인공은 하필이면 그래, 유령이 나오는 주택을 선택한거다.






그러나 그 저택에는 그 저택의 주인이 버려두고 간 아이가 있었다. 아이와 고양이. 이에 작가는 이 아이를 내쫓고 싶어하지만, 계약서상에는 이 아이와 같이 산다고 되어 있어서 그럴수도 없다. 하는수없이 작가는 아이에게 편지를 쓴다. 지켜야할 규칙을 몇가지 적어서. 이에 아이도 작가에게 편지를 쓴다. 작가가 지켜야 할 규칙을 적어서. 그리고 아이는 이 집에 자신과 고양이 말고도 유령이 산다고 얘기해준다.





그림에 소질이 있는 아이가 저 화살표로 표시된 곳에 유령이 산다고 말해준 것. 당연히 작가는 아이의 말이 자신을 골탕먹이기 위한 말이라고 생각하고 믿지 않는다. 그런 그에게 정말 유령이 나타난다. 눈에 보이지 않는 유령.





작가가 컴퓨터로 글을 쓰는데 유령이 그 밑에 자신의 이야기로 글을 쓴다. 그래서 글자체가 다른 걸로 저 둘은 대화를 한다. 마치 메신저의 창처럼. 그리고 유령은, 자신의 존재를 믿지도 못하는 작가에게 데이트를 하자고 제안한다. 하아- 난 정말이지, 사랑이 이 세상의 전부는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데이트와 연애는 즐겁지 않은가 말이다. 그걸 나이가 들어서도 계속 할 수 있다는 건 얼마나 행복한 일인가. 스무살 때 그랬던 것처럼 일흔살에도 사랑에 빠질 수 있다니, 그건 한 사람이 죽지 않고 계속 살아있음을 증명하는 가장 뚜렷한 증거가 아닌가. 데이트란 말은 그리고 왜, 스무살에도 서른살에도 그리고 백아흔살에도 떨리는걸까.




작가와 유령은 데이트를 한다. 그리고 작가는 유령의 존재를 믿게 되고, 아이에 대해서도 다른 시선으로 바라보게 된다. 유령과 함께 좋은 아이들 책을 쓰고 작가는 그동안 닫아두었던 마음을 열고 유령을 사랑하게 된다.



































귀찮게만 여겼던 꼬마가 사랑스러운 존재가 되는것도, 닫아두었던 마음의 문을 여는것도, 글을 쓰지못했던 작가가 재미있는 소설을 결국은 써내게 된다는 것도, 예측가능한 결말이긴 하지만, 여기에 이르기까지 이 책은 빨리 다음책장을 넘기고 싶을만큼 빠르게 넘어간다. 내가 가장 흥미있었던 부분은 유령과 사랑에 빠지는 작가에 대한 부분이었는데, '마르크 레비'의 『지금부터 내가 하는 말을 당신은 믿을 수 없겠지만』이란 소설에서도 '영혼'과 사랑하는 남자의 이야기가 나온다. 유령은 뱀파이어나 늑대인간 같은 초자연적인 존재와는 좀 더 다른 것 같다. 유령하고 사랑하는 일은 대체 어떤 일일까.


이 책속에서는 그 존재를 믿는다면 볼 수 있다고 했다. 그러니 내가 믿는다면 내 앞에 유령이 나타날 수도 있다는 얘기가 되는데 그렇다고한들 내가 그 유령을 만지고 느낄 수 있을까? 그 유령과 사랑하는게 가능할까? 다만 나와 사랑하는 유령이 있다면 어쩐지 든든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른 사람의 눈에 보이지 않게 나를 지켜줄 수도 있으니까. 이 책 속에서도 유령은 도서관에서 읽고 싶은 책을 훔치고(물론 다시 갖다둔다), 아이를 버려두고 간 부모를 난처한 상황에 처하게 만들기도 한다.


무엇보다 유령이 정말 존재한다면, 이 세상의 모든 어린아이들의 옆에 붙어 다녔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유령은 아이를 사랑하도록 만들어진 존재였으면, 하는거다. 그래서 이제 이 아이는 내가 늘 붙어다니지 않아도 되겠군, 이라는 생각이 들 때 떠났으면 좋겠다. 그 전까지는 아이들 곁을 맴돌면서 그 아이를 위기에서 구해주었으면 좋겠다. 단순히 뛰는 아이가 넘어지지 않도록 돕는게 아니라, 나쁜 사람이 다가왔을 때 그 아이에게 경고해줄 수 있었으면, 하는거다. 아이는 넘어질 수도 있고 그래서 피가날 수도 있다. 아이들과 싸울수도 있다. 길을 걷다 쥐가 죽어있는 장면을 맞닥뜨릴 수도 있고 텔레비젼을 시청하다 폭력적인 장면을 보게될 수도 있다. 그런 상황들을 겪고 그 상황들로부터 무언가를 느끼는 것은 아이들의 몫이고 또 그 아이들을 그럼에도 불구하고 건강한 어른이 되도록 돕는것은 물론 그 아이를 둘러싼 주변 어른들의 몫이다. 그러나 그 아이들을 향해 악의 기운이 다가오려고 할 때, 그때만큼은 유령이 나타나서 도울 수 있다면 좋지 않을까. 그들로부터는 보호할 수 있는 투명 보호막이 되어줄 수 있으면 좋겠다.




예쁜 책을 읽어서일까, 왜 유령이 무섭다는 생각이 전혀 들질 않을까? 하긴 뱀파이어도 늑대인간도 나는 무섭다는 생각보다는 다른(?)생각만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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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르헨 2012-12-14 10: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조카아이에게 선물한 책이에요.^^아주 좋아하더라구요.저는 아직 못읽었는데 보고 싶네요.^^

다락방 2012-12-14 13:33   좋아요 0 | URL
전 재미있더라구요. 그런데 저는 아이들의 시선을 잘 몰라서 아이들이 좋아할지에 대해서는 판단이 잘 안서요. 그저 이 나이의 제가 읽고 재미있더라, 라는 것 밖에는. ㅎㅎㅎㅎㅎ 메르헨님도 읽어보세요. 재미있어요. 2권도 있는데 그것도 읽어야겠어요. ㅋㅋ

아무개 2012-12-14 11: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뱀파이어도 늑대인간도 나는 <만지고 싶다>는 생각만 한다. 라고 쓰신거죠? ^^

다락방 2012-12-14 13:32   좋아요 0 | URL
더 나아가셔도 되지만, 구체적으로 언급하진 않겠습니다. 에헴-

레와 2012-12-14 15: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머, 이 책 궁금하다..!!

다락방 2012-12-14 16:07   좋아요 0 | URL
으흐흐흐 난 2권도 있지롱~~ 메롱.

Mephistopheles 2012-12-14 19: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러다가 이내 생각이 바뀌었다. 부엌이 1층에 있는거다. 그렇다면 내가 배가 고플때마다 수시로 저 3층에서 1층까지 오르락내리락 해야하는가?" -- 걱정하지 마세요 덤웨이터가 있잖아요.(덤웨이터- 음식물 엘리베이터)

다락방 2012-12-16 17:35   좋아요 0 | URL
아, 저도 그생각을 안한건 아닌데요, 어쩐지 차려진 그 자리에서 먹어야 가장 맛있지 않을까 싶어지면서 ㅋㅋㅋㅋ 아마도 제가 옥탑방에 산다면 침대 밑에다가 과자나 빵 따위를 잔뜩 쟁여 놓았겠지요. 사발면도....흐음...200키로 찍겠군요. -_-

dreamout 2012-12-14 19: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까 스마트폰으로 봤을 때.. 처음에 설계도면 나와서 건축책인줄 알았어요.
그래서 반가웠는데.. 동화책이군요. ㅋㅋ

다락방 2012-12-16 17:35   좋아요 0 | URL
네. 재미있게 읽은 어린이책 입니다. 희희.

카스피 2012-12-15 22: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내용보다 저런 멋진 집에서 언제한번 살아보나 하는 생각이 절로 드네요ㅜ.ㅜ

다락방 2012-12-16 17:36   좋아요 0 | URL
그러게요. 옥탑방과 다락방이 있는 집이라니 말입니다. ㅎㅎ

올드미스c.스푸키 2014-05-08 20: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이 책 정말 엄청나게 재미있어요. 저 요즘 이 책에 푹 빠져있거든요.^^

드리미 호프 2014-05-08 20: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저는 4권까지 도서관에서 읽어봤어요.정말 재미있어요.^^
 
목사의 딸들
D. H. 로렌스 지음, 백낙청 옮김 / 창비 / 2001년 3월
평점 :
품절


아, 로렌스님. 당신은 정녕 연애소설의 대가란 말입니까. 한숨나는 사랑의 고통과 달콤한 말랑거림이 여기 다 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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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이제 너랑 안놀아!
    from 마지막 키스 2012-12-14 11:26 
    로렌스의 목사의 딸들이란 단편집에 수록된 단편 「목사의 딸들」에는 결혼 할 나이가 된 두 딸이 나온다. 이 두 딸은 각자가 원하는 바가 달랐다. 큰딸 메어리는 자신에게 일정한 지위와 권위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다른 식구들이 모두들 뭐 저런 사람이 다 있지? 라고 생각했던 사람을 자신의 남편감으로 받아들인다. 그와 결혼하면 그녀는 언제나 교양있고 지위있는 여성으로 머물 수 있으니까.메어리가 매씨 옆을 따라 올더크로스를 걸어다니는 것을 보면
 
 
다락방 2012-12-12 11: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 편중 두 편 읽고 이러고 있음.

다락방 2012-12-12 12: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랑합니다! you touched me 라니. 하앍

다락방 2012-12-12 12: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 품절인데 난 있지롱.

다락방 2012-12-12 12: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페이퍼에 쓸 말을 이렇게 댓글로 다 달아버리면 안돼. 그만하자.

하루 2012-12-12 12:26   좋아요 0 | URL
푸하하

다락방 2012-12-12 12:59   좋아요 0 | URL
업무중이라 페이퍼를 못 쓰겠어서 그런데 막 흥분은 되가지고(책 때문에) 이런 짓을.. ㅎㅎㅎㅎㅎ

야클 2012-12-12 12: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속편 '목사의 아들들'이 훨씬 더 재미있어요. 짜릿하고 감동적이고. 꼭 보세요. ^^

야클 2012-12-12 12: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 미출간인데 난 있지롱

다락방 2012-12-12 12:58   좋아요 0 | URL
목사의 아들들과 목사의 딸들 결혼시킵시다!! 조만간 상견례해요, 야클님. ㅎㅎㅎㅎㅎ

moonnight 2012-12-13 18: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 귀여워라. 다락방님. ^^
그나저나 정말 부럽네요. 품절도서소장. 다락님 노력의 결과십니다. ^^

다락방 2012-12-14 13:32   좋아요 0 | URL
노력할만한 가치가 있는 책이었어요, 문나잇님. 므흐흣