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레어는 어린 시절 정착하지 못하는 엄마와 함께 지냈다. 그런 엄마가 심지어 클레어와 동생을 두고는 떠나버린다. 그런 클레어에게 '붙박이'는 굉장히 중요한 것이었다. 곧 떠나버릴 것들에 대해서는 결코 정을 주고 싶지 않았다. 아무리 훅훅 치고 들어와도 애써 밀어내야만 했다. 받아들였다가 떠나버리면 너무나 아프니까. 그래서 클레어는 시작도 전에 겁을 집어 먹는다. 아, 클레어. 



어떡하든 끝내야 한다. "그 남자는 붙박이가 아냐." 클레어가 문밖에다 대고 외쳤다. "사과나무가 붙박이고, 인동덩굴 와인이 붙박이야. 이 집이 붙박이야. 타일러 휴즈는 붙박이가 아냐."

"난 붙박이야?" 시드니가 물었다. 클레어는 대답하지 않았다.

시드니는 이곳 붙박이인가? 시드니는 배스컴에서 정말로 자기 자리를 찾은 걸까? 아니면 다시 떠날까? 베이가 자라면, 사랑하는 사람이 생기면, 또 떠날까? 그런 생각은 하기 싫었다. 클레어가 할 수 있는 것은 자신이 시드니가 떠나는 이유가 되지 않는 것, 시드니에게 머물 이유를 주는 것뿐이었다. 그래서 거기에 집중하기로 했다. (p.173)



"키스 한 번에 이 꼴이 되다니. 섹스라도 하면 일주일은 앓아눕겠군."

타일러는 너무나 쉽게 미래를 입에 올렸다. 그에게서 받은 이미지들이 아직도 생생했다. 하지만 그녀는 시작할 수 없었다. 시작이 있으면 끝도 있을 테니까. 이런 이야기엔 언제나 끝이 있었다. 그녀는 이런 쾌락을 누릴 수 없었다. 그랬다간 남은 평생 그걸 그리워하면서, 그것 때문에 고통받으면서 살게 될 테니까.

"날 내버려둬요, 타일러." 그녀는 그를 밴에서 밀어냈다. 그의 가슴이 아직도 빠르게 오르내리고 있었다. "괜한 짓이었어요. 다시는 이런 일 없을 거에요." (p.203-204)



그녀는 셋이서 한 집에 사는 게 행복했고, 그것에만 집중하기로 했다. 그것이 얼마나 지속될지는 생각하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이 행복도 언젠가는 끝나리라는 생각을 끊을 수 없었다. 하루도 빠지지 않고 그런 생각이 들었다. 인정할 엄두가 나지 않을 뿐이었다. (p.211-212)



"그리고 타일러와 잘 지내지 못하는 것도 미안해. 타일러와 잘 지내길 바라는 거 알아. 하지만 나로선 어쩔 수 없어. 다 부질없다는 생각을 떨칠 수 없어. 결국 사라질 것 같아 두려워. 사람들이 날 떠나는 게 무서워." (p.257)



"난 일시적인 관계엔 약해."

"그럼, 그렇게 생각하지 마. 영원할 거라고 믿어봐. 일시적일지 영원할지 누가 알아."

클레어는 병원에서 주사 맞기 직전처럼 짧고 깊게 숨을 훅 들이 마셨다. "아플 거야."

"사랑은 언제나 아파. 그건 언니도 알잖아, 안 그래?" 시드니가 말했다. "하지만 해볼 만해. 언니가 모르는 건 그것뿐이야." (p.274)



타일러가 고개를 들고 그녀의 눈을 들여다보았다. "내가 떠날 거라 생각해요?"

"이런 건 영원할 수 없으니까요."

"왜 그렇게 생각해요?"

"내가 아는 사람 누구한테도 영원하지 않았으니까."

"난 항상 앞날을 생각해요. 난 평생 꿈을 좇으며 살았어요. 그리고 난생처음으로 그 꿈 중 하나를 잡았어요." (p.282)




혼자 외롭게 지내던 클레어에게 오래전 헤어진 여동생이 아이를 데리고 나타난다. 클레어에겐 조카가 생긴 것이다. 어린 시절에 사이가 좋지 못했던 여동생이지만, 클레어는 이제 동생과 점점 사이가 좋아지고 조카를 사랑하고 있다. 동생과 조카가 함께 있는 지금 너무나 행복하지만, 이들이 곧 떠나버릴까봐 마음이 조마조마하다. 그들이 떠나는 이유가 최소한 자신이 되지는 않기를 바라면서 클레어는 매일을 지낸다. 게다가 그녀에게 마음을 고백하며 늘상 그녀를 바라보는 옆집 남자 타일러. 그녀도 그에게 엄청난 열정으로 끌리지만, 그의 마음도 잘 알지만, 이런 관계가 영원할 수는 없다는 생각에 그를 받아들이지를 못한다. 이런 관계는 끝이 있어, 끝나면 아플 거야, 그것이 그녀의 마음과 머릿속을 지배하는 생각이다. 


하아-


나도 정확히 클레어의 마음으로 연애를 해왔다. 사람이 한 사람을 만나고 관계를 유지하다 헤어지면, 당연히 아프다. 하물며 겁나게 사랑하는 사람의 경우엔 어떻겠는가. 그건 감히 상상하고 싶지도 않다. 나는 이별이 닥쳐온 게 아니라, 이별이 닥쳐올지도 모르는 상황을 생각만 해도 가슴이 찢어져서 눈물이 고이는 사람이라, 언제나 '많이 사랑하는 사람과는 연인이 되지 말자'고 다짐해왔다. 그들은 다른 포지션이어야 한다, 헤어지면 어마어마한 고통이 쓰나미로 몰아닥칠 것이다, 하는 두려움이 내 안에는 너무나 컸다. 지금 그 책 제목이 생각이 안나는데, 내가 읽었던 로맨스 소설에서-<혜잔의 향낭> 이었나??- 남자 주인공이 여자 주인공에게 그런 말을 한다. '너를 사랑하므로 나에게도 이제 약점이 생겼다' 고. 나는 머릿속에 생각이 너무 많고 걱정이 많은 사람이라, 내가 사랑하는 사람에 대한 안부와 염려와 걱정으로 언제나 머릿속이 들끓는다. 눈에 보이지 않을 때 그들에게 혹여라도 무슨 일이 생기지 않을까, 아프지 않을까, 다치지 않을까 하는 생각으로 마음을 졸이기도 한다. 다른 사람들이 보기엔 쓸데없는 걱정이겠지만 내게는 어쩔 수 없이 이런 성향이 있고, 이 생각을 나의 가족들에게 하는 것만으로도 나는 충분하다. 지금은 어린 조카들 생각을 매일, 매순간 한다. 내가 누군가를 좋아한다는 건 에너지를 꽤 많이 소모하는 일이라, 깊이 사랑하는 사람을 또 만들고 싶지는 않다. 


그래서 클레어가 여동생과 조카에게만 집중하려는 마음을, 자신에게 애정을 드러내며 훅훅 다가오는 타일러를 애써 밀어내려는 그 마음을 너무나 이해한다. 그런데 밀어내려고 해도 자꾸 훅훅 들어오고, 밀어내야 되는데, 자꾸 훅훅 들어오고, 밀어내야 되는데, 겁나 좋고...그러니 클레어가 지금 얼마나 힘들까. 천국과 지옥을 오가며 미칠것 같은 마음이 되어 화도 나고 슬프기도 했다가 막막하기도 하고 눈물도 핑 돌다가 할 것이 아닌가. 클레어는 지금 자신을 통제하지 못할 것이다. 그리고 스스로 통제가 되지 않는다는 사실에 빡칠 것이다. 내가, 클레어를, 진짜 완전 잘 안다니까.



그런 이모를 보며 조카 베이는 엄마에게 묻는다. 이모 화났느냐고. 좀처럼 물건의 제자리를 모르는 사람이 아닌데, 요즘엔 그걸 까먹고 있다고. 조카는 이모가 걱정된다. 그러자 베이의 엄마가 베이에게 말해준다.



"화난 게 아니야, 베이. 이모는 마음먹은 대로 되지 않아서 당황한 것뿐이야. 수영 못하는 사람이 있듯이 사랑에 빠지는 법을 모르는 사람도 있거든. 처음엔 허우적대지만, 나중엔 점점 요령이 붙을 거야." (p.215)



아! 

어쩐지 눈물이 난다.

내가 겪었던 내적갈등들이 떠올라 가슴이 답답해진다.

소파에 가만히 앉아 눈물이 핑- 고이던 날이 떠오른다. 내가 내 마음대로 되질 않았지. 엉엉- 엉엉 울고 싶겠지 클레어. 

이별하고 싶지 않아 사랑하는 걸 포기하는 이 클레어의 마음을 나는 안다. 

그것은 용기가 없는 것으로 보이겠지만, 그러나 사랑하는 사람을 잃고 싶지 않은 그 마음을, 어떻게 감히 용기 없다고 흉볼 수 있을까. 


그런 클레어에게 일시적이 아닌 영원을 생각해보라고, 한번 해보라고 조언해주는 여동생 시드니가 있고, 또 그런 클레어에게 자신을 받아들이도록 열심히 설득하는 멋진 남자, 타일러가 있다. 타일러가 그런 그녀에게 실망해 포기하거나 절망했다면 아마 클레어는 계속 같은 생각, 같은 마음으로 앞으로의 시간들을 살아갔을 것이다. 별로 사랑하지 않는 남자와 그저 안정적인 관계를 유지하면서 '이렇게 사는 것도 나쁘지 않지' 라고 생각하며 살아갔을 것이다. 확실히, 그렇게 사는 것도 나쁘지 않았을 것이다. 그건 또 그것대로 살아가는 방식이며 안정감과 평안을 주었을 테니까. 


그렇지만 훅훅 들어오는 사랑이 살면서 쉽게 나타나는 것도 아니고 여러번 나타나는 것도 아니다. 그러니 많이 아프게 될지도 모르더라도, 감수하고 그를 받아들이는 쪽이 그를 혹은 그 사랑을 경험할 수 있는 길이다. 만약 지금 그를 놓친다면 앞으로 평생 이 경험과는 담쌓고 살게 될지도 모른다. 내게 찾아온 혹은 내게 다가온 폭풍 같은 감정의 흔들림을 놓은 채로 안정적인 삶을 살아가느냐, 끝나는 것에 대한 두려움과 고통을 안고 일단 앞으로 나아가느냐는 전적으로 개인의 몫일 것이다. 아, 몰라.


어쨌든 우리의 타일러는, 그녀가 가진 두려움과 고통에도 불구하고, 그녀의 밀어냄에도 불구하고, 그녀에게 다가선다. 아 진짜...조낸 멋지다. 그는 그녀에게 다가서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한다. 전날 밤 정원에서 므흣한 일이 있어 어색해진 그들 사이, 그는 그녀에게 이야기를 하면서 풀어보고자 한다. 그런데 그가 그녀에게 들려주는 이야기가 퍽 흥미롭다.




"시작합니다. 내가 십대 때는 수영장 가기가 쉽지 않았어요. 특히 예술가촌 아이들한테는, 수영장이 마을에서 16킬로미터나 떨어져 있는데다 엄청 외진 곳이었거든요. 학교에 지나 파레티라는 여자애가 있었어요. 지나의 몸이 성숙해지자 남자애들이 넋을 놨어요. 복도에 있다가 지나가 지나가면 그야말로 말을 잃었죠. 며칠씩 그랬어요. 열여섯 살 때였는데 지나는 여름방학 동안 매일 수영장에서 살다시피 했어요. 그래서 나도 거의 매일같이 수영장에 갔어요. 비키니 입은 지나를 보려고요. 방학이 끝나갈 즈음 난 결국 결심했어요. 더는 참을 수 없더군요. 몇 달이나 지나의 환상에 사로잡혀 제대로 먹지도 자지도 못했거든요. 하다못해 말이라도 걸어봐야 했어요. 나는 물에 뛰어들었고 지나 바로 앞에서 몇 바퀴 왔다갔다 하며 폼을 잡았죠. 그런 다음 훌쩍 물 밖으로 나와 지나에게 다가갔어요. 그리고 당당히 지나 앞에 버티고 섰죠. 일부러 햇빛을 가리면서, 일부러 그 애한테 물을 뚝뚝 흘리면서. 좋아하는 여자애를 괴롭히는 게 '나 너 좋아해'의 다른 표현이라고 생각하던 미욱한 시절이었죠. 그런데 지나가 눈을 뜨고 나를 올려다보더니 ‥‥‥비명을 내질렀어요. 물에서 나올 때 내 수영복이 허리 한참 아래로 쓸려 내려갔는데, 그것도 모르고 거기 그러고 서 있었던 거예요. 졸지에 나체쇼를 벌인 거죠. 경찰에 끌려가지 않은 게 다행이었어요." (p.253)



여기까지는 뻔한 얘기다. 그냥 피식- 웃을 수 있는 얘기. 내가 좋아하는 건 이 다음부터다. 이 다음의 클레어와 타일러의 대화. 아, 이런 대화 너무 좋아! >.<



반전결말에 클레어는 웃음이 나왔다. 웃으니 기분이 좋았다. 기분이 묘했지만 어쨌든 좋았다. "있던 정도 뚝 떨어졌겠네요." 

"그렇지도 않았어요. 사흘 후에 지나가 데이트를 신청했어요. 그러고보니 그날 수영장에 있었던 여자애들 중에 나한테 관심을 보인 애가 한둘이 아니었네." 타일러가 뻐겼다.

"정말이예요?"

그가 윙크했다. "그게 중요해요?"

클레어는 다시 웃었다. "재밌었어요."

"말만 해요. 이런 굴욕적인 이야기는 얼마든지 있으니까." (p.253-254)



아, 난 진짜 이렇게 뻐기는 남자 좋아. ㅋㅋㅋㅋ 허세 쩌는 남자는 재수없지만 상대로 하여금 웃게 만들면서 뻐기는 건 좋지 않은가. 하하하하하. 타일러가 클레어를 포기하지 않아서, 클레어의 불안을 자꾸 없애주려고 해줘서, 나는 그게 타일러에게 참 고맙다. 대화를 마치고 수영하러 가겠다는 타일러는 마지막으로 이 말을 클레어에게 던진다.



"나는 여러 면에서 당신을 사랑해요, 클레어." (p.255)



아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여러 면에서 당신을 사랑해요, 라니. 이 남자야. 졸 멋지다.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그렇지만 이 말을 듣고도 이 말이 뜻하는 바가 뭔지 잘 모르겠는 우리의 클레어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타일러는 물로 달려가 그대로 뛰어들었다. 잠깐. 진심으로 한 말일까? 나를 사랑한다고? 아니면 이런 상황에서 흔히 하는 표현인가? 클레어는 이런 게임에 익숙하지 못한 것이 분했다. 게임에 익숙하면 장단을 맞출 텐데. 게임에 익숙하면 때로는 따끔하고 대로는 뻐근한 타일러에 대한 감정, 괴롭기 짝이 없지만 동시에 몹시 짜릿하기도 한 이 감정을 잘 요리할 수 있을 텐데. (p.255)



아, 정말이지 '괴롭기 짝이 없다'는 표현이 얼마나 적절한지. 아주 그냥 뇌리에 와서 박히는구나! 괴롭기 짝이 없다 괴롭기 짝이 없다 괴롭기 짝이 없다 괴롭기 짝이 없다.....




이 책은 이미 다른 많은 책들을 닮아 있다. '에이미 벤더'의 《레몬 케이크의 특별한 슬픔》을 닮아 있고, '라우라 에스키벨'의 《달콤쌉싸름한 초콜렛》은 정말 많이 닮아 있다. 그러니 특별할 것도 없는 책이고 뛰어날 것도 없는 책이다. 그렇지만 이 책에서 등장인물들이 겪는 감정의 변화는 너무나 내 것과 닮아 있어서 이 특별할 것 없는 책의 책장을 넘기다가 자꾸만 눈물이 핑 돌았다. 오랜 만에 집으로 돌아온 시드니에게 잘 돌아왔다고 말해주는 어린 시절의 친구를 볼 때도 그랬고, 조카를 사랑하는 마음으로 대하는 클레어를 볼 때도 그랬고, 전혀 다른 두 사람이 함께 친구로서 살면서 안정감을 느끼는 것도 그랬고, 과거를 숨기고 싶은 시드니의 불안도 그랬고, '이렇게 좋은 남자가 내게 올리 없다'고 생각하는 시드니가 그랬다. 무엇보다 어떤 상황에도 끝이 있다고 생각하는 클레어에게도 내가 생각하고 이해하며 느끼는 감정들이 그대로 배어났다. 미래를 알고 싶지 않다고 말하는 클레어도 역시 나와 같았다. 미래는 알수 없어야 하고 그러므로 기대에 차있어야 하며, 또 그러므로 앞으로 살아나가야 하는 것이지, 내 미래가 어떻게 될지 알 수 있다고 해서 덥썩 그걸 보는 쪽을 택하지는 않을 것이다, 나도. 




주인공들은 특별한 능력을 가졌는데, 그 특별한 능력을 가진 사람들의 마음은 면면이 다 보통의 사람들과 같았다. 어차피 사람이란 다 거기서 거기다. 강해봤자 특별히 더 강할 것도 없고 약해봤자 특별히 더 약할 것도 없다. 우리가 강할 수 있는 최대치는, 어쩌면 우리 안의 두려움과 트라우마와 싸우는 바로 그만큼인지도 모르겠다. 약할 수 있는 최대치 역시, 그걸 극복하기 위해 한걸음을 내디디려다 다시 주춤하게 되는 그만큼이 아닐까. 


어쨌든 나는 이런 거 좋다. 끊임없이 다가가 불안을 달래주는 것, 잘 돌아왔다고 말해주는 것. 이런 것들만 있으면 어쨌든 세상은 좀 더 살만하다고 느껴질런지도 모르겠다.


















핸드폰을 바꾼 여자는 단축번호를 옮기지 못해 실수로 남자친구가 아닌 다른 남자에게 전화를 건다. 다짜고짜 폰.섹.스.(음란 단어라 등록이 안됩니다)로 통화를 마치고나서야 여자는 자신이 엉뚱한 남자에게 전화를 걸었다는 사실을 알게된다. 그리고 그 일을 계기로 이 여자와 가만히 앉아 폰.섹.스.를 하게 됐던 남자는 인연이 닿아 통화하는 사이가 된다. 얼굴을 보지 않고 통화만 하니 그들은 서로에게 아주 솔직해질 수 있다. 헤어진 애인, 지금 애인에 대한 고민과 속상함 찌질함을 털어놓을 수도 있고 섹스에 대한 불만도 얘기할 수 있다. 그러면서 폰.섹.스.를 시도하기도 한다.


글쎄, 폰.섹.스.를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얼마나 잦은 빈도로 하는지는 내가 전혀 모르는 바이므로, 이렇게 알지 못하는 남자와 폰.섹.스.하는 상황 자체가 있을 거라는 것에는 그다지 의심하지 않는다. 다만 이 영화는 지나치게 영화답다는 생각이 든다. 우선 둘의 만남 자체가 그러한데 전화로만 교제를 하던 두 사람은 드디어 만나기로 한다. 서로 상대의 모습을 알지 못하니 기대반 걱정반의 마음으로 서로를 마주치게 되는데, 무슨, 모르고 나갔는데 여자는 김아중이고 모르고 나갔는데 남자는 지성이냐. 지성은 김아중을 보고나서 말한다.



뭐야, 예쁘다더니 정말 예쁘네.



이런 젠장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고백하건데, 나 역시 얼굴을 모르는 상태에서 관계를 유지하다가 상대를 만난 적이 몇 번 있다. 뭐, 요즘을 살아가는 사람이라면 그런 일이 다들 있지 않을까. 어쨌든 그렇게 내가 상대를 만나러 갔을 때, 정말이지 단 한 번도, 



지성이 나온 적은 없었다.

지성 같은 놈도 없었고,

지성하고 비슷하게 생긴 놈도 없었다.



뭐, 이건 상대에게도 마찬가지일거라는 걸 안다. 나는 머리부터 발끝까지 어디 한구석 김아중 닮은 데가 없으니까. 아마 상대도 나를 보고는 흐음, 역시 이렇게 만나는 데는 한계가 있군, 하는 생각을 했을런지도 모르겠다. 뭐, 그러거나 말거나. 여튼 상대를 모르는 채로 상대와 대화를 하고 호감을 느꼈을 때, 그런데 만남은 '그 후에' 일어났을 때, 상대가 초미모롭기는.. 힘든 게 아닌가. 그럴 확률이 얼마나 되나. 일전에 엄청 엄청 잘통하는 남자애와 수차례 통화를 한 적이 있다. 나보다 세살 어린 놈이었는데, 이놈은 살면서 나처럼 대화가 잘 되는 사람은 처음이라고 설레발을 쳐댔던 터라 나도 좋았었다. 우리는 인터넷 까페에서 알게된 사이었는데, 하루는 그 까페에 정모가 있었고 후기가 올라왔다. 한결같이 녀석에 대해 이병헌 닮았다고 말하고 있었다. 뭐 나는 이병헌에 대해 호감이 있었던 건 아니지만, 아니 일반인이 이병헌의 외모인데 이렇게 대화도 통화고...어쩌고 생각하며, 그 다음 번개모임엔 나도 참석했다. 이병헌..의 외모라면 뭐 괜찮지 않은가. 그리고 좀 늦게 도착해서 빵집 앞에서 기다리던 나를 데리러 나온 녀석은............................그래, 이병헌과는 하나도 닮지 않았었다. 뭐,그렇다는 얘기다.



어쨌든. 상대가 김아중이고 상대가 지성인 것이 영화적이었는데, 결혼식 장면은 특히 더하다. 하아- 결혼식에 찾아가 찌질하게 '네 팬티를 내게 보여줘' 노래 부르는 것도, 뭐, 어떤 찌질한 경우엔 그럴 수 있다고 생각되지만, 그렇게 사람들 다 있는 결혼식 앞에서 회사 동료를 가리키며 '나는 쟤랑 술먹고 실수로 잤어' 라고 떠들고 '나도 선배가 하도 자자고 졸라대서 잤어요' 라고 말을 하는 건 .. 뭥믜 -_-

이건 영화이며 그러니 재미있게 감상하면 그뿐이지만, 좀처럼 나는 몰입이 되진 않았다. 지나치게 작위적은 설정도 그랬지만, 뭔지 모를 것이 나를 감정적으로 되게 힘들게 했다. 그게 뭔지는 다른 사람에게 설명할 수가 없고 나도 이게 뭔지 잘 모르겠다. 뭔가 되게 나를 힘들게 했는데, 그래서 중간까지 보다가 잠깐 쉬었는데, 이게 뭔지를 모르겠다. 이 감정의 정체를.. 하아-



이 영화를 보게 된건 신해철 때문이었다. 칠봉이가 이 영화에 신해철이 잠깐 나온다고 말해준 것. 오. 신해철이 나온다고 해서 봤는데, 신해철이 나온 것이 이 영화의 유일한 미덕이었다. 신해철이 나오는 동안만 마음이 애틋하고 짠해졌다. 저 사람이, 저기 있었네. 요즘 유행하는 킬미힐미를 안봐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확실히 지성 보다는 신해철이 좋다. 이런건 뭐 내가 어찌할 도리가 없는 일. 이 영화에 신해철이 나온다고 말해준 칠봉이가 고마웠다. 이렇게, 신해철을 보다니. 아우, 콕콕 가슴이 그냥 ㅠㅠ




이십대 중반에 내게도 이 영화속 김아중,지성과 비슷한 일이 있었다. 내 경우엔 남자쪽에서 실수로 전화를 잘못한 거였다. 이 전화가 실수였다는 사실을 서로 알며 전화를 끊었는데, 잠시후에 다시 전화가 왔었다. 그냥 이렇게 연락하고 지내면 안되겠냐고. 안될게 뭐 있나 싶어 나는 그와 연락하는 사이가 되었는데, 어느 하루는 종로에서 술 마시던 나를 집에 데려다줄 겸, 나라는 사람을 한번 볼 겸 내가 있는 곳으로 오겠다는 거다. 잠깐 고민하던 나는 그럼 그래라, 했고 그가 도착했을 때 나의 술자리는 아직 끝나지 않아 있었다. 잠깐 나와 그를 처음 보게 됐고, 그는 내가 나올때까지 차에 앉아 기다리겠다고 했다. 그래서 나는 술집에 들어가 일행과 헤어지려고 하는데, 그중에 한 남자가 꼭 할 말이 있다며 잠깐 남아달라는 거다. 흐음. 이걸 어쩌나...지금 저기 누가 와 있는데... 그런데 사실 이 모임이 먼저였고...근데 저기 나 보러 누가 와있는데... 근데 얘가 굳이 오늘 할말이 있다고하니...그래서 내가 알겠다, 친구가 와있는데 보내겠다 말하고 다시 차로 가서는 미안한데 오늘 그냥 가라고 말했다. 내가 지금 갈 수 없는 상황이라고. 그래서 다음에 만나 술한잔 사기로 하고 그를 보낸후에, 다시 내게 할말이 있다는 남자 에게 돌아와 그 남자가 이끄는 대로 술집엘 갔다. 그날 그는 내게 사귀자고 말했고, 나는 알았다고 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여튼 졸지에 남자를 사귀어서 집에 돌아가게 됐는데, 전화남자는 내게 얼른 술사줄 날짜를 잡으라고 해서 또 그 날짜 잡아가지고 며칠 뒤에 술을 마시게 됐는데.................................


아, 복잡하다. 여튼. 

지금은,

나랑 사귀었던 그 남자는 예쁜 여자랑 결혼해서 아이 낳고 잘 살고 있고

전화남자는 뭐하는지 알지도 못할 뿐더러 어떻게 생겼는지, 이름이 뭔지도 생각 안난다. 키가 어땠는지도 전혀 기억이 안나고. ㅋㅋㅋㅋㅋㅋㅋㅋ만약 지하철에서 내 옆자리에 앉아도, 식당에서 내 옆자리에 앉아도, 거래처 사람으로 만나서 통성명을 하며 악수를 한다 해도 나는 그를 전혀 기억할 수 없을 것 같다. 어쩌면 이렇게 이름도 생각 안나고 성도 생각이 안날까. 얼굴이 컸는지 작았는지, 헤어스타일은 어땠는지도 하나도 기억안나.... 기억나는 건, 그가 기막히게 키스를 잘했다는 것 뿐이다. 오, 나년....



자, 마무리는 훈훈하게 책으로 돌아가자.



"저 나무의 사과를 먹으면, 인생 최대의 사건을 미리 알게 되거든. 그게 행복한 사건이면 그것 아닌 다른 일은 죄다 시시해질 거고, 반대로 끔찍한 사건이면 평생 두려움 속에 살아야 해. 그러니까 절대 미리 알면 안 돼." (p.137)



내 인생 최대의 사건은 뭘까? 나는 내 인생 최대의 사건을 미리 알고 싶지 않다. 돌이켜보았을 때, 아 그 일은 내 인생 최대의 사건이었지, 하고 싶다. 지금도 벌써 내 인생 최대의 사건이라고 할만한 것들이 몇 개 있다. 더한 무엇이 생기지 않더라도 나는 이것들 만으로도 충분히 행복했고, 그러면서도 사실은 더한 무엇이 또 있을지도 모른다는 기대감으로 매일을 산다. 



그가 껄껄대고 웃었다. 그녀도 웃었다. 모두 해결됐다. 웃음이 잦아들자 헨리가 시드니의 눈을 보며 말했다. "돌아왔구나."

"돌아왔어."

"잘 돌아왔어."

시드니는 머리를 내저었다. 오늘 이런 행운이 있을 줄은 예상치 못했다. "그거 알아? 그렇게 말해준 사람, 네가 처음이야."

"기다리는 자에게 복이 있나니." (p.199)




인생은 기다림의 연속이고, 나는 기다리는 자에게 복이 있다는 말을 믿는다. 그러나, 가만히 앉아서 기다리기 보다는 즐겁게 기다리고 싶고, 마냥 기다리기 보다는 한걸음 더 떼고 싶다. 



그리고 지금 뭔가 먹고 싶다. 따뜻하고 기름지며 육덕진 걸로.. 하아-




잠시 침묵이 흐르다가 이바넬이 입을 뗐다. "도움을 청하는 일도 용기가 있어야 할 수 있지. 다시 돌아오다니 장하구나. 기특하다." (p.79)


댓글(12) 먼댓글(1) 좋아요(8)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1. 영혼이 통하는 사이?
    from 마지막 키스 2015-03-12 09:46 
    영화 《나의 ps 파트너》에서 지성은 김아중과 통화중에 자신의 전(前)여친 얘기를 하게 된다. '우리는 아주 특별한 관계였다, 영혼이 통하는 사이었다' 라면서. 헤어진 마당이니 과거형이 되는데, 어쨌든 과거엔 연인이었으니 그가 그들의 관계를 특별하게 여기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아니, 당연하다. 그때 김아중은, 사랑하는 사람들은 다들 자신의 관계를 그렇게 느낀다고 말한다. 그래, 나도 안다. 우리는 특별하다고 느낄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영혼이
 
 
2015-03-11 10:08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다락방 2015-03-11 10:11   좋아요 0 | URL
아이쿠, 님. 전혀요, 전혀.
우리 타일러, 그런 남자 아닙니다. 타일러는 클레어만 사랑합니다. 하트 뿅뿅 ♡

네꼬 2015-03-12 00: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컴퓨터로 서재에는 잘 안 들어와서요, 스마트폰으로 다락님 글 읽으려면 댓글 달기가 어려웠어요. 다락님 반가워요. 그리고 고맙고요. .. (그리고 여전히 야한 다락님. -_- )

다락방 2015-03-12 09:06   좋아요 0 | URL
한결같은 게 제 장점이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날 좀 더 따뜻해지면 또 노가리집에서 만납시다. 밀린 수다 다다다닥 풀어내자요. 그때까지 잘 버티고 있어요. 멘탈 잘 부여잡고!!

2015-03-12 01:2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3-12 09:0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3-12 13:4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3-12 14:0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3-12 14:1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3-12 14:22   URL
비밀 댓글입니다.

blanca 2015-06-03 13: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페이퍼를 지금에나 보네요. 달달해요^^ 다시 한번 말하지만 다락방님 조카는 좋겠다, 나도 조카로 받아줘요.ㅋ

다락방 2016-04-30 19:35   좋아요 0 | URL
아니, 저는 이 댓글을 지금 보네요. 아하하하하.
블랑카님, 저는 지금 동네 까페에서 두번째 책을 위한 원고를 검토하고 있습니다. 하핫
 














와- 이 책은 놀랍다. 우리는 어린 시절 '권선징악'과 '해피엔딩'을 배우지만, 살아가면서 사실 권선징악과 해피엔딩이 자주 드러나지는 않는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이 책에선 그걸 말해준다. 어설프게 정의가 승리한다고 말하지 않는다. 정의가 승리하는 건 모두가 바라는 바지만, 그러나 어디 그게 쉽던가. 정의는 빈번하게 불의 앞에 무릎을 꿇는다. 착한 사람도 늘상 벌을 받고 살고, 그 누구에게 해를 입히지 않은 사람도 고통에 노출될 수 있다. 나쁜 사람이 부유하게 잘 살 수도 있다. 그리고 이렇게 서늘한 이야기를, 맙소사, 이 작가 '카트린 아를레'는 고작 자신의 나이 '스무 살'에 해낸다. 스무 살에 이런 소설을 쓰다니, 맙소사. 이 세상은 대체 어떻게 돌아가는 거야? 왜 나는 이 나이에도 쓰지 못한 것을 누군가는 스무 살에 쓰는 거지? 왜? 하아- 



지난 금요일에는 가수 '심규선'의 콘서트에 다녀왔다. 그녀의 노래들을 듣다가, 또 노래 사이사이 그녀의 말들을 듣다가, 아, 그녀는 확실히 '내 과'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녀는 자신 안에 아주 많은 것들을 품고 있었고, 그걸 노래로 만들어내는 것을 천직이라 여겼다. 천직이라 여기기까지는 물론 많은 갈등을 했다고 했다. 내가 계속 노래할 것인가, 노래하면서 살아갈 것인가, 하고. 누구나 자신의 미래를 불안해하는 구나. 어쨌든 그녀는 자신이 순간순간 느끼는 감정들을 써내고 만들어냈고, 자신이 만들던 그때 그 감정을 다른 사람들이 그대로 고스란히 느낄 수 있기를 원했다. 이런 점이 아주 나와 닮아있다고 느꼈다. 내가 책을 읽으면서 들었던 생각, 감정들을 나도 다른 사람들에게 그대로 전하고 싶은데, 하면서. 


그러다 그녀는 콘서트가 끝나갈 무렵 눈물을 보였다. 하아- 이렇게 감정이 풍부해서야 원. 그녀는 콘서트에 찾아준 사람들에게 감사를 표했고, 콘서트가 금세 매진된 것에 또 감사했다. 사람들이 이렇게 자기 노래를 들으러 찾아와 준 것에 감사하며 결국 눈물을 보였는데, 아, 나는 그때 그녀의 마음을 정말이지 백프로 이해했다. 재작년에 내 책이 처음 나왔을 때, 내가 지금 무대에서 우는 저 심규선 같은 마음이었으니까. 예상하지 못했는데 많은 사람들이 축하를 해줘서 내가 얼마나 놀랐던지. 결국 여행친구 D 로부터 예쁘게 포장된 딸기타르트를 선물 받고 집에 돌아가는 길에, 엄마에게 전화해 펑펑 울어버리고 만것이다. 엄마, 나는 사람들한테 해준 게 아무것도 없는데 사람들이 다 나 잘되기를 바라고 있어, 하면서. 엄마는 일단 지하철 역이니 그만 울고 집에 와서 울라고 했다. 나는 펑펑 울다 눈물을 닦고 집에 돌아갔고, 집에 돌아가서 딸기 타르트를 내밀며 엄마 품에 안겨 또 엉엉 울었다. 사람들이 왜이래, 사람들이 왜이렇게 나한테 잘해줘, 내가 뭐라고. 엉엉. 


심규선은 무대에서 눈물을 보였을 때, 그때의 나의 마음이었을 것이다. 콘서트가 매진되고 자신이 노래부르는 공간에 빈자리가 없이 사람들이 꽉 채워졌음을 봤을 때, 그때의 나처럼 벅차고 감사했을 것이다. 그럴때 눈물이 나오는 건, 어쩔 수 없다. 


그토록 여러사람들 앞에서 노래를 잘 부르는 심규선을 보면서도 나는 카트린 아를레에 대해 생각했던 것처럼, 그런 생각을 했다. 나는 저렇게 못해, 나는 저렇게 노래도 잘하지 못하고, 저렇게 사람들 앞에서 노래도 못할거야, 하고. 나는 카트린 아를레가 될 수 없었고 심규선이 될 수도 없었다.


주말동안의 밀린 알라딘 글들을 읽으면서도 역시 같은 생각을 했다. 각자의 자리에서 행복과 여유를 느끼고 또 자기 일을 성실히 해내는 사람들을 보면서 '내가 이사람이라면' 이라는 생각을 해봤다. 나는 아마 그들처럼 그 자리에서 그 일을 잘해내지 못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자 '아, 나는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하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결국 나는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하면서 살아온거야, 하고. 나는 이생에서 이렇게 살아야 하는 역할인가보다. 저 사람은 훌륭한 글을 써내고 저 사람은 노래를 하고 저사람은 저 일을 하는 것처럼, 나는 지금 이 자리에서 이렇게 살아야 하는 거구나, 하고. 아침 일찍 일어나 밥을 먹고 출근을 하고, 근무보다 페이퍼 쓰는 것에 더 즐거움을 느끼면서(응?), 내가 선택한 사람들을 좋아하면서, 그렇게 살아야 하는 거구나.

















주말에는 영화 《혐오스런 마츠코의 일생》을 보았다. 이 영화는 영화 내용 자체보다 사실 이 영화에 얽힌 나의 사정이 있는 영화인데, 몇해전 절반쯤을 보고 절반쯤을 보지 못한 채로 여태 지내왔다. 그러니까 이 영화를 재미있게 봤던 한남자가 내게 이 영화를 당시에 시디로 구워주었고, 나는 그가 좋다는 영화라서 불끈 의욕을 가지고 그 시디를 재생시켜 보았지만, 두번째 시디가 튀었던 거다. 그래서 절반 가량을 보지 못했던 것. 그래서 '본 영화'가 되지 못한채 여태 남아있다가, 최근에야 이 영화를 다시보자, 고 생각했던 거다. 그 남자 생각도 나고 해서..(응?)


(비도 오고 기분도 그렇고 해서~ 정말이야 거짓말이 아냐 미안해 너의 집앞이야~)


하아, 이 영화는 매우 슬픈 영화였다. 마츠코의 슬픈 일대기 라고 할 수 있겠는데, 마츠코는 외로운 걸, 혼자라는 걸 견디지 못한다. 그래서 번번이 남자들로부터 '맞는데'도  '맞아도 좋아' 라고 생각한다. '혼자가 아니라면' 이라고 생각하면서. 아- 대체 맞아도 견딜만큼 혼자가 아닌 걸 원한다는 건, 그 안에 얼마나 깊은 외로움이 있다는 걸까.


모든 걸 되돌리면, 그래서 처음부터 제자리를 찾는다면 마츠코가 깊은 외로움에 빠지지 않을 수 있었을까. 마츠코는 멋을 내도 데이트를 해도 집 안에서 조용해야 했고 아버지로부터 애정 어린 표현을 받지 못한다. 그녀는 사랑받고 싶었고, 사랑받는다는 걸 확신하고 싶었지만, 그녀의 아버지는 언제나 아파서 누워있는 마츠코의 여동생을 신경써야 했으므로 마츠코에게 제대로 된 표현을 해주지도 않고 마츠코에게도 늘 조심하라 말한다. 어릴때 부터 그런 말을 들어왔던 마츠코는 사랑받기 위해 자신이 어떤 표정을 지어야 할지를 생각한다. 만약 그때 아버지가 마츠코는 마츠코대로 사랑한다고, 마츠코를 기다린다고, 그 마음을 그대로 마츠코에게 얘기해줬다면...그랬다면 어땠을까.


또한 마츠코를 사랑했던 '류' 도 마찬가지. 마츠코의 관심을 끌기 위해서, 마츠코를 '너무 좋아해서' 수학여행 당시 여관의 돈을 훔치는데, 누군가를 '너무 좋아해서' 대체 왜 그런 식의 수단을 써야한단 말인가. 그 어긋난 표현은 또한번 마츠코의 삶을 변화시킨다. 



물론 그것들이 마츠코의 삶을 변화시키는 절대적 요인은 아니었을 거다. 같은 일을 경험했을 때 모두 반응하는 방식은 다르니까. 그러나 사랑을 제대로 표현하는 건 정말 중요하다. 사랑을 제대로 표현해서 사랑받는 사람이 '내가 사랑받고 있다'는 걸 알 수 있게 하는 건 확실히 필요한 일이다. 나도 상대에게 그걸 느낄 수 있도록 해주는 사람이고 싶다. 내가 사랑한다면, 상대방이 그걸 확실히 알 수 있기를 원한다. 얼마전에 조카랑 나누었던 대화가 생각난다. 이제 훌쩍 커버린 조카를 내가 번쩍 안아주었는데, 조카가 그러는 거다. 


이모는 왜 자꾸자꾸 타미 안아줘?


나는 글쎄, 이모도 잘 몰라. 라고 하자 조카가 말했다.


타미는 알아. 이모는 타미를 사랑해서 그래.


아, 조카야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내가 너를 사랑한다는 사실을 네가 알고 있다면, 나는 그걸로 족하단다. 흑흑. 나는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이, 나에게 사랑받는 다는 것에 있어서만큼은 의심하지 않도록 하고 싶다. 





그나저나 주말에 접한 것들이 모두 여자가 폭력을 당하는 거라서 가슴이 답답해졌다. 《7층》도 그랬고, 《혐오스런 마츠코의 일생》도 그랬는데, 지푸라기 여자를 다 읽고 시작하게 된 책에서도 폭력에 시달리다 도망치는 여자가 나온다. 아..이런 써글노믄 시키들. 하아- 제대로 사랑하고 제대로 사랑받는 건 이렇게나 중요하다. 제대로 사랑받아본 사람만이 제대로 사랑할 수 있고, 제대로 사랑할 수 있어야 상대를 제대로 사랑받는 사람으로 만들 수 있다. 이 세상 모든 것이 그렇듯이 언제나 옳은 것은 없다. 사랑이라고 그것이 '언제나 옳은'것은 아니다. 언제나 옳은 것은 세상에 술과 버터와 고기 뿐일지도 모른다.




주말에는 제주도에 다녀왔다. 경향신문을 보던 평일 저녁, 나는 신문기사에서 '제주도의 고기국수'의 존재를 알게 되고, 그래서 스맛폰을 들어 다다다닥 검색을 해본다. 오, 비쥬얼이 좋다. 다음날 나는 E 양에게 '제주도에 고기국수가 있다는 데 이거 먹으러 가고 싶다' 고 말하는데, 이에 E 양은 그럼 이번 주말에 가자, 고 하는 게 아닌가. 그래서 오냐 가자, 하고는 당장 비행기와 호텔을 예약하고 그렇게 고기국수를 먹는 여정이 시작되었다. 공항에 도착하자마자 잽싸게 택시를 타고 고기국수 집으로 가고, 국수를 먹고는 호텔 셔틀을 타기 위해 공항까지 걸어서 돌아왔다. 마침 시간이 딱 셔틀 도착할 시간, 우리는 45분 여를 걸었다가 셔틀을 탔다. 그리고 호텔에 도착했는데, 아, 나란 인간. 이 호텔에 처음도 아닌데, 여러차례 왔는데도 방향 감각을 상실해서  E 양이 이쪽 이라고 나를 안내해 줘야 했다. 객실에 찾아 들어가고 다시 나와 올레길을 걷고 그리고 다시 숙소에 돌아가기 위해 호텔에 도착해 엘레베이터를 타고 우리 층에 내렸는데 나는 또 멈춰버리고 말았다. 헐. 어디로 가야 해...내 방향감각은 진짜 병신이구나 ㅠㅠ 순간 딱 멈춤, 을 하자 E 양이 또 나를 안내한다. 이쪽이에요, 라고. 매번 나를 이끌어줘서 고마워, E 양. 내 방향 감각은 나에게 지독하게도 치명적이구나. 


아, 고기국수에 대한 평을 하자면, 나는 고기국수가 맛있었다. 함께 시킨 비빔국수도 맛있었다. 그런데 부산과 창원, 마산에서 먹었던 돼지국밥이 더 좋다. 돼지국밥을 먹으러 또 부산이나 창원, 마산에 가고 싶지만 고기국수를 또 먹기위해 제주도에 가고 싶진 않다. 어쩌면 나는 면보다 밥을 더 좋아해서 그런걸지도 모르겠다. 고기국수는 맛있었지만 돼지국밥같은 치명적인 매력은 없다, 라고 쓰는 순간 흑, 돼지국밥 먹으러 또 부산 가고 싶다. 창원 가고 싶다. 낮에 돼지국밥 시켜서 낮술 하고 싶다. 밤에는 다른 거 더 푸지게 먹고. 흑흑. 



이것이 비빔국수의 비비기 전과 비비고난 후의 비쥬얼.




그리고 이것이 고기국수의 비쥬얼.






음..사진 보니까 또 먹고싶네. ㅠㅠ


좀있으면 점심시간이 온다. 화이팅!!




지금 읽고 있는 책이 너무 재미있어서 이 얘기도 하고 싶은데 이건 다음으로 패쓰하자. 페이퍼가 너무 길다. 마지막으로 인용문은 '카트린 아를레'의 《지푸라기 여자》의 것이다.




갑자기 함부르크의 불결한 건물이 기억 속에서 꿈틀대며 올라왔다. 그러자 그 지독한 폭격들, 건물이 부서지고 불타고 내려앉은 길에서 설치던 쥐들, 공포와 배고픔과 추위와 고독에 절어 지냈던 쓰라린 시간들이 꼬리를 이으며 떠올랐다. 사람의 삶이란 별난 것 같으면서도 그리 별날 게 없는 것이어서, 해진 이불을 덮고도 잠은 오고, 지그러진 통조림통에 담긴 음식도 목을 넘어가며, 숨을 곳을 찾아서라면, 감자 1킬로그램을 얻기 위해서라면, 마른 나뭇단 한 묶음을 구하기 위해서라면 몇 시간이고 걸을 수도 있었다. 그리고 화염으로 뒤트릴고 내려앉아 뼈대만 남은, 파열된 하수도관과 박살난 유리창들만 남은 건물의 잔해 한복판에서도 그녀는 사랑을 했었다‥‥‥(p.79)

"아니면 뭣 때문에 당신 같은 여자한테 흥미를 가졌을 것 같소? 이보시오, 친애하는 힐데가르트, 당신은 서른네 살이었소. 직업도 없고 미래도 없는 서른네 살. 내 말을 믿으시오. 그 나이에 아무것도 해놓은 게 없다면, 그건 앞으로도 뾰족한 수가 없다는 이야기요. 내가 아니었으면 당신은 초라하고 별 볼 일 없이 나이만 먹었을 거요. 당신 나이의 여자들한테 예정된 하찮은 미래를 생각해본 적은 있소?" (p.234)


댓글(18) 먼댓글(0) 좋아요(18)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세실 2015-03-09 12: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심규선 콘서트에 다녀오고, 고기 국수 먹으러 제주도에 날아갔다 오신 다락방님이 부럽네요^^
친구가 5월 초 제주도로 혼자 여행간다고 나보고 4일에 들어오라는데 5일 나오는 비행기가 없네요.
제주도는 즉흥적으로 안되던데 능.력.자!!! ㅎㅎ

다락방 2015-03-09 12:38   좋아요 0 | URL
비행기가 뜨기를 기다리던 제주공항에서 세실님의 페이퍼를 읽었어요. 그때 그 생각을 했어요. 내가 도서관장이었다면 세실님처럼 잘할 수 있었을까? 독서 모임을 만들고 책을 정하고 발제를 하고 회원들과 친분을 유지하는 일을 제가 잘 할 수 있었을까요? 전 `아니`라는 답이 나오더라고요. 난 이렇게 할수 없다, 하고 말이지요. 세실님이 굉장히 대단해 보였어요. 이것이 세실님의 역할이구나 싶었고요.

제주도는 즉흥적으로 안되던데 이번에는 그냥 표 다 있더라고요. ㅋㅋㅋㅋㅋㅋㅋㅋ 운이 좋았던것 같아요. 히히.

mira 2015-03-09 13: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20대 후반에 친구랑 새벽1시에 이야기하다가 날새고 아침 첫비행기로 제주도 여행갔던 기억이 나네요. 제주도는 어땠는지 기억이 안나지만 생애처음의 갑작스런 여행이었고 그때가 문득 그립네요. ㅎㅎ 부산살때는 돼지국밥을 엄청 싫어했는데 지금은 부산돼지국밥 이야기가 나오면 한번 가서 먹어보고 싶은 생각이 나네요 ㅎㅎ

다락방 2015-03-09 15:27   좋아요 0 | URL
저는 돼지국밥 엄청 좋아해요, 미라님. 낮에 점심으로 돼지국밥 먹으면서 낮술 한잔 하면 진짜 행복하죠. 돼지국밥은 사랑스러워요. 무척이나 환상적인 음식이에요. 돼지국밥은 최고에요!
사랑하는 남자랑 함께 곱게 늙어가면서 간혹 손잡고 실실 나가서 돼지국밥에 낮술 한잔 하며 살았으면 좋겠어요. ㅎㅎㅎㅎㅎ

2015-03-09 22:4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3-10 10:42   URL
비밀 댓글입니다.

치니 2015-03-10 10: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엇, 저도 마츠코 씨디로 받아서 봤는데, 그 씨디를 주었던 남자(사장님)가 저더러 마츠코를 닮은 것 같으니 함 보라고 주심. 아마 남자 없이는 못 사는 외로운 여성의 이미지가;;; 닮았다는 거였나 봐요. 그래선지 영화를 보면서 계속 나의 어떤 부분이 저 여성과 닮았을까 힘을 주어 비교하느라 정작 제대로 보진 못한 거 같아요.지금 생각하면 꽤 좋은 영화였는데.

다락방 2015-03-10 11:45   좋아요 0 | URL
네 인상 깊은 영화죠. 너무 슬프더라고요. 누군가 옆에 있는걸 간절히 원한 나머지 폭력마저도 인내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마츠코 인생도 슬프고, 사랑을 제대로 표현하지 못하는 사람들을 보는 것도 슬프고 말예요. 어휴. 그 영화 보고나니 사랑을 제대로 표현해주자, 사랑받는 걸 꼭 상대가 알게 해주자 라는 평소의 제 생각이 더 굳어졌어요.

치니님도 어떤 `남자-사장님이긴 하지만-` 로부터 받은 `씨디`로 보았다는 게 우연히 겹치네요. ㅋㅋㅋㅋㅋ 마츠코는 남자한테 시디로 받아 봐야 진짜인가봐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2015-03-10 21:06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다락방 2015-03-11 10:12   좋아요 0 | URL
쿠폰은 감사하지만요, 님.
맥스무비에 1인 1쿠폰제로 바뀌어서 쿠폰 여러개여도 써먹을 수가 없어요.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2015-03-10 21:0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3-11 10:14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다락방 2015-03-11 10:15   좋아요 0 | URL
이번 참에 사아겠다고 생각하고 혹시 몰라 장바구니에 넣어보니 이전에 구매한 적 있었던 책이라네요. 조회해보니 저 2014년 10월에 샀어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근데 어딨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2015-03-11 18:1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4-27 18:3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4-27 18:3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4-27 19:0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4-27 19:16   URL
비밀 댓글입니다.
 
7층
오사 게렌발 지음, 강희진 옮김 / 우리나비 / 2014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누군가를 엄청나게 좋아할 때 그런 생각을 한 적이 있다. 나는 그가 담배를 피우지 않는 것이 좋다, 그러나 그가 담배를 피운다고 해도 싫지 않았을 것이다. 나는 그가 푸쉬업을 한 손으로도 할 수 있다는 것이 좋다, 그러나 그가 푸쉬업을 하지 못했어도 그를 똑같이 좋아했을 것이다. 나는 그의 웃음소리가 좋다, 그러나 그가 그렇게 웃지 않았어도 그를 많이 좋아했을 것이다. 나는 그가 공부를 잘했던 게 좋다, 그러나 그가 공부를 못했다고 해서 그에게 실망하진 않았을 것이다. 나는 그가 술과 고기를 좋아하는 게 좋다, 그러나 그렇지 않았다 해도 좋아했....을까? 뭐, 아마 좋아했을 것이다. 나는 그를 좋아했으므로 그에게서 아주 여러 개의 장점을 찾아낼 수 있었다. 내 눈에는 그의 모든 것들이 장점으로 보였지만, 그가 또한 많은 단점들을 가지고 있다고 해도 그에게 '네가 아닌 다른 사람'이 되라고 말하진 않았을 것이다. 


네가 나를 좋아한다면 그렇게 머리를 자르지 말고, 그런 옷을 입지 말고, 그렇게 운전하지 말고, 그렇게 먹지 말고, 그렇게 웃지 말고, 그렇게 하지말고, 하지말고, 하지말고...


사랑이란 이름으로 얼마나 많은 폭력이 가해질 수 있는지를 대부분 인식하지 못하는 채로 산다. 분명 폭력적인 말과 행동임에도 불구하고 상대가 '사랑해서 그래'라고 하면 그런가, 하고 갸웃해서 그대로 따르게 된다. 나중에, 자신이 아예 망가지고 부숴지고나서야 '그때 그게 사랑이 아니었구나, 그건 사랑이란 이름의 폭력이었어' 라고 생각할 수 있게 되지만, 그때는 이미 내 안에 커다란 상처가 자리잡고난 후다. 


인간은 얼마나 나약한 존재인지, 사랑이란 그 말 하나면 모든 걸 다 내어줄 수 있을 것처럼 되어버리고 만다. 사랑한다니까, 그게 사랑이라니까 견디고 참고 지탱한다. 그렇게 하지 않아도 될 많은 사항들에서.


나는 내가 좋아하는 사람에게 잘 보이고 싶다. 그래서 반짝거리는 섀도우를 사고 싶고, 핑크빛 볼터치를 사고 싶다. 목에 두를 예쁜 스카프를 사야겠다고 생각하고, 예쁜 원피스도 여러벌 장만하고 싶다. 구두도 샌들도 다 새로 사고 싶고, 더 예뻐지고 싶다. 이건 상대가 내게 요구한 게 아니다. 섀도우를 사라고, 원피스를 사라는 말을 들은 게 아니라, 내가 그에게 잘 보이고 싶기 때문에 내가 선택하고 내가 나를 가꾸고 싶은 것이다. 나는 최상의 사람의 되고 싶고 이것이 내가 그를 좋아하는 데서 나오는 당연한 현상이다. 최상의 나는 그를 좋아하는 나의 마음이자 나의 의지의 발현으로 되어야 하는 것이지, 그것이 '그의 요구'여서는 안된다. 그의 요구로 인해 내가 달라진다면, 그것은 폭력일 확률이 매우 높다. 



이 책의 '오사'는 대학에 들어가 남자친구를 사귀게 된다. 그는 학교내 모두에게 인기가 많고 잘생겼다. 이런 남자가 나를 좋아한다는 게 믿기지 않을 정도로 근사한 남자다. 그러므로 오사도 그에게 푹 빠진다. 그와 관계가 깊어질수록 그녀는 그에게서 이상한 점들을 보게 된다. 그는 그녀에게 키스할 때는 눈을 꼭 뜨라고 말한다. 감고서 니가 무슨 생각을 할지 어떻게 아냐며. 또한 다른 남자들이 옆에 지나갈 때 본인에게 애정 표시를 하지 말라 말한다. 니가 저 남자를 원해서 나에게 애정을 표현하는지 알 수가 없다면서. 이 모든 질투들을 단순히 사랑하는 감정에서 비롯된 거라 여겨 그녀는 그냥 넘긴다. 때로는 너무 심한 말들도 그녀는 묵묵히 받아들인다. 그는 그녀에게 모든 친구들을 끊을 것을 요구한다. 그녀의 친구들은 최소한 남자 다섯명하고는 자봤을텐데 그런 여자들은 창녀라면서. 그녀에게도 화장하지 말고 다니라고 하고 그런 옷차림으로 다니지 말라고 한다. 창녀같다고. 문신도 지우라고 말한다, 창녀같다고. 그녀는 자신이 그간 사귀었던 남자들을 세어보며 잠들기 전, 나는 창녀인가 아닌가를 고민한다. 그녀의 방에 있는 모든 그림 액자들은 치워져야 했다. 불결해서 못오겠다고 그가 말했으므로. 그가 요구하면, 그녀는 가족과 통화를 하다가도 전화를 끊어야 했고, 그녀의 방에는 그가 아닌 다른 누구도 와서는 안되었다. 여자 친구일지라도.


그러다 그녀는 급기야 '맞는다'. 그가 무릎으로 그녀의 배를 때리고, 그녀는 '맞는다'는 데서 온 충격에 휩싸인다. 그녀의 머릿속에도 맞는 순간 그에게서 빠져나가야 한다는 생각이 들지만, 그녀는 체념한다. 그녀에겐 이제 친구도 아무도 없고 그에게 길들여졌기 때문에. 한 번 시작된 폭력은 멈출 줄을 모른다. 그녀는 무엇을 잘못했는지도 모른 채로 그에게 잘못했다고 말해야 하고, 운전하는 차 안에서 그로부터 험한 말들과 주먹을 받아내야 한다. 그는 그녀를 혼내줄 장소로 차 안을 선택했다. 그는 운전하지 못하므로 운전은 그녀의 몫이고, 차 안에서 운전중인 그녀의 반항력은 힘을 잃고, 차 안에서 그와 그녀가 무엇을 하는지 그 누구도 알 수 없기 때문에. 그러다 최종적으로 그는 차 안에서 그녀의 손가락 살점을 물어 뜯는다. 살점을 물어 뜯긴 그녀는 그로부터 도망치기로 결심한다. 멀리 떨어져있던 아버지에게 달려가 이 일을 말하고, 학교의 여자 교수님에게 전화를 걸어 이 일을 말한다. 


아버지와 교수는 그녀를 돕는다. 교수는 그녀에게 재차 병원에 꼭 가라고 권고했으며, 그녀는 병원에 가서 말하지 못할 줄 알았지만 울음을 터뜨리며 의사에게 자신에게 일어난 일을 얘기한다. 이 일로 남자는 벌을 받게 되었고, 그녀는 점차로 안정을 찾게 됐다.



사랑하는 사람의 말은 힘이 세다. 사랑하는 사람이 내게 아름답다고 말하면, 나는 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자가 된 것 같은 기분에 휩싸인다. 그러나 사랑하는 사람이 내게 한심하다고 하면, 나는 이 세상 누구보다 한심한 사람이 되어 절망하고 좌절하게 된다. 예전에 읽은 책, 《그는 당신에게 반하지 않았다》에서는 '울면서 잠들게 하는 사람을 친구라 할 수 있을까?' 라는 말이 나온 적이 있었는데, '나는 한심하고 찌질하다'는 생각을 하게 만드는 사람이, 그런 사람이 나를 아끼고 사랑하는 사람이랄 수 없다. 그러나 이 사실을 그 안에 있을 때, 사랑-이라 생각하는 바로 그 감정-의 중심에 있을 때는 들지 않는다. 다만 상대의 말만이 아주 강하게 나를 후려칠 뿐이다. 이 책 속의 여자도 창녀가 되었고 값싼 여자가 되었다, 그로 인해서. 머리 색을 바꾸고 화장을 안하고 옷을 전혀 다르게 잆어야 했던 '전혀 다른 사람'이 되어서 자기 자신을 잃었다. 


사람은 힘을 가질 수 있고, 그 힘은 제대로 발휘 되어야 한다. 그의 말이 내게 아주 강한 것이 되고 나의 말이 그에게 아주 강한 것이 되는데, 거기에 대고 상대를 깔아뭉개는 발언을 함으로써 상대의 인격을 바닥으로 가라앉게 만든다면, 그건 힘을 가진 자의 폭력이 될 수밖에 없다. 우리가 서로 사랑한다면, 우리가 사랑하는 사이라면, 우리는 그 감정 혹은 그 관계로 인해서 더 나은 방향을 볼 수 있어야 하고 더 나은 사람이 되는 쪽을 선택할 수 있어야 한다. 자기 자신을 잃는 게 아니라, 자기 자신을 확신할 수 있어야 한다. 외로워지고 힘들어지고 내가 한심해진다면, 그것은 사랑이 만든 것이 아니다. 폭력이 만든 것이다.



무엇보다, 체념하지 말아야 한다. 나는 이제 주변에 아무도 없고 그에게 길들여졌어, 이게 어쩌면 사랑일지도 몰라, 다른 사람을 만난다고 별 수 있겠어?, 그는 때때로 잘해주기도 하잖아, 등으로 내가 나 자신을 이 폭력의 상태에 두어서는 안된다. 그를 사랑한다고 생각했지만 가슴 속에 의혹이 자라난다면, 주의 깊게 그와 나를 들여다봐야 할 일이다. 또한 맞기 시작했다면, 그간 내가 가지고 있던 생각을 반드시 돌이켜보자. '때리는 남자는 절대 안된다'고 분명히 생각해왔을 것이다. 그러니 '지금 한번 뿐' 이라든가 '실수겠지' 라는 말로 이 사건을 덮어둬서는 안된다. 힘들고 아프고 두려움이 찾아오겠지만, 사랑이란 감정이 나를 그렇게 만들어서는 안된다는 걸 잊어서는 안된다. 행복은 나의 최면으로 만들어지는 게 아니라 나의 강요로 만들어지는 게 아니라, 저절로 우러나는 감정이어야 한다. 그렇지만 내가 여기서 더 어떤 말을 보태야 할지 모르겠다. 내가 너무 이상적인 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책 속의 여자가 그 상황에서 뛰쳐나왔고, 그걸 이렇게 책으로 써낼 수 있었으므로 다른 사람들도 할 수 있을거라고 내가 막연히 생각하는 걸지도 모르겠다. 



'엘리자베스 헤인스'의 데이트 폭력을 다룬 소설, 《어두운 기억속으로》에서도 여자를 사랑하는 완벽한(줄로만 알았던) 남자는, 여자를 친구들로부터 고립시켰다. 이 책에서도 마찬가지. 그는 그녀의 친구들마저 통제한다. 그녀를 고립시키는 것이 자신의 힘을 그녀에게 더 잘 쓸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기 때문일텐데, 그렇다는 건, 남자 역시 그들의 그런 성향을 그녀가 아닌 다른 사람들이 알면 안된다는 걸 이미 자각하고 있다는 뜻일테다. 


어떻게 그 상황에서 빠져나와야 할지, 도망쳐야 할지, 이 책속의 작가는 결국 해냈지만 나는 잘 알지 못하겠다. 다른 사람들이 혹여라도 연애를 하면서 어떻게 '그런 남자'인지 알 수 있을지도 잘 모르겟다. 그렇지만, 어쩌면 이렇게 시작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녀를 세상과 격리시키면서부터. 그녀의 옆에 다른 사람들이 아니라 '나만' 있어야 된다고 생각하는 게 폭력의 시작이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그녀로 하여금 대화를 하고 웃고 의지하게 되는 사람이 '나 하나여야만 한다'는 생각이 데이트 폭력의 시발점이 아닐까. 그래야 온전히 자신의 힘을 그녀에게 쏟을 수 있을테니. 그러므로 의혹은 거기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모르겠다. 만약 데이트를 시작하게 된 남자가 차츰차츰 내 친구들을 만나지 못하게 한다면, 온전히 자신에게만 의지하기를 원한다면, 그때부터 나는 그를 경계하기 시작해야 하는 게 아닐까. 



'사랑'이라는 감정이 줄 수 있는게 뭔지, 무엇을 줘야하는지를 자주 생각해봐야 할 일이다. 이 감정이 나를 결국은 행복하게 하고 웃게 하는지. 사랑이란 단어를 듣는 데 흥분이 되는 게 아니라 무섭고 외롭다면, 그건 이미 사랑이 아닐 것이다. 사랑이 아닌 것을 사랑이라고 말하는 사람이라면, 그런 관계속에 있다면, 그 관계 역시 다시 생각해볼 일이다. 사랑은, 상대를 힘들게 하는 게 아니고, 아프게 하는게 아니다. 그걸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댓글(2) 먼댓글(0) 좋아요(29)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2015-08-25 18:3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8-26 09:05   URL
비밀 댓글입니다.
 




신문이든 시사인이든 받아보면 북섹션을 가장 관심있게 보곤 하는데, 서평이나 신간 소개를 보면서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이들면 스맛폰을 이용해 보관함에 담고 그렇지 않은 경우엔 휙- 보고만 만다. 때로는 읽어보고 싶은 책이 아주 풍성하게 한꺼번에 와르르 쏟아질 때가 있고, 때로는 어느 한 권도 흥미가 생기지 않곤 하는데, 어제 시사인은 와- 읽다가 보관함에 담느라 정신이 없을 정도로 읽어버고 싶은 책이 쏟아지더라.







.





뒤에서부터 넘겨보며 가장 먼저 보관함에 담은 책은, '오사 게렌발'의 《7층》 이었다. 맙소사, 데이트 폭력이라니. 《어두운 기억속으로》도 떠오른다









접힌 부분 펼치기 ▼

 

국제앰네스티 참여로 제작된 책으로 저자의 실제 증언과 보도를 담은 그래픽 노블이다. 스웨덴 작가 오사 게렌발은 자기 자신의 이야기로 충분히 교훈적인 특성을 살려내고 있다. 

7층은 오사가 뛰어내리려고 했던 층이다. 오사는 폭력을 행사하는 남자친구가 그녀를 고문하는 공간인 심리적 감옥에 갇혀 있다. 오사 게렌발은 이 책에서 자신의 경험을 털어놓고 있다. 예술 공부를 위해 부모님 곁을 떠나 그 누구도 저항할 수 없는 매력으로 똘똘 뭉친 닐이라는 남자를 만나고 그와 함께 청춘의 한때를 보내는 이야기. 그녀는 우선 그들이 사랑의 관계를 쌓아가던 시기의 행복을 묘사한다. 

그러나 어느새 닐은 그녀의 외모와 행동에 대해 기만적인 표시를 보임으로써 그녀로 하여금 의혹을 품게 만든다. 명령을 하고 구타를 한다. 작가는 어떻게 폭력이 일상으로 미끄러져 들어오며 어떻게 남자가 서서히 자기 동반자의 정체성을 무너뜨리려고 시도하는지를 이야기한다. 그가 그녀의 살점을 물어뜯었을 때 그녀는 마침내 그를 떠날 결심을 하고 힘겹게 자기 자신을 다시 일으켜 세우기 시작한다.

일종의 일기를 만화로 승화시킨 이 책은 독자로 하여금 내면 깊숙한 데서부터 오는 자기 자신의 파괴에 대한 심리적 메커니즘을 느끼게 한다. 표현력 넘치는 그래픽 아트의 강렬하고 극적인 이야기를 결코 경박함을 드러내지 않은 채 풀어내고 있다.

 

펼친 부분 접기 ▲






그 다음으로 관심간 책은 '캐롤라인 무어헤드'의 《아우슈비츠의 여자들》. 이 책의 소개를 읽다가 나는 오래전에 읽은 책, 《더 리더, 책 읽어주는 남자》 생각이 났다. 재판을 받으며 한나가 판사에게 했던 말. '당신이라면 어떻게 했겠습니까?' 말이다. 사람이 다른 사람과 함께 더불어 살기 때문에, 여기에 내가 있고 거기에 네가 있다는 것을 끊임없이 상기시킬수만 있다면, 우리는 '견디는 게' 가능해지지 않을까. 어쩐지 위의 7층도, 이 책도 모두 '여자들'의 책이란 생각이 든다. 물론, 여자들의 책이기 때문에 여자가 봐야 하고, 여자들의 책이기 때문에 남자들이 봐야 한다.






접힌 부분 펼치기 ▼

 

역사, 인권 분야에서 활약하는 영국의 기록문학 작가 캐롤라인 무어헤드가 아우슈비츠 생환자들의 개인적 기록과 공문서, 생존자 구술을 채록해 서사적으로 재구성한 르포르타주다. 프랑스의 평범한 아내, 어머니, 딸이었던 여자들이 ‘내 아이를 이런 곳에서 키울 수 없다’며 아우슈비츠의 ‘정치범’이 되어 죽음의 수용소를 겪기까지의 체험을 생생하게 다룬다. 

이 책은 또한 나치의 피해자 중 반드시 유대인이었던 것은 아닌 ‘여성들’에게 주목한 최초의 책이다. 지금까지 홀로코스트의 역사가 인종적 희생자인 ‘유대인 남성’을 중심으로 기록돼온 것을 생각하면, 그간 알려지지 않았던 새로운 이야기의 발견이라 할 만하다. 영국과 미국에서 각각 2011년과 2012년에 출간 직후 베스트셀러가 되며 해외 유수 언론의 주목을 받았고, 우수 정치 저작물에 수여되는 영국의 오웰상에 후보(2012)로 오르기도 했다.

 

펼친 부분 접기 ▲







아, 제기랄. 금정연의 서평이 아니었다면 그냥 넘어갈 수도 있었을텐데. 책 표지가 내 흥미를 전혀 끌지 않았으므로 말이다. 그러나 금정연, 익숙한 이름이 아닌가(우리는 트친..). 그래서 읽었고 읽다가 또 스맛폰을 꺼내들고 책을 담았다. 재미..있단다. 재미있다니. 흑. 서평만으로는 이 인물이 좋은 인물이라는 건지 나쁜 인물이라는 건지를 모르겠다. 하긴 뭐, 모두가 그렇지 않은가. 좋은 면도 있고 나쁜 면도 있고. 극단적인 경향도 있고 아니기도 하고. 이 인물이 어떤 인물인지, 읽고 스스로 판단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당신은 누구십니까?





접힌 부분 펼치기 ▼

 

러시아의 작가이자 정치인인 에두아르드 리모노프의 삶을 추적한 전기다. 이 실존 인물의 삶을 풀어 가는 카레르의 방식이 아주 독특하다. 아름답든 추하든 사실을 있는 그대로 기록하는 동시에 카레르 자신의 인생과 감상이 섞여 있다. <문학적 다큐멘터리>, <기록 문학> 등으로 일컬어지는 카레르 특유의 서술 방식이다. 

비평가들은 이를 두고 <작가 자신의 에고를 벗어던지고 얻어낸 문학적 성취>라고 말했다. 한 치의 소설적 허구나 과장 없이 있는 그대로의 사실만이 담긴 『리모노프』. 소설보다 더 소설 같은 리모노프의 삶과 자연스럽게 독자를 이야기 속으로 끌어당기는 카레르의 치밀한 문장들이 어떤 소설보다도 강하게 독자를 매료시킨다.

 

펼친 부분 접기 ▲






















시사인 책소개 란에는 <한 컷, 그림책> 코너가 있다. 이 코너에 이번에는 여섯권의 책이 실렸는데, 이탈리아 볼로냐에서 열린 라가치 상 모든 부문에서 여섯 권이 수상을 했기 때문이란다. 그림책은 내 관심분야가 아니고, 사실 나는 라가치 상이 뭔지도 모르겠지만, 덕분에 알지 못했던 여섯 권의 그림책에 대해 알게 된다. 이 그림책들에 대한 이 기사를 읽고 있노라니, 아, 이 그림책들을 모두 조카에게 선물해주고 싶다, 는 생각이 든다. 그러나 조카에게 선물해주기 전에 당연히 내가 읽어도 좋을 것이다. 시사인 이 코너의 글을 일부 옮겨보자면,


<나의 작은 인형 상자>는 '대단히 아름다운 그림이, 두려움과 대면하여 자기를 찾아가는 불편한 진실로 독자를 데려간다'는 평을 받았다.

<담>에는 '담이 친구가 되어 홀로 엄마를 기다리는 아이에게 안정감을 준다. 고요하지만 광활한 그림이 감성 충만한 시적 공간을 만든다'는 심사평이 따랐다.

<민들레는 민들레>는 효과적인 여백과 시적인 짧은 글이 남긴 깊은 인상과 함께 척박한 환경에서 힘껏 살아가는 작은 생명의 아름다움이 언급되었다.

<위를 봐요>에는 휠체어에 앉아서 내려다보는 아이의 시선에 잡힌 길거리 사람들의 모습이 '담백하면서도 감동적인 내러티브'에 실려 펼쳐진다. -시사인  제390호, '김서정'의 글에서 발췌



나는 그림을 볼 줄 모르고, 그림으로부터 어떤 인상을 받아야 할지 잘 모른다. 내가 시각적인 것에는 딱히 영향을 받는 스타일은 아닌 것 같다. 나는 뮤지컬에 큰 흥미가 없는데, 보는 순간 즐거운 것에 대해서 나는 큰 감흥을 받는 타입이 아니라서 그런것 같다. 나는 뒤돌아서도 곱씹고 생각하고 얘기할 수 있는 게 좋은데 그림이나 뮤지컬로는 그게 잘 안된다. 그래서 위의 발췌에서 설명한 것처럼 그림책을 넘겨보며 대단히 아름답다고 느낄 수 있을지, 안정감을 느낄 수 있을지는 잘 모르겠다. 그러나 나는 그림책을 보는 훈련이 덜 된것일 수도 있으니, 보다 보면 좀 나아지지 않을까 싶기도 하고. 내게 가장 강한 영향력을 미치는 건 활자인데, 그 활자가 적은 책이 내게 무슨 영향을 줄까 싶기도 하다. 나는 '어른들을 위한 활자'에만 반응하도록 세팅되어진 인간일지도 모르겠다.





마지막으로,

내가 언제나 흥미롭게 읽는 정여울의 글이다. 이 사람의 글을 읽어보면 대단히 똑똑하고, 충분히 다른 사람의 입장이 되어볼 수도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멋지게 느껴진다. 나로서는 감히 따라잡을 수도 없을만큼 먼 곳에 있는 사람의 느낌이랄까. 넘사벽과는 다른, 뭐라고 해야하나...아 패쓰하자. 어려운 건 패쓰. 그간 얼마 안되는 정여울의 글을 읽었지만,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혼자 '음, 나는 김현진 보다는 정여울' 이런 생각을 하고 있다. 킁킁.

여튼 정여울의 서평이 아니었다면 나는 이 책에 관심을 가지지 않았을 것이다. 정여울의 글을 읽어서 나도 이책을 한번 볼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되긴 했는데 

실상 내게 이 책이 필요한지는 모르겠다. 나는 어쩐지 안읽어도 좋은 책 같긴한데..






접힌 부분 펼치기 ▼

 

실직, 이별, 질병, 사별 같은 개인적인 위기에서 쓰나미나 세월호 사건 같은 대형 재난까지, 살다 보면 크든 작든 누구나 예상치 못했던 시련을 만나게 된다. 어떻게 해야 그 위기를 무사히 이겨 낼 수 있을까? 왜 어떤 사람은 위기를 뛰어넘어 성장하는데, 어떤 사람은 위기 앞에 그대로 주저앉고 마는 걸까?

지은이는 25년 이상 심리 치료사로 활동하며 수많은 사건·사고 관련자를 치료한 독일의 대표적인 트라우마 전문가로, 자신이 경험한 사례를 통해 삶에서 맞닥뜨리는 여러 위기를 극복하고 더 행복하고 충만한 인생을 살 수 있는 방법을 들려준다. '옷장이 쏟아진' 것처럼 마음이 무너져 내려도 다시 일어설 수 있는 놀라운 힘이 우리에게 내재되어 있음을, 그리고 그 힘을 일깨울 방법을 알려 준다.


 

펼친 부분 접기 ▲




이중에서 딱 한권을 내가 지금 주문할거다. 뭔지는 비밀 ㅋㅋㅋㅋㅋ(응? 왜 비밀?) 

그건그렇고,

오늘은 퇴근하고 심규선의 콘서트에 가는데 어디에서 하는지를 모르겠다. 찾아봐야겠다.

아침부터 육즙 가득가득한 햄버거를 먹고 싶었다. 아마도 아침에 고등어구이를 먹어서 그런가보다. 여튼, 그 이른 아침에 오픈하는 햄버거 가게가 없다는 것은 내게는 불행이자 다행이기도 할 것. 열었다면 나는 먹고 갔을거야. 햄과 치즈가, 고기가 너무 먹고 싶은 거다. 육즙 가득한 스테이크를 먹고 싶어서, 아, 이 아침에 맛있는 고기를 사주는 남자가 있다면 내 영혼을 바칠거야, 라고 쓰려다가 이내 생각을 고쳐먹는다. 영혼은 그렇게 함부로 거는 게 아니라는 걸 이제는 알고 있으니까. 


며칠전에 친구랑 얘기하는데 내가 왜이렇게 먹고 싶은게 많을까, 라고 하자 '너는 혹시 탄수화물 중독이나 당중독이 아니냐' 라고 하는 거다. 그러면서 지금 당장 뭘 먹고 싶냐고 물어서 '족발이랑 삼겹살' 이라고 하자 '아, 탄수화물하고 당은 아니구나..'란다. 그럼 뭐지? 라고 오히려 내게 묻길래 답해줬다. 알콜중독... 난 저것들을 생각할 때 늘 소주와 동반해 생각하거든. 내가 족발이 먹고 싶다고 하면, 소주랑 먹고 싶다는 거다. 내가 삼겹살이 먹고 싶다고 하면 소주랑 먹고 싶다는 거다. 감자탕도, 순대국도. 그런 것들이 먹고 싶을 때는 죄다 소주와 함께여야 한다. 햄버거랑 스테이크가 또 샐러드가 먹고 싶다면, 그건 와인하고 함께 먹겠다는 거지, 그것들만 먹겠다는 건 아니다. 고기랑 야채 치즈 김치 깍두기 그게 뭐든, 술과 함께 먹어야 최상의 맛을 낸다. 음식은 음식 그 자체보다 술과 함께일때 그 가치가 더 빛난다.


돈 좀 많이 벌어서 회사를 때려치게 되면 가끔 아침 일찍 일어나 호텔에 조식 먹으러 슬렁슬렁 다녀오고 싶다.

돈 좀 많이 벌어서 회사를 때려치게 되면, 가끔 아침에 늦게 일어나 커다란 스테이크를 구워서는 와인과 홀짝이고 싶다.

돈 좀 많이 벌어서 회사를 때려치게 되면, 가끔 오후에 일어나, 세수도 하지 않은 얼굴로 삼겹살 집에 가 삼겹살을 쌈에 싸서는 소주랑 먹고 집에 돌아와 오후 늦잠을 늘어지게 자고 싶다.

백키로 찍는 건 진짜, 일도 아니라니깐. 

회사를 다니므로 내가 아직 백키로를 찍을 수 없는 거다. 회사만 때려쳐봐. 한달 안에 백키로 찍어준다. 할 수 있어!




라고 쓰고보니 내 페이퍼는 왜 항상 기승전결 대로 구성되어지지 않을까...라는 회의가 드는구나.



댓글(16) 먼댓글(0) 좋아요(24)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단발머리 2015-03-06 10:1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좋아요~ 말고 아주 좋아요~ 누르고 간답니다람쥐^^

아무개 2015-03-06 10:11   좋아요 1 | URL
ㅎㅎ 단발머리님 댓글에 좋아요 누르러 북플을 엽니다!

단발머리 2015-03-06 10:13   좋아요 0 | URL
저는 아무개님 댓글에 댓글달려고 로그인을 합니다!

다락방 2015-03-06 10:15   좋아요 1 | URL
아니, 이분들이 왜 여기서 이렇게 다정다정다정질 이십니까! ㅎㅎㅎㅎㅎ

아무개 2015-03-06 10:1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1.남들도 다 쓰는 기승전결 페이퍼는 다락방 님과는 어울리지 않아요~

2.다락방 님의 영혼은 이미 `시사인`에 팔린거 아녔습니까? ㅎㅎ

3.저는 정여울은 정여울대로 김현진은 김현진대로 아주 참 많이 좋습니다만...

4.식욕=삶의 의욕=성욕 이라지요? ㅋㅋㅋㅋㅋㅋㅋ


단발머리 2015-03-06 10:15   좋아요 0 | URL
1. 그러게요. 우리 모두 다락방님의 기승전결을 반대합니다~

2. 저는 시사인 2년 구독하다가 지금은 안 보는데, 다락방님 페이퍼 보면 요즘 완전 물 오른듯 해요.
다시 구독해야하나, 어쩌나....

3. 김현진은 고등학교 때 친구이름인데.... 저 김현진은 모르는 사람..

4. 그런가요?~~~~~~~@@

다락방 2015-03-06 10:24   좋아요 1 | URL
1. 저는 아마도 머릿속에서 구성하고 쓰는 글이 아니라 그런것 같아요. 충동적으로 쓰는 글들이라... 킁.

2. 네, 제 영혼은 이미 시사인에.. 단발머리님, 다시 돌아와요! ㅋㅋ 워워어어어어어어~ 돌아와 그대, 내게 돌아와, 나 항상 그대 생각뿐이야, 워워워어어어어어어

3. 김현진도 저서가 많으니 검색해보셔요, 단발머리님. 저는 김현진의 글이 제 스탈과는 좀 거리가 멀어서.. ㅎㅎ

4. 네, 식욕, 삶의 의욕, 성욕 이죠. 맞아요. 어제 데이비드 실즈의 책에서 이런 문장을 봐서 아무개님도 같이 보면 좋겠다 생각했어요. 즐겁게 살자고요.

우리를 구별하는 것은 우리에게 벌어지는 일이 아니다. 우리가 겪는 일은 대부분 상당히 비슷하다. 출생, 사랑, 못생기게 찍힌 운전 면허증 사진, 죽음. 우리를 구별하는 것은 우리가 각자 자신에게 벌어지는 일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느냐 하는 점이다. (p.151)

transient-guest 2015-03-06 10: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시사인이 궁금해져서 마침 쌓인 포인트로 비브리아 3월호랑 같이 주문했네요. 근데, 소식보다는 받아보는게 목적이라서 4주배송으로 D/C를 챙겼답니다. 궁금해요, 어떤 책이야기가 있었기에 그렇게 보관함으로 보낸 책이 많았는지..ㅎㅎ 근데 그 와중에 중고로 그전부터 갖고싶었던 음양사 1-6권을 건졌네요.ㅎㅎ 덕분입니다.

다락방 2015-03-06 10:25   좋아요 0 | URL
아, 위에 언급한 책들이 다 시사인에서 보고 챙긴 책들인데요. ㅎㅎ 시사인 주문 취소하세요! 이 페이퍼에 있는 책들을 소개한거에요! 아 어쩔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 그렇지만 지금 취소하면 음양사를 놓칠 수도 있으니, 이번 생애 시사in 390호는 transient-guest(뜨내기 손님 이라고 하면 되나요?)님과 인연인걸로.. ( ˝)

transient-guest 2015-03-07 03:06   좋아요 0 | URL
그러게요. 음양사와 인연이 닿았네요.ㅎ transient guest는 제법 낭만적인 표현이라서 차용한거에요. Vampire Hunter D에서 ˝we are but only transient guests˝란 말이 나와요. 세상을 잠시 스쳐가는, 머물다 가는...뭔가 아련하고 쓸쓸하고, 그런 느낌이 맘에 들어서 쓰는데, `뜨내기 손님`이라고 하시니 느낌이 확! 달라지네요.ㅎㅎ 왠지 주막에서 국밥에 막걸리 한 사발을 개다리 소반에 얹어서 받아놓고 있는 듯한...ㅎㅎㅎㅎ

김토끼 2015-03-06 10: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독립서점에 대한 기사가 있길래 한겨레21을 어제 샀는데, 주말에 시사인도 사야겠어요. 올해부터 천원 올라서 신중히 골라서 주마다 한 권씩 사려는데 주간지마다 매력이 달라서 고민이네요 ㅠ 잘 읽고 갑니다 ㅎ

다락방 2015-03-06 10:22   좋아요 1 | URL
저는 무려 시사인을 정기구독으로 받아보고 있습니다. 움화화홧. 짱이죠?!!!!!
이번호 시사인에 금정연님과 박태근님 글이 있지 뭡니까? 아는 사람들(이라고 해봤자 트친) 총출동! ㅎㅎ

비로그인 2015-03-06 18: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잠시, 내 영혼은 지금쯤 어디 있을까 생각하다 갑니다 ㅋ

다락방 2015-03-09 15:24   좋아요 0 | URL
아른님의 영혼이 어디있는지 파악하셨습니까? ㅎㅎ

몬스터 2015-03-06 18: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녕하세요 ^^ 다락방님, 전 돈 좀 많이 벌어서 회사 때려치게 되면 ( ㅋㅋ ), 스페인 호텔에서 한 두 세달 쯤 놀고 , 먹고 , 자고 하고 싶어요. 바다 수영도 배워보고 싶고 ㅋㅋ ,

다락방 2015-03-09 15:25   좋아요 0 | URL
저도 호텔에서 머물고 싶어요. 아주 좋은 호텔에서 호텔 조식 먹어가면서 여유롭게 말이지요. 늦잠도 자고 딩가딩가~ 무료해지고 싶어요, 몬스터님. 하하하하하.
 















아니, 이사람들이. 길예르모 델 토로 감독이 좋아서 그가 썼다는 책을 읽은게 벌써 2009년이다. 그러니까 저 《스트레인》을 읽은게 벌써..보자...6년전이란 말이다. 그당시 스트레인을 재미있게 읽고 오오 빨리 2부,2부 하면서 기다렸는데..너무 소식이 없어 잊고 지냈다. 잊고 지내다보니 줄거리도 다 잊혀진 지금, 2부가 나왔댄다. 아놔..너무하는거 아님? 스트레인 내용 하나도 생각안나. 재미있게 읽었다, 2부를 기다린다. 여기까지만 생각남. 하하하하하하하하하. 어쩔. 하하하하하하하하하. 집에 읽을 책도 쌓였으니 더폴, 너.. 보류할까.


















최근에 밀란 쿤데라의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을 다시 읽었는데 진짜 너무 좋았다. 그전까지는 쿤데라의 책중 《농담》이 최고라고 생각했는데, 아, 이 책도 이렇게나 좋다니. 그러고보니 집에 사둔 쿤데라의 책은 내가 다 읽었더라. 코맥 매카시도, 로맹 가리도 사두고 안 읽은 책이 몇권씩 있는데 쿤데라는 다 읽었어.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농담, 불멸, 무의미의 축제.. 크- 쿤데라의 농담을 다시 읽어볼까, 그러면 또 더 좋을까, 싶다가 아니 새로운 책은 어떨까? 싶어 하릴없이 검색해본다. 


















이 책은 몇년전에 뽀게터블님의 페이퍼에서 본 기억이 있는데, 요즘 데이비드 실즈의 책을 읽으면서 체스터튼이 궁금해졌다. 그래서 으응, 이거 한번 읽어볼까, 싶어져 장바구니에 담아놓았다. 아니, 근데 데이비드 실즈가 언급하는 책들의 80프로는 내가 알지도 못하는 책들이며, 알아볼까 싶어 알라딘에 넣어도 외국도서 밖에 나오질 않더라. 하아- 만약 내가 데이비드 실즈가 언급한 책들의 대부분을 읽었다면 데이비드 실즈의 책도 더 재미있지 않았을까?


무엇보다 데이비드 실즈는 책의 후반부에 '푸르스트'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에 대해 '지금까지 내 인생에서 제일 중요한 책이라고 생각한다' (문학은 어떻게 내 삶을 구했는가,p.172) 라고 말했는데, 그래서 갑자기 프루스트를 찾아서가 아니라,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를 완독하고 싶어지는 것이다. 하아- 이 빌어먹을 욕망. 아니, 이건 허영심이야. 나..혼불도 3권에서 멈췄어..






















요즘에는 예전처럼 자주 그러진 않지만, 어쨌든 가끔 나는 알라딘의 신간 소식을 체크하는데, 그러다 이 책을 알게 됐다. '한사람만이, 한장소만이 안전하다고 믿는' 사람의 마음이, 그리고 거기에서 어떻게 빠져나올 수 있는지 궁금한 나는, 임상심리학자가 썼다는 말에 기대를 갖고 이 책을 장바구니에 넣는다.

모두다 저마다의 트라우마를 하나씩은 가지고 있을텐데, 그 트라우마를 다들 어떻게 견뎌내며 혹은 이겨내며 살고 있는걸까?

2주전이었나, 텔레비젼 채널을 돌리다가 현빈이 주연하는 하이드와 지킬인가 뭐 그런 드라마를 잠깐 보게됐는데, 와, 흡인력 엄청 떨어지고 개연성 없는 드라마더라. 말도 안된다고 생각되는 장면들을 마침 보게 되서 그런지..

여튼 거기서도 '친구를 두고 혼자 나왔다'는 죄책감 때문에 또하나의 인격을 만들어낸 주인공이 이해도 되고, 그렇다면 그는 평생을 그렇게 살아야 하나? 하는 궁금증도 생겼다. 그렇지만 그 드라마를 챙겨보고 싶어지진 않더라. 



접힌 부분 펼치기 ▼

 [알라딘 책소개]

임상 심리학자 루애나 루이스의 소설 데뷔작. 스텔라는 3년 동안 집안에서 숨어 지냈다. 트라우마로 심한 광장공포증을 앓고 있는 그녀는 남편인 맥스만이 드나드는 딱딱하고 고립된 그 집에서는 안전하다고 느낀다. 그 집에 있으면 심리학자로서 그녀의 마지막 상담 케이스가 남긴 트라우마와도 거리를 유지하기가 훨씬 수월하다.

하지만 폭설과 한파로 세상이 꽁꽁 얼어붙은 그날, 눈부시도록 아름다운 한 소녀가 거짓과 진실이 뒤섞인 보따리를 가지고 그녀의 집 문을 두드린다. 정교하게 꾸며진 스텔라의 세계가 허물어지며 그 민낯을 드러낼 비밀을 간직한 채…. 임상 심리 전문가가 쓴 심리 스릴러답게 인물과 사건을 통해 인간 심리의 다양한 측면들이 생생하게 드러난다.

 

펼친 부분 접기 ▲




아, 그렇지만 나는 올해 책 구매액을 대폭 줄이기로 했으므로 입술을 깨물며(아나스타샤처럼!) 뒤돌아 나가련다. 그돈으로 아이패드를 사야겠....다고 갈등한 게 벌써 몇개월째냐. 아니, 그 뭣이냐, 연말에 알라딘에서 아이패드 준다고 뭐 투표하고 그러지 않았나? 그거 당첨자 나왔나? 내가 당첨이 안되서 모르는건가 아니면 아직 추첨을 안한건가? 아시는 분은 제게 말좀 해주삼. 알라딘 a 님이 그거 필요 없으니 당첨되면 나 주겠다고 했는데...이거 아직 발표 안났나용? 아님 이 친구..당첨됏는데 나한테 말 안하고 있나..견물생심이라, 주기 싫어서??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 일하던 중이었는데 갑자기 더 폴 보고 이게 뭥믜? 하고 급페이퍼질이 되어버렸넹.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사람일은 진짜 한치 앞도 알 수가 없다니깐. 미래는 예측불허, 그리하여 생은 의미를 갖는 것.


댓글(18) 먼댓글(0) 좋아요(1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다락방 2015-03-05 16: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낮술의 계절, 봄이 온다!!

다락방 2015-03-05 16: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낮술의 계절, 여름도 오겠지! 미쳐주리라!

무스탕 2015-03-05 16: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스트레인으로 시작해서 아르미안으로 끝났군요. ㅎㅎ
글구요, 감히(ㅋㅋ) 제 앞에서 다리를 논하시다니 아직 제 다리를 구경하신적이 없군요.
전 여지껏 살면서 저 정도의 체구에 저보다 굵은 다리를 본 적이 없어요. 으쓱~~~
다리만으로 따지자면 박세리, 미셀위, 신지애, 최나연.. 이런 애들이 엄청 부러워 할 다리라구요. 으쓱으쓱~~~

다락방 2015-03-06 09:13   좋아요 0 | URL
오, 무스탕님. 그 가녀린 몸에 다리가 굵다고요? 그러면 단단하게 서있을 수 있나요? 아마도 안정적인 걷기를 위해 그런 다리를 갖게 되신 게 아닌가 싶어요. 사실 보지 못해서 무스탕님이 얼마나 많은 과장을 한건지는 모르겠지만요. ㅎㅎㅎ
저는 제 덩치에 맞는 다리를 갖고 있습니다. 그래서 아마도 더, 무스탕님 보다 두꺼운 다리를요. -_-

아무개 2015-03-05 16: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하하
저 그런뇬 아닙니닷!

크~~낮술 좋죠 낮술!
우리 진짜 날 따뜻해지면
낮술마셔욧^^

다락방 2015-03-06 09:13   좋아요 0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낮술 좋죠. 낮술 먹고 기절해서 잠들어가지고는 일어나서 입냄새나는 입 양치한 다음에 저녁술을 먹는거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무개 2015-03-06 10:12   좋아요 0 | URL
형! 방 잡자니까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테레사 2015-03-05 17: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하하...마지막 구절은..그 유명한..아르미안의 네딸들에 나오는....ㅋ

붉은돼지 2015-03-05 18:26   좋아요 0 | URL
무스탕님의 아르미안으로 끝났다는게 무슨 소린가 했는데 테레사님 댓글 보고 알았습니다
신일숙은 제가 고딩때 제 맘대로 정한 한국만화여류삼대가 중 일인으로 깊이 흠모한 분입니다ㅋ
아르미안은 고3때 시작해서 군대 휴가나와서도 봤던 기억이 납니다
한권 나오는데 몇달씩 걸렸죠 ㅠㅠ 아~사반세기도 더 지난이야깁니다...

다락방 2015-03-06 09:14   좋아요 0 | URL
네, 아르미안의 네딸들. 기억은 거의 안나는데 저 문장만 기억이 나요. 그래서 저 문장 알아보는 사람들 만나면 되게 즐거워요. ㅎㅎㅎㅎㅎ 당신도 봤군요, 아르미안의 네 딸들!
근데 아르미안의 딸들인가 아르미안의 네딸들인가..제목이 가물가물하네요. ㅋㅋㅋㅋㅋ

무스탕 2015-03-06 09:50   좋아요 0 | URL
<아르미안의 네딸들>이에요.
첫째가 여왕이 되는 마누아, 둘째가 아름다운 스와르다, 셋째가 현명한 아스파샤, 넷째가 우리의 주인공 샤리 ^^

다락방 2015-03-06 09:55   좋아요 0 | URL
전 딸이름 하나도 생각 안나고 전쟁의 신 에일레스만 생각나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보슬비 2015-03-05 20: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나마 `스트레인`이 미드로 만들어져서 2권이 번역된것 같아요. 저도 1권 내용이 가물 가물거리는데, 2권을 읽어야힐지 고민이예요. 아니면 3권 나올때까지 기다려야할지... ^^;;

다락방 2015-03-06 09:15   좋아요 0 | URL
오, 스트레인이 미드로 만들어졌어요? 되게 재미있게 읽었는데 다음 시리즈가 안나와서 완전 화났었어요. 2부 읽었다가 3부가 또 언제 나올지 모르니, 아예 보슬비님 말씀처럼 3권 나올때까지 기다려야 할까요? 흐음..

dreamout 2015-03-06 20: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스완네 집 쪽으로.. 민음사판 버전.. 얼마 전에 1권 읽고 잠시 쉬는 중인데, 아주 흥미로워요. 근데... 으음.. 뭐...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1권 스완네 집 쪽으로의 2권은... 또 언제 스타트할지 모르겠어요. ㅋㅋㅋㅋ

다락방 2015-03-09 17:32   좋아요 0 | URL
오, 드림아웃님께도 흥미로운 소설이었나요? 흐음. 그렇다면 저도 2015년에 한번 도전해볼까봐요.
그렇지만 2014년에 도전한 혼불을 아직 마치지 못했는데...(시무룩)

보슬비 2015-03-06 23: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미드 좀 B급스럽지만 나쁘지않았어요.^^
지금 ㅣ시즌끝났고 다음 시즌 촬영하고있대요.

다락방 2015-03-09 17:33   좋아요 0 | URL
미도로 있는지는 몰랐는데 재미있을 것 같아요. 전 워낙에 뱀파이어 얘기를 재미있어해가지고. ㅎㅎㅎㅎㅎ
책은 나중으로 미뤄야겠어요. 내용 어차피 다 까먹어서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