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며칠간 되게되게 결혼이 하고 싶었었다. 그 이유는 단 하나, 김치부침개!! 그러니까 평일의 어느날 저녁, 퇴근하여 거의 집 앞에 이르던 나는, 엄청나게 김치부침개가 먹고 싶어진 거다. 엄마가 집에 계셨다면 엄마 김치부침개 해줘~ 라고 할텐데, 엄마는 평일 내내 복직한 여동생의 집에 가 계신 상황. 하아- 퇴근하고나서 김치부침개를 할 의욕 같은 게 내겐 없어...누가 해주는 거 먹고 싶어..하는 생각을 하게 된거고-부침개를 해본 적이 없다는 건 일단 무시하자-, 그러자 퍼뜩, 이럴때 엄마가 집에 없으니 시어머니라도 있었으면...하게 된거다. 뭔가 나이 지긋한 분이 해주셔야 제맛일 것 같은 느낌적 느낌? 그러자 머릿속에서 잽싸게 상상이 굴러가기 시작했다. 그러니까 이런 거.


[다락방의 120가지 그림자]라는 소설을 써서 빅힛트를 시킨 나는 더이상 직장에 다니지 않아도 될만큼 돈이 넉넉해서 더이상 직장에 다니지 않아도 되는데, 그러다가 고액연봉을 받는 남자를 만나 결혼하게 된다. 나는 직장에 안다녀도 이미 돈이 많은 사람이므로 남편이 출근한 뒤 소파에 누워 잉여잉여 하다가 퍼뜩 김치부침개가 먹고 싶어지고, 그래서 그리스에 여행간 시아버지 덕에 혼자 계신 시어머니에게 전화를 걸어 '어머님~ 저 김치부침개좀 해주세요, 막걸리는 제가 사갈게요, 지금 출발합니다~' 라고 하는 거다. 그리고는 걸어서 한시간 가량 거리에 있는 시어머니 댁으로 걸어간다. 부침개랑 막걸리를 많이 먹을 거니까 그 전에 칼로리 소모를 좀 해야 하므로. 여튼 그렇게 한시간 가량을 걸어 시어머니 댁 앞에서 막걸리를 두 병 사가지고는 들어가, 시어머니가 해주는 김치부침개를 맛있게 먹는거다. 그렇게 우리는 막걸리를 주거니 받거니 하며 서로의 연애사를 털어놓고 술에 취한다. (어쩐지 [남자의 부드러움]이란 소설이 떠오르는 군). 막걸리 두 병으로는 우리의 이야기를 마무리 지을 수 없어 아쉬워하던 찰나, 시어머니는 내게 말한다.


얘야, 이럴 때를 대비해 니가 우리집 냉장고에 호가든 쟁여놓지 않았니, 그걸 마시자꾸나.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우리는 또 호가든을 따라가지고는 엄청 퍼마시는 거다. 나는 이미 유빅컵도 가지고 있다!!




그리고 나는 고액 연봉자 남편에게 전화한다.


이보시오 서방, 내가 지금 많이 취했소. 그리고 당신 어머님 댁에 있으니, 퇴근길에 들러 나를 픽업해가시오.


고액 연봉자 남편은 퇴근길에 나를 픽업하기 위해 들렀는데 내가 완전 몸을 가누지 못할 정도로 취했고, 그래서 125킬로그램에 육박하는 나를 등에 업는다. 이쯤은 업을 수 있지, 새털처럼 가벼운 여자, 하면서. 휘파람을 불면서. 크- 아름다운 스토리. 그러나 현실에서 나는 10개의 그림자도 가진 적이 없고, 돈도 없고, 직장이 아니면 굶어야 하고, 고액 연봉자 남편도 없고, 시어머니도 없고....김치부침개는...어디로?? 어디에서??



주말에 집에 오신 울엄마, 나의 엄마가 김치부침개 해줬다. 



아, 그래서 오늘의 요리가 김치부침개냐고 하면 그건 아니고, 무려 <LTE 잡채> 가 되시겠다.



[오늘 뭐먹지?]에서 성시경 생일 에피소드가 재미있다는 칠봉이의 말에 부러 1,200원이나 주고 굿다운로더 받아서 보게됐는데, 그때 나온 게 LTE 잡채다. 불을 전혀 쓰지 않고 15분 내에 완성 가능하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란다. 오, 불을 쓰지 않아? 그래서 나는 유심히 봐뒀고, 또 다 본 뒤에는 나도 한 번 해보리라, 하고는 재료나 순서 등을 메모해 두었다. 자, 이제 내가 한 요리가 나가신다!!



우선, 잡채를 하기 위한 기본 재료를 셋팅한다. 소고기를 준비하면 좋겠지만, 늘 요리를 망치는 나인지라, 망치고난뒤 소고기까지 버리기는 좀 거시기하므로, 일단 처음 만들어보는 잡채에 있어서만큼은 가장 기본적인 재료를, 고기 없이 준비하기로 한다. 표고버섯, 양파, 당근, 시금치다. 당면은 진작에 물에 넣어 불려두고 있다. 많이 불리면 불릴수록 좋다는데, 나는 한 세 시간 불려둔 것 같다.




그리고 양념장을 만든다. 간장과 설탕의 비율은 2:1 이라고 되어있던데, 그러면 내게는 너무 달 것 같아서 나는 일단 간장을 무조건 막 따른 다음에 설탕을 한 숟가락 넣었다. 그리고 다진마늘, 참기름, 후추를 넣는다. 그렇지만 나는 후추를 넣었던가 안넣었던가...여튼 그렇게 섞어서 양념장을 만든다.




자, 이렇게 준비가 되었으니 전자렌지에 넣을 수 있는 그릇에 당면을 넣고 표고버섯을 넣고 양념장을 넣은 뒤 한 번 섞어준다. 이때 양념장은 백프로 넣는 게 아니라 70프로정도 넣어주는 게 좋다. 그리고 그 위에 양파와 당근을 얹는다. 양파와 당근은 수분이 많으므로 일부러 맨 위에 얹는 것. 그렇게 셋팅한 뒤 랩을 씌워 전자렌지에 넣고 5분간 돌린다.




그 후에 그릇을 빼내 조물조물 해주고 그 위에 시금치를 얹어서 다시 2분30초간 전자렌지에 넣어 돌린다. 그리고 꺼내서는 아까 남겨둔 30프로의 양념장을 넣어 조물조물 해준다. 그러면 잡채 완성!!



자, 맛은 괜찮다. 먹을만하다. 다만, 전자렌지로 만든 거라 뻑뻑하다. 건조하다. 당근과 양파를 더 넣던가 아니면 양념장을 만들때 물을 조금 섞어 양을 많게 하는 것도 좋을 것 같다. 남은 양념장을 다 넣어도 뻑뻑해..건조해.. 그렇다고 그냥 물을 넣자니 그건 좀 아닌 것 같고..


어쨌든 건조해서 후루룩 입안에 들어가진 않았지만....뭔가 매끄럽지 못해 지들끼리 서로 붙어있는 면발들이긴 했지만....그간 내가 도전한 요리들 중 가장 나은 맛을 보였다. 남동생도 '괜찮네' 라고 했다. 오늘의 요리는 괜찮은 요리였다. 훗. 다음엔 성공할 수 있을 것 같아! 나도 자신 있는 요리를 하나 가질테닷!! 그것은 잡채가 될것이닷!!!!!



암튼 양념장 다 부어 좀 짭짤한 잡채를 안주 삼아 나는 그날 저녁, 와인을 마셨다. 울랄랄라





건배!!



부침개 대신 엘티이잡채. 오늘의 요리 마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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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마요정 2015-04-22 09: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김치부침개 먹고 싶네요 ㅎㅎ 다락방님의 120가지 그림자편 시어머니와 남편 좋네요 저는 어제 사랑과 전쟁을 봤더니..ㅋㅋㅋ

다락방 2015-04-22 09:26   좋아요 0 | URL
상상은 늘 아름다운 법이죠. 현실이 그렇지 못하기 때문인가봐요. ㅋㅋㅋㅋㅋ

웽스북스 2015-04-22 10: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잡채 후기 여깄었구나!!!! ㅋㅋㅋㅋ

다락방 2015-04-22 10:42   좋아요 0 | URL
네, 여기에. 오늘 아침에 작성 완료. ㅋㅋㅋㅋㅋ
이거 잡채맛 나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웽스북스 2015-04-22 10:43   좋아요 0 | URL
잡채에서 잡채맛이 나다니!!! 대단해요 ㅋㅋㅋ

다락방 2015-04-22 10:47   좋아요 0 | URL
짱이죠! 무려 잡채 맛이 나는 잡채인것입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레와 2015-04-22 10: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대단한데!!!! 잡채라니.... .하아.. 너무 먹고 싶다.. 미치겠네..... ㅎㅎㅎㅎㅎㅎ


전자렌지 돌리는걸 후라이팬으로 바꾸면 3배는 더 맛있을거야.

다락방 2015-04-22 10:58   좋아요 0 | URL
안그래도 당연히 그럴것 같긴 한데...내가 하면 또 망칠까봐 겁나서 말이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난 잡채 안좋아하는데 요리 하니까 좋더라고요. ㅋㅋㅋㅋㅋ

Mephistopheles 2015-04-22 11: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름 급한대로 오X기라는 회사에서 나오는 3분 잡채도...그럭저럭 먹을 만은 해요...

아니 그런데....

김치 부침개때문에 결혼을 하고 싶다니... 암튼 예측 불가능 다락방님이십니다.

다락방 2015-04-22 16:36   좋아요 0 | URL
김치 부침개는 제가 한 번도 해본 적이 없어서 말이지요 ㅋㅋㅋ 이것도 언젠가 한 번 날잡고 해봐야겠어요. 그리고 오늘의 요리 페이퍼 써야징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무개 2015-04-22 12: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챔기름을 조금 뿌렸으면 덜 뻑뻑했을텐데요 ㅋㅋ

점심을 먹으면서 댓글을 쓰고 있는데
왜 배가 고픈건지 킁 ㅠ..ㅠ

다락방 2015-04-22 16:37   좋아요 0 | URL
안그래도 칠봉이가 참기름 얘기도 했는데 이미 절반 이상 먹은 뒤라 그냥 먹었어요. ㅎㅎㅎ

아 갑자기 다시 맛있게 만들어서 잡채 먹고 싶네용. ㅋㅋㅋㅋㅋ
아 .. 아무개님 댓글 읽으니까 배고파 ㅠㅠ

단발머리 2015-04-22 12: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엘티이 잡채 감동적이예요. 저, 잡채는 한 번도 안 해 봤어요. 다락방표 잡채 도전해볼까봐요.

위에 오타있어요.

125 킬로그램에 육박하는.... 45 아니구요? ㅋ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다락방 2015-04-22 16:37   좋아요 0 | URL
레서피는 인터넷에 검색하면 나와요, 단발머리님. LTE 잡채라고 치면 신동엽과 성시경이 한 레서피 나올거에요. ㅋㅋㅋㅋㅋ


그리고 오타...........아닙니다. 제대로 친 거 맞아요. -0-

2015-04-22 20:51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다락방 2015-04-23 10:55   좋아요 0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 또 먹고 싶네요, 김치부침개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치니 2015-04-23 11: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저도 이거 오늘 해볼라 그랬는데, 다락방 님 후기를 읽으니 챔기름이 꼭 들어가야되겠네요. 당근 양파는 물 많이 나오게 듬뿍, 오케 감사합니다.

다락방 2015-04-23 11:58   좋아요 0 | URL
치니님, 후기 기다리고 있을게요. 치니님은 아마 저보다 더 맛있게 하실겁니다. 화이팅!! 아 잡채 먹고싶어요. ㅋ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