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 자면서도 새벽에 몇 차례 깨는 편이다. 내가 깬다는 사실에 스트레스를 받지 않으므로 상관없는데, 생리기간에는 깨지않고 푹잔다. 그냥 푹 자면 좋은데, 특히 생리전에는 폭풍 졸음이 쏟아진다는 게 문제. 아, 오늘도 회사에서 존 것 밖에 한 게 없는 것 같다. 정신을 차릴라고 몇 번이나 이를 악물었지만(악-) 나의 졸음은 내 뜻대로 되지 않아.. 점심을 먹고 와서는 안되겠다 싶어 우먼스타이레놀을 한 알 먹었는데, 아직 약효가 돌기도 전부터, 그러니까 약을 먹자마자 또 졸았.....아, 나의 졸음은 어째야 하는거지? 이즈음의 나는 밥을 먹다가도 졸곤 한다. 하아- 


여튼 그렇게 졸다가 신간은 뭐 나왔나, 그냥, 습관적으로 알라딘 새책을 눌렀는데, 아니, 이게 뭐여!! 이승우가 아닌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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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성의 언어로 한국 소설의 토대를 넓힌 이승우의 <에리직톤의 초상>이 '이승우 컬렉션'의 첫 번째 작품으로 출간됐다. 작가의 데뷔작이자 대표작인 이 소설은 우리나라 관념 소설, 형이상학 소설, 종교 소설의 새 지평을 마련하여 작가와 평론가 모두에게 격찬받은 작품이다.

1981년 발표한 중편 '에리직톤의 초상'에 1990년 2부를 추가해 완성한 장편소설 <에리직톤의 초상>은 1981년 교황 저격 사건과 에리직톤 신화를 모티프로 하여 기독교적 신념을 둘러싸고 각자 다른 거리에서 다른 방식으로 관계를 맺고 있는 네 인물에 대해 이야기한다. 그들의 이야기를 통해 작가는 신과 인간, 그리고 사회의 관계를 밀도 높게 탐구하면서 인간의 의미를 치열하게 성찰하고 삶의 구원에 관한 문제로 나아간다.

작가는 <에리직톤의 초상>에 대해 "내 이십 대의 십 년을 이 소설만 쓰고 산 것은 아니지만 이 소설과 함께 산 것은 맞다. 무엇 때문인지 모르겠으나 나는 이 소설에 붙들려 있었고, 그러면서 이 소설에서 놓여나야 한다는 강박에 시달렸다"라고 고백했다. 작가가 청춘을 바쳐 애정을 쏟고 심혈을 기울인 이 소설은 이승우 문학의 출발점이자 영원한 화두로, 지금도 유효한 문제의식과 진지한 울림으로 우리의 의식을 일깨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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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은 아니지만 이승우의 데뷔작이라고 한다. 아아.... 그런데...한권뿐만이 아니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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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 만에 원제를 되찾은 이승우 장편소설 <독>이 예담에서 재출간됐다. 이 작품은 현재는 폐간된 문학 계간지 「소설과 사상」에 '독'이라는 제목으로 연재됐고 1995년 <내 안에 또 누가 있나>로 출간됐던 소설이다. 

대필작가 임순관의 일기 형식으로 전개되는 <독>은 청년 이승우가 악에 대해 야심차게 파고든 소설로, 인간 내부에 도사리고 있는 악이 나쁜 사회와 조응하여 어떻게 거대한 악의로 사람을 집어삼키는지 서늘하게 보여준다. 일련의 상징적인 사건들과 그로 인한 심리적인 변화 과정이 작가 특유의 필치로 집요하고 면밀하게 이어진다.

작가는 이 소설에서 인간의 내면 깊숙이 잠재되어 있는 악의를 '독'으로 표현한다. 임순관은 의학적으로 진단되지는 않지만 내장부터 썩게 만들어 끝내는 죽게 할 독이 자기 내부에 고여 있다는 것을 자각한다. 

그리고 하루하루 들숨을 통해 육체에 축적됐다고 생각한 그 독의 근원이 사실은 자기 자신이라는 것을, 날숨으로 세상의 대기 속에 토해져 나온 독이 다시 자기 안으로 들어와 부글부글 끓으며 더 많은 독을 증식시킨다는 것을, 인간은 독을 생산하는 거대한 공장이며 세상은 그 독이 유통되는 거대한 시장이라는 것을 깨닫는다. 그러나 이제 인간의 독과 세상의 독은 닭과 달걀처럼 그 인과관계를 따지는 것이 무의미할 만큼 긴밀하게 악영향을 주고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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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아, 잠이 깬다 잠이 깨... 잠이 확 깬다... 이승우가 두 권이나... 물론 이 소설도 이번에 새로 나온 소설은 아니고 1995년에 초판이 나온 책이란다. 아 궁금하다 궁금하다. 이승우...아 오랜만이다 이승우. 나는 이승우를 정말 좋아하는데 아직 그의 전작품을 다 읽진 못했다. 이승우를 위해서는 책장 한 칸을 따로 마련해 두었는데, 아...거기에 두 권이나 꽂을 수 있을 것 같아. 그러나!!



최근에 책구매를 자제하고 있는 나는, 그런 엄청난 노력에 힘입어 <최근 3개월간 순수구매금액 : 188,040원> 에 이르렀다. 나의 목표는 이걸 십만원 안쪽으로 낮추는건데, 이승우 책 두 권을 사면..또 언제 금액을 적게 만든단 말인가. 게다가 ㅠㅠ 이승우만 나온 게 아니야. 아니, 앤 타일러!! 당신은 또 왜 지금 이 시점에!!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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퓰리처상 수상작가 앤 타일러의 장편소설. "노란색과 초록색이 넘실대는 산들바람 부는 아름다운 오후였지." 애비 휘트생크는 1959년 7월 어느 날 레드와 사랑에 빠지게 된 이야기를 늘 이렇게 시작한다. 

휘트생크 일가는 연대감이 빛나는, 정의하기 힘든 부러운 특별함을 가진 가족이다. 하지만 모든 가족이 그렇듯 애비와 레드와 성인이 된 네 자녀는 애틋한 순간과 웃고 축하하는 순간만 쌓아온 게 아니다. 질투와 실망, 조심스럽게 감춘 비밀들이 있다. 1920년대에 볼티모어에 처음 온 레드의 부모부터 21세기에 가문의 유산을 이어가는 애비와 레드의 손주들까지 휘트생크 3대의 이야기는 늘 가족의 닻인 애정이 가득한 볼티모어의 낡은 집을 중심으로 펼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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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아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 어쩌지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궁금하다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읽고싶다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앤타일러인데 ㅠㅠㅠㅠㅠㅠㅠㅠㅠ 사실 지금 당장 읽고 싶은건 이승우보다 앤 타일러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최근 3개월 순수구매액.....연말까지 10만원 안쪽으로 만들고싶다.........이렇게 또 무너지는가....심규선의 새로운 시디도 이미 장바구니에 있는데 .........이번만 딱 한 번 사고 연말까지 이제 그만살까? 아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 이승우의 책도, 앤 타일러의 책도.. 내년에 나왔으면 좋았을텐데 우어어어어


세상일이 이렇게나 뜻대로 안되는구먼...






이승우 책은 이게 전부인가? [소설을 살다]를 내가 읽었던가? 안읽은 것 같다...아직 내가 안읽은 옛날 책들에 대해서는 예담이 다 내주려나? 이번에 나온 [에리직톤의 초상]이 '이승우컬렉션 1' 이던데... 아직 내가 안 읽은 책이 여러권 남아있군..

























앤 타일러 책은 보자, 몇 권이나 안읽었나. 그러고보니 추석때 놀러온 이모가 돌아갈 때 앤 타일러의 소설을 내가 읽으라고 줬다. 내 책장에서 빼서..포스트잇 빼곡 붙여진 책이었는데..그게 뭐였지, 근데? ... 아, 표지 보니까 알겠다. [인생]을 이모한테 줬다. 집에 가는 길에 읽으라고... 집에 [종이시계] 가 있던가??











잠이 깬다...


그런데 페이퍼 다 쓰고나면 또 졸음이 쏟아질 것 같다. 퇴근시간 두 시간 남았고, 퇴근하면 프란세진야 먹으러 갈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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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조기후 2015-11-12 17: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ㅋㅋㅋ 책값 줄이려고 발버둥치는 와중에 프란세진야는 포기하지 않는 다락방님 귀염 ㅎㅎ

다락방 2015-11-12 18:36   좋아요 0 | URL
맞네요 ㅋㅋㅋㅋㅋㅋ 프란세진야는 먹으러 가네 ㅋㅋㅋㅋㅋㅋㅋㅋㅋ

2015-11-12 19:0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11-13 08:37   URL
비밀 댓글입니다.

무해한모리군 2015-11-12 19: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파란실타래를 사야겠어요. 사야지.

다락방 2015-11-13 08:37   좋아요 0 | URL
오 사셨어요, 휘모리님? 저도 주말 지나면 사려고요. 힛.

무해한모리군 2015-11-13 12:55   좋아요 0 | URL
샀는데 배송이 월요일 ㅠ.ㅠ

다락방 2015-11-13 13:14   좋아요 0 | URL
아 Orz

transient-guest 2015-11-13 08: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알라딘을 계속 들여다보면 지갑이 가벼워집니다..ㅎㅎ 새책이 나오면 자꾸 사고 싶고, 읽고 싶고, 조바심이 나네요.

다락방 2015-11-13 08:40   좋아요 0 | URL
그러게요. 좋아하는 작가의 신간이 나오면 얄짤없죠. 사실 이승우는 신간이 아니라 개정판인데... 하하하하하.

테레사 2015-11-13 14: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17일까진 안사려고요..근데..자꾸 소설이 읽고 싶어져서...자꾸 장바구니를 들었다놨다 들었다놨다.하고 있슴다.ㅠ

다락방 2015-11-16 09:58   좋아요 0 | URL
저는 아직까진 잘 참고 있습니다만 27일에 유효기간이 다 되는 적립금이 있다네요? 아무래도 그 전에 사야할 것 같습니다. 무슨 적립금 유효기간이 한 달인지 원 ㅋㅋㅋㅋ 그래서 오늘 아침에도 부지런히 장바구니 요렇게 죠렇게 꾸려보고 있어요. ㅎㅎㅎㅎㅎ

책탐 2015-11-14 05: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3개월 순수금액 십만원은 솔직히 자신없고..한달 5권 구매로 정했는데 가득 담긴 책들과 신간을 보면 5권 구매할때 신중하게 고르느라 오랜시간을 허비하는 저를 발견하곤 합니다...

다락방 2015-11-16 09:59   좋아요 0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오랜 시간 허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렇죠. 정말 그래요. 저도 지금 한 번 사야겠다 싶어서 이렇게 저렇게 장바구니 넣었다 뺐다 하고 있어요. ㅋㅋㅋㅋㅋ 혼불 8,9,10 권도 사야하는데 이번에 다 살까, 아니면 한 권씩 살까, 아니면 사지말까.... 아하하하하. 신간을 사야하는데 혼불을 사면 신간을 못살텐데... 갈등은 참 여러군데로 피어나네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비연 2015-11-15 08: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그냥 포기요...ㅜ 횟수를 줄이려고 자제 중인데... 락방님 페이퍼가 저를 절망케 하는. 철푸닥.

다락방 2015-11-16 10:00   좋아요 0 | URL
저는 일단 앤 타일러 소설 만이라도 살까 생각중이에요. 저건 너무 궁금해요. 제목도 좋지 뭡니까. 파란 실타래.. 아아, 이렇게 3개월 순수구매액은 올라가는가...Orz
 















알리란 인물이 왜 대단한건지 몰라서 예전에 '윌 스미스'가 주연한 영화 [알리]를 극장에 가서 봤더랬다. 당시의 내게 영화는 지루했고 그래서 나는 꾸벅꾸벅 졸았다. 졸다가 정신을 차려 봤던 장면에서 챔피언이었던 알리는 군대에 안간다고 했던가 하는 이유로 사람들에게 욕을 먹었다. 그리고 나중에 다시 챔피언이 되었고. 나는 영화의 전반적 내용을 이해하지 못했고 왜 알리가 군대에 안갔는지, 왜 욕을 먹었는지, 그리고 왜 대단한지 모르는 채 지냈다. 그렇게 오랜 시간을 보냈다.















시사인에서 내가 가장 즐겨읽는 코너, 건성건성 읽어도 꼭 빠뜨리지 않는 코너가 <김형민 PD의 딸에게 들려주는 역사이야기>이다. 역사를 개뿔도 모르는 내게 참으로 유익한 코너이며 또 재미도 있다. 그런 이 코너에서 이번엔 알리에 대해 말해주더라. 오래전 영화를 봤음에도 알리를 모르던 내게, 김형민은 자세히 알려주었다. 김형민의 글을 읽노라니 아, 그때 그게 그런 장면을 뜻하는 거였구나, 싶으며 뒤늦게 영화를 이해하게 된 기분이었다.



절정의 세계 챔피언이던 시절, 그는 미국이 발을 잘못 들였던 베트남 전쟁에 공개적으로 반대하고 징병을 거부해. 그 이유는 다음과 같아. "내가 왜 베트콩과 싸우는가. 그들은 우리를 검둥이라고 부르지 않는다. 만약 내가 군대에 입대해서 베트콩과 싸워 2200만 미국 흑인의 자유와 평등을 보장할 수 있다면 미국 정보는 나를 징집할 필요도 없다. 그렇게만 된다면 내일 내 발로 입대할 테니까." -<시사인 제426호, 김형민 피디의 딸에게 들려주는 역사이야기 中



아, 그때 알리가 거부한 게 징병이었구나. 징병을 거부한 이유는 바로 이것이었구나. 아, 알리는 인종차별에 반대하는 사람이었구나. 나는 이제야 그가 왜 사람들에게 영웅 대접을 받는지 알 것 같았다. 그러나.



대가는 참혹했어. 그는 챔피언 타이틀을 박탈당했고 3년 반 동안 경기조차 참가하지 못했으니까. 프로권투 선수에게 3년 반의 공백이란 네가 3년 반 동안 글자 한 자 들여다보지 않고 대학 시험을 보는 것과 마찬가지의 큰 타격이야. 하지만 알리는 이를 이겨내고 서른두 살에 여덟 살이나 어린, 헤비급 역사상 최고의 강펀치 조지 포먼을 꺾고 다시 챔피언이 됐단다. 1981년 은퇴하면서 그는 이런 말을 남기지.

"자유와 정의, 평등을 위해 싸운 사람으로 기억되길 바란다." -<시사인 제426호, 김형민 피디의 딸에게 들려주는 역사이야기 中




김형민 피디가 이 글을 쓴 이유는 우리나라의 야구선수 최동원에 대해 얘기하기 위해서였다. 사실 나는 야구에 관심이 1도 없고, 그래서 최동원이란 선수에 대해서도 전혀 알지 못한다. 



최동원의 진가는 절정의 슈퍼스타이면서도 자기보다 못한 처지의 선수들을 잊지 않고 그 후배들을 위해 자신이 앞장서 나섰던 데에서 더 영롱하게 빛났단다. 1988년 그는 '프로야구 선수협의회' 구성에 나서. 선수들끼리 조직을 만들어서 그 권익을 지켜보자는 취지였지. 슈퍼스타 최동원이 협의회 결성에 앞장선 이유는 프로야구 2군 선수들의 아픈 현실을 알게 되면서였어.

"2군 포수가 내 공을 받아준 적이 있습니다. 수고했다고 고기를 사줬는데 얼마 만에 먹는 고기인지 모르겠다고 했습니다. 알고 보니 그 선수 연봉이 300만원(당시 2군 최저 연봉)이었습니다"(박동희 야구 전문기자 인터뷰 중). 그 돈으로 2군 선수는 자신의 장비까지 사가며 발버둥치고 있었고 구단은 이들에 대해 전혀 신경을 쓰지 않았지. 최동원은 이렇게 생각하게 돼.

"내가 최고 연봉을 받는 것도 뒤에서 고생하는 동료가 있기 때문이다. 이제 음지에 있는 동료들을 위해 내가 먼저 움직이겠다." 참 쉬워 보여도 세상에서 가장 힘든 생각 중의 하나지. 잘 나가는 이가 반대쪽 걱정을 한다는 건. -<시사인 제426호, 김형민 피디의 딸에게 들려주는 역사이야기 中



그렇다. 잘 나가는 이가 반대쪽 걱정을 한다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최동원은 단지 걱정만 했던 게 아니라, 움직이고자 했다. 그들을 위해서. 내가 이렇게 된 것도 그들이 있기 때문이다, 라는 걸 아는 사람이었던 거다. 그러나 그가 그렇게 움직이는 걸 싫어하는 사람들이 존재했다. 참 이상도 하지. 형편 나쁜 사람들을 돕는 행위가 자신의 불이익이 될 거라 생각하다니. 아니, 불이익이 아니다. 불이익이 아니라 자신의 뜻대로 되지 않는 것에 대한 우려인 것이다. 



최동원은 선수협의회 결성에 발 벗고 나섰어. 하지만 제멋대로 선수들을 부리지 못할 것을 우려한 프로야구 구단들의 '악랄한'(이 표현은 조금도 과하지 않아)방해로 뜻을 이루지는 못했지. 선수협의회를 주동했던 최동원은 평생 벗지 않을 것으로 생각했던 롯데 자이언트 유니폼을 벗어야 했고, 머지않아 은퇴해야 했단다. 한국 역사상 최고의 투수를 코치로 초빙하는 구단조차 거의 없었어. "감히 구단에 반항을 시도한 자"를 용납할 수 없었던 거지. 무하마드 알리에게 병역 기피자의 딱지를 붙였던 미국 정부처럼 말이야. -<시사인 제426호, 김형민 피디의 딸에게 들려주는 역사이야기 中




시간이 흘러 알리는 많은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다시' 금메달을 받는다. 챔피언이었지만 흑인이란 이유로 쫓겨나 화가 난 알리가 강물에 던져버렸던 과거의 금메달이다. 그걸 훗날 다시 받게 되는 것. 그러나 최동원은 구단의 사과를 받지도 못했고 병상에 누운채 숨을 거뒀다고 한다. 


부끄럽다.



우리는 누구나 실수할 수 있다. 당시에 잘못인지 모르는 채로 어떤 일을 진행시켜버리다가 치명적 결과를 맞닥뜨릴 수도 있고. 물론 처음부터 신중하게 생각하고 고민해서 가장 최상의 결과, 모두가 좋아할만한 결과를 이끌어낼 수 있다면 더할나위 없이 좋겠지만, 우리는 인간이기 때문에 그렇게 완벽한 과정으로 완벽한 길에 이르기가 어렵다. 그러나 그것이 실수였다면, 자신의 잘못임이 드러났다면, 그렇다면 사과를 하는 것이 옳다. 그리고 다음부터는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노력해야 하고. 구단은 최동원에게 사과하지 않았고, 어쩌면 자기 확신에 빠져 사과할 일을 하지 않았다고 생각할런지도 모르겠다. 부끄러운 일인데, 당사자는 부끄러운 일이라는 걸 모를까봐, 그게 더 겁난다.



그렇다면,

알리와 최동원은 왜 앞에 나섰을까? 도대체 어째서 자신의 온몸으로 그동안 자신의 성과를 부인하고 또한 멸시하는 것을 받아들여야 했나? 알리가 인종차별 반대에 앞장서지 않았다면 또 최동원이 2군 야구선수들의 이익을 위해 싸우지 않았다면 그들 개인의 삶은 평탄하게 흘러갔을 것이다. 그런데 왜, 굳이 불이익을 당해가며 그들은 행동하고 움직였을까?



얼마전에 읽은 [마션] 의 이 부분이 생각난다.



나는 그 답을 알고 있다. 어느 정도는 내가 진보와 과학, 그리고 우리가 수 세기 동안 꿈꾼 행성 간 교류의 미래를 표상하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진짜 이유는 모든 인간이 기본적으로 타인을 도우려는 본능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가끔은 그렇지 않은듯 보이기도 하지만, 사실 그렇다.
등산객이 산에서 길을 잃으면 사람들이 협력하여 수색 작업을 펼친다. 열차 사고가 나면 사람들은 줄을 서서 현혈을 한다. 한 도시가 지진으로 무너지면 세계 각지의 사람들이 구호품을 보낸다. 이것은 어떤 문화권에서든 예외 없이 찾아볼 수 있는 인간의 기본적인 특성이다. 물론 그러거나 말거나 신경 쓰지 않는 나쁜 놈들도 있다. 하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들이 훨씬 더 많다. 그리고 그렇기 때문에 수십억 명의 사람들이 내 편이 되어주었다.
멋지지 않은가? (p.597-598)






또 [개인주의자 선언]에서의 이 부분도.




길 건너 통인시장이 보였다. 집에 있는 애들 생각이 나서 복잡한 시장통을 걸어 명물 기름떡볶이를 한 움큼 샀다. 그런데 등뒤로 한 여자분이 뛰어가며 다급한 목소리로 누군가를 불렀다. "윤아, 윤아." 그러다 어느 신사분과 부딪혔나보다. "죄송합니다, 아이를 잃어버려서요. 죄송합니다." 그러곤 아이를 부르는 목소리가 점점 멀어져갔다. 나는 내 새끼 줄 떡볶이를 든 채 멍하니 서 있었다. 그때 갑자기 떠올렸다. 이 범상한 무심함 때문에 우리가 잃은 것들을 말이다.

뒤늦게 나는 시장통을 뛰어 쫓아갔다. 아이가 멀리 가지 않았기를 속으로 빌고 빌었다. 서로 원조라고 주장하는 떡볶이집들을 지나고, 도시락을 든 채 반찬을 골라 담는 사람들을 지나, 시장통이 끝나는 곳에 그 여자분이 인형같이 자그마한 여자아이를 꼭 끌어안고 앉아 있었다. 나도 모르게 말을 건넸다. "애를 찾으셨네요. 다행이에요." 여자분은 환하게 웃었다. "네, 고맙습니다."

집에 돌아가며 생각했다. 한 개인으로 자기 삶을 행복하게 사는 것만도 전쟁같이 힘든 세상이다. 학교에서 살아남기 위해, 입시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직장에서 살아남기 위해, 일하며 아이를 키우는 고통에서 살아남기 위해, 그 아이가 다시 이 험한 세상에서 살아남도록 지키기 위해. 그런 개인들이 서로를 보듬어주고 배려해주는 것은 얼마나 힘든 일인가. 또 그렇기에 얼마나 귀한 일인가. 

우리 하나하나는 이 험한 세상에서 자기 아이를 지킬 수 있을만큼 강하지 못하다. 우리는 서로의 아이를 지켜주어야 한다. 내 아이를 지키기 위해서 말이다. (p.278-279)





알리와 최동원이 행동하기는 쉽지 않았을 것이다. 그렇게 결심을 하고, 말을 하고, 행동에 옮기는 것. 이건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니까. 또한 그들 개인이 움직여봤자 세상은 변하지 않았다. 멸시만 당하고 불이익만 당했지. 그러나 그들이 그렇게 행동했던 것은 어떤 식으로든 영향을 미쳤다. 한 사람이 큰 힘을 낼 수는 없지만, 그런 한 사람 한 사람이 모여 큰 힘이 될 수는 있으니까. 시간은 오래 걸리겠지만, 가는 길은 힘들 것이고 그러다 숱한 장애를 만나겠지만, 또한 무수히 시행착오를 겪기도 하겠지만, 가지 않는 것보다는 가는 게 역시 낫다고 나는 생각한다. 문유석 판사도 자신의 글에서 그렇게 말했다.



팔짱 낀 채 `한계` `본질` `구조적인 문제` 운운 거창한 얘기만 하며 아무 행동도 하지 않는 것이야말로 아무나 할 수 있는 거라고 생각한다. 진짜 용감한 자는 자기 한계 안에서 현상이라도 일부 바꾸기 위해 자그마한 시도라도 해보는 사람이다. 어떤 통속적인 미국 드라마를 보다가 아래 대사를 듣고 그 통찰력의 깊이에 놀란 일이 있다.

냉소적으로 구는 건 누구나 할 수 있어 Anyone can be cynical.
담대하게 낙관주의자가 되라구 Dare to be an optimist.(p.268)




나는 무서운 것도 많고 쪼그라들기도 잘하는 사람이라 담대한 낙관주의자가 될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그렇지만 팔짱 낀 냉소주의자는 최소한 되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한다. 그렇지만..그럴 수 있을지 여전히 모르겠다. 그래서 어제부터는 그런 생각을 했다. 실패도 두렵고 실수도 두렵다. 그러나 실패와 실수를 맞닥뜨렸다는 건 내가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는 거다. 비틀거리고 휘청거리겠고 쓰러지고 무너지기도 하겠지만, 실패와 실수가 겁나서 제자리에 있지는 말아야겠다고. 이런 생각을 하고서는 스스로 기특해서 머리를 쓰다듬었다. 으음, 나는 자기성찰을 할 수 있는 인간이야. 내가 나를 돌아볼 수 있는 인간이지. 잘 컸어...



그나저나, 이번호 시사인에 현대가 재벌3세의 인터뷰가 실렸던데(사회적 기업을 해서 화제가 된 인물-정경선-이란다), 문득 이런 재벌들은 어디가야 만날 수 있나? 하는 생각을 했다. 그러니까 그 만난다는 게 데이트하고 싶다 이런 게 아니라, 존재의 확인이랄까. 얼마전에 내가 그 '존재를 아는' 부잣집 남자가 역시 부잣집 여자를 사귀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다. 그 부잣집 남자는 나랑 관련1도 없고, 다시 말하지만 내가 그 '존재를 아는'것에 불과한데, 대한민국에서 평범한 대학에 다녔는데, 대체 어디서 부잣집 여자사람을 만나 사귀게 되었을까? 그들에겐 내가 모르는, 내가 전혀 알 수 없는 따로 만나는 루트가 있나? 아니면 이 평범한 대학 안에서 나 부자인데 으음, 저기서 다른 부자의 냄새가 나는군, 하고 서로가 서로를 알아보나?? 신기하네. 왜 내 주변엔 부자가 없지? 사귀었던 남자들중에도 부자가 하나도 없었고, 부자가 다 뭐야, 심지어 나보다 가난한 남자들이었는데...., 친구들 중에도 부자가 없고, 알고 지내는 사람들 중에도 부자가 없어... 어쩌면 이렇게 부자가 없지? 세상엔 이렇게 나처럼 부자 아닌 사람들이 수두룩한데, 왜 세상은 부자를 위해 굴러가지? 부자는 어딨지? 설마...내 주변인들중에 부자이면서 부자가 아닌척 서민 코스프레 하는 사람이 있는걸까? 뭐, 그렇다는 거다.




다이어트를 하겠다며 아침에 밥대신 샐러드를 먹고 왔는데, 크- 이거 ... 의미없네. 출근하자마자 배가 너무 고파서 일단 사과좀 먹고 그러다 또 배가 고파서 지금 한줌견과에 물 한 잔 마셨다. 이러다 또 금세 배고파 지겠지..샐러드의 의미는...뭐양? 없는 거양? 어제도 샐러드를 아침으로 먹고서 회사 와가지고는 유통기한 이틀 지난 초콜렛에다가(그것 밖에 없었엉..) 토스트에다가 견과류에다가 ... 점심 전까지 쳐묵쳐묵 했는데...... 샐러드는.....의미가 없는거닝? 아니, 샐러드에 닭가슴살과 베이컨도 들어갔는데...어째서 그렇게 의미가 없엉???? 샐러드, 너의 존재 가치는 뭐닝??? 아아, 허기, 나의 동반자여... 나에게 부자친구는 없지만 허기는 늘 옆에 있다...돌아서면 배고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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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리미 2015-11-12 10: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ㅋㅋㅋㅋㅋㅋ `송곳`으로 시작해서 `헝거게임`으로 마무리하는 다락방님 멋져요!!!!

다락방 2015-11-12 14:56   좋아요 0 | URL
점심을 먹고 한참을 졸았네요. -0-
제가 생리전에 진짜 폭풍졸음 쏟아지거든요. 안그러려고 우먼스 타이레놀도 한 알 먹었는데 엄청 졸았네요. 아, 이놈의 잠! ㅎㅎㅎㅎ 배고프거나 졸리거나.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뽈따구 2015-11-12 10: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알리, 우리의 챔피언
허기, 나의 동반자

어째 운율이 딱딱 떨어지는데요? ㅎㅎㅎㅎㅎㅎㅎㅎ

다락방 2015-11-12 14:57   좋아요 0 | URL
ㅎㅎㅎ 운율 좋네요. ㅋㅋㅋ

이놈의 허기는 무슨 지가 제 베프인줄 알지 뭡니까! ㅎㅎㅎㅎㅎ

2015-11-12 10:0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11-12 14:58   URL
비밀 댓글입니다.

건조기후 2015-11-12 10: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침부터 눈물 나네요. 알리도 최동원도.. 인형같은 아이도.. 의미없는 샐러드도 ㅎ ㅜㅜ

다락방 2015-11-12 14:59   좋아요 0 | URL
작게는 내가 다른 사람에게 무슨 짓을 하고 있나 싶고
크게는 이 나라가 대체 국민들에게 무슨 짓을 하고 있나 싶어요...

그런데..샐러드 먹으면 살 빠지는 거 맞아요, 건조기후님?? 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테레사 2015-11-12 10: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눈물나요..요즘은 그냥 자주 격해져요..가슴이 무너지듯..격해지면서 눈물이 나네요..그런 그가 너무 일찌기 가서 마음이 아픈건가..싶기도 하고...그냥..세상이 너무 각박해서 이런 이야기가 더욱 그리운건지도..그래서 마음이 격해지고..뜨거워지고..눈물이 나는건지도..

다락방 2015-11-12 15:00   좋아요 0 | URL
가을이라 감정이 더 격해지는 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가을이란 계절이 주는 느낌이 좀 쓸쓸하지 않아요? 날도 추워지고 그러니 마음에도 스산한 바람이...

마음 잘 다잡읍시다, 테레사님. 단단해지고 강해집시다. 물론, 눈물이 날 땐 울고요. 그리워할 땐 그리워하고요.

단발머리 2015-11-12 10: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여러가지로 생각거리를 주는 페이퍼예요.
최동원씨에 대한 이야기는 어디선가 들었던 것 같은데, 자세한 이야기는 처음이예요.
정말 훌륭한 분이신데, 많이 안타깝네요.

결국은 아는 것보다 용기,라는건데, 용기가 참... 쉽지가 않아요.

일단 샐러드 말고 밥을 먹은 후에, 그 어렵다는 용기를 내보는 건 어떨까요? ㅎㅎㅎ

다락방 2015-11-12 15:02   좋아요 1 | URL
저는 몰랐는데...제가 알지 못하는 데 세상의 곳곳에서 다른 사람들을 도우려는 사람들도 있고, 나쁜 건 나쁘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고 그래요, 단발머리님. 그래서 이 세상이 유지되고 굴러가고 그러는 것 같아요. 문유석 판사가 자신의 책에서 인간을 버티게 해주는 게 인간이라고 했는데, 정말 그런 것 같아요. 우리는 결국 인간 때문에 힘들고 인간 때문에 행복하고..그런 것 같아요.


점심으로는 풍족하게 밥을 먹었더니 쿨쿨 자고 싶어요. 이놈의 회사... Orz

꼼쥐 2015-11-12 16:0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조만간에 김형민 pd의 광팬이 될 것 같은 예감이 듭니다.
다락방 님 덕분에 말이죠.
저는 매일 아침 산에 오르는데 요즘은 너무 어두워서 조금 겁이 나기도 합니다. 다이어트 목적은 아니고 그냥 산에 가면 맘이 편해져서. 출근 전에 내려와야 하니 늘 바쁘게 다니긴 하지만...

다락방 2015-11-12 16:07   좋아요 1 | URL
시사인의 저 코너 정말 좋아해요. 문제는 제가 읽고나서 그 다음엔 기억하지 못한다는 거죠. 저의 기억력은 왜이렇게 형편없을까요? 그래서 학창시절에도 암기과목을 못했던 것 같아요. ㅠㅠ

출근전에 산에 다녀오신다니..저도 그러고 싶긴한데, 저는 출근하기 위해서 집에서 육시이십분에 나와요...그 전에 산에 갔다오는 건 아무래도 무리일 것 같아요. 지금도 다섯시반에 일어나는 거 너무 싫어서 머리를 쥐어뜯고 싶은 심정이거든요. 엉엉 ㅠㅠ

transient-guest 2015-11-13 08:2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요요가 오는 소리가...-_-: ㅎㅎ 시사인을 정기구독할 수 있는건 부럽습니다. 요즘은 한국에 사는 분들이 부럽지는 않은데 말이죠.ㅎ 저도 그냥 혼자 욕이나 하지 행동으로 옮기려면 모든게 너무 복잡해지는게 아닌가 싶어요. 모든 것을 리셋한다는게 쉽지는 않죠.

다락방 2015-11-13 08:48   좋아요 1 | URL
샐러드를 먹는 게 최소한 저한테는 아무 도움이 안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 걍 생긴대로 먹고 살아야지 무슨 샐러드를 먹겠다고 아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시사인 정기구독 너무 좋아요! 저는 티븨 뉴스도 안보고 인터넷으로도 뉴스를 보지 않기 때문에 세상 돌아가는 걸 시사인으로 확인하는 게 전부이긴 해요...그렇지만 이걸 읽는 건 분명 필요한 일인 것 같다는 생각을 합니다. 부지런히 보고 있어요. 다 읽지는 못하지만.

transient-guest 2015-11-13 08:50   좋아요 1 | URL
그나저나 이번 시사인 표지의 얼굴이 자꾸 거슬리네요. 보톡스빨 장난 아니게 빵빵한 면상이 말이죠..-_-: 세월호 참사때 사라진 7시간이 사실 주사맞던 때가 아니었나 싶기도 하구요. 진지하게 프로포플 같은거 맞고 있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했거든요.

감은빛 2015-11-13 16:0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제가 고향이 부산이고, 아버지가 엄청난 야구광이라 어렸을 때 최동원 선수 경기를 여러번 봤어요.
정말 괴물이란 말이 나올 수 밖에 없는 대단한 선수예요.
롯데가 84년 우승할 당시 6경기 출전해서 4승 1패를 했는데,
이 기록은 아마 절대 갱신할 수 없을 거예요.
보통 선발 투수는 한번 등판하면 3~4경기를 쉬거든요.
마무리 투수는 투구수를 조절해가며 연속 등판이 가능하지만,
선발 투수는 한번 등판하면 7회 이상 던지기 때문에 어깨에 무리가 가죠.
당시 롯데는 한국시리즈에 최동원 선수를 매 경기 등판 시켰는데,
보통 투수는 이렇게 던지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죠.
그런데 6경기 등판해서 4승이라니!

당시 선수협 결성 때문에 롯데에서 제일 실력있는 투수와 타자가 다 삼성으로 쫓겨났죠.
최동원 선수는 마지막 순간까지도 롯데가 자신을 버리지 못할 거라고 생각했대요.
롯데를 위해 가장 헌신적으로 노력했던 선수, 가장 뛰어난 선수를 버린거죠.
롯데 팬들은 엄청나게 욕을 했죠.

또 하나 재밌는 사실은 최동원 선수는 우리나라 최초의 메이저리그 등록 선수라는 점이예요.
당시 병역 문제 때문에 결국 메이저리그에서 한 경기도 뛰지는 못했지만,
최초로 메이저리그 계약을 맺은 선수이죠.
아마 메이저리그에서 뛰었다면 롯데에서처럼 혹사 당하지 않고 오랫동안 멋진 모습을 보여줬을 거라고 믿어요.

롯데에는 참 비운의 선수가 많아요.
최동원도, 박동희도, 임수혁도
아 눈물 나네요. ㅠㅠ

다락방 2015-11-16 08:25   좋아요 1 | URL
아, 최초의 메이저리그 선수이기도 했군요. 그런데 정말로 아까운 선수를 롯데는 내쫓았네요. 가장 헌신적으로, 가장 뛰어난 선수를 말이죠. 야구 실력도 대단했지만 자신과 같은 처지에 있지 않은 사람들까지 생각할 수 있다는 게 가장 놀라워요. 사실 사람은 대부분 자기중심적이잖아요. 그런 사람인데 너무 안타깝네요..

좋은 선수, 좋은 사람들이 그렇지 못한 시스템 때문에 너무 아깝게 사라져가는 것 같아요. 그런데 시간이 지났다고해서 나아지지도 않는 것 같고요. 나쁜 시스템이 왜이렇게 오래 살아남을까요? 게다가 지금은 사실 더 나빠져가고 있잖아요.

이 나라가 참 아픕니다, 감은빛님. 너무 후졌어요. 주말 내내 이 나라가 얼마나 후진 나라인지만 실감했어요.
 

이 나라는 몇 년도를 사는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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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라디오 2015-11-11 16: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마지막 사진 너무 슬프네요.
정말 대한민국의 시간은 거꾸로 가는걸까요?

초딩 2015-11-11 16: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계속 반복 되어지는 것 같아요. 어떤 것들은 연도가 무색할만큼

blanca 2015-11-11 17: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마지막 사진.... 너무 속상해요.

무스탕 2015-11-11 18: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도대체 뭘 보고 배우라고 해야죠?
 

꿈에 노래를 들었다. 꿈속에서 나는 텔레비젼을 보고 있었고, 텔레비젼에서는 한 팝페라 남자 가수가 나와서 노래를 불렀다. 노래의 내용은 대략 '그대가 떠난다면 내가 슬플(아플)것이다', '그대가 떠난다면 내 마음도 가져가라', '그대가 떠난다면 고이 보내드리겠다' 인것 같았다. 노래가 너무 좋아서 꿈속에서 나는 아이폰을 찾아 시리에게 물어보려고 했다. 시리야, 저 노래 뭐야? 라고. 그러나 노래에 대해 묻기도 전에 잠에서 깼다. 아직 머릿속에 노래를 기억하고 있던 나는 일어나자마자 폭풍 검색을 했다. 그대가 떠나신다면, 그대가 떠난다면 등등의 검색어를 네이버와 구글에 넣어봤지만, 이남이의 노래와 오래된 가곡만 나오더라. 아아, 팝페라 가수가 부른 거였어, 되게 좋은 노래였어. 이런 노래들이 아니었어... 그렇지만 찾을 수 없었다. 답답했다. 가수 이름도 노래 제목도 또 정확한 노래 가사도 떠오르지 않았고, 결국 나는 그 노래를 찾지 못했다. 슬픔...


이 노래 없는 노랜가? 꿈에서만 들은 노랜가? 꿈에서 어떻게 들었겠어? 아는 노래니까 나오지 않았겠어?


아 모르겠다 모르겠어. 정말 모르겠어...슬픔.....




어제는 대단한 딥빡침이 찾아왔다. 경비로 일하시는 아버지가 매주 한 번씩 인터넷 강의를 들으셔야 한단다. 나의 아버지로 말할 것 같으면 컴퓨터를 켜고 끄는 것도 모르시는데...아니, 나이 많은 어르신들한테 이걸 필수적으로 들으라 하니 너무한게 아닌가 싶었다. 스맛폰 사용 방법도 익히셨으니 뭐 컴퓨터 켜고 끄는 거야 가르쳐 드린다면 시간이 걸려도 익힐 수 있긴 하겠지만, 그건 우리 아버지의 경우고, 자식들과 함께 살지 않는 노인들은 대체 어쩌란 말인가. 그런 경비 아저씨들이 수두룩하다던데...

여튼, 그렇게 아버지 교육 1주차를 처음 듣게 해드리는데, 듣기 전과 듣고 나서 질문이 나온다. 답을 해서 인증을 하는건데, 강의를 듣기 전과 듣고나서 테스트를 하는 거다. 강의는 대략 20분 못되어 끝나고 나는 강의 동안에만 자리를 비우고 아버지께 들으시라 말씀드렸다. 그런데 이 문제들이... 하아- 딥빡침을 몰고 온거다. 알아 들을 수 없는 범죄 전문 용어에, 심지어 그 용어에 이름을 붙인 사람의 이름은 영어로만 표기했더라. 내가 두 번 읽어도 이해 안되는 어려운 문장을 어떻게 아버지가 이해한단 말인가. 질문이 이해가 안되는데 답을 어떻게 해. 내가 하도 빡이쳐서 그때 캡쳐 한다는 걸 까먹었다.. 그 문장들을 여기에도 올려야 하는데..여튼, 문제를 아버지랑 두 번 읽어보다가 소리내서 크게도 읽어봤는데도 뭔 말인지 모르겠어서... 아버지 이 말이 이해가 돼? 했더니 아버지가 욕을 하시며 하나도 모르겠다시더라. 하아- 나도 모르겠는데 씨발.. 이걸 무슨 교육이라고 아놔...



알지 못하는 사람에게 알려주기 위해서는 좀 알아듣기 쉽게 설명해야 하는 게 아닌가. 범죄 예방 교육 이런거 하는 거던데, 취지가 좋다고 다 좋은 게 아니지 않나. 그거 멀뚱멀뚱 앉아가지고 듣기만 하는 게 무슨 의미가 있나. 거기에 들었음 인증한다고 해서 머릿속에 들어오지도 않고뭔 말인지도 모르는데..아 이사람들 진짜 .. 이거 누가 만든건지... 경비아저씨들의 나이와 근무시간과 그들을 둘러싼 환경에 대한 걸 1도 이해하지 못한 행위가 아닌가. 배려도 없고 상식도 없고 .. 그래놓고 우리는 교육을 시켰고 그들은 교육을 받았다..같은 소리들을 지껄여대겠지.. 아 딥빡침이 몰려온다.. 혼이 비정상이 된 것 같다...

















이 책을 읽고 있는 중인데, 이 책을 읽으면서 내가 왜 그리 순간순간 행복을 잘 느끼는지 깨달았다. 나는 사람들로부터 에너지를 받는 사람이고 또 기본적으로 사람을 좋아하기 때문이었다. 그러니 행복한 순간이 잘 찾아오는 거다. 사람들은 도처에 많으니.



최신 진화심리학의 관점에서 행복으 쉽게 설명한 전문가의 책이 있다.  서은국 교수의『행복의 기원』이다. 그는 미국에서 오래 연구한 심리학자로, 인간이 느끼는 행복에 관하여 세계에서 가장 활발하게 인용되는 연구자의 한 사람이다. 

서교수에 따르면, 행복감이란 결국 뇌에서 느끼는 쾌감이다. 뇌가 특정한 종류의 경험들에 대해 기쁨, 즐거움, 설렘 등의 쾌감을 느끼도록 진화한 것이다. 그런데 실증적 연구 결과, 인간이 행복감을 가장 많이, 자주 느끼는 원천은 바로 인간이었다. 가족, 연인, 친구, 동료…… 인간은 인간과의 관계 속에서 가장 많은 쾌감을 느끼는, 뼛속까지 사회적인 동물이었던 것이다. 돈은 어느 정도의 문화적 생활이 가능한 수준을 넘어서면 행복감에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 가장 행복감을 느끼는 그룹의 사람들은 천성적으로 사회성이 높은 외향적인 성격이었다. 이유는 간단하다. 다른 모든 생명체처럼 인간에게도 생존과 번식이라는 유전자의 명령이 핵심 과제다. 오랜 진화 과정에서 인간에게 생존과 번식에 가장 필수적인 자원은 동료 인간들이었다. 그러니 생존과 번식에 유리한 활동, 즉 동료 및 이성과 어울리는 활동을 할 때 뇌에서 쾌감이라는 보상을 주어 이를 촉진시키는 쪽으로 진화한 것이다. (p.51)



내가 사람들을 만나고 이야기하고 이런 모든 것들이 내 행복에 닿는 길이어서 그런 것이다. 서은국 교수의 책도 한 번 읽어봐야겠다. 나는 불행하고 짜증난 것에 대해 얘기하는 데 더 시간을 많이 보내는 사람들을 보면서, 좋은 일은 없나? 순간 순간 좋은일이 많이 있을텐데? 라고 의문을 갖곤 했었는데, 그건 내가 외향적인 성격이어서 그랬는가 보다. 내가 인간관계에서 행복을 찾기 때문에 더 자주, 더 빈번하게 행복을 느꼈었는가 보다. 물론 인간관계에서 행복을 수시로 느끼지만, 그러므로 나는 인간으로부터 서운함과 속상함도 느낀다. 어쩔 수 없다. (잠시 절망중)




이 책의 저자 문유석은 현직 판사이다. 신해철보다 나이는 한 살 적단다. 아마 어딘가에 칼럼을 기고하는 모양인데, 책을 읽다보면 그가 독서도 굉장히 많이 하고 영화도 열심히 보는 사람임을 알겠더라. 그래서 그로부터 많은 사색을 하고 또한 약자의 편에 서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이라는 것도 알 수 있다. 사회적 지위가 높은 사람, 어느 정도 명예나 힘을 지닌 사람이 하는 짓이라는 건 갑질 밖에 없는 줄 알았는데(그런 사람이 주변에도 있다), 이렇게 회식도 싫어하고 술도 잘 못마시고 동굴에 숨고 싶어하면서도 소소하게 책을 읽고 영화를 보고 글을 쓰고 하는 것이 내 주변인물 같다 느껴져서 좋다. 게다가 대체적으로 내가 이해할 수 있는, 내가 동의할 수 있는 생각과 의견을 말해준다. 영화 [위플래시]에 대해서도 그랬다.




'이런 교수법이 허용가능한 것인가? 학생의 재능을 끝까지 끌어내기 위해서는 이럴 필요도 있는 것인가?' 같은 지극히 현실적인 생각으로 곧장 연결시키면 곤란하다고 본다. 당연히 허용 안 되지!

그렇게 몰아붙인다고 다 경지에 오르는 것도 아니며, 그렇게 몰아붙이지 않아도 경지에 오르는 이도  많다. 천재, 광기, 극한의 노력, 악마와의 거래 등은 매력적인 서사의 소재일 뿐이다. 악마와의 거래를 언급하고 보니 이 영화에서 광기 어린 연기를 보여주는 교수 역의 J.K. 시먼스가 선량하고 내성적이던 주인공을 음악적 성공에 미쳐 모든 걸 내던지도록 몰아붙이는 과정은 메피스토펠레스와 파우스트의 거래를 연상시키기도 한다. 성취,성공에의 열망은 마약처럼 중독성이 있어서 사람을 파멸로 몰고 간다. 그런 점에서 이 영화를 '나는 저만큼 충분히 노력하고있는 걸까? 미치지 않고는 미치지 못한다는데……'라는 식의 자기계발 강박증으로 소비하는 것은 위험하고 유해한 감상법이라고 본다. (p.44-45)




아직 다 읽진 못했고 몇몇 부분들엔 고개 끄덕이며 동의하고 공감했지만, 이 부분에 있어서는 그럴 수 없었다.



자신의 가치관에 따라 불편한 진실을 외면하려는 경향은 심지어 과학에도 영향을 미친다. '여자로 태어나는 것이 아니라 여자로 만들어지는 것이다'라는 신념의 페미니스트들 중에는 선천적인 양성 간의 차이 일체에 관한 과학적 연구 결과를 성차별이라며 거부하는 이들도 있다. 하지만 '그러니까 당연한 거다'가 아니라, '그러니까 더더욱 사회적 노력이 필요하다'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려면 우선 정확히 우리 존재와 그 작동 원리의 불편한 진실을 직시해야 한다. 예를 들어 남성의 성욕이 본능이라는 말은 그러니까 성범죄도 이해해줘야 한다는 결론으로 연결되는 것이 아니라 반대로 그러니까 더더욱 그로 인한 위험성을 통제하기 위한 정교하고 강력한 장치들이 필요하다는 결론으로 연결되어야 한다. (p.199)



말하고자 하는 취지는 알겠지만, '남성의 성욕이 본능이다'라는 전제가 틀렸다. 남성의 성욕이 본능이듯이 여성의 성욕도 본능이다. 나는 남자와 여자의 성별에 신체적 차이가 없다고는 결코 생각하지 않는다. 남자들이 평균적으로 키가 크다는 것, 힘이 더 세다는 것등은 누가 봐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니까. 그렇지만 '남성의 성욕은 본능이다'는 그것과 다르다. 여성의 성욕도 본능이다. 남자가 여자랑 자고 싶은 것처럼 여자도 남자랑 자고 싶다. 다만 어릴때부터 여자들에겐 그걸 감추도록 하는 교육이 더 많이 실행되어져 왔다. 어릴때부터도 남자의 성욕은 본능이란 말을 듣고 자라고, 여자들은 그래선 안되는 것 같은, 그러면 음탕한 여자가 되는 것 같은 환경이다보니 자신의 성욕을 드러내는 여자들의 수가 현저히 적을 뿐이다. 어쩌다 여성도 성욕이 있다, 강하다는 식의 발언을 할라치면, 그걸 잽싸게 잡아서는 성희롱으로 연결 시키려고나 하고. 그러므로 남성의 성욕이 본능이다 라는 것은 그렇게 교육받고 자라왔기 때문이라고 말하고 싶다. 나의 성욕으로 말하자면, 결코 남자에게 뒤지지 않는다. 이길 자신 있다구!!



맥클린톡은 수컷을 요리조리 피할 수 있을 만큼 우리가 넓을 경우, 암컷들은 수컷이 삽입한 뒤 펌핑을 하는 중간에도 밀착되었던 몸을 빈번하게 뺀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교미가 너무 빨리 끝나지 않도록 조정한다는 의미였다. 원숭이나 쥐를 비롯한 동물들은 어떤 상황에서든 수컷이 사정할 때까지 밀착과 교미 그리고 분리와 재밀착을 여러 번 반복한다. 따라서 실험이 보여준 것처럼, 교미 과정을 길게 연장하고 싶은 암컷은 다른 방법으로는 수컷의 교미 시간을 늘릴 수 없기 때문에 교미를 중단하는 방법을 선택하는 것이다. 이 모든 행동들, 수컷을 유인하고 교미 시간을 연장하기 위한 행동들은 다음의 두 가지를 의미한다. 바로 암컷의 의지와 성욕이다. - 대니얼 버그너, [욕망하는 여자] 83쪽



미나는 무대에서 또 다른 불균형을 보고 있었다. 그녀는 시버스가 피험자들에게 발기하지 않은 나체의 미소년이 해변에서 돌을 던지는 장면을 보여준 뒤, 혈류측정기를 통해 발견한 것과 일치하는 점을 명료하게 짚어냈다. "여성의 몸은 흥분했을 때나 아닐 때나 똑같이 보이죠. 반면에 발기되지 않은 남근은 곧 성욕이 일지 않았다는 선언이나 마찬가지입니다. 여성의 몸은 언제나 가능성, 즉 섹스에 대한 의사를 품고 있어요." 그리고 여성이 품고 있는 그 의사는 남성과 여성 모두에게 신호를 보낸다는 것이다.-대니얼 버그너, [욕망하는 여자] 108쪽




















초반에 신해철에 대한 언급이 있는데, 신해철을 좋아하는 판사라니, 어쩐지 좀 좋다. 신해철을 좋아한다면 어쩐지 세상을 바르게 살고자 하는 의지가 있을 거라는...그런 선입견이 내게는 있다. ㅎㅎ 신해철을 좋아하는 판사라니, 좋은데? 하면서 읽고 있다. 수시로 책을 읽는 판사인 것도 좋다. 무엇보다 사소한 것을 고민하려고 하는 것도 마음에 든다. '말'에 대해서는 이 구절을 읽으면서 나 역시 계속 생각했다.



법관들도 말에 대해 주의하고 반성하기 위해 전문가의 강의를 듣는다. 그때 배운 것이 있다. 데이의 「세 황금문」이다. 누구나 말하기 전에 세 문을 거쳐야 한다. '그것이 참말인가?' '그것이 필요한 말인가?' '그것이 친절한 말인가?' (p.136)



돌이켜보니 나는 세 문을 거치지 않은 채로 말한 적이 아주 많았던 것 같다. 물론, 저 세 문을 거치지 않고 내게 말을 하는 사람들도 많았고. 그리고 그럴 때 나는 바로 상대에게 상처를 입혔으며 상대 역시 내게 상처를 줬던 것 같다. 잘 될지는 모르겠지만, 말하기 전에 그것이 참말인지, 필요한 말인지, 친절한 말인지에 대해 좀 더 생각해봐야 겠다. 일상적인 대화 자체를 그렇게 할 수는 없겠지만, 내게 일어난 일이 아니라 타인에게 혹여라도 타인이 부탁하지 않았던 말을 하게 될 때 그래야겠다. 물어볼 때 대답하는 건 조언이지만 묻지도 않았는데 얘기하는 건 잔소리라고 하던데, 대체적으로 타인에게 향한 말들중 대부분이 조언이란 껍데기를 둘러 쓴 잔소리가 아닐까. 사실 저 '세 문'에 대한 예시로 뚱뚱한 사람에게 충고하는 말을 예시로 들었던데, '진심으로 친구의 비만을 걱정해 충고하고 싶다면 말을 잘 골라서 친절하게 해야 한다' (p.136) 는 것도 나는 좀... 뭐, 그렇다. 친구의 비만에 내가 친절하게 걱정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문제점은 대부분 당사자가 가장 잘 인식하고 있고, 어떻게 해야할까 묻지 않는 이상 비만에 대해서도 내가 먼저 나서서 어째라 하는 건 좀 아닌 것 같다. 친구의 비만을 비롯해 대부분의 사안들에 대해 진심으로 상대를 걱정해서 말한다기 보다는 자신이 생각하는 게 옳고 바르다는 데서 오는 강압이 아닐까 싶은 거다.





토요일에는 여러명의 사람들과 술을 마셨다. 대낮부터 마셔대가지고 주말 내내 온 몸에 술이 돌아다니는 것 같더라. 몸을 짜면 술이 나올 것 같아. 술을 많이 마시면 몸 안의 알콜 기운을 뽑아내기 위해 땀을 흠뻑 내고 싶어지는데, 주말에 비가 와서 산에도 못갔고, 조카들이 와서 사우나도 못갔고, 귀찮아서 운동도 안했더니....아직도 몸 안에 알콜이 싹 빠진 것 같지가 않아. 덕분에 일요일, 월요일, 화요일 사흘동안 술을 한 방울도 마시지 않고있다. 아마 오늘도 계획대로라면 안마실 것이다. 내일은...초큼 마시게 되겠고, 모레는 퍼마시게 되겠지만... -0-



글이란 게 생각나면 그때그때 바로 써야지, 나중에 쓰겠다고 생각하다보면 다 까먹게 된다... 쩝....





길 건너 통인시장이 보였다. 집에 있는 애들 생각이 나서 복잡한 시장통을 걸어 명물 기름떡볶이를 한 움큼 샀다. 그런데 등뒤로 한 여자분이 뛰어가며 다급한 목소리로 누군가를 불렀다. "윤아, 윤아." 그러다 어느 신사분과 부딪혔나보다. "죄송합니다, 아이를 잃어버려서요. 죄송합니다." 그러곤 아이를 부르는 목소리가 점점 멀어져갔다. 나는 내 새끼 줄 떡볶이를 든 채 멍하니 서 있었다. 그때 갑자기 떠올렸다. 이 범상한 무심함 때문에 우리가 잃은 것들을 말이다.

뒤늦게 나는 시장통을 뛰어 쫓아갔다. 아이가 멀리 가지 않았기를 속으로 빌고 빌었다. 서로 원조라고 주장하는 떡볶이집들을 지나고, 도시락을 든 채 반찬을 골라 담는 사람들을 지나, 시장통이 끝나는 곳에 그 여자분이 인형같이 자그마한 여자아이를 꼭 끌어안고 앉아 있었다. 나도 모르게 말을 건넸다. "애를 찾으셨네요. 다행이에요." 여자분은 환하게 웃었다. "네, 고맙습니다."

집에 돌아가며 생각했다. 한 개인으로 자기 삶을 행복하게 사는 것만도 전쟁같이 힘든 세상이다. 학교에서 살아남기 위해, 입시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직장에서 살아남기 위해, 일하며 아이를 키우는 고통에서 살아남기 위해, 그 아이가 다시 이 험한 세상에서 살아남도록 지키기 위해. 그런 개인들이 서로를 보듬어주고 배려해주는 것은 얼마나 힘든 일인가. 또 그렇기에 얼마나 귀한 일인가. 

우리 하나하나는 이 험한 세상에서 자기 아이를 지킬 수 있을만큼 강하지 못하다. 우리는 서로의 아이를 지켜주어야 한다. 내 아이를 지키기 위해서 말이다. (p.278-279)

송교수는 사실 이공계에 가는 것이 맞지 않았나 할 정도로 수학, 과학을 좋아하고 잘했다. 나같이 썰, 구라, 뻥, 요령아 강한 전형적인 문과생과는 다른데 왜 법대에 갔는지…… 그는 법대 1학년 때 물리학과에 가서 양자역학 수업을 듣고, 경제학과에 가서 미시경제학 수업을 듣는 등 희한한 행동으로 화제가 되곤 했다. 설마하니 정말로 공부가 재미있었나보다. (p.78)

발전기의 특징은 균등 분배를 지향하는 토지개혁, 귀족의 세부담 증가, 국가 직영 최고교육기관 확대 및 공정한 과거제도를 통한 신진 엘리트의 등용에 있다. 패망기의 특징은 소수 귀족의 토지 사유화 증가로 인한 대농장화, 백성의 각종 세 부담 증가, 귀족 자제 중심의 사학 증가, 고위 관리 자제를 특채하는 문음, 음서제도 확대를 통한 지배계급의 세습 구조 공고화, 과거제의 붕괴등을 들 수 있다. 이 같은 병리 현상이 계속되면, 결국 사회적 불만이 극에 달해 민란이 일어난다. (p.81)

인간의 마음은 아직도 수십만 년 전 원시시대의 자연선택 과정에서 형성된 뇌의 지배를 받고 있다. 이 시차는 그리 금방 따라잡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인간은 본능적으로 인간에게 끌린다. 진화심리학적으로 인간에게 있어 동료 인간이 가장 큰 행복의 원천이라는 점은 미래에도 유지될 것이다. 그렇다면 아무리 기계가 발전해도 인간은 대체불가능한 자원일 수 있다. (p.192)

문제의 다층적인 구조를 직시하자고 하면 대뜸 비겁한 양비론이라는 비난이 쏟아진다. 양비론 아니라 삼비론 사비론이더라도 맞는 건 맞는 거고 아닌건 아닌 거다. 재판도 양비론이다. 손해배상 책임을 정할 때 피해자측의 과실도 참작한다. 책임의 비율을 달리할 뿐이다. 현실 세계에서는 어느 한쪽마닝 전적으로 옳고 전적으로 틀린 경우는 없다. (p.203)

팔짱 낀 채 `한계` `본질` `구조적인 문제` 운운 거창한 얘기만 하며 아무 행동도 하지 않는 것이야말로 아무나 할 수 있는 거라고 생각한다. 진짜 용감한 자는 자기 한계 안에서 현상이라도 일부 바꾸기 위해 자그마한 시도라도 해보는 사람이다. 어떤 통속적인 미국 드라마를 보다가 아래 대사를 듣고 그 통찰력의 깊이에 놀란 일이 있다.

냉소적으로 구는 건 누구나 할 수 있어 Anyone can be cynical.
담대하게 낙관주의자가 되라구 Dare to be an optimist.(p.2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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뽈따구 2015-11-11 10: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참말인가? 필요한 말인가? 친절한 말인가?˝ 아침부터 반성하게 되네요. ㅎㅎㅎㅎ
그리고 다락방님. 뜬금없지만.....힘내세용! ♥♥♥

다락방 2015-11-12 09:59   좋아요 0 | URL
힘내라는 응원, 고마워요, 뽈따꾸님. 힛.
어제 자기전에도 생각했어요. 참말인가? 필요한 말인가? 친절한 말인가? 이거 계속 염두에 두어야겠다고요. 그러면 말로 인해 생기는 상처를 어느 정도 줄일 수 있지 않을까 싶어요.

오늘 하루도 기운냅시다, 뽈따구님.

건조기후 2015-11-11 11: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 사놓고 아직 안 읽었는데 당장 오늘 읽어보고 싶네요. 다락방님 페이퍼는 거의 다 좋지만 이 페이퍼는 특히 더 좋아요. 아니 생각해보니 거의 모든 페이퍼가 특히 좋은 거 같아요. :D

다락방 2015-11-12 10:07   좋아요 0 | URL
아 건조기후님. ㅠㅠ
저 어제 글 때문에 의기소침했었는데 건조기후님이 좋다고 하시니 참 좋으네요 ㅠㅠ 힘이 된달까요 ㅠㅠ 고마워요 ㅠㅠㅠ 다정한 건조기후님 ㅠㅠ 우앙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살리미 2015-11-11 14: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서은국 교수의 <행복의 기원>을 선물받았는데 아직 안 읽었어요. 제가 행복에 대한 책에 좀 오글거려서요 ㅎㅎ 근데 다락방님 글 읽고 읽어봐야겠다 생각이 드네요.
문유석 판사는 <판사유감>을 내셨을 때 알게 되었고 지금 한겨레 신문에 <미스함무라비>라는 독특한 형식의 소설을 격주 연재하고 계셔서 가끔 글을 읽을 기회가 있었는데 참 좋은 사람이란 느낌이 들었어요^^ 이런 분들이 의외로 많은데 왜 박대통령 주위에는 혼이 정상?인 분들만 모여있는 걸까요???
암튼 되도록이면 신간을 사진 않겠다고 마음먹었지만 이 책도 마구 장바구니에 담아두고 싶어지는군요^^

다락방 2015-11-12 10:08   좋아요 0 | URL
오, 그 책을 이미 가지고 계시군요. 저는 어제 검색해서 장바구니에 넣었어요. 막상 5만원어치 지를 때는 빠지게 될지도 몰라요. 장바구니에 이미 너무 많은 책이 담겨있어서...잘 선별해야하죠. ㅋㅋㅋㅋㅋ

전 이제 멘붕이란 말보다 혼이 비정상이란 말을 더 자주 쓰게 될 것 같아요. 혼이 비정상이 되다니..하아- 그 분의 혼은 안녕하신건지 묻고싶네요 ㅠㅠ

세실 2015-11-12 12: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것이 참말인가?` `그것이 필요한 말인가?` `그것이 친절한 말인가?` ....생각하고 말하는 습관을 가져야겠어요. 요즘 나와 주변사람의 `말투`에 대해 생각중입니다. 가끔 참 거슬리는 말투가 있더라구요. 목소리 크거나 함부로 말하는 사람 딱 질색이거든요. 나부터 조심하자.....
문유석판사 책 장바구니에 넣어 두었는데 바로 질러야겠어요^^

다락방 2015-11-12 14:56   좋아요 0 | URL
세실님, 저도 생각해요. 말에 대해서요. 어제도 하루종일 생각했어요. 이 책을 읽으면서도 그랬고요. 참말인가, 필요한 말인가, 친절한 말인가. 이 세가지를 성립시키는 말만 한다면 서로 상처주지 않을 수 있을 것 같아요. 말하기전에 한 번 더 생각하는 걸 습관화 해야겠어요.
글을 쓰는 것도 마찬가지인 것 같아요. 참말인지, 필요한지, 친절한지 생각한 뒤에 글을 써야겠어요. 글도 겸손해져야 겠다고 생각해요. 신중해야겠다고 생각하고요. 나부터 조심하자, 저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세실님은 이 책을 읽으시면 또 얼마나 잘 정리된 리뷰를 적어주시려나요.
:)

몬스터 2015-11-14 17: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개인주의자 선언 ...읽어 보려고 다운 받았어요. 감사해요.

다락방 2015-11-14 22:27   좋아요 0 | URL
네, 고개 끄덕여지는 부분이 많은 책이었어요.
 

그런 것이다


읽는 중에 신해철 얘기가 나오길래 갑자기 그의 노래 한 구절이 생각났다.

이건 이건 잘못됐어~

이 노래가 뭐더라? 싶어 남동생에게 전화해서 야, 신해철 이 노래 뭐지? 하며 불렀다.

이건 이건 잘못됐어~

남동생은 프레셜 압박 이라고 바로 답해주었다. 멋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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뽈따구 2015-11-10 16: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정말 그래요. 그래서 일단 친구가 되고 나면 `정말 이건 받아들일 수 없어!` 라는 사항이 아니면 걍 `그렇구나`하고 넘어가게 되더라구요. 우린 다 다른거니까. 다 자신만의 삶을 살아가는 거니까.

다락방 2015-11-11 08:14   좋아요 0 | URL
네, 결국 그 하나를 받아들이느냐 마느냐로 친구가 되고 또 멀어지게 되기도 하고 그러는 것 같아요. 그렇지만..시간이 지나면 받아들였던 것도 아, 이제는 힘들다, 하게 될 때가 오더라고요, 뽈따구님...

뽈따구 2015-11-11 09: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이제는 힘들다...... 라니......
아침부터 왠지 서글퍼지네요. ㅠㅠ

다락방 2015-11-11 10:16   좋아요 0 | URL
제가 요즘 여러가지로 지쳐서..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