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학연수를 결정하고나서는 어학연수에 대한 후기를 많이 살펴보았었고, 그러다보니 나는 한국인이 깨끗한 사람들이라는 것도 알게 되었다. 방을 구하는 과정에서 많은 후기가 '결벽증 없는 평범한 한국인도 외국인들에 비교하면 엄청나게 깨끗하다'는 거였다. 그래서 외국인들과 함께 방을 나눠 쓰는게 힘들다고. 실제로 싱가폴에서 생활하다보면 몽골인 친구도 중국인 친구도 플랫 메이트들이 너무 지저분해서 집을 옮기는 걸 알아보고 있다고들 했다. 나는 어느만큼 지저분해야 지저분하다는건지 감이 안잡혔지만, 내가 실제로 경험할 일은 없었다. 내가 혼자 살았으니까.
그런데 관련된 후기들과 이야기들을 듣고나서였을까, 인스타그램에서 우연히 인터뷰를 보게 됐다. 외국 영상이었는데, 질문자는 지나가는 사람들을 붙잡고 '일주일에 머리를 몇 번 감냐'고 묻고 있었다. 어?? 일주일에?? 질문이 뭐 이래?? 나는 이 질문 자체가 기괴하게 느껴졌다. 왜 일주일에 몇 번 감냐고 묻지? 그러나 들은 대답은 더 충격적이었다. 여자 응답자들도 일주일에 한 번이나 두번 혹은 많아야 세 번을 얘기했다. 나는 너무 쇼킹했는데, 머리는 매일감는거라고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매일 감는거 아니었어? 매일 감지만, 중간에 운동을 해서 땀난다거나 여름이라거나 하면 하루에 두 번도 감는거 아니었어?
유럽 사람들이 깨끗하지 못해서 몸에서 냄새가 나 향수가 발달했다는 얘기는 익히 들어 알고있엇지만, 그것을 내가 체감할 일은 없었다. 그냥 그러려니, 했을뿐. 그런데 얼마전에는 또 그런 영상을 보게 됐다. 군인들이 나와서 방송하는거였는데, 미국인 남성 네 명과 한국인 여성 두 명이었다. 이들 모두 군복을 입고 같은 부대에 근무하는 것 같았는데, 한국 여성이 '우리는 데오드란트를 바르지 않아' 라고 하는거다. 그러자 미국인 남성이 '그러고 어떻게 외출해?' 물었고, 그러자 한국인 여성이 '한국 여성들은 겨드랑이에서 냄새가 안나' 라고 했다. 그러자 신기하다는 듯 남성이 여성에게 맡아봐도 되냐고 했고, 여성은 겨드랑이를 들어보였으며, 그러자 남성은 코를 킁킁대더니, 정말 냄새가 안나네! 하면서 신기해했다. 그러면서 자기들은 데오트란트에 대한 얘기를 열변을 토하며 하고 있었다. 그들은 데오드란트를 사용하지 않으면 외출이 불가하다는 거였다. 그 중 한 명은 하루는 깜빡 잊고 헬스장에 갔다가, 자기 주변에 있던 사람들이 '도대체 이게 무슨 냄새야!' 라고 불만을 토로하는 바람에 가시방석이었다는 얘기도 했다. 나는 그 영상을 보고서야 아, 외국인들은 데오드란트를 매일 바르고 다니는 거였어?! 라고 생각했다. 그 제품이 존재하는 건 알았지만, 나는 사용해본 적이 없고, 사용할 생각도 없어서, 막연하게 '누군가는 사용하는구나' 라고만 생각했는데, 왜냐하면 거기 냄새가 어떤 사람들은 고민일 수 있을테니까. 나는 내 약한 방광이 고민이듯이 말이다. 그런데 한국이 아닌 다른 나라에서는 그것이 필수품이었구나!!
그러고보니 외국 영화들에서 도망자들이 나올 때, 지저분한 공중 화장실에 가서 머리를 뭉탱이로 자르고 염색하는 클리셰 만큼이나, 공중화장실에 들어가서 부랴부랴 겨드랑이만 급하게 닦아내는 장면들도 보았던 기억이 난다. 아, 터키 영화..였던 걸로 기억하는데, 그게 제목이 생각안나네 하도 오래돼서. 하여간 도망자들, 집 없이 밖에서 며칠 보내는 사람들은 화장실에 가서 급하게 겨드랑이만 닦아내는 장면들을 보았던 기억이 났고, 그러고보니 한국 영화에서의 도망자들은 누구도 겨드랑이를 닦는 걸 본 적이 없었다. 아, 이런 식으로 다르구나. 한국 영화에서 그런 장면을 볼 수 없는건, 실제로 그런 일이 거의 없기 때문이었고, 외국 영화에서 그런 장면이 보이는건, 실제로 그들에게 겨드랑이는 냄새가 많이 나는 부위이기 때문이었어!
그래서 책을 읽다 겨드랑이 냄새 얘기가 나왔을 때 고개를 끄덕였다.
'올리비아 개트우드'의 [네가 누구든] 은, 이웃집에 사는 여성을 포함, 세 명의 여성이 서로에 대해 알아가며 연대하게 되는 이야기이다. 30대의 여성이 70대의 여성과 함께 살면서 이웃집에 온 젊은 여성에게 관심을 갖고 들여다보고, 나중엔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또 상대의 이야기를 듣는 일. 그리고 각자 마주한 문제를 직면하며 해결하려는 이야기이다. 세 명다 나처럼 오지라퍼가 아닌, 지극히 내성적인 사람들이라 딱히 외부의 친구도, 만나는 사람도 없었는데, 미티는 이웃집에 새로 이사온 '레나'와 인사하고 그녀와 점점 친구가 되어간다. 그리고 어느날, 레나가 미티를 찾아온다.
"준비됐어요?"
환하게 웃으려던 미티는 오전에 레나를 기다리기만 했지 일상의 할 일을 전혀 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앞니에 치태가 끼어 있고, 눈에는 눈곱이 있으며, 배 속에는 카페인 한방울도 없다는 것이 느껴진다. 하루 종일 말할 때마다 입을 가리고 겨드랑이 냄새를 슬쩍 맡아본 후에 팔을 들어야 할까봐 그녀는 잠깐만 기다려달라고 할지 고민한다. 그러나 베델이 곧 아래층으로 내려올 것이다. -p.118
그러니까 오전에 씻지 않았기 때문에, 혹시 팔을 들어야 할 일이 생기면 어떡하지, 하고 겨드랑이 냄새를 맡아보는 일이 미티에게 필요하다. 나는 오전에 씻지 않았다고, 반나절 씻지 않았다고 겨드랑이 냄새를 맡을 일이 없다. 아, 물론 간혹, 그러니까 한여름에 퇴근할 때, 지하철에서 손잡이를 잡아야 할때, 오늘 땀 엄청 많이 흘렸는데, 하고 킁킁댈 때가 있기는 하지만, 그것이 일상은 아니라는거다. 그런데, 한국이 아닌 다른 나라에서는 겨드랑이 냄새가 일상이었다. 내가 눈꼽 떼야지, 양치를 해야지, 하고 생각하는 것처럼, 겨드랑이 닦아야지, 가 일상인 것이다.
[네가 누구든]은 미국 소설이다. 그러니까 미국인이 자기의 겨드랑이 냄새를 맡는 일상. 그렇다면 유럽은 다를까? 잠깐 들여다보자.
방은 지하실의 겨드랑이처럼 찝찔하고 시큼하고 달착지근한 냄새를 풍겼다.-이그나시오 알데꼬아', 『영 산체스』, p.34
스페인도 예외가 아닌 것이다. 겨드랑이 냄새.. 가 소설에 등장하는 경우가 한국에도 있었나? 내가 한국작품을 다 읽은게 아니니 모르겠지만, 이 겨드랑이 냄새가 뭔가 비한국인이게는 집착인 그 무엇...인 것 같다.
그들에게 유독 겨드랑이 냄새가 나는 이유는 뭘까? 아니, 한국인이 겨드랑이 냄새가 안나는 이유는 뭘까? 나는 이 차이가 너무 신기했다. 그전에는 각 나라별로 냄새가 난다는 얘기를 들은 적은 있었지만, 이를테면 한국인은 마늘냄새 난다 같은거?, 그런데 이렇게 한국인이 겨드랑이 냄새가 안나는 줄을, 다른 나라 사람들이 겨드랑이 냄새가 나는 줄은 몰랐다. 악, 근데... 사실 알고보니 내가 겨드랑이 냄새 심하게 나는데 나만 모르고 있는거 아니야?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이 글을 읽는 어떤 사람들이 '와, 다락방 겨내 쩌는데 자기는 모르네...' 이러고 있는거 아닐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 그리고 한국인에게서 마늘 냄새가 난다는 말은 사실이 아니라고, 나는 생각한다. 마늘 바로 먹자마자 키스해도 마늘 냄새 안난다고 하더라. (주어 없음, 목적어 없음.) 하여간 이 냄새와 청결에 대해서 컬쳐쇼크였다. 데이트에 대해서 컬쳐쇼크였던 것처럼 말이다.
그러고보니 얼마전에 한국에 사는 외국인들이 데이트얘기 하는거 들었던 기억도 난다. 핀란드 여성이 '한국에서는 썸을 여러명하고 타면 안되잖아요' 라고 해서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역시 데이트 문화 정말 다르구나 했고, 그런데 그들이 '외국에서는 여러명과 데이트를 하면서 6개월에서 1년은 만나는데, 그 후에야 비로소 한 명하고만 만나야지, 결정하는데, 그게 더 연애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하는 것 같다' 라는 얘기도 하더라. 이 외국인 여성들과 남성들은 한국인들과 연애하면서 한 명하고만 썸타야 하고 세 번 정도 만나면 사귀는게 되는것이 신기하다고 했고, 무엇보다 매일 연락하고 바로 답장해야 하는 것들에 대해서 크게 놀랐다고 했다. '읽씹'이라는거 도대체 누가 만든건지 모르겠다고. 이건 한국에만 있는거라고들 했다. 아, 이들은 연애해도 연락 자주 안하는구나. 하여간 새롭다.
한국에 월요일에 도착해서 매우 바빴다. 월요일에 오전에 도착해서 식구들 만나고 조카들 예뻐해주고 저녁엔 남동생하고 술판 벌이고 ㅋㅋㅋ 수요일에는 엄마, 여동생, 나, 타미 이렇게 넷이서 대전에 성심당 투어를 갔다. 성심당에 가서 빵을 미친듯이 사고, 엄청나게 걷고, 두부 두루치기를 먹고, 낮술을 마시고, 신세게 백화점 구경하고, 호텔로 들어가 씻고 다들 잠깐 뻗었다가 저녁을 배달시켜 먹었다. 다음날 또 빵을 사가지고 돌아왔고, 목요일에는 한국에 돌아와서 처음으로 한국의 중년여성을 만났다. 만세!!
역시나 내가 기대한대로 이 한국의 중년여성과의 대화는 너무나 즐거웠고, 그리고 내가 하는 말들을 다 이해해주었으며, 나에게 필요한 조언도 해주었다. 나의 수치심 고백에 따뜻한 위로를 건넸으며, 내 소설의 방향에 대해서도 잡아주었다. 그걸 잘 쓰느냐 마느냐는 나에게 달린 것... 하여간 한국의 중년여성 너무나 소중해.. 그리고 그 한국의 중년여성과 먹은 것들을 좀 보라지.

아, 너무 소중하다 진짜. 너무 좋아. 모듬수육이다. ㅋㅋㅋㅋㅋ 고기 너무 맛있고 서비스 국물에도 건더기 너무 많아서 깜놀. 진짜 남김 없이 다 먹었다. 만세! 이거랑 소주 세 병 마신 다음에 2차 갔는데, '돼지 먹고 2차로 닭 먹자고 하면 좀 거시기하냐'는 나의 말에, 전혀 그렇지 않다며 치킨 시켜준 소중한 한국인 중년여성이다.

아, 치킨도 겁나 맛있게 먹었네.
다행스럽게도 이 한국인 중년여성은 가슴살을 좋아해서 ㅋㅋㅋ 다리와 날개 좋아하는 내가 사이좋게 먹을 수 있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가슴살 좋아하는 분, 대환영!!
오늘은 고등학교 동창을 만났다. 우리는 일자산에 함께 올랐다. 사실 '오른다' 라고 하기엔 좀 거시기한 산이지만 ㅋㅋ 그리고 일자산 정상의 철봉에 가서 매달리기를 해보자고 했다. 매달리기가 그렇게 좋대, 척추가 쫙 펴진대, 하면서 나는 가져온 코팅장갑을 내밀었다.

철봉 잡으면 손 시렵고 미끄러워서 내가 준비해간 건다. 친구는 내가 준비해온 코팅장갑 보더니 빵터졌다.
내가 처음 철봉에 매달리기 시도했을 때는 작년이었는데, 잡자마자 바로 떨어졌더랬다. 그 뒤로 더 연습하고 싶었지만 싱가폴에 가야했고, 싱가폴에서는 콘도에 놀이터는 있었지만 철봉이 없어서 매달리지를 못했다. 한국에 돌아와서 내가 사는 아파트 놀이터도 그리고 아파트 앞의 초등학교도, 철봉이 없거나 있어도 너무 낮아서 매달리기를 해볼 수가 없었다. 일자산에 가야만 비로소 철봉 매달리기를 시도해볼 수 있는 것.
며칠전 처음 해봤을 때는 손 시렵고 금방 떨어졌는데, 다음에 갔을 때는 장갑 가져가서 조금 더 매달릴 수 있었다. 체감상 4~5초 매달린 것 같다. 그리고 오늘, 친구에게 시간 재달라고 하고 매달렸는데, 10초 했다. 만세!! ㅋㅋㅋ
친구는 처음이었는데 12초를 매달리더라. 대단하다. 친구는 고등학교 시절 체육선생님이 체육특기생 해보면 어떻겠냐고 제안했던 운동녀이기도 하다. 지금은 아들셋 맘의 엄마로 바쁘게 살아가면서 또 어린이집 원장님이기 때문에 짬을 내어 걷거나 달리기(이건 내가 추천해서 시작했다) 가 운동의 전부라고 했는데, 오늘 나랑 함께 매달리기도 해본거다. 역시 기본이 단단한 친구였어.
그리고 산에서 내려와 우리는 갈비탕을 먹고 친구는 내가 화장실 간 사이 계산을 해버려서, 친구야 그러면 내가 맛있는 커피 사줄게, 하고 테라로사 가서 아아를 주문했다. 아아, 한국인의 전통 문화..

그리고 친구는 냉이를 산다고 해서 같이 시장 가서 냉이를 사고, 헤어지기 전, 친구는 너도 이제 아이 관리 필요하다며 아이크림을 주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아, 한국의 중년여성이여!!

미래는 예측불허, 그리하여 생은 의미를 갖는것.
고등학교 동창과 중년이 되어 산에 함께 가고 철봉 매달리기를 하고(응?) 시장 가서 냉이 사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이크림 선물 받고. 하여간 인생 꿀잼이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나는 친구에게 고맙다고 말하면서 '아이크림 바르고 피부관리해서 젊은 남자들 다 후리고 다닐게' 라고 말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친구가 제발 그렇게 해달라고 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 그나저나 매달리기 해가지고 팔이 후달리는구나.
하여간 한국 들어오자마자 넘나 바빠서리 책도 제대로 못읽고 있다. 다시 책 읽는 일상을 보내야 하고, 일자리도 알아봐야 하고...(먼 산)
아, 그리고 어제 만난 한국의 중년여성이 정말 싫어하는 노래, 그런데 내 심금을 울리는 노래를 올리면서 마무리한다. 메롱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어제 만난 한국의 중년여성이여, 당신은 내 수치심을 다 알고 계십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 노래는 2026년 나의 테마곡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