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토요일은 '여성주의 책 같이읽기' 멤버들과 처음으로 오프라인 만남을 가졌다. 내가 생각했을 땐 멤버중 두명쯤은 수줍은 성격이라 어색해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웬걸, 그 자리에 나온 사람들은 저마다 말을 잘했고 만나는 긴 시간 내내 이야기가 끊이질 않았다. 두명이 장소를 못찾아 헤매는 바람에 처음에 네명이서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와, 보부아르와 제2의 성에 대해 다다다닥 이야기하는 시간이라니, 너무 짜릿한거다. 나중에 두 명이 도착했을 때도 마찬가지. 우리가 같은 책을 함께 읽었고 그래서인지 모두가 공유할 수 있는 무언가가 있다는 것이 꽤 만족스러웠다. 우리는 각자의 삶을 살고 있는 다른 사람들이고, 어제 전까지는 만나본 적도 없는 사람들이지만, 이렇게 만나서 무언가에 대해 함께 이야기할 수 있는 사람들인 것이다. 그건 우리가 같은 책을 읽었기에 가능했고, 이 과정을 같이 해왔기에 가능했다. 아, 진짜 너무 좋지 않은가. 나는 모두에게 몇 번이나 함께 읽어줘서 그리고 이 먼길에 와주어서 감사하다고 인사했다. 실제로 한 명은 부산에서 오고 한 명은 대구에서 온것이야. 이 모임에 참석하기 위해 부러 그 먼길을 나선것이다. 아, 정말이지 감사하지 않은가.


우리는 아주 많이 웃었다. 다같이 크게 웃을 수 있다니, 너무 좋다. 처음 만난 사람들인데 함께 크게 웃다니. 내가 잠깐 화장실을 다녀와 자리로 돌아가는 그 찰나에도 다른 멤버들이 함께 크게 웃고 있었다. 크- 우리는 1차에서도 끊임없이 이야기했고, 2차로 이동하는 중에도 계속 이야기했고, 2차에 자리잡고 앉아서도 계속 이야기했다. 술잔이 오고갔고 내기가 오고갔다. (응?)


밤이 깊었고 대중교통이 끊기기 전에 집에 가자며 다들 일어섰다. 각자 가는 길이 달라 지하철 역을 앞에 두고 헤어졌는데, 나를 비롯한 지하철을 타는 멤버들 모두 지하철이 중간에 끊겨버렸다. 내려서 누군가는 버스를 타고 가고 누군가는 택시를 탔는데, 나 역시 왕십리역에서 전철이 끊겨 나가서 택시를 잡아야 했다. 술 마시고 늦은 밤에 택시타는 건 정말 싫지만, 어쩔 수없지. 그렇게 무사히 집에 도착하고 서로의 소식을 전하고 씻고 침대에 누웠는데 한 시가 넘어 있었다. 그런데 그 시간에 놀랍게도!



멤버중 두 명이 책상 앞에 앉아 제2의 성을 펼쳤노라 했다. 우리중 완독하고 온 사람이 세 명이었고 세명은 다 읽지 못한 채로 왔는데, 그 중 두 명이 올해 안에는 반드시 완독하겠노라 다짐을 하고 약속을 하고 또 내기도 한거다. 그들은 그 시간에 집에 돌아가서 새벽 한 시가 넘은 그 때! 제2의 성을 펼쳐놓고 인증 사진을 올렸어. 아놔 ㅋㅋㅋ 여러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진짜 사랑합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




다들 같이읽기를 해서 좋았다고 말해주었다. 이끌어주어서 고맙다고도 해줬고, 그 자리에서 나는 정말이지 많은 칭찬을 들었다. 진짜 넘치도록 들었어. 그자리에서 나는 진짜 졸라 멋진 인간이었다. 흑 여러분 ㅜㅜ 나 멋지게 만들어주어 고마워요 ㅠㅠㅠ

인생을 망치러 온 구원자라는 얘기도 듣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래서 나는 그들에게 물었다. 일단 12월 한 달은 쉬고, 여러분 어때요, 이걸 또 해야 할까요? 또 하는 게 좋을까요?



놀랍게도 모두가 다 계속하자고 말했다. 계속하자고. 모두들 다, 그렇게 말했다. 아 여러분... 한 명도 빠짐없이 그렇게 말하는 바람에, 우리는 이걸 계속하기로 했다. 그래서, 내년에도 여성주의 책 같이읽기는 계속될 예정이다. 그리고 그 자리에서 우리가 1월에 함께 읽을 책도 정했다. 멤버의 추천이 있었다. 그 책은 이 책이다.


















1월이 오기 전에 다시 한 번 페이퍼로 예고하겠지만, 2020년 1월 같이읽기 도서는 '케이시 윅스'의 [우리는 왜 이렇게 오래, 열심히 일하는가?] 입니다. 



히히, 여러분 반가웠어요. 그리고 정말 즐거웠어요. 먼 길 와주셔서 감사해요. 독서로도 오프라인 모임으로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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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11-17 19:41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다락방 2019-11-18 08:20   좋아요 0 | URL
2020년 1월부터 새로이 시작할것이니 그 때부터 열심히 읽고 쓰시면 됩니다!!

단발머리 2019-11-18 09:2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좋은 시간, 좋은 이야기 감사했어요. 집에 돌아오는 길에도 혼자 많이 큭큭했습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내년 책은 벌써부터 기대되네요. 책, 여성주의와 함께 시작하는 2020년이라니. 최고예요!!!

다락방 2019-11-18 09:25   좋아요 1 | URL
정말 좋은 시간이었죠! 제 생각보다 더 좋았어요. 이렇게 즐거울 수 있다니, 정말 놀랍지 뭐에요! 진짜 짜릿한 기분이었어요. 그래서 너무 업되어가지고 술을 많이 마신 모양입니다. 아, 막판에 빈 술병 사진찍는다고 했는데 깜빡했네요. 아이구 바부팅이.. ㅠㅠ

좋은 시간 만들어주셔서 함께해주셔서 감사해요, 단발머리님.
마지막에 화장실 따라와주신 것도요...(감동의 눈물 ㅠㅠ)

공쟝쟝 2019-11-18 18:0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좋은 책 권하고 좋은 이야기 나누는 좋은 사람들🥰 애정합니다!

다락방 2019-11-19 07:44   좋아요 1 | URL
히히 너무 좋아요!! >.<

psyche 2019-11-19 23: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같은 책 읽는 사람들이 직접 모여서 책 이야기라니... 아 부럽네요! 이럴 때는 정말 한국에 살고 싶어요 ㅜㅜ
 

2018년 11월 《백래시》-수전 팔루디

2018년 12월 《페미사이드》-다이애나 E.H. 러셀, 질 래드퍼드

2019년 01월 《우리의 의지에 반하여》-수전 브라운밀러

2019년 02월 《캘리번과 마녀》,《혁명의 영점》-실비아 페데리치

2019년 03월 《가부장제의 창조》- 거다 러너

2019년 04월 《여자전쟁》-수 로이드 로버츠

2019년 05월 《여자는 인질이다》- 디 그레이엄, 에드나 롤링스, 로버타 릭스비

2019년 06월 《성의 변증법》- 슐라미스 파이어스톤

2019년 07월 《여성주의 고전을 읽는다》-고정갑희 外

2019년 08월 《시녀이야기》, 《허랜드》-마거릿 애트우드, 샬롯 퍼킨스 길먼

2019년 09월 《시몬 베유의 나의 투쟁》-시몬 베유

2019년 10월~11월 《제2의 성》- 시몬 드 보부아르























2018년 11월부터 1년간 '여성주의 책 같이읽기'를 진행했고 나는 보부아르의 《제2의 성》을 완독함으로써 제 때에 마쳤다. 정말이지 놀라운 것은, 내가 매달 해당 도서를 기간 내에 다 읽어냈다는 것. 책읽기를 좋아한다고 해도 위 도서들 중에는 읽어내기 힘든 책들이 무척 많았다. 성의 변증법은 읽었지만 몇 번을 다시 읽어야 할 것 같고, 제2의성 역시 다시 읽어보고 싶다.


매달 다른 책을 읽고 싶은 욕망을 누르고 숙제처럼 주어진 이 책들을 읽어낸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지만, 그래도 여자가 말을 했으면 지켜야지, 게다가 내가 시작했잖아, 그러니 게으름을 피울 수가 없었다. 나는 진짜 멋진 캐릭터야. 오늘 트윗에서 '원스탑잉글리쉬'가 이런 문장을 트윗했다.


<행동은 그 사람이 누군지를 입증하고, 말은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이 되고 싶어 하는지만을 입증해줄 뿐이다>


크- 나는 1년간 충실하게 제 때에 해당도서를 읽어냄으로써 내가 어떤 사람인지를 입증한것이다. 졸라 멋진 사람인것이야.. 내가 했지만, 진짜 멋지다.. 어떻게 세상에 이런 캐릭터가 존재하지? 맥켄지 데이비스 이후로 이런 캐릭터는 없었다.



책들 진짜 다 너무 좋았고, 가장 인상적이고 놀라웠던 건 《여자는 인질이다》였다. 소설도 포함되어 있지만, 이 해당도서들이 모두 읽을 때는 '작가들 천재천재'를 내뱉게 만들었어. 위의 모든 도서가 페미니즘 추천도서인데, 혹여라도 아직 페미니즘 도서를 잘 읽지 못해서 쉽게 접근하고 싶다면, '샬롯 퍼킨스 길먼'의 《허랜드》로 시작해보라고 말하고 싶다. 허랜드는 표제작인 <허랜드>도 좋지만, <누런 벽지>가 압권이다. 마침 며칠전에 본 영화 《툴리》가 이 누런 벽지를 생각나게 한다. 툴리는 아메리칸 김지영이면서 동시에 누런 벽지의 영화화라고 볼 수 있어. 샬롯 퍼킨스 길먼은 무려 백년전에 이 책을 써냈다.



매우 좋은 시간이었다.

저 책들 모두 완독해서 뿌듯하지만, 내가 이 '여성주의 책 같이읽기'를 진행하지 않았다면 모두 완독했을 책들은 아닌것 같다. 아마 중간에 놓고 중간에 놓고 그러면서 대부분의 책들을 다음으로 미뤄뒀을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좋은 기회였고 좋은 시간이었다.



아직 11월은 남아있고, 다른 멤버들은 열심히 읽고 있다. 단톡방에 몇페이지까지 읽었는지 보고하기도 하는데, 다들 조금씩, 단 몇장씩이라도 읽어서 늘어난 페이지를 말하려 할 때마다 너무 감사하고 고마웠다. 아직 다른 멤버들은 읽기가 진행중이고, 11월까지 완독이 불가한 멤버들은 올해가 가기 전에는 완독하겠느라 의지를 불태우기도 했다. 다음에 더 늘어난 쪽수를 말하기 위해 한 멤버는 전날 제2의성을 베고 자기도 했단다. 읽으려다 잠들어버려서... 아아, 정말이지 감사한 일이 아닌가. 이렇게나 성의를 보여준다는 게, 이거 한다고 누가 상준다는 것도 아니고 칭찬듣는 것도 아니고 돈을 버는 것도 아닌데, 단지 우리의 약속이므로 성의를 보이고 그것을 표현한다는 것이 정말이지 기쁘고 감사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여러분, 모두 수고하셨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만나기로 했다. 만나서 그간의 수고를 좀 다독다독 쓰담쓰담 해주기로 했어. 으하하하.

좋은 시간이었고 좋은 기회였지만, 이걸 또 진행할지는 잘 모르겠다. 아무튼 소설 읽는 거 개꿀.. (응?)



정말 좋은 시간이었습니다, 여러분. 함께 해주셔서 감사했어요!

우리가 이걸 계속 이어나갈지 그만둘지는 소주잔을 기울이며 얘기해봅시다. 으하하하.



아, 그리고 우리가 제2의 성을 같이 읽기 때문에 '타자'로 농담할 수가 있다. 어제는 멤버 한명이 내게 그랬다. 한 번에 푸시업 30개를 못하는 남자라면 남자가 아니라 타자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아 육성 터졌네. 내가 다람쥐라고 하자 다른 멤버가 그랬다. '나는 타자야'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우리는 타자다. 제2의 성을 읽으면 왜 우리가 자꾸 타자타자 거리는지 알 수 있다. 진짜 보부아르가 얼마나 타자 타자 하는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세상에, 타자 농담을 하는 사람들이라니. 겁나 멋져 ㅠㅠ



단톡방의 타자 여러분, 감사합니다.

우리 곧 만납시다! 꺅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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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발머리 2019-11-15 18: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이렇게 많이 읽었단 말이에요? 책을 주욱 링크해 놓으니 정말 근사하네요.

다 완독하지 못했지만 끝까지 따라왔던 본인조차 뿌듯해지는 순간이에요.
다락방님이 으샤으샤! 앞서 가주셔서 오늘의 영광이 있었네요.
진짜 진짜 수고많으셨어요.
함께 읽고, 함께 이야기 나눈 모든 순간이, 참 좋았어요.

다락방 2019-11-17 15:39   좋아요 0 | URL
단발머리님, 함께 해주셔서 감사했어요. 저 역시도 이렇게 책 늘어놓고 나니 너무 우리가 장하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저 책들을 다 읽었습니다, 우리가! 함께했기에 가능한 일이었어요.
앞으로도 함께 읽고 함께 이야기 나누고 좋은 순간들을 공유하도록 해요!

초록별 2019-11-15 19: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락방님은 저의 초록별입니다~~^^ 저도 기운을 받아 열독할께요...축하드려요...

다락방 2019-11-17 15:40   좋아요 0 | URL
네, 열심히 즐거운 독서 하시길 바랍니다!!

퍼론 2019-11-16 01: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진심으로 축하드려요

다락방 2019-11-17 15:40   좋아요 0 | URL
헤헷 감사드려요! 뿌듯합니다. 으하하하

블랙겟타 2019-11-16 13: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예전 페이퍼에서 다락방님이 11월이면 1년이다라고 언급하셨을때
(엥? 11월인데 왜 1년이지? 11개월했는데?) 라고 잠시 어리둥절했던 적이 있었는데요..
금새 그 해답을 찾았지요. 저는 11월부터 시작한게 아니라 1월부터 읽었더군요! 하하...
(처음부터 같이 읽은줄....(민망))
그래서 위에 나열해주신 책에서 백래시(예전에 알라딘에서 e북 50년? 대여로 빌려서 있음 ^^)랑 페미사이드는 제가 따로 읽어봐야겠어요.
그동안 수고많으셨습니다. 함께 읽은 모두들에게 ^^

다락방 2019-11-17 15:42   좋아요 1 | URL
블랙겟타님 너무 감사해요. 함께 해주셔서, 여기까지 와주셔서요. 정말 감사합니다.
좋은 책들을 함께 했기 때문에 읽을 수 있었던 것 같아요. 그 힘겨운 제2의 성을 다 읽은 것도 너무 멋집니다. 장합니다.
자, 이제 우리 12월 한 달 쉬고 새해에 또 열심히 함께 읽고 씁시다!!
 

열심히 읽고 계십니까! 저는 까페에서 사십오분쯤 읽고 갈 생각입니다. 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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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겟타 2019-11-09 20: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주말에도 부지런히 읽고계시네요!! (역시.)

다락방 2019-11-09 22:31   좋아요 1 | URL
몇 장 못읽었어요 ㅜㅜ 그치만 지금 읽는 부분들이 재미있네요. 저는 지금 음주중입니다. 꺅 >.<

블랙겟타 2019-11-09 22:45   좋아요 0 | URL
그럼 저도 그 재미있는 부분을 읽기위해 부지런히 따라가야겠네요! (•̀ᴗ•́)و

다락방 2019-11-09 22: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알라딘 영화쿠폰 안쓰시는 분 저 좀 주세요!

2019-11-09 22:45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다락방 2019-11-11 09:21   좋아요 1 | URL
감사합니다. 터미네이터 보셨습니까? 저는 사랑에 빠졌습니다...

공쟝쟝 2019-11-11 08: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부지런도 하셔라~!! 제2의 성이여! 😓🤤

다락방 2019-11-11 09:22   좋아요 1 | URL
토요일도 일요일도 터미네이터 보러 다녀오느라 생각보다 많이 못읽었어요. 우엉 ㅠㅠ

공쟝쟝 2019-11-11 09:32   좋아요 0 | URL
그래도 영원한 1등이십니다~람쥐!!
 
















내가 여성으로 태어나고 싶어서 여성으로 태어난 것도 아니고 그냥 태어날 때부터 여성이었다. 여성으로 태어나다보니 십대의 어느 시절에는 말로만 듣던 생리를 시작했다. 그 후로 지금까지 쭉, 그러니까 이십년 이상 나는 한 달에 한 번씩 생리를 하고 있으며, 그렇게 며칠씩 내 몸밖으로 피를 내보내고 있다. 일회용 생리대를 한 시간이 길었었는데 어느 순간부터는 몸이 일회용생리대를 받질 않아 면생리대를 사용했었고, 면생리대는 그 사용의 불편함 때문에 몇 해전부터는 탐폰을 사용하고 있다. 아직까지는 탐폰을 편하게 사용하고 무리없이 사용하고는 있지만, 탐폰은 오랜 시간 사용하면 부작용을 일으킬 수도 있다고 한다.



'산드라 블럭'과 '멜리사 매카시'주연의 영화 《히트》를 보면 여성혐오를 일삼는 남자 경찰이 그런 말을 한다. '내가 태어날 때부터 이렇게 태어났는데, 그걸 가지고 비하를 하면 어떡해' 라고. 그는 백색증을 앓고 있었고, 그 상태에 대해 멜리사가 약올렸기 때문이다. 자신의 의지를 가지고 자신이 선택한 병이 아님에도 그것에 대해 놀리는 것은 너무나 부당하지 않은가. 그는 바로 그걸 지적했는데, 아이러니하게도 그 역시 상대가 여성인 사람들을 여자라는 이유로 계속해 혐오하고 비하했다.















생리는 내 선택이 아니었고 내 의지도 아니었다. 나로서도 어쩔 수 없는 부분이었다. 생리대를 사는 데 많은 돈을 쓰는 것도 나로서는 어쩔 수 없는 부분이고, 생리전마다 이러저러한 여러가지 통증들을 겪으면서 약을 먹는 것 역시도 내가 선택한것과는 거리가 멀었다.



'보부아르'는 《제2의 성》의 <신화> 편에서 생리에 대해 얘기한다. 정확히는, 생리에 대해 그동안 세상이 얼마나 많은 부조리한 증상을 보였었는지. 얼마나 구린 태도로 여성과 여성의 생리를 저급하게 취급했는지를.



특히 <레위기>에 다음과 같은 사실이 기록되어 있다.

'자기 몸에서 피가 흐르는 여자는 7일 동안 부정하다. 여자에게 손을 대는 사람도 누구나 하루 종일 부정하다. 그녀가 눕는 침대나, 그녀가 앉는 자리는 모두 부정하다. 그녀의 침대를 만진 사람은 옷을 빨고 물로 몸을 씻어야 하며, 그날 하루 종일 자신도 부정하다는 마음가짐을 가져야 한다.'

이 글은 임질(淋疾)에 걸린 남자의 부정을 다룬 내용과 똑같다. (p.199)



어떻게 생리를 임질과 똑같이 다룰 수가 있는가. 태어날 때부터 어쩔 수 없었던 부분에 대해서 어떻게 부정하다고 말할 수가 있어. 부정한 거라면 인간의 몸이 왜 그런 시스템으로 되어 있겠냐고. 부정하다면 그걸 없앨 수 있어야 하잖아.




가부장제 사회가 출현한 뒤로는 여성의 성기에서 흘러나오는 그 수상한 액체에서 불길한 효능만 인정하게 되었다. 플리나우스(로마의 장군, 관리, 저술가.)는 《박물지》에서 이렇게 말하고 있다. "월경이 시작된 여자는 농작물을 못 쓰게 만들고 밭을 황폐화시키며, 싹을 죽이고 과일을 떨어뜨리며, 꿀벌을 죽인다. 만일 그녀가 술에 손을 대면 포도주는 식초가 되고 우유는 시큼해진다 ……." (p.199)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아니 그러면 내 집 와인 냉장고에 있는 와인들에 내가 생리 때 손을 대면 그것들 다 식초 되는 거?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세상의 절반이 여자고 여자들은 한달에 한번씩 며칠간 피를 흘리는데, 그렇다면 세상은 진작에 망해 없어져버렸어야 하는 거 아닌가. 농작물도 밭도 성치 못하다는데, 싹도 죽인다는데.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여성으로 '태어난' 것, 흑인으로 '태어난' 것이 어떻게 놀림감이 될 수 있는가. 어떻게 혐오와 비하의 대상이 될 수 있단 말인가. 보부아르가 이 책을 쓴 것은 1940년대의 일이고, 생리에 대한 구절을 가져온 것이 성경의 레위기에 대한 것이라면, 그렇다면 생리에 대해 비웃고 농담하고 약올리는 것이 과거에 일어난 일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지금은 그렇지 않은가?



















'레일라 슬리마니'의 책 《섹스와 거짓말》은 최근에 나온 책이다. 모로코의 여성들이 직접 얘기하는 것을 듣고 쓴 책인데, 여기에서도 생리에 대한 언급이 나온다. '마하 사노' 라는 여성이 들려주는 이야기.



모임 중 한 여성으로부터 들은, 믿기 힘든 한 이야기가 기억나는군요. "해방이 뭐 있나. 만일 처녀막이 애초에 존재하지 않다면 그게 곧 해방이지." 이런 종류의 여성 모임은 예외적인 일이 아니라는 걸 알아야 합니다. 저소득층 사회에선 여성들은 오후만 되면 서로서로 모여 가족, 아이들 그리고 …… 섹스에 대한 이야기를 서로 털어 놓습니다. 간혹 성적인 이야기를 아주 공공연하게 노래하는 가수를 초청하는 일도 있지요. 성교육이라는 것 자체가 매우 억압된 나라에서 이러한 시간은 숨쉴 수 있는 시간이자 동시에 여가 시간인 것이죠. 여성들에게 그들의 섹스에 대해 말을 건넬 때 우리는 "그들의 문제"를 감추라거나 생리에 대해 지극히 폭력적으로 말합니다. 생리는 이렇게 뭔가 불순하고 더러운 것, 원초적인 저주의 형태와 연결되는 거죠. (섹스와 거짓말, p.159)




그렇다면 이것이 모로코이게 가능한걸까? 아니, 미국이라고 다르지 않다. 심지어 대통령이 되어도 생리에 대해 함부로 입을 턴다.


















2015년에 진행된 공화당 대선 후보 토론을 보면서도 피가 끓어올랐다. 사회자였던 메긴 켈리가 당시 대선 후보였던 도널드 트럼프에게 여성을 상대로 여성혐오 및 성차별적 발언을 한 적이 없느냐고 추궁했다. 트럼프가 여성을 두고 "뒤룩뒤룩 살찐 돼지들"이라는 둥 "역겨운 동물들"이라는 등 했다고 그녀가 지적하자 트럼프는 불필요하고 "우스꽝스러운"질문이라고 응수했다. 자신의 여성혐오적 발언에 대한 해명을 이끌어내려는 켈리의 결연한 의지를 두고 트럼프는 훗날 이렇게 발언했다. "그 여자 눈에서 피가 나오는 것 같았지 …… 아마 몸 어디에서도 피가 흐르고 있었을걸." 몸 어디라고? 트럼프는 정당한 질문을 던지며 사회자로서의 역할을 다한 켈리를 조롱했을 뿐만 아니라 월경중일지도 모른다며 그녀의 질문을 폄하했던 것이다!

물론 트럼프의 발언은 첨예하게 비판받았다. 트럼프가 월경을 여성의 지나치게 감정적인 이상 행동의 원인으로 언급한 일도 처음은 아니었다. 나중에 트럼프는 자신은 켈리의 코피를 말한 거였다며 미국의 소위 '정치적 올바름' 앵무새들을 트위터에서 강력히 비판했다. "우리 모두 쓸데없는 일에 시간과 에너지를 낭비하지 말고 일터로 돌아가야 한다!"

누구보다도 권력을 많이 쥔 사람들이 이런 식으로 발언하거나 생리에 대해 '농담'한다. 월경이 마치 감정이나 지성을 저하시키기라도 하는 양 미국 대통령 집무실에서부터 초등학교 복도에 이르기까지 월경중인 사람들은 혹시 그날이냐며 놀림받아왔다. (생리의 힘, p.20)




여성은 월경을 하니까 남성처럼 권력을 쥐거나 다른 방식으로 사회에 참여할 역량이 없다고 믿는 사람들이 아직 존재하기 때문에 월경에 대한 문화적 시각을 바꿔놓는 일이 무척 중요하다. 지난 2016년 미국 대통령 선거 때도 이를 똑똑히 목격할 수 있었다. 많은 사람들이 힐러리 클린턴은 생리를 하기 때문에 절대 대통령이 될 수 없다고 했다.(힐러리는 예순아홉 살이라 이미 완경했을 텐데도 말이다). 사람들은 이렇게 말했다. "힐러리는 믿을 수 없어. 그녀가 생리할 때 전쟁을 일으키면 어떡해?" 물론 정치인은 여러 가지 이유로 비판받지만, 생리를 한다는 이유(비록 가상의 생리라 해도)는 그 근거가 될 수 없다. (p.19)




나를 비롯한 대부분의 여자들은 매달 생리를 하면서 학교를 다녔고 직장을 다니고 있다. 생리는 여자가 어떤 일을 잘 처리하지 못할 거라는 근거가 될 수 없다. 그러나 성경의 레위기에서부터 생리 하는 여자는 부정한 존재이며 뭘 해도 잘 못할 존재일거라는 생각이 너무 뿌리박혀 지금까지 내려오고 있다. 트럼프는 정당한 지적에 대해 여성혐오로 응답했다. 생리 중이라 저런 걸거라며 상대를 오히려 비약하는데, 그것은 자신이 받은 질문에 대해 논리적으로 답할 수 없기에 나온 멍청한 대응이다.


이 일은 영화 《롱 샷》에서도 지적해주고 있다.















젊은 여성이 대통령으로 당선되자 앞에 여자 아나운서를 앉혀두고 남자 패널 둘이서 생리 중에도 업무를 잘 처리할 수 있겠느냐며 비약하는 거다. 심지어 여자가 대통령인데도 그랬어. 최고 권력의 자리에 앉아있는데도 방송에서 생리로 농담을 하고 ㅣ있다니. 영화속에서는 이에 발끈한 아나운서가 자리를 박차고 나가버린다.




생리를 놀리고 혐오하는 것은 너무 오래된 역사인지라 어디에서나 뿌리깊이 박혀있는가 보다. 모로코에서도 미국에서도 그랬는데, 프랑스 작가가 쓴 소설 《루거 총을 든 할머니》에서도 여지없이 생리에 대한 발언은 나온다.

















베르트가 목제 식탁에 포크를 꽂았다. 열이 올랐다.
˝아, 젠장! 나한테 생리 핑계 갖다 붙이지 마. 당신만은 제발!˝
˝그게 당신 기분에 영향을 미친다는 걸 인정해.˝
˝내 기분에 영향을 미치는 건 당신의 너절함이야.˝
˝천박하게 굴어서 이로울 건 아무것도 없을 거야.˝
˝여자가 권리만 주장했다 하면 그 즉시 생리대를 들고 나오니, 이거 원. 저질에, 비루하고, 생산적이지 못하기 짝이 없네.˝
˝생산적이지 못한 건, 당신이 잘 알겠구나.˝
궁지에 몰렸다고 느낀 노르베르가 비겁한 무기를 선택했다.
˝그 부분은 건드리지 마, 노르베르, 특히 그건 하지 마.˝
˝난 그저 당신이 보부아르를 읽고서 들떴을지 모르겠지만, 단신은 크게 불평할 처지가 아니란 얘기를 하는 거야. 이렇게 아늑한 집도 있고, 가게도 잘 굴러가잖아. 난 이 도시 저 도시를 떠돌며 내 예술을 팔고 있어. 누가 더 불평을 해야겠어? 이건 남자, 여자의 문제가 아니라, 그저 생존자와 그 밖의 사람들의 문제야.˝

˝왜, 당신이 보기에 난 생존자가 아닌 것 같아서?˝
방 안의 온도가 핵폭발 일보 직전이었다.
˝당신은 그리 고생스러워 보이지 않는데?˝
˝내가 어떤 길을 지나왔는지 당신은 상상도 못해.˝
(루거 총을 든 할머니, p.285)




이 책에서도 베르트가 얘기하는 것처럼 여자가 화난 건 '남자들의 너절함'인데, 남자들은 이에 대응할 때 '그건 니가 생리중이라서 그래' 라는 거다.


아, 우리 여자들은 정말이지 '너 생리중이야?'라는 말을 얼마나 한심하게 들어왔던가. 그 말을 들을 때마다 나 역시도 '아, 내가 생리중이라 이렇게 화가 나나'하는 자기반성을 얼마나 했던가.

일전에 여자동료랑 밥을 먹다가 여자동료가 얘기했다.


"그 일이 너무 화가 나서 미치겠는 거에요. 그래서 제가 혹시 생리중이라 그런가 곰곰 생각해봤거든요. 생리중이라 예민한건가. 그런데 생각해보니까요, 차장님, 그건 제가 생리중이라서가 아니라 그 사람이 잘못했기 때문이에요. 그건 제가 생리중이든 아니든 화가 날 일이 맞아요."


정말 그러하다. '너 생리중이야?'라는 말을 들을 때의 그 상황, 그러니까 '너 왜이렇게 예민해' 라는 말을 들을 때의 그 상황은, 내가 예민해서 화가 나는 게 아니라 화가 날 상황이라 화가난 거였다. 《루거 총을 든 할머니》속의 베르트도 남편이 돈은 안벌어오고 가사노동도 하지 않으니 빡이 쳐서 따졌더니 남편은 생리중이냐고 물었던 거다. 너는 왜 여성비하를 하느냐는 질문에 트럼프는 그 여자 생리중인가보다, 라고 대응하는 거다. 정확히 대답해야 할 질문을 받아놓고서는 그런 식으로 넘어가는 거다. 너절한 행동을 한 당사자는 자신의 너절함을 들여다보는 대신 상대의 생리를 보고 있는 거다. 진짜 얼마나 지긋지긋한지! 이것은 대체 얼마나 오래된 역사인지!




여성으로 '태어나' 생리를 하는 것을 두고 놀리는 것은 여전히 계속되고 있고 어디서나 계속되고 있지만, 그러나 사회가 변하고 있음은 틀림이 없다. 생리를 두고 놀리는 것은 잘못됐다고 모로코의 여성이 얘기하고 프랑스의 소설가가 얘기하고, 그리고 미국의 젊은 월경권운동가가 얘기하고 있으니까. 그것이 잘못됐다고 말을 하는 사람이 이렇게나 많아지면 점점 달라지지 않겠는가. 생리로 모든 것을 여자의 잘못으로 돌리는 것은 잘못됐다. 생리를 부정하게 보는 것도 잘못됐다. 보부아르가 이미 1940년대에 얘기했고 그리고 지금은 세계 각지에서 많은 사람들이 얘기하고 있다. 심지어 《생리의 힘》을 쓴 젊은 운동가 '네이디아 오카모토'는 전세계의 월경빈곤층들을 위해 생리대를 공급해주고 있다.




보부아르의 《제2의 성》을 읽는 일은 쉽지 않다. 다른 출판사의 책을 보지 않아 모르겠지만, 내가 읽고 있는 책은 너무 글자가 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닥 해서 으윽, 이 책 읽을 때마다 보부아르가 랩하는 것 같은 느낌적 느낌이야. 나는 랩음악을 싫어한다. 나는 발라드 좋아해... 랩 싫어..... 내가 들을 수 있는 신해철의 <안녕>까지가 적당해...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읽는다, 보부아르의 《제2의 성》을.




남성들이 장악한 경제적인 특권, 그들의 사회적 가치, 결혼의 영예, 남성의 후원 효과, 이 모든 것이 여성들로 하여금 남자의 마음에 들기를 열렬히 원하게 만든다. 여성들은 전체적으로 아직도 종속상태에 놓여있다. 그 결과 여성은 자기 자신으로서 있는 그대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남성이 정의하는 대로 자기를 인식하고 선택하고 만다. 그러므로 우리는 우선 남자가 꿈에 그리는 여자를 묘사해볼 필요가 있다. ‘남자의 눈에 비친 여자의 존재방식‘이 여자의 구체적 조건이 되는 기본요소들 가운데 하나를 이루고 있기 때문이다.- P187

여자는 그 출생부터가 자주적이 아니었다. 신이 자발적으로 여자를 만든 것도 아니고, 여자를 만드는 대가로 여자로부터 직접 숭배를 받기 위해 여자를 창조한 것도 아니었다. 신은 남자를 위해 여자를 만들었으며, 이는 아담을 고독에서 구하기 위해서였다. 여자의 기원과 목적은 자기 남편 속에 있다. 여자는 비본질적인 존재로 남자의 보충물이다. - P190

장식품의 기능은 매우 복잡해서 일부 미개인들 사이에서는 종교적 성격까지 지닌다. 그러나 일반적인 역할은 여자를 우상으로 변형시키는 것이다. 그것은 모호한 우상이다. 남자는 그것이 육체적인 것이기를 바란다. 그 아름다움은 꽃이나 과일 같은 아름다움이기를 바라면서도, 그것은 또 조약돌처럼 매끄럽고 단단하며 오래 가야 한다. 장식품의 역할은 여자를 보다 자연과 닮게 하는 동시에 자연에서 떼어놓는 것이다. - P211

단장한 여자에게는 ‘자연‘이 존재하지만, 그것은 이미 남자가 원하는 대로 인간의 의지에 의해 개조된 것이다.- P212

생명이 아무리 매력적인 외형으로 꾸며져 있더라도, 그 생명에는 언제나 늙음과 죽음의 씨앗이 살고 있다. 남자가 여자를 부리는 그 자체가 여자의 가장 고귀한 정절을 파괴하는 것이다. 즉 임신으로 몸이 무거워지면 여자는 성적 매력을 상실한다. 아이를 낳지 않더라도 갱년기에 이르면 매력이 사라지기 마련이다. 병이 잦고 추해지고, 늙은 여자는 배척당한다. 그런 여자를 두고 마치 식물처럼 시들었다거나 퇴색했다고들 말한다.- P213

원시인 사이에서와 마찬가지로 남성의 성기는 세속적인 데 반해, 여자의 성기는 종교적·마술적인 힘을 지니고 있다. 보다 더 근대적인 사회에서도 남자의 성적인 잘못은 죄가 없는 장난에 지나지 않는다. 흔히 너그럽게 봐준다. 남자는 사회법규를 따르지 않더라도 여전히 사회의 일원이다. 그는 집단의 질서를 근본적으로 위협하지 않는 짓궂은 아이에 불과하다. 반대로 사회에서 탈선한 여자는 ‘자연‘과 악마에게 돌아가 제어할 수 없는 마력을 집단에 풀어 놓는다.- P249

그는(몽테를랑) 니체로부터 ‘여자는 영웅의 노리개다‘라는 것을 배웠다. 그래서 영웅이 되기 위해서는 여자를 노리개로 삼으면 된다고 생각했다. 모든 일이 이런 식이다. 코스탈이 말하듯이 ‘결국 이 얼마나 장난 같은 짓인가!‘- P278

가부장제 사회에서 최고의 창조주는 남성이기 때문에 여자는 먼저 아내로서 그 모습을 나타낸다. 인류의 어머니이기 전에 이브는 아담의 배우자이다.- P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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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겟타 2019-10-31 23: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주오래전에는 남성들이 여성의 ‘생리‘를 보고 자신들에게서 볼수 없었던 것때문인지 한편으론 자신과 다른것에 대한 공포심도 있었던거 같아요. 그래서 오히려 지금 보면 말도 안되는 뭔가 부정하고 위험한 저주의 상징인 것처럼 해석해왔었죠. 오늘날에 들어와서 제대로 ‘생리‘라는 것을 과학적으로 알게 된 뒤에도 여전히 남성들은 진지하게 알려고 하지 않다보니 아직도 ‘생리‘가 트럼프의 수준낮은 혐오적 발언이랄지 많은 남성들이 하는 농담같지도 않은 농담의 소재로 쓰여지는거겠죠? ㅜ

그건그렇고.. 다락방님, 맞아요. 가독성이 너무 떨어지다보니 눈이...ㅠㅠ 그래서 오랫동안은 못읽고 쪼꼼쪼꼼씩 읽고 있네요 ㅋㅋㅋㅋ

다락방 2019-11-01 09:01   좋아요 2 | URL
생리하는 게 죄짓는 것도 아닌데 그걸 하는 걸 숨기고 감추고 생리란 말을 입밖에 내지도 못했던 시간이 너무 길었던 것 같아요. ‘그 날인가?‘ 이러면서 물어보잖아요 ㅎㅎ 아 짜증나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저도 대답하기 되게 부끄러워했던 그런 기억들이 있네요. 크- 부끄러운 나의 어린시절이여..


아 진짜 이 책 아직 1권도 다 못읽었는데 너무 양도 많고 글도 촘촘하고 보부아르 언니 랩해주시고 ㅠㅠ 읽기 싫어요 우앙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같이 읽기 때문에 그나마 여기까지 읽었지 혼자 읽었으면 진즉에 포기했을 것 같아요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언제 다읽죠 이 책? 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

단발머리 2019-11-01 09:1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 세상에 책은 오로지 <제2의 성>만 있는 것처럼 그 책만 읽는 사람들이 있다고 하대요. 참 신기해요.
정희진샘이 안드레아 드워킨의 <포르노그래피> 서평에서 ˝서양사의 재해석이라는 점에서 <제2의 성>에 비견할 만하다. 내가 처음 여성학을 공부할 때 외워버린 책이다˝ 하셨던 게 기억나네요. 직접 들은 것도 아닌데, 왜 이렇게 생생한지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생리의 힘> 인용해주신 부분 읽어보니 ‘여성혐오‘ 분야에 관해 정말 트럼프는 매일 기록 경신하네요. 허어.... 참.....

다락방 2019-11-01 09:03   좋아요 1 | URL
아 진짜 안읽히고 느리고 미치겠어요. 저 이거 상하권 완독할 때까지 다른 책 안 보려고 했는데 그렇게는 못살 것 같아요. 주말에 소설책 읽어야지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아니, 이걸 외워버리셨다고요? 정희진 쌤은 정말이지 대단하세요. 이걸 외우시다니..전 읽기도 벅차서 미치겠구먼 ㅠㅠ 뭔가 정희진 쌤이 외우셨다니 나도 외워볼까 이런 마음이 드는 건 잽싸게 억눌러야겠죠? ㅋㅋㅋㅋㅋ

어떻게 저런 사람이 대통령이 되었을까요, 단발머리님....아아 이해할 수가 없어요 진짜 ㅠㅠ


근데 제2의성 언제 다읽죠? 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

단발머리 2019-11-01 09:10   좋아요 1 | URL
제가 혹시나~~~ 해서 정희진샘 글 다시 찾아봤더니... 외우신 책은 <포르노그래피>이네요. 생생한 기억이 틀려서 댓글 수정했습니다.

전... 진짜 이 책만 읽는데.... 열심히 읽는데 진도가 안 나가네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19-11-01 09:15   좋아요 1 | URL
아 다행이다. 포르노그래피는 번역서가 없어서 제가 못읽어서 못외우는 거니까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전 이 책만 읽다가 독서에 손을 놓게 생겼어요.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비연 2019-11-03 14:03   좋아요 1 | URL
저도 이 책만 부여잡고 주말을 나보려고 하는데.. 쉽지 않네요 ㅎㅎㅎㅎ

<롱샷>과 <루거총을 든 할머니>에서의 저 대목들. 소위 ‘빡쳤었죠‘.
<롱샷>은 비행기 안에서 봤는데 짜증이 치솟아 확 껐다가 다시 켰던..ㅜㅜ

아, 읽기도 힘든 이 책을 시몬 드 보부아르는 썼다는 게 믿기지 않는 일요일입니다.

다락방 2019-11-04 09:17   좋아요 0 | URL
저는 토요일은 그냥 넘겨버리고 말았지만 일요일인 어제는 이 책을 끈질기게 부여잡고 놓지 않아 결국 다 읽고 말았습니다. 지금은 하권 시작하기 전 좀 쉬기 위해 소설을 읽고 있어요. 소설 한 세권쯤 읽고 하권을 잡아볼까 합니다. 아하하하하.

맞아요, 비연님. 이 읽기도 힘든 책을 보부아르는 무려 썼습니다. 대단한 양반... 어휴.....

공쟝쟝 2019-11-03 22: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제2의성과 주말을 보내는 아름다운 흔적들..... ~~

다락방 2019-11-04 09:17   좋아요 1 | URL
저는 일요일을 통해 상권을 다 읽었음을 전합니다!! >.<

지금 소설 읽는데 세상 재밌고 세상 쉽고 세상 빨리빨리 넘어가네요. 으하하하하.

공쟝쟝 2019-11-04 14: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ㅋ 다른 책을 사랑하게 하는 보부아르님 ㅋㅋ
 
















9월의 여성주의 책 같이읽기 도서인 [시몬 베유의 나의 투쟁]을 읽으면서도 나는 [제2의 성]을 다시 읽어야겠다고 여러차례 생각했다. 그 책을 반드시 완독해야 겠노라고. 시몬 베유가 자신의 연설에서 보부아르의 [제2의 성]에 대한 언급을 많이 했기 때문이다. 단순히 언급을 많이 해서라기 보다는, 시몬 베유의 제2의성 언급이 어딘가 '흐음, 그런가?' 하는 생각을 하게 만들었는데, 시몬 베유는 보부아르의 의견에 동의하진 않지만 그 책은 분명 평등으로 가는데 영향을 미쳤다, 고 얘기하기 때문이었다. 그 책은 대단하지, 좋은 책이야, 그렇지만 내가 다 동의하는 건 아니야, 이런 식의 느낌. 그런데 시몬 베유가 동의하지 않는 이유가 나로서는 좀 이해가 안됐는데, 시몬 베유는 보부아르가 남녀의 생물학적 차이를 인정하지 않고 완전히 평등하다고 주장한다고 생각하는 거다. 




같은 세대에 속한 많은 여성들처럼 저 역시 [제2의 성]을 읽고 많은 충격을 받았습니다. 남성과 여성 사이의 평등을 위한 시몬 드 보부아르의 참여는 남성과 여성 사이에 자연적인 차이가 없다는 생각을 토대로 이루어졌습니다. 그는 여자아이들에게 아주 어린 나이부터 제공되는 교육과, 여성의 역할에 대한 고착된 스테레오타입에 의해 통용되는 이미지들이 양성 간의 행동 차이를 가지고 온다고 주장했습니다.

오늘날, 페미니스트건 아니건, 많은 여성들은 남성과의 차이를 인정할 뿐만 아니라, 차이에 대한 권리 역시 주장합니다. 그들은 인류의 절반인 여성이-실제로는 여성의 수가 조금 더 많습니다만- 남성적 시각에 특권을 주지 않고 각자의 기대와 욕구가 고려되는 사회를 만드는 데 적합다하고 주장합니다.  (시몬 베유의 나의 투쟁, p.340-341)







시몬 드 보부아르의 [제2의 성]의 출간은 많은 것을 드러냈습니다. 우리는 정교하게 구상된 페미니즘의 개념을 발견했습니다. 권리의 완전한 평등을 단언하는 페미니즘일 뿐만 아니라, 남성과 여성 사이에 존재하는 자연적인 차이를 부정하는 페미니즘 말입니다. 그들에게는 아주 어린 나이의 소녀들에게 주어지는 교육과 여성의 역할이 지닌 특수성에 대한 '진부함'으로 움직이는 이미지들만이 두 성별 간 차이들의 기원일 것입니다. 

오늘날 우리가 시몬 드 보부아르의 "우리는 여성으로 태어나지 않는다, 여성으로 만들어진다"라는 말을 인용할 때, 이 명제가 정 반대의 의미로 해성된다는 점은 매우 흥미롭습니다.

페미니스트건 아니건, 많은 수의 여성들이 그들의 차이를 인정할 뿐 아니라 차이에의 권리를 주장하고 있습니다. 그들은 인류가 절반의 남성과 절반의 여성으로 이루어지기를 바라거나 혹은 여성이 조금 더 많이 존재하기를 바라며, 사회가 서로의 필요와 기대를 인식해주기를 원합니다. 남성중심적 시각이나 권리의 평등에의 집착을 버리고 말입니다. (시몬 베유의 나의 투쟁, p.318-319)


시몬 베유는 여성들의 권리가 남성들만큼 와있지 않다는 걸 알고 그걸 위해 연설하고 노력하고 행동한 사람이었다. 사회활동을 활발히 한 사람이기에 사회 곳곳에서 여성들의 고용이 안정적이지 못하다는 것도 누구보다 인식한 사람이었고. 그러니 당시에 유명한 보부아르의 책을 읽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것이었을 텐데, 저렇게 연설때마다 응 그치만 거기엔 동의하지 않아, 라고 말하는 게 왜그러는지 너무 궁금한거다. 시몬 베유가 보부아르 책의 요지를 파악하지 못한 게 아니라 잘 알고 있다고 보여지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렇지만 자연적으로도 차이가 없다는 건 인정할 수 없어!' 하는 건, 도대체 왜그럴까. 보부아르가 '남녀는 자연적 차이가 없다!'를 주장한걸까? 이게 계속 궁금했던 터다. 



다행스럽게도 '그렇지않다'는 것을, 보부아르의 책 [제2의 성] 1권의 초반을 읽으면서 알게 됐다. 보부아르는 남녀의 생물학적 차이가 없다고 말하지 않았다. 오히려 생물학적 차이를 처음부터 인정하고 들어간다. 여성과 남성의 신체가 얼마나 다르게 태어났는지 그리고 얼마나 다르게 살아갈 수 밖에 없는지를 먼저 얘기하고 들어간다. 그러나 보부아르는 '그것이 남녀를 차별하는 당위가 될 수 없다'를 주장한다.





이런 복잡한 과정은 세부적으로는 아직 충분히 알 수 없지만, 유기체 전체에 큰 영향을 준다. 왜냐하면 갑상선과 뇌하수체, 중추신경계통과 자율신경계통, 마침내는 모든 내장에까지 영향을 미치는 호르몬 분비 작용이 그 과정에 뒤따르기 때문이다. 거의 모든 여자들-85% 이상-은 이 기간에 어떤 증상들이 나타난다. 출혈하기 전에 혈압이 오르고 그 다음에는 내린다. 맥박수와 체온이 때때로 오르고, 열이 나는 경우도 빈번하다. 복부에 통증도 느낀다. 변비 다음에 설사가 따르는 경우도 자주 관찰할 수 있다. 또 간장비대,요폐,단백뇨의 증세도 자주 나타난다. 많은 여자들이 후점막의 출혈(인후통)을 보이고, 어떤 여자들은 청각,시각의 장애를 호소하기도 한다. 땀이 많이 나고, 월경 초에는 '특유한' 냄새를 수반하는데, 이는 아주 지독하기도 하고 월경기간 내내 지속되는 수도 있다. 신진대사는 증대하고 적혈구 수는 감소한다. 한편 혈액은 보통 조직 속에 저장되어 있는 여러 가지 물질, 특히 칼숨염을 운반한다. 이 염분은 난소와 갑상선에 작용하여 그것을 비대하게 만들고, 자궁 점막의 변화를 담당하는 뇌하수체에 작용해 그 활동력을 증가시킨다. 이와 같은 내분비선의 불안정은 신경을 몹시 약하게 만든다. 중추신경계통이 침해되어 자주 두통이 일어나고, 자율신경계통은 과도한 반응을 나타낸다. 중추신경계통의 자동 조정력이 감퇴되기 때문에 반사 운동과 경련이 일어나 아주 심한 부안정을 나타낸다. 여자는 평소보다 민감해져서, 신경질적이 되고 쉽게 흥분하여 심한 정신장애까지 일으키는 수도 있다. 이때는 여자가 자기 몸을 소외된 불투명한 이물처럼 느끼고 가장 고통을 받는 시기이다. 여자는 자기 체내애서 매달 요람을 만들었다가 부수는, 집요하고 인연 없는 생명의 희생물이다. 달마다 한 어린애를 낳을 준비를 하고 빨간 주름의 붕괴 속에서 유산을 한다. 여자도 남자와 마찬가지로 그 육체는 자기의 것이다. 그러나 여자의 육체는 그녀 자신과는 별개의 것이다. (1권, p.58-59)





이런 다양한 특징들의 대부분은 종에 대한 여자의 종속에서 유래함이 분명하다. 이제까지의 검토에서 가장 명백한 결론은 바로 이것이다. 여자는 모든 포유동물의 암컷들 가운데에서 가장 심각하게 소외되고, 또 이 소외를 가장 치열하게 거부하고 있다. 다른 어떤 암컷의 경우에도 유기체의 생식기능에 대한 종속이 이 이상 절대적이고, 순순히 받아들여지기 어려운 것도 없다. 사춘기와 폐경기의 위기, 달마다 겪는 '저주', 어려움도 많은 기나긴 임신, 고통스러우면서도 위험한 출산, 질환, 신체 고장. 이것이 인간 여성의 특성이다. 여자가 개체로서 자기를 주장하여 자기 운명을 거스룰수록 운명은 더욱 무거워진다고 할 수 있다. 남자는 여자에 비하면 무한한 특권을 누리고 있는 것 같다. 남자의 성생활은 그가 영위하는 개인생활과 모순되지 않는다. 개인생활은 중단이나 위기도 없고, 또 일반적으로 재난도 없이 순조롭게 전개된다. 평균적으로 여자도 남자와 마찬가지로 오래 산다. 그러나 여자들은 남자보다 훨씬 자주 병을 앓고 자기 마음대로 할 수 없는 기간도 길다. (1권, p.62)




여자는 자신이 원해서 태어난 게 아닌 자신의 신체적 특성 때문에 많은 것들에서 중단된다. 중단을 원치 않았으나 중단되는 경험, 원하지만 하지 못하게 되는 경험. 그러나 남자에게는 신체적인 이유로 개인사에서 중단될 위험이 없다. 제2의 성 제1편 <운명> 부분에서 보부아르는 남녀의 이런 신체적 차이를 적나라하게 드러내고 있다. 여자가 생리를 하고 출산을 하고 이 모든 과정에서 신체적으로 남자와 차이가 있다는 것을 말하고 있다. 그러나 보부아르는 이내 덧붙인다.




이 같은 생물학적 조건은 매우 중요하다. 이 조건은 여성의 역사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이며, 여자가 처한 상황의 본질적인 구성요소이다. 이후의 서술에서도 우리는 부단히 이 점을 고려해야 할 것이다. 왜냐하면 육체는 우리가 세계를 파악하는 도구이며, 세계는 그 파악 방법에 따라서 서로 다른 양상을 나타내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가 이토록 오래 생물학적 조건을 검토했던 것이다. 이 조건은 여자를 이해하는 열쇠 가운데 하나이다. 다만 우리가 거부하는 것은 생물학적 조건이 여자에게 주어진 불변의 숙명이라는 생각이다. 이 조건만으로는 남녀의 상하관계를 설명할 수 없다. 또 여자가 왜 타자인지도 설명하지 못한다. 그것만으로 여자에게 종속적인 역할을 영구히 담당하도록 운명지을 수도 없다. (1 권, p.67)


남성과 여성의 신체가 다르다고 해서, 그것이 상하관계를 이루는 근거가 될 수 없다는 것, 보부아르는 그것을 잊지 않고 말하고 있는 거다.

자, 계속 보자.



여자는 남자보다 약하다. 근육의 힘도 적고, 적혈구도 적고, 폐활량도 적다. 여자는 남자 만큼 빨리 뛰지도 못하고, 무거운 것도 들지 못한다. 어떤 스포츠에서도 남자와 경쟁할 수 없다. 싸움에서도 대전할 수 없다. 이런 약점에 우리가 앞서 이야기한 불안정성과 통제의 결여, 허약점이 겹친다. 이것은 사실이다. 따라서 세계에 대한 여자의 파악은 남자보다 제한되어 있다. 여자는 온갖 계획에서 남자보다 의지력과 인내력이 약하고, 실행력도 약하다. 즉 여자의 개인적 생활은 남자만큼 풍부하지 못하다.

실제로 이런 사실은 부인할 수 없다. 그러나 이 사실이 그 자체로서 의미를 갖는 것은 아니다. 우리가 인간이라는 관점에서 육체를 실존에 의거하여 규정한다면, 생물학은 추상적인 학문이 된다. 생리학적 조건(근육의 열등함)이 의미를 가질 때, 그 의미는 곧 전체적 배경에 좌우되는 것처럼 보인다. '약함'은 인간이 스스로 정한 목표나 사용하는 기구, 그리고 스스로에게 부과하는 법칙에 비추어서만 비로소 약함으로써 나타난다. 만약 사람이 세계를 파악하기를 원치 않는다면 사물에 대한 '파악' 의 개념 자체가 의미를 갖지 못하 것이다. 세계의 파악을 위해 체력을 최대한으로 활용할 필요가 없다면, 즉 자신이 갖고 있는 체력만 활용해도 충분하다면, 체력의 차이는 해소된다. 폭력을 금하는 풍습이 있는 곳에서는 완력이 지배력을 행사할 수 없다. (1권, p.65)




신체적이 차이가 있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그러나 보부아르가 이 책을 썼을 당시와는 많은 것들이 달라졌다. 지금의 여자들은 근육의 열등함의 차이를 이전보다 덜 갖고 있다고 나는 생각한다. 그만큼 근육을 훈련시키는 여자들이 늘고 있기 때문에. 근육을 훈련시키는 여자들이 늘고 있기 때문에 '여자들은 안그래' 라고 말할 수는 없겠지만, 그러나 분명 보부아르가 이 책을 썼을 당시보다는 그 차이가 적어졌다고 나는 생각한다. 무엇보다 의지력과 인내력, 실행력이 약한 것은 지금과 아주 많이 다르다. 이건 시기적 차이이고 그 때보다 여자의 사회적 역할이 좀 더 커졌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할테지만, 정신에 관한 부분 그리고 의지에 관한 부분에서라면 나는 오히려 여자가 남자보다 지금은 훨씬 높은 단계에 있다고 생각한다. 어쩌면 예전에도 그랬지만, 그러나 보부아르가 이 책을 쓸 당시만 해도 여자들의 활동이 많이 제약되어 있었기 때문에 그 정신력과 의지력을 보여줄 기회가 적었으리라 생각한다. 보부아르 말에 따르면 '개인적 생활은 남자만큼 풍부하지 못했'기 때문에. 만약 같은 사회활동이 주어졌다면 이 의지력이나 인내력 부분에서만큼은 차이를 보이지 않았으리라.

어쨌든 보부아르는 그렇다한들 이런 차이 자체가 의미를 갖는 것은 아니라고 말한다. 폭력을 금하는 풍습이 있는 곳에서는 완력이 지배력을 행사할 수 없는 것이니까.

보부아르가 주장하는 것은 이런 생물학적 차이가 여자를 타자로 규정하는 것의 답이 될 수 없다고 말한다. 그래, 이런 차이 있지. 그런데 왜? 뭐? 이게 남녀가 평등하지 않는 일의 답이 된다고 생각해? 아니잖아?




생물학은 "왜 여자가 타자(他者)인가?" 하는 우리의 질문에 답변을 줄 수 없다. 역사의 흐름 속에서 여자의 자연적인 본질이 어떻게 파악되어 왔는가를 아는 것이 중요하다. 또 인류가 여자를 어떤 존재로 만들었는가를 알아야 한다. (1권, p.67)


나는 제1편 운명을 읽으면서 보부아르가 여성과 남성의 생물학적 차이에 대해 인정하고 있지만, 그러나 그것이 여성을 타자화 하는 근거가 될 수 없다고 말하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보부아르는 여자와 남자가 신체적으로도 똑같다, 라고 말하지 않았다. 그런데 시몬 베유는 왜 저렇게 생각하고 언급을 하는걸까? 내가 아직 1편 밖에 안읽었기 때문에 전체 요지를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걸까? 1편은 이 책에서 아주 적은 부분에 불과하다. 


아니 그러니까, 1권만 해도 1부와 2부가 있고(ㅠㅠ) 1부에도 제1편, 제2편, 제3 편... 이 있다니까 ㅠㅠ 나는 이제야 이 1권의 532페이지에서 100 페이지까지만을 읽었을 뿐이다. 이십프로 읽었네요.. 많이 읽은건가.. 아니 어제 그렇게 읽으려고 애를 썼는데 참 여러가지가 나를 도와주지 않았지. 1,2권을 놓고 보면 10프로...


남은 부분들을 읽어보면 시몬 베유가 왜 보부아르에 대해 저렇게 언급했는지 알게될까? 아니면 시몬 베유가 잘못 파악한걸까? 나는 어제 보부아르의 글을 읽으면서 연신 갸웃했던 거다. 시몬 베유가 왜그랬지? 하고. 그러니 계속 읽어볼 참이다. 읽다 보면 또 무언가 답이 나오겠지.




그나저나 보부아르는 이 책을 쓰기 위해 얼만큼의 책을 읽고 얼만큼의 공부를 한걸까. 








(시몬 베유의 나의 투쟁과 제2의 성이 있는 풍경)





오후에 침대에 앉아서 책 읽다가 졸면서 헤드에 뒤통수를 박아버렸고... 그래서 잠을 자버렸는데... 잠이 너무 달콤하고 깊이 들어서 몇 시간 뒤에 잠에서 깼어도 일어나고 싶지 않았지만, 어제 페이퍼에다 '내일 페이퍼 쓸거다' 라고 말한 게 생각나서 무거운 몸을 이끌고 페이퍼를 썼다. 이제 다시 자러 가야지..라지만, 낮잠을 그렇게 자고 잘 수 있을까? ( ")

나 이제 추리소설 읽을거야. 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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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10-20 22:39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다락방 2019-10-20 22:41   좋아요 0 | URL
앗 이런 ㅋㅋㅋ 컴터 꺼버렸는데 ㅋㅋㅋㅋㅋㅋㅋㅋ 내일 고쳐야겠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 고마워요!!

블랙겟타 2019-10-21 07: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비슷하게 그 부분이 궁금했어요.
비교적 온건?한 시몬베유가 보부아르와 의도적으로 거리를 두려고 했는지..
『제2의 성』을 왜 그렇게 이해했는지를요.

무거운 몸을 이끌고 페이퍼를 써주셔서 지금 열심히 읽었습니다.
(평소에 써야지 써야지 하다가 며칠을 훌쩍 보내곤했던 저로선 괜히 찔리기도 하구요.ㅋㅋㅋ)

다락방 2019-10-21 07:33   좋아요 1 | URL
블랙겟타 님도 그렇게 생각하셨군요! 말씀하신 것처럼 계속해서 거리두기를 하더라고요. 응 인정해, 훌륭하지, 그렇지만 전적으로 동의하진 않아, 하는 어조요. 물론 어떤 책이 훌륭하다고 해서 내가 전적으로 동의할 필요는 없는 거지만, 저는 그게 왜그런건지 알고 싶더라고요. 그리고 제2의 성 읽으면서 ‘어? 보부아르는 그렇게 말하지 않았는데?‘ 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아무튼 끝까지 계속 달려보도록 하겠습니다. 빠샤!!


ㅎㅎ 열심히 읽어주셔서 감사해요!

2019-10-21 06:54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다락방 2019-10-21 07:43   좋아요 1 | URL
네 맞아요 그거에요 ㅋㅋ 근데 제가 어제 컴터를 꺼버린 후라 다시 켜고 고치기가 너무 귀찮더라고요. 폰으로 수정도 안되고 ㅜㅜ 제가 출근해서 고칠 예정입니다 ㅋㅋㅋ 아놔 ㅋㅋㅋㅋㅋㅋㅌ 보부아르랑 베유랑 왜 둘다 시몬인거죠? ㅠㅠ

neko 2019-10-23 11: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녕하세요, <시몬 베유의 나의 투쟁>을 출간한 꿈꾼문고 편집자입니다. 베유와 보부아르는 정치적으로 다른 노선이기도 했습니다만, 다음 내용이 궁금해하시는 지점에 참고가 될까 싶어 댓글을 남깁니다.

˝평등주의 페미니즘이라는 첫 번째 범주는 시몬 드 보부아르, 슐라미스 파이어스톤, 메리 울스턴크래프트에서부터 자유주의 페미니스트, 보수주의 페미니스트, 휴머니스트 페미니스트, 심지어 에코페미니스트와 같이 다양한 인물을 망라한다. 여기서 어떤 입장은 여성 몸의 특수성, 몸의 특별한 성격과 몸의 주기 ─ 월경, 임신, 모성, 수유 ─ 는 가부장제 문화가 남성의 권리와 특권으로 만들어놓은 것에 여성들이 접근하고자 할 때 한계로 작용한다고 파악한다. 다른 한편 페미니즘 인식론자들과 에코페미니스트들에게서 흔히 찾아볼 수 있는 보다 긍정적이지만 무비판적인 입장은 몸을 지식과 생활 방식에 접근하는 고유한 수단으로 파악한다. 부정적인 입장에서 볼 때 여성의 몸은 평등을 지향하는 여성의 능력에 내재된 한계로 간주되는 반면, 긍정적인 입장에서 볼 때 여성의 몸과 경험은 여성들에게 특수한 통찰과 남성들에게는 결핍된 어떤 것을 제공하는 것으로 간주된다. 양측 입장 모두 여성의 몸을 남성의 몸과 비교하면서 여성의 몸을 어느 정도 좀 더 자연적이고 덜 초연하며 보다 직접적으로 ‘대상’과 연결되어 있다고 간주하는 가부장제적이고 여성혐오적인 가설을 수용해온 것처럼 보인다.
결과적으로 부정적인 입장에서의 페미니스트들은 몸의 구속을 넘어서고자 노력해왔다. 여성의 몸은 평등과 초월을 지향하는 여성의 능력에 한계로 작용한다. 여성이 평등을 쟁취하려면 여성의 몸은 극복하고 넘어가야 할 장애물이자 방해물이 된다. 이런 범주에 속하는 많은 페미니스트들은 어머니의 역할과 정치적이고 시민적인 존재로서의 역할 사이에서 갈등하게 된다. 여성이 어머니의 역할을 채택하는 한 공적이고 사회적인 영역에 대한 여성의 접근은 불가능하지는 않더라도 힘들어지게 된다. 양성 사이의 역할 평등은 헛소리가 되어버린다. 기껏해야 양성 사이의 평등은 공적 영역에서나 가능한 것이 된다. 성 역할, 그중에서도 특히 재생산의 역할이 이분법적으로 분화되어 있는 이상, 사적 영역은 성적으로 양극화된 채로 남아 있게 된다. 보부아르와 파이어스톤은 재생산 수단을 규제하는 새로운 테크놀로지 발전을 환영하면서 여성의 생물학적 특수성이 사회적, 경제적, 문화적, 성적인 존재로서의 여성의 역할을 강제했던 효과를 제거하는 데 관심을 표명한다.˝ (엘리자베스 그로스 <몸 페미니즘을 향해> 56~58쪽)

다락방 2019-10-24 08:12   좋아요 0 | URL
인용하신 문장 잘 읽었습니다, 댓글도 감사하고요.
인용해주신 책도 관심이 가네요. 시간나면 읽어보도록 하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