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잡한 마음















어제 늦은밤. 컵라면에 밥을 먹고 홍콩에서 돌아온 짐을 풀며 틀어둔 티비에서는 <연애의 참견>을 방송하고 있었다. 사연 속의 여자는 남자와 일년 가까이 연애하면서 사랑을 키워나가던 중, 남친이 다른 여자와 바람을 핀 사실을 알게 된다. 여자는 복수를 결심한다. '나를 더 사랑하게 만든 뒤에 보란듯이 빵 차주겠어!' 하며 D-day 를 50일 뒤로 잡는다. 그렇게 남자의 집에서 다른 여자의 흔적을 찾아 확보하던 중, 까페에서 남친이 다른 여자와 다정하게 입을 맞춘 장면을 맞딱드리게 되는데, 이 때 여자는 그 자리에서 남자에게 아는 척을 하거나 화를 내는 대신 조용히 모른척 지난간다. 나중에 남자가 왜 그 때 모른척 지나갔냐 물으니,


"오빠가 곤란할 것 같아서." 라고 대답한다. 남자는 이에 크게 감동하고 다시는 그러지 않겠다, 이제 정말 너만 보겠다며 달라지겠다 한다. 그 뒤로 남자는 여자에게 엄청 다정하며 최선을 다한다.


여자는 달라진 남자의 모습에 수시로 흔들리지만, 그래도 복수를 하리라 결심한다. 드디어 디데이! 남자는 여자의 마음을 알 리가 없고, 그런 여자에게 꽃다발과 반지를 주며 프로포즈를 한다. 나와 결혼해줄래? 이 때 여자는 꽃다발을 바닥에 떨어뜨리고 반지를 돌려주며, 사실은 네가 바람피우는 거 그 전부터 알았고, 너한테 복수하려고 내내 참았던 거다, 이제 그만하자, 라면서 뒤돌아선다.


남자는 아프고 괴로워한다. 여자에게 제발 돌아와달라고 애원한다. 이에 여자가 남자를 찾아갔는데, 남자는 그때 그렇게 말한다.


'4년간 사귀어온 여자가 있었다, 그 여자가 어느날 유학을 간다 해서 그 여자 유학가있는 동안 용돈도 보내주고 기다렸는데, 거기에서 다른 남자랑 결혼한다고 하더라. 그 때 상처를 받아서 깊은 관계를 못가지게 됐다, 그래서 바람을 피우는 실수를 저질렀다, 다시는 안그러겠다'


여자는 이 말을 듣고 고민하며 사연을 보낸 거다. 이 남자랑 계속 사랑할 수 있을지, 그래도 될지, 아니면 헤어져야 할지. 물론 선택은 자신의 몫이지만, 나 역시 여자의 흔들림을 알 수 있었다. 나였어도 그랬을 것 같다. 그 상처가 그에게 깊어 그런 식으로 나타났다면, 그리고 그것이 잘못임을 깨달았다면, 달라지고 바뀌어 괜찮지 않을까, 바뀔 수 있지 않을까. 그렇다면 남자에게 기대해봐도 좋지 않은가. 여자가 흔들렸다는 것은 남자에 대한 미련이 남았다는 걸 의미하는데, 미련이 남은 건 그만큼 좋아하기 때문이 아닐까. 자꾸 자신에게 잘해줬던 게 생각났는데, 그래서 흔들렸다면, 이제는 믿어도 좋지 않을까?


나 역시 여자의 입장이 되어 이렇게 생각했는데, 와- 패널들 얘기를 듣고 정신을 차렸다. 패널들의 얘기를 종합하자면, 이 선택에 다른건 없다. 딱 두 가지 길이다, 바람남과 사귀느냐 바람남과 헤어지느냐. 이렇게 말해주니 어떻게 해야할지 너무 뚜렷하게 보이잖아. 그리고 말했다. '내가 헌신했던 여자가 다른 남자랑 결혼을 해서 내가 바람을 피우게 됐다'는 것은,



'나는 어릴 때 물에 빠진 적이 있지. 그래서 지금 바람을 피웠어' 와 다름없다고.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변명일 뿐이라고.

'나는 감기에 걸렸었어. 그래서 지금 바람을 피웠지' 이게 무슨 말이 되냐고.



개선의 여지가 있을 수 있지 않을까를 생각해볼 수 있지만, 여자가 연애를 하게 되면 자신이 사랑한 남자에 이입을 해서 말도 안되는 변명을 받아주게 된다고도 했다. 그 남자는 그냥 바람남이라고. 나는 사연을 보낸 여자의 마음이 되어 남자의 입장에 또 이입하고 있었다. 아!!


그러자, 5월의 여성주의 책 같이읽기 도서 《여자는 인질이다》생각이 났다.



"아직도 왜 신호가 안 떨어졌는지는 모르겠다. 다리에만 쏘겠다니 올손은 너무나 친절하다고 감격했던 게 아직도 떠오른다. 당연히 올손은 강도였고, 친절한 것도 아니었다... 우리 목숨을 위협했던 범법자였으며, 언제든 우리를 죽일 수 있었다. 그러나 억지로 노력하지 않으면 자꾸 그 사실을 잊게 됐다." (p.53)




은행강도에게 인질로 잡혀 있으면서도 친절한 은행강도에게 감사했던 인질들. 게다가 그 중 어떤 여자는 그 상황에서의 범법자, 자신을 인질로 만들었던 남자와 약혼까지 하게 되지 않았던가!



1985년 [유에스뉴스앤드월드리포트U.S. News and World Report] 에 실린 기사에 따르면 인질이었던 여자 세 명 중 두 명이 인질범 두 명과 각각 약혼했다. (p.62)




그리고 패널들은 말했다. 복수를 하기로 했으면, 바람핀 남자를 응징하기로 했으면 바로 했어야지, 도대체 왜 그렇게 그 뒤로도 오랜 시간을 함께 보낸거냐고. 둘만 있는 시간이 길어지면 없던 정도 생기면서 복수는 불가해진다고. 스톡홀름 증후군에서도 함께하는 오랜 시간에 대해 말한 바 있다.



웨셀리어스와 데사르노는 두 번째 인질 피해자만 스톡홀름 증후군 증상을 보였다고 분석했다. 그리고 그 이유로는 이 피해자가 인질범과 가장 많은 시간을 보냈고, 긍정적인 접촉도 가장 많았기 때문이라고 결론을 내렸다. 또 다른 인질들은 함께 감금되어 있었던 반면 이 피해자는 홀로 고립되어 있었다. 감금 기간이 짧았음에도 이 피해자에게 스토골름 증후군이 나타났다는 근거로는 ˝그가 인질범에게 긍정적인 느낌이 들었다는 점, 외부에 있던 책임자들에게 분노했다는 점, 인질이 죽었다는 사실에 안타까워 했다는 점˝을 들었다. 그는 ˝인질범이 실제로는 악취를 풍기고 행색이 초라했음에도, 인질범이 말쑥하고 매력적이었다고 묘사한 유일한 피해자였다.˝- P68



만약 내 사연을 보낸다면 패널들은 나에게 어떤 말을 해줄 것인가. 내가 들어가있는 사랑, 내가 하고 있는 사랑에서 나는 당사자이지만, 제삼자가 보는 것은 내가 생각하는 연애 혹은 사랑과 다를 것이다. 패널들은 저 사연속의 연애 당사자가 아니었으므로, 그 남자를 사실 그대로 '바람남'이라 칭할 수 있었다. 그러나 사연 속 여자는 자신이 당사자 였으므로 '상처를 가진 남자'를 봤다. 그러나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것처럼, 내가 상처를 받았다고 해서 다른 사람에게 상처를 줘도 되는 건 아니다. 그리고 우습잖아. 패널들이 한 비유처럼, 어릴 때 나는 물에 빠진 적이 있지 그래서 바람을 피웠어... 랑 뭐가 다르다는 건가.


사연속 남자는 바람남이다. 한 번 바람피운 남자가 또 피울 확률은 높다고 패널들은 입을 모아 얘기했다.

인질이 사랑에 빠진 남자는 납치범이고 범법자이다. 납치범의 친절한 행동에 감동을 받았다해도, 그가 납치하지 않았다면 여자가 인질이 되지 않았을 것이다.

책을 읽으면서 '왜이래요, 그 사람은 당신을 인질로 만든 나쁜놈이야!' 라고 했지만, 그건 내가 제삼자였기에 가능한 말이었다. 나 역시 내 사랑들 속에서 부당하게 일방적으로 그의 입장이 되어보려고 했던 적은 없었나.

분명 이십대 중반의 나는 그런 적이 있.었.다. 그 관계에서도 물론 괴로워했지만 그 관계를 끊어내기까지는 좀 시간이 걸렸다. 내가 괴로워했던 건, 내가 나를 잃는 것을 누구보다 못견디기 때문이란 생각이 나중에야 들었다. 내 안에는 내가 있으니까, 나의 자존심과 자존감과 그리고 내가 나를 사랑하는 마음이. 이십대 중반의 나는 내가 나를 사랑하는 마음을 애써 지우고 그를 사랑하려고 했던 것 같다. 그것이 아직까지 내게 큰 상처로 남아있고 내 인생의 오점이다. 내가 이것 때문에 정치인이 될 수가 없어...


그러나 그 이후의 나는 어땠는가.

분명 몇 번이나 잘못된 길로 들어서기도 했을 것이고, 내가 잘못하기도 했을 것이다. 그러나 나는 결국 내가 나를 사랑한다는 걸, 그 누구보다 내가 나를 아껴줘야 한다는 걸 분명히 깨닫고 있었던 것 같다.




연휴동안 엄마와 둘이 홍콩에 다녀왔다. 비행기 안에서, 대관람차 안에서, 케이블카 안에서, 거리에서, 호텔방에서 나는 엄마와 내내 둘이었다. 우리는 아주 많은 이야기들을 했고, 비행기 안에서 엄마는 내게 물었다.



"너 그 남자 그렇게 좋아하면서 대체 왜 쫓아가서 매달리지 않았어? 할 수 있는 걸 다해서 매달리고 잡았어야지."



나는 엄마에게 답했다.



"엄마, 나는... 그 남자보다는 나를 더 사랑했던 것 같아."



연애는 우리 둘의 몫이고, 우리만의 이야기는 우리가 쌓아가는 것이다. 그러니 우리 사이의 일을, 우리가 느끼는 그대로 누군가에게 전달한다는 것은 가능하지 않다. 그러나, 제삼자가 보는 관계에서는 분명 내가 인지하지 못하는 단어들이, 나 혹은 그를 설명하는 간단명료한 언어가 튀어나올 수 있을 것이다. 이 관계를 제삼자에게 설명했다면, 그는 어떻게 정의될까. 그리고 나는?



나는 나쁜년일까? 나는 이기적인 여자일까? 내가 잘못한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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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5-07 17:0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9-05-07 17:25   URL
비밀 댓글입니다.

블랙겟타 2019-08-06 13: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런 비슷한 사연을 들을때마다 글에 나오는 패널들처럼 단호하게 당연히 헤어져야지! 라고 했었어요.
이 글을 생각해보니 당사자가 아니기때문에 그렇게 쉽게 결정할 수 있고 이런 상황을 전혀 이해못했던거 같더라구요.

이번 책을 읽으면서 처음에는 ‘스톡홀름 증후군‘이 왜 나오지? 라고 생각했었는데 인질상황에서 자신의 안전을 온전히 보장받기위해선 인질범의 입장에서 사고하지 않으면 안된다라는 말이 이해가 되었어요. 그러니까 그의 상황을 이해해보려고 하고 작은 배려(?)에도 감사히 여기다 보면 이렇게 쌓인 신뢰, 연민등의 여러감정들이 마치 애정처럼 느껴질수도 있고..
이러다보니 인질-인질범 관계에서 나오는 것들이 아, 연인관계(특히 이성연인)에도 적용할 수 있겠구나라는 걸 깨달았죠.
다 읽어갈수록 모든 연인의 관계가 가볍게 보이지 않더라구요. 무섭게 읽혀졌어요. ㅠ
 
복잡한 마음
















오늘 아침 눈뜨자마자 틀어놓은 라디오에서 여자 디제이는 자신의 첫사랑에 대해 얘기했다. 지금이라면 전혀 달랐겠지만, 대학시절 사귀었던 첫사랑 남친에게 왜그렇게 매달렸는지 모르겠다고. 심지어 그 남자는 바람을 피우기까지 했는데, 그걸 알면서도 헤어지기 싫어서 매달리고 고가의 지갑까지 선물로 주었었다는 거다. 같이 방송하던 게스트도 왜그랬냐고 하고, 디제이 역시도 왜그랬나 모르겠다고 대답하는데, 나 역시도 의문이었다.



'왜 그랬을까?'



바람을 피운 건 나를 배신하는 행위인데, 나를 속이는 행위인데, 나를 잠시라도 밀어둔 것인데, 왜 그런 남자에게 날 떠나지 말라고 매달린걸까?




어제 자기전에 침대에 누웠다가, 갑자기 [내가 사랑했던 모든 남자들에게] 영화속의 자쿠지 신이 너무 보고 싶었다. 둘만 있는 공간에서 서로의 마음을 고백하는 그 씬이 갑자기 너무 보고싶은거다. 그 영화속에서 내가 너무나 좋아했던 장면. 그 장면이 보고 싶어서 틀었는데, 아니나다를까, '너 때문에 그 먼 데 있는 한인마켓가서 네가 좋아한다는 요구르트도 사왔다'고 하는 피터에게 '그 요구르트가 그렇게 맛있었나 보지?' 하고 부러 엉뚱하게 대답하는 라라 진을 보고 좋아서 웃었다. 그 때의 실망하는 남자의 표정과 행동이란. 그런데,


그 남자의 전(前)여친은 그 둘의 관계를 떼어놓고 싶어 라라 진에게 '네 남자친구가 어제 내 방에 왔었다'고 말한다. 게다가 라라 진이 소중하게 생각하는 머리끈이 왜 피터의 전여친에게 가 있는걸까. 라라 진은 너무 속이 상하고, 전날 밤의 다정함이 다 뭐였나 싶다. 라라 진은 피터에게 묻는다.


"너 어젯밤에 젠 방에 갔었어?"

"그거 설명할게, 네가 생각하는 그런 게 아니야."

"내 머리끈도 젠 줬고?"

"...그건...."



라라 진은 우리 그만 끝내자며 혼자 집으로 돌아오고, 피터는 그 날밤 라라 진을 찾아와 오해를 풀고자 한다. 얘기를 좀 나누자고 한다. 그런 피터에게 라라 진은 이렇게 말한다.



"항상 밀려나는 것도, 척하는 것도 지겨워."



나는 이 자세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라라 진은, 자신이 좋아하는 상대에게 '밀려나는' 상대이고 싶지도 않고, 그들의 관계에 대해 거짓으로 '척'하고 싶어하지도 않는다. 내가 나 자신을 존중한다면, 밀려나는 것을 거부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나 역시도 내가 사랑하는 사람에게 '밀려나는' 상대이고 싶지 않다. 뒤로 제껴두는 상대가 되고 싶진 않아. 함께 있으면서 마음 아프고 속상한 관계보다는, 혼자면서 자유로운 게 더 낫다고 생각한다. 내가 밀려나는 사람이라는 것, 내가 우리의 관계를 '척'해야 한다는 것은, 내가 나 자신에게 해서는 안될짓이다. 그리고 결국은 그런 자세가 나를 우선 순위에서 밀어두지 않는 상대를 만나게 한다고 생각하고. 왜냐하면, 피터는, 오해를 풀지 못하고 서로 기분이 안좋은 상황에서 헤어지는 와중에도 라라 진에게 이렇게 말했으니까.



"넌 밀린 적 없단 거 알아줘."



내가 나를 밀려나는 위치에 두지 않겠다고 생각하고 그런 자세로 살아야, 나를 밀어두는 상대를 만나지 않을 수 있다. 오늘 아침 라디오 디제이는 대학시절 상대로 하여금 자신을 한 쪽으로 제껴두는 걸 허용했기 때문에, 그 나쁜 관계에 매달렸던 것 같다. 그러니까 이 나쁜 관계에 왜, 도대체 어째서, 왜, 왜 매달린걸까?




이 책을 쓴 공저자로서 나와 내 동료들은 독자들에게 두 가지를 약속한다. 첫 번째로 우리는 여기서 여남 관계를 바라보는 새로운 시각을 제시할 것이며, 여러분은 다시는 이전 같은 방식으로 여자, 또는 남자, 또는 여남 관계를 바라볼 수 없을 것이다. 두 번째로 이 책을 읽는 건 감정적으로 힘겨운 여정이 될 것이다. (p.35)



5월의 여성주의 책 같이읽기 도서는 《여자는 인질이다》로 정했다. 4월에 이미 이 책의 앞 몇 장을 읽어본 나로서는 꽤 힘겨운 독서가 될 것 같다. 그렇지만 이 책을 읽는다면, 오늘 아침 라디오 디제이가 바람 핀 남친에게조차 매달렸던 그 마음을 들여다볼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나도 다시 처음부터 읽을 생각인데, 자, 여러분, 5월에도 우리 열심히 읽고 씁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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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발머리 2019-04-29 16:2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5월의 책을 미리 공수해놓은 단발머리입니다. 5월에도 여성주의책 같이 읽기, 같이 하고 싶습니다.

참, 피터의 자쿠지 신은 사랑입니다💜

다락방 2019-05-01 17:19   좋아요 0 | URL
항상 함께해주셔서 감사해요, 단발머리님. 단발머리님 덕에 제가 꾸준히 갈 수 있는 것 같아요. 우리 5월에도 읽으면서 열심히 이야기 나누도록 해요.

피터의 자쿠지 신은 너무 좋아서 저는 어제도 자기 전에 보면서 미소지었답니다. 라라 진의 천연덕스러움 크- 너무 좋아요! >.<

공쟝쟝 2019-04-30 02:1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제목부터가 눈에 화악! 꽂혀요!!
캘리번과 마녀가 너무 좋고 어려웠어요 ㅜㅜ저 혁명의 영점이랑 가부장제의 창조 빨랑읽고 (아쉽지만 여자전쟁은 패스하고 5월도서루 직진할게여🙋🏻‍♀️) 다락방님 따라서 고고🏃🏽‍♀️🏃🏽‍♀️

다락방 2019-05-01 17:20   좋아요 1 | URL
캘리번과 마녀가 저도 어려웠어요. 저는 혁명의 영점은 더 어렵더라고요 ㅠㅠ
네, 쟝쟝님 부지런히 따라와주셔서 감사해요. 그리고 읽고 항상 글 남겨주시는 것도 너무 좋고 고마워요! 쟝쟝님도 읽고 쓰는 게 반복될수록 성큼성큼 앞으로 걷는 게 막 느껴져요. 이렇게 같이 책 읽는 게 쟝쟝 님께도 좋은 영향을 미치는 것 같다는 생각에 무척 뿌듯하고 자랑스럽고 그렇답니다. 우리 할 수 있는 한 함께해요!

공쟝쟝 2019-05-01 21:24   좋아요 0 | URL
어렵긴 하지만 ㅎㅎ 한분야의 책을 꾸준히 함께 읽고 나누는 건 저에겐 정말 귀하고 고마운 경험이예요~ 함께해요 ^.^

블랙겟타 2019-05-01 12:2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슬그머니 매달 참여하는 것으로... ^^;;;

앞장에서 미리 감정적으로 힘겨운 여정이 될 내용이라고 말해두는군요. ㅠㅠ

다락방 2019-05-01 17:21   좋아요 1 | URL
블랙겟타 님이 함께한다고 해주신 순간부터 저는 정말이지 감사하고 기쁘답니다.
그리고 5월 도서는 블랙겟타님도 각오하고 읽으셔야 할 거에요. 아주 세게 시작하는 책이거든요.
그렇지만 주저앉지 말고 우리 함께 읽고 써보도록 합시다. 화이팅!!

블랙겟타 2019-05-01 17:56   좋아요 1 | URL
저역시 이렇게 함께 읽으면서 얻어가는 것이 많기때문에 감사하죠.
이번 책은 각오 단단히 먹겠습니다!!
(๑•̀ㅂ•́)و✧
 















부자 나라의 수요가 늘어나는 만큼 성착취 인신매매범은 나이지리아와 태국, 동유럽 국가들에서 성노예 여성들을 실어 나른다. 그들은 이것이 투자할 만한 일이라는 것을 알았다. 위험 부담은 낮고 수익률은 높은 산업인 것이다. (p.182)




한 사람이 완벽하게 모든 면에서 선할 수는 없다. 의도적으로 혹은 의도치 않았는데 나쁜 일을 저지를 수도 있다. 때로는 알면서도 선한일을 행하지 못할 수도 있다. 아니, 그런 경우가 더 많을 것이다. 그렇게 우리는 자기 안의 모순과 수없이 맞닥뜨릴 것이다.


나의 경우, 비행기 한 번 타면 말짱 꽝이 되어버린다는 걸 알지만, 그래도 텀블러를 가지고 다니고 장바구니를 가지고 다닌다. 가급적 비닐을 쓰지 않기 위해 애쓰고 가급적 일회용품을 쓰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편이다. 행동해야 한다고 생각해 가끔 시위에 나가기도 하지만, 사실은 돈으로 하는 게 가장 쉽다고 생각해 <한국 여성의 전화>, <유니세프>, <DSO>, <국제엠네스티>에 정기후원을 하고 가끔 다른 단체나 정치인에게 기부를 한다. 나는 안전하지 못한 환경에 놓인 아이들과 여성들을 돕고 싶고, 앞으로도 그렇게 살고 싶다. 또한 지구가 더 나빠지지 않게 하는데도 힘을 보태고 싶다. 그래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하고는 있지만, 여전히 고기를 먹고 있고 비행기를 탄다.


나보다 더 많은 것들을 나보다 더 열심히 행하는 사람들도 분명 있겠지만, 아마 대부분의 사람들은 나처럼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하면서 그러다가 '하지 않는 게 더 좋은 일'임을 알면서도 내 인생의 즐거움이란 생각에 놓지 못할 것이다. 내적갈등과 모순속에 갈등하면서 앞으로 나아가는 거겠지. 그러면서 수시로 더 할 수 있는 건 뭘까를 고민하기도 할테고, 내가 과연 포기할 수 있는 건 뭘까를 생각해보기도 할 것이다.




이 책의 6장은 <인신매매로 사라지는 소녀들>이란 제목을 달고 있고 부제는 '해체된 구소련 국가들'이다. 해체된 구소련 국가들. 가난한 나라, 직업을 구할 수 없고 미래에 대한 가망이 없어 해외에서 일자리를 찾고 싶어하는 소녀들. 그 소녀들은 더 넓은 세상, 더 잘 사는 나라에 성매매여성으로 팔려간다. 돈을 벌게 해주겠다는 일자리는 가보고나면 성매매업소였고, 일단 그곳에 도착한 이상 여권도 빼앗기고 강제로 감금된다. 너를 여기까지 데리고 오느라 돈이 들었다며 갑자기 그녀에게 빚을 덮어 씌우고, 그녀가 도망가거나 반항하지 않게끔 여러차례의 강간과 폭력으로 항거불능의 상태로 만들어 버린다. 첫 사례는 덴마크에서 벌어진 성매매였다. 덴마크... 덴마크라고? 거기 행복지수 높다던 선진국 아니었어?



이 책의 7장은 <유엔 평화유지군이 지나는 자리> 이며 소제목은 '보스니아와 코소보' 이다. 나는 갑자기 왜 유엔 평화유지군이 나오는지, 그러니까 좀 생뚱맞은 제목이라고 생각했다. 지금까지 나쁜 상황들에 대해 얘기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왜 유엔 평화유지군이 나와?


7장은 6장과 연결되어 있었다. 그렇게 가난한 나라에서 일자리가 없었던 여자들이 끌려간 곳에서, 그 여자들은 유엔평화유지군을 만난다. 아니, 유엔평화유지군에게 당한다. 평화를 유지하고 불행에 처한 사람들에게 도움의 손길을 내밀거라고 기대되어졌던 사람들. 그 사람들이 오히려 여자들을 그리고 미성년자들을 불행으로 끝없이 몰아넣고 있었다. 인신매매 당한 거라는 사실을 알면서도 이 평화유지군들이, 경찰들이 그녀들을 돕기는 커녕 그녀들을 이용한다.




모니카가 이어서 하는 말이 더욱 가관이었다. "손님 상당수가 유엔 평화유지군 소속 군인과 경찰관이었어요.  현지 사람을 도와주러 파견 온 사람들요. 그들에게 도와달라고 애원했죠, 특히 젊은 사람들에게. 아무도 들어주지 않았지만요." 보스니아 전쟁이 끝난 후 유엔은 수천 명의 평화유지군을 파견했다. 명목상 시민사회와 민주주의 체제를 안정시키고 법과 질서를 재건하는 데 도움을 주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지역 주민 아무에게나 물어보면 두둑한 월급을 받는 평화유지군이 도착하고 얼마 안 가 인신매매범들과 그 피해자들이 생겨났다고 말해줄 것이다. (p.204)




유엔평화유지군이 반드시 선함을 의미하진 않을 것이다. 시민사회와 민주주의 체제를 안정시키고자 하는 건, 그들이 해야하는 맡은 바 '일'이었을 것이다. 그 일을 하라고 월급을 받는 것일테고. 그러니 그들이 그것으로부터 벗어나 개인의 즐거움을 위해 산다고 한들 그들을 비난할 순 없다. 한 인간이 온전히 선할 수 없듯이, 유엔평화유지군도 온전히 선할 수 없는 개인들일 테니까. 그렇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간이 '해서는 안되는 일'은 분명히 있다. 즐거움 때문에 포기하지 못하는 일들이야 수없이 많겠지만, 그러나 즐거움 때문에 허락되어서도 안되는 일들. 그것이 바로 인신매매이고, 인신매매로 인한 성매매이고, 게다가 그 안에 갇힌 미성년자 성매매일 것이다. 성매수는 경찰들 내에서도 해서는 안되는 일로 정해져있다. 그런데도 그들은 한다. 여자들은 자신들이 납치되었음을, 끌려왔음을, 나이가 어린것을 얘기하고 도와달라 말하지만, 그들은 그 사실을 무시한다. 그 때의 유엔평화유지군이 맞닥뜨리는 건 평범한 인간이 맞닥뜨리는 '내 안의 모순' 혹은 '내적갈등'과 다르다. 그들은, 범죄에 가담하고 있다. 그들은 '피해자'들을 만들어낸다. 그들은 가해를 하고 있다. 폭력을 저지르고 있다. 다른 사람의 인생을 망치고 있고, 다른 사람에게 큰 트라우마를 주고 있다. 그들은,



성폭력 가해자가 되고 있다.




"유엔 평화유지군이 있는 곳이면, 인신매매범들은 반드시 따라옵니다. 오늘날 유엔의 가장 큰 수치인데도 책임자들은 그저 어깨를 들썩이고는 눈을 감고 말아요." (p.206)




그들이 그런 일을 벌인다는 걸 내부에서 모르는 바가 아니다. 안다. 게다가 그곳에서 탈출한 피해자들은 자신들의 말을 무시하고 자신들이 싫다고 하는데도 자신을 강간한 자들의 얼굴을 기억하고 있고, 그렇게 그들을 짚어낼 수 있다. 그러나 그들은 어떤 처벌도 받지 않는다.




모니카는 집에 가는 교통편을 거부하고 사라예보에 남아 자신의 포주와 착취자 들을 밝혀내겠다고 용기를 냈다.



"나를 요청하는 손님 누구나와 섹스를 해야 했어요. 하룻밤에 최소한 세 번 이상이었고, 어느 날은 일고 여덟 명까지도 됐죠. 대부분 미국인이었어요. 그들은 재미를 보고 싶어했고, 얼마나 무례하게 구는지, 그 행태를 상상도 못 할 거예요. 그들은 늘 만취해서 큰소리로 여자애들을 조롱하고, 우리를 그냥 쓰레기처럼 대했어요. 그런 행동들을 못하게 막고 싶습니다. 그들은 그러면 안 되는 거였어요. 나뿐 아니라 이런 상황에 처한 소녀들에게 옳지 않아요."

그녀의 설명에 따르면, 대부분의 손님들이 유엔 평화유지군이나 나토의 평화정착유지군Stabilisation Force(SFOR), 유엔 국제치안임무군the International Police Task Force(IPTE)-1990년대 후반 보스니아의 국가 재건을 돕기 위한 목적으로 국제사회에서 만든 치안경찰-소속이었다고 한다. 파괴된 국가를 재건하는 임무를 띤 이들은, 도망가게 도와달라는 모니카의 요청을 모두 외면했다. "그들은 문제를 만들고 싶지 않다고, 왜냐면 이런 종류의 술집에 가는 것 자체가 규정 위반이라서 곤란하다고 했어요. 만약 나를 돕는다면 자신들이 해고될 거라고요. 나는 혼자서 상황을 극복할 방법을 찾아야 했죠."

경찰서에서 모니카는 IPTE 소속 경찰 네 명과 유엔 평화유지군 소속 네 명을 성매수자로 지목했다. 그녀는 법정에 가서 증언할 준비가 되어 있다고 말했지만 끝내 기회를 얻지 못했다. "내가 고향에 보내졌기 때문이에요. 영문을 모르겠어요. 무슨 이유인지 납득이 안 가요. 나는 집에 가려고 서두르지 않았거든요. 처음부터 나는 다른 피해자들이 또 생기지 않도록 내가 할 수 있는 어떤 일이든 하고 싶다고 말했어요. 몹시 화가 나요. 나는 정의가 있다고 믿어왔지만 전혀 없는 것 같아요. 누군가 반드시 무슨 일이든 해야 하는데, 사실은 아무도 신경 쓰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숨기기에 급급할 뿐이에요." (p.207-208)




그들은 자신들이 하는 행위가 무슨 뜻인지 알고 있었다. 규정에 위반된다는 것도 모르는 바가 아니었다. 그러나 했다. 도와달라는 요청을 무시하면서 그들은 자기의 욕구를 채우기에 급급했다. 욕구. 욕망. 성욕. 대체 남자들의 성욕이란 무엇인가. 그것이 어떻게든 해소되어야만 삶이 유지되는 것인가. 왜 성욕에 그들 스스로는 갇혀 버렸는가. 여자들이 없는 곳에서라면 어떻게 살건데. 그 성욕은 본능으로부터 온것이니 땅바닥에 구멍을 뚫어 할 것인가? 다른 남자들을 강간할 것인가? 상대가 없는 곳에서라면 할 수 없을 것이고, 상대가 없다면 해서도 안되는 것일텐데, 그런데 그들은 상대를 기어코 강제로 만들어내 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성욕이라는 핑계로 뒤로 숨을 게 아니라, 그들안에 내재된 폭력성에 더 두 눈을 부릅떠야 하는 게 아닌가.




미국에서 10년간 경찰을 하다가 1999년 자원해서 보스니아에서 일을 하게 된 '케이시 볼코백Kathy Bolkovac'은 내부고발자가 된다. 자신이 속한 조직 내에서 일어나는 일이 무엇인지 알게 되고 그 일에 결코 눈감으려 하지 않았다.




"그들은 너무나 어리고, 너무나 연약한, 그저 서구에서 일자리를 구하려고 자발적으로 집을 떠난 소녀들이었어요." 볼코백은 회상했다. "자신에게 성매매를 강요한 인신매매범과 포주 들에게 협박당한 상태였죠. 길거리에서 마주치는 소녀를 갑자기 사창가에 데려다놓고는 일을 시작하라고 하지는 않잖아요. 그 일을 하게 하려면, 끔찍한 트라우마를 남길 만큼 강간하고 학대해서 자포자기하게 만드는 게 우선이죠" (p.212)




그러나 내부의 일을 알게 되고 가담자들을 찾아내려고 했던 케이시 볼코백은 해고당한다. '정신적으로 방전' 상태라며 업무에서 배제되고 조작된 근무시간 기록표를 이유로 해고된다. 그녀는 열심히 누구보다 일을 잘 해내고 있었는데 이런 일이 벌어졌다. 그녀가 항의해봤지만 조직은 그녀의 말을 듣지 않았다. 짐을 싸면서도 그는 위협을 느꼈다. 어떤 동료들은 그녀의 목숨을 걱정하기까지 했다.




그렇다면 왜 그녀는 본연의 업무에서 배제되었느냐고 내가 다시 물었다. "최일선에서 인신매매된 여자들을 인터뷰한 인물이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그녀는 IOM 프로그램을 거친 인신매매 여성들을 하나하나 전부 인터뷰했죠. 그리고 자신이 맡은 임무에서 매우 매우 뛰어났어요. 그러면서 이런 피해자를 확산시킨 거대한 성범죄에 IPTE도 관여돼 있다는 사실을 알아내는 중이었죠." 볼코백은 자신을 미국에서 채용했던 영국 용병업체 다인코프를 상대로 부당해고 소송을 제기했다. 2002년 영국 남부 해안의 사우샘프턴 재판부는 전원 일치로 볼코백에게 승소 판결을 내렸다. 그녀가 지목한 몇몇 경찰은 해고됐지만, 보스니아에서 복무하는 동안 받게 되는 기소면책권 때문에 아무도 처벌받거나 기소되지 않았다. (p.215)



볼코백은 승소했지만 그러나 다시 같은 일자리에 돌아갈 수 없었다. 그녀를 써주지 않았다. 그녀는 자신의 일을 담은책 《내부고발자The Whistleblower》를 썼다.

















찾아보니 아직 국내에 번역된 책은 없는 모양이다. 자, 출판사 여러분들, 이 책 어서 빨리 번역해줘요. 빨리요!



이 책은 레이철 와이즈 주연의 영화로도 나와있다고 하는데, 나는 들어본 적이 없어 국내에서 볼 수 있는 영화인지 검색해 보았다. 오, 있다! 게다가 네이버 굿다운로드도 가능하다!
















볼코백은 자신이 나선게 무슨 소용이었을까 후회하기도 하지만, 자신이 나섰기 때문에 변화를 가져올 수 있었을 거라는 생각을 한다. 그러나 《여자 전쟁》의 '수 로이드 로버츠'는 과연 그 변화가 가능했을까, 가능할까를 의심한다. 그건 결코 긍정적이지 않다.



볼코백의 용기와 대담함, 그녀가 한 일에 대해 받는 칭송을 의심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하지만 그녀가 과연 변화를 가져왔을까? 슬프게도, 젊고 취약한 여자들을 납치하는 성산업이 대규모 남성 인력을 동원하는 국제 평화유지군 주둔 지역과 매우 높은 상관관계를 보이는 경향은 여전하다. 하지만 이제 입증되어 명백한 현상이 눈앞에 있는데도, 지휘구조의 최상층부에서 이를 덮으려고 시도 하는 것을 대체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p.216-217)




몇 해전에 국내 SNS 에서도 '경찰이라니 가해자인줄' 해시태그가 유행한 적이 있다. 우리는 숱한 폭력의 피해자들로부터 경찰에 신고했지만 도움받지 못했다는 말을 듣지 않았던가. 피해자의 편이 되어줄거라고 생각한 경찰이, 약자를 보호해줄 거라 생각한 경찰이 그러나 약자의 편이 아니라는 걸 안다는 건 얼마나 기운 빠지는 일인가. 그렇다면 대체 어떻게 살아야 하나. 누구에게 도움을 요청해야 하나.




평화유지군이 코소보에 처음 도착했을 때, 현지인들은 비로소 세르비아인의 공격으로부터 벗어나 알바니아계 지역사회를 재건할 수 있도록 군인들이 도와줄 것이라는 기대감에 이들을 환영했다. 하지만 이제는 소위 보호자라는 이들 평화유지군으로부터 스스로를 보호해야 하는 것은 아닌지 의구심을 품고 있다. 이미 프리슈티나 시내는 성착취 인신매매 산업으로 곪을 대로 곪은 흔적을 곳곳에 품고 있다. 다락방에 갇힌 여자들로 운영되는 클럽, 마사지숍, 비밀 업소들 말이다. (p.222)




남자들은 인신매매를 하고 강간을 하고, 그런 일들을 서로 감싸준다. 여자들은 인신매매 피해자들을 보호하고 그들을 본국으로 보내려고 노력한다. '셀리아 드 라바렌' 역시 인신매매 피해자를 보호하고자 하는 사람들 중 한 명이다. 그녀는 이 곳에서 저 곳으로 계속 이동하며 인신매매 피해자들을 돕는다. 그말인즉슨, 이곳과 저곳 어디에서도 인신매매 피해가 있고, 그녀가 기습해야할 성매수가 벌어지고 있다는 뜻이다.




셀리아 드 라바렌과 그녀의 STOP 팀은 2년간 처음에는 보스니아에서, 그다음에는 코소보에서 일을 시작한 이후 아직까지 발칸 반도에서 일하고 있다. 수백 개의 술집과 클럽을 기습 단속해 폐업 시켰고, 수많은 젊은 여자들을 도와 본국에 돌려보내거나 사회 복귀 교육을 시켰다. 유엔 직원들이 라이베리아로 이주하면서 평화유지군의 성욕 해결을 위해 아시아와 북아프리카 그리고 발칸반도에서처럼 동유럽의 가장 가난한 나라의 여자들이 인신매매를 통해 들어오자 셀리아는 또다시 그곳에서 같은 임무를 부여받았다. (p.224)



피해여성들이 용기를 내어 가해자를 지목하고 또 증언하려고 하는데도, 어떤 여성들은 내부고발자가 되어 조직의 범죄를 드러내려 하는데도, 또 어떤 여성들은 계속해서 여기저기로 이동하며 피해자를 본국으로 돌려보내려고 하는데도, 또 이렇게 수 로이드 로버츠처럼 그런 일을 바깥으로 보도하려 하는데도, 남자들이 성욕을 핑계로 어린 소녀들을 납치해 감금하고 성폭행 하는 일들이 지속될까봐 무섭다. 돈을 벌기 위해 직장을 찾아간 소녀들을 비롯해서, 하교 후에 갑자기 길거리에서 납치된 소녀들이 계속해서 발생할까봐 무섭다. 인간이 다른 인간에게 결코 해서는 안되는 일들을 지속해나가며 그것을 단순히 쾌락을 위한 걸로 소비하는 남자들이 계속 존재할까봐 무섭다. 이 지독한 일들이 계속해서 반복되면 어떡하지?




셀리아와 계속 연락을 주고받긴 했지만, 사라예보에서 '사창가 소탕'을 함께 한 지 12년 만에 비로소 우리는 다시 만나게 됐다. 스페인의 한 레스토랑에서 점심을 먹으면서, 그녀는 우리가 발칸반도에서 함께 목격했던 일들이 현재 라이베리아에서 똑같이 되풀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소녀들은 여권을 빼앗기고, 방에 갇혀서 강간당하고, 강제로 약물에 취하고, 두들겨맞고, 성매매를 강요당하고 있어요. 그리고 손님은 그 옛날과 똑같아요. 이른바 '국제평화유지군' 말이에요." (p.225)




어떻게 해야 그들이 이 끔직한 짓을 멈출까. 도대체 어떻게 해야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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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발머리 2019-04-22 17:32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노골적인 성산업 뿐만 아니라, 여성을 ‘성의 도구‘로 착취하는 산업이 얼마나 거대한지, 얼마나 강력한지 알게 되었어요.
이 책의 저자인 수로이드 로버츠만 이 사실을 고발하는게 아닐텐데요...
인구의 반인 여성을, 여성이라는 이유로 이런 고통 속에 묶어 놓을 수 있는 이 강력하고 파괴적인 힘의 근본은 뭘까요.
정말 어떻게 해야 이 끔찍한 범행들이 멈춰질까요...

저도 반 이상 읽었는데 아직 페이퍼를 하나도 못 썼네요. ㅠㅠ 얼른 따라갈께요.

다락방 2019-04-24 09:56   좋아요 0 | URL
수 로이드 로버츠만이 이 사실을 고발하는 게 아닐뿐더러, 세계 곳곳에서 여자들이 옳지 못하다고 부르짖고 있는데도 이 거대한 여성혐오 세상은 바뀌지를 않는 것 같아요. 저는 이 책 읽다가 유엔평화유지군이 성매수에 적극 가담하는 걸 보고 너무 놀랐어요. 실망했고요. 실망하는 자신에게 또 놀랐습니다. 아, 내가 아직도 무언가를 기대하고 있구나, 그 성별에게.. 그 성별을 여전히 인간으로 대하고 있구나 싶더라고요.

여성들은 계속 피해자들을 구해내려고 하는데, 성매수를 하고 강간하는 남성들이 너무 크고 넓게 퍼져있고 힘도 세서 도무지 세상이 바뀔것 같지가 않아요. 수차례 절망하다가, 그래도, 그래도 하면서 또 기운을 내곤 합니다.

단발머리님, 천천히 따라와요, 천천히. 열심히 따라오다가 지치면 안되니까요. 우리 천천히 갑시다!
 















지난 목요일, 헌법 재판소는 현재의 낙태죄가 헌법에 어긋난다는 판결을 내렸다. 바로 위헌 결정이 내려기질 바랐지만, 혹시라도 합헌이라 결정날까봐 조마조마하던 터라, 헌법불합치 결정만으로도 나는 이미 울컥했다. 우리는 이렇게 조금씩 나아가고 있구나, 라고 생각도 하면서. 덕분에 그날 축하하며 민우회에 후원문자메세지를 보내고 친구들과도 서로 축하 인사를 주고 받았다.


그리고 어제, 이 책, [여자 전쟁]에서 아일랜드 편을 읽었다. 3장인데, 소제목은 <종교가 박해한 '타락한' 여자들> 이었다. 아, 어쩌면 낙태죄 헌법불합치 판결에 이렇게 아일랜드 편을 읽게 되었을까. 읽는 내내, 얼마전 사진으로 본, 아일랜드 낙태죄 폐지를 위해 외국에서 귀국하던 여자들 행렬이 떠올랐다. 그들에게 그것은 어떤 의미였을까.



봄알람 출판사의 [유럽 낙태여행] 에서였나, 이미 막달라 마리아 세탁소에 관해 알고 있던 터다. 그런데 이 책에서 그 세탁소에 관해 아주 자세히 알려준다. 그 세탁소에 감금당했던 생존한 여성과 '수 로이드 로버츠'는 인터뷰를 했던 거다.




대체 아일랜드의 종교단체가 운영한 세탁소 체인에서 무슨 일이 벌어진걸까? 1767년 처음 문을 열었던 세탁소는 200년 이상 지속되어 마지막 세탁소가 1996년 문을 닫았다. '타락한 여자들'로 낙인 찍힌 여자 수만 명이 창피해하는 가족들과 위선적인 사제들에 의해 이곳으로 보내졌다. 도덕적 탈선으로부터 지역사회를 지킨다는 명목이었다. 단체의 이름은 예수의 추종자 가운데 한 명이자 '회개한 창녀'로 일컬어지는 막달라 마리아에서 비롯됐다.

여성의 성에 대해 성모마리아가 비현실적으로 엄격한 기준을 세운 이래 남성들은 이에 대비되는 '타락한 여자' 에 집착해왔다. 초기 기독교의 현자로 통하는 성 예로니모는 4세기에 "여성은 만악의 근원"이라는 글을 남겼다. 13세기에 발의된 교회법Canon laws은 여성 감금을 정당화했다. "추악한 육욕으로 인해 결혼의 침상을 내버리고 타락한 여성들은 하느님을 위해서.... 종교에 귀의한 여성들이 있는 수녀원에 배속시켜 영구적인 고행을 하도록 해야한다" 19세기 초 아일랜드에서는 이런 사상이 인기를 얻었고 대부분의 대형 세탁소가 이때 지어졌다.(p.86)



이곳에 감금당했던 여자 중 한 명은 중간에 탈출해 신부를 찾아갔는데 신부에게는 강간당하고 다시 세탁소로 돌려보내진다. 그런데도 잘못을 용서해달라고 빌어야 하는 사람은 감금당한 여자였다. 강간을 당했고 감금을 당하고 그리고 잘못했다고 빌어야 했다.



찰스 디킨스에 관해서는 놀라운 사실을 알게 됐다. 사실 찰스 디킨스에 관해서는 나쁜 말들을 여러차례 들어오곤 했지만, 이 보호시설... 까지 관련됐을 줄이야.



아내를 경멸하고 정부를 두었던 찰스 디킨스Charles Dickens는 타락한 여자들을 돌보는 보호시설 운영에 관여했다. 그는 '여성의 속죄를 위한 우라니아 코티지Urania Cottage for Redemption of Women'가 "질서와 꼼꼼함, 청결, 그리고 세탁, 수선, 요리 같은 모든 일상의 가사 임무"라는 덕목을 떠받쳐야 하며 그러면 비로소 구원의 길을 보장할 수 있다고 말했다. 아일랜드와 영국에서는 정신 업이 바쁜 세탁일이 영혼을 정화화는 공인된 방법이라고 여겼다. 하지만 금지된 성교에 관여한 남자들을 찾아내고 처벌하는 데 이런 에너지를 쏟은 적은 없었다. (p.87)





아일랜드는 도대체 여자들에게 무슨 짓을 한것인가.



아일랜드에서는 전통적인 아일랜드 도덕 관습에 조금이라도 어긋난 행동을 하는 것처럼 보이는 여자 누구에게나 '타락한 여자'라는 꼬리표를 너무나도 쉽게 붙였다. 창녀는 물론이고 근친상간이나 강간 혹은 사고로 인해 임신하게 된 결혼하지 않은 여자들도 '타락한 여자'로 분류됐다. 어떤 여자들은 심지어 '예방 차원'에서 세탁소로 보내졌다. 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던 수녀들은 외모가 특출하게 빼어난 소녀들을 '타락할 위험이 높다'며 세탁소로 보냈다. 메리 메릿은 아마 반항기가 지나치다는 이유로 세탁소에 보내졌고, 그것이 파멸의 원인이 되었을 것이다.

가부장적 사회의 도덕적 질서를 엄격하게 유지해야 할 필요와, 노동자를 공짜로 부려먹으면서 이익을 얻으려는 종교단체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지며 이들 세탁소는 그 정당성을 더욱 공고히 확보했다. (p.88)



피해자인 여자들을 타락한 여자로 몰며 감금시키고 노동시킨 것도 모자라, 아일랜드에서는 임신한 여자는 무조건 애를 낳아야 했고, 애를 여러명 낳는 것이 힘들으 남편과의 동침을 거부하려고 하면 그것조차 허락되지 않았다. 골반이 너무 작아 출산이 힘든 여자들의 골반 뼈를 부러뜨려 아이를 낳게 하는 수술도 만들어냈다. 




아일랜드 의사들은 기발한 아이디어를 떠올렸다. 여성의 골반이 너무 작아 자연분만을 하기 힘들다면 골반 뼈를 부러뜨려서 출산하도록 처치한다는 것이었다. "의사가 어디론가 사라지더니 쇠톱을 가져오는 걸 봤습니다." 노라 클라크Nora Clarke가 기억을 떠올린다. "정육점에서 동물을 자를 때 그걸 사용하는 걸 봤기 때문에 이사가 가져온 게 쇠톱인 걸 알았죠. 그 의사는 내 뼈를 자르기 시작했습니다. 피가 샘처럼 솟아올랐고, 사방으로 튀었어요. 간호사들은 뼈를 자르는 걸 보고 속이 뒤집혔어요. 의사는 피가 안경에 튄다며 화를 냈고요."  (p.98-99)



이렇게 살아온 여자들에게 낙태죄 폐지는 정말이지 어떤 의미였을까. 그들이 어디에 있든 낙태죄를 폐지하기 위해 아일랜드르 돌아오던 모습은 정말이지 잊혀지지가 않는다. 그럴 수 밖에 없었구나, 그래야만 했구나. 그리고, 너무 오래 고생했구나.




아일랜드에서도 이 수술을 받았던 사람들, 그리고 세탁소에 감금당했던 여자들은 자신들이 당한 짓을 폭로하고 보상받고 사과 받기 위해 노력한다. 그들은 가만히 있지 않았다. 나이가 들었고 몸이 불편해도 포기하지 않은 채, 자신의 권리를 찾고자 한다. 사과 받고자 한다. 아, 정말이지 어디에서든 억압을 당했던 여자들은 그 자체로 무너지기 보다는 옳지 못하다는 목소리를 내고자 한다. 세상은 여자들에게 너무 가혹했고, 여자들은 정말 강했다. 그리고 강하다. 앞으로도 강할 것이다. 



나는 어쩌자고 4월의 도서를 여자 전쟁으로 정했을까 ㅠㅠ 진짜 짱이야 너무 딱딱 맞아 떨어져 최고다 ㅠㅠㅠ




그런 의미에서 5월의 도서 예고합니다. 5월 도서는 [여자는 인질이다]로 하겠습니다. 자, 미리미리 책 준비하세요! 이 책도 엄청 쎄니까 각오하셔야 할겁니다. 빠샤!


















결혼을 하지 않은 여성이 출산을 하면 처벌을 받고 아이를 빼앗기는 한편으론 결혼한 여성은 죽을 때까지 모든 방법을 동원해 아이를 낳아야 했다.- P100

게다가 아기의 죽음은 그다지 특별한 일이 아니었다. 로라 맨Laura Mann은 1940~1950년대에 더블린에서 조산사로 일했다. ˝끔찍하게도 가난했던, 10명의 아이가 있는 가족이 방 두 칸짜리 집에서 살며 생존을 위해 싸워야 했던 시기˝였다고 그녀는 기억한다. 피임은 불법이었고, 불임수술은 엄두도 못내었다. 아이들이 죽어나가고 어머니들은 쇠약해져서는 사제들에게 잠깐 휴식시간을 갖게 해달라고, 남편과 잠자리에 들지 않는 것을 허락해달라고 간곡하게 부탁했다. ˝그러나 사제들은 ‘당신들이 해야 할 일을 하지 않으면 속죄 받을 수 없다‘고 말하는 게 고작이었답니다.˝ 로라 맨이 말한다. 남편에게 복종함으로써 결과적으로 계속 임신을 장려한 셈이 되었고, 이는 더 많은 아이들을 죽음으로 몰고 갔다. ˝중요한 건 아이를 낳는 거였으니까요. 출산 중에 불구가 되거나 죽더라도 말이죠. 실제로 많은 산모들이 그렇게 됐고요.˝ - P97

1931년에 교황은 회칙을 통해 ˝아이를 낳다가 사망한 여인은 순교자다˝라는 교령을 내렸다.- P97

종교 지도자들에게 불임수술은 ‘여성이 꼭 해야 할 일‘을 할 수 없게 되는 것을 의미했다. 독실한 가톨릭교도 의사들은 이것이 은밀한 피임법으로 활용될 것을 우려했다.- P98

사적으로는 남성과 접촉 자체가 금지되는 여성들이 남성들로부터 필사적으로 승인을 받아야 하는 이런 상황을 어떻게 봐야 할까? 그들은 남성들이 하달한 종교 규율에 스스로 복종하고, 다른 여성들을 처벌해 맹목적인 열정으로 따르게 압박한다. 자신들의 진정한 힘을 부정한 채 그저 거꾸로 자신들을 통제하는 남성들에게 칭찬을 받으려고, 필사적으로 자신이 통제하는 여성들을 학대한다. - P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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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스피 2019-04-16 07: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흠 남자가 피임만 하면 여성들이 임신의 불안에서 해방될수 있을텐데 말이죠.뭐 앞으로는 먹는 남성용 피임약이 나올테니 더이상 낙태의 공포가 없어지지 않을까 싶네요ㅜ.ㅜ

다락방 2019-04-16 16:06   좋아요 0 | URL
먹는 피임약이 나와도 남자들이 안먹으면 아무 소용없고요, 그보다 여성의 몸은 여성의 것이라는 인식이 먼저 자리잡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블랙겟타 2019-05-22 14: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골반을 부러뜨려서 아이를 낳게하는 수술을 의사들이 기발하다고 떠올렸다고 하는 대목에선 경악을 금치 못했어요.
같은 사람으로 보고 있었던게 맞았을까요? 하나의 부속품에 불가했다고.. 느껴지네요.
가부장제의 질서유지와 노동착취로 인한 이득의 이해관계속에서 암묵적으로 자행되어 왔던 수녀회의 세탁소사업이 저도 살아 있었던 90년 후반까지 지속되었다는 것을 보고 있으면 이 빌어먹을 이해관계가 지금이라고 없어졌을까 하는 의문도 품게되네요.

다락방 2019-05-22 14:29   좋아요 1 | URL
아마 다른식으로 여전히 존재하고 있을거란 생각이 드네요. 여성을 혐오하는 문화가 오래전부터 지금까지 쉽게 없어질 것 같지는 않더라고요. 지금만 하더라도 여경무용론이 나오고 있는 걸 보면, 하나라도 꼬투리를 잡아 여성을 혐오하기 위해 준비가 되어 있단 생각이 들더라고요. 이건 대체 어떻게 해야 뿌리뽑을 수 있을까요, 블랙겟타님?

말씀하신 것처럼 골반 부러뜨려 출산을 강제하는 것은 인간으로 생각했다면 절대 저지를 수 없는 일이죠. 그게 지금 뭐하는 짓입니까. 억울하고 분해서 미치겠더라고요. 왜이렇게 여자로 사는 일은 억울하고 분한 일의 연속일까요?

블랙겟타 2019-05-22 16:53   좋아요 0 | URL
솔직히 말하면.. 과거보다 (상대적으로) 여권이 나아졌다는 오늘을 살고 있지만 그럼에도 빈 틈이 보인다면 여성을 혐오할 준비가 되어있다는 상태는 아직도 유효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혹자는 이렇게 말할 수도 모르겠습니다.
요즘은 너무 민감하다고.. 그냥 예전처럼 내말을 말했을 뿐인데
그것은 예전에도 발언들이 잘못된 것이었지만 잘못된 것인지 모르거나 용인하는(?) 분위기였지만 지금은 사회전체가 잘못된 것으로 받아드려졌기때문에 대부분의 남자쪽에선 더 민감하게 받아드린다라고 아직도 착각을 하고 있는 부분이 있어요.

아직 남성-여성간의 인식의 갭이 크네요.
성평등에 대한 문제가 공론의 장으로 나온만큼 당장의 잡음이 많겠지만..ㅜㅜ 장기적으론 좋은 방향으로 나아가길 바라야겠죠.
일단 저부터도 모르는 부분이 많거나 생각이 정리되어 있지 않은 부분이 많다보니 앞으로도 공부를 열심히 해야겠어요.
다락방님의 마지막 말은 저로서도 어떤 말조차 해드리기가 어렵네요...ㅠ

다락방 2019-05-23 15:32   좋아요 1 | URL
남성-여성간의 인식의 갭이 큰 건, 남자들이 느끼지 못하는 공포와 두려움, 불편이기 때문인 것 같아요. 그들에게 육체적으로 또 정신적으로 가해지는 압박이 아니기 때문에 ‘뭘 그렇게까지 해‘ 라는 남일보듯하는 사고방식이랄까요. 그래서 공부를 할 생각도, 다른 사람의 말에 귀를 기울일 생각도 없는 것 같습니다. 살던대로 살면 세상 편한데 왜들 차별이다, 불편하다, 혐오다 라고 말들하는지 쯧쯧... 이렇게 된 게 아닐까 싶어요.

그렇지만 세상은 분명히 바뀔겁니다. 일단 저부터가 달라졌고, 제 주변 사람들도 달라졌어요. 물론 대부분 여자들이긴 하지만, 어쨌든 요즘 학생들도 많이 달라졌고요. 이렇게 달라지는 사람이 많아서 끊임없이 움직이고 앞으로 나아가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뭐가 문제야! 예민하게 굴지마!‘라고 현실에 안주하려는 사람들은, 분명 뒤로 쳐질겁니다. 그건 확실해요. 그들이야말로 가만히 있는 지금이 퇴보라는 것을 알게될 날이 올겁니다.

블랙겟타님, 계속 같이 공부하고 계속 같이 나아갑시다!

블랙겟타 2019-05-24 18:51   좋아요 0 | URL
그렇죠. 남성에겐 실제의 압박이 아니고 간접적으로 느껴야 하기 때문에 그러는 것 같아요.
다락방님 말대로 그.럼.에.도. 역사는 조금씩 진보하고 있고, 앞으로도 계속해서 바뀔 것 같아요.
저도 뭐 처음부터 이 분야에 대해 관심을 가진 적이 있었나요? 저도 변했고 이렇게 온라인 상이긴 하지만 여성주의 책을 같이 읽는 모임도 참여하고 말이죠.. 하하..

이제껏 많이 읽지는 않았지만 몇권 읽으면서 느끼는게 앞으로는 다양한 각도에서 다양한 시선에서 이러한 생각의 격차를 줄이기위한 방법은 뭐가 있을지 더더 공부해보고 싶은 지식욕구가 생겨요. (˘⌣˘*)
 















이 책의 저자인 '수 로이드 로버츠'는 이 책을 마무리 하기 전 백혈병으로 사망했다. 이 책의 <들어가며>는 저자의 딸인 '세라 모리스'가 썼다. 




세라에게,

질문: 우리가 너희 가족이 겪는 참담한 슬픔에 함께 고통스러워하고, 수가 누렸어야 마땅할 생을 너무 일찍 마감했다는 점을 계속 괴로워하는 게 좋을까, 아니면 그녀가 더이상 이 세상에 없다는 사실을 받아들이면서, 전 세계의 수많은 사람들을 감동시키고 용기를 줬던 수의 놀라운 삶을 기리는 게 나을까? (들어가며, p.10, 수 로이드 로버츠가 사망한 뒤 그녀의 딸에게 도착한 메세지)



최고의 언론인이면서 약자의 편에 서고자 했던 수 로이드 로버츠가 이 세상에 살았었다는 사실, 그리고 그런 그녀를 기억하고 기리고자 하는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라니. 들어가며 를 읽는 순간부터 코끝이 찡해진다. 새삼 내가 얼마나 멀리 왔는가도 실감했다. 나는 공공연하게 남자를 좋아한다고 말해왔는데, 어느틈에 시간은 나를 '여자들이 너무 좋다'고 말하는 지금으로 데려다 놓았다. 열심히 분노하고 열심히 싸우는 여자들이 이렇게 세계 곳곳에 있다. 감사와 응원과 연대의 마음으로 책을 읽기 시작하는데, 아이쿠야, 이 책의 1장은 무려 할례에 대한 이야기다. 읽기 전부터 벌써 기운이 딸리는 느낌.



수 로이드 로버츠는 감비아에서 할례자가 될 수 밖에 없는 한 여성을 인터뷰한다. 그걸 하기 싫어서, 다른 어린 여자아이들의 성기를 자르는 일을 하고 싶지 않아서 조국으로부터 도망온 여자. 그녀는 곧 영국에서 추방당할 위기에 놓였다. 수 로이드 로버츠는 감비아로 가 '이맘(이슬람교 교단의 지도자로서 학식이 뛰어난 이슬람 학자에 대한 존칭 p.27)' 을 만난다. 여성의 성기를 가지고 살아본 적이 단 일 분도 없으면서 그러나 여성의 성기에 대해 아주 잘도 지껄인다.



"그것은 아름다운 것입니다. 그것은 좋은 일입니다." 그는 말을 이었다. "이것이 이슬람 문화권에서 받아들여져온 이유이며, 우리가 그것을 실천하는 이유, 또 그것에는 아무 문제도 없다는 점을 보여주는 이유입니다."

배석한 남자들이 동의의 뜻을 담아 연신 끄덕거리는 분위기에 취해, 이맘은 말을 계속했다. "FGM은 여성에게 이로운 일입니다. 할례할 때 잘라내는 것은 매우 가려운 부위예요. 너무나 간지러워서 그걸 완화하려면 철수세미로 문질러야 할 정도라고요. 그리고 어떤 경우에는 말이죠, 할례를 하지 않은 여자는 축축한 분비물이 나와요. 의자에서 일어날 때마다 옷이 잔뜩 젖을 지경이라 공공장소에 있다면 정말 망신스러운 일이 될 거예요."

이쯤 되자 이 자리에 있는 유일한 여자로서, 약간의 분노를 담아 끼어들지 않을 수 없었다. "나는 클리토리스를 가진 채 60년을 살았어요. 그리고 단 한 번도 그런 일을 겪지 않았습니다!"

그는 능글거리는 눈빛으로 답하며 웃음을 터뜨렸다. "글쎄요, 당신은 일반적인 여자들과는 좀 다른가보죠."

앞선 무식한 주장보다도 이 웃음에서 더 이상은 화를 참을 수 없었다. 만일 그가 진심으로 어린 여성들의 성기 절제가 신의 섭리이고, 여성에게 좋은 일이라고 생각했다면 웃지 않았으리라. 그는 자신이 내뱉는 말이 상식에 어긋난다는 걸 알고 있었고 바로 그 점이 재미있었던 것이다. 이 상황 자체가 성기 절제는 오직 여성 통제를 목적으로 한다는 사실을 그가 인정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p.28-29)




그것이 정말 '아름다운' 일이었다면 이맘이여, 당신이 당신 고추를 먼저 잘랐겠죠. 그러나 니 고추는 제자리에 잘 붙어있지, 온전한 형태로?




아주 어린 아이들에게도 가해지는 할례에 대한 부분을 읽는 데 시간이 아주 오래 걸렸다. 몇 번이나 쉬었다 읽어야 해서.  



수 로이드 로버츠가 인터뷰한 감비아의 '마이무나'는 할례자가 될 운명이었고, 그것이 싫어 고국에 자신의 아이들을 둔 채로 도망쳤다. 아이들이 너무 보고싶지만 아이들을 보러 자신이 그곳으로 돌아가면 할례를 해야할테고, 그것은 다른 여자아이들에게 못할 짓이라고 그녀는 생각하고 있었다. 그래서 그립지만 참아야 한다고. 마이무나가 사는 곳에서 할례자는 반드시 정해져있고, 그 사람으로부터 할례를 받아야만 하기 때문에, 마이무나가 없는 지금 그곳은 몇 년째 할례가 중지되어 있다. 



마이무나의 운명은 할례를 집도하는 것이었다. 그녀의 어머니, 할머니와 그보다 앞선 선대부터 그들은 지역사회를 위해 의무를 다해왔다. 그런데도 이 여자는, 어떤 교육도 받지 않았고 여성 성기 절제Female Genital Mutilation(FGM) 에 반대하는 운동가들이 마을에 오기도 훨씬 전인데, 어린 소녀들에게 그토록 무참한 고통을 가하고 성기를 절단하는 짓이 잘못임을 깨달았다. (p.21-22)




나는 항상 스스로 깨닫는 사람들에게 깊은 존경을 보낸다. 스스로 생각하고 깨달을 수 있는 사람. 마이무나가 그런 사람이었기 때문에 지금 마이무나가 태어난 곳에서 할례가 멈춰있고, 그러나 마이무나는 자신의 아이들을 보지 못한 채로 살고 있다. 그녀를 인터뷰하고 기록해 이렇게 책으로 내는 수 로이드 로버츠나 그런 곳으로부터 빠져나오고자 한 마이무나 모두 얼마나 대단한지. 세상은 이렇게 스스로 깨닫고 변하고자 하는 사람들 덕에 바뀔 수 있는 게 아닐까 싶다. 



할례에 대한 1장을 다 읽었는데, 2장은 그나마 좀 수월하게 읽힐까. 오늘은 그저 1장 읽는 걸로 마치련다. 기운없어..




여성의 섹슈얼리티를 통제해야 한다는 신념은 인류의 오랜 역사에서 뿌리 깊이 자리하고 있다. 이브가 금단의 열매를 훔친 이래로, 초기 기독교 교부들은 여성은 믿을 만한 존재가 못 된다고 경고해왔다.- P29

클리토리스에 대한 설명 중 내가 가장 좋아하는 묘사는 [뉴욕 타임스]의 과학 전문 기자이자 작가인 내털리 앤지어Natalie Angier가 쓴 문장이다. ˝클리토리스는 목적이 분명하다. 신체에서 순수하게 쾌락만을 위해 설계된 유일한 기관이다. 클리토리스는 단순한 신경 다발, 정확하게는 8000개의 섬유질 뭉치다. 손가락 끝, 입술과 혀를 포함해 신체의 그 어느 곳보다 고밀도의 신경섬유를 갖고 있으며, 남성의 음경과 비교해도 두 배 가량 된다. 자동소총을 갖고 있는데 권총이 왜 필요하겠는가?˝ 여성에게 적대적인 사람들이 클리토리스를 ‘위험한 것‘으로 간주할 만도 하다.- P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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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괭 2019-04-09 06: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이맘.. 좀 패고 싶은데요..
고추를 자르지 않은 남자는 여자를 볼 때마다 발기를 해요. 바지 겉으로 드러날 지경이라 공공장소에 있다면 정말 망신스러운 일이 될 거예요. 그러니 잘라요!
라고 하고 싶네요

다락방 2019-04-09 08:03   좋아요 0 | URL
그러게나 말입니다. 수시로 발기하는 그 해로운 고추나 떼낼 것이지 어디 달고 살아본 적 없는 여자 성기에 대해 말하는건지, 원. 아 정말 징글징글해요.

블랙겟타 2019-04-09 22: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락방님 읽기시작하셨네요. 저도 곧 따라갈께요.

앞 선 책 <가부장제의 창조>에서나 이 책 1장에서 보듯 종교에서도 여지없이 남성의 눈으로 멋대로 여자들을 평가하고 마음대로 했었고 지금도 하고 있죠.....ㅜ

다락방 2019-04-10 07:36   좋아요 1 | URL
블랙겟타님, 저 어제는 2장 아르헨티나 할머니들 읽었어요.
납치된 자식들을 찾기 위해 시위를 하고 조직을 구성한 것도 다 여자들이었는데, 세상에 이렇게나 여자들이 활발하게 움직여왔는데 왜 세상은 남자들이 다 움직이는 것처럼 보였던 걸까요?

네, 곧 따라오세요. 저도 천천히 기다리며 읽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