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처음은 서투르다. 그걸 알면서도 그 서투름에 대해 간혹은 화가난다. 이 책을 읽으면서도 그랬다. 처음이니 당연히 이렇지, 라는 생각보다는 화가 먼저 났다. 주인공인 루카스가 지독하게 서투른 연애에 대해서.
















루카스는 스무살이다. 그리고 아직 한 번도 여자와 키스를 해본적도 없다. 오히려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는것이 몹시도 힘겨운 청년이다. 그런 그가 오스트레일리아로 여행을 떠난다. 거기서 그는 낯선 사람들을 만나 자신의 수줍은 성격을 조금이나마 고칠 수 있을거라고 기대한다. 그러나 그는 좀처럼 바뀌질 않아 좌절한다. 역시나 그곳에서도 타인과 대화하는 것은 어렵기만하다. 그러다가 도로시를 만났다. 도로시는 그의 친구가 되어주고 연인이 되어준다. 그의 첫키스 상대가 되어주고 그를 사랑한다고 말해주고 그의 섹스 상대도 되어준다. 루카스는 도로시를 사랑한다. 물론 그녀가 키스를 해주고 섹스를 해줘서가 아니다. 진심으로 그녀를 사랑한다. 그녀의 아픔을 나누고 싶고 그녀와 떨어져 있는게 싫다.


그래서 그는 그녀와 다툰다. 그녀의 우울한 기분을 달래주고 싶었을 뿐인데 그녀는 혼자있게 좀 해달라고 한다. 그는 혼자있게 해달라는 그녀에게 화가난다. 그녀와 다시 독일에서 만나기로 했지만 그녀와 잠시 호주에서 떨어져있는게 불안하고 두렵다. 다시는 만나지 못할까봐 그는 눈물을 흘린다.


어휴, 왜이렇게 짜증나게 굴지? 왜 혼자 있게 해달란걸 들어주지 않아? 영화, 『브로큰 잉글리쉬』에서의 남자는 여자가 우울해할 때 '내가 있어줄까요 비켜줄까요' 라고 묻는데, 루카스, 너는 왜 그렇게 해주지 못해? 왜이렇게 서투르고 바보같이 징징짜는거야? 나는 짜증이났지만, 그가 스무살이란 사실이, 그러니까 그가 사랑을 처음 겪어본다는 사실이 떠올랐다. 그래, 그는 서투른게 당연하다. 당연할 수밖에 없다. 그리고 그는 앞으로 살아가면서, 또다른 사랑을 만나고 또다른 이별을 겪으면서 달라질 것이다. 조금 더 성숙해질 것이고, 여자를 가끔은 혼자있게 하는게 더 낫다는 사실도 알게 될 것이다. 



그래, 그는 점점 더 괜찮은 연인이 될 것이다. 그는 배울 수 있는 청년이니까. 독서의 참맛을 알게됐듯이 연애에 대해서도 또 사랑에 대해서도 알게 될 것이다.



아냐를 알기 전까지는 책을 싫어했다. 나에게 독서는 학교, 독일어 수업, 쿤체 선생님을 의미했다. 그 멍청한 선생은 우리에게 늘 엄청나게 지루한 책들을 읽으라고 강요했다. 책 읽기가 즐거울 수도 있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은, 어느 날 수영장에서 아냐가 내 옆에 누워 뭔가 우스능 책을 읽고 있었던 때였다. 아냐는 쉴 새 없이 웃었는데 그 모습을 보자 나도 호기심이 제법 생겼다. 게다가 아냐가 관심 있는 모든 것들에 나도 관심이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기도 했다. 그래서 아냐에게 그 책을 빌려달라고 했다. 이틀 뒤 나는 완전히 감염되었다. 나는 독서열에 사로잡혀 아냐의 서가를 야금야금 약탈해갔다. 존 어빙, 찰스 디킨스, 도스토예프스키, 그리고 나의 스타인벡까지 그 모두를 먹어치웠다. 책을 향한 나의 배고픔은 끝이 없었다. (pp.54-55)



짝사랑하던 여자 때문에 책을 읽게 되었지만, 루카스는 순수하게 책에 빠지게 됐다. 그리고 책을 제대로 읽는 청년이 되어, 오스트레일리아에서 독일로 돌아가기 전에, 그는 오스트레일리아의 서점에서 아주 많은 책을 구입하기까지 한다. 물론, 오스트레일리아로 갈 때도 책들을 가져갔고.



당신의 머리는 배우가 되고, 당신의 심장은 관객이 되어 모두와 함께 사랑하고 웃고 동정한다. 그 책이 좋은 책이라면, 작가가 당신 머릿속에 들어가 심장을 건드리는 데 성공한다면 말이다. 예를 들어, 도스토예프스키처럼. 책을 읽기 시작할 때는 잘 모른다. 처음 몇 쪽은 지루하기까지 해서 '이게 다 뭐야?' 하고 스스로에게 물어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다가 어느 순간 책의 매력에 빠지게 되면 더 이상 손을 놓을 수 없게 된다. 도스토예프스키는 당신의 뇌를 꽉 움켜쥐고서 마지막 쪽의 마지막 낱말을 소리 없이 발음하기 전까지 놔주지 않을 것이다. 이 러시아 할아버지, 정말 세계 최고다. (p.55)



그의 이 순수한 책에 대한 열정이 무척 좋지 않은가! 이 부분을 읽노라면 도스토예프스키를 당장 찾아 읽고 싶어진단말이다. 사람마다 좋아하는 건 다를 수 있다. 수영이든 무용이든 그림과 음악을 감상하는 것이든 그게 뭐든 어떤 사람은 좋아할 수도 있고  어떤 사람은 관심이 없을 수도 있다. 그러나 책을 읽는것에 대해서라면 관심 없는 사람들에 대해서 나는 무척 안타까운 마음을 가지고 있다. 이렇게 재미있는데, 좀 읽어보지. 좀 읽어보면 책이 얼마나 재미있는지 알 수 있을텐데, 하는 안타까운 마음. 책을 전혀 읽어보지 않은 사람들이라면 일단 쉽게 책장이 넘어가는 책들로 시작하면 좋을텐데, 그러면서 잘 쓰여진 문장들이 가득한 책들로. 국내 작가들의 작품으로 시작하는 것도 좋을테고. 그리고 다른 책은 잘 읽을 수 있지만 소설 읽기가 좀 재미없다고 말하는 사람이라면 이렇게 말해주고 싶다.



문장 부호를 충실하게 지켜가면서, 따라가면서 읽으세요.



라고. 따옴표에서는 정말 대화체로, 느낌표에서는 정말 감탄하거나 놀라듯이, 쉼표에서는 꼭 쉬어주고. 그러면 책은, 소설은, 정말정말 재미있는데!! 그렇게 분장 부호에 충실하게 읽다보면 머릿속으로 그림도 그려지는데, 그러면 머릿속에 하나의 이야기가 펼쳐지는데!!




자, 다시.

위에서 말했듯이 루카스는 짝사랑을 했다. 물론 루카스는 그것이 짝사랑인줄을 미처 몰랐다. 함께 지내는 시간이 많고 이야기를 즐겁게 나누고, 그래서 상대인 아냐도 나를 똑같은 마음으로 대하는 줄 알았다. 아, 이부분을 읽는데 도무지 루카스와 내가 분리되지 않는다. 나는 루카스가 되고 루카스는 내가 된다.



나는 1년이 넘게 아냐를 사랑했다. 말 한 마디 못한 채로. 그 시절 우리는 여러 날 밤을 함께 앉아서 이야기를 나눴고, 그렇게 해서 결국 좋은 친구가 되었다. 아주 좋은 친구, 너무 좋아서 그 이상이 되기는 어려운 친구 사이 말이다. 그렇지만 그 사실을 나는 결코 인정하려 들지 않았다. 희망은 쉽게 꺼지지 않는 법이다. 아냐가 내 몸을 살짝 건드릴 때마다 비록 실수로 발을 밟은 것일 뿐이라 해도 나의 희망은 부풀어 올랐고, 내가 사랑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어쩌면 아냐도 나를 사랑하게 될지도 모른다고 믿게 되었다. 그 시절에는 하루에 세번씩 아냐가 내 얼굴을 밟아도 괜찮을 것 같았다. 오히려 나는 그것이 애정의 증거라며 기뻐했을 것이다. (pp.64-65)



아, 그만해, 루카스. 이러지마, 루카스. 나 괴로워. 나로하여금 이런건 그만 읽게 해줘. 더이상 이 슬픈 기억을 떠올리지 마. 흑흑. 아, 그런데, 점점..



그러다가 더 이상 참을 수 없게 되었다. 아냐도 알아야 했다. 나는 열두 장이나 되는 긴 편지를 써서 2리터의 용기를 마신 후 아냐의 우편함에 넣었다.

어리석었다는 건 안다. 그때도 알고 있었다. 그 다음날 아침 아냐가 기쁨의 눈물을 흘리며 두 팔을 활짝 펴고서 우리 집 문 앞에 서 있지 않으리란 것을 본능적으로 알았다. 그럼에도 나는 아냐를 기다렸다. 아냐는 결국 오긴 했지만, 그저 답장을 내 우편함에 넣기 위해서였다. "루카스에게 ‥‥‥ 정말 놀랐어 ‥‥‥ 아름다운 편지였어 ‥‥‥ 정말 미안해 ‥‥‥ 안타깝게도 같은 감정이 아니야 ‥‥‥ 친구로 지냈으면 ‥‥‥." (pp.65)



나는 이순간, 루카스가 되어 슬픔에 쩔었다. 정말이지 남의 일 같지가 않았다. 2리터의 용기, 그것만으로도 안되는게 세상엔 많은거다. 특히 사랑에 대해서는. 본능적으로 예스란 답을 받지 못할것을 나도 알았는데, 그렇다고 해서 답을 기다리지 않는건 아니다. 알면서도 고백하고 그리고 답을 기다리는 그 마음이라니. 그리고 저 답장 꼬라지좀 봐라. 정말 놀랐어, 라니. 아냐, 정말 놀랐는가? 정말 몰랐는가? 둘이 처음 본 것도 아닌데? 그토록 오랜 시간을 함께 해오면서 정말로 루카스가 너를 특별하게 본다는 걸 몰랐다고? 그걸 알면서 그게 좋아 모르는 척 했던건 아니고? 나의 경험 앞에서 내 남동생이 화를 냈던...... 아니, 이 얘긴 그만하자. 이 쓸쓸한 가을날에 이런 얘기로 더이상 가슴을 후벼파진 말자. 노래 한 곡에도 처절해지는 가을날인데, 어쩌자고 이런 일들을 떠올리는가. 안 된다, 그러지말자.





오늘 아침 버스안에서는 하림의 출국을 들었다. 가사를 제대로 듣긴 오늘이 처음이었는데, 아마도 가사를 듣지 못해서 나는 그동안 이 노래에 대해 마구 좋다는 생각을 못했엇던가 보다. 오늘 들은 하림의 출국은, 오, 세상에, 절절함의 극치였다.



기어코 떠나버린 사람아 편안히 가렴

날으는 저 하늘에 미련따윈 던져버리고

바뀌어버린 하루에 익숙해 져봐

내게 니가 없는 하루만큼 낯설테니까

모두 이별하는 사람들 그곳에 나 우두커니

어울리는게 우리 정말 헤어졌나봐

모르게 바라보았어

니가 떠난 모습 너의 가족 멀리서 손 흔들어 주었지

하늘에 니가 더 가까이 있으니 기도해 주겠니

떠올리지 않게 흐느끼지 않게 무관심한 가슴 가질수 있게..

도착하면 마지막 전화 한번만

기운찬 목소리로 잘 왔다고 인사 한번만

그저 그것 뿐이면 돼

습관처럼 알고 싶던 익숙한 너의 안부 거기까지만.....

다른눈의 사람들 속에서 외로워져도 서러워져도

나를 찾지마.....









아, 가을에 들으면 안되는데 오늘은 하림의 출국을 반복해 들었고 엊그제는 휘성의 안되나요를 반복해 들었다. 화창한 날 들어도 눈물이 샘솟는 곡들인데 어쩌자고..


사랑은 이루어지지 않을 수도 있고 떠나가기도 한다. 그러나 다시 찾아오기도 한다. 루카스는 새로운 연인을 만났고, 나는 오늘 점심 메뉴나 고민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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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10-12 11:0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2-10-15 08:57   URL
비밀 댓글입니다.

이매지 2012-10-12 11: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10센치의 신곡을 듣다가
"우리 옛날에 사랑했다니 우스워"라는 가사를 듣고 한숨만.

다락방 2012-10-15 08:58   좋아요 0 | URL
다른눈의 사람들 속에서 외로워도 나를 찾지마,
하는데 어휴 ㅠㅠ

오늘은 휘성의 안되나요, 나를 사랑하면, 이거 듣다가 이 추위에 제가 제 자신을 끌어안았어요. 하아-

노란곰 2012-10-12 12: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전 가을이라 이런 책들은 의도적으로 피하고 있어요. 그래서 요 아래 책도(..) 가지고만 있어요,ㅎㅎ ㅠ_ㅜ

다락방 2012-10-15 08:58   좋아요 0 | URL
가을에는 역시 이런 책을 피해야 할까요? 흑흑. 그래서 제가 오늘 출근길에 들고온 책은 스릴러 입니다. 움화화핫.

레와 2012-10-12 13: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가을이니깐. 괜찮아.

금방 지나갈꺼야..

2012-10-15 08:5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2-10-12 22: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참ㅡ 이 근사한 여자.

다락방 2012-10-15 08:59   좋아요 0 | URL
어머, 근사하다고 해주시다니! ㅎㅎ 고맙습니다. 이 댓글을 받으니 진짜 근사한 여자가 된 기분이네요. (으쓱)

단발머리 2012-10-13 00: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락방님~ 한가로운 금요일 밤이예요. 아니다, 토요일 새벽~ 전 이 시간을 좋아합니다. ㅋㅎㅎ

"도스토예프스키는 당신의 뇌를 꽉 움켜쥐고서 마지막 쪽의 마지막 낱말을 소리 없이 발음하기 전까지 놔주지 않을 것이다. 이 러시아 할아버지, 정말 세계 최고다."

이 부분 너무 좋은데요. 도 할아버지는 정말 타의 추종을 불허하죠. 사놓고 아직 읽지 않은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과 '분신'이 절 쳐다보는 거 같아요. 아니겠죠?^^

다락방 2012-10-15 09:07   좋아요 0 | URL
단발머리님~ 저도 한가로운 금요일 밤, 토요일 새벽을 좋아해요. 그렇지만 지난주 금요일밤, 그러니까 단발머리님께서 이 댓글을 쓰셨을 시간에는 술마시고 기절해있었어요. 하하하하하하하하하.

단발머리님,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은 지금 단발머리님을 노려보고 있는데 맞습니다. 얼른 읽으세요. 무려 세계 최고인 도 할아버지 아닙니까!! ㅎㅎ
 
새벽 4시, 담배를 찾는 아주 충분한 이유

이 책..품절이 풀렸네요!!


















품절 풀린것 만으로도 완전 울트라캡숑나이스짱으로 기뻐서 미치겠는데 심지어 반값(!!)입니다. 맙소사. 아직도 이 책을 읽지 못하신 분이라면 다시 품절되기 전에 어서, 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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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와 2012-10-10 13: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케이오케이! ㅋ

다락방 2012-10-10 13:18   좋아요 0 | URL
이 책 좋아요, 레와님. 참 좋아. ㅎㅎ

heima 2012-10-10 14: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 참 좋지요!! 드디어 품절이 풀렸네요 ^^

다락방 2012-10-10 14:53   좋아요 0 | URL
네, 참 좋죠! 저는 어이없게도 이 책 몇 권사서 책장에 쟁여두고 싶네요. ㅎㅎ

무해한모리군 2012-10-10 18: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글 보고 그녀의 이름을 검색해 봤더니 몇년전에 한국에 왔었더군요..
차기작은 이미 완성했다고 인터뷰했던데 왜 출간을 못했을까요?

다락방 2012-10-11 10:23   좋아요 0 | URL
흐음, 자신이..없었을까요? 첫번째 작품만큼 좋지 않을까봐? 지레 겁을 먹은걸까요? 다음작품이 굉장히 궁금한데 말입니다.

비로그인 2012-10-10 23: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전 9시의 담배는 절망감의 표현이다. 첫문장부터 강렬한데요.. 예전에 읽을까말까 고민만 하다 못 읽은 책이었어요. 이번엔 놓치지 말아야겠죠? 근데 다락방님의 꽥!!너무 귀엽잖아요~ㅋㅋ

다락방 2012-10-11 10:24   좋아요 0 | URL
아른님, 이 책은 문장력이 좋은데 이야기까지도 좋은 책이었어요. 참 좋았어요. 아른님께도 좋은 책이 된다면 좋을텐데요.

아유참..저는 귀여운 여자가 아닌데 아른님은 자꾸 제게 귀엽다고 하시네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이..몰라용 ㅋㅋㅋㅋㅋㅋㅋㅋㅋ(귀여운척 ㅎㅎ)

당고 2012-10-10 23: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앗, 고마워요, 다락방 님!
지르세!!!!!!!

다락방 2012-10-11 10:24   좋아요 0 | URL
얼쑤~!

버벌 2012-10-11 01: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올만에 본다 저 붉은색. 여러분 어서어서 신청하세요/ 어서어서

다락방 2012-10-11 10:24   좋아요 0 | URL
버벌님도 이 책 좋아하죠? 버벌님은 이 책 좋아할 스타일이에요. ㅋㅋㅋㅋㅋ(막 아는척하기 ㅋㅋㅋㅋㅋ)

하루 2012-10-11 08: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런데 출고가 15일이라구요!!!

다락방 2012-10-11 10:25   좋아요 0 | URL
15일전까지 읽을책이 없으신것도 아니잖습니까, 하루님!! 기다리시라구요!!!!! ㅎㅎㅎㅎㅎ

Jeanne_Hebuterne 2012-10-11 10: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장점:문장력이 있다.
단점:웨하스처럼 바스러진다.
다락방님에게는 이 작품이 어떨지 궁금합니다. 읽으신 후 리뷰!!!

다락방 2012-10-11 10:18   좋아요 0 | URL
ㅎㅎ 쟌님, 저는 이미 리뷰를 썼고 먼 댓글로 연결해놨습니다만.

Jeanne_Hebuterne 2012-10-11 13:06   좋아요 0 | URL
앜!!! 죄송해요 다락방님 ㅜㅜㅜㅜㅜㅜㅜ

감은빛 2012-10-11 13:55   좋아요 0 | URL
두 분 글을 읽으러 가야겠네요.

Jeanne_Hebuterne 2012-10-11 15:15   좋아요 0 | URL
감은빛님, 저는 리뷰를 남기지 않았고, 다락방님은 남기셨다 합니다.
다락방님의 리뷰를!!!

감은빛 2012-10-11 15:33   좋아요 0 | URL
네, 쟌님 서재에 가서 리뷰를 찾았는데, 찾지 못했습니다.
다시 돌아와보니, 쟌님께서는 리뷰를 쓰셨단 말씀을 하시지 않았네요.
저는 왜 두 분 다 글을 쓰신 거라고 생각했을까요?

덕분에 쟌님의 글을 살짝 읽었습니다.
느낌이 있는 글들.
시간 관계상 많이 읽지 못했지만, 맘에 드는 글이었습니다.
즐찾 해놓고 가끔 들르겠습니다.

다락방 2012-10-11 15:49   좋아요 0 | URL
제 덕에 두 분이 친해지셨네요. ㅎㅎㅎ

아무개 2012-10-11 11: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호, 이렇게 열광적인 반응이 나올만한 책인가요?
도서관에 있는지 검색해봐야겠군요.


다락방 2012-10-11 11:14   좋아요 0 | URL
마중물님, 소장하시기에 충분한 책입니다. 불끈!

감은빛 2012-10-11 13: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락방님을 믿고 일단 질렀습니다.
16일에 도착하다는 군요.
그때까지 설레는 맘으로 기다려야겠네요.

다락방 2012-10-11 14:08   좋아요 0 | URL
오, 감은빛님도 좋아하실까요? 감은빛님 서재에서 소설..은 많이 보지 못한 것 같아서요. 부디 이 책이 감은빛님의 마음에 쏘옥- 들었으면 좋겠는데요. 믿는도끼에 발등 찍히는 일은 없어야 할텐데...휴....

dreamout 2012-10-15 00: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제 받았어요. ㅎㅎㅎ

다락방 2012-10-15 08:42   좋아요 0 | URL
꺅!! ㅎㅎ
 

[로맨스가 필요해 2012] 라는 드라마에는 이런 대사가 나온다.


사람은 누구나 자기중심적이고 자기 감정이 제일 중요하다. 평상시에는 누구나 다 그렇다. 그러나 사람에게는 '비상시'라는 것이 있다. 친구가 '비상시'에 있다면 그때만큼은 내 감정을 조금 접고 친구 감정을 먼저 생각해주는게 낫지 않겠느냐, 하는.


몇 번이고 보다가 집어치우려고 했지만, 이 대사가 무척 좋아서 이 드라마를 꾹 참고 계속 봐야겠다고 생각했다. 이 대사는 3부에 나온다. 정유미는 원래 내가 좋아하는 배우이지만 다른 배우들은 관심없거나 비호감인 배우들이었다. 그런데 의외로 남자들이 드라마에서 반짝 빛이 나는거다. 한 명은 '젊고 몸 좋고 밝은' 버전의 임태경 같다는 생각마저 든다. 그래서 나는 내가 이 드라마를 끝까지 봐낼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 그러나 참고 참다 3부의 중간쯤을 보고 포기했다. 도무지 여자들의 캐릭터를 받아들일 수가 없다. 맙소사.


그들이 내세우는 성격들이 현실적이지 못해서가 아니다. 그들이 말하고자 하는 바가 뭔지 알겠고, 그들이 드러내려는 캐릭터 역시 충분히 현실적인 인물들이다. 그런데 그들이 '연기'를 한다. 그 인물들은 충분히 존재할 수 있지만 그러나 드라마를 보노라면 그들이 너무 '꾸며져' 있고 가공적인 인물이라는 생각이 드는거다. 도무지 몰입할 수가 없다. 전형적인 칙릿 소설이 그대로 드라마화 되어진 느낌. 나는 아이팟에 8편까지 받아두고 금요일부터 보기 시작했는데 일요일 밤 3편의 중간까지 보고 아이팟에서 아웃 시키기로 했다. 남들은 재밌다는데 나는 왜이럴까. 나는 왜 드라마를 잘 보지 못할까? 


















이 책은 꽤 놀라웠다. 우선 작가가 '남자사람'이라는게 놀라웠다. 나는 당연히 여자사람 작가일 줄로만 알았다. 게다가 영화를 보면서는 시종일관 웃었던터라, 이 책 역시고 낄낄대고 웃게 될 거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렇지 않았다. 이 책은 영화보다 조용한 분위기이며 덜 유쾌한 분위기이다. 그러나 덜 유쾌하다는 게 나쁘다는 뜻은 결코 아니다.



일전에 한 친구는 나에게 애인이 생겼으면 좋겠다면서(또다른 친구는 결혼을 빨리 하라면서) 이런식의 말을 한 적이 있다.


"나는 네가 행복해졌으면 좋겠어."


나는 그 말을 듣고 순간 토할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애인이 생겨야, 혹은 결혼을 해야 행복해질 수 있다는 것은 대체 어느 별에서 나온 명제일까. 아니, 그러니까, 그것이 참된 명제일까? 내가 결혼하지 않아서 지금 불행하다고 했던가? 혹은 내가 불행해 보이는가? 결혼한 그들은 지금 행복하단 말인가? 정말?



결혼식에 참석했던 가족과 친구 들은 이른바 '1차 사회적 압력 집단'을 형성했다. 아이의 탄생을 기대하며 압력을 가하는. 다른 이들의 삶에 열을 올릴 정도로 자신들의 삶이 지루한 것일까? 늘 그런 법이다. 우리는 타인의 욕망을 강요받으며 살아간다. 나탈리와 프랑수아는 주변 사람들을 위한 연속극이 되고 싶지 않았다. (pp.30-31)



꼭 그랬다. 결혼을 한 사람들이 타인에게 결혼을 강요하고 아이를 낳은 사람들이 타인에게 아이낳기를 강요했다. 그들이 정말 행복해서 타인의 행복이 더 커지길 그랬다는 생각은 사실 그다지 들질 않는다. 그들은 타인이 자신과 다른 삶을 살기를 원하지 않는걸로밖에 보이질 않는다. 타인의 행복은 자신의 기준에 맞추는게 아니다.




누구나 한 번쯤은 사랑하는 사람을 우연히 맞닥뜨리기 위해 그 사람의 집 앞에서 몇 시간을 서성이거나 혹은 사무실이나 회사 복도에서 특별한 일 없이 왔다갔다 했던 일이 있었을 것이다. 그러다 그 사람을 만나면 마치 우연인 듯 인사를 하는거지. 이 책의 마르퀴스가 그랬다. 그의 마음속에 들어온 여자 나탈리를 우연인듯 마주치기 위하여 그는 맞닥뜨렸을 경우 할 말을 준비하고 계속 그녀의 사무실 앞 복도를 왔다갔다한다. 



그의 전략은 훌륭했다. 계속해서 복도를 서성일 필요가 있었다. 그것이 유일한 해결책이었다. 어딘가 향하는 것처럼 걷기란 어려운 일이다. 정확한 행동으로 집중하고 있는 듯 보여야 했다. 가장 힘든 일은 짐짓 서두르는 척 움직이는 것이었다. 오후 끝 무렵이 되자 그는 지쳐버렸고, 바로 그때 클로에와 마주쳤다. 클로에가 그에게 물었다.

"괜찮아? 좀 이상해 보여 ‥‥‥"

"응, 괜찮아. 다리 근육 좀 푸느라고. 그러면 생각이 잘 돌아가거든." (pp.103-104)



나탈리대신 마주치게 된 동료 클로에가 그에게 오, 그런데, 흑흑, 이런 말을 한다.


"난 108호 때문에 골치가 아파. 나탈리 팀장님하고 상의 좀 해보려고 했는데, 오늘 안 계시네."

"그래? 팀장님이 ‥‥‥안 계셔?"

"응‥‥‥지방 출장 가신 것 같아. 난 그만 가볼게. 골칫거리를 해결해봐야지."

마르퀴스는 아무런 말도 못 하고 그대로 굳어 있었다.

오늘 왔다 갔다 한 거리를 합한다면 그 역시 너끈히 지방에 갈 수 있었다. (p.104)



아, 어쩌란 말인가. 대체 그가 무슨 짓을 했단 말인가. 지방 출장에가서 마주칠 수 없는 그녀와 마주치기 위해 그는 도대체 얼마만큼의 거리를 걷고 얼마만큼의 시간을 보낸거란 말인가. 정말이지 눈물이 앞을 가린다. 나는 이런 사람들에 대해서는 한없이 공감이 되어버리고.. 흑흑.



영화속에서도 나는 마르퀴스의 유머감각에 몇 번이고 웃음을 터뜨렸는데, 책 속에서도 그보다 덜하긴 하지만 마르퀴스에게 유머 감각은 있다.


"보아하니 뭘 먹고 온 것 같지는 않은데. 수프가 좀 있어."

"아, 그래요? 무슨 수프인데요?" 마르퀴스가 물었다.

"금요일 수프야. 뭐라 설명을 해야 하나. 마침 금요일이고, 그래서 금요일 수프지."

"넥타이를 매지 않은 수프겠군요." 마르퀴스가 대답했다. (p.265)



금요일의 수프라고 대답해주는 나탈리의 할머니도, 넥타이를 매지 않은 수프라 대답하는 마르퀴스도 재미있었다. 그러니까 잘 어울리는 사람들로 보였다. 그러니 할머니도 손녀의 남자친구에게 좀 점수를 주게 되지 않을까. 물론 할머니는 나탈리에게 그가 좋은 사람이라고 말했다. 어떻게 그렇게 할머니들은 잘 아는걸까? 나도 할머니가 되면 사람을 보는 눈이 생기게 될까? 그때쯤이면 지금보다 확실히 더 현명해지는걸까?



책의 제목인 『시작은 키스』는 꽤 잘못된 번역제목인 듯 느껴진다. 이렇게 손발 오글거리는 제목이라니. 부끄럽기 짝이없다. 



어쨌든 작가의 다른 책도 읽어보고 싶어졌다.



















금요일에는 어찌어찌하다가 존재하는지도 몰랐던 [도니 버거] 강남점에 가서 햄버거와 닭봉과 맥주를 시켰다. 맙소사. 거기에서 먹은 닭봉은 지구상에 존재하는 가장 맛없는 닭봉이었다. 6개입을 주문했는데 친구와 둘이 간신히 세 개를 먹었다. 그나마 내가 억지로 두 개를 먹고 친구는 하나를 먹다가 도무지 못먹겠다고 그마저도 남겼다. 나는 꼴도 보기 싫다고 그 위에 냅킨을 덮어놨다. 진짜 끔찍한 맛이었다. 그동안 먹은 닭봉들에게 고마울 지경이다.



오늘 아침에 눈을 떴을 때는 김치찌개 냄새가 부엌에 가득했다. 나는 절로 신음소리를 냈다. 엄마는 왜그러냐고 물으셨고 나는 김치찌개 향이 무척 좋다고 말했다. 엄마 왜이러지? 왜 유독 좋지? 오랜만이라 그런가, 아니면 날이 추워 그런가? 엄마는 오랜만이라 그런것 같다고 했다. 그리고 아침을 먹는데 진짜 완전 눈물나게 맛있는거다. 아침 저녁으로 정말이지 김치찌개의 향과 맛이 궁극에 달하는 날씨다. 나는 결국 국그릇에 남은 찌개를 들이마시고 출근했다. 만족스런 아침식사였다. 늘 그랬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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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와 2012-10-08 09: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니깐, '로맨스가 필요해2012'는 닭봉이였고, '시작은 키스'은 김치찌게였구나...
흑흑 미안해. ㅠ_ㅠ

다락방 2012-10-08 10:01   좋아요 0 | URL
아니, 레와님이 왜 미안해!! ㅎㅎ

그 드라마 본 다른 사람들도 다 재미있다고 하던데 못보는 내가 뭔가 까다로운거겠지. ㅎㅎ 나쁘진 않았는데 뭔가 자꾸 튕겨나가는 느낌이었어요. 몰입 불가의 드라마.
[시작은 키스]도 그렇게까지 좋지는 않았어요. 김치찌게 까지는 아니야. ㅎㅎㅎ

moonnight 2012-10-08 12: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치킨이 맛없기는 쉽잖은데 ㅠ_ㅠ 저도 일전에 집에서 후라이드치킨 시켰는데 덜 익은 게 와서 기가막혔던 적 있어요. 그나저나, 김치찌개 너무 맛있겠다. 배고파요. 흑흑. ㅠ_ㅠ

다락방 2012-10-08 13:39   좋아요 0 | URL
지금쯤은 식사 하셨을까요, 문나잇님?
저는 점심에 돼지목살김치찜을 먹었는데 완전 맛있어서 지금 나른해요. ㅎㅎㅎㅎ 문나잇님도 맛있는 점심 드셨기를 바랄게요.

치킨은 웬만해선 기본은 하는것 같은데 도니버거의 닭봉은 깜짝놀랄만한 맛이었어요. 어처구니가 없어서 화가나더라구요. 친구는 이거 들고가서 반품하자고 그러더라구요. ㅎㅎㅎㅎㅎ 그런데..내가 두개나 먹었잖아;; 이러면서 좀 난감해하고.. 하핫. 암튼 지상에서 가장 맛없는 닭봉 -_-

비로그인 2012-10-08 13: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정말 D.F.와 맞지 않았어요ㅜㅜ 프랑스의 우디앨런?흥!이었으니....

화제가 되는 드라마들을 호기심에서 한 번 보게 된다해도 지겨움, 답답함, 왜 저딴식으로 만들지? 시간아까워,등등의 생각이 들어 십분 이상 시청이 불가능해요. 그래서 이젠 아무리 화제가 된다한들 일부러 드라마를 찾아 보지는 않게 되었네요,ㅋ 드라마는 조미료가 많이 들어간 대중음식점의 식단 같다고나 할까요,ㅎ 누군가에겐 허기를 채워주고, 위로를 안겨줄 수도 있겠지만, 내 입맛엔 맞지 않는, 일부러 찾아가고 싶지는 않은,

다락방 2012-10-08 13:42   좋아요 0 | URL
아른님이 쓰신 리뷰 봤어요. 별 하나가 있길래 누군가 봤더니 아른님이더라구요! ㅎㅎ 저는 나름 괜찮았어요. 음..제가 기대한 것과는 좀 달랐지만 말예요. 제가 생각하는 섬세함은 이런 섬세함이 아니었는데(;;) 그렇지만 간혹 공감되는 부분들이 있어서 괜찮더라구요. 덕분에 잘 읽었습니다, 아른님.

네, 저도 제가 드라마를 잘 보지 못하는 사람이란 걸 알기 때문에 화제가 되든 안되든 안보는데요, 이 드라마는 친구가 재미있다고 파일을 준거라서요, 그걸 다운 받은 제 노력 때문에라도 억지로 보려고 한건데 역시나 삐끗 어긋나네요. 맞아요. 조미료가 들어간 음식을 저도 싫어하는 건 아닌데, 이건 너무 조미료맛이 나서 불쾌한 그런 기분이에요. 집중이 안되고 저 역시 아른님 말씀처럼 시간이 무척 아까워요. 차라리 잠을 자겠다, 이 시간에 책을 읽겠다, 이런 생각이 절로 들지 뭡니까! 영..저랑은 맞지 않는 것 같아요. -_-

개인주의 2012-10-08 18: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피자집사이드메뉴로 나온 닭봉이 냄새가 나서 슬펐어요..ㅜㅜ;

다락방 2012-10-09 08:58   좋아요 0 | URL
닭봉이 맛없을 수도 있다는 사실을 새롭게 깨달았어요. ㅜㅜ

dreamout 2012-10-08 20: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닭봉이 뭔지 몰라서 검색해 봤어요. ㅋ

다락방 2012-10-09 08:59   좋아요 0 | URL
쉽게 만나실 수 있는 음식입니다. 버거킹에도 팔고 KFC, 롯데리아도 다 팔걸요? 도니 버거에선 드시지 마세요. -_-

blanca 2012-10-09 09: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닭봉이라는 줄 알고 ㅋㅋ 침 흘리려고 했는데. 김찌찌개 저 너무 너무 좋아해요. 그런데 가족들이 다 싫어해서 혼자 먹으려고 끓여야 해요--;; 아, 또 먹고 싶어요. 아, 아침부터 김찌찌개를 끓여주시는 엄마라니, 너무 부러워요. '젊고 밝고 몸 좋은' 임태경 버전에서 빵 터졌어요 ㅋㅋ

다락방 2012-10-09 12:48   좋아요 0 | URL
김치찌개를 싫어할 수도 있군요!! 상상이 잘 안되네요. 전 엄청 좋아하는데요. 소주랑 마셔도 진짜 대박이잖아요!! (뭐래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남자는 젊고 밝고 활력이 넘치는게 진리죠!! ㅎㅎㅎㅎㅎ

치니 2012-10-09 14: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나도 시작은키스 책 읽을래요! 전 영화도 사실, 유쾌한 부분보다 슬프고 어두운 부분에 더 이끌렸드랬어요. 아마도 제가 예술작품에서 제일 좋아하는 코드가 '어둡고 슬픈데, 유머가 적재적소에 들어가서 눈물 머금고 웃게 한다' 인 듯. 이 영화가 그랬어서 참 좋았어요.
도니 버거는 혹시, 형돈이가 하는 거?

다락방 2012-10-09 14:16   좋아요 0 | URL
영화를 먼저 봐서 그런지 책에서 설명하는 장소들이 막 잘 그려지더라구요. 전 책도 나름 괜찮았어요. 영화도 무척 좋았지만. ㅎㅎ

도니버거는 네, 형돈이가 하는거. 수제버거라는데 햄버거집 들어가자마자 정육점 온 것처럼 고기 냄새 쩔어서 확 짜증나거든요. 그런데 심지어 닭봉은 맛없기까지 해요. -_-
그런데 생맥주도 팔고 바깥에서 마실 수도 있어서 종종 2차로 갈 것 같긴해요. 닭봉 안시키고 감자칩 시키면 되니까.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윤보인의 『뱀』을 읽다보면 김이설이 떠오르고, 박연준이 떠오르고, 김사과가 떠오른다. 그들 사이의 어디쯤, 을 작가가 노린것 같지는 않은데, 그러나 윤보인은 그들 사이의 어딘가에 있는 것 같다. 김이설의 고발성을 가졌고 김사과의 하드코어를 가졌다. 그런데 박연준같은 아련한 슬픔도 있다. 윤보인의 책속에서 외로운 사람들은 외로움을 극복하지 못하고 비참한 사람들이 비참함을 극복하지 못한다. 그들에게 희망은 저 멀리 있는 것. 해피엔딩은 그들에게 생소한 단어. 만약 내가 일본 소설인 '가네하라 히토미'의 『뱀에게 피어싱』을 읽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이 책, 『뱀』은 끔찍할 정도로 하드코어인 건 아니다. (하드코어를 좋아한다면 이 세상에 '뱀에게 피어싱'만한건 없다고 생각한다. 의미는 없는 하드코어였다고 생각한다.)


이 책에 실린 첫 단편 「뱀」에서 주인공의 외로움보다 내게 더 끔찍하게 느껴졌던건 어항에서 키우던 뱀이 없어진걸 발견하게 된 순간이다. 허물을 벗고 탈출한 뱀. 으악, 그 뱀이 어디로 간걸까. 난 절대로 뱀을 키우지 않겠어. 엊그제 만난 친구가 키우던 개구리가 밤사이 어항을 탈출한것을 여동생이 잡아서 다시 넣었다고 한 말도 생각났다. 으악. 난 개구리도 안키울거야. 일전에 '무라카미 류'의 소설에서 악어를 애완용으로 키우다가 너무 커져서 차 트렁크에 싣고 달리던 장면도 생각났다. 난 악어도 안키우겠어!



뱀 
악취 
줄 
일요일 
꼽추의 장례식 
바실리 사원 
살풀이춤 



이 책에는 총 여섯편의 단편이 실려있는데 나는 어젯밤 네 번째 단편인 「꼽추의 장례식」까지 읽었다. 그리고 책장을 덮고 생각했다. 단편은, 어떻게 읽어야 할까? 단편도 짧지만 하나의 이야기인데, 그 단편을 한 편 씩 읽어야 되는게 아닐까? 나는 항상 단편집을 한 권의 책으로 대하고 손에 잡으면 다 읽었기 때문에 많은 단편들의 내용이 기억나지 않는게 아닌가. 그래서 단편은 기억날만큼 강렬해야 하는게 아닌가. 그렇게 읽었어도 피츠제럴드는, 로맹 가리는, 줌파 라히리는 여전히 기억나잖아. 윤보인의 단편들은 강렬하니 한 권을 다 읽어도 되지 않을까? 아니, 그걸 떠나서 이건 한꺼번에 주루룩 다 읽어내기엔 좀 벅차. 이것들을 단숨에 다 읽는건 내가 나한테 좀 못할짓인것 같아. 하루에 한 편씩만 읽어도 충분히 우울해지는데 이걸 죄다 읽자고? 어림없는 소리. 네 편이면 선방했어. 그만둬. 그리고 이건, 그러니까 나머지 두 편은 나중에 한 편, 그리고 또 나중에 한 편 읽도록 하자. 그렇게 나는 책장을 덮고 침대에 책을 두었는데, 그건 베개 옆이었다. 그리고 표지를 물끄러미 보다가 화장대 의자 위로 책을 치워놨다. 꿈에 뱀 나오면 어떡해.



책을 치웠기 때문인지 꿈에 뱀이 나오지는 않았다. 대신 꿈에 나는 갈비를 데웠다. 그리고 약한불로 데워, 약한불로, 라고 잠꼬대를 하다가 내 잠꼬대 소리에 놀라 깼다. 갈비는 약한불로.



자, 다시 단편에 대해 얘기해보자면, 나는 며칠전부터 피츠제럴드의 「리츠호텔만 한 다이아몬드」를 읽고 싶었다. 분명 일전에 펭귄클래식에서 나온 단편으로 읽었는데 어째서 기억나지 않을까? 리츠호텔만큼 큰 다이아몬드 얘기는 당연히 아닐테고, 그것은 상징이나 은유일테지, 어떤 내용인지 다시 읽어보자 싶어서 민음사의 단편을 꺼내들었다.


















아, 그런데 리츠호텔만 한 다이아몬드는 상징이나 은유가 아니었다. 정말 그런, 그토록 큰 다이아몬드였다. 일전에도 피츠제럴드의 단편 「낙타의 뒷부분」을 읽고, 정말 낙타의 뒷부분의 얘기라며 놀라서 페이퍼를 썼던 기억이 나면서, 그래, 피츠제럴드는 정말 그것에 대해 얘기했었지! 하는 생각이 드는거다. 자, 보자.



존이 열심히 말을 이었다. "다이아몬드도 있었어. 신리처 머피네 집에는 호두만 한 다이아몬드가 있는데 ‥‥‥."

퍼시가 몸을 앞으로 기울이더니 목소리를 낮춰서 속삭였다. "그건 아무것도 아니야. 정말 아무것도 아니지. 우리 아버지한테는 리츠칼튼 호텔보다 더 큰 다이아몬드가 있는걸." (p.136)



아, 정말 그런 다이아몬드에 대한 얘기였어. 정말 큰 다이아몬드에 대한 얘기. 이 단편의 등장인물인 존이 시골에서 보스턴의 명문학교로 진학하는 얘기는 선명히 기억났다. 맞어, 이건 읽은 기억이 있어! 그런데 왜 정말 저렇게 큰 다이아몬드에 대한 얘기는 전혀 기억나지 않을까. 자, 다시 다이아몬드.



존이 한숨을 내쉬었다. "이건 침대야, 아니면 구름이야? 퍼시, 네가 나가기 전에 사과하고 싶어."

"왜?"

"네가 리츠칼튼 호텔만 한 다이아몬드가 있다고 말했을 때 의심했던 거." (p.145)



나도 의심했다. 그러니까 어떤 허영의 표시이지 정말로 그렇게 큰 다이아몬드가 있을거라고는(아무리 소설이라도!) 생각하지 않았다. 나도 퍼시를 의심했다. 퍼시에게 미안하다고 말하고 싶다. 뭐, 결과적으로 보자면 퍼시가 존에게 미안하다고 오백 번 사과해도 모자라지만. 아니, 사과 따위로 될 일이 아니지만.





요즘 나의 남동생은 '하림'의 「출국」이란 노래에 뒤늦게 푹 빠져있다. 어제와 오늘, 생각난김에 친구들과 그 노래를 주고 받으며 하림에 대한 이야길 했다. 한 친구는 이 노래를 들을때마다 자기는 미친다고 했다. 출국도 좋고 같은 앨범에 실린 난치병도 좋다고. 나는 하림이 [ven] 이란 그룹으로 활동했던 시절의 노래, 「키보다 큰 사랑」을 엄청 좋아한다고 했다. 맙소사, 그 말을 함과 동시에 나는 십년도 훨씬 더 전으로 돌아가 있었다.


그 노래를 처음 라디오에서 듣게 될 당시의 나는 대학 4학년이었고 편의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었다. 그리고 거기서 재수생 남자아이와 사랑에 빠졌다. 그때까지만 해도 연하를 어떻게 남자로 보겠느냐고 코웃음치며 다녔는데, 나는 그때 단단히 빠졌더랬다, 정말. 이런일이 내게 있을 수 있다니 놀라울 정도였다. 녀석은 편의점에 적힌 연락망을 보고 처음 아르바이트를 시작하겠다고 온 날 부터 내게 매일매일 전화를 걸기 시작했다. 시도 때도 없이 전화를 해서 나는 귀찮아 핸드폰을 꺼놓기도 했다. 다른 알바생들은 원래 알던 아이냐고 물었다. 나는 그렇지 않다고 답했다. 처음 본다고. 처음에 나는 그런 녀석이 귀찮고 싫었다. 몸에 딱 맞는 바지를 입고 다니는 것도 싫었고 그렇게 싫다는데도 들이대는게 싫었다. 그런데 어느틈엔가 녀석의 전화가 오지 않았던 날, 하루 종일 우울했다. 그래서 나는 문자를 보냈다. 오늘은 왜 전화 안해? 그 문자를 받자마자 녀석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내 전화 기다렸어? 라고. 그 때, ven  의 노래를 듣게 된거다.



사랑했었어 너 떠나지만 
함께한 시간 너라서 나 행복했어
이젠 슬픔만 남게 됐지만 
너때문이면 아파도 나 견딜거야
내 친구의 누나였던 너를 
처음 만나서 시작된 사랑
빨리 어른이(어른이) 되고 싶었어 (싶었어)
뭐든 널위해(널위해) 다해줄 내가 되도록
이별이(이별이) 먼저 오게 됐지만(됐지만) 
니가 있어서(있어서) 그때는 난 행복했어

*내 친구의 누나였던 너를 
누나라곤 한번도 부를수가 없었던거야
사랑했지만 내 전부였지만 
너보다 키도 큰 나였지만 
내 넓은어깨로 아무리 안아도 
언제나 너에겐 부족했겠지

너를 사랑해도 너의 어려움에도 
달려가 도울수 없었던 혼자서 
울어야 할 시간들이 더 많던 사랑이야
사랑해~~~

널 사랑해 세상 누구에게도 
너라고 말할수 없었던 웃음에 
가려진채 잊혀질 내사랑을 너만은 
너만은 기억해줘 

나의 사랑을



아, 나는 이 노래를 들으면서 이 노래속의 주인공이 되었다. 내내 입에 달고 다녔다. 그런데 내가 이 노래를 들었던 대학 4학년때도 이 노래는 몇년전 발표된 노래였던지라 내가 간 레코드샵에서 이 앨범을 구할 수가 없었다. 그 때의 나는 시디가 아닌 테입을 들으며 다녔다. 보다못한 친구가 자신의 동네에 있던 허름한 레코드 가게를 찾아가 다행히 하나 남아있던 테입을 사다 내게 주었었다. 오늘 다시 이 노래를 찾아듣는데, 하아- 






몇 년 전, 그러니까 대학을 졸업하고 직장을 다니고 다시 다른 직장으로 옮겨서도 꽤 오래 근무했을만큼 그때로부터 오래된 후에, 녀석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엄청나게 오랜만이라 우리는 반갑게 통화를 했는데, 녀석은 내게 말했다. 

그때, 너도 나 좀 좋아하긴 했어? 

나는 녀석에게 당연하지, 그렇게 매일 전화하는데 어떻게 안좋아해, 라고 답했다. 그러자 녀석은 '그러면 지금 다시 매일 전화하면 우리 잘 될 수 있어?' 라고 하는거다. 나는 아니라고 말했다. 그렇진 않다고.


아, 이게 다 하림 때문이야. 방금전에, 오전 09시 40분. 나는 충동적으로 까페로 달려가서 생크림이 얹어진 뜨거운 커피를 사왔다. 생크림을 좀 더 넣어달라고, 많이 좀 넣어달라고 컵의 뚜껑을 닫기전에 말했다. 지금은 이걸 꼭 마셔야겠다는 생각 뿐이었다. 생크림이 눈앞에 둥둥 떠다녔다. 아, 원래는 제목을 [단편을 읽는 방법]으로 하고 문학적인 페이퍼를 쓰고 싶었는데, 이게 뭐람.


다 하림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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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10-05 10:3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2-10-05 10:52   URL
비밀 댓글입니다.

blanca 2012-10-05 12: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그 리츠호텔만한 다이아몬드 저도 읽었어요 ㅋㅋ 굉장히 특이했던 작품이었던 것 같은데 내용은 잘 기억이 나지 않네요. 생크림 얹은 커피는 역시 커피 지름신을 부르네요^^ 다락방님이 러브 스토리는 언제나 들어도 달달해요. 생크림보다 더요

다락방 2012-10-05 17:26   좋아요 0 | URL
네, 블랑카님. 굉장히 특이하고 섬뜩한 작품이에요. 그 엄청나게 부자인 집에 친구를 초대해서 다이아몬드 산을 보여주고 대신 그 말이 밖에 새지 않도록 그들을 나중엔 가두거나 죽여버리죠. 어떻게 이 이야기가 그렇게 전개될 수 있는지 새삼 피츠제럴드에게 감탄했지 뭐에요!!

달달한 부분만 적어서 달달하지, 저 뒤는 아주 썼답니다. 흑흑 ㅠㅠ 내게 사랑은 너무 써~♪

테레사 2012-10-05 13: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근데 다락방님, 다락방님은 주로 언제 이런 글을 쓰세요? 진짜 부지런하시고, 기억력 좋으시고, 문장력도 짱!!

다락방 2012-10-05 17:49   좋아요 0 | URL
저는 주로 사무실에서 근무시간에 직장 상사의 눈치를 봐가며 다다다닥 씁니다. 뭔가 생각나면 긴 글이어도 쓰는데 시간이 걸리지는 않아요. 다다다닥 쓰면 되니까ㅎㅎ 부지런하기 보다는 근무시간에 딴짓을 하고 있...............인용문은 책 봐가면서 쓰는거니 기억력은 패쓰고, 음, 문장력은 .. 어디...가 좋다는 건지 모르겠지만 어쨌든 칭찬 들으니 짱 좋네요!! 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당고 2012-10-05 16: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전 다른 소설집에서 윤보인의 <악취>를 읽고 충격받았더랬어요. 저한테는 좀 강렬했나 봐요. 흠-

다락방 2012-10-05 17:52   좋아요 0 | URL
우앗, 저 악취를 빼놓고 읽은 것 같아요! 어떻게 건너뛴거지? 오늘 집에 가서 책을 다시 봐야겠어요. 바로 [줄]로 넘어갔는데..

유부만두 2012-10-05 16: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에게 하림은 그저...닭;;;;

다락방 2012-10-05 17:53   좋아요 0 | URL
ㅎㅎ 저도 아까 제가 알고 있는 정보가 맞나 싶어서 검색창에 하림 쳤더니 닭이 먼저 뜨더라구요. ㅋㅋㅋㅋㅋ

가연 2012-10-05 22: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적극적인 재수생이네요. 근데 나이차가 쫌..ㅎㅎ 대학교 4학년과 재수생이면 한 4살 차이나지 않나요? 제 친구 중에 그 정도 나이차보다 조금 더 심했던가 덜했던가 어쨌든, 그렇게 사귀고 있는 아이가 있는데 여자애가 나이가 어린 쪽이에요. 그런데 풋풋하기는 한데 싸우기도 많이..ㅎㅎ 저야 그저 부럽.. 지만, 아아니, 그게 아니라 어쨌든 먼 훗날의 이야기보다는 사귈때의 이야기가 궁금해지구먼요

다락방 2012-10-06 12:23   좋아요 0 | URL
나이차는 세 살이었어요. 저는 스물셋 그 친구는 스물. 이건 뭐 나이차 나는것도 아닌 것 같은데요? 실제로 띠동갑으로 나이많은 남자를 만나보기도 했고 네 살 어린 남자를 만나보기도 했는데 남자와 여자가 만나서 생길 수 있는 문제들이 생기는거지 나이는 크게 장애가 되거나 불편하진 않은것 같아요. 전 누굴 만나든 별로 싸우면서 사귀는 스타일이 아니거든요. 자주 싸웠다는 친구는 다른 사람을 만나도 자주 싸울것 같은데요? 그건 나이들고 이별과 사랑을 반복하면서 점차로 나아지겠지만, 사람 성향문제인 것 같아요.

다 지나가버린 일이라거나 다가올 일들에 대한 얘기는 부담없이 할 수 있지만 진행중인 얘기는 좀 하기 어려운 것 같아요. 그건 엄청나게 (제 개인적으로는)오글거리는 일이에요. ㅎㅎㅎㅎㅎ

크크크 2013-06-13 21: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덕분에 이 노래 듣네여... 감사여...

제이제인 2015-01-27 13: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아...저와 비슷한 추억을 가지고 계시네요

물론 전 반대의 남자역할이였지만 ㅋ

하림을 좋아해서 틴휘슬이란 악기도 접해보고 ㅎㅎ 키 보다 큰 사랑에 푹빠져 살았던

그때가 생각나네요
 

사람들은 저마다 다른 생각을 하고 산다. 저마다 다른 사람을 사랑한다. 저마다 사랑에 대해 내리는 정의가 다르다. 한 사람을 보는 시선도 다르며 하나의 사건을 놓고 대응하는 법도 다르다. 다른 사람들이 나랑 다르다고 생각은 하면서도 때로는 그걸 받아들이기가 쉽지는 않다. 그건 사랑하는 사람에 대한 태도도 마찬가지. 만약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훗날 나를 괴롭히는 사람이 되었다면, 나는 그런 그 사람이 아니라 내 자신을 원망할 수 있을까? 그러니까 그런 사람을 사랑한 내 탓이라고? 포악하고 사납고 괴팍한 그 사람의 탓을 하지 않을 수 있을까? 그러니까 그 사람을 혹여라도 사랑한 적이 있다면?


"아담, 난 가끔 아내 때문에 죽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해. 하지만 그게 아내 책임이라고 할 수 있을까? 어쨌든 내가 아내를 찾은 거잖아. 안 그래?"
"무슨뜻이에요?"
"우리는 우리가 만날 사람을 찾아내. 안 그래?"
그가 멍한 표정으로 시든 장미 꽃잎 몇 장을 뜯어냈다. (pp.194-195)

그는 아내로부터 학대를 당한다. 아내의 사상은 그가 가진 생각과 저 멀리 떨어져있다. 그는 아내 때문에 얼굴에 온통 멍이 들기도 한다. 그러나 처음, 그가 아내를 선택한거다. 그러므로 그는 아내의 탓을 할 수 없다고 말한다. 그가 멍한 표정으로 시든 장미 꽃잎을 뜯어냈다면, 나는 남자의 이 말, -아내의 책임이라 할 수 없다, 아내를 찾은건 자신이므로- 때문에 멍해졌다. 정말 그런가? 정말?


아니, 그런데, 우리는 우리가 만날 사람을 결국은 찾아내는걸까? 진짜?

















이미 세상 사람들이 숱하게 말하여왔던 걸 또 말하고자 한다면 그 사람은 색다르게 진부하지 않게 아주 잘 말하여야 한다. 작가는 나치를, 게토를 이 소설의 소재로 삼았다. 이미 비극인 역사적 사건을 소설의 소재로 삼고자 한다면, 일단 작가는 그 소재 자체에 빚을 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고 일전에도 나는 『사라의 열쇠』를 읽으며 생각한 적이 있었더랬다. 이 소설, 『아담의 사라진 여인』은 그 소재를 가지고 '더 특별한' 이야기를 만들어 내진 못했다고 생각한다. 그렇지만 '더 재미없는' 이야기도 아니다. 생각하고 기대했던 딱 그만큼의 이야기를 풀어내고 있다. 주인공 에드워드가 자신의 작은 할아버지인 아담의 일기장을 발견하고 그렇게 두 개의 이야기가 진행된다는 것 때문일까, 나는 읽으면서 내내 '니콜 크라우스'의 『사랑의 역사』가 생각났다. 물론, '티티아나 드 로즈네'의 『사라의 열쇠』도 생각났고. 어쨌든 이 소설은 특별하진 않다. 


그러나 사랑에 대한 에다의 관점은 충분히 공감할만하다. 상대가 나를 사랑하지 않아도 사랑, 그 자체에 건배를 외칠 수 있는 바로 그 자세.


"안나에게 건배, 사랑에 건배."
"안나도 나를 사랑하는지는 전혀 몰라요."
"아니라면 뭐 어때? 네가 사랑하잖아. 내가 언제나 사랑의 응답을 기다리는 사람이었다면 얼마나 많은 사랑을 포기해야 했을까? 아담, 네가 사랑하잖아. 사랑에 건배!" (pp.214-215)


그러고보니 나 역시 그랬다. 응답을 받지 못해도 그 사랑을 포기하지 않았더랬다. 그 사랑은 사랑 그 자체로 존재하고 있었던거다. 반드시 내가 주는만큼 받는 사랑이 아니라도, 내가 누군가를 사랑할 수 있다는 것, 그 자체만으로도 술잔을 높이 들어올리기엔 충분하지 않은가. 사랑은 주는 만큼 받아서, 우리가 서로가 서로에게 사랑한다고 속삭이기 때문에, 그래서 존재하는 건 아니니까. 사랑은 사랑 그 자체로 경탄할만한 감정이 아닌가. 누군가를 사랑할 수 있다는 것 만으로도 기쁨이 아닌가. 그래, 아담, 너의 사랑에 건배. 물론 나는 이 책을 통틀어 아담을 좋아할 수는 없었지만.


아담은 안나를 사랑한걸까? 잘 모르겠다.


"안나가 나를 바라보면, 잠시 내가 아무것도 아니라는 ‥‥‥ 아니, 내가 아주 크게 느껴져요. 너무 거대해서 스스로를 볼 수 없다는 생각이 들지요. 그럴 때 나를 다 비출 수 있는 거울은 존재하지 않아요. 잠시 내 안에 온 세상이 들어오는 느낌이에요. 대륙과 산맥과 바다와 강들 ‥‥‥. 그리고 내 안에서 수백만 마리 새들이 하늘로 날아오르지요." (p.246)


이게..사랑이라고?



오늘 점심은 해물볶음우동이었다. 사무실로 배달을 시켜서 먹고 있었는데, 아, 젠장, 그 안에 들어있던 홍합을 건져내다가 나의 핸드폰에 그 홍합을 떨어뜨렸다. 살짝 열려있던 홍합 사이로 볶음우동의 국물이 쏟아져나왔고 핸드폰은 금세 시뻘게졌다. 냅킨으로 헐레벌떡 닦아내긴 했지만, 흑, 앞으로 전화 통화 할 때마다 전화기에서 홍합 냄새가 나는건 아닐까. 해물볶음우동의 양념 냄새가 나는건 아닐까. 나는 손병신인가. 왜 그걸 핸드폰 위로 떨어뜨린걸까. 물론 아주 잠깐, 이 참에 다른 핸드폰으로 바꿔? 하는 생각을 했다. 약정이 20개월도 넘게 남았는데! 

아..

미친 약정.. 난 약정이 진짜 싫어.



아, 연휴 후유증인가(라고 해봤자 나는 2일에 출근했지만). 도무지 일에 집중이 되질 않는다. 그나마 내일이 금요일이라는게 기쁨. 조금만 더 견디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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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주의 2012-10-04 15: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약정 약10일 남았습니다. 그 휴대폰은 2Gㅋㅋ
바꿔도 될텐데 이상한 집착같은게 생겨서 그냥 쓰고 있습니다.^^
가끔은 스마트 아니라서 다행같단 생각도 하면서요.

사랑이 뭘까.
저는 외수할아버지랑영자씨가 말하는 전우애가 와닿아요.ㅎㅎ


다락방 2012-10-04 15:56   좋아요 0 | URL
저도 2G 였다면 바꿀 생각 아예 안하고 집착을 보였을 듯 ㅎㅎ 그런데 이미 4G 라서 집착이 안생기네요. 지금 핸드폰은 무척 마음에 들어요. 얼마전에 액정필름을 유광으로 바꿨더니 갑자기 분위기가 바뀌었고 바탕화면도 바꿨더니 막 이뻐져서 ㅎㅎㅎㅎㅎ 우아 이쁘다 이쁘다 이러면서 초만족하고 있어요. 그런데 이쁘다고 막 혼자 감탄한 지 이틀만에 음식물을 떨어뜨린 겁니다. -_-

사랑이 뭘까. 전우애..라. 흐음. 사랑은 일단, 언제고 사라지는 것 같아요. 변하는 것, 사라지는 것. 그게 사랑인 것 같습니다.

레와 2012-10-04 17: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랑은.. 점점 더 모르겠어요. 더 복잡해지고 어려워지는게 사랑.

난 목요일이 제일 좋아요! 내일이 금요일이라..ㅋㅋ
퇴근합시다!

다락방 2012-10-04 17:27   좋아요 0 | URL
사랑은...없는 것 같어. -0-

여섯시 되야 퇴근하죠. 벌써 퇴근할라고? 날나리..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