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저마다 다른 생각을 하고 산다. 저마다 다른 사람을 사랑한다. 저마다 사랑에 대해 내리는 정의가 다르다. 한 사람을 보는 시선도 다르며 하나의 사건을 놓고 대응하는 법도 다르다. 다른 사람들이 나랑 다르다고 생각은 하면서도 때로는 그걸 받아들이기가 쉽지는 않다. 그건 사랑하는 사람에 대한 태도도 마찬가지. 만약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훗날 나를 괴롭히는 사람이 되었다면, 나는 그런 그 사람이 아니라 내 자신을 원망할 수 있을까? 그러니까 그런 사람을 사랑한 내 탓이라고? 포악하고 사납고 괴팍한 그 사람의 탓을 하지 않을 수 있을까? 그러니까 그 사람을 혹여라도 사랑한 적이 있다면?


"아담, 난 가끔 아내 때문에 죽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해. 하지만 그게 아내 책임이라고 할 수 있을까? 어쨌든 내가 아내를 찾은 거잖아. 안 그래?"
"무슨뜻이에요?"
"우리는 우리가 만날 사람을 찾아내. 안 그래?"
그가 멍한 표정으로 시든 장미 꽃잎 몇 장을 뜯어냈다. (pp.194-195)

그는 아내로부터 학대를 당한다. 아내의 사상은 그가 가진 생각과 저 멀리 떨어져있다. 그는 아내 때문에 얼굴에 온통 멍이 들기도 한다. 그러나 처음, 그가 아내를 선택한거다. 그러므로 그는 아내의 탓을 할 수 없다고 말한다. 그가 멍한 표정으로 시든 장미 꽃잎을 뜯어냈다면, 나는 남자의 이 말, -아내의 책임이라 할 수 없다, 아내를 찾은건 자신이므로- 때문에 멍해졌다. 정말 그런가? 정말?


아니, 그런데, 우리는 우리가 만날 사람을 결국은 찾아내는걸까? 진짜?

















이미 세상 사람들이 숱하게 말하여왔던 걸 또 말하고자 한다면 그 사람은 색다르게 진부하지 않게 아주 잘 말하여야 한다. 작가는 나치를, 게토를 이 소설의 소재로 삼았다. 이미 비극인 역사적 사건을 소설의 소재로 삼고자 한다면, 일단 작가는 그 소재 자체에 빚을 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고 일전에도 나는 『사라의 열쇠』를 읽으며 생각한 적이 있었더랬다. 이 소설, 『아담의 사라진 여인』은 그 소재를 가지고 '더 특별한' 이야기를 만들어 내진 못했다고 생각한다. 그렇지만 '더 재미없는' 이야기도 아니다. 생각하고 기대했던 딱 그만큼의 이야기를 풀어내고 있다. 주인공 에드워드가 자신의 작은 할아버지인 아담의 일기장을 발견하고 그렇게 두 개의 이야기가 진행된다는 것 때문일까, 나는 읽으면서 내내 '니콜 크라우스'의 『사랑의 역사』가 생각났다. 물론, '티티아나 드 로즈네'의 『사라의 열쇠』도 생각났고. 어쨌든 이 소설은 특별하진 않다. 


그러나 사랑에 대한 에다의 관점은 충분히 공감할만하다. 상대가 나를 사랑하지 않아도 사랑, 그 자체에 건배를 외칠 수 있는 바로 그 자세.


"안나에게 건배, 사랑에 건배."
"안나도 나를 사랑하는지는 전혀 몰라요."
"아니라면 뭐 어때? 네가 사랑하잖아. 내가 언제나 사랑의 응답을 기다리는 사람이었다면 얼마나 많은 사랑을 포기해야 했을까? 아담, 네가 사랑하잖아. 사랑에 건배!" (pp.214-215)


그러고보니 나 역시 그랬다. 응답을 받지 못해도 그 사랑을 포기하지 않았더랬다. 그 사랑은 사랑 그 자체로 존재하고 있었던거다. 반드시 내가 주는만큼 받는 사랑이 아니라도, 내가 누군가를 사랑할 수 있다는 것, 그 자체만으로도 술잔을 높이 들어올리기엔 충분하지 않은가. 사랑은 주는 만큼 받아서, 우리가 서로가 서로에게 사랑한다고 속삭이기 때문에, 그래서 존재하는 건 아니니까. 사랑은 사랑 그 자체로 경탄할만한 감정이 아닌가. 누군가를 사랑할 수 있다는 것 만으로도 기쁨이 아닌가. 그래, 아담, 너의 사랑에 건배. 물론 나는 이 책을 통틀어 아담을 좋아할 수는 없었지만.


아담은 안나를 사랑한걸까? 잘 모르겠다.


"안나가 나를 바라보면, 잠시 내가 아무것도 아니라는 ‥‥‥ 아니, 내가 아주 크게 느껴져요. 너무 거대해서 스스로를 볼 수 없다는 생각이 들지요. 그럴 때 나를 다 비출 수 있는 거울은 존재하지 않아요. 잠시 내 안에 온 세상이 들어오는 느낌이에요. 대륙과 산맥과 바다와 강들 ‥‥‥. 그리고 내 안에서 수백만 마리 새들이 하늘로 날아오르지요." (p.246)


이게..사랑이라고?



오늘 점심은 해물볶음우동이었다. 사무실로 배달을 시켜서 먹고 있었는데, 아, 젠장, 그 안에 들어있던 홍합을 건져내다가 나의 핸드폰에 그 홍합을 떨어뜨렸다. 살짝 열려있던 홍합 사이로 볶음우동의 국물이 쏟아져나왔고 핸드폰은 금세 시뻘게졌다. 냅킨으로 헐레벌떡 닦아내긴 했지만, 흑, 앞으로 전화 통화 할 때마다 전화기에서 홍합 냄새가 나는건 아닐까. 해물볶음우동의 양념 냄새가 나는건 아닐까. 나는 손병신인가. 왜 그걸 핸드폰 위로 떨어뜨린걸까. 물론 아주 잠깐, 이 참에 다른 핸드폰으로 바꿔? 하는 생각을 했다. 약정이 20개월도 넘게 남았는데! 

아..

미친 약정.. 난 약정이 진짜 싫어.



아, 연휴 후유증인가(라고 해봤자 나는 2일에 출근했지만). 도무지 일에 집중이 되질 않는다. 그나마 내일이 금요일이라는게 기쁨. 조금만 더 견디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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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주의 2012-10-04 15: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약정 약10일 남았습니다. 그 휴대폰은 2Gㅋㅋ
바꿔도 될텐데 이상한 집착같은게 생겨서 그냥 쓰고 있습니다.^^
가끔은 스마트 아니라서 다행같단 생각도 하면서요.

사랑이 뭘까.
저는 외수할아버지랑영자씨가 말하는 전우애가 와닿아요.ㅎㅎ


다락방 2012-10-04 15:56   좋아요 0 | URL
저도 2G 였다면 바꿀 생각 아예 안하고 집착을 보였을 듯 ㅎㅎ 그런데 이미 4G 라서 집착이 안생기네요. 지금 핸드폰은 무척 마음에 들어요. 얼마전에 액정필름을 유광으로 바꿨더니 갑자기 분위기가 바뀌었고 바탕화면도 바꿨더니 막 이뻐져서 ㅎㅎㅎㅎㅎ 우아 이쁘다 이쁘다 이러면서 초만족하고 있어요. 그런데 이쁘다고 막 혼자 감탄한 지 이틀만에 음식물을 떨어뜨린 겁니다. -_-

사랑이 뭘까. 전우애..라. 흐음. 사랑은 일단, 언제고 사라지는 것 같아요. 변하는 것, 사라지는 것. 그게 사랑인 것 같습니다.

레와 2012-10-04 17: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랑은.. 점점 더 모르겠어요. 더 복잡해지고 어려워지는게 사랑.

난 목요일이 제일 좋아요! 내일이 금요일이라..ㅋㅋ
퇴근합시다!

다락방 2012-10-04 17:27   좋아요 0 | URL
사랑은...없는 것 같어. -0-

여섯시 되야 퇴근하죠. 벌써 퇴근할라고? 날나리..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