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은 순천행 기차를 탔다.
유시민이 간식으로 빵을 가져왔는데 김영하가 미국에서는 부동산 업자들이 집 팔 때 빵 굽는 냄새를 집안에 퍼지게 만든다고. 사람 마음을 뒤흔드는 글루텐 냄새? ㅎ

유시민 전방 군 생활 에피소드 : 대남방송에 대적하는 대북방송은 조용필 「단발머리」를 틀어 "뿅뾰뽕~와 뽕~뽕~♬" 밤새 나이트클럽 분위기로 만들었다고ㅋㅋ

KTX 유래에서 지하철 이야기로 화제가 자연스레 바뀌고... 유시민이 문제 냄. 유럽 최초 지하철은? 헝가리 부다페스트!(유희열 승~ㅋ) 이어 유시민이 1896년 헝가리 최초 지하철 M1 얘기하기 시작ㅋㅋ
헝가리 얘기하다 김영하는 예멘으로 옮겨가고 부르카를 쓴 여성 이야기를 하다가 뉴욕으로 또 옮겨갔다ㅎ 영어 레벨 테스트를 받아야 되는 당사자 여성이 율법상 외간 남자와 얘기할 수 없으므로 남편과 같이 온 일화를 들려줬다. 이 소재는 김영하 단편 「오직 두 사람」에 나온다.

 

 

순천 도착~
자동차로 이동하며 유시민이 베를린 차량 단속 이야기를 꺼내 공권력이 어느 정도 개입해야 하는가 말했고, 김영하가 프랑스 작가 프랑수아즈 사강 일화를 거론했다. 사강은 공항에서 마약 단속에 걸려 "나는 나를 파괴할 권리가 있다"란 유명한 말을 남겼고 김영하는 등단작 제목으로 썼지.

선암사 도착~
황교익: 대처승(가족이 있는 승)을 인정하는 태고종 사찰 선암사. 사찰 건축 안배는 대웅전을 중심으로 처마 끝선을 산자락에 맞추니 잘 보라고.
김영하: 조정래 선생이 대처승의 아들.



매실 수확철인 6월,『알쓸신잡』은 매화나무와 법정 스님 얘기로 풀었다.


"아무것도 갖지 않을 때 비로소 온 세상을 갖게 된다." _ 법정 스님 《무소유》


법정 스님이 좋아한 600년 된 매화나무 아래에서 유시민이 '성과 속'이 생기게 되는 메커니즘 술술~

 



점심으로 계절 별미 병어 등장~
그들이 돌아다닌 곳: 순천만 국가 정원(*한국 제1호 인공정원 있음), 순천문학관, 낙안읍성, 녹차밭, 순천만...
황교익 : 맛있는 꽃은 한련화

저녁은 꼬막 파티~
《태백산맥》 배경이 되기도 한 보성여관에서. (입장료 1000원, 숙박 가능. 우왕, 꼭 가봐야지!)
벌교읍 보성여관은 일본식 주택으로 근대문화유산 유적지 132호
황교익 : 《태백산맥》 때문에 벌교 꼬막이 유명해진 거라고.

 

 

 

 

 

 

《태백산맥》은 빨치산(파르티잔을 사납게 발음)을 처음으로 인간 대 인간으로서 바라본 소설.
김영하 : 조정래 작가 댁엔 필사 3부가 있다. 작가 본인, 아들, 며느리(출산 때문에 잠깐 멈추셨다는ㅎ;;)

 

김영하 : 필사란 극단적으로 느린 독서.

 

《무진기행》을 필사했다는 김영하. 필사 얘기에서 직업병 얘기로.
정재승이 가장 웃김 "저 말이 사실일까" 의심하게 된다고ㅋㅋ

 

 

 

 

 

그 유명한 유시민 「항소 이유서」 이야기 등장. '항소 이유서 쓰는 법' 짜잔~ㅋㅋ
14시간 소요. 미농지 써서 4장을 한꺼번에 써 초고로 끝내야 하므로 퇴고가 불가능한 상황.
그게 계기가 되어 글 쓰는 일로 밥 먹고 살 수 있겠다 생각. 그렇다. 「항소이유서」를 예문으로 쓰기도 한 《유시민의 글쓰기 특강》 책도 내셨지ㅎ

http://blog.aladin.co.kr/durepos/7501479

 

 

 

흥미진진 정재승 박사의 팩트 체크 시간~★
1. 육필원고와 디지털 글쓰기의 차이는 없다. 글을 쓰며 반추하는 과정이 중요한데 두 글쓰기 다 해당됨.
2. 한국은 상위 2%를 영재 교육하는 반면 미국은 상위 30%를 영재 교육해서 사회에 더 유익하다는 말도.
3. 정 박사는 똥과 화장실에 관심이 많다고. 11월 19일이 세계 화장실의 날(오늘 최고 알아두면 쓸데없는 소리ㅋㅋㅋ)
코끼리 똥으로 종이 만들기, 판다 똥으로 카드 만들기 얘기, 소개팅에서 채식주의자 여성에게 "(섬유질이 많으면 똥이 뜨니까) 니 똥이 뜨는지 보고 싶다" 얘기해 대차게 차이셨다고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4. 뇌과학자가 본 《무진기행》은 문제가 발생했을 때 남성의 전형적인 심리(외면, 회피)가 보인다고.
5. 인공지능이 인간을 지배할 확률은 원숭이가 타자를 쳐서 《햄릿》이 나올 확률.
인공지능에게 '지배욕'을 입력하기가 너무 어렵기 때문. 인간도 자신이 왜 욕망, 의식이 있는지 모르듯이.
예전에 내가 《하나일 수 없는 역사》 읽으며 인간의 지배욕이 가장 문제적인 거 같다고 한 게 일리 있었군!

http://blog.aladin.co.kr/durepos/9173430

 

 

유시민은 향교 다녀온 얘기를 하며 조선이 망한 이유가 집권자들이 다 군 면제여서 였다고. 김영하는 조선시대 군이 자비로 군복을 해 입었다면서 동대문 포목점이 그 시절부터 유래한 거라고. 아놔, 이 방송 진짜, 동대문시장 역사까지 나오다니ㅋㅋ


이번 회는 정재승과 김영하가 막상막하~

다음 주는 강릉!
벌써 기다려지네...


덧)

못 보신 분은 tvN에서 자주 재방송해 주므로 찾아가 보시길~

이렇게 재밌는 프로를 아직 못 봤을까 봐 알리는 차원에서 올림. 『알쓸신잡』 얘길 서재에 앞으로 더 올릴지는 여러분 의견에 따라 결정하겠음. 알쓸신잡 마니아가 되기로 한 이상 매 시청마다 이 정도 후기를 쓸 예정. 아~ 바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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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행복하자 2017-06-10 07:0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정재승씨가 호기심을 불러 일으켜요 ㅎㅎ 다음 편엔 어떤 시각으로 우리들을 빵 터트려줄까하고요~ 똥 이야기도 재미있었지만 지난번 이순신장군의 숨결편은 나름 감동이었거든요 ㅎㅎ

AgalmA 2017-06-11 16:41   좋아요 0 | URL
저도 매회 정재승 교수 등장을 기다립니다ㅎ 이순신 장군 숨결 얘기에 정재승 팬 됐습니다!

단발머리 2017-06-10 07:5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똥 이야기 진지 모드 재미있었어요^^
근데 제가 유작가님 좋아하다보니 ~~
오로지 유작가님^^
한 마디 한 마디가 넘 좋아요.
스물 여섯, 항소이유서 일필휘지가 진짜 가능한 겁니까? 진심 존경합니다ㅎㅎㅎㅎㅎ

AgalmA 2017-06-11 16:43   좋아요 0 | URL
유시민 작가는 걸어다니는 그러나 성질 있는 오디오북 같아요. ㅋㅋ
극한 상황이라는 버프도 있었을 테지만 그만큼 공부한 자의 내공이겠죠^^

2017-06-10 08:01   URL
비밀 댓글입니다.

AgalmA 2017-06-11 16:43   좋아요 0 | URL
여러 번 봐도 재밌어요^^ 예능 재방 안 보는데 이 프로는 필수ㅎ

오거서 2017-06-10 08:0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알쓸신잡 재방송도 챙겨서 봐야겠군요. 감사합니다! ^^

AgalmA 2017-06-11 16:55   좋아요 1 | URL
재방 보니 놓친 게 많더라고요. 그래서 재방으로 복습, 암기 차원차 후기를 남기려고 생각한 거죠^^

꼬마요정 2017-06-10 08:2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1편만 보고 아직 2편은 못 봤는데, 재미있었어요 ㅎㅎ 그냥 편한 분위기도 좋고 저 조합도 좋고.. 누군가는 대학서열이네 잘난체하네 하지만 전 좋더라구요. 별 탈 없이 오래가는 방송이면 좋겠어요 ㅎㅎ

AgalmA 2017-06-11 16:46   좋아요 0 | URL
여성 출연자 없다고 페미니즘 논란도 있던데 그 논점은 너무 멀리 나간 거 같아요.
네, 말씀처럼 오래 가는 프로가 되었으면 해요. 해외로 나가 해외작가편도 만들어주면 좋겠고요^^

북다이제스터 2017-06-10 09:4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어제 새벽 2시 재방송 봤는데요, 깨알 재미가 ..ㅋㅋ

AgalmA 2017-06-11 16:47   좋아요 0 | URL
책 소개 프로그램보다 알쓸신잡처럼 얘기 속에서 시시콜콜 해주는 게 더 좋은 듯^^

겨울호랑이 2017-06-10 09:4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AgalmA님은 ‘TV 리뷰‘라는 새로운 분야를 개척하신듯 ㅋㅋ. 리뷰 쓰려면 상당한 내용 복기가 필요할 것 같아요. TV가 없는 제게 유용하네요. 감사합니다^^:

AgalmA 2017-06-11 16:54   좋아요 1 | URL
tvn은 회원가입만 하면 별도 이용요금없이 인터넷 무료 실시간 시청되는 데요. 알쓸신잡 인기 때문에 검색만 쳐도 바로 볼 수 있는 녹화들도 많이 돌아다니고요. 빠져나갈 수 없다ㅎㅎ
금요일 밤 9:50분 첫 재방은 프로 끝난 1시간 뒤 00:50분 잊지 마세요ㅋ

제 기억의 오류도 있어서 재방을 필수로 봐야 합니다. 왜 일을 이리 벌여서ㅠㅠ

겨울호랑이 2017-06-11 16:51   좋아요 1 | URL
ㅋㅋ 이런 가뜩이나 탄핵정국이후 뉴스 시청이 늘어서 고민이에요 ㅋ TV 유혹은 삼가해주시길요 ㅋㅋ

dys1211 2017-06-10 09:4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AgalmA님. 재미있고 진솔한 내용과 디지털 기술의 조화..감사합니다.^*

AgalmA 2017-06-11 16:51   좋아요 0 | URL
좋은 프로를 만들어주면 이런 피드백 당연한 거 아니겠습니까^^ 이 프로에서 책 소개도 많이 해 출판 시장에도 도움이 많이 되는 거 같아 더 좋은 듯^^

cyrus 2017-06-12 17:1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전체 촬영 분량 중에 가장 많이 나온 출연자가 유시민님일 것 같습니다. 편집 담당자가 편집하느라 꽤나 고생했을 것 같습니다. ^^;;

AgalmA 2017-06-12 19:58   좋아요 0 | URL
1회 때는 아예 대놓고 자르더군요ㅎㅎ. 풀버전 번외편으로라도 다 보여 줬으면 좋겠는데^^

21세기컴맹 2017-06-14 19:2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 글이 티비보다 더 좋음, 에 판돈 다 겁니다. 재미있어요

AgalmA 2017-06-14 21:33   좋아요 0 | URL
즐겁게 읽으셨다니 좋네요^^ 판돈을 왜 이런데다 쓰시려고ㅎㅎ;
공부거리 많은 프로라 알쓸신잡 촘촘한 리뷰들 점점 늘어나리라 봅니다 :)
 

 

§

아직 새벽, 앞서 걸어가던 이가 내 인기척에 놀라 뒤돌아볼 때 속수무책 슬프다. 우리는 늘 두려워하지. 얄팍한 자신감도 빛 속에서나 가능했다
 
새들이 깨어나 노래하는 순간은 이상한 시작이다. 자신을 알리기 시작하는 때 창 너머 더 큰 신호가 어울렁거린다. 나는 건너편에서 아프게 본다. 이 몸으로 이 정신으로 건널 수 없는데 세상은 감당하기 어렵게 펼쳐져 있다. 왜 신을 육화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지를 생각한다.

 


 

5분도 되지 않아 그 풍경은 사라진다.  누군가에겐 시작이고 누군가에겐 끝이었으며 누군가에겐 아무 소용 없는  풍경. 그러나 바늘도 들어갈 수 없는 순간이었다. 내 기억은 너무 흔해서 구별되지 않아서 곧 가짜가 된다. 이해해 달라는 말은 비참하다는 말이다.

 

 

 

 

 

 "오늘 아침은 영원이 아니라서 가능하다"

 - 「얼음처럼」, 《영원이 아니라서 가능한》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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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6-06 09:1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06-07 19:23   URL
비밀 댓글입니다.

겨울호랑이 2017-06-06 10:4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페이퍼 제목에서 「캐리비안 해적」의 ‘세상의 끝에서‘를 연상하게 되네요.^^: 제 수준이 디즈니 수준인 것 같습니다.

AgalmA 2017-06-07 19:24   좋아요 1 | URL
겨울호랑이님은 글은 심각한 거 쓰시믄서 댓글은 개그ㅎ 반전매력입니까ㅋ

희선 2017-06-07 03:0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새벽에 멋진 풍경을 보셨군요 그 짧은 순간을 만나서 기분 좋았겠습니다 밤도 아니고 새벽인데 무서워하다니... 어두운 밤에 길을 걷는다면 차라리 아무도 없는 게 나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렇게 생각해야 한다니... 좋게 생각하면 괜찮지 않을까 싶습니다


희선

AgalmA 2017-06-07 19:26   좋아요 1 | URL
밤이든 새벽이든 늘 겪게 돼요. 그래서 밤엔 앞에 여성이 걸어가면 일부로 발걸음 쿵쿵대며 걸어요ㅎ; 세상이 점점 살벌해져서 안타까운 일이죠.

cyrus 2017-06-07 09:2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휴일은 영원이 아니라서 슬픕니다... 시간이 지나면 휴일이 다시 찾아오지만요.. ㅎㅎㅎ

AgalmA 2017-06-07 19:27   좋아요 0 | URL
cyrus님은 휴일있어도 책 파고 계실 거니까 큰 상관없지 않나요ㅎ;
 
정오의 희망곡 문학과지성 시인선 315
이장욱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06년 4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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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에는 지진의 전조가 있지만 잘 쓴 시에서는 그런 전조가 없다. 방심하고 있던 우리 생각에 언어의 도끼가 내리 꽂힌다.
가볍고 산뜻한 곡들을 주로 트는 아침 라디오 프로그램 음악 같은 1부를 읽고 2부로 접어들며 지형이 좀 달라지는군 하는 순간 나는 「지진」 시에서 크게 멈춘다. ˝누군가 하루 종일 生活에 대해 말하고 싶었는지도 모른다˝로 끝낼 줄 몰랐다. 그 말은 지진으로 인한 어떤 인생의 종말을 말한다고도 할 수 있지만, 한 번 시작된 生에는 수많은 여진이 몰려온다는 통찰도 함축되어 있다. 하필 生活만 한자로 씌어 있어 한글로 이뤄진 이 시에 강렬한 균열이자 지진의 근원처럼 작동한다. 김수영 시에서 한자가 그랬듯 이장욱 단어 배치 감각도 인정할 수밖에 없겠다. 나는 단어 비즈발을 걷으며 詩 스튜디오 속으로 더 깊숙이 걸어 들어간다.

「이탈」시를 만났다. ˝조그만 나사가 천천히 회전˝하는 찰나 속에 밤하늘의 별빛과 질주하는 택시와 천천히 고개를 숙이는 난과 잠에 빠져드는 너와 아직 추락하지 않는 선반이 이상한 목적으로 배치되어 있. 靜과 動의 운동성이 잘 느껴지는 시다. 나는 이쯤에서 드디어 알아챈다. 이장욱의 이 시집은 운동성의 즉흥연주가 되려 한다는 것을.
바로 이어지는 「잡담」에서는 분수처럼 흩어졌다 스며드는 ‘나‘가 있고 ‘손톱이 자라는 속도‘ 속에 수많은 것들이 스쳐 지나간다. 「불놀이야」  시에서는 ‘두 팔을 벌리고 불놀이야 아 아 아‘ 소리를 지르며 달려 나갈 것 같은 ‘나‘가 있다. 「식물성」 시는 어떤가. ˝최대한 빠른 속도˝, ˝이동˝, ˝중력˝, ˝슬로모션˝, ˝추락˝, ˝뻗어간다˝는 단어들이 모여 있다. 「아마도 악마가」 시에서는 ˝온몸이 지워질 만큼 빠르게 생각˝, ˝줄어드네˝, ˝미친 듯이 후진하는˝, ˝되돌아오는˝, ˝잠기자˝, ˝줄어들자˝, ˝날아다니겠지˝, ˝뒤로 걸었네˝가 우글거린다. 「만남의 광장」에서는 ˝다가오는˝, ˝올라가고˝, ˝이룩했는데˝, ˝모여들었다˝, ˝타타타 떠가는˝, ˝우주선처럼 떠오르자˝, ˝내리는˝, ˝사라지˝는 운동성의 파티다. 내 추측이 꽤 신빙성 있지 않은가. 이렇게 운동성에만 열중해서 시를 읽을 순 없지. 시가 다 사라지기 전에 시의 풍경에 다시 집중했다. 왜 이러한 운동성이 나와야 했는지 찾아야 한다. ˝나는 지구의 회전을 느낄 때가 있다˝(「복화술사」)고 말하게 된 건 ˝저 완벽한 균형이 지겹지도 않은가 봐˝ (「비열한 거리ㅡ코끼리군과의 통화」)란 생에 대한 환멸과 ˝그대에 대한 나의 중얼거림이 문득 물리적인 것들로 가득할 때˝ 만들어지는 궤적(「궤적」)에 대한 도취 때문이지 않았을까 짐작하자 2부가 끝난다.
3부에서도 스며들고 통과하고 질주하며 안되면 이륙이라도 해서 사라지고픈 염원으로 가득하다. ˝삼차원은 지겨워˝(「중독」)라고 말하며 어떤 내부도 지니지 않는 평면을 꿈꾼다. 그러나 무관한 것들은 서로를 통과하며 ˝한없이 환원˝( 「물질들」 , 「기하학적 구도 ) 된다.
˝그러므로 이상한 同感의 순간이 있다. 지금 누군가가, 내가 바라보고 있는 황혼을 바라보고 있다는 것. 나는 당황한다. 나는 황혼을 통해 내게 건너온 당신과 무관한 자. 황혼이란 항상 사소한 우연일 뿐.... (중략)... 침묵. 다시 돌아온다는 것. 침묵˝(「용의자」)
침묵에서 시작해 침묵으로 끝나는 음악처럼 이장욱 시들은 질주의 회귀를 멈출 수 없다. 겨냥할 수 있는 것들을 최대한 詩로 찌르고 지우며 이동해야 한다. ˝아무도 돌아보지 않˝고( 「괴물과 함께 톨게이트」) ˝아무도 고개를 돌리지 않˝지만(「확산」) ˝내가 말하는 속도는 속도가 아니라 나의 변신˝(「외계인 인터뷰」)이며, 음악이 음악을 통해야 완성되듯 언어는 언어를 통해야만 가능하기 때문이다.

시집 끝으로 올수록 시들은 심야방송 음악처럼 어두워진다. 이 시집 제목과 표제시 「정오의 희망곡」은 분리해서 볼 필요가 있다. 표제시는 『정오의 희망곡』이란 유명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정기적으로 흘러나오는 음악과 사연의 통속성을 떠올리게 하는 구성이다. 수록 시 중에 뽑아서 책 제목을 만들기 마련이지만, 이 시집은 결국 자신의 머리 위로 흘러가는 태양을 떼어내지 못하는 자의 끝나지 않는 읊조림이므로 ‘정오의 희망곡‘이 적확했다고 말하고 싶다. ‘희망‘에서도 중의적인 뜻을 살펴야 한다. 간절하지만 어렵기 때문에 우린 희망이라고 말한다. 희망은 절망이란 뒷모습을 갖고 있지 않던가. 끝을 알 수 없는 희망고문으로 시가 쓰인다는 걸 안다면 밝은 울림의 ˝정오의 희망곡˝이 반어적 표현이라는 것도 짐작할 수 있다. 결코 알 수 없고 결코 책임질 수 없으며 결코 도달할 수 없는 나라는 존재에게 보내는 서명으로도 딱이다. 아무리 써도 나는 받을 수 없으니 시인의 페르소나 같은 코끼리 군이 계속 등장할 수밖에 없는 이유이다. 내가 당신이 아무리 사라져도 코끼리 군의 엽서는 또다시 도착할 것이다. 사라지기 좋은 음악 같은 언어로. 


 

 To be Continu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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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다이제스터 2017-06-01 19:3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정오의 희망곡‘ 세대세요? ㅎㅎ

AgalmA 2017-06-01 20:35   좋아요 2 | URL
오다가다 스치듯 들어본 적은 있는데 그 방송 제대로 들어본 적은 없고요. 아직까지도 건재하더군요^^

북다이제스터 2017-06-01 20:45   좋아요 0 | URL
앗, 인도 문바이 다녀오셨어요?^^

AgalmA 2017-06-01 20:49   좋아요 1 | URL
네. 아주 오래 전에 유명한 타지마할, 바라나시에서 화장하는 장면, 아잔타 석굴, 붓다가 대오각성한 보리수, 동굴 단식 수행한 전정각산 두루두루 구경했지요^^

북다이제스터 2017-06-01 21:00   좋아요 1 | URL
역시, 인도는 반드시 다녀오셨을 것으로 짐작했습니다. 저도 예전 한 번 이름도 생각 안 나는 인도 시골 다녀왔는데요. 꼭 한 번 더 가보고 싶은 곳 입니다. ^^

AgalmA 2017-06-01 21:03   좋아요 0 | URL
저도 몇몇 시골을 기억하고 있는데 푸쉬카르와 특히 만두라는 곳이 좋았습니다. 하루종일 느긋하게 마을을 돌아다니기만 했죠. 만두에선 인도귀신한테 가위눌림 당하고 식겁-ㅁ-;;;

dys1211 2017-06-01 20:0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글에서 엄청난 내공이 느껴집니다. 부럽습니다.^*

AgalmA 2017-06-01 20:49   좋아요 1 | URL
내공은요^^; 좋아하니까 관심을 가지고 공부도 하다보니 제 관점을 가지고 보게 되는 정도죠^^;

겨울호랑이 2017-06-02 02:3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이장욱 시인의 시집 詩集 안의 시 詩들은 종합적으로도 의미를 가지는 것 같습니다. 시 한 수 안의 형태, 의미 등 모든 것이 시를 구성할 뿐 아니라, 시 들간의 조합 역시 의미가 있다는 것을 AgalmA님 리뷰를 통해 알게 되네요.^^:

AgalmA 2017-06-02 17:15   좋아요 1 | URL
그래서 시죠^^

2017-06-02 07:45   URL
비밀 댓글입니다.

레삭매냐 2017-06-02 16:4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대단하십니다.

전 사실 시하고는 인연이 없어서 말이죠.

오래 전에 한 번 가자미인가 하는 시를
읽었는데 시적 감수성이 없어서인지 시큰둥
하더라구요.

시를 좀 읽어야 할까요 ^^

AgalmA 2017-06-04 14:30   좋아요 0 | URL
ㅎ;
그런 감수성 차이 때문에 이과, 문과로 나뉘게 된 건지도 모르죠ㅎ
자기계발서라는 것도 있듯이 계발하기 나름 아닌가 합니다^^
 

타로카드 세트나 만들어 볼까. 귀찮아 먼저 죽을 거면서.
작년 12월부터 1일 1그림을 본격적으로 그리기 시작해 6개월에 접어들었다. 온라인에 올리지 않은 것까지 치면 40장 남짓 그렸다. 1일 1그림이 아니라 4.5일 1그림이라고 해야 할 판. 1년이 넘으면 100장이 넘으면 뭐가 얼마나 달라지게 될까. 나는 불만스럽게 오늘 그림을 바라본다. 꾸준히 하는 걸 칭찬할 수 없겠니. 읽은 책보다 적은 건 혼날만 하다.

마티스의 초상화를 보던 어느 부인이 여자의 팔이 너무 길다고 하자 마티스가 대답했다.
˝부인, 잘못 보셨습니다. 이것은 여자가 아니라 그림입니다. ˝ 마티스와 동시대인이며 화상이었던 다니엘 칸바일러(Daniel Kahnweiler)가 ‘회화는 환상의 대상이 아닌 기호로 바라보아야 하는 것‘이라고 쓴 것도 놀라운 일은 아니다.

ㅡ 2000년 2월, E. H. 곰브리치

 

 


기호에 익숙해지게 만들면서 다시 기호를 탈피하는 사고를 하라는 인간의 시스템은 참 괴이하다. 소위 진보, 발전, 진화의 메커니즘이기도 하겠다. 그렇다면 얼마나 많은 기호를 읽어 내느냐의 문제일까. 얼마나 적절한 기호를 읽어 내느냐의 문제일까. 둘 다에서 최대치로 얻고자 만든 게 인공지능이겠다. 바둑, 음악... 인공지능이 예술을 점령해오는 소식이 점점 자주 들려오고 있다. 사실 난 좀 기대된다. 인공지능 학문을 연구하는 건 인간이 하려나 인공지능이 하려나. 인공지능은 타로점 같은 거 보면서 내일의 운세 같은 거 안 볼 거 아냐. 꿈에서 본 영감 때문에 머리를 싸매고 글을 쓰며 운명에 삿대질을 한다거나 책 보다 갑자기 그림을 그리지도 않을 거고. 어찌 보면 요즘 사람들이 꿈꾸는 단순하면서 간소한 삶이다. 미니멀리즘과는 참 거리가 먼 인간이 미니멀리즘을 만든 것도 웃긴 일이지. 인공지능은 내일 아침엔 일어나서 평양식 냉면을 먹어야지 하는 생각도 안 하겠지. 내가 이 말하면 누군가 냉면을 먹고 싶어지리라. 그런 거지.

 

인공지능은 Slowdive처럼 재결성해서 22년 만에! 음반 내는 거 안할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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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5-31 09:01   URL
비밀 댓글입니다.

AgalmA 2017-06-01 20:24   좋아요 1 | URL
그렇게 말씀하시니 이누야사 여성 캐릭터와 좀 닮은 듯도^^;
˝시간의 신을 모시는 여자같은˝ 표현 멋지십니다^^b

겨울호랑이 2017-05-31 11:5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올리신 그림을 보니 타로 카드 중 ‘world‘ 카드와 비슷한 느낌이네요.^^: AgalmA님은 새벽부터 묘하게 긴장을 주는 음악을 들으시는군요. ㅋ

AgalmA 2017-06-01 20:28   좋아요 2 | URL
타로카드 좀 아십니까^^ 저는 인터넷으로 이런저런 종류 구경만 해 본 소인인지라 대단찮은 말은 못 드리겠어요ㅎ;
제가 슈게이징록, 앰비언트, 트립합 같이 불협적이면서도 긴장감 넘치는 음악들을 특히 좋아하거든요.

커피소년 2017-06-01 20:43   좋아요 2 | URL
아갈마님의 글과 겨울호랑이님의 댓글을 읽고서 과거에 읽었던 타로카드 관련 책을 다시 읽어봤습니다. 더 월드는 이름 자체가 밝아서 혹시 긍정적인 의미의 카드가 아닐까 생각했는데 맞았네요....ㅎㅎ

겨울호랑이 2017-06-02 02:41   좋아요 1 | URL
^^: 저 역시 타로 카드 잘 모르지만, 카드에서 풍기는 느낌이 ‘World‘ 느낌이었습니다. 김영성님 말씀처럼 ‘world‘카드는 긍정적인 카드입니다. 다만, 옷의 색이 검은 색이어서인지, 조금은 어둡게 느껴지네요. 저는 늦은 밤에는 곡명도 모르는 JAZZ 음악을 틀어 놓습니다..ㅋ

2017-05-31 16:2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06-01 20:2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06-01 17:48   URL
비밀 댓글입니다.

AgalmA 2017-06-01 20:33   좋아요 2 | URL
피안화를 정확히 알아 보셨네요^^
어쩐지 저는 그리고 싶은 대로 그리고 배치했을 뿐 굉장한 의도는 없었습니다. 하지만 여러 님들이 읽어주는 의미가 참 흥미롭습니다.
부족한 게 많은 그림을 관심있게 봐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타로카드 공부까지ㅎㅎ ㄱ님은 참 특이하신 분^^

2017-06-01 20:49   URL
비밀 댓글입니다.

레삭매냐 2017-06-02 16:4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지금은 아니겠지만, 훗날 정확하게 빅데이터 혹은
메타데이터를 통해 인간이 좋아할 만한 음악까지
만들어낼 세상이 온다면 참 그럴 것 같습니다.

뭐 작금의 시대도 대중이 선호하는 공장에서 찍어
낸 것 같은 음악이 범람하긴 하지만 말입니다.

아티스트라는 말이 부끄러울 지경이네요.

AgalmA 2017-06-02 17:33   좋아요 1 | URL
그래서 저는 프로보다 아마추어라는 말이 더 정감가는 지도 모르겠습니다. 미숙하지만 순진한 열정이 가득한 그 모습 때문에...
 
1일 1그림 - 우리는 모두 무너진 적 있다

우리는 무서운 그림을 왜 그릴까요.

그 원인으로 화가의 어린 시절 트라우마, 우울증을 동반한 정신병을 자주 거론하기도 하죠. 사람에 따라 매우 큰 요소이기도 할 겁니다.

저는 더 큰 관점으로 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프로이트는 인간이 쾌락을 추구하는 성 본능(에로스)과 자기 파괴를 향한 죽음 본능(타나토스)라는 양면성을 가지고 있다고 했죠. 기질적으로 어두운 이미지를 더 좇는 사람도 있겠고, 상황이나 환경, 병으로 인해 타나토스 성질이 우성(優性)으로 표출될 수도 있겠죠.

아름다움을 즐기고 추구하는 만큼 어두움을 즐기고 추구하는 심리도 있다는 걸 부정할 수는 없습니다. 에이리언을 디자인한 Hans Rudolf Giger의 작품들에서 두 성질의 연결을 확연히 볼 수 있습니다.

 

 

 

 

Hans Rudolf Giger (Swiss. 1940-2014)

Alien Monster

 

 

 

무서운 그림에 대한 터부와 혐오는 그간의 예술 환경 요인도 따져 봐야 합니다. 감각보다 이성을 중시한 인류가 도덕적 잣대로 아름다움을 善으로 보려 했다는 점은 간과되어서 안 됩니다. 메멘토 모리(Memento Mori, 죽음을 기억하라), 바니타스(Vanitas, 덧없음) 같이 종교적 관념도 합세하죠. 공포를 이용한 회화와 전통이 꽤 오래 이어져 왔습니다. 예수가 죽고 부활하는 서사가 아니었다면 기독교가 그토록 강력한 힘으로 작동했을까요. 인간의 가장 큰 공포인 죽음을 거머쥔 힘이죠.

 

종교적 영향과 반대로 살펴볼 면도 있는데요. 예술은 늘 인간의 무의식을 탐구하고 표현하려 했습니다. 현대 들어 더 강력해졌죠. 종교의 힘이 약화되고 인간과 개인의 지위와 표현의 자유가 커진 영향도 있을 겁니다. 유발 하라리가 호모 데우스에서 강조하고 있듯이 죽음과 불멸은 인간이 관심을 거두지 못하는 영원한 주제입니다밝든 어둡든 아름답든 추하든 알 수 없는 이미지와 힘에 끌리는 건 인간의 본능이며 이 자체가 예술의 속성입니다. 

  

가치 판단의 문제도 있습니다. 실물 그대로를 추구하는 미메시스 사상이 우리 환상일 뿐이라는 게 드러난 지도 얼마 되지 않습니다. 회화가 사실에 근접하면 근접할수록 우리는 그것을 좋다고 여겨왔고 지금도 여전합니다. 형태와 색이 뭉개진 인상파 그림이 등장했을 때 얼마나 멸시를 당했나요. 존재하지 않는 무서운 재현을 시도하는 그림은 더욱 좋아할 수 없겠죠.

 

좋은 작품은 불쾌하거나 무서운 것으로만 끝나지 않는다는 게 더 중요하다고 봅니다.

창작자도 수용하는 우리도 이 비밀스러운 그림들에 대해 극복하려 하고 조화를 추구하고 있습니다.

물론 모두가 수긍할 수 없더라도 무서운 그림의 존재 의미는 있을 겁니다.

  

 

 

 레오나르도 다 빈치는 미술가의 창조력을 극구 칭찬한 바 있다. 회화를 예찬하는 찬송가 『파라고네(Paragone)』가운데에서, 그는 화가를 '모든 사람과 모든 사물의 태도 중에서 가장 뛰어난 주(主)'라고 부른다. "만약 화가가 자신이 사랑할 만한 미인을 보고 싶다면, 그는 자기 힘으로 그들을 불러낼 수가 있으며, 만약 무섭거나 어리석거나 우스꽝스럽거나 정말 동정할 만한 괴물들을 보고 싶다면, 그 자신이 그들의 주군이며 신이 될 수가 있는 것이다."

 

E. H. 곰브리치 《예술과 환영》

 

 

 

위 글에서 다 빈치는 화가의 창조력에 방점을 두고 있습니다. 없는 것을 만들어낸다는 의미에서 미인을 그리는 것과 괴물을 그리는 것의 근본적인 차이는 없다는 말이기도 합니다.

뭔가 얘기를 하다 마는 거 같은데, 이후 얘기는 공부를 더 해야 구체화 할  수 있을 거 같아 이쯤에서 마칠게요. :)

ㄱ님이 궁금해하는 회화와 심리 관계를 가장 잘 설명해주고 있는 책은 아마도  E. H. 곰브리치《예술과 환영》 아닐까 싶습니다. 덕분에 저도 잊고 있던 이 책을 펼쳐보게 되었습니다.

 

 

 

 

 

 

 

 

Gheyn, Jacques (Jakob) de II (Dutch, approx. 1565-1629)

"Death and the Woman", 1600, pen

 

 

 

 

 

 

Artemisia Gentileschi(Italian, approx. 1593-1653)

"Judith Slaying Holofernes", 1612-21

 

 

 

 

 

Henry Fuseli (Swiss; practiced in England, 1741-1825)

"Nightmare (The Incubus)", 1781-82

 

 

 

 

 

 

Odilon Redon(French,1840-1916)

"Caliam" , 1881

 

 

 

 

 

 

Leon Spilliaert (Belgian, 1881-1946 )

"Autoportrait au miroir",1908

 

 

 

 

 

 

Zdzislaw Beksinski (Poland, 1929-2005)

 "Embrace"

 

 

 

 

David Lynch (네, 그 영화감독)

"Man Talking", 나무패널에 혼합재료, 68.58×78.74cm,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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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yo 2017-05-30 07:56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음, 요즘같은 시대에 아름다움을 선으로 보는 관점과 선을 아름다움으로 보는 관점 중, 어느 쪽이 더 많은(혹은 큰) 문제를 야기할까요??

AgalmA 2017-05-31 04:12   좋아요 5 | URL
˝예쁘면 다 돼˝라는 표현도 있듯이 일상에서는 아름다움과 선을 명확히 구분하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절대적 기준이 많이 붕괴되어서라고 볼 수도 있겠죠.
누가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이견이 나올 수 있고 상대적인 거다! 말하면 더 진척되기도 어렵죠.

아름다움보다 선이 좀더 골치아픈 개념 같은데요. 아름다움은 정적인 느낌이 강한데 선은 동적인 행위의 힘이 더 실린다고 생각합니다.

구제하려는 선한 행위가 의존성 낳는다 비난도 하지 않습니까. 이 경우에는 선을 아름답게 보지 않는 예라고 할 수 있겠죠.

요즘 팩트, 팩트 엄청 따지는데 같은 팩트로도 서로 다르게 보거나 서로 다른 팩트로 이게 진실이다 말하는 경우도 허다하죠.
결국 케바케가 답이 되는 것 같다는...

흡족한 답은 못 드린 거 같지만 흥미로운 질문 주셔서 재밌었습니다/

겨울호랑이 2017-05-30 08:35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 AgalmA님 덕분에 그림에 나타난 공포, 환영 또는 추(醜)의 이미지와 배경에 대해 더 깊이 느낄 수 있었네요. 저도 AgalmA님의 그림을 보다가 보니 어두운 이미지를 그리는 화가의 심리에 대해 생각하게 되네요. 화가는 어두운 그림을 그리면서, 자기 안에 있는 어두움을 외면으로 형상화시키는 과정을 통해 자신을 정화시키는 것은 아닌가 하는. <지킬박사와 하이드씨>와 같이 외면으로 형상화시키면서 내적 안정을 느끼지 않을까 추측해 봅니다.(제가 그림을 못그리는 관계로 추측만...ㅋ) 그렇다면, 화가는 일종의 ‘카타르시스‘가 그림을 그리는 과정에서 느끼겠구나...(정말 그런가요?) 반면, 감상자는 결과만 보기에 어두움만 보는 것은 아닐까하는 생각이 드네요. 조금 더 나가서, ‘음악/문학 감상‘은 작가와 감상자가 과정-결과를 공유하는 반면, ‘미술 감상‘은 결과만 보여지기에 감상이 더 어렵다는 생각도 들었어요..ㅋ AgalmA님의 그림 덕분에 여러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 다만, 앞으로 무서운 그림은 납량 특집으로 부탁드립니다..ㅋㅋ 뉴스공장과 함께 즐거운 아침 보내세요.

AgalmA 2017-05-30 08:51   좋아요 3 | URL
이 글에는 안 올렸는데요. 괴기스러운 그림의 대가로 잘 알려진 프랜시스 베이컨 경우는 카타르시스적 창조보다 이념적 표출에 더 가깝기도 해요. ‘고통받는 인간은 고기다‘ 하면서 인간을 정육점 고기처럼 전시한 그림들이 상당히 많죠. 이 글 본문에서 E. H. 곰브리치 《예술과 환영》인용한 내용에 더 가까울텐데, 일명 무서운 그림 제작자 상당수는 세계를 전복하는 창조자로서의 역할에 더 심취했던거 같아요. <지킬 박사와 하이드> 경우만 해도 창조로 인한 갈등이 더 크죠. 카타르시스는 그린 뒤에 오는 것이지 선제 조건으로 작용하는 건 아니니까요.
겨울호랑이님은 심성이 고우셔서 너무 좋은 쪽으로 보시는 거 아닌가요ㅎ 뭐, 제가 삐딱하게 보는 거랄 수도 있겠죠ㅎ;
그럼 전 이만 취침/
즐거운 하루 되세요^.^

cyrus 2017-05-30 09:2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다빈치의 스케치북에 보면 여러 개 그려진 그로테스크한 얼굴 그림이 있어요. 그렇다면 다빈치는 자신이 말한 대로 ‘신‘이 되었군요. ㅎㅎㅎ

기거의 그림을 보면서 달리가 창조한 이미지가 생각났어요. 달리는 인간의 신체 부위를 길게 늘어뜨려서 그렸거든요. 그 형체가 음경을 닮았어요. 달리의 인생에 큰 영향을 준 대상을 에로스(달리의 연인 갈라)와 타나토스(형의 죽음)의 관점으로 볼 수 있어요.

AgalmA 2017-05-31 03:53   좋아요 0 | URL
다빈치 스케치들 보면 신이 흙을 빚어 인간을 만들 때 고심하는 듯한 느낌이 들긴 하죠ㅎ

달리의 에로스와 타나토스 대상을 잘 잡아 내셨네요. 달리 그림은 거의 대부분이 성적이죠. 특히 그런 화가들이 있습니다.

2017-05-30 09:59   URL
비밀 댓글입니다.

AgalmA 2017-05-31 03:55   좋아요 1 | URL
댓글로 간단히 쓰기가 어려운 주제더라고요. 재밌기도 하면서 생각을 정리하자니 머리가 아프기도 했죠. 이렇게 한 번 정리해보고 다음에 고쳐나갈 기회가 또 오겠죠^^ 감사합니다.

2017-05-30 14:4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처음 글남깁니다. 만들어낸 작가들의 노력과 작품과는 별개로 보는이는 거기에 너무 깊이 들어가는 것은 좋은게 아니지 싶기도 합니다. 에너지를 소비하는 느낌이 강하기도 하고 알게 모르게 영향을 받는 것도 있구요.

물론, 직업적으로 영감이나 아이디어를 얻기 위해서라면 모르겠지만요.

그리고 읽을 글이 정말 많군요!

AgalmA 2017-05-31 04:17   좋아요 0 | URL
안녕하세요/
저도 산 너머 산이 되는 비평류 별로 안 좋아하는데 생각을 풀어나가다 보면 구덩이 파기가 되더군요ㅎ; 뭔가 생각이 떠오르면 그걸 어떻게든 풀지 않으면 답답해서요; 염려와 당부 감사드립니다.
부족한 글이 좀 많죠ㅎ; 즉흥적으로 쓸 때도 많은데 되도록 허투로 쓰지 않으려고 노력합니다.

2017-05-30 20:26   URL
비밀 댓글입니다.

AgalmA 2017-06-06 16:39   좋아요 1 | URL
좋은 질문 주셔서 감사했어요. 한 번쯤 생각해 볼 만한 주제였고 지금 제 생각을 정리해 보는 기회였습니다. 역시 부족한 게 많더군요.

생활의 욕구가 잘 해결되지 않으면 물질적으로 그걸 풀려고 하는 건 삶의 수순 같기도 합니다. 폭력물, 선정물로 효과적인 대리만족으로 끝낸다면 좋을 텐데 선을 넘어가는 사람들이 꼭 있죠. 초자아의 제어 미숙만의 문제는 아니겠죠... 이것도 한 번 생각해 볼 거리인데 이 생각으로 또 밤샐까 겁나서 다음으로^^
늘 좋은 말씀과 생각거리 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