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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새벽, 앞서 걸어가던 이가 내 인기척에 놀라 뒤돌아볼 때 속수무책 슬프다. 우리는 늘 두려워하지. 얄팍한 자신감도 빛 속에서나 가능했다.
새들이 깨어나 노래하는 순간은 이상한 시작이다. 자신을 알리기 시작하는 때 창 너머 더 큰 신호가 어울렁거린다. 나는 건너편에서 아프게 본다. 이 몸으로 이 정신으로 건널 수 없는데 세상은 감당하기 어렵게 펼쳐져 있다. 왜 신을 육화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지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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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분도 되지 않아 그 풍경은 사라진다. 누군가에겐 시작이고 누군가에겐 끝이었으며 누군가에겐 아무 소용 없는 풍경. 그러나 바늘도 들어갈 수 없는 순간이었다. 내 기억은 너무 흔해서 구별되지 않아서 곧 가짜가 된다. 이해해 달라는 말은 비참하다는 말이다.
"오늘 아침은 영원이 아니라서 가능하다"
- 「얼음처럼」, 《영원이 아니라서 가능한》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