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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로카드 세트나 만들어 볼까. 귀찮아 먼저 죽을 거면서.
작년 12월부터 1일 1그림을 본격적으로 그리기 시작해 6개월에 접어들었다. 온라인에 올리지 않은 것까지 치면 40장 남짓 그렸다. 1일 1그림이 아니라 4.5일 1그림이라고 해야 할 판. 1년이 넘으면 100장이 넘으면 뭐가 얼마나 달라지게 될까. 나는 불만스럽게 오늘 그림을 바라본다. 꾸준히 하는 걸 칭찬할 수 없겠니. 읽은 책보다 적은 건 혼날만 하다.
마티스의 초상화를 보던 어느 부인이 여자의 팔이 너무 길다고 하자 마티스가 대답했다.
˝부인, 잘못 보셨습니다. 이것은 여자가 아니라 그림입니다. ˝ 마티스와 동시대인이며 화상이었던 다니엘 칸바일러(Daniel Kahnweiler)가 ‘회화는 환상의 대상이 아닌 기호로 바라보아야 하는 것‘이라고 쓴 것도 놀라운 일은 아니다.
ㅡ 2000년 2월, E. H. 곰브리치
기호에 익숙해지게 만들면서 다시 기호를 탈피하는 사고를 하라는 인간의 시스템은 참 괴이하다. 소위 진보, 발전, 진화의 메커니즘이기도 하겠다. 그렇다면 얼마나 많은 기호를 읽어 내느냐의 문제일까. 얼마나 적절한 기호를 읽어 내느냐의 문제일까. 둘 다에서 최대치로 얻고자 만든 게 인공지능이겠다. 바둑, 음악... 인공지능이 예술을 점령해오는 소식이 점점 자주 들려오고 있다. 사실 난 좀 기대된다. 인공지능 학문을 연구하는 건 인간이 하려나 인공지능이 하려나. 인공지능은 타로점 같은 거 보면서 내일의 운세 같은 거 안 볼 거 아냐. 꿈에서 본 영감 때문에 머리를 싸매고 글을 쓰며 운명에 삿대질을 한다거나 책 보다 갑자기 그림을 그리지도 않을 거고. 어찌 보면 요즘 사람들이 꿈꾸는 단순하면서 간소한 삶이다. 미니멀리즘과는 참 거리가 먼 인간이 미니멀리즘을 만든 것도 웃긴 일이지. 인공지능은 내일 아침엔 일어나서 평양식 냉면을 먹어야지 하는 생각도 안 하겠지. 내가 이 말하면 누군가 냉면을 먹고 싶어지리라. 그런 거지.
인공지능은 Slowdive처럼 재결성해서 22년 만에! 음반 내는 거 안할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