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게는 오래된 라이트박스가 있다. 남대문 화방에서 낑낑거리며 사 왔던 기억이 난다. 그때는 무거운 것보다 내 욕심이 더 커서 내 키만 한 탁자도 대중교통으로 동대문에서 경기도까지 날랐다. 가난은 부끄러울 여유도 주지 않을 때가 많다.

며칠 그런 기미가 느껴지긴 했는데 마침내 라이트박스의 써크라인(원형 형광등)이 꺼졌다. 언제든 살 수 있는 물건이라 생각해 조급하지 않았다. 저녁이 되어서야 동네 철물점을 갔고 이제 단종돼 안 나온다는 소릴 들었다. 다른 철물점에서 먼지 속에 2개만 있는 걸 발견했다. 평소 쓰던 큰 것도 아니고 작은 것이었다. 가격도 2배로 받고 있었다. 상황을 보니 더 돌아다녀 본 들 나아질 거 같지도 않아 그냥 샀다. 받아든 것에 짤그랑 소리가 나서 다른 것으로 바꿨다. 2개뿐이니 이것 아니면 저것이었다. 내가 이 일을 계속할 의향이라면 LED 라이트박스로 바꿔야 하겠지. 그런데 난 언제나 미루고 있었다. 처음 시작했을 때부터 이건 내 일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더 잘하고 싶었지만 태블릿 모니터도 늘 꿈만 꿨다. 처음엔 가난이고 다음은 무력감 그다음은... 날 놀라워하는 사람들에게 나는 더 부끄러워진다.
노인 내외가 마지막 남은 써크라인이 망가진 게 아닌가 체크하려는 중이었다.
깜빡. 깜빡. 깜빡.
나는 돌아보지 않고 나왔다.

깜빡. 깜빡. 깜빡.
어차피 될 것이었다. 그렇게.




2. 늙은 할멈의 절망


조그맣고 쭈그러든 할멈은 아기를 보자 아주 기뻤다. 누구나 예뻐하고 모든 사람이 즐겁게 받들어주려는 그 귀여운 아기는 작은 할멈처럼 가냘프고 또 할멈처럼 이가 없고 머리털도 없었다.
그래서 할멈은 아기에게 다가가 웃음을 띠며 보기 좋은 얼굴을 해 보이려 했다.
그러나 아기는 이 착한 늙다리 여자의 손길에 겁이 나서 발버둥을 치며, 온 집안에 가득차게 날카로운 소리를 질러댔다.
그 서슬에 착한 할멈은 제 몫의 영원한 고독 속으로 밀려나, 한쪽 구석에서 울며 중얼거렸다ㅡ˝아! 불쌍한 우리 늙은 여편네들은 누굴 즐겁게 해줄 나이가 지났구나. 아무것도 모르는 애들이라고 할지라도, 우리는 어린애들을 사랑해주고 싶어도 두렵게 할 뿐이구나!˝


 



ㅡ 샤를 피에르 보들레르 《파리의 우울》산문시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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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호랑이 2017-09-22 20: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모든 그림이 ‘1일 1그림‘으로 태어난 것은 아니었군요! AgalmA님은 그런 면에서 다작을 하시는 작가네요^^:

AgalmA 2017-09-24 14:44   좋아요 1 | URL
제가 원하지 않는 그림도 거의 매일 그리니 다작은 다작이죠~_~

북다이제스터 2017-09-22 20: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무식한 질문해도 될까요? ㅠ
라이트박스는 뭐에 쓰이는 물건인지요?
죄송합니다, 무식해서요....ㅠ

AgalmA 2017-09-24 14:46   좋아요 0 | URL
병원에서 엑스레이 필름 볼 때 쓰듯, 필름 사진에서 필름들 체크할 때 쓰듯 라이트박스는 쓰기 나름이죠. 제 작업에서는 종이 여러 장을 덧대어도 그림을 잘 볼 수 있다는 점에서 활용되고 있죠. 이 과정도 언젠간 사라지겠죠.

북프리쿠키 2017-09-22 22: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정말 무식한 질문ㅠ
<파리의 우울>민음사판 어떤가요??

AgalmA 2017-09-24 14:51   좋아요 1 | URL
민음사판 윤영애 교수 번역은 아직 보지 못해서 뭐라 말씀 드릴지.... 문학과 지성사에서 나온 <악의 꽃>은 윤영애 교수가 번역했고 민음사에서는 또 황현산 선생 번역으로 나와 서로 각축인 양상이네요^^;
북프리쿠키님이 말씀하셔서 <파리의 우울> 민음사판도 도서관에서 빌려 둘을 비교해 볼 생각입니다.

희선 2017-09-23 01: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떤 건 시간이 흐르면 아예 나오지 않죠 왜 그렇게 되는지 아쉽습니다 더 나은 걸 만들어서 그렇겠지요 그걸 쓰는 사람은 이상하게 본래 쓰던 게 좋은데 말이죠 물건 만드는 사람은 그런 마음을 모르는 것 같아요 많은 사람이 편하고 새로운 걸 좋아한다고 생각하는가봐요 물건 만드는 사람은 그 사람 나름대로 이런저런 생각을 하겠지만...


희선

AgalmA 2017-09-24 18:01   좋아요 1 | URL
형광등 쓰는 라이트박스는 이제 사라질 때가 되었죠. 아쉬움은 없습니다. 발열이나 전력소모, 광량 모든 면에서 led 쓰는 게 훨씬 나아요. 이 글에서 어떤 우울이 느껴졌다면 이 끝없는 적응에 대한 제 심정 때문일 겁니다.
 

빛이 모든 걸 충분히 알아보게 만들기 전, 은밀한 임무를 완수하듯 외주 사무실에 일을 갖다 놓고, 나 자신을 정면으로 바라보지 않아도 되는 혹은 된다고 생각하며 방심하고 있던 내게 달은.


 

 


그 광경을 사진으로 찍고 그림으로 변환할 생각을 했다. 문득, 왜 그래야 하지. 이것은 혹여 치장일까. 내겐 그보다 더 큰 매혹이 있다. 이 이미지를 통해 도약하고픈 욕망이다.

˝사진은, 두려움을 주거나 찡그리거나 비난할 때가 아니라 생각에 잠길 때, 파괴적이란 특성을 갖는다. ˝

˝사진가의 투시력은 ‘보는‘ 데에 있는 것이 아니라, 그 자신이 바로 촬영 장소인 ‘그곳에 있다‘는 사실에 있다. ˝
ㅡ 롤랑 바르트 《카메라 루시다》(초판 1986~1998, 열화당) or 《밝은 방》(2006, 동문선)

그렇다. 나는 저 사진 속 공간과 시간을 지금도 한참 음미하고 있다.
모든 표현은 우리가 강렬하게 빠져든 매혹에 대한 증거이다. 그것들은 우리를 이루는 원소들이 된다. 그런 의미에서 빅뱅과 인간의 탄생은 매우 유사하다. 응축되고 팽창하는 전 과정이.

막연히 쓰고 싶다, 그리고 싶다, 하고 싶다 말하는 것은 거짓 열정이다. 진정 원할 때 그것은 이미 튀어나와 있다. 그 선정성이 누군가의 맘엔 들지 않을 수도 있다. 지적, 반박, 비난, 매도 온갖 공격이 들어올지도 모른다. 그러나 부차적인 문제다. 진짜 내 속에서 나온 거라면 외부의 반응에 대해서는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향할 수밖에 없다. 조르주 바타유도 그걸 잘 알았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몇몇이 더.

어떤 침잠들. 어떤 심지들.
죽음만큼 그것들은 막을 수 없고 그 때문에 우린 파국을 기어이 마주한다.

롤랑 바르트의 《마지막 강의》도 이젠 사야 할 때가 되었다.
 



 


ALEPH(알레프) _ Fall in Love Again
https://youtu.be/l25XvvIEiE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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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이소오 2017-09-15 18:5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롤랑바르트, 발터벤야민, 밀란쿤데라, 파스칼 키냐르 중에 최고의 문장가는 누굴까요? 혹은 이 네 작가를 뛰어넘는 작가는 누굴까요? ㅎ

AgalmA 2017-09-15 19:16   좋아요 0 | URL
제 생각엔 그 중에서는 파스칼 키냐르가 최고입니다. 세상의 은밀함, 작동에 대해서 이 작가만큼 섬세하게 가까이 간 사람은 바슐라르? 여기서 제가 방점을 두는 것은 ‘섬세함‘입니다. 다른 기준이라면 달라질 수 있겠죠.

시이소오 2017-09-15 19:17   좋아요 0 | URL
아, 바슐라르. 왠지 납득이 되네요 ㅎ

cyrus 2017-09-15 22: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AgalmA님도 소수에 가까운《카메라 루시다》 소장자 중 한 사람이군요. 정말 부럽습니다. ^^

AgalmA 2017-09-17 01:21   좋아요 0 | URL
cyrus님 능력이면 이 책도 가지고 계실 법한데 부럽다고요?
도서관에서 읽긴 했지만 소장하고 싶은 책이었죠. 롤랑 바르트 하면 이 책을 빠트릴 수 없으니까요.
헌책방에서도 구하기 어려워 저는 이 책을 파주에 있는 열화당 출판사에 가서 구했습니다. 책이 몇 권 더 있어 다 사 가지고 와서 지인들에게 나눠 줄까 하다가 저처럼 출판사까지 와 직접 구하려는 열혈 독자들을 위해 남겨뒀죠. 오래 전 일이라 지금은 그 책들이 열혈독자들에게 다 가 있겠지 싶네요^^
지금은 동문선에서 <밝은 방>으로 나와 있으니 <카메라 루시다>는 소장용 외에 큰 의미가 없죠ㅎ

뷰리풀말미잘 2017-09-19 08:09   좋아요 1 | URL
헐............. 밝은 방이 카메라 루시다였어요.........? 헐........................

AgalmA 2017-09-19 18:44   좋아요 0 | URL
뷰리풀말미잘님/ <카메라 루시다>나 <밝은 방>이나 번역에 대해 말이 많죠. 번역본 두 개 비교해 읽는 건 별 의미 없는 거 같고, 얇은 책이고 뷰리풀말미잘님은 능력되실 거 같으니 원서나 영역으로 읽어보셔도^^?
 

그런 기미를 계속 느끼긴 했지만 <두 남자의 철학 수다> 89회 장 보드리야르 [이 방송을 절대 듣지 마시오] 편에서는 메뚝 씨의 과학에 대한 혐오와 인식의 편협함이 노골적으로 드러나 안타까웠다. 그러면서 보드리야르가 과학과 기술에 경도되었다고 비꼬다니;;;

‘감각은 몸으로 느끼는 거지 뇌가 느끼는 게 아니다‘란 말은 뇌과학을 조금만 공부해봐도, 유명한 올리버 색스 <아내를 모자로 착각한 남자>만 읽어봐도 할 수 없다. 뇌에 이상이 생기면 엉뚱하게 감각한다거나 감각 자체를 못 한다는 걸 전혀 모르는 소리.

‘자율 주행 자동차가 사고 확률 낮아도 불안 땜에 절대 시행되기 어렵다‘는 소리도 정말 뭘 모르는 소리. 그러면서 자기는 탈 거라고 하는 소린 인지부조화 같기만. 기술이 안정화되고 체제로 도입할 여건이 안 되기 때문이지 일단 시작되면 확산은 순식간이다. 심리 장벽 문제로 보는 건 아주 단순한 생각이다. 자동 도어록이 취약한 점이 분명 있지만 열쇠를 고집하는 사람이 몇이나 있겠나. 이미 설치된 상태라면? 쓸모와 욕망은 우리의 불안을 늘 압도해왔다. 이런 걸 말하던 보드리야르 방송하면서 이렇게 따로 놀면 어쩌나. 요즘 팟캐스트 방송 인지도 높아져서 너무 자신감 폭발하시는 건 아닌가.

철학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 알겠고 나도 철학을 아낀다. 그런데 철학 신봉자들이 대개 저렇게 말하고 다른 분야 깔보는 행태는 철학 공부하면 생기는 병인가 싶을 때 많다. 물론 다른 분야도 마찬가지. 다들 자기가 추종하는 지식과 앎의 신봉자들.
나는 학문에 나눔이 있다는 것 자체가 불만이다. 그것들의 통합이 진정 학문의 취지 아닌가. 어려워서 문제지.

그나저나 장 보드리야르 <무관심의 절정>과 니카자와 신이치 <대칭성의 인류학>을 주문한 상태다. 요즘 내 심정이 절절히 묻어나는 제목이다. 이런 제목으로 메뚝 씨 같은 저런 소리 하고 계시면 저 맘 아플 겁니다.
<대칭성의 인류학> 리뷰엔 이미 사이비란 소리 난무;
<무관심의 절정>에 리뷰가 하나도 없는 거 보고 놀랐다. 번역이 어쩐다 소리조차 없이 철저한 무관심 상태ㅎ; 좋아 좋아! 이런 책이면 난 더 읽고 싶지!
보드리야르가 왜 <유혹에 대하여>를 썼는지 이제 좀 알 것 같다. 허무의 끝이 향하는 강렬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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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7-09-13 13:0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시뮬라시옹》이 많이 유명해서 그런지 보드리야르의 다른 책들은 묻히거나 절판되었어요. 보드리야르는 ‘원 히트 원더‘형 저자입니다. ^^

AgalmA 2017-09-13 13:09   좋아요 0 | URL
반짝 유명세 타고 묻힌 게 좀 안타까워요. 제가 보기엔 대단한 문장가이기도 한데.

2017-09-13 19:20   URL
비밀 댓글입니다.

AgalmA 2017-09-15 19:22   좋아요 0 | URL
최근에 톰 니콜스 <전문가와 강적들>이라는 책 출시보고 흥미가 생기기도 했는데요. 자기 전문 분야에서 전문성 발휘하는 거야 그러려니 하겠습니다만 자기 분야의 지식으로 모든 분야를 다 꿰뚫어 평가하려고 하니 문제가 발생하는 것이죠. 인간 이성의 특성이기도 하겠으니 거참...

시이소오 2017-09-13 20: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메뚝씨 뚝심이 있어서 좋아했는데 너무 나가셨네요. 철학한다고 과학을 무시하는건 과학한다고 철학 무시하는것만큼이나 어리석은 오만일터인데 인기가 또 한 사람을 버려놓았네요. 가뜩이나 <철학읽는밤2>를 읽는중인데 안타깝습니다.

AgalmA 2017-09-15 19:29   좋아요 0 | URL
<두 남자의 철학수다> 컨텐츠는 좋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수다나 사견이 들어갈 때 억지나 편견이 많이 엿보여요. 그래서 제가 저번에 꼰대 같은 면이 있다고 말씀드린 거고요.
방송 듣다 보면 메뚝 씨가 의견이 너무 강해서 똥팔 씨 의견이 무시되는 것도 자주 듣게 되는데 패널이 두 사람일 때 자주 생기는 일이죠. 4명 패널이었던 [지대넓얕]은 초기에 상당히 치열하게 치고박고 했잖아요? ㅎㅎ 그들도 어떤 면에선 성향이 비슷해서 전체의 쏠림 현상이 느껴지기도 했으나. 아무튼 지금은 그마저도 끝나서 아쉽죠.
모든 게 만족스러울 순 없으니 이 정도도 잘 하고 있다고 격려하는 편이지만 89회 방송은 정말 한 소리 안 하고는 못 넘어 가겠더라는.


ICE-9 2017-09-13 20: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저도 보드리야르의 ‘유혹에 대하여‘ 꽤 좋아합니다. 그 책을 읽기 전까진 유혹을 막연히 나쁜 것으로 생각하고 있었는데, 그 책을 통해 유혹의 다른 의미들을 깨달았던 것 같습니다. 그렇게 보드리야르가 달리 보게 만든 눈을 준게 알고 보면 참 많죠^^

AgalmA 2017-09-15 19:33   좋아요 0 | URL
대학 때 장 보드리야르 <시뮬라시옹> 원서 강독에서 뇌리에 받은 충격을 아직도 기억합니다.
저는 <불가능한 교환>부터 본격적으로 읽기 시작했어요. 문장에 감탄감탄하며 많이 옮겨 적었죠. <유혹에 대하여> 샀을 때가 바타유 <에로티즘>, 롤랑 바르트 <사랑의 단상> 샀을 즈음이었는데 다들 넘 어렵더라는ㅎㅎ;
저도 보드리야르에게 배운 게 많아요^^
 

 

장 훌륭한 순간에 등반은 시련이고, 대부분의 시련이 그렇듯 사람을 거기에 바싹 결속시키는 힘이 있다. 사람들은 모두 끝난 뒤의 승리를 기억하지만 그건 행복처럼 막연한 것이다. 절망의 순간이 훨씬 더 생생하고 잊히지 않는다. 최소 두세 지점 앞서, 아무것도 없이 휑한 공기만 아래 펼쳐진 노출된 장소에 있다고 해보자. 아래에는 아마 작은 차와 트럭이 지나가는 길이 있을 것이다. 당신은 아주 작은 점 위에 서 있고 그보다 더 작은 걸 잡고 있으며, 발을 뻗어 손마디 크기 지점에 올려놓아야 하지만 움직일 수 없다. 당신은 서너 번 시도하다가 떨어질 뻔하거나 아니면 이미 떨어져 팔이나 다리가 부러진 적이 있다. 자신감을 깡그리 잃은 상태다. 힘은 빠지고, 뭔가 더 중요한 것이 줄어들기 시작한다. 믿음. 그 자리에 공포가 치고 올라온다. 지탱하는 다리가 덜덜거리기 시작한다ㅡ재봉틀 다리가 된다. 왼쪽엔 아무것도 없고, 오른쪽에는 손가락을 넣기에 너무 얕은 틈뿐이다. 당신은 찾고 또 찾아보았다. 이를테면 붙잡을 곳, 어떤 결합을. 뭔가를 보고 지나친 게 분명하지만 무엇이었는지 찾을 수 없고, 내려갈 수도 없다. 다운 클라이밍은 훨씬 어려운 일이다. 내 숨소리가 들리고 내 떨림은 자각하게 된다. 절대적으로 혼자다. 도와줄 사람도 없다. 여기 아닌 다른 곳에 있을 수만 있다면 무엇이라도 감수하려 들 것이다.
육상 선수는 탈락하고 비칠거릴 수 있다. 야구 타자는 헛스윙을 할 수 있고, 테니스 선수는 전력 쏟기를 포기할 수 있다. 가장 높은 수준의 권투 선수조차 포기를 할 수 있다. 등반의 핵심은 때로 탈출구가 없다는 점이다. 포기가 불가능하다. 로베르토 두란(1951~, 파나마 권투 선수)이 등반가였다면 추락사했을 것이다. 과장된 위험보다 이 점이 등반에 더 힘을 실어준다. 등반은 원시적이어서, 멍청하고 마초에 이기적일 수 있는 등반가들도 한 가지 공통점을 지니는데, 자신의 영혼, 말하자면 자신의 품성에 관해서 알게 된다는 것. 물론 대가를 치러야 얻을 수 있으니 스스로를 밀어붙여야 한다. 가장 즐거운 경우라도 등반은 도전이다. 도전이 없다면 의미도 없다.( 「승리 아니면 죽음」p186~187)

 

 

제임스 설터 산문 그때 그곳에서제일 좋았던 부분이다. 스키와 등반에 대한 그의 열광에 공감하긴 어려웠으나(난 스포츠가 싫다구- -); 스포츠 선수처럼 정확하게 공략해 들어가는 그의 문체는 따분함을 내포하면서도 매력적이다.

 

 

 

나로 말할 것 같으면 저 사진 속처럼 모두가 무리 속에서 편안함을 찾을 때 혼자 눈밭에 누워 있는 자에 더 가까워 지금도 짭짜름하고 거품이 다소 지저분한 산미구엘 맥주(무알콜이라 온라인 마트에서 무제한 배달시켜 먹을 수 있으며 천 원이라는 저렴한 가격! 알콜을 원한다면 보드카나 럼을 조금 탄다)를 마시며 도저히 도전할 의욕이 안 생기는 나를 감당하고 있다. 어제처럼
책의 장점 중 하나는 그들의 말이 듣기 싫으면 덮어버리면 된다는 거다. 계속 신경 쓰이면 많고 많은 다른 책을 펼치면 되지. 그러나 잊히지 않는 건 언제든 다시 만난다. 설터의 말처럼 우리는 성공보다 실패를 더 잘 기억하니까.

 

 

 


 

 

1일 1그림 - 보금자리는 없다

 

 

 

먹히고 먹혀가는 과정만이 있을 뿐. 갈 곳이 없으므로 나는 이미지를 계속 가져와 주위에 쌓는다. 얼마나 쉽게 사라질 것들인가. 나도 사람이 아니라 허깨비로 사는 것 같다. 확신 속에 사는 삶들이 놀랍다.

 

 

 

꿈은 무한한 과거, 날짜들을 집어 치워 버린 과거 속으로 너무나 깊이 내려가서, 우리들이 태어난 집의 뚜렷한 추억들이 우리들로부터 떨어져 나가는 것 같다. 이런 꿈들은 우리들의 몽상을 놀라게 한다. 우리들은 우리들이 살았던 곳에 정녕 살았는지를 의심하기까지에 이른다. 우리들의 과거는 어느 다른 곳에 있고, 어떤 비현실성이 장소들과 시간들에 스며든다. 우리들은 마치 존재의 연옥에 머무르고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 그리하여 시인과 몽상가는, 존재의 형이상학자가 성찰하여 이득을 얻을 그런 글들을 쓰게 되는 것이다. 예컨대 여기 몽상가의 구체적인 형이상학을 나타낸 글이 있는데, 그것은 태어난 집의 추억을 몽상으로 뒤덮음으로써 우리들을, 존재의, 그 모습과 위치를 잘 알 수 없는 장소로 안내하고 있다. 그리고 그 장소에서는 존재한다는 경이가 우리들을 사로잡는다. 윌리엄 고이언William Goyen이 이렇게 쓰고 있다: '시초에는 이름을 알아서 부를 수도 없었던, 처음으로 보는 장소에서 이 세계에 태어날 수 있다는 것, 그리고 그 이름 없고 모르던 장소에서, 그 이름을 알게 되기까지 자라나고 돌아다녀 그 이름을 사랑으로써 부를 수 있으며ㅡ그 이름을 가정이라고 하고 거기에 우리들은 뿌리를 박는데ㅡ그곳을 스스로의 사랑의 보금자리로 할 수 있다는 것, 그리하여 우리들이 그곳에 대해 말할 때마다, 연인들이 그러하듯 향수에 찬 노래로, 바람[願望]에 넘치는 시로 말하게 된다는 것! 우연이 인간 식물의 씨앗을 뿌린 땅은 아무것도 아닌 것이었다. 그런데 無의 밑바탕에서 인간적인 가치들이 자라나는 것이다! 반대로, 만약 우리들이 추억들 너머로 꿈의 밑바탕에까지 내려가면, 그 선기억(先記憶)의 영역에서는 無가 존재를 애무하고 존재에 스며들고 부드럽게 존재의 인연들을 푸는 듯하다. 우리들은 자문하게 된다: 있었던 그 일들은 과연 있었던가? 그 일들은 우리들의 기억력이 그것들에 부여하는 가치를 가졌던가? 멀리 되올라가는 기억력은 그 일들을, 그것들에 하나의 가치, 하나의 행복의 후광을 부여함으로써만 기억하는 법이다. 그 가치가 지워져 버리면, 그 일들도 부지런하지 못한다. 그것들은 정녕 있었던 것일까? 어떤 비현실성이 추억들의 현실성 속에 배어 드는데, 그래 그 기억들은 우리들의 개인적 역사와 무한한 선사(先史)의 경계에, ㅡ바로 우리들이 태어난 집이 오히려, 우리들이 태어난 다음에 우리들 내부에서 태어나게 되는 그런 지점에 위치하는 것이다. 왜냐하면 우리들이 태어나기 전에는ㅡ이것을 고이언은 우리들에게 이해시키고 있는데ㅡ그 집은 전혀 익명의 것이었기 때문이다. 그것은 이 세계 가운데 잊혀져 있는 장소였던 것이다. 이렇게, 우리들 자신의 시대가 시작되기 전, 우리들 자신의 공간의 입구에는 존재의 파지(把持)와 존재의 망실 사이의 진동이 있다. 그리하여 추억의 전 현실성이 유령처럼 되어 버리는 것이다.

ㅡ 바슐라르 《공간의 시학》, 제2장 집과 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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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호랑이 2017-09-08 22:0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 스포츠가 아니어도 살아간다는 것자체가 도전이라 여겨집니다. 외향적인 사람 또는 스포츠를 좋아하는 사람은 도전의 대상을 외부에서 찾고, AgalmA님처럼 도전의 대상을 내부에서 찾는 분도 계시지 않나 생각하게 됩니다. 술을 못 마시는 저는 커피를 마시는 중..ㅋ 즐거운 금요일 밤 되세요. AgalmA님 Cheers!

AgalmA 2017-09-08 22:06   좋아요 2 | URL
에스프레소로 진하게요?(농담ㅎ) 겨울호랑이님은 그곳에서 저는 이곳에서 Cheers!

[그장소] 2017-09-09 01:1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그때 그곳에서 , 보금자리가 없다 , 공간의 시학 ㅡ 어쩜 제목이 전부 저를 위한 것만 같네요 .^^ 선물입니까 ?^^
유령이 되기 전 , 조금의 진동이라도 남기고 갈 수 있을까요? ㅎㅎㅎ


AgalmA 2017-09-09 01:24   좋아요 1 | URL
<그때 그곳에서>는 막 다 읽은 차였고, ‘보금자리‘ 제목 모티프는 그장소님이 연관된 게 맞아요. 집 구하고 계신 고달픔이 남 일 같지 않았으니까.
그장소님은 늘 제게 진동체 아니겠습니까. 두근💓두근💓 시집 안 가실 거니까 이래도 되죠ㅋㅋ? 시집 못 가게 시집이나 많이 읽게 만들어야징ㅎㅋㅎ)))

[그장소] 2017-09-09 01:27   좋아요 1 | URL
오호호호~ 뭐~ 얼마든지~ AgalmA 님이 날 가져!!( 리본 무슨 색으로 할까욤^^?ㅋㅋ)

푸하하핫~^^
진동체 ㅡ 진미체 되기 전에 그 동안 실컷 떨리게 해드려야징~~ ♡

AgalmA 2017-09-09 01:36   좋아요 1 | URL
리본 다 풀면 암 것도 없는 미이라 아닌 건 확실하죠? 가끔 천 년은 안 돼도 한 300년은 되신 거 같단 말이죠ㅎㅎ
이왕이면 시원하게 옛날식 빙수체로다가 오시면 서로 흘러가기 쉽겠네요. 뭔 소리야! 몰라몰라...걍 흘러갈래~~~~

[그장소] 2017-09-09 01:37   좋아요 1 | URL
아하핫~ 완전 웃겼어요!^^ㅋ 이건 생각 못했는데... 아, 그런 쪽 취향이시구나!!^^ㅋㅋㅋㅋㅋ
황혼에서 새벽까지 내 꼭 책임지리다~~ 당신의 떨림을 ~~!!

근데 빙수에 ㅡ 팥 , 체에 걸러요? 그냥 갈아요? ㅎㅎㅎㅎ
과일 빙수 이러는거 없기 !
붕대엔 팥죽같은 핏기 좀 묻혀 줘야 제대로 호러물이 좔 좔 흐르죠~^^

AgalmA 2017-09-09 01:48   좋아요 1 | URL
전 팥빙수, 비빔밥 다 안 섞어요. 팥 따로 얼음 따로-_-! 섞이는 거 질색. 니가 더 질색맞다야~~;;;;
올해는 교동커피집의 우유빙수를 못 먹고 여름이 다 지나가서 슬픔요ㅜㅜ...외출이 지독히도 싫어서.
나이트메어 복장하고 나타나신다면 버선발로 가겠음ㅡㅅㅡ!
나이트메어가 불어로는 ˝코슈마cauchemar˝래요. 사전으로 들으면 얼마나 낭만적인지. 반복기능으로 들으면 나한테 꽃 주겠다는 소리로 들려3))))
http://frdic.naver.com/fkEntry.nhn?entryNO=12196&query=cauchemar
우리 인삿말은 ˝코슈마˝로 해요/ 우리의 하루하루는 안녕이 아니라 악몽이니까.

[그장소] 2017-09-09 02:13   좋아요 1 | URL
코슈마ㅡ하니까 Oskar Kokoschka 후렴으로 넣어주고 싶어졌어요 . 말러적 꿈에 , 나이트메어
스타일로 , 꽃 을 든 낭자 ~~ 앞에 , ㅋㅋ
가면 된다는 거잖아요?

접선지가 교동 , 얼음창고 ...
암호는 팥빙수 no! 비빔밥 no ! 팥 따로 얼음 따로 ~ 돈 마니마니~ 들어~!

암튼 , 나한테 꽂혔어 ㅡ란 말로 들려 ~))) ㅎㅎㅎㅎㅎ( 미친 밤이었어요... 며칠 못자면 이랰) 안자면서 악몽 꾸는 법 , 강의 할 까봐요!^^

AgalmA 2017-09-09 02:19   좋아요 1 | URL
후렴에다가 러시아 코사크 댄스까지 추면서 오면 난리도 아니겠네요ㅋㅋ 정말 이런 건 꿈에서나 가능한 일ㅋㅎ
그장소님 악몽 강의 유료라도 들을 의향있음-ㅅ-/ 물론 커피는 공짜로 주는 거죠. 악몽 수업에 쓴 커피없음 섭하니까. 꼭 <파니핑크> 죽음 수업 같겠군ㅎㅎ

[그장소] 2017-09-09 02:28   좋아요 1 | URL
커피에 럼이나 보드카 추가는 더 비싸요~@@;;
푸하핫~ 악몽 , 발음 자꾸하니 이거 귀엽네요!
파니 핑크 ㅡ 죽음 ˝수업 혁명˝ 콰르르르~~~~


AgalmA 2017-09-09 02:34   좋아요 1 | URL
보드카나 럼쯤이야 제가 대령합죠. 로맨틱한 악몽 얘기하실 땐 분홍빛 로제 와인을 챙기고~ 그리하여 숙취로 악몽의 시련은 계속되었고, 수업은 선생님이 ‘단식‘으로 주제를 바꾸면서 폐강되었다. 악몽 시리즈를 구상하던 A는 당황하여 단식 수업에서 광대짓을 하다가 쫓겨났다. 그에겐 새삼스러울 것도 없었다. 보금자리가 없으니까.

[그장소] 2017-09-09 03:04   좋아요 1 | URL
그래서 신 정부는 보금자리 없는 그˝를 위해 대국민 부동산 정책 일환으로 보금자리론을 ....
ㅎㅎㅎ ( 아 , 이건 막장인가?)
단식에 배고프던 그˝...볶음 자리에 끼어 들어 탁 ! 하고 숟가락만 ... 얹으면 될 일이었으나...숙취로 악몽에서 깨면서 로맨틱시리즈는 광대시리즈로 변환 , 그˝에겐 새삼스러울것도 없었다 . 볶음밥은 커녕 비빔밥도 없었으니까!

AgalmA 2017-09-09 03:09   좋아요 1 | URL
앜) 그장소님이 집 때문에 ˝그 볶음 자리˝가 되다니;_;)....광대버섯 구해다가 볶음밥 해먹을라...흑흑)
집 구할 때마다 저도 헬 열리죠....
그런데 왠지 입에 촥촥 붙어 그볶음자리님이라고 부르고 싶다.ㅎㅎ)))

[그장소] 2017-09-09 03:42   좋아요 1 | URL
배고프신거 아니고요? ㅎㅎㅎ 전 배고파요 .
이 시간에~~^^ 볶음밥은 무린데!!

AgalmA 2017-09-09 04:11   좋아요 1 | URL
빵도 있고 과자도 많고 켈로그도 있고 완성된 된장찌개도 있고 밥도 많지만 배 안 고파요. 그러나 그볶음자리님은 볶지 않고 그냥 드시긴 심심하겠죠. 떡볶이 하면 윤이가 자다가 나올지도ㅎ;;;
˝우리는 속옷도 생겼고 여자도 늘었다네˝ 같은 라임은 안 되는군. 췟)))

지금 이런 대화놀이할 상황이 아니신데...죄송_ _)

2017-09-09 05:02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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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9-09 19:56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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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9-09 05:07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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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9-09 04:29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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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9-09 05:07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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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9-09 04:46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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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9-09 05:07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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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9-09 04:51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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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9-09 05:07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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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9-09 04:55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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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9-09 05:05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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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9-09 05:01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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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9-09 05:07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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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9-09 19:55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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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galmA 2017-09-09 20:37   좋아요 1 | URL
《그때 그곳에서》,「승리 아니면 죽음」p188
나는 유명한 단독 등반가에게 안전의 가능성이 거의 0에 가까울 때 두려워한 적이 있으냐고, 그럴 때 무엇을 생각하느냐고 물어본 적이 있다. 그는 겨우 60센티미터 올랐다고 암시하며 걱정 없는 척한다고, 그러면 먹힌다고 말했다. 그는 아이거 북벽을 그렇게 단독 등정했다.

2017-09-09 20:37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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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9-09 20:47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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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장소] 2017-09-09 20:47   좋아요 1 | URL
자기 암시와 주문인거네요 . ^^
그치만 아이거 북벽 , 저 혼자 보내진 말아주셈 !! ㅎㅎㅎㅎ

2017-09-09 20:51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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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Bill Evans Trio - Young and Foolish 
 

똑딱이 카메라 들고 좋은 데 참 많이 돌아다녔다.
어스름이 깔리면 렌즈 탓을 하며 사진 찍기는 포기해야 했다.

돈 버는 재주, 노련하지 못한 재주 탓을 해야 했나ㅎ
그래서 밤 사진이 거의 없다.
좋은 카메라가 아쉬울 때도 있었지만 그랬으면 움직이기는 더 힘들었을 터.
 그만큼이고 이만큼도 좋았다고 생각한다.

지금 좋은 카메라를 들고 찾아간다 해도 이미 그 풍경이 아니니까.
 
한국의 섬이란 섬은 다 가 보고 싶(었)다.
이미 그런 길을 간 저자들도 있지.
잔잔한 바다로 나아가는 그 기분이란……
외국 섬과 한국 섬의 차이도 알고 싶다.
그러나 나는 섬을 가지 않고 있다.
이만큼인 거다.
아직까지는. 

 

 

 

희망은 없다보다 있다에 더 가깝다.

원한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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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호랑이 2017-09-02 19:3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 사진 멋지네요. AgalmA님께서는 그림을 잘 그리시는줄 알았는데 사진도 잘 찍으시네요. 그림은 연역적 사유의 예술이고, 사진은 귀납적 사유의 예술이라고 누군가 이야기했던 기억이 나네요. 유레카님이셨던가?^^: 기억이 가물가물 합니다.

AgalmA 2017-09-02 19:48   좋아요 2 | URL
먼저 칭찬 감사요;; 두 분야 다 영감의 찰나를 놓치면 사유가 비집고 들어갈 틈이 없죠ㅎ 사유가 들어가면 다른 게 나오는 거고요. 이건 제 소견입니다. 그러나 카르티에 브레송 사진이 ˝결정적 순간˝의 예술인 건 전자를 멋지게 잡았기 때문이죠. 그것이 타고난 감각인가 노력의 산물인가는 각자 생각할 일ㅎ;

겨울호랑이 2017-09-02 19:51   좋아요 1 | URL
^^: 그렇군요. 순간의 영감을 잡는 것도 중요하겠네요. 짧은 순간에 자신을 표현한다는 것은 어려운 일인 것 같아요^^:

보슬비 2017-09-02 20:1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통영에는 섬들... 반갑네요.^^
겨울호랑이님 말씀대로 사진 멋지게 찍으셨어요.

AgalmA 2017-09-02 20:33   좋아요 1 | URL
좋은 재료가 음식 맛을 좌우하듯 저기도 그랬어요^^ 감사요 :)

cyrus 2017-09-02 20:3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녹슨 미끄럼틀과 우뚝 솟은 앙상한 나무와 묘하게 잘 어울립니다. 폐허 속에서 자라나는 생명력을 보여주는 것 같습니다. ^^

AgalmA 2017-09-02 20:41   좋아요 0 | URL
처음엔 부서져가는 미끄럼틀이 너무 인상적이라 그것에 집중했는데 주변과 함께 오래 지켜보니 말씀하신 그게 맘에 들었어요^^ 수직의 무너짐과 수직의 생명력의 대비!

ICE-9 2017-09-03 02:1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통영, 저도 언젠가 꼭 한 번 가보려 하는데 이 사진들을 보니 얼른 가야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사진 구도가 참 멋져요^^

AgalmA 2017-09-04 16:10   좋아요 0 | URL
처음 갈 땐 남들 안 가고 안 보는 곳 가긴 쉽지 않죠. 예전에 저 통영 살았었는데 그땐 알지 못했던 곳이 더 많더라는^^; 워낙 어릴 때 짧게 살았던 터라 더 그랬겠지만. 통영은 먹거리, 볼거리가 풍부하죠. 즐거운 여행 되실 듯^^
헤르메스님도 사진 잘 찍으시잖아요. 책 사진 올리시는 거 보면 프로!

2017-09-03 08:10   URL
비밀 댓글입니다.

AgalmA 2017-09-04 16:11   좋아요 1 | URL
감사합니다^^ 여행은 가기만 하면 뭐든 얻고 배우는 거 같아요. 사진들이 그걸 많이 남겨줘서 감사하죠^^

fledgling 2017-09-03 19:0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크.. 달라도 무언가 다르신 Agalma 님... 요즘 제가 좋아하는 단어가 있는데 ‘클라스!‘ 라고 아실런지..!
세글자면 충분한것 같은 착각에 빠져살고 있네요.ㅎㅎ

AgalmA 2017-09-04 16:13   좋아요 0 | URL
클라스는 웨하스처럼 먹는 거에요? ㅎㅎ
자신만의 몽상도 삶의 이유이자 근거가 될 수도 있죠. 저도 그걸 늘 원하며 사는 사람이기도 하고요^^

fledgling 2017-09-04 16:40   좋아요 1 | URL
class, 클래스라고 발음하지만 요즘 온라인에서 감탄사로 많이 쓰고 있더라구요. 뜻은 찾아보시면 아실거에요.^^

그러고보니 jtbc 교양프로그램 <차이나는 클라스> 제목도 클라스네요. 이프로그램도 재밌게 보고있네요.! 책은 덜보는 대신 유익한 영상이라도 보면서 위안을 삼고 있네요..!

AgalmA 2017-09-04 19:09   좋아요 0 | URL
예전엔 높고 낮음의 비유로서 ‘클라스가 다르다‘ 식으로 자주 말했죠. 요즘 인터넷에서 쓰는 클라스는 good 뉘앙스인 듯? 예전에 ‘엣지 있다‘가 그 비슷하게 여기저기 쓰였듯이.
비교가 아닌 ‘스스로의 격‘을 찾고 누리는 삶 그게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fledgling님도 그런 삶을 찾으시려는 거라고 생각해요 :)

나와같다면 2017-09-04 01:3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제 생각은.. AgalmA님 안에 많은 사고와 성찰이 있었기 때문에, 프레임에 저 찰라를 담을 수 있는 것 같아요..

AgalmA 2017-09-04 19:42   좋아요 0 | URL
그 순간엔 어떻게든 놓치지 않고 잡아야 한다는 생각밖에 안 들어요^^; 하신 말씀은 아는 만큼 보인다 비슷하려나요.
영감과 사유의 관계. 창작과 창작자의 관계는 제가 늘 관심을 가지는 주제이기도 하죠.
강석경 저자의 인상적인 문장이 여기 적절할 지도 모르겠습니다.
˝한평생 실험작가는 없다. 감성에는 이성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좋은 말씀 감사드립니다.

희선 2017-09-04 03:0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한국에도 섬이 아주 많겠지요 앞으로 하나씩 가 보세요 다 못 가 보면 어떨까 싶습니다 바다 물결이 좋아요 다른 사진도 다 좋습니다


희선

AgalmA 2017-09-04 16:35   좋아요 1 | URL
그런 의욕들이 하나둘 자꾸 꺾이거나 사라져가요. 나이의 문제인가 맘의 문제인가 이젠 그 구분도 희미해져 가네요. 희선님도 마음 먹었을 때 많이 하시길 바라요/ 그 마음대로 좋은 사진, 글 많이 담게 되실 겁니다.

무식쟁이 2017-09-04 21:0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사진 한 장 한 장에 바다냄새 풀냄새가 느껴지네요. 빌에반스의 피아노 선율까지 더해지니 고즈넉한 그런 시간들이 그리워 마음이 이상해지네요. 두근두근 슬퍼져요.

AgalmA 2017-09-04 23:45   좋아요 0 | URL
그런 기분을 같이 느껴보고 싶어 글 올린 건데 같이 공감할 수 있어서 기쁩니다^^ 무식쟁이님에게도 그런 기억, 시간들이 있어서 그런 것일지도요.

프레이야 2017-09-11 21:4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섬이라면 저도 참 좋아해요. 작년에 간 조용한 보길도와 올여름에 간 가파도가 기억에 특히 남아요.
자전거로 가파도 해안을 한바퀴 돌았지요. 청보리 푸를 때 가면 또 좋을 것 같습니다. 사람들로
붐비겠지만요. 누구와 어떤 시점에 어떤 마음으로 갔느냐가 더 관건이겠지만 나름의 섬풍경은 그대로일 테지요.
여름 잘 보내시고 또 행복한 가을 맞이하자구요^^

AgalmA 2017-09-12 07:39   좋아요 0 | URL
자전거로 해안 도는 거 참 좋죠^^
프레이야님도 어지간한 여행꾼이시네요ㅎ! 사람이 붐빌수록 더 고독해서 더 인상적일 때도 있죠ㅎ;;;
정감어린 인사 남겨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