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 기미를 계속 느끼긴 했지만 <두 남자의 철학 수다> 89회 장 보드리야르 [이 방송을 절대 듣지 마시오] 편에서는 메뚝 씨의 과학에 대한 혐오와 인식의 편협함이 노골적으로 드러나 안타까웠다. 그러면서 보드리야르가 과학과 기술에 경도되었다고 비꼬다니;;;

‘감각은 몸으로 느끼는 거지 뇌가 느끼는 게 아니다‘란 말은 뇌과학을 조금만 공부해봐도, 유명한 올리버 색스 <아내를 모자로 착각한 남자>만 읽어봐도 할 수 없다. 뇌에 이상이 생기면 엉뚱하게 감각한다거나 감각 자체를 못 한다는 걸 전혀 모르는 소리.

‘자율 주행 자동차가 사고 확률 낮아도 불안 땜에 절대 시행되기 어렵다‘는 소리도 정말 뭘 모르는 소리. 그러면서 자기는 탈 거라고 하는 소린 인지부조화 같기만. 기술이 안정화되고 체제로 도입할 여건이 안 되기 때문이지 일단 시작되면 확산은 순식간이다. 심리 장벽 문제로 보는 건 아주 단순한 생각이다. 자동 도어록이 취약한 점이 분명 있지만 열쇠를 고집하는 사람이 몇이나 있겠나. 이미 설치된 상태라면? 쓸모와 욕망은 우리의 불안을 늘 압도해왔다. 이런 걸 말하던 보드리야르 방송하면서 이렇게 따로 놀면 어쩌나. 요즘 팟캐스트 방송 인지도 높아져서 너무 자신감 폭발하시는 건 아닌가.

철학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 알겠고 나도 철학을 아낀다. 그런데 철학 신봉자들이 대개 저렇게 말하고 다른 분야 깔보는 행태는 철학 공부하면 생기는 병인가 싶을 때 많다. 물론 다른 분야도 마찬가지. 다들 자기가 추종하는 지식과 앎의 신봉자들.
나는 학문에 나눔이 있다는 것 자체가 불만이다. 그것들의 통합이 진정 학문의 취지 아닌가. 어려워서 문제지.

그나저나 장 보드리야르 <무관심의 절정>과 니카자와 신이치 <대칭성의 인류학>을 주문한 상태다. 요즘 내 심정이 절절히 묻어나는 제목이다. 이런 제목으로 메뚝 씨 같은 저런 소리 하고 계시면 저 맘 아플 겁니다.
<대칭성의 인류학> 리뷰엔 이미 사이비란 소리 난무;
<무관심의 절정>에 리뷰가 하나도 없는 거 보고 놀랐다. 번역이 어쩐다 소리조차 없이 철저한 무관심 상태ㅎ; 좋아 좋아! 이런 책이면 난 더 읽고 싶지!
보드리야르가 왜 <유혹에 대하여>를 썼는지 이제 좀 알 것 같다. 허무의 끝이 향하는 강렬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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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7-09-13 13:0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시뮬라시옹》이 많이 유명해서 그런지 보드리야르의 다른 책들은 묻히거나 절판되었어요. 보드리야르는 ‘원 히트 원더‘형 저자입니다. ^^

AgalmA 2017-09-13 13:09   좋아요 0 | URL
반짝 유명세 타고 묻힌 게 좀 안타까워요. 제가 보기엔 대단한 문장가이기도 한데.

2017-09-13 19:20   URL
비밀 댓글입니다.

AgalmA 2017-09-15 19:22   좋아요 0 | URL
최근에 톰 니콜스 <전문가와 강적들>이라는 책 출시보고 흥미가 생기기도 했는데요. 자기 전문 분야에서 전문성 발휘하는 거야 그러려니 하겠습니다만 자기 분야의 지식으로 모든 분야를 다 꿰뚫어 평가하려고 하니 문제가 발생하는 것이죠. 인간 이성의 특성이기도 하겠으니 거참...

시이소오 2017-09-13 20: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메뚝씨 뚝심이 있어서 좋아했는데 너무 나가셨네요. 철학한다고 과학을 무시하는건 과학한다고 철학 무시하는것만큼이나 어리석은 오만일터인데 인기가 또 한 사람을 버려놓았네요. 가뜩이나 <철학읽는밤2>를 읽는중인데 안타깝습니다.

AgalmA 2017-09-15 19:29   좋아요 0 | URL
<두 남자의 철학수다> 컨텐츠는 좋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수다나 사견이 들어갈 때 억지나 편견이 많이 엿보여요. 그래서 제가 저번에 꼰대 같은 면이 있다고 말씀드린 거고요.
방송 듣다 보면 메뚝 씨가 의견이 너무 강해서 똥팔 씨 의견이 무시되는 것도 자주 듣게 되는데 패널이 두 사람일 때 자주 생기는 일이죠. 4명 패널이었던 [지대넓얕]은 초기에 상당히 치열하게 치고박고 했잖아요? ㅎㅎ 그들도 어떤 면에선 성향이 비슷해서 전체의 쏠림 현상이 느껴지기도 했으나. 아무튼 지금은 그마저도 끝나서 아쉽죠.
모든 게 만족스러울 순 없으니 이 정도도 잘 하고 있다고 격려하는 편이지만 89회 방송은 정말 한 소리 안 하고는 못 넘어 가겠더라는.


ICE-9 2017-09-13 20: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저도 보드리야르의 ‘유혹에 대하여‘ 꽤 좋아합니다. 그 책을 읽기 전까진 유혹을 막연히 나쁜 것으로 생각하고 있었는데, 그 책을 통해 유혹의 다른 의미들을 깨달았던 것 같습니다. 그렇게 보드리야르가 달리 보게 만든 눈을 준게 알고 보면 참 많죠^^

AgalmA 2017-09-15 19:33   좋아요 0 | URL
대학 때 장 보드리야르 <시뮬라시옹> 원서 강독에서 뇌리에 받은 충격을 아직도 기억합니다.
저는 <불가능한 교환>부터 본격적으로 읽기 시작했어요. 문장에 감탄감탄하며 많이 옮겨 적었죠. <유혹에 대하여> 샀을 때가 바타유 <에로티즘>, 롤랑 바르트 <사랑의 단상> 샀을 즈음이었는데 다들 넘 어렵더라는ㅎㅎ;
저도 보드리야르에게 배운 게 많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