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부를 묻는 사람에게 어떻게 답할지 몰라 이 글을 쓴다. 묻지 않은 말에는 잘도 답했건만 막상 누군가 말을 걸면 나는, 침묵과 대답 사이에서 한참 주저한다. 긍정적인 답을 할 수 없으니 더욱 그렇다.
내 말, 언어에 대해 50%의 확신도 못하는 지금, 나는 나를 번역해야 하는 절박한 상황이다. 타인의 말에는 무슨 뜻이 얼마나 들어 있는지 깊이 바라봐야 했다. 이 또한 일종의 나락이다. 말이 생각을 표현한다는 건 본질적으로 혐오스럽다. 병적인 생각이다. 그렇다.


˝신비함 속에도 논리가 있다˝(프란츠 카프카 <꿈>, 워크룸프레스, p16, 오스카어 발첼-오스트리아 문학자)


오늘꿈에서 깨어나 하루 종일 그 뒷맛을 느끼며, 나는 또 꿈을 혐오했다. 내일꿈은 좀 다를까. 과연?
리처드 도킨스가 말한 ˝유전자 풀(gene pool)˝ 같기도 하다. 물감처럼 중간색으로 섞이는 것이 아닌, 끝없는 뒤섞임 끝에 나오는 카드 같은 유전자의 욕망 말이다. 에이스가 되고 싶은가, 조커가 되고 싶은가. 리처드 도킨스는 시간이 많다면 유전자 조작으로 모두 가능하리라고 말한다. 그래서 불로불사를 그렇게도....


에밀 뒤르켐 <자살론>은 일체의 감상을 거부하는 문체라 맘에 들었다. 자살과 인종 관계를 따지는 논의에서 인류학 ˝다원발생론˝ 설명 중 ˝성서의 이야기대로 한 쌍의 부부로부터 파생된 것이 아니라, 지구의 여러 곳에서 동시에 혹은 연이어 나타났다... 주요한 인종들이 갖고 있는 특징은 점진적으로 고착되어 형성된 것이 아니라 처음부터 한꺼번에 형성되었다˝(p76)는 주장을 보고 문득 우주발생론을 떠올렸다. ˝발생론˝이라는 단순한 라임 맞추기식 연상이었을까. M이론과 선대폭발이론을 이리저리 맞춰보다가 포기했다. 무덥고 괴로운 여름 때문이라기 보다 내 앎이 아직 가닿지 못해서라는 탄식. 아니면, 나는 궤변과 억지의 달인이라서?

˝우리는 라틴 인종과 앵글로색슨 인종의 정확한 차이를 거의 알지 못한다. 사람들은 저마다 과학적 정확성 없이 자기 나름대로 말하고 있을 뿐이다.˝(에밀 뒤르켐 <자살론>)

˝다원발생론˝과 ˝우주발생론˝의 연결을 다음날 철회했다. 협소하나마 내가 그간 읽어온 스티븐 핑커와 리처드 도킨스의 진화론에 의하면 ˝다원발생론˝은 ˝그저 하나의 이론˝일 뿐 ˝정리˝가 될 수 없겠다는 결론이 나왔다. 자연선택으로 인한 가지치기식 진화 과정은 매우 설득력 있다. 종교보다 더.
어쨌거나 우리는 이미 범죄가 일어난 이 시간을 끝까지 유추해봐야 할 것이다. 재귀성.

˝곤충은 색각이 뛰어나지만, 그들이 보는 빛스펙트럼은 자외선 쪽에 치우쳐 있고 붉은색은 빠진다. 사람처럼 곤충도 노란색, 초록색, 푸른색, 보라색을 보지만, 사람과 달리 곤충은 자외선 영역을 잘 보는 반면에 우리의 스펙트럼 끝에 있는 붉은색은 못 본다. 당신의 정원에 길쭉한 모양의 붉은 꽃이 있다면, 야생에서 그 꽃은 곤충이 아니라 새에 의해 수정된다고 해도 아마 틀리지 않을 것이다. 확실한 예측은 아니지만 말이다. 새들은 스펙트럼의 붉은색도 잘 본다. 신대륙의 식물이라면 아마도 벌새가, 구대륙 식물이라면 아마도 태양새가 수분해주고 있을 것이다. 
우리 눈에 평범해 보이는 식물이 사실은 곤충들만 볼 수 있는 반점이나 줄무늬로 화려하게 치장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우리는 자외선에 색맹이기 때문에 그 장식을 보지 못한다. 많은 꽃이 자외선 색소로 꽃잎에 작은 활주로 같은 것을 그려서 벌들이 쉽게 착륙하도록 인도하는데, 사람의 눈에는 그것 역시 보이지 않는다.˝
(리처드 도킨스 <지상 최대의 쇼>, 김영사, p78~79)

유성생식을 돕는 새나 벌처럼 이리저리 오가지만 내 독서는 과연 긍정적 진화일까. 40%도 확신할 수 없다.
뒤르켐에 의하면 자살률은 여름에 가장 왕성했다가 차차 줄어드는데, 그 흐름은 매년 순환된다. 인종, 병, 계절, 성차 등으로 쉽게 결론짓고 마는 우리의 편견을 격파해가는 뒤르켐을 보라! 종교 중 유대교에서 자살률이 가장 높은 것은 무엇을 말하는가.
통계적으로 자살 발생은 활발한 활동 시간대에 가장 많다. 점점 좁혀지는 초점, (사회) 관계성.
내가 목격한 시간대도 뒤르켐이 말한 그 시간대였다. 우연의 일치라기 보다 통계 사례 +1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내일 새벽엔 유성 쇼가 펼쳐진다고 한다. 
삶 자체가 이미 쇼라고 생각하기에 놀랍지도 않고 큰 설렘도 없다.
별이 가장 활발히 움직이는 쇼, 내가 지구에 있기 때문에 보게 되는 별의 자살일까.

자야겠다. 
누구도 초대하고 싶지 않지만 기어코, 나타나겠지.
카프카 꿈은 한 번도 꾼 적이 없다. 유감이다.




ㅡAgalm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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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8-13 07:50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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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8-14 02:29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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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철나무꾼 2015-08-13 08: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여름 휴가 중에 출동하게 만드시네~^^
반갑습니다, 와락 ~ ((__))

2015-08-14 02:30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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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8-13 13:10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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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8-14 02:31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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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8-20 01:21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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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8-20 02:33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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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8-13 14:55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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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8-14 02:32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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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15-08-13 15: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보고싶었어요.. T^T 돌아오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다시 Agalma님의 글을 보니 기뻐요. ^^

2015-08-14 02:32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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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8-14 16:28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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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8-13 15:42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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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8-14 02:32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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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8-13 16:48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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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8-14 02:16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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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8-13 18:06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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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galmA 2015-08-14 02:34   좋아요 1 | URL
못난 모습 보여서 미안합니다. 짧다면 짧은 10개월 가량 이 서재에서 제가 할 수 있는 노력은 힘 닿는 데까지 했다고 생각합니다. 지금 상태는 일종의 탈진이라고 할까요.
어찌 하면 남도, 나도 다치지 않는 선에서 이 서재를 꾸릴 수 있을까 고민이 많습니다. 때론 도대체 이게 다 뭐라고 이 고민과 정성을 들이고 있는가 싶죠.. 그래도 님 같은 분들의 사랑스러움을 잊을 수는 없지요. 이건 혹, 곡해이거나 무례입니까.

사랑은 아무리 해도 해도 모자란 것이었지... 아. 그래서 제가 이렇게 지친 건가 봅니다.
사실 이 모든 국면은 저와의 싸움이겠죠. 지나친 확신이더라도 저는 그리 생각합니다.
내 말은 해도 해도 왜이리 한심해지는지....

우리는 언제나 다시 태어나고 싶지 않았습니까. 물리적으론 불가능하니 상황적 모색을 해야 겠지요. 제겐 지금이 또 그러합니다.

고마워요.


아참, 어떻게든 잘 지내셔야 합니다. 음....좀 염려가 되어서요....


AgalmA 2015-08-14 02:3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비가 왔고 하늘은 흐리다. 무엇을 본다는 건 사실 엄청난 희귀성이라는 걸 계속 잊는다.
유성우는 언제나 있어 왔지만 그걸 목격하기가 그래서 쉽지 않은 것.

antibaal 2015-08-16 16:2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엄청난 희귀성. 네. 그런데요. 남반구로 가면 그 희귀성은 목격이 되요...
잘 지내셔야 되요.
책을 사랑하고 글을 좋아하시는 님.
늘 행복하소서.
꿈을 못꾸고 안꾸는 것도 좋던데요.
그만큼 잠에 빠질 수 있다는 것도
오늘 하루 열심히 살았다는 얘기겠죠?

AgalmA 2015-08-17 00:37   좋아요 1 | URL
! antibaal님 말씀 듣고 또 각성! 맞습니다. 어딘가는 밤없는 백야로 가득하고 말이죠... 이렇게 늘 놓치죠. 인간은. 나는.
덕담주셔서 무척 감사합니다. 힘을 내고 있습니다. 덕분입니다.
너무 지친 나날, 누워 눈을 감고 쉴 수 있는 것만도 감사히 생각하기도 합니다(솔직히 매일 그렇지는 않아요;) antibaal님 가내 평안도 멀리서나마 바랍니다. 마음 깊이 담아...

종이달 2021-10-11 19: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고맙습니다
 

낌새는 있었다. 문은 자동잠금 방식이었다. 손잡이를 돌릴 때마다 쉽게 열리고 싶어하지 않는 어떤 고집이 느껴졌다. 살아 있나? 시간은 흘러 흘러 급기야 문은 완강해지고자 한 모양이었다.

˝문이 안 열려!˝
누군가 중요한 듯 외쳤지만, 금방 해결되겠지? 하는 안도와 장난도 섞여 있었다. 우리는 위급과 보통을 구분해 듣는 시스템 1(대니얼 카너먼 <생각에 관한 생각> 참조바람. 내 페이퍼에 잘 요약되어 있음-지나친 당부)이 있다. 사무실 직원 중 얌전하고 귀여운 사람1이 다가갔다. 문제가 발생하면 자신이 해결할 수도 있다는 착각으로 다가가기 마련이다. 그게 요행이더라도.
나는 최근 적극 수용하기로 한 방관자 자세로 내 자리에 앉아 있었다. 화장실도 다녀왔고 급할 게 없었다.

두 사람이 씨름했지만 문은 쉽게 타협하지 않았다.
누군가는 계속 ˝우린 갇혔어. 어떡해~~~~~˝를 희랍 비극의 코러스처럼 반복했고, 당연하게도 사장님은 엄중하지만 데우스 엑스 마키나 같은 해결자가 아니었고, 얌전하고 귀여운 직원1은 침착하게 말했다.
˝일단 급하시면 창문으로 나가시고 나머지 사람은 이후 문이 열리면 나가죠.˝
(부가적 사항: 여긴 2층, 사다리 없음, 뛰어내리란 소리, 누군가는 뚱뚱하다, 운동 부족으로 관절도 좋지 않을 걸로 예상된다)

얌전하고 귀여운 직원1은 언제나 이렇게 얌전하고 귀엽게 말한다. 더 중요한 건 예쁘다! 그런데 이 얌전하고 귀여운 직원1은 빈 패트병을 깜짝 놀랄 정도로 무자비하게 구겨서 버리는 습관이 있다. 무서운 말을 아무렇지 않게 하듯이.

나는 풋, 숨죽여 웃고 말았다. 밥이나 먹을까. 갇혀도 밥은 먹는다. 로빈슨 크루소가 아니더라도. 물론 둘 다 배달을 원하긴 어려운 상황이다.

<생각에 관한 생각>에 이런 내용이 있다. 고대 나일강은 이집트가 대비를 했음에도 매해 범람했다. 우리의 예상은 그 이상을 상상하지 않기 때문이다.

밖에서 여러 번 시도한 끝에 문이 열렸고, 자물쇠 걸림 부분을 테이프로 막았다. 자동잠금 장치와 손잡이는 수리되거나 교체되더라도 문은 그 자리 그대로 있을 것이다. 다음엔 다르게 고장나겠지. 그 순간은 닥칠 때까지 누구도 알 수 없다.
이 문은 나보다 더 오래 살 거란 기이한 확신이 든다.


최근엔 뉴스도 안 보고 아이돌 음악에 빠져 있다. 신나는 비트와 애절한 가창 아래 있는 ˝사랑에 대한 숭배와 애도성˝ 때문에 유치해도 사랑받는 것이리라. 아이돌은 매해 나타나고 사라지겠지만 이 ˝숭배와 애도˝는 K-POP과 가요, 음악의 본질에서 영원히 사라지지 않을 성질이다.

에드가 앨런 포우의 시선집 <꿈 속의 꿈>(아티초크 빈티지 1)에서 황인찬 시인의 서문도 그런 대목을 짚는다.

˝사랑 앞에 엎드리고 자신을 완전히 내맡기는 모습에 마음이 기울지 않을 이가 어디 있겠는가. 그런데 포우의 시를 계속 읽다 보면 우리는 사랑과 죽음의 또다른 모습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사랑의 모습이 `숭배`와 닮은 것이라면, 그의 시에서 나타나는 사랑의 형태는 `애도`의 양식과도 닮아 있다.˝



며칠 후면 나는 이 사무실을 떠난다. 이곳 문에 대해 잊게 되겠지. 그러기 전에 또다른 이곳인 ˝북플˝에 이 기록을 남긴다. 어떤 애도도 없이. 끝없는 기록이 근사치의 애도일 지도 모른다.

계속 아득하다.
현실을 꿈속처럼 살기 때문이다.
꿈속에서 현실같이 사는 것과 마찬가지 문제다.
문학 또한 두 곳을 동시에 오간다.
정확히 갈 곳이 없는 것 같다.




ㅡAgalma





*이 글은 타인을 위한 글이 아닙니다. 더 정확히는 이런 이야기가 재밌는 일부와의 교류를 위한 글입니다. 그런데 자신들의 추측과 증언을 말할 뿐 정확히 대화하는 것일까.(갑자기 반말)

이 글은 (대부분의) 당신이 원하는 정보가 희박할 겁니다. 그러니 좋아요는 신중히!(갑자기 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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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8-04 19:20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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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8-05 02:20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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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15-08-04 23:5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꼭 현실을 현실로만 살이야 하나요¿?

AgalmA 2015-08-05 02:20   좋아요 1 | URL
왜냐하면 저혼자 사는 세상이 아니기 때문이죠 :)
말도 아 다르고 어 다르게 해석하는데 현실이라는 물리 자체를 뒤바꾸면 현실이 블랙홀이 되잖아요...제겐 이미 이렇죠. 정확히.

2015-08-05 00:17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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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galmA 2015-08-05 00:45   좋아요 2 | URL
양보나 타협을 위해 감수한다는 건 아니에요. 다들 제각각의 현실을 가지고 사는데, 모두 한 치의 물러섬도 없다면 대립과 파괴밖에 없을 겁니다. 그런데 이것 또한 내가 원하는 건 아니잖아요? 결국은 나를 위한 선택을 하는 거겠죠. `원한다`는 참 가변적이죠.

제 존재를 감당하고 반영하고 대변해야 한다는 게 무거울 뿐 다른 이로 인해 무거운 게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현실 속에서 늘 제가 `무엇`이고 `여기` 있기 때문에 발생하는 문제이자 변수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당신 때문에 조금 행복합니다. 지금 이순간은. 아시다시피 미래를 몰라서 이순간이라고만 말할 수밖에 없는 것 이해 바랄께요 :) 님을 믿지 못해서가 아니라 현실을 믿지 못해서라는 전제를 노파심에서 남깁니다.

고마워요. 언제나 그랬어요.

2015-08-05 01:09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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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8-05 01:50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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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8-05 01:09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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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8-05 01:19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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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8-05 01:27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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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8-05 01:53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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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8-05 16:24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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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8-06 00:06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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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8-13 13:24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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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컴맹 2015-08-20 21:1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한림출판사 1984 刊 2800원 짜리로는

그대 영혼 외롭다 느끼리
잿빛 묘비의 어두운 상념들에 둘러싸여
그 많은 사람의 무리 가운데서 단 한 사람도
그대의 은밀한 시간을 살필 이 없네

라고 驛되어있어요 많이 다른 느낌이지만 아직 싱싱한 단어들입니다.
제가 처음 포우를 알게 된 시집이라 애정이 가는 책이죠 . 번역도 뭐랄까 우울과 음산이 좀 잘 드러나있지요 강대건 씨의 편역 책이고 당시 중고삐리에게 인기있던 시집였죠

기뻐서 펴보는 독서생활
이 맛, 묵은 빼갈 같은데요 물론 알콜기는 날아가지 않은 짜르르...

AgalmA 2015-08-20 21:31   좋아요 0 | URL
오, 멋진데요. 번역이 그로테스크한 멋을 살리려고 노력한 게 느껴집니다.
묵은 빼갈=오래 함께 해 온 책 비유 좋네요...저도 옛날 시집들 가을녁에 많이 펼쳐봐야 겠어요^^

나와같다면 2015-09-11 00: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너무 사랑하면.. 자신이 죽기도 하지요..

AgalmA 2015-09-11 21:46   좋아요 0 | URL
이 책에 이런 인용도 있죠.
˝모든 사람은 행복을 추구한다. 여기에는 예외가 없다. 스스로 목을 매려는 사람까지도.˝ㅡ파스칼
과학과 인식의 다양화로 인간의 불가해한 점이 많이 드러나고 있지만 종국엔 여전히 해답이라고 보기 늘 어려운 지점이 있죠...
흔적님 서재에서 닉넴 자주 뵈었는데, 대화는 처음이네요. 안녕하세요. 지금은 비가 옵니다. 그곳은 평안하신지.
 


취한 채 얻어맞고 우는
시인 많이 보았지



시도, 돈도 없는
시시한 인생이라 울고 울어서
더 맥빠지는 삶
내 얘깁니다



요며칠 위선자란
소릴 원없이 듣고 들어서
이제 농담으로 ˝이봐, 위선자 씨˝라고 들어도
무덤덤해졌다
오히려 길에서 뒤를 돌아볼 정도다
위정자여, 그래서 되겠는가
이 상황에서는 이상하게 들을 수도 있는 것이다
근본적으로 비는 피하는 게 아니라 맞는 것이다
피해도 되고 맞아도 되고 라고 말해야 했을까




이웃과 이웃이 아닌 두 사람 덕분에
이상한 조합의 댓글이 만들어진다
이래서 내가 알라딘을 못 끊어...


˝알라딘 2015년 상반기 인기검색어 예상: 위선자 상대성 이론

다들 위선 자를 꺼내 자기 앞에 명명백백 떨어지게 만든다고 생각하지만, 밖에서 보면 자기를 향한 빗금으로 보이는데...
2015년 한여름 알라딘에서는 서로 증명하기 어려운 위선자 게임이 있었다˝




리고...
폭우에 휩쓸려 사라진 걸까
슬픔에 잠겨 안 보이게 된 걸까
어찌 되었든 잠잠해졌다
또 거기로 갔나보다



부터 바보처럼 현자처럼 앉아 있을 걸
여기 돌 하나 더 쌓는다고
무슨 티가 난다고
무슨 태가 난다고


아픈
사람 안부 한 번 더 물어볼 걸...위선자답게
술 취한 시인 안 되는 시 되도록 더 쓰라고 해도 되려나...위선자로서(그런데 이건 독백 같아)
하루종일 쓰러지는 그림만 그리고 있는데
끝이 안 보인다...위선자니까


집에
책이 기다리고 있다
점점 이상한 樂이다
책을 펼치면
돌아오지 않을 길 떠나는 것 같아서
하지만 기필코 나가야 될








ㅡAgalm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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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ledgling 2015-08-03 06: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루토 닮았네요! 그림 잘 그리십니다~!

AgalmA 2015-08-03 08:58   좋아요 0 | URL
남의 그림 많이 그리다보니 그림체가 많이 짬뽕 돼서 사실 맘에 안 들어요. 그저 스트레스 해소용으로...
퍽큐 때문에 알라딘에서 또 태클 거는 건 아닌지...아, 눈치볼 일이 한둘이 아니라능)))

2015-08-03 10:4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8-03 17:36   URL
비밀 댓글입니다.

북다이제스터 2015-08-03 20: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혹시 그림 그리시는 직업 갖고 계세요? 역시 솜씨가 보통 아니라고 느꼈습니다. ^^

AgalmA 2015-08-03 21:34   좋아요 0 | URL
밥벌이가 되면 어떤지 아시죠ㅎ;; 제 순수 창작이 아니라 재미없어요...

2015-08-04 05:2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8-04 11:49   URL
비밀 댓글입니다.
 

§

점심도시락은 멸치샌드위치, 콜라, 왕꿈틀이 2마리(사진 찍자마자 홀랑 다 먹어 버렸지😋), 칸트 <순수이성비판1>
뭐? 뭐라고? 다시. 
오늘 점심도시락은 멸치샌드위치, 콜라, 왕꿈틀이 유령, 칸트 <순수이성비판1>

날이 너무 더워서 내가 뭘 하고 있는지 모를 때가 있다.






˝미성숙이란 타자의 지도 없이는 자신의 지성을 사용하지 못하는 무능력이다. 그리고 그 무능력의 원인이 지성의 결여에 있는 것이 아니라, 타자의 지도 없이 자신의 지성을 사용하고자 하는 결단과 용기의 결여에 있다면, 그 무능력은 자기 탓이다. 그러므로 계몽의 표어는 `과감히 분별하라!` `너 자신의 지성을 사용할 용기를 가지라!`이다. ˝(p18)


오랜만에 사정없는 칸트식 정언을 접하니 왕꿈틀이 우물대다 멈칫.





ㅡAgalm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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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바 2015-07-23 13:31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아이참 아갈마님 저건 그냥 꿈틀이에요. 왕꿈틀이는 콜라맛이라고요! ㅋㅋㅋ 잘 챙겨드세요 ㅠㅠ 멸치샌드위치 궁금.. 전 왜 칸트만 떠올리면 이런 생각이 드는지.. 치약 짤 때 중간부터 눌러 짜면 혼날 것 같지 않아요?ㅋㅋ

AgalmA 2015-07-24 02:03   좋아요 2 | URL
맞아요. 엄청나게 큰 놈이 콜라 띠를 두르고 있어 불쾌했어요😟 암튼 가장 큰 왕꿈틀이 먼저 사망ㅋ 이미 먹어버려 뭘 어떻게 할 수가ㅎ;;;
멸치 샌드위치는 멸치와 각종 견과류를 볶아 식빵 가장자리에 마요네즈를 둘러 멸치와 그 졸개들이 빠져나가지 못하게 한 뒤 넣고 집에서 만든 피클을 올린 뒤 식빵 뚜껑을 덮습니다. 귀찮아서 다른 야채는 따로 씹음...괴상해서 딱히 타인에게 권하지 않아요ㅋ

칸트, 내 멸치샌드위치 보면 불호령 할 사람...잌😝

2015-07-23 13:33   URL
비밀 댓글입니다.

AgalmA 2015-07-23 23:55   좋아요 2 | URL
정상적인 식단이 아니긴 하죠ㅋㅎ; 꿈틀이는 칸트와 마찬가지로 에피타이저 혹은 디저트로도 가능합니다.
혹 불쾌하실 지 모르나 저는 칸트 숭상주의자도, 지성우월주의자도 아니라서 칸트 저서를 딱딱한 에세이로 읽는 식입니다. 그러면 주눅에 휩싸여 배우는 기분이 들지 않습니다. 칸트 읽을 때 제 독서법입니다 :)

양철나무꾼 2015-07-23 19:1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왕꿈틀이 완전 좋아해요. 하리보도 좋고요~^^
근데 저런 어려운 책 읽으면서 샌드위치를 드시면 체하지 않으시려나~?
쿨럭~(,.)

AgalmA 2015-07-24 00:18   좋아요 0 | URL
양철나무꾼님 일전에 샌드위치 레시피 왕창 올리셨잖아요ㅎㅎ 제 샌드위치 보고 기함하지 않으셨나 모르겠네ㅋ; 나름 영양가는 있는데ㅋ
그 책 도서관에 신청해서 보고 제 샌드위치 레벨을 좀 올려야겠죠ㅎㅎ? 하루키에게 영향 받아 오이 샌드위치는 제법 먹을 만하게 만들기도 합니다ㅋㅋ

왜요~ 언젠가 콜린 윌슨 <잔혹>도 밤새워 읽고 샌드위치 해먹으며 대미를 장식~ㅎ))
제 식단과 독서 궁합은 `우리 제법 잘 어울려요` 합니다ㅎㅎ

fledgling 2015-07-23 21:0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칸트 3종 세트 사놓고 책장에 고히 모셔두고 있답니다... 언제 펼칠런지...ㅎ 리뷰 기대합니다!

AgalmA 2015-07-23 23:55   좋아요 0 | URL
스피노자랑 들뢰즈 제대로 읽으려면 칸트를 대충 파악해서는 안 되겠더군요. 책세상에서 나온 다이제스트판만 읽다가 이젠 제대로 봐야지 않겠나 싶아서 한 권 한 권 저도 사모으고 있어요^^...일만 아니면 집중해서 읽을텐데 여러모로 성질나는 여건입니다~_~)˝

북다이제스터 2015-07-23 21:0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순수이성 비판>... 저도 언젠가 원전 도전하고 싶은데ㅠㅠ 높은 산이란 느낌이 들어서 왠지 멀게 느껴져요.

AgalmA 2015-07-24 01:49   좋아요 0 | URL
북 다이제스트님 평소 읽으시는 책들에 비해 그리 어려운 책은 아니라고 생각되는데요. 용어와 개념이 낯설어 초반엔 고역일 수 있지만, 칸트 철학이 명쾌한 부분이 많아 저는 `집중`의 문제가 크지 않나 생각합니다^^ 올여름 칸트 집중해 보심은? 헤헤))

CREBBP 2015-07-24 01:0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왕꿈틀이가 뭔가 찾다가 이상한 유투브 보고 있었는데 답글 주셨습니다. 애들이 좋아하겠군요. 성인 점심의 후식으로는 어떨지 모르겠는데 멸치 샌드위치와는 잘 어울릴듯

AgalmA 2015-07-24 01:50   좋아요 0 | URL
제가 젤리류를 너무너무 좋아해요^^;; 이동진 씨도 동류의 ˝마이구미˝ 엄청 좋아한다고 해서 ㅋㄷㅋㄷ
멸치 샌드위치와 어울린다고 말씀해 주셔서 몸둘 바를ㅎㅎ;;; 정말 짭짤하고 달콤하단 말이죠! 계속 밀고가도 되겠어!))
 

§

여러 책과 같이 읽다가 다 읽지 못하고 도서관에 반납하는 책이 종종 있다. 경험상 그리 되면 다시 찾아서 읽기 쉽지 않다. 왜 그런 걸까. 우리 연애하다 헤어진 거니? 서로 간 보다 틀어진 거야? 십중 팔구 새 책 때문이겠지...크흑, 미안해.....누가 재밌자는 농담인 건지-_-)))


도서관에서 이제 한 권씩만 빌려야겠다!

집에도 안 읽은 책이 많다. 아니, 이런 제목의 책이...꺼내 읽다가 아, 여긴 내 집, 이건 내 책! 좋군!!!🐒(끼끼) 집이 몇 백 평 되는 줄 알겠다...


얏호~ 소장하고픈 신간도 끝이 없다네~
<문학의 고고학>과 <행간>을 언제 사서 읽을까.















이봐, (끼릭끼릭, 욕조 물 밸브를 잠그며) ㅡ맞아, 난 장 필립 뚜생의 『욕조』도 읽다가 반납한 거 같다. 중고책 가격이 아주 올랐더군. 세상의 모든 사물은 읽다만 책 같아ㅡ <롤랑 바르트 마지막 강의>는? 응? 그것도 읽다 말았지! 그 밑줄들 다 어떡할 거야?

《대부 1》에서 마이클이 그랬듯 숨겨둔 권총을 빼들고 덤빌 거 같다. ((탕.탕.탕)) 방탄책! 방탄책!!! 

오, 돈 꼴레오네, 저와 제 책들을 지켜 주십시오. 
자꾸 엉뚱한 상상 넣지마!!


움베르토 에코 『중세 1』 출간소식을 듣고도 그리 마음의 동요가 없는 것이...
작년에 산 『1900년 이후의 미술사』비닐도 뜯지 않는 채 그대로다. 나는 보려고 작정했을 때 사는! 것이 아니라....비닐을 뜯는다. 『중세 1』은 비닐을 뜯고 싶을 때 살 것이다. 설마 비닐 커버가 없는 건? 그리 비싼 책이 그럴 리가!







(뜬금넚이) 내 희망도서 도착 알림문자도 안 주고 휙~다른 사람 주고 나쁜 거 아닙니까! ㅁㅁㅁㅁ도서관!

아직 시는 괜찮은데, 요새 소설이 눈에 잘 들어오지 않는다. 
이웃 서재에서 페소아 얘기가 나와 다시 펼쳐 본 시집, 알베르또 까에이로(페르난도 페소아의 72개 필명 중 하나;) 《양치는 목동》은 여전히, 완벽하게! 좋았다.


˝사물의 신비? 우스운 소릴 뿐!
세상에 존재하는 유일한 신비는 누군가 신비에 대해 생각을 갖는 것.
누구나 햇빛을 받으면 눈을 감는다.
더위 속에서 여러 가질 생각하겠지만
무엇이 태양인가 알려 하진 않는다.
그러나 눈을 떠 태양을 보면
더 이상 아무것도 생각할 수 없게 된다.
왜냐하면 햇빛은 어떤 철학자나
어떤 시인의 사고보다 더 큰 가치가 있기 때문이다.
햇빛은 그 스스로 무엇을 하는지 모른다. 그러므로 결국 틀리지 않고, 일반적이며 좋은 것이다.

형이상학? 저 나무들이 무슨 형이상학을 가지고 있는가?
....(중략)... ˝



소설 읽을 때 머릿속 톱니바퀴가 굉장히 뻑뻑하게 느껴진다. 뇌과학 책 읽을 때보다 진도가 느리다니... 절망;
문학 독서 치료술이 시급하다. 회진 잘 돌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담당자 나와! 담당자 휴가 중입니다. 뭐, 누구 맘대로 휴가야! 가만 자넨 못 보던 얼굴인데 어디 담당인가?


멋대로 쓰니까 재밌다... 후후)
ㄷㄷ

신간, 매달 초, 이벤트, 괜찮은 알라딘 굿즈가 얽히면 알라딘 복잡계도 순식간.
어디든 사람 사는 데니까....
스스로 잘 판단하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대체로 선택의 문제였다. 하거나 하지 않거나.

그런데 새벽, 하늘이 파랗게 밝아온다. 파랗게 보는 게 아니라?





ㅡAgalm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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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행복하자 2015-07-23 05:5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읽다만 책~ 찔립니다. 그나마 죄책감이 덜하다고 생각되는 책욕심,. 이제 책이 저를 짓누르고 있습니다.. 나 읽어줘~~~ 책이 말을 하네요... ㅋㅋ 나도 읽다 말았는데.. 뒤적뒤적하다가 맙니다 ㅋㅋ

AgalmA 2015-07-23 13:05   좋아요 0 | URL
읽다마는 거 정말 싫어하는데, 양적 과부하 같아요ㅎㅎ;
그래도 갑자기 생각났을 때 책장에서 꺼내들 때의 기쁨이! 누가 들으면 1캐럿 다이아몬드 목걸이라도 찾은 줄 알겠으나ㅎ;;

하나 2015-07-23 09: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 그래도 대단하다고 생각했었어요. 저는 소설 읽을 때는 한동안 소설만 읽게 되고, 이론서나 철학서적 같은 걸 읽을 때는 또 그런 책들만 읽게 되더라구요. 아갈마님은 책 분야에 상관 없이 전환이 잘 되시나보다, 하고 몰래 부러워했었거든요. 그나저나 요즘은 습하고 더워서 독서 치료술이 아니라, 날씨 치료술이 필요할 듯해요 ㅠㅠ 비 오는데 왜 덥기까지..

AgalmA 2015-07-23 13:16   좋아요 1 | URL
무슨 술이든 다 필요한 날씨 같습니다. 5분 마다 잠에서 깨길 반복했더니 잠을 잔 건지 만 건지 정신이 없어요; 아무래도 뭐든 날씨 탓으로 좀 돌려봐야겠어요ㅎ
독서 자체가 이미 노력이듯이 다방면 책들을 보는 것도 노력이며 적응이라고 생각합니다...삶을 사는 것과 같다고 봐요. 그래서 쉽게 낙담할 것도 없는 것 같고....수학은 정말 처음부터 다시 해야되지만ㅜ;

물고기자리 2015-07-23 11:5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다른 매체도 마찬가지지만 북플의 흐름을 읽어 보는 것도 책을 읽는 것만큼 유익하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어요. 어쩌면 책을 읽는다는 것의 효용은 무엇에서든 읽게 된다는 게 아닐까도 싶고요. 무엇보다 제 자신을 읽게 되는 것이 가장 큰 효용이 아닐까 싶지만 서로에게 읽히고, 읽으면서 자신을 찾아가게 되는 거겠죠 ㅎ 전 늘 한 발 떨어진 상태로 마이웨이 하는 성향이지만 빨리, 많이 보단 우직한 읽기를 고집하며 사는 것이 저와 가장 잘 어울리는 것 같아요 ^^

AgalmA 2015-07-23 14:02   좋아요 0 | URL
저도 북플에 대해 동감입니다^^ 점점 화젯거리가 몰리는 감이 있죠. 사람 사는, 독서꾼들 동네다 보니 어쩔 수 없는ㅎㅎ 요며칠은 <앵무새죽이기>와 <악스트>가 대세.
그럴 때 저는 딴 말, 마이웨이 재밌어요ㅎ

2015-07-24 00:47   URL
비밀 댓글입니다.

AgalmA 2015-07-24 00:54   좋아요 1 | URL
그래서 리뷰는 각종 호신술과 연금술이 필요해지는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