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낯선 곳에선 풍경, 그 중에서도 하늘이 단연 돋보인다.

그리고 이질적이면서도 가장 유혹적인 건 적막(寂寞)이다

밤이면 밤대로, 낮이면 낮대로.

벽이면 벽대로, 바람이면 바람대로.

움직임은 붓질처럼 가볍게 머물렀다 다음 약속도 없이 사라진다

끝없이 달라진다고 말할 때 주체는 누구인가. 나는 그 점에서 결정적으로 자신 없다.

풍경 안, 순간 속에서만 확신한다. 곧 사라질 것이란 믿음.

가만히 주시하고 있을 때 나는 잠시 동물이 된다.

이를테면 어느 해 내가 기르던 토끼나 , 날다람쥐의 표정을 짓는다.

하지만 오래 가지 않는다. 나는 다시 죽음을 생각한다. 가장 인간적인 모습으로.

 

미셸 우엘벡 소립자의 엔딩과 지도와 영토에서의 제드 마르탱의 최후는, 내게 비트겐슈타인이 말년에 홀로 서성여야만 했던 북유럽의 외딴 풍경과 오버랩이 된다.

우리가 최후에 원하게 되는 적막은 진화적인 도태 결과인가, 자유 의지인가.

내 궁금증은 언제나 무용하다.

 

서울에 도착하며 처음 눈에 띈 것은 어떤 현수막이었다.

실종된 송ㅇㅇ를 찾습니다.”

이 도시에서의 상징이다.

우리가 원하던 상태로 찾을 수 있는 게 있을까.

 

나는 정확히 무엇을 깨길 원하는 걸까.

가능(可能)은 삶 보다 소멸이라는 테두리 속에서 그 의미가 더 잘 보인다.

두 권의 책 앞에서 나는 또 망연하다.




Agalma









 


















앞으론 제 글에 [좋아요]를 누르지 않으셔도 됩니다.

보시다시피 이런 뜬구름 같은 얘기만 해대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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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야 2015-09-30 20: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런데 저는 그 뜬구름에 끌려 좋아요 누르고 말았네요.ㅎㅎ
문득 아갈마님의 서재 책장을 봅니다. 저로선 상당한 책들이 포진하고 있군요.
몇 권은 겹치긴 하지만요. 읽고 사유하고 변화하는 것이 숙제입니다.
시월이 다가옵니다.

AgalmA 2015-10-02 00:27   좋아요 1 | URL
현실 속 서재처럼 다 읽진 못했어요^^; 하지만 제가 지향하려는 삶에 좋은 지침을 주는 책들이라고 생각해서 이렇게 부둥켜 안고 있네요;
글을 쓸 땐 대체로 서재 통해서 오는 터라 제 만족을 위해 꾸미는 게 가장 우선입니다. 섹션의 의미도 나름 있고요. 프로필 아래에 있는 책은 문학 & 최근 관심두는 책, 그 아래 섹션은 예술과 문화 관련, 대문에는 늘 주시하는 작가와 철학자들(얼굴이 잘 나온 책 위주;;), 하단부엔 통찰을 위해 꼭 필독하자~하는 책들.
색상별로 꾸며보고도 싶은데 그건 정말 짝 맞추기가 어려워서 보류중입니다;

네, 이 모든 책들이 다 저를 변화시켜왔고, 앞으로도 그럴 거라 생각합니다. 정말 힘든 숙제죠...
곧 이 해도 다 가겠지요. 맘이 복잡합니다.

2015-09-30 21:2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9-30 22:53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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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9-30 23:15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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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9-30 23:17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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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9-30 23:18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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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9-30 23:24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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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9-30 23:2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9-30 23:3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9-30 23:44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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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9-30 23:50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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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9-30 23:58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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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10-01 00:0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10-01 08:58   URL
비밀 댓글입니다.

antibaal 2015-10-01 19: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더더욱 좋아요를 누릅니다.

AgalmA 2015-10-01 21:05   좋아요 0 | URL
아무래도 제 맘이 편하려고 더 그런 것 같아요^^; 그런데도 맘을 나눠주시니....감사합니다.

책읽는나무 2015-10-02 11:0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하지 마라고 하면 더더 하고 싶은?^^
지금 내 눈앞에 있는 어떤분이 합리적인 사고로 더 많은 자료를 분석하여 통계적잇 사고방식을 하라고 열변을 토하시네요!
근데 저는 줄곧 하품중입니다
오히려 아갈마님의 뜬구름 잡는다는 사고방식이 더 좋으네요^^
적으면서도 상반되는 이상황이 왜이리 우스운걸까요?

AgalmA 2015-10-03 01:25   좋아요 0 | URL
그런 효과가 있다는 걸 또 깜빡했어요ㅎ;
아무리 많은 통계와 자료가 있어도 그 해석이 또 각자의 주관에서 나오는 것 아니겠습니까. 온갖 수사까지 동원해 자기 주장에 맞추려는 걸 모두 경계해야겠죠. 애덤 샌델 <편견이란 무엇인가>도 그런 점을 집중해 파헤치고 있는 거고요.
뜬구름 잡는 이 버릇...평생 못 고치고 안 고칠 제 병이자 앎의 자세인 듯합니다. 밖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면 머릿속 굴이라도 많이 파야지 하는 나름의 방도라...

많이 웃으시고 생각하는 순간 갖으시길~ 제가 19금 노래도 잘 찾아보고 그럴께요ㅎㅎ;;
 

§

이름은 좁고 몸은 복잡하다. 거의는 더럽고.


로또를 한 번도 사 본 적 없는 K는 뇌일혈로 쓰러진 채 한밤 내내 거리에 누워 있었다. 어떻게 아냐고? 본인에게 들었다. 그는 아직도 한밤 내내 도망친다. 내가 봤다.

사춘기 때부터 시작된 또 다른 K의 가출은 탈영을 해도 결혼을 해도 교도소를 가도 고쳐지지 않았다. 어떻게 아냐고? 내가 아는 사람이다. 가족이어도 면회를 가진 않을 것이다. 그래서 나는 위선자인가. 누가 뭐라든 나는 나다. 너와 연결된. 네가 아는 내가 나라고 어떻게 믿어 주지? 증명해 봐. 내게 증명을 떠넘기지 말고. 네가 말한 책임을 져 봐. 네 말 뒤에 찌질하게 숨지 말고. 말로 그럴 듯하게 화장하지도 말고. 칸트를 가져와도 소용없어. 칸트도 욕에 당할 재간은 없거든. 산책처럼 정확하게.

한밤, 음악이 지나간다. 차를 타고. 기억보다 빠르게.

C는 일찍 죽었다. 또 또 다른 K도 일찍 죽었다. C, K (Calvin Klein 말고)....이름 마저 똑같을 정도로 무수하게 많지만 누군가에겐 기억되고 기억되지 않는다. 그들이 음악이었다면 아름답게 오래 기억되었을까. 인간은, 존재는 위대하다며? 定義와 正義는 다르다. C와 K처럼. 같다면 C와 K가 인간이듯 언어라는 것. 그러자 넷 다 닮아간다. 모두 다.

한밤의 잠처럼 잠깐 머물다 가는 것, 나쁘지 않잖아. 그런데 다들 뭔가 남기려 기를 쓰지. 꿈의 기록마저. 낙태된 꼬라지더라도. 왜? 생명 존중 운운하고 싶어? 내가 위에서 말했지. 말로 화장하지 말자고. 그렇다고 내가 말을 똥으로 쓰고 있는 건 아냐. 정신이 있다면 제대로 좀 들어봐. 가장 멋진 사과를 고르듯 들으려 하지 말고. 그래봐야 먹고 똥 싸고 한참 이렇게 지껄이고 고르다가 에이씨, 잘 거잖아. 내 몫의 인생을! 자아를! 멋지게 만들어 보겠다고. 자아는 잠꾸러기~일어나봐, 제발! 제발! 과연 있다면! 

시시해 그래 시시해. 오늘은 ˝병신 같은˝ 이란 말을 두세 번 내뱉었는데, K도 맞장구치며 ˝@&&₩&& 같은˝ 인간들을 끄집어냈지. 우리는 (술 안 먹었어) 제정신이었어. 제정신이 어떤 상태인지 정확히 모르겠지만. 끝나지 않는 낮과 밤을 이리저리 오가며 대화를 했지. 결국 잊을 거면서. 거의 다 失語에 失意였어. 알면서도 그러는 거야. 우리는. 모르는 너에겐 경의를 표한다. 안다고 말할 때 가장 경멸스러운 어조이고 표정인 걸 알아?

내 유일한 재산은 가까스로 제정신이라는 것. 앎이 내 지갑은 아니라는 것. 


더러워 더러워 어느 날 어머니의 이 말씀이 유산처럼 남아 있다. 


잠처럼 더러운 물을 마신다 달다
많은 처음이 그랬다 그렇다



버려 버려
꿈 속에서라도.

 


ㅡAgalm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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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galmA 2015-09-13 01: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주한다 나라는 이름의 너를.

책읽는나무 2015-09-13 08: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가을이에요!!
심란해 보이네요?제 눈에만??^^

가을이네요!!
즐길 수 있는 마음이 있어야 가을하늘이 이쁘구나!!여길터인데~~
저도 이제 즐겨보려 노력중이어요!!
님도 맘껏 즐기기 시작!!
입니다^^

AgalmA 2015-09-14 00:55   좋아요 2 | URL
마음병이 또 심각해지는 거 같아요. 햇볕이 제겐 A4 용지로밖에 안 와닿는 듯 느껴지니 말입니다.
물론 즐길 준비는 해 두었습니다. 다음달 자라섬 재즈페스티벌을 갈 거니까요. 우울해도 가야합니다. 표까지 이미 받았으니;

발랄한 격려 고맙습니다. 이런 글에 이런 댓글을 달아주는 이웃이라니! 이것도 복인데....

수이 2015-09-14 00:4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꺅 나도 자라섬 가는데!!! 하루만 가지만_

AgalmA 2015-09-14 00:53   좋아요 1 | URL
전 금토 이틀~ 이젠 3일은 힘들더라고요. 끙))) 여유가 있으면 일요일은 대낮 무료공연 잠깐 볼 지도. 하이파이브 해야겠네요ㅎㅎ
그런데 가게하는 사람이;; 물론 좋은 자세입니다ㅎb

수이 2015-09-14 00:52   좋아요 2 | URL
거기 가려고 오픈 날짜도 미뤘는걸 ㅋㅋㅋㅋㅋㅋ 마주치면 인사하기 찌찌뽕!

AgalmA 2015-09-14 01:29   좋아요 2 | URL
당신이랑 같은 시간 같은 공간에서 맥주를 같이 마시고 싶었습니다. 잘 아시겠지만. 그때 웃음이 터지려나요. 물론 영영 아니 되어도 그것도 그것 나름대로 의미가 있겠지요. 이래도 인생, 저래도 인생.

물론!이 왜 이렇게 많아! (그러면서 끝내 안 고친다) 무른!

물고기자리 2015-09-14 13:0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좋은 음악과 더불어 햇볕의 편애를 받으셨으면 좋겠어요^^

2015-09-24 20:4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9-25 01:05   URL
비밀 댓글입니다.

북다이제스터 2015-09-29 21: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장자와 포우, 카프카가 한 책장에 꽂혀 있는게 낯설지만 한편으로는 매우 타당한 듯 합니다. 배경 갈색 염색 머리도 잘 어울리고..^^ 어느 서점인가요? ㅎ

AgalmA 2015-09-30 13:50   좋아요 1 | URL
책을 모으며 기쁜 건 그렇게 나란히 두면 아, 이들도 그랬었지...눈물겹게 위안이 되는 점이랄까요. 책 모으는 사람들 다 알겠지만.
제 맘대로 책배열을 하기 좋은 서점이지요 :) 부시시한 머리로 아무 책이나 빼서 읽어도 되고;
 

§ 봐야할 영화 : <위로공단>


예매해놓고 못 갔다.

다른 영화를 취소한다는 게 이 영화를 취소하는 실수를.

이렇게 되면 결국 못 보는 사태가 종종 생기던데...


<위로공단>의 이미지는 내가 그간 한국영화에서 보지 못한 것들이 제법 눈에 띈다.

한국 정서를 충분히 살리면서 신선하다. 

한국의 본격 공포 영화보다 이런 소재가 더 공포스러울 때가 많은데, 이 영화는 자체가 이미 공포물...

소재 때문일까, 감독 성향 때문일까, 한국 때문일까 , 모두 다겠지...

이런 점에서 아피찻퐁 위라세타쿤과 연결 비교해 볼 수도 있겠다 생각했다.


스틸컷만 봐도 제작기간이 3년 걸린 만큼의 퀄리티를 보인다.

56회 베니스 비엔날레에서 역대 한국이 받은 최고상인 은사자상을 받았다고 한다.


일단 이 달 중에 꼭 보고 싶은 영화.





















§§ 가야할 곳안토니오 타부키 & 조르주 페렉 강연


이 이벤트 당첨 소식을 듣고 앞서 말한 영화 취소 헤프닝이 벌어진 것.

이 강연 듣고나면 안토니오 타부키와 조르주 페렉 탐독의 길로 들어서게 될까.

조르주 페렉 책은 제법 모아두었으나 안토니오 타부키는 이제부터 시작....

가을이어도 모든 게 여유롭지 않다....






















§§§ 잡지도 책 잡지, 일년 내내 글,글,글이군



<Axt 창간호> 늦게 샀더니 사은품으로 탐나던 연필이고 뭐고 아무것도 없이 제본도 엉망인 걸로 왔다.

반품 절차가 책값보다 더 나올 거 같아 그냥 본다.


그건 다 그렇다치고 만족도는 별 ★★★


알라딘 서재 리뷰와 페이퍼들과 비교해 그 질이 그다지 높지 않다는 게 가장 큰 단점. 

비평가와 작가가 모여서 쓴 글이 리뷰어들보다 나이브해 보였다. 지금 문학판의 나이브함처럼.

그와 반대로 잡지라는 걸 고려하지 않은 논문식, 문예지식 글은 완전 에러였다.



독자들이 궁금해하는 작가 인터뷰 정도가 그나마 메리트가 되어 줄까?

천명관 작가 인터뷰가 겉치레 없는 시원시원함을 보여줘서 신뢰도를 받았을 듯.

9월 인터뷰는 박민규 작가. 역시 이 부분이 제일 힘이 실리는..

<작가란 무엇인가>의 [파리 리뷰] 정도가 되길 빈다. 

그렇다면 좋은 작가가 많아야 된다는 소린데...



전반적으로 아이디어가 많이 부족해 보였다.

소설 전문 잡지라는 컨셉이 핸디캡이 될 지도 모르겠단 생각이 든다. 



중요한 건,

이번달 <Axt 2호>를 살까 말까....고민 안 해도 되는 가격경쟁력!



<Axt>를 보니 소설이 강력히 쓰고 싶어졌다. 

남들이 뭘 하든 말든.




ㅡAgalma











♪ 들으실 음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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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거핀 2015-09-02 14: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위로공단> 이 영화 봐야겠다,고 생각했는데, 아직 못 봤네요. 이런 영화 한 번 때 놓치면 보기가 쉽지 않은데...눈과 얼굴을 가린 포스터 속의 여성들...<Axt>에 대한 평은 전체적으로 동감합니다. 그럼에도, 2호를 사야겠다는 것도요.

AgalmA 2015-09-03 23:13   좋아요 1 | URL
<위로공단> 간만에 보고 싶은 한국영화입니다^^
최근엔 오펜하이머의 <침묵의 시선>도 보고 싶고요. <액트 오브 킬링>을 번번히 놓쳐서 이번 기회에 다같이 봤으면 하는데, 상황이 어찌 될 지 모르겠어요.
제 관심사가 그런 건지는 모르겠으나 최근 영화 추이를 보면 실화 차용들도 많고 다큐의 확장성이 이번 세기 영화의 비전으로 점점 성장하고 있는 거 아닌가 싶어요

책도...<스켑틱>, <미스테리아>, <악스트> 등 잡지붐이 생겨 독서시장계의 판도를 바꿔줬음 하는 바람도 가져봅니다.

에이바 2015-09-02 18: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타부키랑 페렉 강연 꼭 꼭 감상 남겨주시기에요!! ~*

AgalmA 2015-09-05 00:41   좋아요 0 | URL
음..., 기대에 못 미쳐서 감상을 따로 남길 것까진 없을 거 같아요.
타부키와 페렉이 직접 연관된 건 없고
주요하게 언급된 것은,
타부키 <페레이라가 주장하다>, <레퀴엠> 소설, 영화 / 페렉 <잠자는 남자> 소설, 영화였어요.
<레퀴엠> 페소아의 이명 작가들 총출동해 마지막에 페소아가 등장한다고 하니 페소아를 좋아하는 우리가 안 볼 수 없는 작품 되겠습니다 :) 세계에서 페소아를 가장 사랑한 작가는 타부키겠더군요. 페소아를 너무 사랑한 나머지 포르투칼 여인과 결혼할 정도로 포르투칼에 심취~
포르투칼에선 페소아 그래피티가 거의 체 게바라처럼 가득할 정도로 국민 시인이였더군요! 우리나라에선 이름도 잘 모를 정도인데....
<잠자는 남자> 영화는 페렉이 공동 연출로 참여한 거라 같이 보면 좋겠더군요. 아주 인상깊은 작품!
읽다 말아서 이 소설 다 읽고 리뷰 쓰게 되면 두 작품 비교글을 한번 써보고 싶습니다.

에이바 2015-09-04 11:22   좋아요 0 | URL
전 두 작가를 연계한 강연인 줄 알았죠! 아쉽네요. 타부키가 페소아를 알리는데 지대한 공을 세웠죠... 덕업일체 되겠습니다. 이번에 페소아 시선집도 나오니까 좋아요. 포르투갈 자체가 알려지지 않아서 그렇지 블루오션이죠 히~ 페렉 잠자는 남자 파이팅이요! 전 페렉이 어렵더라는...

수이 2015-09-02 21:1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남들이 뭘 하든 말든
나는 오늘도 캔맥주를 하나 따고 시를 쓰기로 작정했다_

AgalmA 2015-09-03 23:19   좋아요 1 | URL
남들이 뭘 하든 말든 야나님은 야나문이 있잖습니까! 엄청난 프로젝트 아니겠습니까... 남들이 뭘 하든 말든 신경쓸 새가 없으실 거 같은데요 :)
저도 지금 캔맥주 하나 따고 이 인생을 어찌 해야 하나 창밖을 봅니다. 시라도 오면 좋겠지만...

[그장소] 2015-09-03 10: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잘봤어요!!

AgalmA 2015-09-03 23:19   좋아요 1 | URL
고마워요! 건강 잘 챙기시고요!!

[그장소] 2015-09-05 10: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좋다!!! 시 보여주셔요! 영화 하나가 다들 불러모아 한곳을보며 한깡씩 나누는 한모금 식은 맥주의 맛~느껴 버렸어요,~~^^

AgalmA 2015-09-06 02:27   좋아요 1 | URL
그 영화는 <케빈에 대하여>입니까. 린 램지 감독의 초창기 영화 찾아보니 <케빈에 대하여>는 2부란 생각이 들더군요. 긴 이야기는 언젠가 하겠지 싶었는데 또 시간이 흘러 가네요...

그장소님 마음의 골짜기는 구 만리 같을 테지만 밝게 지내시는 게 보기 좋습니다 :)
저는 요즘 만사가 시들합니다. 가을 탓은 아니고...가끔 인생의 우물을 들여다보는 듯 삶이 그럴 때 있잖아요. 지금이 그래요.

<첫 맥주 한 모금>이란 책이 있죠. 이 제목을 참 좋아했습니다. 언제나 무엇에든 ˝첫 맥주 한 모금˝ 같이 호기심과 애정으로 그러길 바라고 애써 왔으나, 왜 언제나 다 읽어버린 시집을 덮고 막막한 기분일까요. 오늘밤도 까마득합니다. 아마 책을 읽겠죠. 무한히 쓰며....

[그장소] 2015-09-17 02:13   좋아요 1 | URL
음..아마도..저는 왜 이글을 이제야 보는걸까요?보통땐ㄴ 알람이 잘도 울리는데..속상해..ㅠㅠ;
지금은 제속 보단 더 가라앉은 Agalma님 글을
보고와서 짐짓 걱정되긴 하지만..자라섬에 맡겨보려고..제가 보내주는 건 아녀도..힘이 나셔서오시면 좋겠어요.
저도 웃으면 웃게된다에 요즘 거의 매달려 있죠..별 수없음 그냥 웃자고..^^
그러니..뭐든 웃을 일을 만드시길 바랍니다..항상 응원을 아끼지 않는 팬 이 있단것..잊지 마시고요!!

AgalmA 2015-09-17 11:36   좋아요 0 | URL
알림이 많으면 때론 놓치는 경우도 있죠^^
딱히 지금이 더 그래 하기도 그래요. 계속 중심을 잡는 노젓기라고 생각합니다. 책이 돛으로 잘 작동해주길 바라기도 하고...

[그장소] 2015-09-17 14: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알림이 없어서..모르는 거랍니다^^
저야 이렇게 깊이있는 글을 쓰는게 아니니..그나마 꾸준히 봐주시는 분들이 계시다는 것..그것만도 고마운일이라서요..^^

AgalmA 2015-09-18 12:57   좋아요 1 | URL
북플 알림 설정을 해제해 두신 건가요? 나름 좋은 방법일수도.
제가 어느 정도 깊이있게 책을 읽고 생각하는지 잘 모르겠지만, 그런 분들을 보면 저도 반가워요

[그장소] 2015-09-18 14:14   좋아요 0 | URL
아무래도 알림을 해놓음 다른분들 대화에도 울리는 일이 있더라고요..한자락 껴들면 그만 일테지만..늘 그러는 것도 참 못할일이고..감시하는 것 같아 미안스럽고 그래서 가능함 안울리게 해놓았어요.
그랬더니 정작 안부 궁금한 분 것도 못보는..^^;;
 

§

장강명 <한국이 싫어서내러티브와 주인공은 전초(avant-poste, 무리의 선두에 위치하는 것)전위(avant-garde, 무리의 선두에서 이끌어가는 것)그렇다고 매우 동시대적이라고도 느껴지지 않는다대사는 2015년 형이지만해외여행 자유화 시대부터 꾸준히 들어오던 여성잡지 사연 같다. 20년 전 영화 <비트>나 <젊은 남자주인공들의 욕망과 좌절과 크게 다를까칙릿소설이 등장했을 때도 이 비슷한 기분이었다그 또한 사회 현상이고 반영이지만 왠지 핵심은 비껴가고 있다는 기분... 읽지 않은 책에 대한 무례이기도 할 텐데 이 책에 대한 사람들의 리뷰와 관심을 보며 나는 내내 그렇게 찜찜했다.

 

오늘 ˝한국이 싫을 수밖에 없는˝ 매우 위태하고 실시간적인 이야기가 도착했다대다수겠지만 어떤 청년은 유학을 준비하고 시민권을 꿈꿀 여유조차 없다단 몇 분의 통화 후 장밋빛 미래는 사라질 수도 있다일자리는 물론 어떤 보호도 기대하기 어렵다싫다 로 끝날 일이 아니다.

 

 

<그것이 알고싶다>위험한 속삭임 수화기 너머검은 혀` (2015. 8. 22) 편에서는 보이스피싱 사기에 대한 최신 진화를 보여줬다.

지금의 사기단은 웃음거리였던 덜떨어진 조선족이 아니다이제는 거의 과학적이고 전문적이며 조직적이다.

한국 사이버수사대에서 특진까지 여러 차례 하며 경찰로 지낸 자가 총책인 조직도 있고,

각계 전문가가 참여한 전화통화 대본스마트폰 악성 앱발신과 수신번호 조작 등의 기술력입수된 인물들의 정보 취합과 그들의 경제 동향을 파악하는 실시간 DB 등 빅 데이터를 이용하며,

티슈 한 장처럼 간단하게 쓰고 버릴 수 있는 통장을 사기 쳐서 모으고,

높은 배당금을 줘 가장 검거위험이 높은 자금 인출책을 만들고그 역감시자가 또 있다환치기로 중국에 송금하지만그들은 서로의 본명도 정보도 모르기에 잡혀도 수사 난항이 거듭된다.

해외자본 유입을 반기는 중국은 방임 자세고공안은 뇌물을 받고 비리에 협조한다.

칭다우 시 건물 3개 중 2개꼴로 보이스피싱 사기단이 상주하고 있을 거란 추측은 대책 없이 참담한 소식이었다.

중국일본의 보이스피싱 사례는 우리랑 어떻게 다를까...문득 궁금하기도.

 

 

지금 시급하게 안타까운 건,

보이스피싱의 능숙한 통화자는 유학파도 섞인 20대 한국 청년이며피해자의 절반도 재정의 어려움을 겪는 20~30대 청년이라는 점이다.

해외라서 느슨해진 양심에한 주에 몇 천만 원을 벌 수 있는 손쉬운 돈벌이에 혹 해 보이스피싱 사기에 가담하는 청년과학비의 어려움을 덜고자 낮은 이율의 대출을 받을 수 있다는 말에 거래실적을 위해 통장을 빌려줬다가(대포통장금융사기 전과자가 된 청년.

보이스피싱으로 해외에서 온갖 사치를 누리는 자(무려 개인 헬기!)와 빚을 갚기 위해 하루 종일 일하면서도 3일을 굶어야 하는 자.

그들 각자는 아무에게도 말할 수 없다범죄를 저지른 자는 자신을 지키기 위해서피해자는 이 수치를 다른 이에게 놀림을 당할까 싶어서 숨긴다.

 

 

 

범죄 항목 중 ˝사기˝로 한국이 세계 1위라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다참 여러 가지 세계적으로 부끄럽다....한국 정말 이럴래!

사기가능하게 만들어 줄께계속 전화 걸어와/ (뭐야드루와 친구냐!)

10년 간 정부가 해 온 꼴을 보면.....국가도 사기를 당하는 판에.

 

국내 보이스피싱은 2006년 6월부터 발생하기 시작해 지금까지 피해신고 금액만으로도 6천억이 넘는다.

매해 수법과 피해액은 강력해지고 있는데금융 피해자에게 그 책임을 전가하는 은행의 안이함과 그걸 돕고 있는 정부 시책은 ˝한국이 싫어요˝ 레벨 업시키고 있다.

 

 

최근 금감원이 제시한 보이스피싱 대책

1. 통장 발급 심사 강화와 휴면계좌 정지 강화

2. 자동입출금기(ATM) 인출금액 제한 및 지연인출제 도입

3. 보이스피싱 사기범 목소리 공개

4. 통장을 빌려줬을 때 처벌 수위도 강화 연 2회 이상 대포통장 명의자가 되거나 대포통장임을 알고도 중개·알선한 사람은 금융 질서 문란자로 등록돼 12년간 대출 등 금융거래가 제한된다수사당국이 고발 조치할 경우에는 최고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이 부과되고 피해가 발생하면 피해액의 최대 50%를 물어내야 한다.

 

대부분이 경제사정이 취약하거나 사태 파악의 미숙함 혹은 심적 혼란으로 사건에 연루됐을 청년과 시민들인데예방책은 허술하고 사후책은 대단히 겁을 주며 배상 책임까지 덮어씌우고 있다해외처럼 은행권 100% 책임으로 하면 피해를 상당수 줄일 수 있다고 전문가는 본다해킹으로 매번 털리는 한국의 은행들작년 한 해만 보이스피싱 피해액만 2천억이 넘어 그들도 자신 없으니 개인들에게 전가하고 있는 게 뻔하다송금 수수료 등 이익을 챙기기 위한 것도 있으리란 생각은 차마....

정부는 확실한 법망을 구축해야 한다은행이 수사권과 실시간으로 공조해 계좌 추적과 송금 금지하도록 말이다.

˝공문을 보내셔야... 저희 은행 업부 방침상...˝ 이 따위 소리나 해대니 한국이 싫어지지그러니 이런 식의 범죄들이 만연하고 거기 현혹되는 사람과 피해입고 인생 망가지는 사람이 생기잖은가!

 

희망과 행복에 대한 개인들의 피나는 노력과 경쟁을 요구하면서 이 사례만 봐도 정부는 기본적인 보호조치를 할 의향이 없어 보인다공공 제도의 개선으로 분명 많은 것이 달라질 수 있다실제 삶이삶의 질이!

˝한국이 싫어서˝ 휙 말하고 가는 나라에는 문제가 없는가.

모두가 조금씩 한국이 싫어지게 만들고서 마치 자기는 아무 상관도 없는 듯 벌레 바라보듯 ˝한국이 싫어서˝라고 말하는 건 가장 손쉬운 말이고 방법 같아 한 마디 해봤다.

지금 우리는 분노의 연대나 개인주의화가 아니라 문제 해결을 위한 연대와 촉구가 필요하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이 싫어서˝는 ˝잘해 봐난 빠질게˝와 다른 말 같지 않다.

 

 

 

ps)심리 전문가들이 보이스피싱 수법 연구 중 재미난 발언

1. 인간은 숫자를 보면 사실에 더 가깝다고 믿는 경향이 있다.

2. 명사에 속기 쉽다 자기 전문 분야 용어가 나오면 다 이해했다고 쉽게 착각한다.

 

지금까지 내 글의 내용도 상당수 의심하시길틀렸을 수 있다특히 숫자 부분결론의 취지만 좀 전달됐음 싶다.

 

장강명 <한국이 싫어서>, <표백읽으신 분들은 <그것이 알고싶다>위험한 속삭임 수화기 너머검은 혀` (2015. 8. 22) 편을 같이 보고 지금 시점을 비교해보면 좋을 듯해서 주절주절 해 봤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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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15-08-23 08: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허술한 법과 사기치는 자들의 영악함도 크지만 결국 본인에게 내재된 물질에 대한 욕망과 욕심이 유혹에 빠지게 되는 거라 생각해요. 세상에 쉽게 돈벌수 있는 수단이나 공짜가 어딨겠어요.ㅠ

AgalmA 2015-08-24 00:04   좋아요 0 | URL
방송 내용의 디테일을 충분히 살리지 못한 부분이 있어서 양비론이 될까 우려되네요.
사회초년생인 20대는 잘 모르고 당하는 것도 있고(입사하려면 통장과 체크카드를 보내줘야 한다는 말에 깜빡 속는다든지...), 인터넷으로 정보를 알아볼 수 있다는 방심(인터넷 검색 사기 사이트로 유도됨...), 피해자의 은행 대출 조회 이력을 다 알고 접근해 꼼짝없이 속는 등 여러가지로 당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많더라고요...돈이 급하거나 당황하면 판단력은 더 흐려질테고 말입니다. 여러 번 당한 사람도 봤는데 점점 개인이 막기엔 악질적이고 규모가 크다는 점에서 이 건은 정부가 강력히 대처해 줘야 할 사안이라 생각됩니다.

antibaal 2015-08-25 17: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소설이 현실적이다. 현실적인게 소설이다...아무튼 그것보다 삶 그것과 함께 간다는 글이 있어 좋았어요!

AgalmA 2015-08-26 19:03   좋아요 0 | URL
소중한 공감 말씀 감사드려요. antibaal님.
세상은 모두 연결되어 있는데, 사람이 참 단절해서 생각하는 게 많으니 그게 참 딜레마인 듯... 살아갈수록 점점 더 그런 게 많이 보여서 마음이 참 복잡해 집니다...참,참,참...이 왜 이리 많은지....
 

§

장아찌 속에 초파리가 죽어 있었다. 
그는 만족했을까.
빠져나갈 수는 없지만 가득한 먹이 속에서 혼자만의 풍요를 충분히 누렸을 것이다.
생물은 정녕 빠져나갈 길을 찾지 않는다. 목숨이 다하기 전까지 충분히 개똥밭에서 뒹군다. 다음 먹거리, 다음 재미, 다음 관계 그리고 또 그다음의 관심사를 찾아 이동한다. 생은 무료하게 끓고 도피와 포기는 소화작용이다.
나, 나, 나, 나 그렇게 계속 노래를 불러. 다, 다, 다, 다 그런 거지 밉상 맞게 울거나.
가장 뛰어난 현명함도 이 세계에서는 오랫동안 가설이자 가능성이다.
내가 언제나 충분하지 않은 나이듯 초파리도 그렇게 죽었다.
부분 부분에서 초파리를 부러워하며 장아찌를 씻어냈다.



다윈이 물을 주고 사랑한 난초
나는 9년째 키우고 있는 난타냐에게 특별한 애착이 없다. 좁은 화분에서 시시때때로 꽃을 피우며 살아내는 그 힘을 존경스럽게 바라볼 뿐. 
화분에, 생에 갇혀있는 동질감을 서로에게서 느끼지 않는다. 이는 인간이 잘하는 짓이다. 생의 도취로 가득한 채 어설프게 읊는 자연교감 詩를 그래서 나는 싫어한다. 인간을 앞세운 자신을 위한 치장이나 착각이었다고 말할 자신은 없지? 세계는 고사하고 너 자신도 제대로 부술 용기는 없지? 욕은 이럴 때 쓰는 거다. 시가 아니라. 
내가 물을 주고 난타냐는 꽃을 피우며 그저 서로 곁에 있다. 이것은 사실로써 제시되었다. 난타냐를 자연 속에 돌려보내지 못하고 있는 건 미안한 일이다.


장아찌를 씹으며 나는 또 다른 절멸을 생각한다. 
살아있는 초파리라면 내게서 가장 부러워하지 않을 짓이다. 난초도, 난타냐도 그럴 것이다. 다윈은?
피식, 웃음이 새어 나왔다.
버릴 게, 부술 게 없는지 주변을 살핀다. 
많다. 충분히.


그러나 내 칼은 내게 있지 않다. 







가장 문제적인 건 우리 생각의 선별성이다. 카이사르의 루비콘강 도하에 대해 우리가 얼마나 많은 현실세계와 가능세계를 놓치고 혹은 엮고 있는지 보라. 찾자고 들면 무엇이든 어디에서건 무한하리라....




ㅡAgalma



*

카이사르가 루비콘이라는 저 작은 강을 건넌 것이 역사의 사실이 된 것은 역사가가 나름대로의 이유가 있어서 결정한 일이지만, 그 이전이나 그 이후에 수없이 많은 다른 사람들이 루비콘 강을 건넌 것에 대해서는 누구도 관심을 가지지 않는다. 여러분이 걸어서 또는 자전거나 차를 타고 30분 전에 이 건물이 도착했다는 사실은 카이사르가 루비콘 강을 건넜다는 사실과 똑같이 과거에 관한 사실이다.


E.H. 카 <역사란 무엇인가> p20

*
라이프니츠는 가능세계라는 개념을 창안했다. 라이프니츠가 선호한 예를 사용해서 이것을 설명해보자. 카이사르는 루비콘강을 건넜다. 그것은 이 현실세계에 사는 우리가 알고 있는 사실이다. 그러나 동시에 우리는 그 사실의 반대를 생각할 수 있다. 루비콘강을 건너지 않은 카이사르는 그 자체로서는 모순을 포함하지 않는다. 게다가 어쩌면 카이사르는 루비콘강을 건너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우리는 카이사르가 루비콘강을 건너지 않았던 세계를 생각할 수 있다. 이것을 `가능세계에서는 카이사르는 루비콘강을 건너지 않았다`라고 환언하자고 하는 것이 가능세계라는 생각이다.
루비콘강을 건너지 않았던 카이사르가 그 자체로서는 모순을 포함하지 않는다는 것은 무슨 말일까? 그러면 그것은 무엇과 모순되는가? 당연하지만 우리가 아는 이 현실세계와 모순된다. 삼두정치의 붕괴, `주사위는 던져졌다`라는 한마디, 피르살루스전투의 승리, 루비콘강의 도하라는 사건은 다른 무한히 많은 사건이 이루는 계열 속에 짜 넣어져 있다. 루비콘강을 건너지 않았던 카이사르는 카이사르가 루비콘강을 건넌 이 현실세계와는 양립하지 않는다. 루비콘강을 건너지 않았던 카이사르로부터는 우리가 아는 이 세계에서는 현실화하지 않았던 다른 사건의 계열이 뻗어져 있다. 즉, 루비콘강의 도하라는 사건에서 계열은 `분기diverger`하고 있다. 분기한 계열들 간의 양립 불가능성을 라이프니츠는 ˝불공가능성 不共可能性, imcompossiblite˝이라 부른다. 두 카이사르에 의해 표현되는 두 세계, 이 현실세계와 다른 가능세계는 불공가능적이다. 바꿔 말하면 이 현실세계에는 공가능적인 계열들의 다발이다. 이것은 온갖 개체가 세계와의 공가능적인 관계를 갖고 있음을 의미한다. 루비콘강을 건넌 카이사르는 카이사르가 루비콘강을 건넌 이 세계를 `표현exprimer`하고 있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고쿠분 고이치로 <고쿠분 고이치로의 질 들뢰즈 제대로 읽기> p68~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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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식(識)의 집(執), 아집에서 해탈까지...anuloma의 의미를 음미하며
    from 흔적의 서재 2015-08-20 22:37 
    아(我)는 식(識)의 집(執)이란 말의 의미를 이제 조금 알 것 같다. 유식 불교에는 집(執)이 많다. 아집, 법집, 변계소집...집착을 푸는 것, 해탈은? 라이프니츠식으로 말하자면 나를 구성하고 있는 빈위(賓位)들을 특이성의 바다로 돌려보내는 것, 빈위들은 모나드들을 구성하는 실체들이고...라이프니츠는 모나드를 단순 실체로 정의. 한자경 교수는 ‘일심의 철학’에서 데카르트, 라이프니츠, 스피노자를 모두 비판.(164 페이지) 개체적 자기의식의 확실성으
 
 
2015-08-19 17:4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8-20 02:0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8-20 03:1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8-20 04:47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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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8-19 19:4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8-20 04:45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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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장소] 2015-08-20 01:2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여전히 사색의 거릴 방황하고 계시는?^^ 유영하고 있다..라고 하여야 하나?
나에게 철학이란 돼지목에 진주목걸이. 가끔은 책따윈 읽지 말았어야 하는 거였노라고,
미친듯이 후회가 밀려와도..또! 다으음~~하고 손이 새우깡찾듯 , 그럴 뿐이고!
별일 없는 것이, 무소식..희소식으로 알고있으나..그래도 서운치 마시라고 안부남겨요!
밤과 낮 기온차가 제법..이예요..감기 조심하는것! 아시죠?^^


지치지 말라...그대, 아직 그대의 손에 온기는 채 식지 않았다.
그러니 아직,아직 멀었노라.
더 힘내라 다그치는 내가 노여워도..나에게 화를 냄을 기뻐하리,
다만, 나의 벗 ,지쳐 스스로를 괴롭히지는 말기를...

AgalmA 2015-08-20 02:27   좋아요 1 | URL
생각만 많고 철학은 약에 쓸래도 없는 건 아닌지 참 딱한 중생 아니겠습니까...
살펴 주셔서 감사드려요. 사람을 살피려면 자신 또한 두루 살펴봐야 되니 그리 쉬운 일이 아니죠.
매일매일 제게 ˝정신차려라˝ 만트라를 읊듯 합니다~_~....

cyrus 2015-08-20 20: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난초 사랑하니까 법정 스님이 생각나요. 스님의 소유욕에 의해 죽고 말았잖아요. 그 덕분에 스님은 명문을 남길 수 있었고요. 9년째 키우고 있다면 정말 오랜 시간동안 난초 관리를 잘하셨군요.

AgalmA 2015-08-20 21:28   좋아요 1 | URL
네, 저도 그 일화 알죠. 기억이 가물가물한데 <무소유>에 수록되었던가요?
반려동물들이 집에 사람이 없으면 괴로워하는 걸 보며, 나 좋자고 함부로 맞으면 안되겠구나 싶더라고요. 그래서 남의 집 고양이 구경이 어찌나 좋은지ㅎ;;
독거노인 특성상 화분 정도는 괜찮겠지 했는데, 한여름 화분들 물 줄 일이 걱정되어 긴 여행을 못 가요;;
난타냐는 열대식물인데다 그 지방에서는 잡초과라;; 난초보다 관리가 수월해요^^ 사계절 내내 다양한 꽃을 피워서 관상용으로 참 좋죠 :)

cyrus 2015-08-21 17:58   좋아요 0 | URL
맞아요. 난초 일화가 나오는 수필이 `무소유`입니다. ^^

antibaal 2015-08-21 21:2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역사란 무엇인가를 넘어서
우리는 지금
저 너머를 넘어가고 있네요...
방향 없이!
가능 세계 안과 밖...

AgalmA 2015-08-22 16:26   좋아요 1 | URL
꾸준히 노력하면 어떤 벽은 허물어질 수도 있지 않을까 하며....

니옷 2015-11-12 18: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불공가능성 잘 보았습니다~

북다이제스터 2016-01-23 20: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넘 좋은 책 아닌가요? 어떠셨어요?^^
역사란 무엇인가?...
제게 인생 단 한권의 책 고르라고 하면, 서슴없이 이 책 선택합니다.
나이때마다 읽을때마다 내용과 느낌이 매번 다릅니다. ^^

AgalmA 2016-01-24 07:38   좋아요 0 | URL
하이고, 그냥 스리슬쩍 넘어가려 했더니 딱 걸렸군요ㅎㅎ;;
북플은 체크 알림을 한번 지우면 됐지 왜 자꾸 흔적을 남기게 해서 이웃들 웹청소 일을 시키는지;;;
<세계사 공부의 기초> 읽다가 영 답답해서 <역사란 무엇인가> 처음부터 다시 읽었죠.
이 책이 왜 좋은지 북다이제스터님도 <세계사 공부의 기초> 읽으시면 더 와닿으실 걸요^^
<세계사 공부의 기초>를 다 읽고 비교 페이퍼를 쓸까, 각각 단독 리뷰를 쓸까 고민 중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