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사 생각하면, 생각하던 걸 인정해 보면 나는 고양이를 사랑하는 것이 아니라 시기하고 있었을 것이다. 좀 더 자세히 보면 두 상태를 오가고 있었을 것이다. 앎에 대해서도, 자연에 대해서도, 사람에 대해서도. 100%가 아니라 해도 희석될 수 없는 무엇이 있다는 걸. 보고도 보았다고 당당할 수 없는 그런 것. 나라서.

당신은?

나는 집게벌레를 발로 차, 죽이지도 보이지도 않게 했다. 그러면서도 눈으로 좇고 있었는데, 집게벌레는 한참 버둥거리다가 슬쩍 죽은 척 하다가 어디로 갔다. 또 만나겠지. 짧은 시간이라면 다른 공간에서, 긴 시간이라면 다른 정신의 몸으로.

너무도 민첩한 내 사고, 내 행동에 지나고 나서야 경악한다.
내 사랑 개념이 얼마나 협소한 지 곧 깨닫게 된다.



ㅡAgalm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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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10-25 18:01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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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10-25 18:09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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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10-25 18:08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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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10-25 18:13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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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10-25 18:15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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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10-25 18:23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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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10-25 18:31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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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참 잘하는, 신간 열풍이 좀 지나가면 읽는 버릇으로 성동혁 <6>을 읽다가, 문득 기록을 남기다.

어떤 독자성. 독특한 발성과 구조성. 시의 특성이 원래 그렇지만, 그는 언어의 형태론적으로 더욱 그렇다. 살아있는 형태 없이 구별을 가능하게 하는 언어란 참....슬픔이 시각이 아니라 통각인 것과 비슷할까. 김행숙 시인이 성동혁에 대한 시평에서 ˝통각의 가능성˝이라고 말할 만하다.

할 말이 많아지면 나는 주체할 수 없이 딴 짓을 한다. 하던 일을 미뤄두고 갑자기 시집을 펼쳐든 것과 마찬가지다. 결국 모든 게 밀고 당기게 된다. 인력(引力)과 척력이 괜히 쌍이 아니다.

푸른 색 커버의 책이 맘에 드는 게 많지 않다. 푸른 색 자체로 있는 건 없고 거의 흰 색이 같이 배치된다. 그래서 책장이 흰 색 반, 푸른 색 반이 되어 버렸다. 커버에 블랙이 많이 섞인 책은 확실히 그 내용도 블랙적이다. 잭 블랙적인 영화라는 말이 있듯이. 그게 무슨 말이야! 좋다는 말을 여러 가지 변칙적으로 쓰는 습관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힘들게 사는 노력도 가지가지....

 


 

페터 빅셀 <책상은 책상이다>에서 책상은 양탄자로 불렸다. 급기야 모든 어휘 체계를 바꾼 주인공의 삶은 뒤죽박죽 되어가는데 정말 눈물겨웠다. 나는 그러지 말아야지 하면서도 안 되는 건 안 되는가봐....중고서점에서 요즘 <주역>을 살까 망설이고 있다.

이젠 하다하다 온라인 책장을 색상 별로 꾸미는 취미까지...웹 생활을 강력히 점검해야 할 때인 건 확실하다. 이걸 살아간다고 할 수 있는 건가.

지난 달 빨간 컨셉 책장일 때 찍어두지 못한 게 아쉽다. 20살 10월 22일의 나를 기록해두지 못한 것과 같다. 이래서야 기록탐닉증이라고 말할 수 없겠다. 기록뒷북증? 기록느슨증? 뭐라 붙이든 누구든 거북하게 만들 것이다. 우린 진화상 결이 맞지 않으면 피하거나 공격하게 되어 있다. 그 놈의 진화! 그 놈의 DNA! 그러니까 유유상종은 협동성이고, 아웅다웅은 경쟁성인가. 그렇게 간단하지 않아 인식관련, 뇌과학, 진화론 책이 집중적으로 아웅다웅 내 주머니를 털어가도 막을 수 없다.


 

 

 

˝우리는 수수께끼처럼 전혀 이해할 수 없는 사람과는 진지한 일을 하지 않는다. 그렇게 스스로를 보호하도록 행동함으로써 손해가능성을 최소화한다. 그래서 우리는 우리 자신의 동기를 되도록 드러내지 않으려 하고, 상대방은 우리가 비협조적이고 이해하기 어렵다고 생각하게 된다. 적대적인 인종 집단들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각 집단의 구성원들은 자기 집단에 속한 사람에게는 자신의 바람과 생각이 명확히 전달되도록 행동하지만, 다른 집단의 사람에게는 자신의 의견을 감추려 한다. 그래서 그 각각의 집단은 상대 집단을 이해하기 어렵다고 생각한다. 그리하여 마침내 그 집단들은 전부 이해하기 어려운 집단이 될 것이다. 왜냐하면 제각기 상대가 자신들을 이해하지 않으리라고 확신하기 때문이다.˝

애덤 모턴 <잔혹함에 대하여> p56

 

얻을 게 있는 만큼 우리 거리는 정해진다. 그래서 나는 나와 가장 가깝지.
이 생에서 나는 아무 것도 가지지, 지키지, 돌이키지 못한다. 그렇게 생각하니 마음이 편해졌다, 라고 말하는 사람은 거짓말쟁이.



ㅡAgalma






그 방에선 물이 자란다



세수를 할 때마다 흘러가는 기도를 아끼자 더 흘려보내기엔 세면대의 구멍이 작아
물속에 얼굴을 넣었다 빼도 나는 물의 미간을 그려 내지 못한다

거울을 보면, 숨이 차고
젖은 아스피린과 가 보지 않은 옥상이 보인다
오래 마주치기엔 서로 흐르고

대신 나는 이가 투명해. 표정을 잃을 때마다 사라지는 다리
골반까지만 반복되는 거울

잠시 엄마와 월요일이 사라진 것을 메모했다
그때는 아가미가 생겼다

침대는 누우면. 눈썹이 쏟아지고
돌고래의 문장을 배워 본다
지느러미가 생기면
파도의 단추를 모두 채워 주고 싶다

스위치를 켜면. 물이 우르르 밝다
오늘이 짙고 밤이 숨차고
창문을 상상한다
방의 동공이 크다



ㅡ 성동혁 <6> p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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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고기자리 2015-10-23 14:4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제 실물 책장이 흰색에 가까운 옅은 아이보리 빛인데 책장의 한 칸은 청명한 푸른빛이 도는 책들만 모아서 꽂아두었어요^^ 다른 책들은 대개 내용상의 연결고리를 가지고 모아두지만 그 칸만큼은 아무런 연관 없이 오직 색깔입니다. 얼마나 조화롭고 예쁜지 그 칸에 있는 책들은 빼고 싶질 않아요ㅎ / 어쩐지 숨이 막혀오는 느낌의 시를 읽고 이런 눈치 없는 댓글을 달자니 염치가 없네요ㅎ

AgalmA 2015-10-23 18:39   좋아요 1 | URL
눈치없는 댓글이라뇨~ 전혀요. 각자 느낀 소감에서 이야기를 나누는 게 사실 대화잖아요 :) 성동혁 시집 물고기님자리도 좋아하실 듯~
저도 흰색에 가까운 아이보리^^ 저는 월넛 빛깔이 싫어요. 고급스러움보다 괴기스러움을 자주 느껴서;; 이케아 선반도 자꾸 늘어나고 이러다 제가 집밖으로 튕겨져나가는 거 아닌가 싶게 꾸역꾸역 책이 느니;;
전 시만 겨우 따로 모으고, 다른 책들은 구매순, 읽는 순으로 여기저기 포진해 있어요. 이따금 산사태처럼 책 무너지는 소리를 안타깝게 듣곤 하죠...
푸른빛 도는 책만 두는 공간이 있다니! 많이도 안 바라고 가장 아름다운 책 한 권 제게만이라도 살짝 알려주시면 안됩니까^^?

물고기자리 2015-10-23 18:35   좋아요 1 | URL
저도 월넛 싫어요^^ / 알려드리곤 싶은데 하필이면 제일 예쁜 푸르름은 내용이 꽝인지라..ㅋ 색들의 조화를 포기하지 못해 꽂아두고 있는 거죠 ㅎ

알랭드 보통의 <여행의 기술>, 김화영의 <행복의 충격> 이언 매큐언의 <체실 비치에서>.. 뭐 이런 색(!)들이 꽂혀있고요^^ 푸르름 사이에 드문드문 완벽한 흰색을 추가했어요. 그래야 푸르름이 더 돋보이더라고요ㅎ

띠지의 색에 푸르름이 섞였다고 우기며 <완벽한 캘리포니아의 하루>도 꽂아놓았고, 이번에 산 책 중엔 에밀 시오랑의 <해뜨기 전이 가장 어둡다>의 녹색위 붉은 꽃이 포인트가 되어 같이 꽂아두니 좋더라고요ㅎ 쓰고 보니 점점 이상해지는 것 같은데, 사실은 흰색책만 꽂아 놓은 칸도 있습니다ㅋ 예쁜 커버를 만들지 못 하는 책들 때문에 가끔 속상해요~ㅎ

AgalmA 2015-10-23 19:22   좋아요 1 | URL
김화영 <행복의 충격>은 뭔가 기대를 불러 일으키네요! 이언 매큐언은 전작 탐구하고 싶은 작가라 언젠가 그 작품은 꼭 만날 거 같고^^
<완벽한 캘리포니아의 하루> 어찌 보면 촌스러운데 책내용 생각하면 잘 어울리죠^^ 커버 질감도 너무 딱딱하지 않고 손에 촥 감기는 맛도 있고~ 에밀 시오랑 <해뜨기 전이 가장 어둡다>도 어찌 보면 꽃무늬가 촌스럽기도 한데, 가끔 보면 산뜻해서 좋아요. 책장 사이에 화병 끼워둔 기분이랄까^^
가끔 표지가 이쁜 걸 책장 앞에 액자처럼 꺼내놓기도 하니 표지는 정말 중요한 인테리어!
흰색책이라면 타부키도 모으시겠군요^^ 저도 타부키 모으기 시작했는데, 시집 같기도 하고 이상한 나라의 카드 같기도 하고ㅎ 이쁘다기보다 특이해서 이 책들은 가로로 쭉 놓고 싶어요. 도서관 잡지진열대처럼 한 권씩만 두는 책장을 한 벽면에 짜고 싶기도 해요...네, 먼 꿈이죠;;
문학동네 이 선집 시리즈 좋아합니다. 페렉 책도 맘에 들고^^

긴 댓글 수고하시게 만들어서 어쩌죠. 감사할 따름 :)

물고기자리 2015-10-23 19:05   좋아요 1 | URL
<캘리포니아>의 손에 잡히는 느낌은 정말 최고였어요^^ / 타부키 보고 왔는데 저런 깔끔함 너무 좋아요 ㅎ 물론 내용이 더 좋겠지만요ㅋ

AgalmA 2015-10-23 19:09   좋아요 1 | URL
저도 <완벽한 캘리포니아의 하루> 국내 책커버 질감 대회 있으면 1등으로 생각하고 있음요^^ 타부키는, 타부키는...전작 필독 작가로 제 독서목록에 등극^^ 보르헤스와 페렉 이후 이런 흥분 처음이야!입니다
 

꿈처럼 우리는 엇갈리는 것부터 시작했다. 너는 2호선 4번 출구에서, 나는 3호선 4번 출구에서 서로를 탓했다. 시스템과 원인을 따지기 보다 우리는 언제나 눈 앞의 것을 더 탓한다.

공간에선 어떤 식으로든 무리를 짓게 된다. 두부 같은 건물들 사이사이를 지나며 나는 어디에 끼게 될 지 몰랐다. 우리는 길 끝에 앉았다. 무리이면서 무리를 거부하고자 하는 위치. 언제든 이탈할 준비가 되어 있도록.



이탈한 자가 문득

우리는 어디로 갔다가 어디서 돌아왔느냐 자기의 꼬리를 물고 뱅뱅 돌았을 뿐이다 대낮보다 찬란한 태양도 궤도를 이탈하지 못한다 태양보다 냉철한 뭇별들도 궤도를 이탈하지 못하므로 가는 곳만 가고 아는 것만 알 뿐이다 집도 절도 죽도 밥도 다 떨어져 빈 몸으로 돌아왔을 때 나는 보았다 단 한 번 궤도를 이탈함으로써 두 번 다시 궤도에 진입하지 못할지라도 캄캄한 하늘에 획을 긋는 별, 그 똥, 짧지만, 그래도 획을 그을 수 있는, 포기한 자 그래서 이탈한 자가 문득 자유롭다는 것을


ㅡ김중식

지금 생각하면 마지막 행이 석연치 않다. 그것이 과연 자유일까. 자폭은 아니고?


와퍼와 맥주를 먹으며 건너편 포장마차가 장사 준비하는 것을 지켜봤다. 붉은 천막.
검은 천막은 장례식, 흰 천막은 운동회. 그런 식으로 생각을 저장해둔다는 것을 깨닫는다.
촤악, 촤악, 길에 물 뿌리는 소리. 아주 오랜만이었다. 스프링클러는 한국과 매치가 잘 되지 않았다. 이것도 이 시공간에 갇혀 사는 내 생각의 한계지.

담배를 권하는 네 담배갑엔 딸랑 한 개비가 있었다. 편의점이 어디 있는지 상세히 알려주는 네 의도를 담배갑을 보기 전에 간파하고 있었다. 우리는 이런 면에선 진화가 잘 되어 있지.
˝제가 어른처럼 보이지 않습니까˝ , ˝흠, 흠, 어, 어, 이게 어른 목소리가 아니라고요?˝ 웃긴 소리를 하며 인상을 찌뿌려 주름을 만들었던 30초 전을 얘기하며 신분증 요구 때문에 다시 돌아올 뻔 했다고 하자 너는 편의점 직원이 외국인 노동자 아니었냐고 물었다. 이보게, 서로 원했던 바는 아니었지만 우리는 한국말로 또박또박 대화했다네. 나는 여기 오는 길에도 목소리가 너무 어리다는 소릴 들었다고 여러 목소리를 내며 장난쳤지만, 내가 결코 노인 목소리를 내진 못한다는 걸 안다. 사기 치기엔 적절하지 않은 조건들이 너무 많지. 결정적으로 순진해. 순진하다는 걸 아는 건 순진한 건가, 이 생각을 더 이상 발전시키지 못한다. 파스칼과 칸트는 순진하진 않았을 거야.

하나 둘, 우리를 거쳐 무리 속으로 들어오는 저녁이 지나고 밤, 우리는 자리를 옮겼다.

사장님이 디제이인, 지긋지긋한 신청곡 레퍼토리 호텔 캘리포니아나 퀸의 음악을 틀어주는 클라우드 생맥주집. 호텔 캘리포니아나 퀸의 음악이 없었으면 모든 술집의 선곡 레퍼토리는 어떻게 되었을까. 어찌 보면 술집은 음악의 정신병동 같다. 마시는 것도 듣는 것도 반복의, 반복의, 반복.
화장실을 오가다 본 사장님의 등은 많은 돌을 삼킨 연못처럼 검고 쓸쓸했다. 걸맞게 목소리는 걸걸했다.
길고양이가 종종 거리며 내 시선을 뺏아 우리 대화는 산만했다.

유전학, 페미니즘, 채식주의 등등을 말하다가 주의자라고 표방할 때 그것은 금새 배타적이 되고 증식적이며 자기 합리화를 한다고 언성을 높이다 `수어사이드 랩`이란 화제에서 내 목소리는 잦아들었다. 질소를 이용한 죽음. 삶을 위해 우리가 모색하는 방법만큼 죽음을 위해 우리가 모색하는 방법도 무수하지. 양면의 동전. 동전을 끝없이 삼켜 죽은 남자는 무게가 아니라 중금속 중독으로 죽었다. 이 순간에도 실패한 죽음 때문에 거리를 걷고 있는 사람이 우리 사이를 빠져나가고 있을 테지. 고양이가 잽싸게 지나갔다.

 

 

 

 

 



서울 아트시네마가 이전한 서울극장을 지나며, 우리는 아주 개인적이고 비밀스럽고 실체가 없어 더 꺼내기 어렵고 일단 꺼내면 버리게 되는 이야길 했다. 새우와 오징어 튀김 전문인 종로 포장마차로 가기 위해.
모퉁이를 돌자 나타난 포장마차보다 사람 무리가 장관이었다. 누가 누군지 모르게 우리는 무리 속에 섞였다. 자몽 소주라는 것도 있군. 나온 지가 언젠데 그런 소리냐며 너는 유자 소주 얘기도 했다.
귀는 이 얘기 저 얘기 가리지 않고 흡수한다. 눈은 얘기의 진원지를 찾아 대상과 결합시킨다. 궁합이니 자기니, 그 사람은...하며 모두가 비슷비슷한 화제로 얘기를 하고 있어 수용소처럼 남녀 구분을 1차로 한다. 차림새와 행동을 2차로 연결한다. 갓 태어난 아이처럼 얼굴은 대개 불콰했다. 혈색이 변하진 않지만 다른 건 숨길 수 없어 나는 나대로 긴장했다. 술이 아니라 사람이 주는 압도감. 이미 자신에게 압도 당해 있지.

˝타자를 향한 박해의 기반은 타자하고 맺은 연대다˝
ㅡ레비나스

그렇다. 멀리 갈 필요도 없이, 나는 나와 불화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테리 이글턴이 레비나스 문장을 인용하며 사랑과 증오가 한 몸이라고 말한 건 적절했다. 적절한 인용, 적절한 사고, 적절한 삶, 내게 ˝적절˝은 ˝최고˝ 만큼 어렵다.

취기의 무거움에 많은 행동을 줄일 수 있었고 일찍 이불을 끌어 당길 수 있었다. 비슷할까, 그런 생각을 자장가 삼아 잤다.



ㅡAgalm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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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다이제스터 2015-10-18 18:5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파스칼과 칸트가 순진하지 않았다는 것에 저도 한 표 겁니다.
그들은 내면을 넘 많이 알아서...^^ 이든 아니든 그만...^^

AgalmA 2015-10-18 19:15   좋아요 1 | URL
출장가신 줄 알았는데, 오랜만입니다 :)
철학과 대면하는데 순진하면 바로 사망 아니겠습니까;

북다이제스터 2015-10-18 19:20   좋아요 1 | URL
네 어제 늦게 돌아와 오늘 하루종일 비몽하며 내일 출근에 경악하고 있습니다 ㅠㅠ 역시 우리나라가 좋아요 ㅎㅎ

AgalmA 2015-10-18 19:23   좋아요 1 | URL
무사히 다녀 오신 걸 일단 경축~~ 핀란드 리뷰, 기대! 기대! 입니다. 어서 내놓아라~ 구지가를 부르는 건 아니고요ㅎ;

북다이제스터 2015-10-18 20:15   좋아요 1 | URL
리뷰 쓸 정도는 아니고요, 현지 인 몇 사람 만나본 소감은 핀란드는 사람 개개인 한 사람 한 사람 가치를 진정 소중하게 여기고 한편으로 개인의 역량을 진심으로 믿어준다는 점...

AgalmA 2015-10-18 19:34   좋아요 2 | URL
자주 듣던 바지만, 감동적이네요.

[그장소] 2015-10-18 19:3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후후훗...웃었네...순진하면 사망...아 .통쾌한데..그게 일반적인 가 하면 그렇지도 않다는..

AgalmA 2015-10-18 19:36   좋아요 1 | URL
언제나 제 우물 안 아니겠습니까 :)

[그장소] 2015-10-18 19:40   좋아요 0 | URL
사실 길게 썻는데 넘 사적인가..싶어 다 짤라내고 윗줄만 남겨 놓은..거랍니다.

AgalmA 2015-10-18 19:41   좋아요 1 | URL
음...그랬군요.... 저도 이 글을 더 길게 쓸 수도 있었는데, 너무 사적인가 싶어서 생략한 게 많죠.
우리는 생략의 공동체...

[그장소] 2015-10-18 19:3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핀란드..아상향이 되려고 해..ㅎㅎㅎ큰일.입니다.
저도 한국이 싫어서..일까요..?^^

AgalmA 2015-10-18 19:43   좋아요 1 | URL
언젠가 얘기 꺼낸 적 있다 싶은데, 저는 파리 거지가 되고 싶.....일단 파리로 가야 거지가 되든 할 텐데;;

[그장소] 2015-10-18 20:1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하하핫...우린 망명자들인가봐요..잠재적...

AgalmA 2015-10-18 20:13   좋아요 1 | URL
마땅한 망명지도 못 찾고 있고 어서 옵쇼 하는 데도 없으니 보트 피플이겠죠~.~;;

[그장소] 2015-10-18 20:1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으..아..김중혁 소설..생각나네요..뭔가에 떠밀려 바다로 나가버리고 마는...

AgalmA 2015-10-18 20:17   좋아요 1 | URL
저는 하루키 <중국행 슬로보트> 생각을^^

[그장소] 2015-10-18 20:19   좋아요 1 | URL
알게..그런건지..모르게 그런건지..하루키문학이 우리문학의 많은 토대를 가지고 있어서 우리작가들이 빚이 많을 것만 같아요..저만 그리 느끼는건지..ㅎㅎㅎ (자조의 웃음)

AgalmA 2015-10-18 20:23   좋아요 1 | URL
기만과 위선...에서 모두가 자유로울 수 없을 겁니다. 등단한 지인이 좀 있어 보이려고 명성 탄탄한 작가를 영향받은 작가로 대던 걸 생각하면...ㅎ

[그장소] 2015-10-18 20:25   좋아요 1 | URL
저의 하루키 느깍이가..어쩐지 현명했단 생각마저 들어요..일찍 알았다면 알게 모르게 똑같이 오염내지 흡수되지 말란 법이 없었을 테니..
모르는게 약 ..이랄까..ㅋㅎ

AgalmA 2015-10-18 20:27   좋아요 1 | URL
프루스트나 조이스에 좀 빨리 빠졌어야 했는데ㅎㅎ 암튼 저는 뭐든 느려 터져서 에이, 몰라 연속입니다

[그장소] 2015-10-18 20:4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느린걸요..더구나 국내에서 판이 벌어지면 더욱 몰라라 하는 구석이 있어요..미련스런 건데..안고쳐져요..남들 다 알때 난 몰라..가 무슨 자랑 인냥...암튼 에잇 몰라~~~^^

비로그인 2015-10-18 20:5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탈한 자는 자유로울 수 있을지 모르지만 안전을 담보하기는 어려울 것입니다.
괜찮은 것은 참으로 좋은 것의 적이라는 에드워드 콘즈의 말이 생각납니다.

AgalmA 2015-10-18 21:04   좋아요 0 | URL
안전을 포기해야 자유를 얻을 수 있다는 게 딜레마겠죠~.~;벼랑 끝에 가야 날 수 있듯이.
저도 이웃에게 들은 말인데, 적을 친구보다 더 가까이 둬야 한다는 말은 참으로 현명한 말. 헌데 생각과 행동을 저는 늘 ˝적절˝하게 연결시키지 못해 탈을 맞죠.

비로그인 2015-10-18 21:22   좋아요 0 | URL
그렇군요...적절한 말, 정확한 지적을 둘러싸고 모순이 풀려 질서를 찾게 되고 무질서가 멈춰 버린다..
행동은 아니고 글쓰기에서만 적절하면 되지 않을까요? 그러시기를 바랍니다..

AgalmA 2015-10-18 21:41   좋아요 0 | URL
흔적님이 저보다 더 잘 아시겠지만, 질서와 무질서는 지속적으로 상박(相撲)하며 쌍융(雙融)하는 관계죠. 결코 하나로 융합되지는 않는, 여기서 저기로, 저기서 여기로 움직일 뿐 어디에서 멈춘다는 건 불가능하죠. (또 제 궤변의 스멜이; 알아서 들어주세요;;)열반의 속성이 그 멈춤을 말하는지 그 모든 현상 자체에 대한 긍정인지 저는 아직 모르겠습니다만...

행동과 글쓰기를 ˝적절˝하게 나누기도 어려운 저는 ˝적절˝장애자라 이 곤경이겠죠...

그래서 흔적님을 더욱 응원합니다. :)

비로그인 2015-10-19 07:15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생각을 많이 하게 하는 글입니다...

2015-10-18 21:5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10-18 22:0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10-18 22:03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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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10-18 22:11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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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이 2015-10-18 22: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갈마님 아갈마님 사랑하는 아갈마님 후훗 :)

AgalmA 2015-10-18 23:03   좋아요 1 | URL
귀여움에서마저도 한창훈 선생님을 이길 순 없겠죠. ㅎㅎ;;

수이 2015-10-18 23:08   좋아요 0 | URL
흐흐흐흐흐 독보적이지만 자리 탈환 언제나 가능합지요.

AgalmA 2015-10-18 23:24   좋아요 0 | URL
안할 랍니다. 야나님이 사랑하는 작가들이 얼마나 많은 지 다 알 거등요~ 이길 작가가 하나도 없어. 흥ㅎㅎ
그런 열정으로 <야나문>은 또 얼마나 사랑스럽게 꾸몄을 지...

수이 2015-10-18 23:25   좋아요 1 | URL
ㅋㅋㅋㅋㅋ 아이 귀여워 귀여워 ㅋㅋㅋㅋ 저는 일 끝내고 이제 코야 하려고 했는데 막둥이가 맥주 한잔 하자고 하네요, 맥주 마시고 코야 하면서 아갈마님 꿈속에서 만나렵니다~

물고기자리 2015-10-19 15:2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갈마님 글은 `예민함`이 개성이자 장점이신 것 같습니다. 시각적인 느낌으론 한 컷씩 줌인한 화면을 차례로 보는 것 같은 예민함이고, 소리로 치자면 작은 진동에도 예민하게 응답하는 현악기 같은 느낌이랄까요.. 어쩐지 아갈마님껜 짧은 단편소설이 어울리실 것 같은데, 언젠간 직접 써보시길 바랍니다^^

AgalmA 2015-10-19 18:32   좋아요 1 | URL
`예민함`이야 이곳 서재 사람들 공통 DNA 같은데요ㅎ;
(제 평가에 대한 것과는 별개로) 예민함에 대한 시각과 소리 비유 엄청 맘에 듭니다-0-)!
단편이야 늘 진행형이죠ㅎ. 와장창 까인 단편도 꽤 되고요;; 시와 장편이 제 목표이자 과욕이죠. 와하하하하))) 정신차려! 이 녀석아// 언제나 머릿속 우당탕@&:₩;&))
격려 말씀 감사드립니다 :)

물고기자리 2015-10-19 19:44   좋아요 1 | URL
저로선 칭찬의 의미인데 `소설 같다고` 표현하면 (아주아주 혹시라도ㅋ) 다른 뜻으로 전달될지 모르니 이렇게 에둘러 글에 대한 감상을 썼던 겁니다^^/ 예민하단 표현을 부정적으로 받아들이시면 어쩌나 했는데 다행이네요ㅎ 앞으로도 기대하겠습니다^^ 아갈마님, 시도 잘 쓰실 것 같아요~

AgalmA 2015-10-19 18:56   좋아요 1 | URL
흠, 말이 나온 김에 말씀드리면 전 평소 물고기자리님 리뷰를 `평론`으로 읽고 있습니다. 살짝 부담스럽기도 하시겠지만; 답례성 멘트는 아닙니다.
물고기자리님은 에둘러 말씀하시지 않아도 뜻을 잘 전달하시는 분이세요. 제 지적 능력부족으로 언어와 시스템 상의 판단 착오는 종종 하지만;; 이 `예민함`;;이 문장에 담긴 부정/긍정의 감정은 잘 파악하는 거 같거든요ㅎ;;
거듭 감사드립니다(꾸벅)

물고기자리 2015-10-19 19:05   좋아요 1 | URL
살짝이 아니고 백 퍼센트 부담입니다!!^^ 물론 감사하지만 ˝헐~!˝이라고 육성으로 소리 질렀거든요ㅋ/ 저도 답례가 아니라 아갈마님은 글의 뉘앙스를 잘 이해해 주실 거라 생각했습니다ㅎ 그나저나 여기 답글 다느라 손가락 아프셨을 텐데 저까지 보탠 것 같네요^^

AgalmA 2015-10-19 19:51   좋아요 1 | URL
헬헬ㅋ)) 물고기자리님이 ˝헐!˝하는 광경 상상하니 너무 웃겨요ㅋㅋ 저 때문에 부담가지지 마세요ㅎ; 지금처럼 물고기자리님 글 꾸준히 볼 수 있으면 좋겠어요. 두런두런 얘기도 나누고^^
여기 달린 댓글은 모두 애정이 가서 전혀요^^🙌🏻
 

 


며칠 전부터 계속 당신 생각을 했어.
여러 사람 우울하게 할까봐 참고 참았는데, 결국 쓴다. 글의 성질은 영원히 이런 것이지.

작년부터 내 카톡, 텔레그램 프로필 사진은 노 대통령과 당신이 양손을 번쩍 들고 있는 사진이지.
무대를 그렇게나 많이 올라가 놓고도 당신은 어색하고 부끄러워하는 표정이라서 그 절박한 진심이 잘 느껴져.
정치를 경멸했으면서도 이젠 행동해야 한다는 걸 스스로 제일 잘 알았으니까 감수해야 했던거야. 아니, 이젠 자신이 원하는 것이 그것인 거 였지.

노 대통령 서거 때 나는 내 친구를 걱정했고, 당신이 사망했을 때 그 친구는 나를 걱정했지. 당신 발인 날이 하필 내 생일이라서 얼마나 서러웠던가. 내가 죽고 싶은 날로 생각하는 그 날, 당신을 보내는 게 얼마나 원망스러웠던가. 그 날, 분명 내 일부도 죽었는데 그게 무엇인지 아직도 모르겠어.

그 날, 저녁 메뉴가 생생히 기억난다. 장례식장까지 같이 동행해주었던 친구가 어떻게든 기분을 북돋워주려 노력했지만, 우리가 즐겨 찾던 식당은 프랜차이즈 카페로 바뀌어서 우린 그 주위를 한참 맴돌아야 했지. 여기가 아닌가. 마침내 사라졌다는 걸 깨달았을 때 우린 거리에서 망연했지. 모든 인간이 그랬듯 살아있는 내내 사라지는 걸 보고 또 볼 테지. 뭘 먹어도 거기서 거기인 상황이라고 말하면서도 우린 찾고 있었지. 하하. 신천을 빙빙 돌다가 그냥 지쳐서 들어간 식당에서 먹은 질기고 맛 없던 냉면. 그런 것들이 다 내 인생이지. 뭘 맛있게 먹었으면 이 기억은 달라 졌을까. 죄책감에 또 울상이겠지. 지금은 맛 없는 냉면이어서 다행이었다고 생각하지. 아, 나 라는 인간.

당신에 대한 내 애도가 여전히 걸음마 지경일 때, 여기서 슈만과 당신에 대해 쓴 글이 처음으로 <이 달의 페이퍼>가 됐을 때 나는 얼마나 기쁘고 부끄럽고 슬펐던가.

이 편지를 쓰고 있는 와중에, 그만두길 다짐한 사무실에서 다급하게 일 좀 해달라고 전화가 왔고 나는 NO라고 말했다. OK 캐시백에선 암보험을 들라고 전화가 왔어. OK 캐시백이 이런 것도 하나? 내가 정중히 끊는 순간까지 상대는 간절히 무언가를 계속 말하고 있었지. 얼마나 비참한지, 정말 서로가 서로에게 이러지 않을 수 없는 걸까.
모두들 내게 무언가 필요하다고 말하지만, 내가 진짜 원하는 건 없어.
(니가 진짜로 원하는 게 뭐야~~진짜로, 진짜로~그 나이를 퍼먹도록 그걸 하나 몰라. 이거 아니면 죽음 정말 이거 아니면 끝장 진짜......)

그 나이를 퍼먹도록 진짜 모를 수도 있는데, 진짜 라고 생각했던 게 ˝아주 오랜 후에야˝(2집 <Myself>) 아닐 수도 있는데...당신도 그걸 알았을 테지만 그 가사는 영영 고칠 수 없지. 순간의 박제, 이걸 끔찍하게 생각하면서 난 이렇게 편지를 쓰고 있네?
모두가 자신이 원하는 걸 상대에게 원해. 그건 또 끝없이 변하고 폭주해.

 

 

 

이때, 당신 음악 ˝질주˝가 흐른다. 참 절묘하지 않아? 아아...
당신은 없고 당신 목소리는 남아있다는 게 신기해. 아주.
스베틀라나 알렉시예비치 목소리는 당신처럼 강렬하고 단단해.

 

 

 

 

 

 

˝나는 이 책을 오랫동안 썼다. 거의 20년이 걸렸다. 발전소에서 일했던 사람들과 과학자, 의료인, 군인, 이주민, 주민들과 만나고 대화를 나눴다. 체르노빌은 그들 삶의 중요한 부분이었고, 그들의 땅과 물 뿐만 아니라 그 속과 주위에 있는 모든 것을 오염시켰다. 그들은 이야기하며 답을 모색했다. 우리는 같이 고민했다. 그들은 자주 서둘렀고, 시간이 부족할까 걱정했는데, 그때만 해도 그들이 하는 증언의 대가가 삶이라는 것을 나는 몰랐다. 그들이 반복해서 말했다. ˝적어 두세요. 우리는 우리가 본 것을 이해 못 했지만 그렇게라도 남겨두세요. 누군가 읽고 이해하겠죠. 나중에, 우리가 죽은 후에......˝ 그들은 이유 없이 서두른 것이 아니었다. 그 중 많은 사람이 이미 세상을 떠났다. 하지만 그들은 다행히도 살아 있는 동안 신호를 보냈다.˝

˝주변이 다 새로운 세상이었다. 어디에든 새로운 적이 있었다. 죽음은 전에 보지 못했던 모습을 하고 나타났다. 보이지도 않고, 만질 수도 없고, 냄새도 나지 않았다. 물, 불, 꽃, 나무에 대한 사람들의 두려움은 말로 표현할 수 없었다. 한 번도 겪어보지 못한 일이었기 때문이다. 그때까지 익숙했던 색깔, 모양, 냄새가 나를 죽일 수도 있게 되었다. 낯익은, 그러나 낯선 세계였다. 몇 킬로미터나 되는 오염된 땅에서 오염된 지층을 벗겨내고, 시멘트 컨테이너에 넣고 묻었다. 흙을 흙에 묻었다. 집과 자동차도 묻었다. 도로와 나무를 씻었다.˝

<체르노빌의 목소리> 중


하지만 우리가 글자로, 행동으로 옮겨도 삶은 무엇도 보장해주지 못한다는 것이 절망스러워. 재레미 다이아몬드는 이 문제를 적확하게 짚고 있지. 이스터 사람들이 마지막 야자수 나무를 베어버리고 멸망했듯. 아무리 많은 정보로, 문자로 기록해도 소비와 망각에 빠져 석유파동, 가뭄, 홍수, 전쟁, 핵발전소 사고를 다시 겪듯.


재레미 다이아몬드 <왜 어떤 사회는 재앙적 결정을 내리는가>에서 진단한 ˝집단 의사 결정의 실패 요인 4단계˝는 어디에 대입해봐도 절묘하지. 핵 발전소, 인종차별, 민주주의와 자본주의, 국정 교과서, 지구 온난화, 인터넷 악플, 북플, 내가 꾸리는 작은 사회 `인생`, 어디든...

첫째, 문제가 실제로 발생하기 전에 그 문제를 예측하는 데 실패한 사회가 있을 수 있다.
둘째, 문제가 닥쳤는데도 사회가 그 문제를 인지하지 못했을 가능성이 있다.
셋째, 사회가 문제를 인지했더라도 문제를 해결하려는 시도가 실패했을 가능성이 있다.
마지막으로, 문제 해결을 시도했지만 성공하지 못했을 가능성이 있다.

<컬처 쇼크> 중



내가 제일 걱정스러워하는 건 셋째 요인 중 ˝문제를 인지하고도 불합리한 행동을 해서 문제 해결에 실패하는 이유 `심리적 거부(psychological denial)`˝ 이 부분이야.
재앙 같은 결과가 올 거라는 걸 알면서도 고통을 피하기 위해 거부하거나 회피하려는 인간 심리. 홀로코스트는 이런 인간 성질에 기반되어 있었고, 여전히 이 세계의 전쟁과 악을 키우는 자양분이지. 그래서 나는 ˝개인주의˝, ˝자아˝의 강조를 매우 의심스럽게 보게 돼(˝자유˝는 너무 큰 범주라 넣지 않았어). ˝자신˝을 중요시하는 그 심층엔 회피 심리가 있는 게 아닌지. ˝나˝라는 곳에 숨어 눈을 전망대 삼고 있는 것은 아닌지. 나는 지금 생존본능과 싸우자는 걸까.

이 모든 걸 아무리 많이, 무한히 연결해 생각하더라도 나는 이 세계도, 내 세계도 구할 수 없을 거야. `중요함`이란 아주 인간적인 기준이지. 세계 자체는 모든 것에 연결되어 있지만 모든 것에 무심하지. 실상 우리의 무심함도 세계에서 온 것일 테지.

˝The Ocean : 불멸에 관하여˝를 들으며, 오늘은 이만 쓸께.
잠에서 깨면 언제나 꿈은 산산조각 나있지. 그런데 삶에서 그걸 매순간 이어 붙이고 있으니 울고 웃을 수밖에.



ㅡAgalm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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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5-10-16 16:4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다음 주 토요일, 히든싱어에서 신해철 편이 방영된다고 하더군요. 꼭 한 번 봐야겠습니다.

AgalmA 2015-10-16 19:27   좋아요 0 | URL
그렇습니까! 모르고 있었는데 정보 감사요!

다락방 2015-10-16 17:0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어제는 내내 <슬픈 표정 하지 말아요>를 흥얼거렸어요.

에이바 2015-10-16 17:14   좋아요 1 | URL
요즘 마왕 생각을 많이 하고 방금 마왕에 대한 글을 읽고 왔는데 아갈마님 글이 있어 반가우면서 울적하고 또 제가 흥얼거리고 있는 노래를 다락방님이 말씀하시니...

AgalmA 2015-10-16 19:29   좋아요 0 | URL
저만 그런 게 아니었군요.. 4월, 6월, 8월, 10월...참 이 나라는 달달이 사람 애끓게 하는 사건이 많아서....

2015-10-16 21:4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10-16 21:4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10-16 21:5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10-16 21:5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10-17 00:0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10-17 02:2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10-17 09:5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10-17 14:54   URL
비밀 댓글입니다.

물고기자리 2015-10-17 14: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난 일 년 동안 제가 듣는 음원 리스트 중엔 `민물장어의 꿈`이 늘 빠지지 않고 있었죠..

AgalmA 2015-10-17 14:57   좋아요 0 | URL
한 번씩 신해철이 참여한 015B 초창기 앨범도 자주 듣고 그랬어요. 이사하면서 사진이랑 브로마이드, 테입들을 처분했던 게 참 뼈 아프더라는...

북다이제스터 2015-10-18 19: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벌써 일년...

AgalmA 2015-10-18 19:15   좋아요 0 | URL
replay...

나와같다면 2015-10-25 03: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히든싱어 신해철편을 봤어요..
도무지 잠을 잘 수가 없네요..

2015-10-25 03:0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10-25 03:1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10-25 03:5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10-25 04:0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10-25 04:08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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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10-27 21:3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10-27 22:24   URL
비밀 댓글입니다.

나와같다면 2015-11-03 22: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흐르는 시간속에서
질문은 지워지지 않네
우린 그 무엇을 찾아
이 세상에 왔을까..

AgalmA 2015-11-13 22: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얼마나 더 힘을 내야 하는 거야. 왜 자꾸 앞으로 가라는 거야.
두려움이 아니라 끝없는 슬픔 때문에 이러는 거야. 그토록 희망과 절망을 노래 불렀던 당신.
이 展示된 삶을 균열내기 위해 계속 일어서야겠지. 그게 삶이라니...
눈물이 나서 오늘도 듣다가 끊는다,,,
힘을 낼께. 당신이 끝까지 그랬듯.
 
소멸
토마스 베른하르트 지음, 류은희.조현천 옮김 / 현암사 / 2008년 8월
평점 :
품절


§

토요일에 서울세계불꽃축제가 있었다. 친구가 잘 보이는 포인트를 알려줘서 저녁을 일찍 먹고 밀린 일도 놔둔 채 나가려 했다. 그래도 모처럼의 기회인데 싶어 사무실 동료들에게 물어보니 
1. 난 불꽃처럼 일하겠어!
2. 감기 기운이 있어서....
3. 뭐, 그닥~
4. (이미 없으며 앞으로도 없을 빈자리)

그래서 나 혼자 갔다. 언제나 그랬다. 무언가 치르러 나가는 기분. 

너무 조용했다. 돗자릴 펴놓고 맥주를 마시고 있는 한 팀이 그나마 분위기를 내려고 애쓰고 있었지만 이곳은 무언가 일어나기에도, 구경하기에도 퍽이나 동떨어진 모양새였다.
강변에 낮은 연기가 흐르고 있는 걸로 봐서 한 차례 불꽃놀이가 끝난 상황인 것 같았다.

나는 왜 여기 있는 거지. 언제나 그랬다. 혼자 무언가 기다리는 기분.
시작은 놀랍고 대책 없이 계속되길 원한다.

펑.
펑펑.
펑.....뚜르르르르....펑.
딱.....뚜르르르르.....펑펑........
스마일 모양
물고기 모양
하트 모양
더!
더!
더!

한 번 터지기 시작한 불꽃은 끝나기 전엔 누구도 막을 수 없다는 듯 쉼 없었다. 핸드폰으로 아무리 잘 찍어보려 해도 흐릿했다. 화면은 간교한 거울처럼 말하고 있었다ㅡ넌 절대 제대로 전달할 수 없을 거야ㅡ효과를 이리저리 만져보다가 흑백으로 설정했다.

그 불꽃은 대공포(對空砲)였다ㅡ기분 탓이야ㅡ실제와 화면을 번갈아보며 ㅡ 넌 왜 저 아름다운 빛을 전쟁의 빛으로 덮으려는 거야 ㅡ 화면을 바꾸듯 내 맘도 바꿔 보려 했지만 점점 식어갔다. 어느 해 팔레스타인 공습을 구경하던 사람들을 찍은 사진이 떠올랐다. 의자까지 준비해 웃으며 바라보던 사람들.

불꽃이 환할수록 밤은 깊어갔다. 전쟁이 끝난 후 사람들은 얼마나 지나서 불꽃놀이를 즐길 수 있었을까. 장담하건대 그리 길지 않았을거다.
2차 세계대전 때 보병대 설문 조사에서 군인의 4분의 1은 격전시 소변을 지렸다고 한다(참고로 대변은 12%). 신참 전쟁 특파원들도 자신이 총구 앞에 섰을 때 소변을 지릴지가 첫 궁금증이라고 한다.(스콧 스토셀 <나는 불안과 함께 살아간다> 참조) 
그렇게 어딘가에서 환호하면서, 또 어딘가에선 공포에 떨면서 우리는 치른다. 

30분도 채 못 보고 건물에서 내려왔다. 
사무실로 돌아와 1시간도 못 채우고 퇴근했다. 내 속에서도 무언가 자꾸 터지고 있었다.

늦은 밤, 거리도 축제 분위기였다ㅡ오늘 따라 왜 이렇게 시끄럽지ㅡ1시간 전까지만 해도 토요일인 걸 알고 있었지만 이 땐 까맣게 잊고 있었다. 모두가 모두에게 뭐라고 소릴 지르고 있었고 나도 모두에게서 도망치고 싶었다. 갇히는 게 싫어 버스도 탈 수 없었다. 또 전쟁이군. 
전화를 걸었다.

난 네가 기분 좋아지라고 그런 건데.... 나도 그래. 사람 얼굴 안 보고 다닌 지 꽤 됐어. 누군가 내 앞을 막아서고 아는 체나 할 때 인사를 하게 돼.

주택가로 접어들기 전까지 내내 통화는 하울링이 심했고 수신 감도가 좋지 않았다. 토요일이 아닌 진짜 전쟁 때는 이보다 더 하겠지. 무료통화를 다 쓰고 나서야 집에 도착했다. 진짜 전쟁이 터진다면 그땐 똥오줌이나 다급한 통화로 끝나지 않을 테지.

누군가는 반드시 어딘가에서 죽는다. 

이번 서울세계불꽃축제 공식 집계로 사망자가 있었다. 조명 설치 작업자가 강물에 빠졌다가 시신이 되어 발견됐다. 이 날만 투입된 비정규직이었다고 한다. 43세. 아이가 있지 않았을까....

공중엔 환한 불꽃과 환호가 가득한데, 누군가는 그렇게 검은 물속에 가라앉는다.


한밤에 나는 우두커니 기다린다. 불꽃은 또 어딘가로 갔다. 







* 나는 이 글을 소설로 써 볼까 하다가 이렇게 버리고 싶어졌다. 태우지 못하는 게 분하다.




ㅡAgalma



p 89~90


˝(중략), 이에 비하면 전쟁으로 인한 파괴는 아무것도 아닌 셈이지요. 그 어떤 나라도 오스트리아만큼 끔찍하게 파괴된 곳은 없습니다. 유럽의 그 어떤 나라도 이처럼 파렴치하지는 않지요, 국민들은 기만당하고 온 나라가 훼손당해 소멸돼 버렸지요. 사람들은 수십 년간 몰취미하기 짝이 없는 것만을 설교하고 전파시켰지요, 통치자 중에는 지난 수십 년간 비열하게도 아무 거리낌 없이 뒷거래를 일삼은 수많은 장관들, 그러니까 우리가 살고 있는 주(州)를 소멸시키고 우리나라를 소멸시킨 사람들이 그렇게 많았는데 그들이 장관 자리에 오래 앉아 있으면서 경치 파괴와 도시 파괴를 보편화하고 촉진한 사실을 생각하면 참을 수 없지요. 그러나 수십 년간 비열함과 몰취미가 극도로 만연해 있던 우리나라가 이제 모든 분야에서 그렇게 짓누른 결과를 갖게 된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니지요, 권력을 쥔 사람들이 경치와 도시를 파괴하고 소멸시키면서 민족의 영혼마저 망가뜨렸기 때문이지요. 우리나라 사람들의 영혼은 망가졌고 그들의 기질은 비열하고 야비해졌지요. 어디에서나 음흉한 분위기만 감돌지요, 당신이 어딜 가든 이렇게 음흉하고 비열한 사람과 부딪치게 될 겁니다. 당신이 이전에 착하다고 여겼던 누군가와 얘기하다 보면 그 사람이 몹시 비열하다는 것을 알게 될 겁니다, 성격이 바뀐 사람들이 으레 그렇듯이 이전에 착했지만 그새 비열하고 야비해지고 말았던 거지요, 그들은 언제든지 자신의 비열함과 야비함을 암시하면서 억누를 생각은커녕 노골적으로 드러내지요, 당신이 아주 우호적이며 개방적이라고 기억하는 마을을 찾아가 보면 그곳이 악의적인 마을로 변해 버려 개방적인 면은 찾아볼 수 없고 비열하게 의심만 일삼는다는 것을 금세 알게 될 겁니다, 오스트리아 전체가 돈벌이에만 급급한 장사판이 되어 버려 모든 것이 흥정의 대상이고 모두가 사기당하고 있지요, 오스트리아를 여행하면서 당신은 아름다운 나라를 여행한다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돈벌이에만 급급한 상점을 돌아다닐 뿐이지요, 오스트리아를 여행하면서 당신은 문화의 나라를 여행한다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어딜 가나 유치한 모습밖에 보이지 않아서 황당할 겁니다. 이렇게 사람을 바보로 만들어버리는 분위기 때문에 처음부터 숨도 제대로 쉬지 못할 겁니다. 그것은 마치 지난 세기만 하더라도 어디든 널려 있던 동상들이 현재 권력을 쥐고 있는 사람들이 우리에게 안긴 형용할 수 없는 카오스를 굽어보고 있는 모습 같다고나 할까요.˝


토마스 베른하르트 『소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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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10-05 04:3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10-05 04:4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10-05 04:4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10-05 04:4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10-05 04:4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10-05 07:59   URL
비밀 댓글입니다.

AgalmA 2015-10-06 18:32   좋아요 0 | URL
새벽에 집에 들어가다가 골목에서 폐지를 모으고 있는 할머님과 마주쳤는데, 자신의 몸집보다 몇 배나 큰 수레에 자신의 무게보다 더한 짐을 싣고....이런 것이 세상의 정교한 질서라야 한다면.....그 수레를 어디까지 밀어 드려야 하는 걸까요. 하지만 저는 눈을 질끈 감고 입술을 깨물며 그 곁을 지나갔습니다.

지금행복하자 2015-10-05 08: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렸을때는 불꽃놀이가 예쁘기만 했는데 언제부터인지는 모르지만 불편해지기 시작하더군요. 누구는 쌀 한가마니다 라고 말하면서 경제적인것을 이야기하기도 하지만~
그 보다는 저는 그 소리가 꼭 포탄소리같아서 인듯 합니다. 집 주변에 군부대가 있어 뒷산에 가면 가끔 훈련하는지 포탄소리가 나거든요. 그때부터 인듯 합니다.

AgalmA 2015-10-06 18:33   좋아요 0 | URL
양면성...참 판가름하기 어려운 일이죠. 그리고 살아가면서 계속 부딪히고 쌓이고....

2015-10-05 16:43   URL
비밀 댓글입니다.

AgalmA 2015-10-06 18:38   좋아요 0 | URL
그날 관람자 중 보트 충돌 사고로 한강에 빠진 사람은 잘 구조되었다던데, 두 사건을 비교하니 더 심란했습니다.

아름다운 걸 마냥 아름답게만 느끼려하지 않는 저도 참...

북다이제스터 2015-10-05 17: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성격이 운명을 만든다고 하던데, 성격을 바꾼 사람도 있군요. 그사람 운명은 바뀌었겠네요.

AgalmA 2015-10-07 02:34   좋아요 0 | URL
북 다이제스터님 되풀이해서 읽어봐도 뭔가 이해가 안 됩니다-_-?
하지만 굳이 설명은 안 하셔도....제가 좀더 알아 들을 수 있도록 공부할께요...;

그런데요, 바꾸는 것조차 운명 아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