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어과 교수 학습론
박영목.한철우.윤희원 지음 / 교학사 / 200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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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행 7차교육과정에서는 창의적 사고와 자기 주도적 학습을 무척이나 강조하고 있다. 그런 목표를 지향하여 교육과정이 설정되었고 각과목의 세부 항목들도 선정되었다. 창의적이라는 것은 몇 가지 전제를 가진다. 다시 말하면, 개개의 학생들이 창의적 사고를 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 조건들이 필요하다는 얘긴데, 그 조건들이 교육과정에서의 말처럼 그리 간단한 문제는 아니다. 그 조건들이라는 것은 우선 각각의 학생들에게 창의성이라는 것은 전혀 다른 모습으로 나타난다는 것이다. 이를테면 저마다의 흥미와 관심과 재능이 천차만별이라는 얘기다. 이것은 집단 교육 구조의 현 우리 학교교육 현장과는 다분히 이질적 목표인 것처럼 보이게 하는 조건이다. 그러니까 창의적 사고를 위해서는 학생 개개인에 맞는 그런 교육내용이 가르쳐져야 한다는 것을 의미하는데, 그 최상의 방법은 일대일의 맞춤형 학습방법 밖에는 없겠다. 그러나 지금의 우리 학교교육에서는 그 최상의 방법을 적용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아니 앞으로도 계속 없을 수 밖에 없겠다.

여기에서 또 다른 문제가 파생되는데, 일대일 맞춤형은 아니더라도 비교적 효과적으로 그 목표를 이끌어 내기 위해서는 교사 일인당 학생수가 적정한 정도여야 한다. 그 적정선의 구체적 수치가 어떤 연구를 통해 밝혀졌는지는 모를 일이나, 적어도 OECD 회원국의 통계치에 비교해 볼 때 우리나라가 그 적정선을 유지하고 있지는 못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또 다른 조건들로는 사회구조적 문제들이겠다. 학력위주, 입시위주의 교육 중심의 사회 구조에서는 천편일률적 교육만이 존재할 수밖에 없다. 이런 조건들이 해결되지 않고서는 창의적 사고는 허울좋은 목표일 수 밖에는 없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7차교육과정은 이런 악조건들 속에서의 사투를 위해 몇몇 창의력 학습 방법들을 제시하고 있기는 하다.

그 중심에 '자기 주도적 학습'이 있다. 원론적으로는 창의성 개발이라는 것이 스스로의 의할 때 가능한 문제임을 볼 때 적합한 선정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여기에는 위에서 말한 악조건들을 다만 회피하고자 하는 책략이라고도 보여진다. 말하자면 학교교육을 통해서는 창의성을 키워주는 것이 불가능하므로 혼자서라도 알아서 해보라라는 뜻이 담겨져 있다는 얘기다. 결국 '창의적 사고'와 '자기 주도적 학습'은 교묘한 이해타산 가운데 책정된 목표 아닌 목표일 뿐이다.

현재 8차교육과정안이 이미 준비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 얼마 안 있어 시행될 예정이다. 8차교육과정이 7차교육과정과 큰 틀에서는 차이를 두기는 어렵다. 교육과정의 변화는 아무래도 사회의 변화를 반영하는 것이겠다. 세대가 바뀌고 학생들의 제반사항들이 변화되는 상태에서 구시대적 발상에 의해 선정된 교육과정에 따라 배운다는 것은 제대로 된 교육이기 어렵다. 시대의 변화에 따라 그 구체적 모습들을 죄다 반영할 수는 없는 노릇이지만, 교육과정이 나름의 이런 변화를 적절히 반영하는 것은 필요한 일이다. 그러나 백년의 큰 계획이 서야한다는 것이 교육일진대, 이런 큰 계획이 그간의 교육과정에서 있었는가도 의문이고 앞으로의 교육과정에서도 있을는지 의문이긴 하다. 또한 중요한 것은 아무리 교육과정이 바뀌어도 서두에 말한 그런 교육 구조적, 사회적 문제들이 선결되지 않고서는 무의미하고 폐해만 낳을 뿐이라는 사실이다.

아무튼 이런 문제점들을 직시하고 회의한다고 하더라도, 현재적 위치에서 교육을 멈출 수는 없다. 현재의 상황을 인식하고 그 상황을 보다 효과적으로 타개하기 위한 실제적 대안들이 끊임없이 제기될 필요성이 있다. 그런 점에서 그 구체적 방법 가운데 하나인 실제 교수 학습 현장에서의 방법론들의 필요성이다. 지금의 대다수의 교육 현장에서는 그간의 천편일률적 주입식 수업이 여전히 계속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또한 이것은 앞서 말한 여러 조건들에 의해 강요되는 방법들이기도 하다. 그러나 작은 노력부터라도 이러한 문제들에 대응하려는 움직임들이 필요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보다 효과적인 교수 학습 방법들이 연구되고 실제 현장에 적용되는 일들이 절실히 요구된다. 이것을 일반 교사들의 책무로만 남겨서는 안된다. 일반 교사들이 스스로 수업을 연구하고 다양한 교수 방법과 교재들을 개발하는 노력은 필요한 일이다. 그러나 그 이전에 국어교육 전문 연구자들의 다양한 연구 결과들이 축적되고, 그들에게 제시되어져야 한다. 이것은 교육과정을 개발하는 당국에서 보다 주의를 기울여 선결해야 하는 문제이기도 하다.

그러나 아직은 그런 연구들과 그나마의 연구의 성과들은 너무나 부실하고 미약하다. 그래서일까? 이 책 『국어과 교수 학습론』이 그래도 개중에서는 돋보이니 말이다. 사실 이 책은 위에서 언급한 교수 학습 방법들을 구체적으로 다루고 있지는 않다. 책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이 국어과 전반의 '교수 학습'에 관한 개론이다. 그러니까 국어과의 목표 및 성격, 내용, 그리고 교수 학습 방법, 평가에 대한 전반적 정리를 목표로 하고 있는 책일 뿐이다. 그럼에도 이 책의 중심이 '교수 학습'과 '평가 방법'의 그나마의 구체성에 있다는 사실이 이 책을 보다 가치있게 하기는 한다. 그러나 부족함을 지울 수는 없다.

교수 학습 방법에 대한 제시는 각 영역에서 단 하나의 수업모델을 구체화하여 제시하고 있을 뿐이다. 그것도 한 차시의 수업 형태만이 들어있다. 평가 방법에 대한 모델들도 그리 구체적이지만은 않다. 그러나 필요한 것은 보다 구체적 형태의 방법들이다. 국어 교육을 연구하는 전문가들은 다양한 연구와 개발을 통해 일선의 교사들에게 여러가지 방법들 중에 적합한 방법을 취사선택할 수 있는 많은 자료들을 내어 놓아야 한다. 이 책이 그 시발을 감당해 주길 바랄 뿐이다.

그 밥에 그 나물일까? 이 책의 공저자들은 앞서 『국어교육학 원론』을 집필했던 분들이다. 많은 부분에서 이 책이나 그 책이나기도 하고, 부실하기 또한 매 한가지기도 하다. 그러나 보다 이 책이 실제성 면에서는 좀 낫다는 생각이 든다. 각 영역을 다룬 후 참고서지를 소개하고 있지만, 그 참고목록 중에서 우리가 참고할 수 있는 것들은 그리 많아 보이지 않는다. 이것은 우리나라의 국어교육 연구의 부실성을 반증하는 것일 수 있겠다. 앞으로의 국어과 각 영역별 교수 학습 방법론의 다양한 연구와 개발이 이뤄지고 좋은 성과들이 나와 일선 교사들의 참고 자료들이 풍부해져서 선택의 즐거움을 가져 볼 수 있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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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덧 서재지수가 10000을 돌파했다. 2007년 7월 10일 오늘 서재지수 10010을 기록한 것이다. 무려 31개월이나 걸린 미미한 결과지만, 하루 평균 대략 10점 정도씩 밖에 쌓은 초라한 기록이지만, 일만의 시대를 넘어섰다는 것에, 자뭇 만족과 우려와, 기대와 번민이 엇갈린다.

국민소득 2만 달러를 목표로 경제성장을 최우선 과제로 여기는 지금의 성장제일주의 만큼이나 이 서재지수 일만 돌파에 거대한 의미를 부여하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 것이다. 하지만 어떻게 해서 우리가 경제 성장을 이룩하고 1만 달러의 소득을 넘어 2만 달러를 기대하고 있는 것인가를 생각해 보고, 성찰과 반성을 겸하는 것은 소중한 일이다. 그러나 아직까지 우리에게 그런 소중한 일이 없었다는 것이 문제일 터, 나는 서재지수 일만을 넘어서면서 나름의 소중한 노릇을 가져보고 싶다는 것이다.

첫 게시물을 2005년 10월 22일의 일이다. 박노자 관련 리스트를 올렸다. 그리고 일주일 뒤 첫 리뷰를 올렸다. 그렇게 서재생활이 시작됐다. 띄엄띄엄 리뷰나 페이퍼들을 가뭄에 콩나듯 그렇게 올렸다. 누가 보거나 말거나를 따지기 보다, 대략난감할 정도로 방문자가 거의 없었더랬다. 그러나 지금은 어떤가?

리뷰가 총 68편, 리스트가 6편, 페이퍼가 213편에 달한다. 퍼온 리뷰와 페이퍼를 제한다고 해도 내가 쓴 리뷰는 60여편을, 페이퍼는 200편을 넘을 것이다. 이것들을 한데 모으면 묵직한 책 한 권은 족히 나오고도 남을 량이다. 문제는 그 책의 가치이겠지만서도.

지금까지의 방문자는 총 6981명이고, 현재 65분께서 이 하찮은 서재를 즐겨찾기하고 계신다. 어림잡아 하루 평균 7~8분 정도 방문해 주셨다는 계산이 나오는데, 요즘 그래도 인기가 올라가다보니 최근에는 하루에 한 3~40분 정도는 꾸준히 방문해 주시는 것 같다. 고마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나는 고백해야 한다. 무엇때문에 하루에 3~40분씩 이 서재를 찾고, 무엇때문에 65분이 이 서재를 즐찾하고 있는 것인지를. 나는 이점에서 한 없이 부끄러워진다.

60여 편의 리뷰라고 해봐야 양적으로도 미미한 것이지만, 질적으로는 더없이 초라하다. 제대로 된 읽기도 안 됐으려니와 제대로된 독후의 감상은 더욱 기대하기 어렵니다. 페이퍼라고 해봐야 쓸데없는 주절거림이거나, 어데서 읽고 옮겨온 종류의 것들이 대부분이다. 이런 상황에서 이 서재를 즐찾하고 하루에 한 번씩이라도 방문 카운트를 늘려주시는 데에는 이 알라딘 서재 마을 주민들께서 정에 약하다는 것을 의미할 뿐이다. 도무지 이 서재는 이 일만이라는 지수와는 썩 어울리지 않는다는 것이다.

게다가 이 몸은 한 없이 게으르기만 해서, 어떤 일을 꾸준히 해 나가지 못 한다. 생각은 많되, 그 생각을 온전히 펴나가지 못한다. 결국 잡생각의 바다에서 허우적거리다가, 스스로 유명무실 용도폐기 시키고 만다. 게시판의 카테고리만 보아도 얼마나 뒤죽박죽인지, 스스로도 한심할 노릇이다. 얼마전 아프 모 님의 서재정리를 보면서 더욱 절실히 느끼는 대목이다. 흥미를 끌 만한 소재도 글쓰기 재주도 없다보니, 더이상 어떻게 나아질 수가 없는 것이다.

서재지수 일만의 시대를 당면하면서, 누구의 말대로 "다만 당면한 것을 당면할 뿐"이라고 말할 수는 없다. 당면하기 전에 돌이켜야 한다. 그래야만 알리딘 서재마을의 일만 지기다운 면모를 자랑할 수 있을 터이다. 앞으로 얼마 후 쯤 2만이 되고, 10만이 될지 모를 일이지만, 2만이 되서, 10만이 되어서는 이런 공허감이 조금은 없길 바라는 마음이다.

보다 꼼꼼히 의미 있는 독서가 내게 필요하다. 이건 다만 서재지수를 위한 것은 아닐 것이다. 허접 날림의 리뷰도 좀 자제하고, 흥미로우면서도 생각 있는, 음미할 수 있는 페이퍼들을 남기고 싶다. 그래야 내가 살고, 지수가 늘고, 즐찾도 늘고, 방문 투데이도 늘어서, 어여어여 늘어서, 일만 hit 이벤트도 하고, 10만 돌파 이벤트도 할 수 있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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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winpix 2007-07-10 12: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아, 아무튼 서재지수 일만 돌파 축하드려요! 전 이제 막 시작해서 삼천 점도 안 되는데, 까마득하게 느껴지네요.^^ 서재 잘 보고 있습니다. (__)

멜기세덱 2007-07-10 16:19   좋아요 0 | URL
하하!! 감사합니다. 축하받으려고 한 건 아니었지만...그래도....ㅎㅎ 님 서재도 날로 발전하시길 바라요.ㅎㅎ

홍수맘 2007-07-10 12: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너무너무 축하드려요.
저도 아무개님따라 "저 많은 즐찾 65분 중 하나인 저, 평균적으로 꾸준히 들어오는 이 중 하나 인 저, 앞으로도 멜기세덱님의 서재에 무궁한 발전이 있길 바라겠습니다! "2. =3=3=3=3

멜기세덱 2007-07-10 16:21   좋아요 0 | URL
홍수맘님 감사해요. 다 홍수맘님 덕분이에요.ㅎㅎ

비로그인 2007-07-10 13: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멜기님의 리뷰가 얼마나 양질의 리뷰인데 이리 겸손을 하시다니...^^
저처럼 온갖 잡설과 감언이설과 음담패설(???)과 유언비어로 가득한 서재보다

만배 가량 낫다고 자신있게 추천합니다 :)
범상치 않은 멜기님의 서재가 영원무궁 하시길~
^^/

멜기세덱 2007-07-10 16:23   좋아요 0 | URL
"온갖 잡설과 감언이설과 음담패설(???)과 유언비어로 가득한 서재"를 만드는 게 저 꿈이에요.ㅎㅎ

프레이야 2007-07-10 13: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즐찾 65중의 한명으로서 뿌듯 ^^
일만 지수 돌파를 축하합니다~~

멜기세덱 2007-07-10 16:23   좋아요 0 | URL
감사해요. 앞으로 65분 중에 도망가시는 분들은 없게라도 잘 해야되겠어요...혜경님처럼요.ㅎㅎ

이매지 2007-07-10 17: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즐찾 65인 중 한 명으로 (무슨 한국을 빛낸 100명의 위인들 이런 분위기?ㅎ)
일만지수 돌파를 감축드립니다.
일만이 이만이 되고, 이만이 삼만이 되어 십만을 돌파하는 그 날까지
부지런히 나아가요 ㅎㅎㅎ

멜기세덱 2007-07-10 19:47   좋아요 0 | URL
이 65명의 즐찾분들은 제겐 그 위인들보다 더 소중한 사람들입니닷^^ 감사해요.

nada 2007-07-10 17: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종합주가지수 1900을 앞둔 이 시점에 이제 '지수'라면 무섭습니다.ㅋ
그래도 이렇게 의미를 부여하시고 정리하시는 모습이 보기 좋네요. 축하드려요.^^

멜기세덱 2007-07-10 19:49   좋아요 0 | URL
제가 주식 등의 경제쪽 관련해서는 문외한이라서요..ㅎㅎ
근뎅, 첨이신거 같아요...반갑습니닷...ㅎㅎ오래오래 행복하세요....
주식 있으시다면 대강 100배만 오르시기 바랍니다...ㅎㅎ

Mephistopheles 2007-07-10 18: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런이런 사람 부끄럽게 만드는 재주가 탁월하신 멜기세덱님이십니다..^^
서재 2.0으로 바뀌면서 좋은점은 저 수치.들이 생각보다 잘 안보이는 곳에 혹은
익숙한 곳에 위치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신경을 안쓰게 된다는..^^

멜기세덱 2007-07-10 19:50   좋아요 0 | URL
치~ 신경 안쓰셔도 높기만 하시면서요...ㅎㅎ 메피님께서야 이제 서재지수 쯤에는 초월하신 경지 아니신가요?

마노아 2007-07-10 20: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서재지수 일만돌파 자리에 제가 있어서 기뻐요~ 멜기세덱님 축하해요. 일만 힛, 십만 지수 때에도 이 자리를 같이 빛내요^0^

멜기세덱 2007-07-11 01:15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ㅎㅎ 지금까지 제가 서재지수 일만을 기록할 수 있었던 데에는 마노아님의 공이 지대하답니다...ㅎㅎㅎ 어케 공로패 같은 거라도 드려야 할 터인뎅...ㅎㅎ
 

세상에 많은 책들이 있다는 사실은, 내가 그 많은 것을 모두 다 읽을 수 없다는 것과, 또한 모두 다 읽을 필요도 없다는 것을 의미할 것이다.

그런데 여기엔 보다 더 중요한 문제가 남아 있다. 그 많은 책들 중에 내가 꼭 읽어야 할 책들과, 내가 읽으면 참 좋은 책들도 부지기수라는 사실이다. 이런 책들이 죄다 내 눈에 나타나 나 좀 읽어주소 할 리 만무하기에, 나는 그간 내 삶에 중대한 지적 심적 역할을 감당해 주었을지도 모를 많은 책들을 그저 바람 속으로 날려보냈을 것이다.

이 이벤트를 통해서 더욱 그런 사실을 절감했다. 곳곳에 내 손과 눈을 하염없이 기다리는 책들이 있었던가 하면, 하마터면 잠시도 기다려주지 않고 세상 저편으로 사라져 버렸을지도 모를 내 사랑해야할 책들이 있었다.

이 이벤트를 마감하며 갈무리해 두는 것은 내게 추천되어진 책들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다. 아니 어쩌면 그것은 불경일지 모른다. 내 최소한의 의무는 그것들을 읽어내는 것은 아닐까? 그것이 어쩌면 병역의 의무 보다도 더욱 신성한 의무일 것인지도 모른다. 이 신성한 의무는 최소한 그 의무 이행에 최대한으로 보상을 해 줄 것임을 나는 믿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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잃어버린 아이들
메리 윌리엄스 지음, 노성철 옮김, 그레고리 크리스 그림 / 사계절 / 2006년 7월
11,500원 → 10,350원(10%할인) / 마일리지 570원(5% 적립)
2007년 07월 06일에 저장
절판

"이 책은 수단내전으로 부모형제를 잃은 가랑이라는 아이의 관점으로 쓰여진 책이랍니다. 그림책형식이지만 이책속에선 우리가 알것 같지만 온전히 알지못하는 아이들의 마음이 들어있지요. 아이들이 그런 큰일을 겪으면 마음이 어떠한가를 다시한번 생각해 보게 합니다."라며 해리포터77님께서 추천해 주신 책입니다.
핵 폭발 뒤 최후의 아이들
구드룬 파우제방 지음, 함미라 옮김, 최혜란 그림 / 보물창고 / 2006년 6월
12,000원 → 10,800원(10%할인) / 마일리지 600원(5% 적립)
2007년 07월 06일에 저장
구판절판
또한 해리포터77께서 추천해 주셨는데요, "아이가 받아들이는 어른들의 세계는 정말 미친것 같았습니다. 왜 우리아이들이 어른들의 이기심으로 그렇게 고통받아야 하는지 이야기에 등장하는 아이의 말처럼 분노가 일었습니다."라는 감상평을 남겨주셨습니다. 저의 독서망을 한 폭 넓히는 계기를 마련해 주셨습니다.^^
외면일기
미셸 투르니에 지음, 김화영 옮김 / 현대문학 / 2004년 1월
16,800원 → 15,120원(10%할인) / 마일리지 840원(5% 적립)
양탄자배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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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07월 06일에 저장

흑백TV님께서 추천해 주셨습니다. "고종석씨를 좋아하시니, 연관지으면 ‘히스토리아’랑 약간 구성이 비슷합니다."라는 제 독서스타일에 대한 예리한 분석과 배려가 돋보이는 추천이었습니다. 이런 책들이 저의 시선을 '외면'하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요?
섹시즘- 남자들에 갇힌 여자
정해경 지음 / 휴머니스트 / 2003년 7월
15,000원 → 13,500원(10%할인) / 마일리지 750원(5% 적립)
2007년 07월 06일에 저장
절판

"이 책을 추천드린 이유는 언어에 특히 관심이 많으신 것 같아서요. 이 책이 다루고 있는 주제가 바로, 언어를 수단으로 여성을 차별하는 여러 가지 실례와 이론들을 다룬 책이거든요. 왠지 관심을 가지실 수 있을 것 같단 생각이 듭니다." 그렇습니다. 유달리 관심이 가는 책이었어요.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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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노아 2007-07-06 22: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 리스트에서 담아가는 책이 많아요. 멜기세덱님의 이벤트 즐거웠습니다. ^^
 

<프레시안>에 실린 기사를 옮겨 온다. 그간 프레시안에서 수차례 예비군 폐지에 대한 기사들을 내왔다는 사실도 새삼 알았다. 이 글은 그간의 예비군 폐지 논의를 정리해 주고 있는 듯 하다. 예비군 폐지 논의에 적극 동의하면서 그러한 논의가 보다 활발히 이뤄지기실 기대해 본다.

예비군, 이제는 폐지하자

[인권오름] 1971년 대선을 끝으로 잊혀진 '예비군 폐지론'

  최근 '군 복무 가산점제'를 둘러싼 논란이 뜨겁다. 공무원 시험에서 제대군인에게 가산점을 주는 '군 복무 가산점제'가 지난 1999년 헌법재판소의 위헌 결정에도 불구하고, 의원입법으로 발의된 '개정안'의 형태로 다시 부활할 조짐을 보이면서부터다.
  
  실제로 한 방송 프로그램에 출연해 '군 복무 가산점제'를 찬성하는 발언을 했던 전원책 변호사는 단지 그 이유만으로 누리꾼들의 대대적인 찬사를 받았다. 늘 그렇듯 '전원책 어록'이 순식간에 만들어져 온라인 공간에 퍼졌다. 그리고 '호통 개그'로 유명한 개그맨 박명수 씨에 빗댄 '전거성'이라는 애칭까지 얻었다. 반면 같은 프로그램에서 '군 복무 가산점제'를 반대하는 발언을 했던 송호창 변호사는 심한 비난을 받았다. (☞관련 기사 : 군가산점제, 여성들만 피해자일까?, 그저 토론에 참가했을 뿐인데….)
  
  하지만 '군 복무 가산점제'에 대한 찬반 입장에 따라 천국과 지옥으로 갈라져 있는 양쪽이 똑같이 인정하는 생각도 있다. "원치 않는 군 복무로 인한 고생과 피해가 크다"는 점, 그리고 "제대 군인들이 겪는 피해에 대한 정당한 보상이 필요하다"는 점이다.
  
  이를테면 전원책 변호사는 당시 토론에서 "세상에 가고 싶은 군대가 어디 있나. 돈 100만원을 줘도 군대 안 간다", "군대는 폭력을 가르치는 집단이다"라는 등의 발언을 했다. 그리고 송호창 변호사도 "제대 군인에 대한 합리적인 보상책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런데 여기서 의문이 든다. 전 변호사의 직설적인 발언에 대해 열렬히 호응했던 누리꾼들이 '제대 군인들이 겪는 피해'의 대표적인 사례인 '예비군 훈련'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경우는 드물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여성이나 장애인에게 불이익을 주는 방식의 '보상'을 요구하기에 앞서, 제대 군인이라면 누구나 겪는 '피해'에 해당하는 문제부터 풀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그리고 개인 사정에 대한 고려 없이 소집하고, 어쩔 수 없는 이유로 불참할 경우에도 과도한 벌금을 매기는 예비군 제도는 이런 피해의 대표적 사례다.
  
  김신조 청와대 습격 사건 등을 계기로 박정희 정권이 1968년 창설한 향토 예비군은 창설 당시부터 "국가 안보와 전력 증강에 별 도움이 되지 않으며, '이중 병역'을 강요해 '위헌' 소지가 있다. 또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하고, 국가를 전체주의적 분위기로 몰아간다"는 비판을 받았다. 그리고 김영삼, 김대중 두 전직 대통령도 이런 비판에 동참했다. 이들은 대통령 선거 공약 등을 통해 '예비군 폐지'를 주장해 큰 호응을 얻었다. 여기서 '이중 병역'을 강요당하는 대상, 기본권을 일차적으로 침해당하는 대상은 모두 '제대 군인'들이다.
  
  하지만 '제대 군인들이 불필요하게 겪는 피해'를 우려해 '예비군 폐지'를 주장하는 목소리는 1971년 대통령 선거를 끝으로 더 이상 나오지 않았다. 이런 목소리를 냈던 김영삼, 김대중 씨가 대통령에 당선돼도 마찬가지였다.
  
  오랫동안 잊혀졌던 '예비군 폐지' 주장을 다시 공론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최근 나왔다. 하지만 이런 주장은 36년 전의 '예비군 폐지' 공약을 다시 반복한 것만은 아니다. '예비군 폐지'를 통해 '제대 군인'들이 겪는 피해를 해소할 뿐아니라 우리 사회 곳곳에 남아 있는 군사독재와 냉전의 흔적을 지우는 계기를 만들자는 것이다.
  
  그리고 한국 사회에 깊이 뿌리내린 군사 문화는 '제대 군인'들에게만 남아 있는 게 아니다. 군 복무 경험의 유무와 관계 없이 거의 대부분에게 내면화돼 있다. 따라서 '예비군 폐지' 주장은 우리에게 내면화된 군사 문화에 대한 성찰로 이어질 때, 의미가 온전해진다. 인권운동사랑방 상임활동가 강성준 씨도 이런 목소리를 내는 이들 중 한 명이다. 강 씨의 글을 소개한다. <편집자>
  
  한국사회에서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라는 말은 이제 더 이상 낯설지 않다. 그 배경에는 수십 년에 걸친 국가의 탄압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종교적 신념을 지킨 여호와의 증인 신도들이 있다. 그리고 2000년 이후 종교적 신념에서 정치적 신념으로 병역거부의 지평을 확대하면서 지금도 감옥을 지키고 있는 사람들과 이들을 지지하는 사회운동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그런데 현역의 벙역거부에 비해 예비군의 병역거부는 상대적으로 덜 조망받은 것이 사실이다.
  
  군사쿠데타 정권에서 태어난 예비군 제도
  
  지금은 누구나 당연하게 여기는 예비군은 정부 수립 당시부터 있었던 제도가 아니다.
  
  예비군의 역사는 5.16 군사쿠데타 직후인 1961년 12월 향토예비군설치법(아래 향군법)이 제정되면서 시작되지만 소요 예산 등의 문제로 당시에는 부대 편성까지 이르지 않았다. 예비군이 소집훈련을 받고 무장하게 된 것은 쿠데타로 집권한 박정희의 지시로 1968년 4월 1일 예비군이 창설되면서 부터다. 이 해는 1월 21일 김신조 등 북한 특수공작원 31명이 청와대 뒷산까지 접근한 이른바 '1.21사태'와 그 이틀 뒤 발생한 이른바 '푸에블로호 나포사건'으로 한반도에 긴장이 감돌던 때였다. 박정희는 2월 7일 경전선 개통식에서 250만의 무장을 천명했고, 2월 20일 각의가 향군법 시행령을 의결하면서 예비군의 창설은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유신이라는 영구 집권을 도모하던 쿠데타 정권이 '북괴'라는 외부의 위협을 빌미로 수백만에 달하는 사람들을 '군대'로 편제한 것이 예비군의 시작이었던 것이다. 이에 반대하는 목소리도 곧바로 나왔다. 당시 야당이던 신민당은 향토예비군 무장에 대해 반대의견을 내놨다. 국방차관을 지냈던 박병배 의원은 "현 군경의 해이한 기강과 부패가 1.21사태의 교훈을 낳은 것"이라며 "전면전이 아닌 공비침투에 대처하기 위해 큰 혼란을 초래할 수 있는 향토예비군 전면무장을 할 필요는 없다"고 반대했다.
  
  같은해 6월 17일 김영삼 의원 등 의원 41명은 향군법 폐지안을 내놨다. 이들은 △향군조직과 무장이 아니라도 기존군경의 강화 및 장비개선,정신무장의 쇄신강화 등으로 적의 침략도발을 방어할 수 있고 △만 40세까지의 남자는 사실상으로 항상 정부에 대하여 소위 특별권력관계를 형성하는 까닭에…국민의 의무를 지나치게 확대하여 국민의 자유와 권리의 본질적 내용을 침해하여 국민의 기본적 인권을 최대한으로 보장한 국가의 의무를 저버리고 △전국민을 비민주적 전체주의로 몰아 넣는 결과가 되므로 위헌이라 할 수 있고 △향군조직과 무장등은 국가안일의 위압분위기를 조장하여 전국민을 전체주의체제 속으로 몰아 넣어 비상사태를 이유로 위기의식과 전쟁의 공포감을 조성시켜 국민으로 하여금 불안감을 초래케 한다는 이유를 들었다. 하지만 폐지안은 같은달 27일 국회 본회의 표결 결과 34대81로 부결되었다.
  
  이어 1970년 11월 19일 대통령 후보 김대중은 "현 향토예비군은 이중병역의 의무를 강요한 위헌적인 것이며, 경찰의 보조기관으로 전락되고 지휘계통이 국방장관과 내무장관에 이중으로 되어 있어 정치적으로 악용될 우려가 있고 생업에 지장을 초래할 뿐 아니라 민폐를 조성, 부정부패를 가져올 뿐"이라며 향토예비군 폐지를 공약했다.
  
  하지만 예비군을 폐지하자는 본격적인 논의는 다시 나타나지 않았다. 오히려 폐지를 주장한 두 사람은 대통령이 된 후 복무연령제를 복무연한제로 바꿔 훈련기간의 형평성을 높이거나(1994년) 훈련시간을 줄였을 뿐(1999년) 예비군 제도를 포기하지 않았다.
  
  그리고 40년이 지난 지금, 예비군이 없었던 시절을 기억하는 사람들은 점점 줄어들고 있다.
  
  예비군은 병영국가의 표지
  
  향군법에 따르면 예비군은 "전시·사변 기타 이에 준하는 국가 비상사태하에서 현역군부대 편성이나 작전수요를 위한 동원에 대비"해 △적이나 무장공비의 침투 또는 무장소요가 있거나 그 우려가 있는 지역안에서 적이나 무장공비의 소멸과 무장 소요를 진압하고 △중요시설 및 병참선을 경비하며 △기타 민방위기본법에 의한 민방위업무의 지원업무를 수행한다.
  

▲ 예비군 제복과 모자. 평범한 사회인 혹은 학생으로 지내던 이들이 옷장에서 이 옷과 모자를 꺼내는 순간, 과거 군 복무 시절의 기억도 함께 끄집어내게 된다. 그리고 편하게 보낸 '말년'의 기억을 떠올리면, 억울하고 서러웠던 '졸병'의 기억은 금세 아스라한 '추억'이 된다. 하지만 이렇게 '고생의 추억'에 젖어드는 일이 '내면화된 군사 문화에 대한 성찰'을 대신할 수는 없다. ⓒ프레시안


  예비군 복무 기간은 창설 이후 1988년까지는 전역시기와 관계없이 35세까지, 1989년부터는 33세까지 복무하는 '복무연령제'가 실시되었다. 1994년 이후 지금까지는 전역 후 8년동안 복무하는 '복무연한제'가 실시되고 있다. 전역 이후 1년차부터 4년차까지는 동원지정자의 경우 연간 28시간(2박3일 입소), 동원미지정자의 경우 연간 36시간(출퇴근 방식)의 훈련을 받아야 한다. 5년차와 6년차는 사람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향방기본훈련과 향방작계훈련을 합해 연간 20시간 정도의 훈련을 받는다. 7년차와 8년차는 별도의 훈련이 없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약 200시간의 훈련을 강제받고 있는 것이다.
  
  전역한 사람 모두를 대상으로 하다보니 예비군의 숫자는 현역보다 더 많다. 2005년 국방부가 국회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예비군의 수는 창설 다음해인 1969년 222만5384명이었다가 1976년 300만명을 넘어섰고 전두환 정권 말기인 1986년에는 483만2822명으로 최고에 달했다. 이후 증감을 거듭한 예비군의 수는 2004년 말 기준으로 304만625명에 이르렀다. 이 가운데 장교는 14만6388명, 부사관은 12만215명, 병은 277만4022명으로 이뤄졌다.
  
  지난해 국방부가 발행한 <2006 국방백서>에 따르면 2006년말 현재 예비군의 규모는 304만 명에 달하며 임무별로는 향방예비군 151만 명, 동원예비군 153만 명으로 이뤄진다. 또 편성형태별로는 지역예비군 238만 명과 직장예비군 66만 명으로 나눠진다. 육·해·공군을 합친 현역의 규모가 60만 명 남짓인 점을 감안하면 현역의 5배에 달하는 사람들이 부대로 편성되어 연간 군사훈련을 받고 있는 셈이다. 여기에 645만 명의 민방위 대원을 합치면 전체 인구의 1/5을 넘는 약 1000만 명이 전시에 대비해 군사훈련을 받거나 부대에 편제되어 있는 것이다. 문자 그대로 병영국가라는 말이 어울리는 상황이다.
  
  한편, 예비군은 전역한 장교들의 일자리로 기능하고 있다. 2005년 국방부가 국회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예비군 관련 예산은 2001년 2412억 원에서 2005년 3011억 원까지 지속적으로 증가했다.
  
  이 가운데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항목은 인건비로 2534억 원에 이른다. 이는 예비군 지휘관 5152명(지역예비군 3804명, 직장예비군 1348명)의 임금으로 돌아갔을 것으로 추정된다. 지휘관은 1년에 2번 공개선발 되는데 응시자격이 △예비군 여단장·연대장·대대장은 대대장 경험이 있어야 하고 △예비군 중대장은 중대장 경험이 있어야 하며 △행정담당 군무원은 부사관 등 장기복무한 경험이 있어야 한다.
  
  즉 예비군 제도는 국가가 장교로 복무했다 전역한 사람들의 불만을 누그러뜨리기 위해 일자리를 제공하는 측면도 있는 것이다.
  
  거듭되는 처벌과 강제 동원
  
  1939년 이래 한국에서는 1만2000명이 넘는 사람들이 양심적 병역 거부로 처벌을 받아 왔고 지금도 900여 명이 수감되어 있다.
  
  그런데 예비군 병역거부자에게 가해지는 처벌은 현역 병역거부자에 비해 결코 약하지 않다. 예비군 훈련에 불참할 경우 병역법과 향군법에 따라 동원훈련은 6개월 이하의 징역, 200만원 이하의 벌금, 일반훈련은 1년 이하의 장역, 200만 원 이하의 벌금을 물게 된다. 게다가 전역 후 예비군 복무 기간인 8년간 수십 차례 벌금형에 처해져 수백에서 수천만 원의 벌금을 납부한다. 경찰과 검찰, 법원에 거듭 출석하는 사이에 직장을 잃기도 하고 변호사 비용으로 수천만원을 쓰기도 한다. 이런 의미에서 예비군 훈련은 '전과자'를 양산하고 있는 것이다.
  
  예비군 훈련을 거부해 처벌받은 첫 사례는 향군법이 제정되기 전에 이미 벌어졌다. 1956년 초 전역자에 대해 5주간의 '병무소집'이 시작되면서 예비군 훈련에서 종교적 신념에 따른 집총거부로 실형을 받고 복역하는 사례가 발생한 것이다. 그해 7월 안식교 신자 김응호, 박해종, 김창호 씨가 70여일 동안 구금당했고 3년형과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양심적 병역 거부 수형자 가족 모임'(아래 가족모임)에 따르면 예비군 창설 이후 2007년 5월말까지 누적된 예비군 거부자 숫자는 모두 1359명에 달하고 이 가운데 예비군만 거부한 사람은 739명, 현역과 예비군 모두를 거부한 사람은 620명이다. 2000년 이후만 해도 145명이 예비군 병역거부를 결심한 것이다. 이들이 낸 벌금 납부 총액만 해도 3억3926만 원에 달한다. 가족모임의 집계에 따르면 현재 명단이 확인된 예비군 거부자는 71명으로 이 가운데 60명이 벌금형을 받았다.
  
  하지만 양심에 따른 거부자들만 처벌 받는 것은 아니다. 2005년 국방부가 국회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예비군 훈련에 불참해 고발당한 사람은 2000년 2만4955명에서 2003년 4만9247명으로 두 배 가량 증가했다. 2004년에는 3만2114명으로 줄어들었지만 2001년 이후 매년 3만명 이상의 사람이 예비군 훈련 불참을 이유로 고발당하고 있는 것이다. 이후 무혐의로 처리된 수백명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벌금형을 받고 있다.
  
  이들의 경우 예비군 제도가 자신의 양심에 반하지는 않는다 하더라도 생계 문제 등으로 정해진 훈련 일정을 지키지 못했을 수 있는데 단지 국가가 소집한 훈련에 불참했다는 이유로 일괄적으로 처벌받고 있는 것이다.
  
  게다가 예비군 거부가 벌금형으로 끝나는 것은 아니다. 가족모임의 집계에 따르면 3명이 집행유예형을, 1명은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향군법 위반으로 기소된 윤장운 씨는 지난 3월 의정부지방법원 고양지원에서 열린 재판에 출석했다 법정 구속되기도 했다.
  
  한편 예비군 훈련에 불응할 경우 한 번 처벌받은 후에도 계속 훈련 소집되어 이를 또 거부하면 반복 처벌받는 점은 큰 문제다. 즉 1년에 2~3회 훈련에 불응할 때마다 기소되므로 전체 8년에 걸쳐 10~20차례 처벌받게 된다. 이 때문에 벌금 액수도 늘어나며 초범이 아니라는 이유로 처벌도 가중되기 마련이다.
  
  이 때문에 유엔자유권위원회는 지난해 11월 3일 한국정부가 제출한 보고서에 대한 최종견해에서 병역 거부자들이 재소집될 수 있고 새로운 처벌을 받게 되는 횟수에 대하여 입법적으로 제한이 전혀 없다는 점을 우려한다고 언급한 바 있다. 또한 위원회는 이들이 정부나 공공기관의 고용에서 배제되며 전과자 낙인을 감수해야 한다는 점을 우려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예비군은 언제나 '불평'과 '개김'의 대상이지만 '거부'의 대상이 되지는 못한다. 그것을 지탱하는 강력한 힘은 법적 처벌이라는 물리력이다. 앞서 소개한 국방부 자료에 따르면, 훈련 소집에 응하는 비율인 '응소율'은 2000년 이후 줄곧 95%를 넘어섰을 정도로 예비군의 '충성도'는 높다.
  
  예비군의 존재 의미를 묻자
  
  지난 4월 18일 울산지법 송승용 판사(형사5부 단독)는 전역 이후 여호와의 증인 신도가 되어 교리에 맞지 않는다는 양심상의 결정에 따라 예비군 훈련 소집에 2차례 불응해 기소된 신동혁 씨의 향군법 위반 사건에서 향군법의 일부 조항에 대해 헌법재판소에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했다.
  
  송 판사는 결정문을 통해 "현역병 입영대상자와 현역복무를 마친 예비역과 사이에 실제로 그 복무형태, 복무기간, 훈련의 정도 및 내용 등에 현저한 차이가 있으므로…예비역의 양심적 병역거부를 인정함에 있어…우리나라의 안보상황, 징병의 형평성에 대한 사회적 요구, 대체복무제를 채택하는데 수반될 수 있는 여러 가지 제약적 요소 등을 보다 완화하여 해석할 여지가 충분하고, 국가안보라고 하는 중대한 공익의 달성에 미치는 영향도 훨씬 가볍다고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위헌법률심판제청은 예비군 훈련 불참을 범죄로 여기고 처벌하는 것을 당연시하는 '상식'에 도전한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이미 1985년 대법원은 향토예비군 훈련을 거부한 여호와의 증인에 대해 "종교의 교리를 내세워 법률이 규정한 병역의무를 거부하는 것은 헌법에서 보장한 종교와 양심의 자유에 속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판시한 바 있다. 따라서 헌재가 다른 판단을 보일지는 주시해야 할 일이다.
  
  하지만 이번 위헌법률심판제청은 현역의 병역거부와 마찬가지로 대체복무제도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는 점에서 한계를 가진다. 즉 헌재가 긍정적인 결정을 내리고 국회가 예비군 대체복무제를 도입한다 하더라도 이는 속성 상 양심 즉 신념을 가진 소수를 대상으로 할 뿐이며 따라서 예비군 제도는 상처입지 않는 것이다.
  
  즉 예비군이라는 병역 의무가 왜 필요한지를 묻는 질문은 누락된다는 말이다.
  
  선도적 군축으로서의 예비군 폐지
  
  흔히 지적되는 것처럼 예비군은 군대에서의 경험, 즉 일상화된 폭력과 명령에 대한 복종, 애국심 따위를 상기시킨다.
  
  특히 현역 복무를 마치고 각자 다른 생활공간에서 다른 가치관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획일적인 인식을 부여할 수 있다는 점에서 국가가 예비군 제도에 매력을 느끼는 것은 당연하다. 게다가 특정한 정치적 입장을 주입할 수 있는 '안보교육'은 매 훈련마다 빠지지 않는다. (☞관련 기사 : 의외로 '빡센' 예비군 훈련)
  
  국방부가 예비군 훈련 항목 중 다른 훈련은 수임 군부대장에게 위임하면서도 사격 훈련과 함께 '안보교육'은 '통제 과목'으로 틀어쥐고 있는 이유가 여기에 있을 것이다. 이런 점에서 예비군의 목표는 '사회의 병영화'라고 할 수 있다.

▲ 교육을 받고 있는 예비군들ⓒ국방부


  국가가 겉으로 내세우는 예비군 제도의 명분은 한반도의 군사적 대치 상황을 고려할 때 현역 뿐만 아니라 '예비전력'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2006 국방백서>는 북이 △교도대(17~50세) 62만 △노농적위대(17~60세) 572만 △붉은청년근위대(14~16세) 94만 △인민보안성 등 기타 42만 등 770만의 '예비전력'을 가지고 있다고 밝힌다. 즉 국방부 통계는 인구의 30%를 위협적인 '예비전력'으로 보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노농적위대는 남측의 민방위대, 붉은청년근위대는 남측의 고교 학도호국단 성격을 가지며 인민보안성은 남측의 경찰에 해당하므로 남측의 예비군 성격을 가지는 것은 교도대 뿐이다.
  
  그리고 남북 양측이 서로를 빌미로 군비를 확충하는 상황을 타개하기 힘들다면 남측에서 먼저 예비군을 폐지하는 선도적 군축, 즉 무력의 포기를 통해 평화체제를 선도하는 것도 한 방법이 될 것이다.
  
  특히 '예비전력'은 일상의 군사화를 초래하는 계기가 된다는 측면에서 예비군 폐지는 국방과 안보에 대한 민중적 통제를 강화하는 한 방법이 될 것이다. 이를 요구하는 사회운동은 일방적 군비축소라는 적극적 평화주의의 미덕을 실현하게 될 것이다.
  
  40년 강제 동원의 역사, 이제 끝내자
  
  현재 국회에는 3건의 향군법 개정안이 제출되어 있다. 현대전 양상의 변화에 따라 예비군 복무기간을 현행 8년에서 5년으로 단축하는 강창일 의원안, 급식비와 소득획득 기회의 박탈에 대한 보상금을 지급할 수 있도록 하는 이근식 의원안, 그리고 훈련 소집통지서 수령 의무를 분명히 하고 벌칙을 규정해 '훈련회피'를 방지하려는 정부안이 그것이다.
  
  하지만 이들 법안은 그동안 국가가 예비군 훈련에 대한 불만을 무마하기 위해 훈련 시간을 단축하거나 급식비용 등을 증액하는 방식으로 제도를 '개선'한 연장선상에 있다.
  
  오히려 국방부는 '국방개혁 2020'을 통해 예비군 중대의 수를 줄이는 대신 훈련의 질을 높이는 '정예화', '상비군의 대체전력화'로 나아가고 있다. (☞관련 기사 : 국방부, 500명 이하 예비군 중대 통폐합 계획, "예비군 제도, 이제 작별을 이야기할 때" )
  
  돌아보면 그동안 예비군에 대한 개인적인 불평과 불만은 넘쳐났지만 예비군의 존재 자체에 의문을 품고 그 불만을 사회운동으로 조직한 적은 없었다. 제도 자체를 폐지하자는 논의는 검토된 적도 없을 정도로 예비군은 성역에 머물러 있다.
  
  내년 4월 1일은 향토예비군이 창설된지 40년이 되는 날이다. '불혹'의 나이를 맞는 예비군 제도가 그 말처럼 '흔들리지 않기' 전에 예비군 폐지 운동이 활발해지기를 기대한다.
  
  이 글은 인권운동사랑방에서 발행하는 <인권오름> 최근호에도 실렸습니다.

 강성준/인권운동사랑방 상임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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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winpix 2007-07-05 19: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예비군 훈련 아직 받지는 않았지만, 앞으로 받게 될 텐데, 이런 폐지 운동에 관해서 최근 들어 알게 되었습니다. 아무튼 불필요하다는 생각이 많이 들던데, 좋은 방향으로 바뀌어나갔으면 좋겠군요.^^

멜기세덱 2007-07-05 23:05   좋아요 0 | URL
예비군을 흔히들 '야비군'이라고 하는데요, 정작 야비한 건 예비군을 이용하데 자기들의 입맛대로 사회를 통제하려는 세력들이 아닌가해요. 윗글에서 말하는 것처럼, 예비군제도의 폐해를 잘 아는 세력들이 집권을 하고도 없어지지 않고 있는 이유가 거기에 있을 겁니다. 우리 사회가 보다 진보하기 위해서는 군사주의에 짙게 물든 사회체제를 변화시키는 것이겠습니다. 예비군을 다 받은 사람이나, 아직 받고 있는 사람이나, 이제 받을 사람들이 그저 단순이 무비판적으로 순응하기보다는 그러한 문제의식을 가지고 계속적으로 문제제기를 해 나가야 할 필요성이 있다고 봅니다. twinpix님까지는 아직 고생하셔야 될 듯 하지만요.ㅎㅎ

마늘빵 2007-07-08 10: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동감입니다.
 

7월에 나는 이런 책들을 읽고 있다.


8개의 상품이 있습니다.

무례한 자들의 크리스마스- 미국 복음주의를 모방한 한국 기독교 보수주의, 그 역사와 정치적 욕망
김진호.최형묵.백찬홍 지음 / 평사리 / 2007년 6월
13,000원 → 11,700원(10%할인) / 마일리지 650원(5% 적립)
2007년 07월 30일에 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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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어지식 교육론
김광해 지음 / 서울대학교출판부 / 1997년 8월
13,000원 → 13,000원(0%할인) / 마일리지 650원(5% 적립)
2007년 07월 25일에 저장
품절
군사주의에 갇힌 근대- 국민 만들기, 시민 되기, 그리고 성의 정치
문승숙 지음, 이현정 옮김 / 또하나의문화 / 2007년 2월
15,000원 → 13,500원(10%할인) / 마일리지 750원(5% 적립)
2007년 07월 07일에 저장
품절
기자로 산다는 것
시사저널 전.현직 기자 23명 지음 / 호미 / 2007년 2월
10,000원 → 9,000원(10%할인) / 마일리지 500원(5% 적립)
2007년 07월 26일에 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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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늘빵 2007-07-08 10: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평화의 얼굴 읽고 계시는군요! 이런 반가운 일이.

멜기세덱 2007-07-05 23:07   좋아요 0 | URL
아프락사스님께서 그리 강조하시니, 제가 감히 안 읽을수가 있어야죠.ㅎㅎ 크리스천의 한 사람으로서 이 책은 뼈를 깎는 아픔으로 다가옵니다. 그러나 그러지 않고서는 예수님의 십자가의 사역으로 보여주신 참사랑을 완성할 수 없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