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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어과 교수 학습론
박영목.한철우.윤희원 지음 / 교학사 / 2001년 3월
평점 :
현행 7차교육과정에서는 창의적 사고와 자기 주도적 학습을 무척이나 강조하고 있다. 그런 목표를 지향하여 교육과정이 설정되었고 각과목의 세부 항목들도 선정되었다. 창의적이라는 것은 몇 가지 전제를 가진다. 다시 말하면, 개개의 학생들이 창의적 사고를 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 조건들이 필요하다는 얘긴데, 그 조건들이 교육과정에서의 말처럼 그리 간단한 문제는 아니다. 그 조건들이라는 것은 우선 각각의 학생들에게 창의성이라는 것은 전혀 다른 모습으로 나타난다는 것이다. 이를테면 저마다의 흥미와 관심과 재능이 천차만별이라는 얘기다. 이것은 집단 교육 구조의 현 우리 학교교육 현장과는 다분히 이질적 목표인 것처럼 보이게 하는 조건이다. 그러니까 창의적 사고를 위해서는 학생 개개인에 맞는 그런 교육내용이 가르쳐져야 한다는 것을 의미하는데, 그 최상의 방법은 일대일의 맞춤형 학습방법 밖에는 없겠다. 그러나 지금의 우리 학교교육에서는 그 최상의 방법을 적용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아니 앞으로도 계속 없을 수 밖에 없겠다.
여기에서 또 다른 문제가 파생되는데, 일대일 맞춤형은 아니더라도 비교적 효과적으로 그 목표를 이끌어 내기 위해서는 교사 일인당 학생수가 적정한 정도여야 한다. 그 적정선의 구체적 수치가 어떤 연구를 통해 밝혀졌는지는 모를 일이나, 적어도 OECD 회원국의 통계치에 비교해 볼 때 우리나라가 그 적정선을 유지하고 있지는 못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또 다른 조건들로는 사회구조적 문제들이겠다. 학력위주, 입시위주의 교육 중심의 사회 구조에서는 천편일률적 교육만이 존재할 수밖에 없다. 이런 조건들이 해결되지 않고서는 창의적 사고는 허울좋은 목표일 수 밖에는 없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7차교육과정은 이런 악조건들 속에서의 사투를 위해 몇몇 창의력 학습 방법들을 제시하고 있기는 하다.
그 중심에 '자기 주도적 학습'이 있다. 원론적으로는 창의성 개발이라는 것이 스스로의 의할 때 가능한 문제임을 볼 때 적합한 선정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여기에는 위에서 말한 악조건들을 다만 회피하고자 하는 책략이라고도 보여진다. 말하자면 학교교육을 통해서는 창의성을 키워주는 것이 불가능하므로 혼자서라도 알아서 해보라라는 뜻이 담겨져 있다는 얘기다. 결국 '창의적 사고'와 '자기 주도적 학습'은 교묘한 이해타산 가운데 책정된 목표 아닌 목표일 뿐이다.
현재 8차교육과정안이 이미 준비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 얼마 안 있어 시행될 예정이다. 8차교육과정이 7차교육과정과 큰 틀에서는 차이를 두기는 어렵다. 교육과정의 변화는 아무래도 사회의 변화를 반영하는 것이겠다. 세대가 바뀌고 학생들의 제반사항들이 변화되는 상태에서 구시대적 발상에 의해 선정된 교육과정에 따라 배운다는 것은 제대로 된 교육이기 어렵다. 시대의 변화에 따라 그 구체적 모습들을 죄다 반영할 수는 없는 노릇이지만, 교육과정이 나름의 이런 변화를 적절히 반영하는 것은 필요한 일이다. 그러나 백년의 큰 계획이 서야한다는 것이 교육일진대, 이런 큰 계획이 그간의 교육과정에서 있었는가도 의문이고 앞으로의 교육과정에서도 있을는지 의문이긴 하다. 또한 중요한 것은 아무리 교육과정이 바뀌어도 서두에 말한 그런 교육 구조적, 사회적 문제들이 선결되지 않고서는 무의미하고 폐해만 낳을 뿐이라는 사실이다.
아무튼 이런 문제점들을 직시하고 회의한다고 하더라도, 현재적 위치에서 교육을 멈출 수는 없다. 현재의 상황을 인식하고 그 상황을 보다 효과적으로 타개하기 위한 실제적 대안들이 끊임없이 제기될 필요성이 있다. 그런 점에서 그 구체적 방법 가운데 하나인 실제 교수 학습 현장에서의 방법론들의 필요성이다. 지금의 대다수의 교육 현장에서는 그간의 천편일률적 주입식 수업이 여전히 계속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또한 이것은 앞서 말한 여러 조건들에 의해 강요되는 방법들이기도 하다. 그러나 작은 노력부터라도 이러한 문제들에 대응하려는 움직임들이 필요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보다 효과적인 교수 학습 방법들이 연구되고 실제 현장에 적용되는 일들이 절실히 요구된다. 이것을 일반 교사들의 책무로만 남겨서는 안된다. 일반 교사들이 스스로 수업을 연구하고 다양한 교수 방법과 교재들을 개발하는 노력은 필요한 일이다. 그러나 그 이전에 국어교육 전문 연구자들의 다양한 연구 결과들이 축적되고, 그들에게 제시되어져야 한다. 이것은 교육과정을 개발하는 당국에서 보다 주의를 기울여 선결해야 하는 문제이기도 하다.
그러나 아직은 그런 연구들과 그나마의 연구의 성과들은 너무나 부실하고 미약하다. 그래서일까? 이 책 『국어과 교수 학습론』이 그래도 개중에서는 돋보이니 말이다. 사실 이 책은 위에서 언급한 교수 학습 방법들을 구체적으로 다루고 있지는 않다. 책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이 국어과 전반의 '교수 학습'에 관한 개론이다. 그러니까 국어과의 목표 및 성격, 내용, 그리고 교수 학습 방법, 평가에 대한 전반적 정리를 목표로 하고 있는 책일 뿐이다. 그럼에도 이 책의 중심이 '교수 학습'과 '평가 방법'의 그나마의 구체성에 있다는 사실이 이 책을 보다 가치있게 하기는 한다. 그러나 부족함을 지울 수는 없다.
교수 학습 방법에 대한 제시는 각 영역에서 단 하나의 수업모델을 구체화하여 제시하고 있을 뿐이다. 그것도 한 차시의 수업 형태만이 들어있다. 평가 방법에 대한 모델들도 그리 구체적이지만은 않다. 그러나 필요한 것은 보다 구체적 형태의 방법들이다. 국어 교육을 연구하는 전문가들은 다양한 연구와 개발을 통해 일선의 교사들에게 여러가지 방법들 중에 적합한 방법을 취사선택할 수 있는 많은 자료들을 내어 놓아야 한다. 이 책이 그 시발을 감당해 주길 바랄 뿐이다.
그 밥에 그 나물일까? 이 책의 공저자들은 앞서 『국어교육학 원론』을 집필했던 분들이다. 많은 부분에서 이 책이나 그 책이나기도 하고, 부실하기 또한 매 한가지기도 하다. 그러나 보다 이 책이 실제성 면에서는 좀 낫다는 생각이 든다. 각 영역을 다룬 후 참고서지를 소개하고 있지만, 그 참고목록 중에서 우리가 참고할 수 있는 것들은 그리 많아 보이지 않는다. 이것은 우리나라의 국어교육 연구의 부실성을 반증하는 것일 수 있겠다. 앞으로의 국어과 각 영역별 교수 학습 방법론의 다양한 연구와 개발이 이뤄지고 좋은 성과들이 나와 일선 교사들의 참고 자료들이 풍부해져서 선택의 즐거움을 가져 볼 수 있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