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덧 서재지수가 10000을 돌파했다. 2007년 7월 10일 오늘 서재지수 10010을 기록한 것이다. 무려 31개월이나 걸린 미미한 결과지만, 하루 평균 대략 10점 정도씩 밖에 쌓은 초라한 기록이지만, 일만의 시대를 넘어섰다는 것에, 자뭇 만족과 우려와, 기대와 번민이 엇갈린다.
국민소득 2만 달러를 목표로 경제성장을 최우선 과제로 여기는 지금의 성장제일주의 만큼이나 이 서재지수 일만 돌파에 거대한 의미를 부여하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 것이다. 하지만 어떻게 해서 우리가 경제 성장을 이룩하고 1만 달러의 소득을 넘어 2만 달러를 기대하고 있는 것인가를 생각해 보고, 성찰과 반성을 겸하는 것은 소중한 일이다. 그러나 아직까지 우리에게 그런 소중한 일이 없었다는 것이 문제일 터, 나는 서재지수 일만을 넘어서면서 나름의 소중한 노릇을 가져보고 싶다는 것이다.
첫 게시물을 2005년 10월 22일의 일이다. 박노자 관련 리스트를 올렸다. 그리고 일주일 뒤 첫 리뷰를 올렸다. 그렇게 서재생활이 시작됐다. 띄엄띄엄 리뷰나 페이퍼들을 가뭄에 콩나듯 그렇게 올렸다. 누가 보거나 말거나를 따지기 보다, 대략난감할 정도로 방문자가 거의 없었더랬다. 그러나 지금은 어떤가?
리뷰가 총 68편, 리스트가 6편, 페이퍼가 213편에 달한다. 퍼온 리뷰와 페이퍼를 제한다고 해도 내가 쓴 리뷰는 60여편을, 페이퍼는 200편을 넘을 것이다. 이것들을 한데 모으면 묵직한 책 한 권은 족히 나오고도 남을 량이다. 문제는 그 책의 가치이겠지만서도.
지금까지의 방문자는 총 6981명이고, 현재 65분께서 이 하찮은 서재를 즐겨찾기하고 계신다. 어림잡아 하루 평균 7~8분 정도 방문해 주셨다는 계산이 나오는데, 요즘 그래도 인기가 올라가다보니 최근에는 하루에 한 3~40분 정도는 꾸준히 방문해 주시는 것 같다. 고마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나는 고백해야 한다. 무엇때문에 하루에 3~40분씩 이 서재를 찾고, 무엇때문에 65분이 이 서재를 즐찾하고 있는 것인지를. 나는 이점에서 한 없이 부끄러워진다.
60여 편의 리뷰라고 해봐야 양적으로도 미미한 것이지만, 질적으로는 더없이 초라하다. 제대로 된 읽기도 안 됐으려니와 제대로된 독후의 감상은 더욱 기대하기 어렵니다. 페이퍼라고 해봐야 쓸데없는 주절거림이거나, 어데서 읽고 옮겨온 종류의 것들이 대부분이다. 이런 상황에서 이 서재를 즐찾하고 하루에 한 번씩이라도 방문 카운트를 늘려주시는 데에는 이 알라딘 서재 마을 주민들께서 정에 약하다는 것을 의미할 뿐이다. 도무지 이 서재는 이 일만이라는 지수와는 썩 어울리지 않는다는 것이다.
게다가 이 몸은 한 없이 게으르기만 해서, 어떤 일을 꾸준히 해 나가지 못 한다. 생각은 많되, 그 생각을 온전히 펴나가지 못한다. 결국 잡생각의 바다에서 허우적거리다가, 스스로 유명무실 용도폐기 시키고 만다. 게시판의 카테고리만 보아도 얼마나 뒤죽박죽인지, 스스로도 한심할 노릇이다. 얼마전 아프 모 님의 서재정리를 보면서 더욱 절실히 느끼는 대목이다. 흥미를 끌 만한 소재도 글쓰기 재주도 없다보니, 더이상 어떻게 나아질 수가 없는 것이다.
서재지수 일만의 시대를 당면하면서, 누구의 말대로 "다만 당면한 것을 당면할 뿐"이라고 말할 수는 없다. 당면하기 전에 돌이켜야 한다. 그래야만 알리딘 서재마을의 일만 지기다운 면모를 자랑할 수 있을 터이다. 앞으로 얼마 후 쯤 2만이 되고, 10만이 될지 모를 일이지만, 2만이 되서, 10만이 되어서는 이런 공허감이 조금은 없길 바라는 마음이다.
보다 꼼꼼히 의미 있는 독서가 내게 필요하다. 이건 다만 서재지수를 위한 것은 아닐 것이다. 허접 날림의 리뷰도 좀 자제하고, 흥미로우면서도 생각 있는, 음미할 수 있는 페이퍼들을 남기고 싶다. 그래야 내가 살고, 지수가 늘고, 즐찾도 늘고, 방문 투데이도 늘어서, 어여어여 늘어서, 일만 hit 이벤트도 하고, 10만 돌파 이벤트도 할 수 있지 않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