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와 어느 패스트푸드점에 갔다.
(한국에서의 '패스트푸드'는 정말이지 완벽한 Fast Food 다.
주문할 때 양파 빼 달라, 소스는 어떤 걸로 해 달라, 야채는 어떻고, 빵은 어떻고....
이렇게 까다롭게 요구하는 바람에 주문이 길어지는 서구의 패스트푸드점은 반쪽자리
패스트푸드점이다. 먹을 때만 빨리 먹다 뿐이지. 하지만 한국은 주문부터 받기까지
그야말로 완벽한 Fast 를 자랑한다. 최고다. ㅡ_ㅡ 훗)
어쨌거나, 햄버거를 먹으러 갔는데.
아무도 내 주문을 안 받아준다. 한참 기다렸는데.
주문하는 사람도 별로 없구만 직원들은 뭐가 그리 바쁜지 왔다리갔다리 한다.
나는 그 검은색 유니폼의 직원들을 졸래졸래 따라다니며 주문할 타이밍만 노리고 있었다.
그런 내가 (그제서야!) 눈에 띄었는지 나보고,
"여기서 주문하세요"
그래서 친구랑 갔다.
갔더니, 샘플인지 진짜 버거인지 거대한...실로 거거거대한 햄버거가 놓여 있었다.
크기가, 거짓말이 아니고 냉면그릇보다 더 컸다. 예쁘게 포장까지 되어가지고는.
눈이 동그래진 나와 친구를 보고 그 여직원은,
"고릴라 버거에요"
"ㅡ_ㅡ??!!!"
"맛있어요. 이게 히트랍니다. 새로 나온 건데요, 세트로 2개 시켜서 얼마 이상 되면..."
"그거 주세요, 2개"
내 정신줄이 뚝 끊어지는 소리가 들림과 동시에, 정신차려 보니 난 이미 계산을 하고 있었다.
에이, 남으면 나중에 먹지 뭐~ 천하태평 근성이 또 나오고 말았다.
친구와 나는 저걸 어떻게 먹나, 고민하고 있을 때 직원이 갑자기 어떤 가방에서 뭔가 하나를...
꺼냈다.
길다란 노란색 카스테라같이 생긴 티라미슈형 빵? 설마....
"고릴라 버거 세트 2개 이상 시키면 이것을 사은품으로 드린답니다~"
여직원은 소리 없이 웃고 있었지만, 난 안다. 속으로 '으하하하핫, 먹고 죽어봐라' 한다는 것을.
난....그걸 보고 정말 '헉'하고 말았다. 디져트 주는 것은 너무나 고마우나....우린 버거도 아직...
패닉상태에 빠지기 일보 직전 난
눈을 떴다.
꿈이었다......
ㅡ.,ㅡ......
먹을 걸 많이 줘도 무섭구나.
휴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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