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요리와 만화의 결합만으로도 이 책은 제 호기심을 자극했어요. 그런데 어찌 된것이 이 책에 대한 평점이 제 예상과 달리 낮은거예요. 평소에는 관심있던 책이 평점이 낮아지면 잊혀지게 되는데 어떻게 된거지? 하고 궁금증에 읽게 되었습니다.
읽고 난후 왜 평점이 낮은지 이해가 되었습니다.

첫째는 평소 우리가 접하는 요리와 만화는 '식객', '심야식당', '초밥왕', '에키벤'과 같은 만화에 익숙해져 있는 상황에서 글이 많고 칸이 나눠지지 않은 그래픽 노블 스타일의 만화가 익숙하지 않으면서 읽기가 불편했던것 같아요. 순서를 어디서부터 읽어야할지도 고민되기도 합니다. ^^


둘째는 먹어보지 않은 맛과 생소한 식재료가 주는 낯설음인것 같아요. 맛도 먹어본 사람이 안다고 모른 맛을 상상하기란 요리사가 아닌 일반인에게는 쉽지 않은 일이예요.
도데체 '건초맛'은 뭔지.... ^^;; 뭐, 건초맛은 만화가도 처음 접하니깐... 그리고 만화가 표현을 해주었으니 이 정도는 우리도 만화가의 도움으로 상상할수 있겠지요.



셋째는 불친절함. 둘째와 연관성이 있는데, 익숙하지 않은 맛을 차라리 완성된 요리의 그림이나 사진이 있다면 대리 만족이라도 느낄텐데, 이 만화에서 완성된 요리의 모습을 찾기란 쉽지 않아요.
'어린배추와 파르메산 치즈 슬로' 요리의 완성 그림은 참 살짝 성의없어 보이기까지...ㅎㅎ


'차이브 크림을 곁들인 딱새우 카르파치오' 를 보면 심하다 생각할수도...ㅋㅋ
그림만 봐서는 먹고 싶지 않아!!!라고 외치고 싶을거예요. ^^;;

그의 요리책 역시 완성된 요리 사진을 찾기 힘들다고 말하는것을 보면 그의 스타일인것 같기도 합니다. 완성된 요리는 직접 와서 보고 먹고 느끼라는 걸까요? ^^


넷째. 따라하기 쉽지 않음.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따라하고 싶지 않아. 어찌보면 단순한 감자전처럼 보이는것을 굽는데만 20분. 재료손질하고 셋팅하면 저거 한조각 먹자고 최소 30~40분을 공들여 만들수 있을까요? ^^


Cooking asparagus the Alain Passard way – standing up in a pot, cooking in clarified butter for 90 minutes
대체로 그의 요리들은 우리가 볼때는 너무 심플한데 시간과 정성이 많이 들여진 요리들이예요. 그러니깐 이 요리는 직접 만들지 말고 누군가 만들어주면 감사하게 먹을수 있는 요리들인것 같아요. 어쩜 단점일수도 있지만 장점일수도 있는... (드디어 완성된 요리 사진이 등장하니다. 그래도 요리 사진을 보니 먹고 싶은 생각이 살짝 들지 않습니까? ^^)
도데체 이 사람 뭐가 좋아서 미슐랭 별 세개를 받은 최고의 셰프라는 거지?
궁금증을 참다못해 구글에서 알랭 파사르에 관해 찾아보았습니다.

그림속 모습보다는 살짝 연륜이 느껴나지만, 사진과 그림이 잘 매치가 되었어요.

알랭 파사르는 파리의 'ㄹ르페주'라는 식당을 운영하는 요리사예요.
식재료의 특성에 맞춰 재배하고 색감도 재배열하면서 최고의 맛을 끌어내려합니다.


알랭파사르의 요리의 특징을 나타내는 그림들...



식재료의 재배열. 아름답게 배열하면서 새로운 요리에 영감을 준다고 합니다.

건강하고 아름다운 재료를 통해 창작의 영감을 얻는 그는 직접 농장까지 운영을 합니다. 각각의 토질을 통해 가장 어울리는 작물을 찾고 최상의 재료를 얻어 그 맛을 끌어내기 위해 최소한의 조리법을 이용하는것이 그의 스타일이었습니다. 그런 상황을 듣고보니 그의 요리 스타일이 점점 이해가 되기 시작하네요.
게다가 프랑스의 요리는 대체로 육류 위주로 채소들은 곁들임 정도로 인식을 해왔는데, 알랭 파사르는 채소를 곁들인요리에서 메인 요리로 이끌어내는데 주력을 하며 요즘 건강을 생각하는 미식가들에게 관심을 받게 된것 같습니다.

책속에서 가장 요리다운 그림이 완성된 '장미 꽃다발' 사과파이
그래서인지 가장 먹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던 요리였어요.

사과를 껍질채 얇게 썰어서 장미 꽃다발처럼 돌돌 만후

구어낸 요리인데, 특허까지 내었다죠. 특별한 사과파이를 만들어 냈네요.
알랭파사르의 말처럼 발렌타인데이에 어울리는 파이같아요. ^^
https://twitter.com/arpegelive (알랭 파사르 트위터)
확실히 그의 요리 사진들을 보면서 '알랭 파사르'의 요리들이 다시 보이고, 어느정도 맛에 대한 상상력을 키워낸후 책을 다시 읽으니 훨씬 책이 좋았습니다.
'알랭 파사르의 주방'은 그를 처음 만나는 사람보다는 그를 아는 사람들이 더 열광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하지만 저 처럼 그에 대해서 모르는 사람에게 그를 찾아보게 하기도 하네요.



처음에는 상상할수없는 맛에 불평을 했지만, 그에 대해서 알아갈수록 요리 하나를 만들어내기 위해 식재료부터 관리하는 그의 꼼꼼함과 정성에 그의 팬이 되어버렸어요.
아쉽지만....
제가 그가 만든 요리를 직접 먹을일은 없을 것 같고, 그나마 책 속의 요리중에 가장 손쉽게 구할수 있는 재료이며 디저트로 괜찮을것 같은 '올리브오일, 꿀, 레몬소스를 곁들인 파인애플'을 직접 만들어봐야할것 같아요. 지금은 파인애플이 없는 관계로... 다음에...^^

책 속에 없는 알랭 파사르의 요리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