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해고도에 갇혀 아무도 나를 이해해 주지 않는다고 원망하고 싶을 때가 있다. 그런데, 순간 '이해'라는 것은 나의 못난 모습을 적나라하게 알아 주는 것이 아니라 사실은 내가 꽤 괜찮은 인간임을 긍정받고 싶은 욕망과 다름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신형철의 <느낌의 공동체>를 읽다 깨달았다. 

   
 

 김소연은 마음에 대해서 말한다. "'이해'란 가장 잘한 오해이고, '오해'란 가장 적나라한 이해다. '너는 나를 이해하는구나'라는 말은 내가 원하는 모습으로 나를 잘 오해해준다는 뜻이며, '너는 나를 오해하는구나'라는 말은 내가 보여주지 않고자 했던 내 속을 어떻게 그렇게 꿰뚫어보았느냐 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요즘 자존감에 대하여 많이 생각해 본다. 내가 비교적 자존감이 높지 않은 사람이라 더 민감하게 주변 사람들을 지켜보게 된다. 자존감은 유아기 때 주양육자와의 관계 속에서 싹트기 때문에 성인이 되어 틀 자체를 바꾸기란 여간해서는 쉽지 않은 것 같다. 그렇다고 절대적으로 유아기가 전생애를 지배한다,는 식으로 완강하고 체념적으로 결론 내리는 요즘의 분위기도 쉽게 수긍하고 싶지 않다.  이는 주양육자의 죄책감을 자극하고 성인교육을 방해할 위험이 다분하다.

누구나 결국 내가 가치 있는 존재라는 느낌을 가지고 살고 싶어한다. 자존감이 높으면 타인의 판단에 기대지 않아도 된다고는 하지만 타인의 평가에 덤덤할 수 있는 사람이 과연 몇이나 될런지. 

그러니까 나도 나를 제대로 오해해 주기를 바라나 보다. 신형철이 소개한 김소연 시인에게 들켜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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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11-09-06 12: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해받지 않고도 충분히 살 수 있다고 생각했던 날들이 있었어요.

blanca 2011-09-07 12:44   좋아요 0 | URL
쥬드님, 저는 이해받고자 하는 욕구가 너무 큰가봐요. 혼자서도 맨날 속으로 행동들을 합리화합니다.

비로그인 2011-09-06 17: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공감이에요. 이해 받고 싶은 맘, 사실은 날 좋게 봐주길 바라는 마음과 다름 아니죠. 저도 자존감에 대해서라면 무척이나 궁금한 게 많아요. 유아기에 형성된 자존감이 사람 일생을 결정짓는다는 말은, 조금 수긍이 가면서도 결코 인정하고 싶지는 않은 말이에요. 저는 지하철에서 마주 보고 앉아 있는 그 자리에서 특히 자존감에 대해 많이 생각한답니다. 마주 보기 부끄러워서 이리저리 시선을 돌리다가, 힐끔힐끔 마주 앉은 사람들 훔쳐보기도 하구요. 근데 잘 모르겠어요. 어떨 때는 자존감이고 자존심이고 자신감이고 뭐고, 그런 거 상관 없이 다 내려놓고 초연할 수 있는 사람이었으면 좋겠다 싶은데 그것도 잘 안 되고... 정말 난센스에요. 자존감을 그저 편리한 용품이라고 생각하고 나름의 방식으로 생활하는 게 편할 것 같기도 해요. 절대성을 부여해버리면, 절망하게 될 사람들도 있을지 모르니까요.

blanca 2011-09-07 12:46   좋아요 0 | URL
말없는수다쟁이님, 대인관계에서 자존감을 많이 생각하게 되더라고요. 저도 지하철에서 사람 구경 열심히 합니다. 특히 미남 미녀는 아주 뚫어져라 ㅋㅋㅋ 쳐다보기도 하고요. 담담하고 쿨하고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는 생각은 늘 합니다. 맞아요. 어렸을 때 애착형성이 평생을 결정한다,고 지나치게 절대성을 부여해 버리면 나머지 인생이 어둡게 느껴집니다.^^

양철나무꾼 2011-09-06 18: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미루어 짐작한다는 말 좋아해요.
이런 경우 어긋나도...짐작하는 동안 즐거우니 그걸로 된거 아닐까요?

신형철에, 김소연에, blanca님의 글까지...이런 호사가 따로 없네요~^^

blanca 2011-09-07 12:48   좋아요 0 | URL
양철나무꾼님, 아, 그렇게도 볼 수 있겠군요. 그냥 다들 그렇게 그러면서 사는 게 또 인생의 묘미 같기도 해요. 오늘 시장 보러 나섰는데 여긴 시장 근처라 정말 엄청 막히더라고요. 우회전 못할 정도로 횡단보도로 앞서 사람들이 쏟아져 나와 한참을 기다리는데 교통 경찰 아저씨가 너무 잘 정리해 주셔서 꾸벅 목례를 하면서 그냥, 산다는 게 이런 거구나, 싶었어요.

2011-09-07 10: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머나, 저도 신형철씨의 저 구절이 인상깊었는데, 블랑카님과 같은 생각은 못 했었어요. 맞아요. 이해해 주길 바라는 건 날 괜찮게 봐 주길 바라는 욕망이에요! 근데, 그냥 '오해' 말고, '제대로 오해'인 것도 맞죠. '제대로 오해'가 뭐냐,는 참 복잡한 문제예요.
여튼 그런 즐거운 오해를 서로 함께 해 주며 몇몇 사람들과 어울려 살아가고픈게 제 소망인 듯. 인간은 외로움에 어떻게든 대처해야 하는 운명을 타고났잖아요.

blanca 2011-09-07 12:49   좋아요 0 | URL
섬님 찌찌뿡이요 ^^ 신기하네요. 혼자가 편하다는 말은 어느 정도만 맞는 것 같아요. 결국은 사람이 그리워져요.

순오기 2011-09-08 11: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제목 멋져요! 물론 글도 공감되고요~~ ^^

blanca 2011-09-08 14:20   좋아요 0 | URL
제가 그렇게 느껴서 더욱 와닿더라고요. 아, 순오기님 한가위 풍성하게 보내세요! 여긴 재래시장근처랑 벌써 들썩이는 분위기랍니다.

2011-09-10 14:5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9-10 22:20   URL
비밀 댓글입니다.

세실 2011-09-18 13: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타인의 평가에 덤덤할 수 있는 척 하는 사람은 꽤 되겠지요. 저를 포함한....
자존감은 유아기때 형성되지만, 충분히 발전 가능한 거라고 믿어요. 느낌의 공동체 보관함에 넣어요^*^



blanca 2011-09-19 09:50   좋아요 0 | URL
세실님, 다들 사랑받고 인정받고 싶은 욕구에는 자유로워지기 힘든 것 같아요. 예, 그래서 저도 되도록 자존감을 좀 높여 보려고 노력 중이랍니다.^^

노이에자이트 2011-09-19 17: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남들이 나를 이해해주길 바라면서도 나는 남을 이해하려고 안 하는 인간의 마음이 참 복잡하죠.

blanca 2011-09-22 22:40   좋아요 0 | URL
맞아요. 인간은 대부분 자기 중심적이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