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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부순환로를 지치는 차들의 헤드라이터의 불빛이 노면에 방울 방울 번져 서로 섞이는 날, 베란다를 내다보면 그 날이 비가 오는 날이다. 도로에 둘러싸여 산다는 건 무척 이색적이고 낭만적이고 동시에 성가신 일이다. 월요일 아침, 줄지어 서서 굼뱅이처럼 기어가는 차들에서는 절로 월요병 냄새가 풀풀 날린다. 금요일 오후 느릿느릿 밀리는 차들의 뒷꽁무니에는 주말의 휴식과 아껴둔 약속들의 기대가 겹친다. 

오늘도 헤드라이터의 불빛은 바닥에서 물기로 번진다. 근처 대학교 서점에 가서 백만년 만에 핑크 표지의 잡지를 집어 들었다. 패션 잡지의 표제기사에는 폴오스터, 아멜리노통 등 14인의 위대한 이야기꾼들에 대한 기사가 예고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패셔니스타와는 담을 쌓은 내가 생전 처음 보는 도발적인 눈매의 여배우가 노려보는 엘르를 들고 집에 왔다. 엘르와 나는 어울리지 않지만 가끔은 정말 기가 막히게 좋은 책과 작가들과 관련된 얘기들로 나를 매료시킨다. 몇 해 전에는 작가가 된다는 것에 그 어떤 문예지나 단행본보다 심도있게 리서치를 한 기사를 싣기도 했다. 만드는 사람들 중에 분명 탐서가가 있을 것이라는 심증이 강력하게 든다. 캣워크를 하는 매력적인 모델 사이로 책에 대한 진지한 얘기들을 발견하는 건 색다른 즐거움이다.

"인생의 대부분을 방 안에 혼자 있었다"는 폴 오스터는 담배 연기 속에서 부담스러운 시선으로 나를 응시하고 있었다. 나는 폴 오스터 책을 단 한 권도 읽지 못했다. 물론 시도해 보려는 생각은 있지만 매번 주문 전에 그는 정작 10년 동안 읽지 않았다는 서평을 참고로 다음에 읽을 것을 기약한다.  

   
 

 글 쓰는 건 참 이상해요. 병에 걸린 것 같죠. 어릴 때 글쓰기 바이러스에 감염됐는데 절대 고칠 수 없는 거예요. 그러니 써야만 하죠. 쓰지 않고서는 사는 게 아니었어요. 

-폴 오스터. ELLE와의 인터뷰 중

 
   

 

이 바이러스에 시간과 강도의 차는 있지만 앞서거니 뒷서거니 감염된 파울로 코엘류, 아멜리 노통, 조너선 사프란 포어, 알랭 드 보통이 차례로 쓰지 않고서는 살 수 없는 자신들의 그 숙명적 글쓰기에 대한 소회를 풀어 놓는다. 물론 아주 쉬크한 흑백의 초상화들과 함께. 맘씨좋고 너그러운 인상의 할아버지 파울로 코엘료는 페이스북, 트위터와 온라인 스토어를 부지런히 활용하여 독자들과 소통한다고 한다. 아멜리 노통은 글을 쓰지 않으면 어떻게 되나 싶어 하루 실험해 보고 사춘기 계집애처럼 마음이 널을 뛰는 끔찍한 경험을 했다고 토로한다. 조너선 사프란 포어는 글쓰는 일을 매일 그만둬야지 한단다.(세상에!)
 

다들 책에 대한 관심이 스러져 가고 있고 작가의 사생활을 궁금해할 파파라치가 별로 없는 세태를 절감한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책과 활자, 창작에 의해 선택 당하고 만 숙명에 굴복한다. 쓰지 않고서는 견딜수 없단다.  

도저히 견딜 수 없어 살기 위해 써낸 것들을 손에 쥐고 씌어 지지 않았다면 알 수 없었던 것들을 채굴하는 기쁨이 읽는 행위의동인이라고 해도 될까? 젊고 아름다운 여배우의 뇌쇄적인 눈빛의 표지가 '순간'을 떠올리게 한다면 작가들이 끊임없이 천착하는 생의 유한성과 허무는 영원에 대한 끌 수 없는 기대를 끄집어 내게 한다. 모든 모순, 대립, 한계가 한데 뒤섞여 있는 것 같은 잡지 한 권을 읽고 나니 왠지 아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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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11-05-22 04: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블랑카님의 이 글을 자신들의 잡지에 싣고 싶어 하는 편집자들이 분명 있을 것 같은데요 ㅎㅎ 블랑카님 같은 고급 독자들까지 매료시키기 위해 말이죠^^

blanca 2011-05-23 10:18   좋아요 0 | URL
후와님 저 비행기 태워주시네요. 안그래도 대부분이 꾸물한 봄하늘, 지지부진한 감기, 할 때마다 떨리는 운전, 등으로 의기소침한 저에게 감사합니다.^^;;

stella.K 2011-05-22 14: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 어울리기는 내가 더하지 싶은데...
잡지라곤 거의 안 사 보는데 정말 블랑카님 덕분에
이건 저도 사 보고 싶어졌어요.^^


blanca 2011-05-23 10:19   좋아요 0 | URL
ㅋㅋ 스텔라님, 엘르 편집자가 아무래도 정말 책을 좋아하나 봐요. 몇 년 전에 작가가 된다는 것에 대한 기사는 정말 엄청난 분량과 깊이를 자랑하더라구요. 어찌나 재미있게 읽었던지. 외국 작가들도 수시로 인터뷰하고. 득템이라니까요.

비로그인 2011-05-22 16: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그저 패션을 사랑해서 보그를 매달 사서 읽어요. 비행기 탈 땐 꼭 보그를 손에 쥐고 있었어요. 왜 그런가 하면, 그저, 그것들은 아름다우니까요.
참고로 코스모폴리탄이나 슈어, 다른 잡지들 보다는 보그나 그나마 엘르만 보는 이유는, 그들이 남자에게 잘 보이는 법 보다는 패션, 런웨이, 시즌에 집중하기 때문에 그나마.

blanca 2011-05-23 10:20   좋아요 0 | URL
아, 보그! 저도 사실은 패션잡지를 참 좋아했어요. 심 대부터. 이뻐서요. ㅋㅋ 잠깐 나왔던 탑모델이라는 잡지도 열심히 읽고. 그러나 저는 전혀 패셔너블하지 않지요. 코스모폴리탄은 이제 못 보겠어요. 연령대가 이제 안 맞는 것 같아요.엘르는 여전히 참 좋네요. 저는 언제나 쥬드님의 실물이 참 궁금합니다. 세련되고 이쁜 여인일 것 같아서요.

비로그인 2011-06-01 12:48   좋아요 0 | URL
저는 차갑고 부서질 것 처럼 생겼대요. 최근에 저를 본 사람이 그랬어요.
예쁘다거나 못생겼다보다, 이 형용사들이 더 좋았어요.

blanca 2011-06-01 21:49   좋아요 0 | URL
더 궁금해져요. 그리고 옆 사진을 봐도 선이 참 가늘고 섬세한 모습일 것 같아요. 갑자기 제가 쥬드 님한테 작업 거는 남자처럼 느껴집니다. ㅋㅋㅋ

다락방 2011-05-22 19: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조너선 사프란 포어란 말씀이십니까! 전 엘르 는 사본적이 없는데 생에 처음 사보게 되겠네요. 조너선 사프란 포어라뇨!!

blanca 2011-05-23 10:22   좋아요 0 | URL
락방님! 안 그래도 저 다락방님이 좋아하실 거라고 생각했어요. 사진도 어찌나 멋진지요. 흑백으로. 인터뷰 기사는 한 쪽 정도이지만 지면은 두 쪽을 할애했더라구요. 저는 정말 몰랐어요. 그가 매일 글쓰기를 그만두고 싶어할 줄은. 하여튼 아주 흥미롭고 좋았어요. 잡지에 형광펜으로 줄치며 읽어보기는 정말 처음입니다.

2011-05-23 11:1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5-23 22:0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5-23 12:5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5-23 22:01   URL
비밀 댓글입니다.

마녀고양이 2011-05-23 13: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잡지란게, '모든 모순, 대립, 한계가 한데 뒤섞여 있는 것' 이라는 정의에 딱 들어맞네요.
특히 ELLE는 말이죠. ^^

그런데 말이죠, 난 살 빼기 전에는 저런 잡지 안 볼거예요, 짱나요!
(앞으로 평생 못 볼지도 모르겠어요, 하지만 저는 대리 만족을 못 하는 성격이니... 차라리 안 볼 밖에요. 하기사, 살 빼도 모델처럼 될 가능성은 없으니 결국 못 보겠네요. 잡지를 사지 않는게 그런 이유였나. 아하하.)

blanca 2011-05-23 22:02   좋아요 0 | URL
마녀고양이님 사진으로 뵈니 날씬하시던데요. 이쁘고 날씬한 여자들 나온 장은 대체로 건너 뛴답니다. ㅋㅋㅋ
 

어제는 끼어들기를 못해서 직진만 하다 돌고 돌아 늦은 귀가를 했고, 오늘은 게으르게 붙잡고 있던 쿠오바디스를 조금씩 울며 마침내 다 읽었다. 무언가 아주 조그마한 것들을 꾸준히 하고는 있는데 큰 진전은 없다.

   
 

네로는 돌풍처럼, 천둥처럼, 불길처럼, 전쟁처럼, 그리고 역병처럼 그렇게 허무하게 사라져갔다. 그러나 베드로의 대성당은 지금도 바티카누스 언덕에서 로마와 온 세계를 굽어보고 있다.  

예전의 까페나 성문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는 조그만 성당이 하나 서 있다. 성당 입구에는 닳아서 희미해지기는 했지만, 다음과 같은 글귀가 새겨져 있다. 

"쿠오 바디스 도미네(Quo Vadis Domine)."

 
   

 

 

주여 어디로 가시나이까. 네로의 핍박으로 로마를 떠나는 길에 환영처럼 만난 그리스도에게 베드로는 이 질문을 던진다. 그리스도는 서글픈 음성으로 대답한다. 네가 내 어린 양들을 버렸으니 또다시 십자가에 못 박히기 위해 로마로 간다. 베드로는 자신이 던진 질문에서 답을 얻고 로마로 돌아가 순교한다. 

이 소설은 네로의 폭정 시대를 배경으로 젊은 두 남녀의 사랑과 기독교인들의 순교를 오버랩시키고 있다. 작가 헨릭 시엔키에비츠는 그리스도교 이념을 담은 대서사시를 쓰고자 하는 의도에서 출발하여 로마를 다섯 차례나 직접 방문하고 수많은 관련 문헌들의 철저한 고증을 바탕으로 1세기의 로마를 역동적이고 생생하게 복원해 낸다. 흥청망청 벌어지는 귀족들의 연회, 원형경기장에서의 잔인한 학살 들의 묘사는 활자를 뚫고 생동하는 이미지들과 윙윙대는 소리들로 재연된다. 볼 수 있는 것들과 볼 수 없는 것들을 언어로 형상화해 내는 작가의 힘은 교묘하게 숙달된 요령이나 눈속임이 아니라 온몸을 던져 그 시대인들과 인간 그 자체에 천착한 진정성과 열정에서 나왔다는 게 느껴질 정도였다.  

이 소설은 쿠오 바디스 도미네로 끝나는 것이 아니다. 러시아, 프로이센, 오스트리아에 분할 점령을 당한 조국 폴란드에 작가가 보내는 눈물어린 연서였다,는 것을 기억해야 할 것 같다. 로마의 귀족 비니키우스가 사랑하게 되는 여인 리기아와 그녀를 보필하는 장사 우르수스는 간접적으로 폴란드인들을 대표하고 있다. 슬픈 대단원의 막을 내리면서도 두 젊은 남녀의 사랑을 이루어지게 한 것은 작가가 죽는 순간까지도 그리워하며 염원했던 폴란드의 독립에 대한 희망적인 메시지였다. 죽고서야 독립된 조국으로 귀향하게 되는 그와 불타는 로마를 등지지 못하고 끝내 돌아서서 눈물로 순교하는 베드로의 모습은 하나로 겹친다.  

<쿠오 바디스>를 결국 읽고야 말게 한 그녀는 이제 더이상 눈물 흘릴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
"이 책 참 재미있다, 언니."라고 말했던 소녀는 이제 웨딩드레스를 입는다. 그 날 나도 너도 울지 않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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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1-05-20 22: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처음으로 블랑카님 서재에 1등으로 추천하는 동시에 댓글을 달아보네요 ^^
<쿠오바디스>.. 영화 이름으로만 알고 있었는데 어떤 내용인지 궁금하네요,
집에 소장하고 있는데 아직 안 읽어봤어요, 요즘 모 출판사 독서모임 때문에
민음사 세트가 점점 잊혀져가고 있네요,,^^;;

stella.K 2011-05-20 22:08   좋아요 0 | URL
캬~! 동시에 쓰고 있었군요. 시루스님과 3분 차이라는!ㅎㅎ

blanca 2011-05-21 09:50   좋아요 0 | URL
시루스님, 집에 있으면 꼭 읽어 보세요. ^^ 아, 그 모임이요! 후기를 매번 참 재미있게 읽고 있어요. 저는 세 출판사를 번갈아 가며 중구난방으로 책을 사서 그런지 책꽂이가 좀 지저분해지기는 하네요. 각 판형들 나름대로 장단점이 있는 것 같아요. 여하튼 요새 참 번역이 성의있고 좋아진다는 고마움이 있긴 합니다. 학창시절 중역본, 일역본 읽으며 그게 다인 줄 알았던 시간들이 억울할 만큼요.

stella.K 2011-05-20 22: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제 민음사의 저 책들이 좀 달라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왠지 손이 안 가요.
모르긴해도, 저 판형으로 20년은 족히 버티고 있는 중인 것 같은데...
저는 이 작품을 책으로 못 읽고 영화로 봤는데 정말 장대한 스케일이더군요.
놀라운 건, 작가가 어떻게 등장인물 100명을 다루고 있을까 하는 거죠.
동생이 결혼하는가 봅니다. 축하할 일인데, 울기는...^^

blanca 2011-05-21 09:52   좋아요 0 | URL
ㅋㅋ 민음사 판형이 손으로 들고 보기가 힘든 건 사실인 것 같아요. 자꾸 접혀서요. 제본만 놓고 본다면 열린책이 사철 방식인가 해서 참 좋긴 하더라구요. 대신 글자가 너무 빽빽해서 눈이 아파요. 아, 스텔라님 사촌동생이구요. 너무너무 잘 된 일인데 가장 기뻐해 줄 이모가 돌아가셨어요....어린시절 한 동네에 살아 이모한테 참 투정도 많이 부리고 정작 이모한테 해 드린 것도 없는데...회한이 많이 남아요.

stella.K 2011-05-21 10:27   좋아요 0 | URL
아, 그랬군요.
그러면 신부가 정말 많이 울텐데...
블랑카님께도 특별한 분이셨을 것 같구요.
그래도 울지 마시고, 동생 분 잘 보내 주세요.
나도 눈물이 나려고 그러네. 안 되는데...

프레이야 2011-05-20 22: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블랑카님 운전 초보이신가요? 직진만 하시다 뱅뱅 돌다에 웃음이 그만(죄송ㅋ)
웨딩드레스 입던 날 흘렸던 눈물이 지금도 생생해요.
그 이후로도 남의 결혼식 풍경만 봐도 이상하게 눈물이 나요.
저 책을 권해주셨던 그녀의 행복을 기원합니다.
참, 책 담아가요. 늘 매력적인 페이퍼~~

blanca 2011-05-21 09:54   좋아요 0 | URL
프레이야님, 운전한지 만 두 달 됐어요. 에피소드 모으면 유머집 반 권 분량은 된답니다. ㅋㅋㅋ 어제는 기름 넣고 왜 기름 넣었는데도 변화없냐고(그 계기판) 그랬더니 시동을 켜셔야죠! 그러더라구요--;; 끼어들기 하려다 다 안 껴줘서 직진 해서 엄청 돌고 돌아 집에 왔어요. 아이는 잠들고. 참 기분 안 좋더라구요. 바보가 된 기분이었어요. 퇴근시간까지 겹쳐서 난리도 아니었답니다.

... 2011-05-20 23: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쿠오바디스>를 영화로 봤어요. 매년 성탄절에 <나 홀로 집에>에 버금갈 만큼 단골tv프로로 등장하잖아요. 영화도 감동 장난 아니었는데, 소설도 그렇군요. 나중에 작가가 폴란드 사람이란 걸 알고 의외다 싶기도 했어요. 이 책들을 보관함으로 얼른 보내야겠군요!

blanca 2011-05-21 09:56   좋아요 0 | URL
브론테님! 저는 정작 영화를 못 봤네요. 찾아 봐야겠어요. 강추합니다. 브론테님 딱 좋아하실 것 같아요. 번역도 완전 유려하고. 저도 작가가 폴란드 사람인 걸 이번에 알았어요. 감동적이더라구요. 죽는 순간까지 폴란드 독립을 위해 모금 활동을 하고.

순오기 2011-05-21 00: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백발이 성성한 베드로가 '쿠오 바디스 도미네' 하던 장면은 보고 또 봐도 눈물이 났어요.
리지아역의 데보라 카가 입었던 연보라빛 드레스와 흰드레스가 오래도록 눈에 밟혔어요.
폴란드 작가의 독립 염원이 담긴 작품이었군요.
영화제목은 '쿼바디스'였지요. 이 영화와 십계, 벤허, 사운드 오브 뮤직 등등 정말 수없이 봤는데~

웨딩드레스를 입은 동생과 눈물 흘리지 말고 예쁘게 웃어요!!^^

blanca 2011-05-21 09:58   좋아요 0 | URL
순오기님! 아, 책에도 그 드레스 색깔 나오는데. 데보라 카! 저는 왜 이 영화를 보지 못했을까요. 참 아쉽네요. 그리고 저는 순오기님의 그 생생하게 중요한 것들을 기억하시는 능력이 참 부럽답니다. 저는 항상 무언가 희미하고 불확실해요. 특히 영화는요. 감사합니다. 사촌동생의 결혼인데 배의 축복을 기원하고 싶어요.

양철나무꾼 2011-05-21 11: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님께, 네 시작은 미약하였으나 네 끝은 창대하리라...이 경구를 읽어드릴 밖에요.
저도 아주 무언가 조그만 일들을 하고 있는데...진전은 없어도 좋으니 퇴보만은 아니었으면 좋겠어요.
적어도 퇴보를 나이 탓으로 돌리는 일만은 없었으면 좋겠어요~ㅠ.ㅠ

blanca 2011-05-23 10:15   좋아요 0 | URL
양철댁님, 그렇겠죠? 저도 슬슬 나이라는 것에 대해 자꾸 생각하게 되네요. 변명거리인데. 요새는 도통 제가 제 자신을 잘 못 믿겠습니다. 조언 감사합니다.

잘잘라 2011-05-21 11: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정말이지 인생은 짧고 읽고싶은 책은 너무나 너무나 너무나
너.무.나.도 많아요. ㅜㅜ

blanca 2011-05-23 10:16   좋아요 0 | URL
메리포핀스님 제가 맨날 하는 생각이에요. ㅋㅋㅋ 그리고 저희 아버지 얘기 들으니 노안이 와서 읽기도 힘드시다고 하더라구요. 눈이 그래도 제 기능할 때 바짝 읽어 둬야 할 것 같아요.

pjy 2011-05-22 01: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날은 쪼금씩만 울고, 환하게 웃어요~ 좋은날이잖아요*^^*

blanca 2011-05-23 10:16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어제도 묘하게 사촌동생 꿈을 꿨네요. 활짝 웃을게요.

노이에자이트 2011-05-22 21: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유명하지만 실제로 읽은 사람들은 드문 고전들을 독파하는 블랑카 님. 쿠오바디스! 잘 했습니다. 혹시 읽어보셨을지 모르겠지만 시엔케비치의 단편 '등대지기'는 폴란드어를 사용 못하게 된 한 많은 어느 폴란드 남자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으니 한번 읽어보십시오.

blanca 2011-05-23 10:17   좋아요 0 | URL
노자님! 제가 안 그래도 그거 읽으려고 폴란드 대표 소설 단편집 주문했답니다. 교과서에 실려 있다면서요. 내용이 너무 낭만적이라 꼭 읽으려고 별렀답니다.

노이에자이트 2011-05-23 17:51   좋아요 0 | URL
그 단편 읽으면서 리투아니아와 폴란드의 미묘한 관계도 공부해 보십시오.

마녀고양이 2011-05-23 13: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옛날 영화로 볼 때 참 감동스러웠어요.
아직도 눈앞에 삼삼한걸요. 그래서 책도 샀어요! 하지만, 당근 아직 못 읽었어요.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blanca 2011-05-23 21:59   좋아요 0 | URL
아, 마고님도 보셨군요. 이거 한 번 인터넷에 있나 찾아 보고 챙겨 봐야겠어요.
 

<한겨레 21>을 읽다가 최규문 씨가 "올린 정보에 대해서는 말과 행동이 어긋나지 않아야 하는 것이 소셜네트워킹 사회가 요구하는 새로운 도덕률"이라고 조언한 대목에서 

어제 테이크 아웃 커피를 텀블러도 없이 일회용 컵에 떡하니 마신 나로서는,

과연 이 책의 리뷰를 쓸 자격이 있는가 자문하지 않을 수 없었다.  

커피를 마시는 일도 아프리카 아이들이 원두를 따는 일에 동원되게 하고 농약을 살포하게 하는 착취에 간접적으로 가담하는 일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안다. 그런데도 끊임없이 마신다. 

단화 한 켤례가 필요해서(사실 없다고 못 걸을 일은 아니다) 한 켤례를 사면 신발이 없는 아이들에게 자동으로 한 켤례가 기증되는 신발을 샀다. 소비도 하고 자선도 한다는 환각에 취했다. 나는 때때로 적어도 좋은 사람이 되려고 노력한다는 착각으로 버틴다.  나의 욕구와 편리, 타성, 시간을 희생하며 좋은 사람이 되려고 했던 기억은 별로 없는 것 같다. 그러니까 아주 적당히 그럴듯하게 괜찮은 사람이 되고 싶었던 거다.  

취미로 고가의 우표 수집을 하는 남자가 있었다. 어느 날 불현듯 "세계는 자꾸만 산산조각나고 있는데 자신은 아무렇지도 않은 듯 알록달록한 종잇조각이나 모으며 별 거리낌 없이 생을 보내"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 그간 모은 우표를 팔아 기금을 모아 환경 및 인권상을 제정할 것을 노벨상 선정위원회에 제안했으나 거절당한다. 그는 낙심하지 않고 스스로 직접 재단을 만들어 바른생활상을 수여하기 시작한다. 눈에 보이는 가시적인 성과와 진보 자체보다는 느리지만 천천히 바른 곳을 향해 걸어가는 이들이 이 대안 노벨상의 수상자로 지명되었다. 노르웨이의 사회과학자, 칠레의 경제학자, 인도의 양자물리학자, 캐나다의 기술공학자, 스웨덴의 언어학자, 케냐의 생물학자, 이집트의 사업가, 핀란드의 마을 운동가 등 14인의 대표적인 수상자들의 이야기들은 비단 환경과 인권 분야 뿐만 아니라 삶, 인간, 진리에 대한 저마다의 깨달음과 천착, 지향점 등으로 확대되어 울림을 준다.  

 

그곳에 도착하지 못한다 해도, 내가 그곳을 향해 움직이고 있다는 건 분명한 사실입니다. 내가 거기로 가고 있다는 사실이 자랑스럽습니다. -왕가리 마타이(케냐의 여성 생물학자) 

따라서 살아 있음이란, 역학적으로 안정된 비안정성입니다. 이 운동을 완성하기 위해서는 걸을 때마다 항상 두 다리가 번갈아 우리 몸이 쓰러지지 않도록 지탱해준다는 사실을 기억하고 있어야 합니다. 걷기란 원래 쓰러지는 일의 반복입니다.
-한스 페터 뒤르(독일의 양자물리학자) 

 

신자유주의, 세계화, 녹색 혁명, 나노 공학 등 첨단과 진보의 색채를 이드르르하게 갈아 입고 나와 인간에게 무한정의 권능을 쥐었다는 환각과는 어긋나게 동시에 모든 것의 객체로 소외시키고 있는 눈먼 엔진들을 끄고 천천히 주변을 둘러보는 경험은 모든 고정관념과 관성을 깨고 '살아 있음'으로 다시 돌아가는 일이었다. 그것은 구태여 남보기에 그럴듯하고 고차원적인 좋은 삶을 포장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내 자신과 나의 아이들과 또 그 뒤를 걸어갈 많은 나의 후손들의 터전을 건강하고 아름답게 보전하기 위한 시급한 일이기도 하다. 또한 당장 어떤 성과를 보이지 않아도 불편을 감수해도 결국 그곳을 향해 걸어가고 있다는 자각은 삶을 더 유의미한 것으로 덧칠해 준다.  

 

  

하지만 나는 카페인 금단 현상을 앓기 마련이며 아이의 물휴지로 방바닥을 닦고 싶은 충동을 느끼고 텀블러를 쇼핑몰에서 고르며 마치 친환경적인 생활을 하고 있다고 착각하고 싶어하는 인간이다. 뉴욕 한 복판에서 일 년 동안 환경에 영향을 주고 살지 않기를 표방하며 제일 먼저 한 일이 멋진 장바구니를 고르러 가는 것이었던 주인공에게 전적으로 공감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 저자야 책을 쓰고 방송에 출연해야 한다는 부담이 감시망의 역할을 해 주었지만 감시망이라고는 스스로의 자책감 정도 뿐인 우리들로서는 쉽지 않은 길이다. 그래서 개인적으로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스스로와 가족의 건강과 삶의 질에 초점을 맞추는 전략으로 출발하는 것이 어떨까 싶다. 이 부분은 기가 막히게도 환경 운동 부분과 절묘하게 만난다. 가까운 거리의 농부들과 직거래를 하는 것도 유전자 조작 음식을 거부하는 일도 집단 사육되는 육고기를 거부하는 것도 가장 이기적이면서도 가장 이타적일 수 있는 지점이다. '나'를 대우하고 사랑하는 일은 결국 '너'와 '우리'를 존중하고 사랑하는 제스처에 진정성을 부여한다.  

 

 

마트료시카를 보면 인형 안에 인형이 계속 들어 있습니다. 마치 이 인형들처럼 지금 할머니 안에 엄마, 손녀가 이미 들어 있다고 생각해 보세요. 세포 차원에서는 삼대가 동시에 존재하는 순간이 가능합니다. 이 순간에 당신이 먹는 음식이 부실하다면 당신의 건강뿐만 아니라 딸의 건강, 손녀의 건강에게까지 영향이 미친다는 건 어찌 보면 당연한 일입니다.
-p.29  

스코트 니어링이 백 번째 생일을 맞던 날 이웃 사람들의 깃발에 "스코트 니어링이 백 년 동안 살아서 이 세상이 더 좋은 곳이 되었다"고 씌어 있었다고 한다. 그 쪽으로 걸어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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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5-08 00:5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5-09 13:56   URL
비밀 댓글입니다.

마립간 2011-05-09 14: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한번 생각해 보시라고 말씀드리는 것인데요. blanca님이 실천하고자 하는 방식은 경제적 비용을 만들어 내기도 합니다. <육식의 종말>에는 '대량 생산을 조금만 벗어나면 가격이 치솟는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제가 알라딘에서 설문조사 비슷한 것을 한 적이 있는데, 진보적 가치관을 갖고 있는 사람도 실천을 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함께 사는 세상을 위해 재래시장을 이용하기 보다 대형 마트를 가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http://blog.aladin.co.kr/maripkahn/532494

blanca 2011-05-09 13:59   좋아요 0 | URL
마립간님, 맞습니다. 그래서 제가 한 가계부를 한 번 적어 비교해 보려고 합니다. 농산물은 직거래를 한 달에 두 번 정도 하는 시스템으로 가려고 합니다. 그런데 식구가 적다보니 음식물이 마구 남기 시작하네요. 그래서 이게 잘 하는 것인지 자문해 보기도 합니다. 세계화 자체가 잘못이라기 보다는 그 세계화를 선진국들이 개발 도상국들에게 그럴듯한 기치로 내걸고 자기들의 이윤을 극대화하려는 그 심뽀가 고약한 것이라는 것에도 동의합니다. 사실 아직 정확하게 제가 어떻게 해야 하고 할 수 있는지 중심을 잡지 못했습니다. 고민이 시작되었다,는 것에 그냥 의미를 두려구 합니다.

순오기 2011-05-09 14: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별 수고를 하지 않으면서 좋은 사람이 되고 싶은 욕구는 저도 있어요.ㅜㅜ
환경 운동은 스스로 실천할 수 있는 작은 일부터 시작해나가는 거죠~~~
제가 하는 것들은

쌀뜨물 받아 마당에 있는 화분에 물주기
달걀 껍질 빻아서 화분에 거름으로 얹어주기
세탁소에서 가져온 옷걸이 모아 다시 가져다 주기
무언가를 담아 온 비닐봉지를 차곡차곡 모아 길에서 장사하는 분들께 가져다 주기
빵집 비닐봉지 모아서 다시 가져다 주기
음식물 쓰레기는 껍질이나 손질한 푸성귀 외에는 버리는 거 없기
린스 안쓰기-댕기머리 샴푸는 린스를 안써도 되니까
설거지할 때 기름때 없는 그릇은 세제 사용하지 않기
커피를 습관적으로 마시지 않기 위해 집에 사두지 않기- 모임에 갔을때만 마시는 정도.
... 이런 정도를 실천할 뿐이지만, 차츰 늘려가야지요.

blanca 2011-05-09 22:03   좋아요 0 | URL
순오기님 많은 것들을 벌써 실천하고 계신 것 같은걸요. 세탁소에서 가져온 옷걸이 돌려주기 생각도 못해봤는데 저도 당장 배워야겠어요. 음식물 쓰레기 정말 반성합니다. 저는 한다고 하는데도 줄지를 않네요. 식구를 더 늘리면 가능할까요?^^;;

마녀고양이 2011-05-09 17: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ㅠㅠ 어쩜 좋을까요?
텀블러 저번에 사려고 보니, 몸에 나쁘지 않은 것은 사기 잔으로 사야 하는데 음... 그게 비싸더라구요.
그런데 그걸로 위안하려 했더니 블랑카님이 원두알로 더욱 예민한 곳을 찍어내시는군요.

저는 언니네텃밭에서 배달받은 이후로, 대형 마트를 끊었답니다.
그런데 거기에도 고용된 인원이나 연결된 곳이 많잖아요?
무조건 거부할 일도 아닌거죠. 어디까지 연결과 해악이 미칠지 잘 모르겠습니다.

원래 인간이란게, 좀, 모순된 존재잖아요. 음, 자기 위안 중~

blanca 2011-05-09 22:05   좋아요 0 | URL
마고님 스텐 텀블러도 몸에 안 좋은가요? 저는 플라스틱은 제쳐 두고 스텐만 찾아 보고 있었는데 내부가 사기로 되어 있는 것도 있어요? 우아. 아유, 커피는 지금 속이 너무 쓰려 이래저래 참고 있는 거지 속만 편했으면 저도 마시고도 남죠. 내일은 마실 겁니다.ㅋㅋㅋ 대형 마트를 끊으셨어요? 우아, 그거 정말 쉽지 않은데. 살림 노하우좀 배워야 겠어요. 마고님. 저 이번에 정신 차리고 예산까지 짜고 노력 중인데 그게 참 벌써 어그러지고 있네요.

2011-05-13 13:0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5-16 14:14   URL
비밀 댓글입니다.
 

1957년 소련 우랄의 한 지방이 이 세상에서 소리소문없이 사라졌다. 핵무기 개발 과정에서 나온 폐기물에 들어 있던 플루토늄의 폭발 때문이었다. 수많은 사람이 병원에서 유폐당한 채 죽어간 이 참극은 망명한 소련 과학자의 증언으로 비로소 세상에 드러났다.  

1986년 4월 26일 세계에서 가장 안전하고 우수하다고 정평이 난 체르노빌 원자로의 대폭발은 죽음의 재를 지구 전체에 전파시켰다. 우크라이나는 물론, 스웨덴, 벨기에, 심지어 8천 킬로미터나 떨어진 일본에게까지 죽음의 재는 당도했다. 

2011년 3월 우리는 악몽이 현실화되는 것을 지척에서 목도하게 되었다. 일본 열대를 덮친 거대한 쓰나미는 인간이 모든 것을 통제할 수 있다는 그 오만하고 얄팍한 믿음을 일거에 말소시켰다. 체르노빌에 육박하는 원전 사고가 터졌다. 일본은 방사능 오염수 1만톤을 인접국가인 우리나라에 그 어떤 상의나 통보도 없이 방류하는 기염을 토했다. 아직 진정기미는 보이지 않는다. 방사능은 지금 이 순간도 계속 새어 나오고 있다. 생태계 전체를 교란시킬 방사능으로 오염된 해류는 유유히 태평양을 흘러 이동하고 있다. 그리고 말한다. 저농도라 괜찮단다. 우리나라에 들어올 즈음이면 많이 희석될 거란다. 내일은 비가 온다. 촉촉하고 마음을 이상스레이 달뜨게 하던 봄비가 이렇게 꺼림칙하기는 또 처음이다.  

 

일본의 반핵반전운동가인 히로세 다카시가 체르노빌의 참사를 제대로 증언하고 원전의 위험성을 경고한 이 책은 거의 노스트라다무스의 지구종말 대예언과 맞먹는 울림을 준다. 그리고 섬뜩할 정도로 적중했다. 1989년에 간행되어 1990년 우리나라에 소개되었던 내용들은 21년이 지나 예리한 칼날이 되어 되돌아 왔다. 진실은 시공간을 초월한다,는 깨달음을 이런 식으로 얻고 싶지는 않았다. 일상이, 순간 순간의 삶 그 자체가 기적이라는 표현은 미사여구가 아니라 참혹한 진실이었다. 우리는 시한폭탄을 안고 살고 있다.  원전은 첨단의 기술이자 공기를 오염시키지 않는 그린에너지원이 아니라 아직 실체도 정확히 파악하지 못하고 제대로 통제할 여력도 없는(앞으로도 가능해질지도 확신할 수 없는) 비과학적이고 허술한 허상이며 그 허상에 기대어 미래를 설계하려는 시도가 얼마나 무력하고 악질적인 것인지를 이 책은 제대로 폭로하고 있다.  

히로세 다카시는 이미 원전의 긴급 노심 냉각 장치와 격납용기, 콘크리트 구조물 모두가 제대로 위험 상황을 제어할 수 없음을 간파했다. 실제 이번 후쿠시마 원전 사고에서 이 세 가지 위험 완충 장치는 모두 제 구실을 못했다. 또한 원전 기술 자체가 전체를 제대로 파악할 수 할 수 없는 구조로 수입되고 있음을 지적했다. 얼마전 일본의 원전 기술자가 폭로한 원전의 허술함과도 일맥 상통하는 얘기다. 현장 기술자들은 피폭량 허용치를 준수하면서 눈앞의 일을 단시간안에 해치워야 하는 강박에 시달리고 있다고 한다. 전체를 파악할 수 없는 구조, 제한된 시간, 심리적 불안감 등이 겹쳐 제대로 된 보수나 조치를 기대하기 힘든 상황들이 생길 수밖에 없다.  

통제할 수 없는 위험요소들을 간과하고서라도 원전을 유지하고 증설해야 하는 논거들로 흔히 에너지 부족과 석유, 석탄 자원의 고갈을 얘기하고 있다. 이것은 진실일까?  실제 원전논란에서  첨예하게 대립되는 지점에서 흔히 나오는 얘기이다.  

   
  원자력은 석유 절약이 안 됩니다. 원자력 그 자체가 석유 제품이고 원자로 1기는 화력 발전소 3배의 건설 생산원가가 필요하며 <중략> 우라늄의 채광에서 정제, 운전에 이르기까지 대량의 석유를 소비해야 됩니다. 또 최대의 문제점인 영원히 관리해야 하는 폐기물 관리 비용이 전기값에 들어 있지 않습니다. 아직도 방사능 처리 기술이 개발되지 않았기 때문에 관리비용조차 계산할 수 없습니다.  
   

일본에서 후쿠시마 원전들을 폐쇄하는 데 드는 비용은 8조 정도로 수십 년이 걸릴 것으로 예상한다고 한다. 뿐만 아니라 정확한 피해집계도 되지 않은 상황에서 사회적 비용들을 감안한다면 원전은 사고가 터질 경우 어마어마한 희생을 감내해야 한다. 결코 꿈의 대안 에너지원이 아닌 것이다. 차라리 이 노력과 비용을 신재생 에너지나 대안 에너지로 돌리면 어떨까. 

덴마크의 예가 있다. 1976년 원자력 착공 계획을 발표한 정부를 대체 에너지 정책안으로 설득해 내고 실제 그것을 현실화한 시민 단체의 개가는 덴마크라는 나라 자체의 유리한 조건들을 차치하고서라도 배울 점이 있다. 히로세 다카시는 에너지 문제라는 것은 애초부터 없다고 얘기한다. 그리고 사회 문제는 없다고 얘기한다. 모두 자기 문제라고 역설한다.  

   
 

누가 자기를 죽이려고 덤벼드는데 "어떻게 하면 좋아요"하고 남에게 묻는 사람이 어디있습니까.  

<중략>

나는 이론적으로 절망 상태에 있습니다. 내 딸이 죽임을 당하는데 방관할 수 있습니까. 이런 터무니없는 원자력산업 때문에 죽어야 하다니 말도 안 됩니다. 이러한 인간들이 손가락 하나 대지 못하게 해야 합니다. 내 생명, 내 삶에 대해서 말입니다.

 
   

체르노빌 원전 대폭발후 체르노빌에서 남서쪽으로 450킬로미터나 떨어진 체르노프치에서는 15세까지 아이들이 모두 머리카락이 빠진 일이 있었다고 한다. 피해자의 70%는 20세이하의 젊은 층이라고 한다. 체르노빌로부터 30킬로미터까지의 위험지대의 감시는 2060년까지 계속되어야 한다고 한다. 아직도 치우지 못한 사체들과 각종 폐기물 들에서는 방사능이 나오고 있다. 체르노빌의 재해는 끝난 것이 아니라 망각되고 있을 따름이다.  

나는 지금 컴퓨터 자판으로 하기 좋은 소리들을 하고 있다. 이 전기는 가난하고 나이 든 이들이 생업으로 미역을 말리며 수명이 다해 가동중지하기로 한 약속을 어기고 무리하게 수명연장을 한 원전을 이따금 보면서 "그래도 어떡해. 나라가 한 일인데..."하며 슬픈 체념을 한 그곳에서 온 것일지도 모른다. 나의 아이가 또 그 아이의 아이가 속절없이 무방비로 떠안은 그 고준위위험성 폐기물들로 그득찬 땅과 공기, 물을 마시며 살아갈 미래를 무책임하게 예비하는 일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나는 그냥 입을 닫고 컴퓨터를 꺼야 하는 것일까.  

그럼에도 말하련다. 더이상은 안된다. 그 모든 것보다 생명이 우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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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은빛 2011-04-07 02: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반핵 운동가들은 하나같이 '한수원(한국수력원자력)'이 헌법보다 더 위에 있다고 증언합니다.
그들의 초법적 행위는 상상을 초월한다고 합니다.
티비 광고를 통해 원자력이 깨끗한 청정 에너지라고,
지구온난화의 대안이라고 주장하는 나라가 바로 우리나라죠.

우리는 정말 어이없는 나라에 살고 있습니다.

blanca 2011-04-07 11:18   좋아요 0 | URL
도쿄전력과 완전 닮았네요. 원자력이 청정 에너지라니 기가 막히고 코가 막힙니다. 저자가 일본 다음은 프랑스나 우리나라가 될 수도 있다고 예언했네요. 빗물 튀긴 얼굴을 비누로 박박 문지르며 이게 대체 뭐하는 짓인가 싶더라구요. 친구들과 비 맞으며 서로 손잡고 걷던 낭만은 이제 우리 아이들에게 생각도 할 수 없는 풍경이 되어 버렸어요.

감은빛님, 환경운동하신다고 들었던 것 같아요. 새삼 존경스럽습니다. 말은 쉽게 할 수 있어도 행동은 진정한 용기가 필요한 일이잖아요. 저도 좀 덜 비겁해지는 방법을 연구해 봐야 겠습니다.

비로그인 2011-04-07 22: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몇해 전 체르노빌의 모습을 담은 다큐멘터리가 나왔던, 아마 지난번에 blanca님께 댓글로 얘기한 적도 있는 것 같은데요. 오랜만에 찾은, 그 끔찍한 폐허의 현장을 기억하며 울음을 터뜨리는 한 여인의 모습이 잊혀지지 않습니다. 진위를 따져보진 않았지만 그 속에서 나온 기형아들의 사진을 보며 또 한번 앞쪽으로만 향해있는 눈을 감습니다.

그리고 옆, 뒤를 돌아보게 되네요.


blanca 2011-04-08 15:58   좋아요 0 | URL
요즘 듣는 소식들은 참 가슴을 많이도 아프게 하네요. 귀를 막고 안보고 그냥 근시로 살아가고 싶다는 생각도 들기도 합니다. 특히 무고한 아이들이 어른들의 탐욕과 오만 때문에 고통받는 모습들을 보면 더욱더 분노가 치밀어 올라요. 인간의 본성에 대한 기본적인 신뢰가 참 힘든 요즈음입니다.

꿈꾸는섬 2011-04-08 16: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제 내린 비는 봄비라고 반가운게 아니라 방사능비라 무섭고 겁나더라구요. 오전에 문화센터 가야해서 아이들 유치원 데려다 주었는데 오후엔 아들이 태권도장에 가고 싶지 않다고 하더라구요. 그래서 하루 쉬라고 했죠. 점점 더 환경을 생각해야하는데 실천은 늘 어려워요. 그래도 작은 실천부터 해나가야겠죠. 최대한 가전제품의 사용을 줄여야죠. 전기밥통 없앤지 1년이 되어가네요. 드라이어도 되도록 안하려고 하구요. 세탁물도 나누어서 했었는데 언젠가부터는 한꺼번에 모아서 하게 되었어요.^^ 쌀뜨물도 은근 수질오염 시킨다고해서 큰 그릇 옆에 두고 모아서 다른데 한번 더 쓰고 버리고 있어요. 시작하기 전엔 그쯤이야했는데 모아서 다른데 쓰다보니 아무래도 물도 적게 쓰게 되더라구요.^^ 블랑카님도 살림노하우 있음 알려주세요.^^

blanca 2011-04-09 23:33   좋아요 0 | URL
꿈꾸는섬님, 주방세제를 소다로 바꿀까 생각중이에요. 예전에 아이가 어리니 자꾸 물휴지를 썼는데 이제 손수건을 쓰고 전원차단기 내리고 그 정도입니다. 그리고 면생리대^^;; 얘기하다보니 부끄러운 수준이네요. 늦게라도 깨달아서 이제 좀 달라져 보려고 합니다. 전기밥솥도 그러고 보니 전기 낭비가 심하겠어요. 우아, 그러면 끼마다 새밥을 해 드시는 거예요? 오늘 샤워하다가 샴푸, 비누를 대체할 좋은 게 없을까 좀 알아봐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수질 오염의 주범이라고 해서요. 쌀뜨물은 무조건 좋은 건 줄 알았는데 물을 오염시키는군요. 아, 무엇보다 조그만 아이들이 걱정이에요. 무엇이든 가장 민감하게 받아들이고 흡수하는 시기라 걱정이 많이 되어요. 이 좋은 봄날 마음껏 뛰어놀게 하지 못하고 왠지 꺼림칙한 느낌을 항상 지울 수 없다는 사실도 씁쓸하구요. 앞으로 친환경적 살림 노하우 좋은 거 알게 되면 말씀드릴게요^^

노이에자이트 2011-04-10 16: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단종이 노산군으로 강등되어 영월 청령포로 유배갔을 때 시녀들이 따라갔는데 일종의 감시자들이었지요.청령포에는 관광객을 위해 그녀들을 모형으로 만들어 놓았습니다.그중에서 단종이 마음을 둔 사람이 있었다는 전설이 있습니다만 정약용과 홍임엄마와 같은 관계는 아니었던 것 같습니다.그리고 여하튼 단종은 스물도 못되어 사약받고 죽었으니 정약용과는 달랐지요.

blanca 2011-04-10 22:05   좋아요 0 | URL
홍임엄마요? ㅋㅋㅋ 단종은 너무 어려 그리 됐고 여러 야사가 많이 전해지니 그런 얘기가 있을 수도 있겠군요. 하지만 정약용은 거의 기정 사실인 것 같네요. 하기사 서양에서는 더한 경우도 많다고는 하더라구요. 며칠전에 라디오에서 프로이드의 불륜에 관한 얘기도 나오더라구요.

노이에자이트 2011-04-10 23:47   좋아요 0 | URL
홍임엄마라고 하니 좀 웃긴가요? 제가 환상을 깨는 데 일가견이 있나봐요.이제 블랑카 님은 앞으로 정약용에 대한 책을 펼치면 우선 홍임엄마 생각이 날 것도 같네요.
단종이 죽은 후 그 시녀들도 자살했다는 전설이 있는데...영월에도 낙화암이 있거든요.시녀들이 거기서 떨어져 죽었대요.일종의 순사?
서양이 더한 것이라기보다는 워낙 우리나라에선 유명인물의 불륜을 전기에 묘사하지 않아서 대중들에게 알려지지 않았을 뿐인 것 같아요.파헤쳐 보면 대단할 거에요.아랫도리 사연에 양반 상놈 따로 있냐 하는 속언도 있잖아요.

순오기 2011-04-11 11: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핵은 영원히 끝나지 않을 재앙이군요~ ㅠㅠ

blanca 2011-04-11 13:20   좋아요 0 | URL
그 점이 더 무서워요. 아, 일본 원전 사태는 해결 기미도 안 보이네요. 이대로 무감각해질까 두려워요.
 

<소년중앙>이었나 보다. 체르노빌원전에서 일하는 아빠를 둔 아이는 그 날도 어제처럼 평온하게 잠들었다 번쩍이는 섬광과 폭발음을 듣고 잠을 깬다. 아이가 놀라서 창가에 서 있는 장면을 그린 만화를 읽고 몇날 며칠을 잠을 못 이루었다. 원자력발전소가 터질지도 모른다는 걱정, 그땐 다 끝이라는 생각들로 밤새 잠을 못 이루었다. 두려운 상상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졌다. 선병질적이었던 나는 제대로 건수를 잡은 셈이었다.  

   

정말 그 어린 시절의 괴로움과 막연한 추측, 그리고 강한 고통을 주었던 이상하게 원근감 없이 보이는 인생관을 회상할 수 있다면, 어린이들이 느끼는 슬픔을 비웃지 말아야 한다.
-p.112 

어른이 되어가며 어제와 오늘과 내일의 그 단조로운 일상성을 체득해 나갔고, 나와 주변의 모든 사람들은 안전할 거라는 눈먼 믿음에 자꾸 중독되어 갔다. 그런데 아이를 낳고 키우면서 '외외성'과 '돌발적 비극'에서 언제나 비켜가는 행운은 없다는 것을 머리와 가슴으로 조금씩 알아 가게 되었다. 산다는 것은 때로 기적에 가까운 일이다,라는 것을 가끔은 떠올릴 수 있다.  

아름다운 물방앗간, 단란한 가족, 유달리 친밀감 있는 남매, 영롱한 유년기. 갑작스런 집안의 몰락, 그리고 칭찬받지 못할 사랑, 남매의 불화, 마을을 덮친 자연재해, 죽음...  

심판은 누구의 입에서건 나올 수 있다. 모질고 잔인하고 지각없는 거리의 부랑아라도 할 수 있다. 그러나 도움과 동정은 드문 것이다. 그런 까닭에 그것은 올바른 사람들에게 더욱 필요한 미덕인 것이다.
-p.380

커다란 재난에 처해 우리 삶의 인위적 껍질이 벗겨지고 우리 모두가 근본적인 죽음의 위기 앞에서 하나가 된 그런 순간에 어떤 싸움인들, 어떤 모진 행동인들, 그리고 어떤 상호불신인들 존속할 수 있으랴?
-p.422 

덜컹거리는 지하철 옆에서 중년의 남자는 갤럭시탭으로 재난기사를 읽고 있었다. 중독처럼 스마트폰으로 일본지진기사를 읽는 것이 갑자기 참혹하게 느껴졌다. 고개를 쑥 내밀어 그의 화면을 훔쳐 봤다. 시선을 깨달아 버린 듯 고개를 들어버리는 행동에 머쓱해져 150년도 더 넘어 떨어진, 하지만 마치 작가가 지금의 상황을 알고라도 있는 듯 덧붙인 얘기들을 가슴 아프게 담았다. 어떤 행동을 해도 무슨 생각을 해도 계속 불편하고 가슴 한켠이 무지근했다. 나는 그다지 올바르지도 미덕이 많은 인간도 아니지만 그냥 같은 인간이라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슬퍼졌다. 역사적 과오와 종교적 특수성이 마치 아주 객관적인 심판의 기준이라도 되는 듯 하필 이 시점에서 언급되는 것은 참으로 잔인하고 얄팍해 보인다. 죽고 있지 않은가. 아이들도 어머니들도 아버지들도. 인간의 입으로 심판 운운하는 작태가 역겹다.

<플로스 강의 물방앗간>의 1권을 읽는 동안 행복했었다. 작가 조지 엘리엇 특유의 위트와 재기는 물방앗간집 남매의 유년을 사실적이고 사랑스럽게 채색한다. 완벽하지 않은, 하지만 그런대로 행복한 가족의 과거는 언제나 유쾌하다. 아버지의 파산이후로 전개되는 2권은 바깥의 일들과 맞물려 허덕거리며 읽었다.  섬뜩한 오버랩. 책을 읽는 행위가 사는 일과 겹칠 때 삶은 더 가볍게도 무겁게도 들썩인다.

여주인공 매기가 아버지를 몰락에 이르게 한 사람의 곱사등이 아들과 사랑에 빠지는 구성은 의외로 신파적이지 않다. 그것은 수많은 나쁘고 추한 것들에서 좋은 것들을 항상 기대할 수밖에 없는 우리의 그 진저리처지는 관성에 대한 통찰을 놓치지 않은 작가의 저력때문인 것 같다. 남다르게 지냈던 사촌의 연인과 위험한 사랑으로 미끄러지는 그 위험한 도발의 묘사의 결은 놀라울 정도로 섬세하고 예리하다.  그리고 마을을 덮친 홍수. 매기는 자신의 사랑 때문에 불화했던 오빠 톰과 함께 그 물에 쓸려간다. 매기는 끊임없이 자신을 심판하고 단죄하려 했던 세상을 향해 무기력한 저항과 기만적인 순응의 양단 사이에 위태롭게 매달려 있던 자신을 그냥 놓아 버린다. 이런 허무하고 슬픈 결말.

에필로그에서 '자연의 상흔은 치유된다'는 구절이 절절하게 느껴졌다. 믿고 싶지만 큰 공감을 할 수 없었다. 이백 년 가까운 세월을 질러 돌아온 재해는 인간이 무언가를 좌지우지할 수 있다고 믿고 휘둘렀던 남용된 힘과 만나 엄청난 상흔을 남겼다. 이 상흔도 치유될 수 있을까? 아이가 되고 싶다. 걱정하는 것들이 다 기우라고 나만 믿으라고 어깨를 다독거려 줄 보호자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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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시간이라는 위대하고 보편적인 위안자_1759년에 쓴 어느 철학자의 상상
    from Value Investing 2011-03-16 09:51 
    중국이 갑자기 지진으로 사라져 버렸다고 상상해 보자 251중국이란 대 제국이 그 무수한 주민과 함께 갑자기 지진으로 사라져 버렸다고 상상해 보자. 그리고 중국과는 어떠한 관계도 갖지 않았던 유럽의 어떤 인도주의자에게 이 가공할 만한 재앙의 보도가 전해졌을 때, 그가 어떤 영향을 받을 것인지를 상상해 보자.* * *인생의 변화무쌍함과, 이렇게 일순간에 파멸되는 인류의 모든 노동의 창조물의 허망함에 대하여 251∼252나의 상상으로는, 그는 무엇보다도 먼저
 
 
꿈꾸는섬 2011-03-15 22: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자연의 상흔은 치유된다...라는 구절의 말을 믿어야할 것 같아요.
침착하게 대응하는 일본인들을 보며 그저 놀라울뿐이에요. 나라면 어땠을까 생각하면 눈물만 나더라구요.ㅜㅜ


blanca 2011-03-16 22:52   좋아요 0 | URL
상황이 수습되는 게 아니라 점점 더 악화일로를 치닫는 것 같아 참 절망적이에요. 산다는 게 참 어려워요. 제발 더한 비극이 없기를 일본을 위해서도 우리를 위해서도 기원합니다.

양철나무꾼 2011-03-16 00: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자신을 심판하고 단죄하느라 얼마나 자기 자신을 후벼팠을까요?
자연의 상흔은 치유된다는 어쩜,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건 모든 있어야 할 게 제자리에 있는 것이다'랑 같은 맥락이 아닐까요?^^

blanca 2011-03-16 22:53   좋아요 0 | URL
양철댁님, 제자리에 있는 게 얼마나 소중하고 아름다운 건지 정말 여실히 깨달아요. 그냥 지루하고 평온한 일상, 이게 가장 큰 축복이었다는 것을 왜 사람은 항상 까먹고 말까요?

비로그인 2011-03-16 04: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페이퍼를 읽는 것만으로도 이런저런 망언들 때문에 상처받은 사람들의 마음이 치유될 것 같은데요^^

blanca 2011-03-16 22:54   좋아요 0 | URL
후와님, 댓글이 참 따뜻하네요. 감사합니다. 저도 그러기를 바라요.

책가방 2011-03-16 09: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영향력있는 자리에 있는 사람일수록 특히 더 말조심을 해야할 터인데... 안타깝더군요.


blanca 2011-03-16 22:56   좋아요 0 | URL
환멸이 드는 모습이지요. 오히려 더 모범 선례를 보여주어야 할 자리가 얼룩지는 것 같아 참 안타까워요.

oren 2011-03-16 09: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blanca님의 글은 거의 언제나 '마음속 깊숙한 곳에 자리잡은 형언하기 어려운 아픔과 슬픔과 외로움'같은 것들을 어루만지고 다독거리고 보듬어주는 따스한 손길 같은 것이 늘 느껴집니다.

저도 '일본 대지진'을 접하면서 떠올랐던 몇몇 생각들과 blanca님의 이 글을 읽으면서 떠올렸던 생각들 때문에 최근에 읽었던 책을 다시 펼쳐 들었었는데, 그 책의 '일부 내용들'을 한 데 모아 '먼댓글'로 정리해 봤습니다. 아무튼 저한테도 여러모로 도움이 되는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blanca 2011-03-16 22:57   좋아요 0 | URL
oren님 과찬을 진짜라고 착각해도 될까요?^^ 예, 먼 댓글 찬찬히 잘 읽어 보겠습니다. 고맙습니다.

마녀고양이 2011-03-16 09: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블랑카님, 정말 아이가 되고 싶으세요? ^^
안전하다고 믿던 세상이 전혀 그런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던,
진정으로 첫 충격이 오는 시기가 이르면 초등학생, 늦으면 중학생부터잖아요.
참 힘들었어요.........

저는 걸프전 발발 뉴스를 기억해요. 우리의 우방이라던, 선하다던 미국이 진짜 전쟁을 일으킬까 하면서
그럴 일 없다고 믿고 있었는데............ 어느날 속보로 뉴스에 나오더군요.
전쟁이란게 실존하는구나, 하고 굉장히 당황하고 충격받았던 기억이 나요. ㅠ

blanca 2011-03-16 22:58   좋아요 0 | URL
가끔은 엄마 뱃속으로도 들어가고 싶어져요^^;; 걸프전! 아, 저도 어렴풋하게 기억나요. 마고님, 오늘도 믿을 수 없는, 믿고 싶지 않은 뉴스들이 계속 속보로 뜨네요. 현실이 더 악몽 같아요.

2011-03-16 13:2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3-16 22:59   URL
비밀 댓글입니다.

... 2011-03-16 14: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왜 조지 엘리엇보다 <소년중앙>이 더 반가울까요? ^^

blanca 2011-03-16 22:59   좋아요 0 | URL
브론테님, 저 <소년중앙> 사달라고 어찌나 아부지를 많이 졸랐던지 몰라요. 매달 매달 사고 싶어 아주 가슴을 태웠던 기억이 나네요. 가끔 <보물섬>과 <어깨동무>도. 아, 다 그리워지네요.

반딧불이 2011-03-16 16: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망언을 일삼는 사람보다 블랑카님처럼 마음아파하는 사람들이 더 많다는 것에 위안은 가져봅니다.

blanca 2011-03-16 23:02   좋아요 0 | URL
반딧불이님, 그냥 지금은 다 같이 마음 아파하고 함께 이겨나갔으면 좋겠는데 또 분란이 생기나 봐요. 방사능 문제, 과거사 문제들과 겹쳐져. 어떤 게 정답인지 자꾸 다투지 말고 지금은 마음이 가는 대로 그냥 다 기다려 주고 인정해 주고 지지해 줬으면 싶어요.

노이에자이트 2011-03-16 17: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조지 엘리엇이 영국의 전원풍경을 묘사하는 장면은 참...잔잔하고 좋죠...

blanca 2011-03-16 23:03   좋아요 0 | URL
아! 노자님, 그래요. 저도 정말 그게 너무 좋더라구요. 노자님 혹시 조지 엘리엇 <미들마치> 읽으셨어요? 완역본이 없다면서요. 왜이리 관심 가는 작가들은 번역본이 없는 건지. 참 아쉬워요.

노이에자이트 2011-03-16 23:07   좋아요 0 | URL
정말 좋은 소설이죠.시중엔 없고 광주엔 도서관에 금성출판사 세계문학전집에 있어서 빌려봤습니다. 다른 지역은 잘 모르겠어요.금성 것이 완역본입니다.

blanca 2011-03-16 23:10   좋아요 0 | URL
아, 완역본이 있군요. 최근에 나온 것이 축약본이라고 되어 있더라구요. 도서관에 찾아 볼게요. 감사합니다., 꾸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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