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는 인문학을 먹고 산다 - 인문학으로 인공지능 시대를 주도하라
한지우 지음 / 미디어숲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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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 책과 마주하다』


인공지능 시대에 접어든 우리에게 던져지는 질문이 있다.

"인간다움이 무엇일까?"

"우리는 인공지능과 별개 다를 바 없는 것일까?"

그렇다면, 우리는 책을 통해 그 질문에 대한 답을 한번 찾아보자!


저자, 한지우는 고려대학교에서 인문교육을 주제로 박사학위를 취득했고 현재 서울사이버대학교 콘텐츠기획제작학과 겸임교수로 재직 중이다. 교육 스타트업을 창업한 뒤 교육분야 선도기업 멀티캠퍼스에서 근무하며 기술혁신 시대의 인문학의 중요성을 절감했다. 그 뒤, 더 많은 사람이 인문학과 가까워지길 바라는 마음으로 인문학 교육에 전념해왔다. 글로벌 비즈니스 세계에서 큰 성공을 거둔 인물들이 하나같이 인문학적 소양을 갖추고 있었음에 주목하여 이들의 성공 비결을 교육콘텐츠로만들고 있다. 결혼 후 딸이 태어난 뒤 ‘이 아이가 앞으로 살아가게 될 세상에서 가장 필요한 교육은 무엇일지’ 더욱 치열하게 고민하게 됐다. 현재는 주로 청소년들과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인문학이 대체 불가능한 인재를 만든다’라는 주제로 강좌를 운영하고 있다.





Ⅰ 팬데믹이 불러온 패러다임의 변화


인류는 매년 조금씩 경제적으로 부유해지고 있고

사람들의 수명도 연장되고 있으며 과거보다 더 안전하고

민주적인 세상을 살고 있는데도 사람들은 세대를 불문하고

현시대가 어둠의 시대로 가는 전환점에 있다는 위기의식을 갖고 있다.


모두가 코로나19로 인해 인류 사회가 완전히 달라질 것이라 예측하고 있다.

한 세계적인 칼럼니스트는 세상이 B.C. 와 A.C.로 나뉜다고 말했는데, 이렇게 달라진 세상을 새로운 기준의 의미로 '뉴노멀'이라 지칭했다.

즉, 기존 과점들이 달라짐을 의미한다.

삶의 방식 뿐만 아니라 사고구조 또한 변하고 있어 이전에는 문제삼지 않았던 문제들에 대해 경각심을 갖기 시작했고 특히 환경오염과 기후변화에 대해 더 많은 관심을 기울이게 되었다.


글로벌 팬데믹의 상황에서도 인간의 삶은 지속되고 인류의 역사는 진행됩니다. 하지만 그 삶은 코로나 바이러스가 경고했듯이 이전과는 다른 각도와 방향으로 진행되어야 합니다. 기술 혁신의 흐름을 읽고 지속 가능이라는 가치를 잘 이해한다면 우리에게 포스트 코로나는 우울하고 암담하기만한 미래가 아닐 수도 있습니다.



Ⅱ 르네상스 소사이어티


코로나 이전에 더 큰 전염병이 휩쓸었던 적이 있었다. 바로 페스트다.

14세기 중반, 페스트가 유럽 전역을 삼키면서 인구 약 1/3이 사망했는데 그로 인해 사회 시스템 가동은 멈춰지고 사회질서 또한 무너지게 되었다.

당시 사랑하는 가족들이 허무하게 무너지는 모습을 본 살아남은 자들은 묘지에 모여 신들린 듯 춤을 추었다고 전해지는데 그 춤이 예술로 승화된 것이 바로 '죽음의 무도'이다.

춤을 통해 죽은 사람들과 교감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던 것이다.

그렇게 사람들은 페스트를 통해 삶의 허무함을 느끼고 신 중심의 세계관을 벗어나 사람 중심의 가치관으로 생각을 전환하게 된다.


신에서 인간 중심으로의 사고방식의 변화는 개개인의 자의식을 높이는 계기가 됩니다. 더 넓은 세상으로 과감하게 진출하고 자기를 표현하고 정치에 동참하려는 시민들이 등장하기 시작했죠. 우리가 기어가는 레오나르도 다빈치, 미켈란젤로 등 수많은 예술가도 이때 등장합니다.


페스트로 인해 인구가 급감하면서 자연스레 노동력도 부족해졌는데 이를 기계로 대체하려는 강한 동기가 생겨나게 되었고 무역이 팽창하게 되면서 부수적 사업이 생겨나 보험이나 은행업 또한 활성화되게 된다.

또한 페스트라는 격변을 통해 유럽은 사람 중심의 문화로 자리 잡게 되었고 고대 그리스 로마 시대의 인문주의로 복귀하자는 도덕적 개혁 운동이 유럽 전역으로 확대되게 된다.

이를 통해 인문주의가 유럽의 창조적 문화를 이끌었다는 점을 알 수 있다.

이 때, 개인의 잠재력이 무한하다는 것을 인지하고 이 분위기는 이내 개인의 능력을 최대한 폭발시키는 방향으로 나아가게 된다.

르네상스는 위대한 개인이 모여 이룬 거대한 문화이다.

르네상스의 인간 존중 이념은 이렇게 문화와 예술에서 확립되고 사람들에게 인식되어 갔습니다. 르네상스 시대에 화려하게 꽃피운 인본주의 사상은 오늘날 인권의 발원지가 됩니다.


앞서 페스트와 르네상스에 대해 간략하게 설명했는데, 현 포스트 코로나 시대 또한 그 변화를 맞이할 것이라 입 모아 말하고 있다.

전세계를 휩쓴 팬데믹으로 인해 혼란기를 거친 후 뉴 르네상스를 맞이한다는 의미인데, 인공지능과 디지털에 기반을 둔 4차 산업혁명의 가속화되는 사회를 예측하고 있다.

과학기술 만능주의와 물질중심주의는 약화되고 인간의 행복, 생명 가치가 중심이 되는 변혁의 시점이 온다는 것이다.

미래학자 롤프 옌센은 미래 사회의 성격을 크게 세 가지로 정의하고 있는데, 바로 기술발전에 따른 위험성이 커지는 리스크 소사이어티, 지속 가능한 그린 소사이어티, 꿈과 이야기를 파는 드림 소사이어티이다.



Ⅲ 인공지능에 대체되지 않는 법


인공지능으로 대표되는 미래 사회에서 중요하게 여겨지는 가치는 '권력'이나 '돈', '힘'이 아닌 '즐거움'과 '행복함', '의미', '유대' 등입니다. 그래서 미래학자들은 앞으로 가장 가치 있는 일은 다른 사람들을 즐겁게 하고 감동을 주는 일이라고 예측하고 있습니다.


20세기에 자행된 테러의 근본 원인을 '문화'에서 찾았다면 21세기에 들어서는 세계화로 인해 보편적 단일 문명이 형성되자 전쟁은 물리적 충돌이 아닌 문화적 경쟁으로 바뀌게 된다.

미래의 전쟁은 총, 칼이 아닌 아이디어, 가치관으로 승부하는 '콘텐츠 전쟁'이 되었다는 것이다.


코로나19로 인해 이동이 제한되자 집에 머무는 시간이 많아지며 넷플릭스와 같은 플랫폼이 각광받게 되는데, 경제전문가들은 미래사회에 가장 유망한 회사로 주저없이 '디즈니'를 꼽는다고 한다.

넷플릭스에 이어 디즈니도 OTT 플랫폼을 만들어 콘텐츠를 제공하고 있다는 사실에 대해 아는가?

남녀노소 상관없이 디즈니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많기에, 넷플릭스처럼 자리만 잘 잡는다면 분명 우위를 선점할 수도 있을 거라는 예측이 돌고 있다.


인공지능 시대에 도래할수록 가장 필요한 사람이 있는데, 바로 인문쟁이다.

인문학적 소양이야말로 기술시대에 남들과 다른 진정한 차이를 만들어 결정적인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또한, 인문학적 가치와 지식이 경영활동에서 혁신을 이끌고 사회문제를 해결할지 다양한 방법을 제시할 수 있다.

(여기서 말하는 인문쟁이는 인문학을 전공한 사람에게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다. 실리콘밸리의 성공한 인물들은 인문학적 소양, 기술적 소양을 균형있게 가진 이들이다.)


기술적인 부분은 전문지식이 없어도 누구나 쉽게 이용할 수 있지만, 창의적이고 인문학적 소양은 자신의 의지 없이는 채워지지 않습니다. 쉽게 터득되지도 않습니다. 오직 꾸준한 성찰과 독서와 토론을 통해 길러집니다. 그러기에 한 명의 인문쟁이를 열 명의 기술쟁이가 당해내지 못하는 겁니다.





인공지능 시대에 접어든 우리에게 인간다움이 무엇인지에 대한 답을 접근하게끔 쓰여진 책이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가 도래하게 순간, 우리에게는 새로운 방식으로 새로운 길이 열릴 기회가 분명 주어질 것이다.

기술력이야말로 자신에게 무기가 될 수 있으며 여기에 인문학적 소양까지 덧대진다면 이는 곧 엄청난 무기가 될 것이라 저자는 강조한다.


처음에는 책이 마냥 쉽게 읽혀서 조금 이상하다고 생각했는데 알고보니 청소년 대상의 책이었다.

너무 깊이 있게 다룬 부분이 없어 읽는 데 어려움이 전혀 없는데다 진로에도 도움이 될 것 같으니 고등학생들이 꼭 읽어봤으면 하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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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도 있는 삶을 위한 인문학 - 의미 있게 가치 있게 지속가능한 나로 사는 법
유명훈 지음 / 더블북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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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 책과 마주하다』


지속가능한 삶을 위해, 우리는 환경보호를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의 행동을 취하며 살아가고 있다.

하지만 이 또한 모두가 실천하는 것도 아닐 뿐더러 확장된 개념으로 더 행동하지는 않는다.

그렇다면, 지속가능한 삶은 과연 무엇이며 우리가 알아야 할 사실들은 과연 무엇일까?


저자, 유명훈은 일과 삶에서 지속가능성을 추구하는 실천가이자 국내 1호 CSR 컨설턴트인 유명훈은 강연 때마다 선보이는 지속가능한 패션으로 유명하다. 저자가 입은 옷, 가방, 신발 그리고 소품들 이 강연 속 사례가 되곤 한다. 영국 리즈 메트로폴리탄 대학에서 경영과 CSR(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전공한 그는 졸업 후 영국에서 지속가능 경영 CSR 컨설팅 회사에 다니다가 2004년 한국 파트너 펌으로 코리아 CSR을 설립했다. 지속가능 경영, 기업의 사회적 책임, 전략적 사회공헌, ESG 등의 개념을 국내에 최초로 정착시키며 ‘국내 최초 CSR, 지속가능 경영 전문가’와 ‘국내 1호 CSR 컨설턴트’라는 타이틀을 갖고 있다. 20여 년간 여러 기업과 공공기관 등 실제 비즈니스 현장에서 CSR과 지속가능 경영, ESG를 접목한 컨설팅, 자문, 그리고 조직과 대중을 위한 강연을 해왔다. 지속 가능성에 대한 본질을 이해하기 쉬운 사례, 전략적 실천 방안과 함께 체계적으로 소개하는 그의 강연은 많은 이들의 호응을 얻어 대학 및 공기관, 대기업, 중견기업 등에서 지속적으로 사랑받고 있다.

코리아 CSR 홈페이지 :www.koreacsr.com

존경과 행복의 학교 :https://respectandhappiness.modoo.at





Ⅰ 지속가능한 삶이란


20여 년 전, 영국으로 공부를 하러 가게 된 저자는 '지속 가능 경영'을 추진하고 있는 학교에 마음을 빼앗겨 버렸다.

탄소 배출 관리부터 자연환경 및 동식물 보호, 일자리 창출, 직원과 학생의 인권 보호 등 현재의 좋은 가치를 보호, 유지하여 풍성한 삶을 만들면서도 다음 세대에 더 나은 미래를 만들어주기 위해 노력한다는 개념이다.

그는 "좀 더 나은 세상을 만드는데 기여하면서도 돈도 잘 벌 수 있는 일이 없을까?"라는 인생 질문에 대한 답을 얻은 순간이라고 표현했다.

그리하여 그는 윤리 경영, 기업의 사회적 책임, CSR, 지속가능성을 주제로 석사 공부를 하고 일을 시작하게 되었다고 한다.


The Body Shop은 영국 화장품 회사로 전세계에서 사랑받고 있는 글로벌 기업이다.

이 기업은 특히 동물 실험 하지 않는 것으로 유명하다.

다양한 허브를 포함하여 많은 원재료가 들어가는 화장품 특성상, 대부분의 기업들은 협력 회사나 생산자와 상생하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하지만 더바디샵의 경우는 달랐다.

원재료 구매하는 과정에서 생산자의 노동을 인정하고 그 대가를 지역사회에 투자하는 공정무역 방식을 적용함으로써 우수한 품질의 원재료를 안정적으로 공급받고 지역 농가는 더 건강하고 안전하게 농사지을 수 있는 다양한 방법에 재투자할 수 있게 된다.

이는 다음 세대까지 토양을 건강하게 보존할 수 있으니 환경적으로도 선순환 구조라 할 수 있다.

저자가 더바디샵을 보며 강조하는 점은 이렇다.

더바디샵이 지속가능한 경영을 추구한다지만 그렇다고 해서 완벽한 기업이 아니며, 이러한 노력은 지속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중요한 점은 개인이든 기업이든 지속가능한 가치를 알고 노력해야 한다는 것이다. 물론 잘못된 점을 지적하여 고치게 하는 것도 좋지만, 작은 노력이라도 인정하고 칭찬하여 긍정적인 노력이 더욱 확산될 수 있도록 밀어주어야 한다.


그렇다면 지속가능성이란 무엇일까?

지속가능성 또는 지속가능한 발전이라는 용어는 1980년 발간된 <세계환경보전전략: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한 자원의 보호>라는 보고서에 쓰였다.

"인류는 경제 개발을 추구하고 자연의 풍요로움을 즐기는 것과 관련해서 자원의 한계와 생태계의 현실적 수용력을 받아들이는 법을 배워야 한다. 그리고 다음 세대의 필요를 고려하는 것 또한 절대 잊어서는 안 된다."

이후, 이 개념을 명확하게 발전시킨 사람이 UN세계환경개발위원회 의장이었다.

"지속가능한 발전은 미래 세대가 니즈를 충족할 수 있는 능력을 훼손하지 않으면서 현재의 니즈에 맞추는 발전이다."

2002년에는 UN지속가능발전세계정상회의에서 지속가능성의 3대 축인 경제 발전, 사회적 통합, 환경 보호가 상호 작용한 발전이 더욱 강조되었고 리우+20 정상회의 보고서에서는 경제 성장, 기회 창출, 불평등 감소 등 경제 발전, 사회적 통합, 환경 보호에 대한 구체적 방향을 제시해 이는 지금까지도 핵심적인 내용으로 활용되고 있다.

2000년 9월, UN본부에 세계 정상 189명이 모여 개발지침을 발표하였었는데, 바로 새천년 개발 목표, MDG이다.

2000년부터 2015년까지 인간답게 살 수 있는 환경을 만들자는 취지에서 나온 8가지의 목표였다.


1) 빈곤과 기아 극복

2) 보편적 기본 교육 달성

3) 성 평등과 여성 지위 향상

4) 영아 사망률 감소

5) 모성 보건 개선

6) HIV/에이즈, 말라리아 및 기타 질병의 퇴치

7) 지속가능한 환경 보장

8) 개발을 위한 글로벌 파트너십 구축

지금은 지속가능성이라는 말을 무분별하다 싶을 정도로 사용하고 있는데,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우리가 중요시하게 생각하는 삶의 가치를 잘 지키고 실천한 뒤에 다음 세대까지 이어지게 하려는 노력이 핵심인 것이다.


'지속가능한 삶'은 "실천하는 인간으로서의 자신을 항상 인식하고, 옳은 방법으로 경제적, 사회적, 환경적 가치의 균형을 맞추며, 그러한 삶의 자세를 통해 이 세상과 다음 세대의 지속가능성에 조금이라도 기여할 수 있는 삶"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Ⅱ 지속가능한 옷과 패션


어느 날, 저자는 전화 한 통을 받게 된다.

방글라데시 내 크고 작은 협력 회사에 다국적 의류 브랜드들이 CSR과 지속 가능 경영을 요구하면서 시급하게 대응해야 하니 직접 살펴보고 도와달라는 연락이었다.

막상 가서 보니 상황은 심각했다.

의류 제조시설의 작업 환경, 근로자 인권, 공급망의 책임 있는 관리 등 패션산업의 지속가능성을 강화하기 위한 의류 브랜드의 평가와 실행 요구가 강력하게 적용되고 있었는데, 이러한 글로벌 스탠더드에 대응하지 못한 협력 회사와는 거래를 끊게 되면서 많은 공장이 문을 닫는 동시에 실업자의 수 또한 증가한 것이었다.

지속가능한 라이프스타일은 현상의 이면을 제대로 들여다볼 줄 알아야 한다.

하지만, 10군데 이상을 다니며 저자가 자문하고 교육도 진행했지만 여전히 의류 제조 공장에서는 인권 노동뿐만 아니라 주변 환경 오염도 극심했다고 한다.

이를 계기로 저자는 지속가능한 '의' 생활을 어떻게 실천하고 확산할 수 있을지 고민하고 연구하게 된다.


CSR을 업으로 삼는 사람들이 말하길, "갑싼 제품에는 누군가의 눈물이 담겨 있다."라고 했다.

2013년 방글라데시 의류 생산 공장이었던 라나플라자 건물 붕괴로 근로자 1000여 명 이상이 사망했었는데, 이제는 생산자의 안전과 기본적 권리가 보장되는 제품을 만들어달라고 기업에 요구하는 수준을 넘어 소비자 스스로가 소비 습관과 제품 선택 기준을 확립해야 한다.

즉, 지속가능성 브랜드를 선택하고 소비하는 '책임 있는 소비자'가 시장을 선도하는 시대가 되어야 한다.

부를 과시할 수 있는 의류가 하나 있는데, 바로 모피이다. 허나 지금은 모피를 입는 사람들을 자주 볼 순 없다.

살아있는 동물들의 털을 강제적으로 뜯는 다큐들이 쏟아지며 경각심을 느꼈기 때문이다.

요즘은 모피보단 에코 퍼와 같은 대체품을 입곤 한다.

이렇듯 동물 학대 문제가 있거나 사회, 환경적인 문제와 관련이 있다면 이미지가 추락할 수 있다는 점도 염두해둬야 한다.

검은 터틀넥과 리바이스 청바지 그리고 뉴발란스 운동화, 바로 스티브 잡스의 아이덴티티다.

회색 티셔츠, 청바지 그리고 운동화는 마크 주커버그의 아이덴티티다.

검정 터틀넥 티셔츠는 일본 디자이너 이세이 미야케 제품으로 한 벌에 30만 원이 넘는데, 그 디자이너가 패션업계에서 혁신을 이룬 대표적 인물인 만큼 스티브 잡스 또한 그 가치와 스토리를 생각하며 옷을 선택했을 것이라 생각하고 있다.

마크 주커버그의 회색 티셔츠도 이탈리아 명품 브랜드 브루넬로 쿠치넬리 제품으로 300달러가 넘는 맞춤 제품이다.

브루넬로 쿠치넬리는 일본주의 경영 철학을 바탕으로 지속가능한 제품을 만들고 사업을 추진하는데, 주커버그 또한 이를 고려했을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즉, 이들은 이러한 가치를 담은 옷을 통해 자신들의 사고방식을 표현하고 싶었을 것이다.


"지속가능성은 새로운 트렌드"라는 말은 지속가능성이 새로운 기준이 되면서 가장 멋진 것이 되었다는 의미다. 지속가능한 패션을 추구했더니 의류산업 및 환경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뿐 아니라 나를 좀 더 가치 있고 멋진 사람으로 만들어준다는 말이기도 하다. 작은 생각의 변화와 관심으로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는 셈이다.



Ⅲ 지속가능한 교육과 학습


포스트 코로나 시대, 많은 미래학자들이 우려하는 변화로 교육과 학습을 꼽고 있다.

대면 교육을 통해 소통하는 배움이야말로 효과적이라는 근본적 믿음이 흔들리게 된 것이다.

한 영상을 우연히 보게 되었다. 이제 아장아장 걷는 아기인데 모든 곳에 손을 대더니 손을 막 문지른다.

알고보니 아직 말도 못 하는 아기지만 곳곳에 새니타이저가 있다는 것으로 인식했다는 것이다.

코로나 시대가 끝나지 않는 이상, 마스크를 벗고 운동할 수도 없고 방과 후에 땀 흘리며 놀 수도 없다.

너도 나도 손을 번쩍 들며 선생님과의 소통을 우선시했던 반 풍경 또한 지금은 옛말인 것이다.

교육과 학습, 배움의 범위와 방법은 상상이상으로 깊고 다양하며 영향을 미치지 않은 영역이 없다.


2000년 초, 저자는 지자체와 함께 교육 프로그램을 기획하여 운영하였는데 첫날부터 꽤 많은 학부모에게 연락을 받았다고 한다.

쓸데없는 강의 말고 공부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해달라는 전화들이었다.

삶과 인생에서 중요한 공부는 무엇이고 쓸데없는 공부는 무엇일까?

올바른 가치와 판단기준을 심어주고 세상과 공감하는 태도를 가르쳐주는 방식은 이제 옛말이다.

지금은 오롯이 입시 교육에 열을 올리는 방식이기에, 그 외에 것은 전혀 중요치 않게 되어버렸다.

경쟁사회 속, 하나라도 더 배워야 하는 현실이지만 입시는 잘 볼 수 있다해도 인생을 살아가는 지혜, 사람을 이해하는 공감능력 등이 결여되어 더 나은 기회를 창출하지 못할 수도 있음을 알아야 한다.


생존과 안전에 대한 교육, 세계시민의식에 대한 교육, 가치 있는 행복 추구에 대한 교육이 지속가능한 교육과 학습의 핵심이 되어야 한다고 저자는 말한다.

그는 이러한 교육이 다음 세대에도 이어져 아예 문화로 정착되어야만 교육과 학습이 세상을 지속가능하게 만들 것이라 덧붙였다.



책에서는 삶의 밀도와 지속가능한 삶의 가치를 되찾았으면 하는 바람이 잔뜩 묻어나 있다.

지속가능한 삶이란 무엇인지, 지속가능한 패션, 먹거리, 집과 건축, 교육, 기업 활동과 소비 스타일, 지속가능한 투자와 ESG까지 지속가능한 삶의 가치를 모색하고 있다.


열거한 지속가능한 삶을 보면 피곤함을 느낄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앞으로 우리의 삶이 좀 더 건강하고 윤택해지기 위해서는 우리 스스로의 노력이 매우 중요하며 나아가 후대에도 분명한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지속가능한 삶의 스타일은 조각, 조각 나눠 책이나 논문을 통해 읽어봤지만 오롯이 이 주제로 만들어진 책 한 권은 처음이라 내게도 어쩌면 많은 깨달음을 준 듯 하다.

의, 식, 주, 교육, 경영, 행복, 돈 - 이것이 저자가 규정해놓은 삶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요소이다.

즉, 지속가능한 삶의 방식을 터득하고 나면 자연스레 그 목표에 도달할 수 있다는 의미이다.

우리가 지속가능한 삶과 일의 방식을 터득한다면, 분명 밀도 있는 삶을 위해 한 발자국 더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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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레이스 2021-11-25 23:49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지속가능성, 항상 염두에 두고 생활해야할 의미네요!

하나의책장 2021-12-14 20:05   좋아요 0 | URL
지속가능성을 소재로 이렇게 깊게 파헤친 책은 처음이었어요>.<

scott 2021-11-26 00:44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지속 가능성 !
분명 환경을 생각해서
최대한 쓰레기 배출 량을 줄여 야 하지만
요즘 별다방 컵 넘 ㅎ 불편합니다 ㅠ.ㅠ

하나의책장 2021-12-14 20:06   좋아요 0 | URL
아, 별다방컵ㅠ 그거 과연 환경을 위하는 건지..
실용성면에서 좀 떨어지는 것 같아요!
귀찮아하는 사람들은 오히려 버리고 또 사는 것 같던데ㅠ
 
폭력의 해부 - 어떤 사람은 범죄자로 태어난다
에이드리언 레인 지음, 이윤호 옮김 / 흐름출판 / 2015년 8월
평점 :
절판





『하나, 책과 마주하다』


공격성은 다른 사람에게서 자원을 가로채기 위하여 이용되며, 자원은 진화론적 경기의 이름이다.

자원은 살아가기 위해서, 후손을 낳고 기르기 위해서 필요한 것이다.


CSI, CRIMINAL MIND, NYPD, CHICAGO PD 등 범죄수사물은 거의 다 챙겨본 것 같다.

영어 공부도 하고 무엇보다 범인을 찾아가는 과정에 지루함이 없어 CSI는 전 시리즈를 몇 번이나 봤을 정도로 에피소드는 다 꿰뚫고 있을 정도이다.

에피소드 중 연쇄살인범을 소재로 한 에피소드를 볼 때면 가끔씩 나오는 이야기가 있다.

바로 범죄자의 DNA를 가지고 있는 사람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정말 범죄자와 DNA에는 상관관계가 존재할까?






어떤 사람은 범죄자로 태어난다!


저자는 사회학적 관점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것 자체가 기본적으로 결함이 있음을 내세우고 있으며 책을 쓴 주요 목적은 세가지다.

첫째, 범죄와 폭력의 생물학적 바탕에 초점을 맞추어 저자와 동료들이 시도한 최근의 흥미로운 과학 연구들을 알리기 위해서다.

둘째, 사회적 요소가 범죄의 발생에 결정적으로 중요함을 강조하기 위해서다.

사회적 요소는 생물학적 요소와 결합하여 범죄를 유발하고 사람이 범죄를 저지르게 하는 생물학적인 변화를 직접 만들어내기도 하기 때문이다.

셋째, 급부상하는 신경범죄학 지식의 실질적 영향을 탐구하고 싶어서이다.





Ⅰ 폭력은 어떻게 진화했는가


*"빛나는 하늘 아래 거대한 광야가 분명하게 드러나듯, 문명화된 시대에도 원시 야만인이나 육식동물과 같이 아직도 낮은 수준의 특성들을 재생산하는, 범죄자들의 본성을 한꺼번에 다 보는 것 같았다."


1871년 11월의 어느 춥고 흐린 아침, 이탈리아 동부의 한 해변에서 생물학적 범죄학의 과학적 연구는 시작되었다.

이탈리아 육군 군의관이었던 체자레 롬브로소는 페사로 지역에서 정신병리학자 겸 교도소 의사로 일하고 있었다.

페사로 지역은 범죄적으로 제정신이 아닌 사람들을 위한 수용시설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악명 높은 칼라브리아 지방 산적인 주세페 빌레라의 부검을 진행하게 되었는데 두개골을 보자마자 *앞서 언급했던 것처럼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고 한다.

좀 더 자세히 들여다보자면, 빌레라의 두개골 바닥이 비정상적으로 움푹 들어가 있었다고 하는데 이는 두 개의 큰 뇌 반구 아래에 위치한 소뇌가 더 작다는 것을 의미한다.

롬브로소의 이론은 범죄에 대한 기초는 뇌에서 시작된다고 했는데 범죄자들은 큰 턱, 경사진 이마, 외손금과 같은 인간 진화에서 원시적 신체 특성인 '격세유전적 낙인'에 기초하여 파악할 수 있다는 것이다.

허나 이러한 견해서 인해 이후 유대인 박해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며 그가 만든 이론은 사회적으로 재앙이 되었고 롬브로소는 범죄학 역사에서 불명예스러운 존재가 되었다.

물론 20세기에 들어서도 롬브로소식 사고는 좋은 평판을 받지 못하고 있다.

범죄를 포함한 인간 행위에 대해 지금도 영향을 미치는 사회학적 관점으로 대체되었는데, 그렇다면 생물학적인 것에서 사회적인 것으로 어떻게 이동할 수 있었던 것일까?

일단, 범죄란 사회적인 틀이다. 법률로 규정되고 유죄 확정부터 처벌까지 사회·법률적 과정이 영향력을 행사하게 된다.


여담이지만, 법이 과연 '인간'을 보호하기 위한 사회적인 틀인가 싶을 정도로 의구심이 들 때도 있다.

뉴스에서 보는 흉악범죄 사건들을 볼 때, 직접적인 피해는 없지만 보는 나도 심장이 덜컹 거리는데 지은 죄에 비해 처벌이 매우 낮은 것은 사실이다.

오히려 가해자의 죄를 알리기 위해 피해자의 이름부터 신상까지 유족들이 직접 보여주는 현실부터가 틀렸다.

범죄자의 인권을 보호해준답시고 가해자의 얼굴과 신상은 철저히 가려주는 인권센터의 저의가 의심스럽다.

물론, 이춘재 대신 누명을 쓴 윤성여 님과 같은 피해자가 나오지 않게 하기 위해서는 필요하지만 죄가 명명백백하게 밝혀진 범죄자들에게는 이미 죄를 지었던 과정에서 인간이길 포기한 것이니 과연 인권이 주어져야 하나 싶다.

몇 달 전, 자신의 여자친구를 말다툼 하던 중에 수차례 폭행해 숨지게 했던 이모씨도 마찬가지다.

모자이크 처리가 되어도 피 흘리는 게 다 보일 정도인데 피 흘리는 사람을 질질 끌고 다녔다는 것은 명백히 살인행위였다.

오죽했으면 유족들이 이름과 사진을 공개했겠는가.

무기징역받을 일도 없고 분명 징역살이도 얼마 안 하다 출소될텐데 또 이러한 범죄를 안 저지를거란 보장은 없다.

살인죄, 살인미수죄에 해당하는 범죄자들을 분명 신상공개가 이루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음주운전 또한 마찬가지다.

결국 초범이란 이유, 술을 마셨다는 이유 등 여러 핑계로 결국 양형 판정받은 이들을 보면 대한민국 현실이 참 씁쓸하다.


그렇다면 사회적인 틀에 어떻게 생물학적이고 유전적인 요인이 끼어들 수 있을까?

확실히 사회적 인과론이 범죄에 중추적이어야만 하는가?

이 논쟁으로 사회학적·사회심리학적 관점은 범죄에 대해 거의 독점적 경쟁력을 가지게 되었다.


평범한 어느 날보다 자신이 태어난 바로 그 날 살해될 확률이 더 높을까?

친아버지보다 계부에 의해 살해될 확률이 더 높을까?

세상의 어떤 부모는 왜 자신의 자식마저 죽이는 걸까?


이러한 의문들은 사회적 관점으로는 접근할 수 없지만, 답은 알 수 있다.

바로 진화론적인 과거의 사악한 힘이다.

태어나기를 선한 본성으로 태어난다고 하지만 대에 물려주는 유전자는 다를 수 있다.

옛말에 성선설, 성악설이 있듯이, 폭력적인 성향의 유전자는 분명 있으며 그 유전자를 가지고 태어날 수 있는 확률도 분명 있다.

인간의 행위는 변화하는 환경에 적응하도록 진화해왔다. 예로, 요즘 아이들이 속눈썹이 길게 태어나는 것처럼 말이다.

우리 사이의 유전학적 차이는 폭력의 해부를 형성하고 또 영향을 미치는 바로 기본적인 진화론적 기제로부터 나오게 된다.

오늘날의 공격성은 부적응적이고 정도를 벗어났음으로 간주하는 것이다.



Ⅱ 폭력적인 뇌는 어떻게 오작동하는가


폭력, 강간·성폭행을 저지른 범죄자들을 살펴보면, 일부는 어린 시절부터 부모에 의한 학대 혹은 외면, 학생시절에 겪은 따돌림이나 구타, 사회생활에서 겪은 소외감 혹은 불안, 우울감 등이 확대되어 범죄를 저지르기도 한다.

이러한 환경적 요인이 아닌 신체적 요인도 폭력적인 성향과 연관지을 수 있을까?

사이코패스, 연쇄살인범들의 범죄행각을 살펴보면 매우 잔인하고 잔혹하며 반성의 기미조차 보이질 않는데, 우리는 그런 이들을 보며 자연스레 감정이 없다는 느낌을 받는다.

그렇다면 과연 '살인자의 유전자'라는 것이 있을까?


연쇄살인범, 소시오패스 등 흉악범죄자들을 살펴보면 대부분 특정 유전자가 결함되어 있거나 특정 영역의 뇌가 제대로 발달되지 못했음을 파악할 수 있다.

1962년, 아버지가 누군지도 모른 채 어머니에 의해 8개월짜리 한 아기가 고아원에 버려진다. 그의 이름은 제프리 랜드리건이다.

다행히 운좋게도 한 미국인 가족에 입양되어 완벽하게, 새로운 시작을 하게 되었다.

그러나 제프리는 좋은 교육과 엄격한 양육방식에도 불구하고 두 살 때 쉽게 짜증을 냈고 정서적 통제력이 없었다고 한다.

10살 때 술에 손을 대기 시작했고 11살의 나이에 한 가정집에서 금고를 털다가 경찰에게 체포되기까지 했다.

20살 때, 그는 첫 살인을 하게 된다.

어린 시절 친구와 술을 마시다가 친구가 곧 태어날 자식의 대부가 되어달라고 부탁을 하니 그 자리에서 칼로 찔러 살해한 것이다.

2급 살인으로 20년 형을 살게 되었지만 7년 후 교도소에서 탈옥하여 또 살인을 하게 된다.

그는 결국 체포되어 사형선고를 받게 되는데, 이게 끝이 아니다.

제프리가 애리조나에서 사형수로 있을 때, 다른 수감자가 그에게 사기꾼 대럴 힐에 대해 얘기해주었는데 그와 너무 흡사했던 것이다. 외모 뿐만 아니라 행동까지 말이다.

그렇다. 대럴 힐은 제프리의 친부였던 것이다.

대럴 힐도 어렸을 때부터 범죄를 저질렀으며 마약을 하고 살인을 두 번이나 저질렀었다. 심지어 탈옥한 전과도 있었다.

놀라지 말길! 이것이 끝이 아니다.

대럴 힐의 아버지, 즉, 제프리의 할아버지 또한 범죄자였는데 약품판매점을 강탈하고 경찰과 추격전을 벌이다 경찰의 총에 맞아 죽었다고 한다.

앞서 환경적 요인과 신체적 요인을 언급했었는데, 제프리는 분명 좋은 환경에서 시작했음에도 불구하고 그 끝이 친아버지, 친할아버지와 꼭 닮아있으니, 이는 폭력에 유전적 성향이 있음을 암시한다.


"똑똑한 사람 아니라도, 범죄자가 3대에 걸쳐 있다는 걸 보면 뭔가 관계가 있다는 걸 알 거요. 패턴이 있는 거지."



Ⅲ 생물학은 무엇을 할 수 있는가


하버드 대학교의 신경과학자, 조시 그린은 개인적인 도덕적 딜레마 과정에서 신경학적으로 어떤 일이 발생할 수 있는지에 대한 연구를 최초로 발표했었다.

대면적인 접촉이 없는 '비인간적인' 도덕적인 딜레마와 비교할 때, 뇌의 내측 전전두엽피질, 각회, 후측대상회 및 편도체를 구성하는 회로의 증대된 활성화를 보여준다.


다리 위에 서서 철도 트랙을 내려다보고 있다고 가정해보자.

아래의 트랙 앞 쪽에는 철로를 이탈한 기차가 있으며 아무것도 모른 채 일하고 있는 다섯 명의 철도 노동자들이 있다.

우리 옆에 사람이 한 명 서 있는데 그 사람은 몸집이 크고 매우 뚱뚱하다.

만약 아무런 행동도 하지 않는다면 아래에서 일하고 있는 다섯 명의 노동자가 죽는다.

그러나 대신 옆에 있는 그 사람을 밀어버린다면 그의 몸이 기차를 막아서 다섯 명의 노동자를 살릴 수 있다.

어떻게 하겠는가?


이러한 질문을 받으면 당연히 당황할 수밖에 없다.

당연히 대부분이 그 사람을 다리에서 밀어낼 자신이 없다고 답했다. 그 수치가 85퍼센트였는데, 이는 도덕적 딜레마에 대한 대규모 설문조사에서 충분히 얻을 수 있는 결과라고 한다.

교수가 이 질문을 했을 때 학생 대부분이 자신도 모르게 꿈틀거렸다고 한다.

여기가 바로 편도체와 기타 변연계 활성화가 작용하는 곳인데, 전전두엽피질의 일부 하위영역과 함께 도덕적 의사결정의 정서적 '양심' 요소에 기여하는 곳이다.

반면에 복측전전두엽피질에 손상이 있는 환자들, 즉, 우리보다 반사회적 인격장애가 심한 사람들에게 동일한 질문을 한다면 그 남자를 밀치겠다는 응답률은 약 45퍼센트로 수치가 3배나 넘게 뛴다고 한다.

많은 연구들에 의하면, 도덕적 행동에 가장 많이 활성화되는 곳이 양극 또는 내측전전두엽피질, 복측전전두엽피질, 각회, 후측대상피질, 편도체이다.

활성화되는 부위들은 물론 중복된다.

도덕적 판단을 할 때 활성화되는 후측대상회가 반사회적 행동과 연관시켜진다는 연구 결과는 별로 없지만, 우리가 간과할 수 없는 점은 사이코패스, 충동적으로 공격적인 사람, 배우자 학대자들의 후측대상회에서 이상을 발견했다는 점이다.


범죄와 폭력에 있어서 정신생리학적으로 뇌에 기초한 사전적 요인들은 불변한 것이 아니다.

한 사례에 따르면 전자적 생체자기제어와 사회적 지지에도 불구하고 스스로 변했다는 사람도 있다.

즉, 물질보다 정신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해당 사례의 주인공은 재활과 복귀에 기관이 있었고 그것이 그의 구원에 중요한 요인이 될 수 있었던 것이다.

물론 범죄와 폭력에 대한 쉬운 해결책은 없다.

하지만 생물학적 요인에 기초한 범죄에 직면했을 때, 우리가 범죄의 원인을 밝혀줄 생물사회학적 열쇠를 활용하면 뿌리를 뽑을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든다.




미드 「CSI」 Las Vegas에서 랭스턴 박사 에피소드에서 이와 관련된 주제가 나온다.

랭스턴 박사의 아버지가 한국전쟁을 치뤘던 군인이었는데 전역 후에도 매일같이 싸움을 벌이고는 자신의 폭력성을 너무나도 자랑스럽게 말했다고 한다.

그런 그가 동료에게 자신도 아버지의 DNA를 물려받아 폭력성이 내제되어 있다고 말한다.

겉으로 표출하지 않기 위해 스스로 자신의 폭력성을 억누르고 있다는 것이었다.


(본문 내용에 이미 내 생각을 많이 겹쳐 썼기에 정리할 게 크게 없지만) 책을 읽고나니, 오늘날의 사회생물학자들은 롬브로소보다 훨씬 더 명석하고 경쟁력 있게 '폭력의 해부'를 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또한, 여러 사례에 의해 살펴볼 때 연관성이 있다는 것 사실에도 분명 신빙성이 있었다.

책에서는 미래의 예방책 또한 제시하고 있지만 자세하게 서술하지 않은 게 꽤 많은 논란을 불러 일으킬 것 같아서다.

[범죄가 미리 일어나기 전에 범죄확률이 높은 이들을 미리 선별하여 격리한다.]

이 한 줄만 언급해도 굉장한 인권 문제가 대두될 수밖에 없는지라 예방책은 사실상 오류가 있는 것 같아 언급하진 않겠다.


'그 부모에 그 자식'이라는 말이 있듯이, 우리는 부모에게서 외모 뿐만 아니라 성격, 성향까지도 닮을 수 있다.

【꼬꼬무】라는 프로그램에서 엄여인에 대해 다룬 에피소드가 있었다. 방송 말미만 잠깐 본데다 이 사건은 이전에 일어났던 사건인지라 뉴스를 통해 기억하고 있었다.

싸이코 패스 유형에 대해 오랫동안 연구한 제임스 팰런 박사가 나오는데, 그의 두뇌 또한 싸이코패스에 가깝다는 결과를 받았다고 한다.

정작 본인이 살인을 저지른 것은 아니나, 놀라운 점은 친척들 중 살인을 저지른 이들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물론 사회적 환경이 범죄자를 만들겠지만 폭력적인 성향을 가지고 태어나는 것 또한 무시할 수 없는 사실임을 알 수 있다.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이 따스했으면 좋겠는데, 가면 갈수록 흉흉해지고 더 잔혹해지는 것 또한 사실이다.

이를 미연에 막기 위해, 범죄의 원인을 밝혀줄 생물사회학적 열쇠를 잘 활용해 보려는 노력 또한 필요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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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도 존중하지 않는 동물들에 관하여 - 어느 수의사가 기록한 85일간의 도살장 일기
리나 구스타브손 지음, 장혜경 옮김 / 갈매나무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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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 책과 마주하다』


외식, 회식 메뉴의 단골 메뉴들이 있는데 그 중 하나가 바로 '돼지고기'다.

삼겹살에 소주 한 잔, 돼지갈비에 소맥 한 잔 하다보면 금세 불판 위에 있는 고기가 사라지기 일쑤다.

이렇듯 돼지고기를 '먹는다는 것'에만 초점을 두지 그들이 어떻게 불판 위에 오르게 되었는지 그 과정에 대해서는 생각해보진 않는다.

예전에 다큐멘터리에서 도축 장면을 다루는 에피소드가 있었었다.

한 친구가 그것을 보고선 꽤나 충격을 먹어 소고기에 한동안 입을 안 댔었다고 한다.

볼 기회는 있었지만 용기가 나질 않아 나는 도저히 볼 수가 없었는데, 막상 책을 보고나니 많은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면, 불편하지만 알아야 할 진실에 직면할 때가 되었는가?


저자, 리나 구스타브손은 동물의 더 나은 삶을 바라는 마음으로 수의학을 공부했다.

동물병원에서 근무하면서 주로 개와 고양이를 치료하다가, 표현하지 못할 고통을 견뎌내지만 아무도 싸워주지 않는 동물들을 위해 일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스웨덴 국립식품청 수의직 공무원에 지원하여 2017년부터 도축장에서 일을 시작했고, 그 경험을 기록한 85일 동안의 일기를 책으로 엮었다.

2020년 스웨덴 올해의 수의사 상 최종 결선 4인에 들었다.





효율만을 추구하고 감정은 남김없이 도려내는 곳에서도 선의를 가슴에 품은 용맹한 사람들이 있다.

하루에도 수천 개의 생명이 순식간에 소멸하는 곳, 동물들의 비명과 비릿한 피 냄새가 가득한 현장에서 저자는, 하나뿐인 목숨을 빼앗기는 존재의 증인으로 세상에 나선다.

그리고 어쩌면, 언젠가, 찾아올지 모르는 변화의 심지에 작은 불을 밝힌다.


Ⅰ 국립식품청에서의 첫 주


가늠할 수 없을 만큼 넓은 터에 위치한 회색 함석 건물들이 줄지어 있는 곳, 약간 큼큼한 냄새 빼면 여기서 무엇을 생산하는지 아무도 모르는 곳.

국립식품청, 이곳이 바로 저자인 리나가 일할 곳이었다.

(국립식품청은 스웨덴에서 식품의 안전관리를 감독하는 관청이다. 우리나라는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이를 담당한다.)

리나에게 업무 안내를 해주는 안데르스 또한 수의사였다.

주로 하는 일은 돼지 검사였다. 돼지가 실려 올 때 한 번, 돼지가 죽은 후 작업장에서 또 한 번 검사를 마쳐야만 도축이 시작된다.

이어 범상치않은 말이 이어진다.

"하차할 때 보는 게 제일 좋아요. 제 발로 못 걷는 놈들은 죽여야 해요."

수송 트럭에서 내린 돼지들이 도축되기 전 잠시 머무는 장소를 계류장이라 하는데, 계류장 직원들이 제 발로 못 걷는 돼지들을 죽인다는 의미였다.

도축장을 지나 계류장으로 가는 길, 동물들부터 소리, 냄새까지 모든 것을 한번에 느낄 수 있었다.

몰이통로로 들어서니 고약한 암모니아 냄새에 숨이 막힐 지경이었다.


너무 세세하게 그려진 도축 장면이 머릿속에 그대로 그려져 제대로 읽을 수가 없을 정도였다.

(문득 쓰다가 지우는 게 낫겠다 싶었다. 고로, 이 부분은 생략하겠다.)


3개월 남짓 남은 크리스마스까지 저자가 도축해야 할 돼지는 18만 두이다.

그리곤 오늘 본 돼지들을 찬찬히 생각해본다.


기침하는 돼지들

꼬리가 뜯겨 나간 돼지들

절룩이는 돼지들

관절에 점액낭염이 생긴 돼지들

폐렴에 걸린 돼지들

자상을 입은 돼지 한 마리

찰과상을 입은 돼지들

종기가 난 돼지들

암에 걸린 돼지 한 마리

깡마른 암퇘지 한 마리



Ⅱ 도축장의 현실 그리고 깨달음


왜 이 일을 하게 되었는지에 대한 물음에 저자는 답했다.

"동물보호와 관련된 일을 하고 싶은 바람은 늘 있었어요. 그러다 몇 년 전에 유용동물을 실질적으로 도와주고 싶다고 생각했죠."

5년 6개월간의 수의학 공부를 마치는 순간 예전처럼 순진하다 생각하지 않았는데 사실 여기서 일하고서부턴 드는 생각이 있었다.

눈코 뜰 새 없이 빠른 속도와 어마어마한 물량, 거대한 시스템 앞에 선 저자 본인이 참 순진하게 보였다는 것이다.


매일 오후, 실려 오는 돼지들은 그곳에서 하루를 보내게 된다.

세 삽 분량의 짚을 갈아주고 먹이를 주는데, 먹이를 만든 제조사가 말하길 성장을 촉진하고 살이 잘 찌도록 도와주는 사료라고 했다.

문득 저자는 그런 생각을 했다.

마지말 날이니만큼 살을 찌우기보다는 배부르게 먹여야 옳지 않을까?

또한, 열일곱 마리의 돼지가 고작 세 삽 분량의 사료를 나눠먹는다는 것은 입에 풀칠하는 정도의 양이었다.

도축장 동물보호 문제에 관심이 많은 동료 사라에게 이러한 의문에 대해 물었다.

사라의 답변은 이랬다. "제가 보기엔 그냥 형식상 주는 것 같거든요."

법에도 나와있듯이, 적정한 양을 주는 것이 맞다.

하지만 그 기준은 법을 기초로 삼아 도축장 자체에서 정하는 것이기에 딱히 이의제기할 수도 없었다.

도축장은 지역 담당 관청이 사업장의 각 공정을 조사하는 시간에 대해 조사비를 지급해야 하는데 수의사는 사업장 대표와 함께 계류장으로 가서 여러 항목을 검사하게 된다.

보고서는 짧고 표준서식에 따라 대부분 비슷한 점검 결과를 담고 있었다.

그렇다. 저자는 이의제기가 전혀 없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았고 동시에 조사에 참여할 자격 조차 없다는 사실을 문득 깨닫게 된다.


10일차 오후, 도축 예정인 돼지 700두를 퇴근 시간까지 처리해야 했다.

계류장에서 기사 한 사람이 돼지들을 심하게 매질하자 참다못한 저자가 한마디를 했다.

그리고 매주 금요일마다 하는 회의에서 팀장에게 용기내어 몇몇 기사들과 계류장 직원들의 돼지 모는 방식에 대해 문제가 있다고 제기하게 된다.

사실 타박받을 줄 알았지만 팀장은 오히려 저자인 리나를 두둔해주었다.

"신참이니까 그걸 활용해요. 시간이 지나 익숙해지면 더 힘들어질 거예요. 리나는 신참이니까 허용되지 않은 방식의 몰이채 사용은 절대 용인할 수 없다는 점을 확실히 하고 금지할 수 있을 거예요."

"그래도 말을 안 듣거든 돼지가 매질로 스트레스를 받으면 육질이 떨어지고, 등에 구타 흔적이 남으면 회사가 대량의 고기를 폐기할 수밖에 없다고 하세요. 그게 제일 잘 먹혀요."




예전에 다큐멘터리에서 도축 장면을 다루는 에피소드가 있었었다.

한 친구가 그것을 보고선 꽤나 충격을 먹어 소고기에 한동안 입을 안 댔었는데 나 또한 볼 기회는 있었지만 용기가 나질 않아 나는 도저히 볼 수가 없었다.

여과없이 그려진 글이 동물애호가들에겐 꽤나 힘들게 읽힐 수도 있겠으나, 불편하지만 알아야 할 진실에 직면하는 것 또한 우리가 해야 할 일이라 생각한다.


돼지가 생각보다 영리하다는 것은 알고 있었는데 사람과도 비슷한 점이 있다는 것에 대해 알고 있는가?

한 기사에 따르면 돼지와 인간의 심장이 흡사해 인간의 심장을 돼지의 것으로 대체하는 연구가 진행중이라고 한다.

생각해보면, 누가 소로 태어나고 누가 돼지로 태어나고 싶었겠는가?

그러라고 태어난 동물은 없다!


모든 생태계는 먹이사슬 구조로 이어져 있으며 순리대로 흐르게 놔두는 것 또한 생태계 구조를 지키는 일이라 생각한다.

우리 또한 돼지, 소와 같은 가축을 안 먹고 살 순 없다. 하지만 인도적 도축에 대해서는 고민해볼 순 있지 않을까?

이런 문제에 대한 정답은 없다. 무엇보다 이러한 문제는 매우 민감하기 때문이다.

'돼지, 소를 도축하지 맙시다!'라는 의견은 아니지만, 책을 읽고나니 그들이 마지막 숨 끊는 그 순간까지 배려는 필요하다는 의견에 고개를 끄덕이는 것이다.

책에도 나오지만 돼지들의 마지막 날, 열일곱 마리의 돼지에게 주어진 마지막 만찬은 고작 세 삽 분량의 사료가 다였다. 입에 풀칠하는 셈이다.

개인적으로 영화 「아바타」를 볼 때, 주인공 제이크가 네이티리에게 사냥을 배우는 장면을 보면서 많은 것을 느꼈는데 아마 지금의 상황과 견주어 볼 수 있을 것 같다.

저자가 끝에 내민 것은 결국 '사직서'였는데, 책을 읽어보는 우리 또한 참 긴 여정의 순간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종착지인 도살장의 현실을 바라보면서 느낀 것은 인도적인 사육과 도축에 대해서도 진심어리게 생각해봐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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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레이스 2021-11-07 22:25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못읽겠어요
아기 돼지의 얼굴 봐 버리고 말았네요

하나의책장 2021-11-08 20:33   좋아요 1 | URL
사진 미스인 것 같아요; 하핫ㅠ
기사 사진을 넣자니 마음 아파서 기왕 올리는 거 예쁜 사진으로 올린건데
저도 막상 딱 업로드하고나니 마음이ㅠㅠ ... ☞☜
 
천하제일명산 금강산 유람기 - 영악록 瀛嶽錄
정윤영 지음, 박종훈 역주 / 수류화개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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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 책과 마주하다』


금강산 찾아가자, 일만 이천 봉! 볼수록 아름답고 신기하구나 ♪

철 따라 고운 옷 갈아입는 산! 이름도 아름다워 금강이라네, 금-강-이라네 ♪


금강산을 떠올리면 어린 시절에 배웠던 노래부터 떠오른다.

그만큼 친숙하지만 갈 순 없어 괜스레 멀게 느껴지는 것이 금강산이다.

과거 우리 조상들이 여느 때나 갈 수 있는 곳이 금강산이었다. 지금은 분단 국가로서 중국을 통해서야 갈 수 있는 그곳이지만 책으로나마 여행해보는 것은 어떨까?

여행 일지 남긴 블로그를 찾아가 살펴보듯이, 금강산의 여정을 담은 『천하제일명산 금강산 유람기』를 읽다보면 옛날판 여행일지를 보는 느낌이 절로 들 것이다.


저자, 정윤영(1833~1898)은 경기도 화성 출신으로, 본관은 초계, 자는 군조, 호는 석화·후산이다.

임헌회의 문인으로, 이항로 학파와 교유하면서 심성이기론을 주기의 입장에서 피력했다. 또한 신사척사운동때의 소장에 연루되어 함경도 이원현에 정배되었다.

소중화 의식을 담아 《화동연표》 등을 저술했고 애국우민의 마음으로 《위방집략》 등을 썼다. 특지로 벼슬에 임명되었지만 나아가지 않은 채 포의로 일생을 마쳤다.




앞서 간단하게 저자에 대해 소개했듯이, 그의 작품을 보면 한평생 포의로서 척화에 대한 자신의 신념을 얼마나 굳건하게 지켰는지를 알 수 있다.

《영악록》에서도 물론 그의 생애 및 신념이 일정 부분 담겨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영악록》은 1897년 8월 16일 안성을 출발하여 10월 8일 귀향할 때까지의 총 51일 1700리 여정과 관련된 기록이다.

《영악록》은 <영악록서>와 <영악록>, <총론>, <[부]시편>, <[부]금강내외산정력> 순이며 <영악록서>는 금강산 유람 이후, 책을 엮으면서 쓴 글이다.


⊙ 안성에서 영평까지의 기록. (8월 16일 ~ 8월 27일)

⊙ 영평에서 장안사까지의 기록. (8월 28일 ~ 9월 1일)

⊙ 백천동을 지나 영원암에서 쉬다가 다시 장안사로 돌아오기까지의 기록. (9월 2일)

⊙ 장안사에서 백화암과 표훈사 및 정양사를 거쳐 다시 표훈사로 돌아오기까지의 기록. (9월 3일)

⊙ 표훈사에서 팔담과 보덕암을 지나 마하연암에 이르기까지의 기록. (9월 4일)

⊙ 마하연에서 원통암, 수미탑, 가섭봉을 지나 다시 마하연으로 돌아오기까지의 기록. (9월 5일)

⊙ 묘길상을 지나 안문령을 넘어 유점사에 이르기까지의 기록. (9월 6일)

⊙ 유점사에서 선담과 내원을 지나 고성에 이르기까지의 기록. (9월 7일 ~ 9월 8일)

⊙ 고성에서 신계사와 구룡연을 지나 만물초에 이르기까지의 기록. (9월 9일 ~ 9월 11일)

⊙ 만물초를 떠나 총석을 바라볼 때까지의 기록. (9월 12일 ~ 9월 17일)

⊙ 총석에서 안성으로 돌아오기까지의 기록. (9월 18일 ~ 10월 8일)


영악록서 瀛嶽錄序


평소 산과 물을 좋아했던 저자는 치악산, 칠보산, 속리산과 계룡산, 천마산과 수양산을 유람해 발자취를 남겼다고 하는데 가난과 병에 시달려 곳곳을 유람하지 못했다고 한다.

관동의 풍악산을 가보고 싶어 어느 가을에는 가파른 암벽을 밟고 잔도를 설치한 길을 건너 내금강과 외금강을 두루 유람했는데 당시 간략하게 기록해 두었던 것을 집으로 돌아와 베껴 쓰고서는 '영악록'이라 이름 지었다.




(저자의 입장에서 본) 안성에서 영평까지의 기록


시집 간 누이의 집에 잠시 들러 이틀을 머물고 다음 날 길을 나서 길을 포천에 도착했다.

포천에 도착하고선 최익현을 만났다.

꼭 오랫동안 만난 벗인 것마냥 최익현과 함께 그간 살아온 날들을 이야기하며 회포를 풀었다.

그리고 다음 날 길을 나서 영평에 도착했는데 그곳에서 살고 있는 이덕수 집에서 하루 묵게 되었다.

8월 25일, 창옥병을 거슬러 동쪽으로 2-3리 정도 가고 나니 산을 둘러 시내가 굽이쳐 흘러가니 그 경치가 매우 아름답고 시원했다.

또한, 시내 입구에 우뚝 서 있는 석벽을 보고 있으니 예전에 누군가에게 들었던 것처럼 활짝 트인 광경과 그윽한 광경을 동시에 만들어내 아름답고 오묘했다.

8월 26일, 아침 일찍 출발해 송경점에 도착했다.

그 길을 따라 20리 정도 간 후에 왼쪽으로 꺾어 쭉 걸어가니 화적연이 보였다.


예전에 바위의 모습이 볏짚을 쌓아둔 것 같으므로 '화적(볏가리)'이라고 이름을 지었다고 들었는데, 큰 바위가 산에서 구불구불 내려와 물로 들어가려다가 갑자기 머리를 높이 쳐들고 마치 물을 건너려하는 것 같고, 꼭대기는 사슴 머리의 뿔처럼 갈라져 있었다. 산의 등과 옆구리 쪽에서 완만하게 나와 너럭바위가 평평하고 드넓으며 한 줄기 흰 선이 똥구멍에서 등뼈를 타고 올라간다. 바위의 좌우 옆구리 아래로 헤아릴 수 없는 깊은 연못이 있는데, 아마도 용이 사는 곳인가 싶다.


2-3리를 더 가 경허점에 도착했는데 그 길을 놔두고 동쪽으로 10여 리를 가니 삼부연이 나타났다.

물줄기가 길진 않지만 물과 바위가 굉장히 웅장했다.

물줄기가 용화동 입구에서 나와 서쪽으로 흐르다가 그 아래 바위를 만나 두 층의 못이 되는데 마치 검푸른 빛이 꼭 공포스럽게까지 느껴졌다.

아! 그 아래의 못까지를 아울러 삼부연이라 부른다고 한다.

시냇물을 따라 동쪽으로 좀 가니 산이 펼쳐보이고 평지가 나왔는데 뽕나무와 삼나무가 밭두렁을 이루었고 시야가 활짝 트여 이곳이야말로 무릉도원이 아닌가 싶었다.

그곳에는 호음 정사룡의 후손인 정기하가 거주하고 있어 잠시 들렀는데 하루 묵고 가라며 힘주어 말하는 통에 그 따뜻함을 이기지 못하고 그곳에서 하루를 묵게 되었다.






(저자의 입장에서 본) 마하연에서 원통암, 수미탑, 가섭봉을 지나 다시 마하연으로 돌아오기까지의 기록


9월 5일, 원통암으로 가기 위해 만폭동의 청학대 아래에서 왼쪽으로 길을 들어서 나아갔다.

조금 올라가니 바로 청호연이 나왔고 이어 용곡담이 보였다.

거센 물결이 내리 퍼붓는 모습을 보는데 그 둥근 것은 병 모양을 이루고 굽은 것은 용 모양을 이루었다.

용추 위쪽이 구류연이며 원통암이 거기에 있었다.

동북쪽으로 수미봉과 혈망봉, 망군봉 같은 봉우리도 보였다.

원통암에서 북쪽으로 향하면 만절담, 태상동, 자운담, 적룡담, 우화동, 청룡담이 보이는데 청호연, 용곡담과 함께 수미봉의 팔담이라고 칭한다.

아! 바위 모두에 이름이 새겨져 있었다.

자운담에서 왼쪽으로 길을 나서니 진불암의 유허지가 나왔는데 들어갈수록 경치가 참 기이했다.

여기서부턴 돌 길이 꽤 험준했다. 이렇게 쭉 가보니 선암이 나왔다.

붉은 벼랑과 푸른 절벽이 좌우에서 빙 두르고 있어 선암 자리가 조망이 가장 좋은 곳이었다.

원통암을 지나 절벽 틈 사이를 따라 꽤 위로 올라가보니 수미암이 있었다.

수미암은 경치가 활짝 열려 있고 바위들이 꽤 가파랐다.

여의암이 내려다보였고 저멀리 능인봉과 다섯 수미탑이 앞쪽에 줄지어 있었다.

수미탑은 수미암에서 동쪽으로 꽤 올라가야 하는데 비탈진 돌길이 험하고 선암이 보인다.

켜켜이 쌓인 바위를 굽어보니 겹겹이 쌓인 영롱한 흰빛이 마치 민가에서 제기에 음식을 쌓아놓은 듯 했다.





바야흐로 SNS의 시대라, 우리는 여행지를 정하는 것부터 여행지의 명소, 맛집까지 인스타그램 혹은 유튜브 등을 통해 접한다.

예전같으면 해외여행은 물론 국내여행도 책을 통해 정보를 수집했지만 요새는 인터넷으로 쉽게 접하다보니 국내 여행지의 경우 책으로 정보 수집하는 수요도가 현저히 줄었다고 볼 수 있겠다.

해외 여행지의 경우는 (현재 코로나 상황을 감안하면) 간접적으로나마 여행하고 싶은 사람들과 더불어 곧 가려고 할 여행지라 생각하고 염두하며 보기 때문에 국내여행을 다룬 책과는 달리 그나마 수요도가 유지되고 있는 듯하다.

(여담이지만, 해외여행과 관련된 책을 굉장히 많이 읽는 편인데 이만큼 읽다보니 인기 있는 여행책들은 다 비결이 있었던 것 같다.)

유튜브에서 금강산 브이로그 한 편을 보는 듯한 느낌을 주고 싶어 간략하게 줄거리를 모아 짤막한 브이로그 영상을 만들까 했는데 소요시간이 길어지는 것 같아서 포기했다.

평소같으면 책에 대한 내용을 요약해 올리는데 이 책은 말그대로 여행일지라 요약할 것도 없어 대신 단답식으로 저자의 입장에서 본 일지를 옮겨보았다.


사계절의 절경을 흠뻑 느낄 수 있다는 금강산은 북한, 중국을 통해서나 볼 수 있으니 아마 앞으로도 볼 수 있는 가능성은 현저히 적다.

그러나 내게는 책이 있지 않는가! 책을 읽고 있으면 머릿 속에서 금강산의 절경이 한눈에 그려져 얼마나 아름다운 곳인지를 새삼 느낄 수 있었다.

등산은 못하지만 산은 좋아한다. 꼭 정상에 오르지 않더라도 산길만이라도 걷고 있으면 항상 보고 듣고 느끼던 것들이 어느새 잔잔함으로 가득 차 마음 속 짐이 쑤욱 내려간다.

깊게 들여마시고 싶은 맑은 공기 그리고 높이 뻗은 나무들이 주는 울창함과 그 속에서 들리는 짹짹 소리, 산 밑으로 졸졸 흐르는 물 소리까지! 산은 소리까지 완벽하다.

마지막으로 갔던 산이 청계산이었는데, 선선한 날씨를 벗 삼아 산행하기에는 더할 나위 없이 좋은 날이니 날을 한 번 잡아야 할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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붕붕툐툐 2021-10-28 19:3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노래 따라불렀어요!ㅎㅎㅎ 저도 금강산 너무 가보고 싶어요~ 얼른 종전 선언 되었으면!! 산은 진짜 완벽이죠! 정상이 아니면 어떻습니까~ 하나의책장님 날잡아 고고!!

하나의책장 2021-11-19 12:48   좋아요 0 | URL
저도 툐툐님만큼 등산 잘해봤으면ㅎㅎ
산 몇 번 안 가봤지만 그 몇 번 갔던 산들이 내려올 때 너무 비탈길이라 무서웠던 기억만 있어서 그런지 차라리 올라갈 때는 힘들어도 악착같이 올라갈 수 있는데 내려올 때는 그렇게 무섭더라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