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자 풍경 - 글자에 아로새긴 스물일곱 가지 세상
유지원 지음 / 을유문화사 / 2019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 책 정보


글자 풍경

저자 유지원

을유문화사

2019-01-30

인문학 > 교양 인문학





■ 책 소개


『글자 풍경』은 유럽과 아시아의 글자부터 한글까지, 전 세계의 글자들을 따라가는 여정으로 일상적으로 우리가 마주하는 글자를 인문학적 시선으로 들여다본 책입니다.

특히 글자가 탄생하고 변화해온 문화적, 지리적, 역사적 배경을 탐색할 수 있어 깊이 있는 사유를 이끌어냅니다.



■ 문장으로 건네는 사유


이탈리아구나. 아, 내가 이탈리아에 왔구나!

베네치아에 도착한 길에 평범한 연구소의 간판 하나와 마주쳤다. 탄성을 머금은 채 그대로 멈춰 서서 들여다봤다. 독일과 오스트리아의 국경을 넘어 막 이탈리아에 도착한 직후였다. 내가 살던 독일의 일상에서는 보기 드문, 둥글고 밝고 비례가 우아한 글자들이었다. 그 글자들이 따뜻해 보이는 하얀 돌 위에 새겨진 채, 남쪽 나라의 화사한 태양 아래서 나른히 기지개를 펴며 몸을 늘이고 있었다. 여기, 이탈리아가 깃들어 있었다.



국경을 넘는 모든 경험 중 가장 드라마틱한 변화라고 꼽을 수 있는 것은 단연 알프스를 넘는 경험이었다. 독일에서 알프스를 넘어서 마침내 남쪽 나라 이탈리아의 풍광이 나타나는 순간은 언제나 감동적이다. 버스로, 자동차로, 기차로, 비행기로도 넘어 보았고, 오스트리아의 알프스로도, 스위스의 알프스로도 넘어 보았다. 그때마다 매번 눈부신 변화를 접했다. 알프스를 넘어가면 태양의 느낌이 완전히 달라진다. 나뭇잎의 반짝임이 달라지고, 바람의 성격이 달라지고, 올리브 나무의 회녹색을 닮은 듯 건물들의 재질과 색채감이 달라진다. 그렇게 사람들의 피부색과 생김새가 달라지고 기질이 달라지며, 언어가 달라진다. 그리고 글자가 달라진다.



글자를 다루는 것은 곧 정보를 쥐는 것이라, 글자는 권력과 결부되어 있었고, 동서의 역사를 통틀어 주로 남성들의 영역이었다. 그런데 글씨체의 역사에서 여성이 주도한 예외적인 두 문자 문화가 있었으니, 하나는 한글이고 다른 하나는 히라가나다. 궁체는 궁녀들이 궁에서 쓴 글씨체다. 한글 글씨체의 발달사는 조선 후기 이후 여인들이 주도해 왔다. 궁체의 종류는 크게 편지를 쓴 ‘서간체’와 소설을 필사한 ‘등서체’, 두 가지로 나뉜다.



오늘날 디지털과 오프셋 인쇄의 창백한 기술 환경 속에서 물성이 탈락되면서 이런 경향은 더 심해지고 있다. 물론 물성의 결여를 부정적으로만 보려는 것은 아니다. 다만 재질 속에는 다른 층위의 비언어적인 정보들이 정교하게 담긴다는 사실 역시 주지하려는 것이다.



■ 책 속 메시지


글자는 언어를 담는 그릇일 뿐 아니라 인간의 삶과 풍토가 반영된 문화의 결정체입니다.

지역에 따라 글자의 생김새가 다르니 즉, 그 지역 사람들의 기질과 환경을 파악할 수 있게 되죠.


문자는 단지 과거의 유물이 아닙니다.

오늘도 문자는 살아 움직이며 새로운 의미를 창조하고 있습니다.



■ 하나의 감상


책 정리를 하다 오랜만에 손에 잡힌 책 한 권을 문득 펼쳐 보았습니다.

처음 읽었을 때와는 다르게 마음에 깊이 스며드는 감상이 있어 이렇게 글을 남깁니다.


『글자 풍경』은 단순한 문자의 배열을 넘어 그 문자가 태어난 땅의 공기와 빛, 사람들의 사고방식까지 담고 있다는 사실을 일깨워 줍니다.

익숙했던 글자들 속에 풍경이 존재한다는 걸 처음으로 깨달았다고 해야 할까요.

페이지를 넘길수록 마치 여행 책을 읽는 듯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도시가 활자처럼 느껴지고, 활자는 또 하나의 세계처럼 다가왔습니다.


특히 인상 깊었던 부분은 로마자와 룬 문자 그리고 한글과 훈민정음의 역사적 흐름이었습니다.

하나의 문자가 어떤 경로로 발전해왔고 또 다른 문자와 어떻게 공존했는지를 읽으며, 마치 다른 문화와 대화를 나누는 듯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한글의 아름다움은 말할 필요도 없지요.

한글은 그 자체로 위대한 발명이며, 우리가 자긍심을 가져야 할 소중한 문화유산임을 다시금 느꼈습니다.


이 책은 글자라는 보편적인 소재를 통해 제가 살아가는 세계와 제 자신을 더 넓고 깊게 들여다보게 만들어 주었습니다.

그래서인지 책을 덮고난 후부터 거리의 간판, 오래된 표지판, 카페 메뉴판마저도 이전과는 전혀 다르게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단순히 읽히는 글자가 아닌 그 너머의 역사와 문화, 감정이 함께 다가왔습니다.

우리는 흔히 글자를 읽기 위해 바라보지만 이 책은 글자를 느끼기 위해 들여다보게 만들어 줄 것입니다.



■ 건넴의 대상


활자와 타이포그래피에 관심 있는 분

언어와 문화의 연결고리를 탐색하고 싶은 분

한글과 세계 문자에 대해 호기심을 느끼는 분




​이 책을 읽고 마음에 남은 문장이나 순간이 있다면 공감(♥)과 댓글로 나눠주세요.

당신의 감상이 더해지면, 이 공간은 조금 더 깊고 따뜻해질 거예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5)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팡세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83
B. 파스칼 지음, 이환 옮김 / 민음사 / 2003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 책 정보


팡세

저자 블레즈 파스칼

민음사

2003-08-25

원제 : Pensees (1670년)

인문학 > 서양철학 > 프랑스철학

인문학 > 서양철학 > 근대철학





■ 책 소개


『팡세』는 인간 존재의 본질, 불완전함 그리고 신을 향한 갈구를 깊이있고 예리하게 사유한 유명한 고전입니다.

17세기 수학자이자 신학자였던 파스칼은 인간은 위대하면서도 비참한 존재라고 규정합니다.

그는 무신론과 허무주의를 경계하며 이성의 한계를 넘어서는 신앙의 필요성을 강조하죠.

덧붙여 『팡세』는 한 편의 체계적인 철학서는 아니고 파스칼이 죽기 전 미완성으로 남긴 단상들을 엮은 것입니다.



■ 문장으로 건네는 사유


인간은 생각하는 갈대이다. 가장 연약한 존재이지만 생각하는 한 그는 우주보다 위대하다.



우리의 모든 존엄은 사유 속에 있다. 사유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하늘이나 땅에 의존하는 갈대보다도 덜한 존재일 뿐이다.



생각하는 갈대라는 비유는 인간 존재의 본질을 놀랍도록 간결하게 포착합니다.

약하지만 사유하는 존재로서의 인간, 이 인식은 우리를 겸허하게 하고, 동시에 우리의 존엄성을 일깨웁니다.



■ 책 속 메시지


『팡세』는 인간 이성의 위대함을 인정해도 그 한계를 명확하게 긋습니다.

이성만으로는 인간 존재의 모순과 고통을 설명할 수 없지만 결국 인간은 신에 의지함으로써만 진정한 의미를 찾을 수 있다고 파스칼은 말합니다.

또한 그는 인간의 불안, 공허, 무의미를 외면하지 않고 똑바로 직시하며 그 끝에 서 있는 신앙의 가능성을 탐구합니다.



■ 하나의 감상


『팡세』를 읽는 시간은 나 자신을 향해, 인간을 향해 그리고 신을 향해 끝없이 질문을 던지는 여정이었습니다.

짧은 단상 하나하나가 꼭 망치로 가슴을 두드리는 것만 같았습니다.

오히려 완성되지 않았기에 더 많은 여백과 여운이 있었고 그 여백 속에서 저는 조심스럽게, 집요하게 사유할 수 있었습니다.


왜 살아야 하는가?

무엇을 믿어야 하는가?

나는 누구인가?


보기만 해도 원초적이고도 묵직한 질문이지만 『팡세』에서는 우리를 질문하는 상태 자체에 머무르게 합니다.

그 과정이 어쩌면 불편할 수 있지만 책장을 넘길수록 깊은 위로가 되었고 아직 풀어내지 못한 내 삶의 매듭들을 부드럽게 어루만지는 시간처럼 느껴졌습니다.

인간은 위대하고 동시에 비참한 존재라는 파스칼의 통찰은 어쩌면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에게도 여전히 유효한 진실입니다.

삶과 존재에 대한 묵직한 질문을 품고 있지만 선뜻 답을 찾기보다 그 질문과 함께 오래 살아내야 한다는 것을 이번에 다시금 깨달았습니다.



■ 건넴의 대상


철학, 신학, 인간학에 관심 있는 청년 세대

인간 존재의 본질을 깊이 사유하고 싶은 분

불완전성과 고통 속에서도 신앙이나 의미를 찾고 싶은 분

짧은 단상 속에서 깊은 사색을 즐기고 싶은 분


특히 '나는 누구인가'를 진지하게 고민해본 적 있는 이라면 반드시 한 번은 만나야 할 책입니다.




이 책을 읽고 마음에 남은 문장이나 순간이 있다면 공감(♥)과 댓글로 나눠주세요.

당신의 감상이 더해지면, 이 공간은 조금 더 깊고 따뜻해질 거예요.










댓글(2) 먼댓글(0) 좋아요(19)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페크pek0501 2025-04-30 13:2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제가 좋아하는 책 중 하나입니다. 책을 보니 반갑네요.

하나의책장 2025-05-03 17:33   좋아요 1 | URL
저도요^^! 좋은 구절들은 골라골라 글쓰기 노트에 담고 있는데 <팡세>는 어쩌다보니 전체를 필사하게 된 책 중 하나예요^^
요새 책 처분하느라 서재 정리중인데, 눈에 띄어 오랜만에 읽어봤더니 정말 좋았습니다 • ᵕ •
 
이어령의 말 - 나를 향해 쓴 글이 당신을 움직이기를 이어령의 말 1
이어령 지음 / 세계사 / 2025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어령의 말

저자 이어령

세계사

2025-02-26

에세이 > 한국에세이

자기계발 > 성공

인문학 > 교양 인문학





- 삶과 죽음, 예술, 철학에 대한 이어령의 통찰

- 언어를 통해 세상을 바라보는 지혜를 전하는 책





말이 시대를 넘고 생각이 시간을 초월할 때, 우리는 그 말 속에서 길을 찾게 됩니다.

대학교 때, 이어령 선생님의 책을 처음 접했을 때 느꼈던 점입니다.

이어령 선생님의 말은 단순한 언어를 넘어 사유의 지평을 넓혀주는 등불과도 같습니다.

그래서 그가 남긴 말들은 단순한 조언을 넘어 우리가 살아가는 태도와 삶의 방향을 고민하게 하는 철학적 울림이 있습니다.

오늘 소개할 『이어령의 말』은 그가 생전에 남긴 깊은 통찰과 혜안을 정리한 책입니다.





마음 | 사랑의 근원



마음

마음이야말로 정신의 인덱스인 것이다.



불안

사람들은 어린애들처럼 기쁜 일이 생기면 안전한 곳으로 도망치려고들 한다. 재물이나 사랑을 얻은 자리에서는 빨리 도망쳐야 한다고 믿고 있다. 훔친 물건은 그 현장에서 멀리 떠나야만 완전한 자기 소유가 된다고 생각하는 것처럼 대체로 뜻밖의 기쁜 일이 닥쳐왔을 때는 그것을 훔친 물건이나 혹은 다시 빼앗기고 말 물건처럼 여긴다.

우리는 그만큼 기쁨에 익숙해 있지 않다. 그러나 슬픔은 대개가 다 자기 것으로 생각하고 있는 것 같다. 당연히 자기가 가지고 있어야 할 것으로 믿는다.



행복

어느 곳에 돈이 떨어져 있다면 길이 멀어도 주우러 가면서, 제 발밑에 있는 일거리는 발길로 차버리고 지나치는 사람이 있다. 눈을 뜨라! 행복의 열쇠는 어디에나 떨어져 있다.

…… '행복'이란 말은 '모험'의 뜻을 상실했고 '동경'의 뜻을 상실했고 '영원'의 뜻을 상실했다. 사람들은 가까운 곳의 행복만 찾아다니다가 행복이란 말까지 상실해버린 것 같다.



파멸

아담을 파멸시킨 이브의 손, 삼손의 머리를 깎은 델릴라의 칼, 유왕을 망친 '포사'의 웃음, 최고의 사랑은 최악의 파멸이다.



감사

감사하는 마음, 그것은 자기 아닌 다른 사람에게 보내는 감정이 아니라 실은 자기 자신의 평화를 위해서이다. 감사하는 행위, 그것은 벽에다 던지는 공처럼 언제나 자기 자신에게로 돌아온다.



사랑

창조적인 사랑이란 자아의 영역을 넓히는 것, 쉬운 말로 하면 두 사람이 하나의 세계를 형성하는 데 있어요.

사랑의 키는 죽음보다 한 치라도 높아야 해요. 그렇지 않다면 인간은 단지 죽기 위해서 태어난 것뿐이니까요.



사랑도 여러 사랑이 있습니다.

가족간의 사랑, 친구간의 사랑, 연인간의 사랑…….

생각해보면 쉬울 수도 있지만 어려울 수도 있는 게 바로 사랑입니다.

저자는 마음을 사랑의 근원으로 보았습니다. 사랑이 인간의 존재와 삶의 의미를 만들어낸다는 의미지요.

즉, 사랑은 인간의 본질이며 모든 관계와 행동의 시작점인 것입니다.



인간 | 나의 얼굴



인간

부름 소리! 짐승들은 다만 포효할 뿐이다. 인간은 무엇인가를 부르고 있기 때문에 인간이다.

사람은 '늙다'라고 하지만, 물건은 '낡다'라고 하잖아요.

낡다와 늙다는 같은 말입니다. 모음 하나 차이지요. 오래된 물건을 낡았다고 하는 것은 인간은 물건이 아니라는 증거지.

이 한마디만으로 난 물건이 아니야, 난 궤짝이 아니야,

난 상자가 아니라고 말할 수 있어요. 그럼 뭐냐? 생명을 가진 존재라는 거야.



가족

가정이 어떻게 생겨났는가? 어떤 인류학자는 이렇게 이야기해요. 배가 고파 사냥을 해서 토끼를 잡았어요. 가족이 없는 사람은 그 자리에서 토끼를 잡아먹을 거예요. 그런데 배고픔을 참고 자신의 먹잇감을 짊어지고 갑니다. 어디로? 가족이 있는 곳으로. 이게 가족이죠. 먹는 것이 전부고 경제 문제, 출세 문제, 물질 문제만이 중요하다면 짐승들처럼 그 자리에서 잡은 먹이를 먹을 텐데, 왜 불타는 식욕을 잠재우고 그 무거운 것을 끌고서 자식과 아내 있는 곳으로 가는가. 이게 바로 사랑이고, 가족의 출발입니다.



소망

평생을 두고 빌고 빌어도 다 이루지 못할 소망, 비록 그것이 이루어지지 않는 것이라 해도 그런 마음을 가지고 세상을 살아가는 사람은 복된 사람이다.



정체성

'스스로' 속에 진짜 '나'가 있다는 것은 아무도 부정하지 못할 것이다. 사람은 스스로 숨을 쉰다. 잠을 잘 때에도 눈과 귀는 감기고 닫히지만 코만은 멈추지 않고 숨을 쉰다. 늘 깨어 있는 것이 코이다. 숨통을 막으면 자기는 없어진다. 이 자율성과 지속성 그리고 억지로 꾸민 것이 아니라 자연스럽게 저절로 배어나는 자생력, 이것이 나의 정체성이라고 할 수가 있다.

그러므로 사람의 성격이나 자존심을 나타내는 말에는 으레 코가 따라다니기 마련이다. 콧대가 세다느니 코가 납작해졌느니 하는 말이 모두 그런 것이다.



자아

내가 나로서 존재할 때만 이 대상도 또한 그 대상으로서 존재할 수 있게 된다. 그것을 우리는 보통 자아라고 부른다.



인간은 복잡하고 다층적인 존재입니다.

저자는 인간의 얼굴에 담긴 진실과 거짓, 내면의 고뇌와 갈등을 탐구합니다.

또한 진정한 나를 찾기 위해선 성찰이 필요하다고 강조합니다.



언어 | 환상의 도서관



기호

자연 그 자체는 물처럼 연속되어 있는데 사람들은 그것을 멋대로 나누어서 생각하고 표현한다. 그것이 바로 언어요, 문화인 것이다.



눈동자

언어는 하나하나가 모두 눈동자를 가지고 있다.

시인이 하나의 말을 선택한다는 것은 하나의 시선을 선택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그것은 보이지 않는 것, 숨겨져 있는 것까지도 들추어내는 눈이다.



말은 입에서 나오는 순간 사라집니다. 조금 전만 해도 내 가슴과 머릿속에 있었던 것인데 몸 밖으로 일단 빠져나오면 네발 달린 말보다 더 빠르게 도망칩니다. 어느새 벌판과 냇물을 지나 산등성이의 구름이 되어 흩어집니다. 때로는 뒤쫓아보지만 그것들은 벌써 다른 사람들의 입에서 입으로 옮려 다니다가 사막의 낙타, 바다의 돌고래처럼 나와는 아예 무관한 짐승이 되어버립니다.

그래서 글을 씁니다. 말들이 멋대로 새어나갈까 봐 덫을 놓습니다. 그런데 문자의 덫에 걸린 그 순간, 말들은 생기를 잃고 까무러쳐버립니다. 맞아요. 말이 기절한 게 바로 글이지요. 그것들을 깨어나게 하려면 문자의 올가미를 풀어 다시 소리치게 하고 그 갈기가 바람에 날릴 수 있도록 해야합니다.



의미는 흔적을 통해서 전달된다. 해변의 모래톱에 찍힌 흔적들을 보면서 우리는 그 위에 앉아 있던 물체와 몸을 숨긴 조개들의 작은 드라마를 읽는다. 인간이 만든 글자 역시 이 생명의 해변 위에 찍어놓은 많은 흔적들의 하나인 것이다.

흔적, 말하자면 어떤 자국을 일부러 남기기 위해서는 모래판 같이 부드러운 것 위를 손가락처럼 딱딱하고 뾰족한 것으로 긁어야 한다. 그래서 '글'이라는 말은 '긁다'라는 동사에서 나온 것이라고 주장하는 언어학자도 있다.



언어는 생각과 감정을 표현하는 도구이며 세상을 해석하는 창이기도 합니다.

저자는 그런 언어의 창조성과 그 안에 숨겨진 세계를 탐구하였죠.

즉, 언어는 의미에 기준을 부여하고 의미를 표현하고 의미를 전달하며 의미를 저장합니다.

이외에도 책에서는 문명, 사물, 종교, 우리, 예술, 창조에 대해서 철학적으로 접근하여 근본적인 질문을 던집니다.





말은 의사소통의 수단을 넘어 시대를 비추는 거울입니다.

삶과 죽음, 예술과 철학, 과거와 미래 ㅡ 이를 잇는 그의 말에서 우리는 질문을 하고 답을 찾아가는 것이지요.

가장 인상적이었던 부분은 말을 남긴다는 것의 의미였습니다.

이어령 선생님은 말 속에 정신을 담아 후대에 전하고자 하셨습니다.

시대가 변해도 변치 않는 가치와 우리가 간직해야 할 태도에 대해 말이죠.


책을 덮으며 생각했습니다.

나는 어떤 말을 남길 수 있을까?

어떤 말을 듣고 어떤 말을 삶에 새길 수 있을까?

언젠가 내 삶이 끝날 때, 나 역시 누군가에게 의미 있는 말을 남길 수 있을까?

더 많이 읽고 더 넓게 바라보고 더 깊이 사유해야 할 것 같습니다.


한 고비 넘어가면 또 다른 고비가 찾아오고, 푸념같지만 요새 참 힘이 듭니다.

나 스스로 마음을 다잡는다 해도 통제할 수 없는 우울과 불안은 계속해서 소용돌이치고 있습니다.


이어령 선생님의 책들은 참 한결같습니다.

여느 때처럼 근본적인 질문에 대한 답을 구하며 읽었습니다.

단순한 글 모음집이 아닌 우리가 어떻게 생각하고 살아야 하는지에 대한 깊은 고민을 던져주기에, 삶의 방향을 고민하는 사람 혹은 말의 힘을 믿는 사람에게 꼭 추천하고 싶습니다.

이어령 선생님의 말들이 당신의 삶에도 작은 등불이 되기를 바랍니다.





▼ 이어령 선생님의 전작 리뷰 ▼


바이칼호에 비친 내 얼굴

https://m.blog.naver.com/hanainbook/223396066718


작별

https://m.blog.naver.com/hanainbook/222856220672


다시 한번 날게 하소서

https://m.blog.naver.com/hanainbook/222770102276


언어로 세운 집

https://m.blog.naver.com/hanainbook/220495182229


너 어디에서 왔니

https://m.blog.naver.com/hanainbook/221815998302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군주론 인생공부 - 보고 듣고 알고 있는 모든 것을 의심하라 인생공부 시리즈
김태현 지음, 니콜로 마키아벨리 원작 / PASCAL / 2025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군주론 인생공부

저자 김태현

원작 니콜로 마키아벨리

PASCAL

2025-01-20

고전 > 서양고전사상

자기계발 > 성공 > 성공학

인문학 > 서양철학 > 중세철학






- 군주론 42가지의 대표 명제를 선정, 현대적 시각에서 재해석

- 삶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현실적 감각 및 통찰력 전수



살아가면서 우리는 스스로에게 이러한 질문을 던질 것입니다.

'~이러이러한 상황에 어떻게 해야 할까?'

이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졌다는 것은 답을 찾지 못했다는 것이죠.

이때 우리가 해답을 찾을 수 있게 힌트를 주는 학문이 있으니 바로 철학입니다.

오늘 소개할 책은 「군주론」을 현대적 관점에서 재해석한 『군주론 인생 공부』입니다.






목적 그리고 수단


마키아벨리의 『군주론』은 맥베스의 수단으로써의 행동을 비도덕적이라고만 평가하지 않습니다. 이는 "목적은 수단을 정당화한다"라는 마키아벨리의 현실주의적 정치 철학 전반을 잘 요약한 개념으로도 알 수 있습니다. 마키아벨리는 통치자가 이상적인 도덕성과 현실 정치 사이에서 선택을 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할 때, 국가의 이익과 안정성을 위해 비도덕적인 수단도 정당화할 수 있다고 주장합니다. 예를 들어 국가의 안정을 위해 거짓말이나 배신, 폭력 등 비윤리적인 수단을 사용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이야기합니다.



인간관계에서 라이벌과의 갈등은 피할 수 없는 일입니다.

어떤 상황에서는 직접적인 대결이 불가피해 보일 수 있지만, 실제로는 우회적인 속임수 전략이 더 효과적이고 지속적인 이점을 가져올 수 있습니다. 라이벌을 공격하는 가장 교묘한 방법 중 하나는 소문을 통해 간접적으로 그들의 신뢰를 흔드는 것입니다. 소문은 빠르게 퍼지고, 한 번 퍼진 의심은 쉽게 사라지지 않습니다. 특히 사회적 관계에서 신롸와 평판은 매우 중요하기 때문에, 이러한 방식은 직접적인 충돌보다 훨씬 더 효과적입니다. 또 정치적인 전략 측면에서 볼 때, 선거에서 상대 후보를 공개적으로 공격하기보다는 상대 후보에게는 없는 자신의 강점을 부각시킴으로써 자연스럽게 비교를 유도하여 유권자들에게 긍정적인 이미지를 심어주는 것이 더 효과적일 수 있습니다.



경험이 쌓일수록 더 깊은 통찰력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은 마키아벨리의 철학적 사유와도 맞닿아 있습니다. 그는 개인의 인생에서 시간이 지남에 따라 축적되는 경험이 세상과 인간 본성을 이해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보았습니다. 마키아벨리는 정치적 상황과 인간의 행동을 냉철하게 분석하며, 자신의 경험을 통해 군주가 어떻게 행동해야 권력을 유지하고 위험을 피할 수 있는지를 탐구했습니다.

경험을 통한 성장은 개인뿐만 아니라 사회 전체에 있어 굉장히 중요합니다. 역사를 공부하고 과거의 실수를 돌아보며 배우는 것은 미래에 더 나은 결정을 내리는 데 꼭 필요한 가르침입니다.



마키아벨리는 선악의 이분법을 넘어, 결과 중심의 현실적 사고를 강조하는 인물입니다.

물론 목적이 수단을 정당화할 때도 있습니다.

그래서 마키아벨리는 목적 달성을 위해 어떤 수단이 정당화될 수 있는지에 대한 답은 상황에 따라 다를 수 있으며 그 판단과 책임은 사회 전체의 도덕적, 윤리적 기준에 따라 장기적이고 다층적인 관점에서 이루어져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자신 그리고 상대


"군주가 모든 덕목을 가질 필요는 없지만, 그것을 가진 것처럼 보여야 한다."


오늘날의 사회에서는 이미지와 인식이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우리는 종종 다른 사람의 진정한 성격이나 능력을 알기 어렵기 때문에, 그들이 보여주는 모습에 의존하게 됩니다.

실질적으로 모든 덕목을 갖추는 것은 어렵지만, 그러한 덕목을 갖춘 것처럼 보이는 것은 가능하며, 이는 리더십과 성공에 중요한 요소가 됩니다.



"정복에 대한 욕망은 자연스럽고 일반적인 것이다."


정복은 굉장히 다양한 의미로 해석될 수 있습니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개인의 성장과 성공을 위해 끊임없이 노력합니다. 이러한 성공과 성장에 대한 욕망은 굉장히 자연스러운 것으로, 이를 통해 우리는 더 나은 삶을 추구하고 자신을 발전시킬 수 있습니다.



군주론 3장에서는 군주가 새로운 영토를 얻고 정복을 통해 권력을 확장시키려는 욕망은 자연스러운 일이라 말하는데, 마키아벨리는 정복 자체보다 정복 이후의 통치도 중요하다는 것을 강조합니다.

정복에 대한 욕망은 자연스럽다 할지라도 그 욕망이 성공적으로 실현되기 위해서는 이후의 통치가 더 치밀하게 계획되어야 한다는 것이죠.

예컨대 알렉산더 대왕의 정복은 많은 희생이 따랐지만 자신의 이상을 실현시키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지금의 우리도 정복 욕망을 긍정적인 방식으로 채워 자신의 삶에 적용시킨다면 성장한 자신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인간은 대체로 변덕스럽고 위선적이며 탐욕스럽다고 할 수 있다."


마키아벨리도 인간 본성의 어두운 면을 직시하며, 사람들이 종종 자신에게 유리한 대로 행동하고, 상황에 따라 쉽게 변하며, 물질적 이익을 추구하는 경향이 있음을 지적합니다. 이러한 통찰은 우리의 삶과 인간관계, 사회 구조를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이 됩니다.



치열한 경쟁사회로 급변하다 보니 현대에 속한 인간의 본성은 생각 이상으로 더 두드러지게 나타납니다.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라면 언제든 바뀔 준비가 되어 있고 위선적인 태도를 취할 수 있기에 인간 본성의 어두운 면을 들여다보고 이해하며 살아가야 현실적인 전략을 세울 수 있습니다.



"누군가가 나를 도와줄 것이라는 믿음에 빠져서는 안 된다."


마키아벨리는 우리가 어려운 상황에 처했을 때 누군가가 나를 구해줄 것이라는 기대를 버리고,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려는 태도를 가져야 한다고 말합니다. 이는 자기 책임과 독립성을 강조하며 개인의 성장과 성공에 중요한 원칙이 됩니다. 또한 군주는 자신의 운명을 스스로 개척해야 하며, 타인의 도움을 기대하기보다는 자신의 능력과 결단력으로 통치해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 불교 경전에 나오는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라는 말은 우리가 어려운 상황에서도 누군가의 도움을 기대하기보다는, 스스로 해결책을 찾고 노력하는 자세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잘 보여주는 문장입니다. 결국 마키아벨리가 이야기한 것처럼, 우리는 스스로의 힘을 믿고, 독립적인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는' 내적 강인함이 필요합니다.


우리는 매순간 어려움을 마주합니다.

어려움에 대한 문제는 스스로 해결할 수도 있고 타인의 도움으로 해결할 때도 있습니다.

다만 타인의 도움만을 마냥 기다리고 있다면 큰 실패를 맛볼 수 있습니다.

마키아벨리는 강조합니다. 스스로 해결책을 찾는 사람이 고난과 역경을 더 잘 견뎌낼 것이라고.




선 그리고 악


"덕은 평온을, 평온은 무질서를, 무질서는 파멸을 낳지만, 파멸 속에서 다시 질서와 덕이 생기며, 영광과 행운이 따른다."


마키아벨리도 《군주론》에서 국가와 권력의 흥망성쇠를 덕과 안일함의 순환 과정으로 설명합니다. 그의 이론에 따르면, 강력한 지도자나 국민의 덕이 강한 국가를 만들면, 그로 인해 평온과 번영이 생깁니다. 덕은 지도자와 국민이 고난 속에서 단련한 강한 의지와 지혜를 뜻하며, 국가가 성장하고 안정되는 기반이 됩니다. 이 시기에는 강력한 군사력과 사회적 연대가 형성되어 국가의 권력이 절정에 도달하게 됩니다.

번영의 시기가 지속되면서 국가의 구성원들은 점차 안일함과 여유에 빠지기 시작합니다. 초기의 덕이 초래한 번영이 이제는 새로운 세대에게 단순한 '당연함'으로 인식되고, 점차 과거의 고난과 희생을 잊게 되는 것입니다. 이로 인해 안일함과 부주의가 증가하고, 부유함에 기댄 방종과 사치가 생겨나면서 부패와 무질서가 발생합니다.


이러한 부패가 결국 국가의 쇠퇴와 파멸을 초래하게 되는데 마키아벨리는 오히려 새로운 질서를 탄생시키기도 한다는 말을 전합니다.

파멸의 과정에서 새로운 지도자 혹은 지도 세력이 등장함을 의미하지요.

새로운 질서와 덕의 회복이 이루어지면 국가는 다시 번영을 되찾게 되는 것입니다.

마키아벨리는 이 모든 것들이 순환한다는 사실을 강조합니다.

이 부분을 우리의 삶에 그대로 적용시킨다면? 순환 과정의 법칙으로 번영의 시기가 찾아오고 유지될 것입니다.

즉, 좋은 시기가 지속되더라도 안일함을 경계하고 나쁜 시기가 닥쳐오면 순환의 법칙을 이해하고 삶의 교훈으로 삼아야 하는 것이지요.





지금까지 많이 회자되고 있는 고전 철학 중 하나가 바로 「군주론」입니다.

「군주론」은 단순히 권력을 논하는 책이 아닙니다.

우리에게 스스로를 다스리는 법, 어려움 속에서도 꿋꿋이 서는 법을 가르쳐 주지요.

다만 시대가 변화하면서 현재의 우리가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들도 많은 것이 사실입니다.

『군주론 인생공부』는 이러한 부분들을 보완한 책으로, 고전적인 통치 이론을 현대적 관점으로 재해석해 현재의 우리에게 개인과 사회를 이끄는 지혜를 제시합니다.


"도덕이 아닌 결과가 중요하다"

마키아벨리는 T가 분명합니다!

마키아벨리는 "결과로 평가되는 세상"에서 필요한 선택과 행동을 명확히 제시하며 이상보다는 현실을 직시할 것을 조언합니다.

F인 저는 항상 이성적인 선택을 하기 위해 노력합니다.

감성적인 판단에 휘둘리는 결과는 비효율적이기 때문이지요.

「군주론」을 정독했던 이유 중 하나가 현실과 이상 사이의 균형 찾는 법을 터득하고 싶어서였습니다.

마키아벨리가 도덕보다는 현실적 결과를 중시하지만, 이는 곧 "효율적이고 목적 있는 삶"을 위한 조언으로도 읽힐 수 있습니다.


우리의 삶도 일종의 군주국입니다.

결과로 평가되는 세상이지만, 타인의 시선과 기대에 흔들리지 않고 나만의 원칙을 세우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삶의 복잡한 선택지에서 지혜로운 결단을 내리는 법을 배우고 싶은 사람부터 인간관계의 현실적인 해결책을 찾고 싶은 사람 그리고 고전 철학을 통해 현대적 지혜를 얻고 싶은 사람들에게 『군주론 인생 공부』는 답을 찾는데 훌륭한 나침반이 되어줄 것입니다.


스스로에게 질문해보세요.

나는 내 삶의 군주로 살고 있는가?

마키아벨리의 깊은 통찰을 깨우치고 나면, 나와 세상을 바라보는 새로운 시각을 발견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읽는 내내 냉철함과 따뜻함이 공존하는 묘한 감동을 느끼게 되는데, 여러분들도 꼭 느껴보시길 바랍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우리는 왜 성공할수록 불안해할까 - 남에겐 관대하고 나에겐 가혹한 여성들의 가면 증후군 탐구
밸러리 영 지음, 강성희 옮김 / 갈매나무 / 2024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우리는 왜 성공할수록 불안해할까

저자 밸러리 영

갈매나무

2024-11-20

원제 : The Secret Thoughts of Successful Women

인문학 > 심리학/정신분석학 > 교양 심리학

자기계발 > 성공 > 성공학





◎ 자신의 성공이 타이밍, 운, 또는 전산상의 실수 때문이라고 생각하는가?

◎ '내가 할 수 있다면 누구든 할 수 있다'라고 생각하는가?

◎ 업무상의 아주 사소한 실수에도 괴로워하는가?

◎ 건설적인 비판마저 내 부족함의 증거라고 여겨 절망에 빠지는가?

◎ 어떤 일에 성공하면 이번에도 사람들을 잘 속여 넘겼다고 생각하는가?

◎ 진짜 실력이 들통나는 건 시간문제일 뿐이라고 걱정하는가?


위 질문 중 일부 혹은 전부에 그렇다고 답변했다면 타인에게 아무리 인정받았어도 아무 소용 없음을 본인은 스스로 알 것입니다.

이는 자신이 스스로에 대해 깊은 의심을 품고 있다는 의미이기 때문입니다.





가면 증후군이란, 자신의 능력, 성공, 성취를 노력이 아닌 운의 탓으로 돌리고 자신의 실력이 드러나는 것을 속으로 두려워하는 것이 지속될 때 나타나는 심리적 현상을 말합니다.

제 3자가 보기에도 높은 유능함을 드러내거나 높은 성과를 이루었는데도 이를 과대평가된 것으로 치부하는 동시에 스스로를 과소평가하기도 하죠. 이러한 심리는 특히 타인의 시선에 지나치게 신경쓸 때 나타나게 됩니다. 하나의 방어기제인 것이죠.

가면 증후군은 진단 가능한 심리적 증상은 아니었습니다.

이전에 사용하던 단어는 가면 현상 imposter phenomenon 이었는데 1983년부터 정신건강 학계에서 가면 증후군 imposter syndrom 으로 바꿔 사용하기 시작했습니다.

덧붙여, 책에서 내내 이야기하는 남을 속인다는 느낌은 지식이나 능력에 대한 불안과 관련있는 것으로 학문이나 전문 영역에서 발생합니다.





가면 증후군은 자신이 아닌 타인인 척 행동하는 것과는 다릅니다.

진짜 사기꾼처럼 정상에 올라서기 위해 속임수를 쓰는 행동을 가리키지도 않습니다.

실제 가면 증후군인 사람들은 그렇지 않은 사람들보다 학문적 부정행위를 덜 저지른다는 것이 입증되기도 했고요.


그렇다면 가면 증후군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스스로의 능력을 의심하는 일곱가지 이유는 무엇일까요?

첫 번째 이유는 양육자로부터 받은 메시지입니다.

두 번째 이유는 학생으로서 자신의 부족함을 느껴서입니다.

세 번째 이유는 자기불신을 키우는 조직문화에서 일하기 때문입니다.

네 번째 이유는 긍정적인 피드백을 주고받을 사람이 없어서입니다.

다섯 번째 이유는 창조적인 분야에서 일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여섯 번째 이유는 소속감을 느끼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일곱 번째 이유는 자신이 속한 사회집단을 대표하기 때문입니다.



사람들을 분석할수록 분석해야 할 이유가 점점 사라진다. 머잖아 우리는 인간 본성이라는 무서운 보편성과 마주하게 된다. _오스카 와일드



가면 현상을 발견한 폴린 클랜스와 수잔 임스는 여러 연구를 통해 네 가지 보호기제를 밝혀냅니다.

과도한 준비와 근면성실, 자기억제, 눈에 띄지 않거나 하나에 정착하지 않기, 호감 얻기로 저자가 추가로 관찰한 세 가지는 눈에 띄지 않거나 하나에 정착하지 않기, 절대 끝내지 않기, 자기파괴적인 행동하기입니다.


만약 자신이 가면 증후군을 인지했다면 이를 해결하기 위해 분명 노력하고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어떤 노력을 해왔는지 아는 것도 중요하지만 자신의 머릿속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제대로 이해하려면 좀 더 깊이 들어가야 한다고 조언합니다.

예컨대 현재의 행동 패턴이 생긴 것이 진짜 정체가 탄로 나는 것을 막기 위한 사실을 분명 알 것입니다.

그러나 이것으로 끝이 아닙니다.

이 행동 패턴이 수행하는 폭넓은 기능을 이해하기 위해선 다음 질문을 스스로에게 해보아야 합니다.


1. 이 행동을 통해 나는 무엇을 피하는가?

2. 이 행동은 무엇으로부터 나를 보호하는가?

3. 이 행동으로 나는 무엇을 얻는가?


이 질문에 대한 답으로 인해 머릿속에서 혼란이 가중되긴 해도 심리학 교수인 줄리 노럼은 오히려 이런 행동이 사실상 적응이라는 측면에서 큰 도움을 줄 수 있다고 말합니다.

과도한 준비가 어느 정도 성공을 보장해주는 것도 있기 때문이지요.

다만 이 심리는 기대감이 비현실적으로 낮을 때 나타납니다.

결과적으로 생각할 수 있는 모든 부정적인 결과를 머릿속으로 점검하는 일이 잠재적 문제를 최소화하는 조치를 취하는 과정으로 이어져 가면 증후군자들이 불안감을 낮추는 데 도움이 됩니다.



그럼에도 가면 증후군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이유는 자신에게 특정 방식으로 느끼거나, 생각하거나, 행동할 자격이 없다는 잘못된 믿음을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런 경우엔 모두가 가지고 있지만 그렇지 않은 것처럼 느껴지는 권리 20개를 확인해보는 것도 좋습니다.

분석하려 하지 말고 가면 증후군이 발동했을 때 자신이 어떻게 반응하는지 주목해보는 것입니다.


☞ 죄책감 없이 거절할 권리

☞ 건강한 경쟁심과 성과에 욕구를 느끼고 표현할 권리

☞ 실수하거나 틀릴 권리

☞ 자신의 성과에 자랑스러움을 표현할 권리

☞ 가끔은 하루쯤 쉬거나 기준 이하로 수준이 떨어져도 될 권리

☞ 실패를 겪고 그 경험에서 배울 권리

☞ 차별 없이 공정하게 대우받을 권리

☞ 자신이 편하게 느끼는 수준의 성취를 이룰 권리

☞ "이해되지 않는다"라고 말할 권리

☞ 설명을 들을 권리

☞ 능력 있는 성인으로 대우받을 권리

☞ 불이익을 받지 않고 비전통적인 분야에서 일할 권리

☞ 자신이 속한 성·인종·문화 집단 등을 대표하지 않을 권리

☞ 일과 양육을 동시에 할 권리

☞ 가족의 기대 이상이나 이하로 성취해도 될 권리

☞ 모든 답을 알지 않아도 될 권리

☞ 존중받을 권리, 무시당하지 않을 권리

☞ 자신의 의견도 옆 사람의 의견만큼 중요하게 취급될 권리

☞ 초과 업무에 보상을 요구할 권리

☞ 익숙하지 않은 일을 자신의 속도에 맞춰 수행할 권리


다음은, 감정이 쉽게 촉발될 만한 상황들입니다.


☞ 자신의 일이나 아이디어를 옹호해야 할 때

☞ 어떤 방식으로든 시험이나 평가를 받을 때

☞ 익숙하지 않은 새로운 업무를 맡을 때

☞ 이해가 되지 않을 때

☞ 교실이나 회의실에 있을 때

☞ 여러 사람 앞에서 발표를 해야 할 때

☞ 자신이 한 일을 다른 사람들에게 보여주어야 할 때

☞ 자신보다 더 성공했거나 교육 수준이 높은 사람들과 교류할 때

☞ 사업을 확장하거나 커리어를 발전시키거나 그 외에도 대범하게 행동할 기회가 주어졌을 때

☞ 그 밖의 경우



유능함은 모든 것을 다 아는 것이 아니라 모르더라도 자신감을 가지는 것입니다.

연단에 올라 말하는 중간에 까먹거나 잘못 발음했어도 이를 웃어넘길 줄 아는 사람이 되어야 합니다.

우리 모두가 이러한 일을 겪고 있고 한번 잘못한다 해도 세상이 끝나는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다른 사람이 뭐라 해도 그 사람만큼이나 인간적인 권리가 있다고 진정으로 믿는 것처럼 행동해야만 가면 증후군에서 벗어날 수 있습니다.





가면 증후군은 자신에게 지능도 능력도 부족하다고 믿는 사람들을 말합니다.

타인의 칭찬과 인정을 받을 자격이 없다고 생각하며 모든 것이 운과 같은 외부 요인들 덕분이라 생각하죠.


당연하지만, 우리는 인정받는 것을 좋아합니다.

그러나 보상은 승리만을 위한 것은 아닙니다. 최선을 다했다면 그 과정에 쏟아부었던 노력에 찬사받을 자격은 매우 충분합니다.

특히 가면 증후군을 가지고 있다면 자신의 성취를 마음속에 확실하게 새길 수 있게 시각화하는 것도 방법입니다.

타인에게 보이고 싶다면 상장, 자격증과 같은 유형의 증거들을 배치하거나 타인에게 보이지 않고 조용히 즐기고 싶다면 노트북 안에 성과 폴더를 만들어 담아두는 것도 방법 중 하나이지요.


처음 가면 증후군이 개념화되었을 때, 높은 성취를 달성한 여성들 사이에서 나타나는 흔한 현상인 줄 알았지만 추후 이루어진 연구에 따르면 남성과 여성 모두에게 영향을 준다고 합니다.

남이 봐도 나름의 성취를 이뤄냈고 능력이 넘치는데도 두려움과 불안감을 느끼는 사람들이 많다고 합니다.

엠마 왓슨, 나탈리 포트만, 미셸 오바마 그리고 톰 행크스 또한 가면 증후군을 앓았다고 고백했죠.

가면 증후군은 끊임없는 자기 의심과 불안으로 인해 생겨나기 때문에 증상이 심해지면 심신 장애로도 이어질 수 있어 병원 치료를 요하기도 합니다.

책에서는 가면 증후군에 대한 요점 정리와 실천 방안이 세세하게 설명되어 있어 실질적으로 많은 도움을 줄 수 있습니다.



무엇을 했는지와 상관없이 '내가 어떻게 여기까지 왔지? 저들이 내가 사기꾼이라는 사실을 알고, 나의 모든 것을 빼앗으러 올 때는 언제인가?'라고 생각하게 되는 순간이 온다. _톰 행크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